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수원유상(柳商) 쫓아내는 수원화성 복원사업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복원사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수원화성 복원을 위해 정조대왕이 만든 220년 전통의 팔달문시장 일부를 철거하자 여론이 반발하면서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문화재보호구역 정비계획에 따라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30년까지 총 예산 2천500억여원을 들여 남수문~팔달문~팔달산 사이 끊긴 구간 304m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성곽 304m를 잇는 사업에 시장 점포 100여곳이 쫓겨날 위기다. 시는 팔달로 남수문 옆 일부 건물을 이미 철거했고, 보상 대상인 사유지 9천67㎡ 가운데 20% 가량 보상을 완료한 상태다.정조대왕은 '양반상인론'을 책임질 가문으로 전라도 해남에서 무역업을 하던 고산 윤선도의 후손들을 수원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전국의 눈 밝은 상인들도 정조의 숨은 뜻을 간파하고 하나 둘 수원으로 모여들어 상권을 형성했다. 팔달문시장은 수원을 상업과 경제의 중심지이자 백성이 주인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정조의 애민정신이 서려있는 곳이다. 팔달문시장은 국비·도비·시비·상생자금 등 6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경기도내 대표적 전통시장으로, 지동·영동·로데오 패션1번가·미나리광·못골·공구 등 9개 시장연합회와 통닭거리·가구거리를 아우른다.버드나무가 많은 팔달문시장에 터를 잡은 이들은 '유상(柳商)'이라 불리며 일하는 가치를 이어왔다.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불만 보다 왕이 만든 전통시장이라는 상징성 훼손에 더 크게 분노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범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원의 전통 중심상권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명맥을 이어온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상인들은 주변 지역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2~3년 뒤 상권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와중에 철거 날벼락을 맞았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문화재보호구역 내 정비를 위해 일부를 철거하는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상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기에는 너무 뻔한 답이다. 상인들이 왜 분노하는지 그들의 호소를 들어야 한다.수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도시이자 대동(大同)의 도시다. 위기는 기회다. 수원화성과 전통시장이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세계적 관광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백성의 풍요로운 삶을 꿈꿨던 애민군주 정조대왕의 정신을 되새겨볼 때다.

2020-01-16 경인일보

[사설]문재인 정권, 진영 내부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현 정권 비리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 간부들을 모두 갈아치운 검찰 인사와 관련한 후폭풍이 정권을 향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인사과정에서 사실상 배제시킨 절차적 적법성과 정권 비리의혹 수사지휘부 교체의 타당성과 관련한 검사들의 반발이 집단화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진보진영 핵심 시민단체의 간부가 검·경수사권조정에 반발해 사퇴하고, 진보성향 판사들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응에 항의하고 나선 사태는 심상치 않다. 이들의 비판과 반발은 정권의 법치(法治) 의식에 대한 의심으로 귀결된다.검사들의 반발은 법이 정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검찰인사 협의를 무시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은 '법정 협의'에 따라 진행됐던 기존의 협의절차를, 정부의 인사권으로 무시했다. 추 장관은 절차 규정 없이 진행된 과거의 협의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납득할 만한 새로운 절차를 만들어 협의해야 했지만, 그저 "명을 거역했다"며 윤 총장을 하대했다. 대통령은 전국민이 지켜본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임명했던 전 법무부장관과 전 검찰총장의 인사협의를 '밀실 협의'로 부정했다. 법정 협의를 무시한 정권의 검찰인사 결과는 권력비리 수사지휘부 해체였다. 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사들의 반발을 꾸짖을 이유가 없다.친여 핵심시민단체 간부와 진보성향 판사들의 반발은 정권에게 더욱 뼈 아플 것이다. 참여연대 양홍석 공익법센터 소장은 검·경수사권조정 관련 법안 개정과 관련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 시점·범위·방법을 제한한 것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측면에서 부당하다"며 사표를 던졌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이끌었던 재야의 실세가 '개악'을 선언한 셈이다. 진보성향 판사들은 청와대의 검찰 압수수색 거부를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 판사는 "나중엔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고 비난했다.민주화 운동의 적통세력인 문재인 정권이 법치를 의심받는 상황은 대범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대통령, 법무부장관, 정부여당까지 정권의 법적 권한행사를 강조한다. 하지만 검사, 진보시민단체 간부, 진보성향 판사들까지 정권의 준법의식을 의심하고 비판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무서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말대로 "진보파가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 동일하다"고 경고했다.

2020-01-16 경인일보

[사설]초법적인 '주택 매매 허가제' 부작용도 우려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한 다음 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에 발맞춰 추가 고강도 대책을 시사한 느낌이다.'주택 매매 허가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 번 거론된 적이 있다. 2003년 10·29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방편으로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 제한하는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 때문에 도입을 보류하면서 차선으로 '부동산거래 신고제'가 시행됐다. 물론 이날 강 수석의 발언은 "아직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라는 전제를 단 것이지만, 문 대통령 핵심 참모의 입에서 '주택 매매 허가제'가 거론되자 부동산 시장이 크게 술렁거렸다.정부는 그동안 무려 18번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실 이 정도면 '남발'에 가깝다. 가장 최근 발표된 12·16 대책은 분양가 상한제를 수도권 322개 동으로 확대하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와 함께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그러자 집값은 강남에서 강북으로 또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확산했다. 전셋값도 폭등했다. 부동산을 경제논리에 맡겨 시장의 흐름대로 가게 놔둬야 하는데도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하니 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또다시 '주택 매매 허가제'라는 고강도 규제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 보면 청와대가 꽤 다급했던 모양이다. 서울의 집값이 폭등할수록 지방 거주자와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 분위기에서 4·15 선거를 치른다면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보는 국민이 뜻밖에 많다. '주택 매매 허가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행하면 반발도 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은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시중 유동자금의 물꼬를 터주고,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등 모든 걸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선거를 의식해 마구잡이로 정책을 남발하다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

2020-01-15 경인일보

[사설]정치논리로 변질한 인천 체육회장 선거

새해 들어 전국은 체육회장 선거 열기가 뜨겁다. 체육회는 전국 중앙조직과 지방조직이 있는데, 17개 광역시도 조직과 245개 시도별 체육회 회장 선거가 1월중에 치러지고 있다. 그동안 시군구, 시장과 도지사가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겸직해오던 것을 금지하고 정치인들이 맡아왔던 종목별 단체장 겸직을 법으로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민선체육회장 선거는 정치 논리로 횡행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인천시 체육회장 선거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체육계도 술렁거리고 인천시 내부도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8일 실시된 인천시 초대 민선 체육회장 선거에서 강인덕 당선자가 177표를 얻어 2위 이규생 전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을 6표 차로 꺾고 당선되자 정치계에서는 체육회장 선거를 놓고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체육회장 선거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강 당선자가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한국당 소속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측근인데다, 유 시장 재직 시절 인천시 체육회 상임부회장과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사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낙선의 고배를 든 이규생 전 사무처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인천 계양 을)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인천시 체육회장 선거는 결국 두 전직 시장의 측근들이 치른 대리전이었던 셈이다. 강 당선자의 당선 소감도 다분히 정치적이다. 인천시 체육회장선거를 아예 보수의 승리로 규정하고 4·15 총선의 예비선거로 본다고 하면서 스스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여 논란을 자초했다. 선거공약 발표 당시 민간인 체육회장으로 선출된다면 체육회를 정치로부터의 독립, 자율적인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체육단체를 정치 외곽조직으로 활용하는 '적폐'를 근절하고, 체육인들이 스스로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체육진흥에 전념하라는 취지건만 막상 선거전은 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다. 수도권의 경기도체육회장 선거나 서울시체육회장 선거도 정치선거로 변질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체육회장 후보들이 경기도에서는 이재명 도지사와 교감을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서울시에서는 박원순 시장과의 친밀도가 선거 마케팅의 쟁점이 되고 있다. 단체장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민선체육회장 시대의 기본 취지를 망각한 일부 체육인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되며, 이를 근절할 제도의 보완도 절실하다.

2020-01-15 경인일보

[사설]사립유치원 유아교육 현장 이탈 가능성 주목할 때

국회가 지난 13일 패스트트랙 1호 법안인 '유치원 3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는 제도적으로 일단락됐다. 개정 3법 중 사립학교법은 유치원 교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유아교육법은 사립유치원에 국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했다. 사립유치원의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분담금 회계를 단일화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한 뒤 교비의 사적 유용이 드러나면 엄벌하겠다는 것이다.유치원 3법 개정은 사립유치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교비 횡령을 저질러 적발된 비리 유치원 명단 전체를 공개하자, 여론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유치원 원장과 가족들이 교비로 명품백과 성인용품을 사들이고 생활비로 쓴 비리 내용들은 반교육적이고 파렴치했다. 또한 잇따라 폭로된 사립유치원들의 부실 급식 실태는 참담했다.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비리 유치원의 실태는 결국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어졌고, 학교급식법 개정이 추가된 유치원 3법 개정에 이른 것이다.그러나 유치원 3법 개정으로 사립유치원의 교비횡령 부실급식 비리를 막을 수는 있지만, 유치원 교육 정상화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립유치원은 설립자가 토지비와 시설비를 전액 투자한 뒤 원생을 모아 국고보조금과 학부모분담금으로 운영해 수익을 남기는 구조다. 교육관련 법령에 속한 교육기관이자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사업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이러한 이중적 성격의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의 주역이다. 수익 보장이 막히면 유아교육 시장에서 이탈하는 사립유치원이 속출하고 이는 유아교육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5월 사립유치원을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겠다며 사립유치원 매입공고를 내자, 매입 조건에 맞는 239개 유치원 중 85개 유치원이 신청했다. 유치원 운영 의사를 포기한 설립자가 36%에 달한 것이다. 사립유치원 단체는 정부에 사립유치원 전체 매입을 요구하는 실정이다.유치원 완전 공립화까지는 사립유치원에 유아교육을 맡겨야 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유치원 3법 개정안 시행 결과를 면밀하게 살펴 사립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도 별도 마련해야 한다. 비리 유치원이 문제지, 사립유치원이 나쁜 것은 아니다.

2020-01-14 경인일보

[사설]유권자에게 명분 없는 선택 강요 말아야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천 연수구을 선거구가 초반부터 최고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때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현역 야당의원의 응전, 문재인 대통령 역점사업인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실천한 여당 예비후보의 상징성과 당내 경선, 여당과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범여권 정당대표 경력 비례출신 의원의 도전, 차기 당권은 물론 대권까지 내다보는 타 선거구 4선 여당의원의 험지출마론 등 이번 총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집약돼 있는 선거구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선거구를 다 훑어보아도 이런 상징적인 대결 국면이 동시에 전개되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연수구을 선거구는 이미 인천을 뛰어넘어 전국적 '핫 플레이스'가 됐다. 그런데 지금 연수구을 선거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난무하는 설들이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 차원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한 여당 중진의 연수구을 출마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연수구을 선거구에서 인천 계양을 출신의 4선 송영길 의원을 후보군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당장 송 의원은 "당이 날 흔들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같은 당의 예비후보도 자신이야말로 승산이 있는 후보라며 펄쩍 뛰었다. 이런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공학적인 계산에서 비롯됐다. 송 의원의 발언을 빌리자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분 없는" 일이다. 그동안 지역구에서 공들여온 예비후보들에게도 못할 짓이다.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토대로 한 범진보 후보 단일화 추진도 명분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연수구을 선거구에서 국민의 당과 단일화 합의와 경선, 그리고 불복의 과정을 거친 끝에 패배했다. 단일화에 나섰던 두 후보의 표를 합산하면 당선자보다 많아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정의당과의 단일화설이 나돌고 있다. 이 또한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의 다색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정권을 획득하는데 있고, 그러기 위해선 선거에서 이겨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권자들에게 명분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그 선택의 폭 마저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가 명분을 잃으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야합이다.

2020-01-14 경인일보

[사설]정당 통합, 금도를 지켜야 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당들은 총선체제로 돌입했다. 현재의 정당구도가 보수야당과 범여권 성향의 야당으로 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합 논의가 활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당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것은 연합정치의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지난 5일 창당한 새보수당이 자유한국당 및 시민단체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구성하고 중도보수통합에 나선 것은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을 하나로 모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지난 12일 창당한 대안신당이 제3지대에서 중도세력 통합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안철수 전 대표가 어떠한 세력과 결합하느냐도 21대 총선의 승패를 가늠할 주요변수 임에 틀림없다. 안 전 대표가 혁통위와 결합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여 중도지향의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느냐는 야권 전체의 판도를 가를 중요 변수다. 보수야당과 중도진보 성향의 야당들이 어떠한 조합으로 이합집산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선거지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통합의 대의와 이념 지향이 불분명한 채 선거승리만을 위해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합당을 도모하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는다. 정치는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취하는 작업이고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정당의 명암이 갈리는 것을 무수히 보아왔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보수재건 3원칙 중 탄핵에 관련된 사항을 정리하지 못하고 한국당내 친박 강경 세력이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면 보수진영이 단일대오로 집권세력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연합정치의 긍정적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중도보수와 개혁보수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쓰이는 것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보수진영이 추구하는 중도와 제3지대의 중간지대란 의미에서의 중도라는 단어의 차별성을 발견하기도 어렵다.집권여당의 지지율이 안정적 상승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야권이 초조한 나머지 민생과 정책적 공감대 보다는 선거공학적 연대 및 통합에 집착한다면 결국 지분과 공천 다툼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총선때까지 남은 90일이면 선거국면에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수야당과 진보야당 모두 최소한의 명분과 유권자를 의식하는 성숙한 자세로 정계개편에 임할 때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20-01-13 경인일보

[사설]억지로 특성화고 가야하는 일반고 지원생

인천지역 일반고(인문계) 입학전형에서 해마다 수백 명의 응시생이 낙방하는 관행이 올해도 이어졌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탈락자는 매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고입배정예정인원을 1만7천36명으로 확정했다. 일반고 탈락 인원은 312명이며, 올해 지원자 수는 1만8천222명(자사고, 외고 지원자 등 포함)이었다. 탈락 학생들은 중학교 내신에 근거해 성적 역순으로 구성됐다.인천시교육청은 올해 평준화 일반고 지원자 312명을 탈락시킨 가장 큰 이유로 특성화고(직업계고)와 섬·농어촌 지역 특수지 일반고 학생 모집에 대한 결원을 꼽았다. 탈락 학생들은 특성화고나 섬·농어촌 지역 특수지 일반고 추가모집을 통해 진학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도 수백 명의 학생이 '울며 겨자 먹기'로 특성화고로 진학하게 된 것이다. 인천지역 일반고 탈락자는 학령인구 감소추세와 상관없이 2015년 545명, 2016년 209명, 2017년 373명, 2018년 332명, 2019년 229명 등 매년 수백 명에 달했다.인천지역 특성화고는 지원자 부족으로 매년 200~500명 학생의 결원이 생기고 있다.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모집에 앞서 지난해 12월 초에 진행한 고입 전형에서 특성화고는 540명, 특수지 일반고는 332명의 결원이 생겼다. 시교육청이 수년간 산업수요와 학생 선호도 등을 반영해 특성화고 학과개편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미달 된 것이다. 지원자가 없어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를 일반고 탈락 학생으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 지원은 2, 3학년을 대상으로 확대되며, 내년엔 전면 실시 된다. 이처럼 교육 복지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성적에 의해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받는 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교육계에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닌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 실질적인 특성화고 학과 개편, 일반고·특성화고 동시 모집 등 다양한 방식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청과 지자체만의 힘으로 문제 해결에 역부족이라면 이를 정부의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학생들의 적성과 관심을 진학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진로·직업교육과 특성화고 개편이 시급하다.

2020-01-13 경인일보

[사설]미봉책에 불과한 수도권 생활쓰레기 반입 총량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올해부터 생활쓰레기 반입총량제를 실시중이다. 수도권매립지에 생활쓰레기를 반입하는 경기·인천·서울 등 3개 광역단체의 64개 시·군·구는 이에따라 올해부터는 2018년 생활폐기물 반입량의 10%를 줄인 양만 매립지에 반입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다음해 반입수수료가 두배로 오르고, 반입 자체를 거부당할 수 있다. 경기도는 2018년 대비 3만6천t, 인천시는 1만1천t, 서울시는 3만1천t의 매립지 반입 생활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당연히 수도권 일선 지자체들은 수도권매립지에 가져다 묻었던 생활쓰레기 중 10%를 어떻게 줄일지를 놓고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생활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도민 캠페인을 벌이고, 인천시는 쓰레기 봉투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산하 지자체의 생활쓰레기 반입 목표량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생활쓰레기를 감축할 현실적인 대안인 쓰레기소각장 신설 계획은 지지부진하다. 경기도는 내구연한이 지났거나 직면한 도내 26개 소각장을 대체할 소각장 신·증설에 난항을 겪고있다. 인천의 청라소각장 현대화사업, 계양구 광역소각장 신설사업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 민원 때문이다.매립지관리공사의 생활쓰레기 반입총량제 시행은 고육책이자 미봉책이다. 현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사용연한이 급증하는 생활쓰레기 반입으로 2025년 8월에서 9개월이나 앞당겨지자, 지난해 3개 시·도가 일단 사용연한 연장을 위해 생활쓰레기 반입량 감축에 합의한 것이다. 여기에 2025년 이후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주장하는 인천시의 강경한 입장에 따라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시간벌기용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하지만 수도권 쓰레기 처리 문제는 생활쓰레기 반입총량제라는 고육책과 미봉책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천시의 주장대로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하려면 올해 당장 대체매립지를 선정해야만 2025년 이후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현재의 수도권매립지를 연장사용하려면 이 또한 올해 부터 3-2 매립지 기반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두 개의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하건 친환경 매립을 위한 3개 시·도와 산하 기초지자체의 소각장 및 전처리시설 신·증설이 진행돼야 한다.수도권 광역, 기초지자체가 서로의 이해를 앞세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정부가 앞장서 종합하고 조율해야 할 현안이다. 수도권 쓰레기 처리 문제는 미봉의 시간이 지난 지 오래다.

2020-01-12 경인일보

[사설]나랏빚, 퍼주기가 아니라 성장잠재력 향상에 써야

지난해 나랏빚이 4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국채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발행액 합계에서 상환액을 뺀 부채 순증액이 2015년 78조5천억원, 2016년 38조2천억원, 2017년 35조5천억원, 2018년 15조6천억원 등으로 감소했는데 작년에는 51조6천억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재정수지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작년 11월까지 누적세수는 276조6천억원으로 재작년 11월 대비 3조3천억원의 세수입이 감소했다. 작년도 나랏빚은 중앙정부 700조원 등 대략 1천500조원이다.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을 편 것은 설상가상이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를 합친 나랏빚이 연평균 37조원씩 늘었지만 2020~2023년에는 연평균 82조원으로 과거 대비 무려 2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작년 10월에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근거로 "2020년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지 않아 건전성 면에서 OECD 국가들 중 최상위"임을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린다"고 언급했다.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미국(107%), 일본(224%) 등에 비해 매우 양호하다. 선진국(OECD) 평균 110.5%에도 한참 못 미친다. 게걸음 내수부진으로 확장재정의 당위성이 있는 데다 저금리로 이자부담도 적다. 앞으로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면 기준금리(1.25%)를 더 낮출 수도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가부채비율이 2023년에 46.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낮은 나랏빚 비율에 집착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어 걱정이다.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은 '빚은 공짜가 아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초저금리시대에 빚을 내서라도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우나 신흥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만 넘어도 위험확률이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같은 개발강소국들은 나랏빚이 약간만 늘어나도 대외신인도가 나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양호한 국가채무비율은 5천만 국민의 최후보루이다. 무차별적인 재정살포 대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의 안정적 재정운용이 정석이다. 총선용 퍼주기 의혹 또한 커지고 있다. 배 밭에서 갓끈 고친다는 오해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2020-01-12 경인일보

[사설]학교의 정치화는 반드시 막아야

만 18세까지 선거 연령을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는 14만여명이 새로 유권자가 됐으며 경기지역 3만5천여명, 인천 8천여명의 학생도 유권자가 됐다. 우려했던 대로 4·15 총선 예비 후보들이 너도 나도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출몰'해 학교 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고등학교 졸업식을 정치인들이 놓칠 리 없다.당장 교육계 양대 단체 중 하나인 교총은 학교·교실 내 선거운동 및 정치활동을 금지·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법 등 관련법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후폭풍은 이미 예견됐었다. 김대년 전 선관위 사무총장은 2017년 9월 국회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려면 많은 규제 조항을 둬 교육 현장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권순일 선관위원장도 2017년 12월 "교육 시설을 선거운동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4+1 협의체'는 학교의 정치화를 막을 보완 입법 없이 선거 연령만 낮췄다.교육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선거교육을 위한 공동추진단을 구성하고, 3월 전에 선거법 위반방지 사례집 배포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고3 학생들을 살벌한 선거판에서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정 교원단체와 학생들의 갈등을 빚은 인헌고 사태가, 선거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한국 선거판의 악폐를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선거법 시비에 휘말릴지 짐작 조차 못할 상황이다.선거연령 인하가 시대의 추세이고 18세 청소년의 성숙한 정치의식을 신뢰한다 해도, 학교 현장을 정치판에서 보호해야 할 기성세대의 의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재의 선거법과 정당법대로라면 총선 후보들의 고교 유세를 막을 수 없고, 18세 청소년의 정당활동도 제한할 수 없다. 학교의 정치화를 막을 관련법 개정은 물론, 선진국처럼 18세 전에 고등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학제변경도 장기적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와함께 학교 정치교육의 대원칙도 마련해야 한다. 강제적 주입식 교육을 막고, 사회적 현안의 논쟁성을 인정하며, 학생의 자율적 역량을 보호하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참고할 만하다.

2020-01-09 경인일보

[사설]공수처의 어두운 미래 보여준 윤석열 고립 인사

정부가 결국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모조리 잘라내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했던 인사였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수사지휘 검사들을 잘라내는 인사가 불러 올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가 검찰 인사의 폭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실낱 같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가 무색해진 윤석열 고립인사는 철저하고 빈틈없이 단행됐다.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합법적인 인사권 행사를 강조했지만, 검찰의 수사독립을 정면으로 무시한 이번 인사의 옳고 그름의 문제는 반드시 가려야 할 정치적, 사법적 과제로 남을 것이다.더 우울한 일은 이번 '윤석열 고립인사'를 통해 올해 중에 신설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어두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점이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에 대해 좌고우면 없이 수사권을 행사한 검사다운 검사로 유명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 당한 이유도, 현 정권 들어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고 그 결과로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도,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한 전력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당부한 것도, 윤 총장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변한 것이 없는데, 청와대 발 권력비리 의혹이 발생했고, 정부는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고립시켰다.정부가 합법적 권한을 내세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중인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는 인사를 단행하는 정치현실에서,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범죄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가 본연의 임무를 중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공수처장은 인사추천 과정을 거치지만 여권의 구상대로라면 범여 1, 2 정당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정권 입맛에 맞는 처장을 임명할 수 있고,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속한다. 인사추천과정만 거치면 공수처장 통제권이 오로지 대통령에게 속하는 것이다. 이런 공수처에 검·경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는 순간 부터 보고를 해야 한다.검찰은 인사권으로 무력화시키고 무소불위 공수처는 사실상 대통령 직할기구로 전락한다면,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정권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우려가 높다. 이번 검찰 인사로 인한 정치적 사법적 부담은 정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공수처를 정권과 정치로부터 독립시킬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작업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마자 착수해야 한다.

2020-01-09 경인일보

[사설]소방관 생명줄 공기호흡기, 안전기준 있기나 하나

지난해 경인일보가 보도한 핵심소방장비인 공기호흡기 납품 부조리 의혹은 충격적이었다. 사실상 공기호흡기 조달을 독과점한 '(주)산청'이 공기호흡기 밸브를 자체 생산제품으로 장착하기로 설계 검사를 받은 뒤 하청업체가 제작한 미인증 밸브를 장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소방청이 국비를 투입해 진행한 'HUD(전방표시장치) 공기호흡기' 개발사업에 산청의 구형 특허기술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산청이 HUD 공기호흡기 납품독점권을 2023년까지 획득한 사실도 지적했었다.하지만 보도 이후 소방관의 생명줄인 공기호흡기 안전기준이 정비됐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안전기준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지난 연말엔 공기호흡기의 공기잔량 경보장치 작동기준에 미달되는 공기호흡기가 소방관에 지급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 경보장치는 공기호흡기내 공기압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소방관이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화마 속에서 소방관을 지켜줄 필수장비다. 형식승인 기준 공기압은 75bar다. 하지만 실제로 대량공급된 공기호흡기의 경보기준은 55bar였다.55bar 기준은 75bar에 비해 약 3.4분 경보가 늦게 울린다. 소방관은 이 시간만큼 화염속에서 더 버텨야 한다. 경보기준 55bar 공기호흡기를 공급한 업체는 한컴라이프케어다. 미인증 밸브 장착 공기호흡기를 공급했던 (주)산청이 매각돼 사명이 변경됐다.또 최근에는 공기호흡기 제품기준에 방폭인증 조건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등 선진국은 공기호흡기의 전기회로가 화재현장에서 폭발 점화원이 될 수 있어, 공기호흡기 방폭인증을 제조 필수조건으로 규정했다. 방폭인증을 받은 제조업체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소방당국은 공기호흡기 표준규격에 방폭 인증을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소방관 공기호흡기 조달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은 미인증 밸브와 형식승인 기준을 어긴 공기잔량 경보장치를 장착한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했다. 하지만 제품 제조기준을 만들고 검증해야 할 소방산업기술원과 최종적으로 소방관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소방청은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는데 그치고 있다. 소방관 안전확보가 사명인 공공기관과 정부조직이 위험한 공기호흡기 제조기준과 조달시장을 유지하는 이유를 철저하게 파헤칠 때가 됐다.

2020-01-08 경인일보

[사설]하도급이 부른 타워크레인 참사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인명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3일 인천의 신축공사현장에서 해체작업 중인 30m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작업중인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타워크레인 사고로 2016년에 10명이 숨졌고, 2017년에 한 해 동안 17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가 타워크레인 작업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58억원의 예산을 들여 크레인 설치와 해체를 실습하는 교육장까지 인천에 만들었지만 인명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타워크레인은 상당한 높이와 크기, 무게를 지닌 구조물이기 때문에 높을수록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한 중장비다. 만약 기둥 내부에 구조적 결함이 있거나 다른 중장비와 충돌 등 외부요인으로 조금만 흔들리게 되면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져 기둥이 부러지거나 휘게 된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기계설치 전문 비계공들이 크레인을 올리거나 해체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두 달 전 안전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아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사고원인으로 보인다.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대책이 필요하다.타워크레인 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 건설공사가 고층화되면서 타워크레인 수는 급증하고 있으나 고령자가 많은 기계설치 전문 비계공 인력은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이 수급의 불균형 때문에 날림작업이 빈번하고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 문제이다. 공사현장에서 크레인 등 중장비를 최저가로 입찰해 하도급을 주다 보니 업체는 비용절감과 작업 공정률에만 매달릴 뿐 안전은 뒷전이다.이번 사고의 사상자도 모두 시공사가 계약한 크레인 해체 협력업체에서 다시 하청을 받은 노동자들이었다. 현장에 꼭 필요한 신호수 배치나 현장 관리감독 체계, 작업자 간 소통 등의 절차는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현장직원도 대부분 계약직이어서 근로자들의 작업을 실제로 통제하기 힘든 실정이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작업팀도 작업량에 따라 보수를 받기 때문에 작업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건축현장을 비롯한 대형공사에 타워크레인의 하도급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2020-01-08 경인일보

[사설]일본계 기업에 농락당한 한국 환경행정

최근 경인일보 보도로 밝혀진 일본계 A기업의 유독화학물질 사용규정 위반사건을 살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다. 경기도시공사와 파주시는 지난 2011년 파주 외국인투자산업단지 조성을 완료했다. 이에 앞서 2006년 두 기관과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한강청)은 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주기업들은 6개 유독화학물질 사용을 못하도록 했다. 이를 산업단지 입주조건에 명시했다. 위반한 업체에 대해 임대를 취소할 수 있는 강제규정이다.그런데 문제의 A기업은 2012년 산업단지 입주 이후 최근까지 제조공정에서 발암물질인 톨루엔을 사용한 사실이 직원들의 내부제보로 드러났다. 이 회사 직원 80여명 중 30여명이 톨루엔에 노출된 상황에서 근무했고, 매달 평균 사용량은 180㎏에 달했다. 톨루엔은 강력한 발암물질이다.우선 A기업의 양심불량은 묵과할 수준을 한참 넘었다. 특히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제공한 파격적인 조건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파주 외국인투자산업단지는 최장 50년동안 매출액(250만~500만달러)과 고용인원(70~200명) 등에 따라 최대 100~75%까지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이런 혜택을 누리면서 진출국이 설정한 최소한의 환경규정마저 어겼다면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용납할 수 없다. 무엇보다 발암물질에 다년간 노출된 근로자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A기업은 입주기업의 환경의무를 보란듯이 무시함으로써 진출국의 호의를 조롱하고, 근로자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하지만 A기업의 안하무인을 방치하고 놀아난 우리 환경행정 또한 묵과할 수 없다. 특히 A기업이 2018년 3월 톨루엔 사용신고를 하자 한강청이 사용허가를 내준 대목은 너무 기가 막혀 말문을 열기 힘들다. 2006년 입주기업의 유독화학물질 사용 금지를 주도한 한강청이 2018년엔 이를 허가했다. 이유가 황당하다. 허가부서가 2006년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몰랐다는 것이다.직원들의 내부 제보가 있기까지 7년 동안 금지된 화학물질 사용을 방치한 환경행정의 공백과 자신들이 사용금지를 주도한 유독화학물질 사용을 허가한 한강청의 극단적인 칸막이 행정은 참담하다. A기업이 눈 먼 한국 환경행정을 조롱했을까봐 얼굴이 뜨겁다. 관련 상급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2020-01-07 경인일보

[사설]시급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종합병원 건립

인천의 의료환경은 전국 시·도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통계청 등 정부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인천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는 11.51개로 광역시 가운데 꼴찌다. 27.91개의 광주광역시가 가장 여유롭고, 부산시가 20.47개, 대전시가 16.02개, 대구시가 15.02개, 울산시가 13.39개다. 인천의 군·구 가운데에서는 중구가 1천명당 16.3개로 병상 수가 가장 많은 반면 옹진군은 3.57개, 연수구는 5.02개로 병상 수가 가장 적다. 17개 시·도를 다 포함해도 인천은 13번째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의료환경이 이렇게 열악한 데에는 상주인구가 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안에서의 종합병원 건립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7공구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지에 500~800병상 규모의 세브란스병원 건립예정지가 포함돼 있지만 지난 2010년 3월 개교한 국제캠퍼스와는 달리 세브란스 병원은 사업성 부족과 대학 내부 사정을 이유로 지금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송도 1공구에도 8만719㎡ 규모의 종합병원 부지가 있다. 재작년 정부가 규제 개혁 차원에서 국내 종합병원의 입주도 허용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전문병원 복합단지 조성사업도 추진됐으나 외국인투자법인 구성에 실패해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청라국제도시에서 종합병원 건립사업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5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 의료바이오 관련 산학연 시설, 업무 및 상업시설이 포함된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지침서를 인천시와 경제청 홈페이지에 게시한데 이어 내일 서울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3월 말까지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 후 4월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미 청라에서도 추진하던 사업이 수포로 돌아간 사례가 있다. 수의계약 가능 여부를 놓고 정부부처와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준비와 검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청라의 '진전'이 송도의 '갇힌' 상황을 타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열악한 인천 의료환경의 개선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할 사업들인 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2020-01-07 경인일보

[사설]보수정당 총선 통해 환골탈태해야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데는 인물, 정당, 구도, 정책·이슈, 선거 당시의 쟁점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이 중 구도는 어떤 변수보다도 중요하다. 대체로 국회의원 선거는 정권심판론의 회고적 투표의 성격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 단계의 여론조사들은 야당심판론이 정부심판론보다 우세한 상황이다. 이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강경투쟁과 수구적 태도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보수야당들의 재편 움직임을 주목할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야당 발 합종연횡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선거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유승민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창당한 새로운보수당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느냐와 바른미래당과의 결합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안 전 대표가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독자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능성은 좀 떨어지지만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한국당과의 연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선거가 정부심판론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려면 야당, 특히 제1야당이 대안정당과 수권정당의 행태를 보이고 집권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당의 리더십 부재와 협상을 외면한 강경 일변도의 투쟁방식이 피곤감과 중도층 이탈을 가져오면서 야당심판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당 지도부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보수 진영이 통합하지 않으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범여권 성향의 소수야당들의 연대로 한국당은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비례자유한국당'이 비례의석의 대부분을 석권할 수 있다고 자신할지 모르나 이는 유권자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다. 국민이 가진 능력만큼 그에 맞는 정치체제를 갖는 법이다. 우리 유권자는 정치권을 항상 선거에서 심판했다. 결코 낮지 않은 정치적 식견을 국민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보수진영과 중도 성향의 정치세력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중도개혁성향의 합리적 보수를 기치로 통합할 수 있다. 그래야 민주당과 제대로 된 경쟁을 치를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과 연대를 모색하면서 보수 빅 텐트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통합하는 쪽이 승리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공식이다.

2020-01-06 경인일보

[사설]강화 대룡시장 원주민 보호대책 필요하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 상인(원주민)들이 비싼 임차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인 유입으로 임차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인천의 작은 섬마을까지 덮친 것이다.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은 TV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점포 임차료 납부 방식이 연세(年貰)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 이는 임차료 상승을 초래했다. 임차료가 무려 12배나 오른 점포도 있다고 한다.임차료가 오른 이유 중 하나는 외부인 유입이다. 옛 전통시장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자, 외부인들이 들어와 커피숍 등을 차렸다. 대룡시장 상인의 20%는 외지인이며 이들의 매출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상인회 설명이다. 관광객이 많이 늘었지만 정육점, 약국, 슈퍼마켓 등의 점포를 운영하는 원주민들의 매출은 변동이 없다고 한다. 관광객이 몰린다고 해서 '대박'을 기대했는데 '쪽박' 신세가 된 격이다.대룡시장은 시간이 멈춘 듯 1960~1970년대 시장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TV 프로그램에 여러 번 소개됐다. 2014년 교동도와 강화도를 잇는 교동대교가 개통하면서 접근성이 향상됐다. 도시에 사는 장·노년층 어르신들은 옛 생각에 잠길 수 있고 젊은 세대는 옛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지만, 원주민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대룡시장은 한국전쟁 때 교동도에 정착한 피란민에 의해 형성됐다. 황해도 연백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만든 곳이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안고 이곳에 정착했다. 실향민 1세대 상당수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눈을 감았고, 그 후손들이 남아 있다. 이처럼 특별한 사연을 가진 원주민들이 비싼 임차료 때문에 보금자리에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그 지역 주민들이 잘사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강화군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원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대룡시장 토지·건물 대부분이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건 안다. 교동도와 서해 5도 등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을 실천하는 분들이다. 대룡시장 원주민들이 자신 또는 부모의 고향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강화군청에서 찾아주길 바란다.

2020-01-06 경인일보

[사설]21대 총선 D-100, 유권자의 관심이 절실하다

오늘로 21대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20대 국회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총선을 통해 구성될 21대 국회를 통해 후진적인 한국정치의 환골탈태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는 거저 얻을 수 없다. 유권자인 국민이 여러 정당의 공약과 후보들에 관심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할 때 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총선은 유권자의 신중한 투표가 각별히 요구된다.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초로 적용되는데다,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53만여명의 청소년 그룹이 새롭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선거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먼저 총선을 앞둔 기존 정당의 분리와 통합과는 별개로 비례대표 연동제를 의식한 신생 정당의 창당이 쇄도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을 공식화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비례전용당 창당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비례대표만을 노린 군소정당의 난립이 예상된다. 중앙선관위는 정당 난립으로 전자개표 대신 수개표를 해야 할 상황을 우려할 지경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지역구대표와 비례대표를 자신의 의지대로 뽑기 위해 심각한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할 형편이다.이번에 새롭게 선거권을 갖게 된 18세 유권자를 향한 정당들의 득표경쟁으로 고3 교실마저 정치로 오염시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선거연령 인하로 청소년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이성적인 정치참여 교육이 가능해진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18세 유권자들이 토론과 타협의 정치문화가 빈약한 현실정치의 선거전략을 감당하고 헤아릴 수 있을지는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해야 할 숙제다.지역과 이념에 따른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투표로 선출되고 지지받은 국회의원과 여야 정당들은 정략적 이익만 추구하는 분열적 행태를 보여왔다. 한국정치의 퇴행은 국민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극단적으로 강화된 진영간의 적대감으로 인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중도층은 최근 정국에서 목소리를 잃었던 것도 사실이다. 총선이나 대선 때면 언론은 유권자의 권한과 책임을 강조해왔다. 이번 4·15 총선은 제도와 유권자 성향의 전면적인 변화 속에 치러지는 첫 선거인 만큼 유권자의 책임은 훨씬 커졌다. 이번에야 말로 후보와 공약에만 집중하는 선택을 해야한다.

2020-01-05 경인일보

[사설]대통령의 새해경제행보 성과 기대한다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계 및 4대 그룹 총수 등을 불러 정부합동신년인사회를 가진데 이어 3일에는 첫 현장 방문지로 경기도 평택항을 찾았다. 친환경차 486대를 싣고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선박에 올라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2030년 세계 4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10년 시작을 선언했다.하지만 '수출코리아'에 비상등이 켜졌다. 2017년 말부터 시작된 13개월 연속 감소로 지난해에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리 수 감소(-10.3)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브렉시트 등 대외여건 악화에 수출비중이 높은 반도체, 석유제품 둔화를 꼽았으나 수출경쟁력 약화가 화근이다.경제부진도 눈길을 끈다. 청년인구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청년실업률은 증가해 선진국 평균인 9.1%보다 높다. 청년인구 감소에도 청년실업자가 증가하는 사례는 OECD 33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등 6개국 뿐이다. 작년말 기업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증가했는데 이익 감소는 설상가상이다. 지난해 3, 4분기의 상장사 영업이익이 2017년 같은 시기 대비 무려 39%나 감소하면서 희망퇴직 붐이 다시 조성되고 있다.자영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하소연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9%로 10년 만에 최저이나 지난 3년 동안 30% 이상 급등한데다 부동산값까지 올라 임대료도 들먹인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비용이 오른 탓에 지난해 3, 4분기 가계의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4.9%나 감소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에 자영업자수도 19만 명이나 감소했다. 2018년 물가는 사상최저로 일본식 디플레 우려 와중에도 먹거리와 개인서비스료 등 생활물가 상승이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커피, 아이스크림, 라면, 보험료 등이 한꺼번에 인상되어 도미노가격 상승까지 점쳐진다. 작년도 조세부담률은 21.2%로 역대 최고이다.중동 불안 재연에 미국 대선, 미중 갈등과 4월 총선이 변수이다. 지난 2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총선승리로 사회패권 교체" 운운은 경제활성화에 치명적이다. 민초들은 먹거리를 하늘로 삼는 법이다. 대통령의 경제행보 성과를 기대한다.

2020-01-05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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