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소리만 요란한 아동학대 방지대책

정부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도입, 2020년 특례법 개정이 뒤따랐다. 하지만 아동학대 관련 사건·사고의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까지 나서야 했던 인천 '라면 형제' 사고가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물론 관련 당국의 의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경찰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7년 4천101건, 2018년 4천511건, 지난해 4천68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검거 건수 증가세는 더 가팔라 2017년 746건, 2018년 886건, 지난해 1천91건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42명이나 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내년인 2021년까지 자치단체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달부터는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선도지역'을 지정·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면피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내 7곳의 자치단체만 '2020년 아동보호전담인력 배치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군포시는 단 1명도 배치하지 않았고, 안산시는 8명 배치 계획 대비 자료 제출 당시인 지난 1일 기준 단 1명만 배치했다. 안산시는 뒤늦게 지난 16일 기준 8명 전원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2개월여 전부터 학대와 성범죄로부터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지자체들은 2021년까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회의적 반응이다. 화성시의 경우 최소 7~8명의 전담요원이 필요한데, 보건복지부 기준으로는 1명을 증원할 수 있을 뿐이다. 18명이 필요한 수원시는 1~2명 증원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계획대로 전담공무원 증원을 차질없이 준비하라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복지부조차도 "(전담공무원 신설은)내년 사업은 행정안전부와 다시 협의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이 전방위로 나서 아동보호를 위한 촘촘한 그물망을 제대로, 다시 짜기 바란다.

2020-10-19 경인일보

[사설]'여야, 검찰 등 전방위 로비 의혹' 철저히 규명하라

라임자산운용의 전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자필 입장문'을 통해 야권 인사에게도 수억원대 금품 로비를 했고 이런 사실을 검찰에 밝혔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수의 검사와 수사관에게 수억원을 건네고 1천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으며 접대받은 검사 중 한 명이 라임 수사 책임자가 됐다'고도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실세만을 겨냥해 짜맞추기 수사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모든 것을 밝히기로 했다'고도 했다. 이 사건은 강기정 전 수석 등 여권 인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오히려 야권과 검찰로 수사방향이 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김 전 회장의 폭로는 현재로서는 일방적 주장이다. 자신을 금품 로비 사건의 핵심인물로 규정하고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는 야당과 로비 수사를 확대하는 검찰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 성격으로 읽힌다. 또한 이 사건의 성격을 분산시키고 혼란을 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말을 마냥 무시하기에는 폭로 내용이 구체적이다.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도 정관계와 검찰에 대한 무차별 로비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검찰이 여야를 막론하고 로비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여야가 각자 자신들에 유리한 결과만 내세우고 정쟁으로 흐를 게 뻔하다. 김 전 회장의 폭로는 법무부와 윤 총장 세력으로 나뉜 검찰이 제각각 다른 곳을 겨누고 있다는 의문도 갖게 한다.여당은 단순 금융사기 사건으로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려고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한 것 같지 않다. 여야는 물론 검찰에게까지 전방위로 로비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단순 금융사기를 넘는 사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를 '권력게이트'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아직 아무 것도 단정할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별도로 투자경위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듯 전파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옵티머스 투자만 봐도 로비에 노출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지만 검찰이 수사팀을 보강하고 법무부도 이를 승인했으니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면 특검도 고려할 만하다.

2020-10-18 경인일보

[사설]정부 택지 예정지, 공원 지정 나선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유휴지 개발을 두고 맞서고 있는 정부와 과천시간 갈등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과천시가 이 일대를 도시공원으로 묶기로 하고 용역비를 확보한 때문이다. 이 지역에 4천여가구의 공동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땅 소유주가 행정안전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원 지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일체의 행정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과천시가 공원 지정을 밀어붙일 경우 정부와의 마찰이 심화하는 등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과천시는 최근 과천청사 유휴지인 중앙동 5·6 일대를 도시관리계획상 도시공원으로 지정하는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법적 검토를 통해 도시공원 지정은 관련 법에 따라 시장 권한으로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시는 이미 3차 추경을 통해 용역비 2억7천만원을 확보했다. 내년 4월 용역을 발주하면 11월께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하지만 시의 공원 지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용역 수행과정에서 땅 소유자인 행안부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공원으로 지정되더라도 정부가 주택건설을 강행할 경우 시가 저지할 방안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기초지자체가 중앙정부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인사·감사·예산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과천시는 여당 소속 시장까지 나서 정부 정책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시 발전을 저해하고 시민 생활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히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한 데 대한 반감이 큰 실정이다. 지난 8월 민·관·정이 함께 모여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게 지역 여론이다.정부청사 유휴지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문화축제의 장으로 활용돼 왔다. 시의 허파 구실을 하는 부지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니 지자체와 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막기 위해 시가 공원 지정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정부는 왜 과천시 민·관·정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지 다시 살피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우월적 지위로 공원 지정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유휴지에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20-10-18 경인일보

[사설]지자체별 맞춤형 감염병 대책이 시급하다

인천시의 감염병 환경 분석과 관리방안이 발표되었다. 인천연구원이 14일 발표한 '인천시 감염병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발생 시 인천 10개 군·구 중 미추홀구와 부평구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그 요인이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각 군·구의 1㎢당 인구·위락시설·다중이용시설·집단생활시설·의료기관 등 5개 분야 밀도를 토대로 감염병 환경에 대한 물리적 취약성을 조사했다.조사 결과 미추홀구와 부평구 모두 위락시설과 다중이용시설을 비롯한 5개 분야에서 다른 군·구보다 밀도가 높게 나타났다. 좁은 지역에 다중이용시설이 많아서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이 된 것이다. 특히 미추홀구는 인천종합터미널, 문학경기장, 법원, 인하대 등 각종 기관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는 특성도 있다. 부평구는 경기·서울 지역 출·퇴근 인구가 많아 수도권 감염병 집단발병 시 상대적으로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물리적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은 마땅치 않다. 다중이용시설별 방역 원칙을 지키면서 운영하는 한편 인천시는 시설 개선과 분산 등의 장기적 대책을 지원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확진자의 감염경로별 세대별 특성도 주목된다. 해외유입 관련이 20%, 물류센터 관련 16%, 종교모임 관련 15%, 이태원 클럽 관련 14%로 나타났다. 인천시의 확진자는 주로 인천시의 지역내 감염보다 서울을 비롯한 타 시·도 활동 확진자가 지역내 전파자가 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이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다. 이 같은 감염경로별 특성을 반영한 방역 대책이 중요하다. 한편 전국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의 세대별 특징은 20대가 가장 많지만 아직 사망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20대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여주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코로나19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은 특히 중요하다. 감염병 확산 요인은 지자체별로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자체별 역학 조사를 강화하여 대응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천시의 경우 도시의 물리적 환경보다는 수도권의 감염병 상황에 연동되어 나타나는 사회적 요인에 대한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

2020-10-15 경인일보

[사설]캠프 마켓 개방과 남은 과제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이 지난 14일 시민에 개방됐다. 1939년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의 무기공장인 조병창이 들어서고 해방 이후 미군이 주둔해 81년 동안 일반에 개방되지 않은 캠프 마켓이 시민의 오랜 염원으로 개방된 것이다.이날 인천시는 캠프 마켓 전체 44만㎡ 중 야구장과 수영장, 극장 등이 있었던 9만3천㎡를 개방하고 기념행사를 열었다. 우리 국토임에도 불구하고 미군만이 갈 수 있었던 곳이었다. 시민들은 이날에서야 담장과 펜스로 막혀있던 땅을 밟고 캠프 마켓내 건물들을 둘러봤다. 전쟁고아로 13세부터 4년간 미군 부대에서 지냈다는 한 어르신도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기억 속 장소들을 보니 70년 전이 엊그제처럼 떠오른다. 늘 조병창 기지와 미군 숙소 등 여러 곳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염원을 이뤘다"고 말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특히 조병창이 시민에게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조병창은 일본군이 중국 침략을 위해 조선인 1만여명을 강제로 동원해 총과 칼을 만들었던 곳이다. 현재 캠프 마켓 북측에 공장 세 곳이 남아있다.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건물을 증축해 연회장과 사무공간으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들이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게임을 즐겼던 클럽도 눈에 띄었다. 역사책과 각종 자료를 통해서만 볼 수 있던 곳들을 시민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거였다.캠프 마켓의 완전한 반환은 북측 복합오염토양 정화 용역이 끝나는 2022년 9월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시민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부터 개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주민참여공간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의 캠프 마켓 부분 개방은 일부나마 시민이 직접 걸어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성공적 이벤트였다. 반환된 부지 활용방안에 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다만, 캠프 마켓 개방 기념식 후 시민 개방 행사가 열리던 구역에서 행사용 시설물이 쓰러져 시민 6명이 다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부주의한 안전관리로 인해 이번 행사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됐다. 인천시는 자체적으로도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추후 조치를 착실히 진행해야 한다. 이게 최우선이며, 이어서 국방부·주한미군과 협력해 토양 정화를 마무리 짓고, 지상·지하 시설물 조사 기록, 부지활용 계획 마련 등 과제를 순차 추진해 나가야 한다.

2020-10-15 경인일보

[사설]전국 지자체가 싸움판 될 지경인 특례시 지정

특례시(特例市)는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중간 형태의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이다. 특례시가 되면 기초지자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급의 행정·재정 자치권을 갖게 되는 등 일반 시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지난달부터 특례시 지정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특례시 부분을 제외할 것을 공식 건의했다. 지정 대상이 아닌 중·소 기초지자체들의 특례시 지정 반대 입장도 잇따르고 있다. 특례시를 둘러싼 전국 지자체 간 갈등이 표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특례시 지정과 관련한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의 공식 입장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조속히 처리하되, 특례시 조항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최근 의견 수렴과정에서 '시·도 차원의 특례시 대응'에 동의한 바 있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내는 등 적극적이다. 광역단체장들이 특례시 지정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세수가 줄기 때문이다. 시·도세 상당액이 특례시로 빠져나갈 경우 여타 기초지자체에 대한 지원 축소로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한다. 특례시에서 제외된 중·소 지자체들도 비슷한 논리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특례시 지정 대상인 인구 100만명 도시와 인구 50만명 도시들 간에도 갈등이 예상된다. 당초 정부 안은 인구 100만명이 기준이었다.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 4곳이다. 하지만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 등이 가세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도에서만 성남·화성·부천·남양주·안산·안양·평택 7곳이 추가됐고, 전국적으로는 모두 16곳이 대상에 포함됐다. 당초 계획이 바뀌면서 반대 명분이 생겼고, 논란이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 됐다는 지적이다.현 상황이라면 특례시 지정안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개정의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방화 시대를 역주행하는 불상사다. 정부는 특례시를 별도 법안으로 제출하는 안에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례시 조항 때문에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국회도 특례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특례시 논란을 잠재우지 못할 경우 전국 지자체가 싸움판이 될지 모를 일이다.

2020-10-14 경인일보

[사설]나라장터의 비효율, 불공정 손질해야

조달청의 국가조달체계인 '나라장터'의 불합리한 가격 시비가 또다시 불거졌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양주시) 의원은 나라장터 거래 75상품 중 41개의 가격이 민간쇼핑몰보다 비싸다고 주장했다. 카메라 렌즈와 스피커, 무선랜 장치 등은 시중가와 2배 이상 차이가 났으며 가장 차이가 큰 제품은 HP 플로터프린터로 140만원이나 더 비쌌다. 조달청이 정부를 상대로 바가지를 씌워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년 동안 아예 공급실적이 없는 품목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나라장터는 공공분야 물품, 시설, 용역, 외자, 리스, 비축 등의 입찰업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2002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중앙행정기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공기업 등 5만7천여개 수요기관과 43만여 조달업체가 이용 중이며 전체 공공조달의 73%가 이곳을 통해 거래된다. 지난해에는 조달액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초과했는데 기관별로는 자방자치단체가 전체의 54.7%, 국가기관 17.3%, 교육기관 12.2% 등이다.나라장터의 불공정, 비효율 시비가 잇따른다. 2015년 이후 매년 국회와 감사원은 불합리한 가격 시정을 요구했으며 지난 4월에 경기도는 나라장터에 런칭된 공공조달 6천129개 품목의 13.9%인 90개 아이템이 시장가격보다 비싸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6천39품목의 가격비교는 불가능했는데 조달청이 시중에 판매되는 물품의 규격을 바꿔서 '나라장터'에 등록한 탓이다. 규격이 바뀌면 다른 상품이 되어 시중 제품과의 비교가 곤란해 실제로는 얼마만큼의 혈세가 낭비되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또한 지자체들은 매년 부담하는 수백억원의 나라장터 이용료에도 불만이다. 지방정부는 2018년에 888억원의 조달수수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납부했다. 그러나 지자체를 위한 사업에 쓰이는 경우는 없으며 수수료 활용처도 불분명하다.OECD 37국 중 중앙조달을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슬로바키아가 유일하다. 대부분 국가에서 중앙조달은 선택사항이며 지방정부에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양립이 어려운 효율성과 공정성을 목표로 정해 나라장터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이 화근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분권 로드맵과도 상충된다. 한해 혈세만 160조원이 소요되는 정부조달시장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0-10-14 경인일보

[사설]한국판 뉴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야

정부가 한국판 뉴딜 지역사업에 75조3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지역 균형 뉴딜 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뉴딜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업, 지방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 공공기관 선도형 사업으로 구분한다. 중앙정부가 한국판 뉴딜 지역사업에 투입하는 75조3천억원은 전체 투입비 160조원의 47%를 차지한다. 지방정부 주도형 사업은 각 지자체가 발굴해 추진한다.경기도는 지역화폐와 연계한 공공배달 플랫폼 구축을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고, 생산자와 주민이 데이터 경제의 혜택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설명이다. 특히, 공공배달 플랫폼은 지역화폐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골목경제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인천시는 바이오, 그린, 디지털, 휴먼 등 4개 분야에 집중한다. 송도국제도시에 구축한 바이오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고, 풍력단지 조성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의 뉴딜 사업은 바이오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뉴딜'은 1933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 대처하고자 시행한 경제 부흥 정책이다.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지게 한 코로나19 사태는 대공황과 다름없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하고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는 등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환경에 맞춰 경제정책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 균형 뉴딜 사업에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판 뉴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지방정부의 협력 없이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또한 각 지자체가 국비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뉴딜로 포장하거나 과열 경쟁을 벌이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2020-10-13 경인일보

[사설]인천시의 '고육지책'인가, '꼼수'인가

최우선 고려사항은 결국 여론이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에 대한 인천시의 복안은 예상했던 대로 청라~영종과 검단~김포 두 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엊그제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공개된 D노선은 하남과 잠실·사당·구로를 연결하는 노선이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인천공항 방면과 김포 방면으로 갈라지는 'Y자' 계획안이다. 인천공항행은 청라 민심을 달래고, 김포행은 검단 민심을 아우른다. 인천시는 단독노선보다 두 개 노선 동시 추진이 비용 대비 편익 값(B/C)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이 안을 내년에 확정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그런데 언론은 '화약고와 같은 인천 서구지역 민심을 감안한 결론이며, 두 지역의 손을 동시에 들어줌으로써 한 지역의 노선 유치 실패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고 있다.지난 5일 끝난 인천시의 자체 매립장 공모도 개운치가 않다. 수도권매립지의 2025년 사용종료를 목표로 서울·경기도·환경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인천시는 지난달 21일부터 '인천시 폐기물처리시설(매립) 입지후보지 추천 공모'에 들어갔다. 공식적이고 가시적인 첫 행정조치였다. 인천시는 주민숙원사업과 지역발전사업 지원 등의 '당근'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후보지로 거론될 지역의 주민 반발을 우려해 이렇다 할 홍보와 설득작업에 나서질 않았다. 결국 단 한 건의 지원도 없이 공모는 마감됐다. 언론은 '인천시가 공모를 통한 유치를 사실상 기대하지 않았으며, 대신 자체 매립지 조성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공모지역이 없어 용역결과를 통해 후보지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일종의 명분을 챙기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아무리 훌륭한 행정이라 한들 전부를 만족시킬 순 없다. 타당하고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방안과 계획을 마련해 '불만의 이해관계'를 설득하고 해소시키려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진정성이야말로 행정의 최고 덕목이다. 최근 인천시의 대형 정책 추진엔 그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GTX-D노선을 복수로 채택한 것도 좋게 보면 모든 민심을 끌어안겠다는 선한 행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뻔한 결과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비껴가보려는 악한 행정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락없는 꼼수다. 인천시의 자체 매립장 공모 역시 같은 각도에서 보인다. 귀추가 주목된다.

2020-10-13 경인일보

[사설]또 불거진 '천재교육'의 수상한 교과서 영업 행위

초·중·고교 교과서 점유율 1위 출판 기업인 천재교육의 총판(대리점)이 일선 교사들에게 부적절한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재교육 본사 직원이 해당 총판에 파견돼 교과서 영업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총판의 교과서 채택 영업과 관련한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해 온 천재교육 측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다.천재교육의 교사 상대 영업 행위는 영업 자료에 기록될 정도로 총판 영업에 본사가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포함됐다. 천재교육 A총판의 경우 교과서 채택 영업의 한 방편으로 일선 교사들의 자택을 찾아가는 '가정방문 계획표'를 작성해 개인의 신상정보는 물론 좋아하는 선물의 유형까지 적혀 있었고 여기에는 본사 소속 직원 B씨의 이름도 등장했다. B씨의 이름은 '고등 총판별 학생수 현황' 자료에서도 나타났는데, 이 자료는 A총판 관할 고교의 담당자와 영업 진행 상황 등의 내용도 적시됐다. B씨는 총 29개 학교 가운데 14개 학교의 담당자란에 이름이 올려져 있을 정도로 영업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그가 담당한 학교의 영업 진행 상황에는 '자사 자료 및 만족도 높음, 지속적인 영업 진행 중' 등의 영업 행위도 묘사하고 있다.A총판은 관할 구역 학교의 교사들을 그간의 영업 활동에 기초한 친밀도를 바탕으로 A에서 C까지 등급을 매겨 체계적으로 관리하기까지 했다. 자사 교과서 선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우호적인 관계의 교사에게는 A등급을 주고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선호하는 교사에게는 C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국정 도서였던 초등 3~6학년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는 오는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검정도서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출판사 간 영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영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천재교육은 지난해에도 '총판 갑질 의혹'을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았다. 당시 천재교육의 총판 영업은 본사인 천재교육이 학교에 교과서를 공급하면 해당 교과서의 참고서를 판매해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였다. 총판들은 천재교육 교과서를 학교에 공급하기 위해 영업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치열한 영업을 했고 천재교육의 자의적이고 제한적인 참고서 반품규정으로 창고에 재고가 쌓여 빚더미에 앉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천재교육의 부적절한 영업 행위는 진행형이다. 관계 당국의 관심과 조사를 재차 촉구한다.

2020-10-12 경인일보

[사설]소방차가 주·정차 차량에 속수무책인 이유

화재 신고를 받고 신속하게 출동한 소방차가 정작 화재현장을 앞두고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화재 피해를 키우고, 구할 수 있는 인명을 잃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원인은 화재현장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덩치 큰 소방차의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초등생 형제를 덮친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 사건 때도 대로를 신속하게 통과한 소방차량은 화재 현장 진입로 양편에 주·정차된 차량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서행해야만 했다. 1분 1초에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소방차량의 서행은 치명적이다. 소방활동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도 형제들의 구조는 더욱 빨랐을 것이고 화상 피해도 줄였을지 모른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는 6m 도로 양쪽의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소방차 진입을 막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사망자 29명과 부상자 36명이라는 대형 인명피해에 일조한 것이다.정부는 제천 사고 이후 2018년 골목길 주·정차 차량들이 화재 진압에 방해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다. 소방지휘자가 소방차의 통행과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 및 물건 등을 제거· 이동시킬 권한을 보장한 기존 조항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이 소방활동 방해 주·정차 차량 제거와 이동에 장비와 인력을 지원할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즉 법 개정 전에도 소방지휘자는 화재 진압로를 막아선 주·정차 차량들을 제거·이동할 수 있고, 법 개정으로 부족한 장비와 인력을 관련 기관에 요구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그러나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이 같은 법이 현장에서 무용지물인 현실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소방활동 중 차량을 견인할 수 있는 강제처분을 규정한 소방기본법 25조를 발동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은 "강제처분 이후 실제 소송으로 가면 당사자인 소방대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진입로에서 막히면 일단 15m짜리 소방호스를 들고 화재현장까지 뛰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강제처분의 사후 행정 및 법률 처리 책임을 소방관에게 지운 것이 결정적인 허점이다. 일선 소방지휘자와 소방관은 화재진압을 위해 가능하고 필요한 모든 행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리고 사후 처리는 소방청 및 전문 전담기관이 맡아야 상식적이다. 정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2020-10-12 경인일보

[사설]증인 없는 맹탕국감은 국회 직무유기

21대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었으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관련, 서해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새롭게 제기된 라임과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는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서 야당이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어 중반 국감에 여야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법무부 감사와 국방위 병무청 감사에서 추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 수사 결과의 부실한 지점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싸고 고인의 월북 여부와 가족의 증인 채택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두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여전하거니와 검찰과 해경의 발표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추 장관 관련과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비록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피격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의혹을 추궁하고 정치적 책임 여부를 논하는 것은 국회의 임무이자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두 사건 공히 야당이 요구한 증인채택이 단 한 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여당이 의혹 해소보다는 정부 두둔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추 장관 아들 관련 사건은 수사가 종결되어서 논해서는 안 되고, 공무원 피살 사건은 수사 중이라서 증인 채택이 안 된다면 국감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두 사건에 대해 무엇을 따지고 물을 수 있단 말인가. 특히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상임위도 있고, 기간도 짧다. 가뜩이나 부실 국감의 우려를 안고 출발했지만 최대 현안인 사건에 대해 증인이 '0'명이란 사실은 여당의 과도한 정부비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 정부를 옹호하는 행태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일정 부분 자연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행정부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당의 책무다.중반으로 들어선 국감에서도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지만 추 장관 아들 병역 관련 사건과 북한군에 의한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서는 여당이 최소 범위 내에서의 증인 출석에 대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확한 논거와 논리를 가지고 국감에 임해야 한다. 정쟁보다 진실을 밝히는 국감이 되도록 노력하길 당부한다.

2020-10-11 경인일보

[사설]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더 중요해진 생활방역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현행 2단계에서 1단계로 낮아진다. 정부는 11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의 분수령인 추석 연휴가 큰 탈 없이 지나고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유지한데 따른 조치라고 정부는 밝혔다. 이날 전국 신규 확진자는 58명으로, 지난 8일 69명 이후 나흘째 두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방역력을 보완하기 위해 13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이날 각급 학교의 등교 확대 방안을 확정해 19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특히 큰 서울 등 수도권에 대해선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수칙 중 필요한 조치는 계속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방문판매 등 코로나19 위험 요인에 대해선 강화된 방역 수준을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완전한 의미의 1단계라기보다는 사실상 '1.5단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집합 모임과 각종 행사가 가능해지고 프로스포츠의 관중 입장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게 됐다.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 것은 추석 연휴 이후 1일 평균 확진자 수가 50~70명대 내외인 점과 우려할 만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기간 수도권에서는 요양병원과 학교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있었으나 대규모 확산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2단계가 장기화하면서 국민 피로도가 커진 데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확산 추세가 꺾이고 집단감염이 줄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는 등 국민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질 경우 언제든지 재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방역 당국도 여러 위험요인을 고려하면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교가 이뤄질 경우 청소년들의 집단감염 우려가 높다. 정부가 경제·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거리두기를 완화한 만큼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지키는 등 국민들의 생활 속 방역은 더 중요해졌다.

2020-10-11 경인일보

[사설]수도권매립지 인천시만의 문제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따른 대체매립지 조성 대책 등에 대한 문제가 다뤄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종료는 인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은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천지역 의원 중 환경노동위원회에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천지역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주장만 강조되면 인천시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인천시는 인천만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자체매립지 조성과 소각장 신설 등 포스트 수도권매립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는 기존 수도권매립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를 중재해야 할 환경부도 한통속이 돼 팔짱만 끼고 있다. 우리 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우리 집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이런 당연한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1992년부터 서울·경기에서 나온 각종 폐기물을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하고 있다.인천시는 불공정한 폐기물 처리 방식을 바꾸기 위해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선언했다. 수도권 3개 시·도가 각자 폐기물을 처리하고, 이를 위한 처리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따른 자체 매립지 조성 용역, 소각장 인식 개선 홍보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에서 이러한 주장과 요구를 대변할 지역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어 자칫 수도권매립지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우려가 크다.수도권매립지 연장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이번 국감에서 대체 매립지 조성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는다면 환경부도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룰 가능성이 크다. 매립지 종료가 5년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 대체지 조성을 시작해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2025년 이후 수도권 시민들은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못해 엄청난 환경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감에서 반드시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를 쟁점화해야 하는 이유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충 얼버무려 인천시에 책임을 떠넘길 요량이라면 대단한 오산이다.

2020-10-08 경인일보

[사설]캠프 마켓의 역사도 복원해야 한다

마침내 캠프 마켓이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인천시는 캠프 마켓 반환부지 21만㎡ 가운데 환경 정화에 지장이 없는 4만2천㎡ 주변에 경계 펜스를 설치하고 이달 14일께 시민들에게 일부를 개방할 계획이다. 캠프 마켓은 일본육군의 무기공장인 조병창으로 사용된 시기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국토임에도 불구하고 80년 넘게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은 '금지된 땅'이었다.캠프 마켓의 완전한 반환은 북측 복합오염토양 정화 용역이 끝나는 2020년 9월에나 이뤄질 예정이지만 인천시는 시민 안전문제가 정리되는 지역을 개방하여 주민참여공간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캠프 마켓 반환이 현실화되면서 반환된 부지 활용방안에 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2년부터 캠프 마켓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서 캠프 마켓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캠프 마켓 소통박스'를 설치하여 시민 공론화를 확대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이해집단별 요구를 원칙 없이 수용하다가는 난개발이 우려된다. 더 한심한 것은 몰역사적 관광주의나 기능주의적 활용론이다. 캠프 마켓은 식민지배의 역사와 냉전의 역사, 질곡의 한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인천시의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보면 일본육군조병창과 미군 부대의 주둔지라는 식민지와 분단의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정적 성격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 대중음악의 국내 유입 확산 장소라는 문화자산의 성격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역사 왜곡이나 식민지배 미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반환된 부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캠프 마켓의 역사를 비롯한 조병창의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부평구 산곡동 부영공원 일대에 대한 문화재 유적 발굴조사 결과 대형 지하시설물의 출입구가 두 곳이 발견되었지만 전체 규모나 용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 조병창 관련 지하시설로 확인되는 함봉산 일대에도 산재하고 있는데 24개의 확인된 토굴 중 깊이가 15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함봉산의 토굴의 용도도 아직 규명된 바 없다. 일본조병창 부지인 부영공원 일대는 일제 침략사, 한국전쟁사, 미군 주둔과 기지촌 문화의 역사적 현장인 동시에 부평이 공업지대로 바뀐 도시형성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이다. 부지내 주요 시설물에 대한 조사를 비롯한 종합적인 학술조사와 연구를 기초로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2020-10-08 경인일보

[사설]방역에 동원한 지자체 의료원 적자 외면하는 정부

정부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일반 환자를 받지 못한 경기도의료원의 적자를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정확한 금액 산출이 어려울 때 개략적으로 계산해 지급하는 '국가손실보상 개산급'이 병원의 실제 손실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월2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증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각 지자체에 명령을 내렸고,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전담병원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12차례 손실보상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6월28일께 보상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감염병 전담병원의 어려움을 고려해 4~6월 3차에 걸쳐 개산급을 지급했다. 도의료원도 1차에 57억7천만원을 시작으로 2차 85억8천만원, 3차 62억1천만원 등 총 205억6천만원을 지원받았다.하지만 이 지원 금액으로는 도의료원 손실 보전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담병원은 일반 환자를 받을 수 없어 비어있는 병상이나 장례식장과 같은 부대시설의 운영 중단이 불가피한데, 정부의 개산급은 '환자가 입원한 병상'을 기준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도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전년대비 62.8% 가량 수입이 감소했다. 연말까지 인건비·약품비·진료재료비 등 필수 운영비만 약 950억원이 필요하다. 추후 정부에서 지급될 개산급을 3회 평균의 120%(약 414억원)로 가정하고 기존 병원 수입·예산 잔액(377억원)을 고려하더라도 약 159억원이 부족해 인건비 및 거래처 대금결제 체납이 우려된다.결국 정부의 잘못된 보상기준은 고스란히 지자체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경기도는 최근 도의료원 6개 병원에 2차 추가경정예산 158억6천여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1차 추경 예산 125억여원을 더하면 도비만 283억5천여만원을 추가 투입한 것이다. 도 의료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했지만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적자가 불가피해지자 급하게 도비로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정부는 4차 추경을 통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최전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지자체 의료원들의 적자는 지자체에 떠넘기는 형국이다. 방역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자체가 떠안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2020-10-07 경인일보

[사설]대기업 복지재단도 부동산 투기를 하니

공익법인인 대우재단의 부동산투기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대우재단 감사자료에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이사회 승인도 없이 2013년부터 183억원의 내부자금을 부실채권 전문투자사와 사모펀드를 통해 인천 효성동, 논현동, 운북동 등 전국 6곳의 경매부동산에 투자했다가 88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대기업 복지재단까지 천박한 돈벌이라니.비영리 재단법인인 대우재단은 1978년에 국민복지 향상 및 학술, 문화개발 등 사회이익 기여를 목적으로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사재 250억원과 그의 책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인세 수입으로 설립했다. 그러나 2014~2017년 재단의 지출예산 대비 목적사업 예산은 33%에 불과해 공익 운운이 민망하다.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익으로 포장한 재벌계 복지법인들의 탈법과 비리는 비일비재하다. 2004년 10월에 설립된 태성문화재단은 모기업인 호반건설에서 매년 50억~150억원을 출연받아 2019년에는 건물과 주식 등 기본재산이 931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목적사업에 대한 지출비율은 지난 3년 동안 1%대에 그쳤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되찾을 때 산하 공익법인은 신설한 금호기업 주식을 시가의 3배에 매입했다. 이 때문에 재단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2016년 1월 경제개혁연대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공익법인은 학자금, 장학금, 연구비 지원 내지 학술, 문화예술, 자선 등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탓에 현행 세법상 공익재단은 발행회사 지분 5%(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기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공익재단을 이용해 세금 한 푼 안 내고 경영권을 상속하는 탓에 재벌개혁의 빌미로 작용했다. 탈세와 비리는 점입가경이다. 국세청은 2018년에 대기업 공익법인 200여곳에 대한 전수검증에서 36곳을 적발해 410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재벌의 탈법, 편법이 반기업정서의 주범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문화재단 정상화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지만 집권 3년이 넘어도 별무성과다.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 잡아야 하는데 재벌개혁은 립서비스였나.

2020-10-07 경인일보

[사설]코로나 대격변 시대, 민주주의로 대응하고 극복해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지구적인 대격변이 진행 중이다. 인류의 일상과 문화가 변했고, 세계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그동안 세상을 떠받쳐 온 사상과 이념과 삶의 지향들이 전복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인류 전체가 차원 이동을 한 것이다.코로나19는 그러나 인류가 앞으로 경험할 미지의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세계 곳곳에서 파멸적 재앙을 예고하고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신·변종 바이러스들의 속출은 전망을 넘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대한민국과 대한국민들도 세계 인류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전면적인 대격변을 극복하고 미래세대의 삶을 보전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코로나19 대격변은 대한민국 사회 전 분야에서 수많은 칸막이를 만들어 사람들을 격리하고 분리하고 분열시키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양극화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가진 자들의 자본소득은 부동산, 주식, 신산업 등 신·구 자본시장에서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에 빈곤층과 중산층의 임금 및 자영 소득은 사라진 일자리와 비대면 세상의 도래와 함께 축소일로다. 이 같은 격차를 완화시켜 온 산업은 인력이 필요 없는 인공지능의 세계로 진입 중이다. 중산층은 엷어지고, 무자본 청년들은 아파트 한 채 갖기도 힘들어졌다.전통적 가치의 붕괴로 인한 문화 격변도 인간의 소외를 부추기고 있다. 비대면 추석은 격변의 상징이다. 차례 의식으로 구현해 온 집단적 연대감은 방역 명분으로 간단하게 해체됐다. 혼밥이 자연스럽고 공연과 스포츠 관람은 물론 사회적 발언까지 온라인에서 해결한다. 공동체의 운명적 연대를 확인할 공간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분리된 발언과 의견은 대결과 대립으로 치닫고, 언론이 주도했던 정제된 공론장의 기능은 갈수록 힘을 잃어간다.코로나19로 초래한 격리, 분리, 분열현상이 역설적으로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현상에 이르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전 국민의 염원이 코로나19 극복에 집중되면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축된다. 집회의 자유는 방역을 이유로 제한되고 정부에 반대할 권리는 사라진다. 미래세대의 세금을 빌려 현재에 쏟아부어도 감시와 걱정은 소홀하다. 권력에 너그러운 법원과 검찰로 인해 권력의 특권과 국민 기본권 사이의 양극화가 심각해졌다.코로나19로 도래된 대재앙 시대의 격변이 전통적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계몽적 민주주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 대격변 시대에 대응할 국민들의 민주주의 역량과 연대가 중요해졌다. 창간 75주년을 맞은 경인일보는 지역 최고의 정통 언론으로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공론장의 역할을 되새긴다.

2020-10-06 경인일보

[사설]'형제 참사' 본질은 기관협력과 해결의지 결여

의식을 잃은 채 사경을 넘나들던 인천 용현동 형제가 눈을 떴다. 지난달 14일 엄마도 없는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다 발생한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지 보름여 만이다.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형제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은 끝도 모른 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뒤늦게 받은 귀한 추석선물이 됐다. 형제가 어렵사리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던 동네 어른들은 한결같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이야기"라고 기뻐했다. 이런 따뜻한 관심이 형제의 눈을 다시 뜨게 한 힘이 됐다.이번 사고는 불행하게도 용현동 형제에게 먼저 닥쳤을 뿐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사회적 참사다. 용현동 형제에 대해서도 지난 2018년 9월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세 차례나 아동방임신고가 접수됐으나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원에 어머니와 형제에 대한 분리·보호 명령 청구를 했으나 기각됐다. 대신 내려진 전문기관 상담 처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학교 측도 형제의 양육환경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수업이 비대면 원격으로 진행되면서 관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긴급돌봄제도는 형제의 어머니가 가정보육을 원한다며 신청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뒤늦게 이런저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정부는 공식 사과하고, 국회의원은 재발방지법을 만들겠다고 서두른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고 한다. 경찰청까지 아동학대와 방임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다들 핵심을 놓치고 있다. 제도가 없어서 이런 참사가 빚어진 게 아니다. 보완하겠다고 이구동성이지만 구멍 난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큰 게 아니다. 일찌감치 경보가 울렸음에도 직접적인 구조와 구난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관련기관들의 협력과 문제 해결 의지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그게 본질이다. 간과한다면 그저 일회성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2020-10-06 경인일보

[사설]포천 군부대 격리시킨 코로나19 집단감염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전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포천에선 한 육군부대에서만 전체 부대원의 15%인 36명이 확진됐다. 해당 부대는 모든 장병의 휴가를 취소한 채 봉쇄됐고, 포천 내 모든 부대는 외출이 통제됐다. 한 지역의 국방전력이 차질을 빚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집단감염 사태는 이뿐 아니다. 연휴 기간 중 용인 대지·죽전고 학생과 가족 등 1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평군 건설업 근로자 관련 누적 확진자는 11명으로, 인천 부평구 지인모임 누적 확진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추석 직전 발생한 서울 다나병원 확진자는 최초 2명에서 연휴를 지나면서 46명으로 증가했다. 수도권뿐 아니다. 전북 익산시, 부산 금정구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중앙방역대책본부 5일 14시30분 발표 기준)속출하는 집단감염 사례가 심각한 것은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무증상 감염이라는 점이다. 포천 군부대의 경우 첫 확진 병사가 나온 27일을 전후해 간부 1명을 제외하고는 장병 전원이 외출·외박을 나간 사실이 없었다. 업무차 외출을 다녀온 간부는 시기적으로 첫 확진 병사의 감염과는 무관하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2일부터 5일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1천119명 가운데 18.2%인 204명이 이처럼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다.연휴를 전후한 전국적인 집단감염 사례들이 빙산의 일각일까봐 걱정이다. 연휴 기간 중 감염 조사가 부진했던 점과, 연휴 기간 중 전국 관광지와 여가시설에 몰린 인파를 감안하면 집단감염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경찰인력을 동원해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봉쇄한 사이에, 많은 국민들이 연휴 나들이에 나서는 바람에 인파가 집중된 장소가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전국에서 소집된 경찰인력을 비롯해 동원 가능한 방역인력들을 인파가 예상되는 주요 지점에 배치해 인파 소개활동을 펼쳤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국적으로 무증상 전파자가 산재한 것이 틀림없는 상황이라면, 정부와 방역당국의 방역행정 또한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해 대응해야 마땅했다.정치집회 봉쇄에 인력을 총동원하느라 행락인파에 대한 관리를 외면한 것은, 정치를 방역에 앞세운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2020-10-05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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