사설

 

[사설]수원시의 이상야릇한 문화행정

수원시가 중요한 문화재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2010년 지금은 사라진 화성 성곽내 5개 연못 중 하남지(下南池)와 북지(北池)를 복원키로 하고 해당 지역을 문화재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중 하남지 구역은 수년에 걸쳐 89억원을 투입해 2016년 건물과 토지보상을 완료했다. 국제적인 문화유산인 화성의 완전한 복원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그러나 하남지 복원사업은 여전히 부지 매입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굴조사를 위해 매입건물을 철거해야 하지만 이 곳에 입주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이주 대책을 이유로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신풍동 역사공원 조성과정에서 창작공간을 철거당한 문화예술인들이었다. 그런데 수원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시 자산인 하남지 문화재구역내 빈 건물을 이들에게 임대형식으로 내주었다. 이들은 '행궁마을커뮤니티아트센터(행궁동 레지던시)'를 자체 운영중이다.행궁동 레지던시에 대한 수원시 행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선 시민 예산으로 확보한 문화재구역은 성격상 복원예산이 마련되자마자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비워두어야 맞다. 두번째 문화예술에 대한 배려라 이해한다 해도 임대차 계약만은 엄정해야 하는데, 시는 임대료도 받지 않고 오히려 각종 공과금을 지원해주었다. 세번째 임대차 관계에 불과한 행궁동 레지던시 측에 대체공간을 마련해주겠다며, 이미 만료된 건물사용 시한을 연장해 주었다.모든 행정은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 문화예술 지원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행궁동 레지던시에 대한 수원시의 배려가 법적 근거를 갖춘 공식적인 문화행정인지 의심스럽다. 이정도 혜택은 문화예술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수원시의 공식적인 문화행정 사업으로 확정해 공모했으면 지원에 목말라 하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이 폭주했을 것이다."특정 작가들의 입김이 워낙 강하다 보니 시 행정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다"는 시 관계자의 전언이 예사롭지 않다.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턱 없이 열악한 문화예술 지원 예산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족한 예산이나마 법적 근거에 따라 공정한 절차를 통해 가능한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판이다. 행궁동 레지던시에 대한 수원시의 특별한 배려는 행정의 원칙과 거리가 멀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배경과 원인을 밝혀야 한다.

2019-03-26 경인일보

[사설]인천경제자유구역 조례 개정 공론화 해야

지금 인천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개정' 논란의 핵심은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국가사무로 볼 것이냐, 지방자치단체사무로 볼 것이냐는 것이다. 문제의 조례 개정안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권이나 용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민간사업자에게 넘길 때에는 인천시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긴급한 협약의 체결 시엔 '시의회 의결을 받은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건을 첨부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 18일 산업위원회를 통과해 모레(29일) 본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시의회는 시민 재산을 헐값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시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므로 시의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명목은 국가사무이나 실질적으론 지방사무라는 입장이다.2009년 유사한 조례안을 갖고 벌어진 제1라운드는 '국가사무'의 승리로 끝났다. 인천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 무효 확인 및 집행정지 소송에서 대법원은 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조례 제정권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은 국가가 지자체에 위임한 사무인데 이런 국가사무에 대해 지방의회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또 매각 등 계약체결시 사전 의회의결 조항은 시장권한의 침해라고 판단했다. 그때는 이렇다 할 충돌 없이 논란이 가라앉았으나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송도국제도시 일부 주민들이 반대집회를 갖는 등 조례 개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사자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투자유치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물론 법적 해결방법이 있다.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인천시나 행정안전부가 재의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인천시, 인천시의회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들이 공통의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법적인 해결 수단에 기대는 것은 결코 명예롭지 못한 처사다. 깊은 상처가 생길 것이며 오래 남을 후유증 또한 우려된다. 최적의 방안은 사안을 공론장(公論場)으로 옮겨 논의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시의회는 본회의 상정을 잠시 미루는 것이 좋겠다. 동시에 시의회보다 확장된 형태의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 설령 딱 부러지는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하더라도 공론화 과정에 진입하는 것, 공론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다.

2019-03-26 경인일보

[사설]'월미도 조례'에 담긴 진의도 살펴봐야

한국전쟁 당시 상륙작전 사전 공격으로 인해 거주지를 빼앗겼던 월미도 주민들은 아직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인천광역시 과거사 피해주민의 생활안정 지원 조례안'이 인천시의회에 제출돼 있다. 이 조례안이 갑자기 정치 쟁점화 하면서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쟁 피해를 월미도 지역에 특정해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다. 한국전쟁의 피해는 온 나라가 당한 것인데 왜 월미도만 지원하느냐, 그러면 임진왜란 피해도 지원할 것이냐는 등의 논리를 들고 있다. 이는 월미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것이다.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08년 조사결과를 보면, 1950년 9월 10일 월미도 마을에 가해진 미군의 폭격으로 주민들이 집단 희생되었다. 폭격에 나선 것은 미 해병 항공기들이었다. 항공기들은 95개의 네이팜탄을 월미도 동쪽 지역에 투하하고 기총소사하였다. 이로 인하여 섬 동쪽의 건물, 숲 등과 함께 민간인 거주지도 완전히 파괴되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희생자가 1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살아난 주민들은 빈손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70년 가까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월미도 주민 피해를 다른 전쟁의 그것과 같이 보아서는 안 되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 월미도 동쪽 지역은 미군 함정의 공격 지점에서 생각할 때 월미산 너머에 있다. 인민군이 총구를 열어 놓고 있던 곳과는 반대 지역이었다. 미군은 동쪽 지역이 민간인 마을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불확실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작전 개념 아래 집중 폭격을 가했다. 이는 전쟁법상 민간인 구별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천시 조례는 이 점을 지적하려는 차원이 아니었다.월미도 주민들은 9·15 상륙작전으로 동네가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것은 물론이고 아직도 그 터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곧바로 월미도 전역을 미군이 차지했으며, 미군 철수 이후에는 우리 해군이 주둔해 왔다. 그 땅은 인천시가 국방부로부터 사들여 지금은 공원이 되었다. 땅 문서 등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는 이들에게 배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어지러운 해방공간을 살아오면서 땅 문서를 마련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조례는 주민들에게 폭격 피해를 직접 보상하려는 게 아니라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간접적으로나마 위로하려는 것이다.

2019-03-25 경인일보

[사설]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존중하길

국회는 어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내일까지 7명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개각은 문재인 정부 2기를 여는 중폭 개각으로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갈등 수위가 전방위적으로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청문회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최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그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155㎡ 규모 아파트 분양권(4억973만원)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 59㎡ 규모 아파트(7억7천200만원), 경기 성남시 분당구 84㎡ 아파트 임차권(3천만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후보자로 내정되기 직전 장녀 부부에게 증여한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다.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가 '실거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라고 엄호하며 해명 기회도 줬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의원들은 그가 2주택 1분양권 보유자로 25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최 후보자도 "제가 실거주 목적으로 비록 주택을 구입했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인사청문회는 소관 부처 장으로서 향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후보자의 의혹을 감싸기 바쁘고, 야당은 의혹을 부풀리는 데 집중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번에도 7명에 달하는 장관 후보자들에게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어제 청문회에서도 여당의 후보 감싸기, 야당의 공격으로 갈렸다. 더구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관행이 되풀이되다 보니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어제 청문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6명의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 여야의 입장이 갈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일방적 감싸기와 상식적인 것 조차 공격의 대상인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청와대도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국회의 의사를 존중하는 관행을 만들어가야 한다. 동시에 청문회 제도를 개선하여 국회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그것이 김대중 정부때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를 더욱 발전시키는 길이다.

2019-03-25 경인일보

[사설]스위치 켜진 수도권매립지 시한폭탄

경인일보는 지난 20일자 사설에서 수도권매립지 대체후보지 발표를 일정대로 공표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3개 시·도 4자협의체는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연구용역' 결과 공표를 미루거나 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모양이다. 대신 대체매립지를 유치할 자치단체를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대체매립지 후보지역 공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 '공모(公募)'라는 꼼수로 또다시 시간벌기에 나섰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다.문제는 이 문제가 꼼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데 있다.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3개 광역시·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다. 2천500만명 이상의 수도권 시민들이 매일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또 이 쓰레기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이처럼 수요와 목표가 확실한 행정은 없다. 하루라도 지체되면 소란이, 며칠이라도 정체되면 대란이 일어난다.그런데 정부와 3개 시·도가 확보한 수도권 쓰레기 처리시한은 2025년이다. 4자협의체가 수도권매립지 대체후보지를 찾기로 하고, 그 때까지 사용하기로 한 수도권매립지 3-1공구의 사용연한이 6년 밖에 안남은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6년을 대책 마련에 충분한 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정반대다. 쓰레기를 매립하려면 부지조성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기반시설 건설에만 수년이 걸리는 만큼 부지 선정부터 실제 매립을 실행하기까지 6년은 빠듯하거나 부족한 시간이라고 한다.결국 지금은 대체부지를 빨리 확정해 신매립지 공사에 착수하거나, 현재의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을 위한 3-2공구 매립지 기반공사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6년 이후에 발생하는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이미 완료된 대체매립지 조성 연구용역 결과는 쉬쉬하고, 유일한 대안인 현 매립지 연장사용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국민 전체를 기만하는 일이다.4자협의체의 수장은 모두 정부 여당 인사들이다. 이 문제 해결의 책임을 나누어 회피하기 보다, 연대해 정면돌파해야 할 입장이다. 만일 4자협의체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체매립지 선정이나 현 매립지 연장사용이라는 정해진 답을 결정하는 일을 미루려는 꼼수를 공모(共謀)한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이미 스위치가 켜진 시한폭탄이다.

2019-03-24 경인일보

[사설]화성시 지열발전 시범사업도 접어야 하나

포항지진의 여파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정부는 2017년 11월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진도 5.4 지진의 원인에 대해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단층대를 활성화해서 본진(本震)이 촉발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문제의 지열발전소는 지하 4㎞이상 깊이에 구멍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한 후 지열로 데워진 수증기를 이용해서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국책연구 사업이다. 천혜의 지열자원으로 강소국이 된 북유럽의 아이슬란드가 모범사례이다.포항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 1천800명인데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경북 포항시 흥해 체육관에는 90세대, 200여명이 피난생활 중이다. 중앙안전대책본부는 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를 2만7천317건으로 집계했으며 한국은행은 피해액을 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부동산가격 하락과 정신적 피해를 포함하면 피해액수는 수조원이라 주장한다. 역대 규모의 소송전 조짐에 국내 법률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포항지진에 대한 자연발생설 또한 외면하기 어려워 쉽게 결론날 것 같지 않다.포항지진의 불똥 우려는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해온 포항 영일만 일대의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실험에도 적색등이 켜진 것이다. 화석연료 등으로 대량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땅속 800~1천m에 저장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국가과제가 되면서 2010년에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등이 합동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그런데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린 포항지역 시민단체와 포항시가 CCS실증시설의 완전폐지를 요구하고 있다.화성시의 심부지열개발 사업도 중도 폐기될 개연성이 크다. 화성시는 2017년 11월에 남양읍의 시청사 앞에 지하 4~5㎞까지 뚫고 100도 이상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청사 냉난방에 이용하고자 국내의 한 업체와 협약을 맺고 지열에너지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포항 지열발전소와는 업태(業態)가 다르고 지하암반도 튼튼하나 포항지진 이후 공정률 40%에서 1년째 지지부진한데 이번 정부발표로 화성시민들의 반대가 더 비등해질 예정이다.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지구온난화 억제에 도움 되는 첨단사업이다. 모든 지하연구시설이 지진유발 시설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돌다리 두드리는 식의 추진을 당부한다.

2019-03-24 경인일보

[사설]'전범기업', '평화대상' 조례 심사숙고해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황대호 의원이 발의한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안'이 논란에 휩싸였다. 조례안의 핵심은 경기도교육청과 일선학교에서 사용 중인 일본 제품 중 조례에서 규정한 전범기업에 해당하는 기업 제품에 '전범기업 생산 제품'이라는 인식표 부착을 의무화한 것이다.조례안을 둘러싼 논란은 한일간의 역사, 외교, 경제관계에 대한 정파적 시선 차이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이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이 조례안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도교육청은 조례안 검토 의견서를 통해 "상위법령 미비 등으로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조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만 제정할 수 있다. 도 교육청은 전범기업을 규정한 상위법이 없고, 전범기업 관리는 도교육청이 아닌 중앙정부와 일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며 조례안의 적법성을 따진 것이다.최근 입법예고된 '경기도 평화대상 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또 다른 관점에서 고민할 대목이 있다. 민주당 조성환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해 매년 4월 27일 남북 교류협력 강화와 평화증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평화대상을 시상한다는 것이다.접경지역인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한 업적에 평화대상을 시상하는 건 의미있고 환영할 일이다. 다만 조례의 목적에 역사적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기념을 규정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남북관계는 국내외 정세에 요동치는 가변성이 높은 관계다. 북한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또한 이왕 제정하려면 정파성에 영향받을 가능성도 막을 필요가 있다.국가 법령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도민의 생활과 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조례는 발의 과정의 적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파성을 초월한 목적과 내용으로 영속성을 지녀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전범기업' 조례안은 적정성 문제에 앞서 적법성 논란을 빚을 개연성이 높다. '평화대상' 조례안은 남북관계의 진행양상과 도의회의 정파 변화에 따라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더불어민주당은 정원 142명 중 135명으로 경기도의회를 견제없이 장악한 정당이다. '전범기업'·'평화대상' 조례에 대한 심사숙고를 통해 내부의 합리적인 견제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2019-03-21 경인일보

[사설]자치단체 공무원들, 복지부동이 도를 넘었다

1천500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 내 상가의 비정상적인 설계변경을 현장 확인도 없이 서류만 보고 승인을 내준 뒤 입주민들이 반발하자 이미 준공허가를 해줘 어쩔 수 없다며 뒷짐지는 공무원이 있다. 미세먼지 속에서 어린 학생들이 야구 훈련과 경기를 하고 있는데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며 나 몰라라 하는 공무원도 있다.포스코건설이 화성 동탄2신도시에 시공한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은 단지내 제1상가 진입도로의 비상식적인 급경사로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제2상가는 아예 차량 출입구가 없어 단지 내 인도를 차도로 쓰고 있다. 차도로 둔갑한 400여m의 인도에는 놀이터, 초등학교, 고등학교가 줄줄이 인접해 있다. 입주민들이 단지 내 상가를 이용하기 위해 다른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니 기가 막히다. 입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하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문제의 아파트 시행사는 지난 2016년 8월 최초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후, 불과 1개월 뒤에 1상가에 이어 2상가 주차장 건설을 위한 설계 변경을 시에 요청했다. 불과 1개월만에 설계변경 신청이 들어오면 '주택법' 규정이 아니더라도 설계변경의 적합성을 따져보고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행정의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도 화성시 공무원은 '경미한 사항'이라며 그냥 넘겼다. 화성시와 시행·시공사의 짬짜미 의혹을 제기하는 입주민의 주장이 당연해 보일 지경이다.수원시 권선구 탑동의 사회동호인 야구장 인근에 있는 구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건물 180개 동이 한창 철거 중이다. 탑동 야구장은 주중에는 수원 장안고 야구부와 KT 위즈 후보 선수들이, 주말엔 수원시 야구협회 리그에 참여한 동호회가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근처인 23만㎡ 에서 원예연구소 건물 47개동과 비닐하우스 90개동, 유리온실 53개동을 철거하고 있으니 어마어마한 비산먼지 발생은 불보듯 뻔하다. 야구장 이용자들의 고통은 불문가지다. 그런데도 시행사인 수원도시공사 및 시공사, 이를 관리·감독하는 수원시 권선구청은 한결같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번이라도 현장에 나가 봤다면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니다. 문제를 확인할까 두려워 일부러 현장을 외면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지방자치단체 공복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19-03-21 경인일보

[사설]저출산 '인구절벽'으로 가는 역대 최저 혼인율

지난해 인구 1천명당 10명(5쌍)이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여 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을 하지 않는데 출산율이 오를 리 없다. 혼인은 출산의 선행 지표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역대 최저 혼인율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결혼 건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30대 초반 인구 감소가 원인이지만 불황 탓이 크다. 젊은 층의 취업난도 원인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경제적 여유가 없고 결혼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설사 일자리를 구해도 내 집 마련을 꿈꾸기 어려운 데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경제적 부담도 크다. 집값 상승도 한 원인이다. 직장인이 서울에 있는 집 한 채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3.4년을 꼬박 모아야 한다. 집 한 채 사기 위해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니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결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욜로(YOLO)족의 증가가 그것이다. 통계청의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이 2012년 62.7%에서 지난해 48.1%로 큰 폭으로 줄었다. 문제는 혼인율 저하가 출산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합계 출산율 0.98명으로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도 더욱 빨라졌다. 애초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 정점을 2031년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인구정점 시기는 2027년, 최악에는 2023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무려 100조원을 훨씬 넘게 투입하고 받은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다.이런 참담한 실패는 정책 방향을 잘못 잡았거나 근본 대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결혼은 일자리를 비롯해 보육과 교육, 주택 등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어느 하나 풀리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도 관련 부처가 생색내기식으로 대책을 따로 내놓다 보니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근본적 해법 없이 현금을 퍼주는 단기 처방에 집착하다 실패만 거듭했다. 결혼과 출산정책은 한 부처에서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게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2019-03-20 경인일보

[사설]문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우려

박양우 중앙대 교수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에 대해 문화예술계의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영화단체에서의 우려가 높다. 그가 영화대기업 CJE&M의 이해를 대변해 온 전력과 영화계의 공정한 생태 조성 측면에서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내정자 측은 중소영화사의 권익증진과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이 적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박 내정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제대로 펼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차관출신 인사가 장관후보자로 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문체부 내부를 잘 알기 때문에 문체부가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인맥과 조직 이기주의 때문에 개혁은 물건너 갔다는 우려도 높다.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공무원과 전직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등 7명을 검찰에 통보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하는 것으로 인적 청산을 종결했다. 당시 문체부의 조치는 조직보호논리에 갇혀 불법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를 짓밟은 문체부 관료들의 범죄행위에 면죄부만 부여한 기만행위라는 문화예술계의 격렬한 비난을 들어야 했다. 정부에 대한 입장이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을 차별한 것은 문화예술인과 예술활동에 대한 정치검열로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른바 '최순실과 차은택 라인'이 문체부를 장악하여 문화행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 과정에서 드러난 대표적 국정문란 사건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도 반드시 청산되고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과 같은 고위 공직자의 처벌로 유야무야해서는 곤란하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명단에 포함된 단체와 예술인을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는 과정에 불법적이고 부당한 명령을 수행한 무수한 공범자와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양우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체부가 당면한 개혁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갈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입증해내야 할 것이다.

2019-03-20 경인일보

[사설]수도권매립지 대체후보지 발표 연기는 '꼼수'다

지난 1992년 개장한 수도권매립지의 당초 사용연한은 2016년 12월 31일이었다. 하지만 분리수거와 종량제 시행 등으로 직접 매립하는 폐기물 양이 크게 감소하면서 총 4개의 매립장 가운데 2개의 매립장에 대해서만 폐기물 반입이 이뤄졌다. 당초 예상보다 매립지 운영에는 여유가 생겼지만 대체 후보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인천시가 2014년 선제대응에 나섰다. 당초의 사용연한을 재확인하면서 환경부와 서울, 경기, 인천 4자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 갑론을박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2015년 6월 3개 시·도가 합의에 도달한다. 추가 매립장의 사용만료 이전에 대체 매립지 확보도 여러 합의내용 중 하나다.2016년 1월 관계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대체 매립지 확보 추진단이 구성됐다. 이듬해 9월에는 후보지를 찾기 위한 공동 연구용역이 발주됐다. 이렇게 시작된 '수도권 대체 매립지 조성 연구용역'이 공식적으로 어제(19일) 모두 끝났다. 일정표대로라면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어제 연구용역 최종 결과물을 용역사로부터 제출받았을 것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행정적으로 준공 처리하는 기간이 최대 2주이므로 늦어도 오는 4월 2일이면 대체 매립지 최종 후보지가 확정된다. 인천과 경기 서해안 지역 3곳 이상이 대체 매립지 최종 후보지로 발표될 예정이다. 그런데 발표를 앞두고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3개 시·도가 최종 후보지 발표 시기를 늦추려 한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표면적인 이유는 대체 매립지 최종 후보지 선정에 따른 후속대책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커다란 반발이 예상되므로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한 다음 발표하겠다는 건데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나면 그게 말처럼 주민을 위한 것 같지만은 않다. 다분히 정치적 속셈이 엿보인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대체 매립지 발표는 현실적으로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체 매립지 후보지에 포함된 지역의 경우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불만의 화살이 청와대까지 향할 수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미 공개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일정표까지 확정된 상황이다. 발표를 늦추면 오히려 더 큰 반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2019-03-19 경인일보

[사설]'방과 후 학교' 관리할 법 제정 서둘러야

지난 2006년 도입된 '방과 후 학교'가 부분적이나마 위탁업체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의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 두 곳은 고용한 강사들의 임금을 3개월 이상 체불했는데, 피해 강사들만 3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한 업체는 임금체불 전력을 갖고도 또 다시 방과 후 학교 위탁교육 낙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방과 후 학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도로 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됐다. 악기연주, 미술, 컴퓨터 코딩 등 특기 교육과 정규 과목 보충수업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방과 후에 학교에서 실시해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목적이었다.하지만 14년째 시행 중인 이 제도의 근거는 교육부 장관이 정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뿐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답답한 시·도교육청이 학교현장의 시행 혼란을 막기위해 '방과 후 학교 운영 가이드라인'과 '방과 후 학교 운영 길라잡이'를 만들어 운영의 세부사항을 정했다. 이 역시 강제성이 없다. 또한 17개 시도의 재정지원은 천차만별이다.방과 후 학교는 도입 취지만 보면 학교 중심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정규 교과과정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중요한 제도가 법적 근거도 없이 시·도마다 학교마다 각기 다른 기준과 방식과 재원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학교 현장에서 교과과정에 준해 관리하는 교육프로그램이라면 전국의 학생들이 차별 없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방과 후 학교는 법적 근거도 없고 강제성도 없는 가이드라인 때문에 현재는 초등학교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 현장은 부도덕한 위탁업체들에 의해 부실한 하청교육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도 발생하고 있다.정부는 19일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이 가능하도록 공교육정상화법 개정법률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학부모의 반발에 밀려 영어과목 하나만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금 당장 방과 후 학교 관련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잘못하면 관리 책임을 외면했다가 사회적 대란을 일으킨 유치원 사태가 방과 후 학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다수의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19-03-19 경인일보

[사설]인천공항 통한 마약 유입 철저히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UN이 정한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국회에서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본다.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계층이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UN이 정한 마약청정국 기준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1만2천명이 한계인데 이미 2016년 1만4천214명을 기록하며 기준을 넘어섰다. 예전과 달리 국내에서도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30·40대를 중심으로 한 마약사범은 최근 10대와 60대에까지 넓게 퍼지고 있다.마약사범은 일반 회사원을 비롯해 자영업자, 전문직, 공무원까지 다양하다. 예전과 달리 영화와 케이블TV 드라마 등에서 다뤄지는 범죄물에서도 마약사범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예전처럼 유흥업소 종사자나 하류층 범죄자들이 아닌 재벌 2세, 연예인, 교수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마약을 접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마치 상류층의 특권이나 부유층의 일상적인 유흥으로 다뤄지고 있을 정도다. 최근 파문이 일고 있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도 마약사범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일부라고 하지만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더 큰 충격은 이런 일들을 단속해야 할 경찰까지 나서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국내 마약 유입 창구로 인천이 지목됐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항공여행자를 상대로 적발한 마약은 2017년 15.325㎏에서 2018년 87.223㎏으로 5배 넘게 늘었다. 항공 특송화물에서 적발한 마약은 2017년 14.817㎏에서 75.066㎏, 국제우편은 28.296㎏에서 36.913㎏으로 증가했다. 공항에서 이뤄지는 마약검사는 전체의 1~2%만 직접검사하는 방식이어서 적발되지 않은 채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정부는 공항을 통해 해외여행객이나 항공화물이 늘수록 마약류 국내 유입도 비례해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입국절차와 검색을 완화하고, 해외 특송화물의 검색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약사범은 개인에 국한된 범죄가 아니라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마약은 '중독'이라는 특성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 국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 중독 치료 등 4박자를 갖춰야만 그나마 줄일 수 있다.

2019-03-18 경인일보

[사설]한국당, 선거제 개혁에 진지하게 임해야

어제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상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났으나 성과없이 끝났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제도는 부득이한 경우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패스트트랙'은 '신속안건처리지정'으로서 국회법 85조의 2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지만 남용되어서는 안되는 제도다. 그럼에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과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한 것은 선거제 개혁 등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 21대 총선의 룰인 선거법을 마냥 미룰 수 없는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설령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돼도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반대는 물론이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일각에서도 법안과 연계시키는 문제와 호남 지역구 축소를 이유로 들어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각 당내에서 이해와 설득을 구하면 된다고 하지만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일이라 말처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지난 해 12월 1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 후에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세부적 사항은 합의하지 않았으나 큰 틀에서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한국당이 의원 정원 축소와 비례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한국당을 제외하고 패스트트랙에 상정한다면 여타의 개혁입법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선거법은 정당과 의원 등 정치인에게는 사활적인 사안이다. 한국당의 비례제 폐지 주장이 상식적이지 않으나 그렇다고 무조건 한국당을 배제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여야 4당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당을 설득해야 하며,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로 일관할 게 아니라 선거제 개혁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에 참여하길 촉구한다. 또다시 3월 국회가 파행으로 끝난다면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9-03-18 경인일보

[사설]민생은 고단한데 정국 주도권 놀음에 빠진 여야

3월 임시국회는 개원했지만 여야, 정확하게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험악한 대치는 점점 과열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대표연설 발언이 단초가 돼, 나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모두 윤리위에 제소 당하는 전례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측은 서로를 향해 '좌파'와 '친일' 딱지를 붙이며 상대를 여론으로부터 소외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부터 나흘간 실시되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여야의 프레임 싸움은 더욱 거칠어지고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여야가 이렇게 과거와 이념지향적 프레임을 통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이유는 순전히 정략적 이유에서다. 4·3 보궐선거로 시작해 내년 4·15 국회의원선거로 이어지는 선거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추가적으로 무당파 중도계층을 흡수해 20대 대선(2022년 3월 9일)의 징검다리인 총선승리에 초점을 맞춘 전면전이다. 사실 '김정은 수석부대변인' 발언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의도적'이거나 '기획된' 대치임을 이제 국민들도 눈치챘을 것이다.의도적인 여야 대치의 수혜자는 철저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뿐이다. 그들의 정략적 목표는 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야 대치의 손해는 온전히 국민 몫이다. 정략적 대립에 흔들리는 건 민생뿐이라서다. 구체적인 민생현안은 대정부질문에 다 포함될 것이다. 북한비핵화협상의 향방, 경기 침체, 미세먼지, 공권력 일탈 등이다. 안보, 경제, 환경, 사회 전분야가 흔들리면서 국민의 삶은 안정감을 잃고 있다. 정상적인 정치라면 문제의 해결에 집중할 때이다. 하지만 장기집권을 염원하는 여당과 정권탈환을 꿈꾸는 제1야당은 책임의 전가에 전력을 쏟고 있다.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경제분야의 '초당적 원탁회의'와 대북정책 관련 '7자 회담'을 제안했다. 국민을 위한 의미있는 호소였고 타당한 제안이었다. 야당이 제안한 원탁회의 7자회담에서 여당이 강조한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대북외교,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신설법 등 정치현안, 규제개혁 등 경제현안 해결에 진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호소'와 야당의 '제안'은 정쟁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사로 전락했다.

2019-03-17 경인일보

[사설]정부와 보잉사의 실망스러운 항공참사 늑장대처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보잉 'B737맥스' 시리즈의 국내공항 이착륙과 영공통과 금지조치를 취했다.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의 동일기종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지 나흘만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 정부와 보잉사의 늑장대처에 실망이 크다.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을 염려해서 신속하게 대응했다. 중국정부 조차 사고 다음날에 자국민의 사고기종 탑승을 금지했을 정도다. 주요국들 중 미국정부의 대처가 가장 늦었다. 13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B737맥스' 라인의 미국 내 취항금지를 발표한 것이다. 보잉이 미국 국민기업이어서 신중히 대처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동종의 여객기 2대를 보유한 이스타항공이 참사 이틀 후에 스스로 운항을 중지한 것이 전부였다. '안전불감증 정부'란 힐난이 당연해 보인다.'B737 맥스'는 기존의 'B737NG' 시리즈에 비해 연료효율이 10%나 높을 뿐만 아니라 항속거리도 1천km나 더 긴 보잉사의 4세대 최신 소형항공기이다. 2017년에 미 연방항공청(FAA)의 인증과 함께 각국 항공사에 인도되어 현재 370여대가 세계의 하늘을 누비고 있다. 주문량만 5천여 대로 보잉사 전체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차세대 먹거리인데 세계여론의 표적이 된 것이다. 군산복합체 보잉사의 지각대응이 화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의 'B737맥스8' 민항기 추락으로 탑승자 188명 전원이 숨지자 보잉은 작년 말까지 해당 기종의 소프드웨어 교체를 언급했다. 난기류 때 비행기의 급강하를 억제하는 '조종특성 향상시스템(MCAS)'인데 무려 5개월 동안 시간을 끌다가 지난 10일에 또다시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보잉사는 향후 열흘 이내에 업그레이드를 약속했지만 국내 항공업계의 손실 개연성이 주목된다. 앞으로 6년 동안 110여 대의 'B737맥스'를 수입할 계획인데 금년에만 대한항공 6대, 이스타항공 4대, 티웨이 4대 등 총 14대를 도입할 예정으로 구매비용만 15조원이다. 계약취소 시 엄청난 위약금을 물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인데 더 큰 고민은 사고 기종에 대한 항공소비자들의 기피 우려이다. 'B737맥스'기는 장기간 격납고에서 대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쳐지는 것이다. 무기력한 정부란 비난을 듣지 않도록 적극적 대처를 주문한다.

2019-03-17 경인일보

[사설]자치경찰제 앞둔 경찰의 참담한 자화상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태가 초대형 경찰비리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버닝썬 사태는 인기스타 승리의 성접대의혹, 정준영의 엽기적인 성추문 의혹 등으로 대중의 관심이 연예계 추문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관점에서는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비리 의혹 규명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상황이 됐다.버닝썬 사태로 드러난 경찰의 비리유착 의혹들은 하나같이 존재의 의미를 부정하는 엄청난 사안들이다. 버닝썬 폭행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또 다른 클럽 아레나의 폭행피해 사건은 관할 경찰조직이 1년 이상 미제사건으로 방치했지만, 미제사건전담팀이 2주만에 가해자를 찾아냈다. 아이돌 그룹 리더 최종훈의 음주운전 보도 무마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의 SNS대화방에는 뒤를 봐준 '경찰총장'까지 등장했다. 이 모든 의혹들과 비리유착 경찰 실세의 존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경찰 조직은 부패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은 드루킹 수사 과정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사행태로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은 특검에 넘어갔고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재판에서 법정구속 당했다. 경찰은 그동안 인사권을 가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권력형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버닝썬 사태로 조직 내부의 건강성을 의심받고 있다.자치경찰제 실시를 앞두고 경찰 공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회의가 고조되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자치경찰과 지방정부 및 토호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이미 정부는 대통령 공약이라며 자치경찰제 시행 로드맵을 밟아나가고 있다. 여당은 지난 11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는 5월까지 5개 광역자치단체를 선정해 올해 안에 자치경찰제를 시범실시한 후 2021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하지만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가 경찰을 불신하고 있다. 버닝썬 관련 경찰비리 증거를 경찰 압수수색을 피해 대검찰청에 넘겨 수사를 의뢰했을 정도다.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 고위 책임자 전원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각오로 철저히 수사해 그 전모를 국민 앞에 완벽하게 공개해야 한다. 자치경찰제든 수사권조정이든 그 이후에 가능할 것이다.

2019-03-14 경인일보

[사설]조합장 선거제도 개선,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부가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부정행위를 뿌리 뽑고자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환영한다.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의 수장을 뽑는 조합장선거는 201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관리하면서 금품 등 부정선거가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4년 뒤인 제2회 선거에서도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등 구태가 반복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을 목적으로 조합원에게 한우 세트, 양주, 현금 등을 돌린 혐의로 후보자와 당선자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조합장 선거는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에만 선거 공보·벽보·어깨띠·전화·문자메시지·전자우편·조합 홈페이지를 활용할 수 있는 등 일반적인 선거보다 선거운동의 폭이 좁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 조합장 후보자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운동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가 과열되는 양상도 나타났다.'깜깜이 선거'의 위력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합장 1천344명 가운데 현직 조합장이 760명 당선되는 등 절반을 넘겼다. 성별로는 남성이 1천334명으로 99.3%나 돼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성은 10명(0.7%)에 불과했다. 신임이나 여성 조합장 당선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공직 선거처럼 예비후보제도를 도입하고 정책토론 등 선거운동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때문에 나온다. 다행히 농림축산식품부는 과도하게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한 현행 규정을 완화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하지만 위탁선거법 개정을 위해선 농협과 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 절대적인 협조 체제가 필요하다. 매번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무자격 조합원을 없애고자 농협중앙회와 합동점검을 강화하고, 조합원 확인 방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격이 없는데도 명부에 이름을 올려 한 표를 행사하는 무자격 조합원 탓에 선거의 효력을 문제 삼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4년 뒤인 2023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또다시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은 법률 제도를 보완해 제대로 된 일꾼을 뽑기를 기대해본다.

2019-03-14 경인일보

[사설]반갑지 않은 26만명 노인 일자리 증가

지난 2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월보다 26만3천명이 증가했다. 일자리 감소 때문에 모두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들려 온 소식이라 반길 만도 한데 표정들이 영 아니다. 이유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5만명 후반대 규모로 시행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한 60대 취업자가 대부분이어서다. 덕분에 60대 이상의 취업자는 1982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내용을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가 23만7천명(12.9%), 농림어업 취업자가 11만7천명(11.8%) 늘었다. 반면 민간기업이 만들어낸 안정적이며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와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15만1천명, 3만8천명씩 감소했다. 경기상황과 최저임금 등에 영향을 받는 도·소매업 취업자도 6만 명이 줄었다. 내용적으로 고용의 질은 크게 악화됐다. 그 증거로는 고용시장의 주력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가 10만명 이상씩 줄어든 데서 찾아볼 수 있다. 30~40대 종사자들의 비중이 높은 제조업(-15만1천명), 도·소매업(-6만명), 건설업(-3천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2만9천명) 등에선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4월 6만8천명 줄어든 후 감소세가 10개월째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고용전망이 좋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재차 강조하지만,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이 만든다. 물론 지금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나 그건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이렇게 정부의 주도로 비경제활동인구였던 노인들의 구직 활동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실업자는 130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천명이 늘었다. 국내 경기 둔화로 어쩔 수 없다 하나 실업자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우리 목표 성장률 2.6%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도 꺾였다. 문제는 투자 위축과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장기 침체 가능성이다. 지금은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IMF도 이를 주문했다. 정부는 고용 개선의 근본 처방은 재정 투입이 아니라 중단없는 구조개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03-13 경인일보

[사설]친일파의 공덕비 신중하게 처리하라

인천시가 '을사오적' 박제순의 공덕비를 다시 세우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관교동 인천향교 앞에 세워진 역대 인천부사 18명의 선정을 기념하는 비석 중의 하나로 2005년 친일파 공덕비 논란으로 전격 철거된 채 14년간 방치해 왔다. 을사오적의 공덕비를 그냥 세워둘 수 없다는 것이 철거 당시의 논리였다. 박제순(1858~1916)은 1905년 당시 외부대신으로 외교권을 일본에 박탈당한 을사늑약 문서에 서명한 5명의 대신 중 한 명이다. 훗날 그 공로로 일제로부터 자작(子爵) 작위를 받고 조선총독부 고문으로 활동한 대표적 친일파이기 때문이다.인천시가 철거했던 박제순 공덕비를 다시 세우기로 결정한 것은 지역 연구자들 간에 '활용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박제순이 인천부사였던 사실은 인정하되 훗날 친일행위로 훼절한 사실도 시민들에게 알림으로써 반면교사로, 역사교육자료로 삼자는 주장이다. 일제 잔재나 친일파 관련 자료들이라고 해서 없애버리는 태도는 또 다른 기록의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개운하지는 않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그가 인천부사 임기를 마친 이듬해인 1891년에 세워졌다. 비록 박제순의 노골적인 친일행위는 인천부사의 임기를 마친 뒤의 일이라고는 하나 인천부사시절의 행정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다시 세워놓고, 친일행위를 알리는 안내판을 함께 세운다는 것도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제순의 공덕비를 다른 공덕비와 구별하여 보관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중한다면 박제순의 비는 눕혀서 보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인천은 러일전쟁을 분기점으로 일제의 식민도시로 변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인천의 문화유산 가운데 상당수는 직간접적으로 일제의 지배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가 2017년 역대 인천부사의 공덕을 기리는 의미로 추진한 '인천도호부대제' 행사에 친일행적을 한 인천부사가 포함되어 있어 친일파 숭배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여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자는 논리와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을 조정하거나 통합 과정에서 박제순의 공덕비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2019-03-13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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