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최소자격

지난 4·15 총선의 전 과정을 통해 미래통합당(지금의 국민의힘)은 코로나19가 조화를 부린다 생각했을 것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정권심판론과 함께 코로나19 대응의 적절성 논란으로 승리를 자신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것이 3월 중순 반전이 일어나더니 코로나19 대응조치가 국민적 호응을 얻게 되면서 급기야 총선 직전에는 선거를 거의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미래통합당은 대한민국 보수정당 사상 가장 적은 의석을 얻음으로써 '궤멸적 참패'라는 평가표를 받아들게 된다.그러나 선거현장에선 또 다른 요인이 있었다. 수도권의 공천실패다. 경쟁력 없는 인물들을 수도권 지역구에 내세우는 바람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지역정서에 대한 이해가 없고, 지역사정의 이면을 읽어내지 못하며, 지역유권자와의 접촉 경험도 없는 후보를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내려보낸 결과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총선 직후 어느 정책토론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쟁력이 없는 바른미래당 출신 후보자들을 "통합 명분으로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선거 막판에 공천함으로써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고정표의 이탈을 가져온 것"이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국민의힘이 인천과 경기지역구 당협위원회 위원장 13명을 교체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인천에선 애초 교체 권고 명단에 올랐던 6명 가운데 민경욱 연수구을 위원장 1명만 교체하고, 경기지역에선 14명 중 12명을 물갈이하기로 했다. 지역정가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인천의 경우 총선 이후 선거구에 실제 거주하지 않거나 지역 당원들과 갈등이 있는 위원장들이 대부분 구제됐다. 반면 경기도 해당 지역구에선 "경기도는 다 죽이면서 인천은 다 살리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심사와 의결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 문제가 있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키로 했으면 제대로 하길 바란다. 정파나 어설픈 명분에 얽매여 경쟁력이 없거나,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습관적으로 출마하는 인물을 당협위원장으로 내세우지 않길 바란다. 앞서 짚었듯이 지역사회와 꾸준히 호흡하면서, 지역정서를 잘 읽고, 지역사회의 내밀한 사정까지 제대로 헤아리는, 거기다 전문성까지 갖춘 참신한 인물을 가려내길 바란다. 국민의힘이 예뻐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얘기다.

2020-12-29 경인일보

[사설]시·도 자치경찰위 중립·전문성 걱정된다

개정된 경찰법은 경찰을 국가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로 나누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경찰' 시행을 위한 전국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인천시는 내년 3월까지 자치경찰위원회 운영을 위한 조례 정비 등 사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이어 5월 중 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범 운영기간을 거쳐 하반기에 정식 출범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치경찰을 지휘 감독하게 될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현행대로 구성될 경우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자치경찰위는 자치경찰의 인사 및 예산 등 주요 정책을 비롯해 감사의뢰, 감찰요구, 징계요구 등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된다. 자치경찰 관련 중요사건·사고와 현안에 대한 점검도 주요 업무에 속한다. 총 7명으로 구성되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국가경찰위원회가 각 1명씩, 시·도의회와 시·도 위원추천위원회가 각 2명씩 위원을 추천하도록 했다. 위원회 추천위도 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군·구 의장단 협의회와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1명씩 추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도지사와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선출직들이 자치위원회 절반 이상을 지명하고 추천할 수 있는 구조다.이 때문에 자치경찰위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치경찰이 정치적 중립과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업무를 잘 모르는 인사나 지역유지 등 토착 세력이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정치권 인사나 지역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는 등 자치경찰의 취지를 훼손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위원들 추천권을 이용해 자치단체장과 정당이 새로운 권력기구를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인들의 입김이 작용한 위원 선정은 정치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지방경찰청과 경찰서가 담당하는 업무 가운데 성폭력과 교통사고, 민생치안 등의 업무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치경찰에 이관될 예정이다. 하지만 자치경찰 시행에 앞서 자치경찰위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대로 자치경찰위가 구성될 경우 자치경찰이 정치권에 휘둘리거나 외압에 굴복할지 모른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제도적 보완이 어렵다면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

2020-12-29 경인일보

[사설]인천시 방역 지원 나선 의료인들 충분히 보상해야

의료계를 떠난 휴직·퇴직 의료인들이 코로나19 종식에 힘을 보태려고 방역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백신을 접종할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방역 현장으로 돌아오는 의료인들은 시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다.연일 1천여명 안팎으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병상이 있어도 의료 인력이 없어서 입원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발한다. 지난 21일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병상 대기 중이던 90대 여성이 하루 만에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전국에서 같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기존 의료 인력은 장기적인 방역 활동으로 '번 아웃' 상태에 빠졌다.인천시가 지난 21일부터 '코로나19 의료인 찾기 캠페인'에 나선 배경이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85명이 지원을 문의하거나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캠페인에 동참 의사를 밝힌 의료진 중에는 육아 휴직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간호조무사,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일하던 중 개인 사정상 병원을 떠났던 간호 인력이 포함됐다고 한다. 복귀 의사를 밝힌 의료인들은 자신이 맡았던 분야와 상관없이 "어떤 일이라도 돕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환자를 돌본 경험은 없지만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하다면 어떤 일이라도 돕겠다"는 한 퇴직 간호사의 얘기는 감동적이다.인천시는 복귀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급여와 수당 등 처우는 기존 인력의 급여 지침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복귀하는 의료인들이 단순히 많은 급여나 좋은 처우를 바라고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나선 이유는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고귀한 신념 때문이다. 고마운 희생이다. 복귀하는 의료인에 대한 급여나 처우가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희생에 상응하는 충분한 급여와 처우는 너무도 당연하다.아쉬운 것은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모두가 방역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원자의 실제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관련 자격 소지 여부 등의 점검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자를 뽑으면 실제 지원자보다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이 적을 수도 있다. 현장을 떠난 의료인이 한 명이라도 더 지원하기를 바란다.

2020-12-28 경인일보

[사설]경기도내 노후·불량 배전설비 정비해야

지난해 4월 강원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속초·강릉·동해시와 고성·인제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산불 발화지점은 전신주 개폐기 전선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노후·불량 배전설비가 경기도내에 산재하고 있지만 실태 파악도 안 되는 실정이다. 고성 산불이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도 한국전력이 노후·불량 설비 실태 파악과 교체에 손을 놓고 있어서다.전국에 설치된 전신주는 지난해 기준으로 220만1천84개로 집계됐다. 이 중 120만개가 도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노후·불량 배전설비에 따른 긴급복구 공사도 많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도전기지부에 따르면 지난 10~11월 경기도내 변압기, COS(컷아웃스위치), 전선 단선 등 긴급복구 공사는 402건으로 월평균 200건을 넘겼다. 변압기 고장이 1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선 단선이 100건, COS 고장 80건, 기타 79건 순이었다.전선의 수명은 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햇빛이나 수분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30년까지도 사용 가능하지만 악천후 등 환경에 따라 10년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할 경우 노후·불량 배전을 더 악화할 수 있어 유지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전신주 전선에 대한 교체 및 수리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전선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노후·불량 배전설비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제작경과연수를 평가항목에서 누락시키고 양호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사례까지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도내에는 철선이 녹슬고 끊어질 듯 위태롭게 연결된 전봇대를 쉽게 볼 수 있다. 전선에 나뭇가지가 닿아 녹아내리기도 한다. 철선이 끊어져 전선과 닿으면 곧바로 열을 내면서 불꽃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형 화재로 벌질 수 있어 교체 공사가 시급하다. 특히 인구 밀집 지역은 화재가 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공장 밀집지역, 전통시장, 상가 등 노후·불량 배전설비를 시급히 교체해야 하는 곳도 많다. 한전은 '교체를 건의해도 10%만 받아들여질 뿐 사고가 나야 교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관련자의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외부의 경고가 잇따르는데도 이를 무시하다 인재(人災)를 부른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20-12-28 경인일보

[사설]여야 합의로 공수처장 후보 결정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 추천위원회가 오늘 후보 선정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미 추천위는 의결정족수를 5명으로 완화한 공수처법 개정 후 지난 18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그 사이에 후보 추가 추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석이 된 야당 측 추천위원 1명이 새로 선정돼 절차적 흠결은 사라진 상태다. 따라서 오늘 처장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이전 회의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 4표를 받았던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중에서 2명이 정해질 전망이다.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은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여권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무리하게 윤 총장을 밀어내고자 했으나 법원에 의해 절차나 내용에서 무리한 징계였다는 사실이 법리적, 정치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물론 법원이 검찰의 '재판부 사찰 문건'은 부적절하다고 판시했으나 검찰개혁의 명분이 희석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했다. 정치적으로 입은 손상을 만회하기 위해서 검찰개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개정 전 공수처법에서는 공수처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어 처장 후보를 정하게 함으로써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을 담보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처장 후보를 정할 수 없게 함으로써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하고 공수처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을 보장한 제도적 장치였다. 그러나 공수처법 개정으로 야당의 처장 후보 결정 거부권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윤 총장의 직무복귀로 타격을 입은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처장 후보를 정할 가능성이 높다.개정된 공수처법에 의해 여당 단독으로 처장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최대한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여당이 후보자 추천을 강행한다면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마땅한 수단이 없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까지 여당이 수적 우세를 동원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노력을 포기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2020-12-27 경인일보

[사설]경기도내 인구소멸위험 지자체들 역차별 안 된다

국회가 지난 9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특례시 지정의 길이 열리고 중앙 사무 이관 등 자치역량이 대폭 강화됐다.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가 기준과 절차에 따라 특례 지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정부가 지방자치법의 정신을 존중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내 인구소멸위험 지자체들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역대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온 '수도권 역차별 정책'이 다시 적용될 것이란 우려에서다.인구소멸 위험지역은 전국 행정구역 중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을 말한다.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지역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20~39세 여성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곳을 가리킨다. 새로운 인구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여성 인구수는 줄어들고 노인 인구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기준 한국의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46.1%)에 달한다. 도내에는 가평·양평·연천·여주·포천 등 5개 시·군이 해당한다.소멸될 위기에 놓인 전국 지자체들은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희망이 생겼다며 기대가 크다는 반응들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시·군·구에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역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도내 지자체들은 기대가 아닌 특례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걱정부터 하는 실정이다. 소멸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을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커지는 상황이다.행안부는 법 개정 취지에 따라 특례 지정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시행시기가 1년여 정도 남아 구체적인 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내 지자체들은 수도권 지역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걱정을 한다. 괜한 트집이 아니다. 정부가 특례 기준을 정하면서 고려해야 할 첫째 원칙은 형평성이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도내 지자체들을 배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0-12-27 경인일보

[사설]유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정경심 교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9월 사문서위조 등 15개 혐의로 기소된 지 1년 3개월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23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의 믿음을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검찰이 정 교수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입시비리 의혹과 사모펀드 의혹,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의 증거인멸 의혹 등 세 갈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입시비리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고, 사모펀드 불법투자 비리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정 교수를 법정 구속하면서 "피고인은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딸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1차 합격하는 등 실질적 이익을 거둬 다른 응시자들이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라고 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모펀드 불법투자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시장경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이날 판결은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전 장관을 뇌물 수수 등 12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대 전문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 600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함께 자녀 입시비리에도 관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도 이날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공모해 딸의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했다고 판단했다. 입시 비리와 관련, 정 교수의 불법행위가 모두 인정되면서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가능성도 제기된다.정 교수와 변호인 측은 판결 결과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면서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입시비리 의혹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것과 양형의 정도, 법정 구속 사유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상급 법원에서 다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법원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1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봉합되고 차분하게 상급심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2020-12-23 경인일보

[사설]3차 재난지원금의 효과 극대화 당부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즈음해서 3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중 소비지출이 가장 큰 연말을 맞아 오늘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전국에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것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재연(再演)되고 있다.정부는 내년 본예산 558조원에 반영된 3차 재난지원금에 예비비 등을 더해 총 3조5천억원 이상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급시기도 당초 설 연휴인 내년 2월경에서 1월 말로 앞당길 예정이다. 지원대상은 2차 재난지원금 때처럼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분들께 가장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공정하다"고 언급했다.그럼에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 대상의 보편지급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3차 대유행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어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며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경제방역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만 집착하다가 더 크게 낭패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효과가 떨어지는 선별지급 대신 보편지급을 요구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지금은 2차 지원금을 지급한 8~9월보다 코로나19 상황이 더 안 좋다며 추경편성을 통한 보편적 지급을 강조했다.정부는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상공인과 특수고용형태 근로자, 취약계층에 선별적으로 최대 200만원 지급 등 1차 때보다 5조원이나 적은 2차 재난지원금 8조원을 살포했다. 그러나 결과는 민간소비 제고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부 계층에 지원금이 몰리면서 소득분배에도 도움이 못됐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전체 소득이 증가하면서 처분가능소득은 늘었지만 지갑을 꽁꽁 닫고 소비하지 않은 것이다.그럼에도 정부가 선별지급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전지출의 국민경제적 효과가 미미한데다 가파른 국가부채 상승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9월보다 민생경제가 더 나쁜데 2차 재난지원금보다 적은 재원을 투입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언 발에 오줌 누기란 비난을 경계해야 한다.

2020-12-23 경인일보

[사설]아래로 향하는 코로나 고통, 위로 향하는 의원 세비

물만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시국의 모든 고통도 아래로만 향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경제를 염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미루고 있다지만 현실은 이미 3단계와 다를 바 없다. 곳곳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의 고통스러운 호소가 끊이질 않는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아르바이트생 2명을 내보내고 부인과 둘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4천여만원을 대출받았는데 "당장은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다섯 평 국숫집을 열고 있는 50대 오모씨도 직원 2명을 해고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딸까지 가게 일을 도와 주지만 임차료 내기도 빠듯하다(경인일보 2020년 12월18일자 9면 보도).청년들은 아예 구직의 기회를 원천차단 당한 상태다. 스물세살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높은 학점에 어학, 공모전, 자격증 등 이른바 '취업 3종 세트'를 갖췄지만 올해 정규직은 물론 인턴·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지 못했다(경인일보 2020년 12월21일자 12면 보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가 96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1천명 늘었다. IMF 외환위기의 후폭풍이 몰아친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여성 실업자는 지난해보다 28.8% 늘어났다. 직장을 가졌다고 해서 마음 놓을 수도 없다. 무급휴직은 이제 일도 아니다. 갑작스러운 해고통지서를 받아들어도 놀랍지 않다. 노인대학과 경로당이 문을 닫았고, 무료 급식소가 폐쇄됐다. 지역아동센터들의 운영이 위기에 봉착했고, 결식아동들은 하루하루가 위태롭다.이렇게 코로나 시국의 모든 고통을 자영업자, 청년, 여성, 노인, 아동 등 서민들이 힘겹게 받아내고 있는 이 와중에 국회의원들은 내년도 세비를 인상했다. 대략 1억5천280만원에 달한다. 심지어 구속이 돼 직무수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한 달에 최소 990만원은 받게 된다. 이중지급과 특혜면제 등에 대한 개선 논의는 내팽개쳐진 대로다. 국민들은 고용절벽에 부닥치고, 실업쓰나미에 휩쓸려 나가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호의호식하고, 심지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볼썽사나운 모양새다. 어쭙잖게 인상분 반납이니, 세비동결이니 하며 임기응변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사고의 근본이 바뀌어야 할 사안이고 국면이다.

2020-12-22 경인일보

[사설]고질적인 나노기술원 비리 일벌백계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가 지난 2003년도에 함께 설립한 한국나노기술원 내부에서 최근 4년 사이에 벌어진 비위 사건들을 보면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건전한 윤리 경영과 준법경영의 시대적 필연성을 존중해 윤리적이고도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라는 윤리헌장이 무색해진다. 또한 나노기술원의 반복된 비위행위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조사 과정이나 처분 결과 역시 봐주기 수사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나노기술원이 성역(聖域)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2018년 과기부는 나노기술원 내부 직원의 공익제보로 드러난 연구용 '금' 횡령 사건을 수사 의뢰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그해 10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수원지방검찰청은 재발방지 조치와 반성 의지 등이 있다는 이유로 충분한 범죄 혐의에도 기소유예로 선처했다.나노기술원은 금 횡령사건이 일어난 그해에 클린룸 임대 특혜계약 등 법 위반과 비위 사실을 비롯해 사용자 노조개입 등 부당 노동행위, 허위 감사보고서에 의한 공익신고자 부당징계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각종 행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앞서 2017년에는 내부 간부 등이 당초 계획과 규격을 초과한 설비 구매와 계약 체결로 3천688만원 상당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내부 공익신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징계·시정 등 조치를 받았다.이 정도면 같은 과오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직 쇄신이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불과 2년 뒤에 금 횡령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연구용 '특수가스'를 빼돌린 사실이 확인돼 법적 처벌과 윤리적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장비 대여업체로부터 받았어야 할 수천만원을 포기하는 특혜까지 제공한 의혹도 추가로 드러났다.이번 특수가스 횡령 및 특정 업체 특혜 의혹은 내부 고발이나 과기부의 감사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과기부가 특정감사를 통해 밝혀냈다. 과기부는 나노기술원에 특수가스 장비(MOCVD) 담당자 징계와 수사의뢰 조치를 통보했다.이 정도면 나노기술원은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마저 없는 자정능력 부재 기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엄벌이 없었던 탓일 수 있다. 경찰과 검찰은 2018년 금 횡령사건 때와는 달리 일벌백계해야 한다.

2020-12-22 경인일보

[사설]불가피한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가 창궐하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비상조치를 결단했다. 3개 시·도는 21일 공동발표를 통해 23일 0시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실내외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3차 대유행 방역의 고비로 보고 이 기간 중 수도권 시민들의 사적 모임을 사실상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는 3단계에 적용 기준인 '10인 이상 집합금지' 보다 강력한 조치로, 3차 대유행의 양상이 3단계 대응수준으로도 통제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등 수도권 3개 단체장들의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 2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거리두기 3단계로의 상향 없이 현재 수준에서 확산세를 꺾을 수 있도록 인내하고 동참해달라"며 국민 협조를 요청했었다. 사실상 경제 때문에 방역 단계 상향조정이 힘들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공포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국민들에겐 한가한 소리였다. 수도권 단체장들이 3단계 조치보다 더 강력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건, 시·도민의 불안과 병상과 의료진 등 고갈되는 방역자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은 정부가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고민할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주엔 5일 연속 일일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어제 확진자 926명은 검사 수가 줄어든 주말 현상일 뿐이다.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코호트 격리 중인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만 어제까지 14명이 사망했다. 거의 전담 병상 대기 중에 일어난 비극이다.전문가들이 예고한 3차 대유행이 현실이 됐지만, 정부의 대응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병상이 부족한지 한참이 지난 19일에야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렸다. 요양병원 사망자를 병상 대기 사망자 통계에서 제외하는 꼼수를 부린다.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한사코 거부했던 재시험 기회를 줄 태세다. 여당 대표는 백신 부작용을 거론하며, 백신 확보 지체가 잘한 일인 듯 곡해한다. 3차 대유행으로 정부가 자부했던 K-방역의 실체를 의심하는 여론이 늘고 있다.그나마 수도권 3개 단체의 '5인 이상 집합금지' 결단으로 중앙정부의 미온적인 방역행정을 보완했다. 민생 현장과 더 가까운 지방정부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0-12-21 경인일보

[사설]인천발 KTX사업에 거는 기대

국토교통부가 인천발 KTX 직결 사업을 위한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달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정부가 4천238억원을 투입해 수인선과 경부고속철도를 직접 연결, 인천과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천 송도역에서 어천역(화성 봉담읍) 구간은 수인선 노선을 공유하고, 어천역에서 경부고속철 본선까지 3.1㎞ 구간을 연결하는 방식이다.우리나라 철도는 1897년 3월 인천 쇠뿔고개(현 경인전철 도원역 인근)에서 기공식을 하고 1899년 9월18일 인천 제물포~서울 노량진 간 33.2㎞ 구간이 개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열차는 제물포에서 노량진까지 편도 1시간 40분씩 하루 두 차례 왕복했다. 이듬해 한강철교가 완공돼 경인철도는 현 서울역까지 연장됐다. 올해로 경인철도는 개통 12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현대 철도의 결정체이며 2004년 개통한 KTX는 인천을 비껴갔다. 현재 수도권 서남부 지역 주민들은 KTX를 이용하려면 광명역까지 가야 한다. 인천을 비롯해 안산과 화성 북서부 지역 주민들은 광명역까지 광역버스를 이용해 가서는 열차 시간까지 대기했다가 탑승해야 하는 것이다. 이동과 대기 시간을 더한다면 이 지역 주민들은 대구와 부산, 전주, 광주까지 직행버스나 승용차로 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인천발 KTX 직결 사업이 2024년 마무리되면 인천시민들은 광명역까지 갈 필요 없이 수인선 송도역에서 KTX를 이용하게 된다. 경기 서남부 지역 주민들도 송도역 또는 안산에서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 송도역에서 부산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이며, 목포까지는 2시간 10분이면 도착한다. 특히 송도역은 인천국제공항, 제2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와 접근성이 좋아 KTX가 이어진다면 하루에 2만여명이 역을 이용할 것으로 인천시는 예측했다.인천시는 인천발 KTX 완공 시점에 맞춰 수인선 송도역을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송도역 복합환승센터는 연수구 옥련동 송도역 일대 2만8천400㎡를 쇼핑·업무·숙박시설과 정류장·주차장을 갖춘 복합 시설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제 국토부와 시공사가 계획에 맞춰 착공하고 준공하는 일만 남았다. 인천시민과 경기 서남부권 도민들이 광명역에서 출발하는 열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마음 졸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0-12-21 경인일보

[사설]이제는 방역과 민생의 시간이다

지난 1년 동안 추미애 법무장관과 여당 등의 집권세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인물로 설정하고, 사실상 '찍어내기'의 수순을 밟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총장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마무리되고,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사임시기와 관계없이 이른바 추-윤 갈등과 징계절차는 일단락됐다. 앞으로도 윤 총장 징계 관련 쟁송 결과에 따라 정국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으나 이제 정치가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여권은 검찰개혁을 내세워 지지층의 결집을 공고화하는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윤 총장을 징계함으로써 정권 관련 수사 부담도 덜은 게 사실이다.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둘러싼 여당의 무리한 법 개정과 이와 관련한 여야의 정치적 쟁투 앞에 민생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여야 모두 민생을 돌볼 시간이다. 내년 4월의 보궐선거를 의식하는 여야가 정책모드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코로나19 방역은 물론이고 경제와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국민의 삶의 증진에 천착해야 한다.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하고 경제성장의 축인 수출과 투자, 소비를 진작시켜서 경제를 회복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소비를 늘리고자 수립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확대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방안 등의 내용은 대부분 코로나 사태의 안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게다가 주로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이 이뤄지는 정책이다. 정책 우선 순위를 코로나 방역을 위한 백신 확보와 타격이 큰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내수 소비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성장률 3.2%는 한국은행 전망치인 3.0%보다 높고 이마저도 코로나 재확산이 겨울에 안정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여당이 민생에 전념해도 목표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 이슈를 가지고 지지자들을 결속시킬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 방역과 경제, 민생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 보수야당도 여당에 대한 비판으로만 정권 창출을 이룰 수는 없다. 제1야당이 수권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미래 세력으로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여야는 민생과 거리가 있는 정쟁을 멀리하고 절박한 코로나 위기와 민생을 다 잡기 위해 협력하고 타협해야 한다.

2020-12-20 경인일보

[사설]인천시의회와 경기도의회의 실망스런 뒷걸음질

인천시의회와 경기도의회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국 기초·광역의회 청렴도는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으나 인천과 경기는 오히려 등급이 1단계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가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평가한 청렴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청렴도가 낮은 기관이 더 높은 기관을 감사하고 나무라는 셈이다. 지방의회에 대한 평가에서 경제·사회단체·전문가 집단보다 지역주민들의 평가가 박했다고 한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주민들이 실제 경험하고 느끼는 체감도가 더 안 좋다는 것이다.권익위는 최근 전국 광역의회 17곳과 기초의회 48곳에 대한 청렴도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종합청렴도에서 1등급을 받은 광역의회는 한 곳도 없었으며, 경기도의회는 4등급으로 평가됐다. 도의회는 의정활동과 의회운영 부문에 각각 3등급을 받았지만, 부패방지 노력도와 부패사건 발생현황 감점을 반영한 종합평가에서는 전년보다 1단계 하락했다. 인천시의회는 의회운영에서 4등급을 받았으나 의정활동 5등급에 머물러 종합청렴도에서 세종특별자치시와 함께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광역의회 평균 점수가 6.90(10점 만점)으로, 전년보다 0.52점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실망스런 결과다.지방의회에 대한 조사에는 각계 인사와 주민 등 2만4천여명이 참여했다. 경제·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전문가 집단은 평균 7.05점으로 평가했으나 지역주민은 6.32에 그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전체 평가는 6.73점으로, 권익위가 이달 초 발표한 '2020년도 공공기관 청렴도(8.27점)에 비해 낮은 수준에 그쳤다. 공공기관을 감시 감독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청렴도가 낮게 평가되면서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덩달아 낮아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 '지방현장의 청렴도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인 반부패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는 특정 정당이 전체의석의 90% 넘게 점유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거대 여당과 소속 의원들의 자발적인 분발과 자정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권익위의 발표는 경기·인천 광역의회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지방의회가 피감기관인 공공기관보다 청렴도가 낮은 건 부끄러운 일이다.

2020-12-20 경인일보

[사설]쓰레기 발생지 처리원칙 기준부터 세우자

인천시가 천명한 폐기물 처리 기준인 '발생지 처리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 '발생지 처리원칙'은 폐기물이나 오염 물질을 발생시킨 원인 제공자가 해결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어 오염 최소화 노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환경 정의'로 받아들여진다. 또 오염물질의 이동을 최소화함으로써 비용 절감효과와 환경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인천시의 각 기초자치단체들은 인천시의 '발생지 처리 원칙' 카드를 들고 인천시의 폐기물 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인천시의 자체 매립지 에코랜드 후보지로 선정된 옹진군은 2025년까지 100% 자체 폐기물 처리를 목표로 7개 면에 자체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을 갖추겠다고 한다. 옹진군은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종료의 당위성으로 내세웠던 '발생지 처리원칙' 논리를 내세우면서 타 군·구의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역공에 나선 것이다. 연수구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인천시가 송도 소각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비판하고, 수도권매립지 종료 논리였던 발생지 처리원칙을 적용해서 인천 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각자 처리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자체 처리원칙을 내세운 서구도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결국 '발생지 처리 원칙'에서 '발생지'를 규정하는 수준과 범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문자 그대로 적용한다면 폐기물과 쓰레기 실제 배출장소인 동이나 면 단위, 더 축소하면 사업장이나 가정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소각하고 매립해야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현재로서 기초자치단체별 소각장 설치, 광역시·도별 매립지 설치라는 기준에 입각한 자체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 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모색할 수밖에 없다.매립량이 가장 적은데 매립지로 선정된 옹진군, 외부 폐기물이 소각장으로 반입되는 서구와 연수구의 '이유 있는' 반발을 해소해야 한다. 효율성과 현실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발생지' 기준에 대한 합의가 절실하다. 원활한 소통과 대화를 위해서는 작은 불신감도 장애물이다. 옹진군은 인천시가 자체매립지에서 처리할 불연성 폐기물의 일일 반입량을 축소 산정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12-17 경인일보

[사설]미래형통합학교 설립 일정대로 정상 추진돼야

'미래형통합학교'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고교를 통합한 새로운 개념의 교육기관이다. 학교 건물이나 운동장을 공유하는 방식을 넘어 수업 등 교육과정의 설계가 학년간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의 학교를 말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처음으로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대상지는 수원과 부천, 의왕이다. 그런데 지역마다 다른 사유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개교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물론 사업 추진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도교육청에 따르면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 수영장 등 복합화 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미래형 초·중학교 건립 계획이 지난 2월과 6월 교육부와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융자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수원시가 추진 방법을 바꾸면서 제동이 걸렸다. 시는 권선지구 개발주체인 현대산업개발에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 해주는 대신 275억원 규모의 학교복합시설을 기부채납 하도록 했다. 시가 자체 예산을 확보해 추진하기로 한 것과 다른 방식이다. 주민들은 동의 없이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용도변경에 따른 공공기여금은 복지·체육시설을 짓는데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자체 예산 확보가 쉽지 않고, 주민들은 기부채납 방식에 반발하는 답답한 상황이다.부천과 의왕은 상황이 더 나쁘다. 부천 옥길지구에 건립 예정인 중·고 통합형 미래학교는 지난 4월 중투위에서 탈락한 뒤 17일 중투위 재평가를 받는다. 이곳은 지난 4월 중투위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뒤 지난 9월 특성화중 지정심사에서 '동의'를 받아 올해 마지막 중투위 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의왕 내손동에 들어설 중·고 통합학교도 시로부터 부지를 무상 임대받는데 올해 교육부와 행안부의 공동투자심사를 받지 못해 내년 4월로 심사가 연기됐다.미래형 학교 추진은 경기도가 새로운 학교의 모델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공교육체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육 전문가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도 교육청이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미래형 통합교육모델이 좌초해서는 안 된다. 교육 당국은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을 재점검하고 지자체,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의·협력을 통해 정상궤도로 돌려놓기를 바란다.

2020-12-17 경인일보

[사설]국방부는 국민방위군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야

'국민방위군'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 군인으로 징집된 민간인들을 말한다. 당시 대구로 피난을 갔다 참전했다는 80대 생존자의 증언도 나왔다. 전체 규모가 6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수만명이 죽거나 다쳤으나 정당한 보상이나 명예는 주어지지 않았다. 유가족에 사망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대부분 실종 처리됐다. 2000년대 들어 진실화해위원회가 수년간 현장을 찾아 조사하고 피해자들을 만났으나 실상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일반 대중은 잘 모르고, 정부는 무관심한 국민방위군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참전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국민권익위는 국민방위군에 징집됐으나 참전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민원인에 대해 국방부에 이를 인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1932년생인 민원인은 1950년 11월 징집돼 경남 고성의 교육대에서 5개월 동안 훈련을 받았다면서 국방부에 참전 사실인정을 요청했다. 국방부는 진술 과정이 기존 기록과 다르다며 인정하지 않았으나, 권익위는 고 유정수씨의 일기를 근거로 민원인이 참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권익위 권고가 참전 사실인정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당장 고 유정수씨 유족이 국방부에 참전 사실인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씨가 남긴 기록이 권익위 권고의 근거가 됐지만 정작 자신은 참전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부처인 국방부도 후속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 진행된 진실화해위의 자료와 당사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조사와 검토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근거로 국민방위군의 실체를 규명하고 당사자들에 대한 참전 사실인정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권익위 관계자의 전언이다.지난 2010년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당사자와 유족에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갖추는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진전된 게 없다. 만시지탄이나 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가 됐다.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장에 뛰어든 역사적 사실이 그대로 사장돼서는 안 된다. 특히 당사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통해 국가의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2020-12-16 경인일보

[사설]현금살포 늘려도 출산율은 떨어지니

엊그제 정부는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을 확정했는데 저출산대책이 눈길을 끈다. 2022년부터 생후 24개월까지 매월 30만원(2025년 50만원으로 확대)의 영아수당을 새로 지급한다. 현재는 0~1세 아동의 어린이집 비용(부모 47만원, 어린이집 50만원)을 국가가 지급하나 집에서 돌볼 경우 가정양육수당(15만~20만원)만 지원해서 가정에서 돌보는 부모들의 불만이 컸다. 차제에 가정양육수당을 영아수당으로 변경하고 금액도 50만원까지 대폭 인상한 것이다.영아수당은 기존에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과는 별개로 지급된다. 따라서 0~1세 아동은 2022년부터는 매월 40만원씩, 2025년에는 60만원씩 정부지원금을 받는다. 2022년부터 아동 1명당 출산장려금 200만원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기존에 임산부가 병원진료비로 사용하는 바우처도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했다. 또한 아기가 생후 12개월 되기 전에 부모가 각각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하면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한다. 현재는 통상임금의 50%(최대 120만원)를 지급하고 엄마에 이어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통상임금의 100%(최대 250만원)까지 지급 중이다.문제는 영아수당 등 이번에 새로 도입한 정책에만 향후 5년간 9조5천억원이 소요되는데 정부는 아직 예산조달계획도 안 세웠다. 이번 저출산대책이 지자체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출산장려금과는 별개여서 방만 운영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전국 226곳 기초자치단체 중 219곳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2006년부터 저출산 기본계획에 따라 14년 동안 혈세 210조5천858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는 점이다.지난해 국내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은 0.92명으로 2018년(0.98명)에 이어 2년 연속 1명 미만인데 올해는 0.8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36개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새로울 것도 없다. 밑 빠진 독인 인구정책에 실망이다. 영아수당이 실시되는 2022년은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가 예정되어 집권세력의 선거전략이란 항간의 의혹도 제기된다.

2020-12-16 경인일보

[사설]'임시 선별진료소' 운영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수도권 150곳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설치됐다. 대대적인 선제적 진단검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감염 의심자가 발생하면 주요 거점병원이나 보건소에 설치돼 있는 선별진료소의 검사 과정을 거쳐 확진 여부를 판정하고 감염의 연결고리를 추적해가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감염자의 3분의1이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검사 장벽을 대폭 낮췄다. 의심증상 발현이나 확진자 접촉 등 역학적 연관성이 없어도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 전파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인천시는 우선 유동인구가 많은 부평역과 주안역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나머지 진료소도 속속 운영에 들어가고 있다. 경기도도 수원시 장안구보건소 주차장과 파주시 공원관리사업소 주차장을 비롯해 도내 60곳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 역시 주요 대학가와 서울역, 용산역, 종로 탑골공원 등 모두 25개소를 운영한다. 시민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감염 연관성이 없어도 부담 없이 검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동안 감염 확산을 우려하면서도 나는 예외이겠거니, 내 가족은 해당되지 않겠거니 여겨왔는데 최근 들어 3차 대유행 상황을 접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을 것이다. 마치 범죄를 저지르기라도 한 듯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가해져 온 '낙인 찍기'가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용 했음직하다.임시 선별진료소 설치의 진짜 의미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국면이 임박했다는 데 있다. 다시 카메라 앞에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1차, 2차 유행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한 이래 최고의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제는 '신천지교회'나 '광화문집회' 탓으로 돌릴 수도 없게 됐다. 정부가 자랑해온 'K방역'도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유지됐던 것도 방역이 성공적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는데 바야흐로 회의적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이 관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를 면하기 어렵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셧다운' 될 수 있다. 임시 선별진료소 운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2020-12-15 경인일보

[사설]국방부와 평택시는 알파탄약고 이전에 적극 나서야

평택 미 공군 시설인 '알파탄약고'는 고덕국제화 계획지구 3단계 사업부지에 포함돼 공원으로 개발 예정이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주한 미 공군이 점유했던 이 시설은 2008년 반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계획과 함께 맞물리면서 대체 탄약고 건설이 늦어져 반환이 수차례 지연됐다. 이 때문에 고덕신도시 건설도 덩달아 늦어져 준공 시점이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이미 인근에 입주한 주민들은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군사시설보호구역은 관련법에 따라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고덕신도시 전체 부지 가운데 알파탄약고 주변에 계획된 5천여 가구의 공동주택과 이주자택지 등은 토목공사도 못한 채 덩그러니 남아있다. 문제는 이전이 미뤄지면서 인근 입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신설이 늦어지면서 10차선 대로를 건너 초등학교로 자녀들을 보내야 하는 위험도 감수하고 있다. 분양 당시에는 탄약고가 2017년에 이전하는 계획에 따라 학교 신설 문제가 해소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탄약고 이전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만 보고 있는 셈이다.평택시가 고덕신도시 준공 시점인 2025년까지 탄약고 부지 일부를 공원화한 뒤 기부채납을 받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예정대로 탄약고 이전과 공원 기부채납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대체 탄약고를 완공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이전을 주한 미군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 이전 여부도 불투명하고 이마저 시기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이미 수년 전에 마쳤어야 할 탄약고 이전이 늦어질수록 주민들만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탄약고 이전은 주민들과의 약속이었다. 신도시 안에 탄약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민들은 불안해 한다. 탄약고 이전이 계속 미뤄지면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평택시는 국방부 등 중앙부처와 탄약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협조 차원의 건의도 했다. 하지만 건의로 끝내서는 안 될 중대사안이다. 탄약고의 적기 이전은 주민들과의 약속이고,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물론 평택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0-12-15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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