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인천 송도고 설립자 재조명의 의미

인천 송도고등학교 설립자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기록이 새로 발굴됐다. 이 학교의 설립자가 그간 알려진 친일파가 아닌 미국인 선교사임을 밝힌 1930년대 개성의 지역신문 기사다. 송도고는 1906년 10월3일 개성 송악산 기슭 산지현에서 개원한 한영서원이 뿌리다. 이후 한영서원은 1917년 사립송도고등보통학교로 교명이 바뀌었고,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인천 송학동으로 피난 개교했다. 1983년에는 옥련동 신축교사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은 이 학교가 개교 114주년을 맞은 날이다.이처럼 한국 근현대 교육사의 이례적 발자취를 간직한데다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문학교임에도 불구, 이 학교는 그간 민족사적 가치를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동안 이 학교의 설립자가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 말기 변절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윤치호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송도고의 학교법인인 '송도학원 100년사'에도 한영서원은 윤치호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나온다.이 같은 통설을 뒤집은 주역은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독립운동사연구소는 송도고 출신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수집하던 중 1933년 12월16일 발간된 개성의 지역신문 '고려시보'에서 송도고의 설립자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냈다. "광무 10년 봄 미국인 목사 왓슨씨가 처음으로 한영서원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송악산 아래 산지현에 있는 선교사의 부속주택을 빌어서 개교를 하였다가 다시 융희 2년 4월11일에 학부로부터 비로소 설립인가를 받아가지고…"라는 내용이 담긴 특집기사다. 87년 전의 빛바랜 신문까지 샅샅이 뒤져 소중한 기록을 찾아낸 독립운동사연구소의 역사적 소명의식이 돋보인다.무엇보다 송도고 동문들로서는 더없이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친일파가 설립한 학교라는 누명을 쓴 세월을 한꺼번에 벗는 느낌'이라는 동창회장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일종의 물타기 식으로 교육사업 등의 치적을 내세워 친일행적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송도고의 설립자가 잘못 알려진 것도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 이번 송도고 설립자 재조명 자료가 우리나라 근현대 교육사의 어긋난 퍼즐을 맞추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0-10-05 경인일보

[사설]국정감사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감사를 기대한다

추석 연휴가 지난 이달 7일부터 26일까지 20일에 걸쳐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정감사는 특정 기간을 정해 정부와 정부투자기관 및 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사법부 등에 대해 한 해의 정책과 예산집행의 타당성 등을 감사하는 제도로서 세계적으로 유일한 제도이다. 국감 이후에 거의 예외 없이 국감무용론과 개선론이 쏟아지지만 국감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는 터라 그대로 실시되고 있다.국회 전 상임위에서 소관 부처와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감에서 여야는 각종 쟁점에서 전방위적으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군의 공무원 피살 사건과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관련 사건, 부동산 정책 등에서 여야는 한 치의 양보 없이 격돌할 것이다. 공무원 피격 사건은 운영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정보위, 해양수산위 등 거의 전 상임위에 걸쳐 이슈화될 수 있는 사건이며 추 장관 관련 사건도 법사위와 국방위 등에서 정치 쟁점화될 수 있다.국감은 각 정부 부처의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당해 연도 예산이 적정하게 쓰였는지를 감사함으로써 다음 해 예산 심의에 중요한 자료와 토대를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주요한 권능으로서 여야 간의 정쟁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감은 매년 예외 없이 정책보다는 정치세력 간의 정치적 쟁투로 일관되어 왔다.올해는 내년 서울시와 부산시 보궐선거를 의식한 여야의 정국주도권 쟁탈과 현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고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야의 쟁투가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만행을 규탄하는 대북결의안 조차 채택하지 못하는 여야의 시각차가 존재하고, 공무원의 월북 여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공방이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추 장관이 국회에서 자신은 '관여한 바도 없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한 여야 공방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부동산 급등, 코로나19와 경제침체, 일자리 등 산적한 현안을 제쳐 두고 여야가 정치공방으로 날을 지새는 걸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국감이 어느 때보다도 정치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야는 정쟁을 최소화하고 민생에 다가가는 국감이 되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국감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도 여야는 같이 고민하기 바란다.

2020-10-04 경인일보

[사설]총체적 관리부실 드러낸 독감 백신사태

지난달 하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578만명분 용량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돼 접종이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2천300명 이상이 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의 한 병원에서는 지난달 28일까지도 환자들에게 접종 금지된 백신이 접종됐다. 백신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데 이어 사후 관리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백신 접종 금지조치 이후 추가 접종자는 없을 것이라던 방역 당국은 우왕좌왕해 국민 불안만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K-방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인천의 한 요양병원은 접종사업이 전면 중단된 지난달 21일 이후에도 노인 환자들에게 백신을 계속 접종했다. 지난달 24∼28일 입원 환자 122명에게 독감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백신은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위해 정부가 조달한 물량이었다. 계획상 만 75세 이상을 시작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접종 사업은 이달 13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병원은 접종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이다. 방역 당국의 관리체계 부실과 일선 병원의 허술한 운영 체계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는 지적이다.질병관리청은 백신 유통과정은 물론 사후관리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질병청은 일부 백신이 상온노출된 것으로 확인되자 접종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에는 백신 접종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25일 이후부터 급증, 접종자 수가 2천300명을 넘어섰다. 질병청은 금지 기간 접종 이유로 정부 조달 물량과 유료인 민간 물량을 분리하지 않고 보관한 관리 부주의를 꼽았다. 또 국가 예방접종사업 전에 미리 접종하는 등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점과 의료기관이 사업 중단을 인지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질병청 스스로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독감 백신을 맞고 발열, 몸살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고 신고한 사람은 12명이다.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 물량으로 접종한 병·의원만 전국 280곳에 달한다. K-방역을 자랑해온 정부를 당혹하게 하는 백신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독감 예방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국민 불안과 걱정을 해소해야 한다. 마침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전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2020-10-04 경인일보

[사설]이례적인 아동학대 신고 감소 현상 주목해야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생 형제들이 돌봄 방치 상태에서 라면을 끓이다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아동학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 형제와 같이 숨겨진 피학대 아동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통계 기사가 나왔다. 경인일보 보도(9월28일자 1판 1면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인천시 아동학대 신고는 총 1천257건인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신고된 1천395건에 비해 9.9%인 138건이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아동학대 신고는 해마다 증가추세였다. 인천의 경우 2014년 1천7건에서 2018년 2천81건, 지난해엔 3천1건으로 폭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인천만이 아니다. 국회에 제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2016년 1만830건에서 2019년 1만4천484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112 접수 신고에 국한한 통계로, 인천시는 2016년 954건에서 2019년 1천578건으로 4년간 112신고 증가율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이 같은 아동학대 신고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올 상반기 인천시의 전체 아동학대 신고 감소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인천시만의 일이 아닌 점이다. 아동권리보장원도 올해 1~3월 아동학대신고가 전년 동기간에 비해 500건 이상이 줄었다는 자료를 게시해놓았다. 그만큼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본 것이다.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5%가 '부모'이며, 전체 아동학대 신고 주체의 16~17%가 '교사'라고 한다. 따라서 아동학대 신고 건수의 이례적인 감소 현상은 코로나19로 휴원과 비대면수업이 반복되면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현장에서 발견됐던 아동학대 사례가 묻힌 탓으로 볼 수 있다. 아동학대 여부는 직접적인 대화와 대면을 통한 관찰 없이는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휴원, 휴교는 아동학대 1차 저지선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보건복지부는 인천 초등학생 형제 사건 이후 지난 22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7만여명의 취약계층 아동들에 대한 돌봄방치와 학대 여부를 전수조사 중이다. 전수조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수업중단 시기와 아동학대 증감 현상도 분석해 볼 것을 권한다. 그래야 휴원, 휴교 상황에서 시행할 수 있는 교육당국을 포함한 국민적 아동학대 방지 방안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2020-09-28 경인일보

[사설]'죄질 나쁘다'며 실형 선고받은 전 부천시의장

'알선뇌물약속' 혐의에 ATM 현금인출기 '절도 혐의'가 추가돼 병합으로 재판에 넘겨진 부천시의회 이모 전 의장이 지난주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그가 의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인으로서의 자세와 태도에서 벗어나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상급심이 남았지만 지역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인천지법 부천지원 담당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범죄의 고의성도 입증된다고 덧붙였다. 피고는 만취 상태라 타인의 돈을 가지고 간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CCTV 화면에 피해자가 나가자마자 입출금기에 다가갔고, 주위를 살핀 뒤 출금기에 돈이 있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고 밝혔다. 피고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이 전 의장은 이미 전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적 유죄'란 심판을 받은 바 있다.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경기도 공천심사위는 그의 지역구에 다른 인사를 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이 전 의장의 낙천이었다. '경선은 물론 본선의 후보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당시 경기도당 공심위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권리당원 경선지역'으로 바뀌어 공천됐고, 시의원에 당선된 뒤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공천 탈락 사유는 현금인출기 절도 혐의가 아니라 '뇌물공여약속'과 급여 가압류였다. 그는 시의원이던 지난 2012년부터 각종 개인 채무 문제로 29명의 채권자로부터 급여를 압류당한 상태였다고 한다.그는 현금인출기 절도 혐의가 공론화되고 사회적 비난이 들끓자 의장직을 사퇴했으나 한동안 의장실을 비우지 않아 논란이 됐다. 당시 지역 정가는 물론 시민들까지 그의 몰염치한 행위를 비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란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전 의장은 부천시민에게 사죄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 그가 한때 몸담았던 민주당도 시의회 차원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재발 방지 등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상처받은 민심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2020-09-28 경인일보

[사설]김정은 사과 한마디로 덮일 일이 아니다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살해한 사건 발생 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와 북의 태도는 적반하장 그 자체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는 '미안하다'는 말은 했지만 불법 침입자를 규정에 따라 처리했기 때문에 오히려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27일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사과의 진정성이 없음은 물론 시신 수습을 위한 우리 측의 수색작업을 침범으로 규정했다.그럼에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 최고지도자가 한 전문에 두 번이나 '미안'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의 야만적 행위에 대한 비난보다 '사과'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23일 오전 1시경에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오전 8시30분에야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이루어진 것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새벽이어서 보고가 늦게 이뤄졌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이번 공무원 피살 사건의 본질은 비무장한 우리 국민을 의도적으로 무참하게 사살한 북한의 야만적 행위이다. 남북의 주장이 다르긴 하지만 시신을 불태워서 유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섣부르게 북한의 사과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함은 물론 시신 수습 등 사태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과가 향후 남북관계 변화의 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북한의 사과로 그들의 만행이 희석되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여권 성향의 인사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계몽군주'같다느니,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올바른 인식이라고 볼 수 없다.북한의 사과 이후 대북규탄결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미온적인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관계라는 한 축이 있지만 분명한 북한의 만행이 사과 한마디로 덮일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관계 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가 10시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것과 대면보고 이후 33시간 만에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있었던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여당과 청와대, 군 당국은 진상규명에 모든 노력을 다하고 국회에서도 긴급현안질문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2020-09-27 경인일보

[사설]정부는 3기 신도시 단체장들의 건의 적극 반영해야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의 핵심은 3기 신도시 건설이다. 경기도내 5곳에 신도시를 개발해 11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지역 실정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하고 있다며 일부 지자체와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과천에서는 김종천 시장이 신도시 건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3기 신도시 해당 지자체장들이 지난주 서울에 모여 주목을 받았다.참석자들은 정부에 신도시 기반시설 조성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과중한 비용부담을 해소해달라고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가사업인 신도시에 설치되는 주민센터, 체육·문화·복지시설 부지를 지자체가 사들여 짓고, 운영까지 책임지는 것은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늘어날 경우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키로 했다. 개발제한구역 내 공익사업을 위해 철거된 이주자에 대한 택지공급과 훼손지역 복구대상 선정에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함께 요구하기로 했다.지자체장들이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나선 이유는 실패로 돌아간 일부 2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인천 검단지구와 파주 운정지구의 경우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개발이 늦어졌고, 현재는 입주민들이 출·퇴근 불편을 겪고 있다. 지역에서는 정부가 서울 강남의 수요를 분산하겠다며 건설한 신도시가 열악한 환경에 놓인 '베드타운'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공공청사부지와 복지시설 부지를 확보해 건립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 등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자체와 입주민들의 불만·불편은 여전한 실정이다.5개 신도시 단체장은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모여 단계별 점검과 정부에 대한 추가 건의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음 모임에서는 공공택지지구에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 복지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특별교부세 증액과 취득·등록세의 배분기준 조정안을 중점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단체장과 지역민들의 건의 사항을 신도시 건설 과정에 정책적으로 적극 반영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토부 관계자가 회의장에 나와 의견도 듣고 설명도 해야 한다. 그래야 2기 신도시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2020-09-27 경인일보

[사설]우리 국민 사살하고 불태운 북한의 만행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40대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북한 총격으로 숨진 뒤 화장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24일 국방부가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오후 1시께 인천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 해상에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해양수산서기(8급) A(47)씨가 실종됐다는 상황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접수했다. A씨는 이날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 지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국방부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A씨)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도 했다. 남측 민간인이 북한 지역에서 총격을 받고 숨진 것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처음이다.A씨는 22일 오후 3시30분께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으며,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부유물에 탑승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군이 해상에 있던 A씨를 사격한 후 시신에 접근해 불태웠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 설명이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군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봉쇄 조치를 강화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만행이 코로나19 방역 조처의 일환일 수 있다는 얘기지만,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비무장 민간인을 잔혹하게 사살한 데다, 시신까지 불태운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선 안 된다.현재까지 의존할 수 있는 정보는 정부 발표 내용밖에 없다. 국방부는 22일 첩보를 통해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포착했지만, 23일 오후 언론에 일부 내용을 공개했으며 24일 공식 발표했다. 그 사이 A씨 생사 여부, 자살설, 월북 시도설 등에 관한 추측이 난무했다. 국민 혼란을 부추긴 셈이다. 해경은 소연평도 해상에서 A씨가 탔던 어업지도선을 조사 중인데, CCTV 2대 모두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아 A씨 동선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또한 문제다. 군과 정보 당국, 해경은 한 점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정부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2020-09-24 경인일보

[사설]수도권매립지 갈등, 환경부가 나서라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를 대신해 인천시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입지 후보지 공모에 나서자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사실상 반발하는 모양새다.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를 기정사실화 하고 독자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기존의 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가 합의한 '4자 합의'에 따른 공동 대체매립지 확보 노력을 하지 않고 독자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인천시로서는 지난 5년간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매립지 종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관계로 대체매립지와 관련된 진척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자구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4자 협의 당시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잔여 부지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인천시는 이 단서를 매립 연장을 위한 '독소조항'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4자 협의체가 가동되어 대체 매립지를 찾더라도 인천은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은 인구 규모로 보아서도 294만명의 인천시에 2천600만 인구가 배출하는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뿐더러 수도권매립지로 인한 피해를 30년간 감수해온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에도 심각하게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인천시가 자체매립지 공모에 나선 것은 이미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인천시는 다음 달 15일 자체 대체매립지와 소각장 현대화 등 친환경 자원순환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수도권은 이른바 '단서조항'을 기대하며 소극적으로 임하다가는 실기하여 엄청난 쓰레기 대란을 맞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난망해 보이지만 다행히 대체매립지를 찾는다 해도 연결도로를 비롯 기반시설 조성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환경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지자체 간의 협의사항에 맡길 일이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5년은 불과 4년 후이다. 공동 대체매립지를 찾건 지자체별 자체해결을 하건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차제에 환경부는 쓰레기 감량부터 분리배출, 재활용 확대, 친환경 자체 처리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 국가적 수준에서 자원순환 대혁신 정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2020-09-24 경인일보

[사설]추석 앞두고 거리에 내몰리게 된 청년들

수원의 한 사단법인이 운영하는 청소년의 주거공간이 문을 닫게 됐다. 자립하기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을 위한 주거공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수용시설을 지원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법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해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가 이 시설에 대해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이 아니라고 판단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계약 만료 시점은 이달 30일이다. 시설 내 청소년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설을 비워줘야 할 딱한 처지가 됐다.(사)들꽃청소년세상은 지난 2008년부터 수원시 영통구 소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39.68㎡ 규모의 '자립관'을 운영하고 있다. 16개 실을 갖춘 이 시설에는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한 청소년(보호종료아동)과 주거빈곤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호실당 보증금은 250만원, 월세는 10만원 이하 수준으로, 경제 자립도가 낮은 청년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지난 7월 입주자들은 계약 갱신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LH는 매입임대주택 업무 지침상 공동생활가정운영기관은 해당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곳 자립관은 불가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이 시설에 대해 공동생활가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이달 30일이면 계약기간이 끝나게 된다. 추석 명절을 앞둔 시설 내 청소년들이 딱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LH는 운영자와 6차례 계약을 갱신하며 공간을 내줬지만, 지자체의 자격 미달 판정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계약해지를 앞둔 청년들을 당장 내보낼 순 없기 때문에 다른 주택 공급 복지 정책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 자원봉사자들도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공동생활가정이라 볼 수 없다 해도 시설퇴소 청년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제공을 위해 계속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수원의 자립관이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매입임대주택 업무 지침에 어긋난다는 것뿐이다. 10년 넘는 동안 시설운영에 문제점이 없었고, 시설을 나온 청소년과 경제 사정이 열악한 청년들의 편안한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자립관 수용자들을 내보내야 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 비록 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공간으로서는 부족하지만 미자립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사안의 합리성에 근거한 행정의 유연함일 것이다.

2020-09-23 경인일보

[사설]실망만 안긴 통신비 2만원 지급

말이 많았던 2차 재난지원금 지급문제가 타결되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늦게 국회에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국채 발행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제출한 7조8천억원에서 약 300억원을 감액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명세서 작성을 완료하면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당장 서민들의 추석맞이가 고민이었는데 다행이다. 중복지급을 최대한 제거하는 한편 가급적 모든 계층이 골고루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들이 확인된다. 그러나 2차 재난지원금의 최대쟁점이었던 통신비지원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이다.기존의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은 '16~34세 및 65세 이상'으로 변경되면서 해당 예산 9천200억원은 4천억원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통신비 지급대상을 줄여 확보한 5천602억원은 전 국민의 20%(1천37만명)에 대한 코로나 백신물량 확보와 취약계층 105만명에 독감 무상 예방접종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원안(原案)에는 없던 소득감소 법인택시 운전자 100만원 지원에다 유흥주점과 콜라텍 등에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 지급이 추가되었다. 불만을 터뜨렸던 업종은 다 주기로 한 느낌이다.여성계는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중대한 정책을 결정하는데 유흥주점의 눈치를 보는 부끄럽고 염치없는 행태라 비판했다. 클럽과 룸살롱, 단란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은 방역당국이 설정한 코로나19 고위험시설 12종의 하나로 당초에는 소상공인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여성운동가 출신의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석 달간 600만명이 다녀가 활황이었던 대도시 룸살롱은 지원대상에서 빼야 한다"며 꼬집었다.통신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35~64세 계층은 상대적 박탈감에 어이가 없다. '세금만 내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볼멘소리다. 정부는 "35~64세 연령대의 경우 고정수입이 있거나 재난지원금 중복 가능성이 커 제외했다"고 설명하나 월급쟁이들은 불만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티가 지난 11일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8.2%가 응답한 '잘못된 정책'이란 지적에 눈길이 간다. 통신비 2만원 포퓰리즘은 돌고 돌아 누더기 대책이 되고 말았다.

2020-09-23 경인일보

[사설]수도권매립지 '눈치싸움' 끝내야 할 때

인천시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구체적인 행정절차에 나섰다. 기존의 매립지를 대체할 인천시만의 자체 매립장 공모에 착수했다. 지난 21일 시 홈페이지에 게시한 '인천시 폐기물처리시설(매립) 입지 후보지 추천 공모' 계획에 따르면 대상지는 상수원보호, 군사시설보호 등 각종 토지이용계획에 제한을 받지 않는 면적 5만㎡ 이상의 부지다. 생활폐기물 소각재와 불연성 폐기물만 처리하는 친환경 방식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인데 하루 평균 160t을 반입하는 소규모로 지어진다.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103만㎡의 20분의 1 규모다. 시는 매립한 지하공간 전체를 밀폐하고, 사용이 종료된 상부공간을 공원이나 체육시설로 활용한다. 매립기간은 20년이다.수도권매립지 사용연장 거부, 기존 매립지를 대체할 새로운 매립지의 연내 확정과 2025년까지 조성 완료,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인천시만의 자체 매립장 확보 추진 의지는 4자 협의체에 참여하는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측에 이미 전달된 상태다. 인천시 공론화위원회도 지난 7월 말 기존 매립지의 2025년 종료를 위해 인천만의 자체 매립장을 만들고 지역 내에 소각장 현대화 사업과 신설 등을 추진할 것을 시에 권고했다. 인천시의 이번 공모는 그런 의지를 실천적인 행정절차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해왔던 말과 보여왔던 행동이 빈말이나 떠보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서울시와 경기도도 받아들이는 정도가 여느 때와 다르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는 4자 합의에 따른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인천시에 보냈다는 얘기도 있다.그동안의 행적들을 되짚어보면 인천시는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기존의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새로운 매립지를 확보할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일찌감치 대체 매립지 선정 촉구와 함께 인천시만의 자체 매립장 조성 추진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왔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다른 협의체 당사자들은 4자 합의서의 단서조항인 기존 매립지의 계속 사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젠 4자 협의체 당사자들이 그동안의 눈치싸움을 끝내야 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모두 자신들의 카드를 공개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의 패 감추기는 자칫 심각한 도덕적 비판이나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2020-09-22 경인일보

[사설]산재 판정 범위 법원판결 추세에 따라 개선해야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LG디스플레이 구미·파주 공장에서 근무하다 39세의 나이로 폐암에 걸려 숨진 노동자가 7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1년여 투병 끝에 30대의 이른 나이에 숨진 노동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기나긴 싸움을 한 끝에 얻은 결실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유환우)는 최근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A씨는 2000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5년간 화성공장에서 노광장비 설치·유지보수 업무 담당 설비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5년부터 2013년 6월까지는 LG디스플레이 구미·파주 공장에서 근무했다. 2012년 6월 폐암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6월 숨졌다. A씨의 유족은 2014년 2월 피고(근로복지공단)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3년 뒤인 2017년 3월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산재불승인 처분했다. 재심 청구를 맡은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서도 같은 처분을 내렸다.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반도체·LCD 포토 공정에서 사용하는 감광액 등 다수 화학제품의 성분이 영업비밀에 해당해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망인에게 노출된 여러 유해물질이 망인의 폐암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결문에 썼다. 또 생산 차질을 막고자 안전장치를 작동하지 않도록 하고 일을 했다는 A씨 동료의 증언도 산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병원 감정의의 '직업적 요인' 소견 등도 참작했다.이 판결을 놓고 산재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판결 직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은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명목으로 재해자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너무 쉽게 배제하고 있다"며 "산재 불승인 판정을 뒤집는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는 만큼 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하는 판정을 해야 하고 정부와 국회도 산재 판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유족과 노동인권단체의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즉각 산재판정시스템을 법원 판결 추세에 맞추기 바란다. 그래야 기업의 산재방지 노력이 강화되고, 노동자들의 산재피해 즉각 구제도 가능해진다.

2020-09-22 경인일보

[사설]'라면화재' 비극에 '전국 조사'로 뒷북치는 정부

보건복지부는 21일부터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방임·학대 여부 조사에 나섰다. 전국적인 전수조사로 대상 아동이 7만여명에 달한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코로나19로 각급 학교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방임되거나 학대받는 아동들을 찾아내 지원함으로써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나섰다. 아울러 돌봄 사각지대를 정책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관련 기관의 협조를 요청하고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복지부가 갑자기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생 형제의 안타까운 화재사고에 여론이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초등학생인 두 형제는 엄마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 이후 엄마의 방임 의혹이 제기되고, 지자체·아동보호전문기관·법원 등이 두 형제를 보호할 수 있었던 수차례의 기회를 외면했다는 언론의 후속보도가 줄을 이었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정부는 허둥지둥 전국 취약계층 아동들의 돌봄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이다.정부는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에서 취약계층의 참변이 발생할 때마다 전수조사니 뭐니 하면서 뒷북을 때리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아동돌봄 문제는 취약계층을 포함해 모든 가정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복지부가 이런 지적에 민감했다면, 취약계층 아동의 방임·학대 실태 조사는 진작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랬다면 그 결과에 따라 돌봄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손볼 수 있었을테고, 예산이 필요했다면 네 차례나 수립된 추경에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 형제도 돌봄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복지부의 말처럼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취약계층 아동 돌봄 서비스의 빈틈을 메우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일선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유기적이고 적극적인 공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두 형제도 주민들의 신고로 지자체와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받았지만, 두 기관의 상이한 상황판단으로 신속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법원은 형제를 엄마와 분리해 보호해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엄마는 학교 측의 긴급돌봄 제의 마저 거부했다. 아동돌봄 시스템이 아동인 두 형제 중심이 아니라 엄마의 이기심과 기관들의 편의에 따라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도 아동보호 청구에 대해선, 서류보다는 현장과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향적인 자세변화가 있어야 한다.

2020-09-21 경인일보

[사설]영종지역 '국립종합병원' 건립 타당하고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종합병원이 없다. 현재 이 지역에는 9만여명의 주민과 공항 상주근무자·이용객 등 유동인구가 28만여명에 달하지만, 의원급 36곳, 한의원 8곳, 치과병원 17곳 등 소규모 의료 시설만 산재해 있을 뿐이다. 인천공항 이용객이나 '영종국제도시' 주민 등 응급환자 발생 시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건너 대형 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 5위 규모의 인천공항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전문 의료기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서 '영종국제도시 종합병원 건립 최적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와 온라인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용역을 의뢰 받아 연구를 진행한 연구기관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지역에 종합병원이 없어 보건의료 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영종도 의료기관 설립 방안으로 '중앙정부가 건립 주체가 된 공공 종합병원', '인천공항 특수성 반영', '공공 종합병원은 대형병원이 관리·운영' 등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외 입국장의 감염관리가 취약해 세계적인 감염병이 국내에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립종합병원' 형태의 의료기관을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지역사회에선 오래전부터 영종국제도시에 종합병원을 설립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에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영종지역 '국립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했다. 인천시는 현재 서울대 병원 등 국비가 투입될 수 있는 국립 의료기관의 영종도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국립대 병원이 없는 곳은 인천과 울산뿐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천 지역 공공 의료 인프라 구축 또한 시급한 실정이어서 영종지역의 '국립종합병원' 유치·건립 필요성과 당위성은 충분하다. 국립대 병원 유치를 포함한 인천의 의료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영종국제도시 종합병원 건립 최적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종합병원 유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 인천경제청은 종합병원 유치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정부부처와 관계기관의 협조를 꼽는다. 정부의 빠른 답과 협조가 절실하다.

2020-09-21 경인일보

[사설]공공일자리 현실 드러낸 '자원관리 도우미'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쓰레기 분리수거의 효율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자원관리 도우미들이 겉돌고 있다. 하겠다는 사람이 적어 채용률이 목표치의 절반에 그쳤고, 그나마 5명 중 1명은 중도에 그만뒀다고 한다. 명확한 업무 지침도 몰라 도우미들이 우왕좌왕하고 정작 수요가 많은 아파트단지에는 인력이 공급되지 않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도우미들을 보지 못했다는 주민들이 많아 이들의 실제 근무 여부도 논란이다. 공동주택 관리소장의 도장만 받으면 근무한 것으로 인정받는 허술한 근태관리도 도마에 오르는 등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한국환경공단은 올해 하반기 자원관리 도우미 1만802명을 채용해 일정 기준 이상 공동주택에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채용 인원은 5천458여 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고, 20% 정도는 중간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집계됐다. 주 5일 전날 저녁부터 당일 아침 사이 꼬박 일해야 하고 급여도 78만원에 불과한 등 근무 조건이 나쁜 점이 기피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단은 급여를 104만원으로 늘렸으나 이탈자는 여전한 실정이다.분리수거 도우미들에 대한 명확한 업무지시와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부작용을 심화시키고 있다. 공단 측도 코로나19 때문에 매뉴얼 교육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근태에 대한 규정이 애매하고 관리가 허술한 것도 문제다. 필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데다 관리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도우미를 보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정작 도우미가 필요한 곳에는 인력배치가 되지 않는다는 '미스 매치'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공단 측은 도우미 숫자가 많아 근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개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전국에 채용된 도우미는 4천여명으로, 인건비만 한 달 35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들이 뭔 일을 하는지 모르거나 심지어 보지도 못했다는 반응이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공공사업이다. 민간업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공공일자리를 짜내다 교통안전 지킴이, 새똥 닦기 요원, 오토바이 소음 감시원까지 등장했다.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이유다. 자원관리 도우미뿐 아니라 공공일자리 전반에 대한 진단과 점검,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2020-09-20 경인일보

[사설]도덕 불감증 의원들 퇴출해야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의원을 전격적으로 제명했다. 당내 윤리감찰단을 통하여 김 의원을 제명조치 했으나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대량해고와 임금체불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과 검찰에 배임과 횡령, 준사기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등에 대한 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이 사안은 몇 가지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김 의원의 소명이나 조사 절차가 생략된 채 전격적으로 제명조치가 결정됐다는 점이다. '당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 같지 않아서 제명했다'는 윤리감찰단 설명은 궁색하다. 둘째,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함으로써 이스타항공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이 의원과 검찰이 7개 혐의로 기소한 윤 의원에 대해서는 왜 제명 조치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기소된 의원은 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셋째, 제명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의 차남 증여 의혹과 재산을 누락해서 신고한 행위 등은 국민 정서는 물론 법률적으로도 수사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제명 조치로 당은 부담을 덜고 김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아니다.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의혹 논란을 차단하고 상쇄하기 위하여 당의 창업주인 김 의원을 제명하는 것이 상징적인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했다고 유추할 수 있지만, 이 의원과 윤 의원의 경우와 견주어 볼 때 공정한 처사라고 볼 수 없다. 대표성과 책임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이다.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면 의원직 사퇴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제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이 의원과 윤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국민의힘 소속인 박덕흠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이던 지난 5년 동안 박 의원의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들이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들로부터 773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사실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최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재산누락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재산누락신고 행태와 이해충돌방지에 어긋나는 반윤리적 행위를 보고 있어야 하는가. 시민 일반의 도덕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파렴치한 군상들을 내치지 않으면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2020-09-20 경인일보

[사설]성남시 공무직 부정채용 논란 조속히 해결돼야

성남시가 도서관 자료 정리원 채용을 두고 시끄럽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무직을 채용하면서 은수미 시장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인물들이 부정채용 됐으니 진실을 밝혀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시는 채용 때 어떤 청탁도 없었다며 허위 사실 주장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시에 조사 후 결과보고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자신을 은 시장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40대 후반으로 밝힌 한 청원인은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렸다. 2018년 신축 개관하는 시 도서관 공무직 채용공고가 나왔는데, 합격자 15명 가운데 은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자원봉사자 7명이 합격했다는 주장이다. 1차 서류전형 당시 100대1의 엄청난 경쟁률을 보여 큰 관심이 쏠렸다. 합격자 절반 가까이가 은 시장의 선거를 도왔던 인물이 뽑혔다는 것이 특혜 채용이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또 채용 과정과 경험 등을 이유로 들었다. 타 도서관 채용 때는 준사서자격증이 필수로 필요한데 해당 도서관은 기준을 대폭 완화했고, 특별한 사회경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청원인의 주장을 요약하면 시가 자격도 안 되는 지원자들을 무더기로 합격시켰고, 관련 경험도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은수미 시장의 선거를 도왔던 인물들이 부정채용 됐다는 내용이다. 지역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울 만한 민감한 사안이다. 시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어떠한 부정도 없었고 허위 사실 주장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주말 및 공휴일 근무 조항이 있어 응시율이 낮았고, 자격증까지 제한을 두면 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결국,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청원이 제기된 만큼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시의회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국민권익위도 시에 조사 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청원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시장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를 채용했는지, 아니면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합격자들이 우연의 일치로 채용됐는지 여부다. 악의적인 청원인지도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 만약 채용과정에서 공정을 해치는 요인이 있었다면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사안이 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의혹이 해소되길 바란다.

2020-09-17 경인일보

[사설]코로나 블루(우울) 우려에 세무조사라니

지난 16일 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서 세무조사 건수를 예년보다 10%가량 축소한 1만4천여건으로 확정했다. 2017년 1만6천713건, 2018년 1만6천306건, 지난해 1만6천8건 등과 비교할 때 최근 4년간 가장 적은 규모다. 부동산시장 과열에 편승해 확산되는 변칙적인 탈세도 근절하기로 했다.납세자 친화적 세정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조사 착수 보류, 과징금 유예 등 불편을 최소화 하지만 불공정과 탈세, 체납 등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단다. 그러나 세무조사를 통보받은 자영업자들은 이번 세무조사를 날벼락이라며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단계로 하향조정 됐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회복 기미가 없어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인들이 부지기수인 것이다.'부모 찬스'에서 배제된 청년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기회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30대 이하의 부동산거래에 초점을 맞춰 편법증여로 주택을 구입했거나 부모명의 주택에 자녀들이 실입주한 사례 등을 집중 단속할 예정인 것이다. 탈세 수법도 매우 다양한데다 그간의 탈세 사례를 보면 일반인들의 상식을 크게 벗어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저출산 문제의 최대 걸림돌도 '마이 홈'이다.그동안 부동산거래 과정에서 고액의 편법 증여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세무조사의 사각지대였다. 근래의 뜨거웠던 주택시장은 설상가상이다. 정부가 고강도의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시장에서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여전히 우세하다. 지난 14일 이데일리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3.6%는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에 집값 하락의견은 15%이다.그러나 국민들 반응은 별로이다. '코로나 블루'(우울) 탓에 최근 한 달 동안 정신과 문의가 평소 대비 4배나 폭증하는 등 불생산적 소비를 장려해도 부족한 지경인데 세무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난(國難)에는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백성들을 다독거리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인 법이다.

2020-09-17 경인일보

[사설]'외상으로 고기 먹인다'는 아동시설의 현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외 계층 청소년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 운영자가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에서는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엄마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시간이었다. 비용부담과 방역지침 때문에 학원에도 가지 못하는 소외 계층 학생들의 불안이 커진다. 운영비는 늘어나는데 후원금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역교육청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외상으로 식재료를 사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라는 게 시설운영자들의 전언이다.경기도내 아동양육시설의 운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후원자는 물론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어진 상태다.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외출을 삼가고, 외부인의 방문도 자제하라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양육시설은 고립된 섬이 됐다고 한다. 학교 수업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식대 등 운영비는 늘어났으나 후원금은 확 줄어들면서 운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자체와 해당 교육지원청은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지원하는 데 그친다.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한 시설 운영자는 "운영비가 부족해 인근 정육점에서 3개월 가량 외상으로 고기를 사다 먹였다"고 했다.인천 미추홀구의 빌라 2층에서 지난 14일 불이나 초등학생 형제가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비대면 원격수업 탓에 자택에 머물며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가 형제만 집에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어야 하면서도 돌봄 사각지대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번 주까지 비대면 원격수업을 하는 인천지역 초·중·고는 782곳에 달한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코로나와 같은 비정상 상황에서 정책이 혼선을 빚을 경우 형제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코로나 때문에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접고 좌절해서는 안된다. 초등학생 형제의 불행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돌봄 사각지대를 꼼꼼히 점검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아동양육시설에 대한 지원과 점검을 통해 수용된 청소년들이 불편과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외 계층과 시설에 수용된 아동·청소년 복지정책, 다시 살펴야 한다.

2020-09-16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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