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20년간 1건 발의됐다'는 주민 조례청구제

주민 조례청구제는 지역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주민감사청구제, 주민투표 주민소환과 같은 주민참여제도의 하나다. 온라인 주민참여조례 시스템 등을 통해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조례 제정이나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 21년이 되도록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무관심, 높은 문턱이 걸림돌이라고 한다. 주민의 직접 참여 확대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 조례청구제를 통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민들이 직접 조례안에 대한 제·개정과 폐지를 청구한 건수는 모두 269건으로, 연평균 13.5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역과 기초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 수가 243개인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당 1.1건인 셈이다. 경기도의 경우 20년간 도민들이 청구한 조례안은 1건에 불과했다. 인구가 많은 도의 특수성으로 기본 요건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1천300만명이 넘는 도의 경우 만 19세 이상 청구권자의 100분의 1 이상인 10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조례청구제가 활성화되면 지역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조례가 제정돼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민원을 상당 수준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이해관계에 얽혀 집행부나 의원들이 논의조차 하지 않는 분야의 다양한 조례들이 발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마침 불합리한 조항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기준 나이를 19세에서 18세로 낮추고 서명 인원을 5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관심과 지원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조례청구제가 활성화되면 지방행정에 다양성을 보태고 주민 직접 참여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사안도 지자체 사정에 따라 적용을 달리할 수 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도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 제·개정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조례를 직접 발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최근 화성시의회가 '화성시 조례입법 지원 조례안'을 의결해 시민을 대상으로 자치법규 교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다.

2020-05-28 경인일보

[사설]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

지난 26일 열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시회에서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이 제출한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이 채택됐다. 전국시도의회가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인천에서는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인천시의회는 이번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시회에 앞서 이미 지난 3월 독자적으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같은 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지난 4월 코로나19 방역태세 점검차 인천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영종도에 감염병 전문기능이 포함된 종합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천에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요구가 잇따르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감염병 유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바로 인천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으로, 매년 5천만명의 입국 검역대상자 중 90%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이었다. 지금도 인천공항에는 해외 감염자들의 입국이 잇따르고 있다. 방역 전선의 최전방에 위치해 있는 만큼 그 어느 지역보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도시인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공항 인근에 항공 재난이나 감염병 유입을 대비해 응급 의료 체계를 갖춘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하지만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요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천·중부·영남·제주 등 4개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으나 인천은 제주와 함께 지난 3월 2020년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배제됐다. 타 권역 모두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지역인 것은 분명하지만 인천이 배제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정서다. 이번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채택된 건의안은 국회와 해당 중앙부처에 전달될 예정이다. 국회와 해당 부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슷한 혼란이 왔을 때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세로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다루기 바란다.

2020-05-28 경인일보

[사설]지자체는 '슬기로운 살림살이' 고민해야

용인시가 내년에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곳간 사정은 빠듯한데 쓸 돈은 늘면서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1천억원이 추가 소요된 게 영향을 미쳤다. 현 상황으로는 정상적인 사업비 확보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시는 과거 경전철 사업 과정에서 파산위기에 몰렸다가 4년여 만에 정상 궤도로 복귀한 아픈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채 발행에 대한 거부감이 큰 실정으로, 실제 발행에 나설 경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시가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지출 규모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올해 본 예산 규모를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2조4천492억원으로 책정했다. 경기 침체 등으로 긴축예산을 편성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는 긴급재난기금 1천8억원 외에도 초·중·고 돌봄지원비 137억원을 지원했다. 또 소상공인과 학원, 어린이집 지원 등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시의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긴축 재정을 통해 지출을 줄이더라도 지방채 발행 없이 내년도 사업예산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시 판단으로 보인다.이 같은 실정은 경기·인천지역 기초지자체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지자체들은 이에 따라 경상비를 줄이고 사업비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추가 지출에 따른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남양주시가 마지막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지 못하겠다고 버틴 이유는 재정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80% 시민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했으나 지자체들의 절박한 현실을 일깨워줬다. 현재까지는 아끼고 줄여서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만 결국은 용인시와 마찬가지로 다른 지자체들도 지방채 발행 여부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다.용인시는 과거 무리하게 경전철 사업을 벌였다 파산 위기를 겪었다. 4년여 만에 극복했지만 시유지를 팔고 사업비를 없애거나 줄이는 등 지역과 시민이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성남시도 한때 시장이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정도로 재정사정이 나빴다. 재정 운용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들이다.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규모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지원금을 주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비난을 감수한 남양주시장의 뚝심과 소신이 평가를 받았다. 각 지자체가 '슬기로운 살림살이'를 위해 더 고민해야 할 때이다.

2020-05-27 경인일보

[사설]기본 방역수칙도 안지킨 쿠팡 발 코로나 쇼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 동안 40명이 늘었다. 서울 19명, 인천 11명, 경기 6명 등 대부분 수도권 확진자다. 2천600만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감염 대란이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확진자 증가세는 지난달 8일 53명이 발생한 이후 49일 만이다. 예사롭지가 않다. 확산세가 끝날 듯하면 다시 늘어 나는 등 마치 하나의 패턴을 그리듯,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국민도 방역 당국도 지쳐간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확산세는 충격 그 자체다. 이곳에서만 그동안 확진자가 36명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을 확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첫 확진자가 오래전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도 '아프면 3~4일 쉬면서 증상을 지켜보는 것'이란 가장 기본적 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물류 특성상 배달지역을 따라 점차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부천에서는 고3을 제외한 전체 251개교가 예정된 등교를 잠정적으로 연기했다. 학부모도 방역 당국도 교육 당국도 불안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최근 코로나 19는 확진자가 주로 젊은 층으로 무증상이나 경증 상태에서 감염되고 있다. 이미 조용한 감염자에 의한 n차 감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 증후군, 이른바 '어린이 괴질'의심 사례도 서울에서 2건이나 신고돼 방역 당국과 학부모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생활수칙 지키기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이제 코로나 19 는 일상적으로 걸리는 감기처럼 은밀하게 자리 잡고 있다가 불쑥 튀어나온다. 이는 여기저기에 '조용한 전파자'가 산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코로나 19의 완전한 퇴치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코로나 19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이제는 코로나 19가 발생 초기에 가졌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역태세를 확고히 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이 예시한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코로나 19는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젠 장기전에 대비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0-05-27 경인일보

[사설]한세대 노사, 갈등 해소위해 머리 맞대야

군포시 소재 한세대학교의 내홍(內訌)이 장기화하고 있다.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지난 3월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2개월 넘도록 쟁의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또 현 총장과 이사인 아들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총장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습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는 부총장을 총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면직 처리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교 측은 일부 사안에 총장 대신 아들이 나섰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중재에 나섰으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세대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인 아들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경기중부지부와 지역 시민단체, 대학노조 경인강원본부, 한세대 교수노조, 직원노조 대표와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공대위 측은 이날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총장은 단 한 번도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채 사태 해결을 위한 그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총장 등 성명문을 발표한 일부 교직원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고 성토했다. 총장의 일방적인 독주와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한세대 사태의 핵심은 총장의 독선과 세습 여부다. 특히 김성혜 총장이 셋째 아들에게 총장직을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이 갈등을 증폭시켰다. 아들은 지난 해 7월 법인 이사로 등재된 이후 학교 행정 전반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이에 따라 총장과 가족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법인이 무력화된 실정으로, 총장직을 아들이 승계할 것이란 전망이다. 총장의 독선과 학사 행정에 대한 불만도 크다. 학교 측이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비정규직 청년 장애인을 해고했으며 임금협상을 불이행하는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이다.대학의 내부 갈등은 외부 개입 없이 스스로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 다만 학생과 지역사회에 피해를 입힐 정도가 돼서는 안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역사회가 나선 마당이다. 내부 사정이 어떻든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측은 특히 아들에 대한 총장직 세습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노사는 진정성을 갖고 마주 앉아야 한다. 그래야 장기 교착상태를 딛고 정상화할 수 있다. 언젠가 해결될 것이란 안이한 태도는 사태를 더 악화할 뿐이다.

2020-05-26 경인일보

[사설]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음모론과 조롱

엊그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은 대표적인 위안부 운동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그리고 두 단체를 이끌어 온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할머니는 진심을 담아 논리정연하게 정대협과 윤 당선자의 위선을 고발했다.하지만 윤 당선자는 잠행하며 침묵하고,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의 함구령을 풀지 않고 있다. 당사자의 침묵과 거대여당의 방관은 이 할머니에게 모욕적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 할머니를 향해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골적인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대표적인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어제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며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게 아니냐"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이번 일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일부 극우세력"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를 배후의 조종을 당하는 꼭두각시 쯤으로 본 셈이다. 역시 친여 인사인 최민희 전 의원은 "이 할머니가 윤 당선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왜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시는지 솔직히 납득 안된다"고 할머니의 고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한 친여 네티즌들의 조롱은 목불인견 수준이다. 유튜브 등엔 이 할머니에게 "토착왜구가 맞네" "친일파네" "뒷배가 누구신지" 등 극단적 혐오표현이 넘쳐났다. 일본장교와의 성행위를 자랑 중이라는 조롱에 이르면 분노가 솟구친다. 이들이 지키려는 진영의 이익이 무엇이기에, 역사적 피해자이자 구순을 넘긴 할머니를 향해 패륜적 조롱을 서슴지 않는 것인가. 같은 회계부정 의혹임에도 윤 당선자의 정의연은 옹호하고 광주 나눔의집은 비판하는 진보 시민단체들의 이중적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이 할머니의 고발로 불거진 윤 당선자와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서두를 정도로 구체적이다. 윤 당선자의 해명은 당연하고, 소속정당인 민주당은 해명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지난 6일 공직선거법 위반, 정당의 공직자 추천업무 방해 혐의로, 사실상 자당 소속인 양정숙 당선자를 고발했다. 지금 민주당이 그 민주당이 맞는지 묻고 싶다. 윤 당선자의 침묵과 민주당의 방관 속에, 이 할머니가 진보진영 일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

2020-05-26 경인일보

[사설]이용만 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이 답할 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어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1차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관련 대표 시민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전 정의연 이사장 윤미향 당선자의 국회 진출을 비판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사례가 속출하고, 윤 당선자의 관련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이 할머니는 고령 탓인지 목소리는 떨렸지만 논리적인 발언과 비상한 기억력으로 정의연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윤 당선자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밝혔다. 할머니는 우선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30년 동안 이용해왔다고 단정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두의 고명으로 쓰고, 김복동 할머니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이용했다"며 정대협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윤 당선자를 용서해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런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번 안아달라고 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안아줬다"는 것이다. 안성 쉼터를 비롯해 각종 기부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단호하게 촉구했다.이 할머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역사교육을 통해 양국의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알고 대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지였다. 이는 정대협이나 정의연이 마땅히 지향했어야 할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방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정리하자면 이 할머니는 정대협과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단체의 이익만 꾀했고, 따라서 윤 당선자는 용서할 수 없으며, 검찰은 드러난 의혹들을 수사하고,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의 향후 운동방향이 미래세대에 대한 역사교육임을 논리정연하게 밝힌 것이다. 구순을 넘긴 이 할머니가 정의연과 윤 당선자에 대한 비판에 사리사욕을 담았을 것으로 보기 힘들다.이제 윤 당선자가 공론장에 나와 답할 차례가 됐다. 당과 친여시민단체의 비호와 곧 획득할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을 가리기에는 사태의 전개가 심상치 않다. 구순을 넘긴 이 할머니가 두 차례나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을, 국회의원 신분이 될 윤 당선자가 외면하면 도리가 아니다.

2020-05-25 경인일보

[사설]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에 놀아난 SL공사

수도권매립지 환경피해지역의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이하 협의체)의 깜깜이 예산운영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협의체 구성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협의체 운영비 감사가 서류 한 장 들춰보지 못한 채 끝나버린 것이다. 협의체에 매년 5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는 지난달 협의체 운영예산을 포함한 대외홍보처 종합감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30여억원이 투입됐음에도 불구, 베일에 가려있던 협의체의 예산운영 실태가 밝혀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특히 올해 초 협의체가 관할지역 경찰에 고급 골프의류 등 수백만원대의 물품을 건네 물의를 일으킨 것을 계기로 협의체 예산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터라 이번 감사는 수도권매립지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정작 감사에 착수한 SL공사는 협의체 측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말았다. '이번 감사는 협의체 운영비에 특정한 게 아니고 대외홍보처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였기 때문에 이대로 종료하기로 했다'는 게 SL공사측의 설명이다. 물론 협의체가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맞다. 협의체는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교체, 자료 인멸 의혹까지 샀다.SL공사는 이번 일로 협의체에 철저히 놀아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애초 운영비 집행 실태를 점검해 줄 것을 요구한 주체가 바로 협의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협의체는 경찰관에 대한 금품 제공 사실이 알려진 후 비난 여론이 들끓자 마치 자정노력을 하는 듯한 액션을 취하다 정작 자료 제출은 거부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에 SL공사는 공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대응하며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감사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엄밀히 말해 SL공사가 협의체에 지원하는 운영비는 수도권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협의체의 운영 예산은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수수료로 조성되는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 총액의 5% 범위에서 편성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종량제쓰레기봉투값이 주 재원인 셈이다. 혈세나 다름없는 돈을 주면서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관리조차 못하는 SL공사에 대해 대수술이 시급해 보인다.

2020-05-25 경인일보

[사설]방역수칙 앞장서 무시한 인천시와 화성시의회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으로 전국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인지역 공직사회에서 방역수칙을 앞장서 무시한 일이 속출해 비난을 사고 있다. 한 공중파 방송 드라마 제작업체는 지난 20일 오후 7시부터 인천시청 앞마당(인천애뜰)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7시간 동안 드라마 촬영을 진행했다. 드라마 촬영 특성상 방역수칙인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인천애뜰이 인천시가 같은 날 고시한 집합행위 금지 대상지역으로, 고시를 어긴 집합행위는 벌금 300만원을 물어야 한다.인천시가 집합행위 금지조치를 고시한 이유는 명백하다. 이태원클럽을 방문한 학원강사 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인천 방역선이 무너지고, 이날 첫 등교했던 5개 구청 고교 3년생 전원이 귀가조치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집합행위 금지를 고시한 것이다. 그런데 집합행위 금지를 고시한 날 시청 앞에서 벌어진 고시 위반행위를 방치한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고시 전에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인천시는 고시에 따른 허가 취소를 고지하지 않았다. 경인일보 지적이 나오자 24일 예정된 추가 촬영 허가를 취소하고, 집합금지 내용을 완화한 고시를 재고시하는 것으로 사태를 봉합했다. 시민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악의 위기감을 절감하고 있는데, 시는 전형적인 탁상머리 행정으로 신뢰를 잃었다.지난 20일 저녁 화성시의회가 강행한 술판 연찬회도 기가 막히긴 마찬가지다. 화성시의회는 다음달 행정사무감사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시내 한 호텔에서 상반기 의정세미나를 강행했다. 경기도의회를 비롯한 다른 광역·기초의회가 코로나19를 의식해 상반기 연찬회를 취소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세미나까지는 마스크를 썼던 참석자들은 만찬이 시작되자 마자 일제히 마스크를 벗고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인천과 마찬가지로 이날 화성 인근 안성시에서 이태원클럽 관련 확진자가 발생해 전체 고교가 고3학생 등교를 전면 취소했다. 화성시 역시 이태원클럽 집단감염 확산 공포에서 열외일 수 없었던 상황에서,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이같은 일탈은 더욱 충격적이다.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 직면해 유흥업소 자영업자들은 생업을 중단당하고, 시민들은 생활방역수칙을 강조하는 관공서의 문자폭탄을 감내하고 있다. 인천시의 탁상행정, 화성시의회의 술판 연찬회는 명백한 시민 모독행위다.

2020-05-24 경인일보

[사설]이해할 수 없는 백령공항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백령공항 건설계획이 지난 21일 열린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가재정평가위원회는 해당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로써 백령공항사업은 예타의 문턱 앞에서 상당 기간 답보상태에 머물게 됐다.국토교통부와 인천시가 추진한 백령공항 사업은 2025년까지 총사업비 1천208억원을 들여 백령도 진촌리 25만4천㎡에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민·군 겸용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10억년 암석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백령도 등 섬지역의 관광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만큼, 서해5도는 물론 인천의 대표적인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17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조사에서는 이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경제성 확보 기준인 1.0을 훨씬 웃도는 2.8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백령공항사업이 이번에 예타 대상에서 탈락한 것은 의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이번 심의에서 위원회는 경제성 산정의 기준이 되는 연간 방문객 수와 관련해, 국토부 등에서 산정한 50만명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중·소형 공항의 성공사례가 거의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통·물류 편의를 위해 건설한 타 공항과 백령공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백령도는 지난해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자연의 보고다. 섬 접근성 등 인프라만 구축된다면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의 유치도 얼마든지 가능한 섬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분이 심의과정에 반영됐는지 궁금하다.경제성 외에도 백령공항 건설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는 차고 넘친다. 우선 백령공항은 서해5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뉴딜정책, 인천시의 '한반도 평화 SOC(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와 맥락이 연결된 사업이다. 같은 취지로 추진되는 동해북부선 복원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은 것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는 심의결과다. 여객선 결항이 잦은 섬지역의 열악한 응급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공항은 필요하다. 공항 시스템과 연계한다면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상시감시체계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국토부는 하반기에 다시 백령공항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에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심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2020-05-24 경인일보

[사설]21대 국회, 지방자치법 최우선으로 처리해라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20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날 국회는 'n번방 방지법', 과거사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법 등 법안 133개를 통과시켰다. 20대 국회는 국민의 당 약진으로 양당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며 출범했다. 하지만 지나친 정쟁으로 여야 대립이 격화했고, 주요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되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보수·진보 진영 간 이념 대립에 조국 사태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화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기도 했으나 대화와 타협이 실종하면서 국민을 거리로, 광장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았다.20대 국회는 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를 끝내 외면하면서 '나쁜 국회'란 오명을 남기게 됐다. 이 법안은 지난 19일 열린 행정안전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해 본회의 상정도 못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 정쟁에 묻혀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 통과를 당부, 반전을 기대했으나 상임위에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지자체의 자치권 확대와 중앙정부-지자체 간 협력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법 제정 31년 만에 처음 추진된 전면적인 개정안이었다.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지위 부여, 국가·지방 간 사무 배분 확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및 정책 전문인력 지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권 강화 등 지방분권 방안이 담겨있다.지방자치법 처리가 무산되자 지자체와 주민, 지역 정치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고양·용인·수원, 경남 창원 등 인구 백만 이상 도시 시장들은 유감의 뜻과 함께 실망감을 보였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국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치권은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기초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바람과 열정을 끝내 외면했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20대 국회를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만든 것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개정안 처리를 외면한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지방 분권에 대한 지지의사도, 실천 의지도 없음을 고백한 것이다. 지방자치제 개정안은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곧 개원하는 21대 국회는 이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기 바란다. 20대 국회도 약속한 내용이다.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2020-05-21 경인일보

[사설]인천 女 핸드볼팀 인수 논의, 나무보다 숲을 보자

프로축구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이하 인천Utd)의 여자 실업핸드볼 인천시청팀 인수 문제가 지역 체육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 인천Utd의 실무자들이 모여 시체육회가 운영중인 여자 실업핸드볼 인천시청팀(이하 인천시청팀)을 인천Utd에 넘기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다. 이들 기관이 인천시청팀의 거취를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은 우선 한국 여자핸드볼의 산실이자 국내 최강실업팀으로 인정받던 인천시청팀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남자 6개팀, 여자 8개팀이 참여하는 세미프로 형태인 실업리그가 운영 중으로, 인천시청팀은 이 리그에서 여러 번 챔피언에 올랐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류은희(파리92)를 비롯해 김온아·김선화 자매(SK)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수 키워낸 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팀으로 속속 떠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2019~2020 리그에선 시즌 초반부터 꼴찌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같은 전력 약화는 시체육회가 비영리단체인 것과 맞물려 다른 팀으로 떠나는 FA(자유계약) 선수들의 이적료 수익금을 재투자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구단이자 주식회사로서, FA 이적료를 우수 선수 영입에 투자하는데 제약을 받지 않는 인천Utd가 인천시청팀을 인수한다면 전략 약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특히 인천Utd의 인천시청팀 인수는 선진화된 '복합스포츠클럽'(SC)으로 가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아쉬운 점은 본격적인 실무 협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Utd가 인수계획안에 연간 운영비로 현재의 9억원보다 많은 15억원을 적시한 것을 두고 체육계 일각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여론이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중환자 치료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수술비 얘기가 주를 이루며 논의의 본질이 흐려지는 형국이다. 예산 문제는 인천Utd가 "운영비 15억원은 타 구단의 운영비를 참고한 것일 뿐 증액요구가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기관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이 가능한 부분이다. 당면과제가 돈이 아닌 지역스포츠의 체질개선인만큼 시와 시체육회, 인천Utd는 나무 한그루 보다 숲 전체를 보는 자세로 보다 '통큰' 협의를 이어가길 바란다.

2020-05-21 경인일보

[사설]슈퍼전파자 속출과 N차감염 일상화에 대비해야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태원클럽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2차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20일 단행된 고등학교 3학년 개학이 결국 파행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남동구 등 5개구 관내 66개 학교에 등교한 고3 학생들을 전원 귀가 조치했다. 고3 학생 중 두 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도 안성 9개 고교에 고3학생 하루 등교중지 결정을 내렸다.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은데 따른 결정이었다.인천 고3학생 확진자 2명의 감염경로는 이태원클럽 발 확진자이자 인천 슈퍼전파자인 학원강사로 밝혀졌다. 안성 확진자 역시 감염경로는 이태원클럽 확진자이다. 안성 확진자의 경우 이태원클럽을 방문한 군포 확진자와 안양의 한 주점에서 어울렸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주점에서만 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두 사례는 감염 원점인 이태원클럽이 각 지역에 슈퍼전파자를 퍼트렸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태원클럽 방문자 중 감염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무려 1천여명에 달한다. 이태원 클럽이 전국적인 명소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 많은 슈퍼전파자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그런데 이태원클럽발 최초 확진자인 용인 66번 확진자의 감염경로도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용인 66번 확진자는 이미 잠복해 있던 슈퍼전파자의 N차감염자일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방역에도 불구하고 슈퍼전파의 은밀한 확산을 막기 힘든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방역초기 중국인 입국 허용·신천지교회 집단감염·수도권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는 훌륭하게 대처했지만 완벽한 대처를 확신할 수 없다. 이미 토착화 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이로부터 정체불명의 대규모 슈퍼전파자들이 전국에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코로나19와의 전쟁이 완전히 새로운 양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슈퍼전파자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N차감염이 일상화될 조짐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발생 원점을 찾아 감염경로를 차단시켜 온 지금까지의 방역정책이 무력해질 수 있다. 당장은 이태원클럽 방문자 전수 검사를 서둘러 완료해야 한다. 동시에 코로나19 일상화에 대비한 새로운 방역대책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전면전 승리에 취해 게릴라전에 패할 수 있다.

2020-05-20 경인일보

[사설]소중한 자연 유산 갯벌을 살려야 하는 이유

좁은 국토를 넓힐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갯벌을 메꾸는 간척사업이 기승을 부리던 적이 있었다. 이때 갯벌은 버리는 땅 정도로 인식됐었다. 갯벌이 생태계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정화능력이 뛰어나 반드시 보전돼야 할 이유는 아예 무시됐다. 이처럼 갯벌에 대한 무지(無知)와 개발이라는 핑계로 많은 갯벌이 사라졌다. 영종도신공항, 시화지구, 아산만, 천수만, 새만금 등을 위한 대규모 간척사업이 요란하게 진행되면서 서해안 갯벌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하지만 이제는 갯벌이 해양자원의 보고이자 환경오염을 막아주는 완충지대이며 어민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줄'이고 나아가 생태관광지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문제는 이런 중요성을 아는 동안 많은 갯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한 일부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갯벌을 살리자'는 여론이 일어나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한번 훼손된 갯벌은 살릴 수가 없었다.최근 경인일보가 연속 보도 중인 '옛 모습 잃어가는 경기만 갯벌' 시리즈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갯벌 살리기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비록 무분별한 간척사업은 중단됐지만, 이미 조성된 사업으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진행 중이고 그 고통이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갯벌정책이 장기적인 비전 제시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정부 주도하에 '갯벌 살리기 사업'이 일어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무분별한 간척사업으로 죽음의 땅이 돼버린 갯벌에 다시 바닷물이 드나들게 하여 숨 쉬는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적이다. 간척사업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역간척'과 같은 의미다. 우리는 이 '역간척'사업이 훼손된 갯벌을 되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두 파헤쳐 원상태로 완전히 복원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뿐더러 현실성도 없다. 우선은 효용가치가 떨어진 간척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면밀한 조사를 통해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다. 갯벌은 '바다의 콩팥''지구의 허파'라고 할 만큼 지켜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홍수와 태풍 자연재해를 막아줄뿐더러 정화능력과 산소 배출은 숲을 능가한다. 갯벌은 이제 몇 남지 않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 유산이다. 망가진 뒤에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2020-05-20 경인일보

[사설]이태원클럽에서 서울 대형병원까지 번진 도깨비 감염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잠복돼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중·대형 병원의 의료인 감염확진 사태가 겹쳐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9일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 4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수술장 일부와 탈의실 등을 부분폐쇄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인만 262명이고 환자는 15명에 달해, 이들에 대한 검사 결과에 따라 폐쇄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빅5 대형병원 의료진 감염은 처음이다. 또한 용인시도 이날 신갈동 강남병원 방사선사가 확진판정을 받자, 병원을 폐쇄하고 입원환자 171명과 병원 근무자 31명에 대해 이동금지 명령을 내렸다.코로나19 발생 초기 방역당국은 과거 메르스 사태를 염두에 두고 병원 집단감염 발생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구 신천지교회 대규모 감염 사태 때도 청도 대남병원 집단 발병으로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의료진 감염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삼성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은 중증 기저질환자가 많고, 환자들의 동선이 전국적이며, 1·2차 병·의원과 진료를 공유하고 있다. 대형병원 집단감염이 위험한 이유다.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달 1일 폐쇄된 의정부성모병원은 총 60명의 연쇄 감염자를 발생시킨 뒤, 40일 만에야 다시 개원했다. 이 기간 동안 경기북부 권역 거점병원의 기능이 멈춘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코로나19가 조용히 잠복하고 있다. 용인 66번 확진자는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의 최초 확진자일 뿐, 그의 감염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미 잠복해있던 코로나19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틈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태원을 방문하지 않은 삼성병원 간호사들의 감염경로도 파악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곳곳에 산재한 가운데,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및 전국확산에 이어 중·대형 병원감염 등 심상치 않은 징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오늘 고3학생 등교를 시작으로 학교들은 순차적으로 개교를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에어컨 사용수칙 등 새로운 생활방역 수칙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은 집합시설에 대한 현장 방역점검을 더욱 강화하고, 방역수칙 위반업소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를 망설이면 안된다.

2020-05-19 경인일보

[사설]지하철 3호선 수원 연장 꼭 필요하다

성남 판교와 용인 수지, 수원 광교 주민들이 지하철 3호선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수원시민들은 영통구청까지 노선 연장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용서고속도로가 출·퇴근 시간대 심하게 정체되면서 서울까지 가는데 1시간 넘게 소요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신분당선이 광교까지 연결됐으나 노선에서 벗어난 주거단지는 교통 환경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현재로선 3호선 연장이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란 주장이다. 경기도 역시 이들 지자체와 공조해 3호선 연장 실현에 힘을 보태기로 해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지 주목된다.판교와 수지, 광교 주민들이 3호선 연장을 바라는 주된 이유는 꽉 막힌 용서고속도로의 거북이 운행이다. 지난 2009년 개통 이후 라인을 따라 서울 세곡 1·2지구, 성남 고등지구, 판교 신도시, 수원 광교 신도시 등이 잇따라 개발됐다. 지난달 기준 주민등록상 인구는 70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통행량도 크게 늘어 2010년 1일 통행량 5만8천945대에서 지난해 9만9천644대가 됐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물론 주말에도 상습정체가 빚어지면서 고속도로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10년 전 용인~서울 강남권 주행 시간은 15~20분이었으나 현재는 출퇴근 시간대 1시간 30분~2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수원·성남·용인 등 지자체와 해당 주민들은 광역교통대책을 통해 교통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용서고속도로의 체증을 덜고 대중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3호선 연장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에는 용서고속도로 8개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지하철 3호선 연장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지하철 3호선 연장안을 법정 계획인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해야 한다는 도민청원을 올렸다.4·15 총선에서 지역 내 여권 당선자들은 3호선 연장을 공약했다. 경기도 역시 힘을 보태기로 했다. 3호선 연장은 내년에 윤곽이 나오는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지 여부가 1차 관문이다. 그래야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 단계를 밟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론이 나겠으나 지자체와 주민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호선이 수서에서 수원 시내까지 이어지면 교통량 분산에 따른 체증 해소는 물론 분당선 연장선과 인덕원선,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선과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다.

2020-05-19 경인일보

[사설]감사의견 거절된 쌍용차, 상장폐지 막으려면

쌍용차 위기가 심각하다. 13분기 연속 적자인 가운데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회사가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절차가 진행된다. 올 1분기에도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다.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900억원을 갚지 못하거나 채권자가 유예해주지 않으면 부도가 현실화할 수 있다. 쌍용차는 올 하반기 G4 렉스턴 부분 변경 모델과 티볼리 에어 재 출시를 통해 판매 신장을 꾀하는 등 경영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 등 국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쌍용자동차에 대해 감사인인 삼정KPMG가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이는 쌍용차가 지난 15일 공시한 올해 1분기 실적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감사인은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이 불확실하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쌍용차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건 법정관리를 신청한 2009년 감사보고서 이후 처음이다. 쌍용차가 오는 22일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절차가 진행된다. 이의 신청을 하면 개선 기간 1년을 받을 수 있으나 내년에 또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된다.쌍용차는 경영 전반이 비상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900억원을 유예해주지 않으면 부도를 면하기 어렵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2천5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1천900억원을 쌍용차에 빌려준 상태인데 신규 대출은 부담이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투자 약속 철회로 '대주주 고통 분담'이라는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도 사라졌다. 쌍용차는 지난 1분기에 '판매 2만4천139대', '매출 6천492억원', '영업 손실 986억원', '당기 순손실 1천93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와 매출이 각각 30.7%, 30.4% 감소한 것이다. 쌍용차가 2009년 이후 두 번째 법정관리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쌍용차 노사는 최근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며 손을 맞잡았다. 회사를 살리자는데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쌍용차는 평택을 비롯한 경기 남부지역 경제의 핵심축이다. 5천명 근로자와 부품업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달렸다.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한 노·사·민·정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 노사는 품질 개선과 뼈를 깎는 자구 노력에 나서기 바란다. 정부의 지원이나 공적 자금투입은 다음일 것이다.

2020-05-18 경인일보

[사설]의혹 투성이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

수도권매립지 환경 피해 지역의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이하 주민지원협의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관할지역 경찰에게 수백만원대의 금품을 건네 물의를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주민지원기금 집행 실태 감사 과정에서 주민지원협의체의 자료 인멸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주민지원협의체는 올해 초 시가 60여만원 상당의 골프 의류 3벌과 시가 10여만원 상당의 골프 가방 3개 등 2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인천서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에게 전달했다. 이 경찰관은 약 2주 뒤 이 물품을 다시 주민지원협의체에 돌려줬다. 공교롭게도 금품을 건넨 시기가 경찰의 드림파크(골프장) 부정예약 의혹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 사건은 '사건 청탁'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중 상당수가 드림파크 운영 등을 논의하는 '상생협의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경찰관이 돌려준 물품 중 골프의류 3벌이 당초 제공받은 물품이 아니라 새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품 제공 사실이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비난 여론이 들끓자 주민지원협의체는 자발적으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 측에 주민지원협의체의 운영비 집행실태 점검을 요청한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지원협의체가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외부에 비쳐졌다. 그런데 정작 주민지원협의체는 SL공사의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말로는 점검을 해달라고 해놓고 SL공사 측이 막상 감사에 나서자 자료 제출은 거부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회계 관련 자료 등이 담긴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자료 인멸 정황까지 포착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주민지원협의체의 운영 예산은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수수료로 조성되는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 총액의 5% 범위에서 편성된다. 지난해의 경우, 주민지원협의체의 운영예산은 10억원에 육박했다. 이 돈이 당초 취지에 맞게 집행되는지 검토하는 것은 '깜깜이' 운영이란 지적을 받아온 주민지원협의체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납득할 만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자료제출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주민지원협의체의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0-05-18 경인일보

[사설]튜닝 규제해소 생색내더니 세금 폭탄 터트린 정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11인승 승합차로 제한했던 캠핑카 개조 대상 차량을 승용차와 화물차로 확대하고, 소방차·방역차 등 특수차의 화물차 개조도 허용하는 전향적인 규제 완화가 핵심이었다. 검사 면제 개조 사항도 확대하겠고 밝혔다. 캠핑카 튜닝 확대로 연간 1천300억원, 특수차 튜닝 허용으로 연간 2천200억원의 신규 튜닝시장 창출을 예상했다. 캠핑카를 활용한 국민의 여가활동 욕구 해소는 덤이었다. 국토부의 획기적인 규제완화 정책에, 튜닝 업계는 반색했고 여론도 뜨겁게 호응했다. 이에 고무된 국토부는 관련 법규를 손봐 올해 2월 말 캠핑카 튜닝 규제완화정책을 시행했다.그러나 규제완화 정책 시행 두달여 만에 튜닝관련 업계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극적인 반전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튜닝 관련 세금폭탄이 터진 탓이다. 규제완화 관련 법규 시행 이후 캠핑카 개조에 개별소비세, 교육세가 줄줄이 매달린 것이다. 과거엔 2천만원의 중고차를 300만원 들여 개조하면 개조 비용의 10%인 30만원만 부가가치세로 납입하는 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법규 개정으로 과세 기준이 차량가와 개조비용을 합한 금액으로 대폭 인상됐고, 납부 세금 항목도 늘어 총 194만4천500원을 납부해야 한다. 규제완화 전 보다 6배나 많은 세금이다. 튜닝 규제완화로 생색낸 정부가 세금 폭탄을 감추고 있었던 셈이다. 소비자와 관련업계가 배신감을 토로하는 건 당연하다.국토부의 자동차 튜닝 규제완화 정책이 캠핑카 소비자인 국민과 관련 업계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세수 확대를 위한 꼼수였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튜닝 업체들은 오히려 시장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니, 국토부의 규제완화 정책은 이미 절름발이가 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세금이 과하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취지가 자동차 튜닝 산업 활성화인 만큼 세금 부서에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국민과 업계에 생색을 내고 정부내에서도 호평 받은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을 준비하면서, 세금 문제 검토가 빠졌다니 황당하다.의도적으로 세금 문제 거론을 피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고, 아예 세금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스스로 무능을 드러낸 것이다. 국토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궁금하다.

2020-05-17 경인일보

[사설]등교 개학, '섣부른 결정'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미뤄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학생들의 등교 시기에 대해 "예정대로 할 것"이라며 "고3 학생들은 20일에 학교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고3들은 입시문제도 있다"며 "다행히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숫자는 안정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학사일정이 3개월 가까이 중단된 상태에서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불안감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등교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20일 고3 등교를 시작으로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에 등교를 할 것으로 보인다.이로써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는 우리 사회는 또 한번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의 길을 걷게 됐다. 조금만 헛디디면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간 쏟아부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살얼음판 같은 길이다. 뚫고 지나가야 할 장애물도 한 둘이 아니다. 정 총리의 말처럼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숫자가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래방을 매개로 4차 감염자가 나오는 등 집단감염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직업을 속인 강사 때문에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에서는 등교 연기 여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인천의 경우, 학원 강사에게 학원수업 또는 과외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가족 등 확진자들의 동선이 교회와 학원, 공부방 등 다중이용시설로 확인되면서 검사대상이 2천명에 이르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학사 일정보다는 학생들의 안전을 더 중시해야 하는 시점이다. 만일 일선 학교에서 방역이 뚫린다면 학생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대입을 비롯해 지금까지 논의해 온 학사일정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교육 당국은 조그마한 빈틈이라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마지막까지 안전한 학습환경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등굣길에서부터 방역을 위협하는 요소는 뿌리를 뽑는다는 각오 아래,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 이번 등교 조치가 훗날 '섣부른 결정'으로 평가받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20-05-17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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