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머뭇거리기엔 절대적인 수술실 CCTV 지지 여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5월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에서 수술실 CCTV를 설치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수술실 CCTV 시범운영부터 따지면 2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정책은 아직 경기도의료원에 머물고 있다. 법제화가 불발되자 이 지사는 민간병원의 자발적 협조에 의지해 정책범위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대신 수술실 CCTV 법제화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은 절대적인 대세가 됐다.국민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이 여지껏 경기도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미온적 입장과 의사단체의 격렬한 반발 때문이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2차관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관련법 개정에 적극 참여한다면서도, 다른 의견을 고려해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관련법 개정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아리송하다. 다른 의견으로 의료종사자들의 프라이버시와 방어적 진료를 거론했는데, 이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사단체들의 대표적인 반대 논리다.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지난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전국 조사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여론은 73.8%였다. 경기도 의뢰를 받은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경기도민 93%가 수술시 CCTV 촬영에 응하겠다고 답변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지지가 높아지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끊임없이 속출하는 의료사고 때마다 수술실 CCTV의 필요성을 거듭해 절감했기 때문이다.이제 정부는 의사단체의 소규모 이익이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전체 국민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술실은 국민 의료권익 실현을 방해하는 유일한 사각지대다. 지난 2년 동안 공공의료기관 수술실 CCTV를 시범운영한 경기도의 운영결과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더 많은 운영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이 지사의 제안대로 최소한 전국 공공의료기관부터 CCTV 설치를 확대하는 것도 적극 수용하면 된다.의사단체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논의에 적극 참여해 의료진의 인권과 진료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받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법 개정안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국민명령이 됐다.

2020-11-16 경인일보

[사설]거리로 내몰리게 된 시설 청년들의 딱한 사정

수원의 한 자립관 청년들이 경기도에 공동생활가정(그룹 홈) 부적격 판정을 받아 이달 말 예정된 퇴거 통보대로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청소년들이 추운 겨울을 앞두고 아무 대책 없이 시설을 비워줘야 할 딱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자립관 청년들은 경기도민 청원에 'LH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는 청소년·청년들이 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자립관 운영 중단을 유예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아무도 듣지 않았다.(사)들꽃청소년세상은 지난 2008년부터 수원시 영통구 소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39.68㎡ 규모의 '비상자립관'을 운영해왔다. 16개 실을 갖춘 이 시설에는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한 청소년(보호종료아동)과 주거빈곤 청년들이 주로 거주해왔다. 호실당 보증금은 250만원, 월세는 10만원 이하 수준으로 경제 자립도가 낮은 청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주거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입주자들은 계약 갱신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임대주택 업무 지침상 공동생활가정운영기관은 해당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곳 자립관이 불가판정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관할 지자체인 경기도는 이 시설에 대해 공동생활가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현재 '비상자립관'에는 보호종료아동과 해체가정의 주거빈곤 청년들이 머무르고 있는데, 3개 호실에 청년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퇴거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중학교 때부터 집을 나와 살면서 아르바이트로 간간이 생계를 이어왔으나 최근 코로나 19 확산으로 일자리까지 줄어 비상자립관에 더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청원을 올린 게시자도 '비상자립관이 절실하다. 경기도와 LH의 판단에 다시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했지만, 관계자들은 원리원칙만 강조하고 대안이 없다는 게 전부다.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주거 생활마저 없어지고 또다시 거리로 내몰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설을 나온 청소년과 경제 사정이 열악한 청년들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편안한 보금자리다. 규정에 묶여 다시 거리로 내몰리는 청소년을 경기도와 LH는 더는 방관하지 말고 미자립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돈도, 명예도 아닌 최소한의 주거 공간일 것이다.

2020-11-16 경인일보

[사설]공수처장 후보 결정, 여야 합의 정신 따라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지난 13일 후보군 압축 논의에 착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추천위는 여야 의원을 포함하여 7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6명의 합의로 두 명의 공수처장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공수처법에 의하면 지난 7월 15일 공수처가 출범하도록 되어있으나 야당의 추천위원 결정이 늦어지면서 공수처 출범이 지연된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공수처장과 청와대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이사를 동시에 임명하자는 제안을 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받아들이는 듯했으나 임명의 선후 문제로 흐지부지됐다.공수처는 지난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여야의 극심한 갈등을 불러왔고 공수처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의 결정을 미뤄왔다. 그러나 공수처 출범은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서 후보 2명이 결정되지 않으면 야당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공수처를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공수처법이 효력을 발생하기도 전에 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물론 야당이 추천위원 결정을 미루어 온 것은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후보 검증 자료로 병역, 재산 가족관계, 부동산 등 인사청문회에 준하는 수준의 인사 검증 자료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결국 여당은 신속한 후보 결정을 원하고, 야당은 신중하게 정하자는 입장이지만 공수처 출범에 대한 여야의 속내가 달라 갈등을 빚는 것으로 볼 수 있다.그렇다고 수적 우세를 믿고 밀어붙인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서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은 야당의 후보 비토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당이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법 개정을 시도한다면 이는 여야 합의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청와대 특별감찰관 임명을 서둘러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야당도 기왕에 후보 추천에 응하기로 한 것이라면 마냥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비협조적이거나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공수처가 수사 관련 정보를 요구하면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일체의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조항과 수사권·기소권의 배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지만 일단 공수처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2020-11-15 경인일보

[사설]모양 사나운 아주대병원 닥터헬기 운영비 소송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는 2018년 11월 전국 최초로 '24시간 닥터헬기' 도입에 나선 경기도가 국비(30%)와 도비(70%) 51억원을 지원해 도입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운항에 들어가 10월 12일까지 39일 동안 19차례 출동해 응급 환자 17명의 생명을 구했다. 같은 해 11월 독도에서 같은 기종의 헬기가 추락한 뒤 안전상의 문제로 운행 중단됐다 올해 초 재개됐다. 그런데 운행이 재개되고도 한 달 넘게 멈춰 섰던 아주대병원 닥터헬기의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경기도·보건복지부와 병원 측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아주대병원은 지난 1~2월까지 38일 동안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닥터헬기를 운행하지 못했다. 병원 측은 중단 사유에 대해 2019년 11월 독도에서 추락한 동종 헬기 사고 이후 닥터헬기 운행 재개에 따른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11명에 달하는 헬기 탑승인력을 충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와 복지부는 병원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운행을 중단한데다 안전상 우려와 인력 부족도 내부사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도는 이에 따라 보조금 가운데 운행중단기간에 해당하는 7억3천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도의회도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은 병원 측에 있다며 당연히 지원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병원 측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데다 인력 충원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운행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보조금 지급 거부는 과도하고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 법원은 닥터헬기 운영비를 자체 충당하는 건 과도한 면이 있다며 도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급을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아주대 권역외상센터는 지난 2011년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교수가 센터장을 맡아 유명세를 탔다. 국내 의료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중증외상환자 치료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병원이 운영하는 닥터헬기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해준 것이다. 헬기가 한동안 멈춰선 것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고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모양이 사납다. 소송을 통해 끝을 보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도 이미 의견을 밝힌 사안이다.

2020-11-15 경인일보

[사설]자체매립지·소각장 후보지 공개한 인천시의 과제

인천시가 자체매립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위해 조성하는 자체 폐기물매립지의 후보지를 옹진군 영흥도로 결정했다. 신규 소각장은 중구와 남동구, 강화군에 짓고, 부평·계양구 권역 소각장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신규 매립지를 지하 40m 깊이에 점토처리와 고강도 차수막을 설치하고 상부도 돔으로 밀폐하고, 지하에 하루 160t 분량의 소각재만 매립하는 친환경 방식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소각시설인 '자원순환센터'는 법적 배출허용기준 및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오염물질 처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한다.인천시의 소각재 매립지와 소각장을 '에코랜드'와 '자원순환센터'로 재명명하고 쾌적한 친환경시설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미 영흥도 주민들의 반대투쟁이 시작됐으며, 자원순환센터 후보지 지자체 주민들의 집단행동도 피할 수 없다. 인천시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치지역에 대한 지원방안과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있지만 매립지와 소각장은 전형적인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주민들이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청정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도서지역을 매립 후보지로 선정한 점도 명분이 부족하며, 소각재의 일일 처리량이 20톤 트럭 8대 분량으로 많지 않다고 하지만 매립지까지 강화군이나 서구의 경우처럼 여러 지자체를 통과해야 하고 운송 거리가 너무 길어진 점도 새로운 논란거리이다.예비후보지의 발표는 용역조사 결과이다. 남은 과제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니라 친환경 자원 재활용 시설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지역주민들에게 확신시키는 일이다. 시가 밝힌 시설 운영 기준에 대해 가감 없이 설명하고, 반발하는 주민들을 대화로 설득하며 공감대를 조성해나가야 한다. 주민감시체제를 도입하여 시설운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발표한 매립지 시설운영 기준과 소각시설의 법정유해물질 발생량 설계기준은 유럽과 일본 기준보다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다이옥신 발생을 최소화하고 악취와 굴뚝 연기를 완전제어한다는 계획에 대해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갈등은 이제 피할 수 없다. 인천시는 지역주민의 관점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끈기 있게 대화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2020-11-12 경인일보

[사설]쌍용자동차 임직원 기업가치 증명에 사활 걸어야

올해 내내 위기설에 시달려온 평택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운명적인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지난 4월 기습적으로 2천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철회하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대주주의 투자가 전제였던 산업은행 등 채권자들의 쌍용차 회생지원 논의가 일거에 무산됐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7월 만기였던 900억원의 채권상환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해 겨우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올해 상환만기인 차입금액은 3천400억원으로 늘어났다.결국 쌍용차의 운명은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분매각 여부에 달렸다. 마힌드라는 최근 쌍용차에 대한 투자 중단을 재확인하고 미국 자동차 유통사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지분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협상이 성사되면, 새로운 사주와 채권단의 회생논의가 가능해 쌍용차는 부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불발되면 채권단이 기업회생절차 등 자구조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뼈아픈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어떤 경우이든 쌍용차 노사는 피를 토할 각오로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할 처지다. 투자 여력을 가진 새 사주를 영입하려면 쌍용차의 기업가치가 충분해야 한다. 신차개발 및 시장점유율 확대 등 제품 경쟁력과, 임직원들의 열정과 희생 등 기업의 소프트파워가 결합된 총체적인 기업가치가 매력적이라면 HAAH의 결단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매각협상이 불발되더라도 기업의 미래가치가 충분하다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우호적인 회생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쌍용차는 올해 마른 수건을 짜내는 심정으로 비용절감 자구 대책을 시행 중이다. 비용 절감 보다는 회사를 지키려는 임직원들의 각오를 보여주는 의미가 크다. 임직원들의 심기일전 때문인지 올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선 3분기 연속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최근 3개월 연속 수출실적이 상승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새 대주주 영입과 채권단의 경영지원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직원이 회사 정상화를 위한 자체 혁신안을 만들어 신규투자자와 채권단을 직접 설득할 필요가 있다.혁신안에는 특히 노조의 회사 회생협력 의지를 담을 필요가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노조 리스크는 악명 높은 게 사실이다. 노조가 경영악재가 아니라 호재로 인식이 전환되면 신규 투자자나 채권단 모두 쌍용차를 다시 볼 것이다.

2020-11-12 경인일보

[사설]지역 배제된 3기 신도시 건설 안 된다

경기도 내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이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중앙정부가 인·허가권을 틀어쥘 수 있는 법 장치를 토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자체 의견과 주거환경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정부 구상대로 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이재명 도지사가 구상하는 기본주택 도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도의회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과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원론 입장만 내놓고 있다.3기 신도시는 택지개발사업이 아닌 공공주택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주거난 해소를 통한 집값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에서다. 공공주택사업은 택지개발촉진법이 아닌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받는다. 특별법에 따르면 지구 지정과 계획에 대한 승인·변경 등의 권한은 국토교통부가 행사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계획 승인 전 해당 지자체 의견을 듣도록 했으나 사업자가 통합심의를 통해 지구계획 승인을 받으면 시·도 심의는 받지 않아도 된다. 지자체를 무시한 채 사업자와 국토부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지자체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현재 도내에서 진행 중인 50여 개 택지개발사업지구 가운데 30개 정도가 특별법을 적용받는 공공주택사업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사업지구는 GH의 사업 참여가 봉쇄되거나 제한적인 실정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가운데 GH는 하남 교산 30%, 과천 과천 35%, 안산 장상 20% 지분 참여에 그쳤다. 남양주 왕숙과 고양 창릉은 사실상 참여가 배제된 상황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아무런 권한도 혜택도 없이 민원만 감당하게 됐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기본주택과 공공이익 환원제 등 지역 사정을 반영한 정책들이 반영되지 못한 채 정부 구상대로 일방 진행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도의회는 행정감사를 통해 법 개정을 통해 지역이 배제되는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 집행부 역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해당 지자체와 충분하게 상의하겠다면서 법 개정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업 추진은 중앙정부가 할 테니 도·시군은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다. 대규모 공공택지개발사업은 집단민원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전권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각종 민원을 해소하는 일 역시 중앙정부가 떠안아야 마땅하다.

2020-11-11 경인일보

[사설]솜방망이 처벌이 불량 레미콘 양산 한다

불량 레미콘업체 14곳과 이를 납품받아서 건물을 지은 9개 건설회사가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레미콘 업체 임원 2명을 구속하고 건설사 관리자 등 40명을 검찰에 넘겼다.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년 동안에 경기도 고양, 파주, 의정부시와 서울 종로, 마포, 강서 등 442개 건설현장에서 전부 불량 레미콘을 사용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업체들이 시멘트 대신에 단가가 싼 콘크리트 첨가제인 혼화재를 사용해서 레미콘을 만들어 9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반제품인 레미콘은 시멘트, 모래, 자갈, 혼화제를 섞어 만드는데 시멘트가 가장 비싼 반면에 화력발전소나 제철소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로 만든 혼화재가 제일 저렴하다. 심각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리 사슬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먼저 배합 프로그램 개발업체와 짜고 한국산업표준(KS) 규격보다 시멘트와 자갈을 적게 투입하도록 조작하고 건설사에는 정상의 납품서류를 제출했다. 또한 건설사의 콘크리트 강도검사에서는 몰래 바꿔치기 한 시료를 제출해서 통과시켰다. 품질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건설사도 한통속이었다. 적발된 9개 건설사의 관리자 9명은 품질에 하자가 있어도 눈감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매달 수십만원씩 상납을 받아온 것이다.지난해 5월에는 국내 굴지의 성신양회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의 건설현장 270곳에 불량레미콘을 납품한 사실이 적발되어 충격을 주었다. 성신양회는 시멘트를 건설사와의 납품계약보다 최대 40%를 줄이고 대신 혼화재를 채워 넣는 식으로 초과이윤을 추구했다. 허위송장을 발송해 대금을 돌려받는 사례들도 빈번하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론이 비등하나 건설현장에 광범하게 퍼진 불량자재 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입주민들은 안전문제와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벙어리 냉가슴이다. 자재비를 착복하려고 시멘트 대신 헐값의 석탄재 사용을 늘린다니 라돈 등 방사성물질 배출증가 우려는 점입가경이다.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의 감독소홀에다 수사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화근이다. 후진국적인 건설비리가 10대 경제대국의 국격(國格)을 훼손하는 것 같아 민망하다.

2020-11-11 경인일보

[사설]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공수처장 찾아내길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어렵사리 1차 후보 추천을 마무리했다. 마감시한인 지난 9일까지 추천된 공수처장 후보는 모두 10명이다. 당초 7명의 추천위원들이 각자 5명까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계산상으론 1차 후보군을 최대 35명까지 늘릴 수 있었지만 실제 후보군은 3분의 1에도 미치질 못했다. 찬반을 떠나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 후보 구하기가 수월치 않았던 탓이다. 공수처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여야 정치권이 추천한 후보들의 면면은 대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한계와 개혁의 필요성을 공수처 출범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만큼 검사 출신을 완전히 배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제도 도입의 취지대로 대통령을 비롯한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으려면 검사 출신이 적격이라고 봤다. 당연직 위원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추미애 법무장관의 추천도 엇갈렸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처장은 대검 중수부 출신을,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을 각각 추천했다.추천위는 오는 13일 회의에서 심사를 벌여 최종 2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일정표를 마련해두고 있으나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달 안으로 추천일정을 마무리하고 인사청문회까지 열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야당은 추천과정에서 합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럴 경우 연내 공수처 출범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하지만 야당의 무리한 반대는 자칫 '모법 개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야 간 치열한 두뇌싸움과 힘겨루기는 이제부터가 진짜다.논란 속에 도입된 제도이긴 하나 기왕에 여기까지 왔다. 진짜 '살아있는 권력'은 기소 대상에서 죄다 빠져 단지 법조비리수사처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듣지만 어쨌든 합법적 절차를 거쳐 도입된 제도다. 여야 대립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변협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사능력, 정의감을 고려"해 추천한 후보들이 출구가 될 수도 있다. 협상과 타협의 여지를 두고 시작하는 힘겨루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밀어붙이기와 버티기는 접길 바란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공수처의 적격 수장을 찾아내는 데에 온 힘을 쓰기 바란다. 국민의 바람이자 명령이다.

2020-11-10 경인일보

[사설]수도권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부작용 대비해야

정부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지는 12월부터 3월까지 평상시 보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이다. 계절성 배출 요인을 추가 감축해 미세먼지 기저 농도를 낮춰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정책은 2019년 국가기후환경회의 국민정책제안에 따라 그해 12월에 처음으로 도입·시행돼 지난 3월까지 실시됐다. 올해 시작될 제2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더욱 확대돼 시행된다.인천시에 따르면 정부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인천·경기·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부착 등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제2차 시행계획을 최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서울 4대문 내 녹색교통지역에만 적용했던 저공해 미조치 차량의 운행 제한 지역을 수도권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저공해 미조치 차량은 12월부터 4개월간 수도권 내 운행이 제한된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용대상은 전국적으로 146만대 규모로 파악된다.인천시는 제도 확대 시행을 앞두고 지난 9월과 10월 중 1주일씩을 정해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중 DPF를 부착하지 않은 차들을 카메라로 모의 단속했다. 도합 2주간의 단속에서 2만7천여 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천950건으로 2천 건에 육박했다. 또한 인천시가 계절관리제 시행 등 안내를 위해 운영하는 콜센터엔 DPF 부착 등의 문의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차에 맞는 DPF가 생산되지 않아 DPF 부착이 불가능하다", "과태료 부과가 과하다"는 항의는 설득력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수도권지역 운행 제한 결정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시행을 재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인천시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시는 DPF를 부착할 수 없거나 자치단체 예산 부족으로 차량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저공해 조치가 불가한 5등급 차량을 한시적으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저공해 조치 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단속을 유예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수도권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정부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차질없이 추진돼야 하지만, 불가항력적으로 피해를 보는 시민도 없어야 한다.

2020-11-10 경인일보

[사설]분양자 우롱하는 건축 시행사의 합법적인 횡포

용인시 한 타운하우스 입주민들이 곤경에 처했다. 시행사가 준공승인을 신청하지 않아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임시사용기간이 다가오면서 재산권 자체를 침해당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준공권을 가진 용인시 처인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시행사에 준공승인 신청을 촉구해도 웬일인지 준공 신청 주체인 시행사가 요지부동이라서다.이 타운하우스는 5개 단지 135개동의 단독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사업으로 용인 최대규모의 타운하우스라고 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에 걸쳐 5개 단지 건축허가를 받았다. 중간에 사업 시행자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먼저 건축허가를 받은 1~3단지는 지난해 5월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분양자들이 입주를 했다. 그런데 임시사용승인 만료일이 다 되도록 시행사가 준공허가 신청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시행사가 1~3단지 보다 나중에 건축된 4단지는 신속하게 준공허가를 받아낸 점이다.1~3단지 분양자들은 시행사의 이상한 일처리 이유를 건축 중인 5단지 공사를 위한 고의적인 지연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5단지 건축을 위해 1~3단지 도로를 이용해야 할 시행사가 공사편의를 위해 준공을 미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 시행사가 이전 시행사의 사업 승계과정에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준공승인을 볼모로 주민을 압박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시행사는 준공승인을 조건으로 추가 정산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시행사와 오랜 시간 갈등을 겪은 분양자들인 만큼 준공승인을 지연시키는 의도는 충분히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정황과 의심이 타당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구제할 법적 수단이 묘연한 점이다. 이 타운하우스는 단지별로 30세대 미만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법상 행정관청의 관리대상이 아니다. 사업 시행사의 전문성과 주택공급규칙에 따른 분양관리에 행정관청이 개입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의 시행사는 주택 공급자의 도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법적인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것이다.쪼개기 건축허가로 135세대의 대규모 고급 단독주택 단지 공급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면제받은 시행사가 합법적으로 분양 소비자를 우롱하고 행정을 무력하게 만드는 제도상의 허점이라니, 기가 막힌다. 용인시는 분양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시행사를 설득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유무형의 행정수단을 찾아보기 바란다. 또한 국토부 등 당국은 주택공급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법규의 구멍을 막아야 할 것이다.

2020-11-09 경인일보

[사설]서해안 산호 군락지 새로운 환경지표로 주목해야

서해 앞바다에서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발견이 이루어졌다. (사)황해섬네트워크가 인천시 옹진군 선갑도 해역에서 국내 최대규모로 추정되는 '무쓰뿌리돌산호' 군락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9월 25~27일까지 선갑도의 생태·환경 가치 발굴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갑도 북측과 남측 인근 수심 5~10m 구간 바다에서 무쓰뿌리돌산호와 부채뿔산호, 눈송이갯민숭이, 바다딸기류, 큰산호붙이히드라 등 5종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이 중 무쓰뿌리돌산호의 경우 학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산호 군락지가 예전부터 있었는지, 최근 형성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쓰뿌리돌산호가 이처럼 대규모로 군락지를 형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조사단이 촬영한 영상만 보더라도 선갑도에서 발견된 무쓰뿌리돌산호는 개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서해안 해양 생태변화의 모니터링 자료로서 큰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으로 해양생태 환경이 변하고 있는 사례는 수시로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반도 어족자원의 교체다. 동해안 대신 서해안이 오징어 황금어장으로 떠올랐고 제주 연안에 정착해 살고 있는 아열대성 어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무쓰뿌리돌산호 군락지가 발견된 것도 해양 생태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이번 산호군락지 발견은 어족자원 교체를 통한 해양생태 연구보다 더 심도 있는 연구과제가 될 수도 있다.이에 따라 선갑도 일원 해역에 대한 심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조사는 선갑도 남측과 북측 해역 중 일부 구간에서만 이루어진 만큼, 조사 지역 확대와 함께 보다 면밀한 후속 조사 및 연구가 뒤따른다면 서해안 환경오염의 새로운 지표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기후 변화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황해섬네트워크의 조사가 일회성에 머물지 않고 서해 해양생태 연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선갑도 해역을 샅샅이 뒤져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은 황해섬네트워크에 박수를 보낸다.

2020-11-09 경인일보

[사설]바이든 시대 대응할 국가전략 수립할 때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고, 미국을 다시 세계의 존경을 받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CNN 등 언론이 '바이든이 선거인단 과반수인 273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한 직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에 투명성 시비를 걸며 일부 경합 주(洲)의 재검표 요구와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고, 바이든의 승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라 혼란은 곧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내·외 정책 기조가 대전환점을 맞게 됐다.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대외기조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은 전 세계의 길잡이다. 국민을 통합하고 치유해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의 일방·고립주의에서 동맹과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국제주의로 돌아갈 것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미 행정부가 독단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국제 정세도 예측이 가능한 방향으로 바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문재인 대통령은 8일 트위터로 바이든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바이든의 동맹 강화 기조를 토대로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한미 현안이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대북 관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됐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불신과 함께 북한 비핵화 협상이 원점으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바이든이 과거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다시 꺼낼 경우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통상정책 기조는 다자주의 틀 안에서 우방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이란 게 경제계 분석이다. 중국과의 대립 구도를 지속하면서 우군을 참여시켜 전선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약속한 바이든이 노동과 환경 분야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과 동참을 강조하면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게 확실하다. 정권 교체기, 미국의 변화하는 정책 기조에 맞춰 우리 안보와 외교,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2020-11-08 경인일보

[사설]여권 난맥을 바로잡을 리더십이 안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압박은 급기야 특수활동비 사용까지 문제 삼으면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원전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윤 총장의 정치수사와 검찰권 남용으로 규정했다. 탈원전 정책에 관해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공격 등 객관적 사실과 잘못된 사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 우려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이 뿐만이 아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울·부산 시장 선거를 '국민의 집단 성인지학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국회 공개석상에서 사의를 표명한 홍남기 부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덕신공항 용역비 예산 증액 수용 여부를 두고 여당 의원과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은 여당의 무조건적인 정부 옹호, 장관의 여당 눈치보기, 여당 내 특정 그룹의 존재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생기는 결과들이다. 보수야당의 존재감 상실은 이러한 현상들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입각한 정당이기주의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점이다.특히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주요 정책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의 표를 의식한 민주당의 행태에 기인하는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야기된 주식양도세와 재산세 논란, 가덕신공항 예산 증액 등은 모두 여당이 내년 재보궐 선거와 그 다음 있을 대선을 의식해서 정치논리를 앞세워 정부정책을 좌지우지 하려는 포퓰리즘적 접근에서 비롯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정책을 선거와의 인과관계적 차원에서 보는 것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정파적 이해를 우선하는 퇴행적 행태이다. 여당이 국회에서의 압도적 다수를 상대당을 포용하고 합의의 정치로 나아가는 데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시정되어야 한다.이와 관련하여 지적되어야 할 문제는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선거를 의식한 여당의 행태 등 여권의 전반적 문제를 바로잡는데 청와대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 이후의 정권교체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갈등 조정자로서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2020-11-08 경인일보

[사설]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의 교훈

청년몰 사업이 기로에 서 있다. 청년몰 사업은 쇠퇴일로의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추진해온 사업이지만 시행착오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전국적으로 청년몰의 매출액은 2019년 대비 20% 감소했으며, 폐업률은 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하지 않은 점포의 가동률도 72%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업에 투입된 지자체 예산과 자부담을 고려하면 1천억원 이상의 손실이다.인천시의 경우 사정이 더 나쁘다. 용현시장 청년몰은 2016년 6월 중소기업청 지원을 받아 10개 점포가 들어섰으나 9개월 만에 9개가 문을 닫았다. 가좌시장과 부평시장의 청년 창업 지원사업도 사실상 실패했다. 인천 강화군 강화시장의 청년몰은 조성 당시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 20개였던 점포 중 15%인 3곳만 운영을 하고 있다. 중구 신포시장 청년몰의 가동률은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년몰 내 21개 점포 중 17곳이 문을 닫았고, 영업중인 가게는 현재 4곳 뿐이다. 점포 임차료 50%를 지원해주는데도 들어오려하지 않는다. 신포시장의 '눈꽃마을' 청년몰은 상가 특성화 전략이 엉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출발했는데 입주 상인들간의 불화까지 겹쳐 상권이 붕괴된 것이다.이같은 실태의 원인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여파라고 할 수 있지만 사업 추진과정과 사후관리의 부실 등이 더 근본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시장은 야간 영업이 어려운데다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전통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외면받고 있는 것은 서비스나 업종 문제보다도 불편한 교통과 주차공간의 부족 때문이다. 청년들의 창업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전통시장의 상권분석이나 유동인구수 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는 성공할 수 없으며 지속성을 지니기 어렵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가도 충분한 물건을 사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은 없다. 청년몰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시장 중에서 살아남는 시장은 나름의 특성이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곳들이다. 청년창업지원 정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실패사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전통시장을 재생하는 특성화, 차별화하는 전략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시행착오만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2020-11-05 경인일보

[사설]회원제보다 더 비싼 그린 피 받는 대중 골프장의 횡포

코로나 19로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골퍼들이 전국 골프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런 틈을 타 골프장들이 그린피 등 시설 이용 요금을 앞다퉈 올리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10만원대 그린피가 최고 3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 특히 일부 대중 골프장은 내장객들을 상대로 회원제 골프장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골프업계에 따르면 입장료가 회원제 평균을 초과하는 대중골프장은 수도권 10곳을 비롯해 전국 44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8홀 이상 대중골프장 224곳 중 20%에 가까운 수치다. 이들 44곳 골프장 중 22곳은 회원제로 운영되다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들이다. 일부 대중 골프장들은 콘도회원권을 분양해 혜택을 주는 등 편법까지 동원해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 특히 5~10월 사이 입장료 인상 폭이 가장 컸던 전국 10곳의 대중골프장은 모두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곳들로 나타났다.지난 5월부터 10월 사이 대중 골프장은 주중 평균 8.4%, 토요일 평균 6.8%의 입장료를 인상했다. 같은 기간 2%를 올린 회원제 골프장보다 훨씬 큰 폭으로 입장료를 인상한 것이다.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세금 차액이 4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골프장들이 이 같은 요금 인하 요인을 외면한 채 기존 가격을 유지하거나 최대 2만원 인하에 그치는 실정이다. 회원제 골프장보다 세금은 덜 내고 이용객에는 웃돈을 받는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장료 심의위원회' 제도를 만들어 대중 골프장들의 입장료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실정이다.정부가 대중 골프장을 장려하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장을 이용함으로써 대중화를 유도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런 이유로 대중 골프장들은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운영상의 편리성도 제공받고 있다. 그런데 대중 골프장들이 세금은 적게 내면서 이용요금은 회원제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받는 것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용객들은 대중 골프장들이 비싼 이용료를 받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지 궁금해한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의 점검과 단속이 시급해 보인다.

2020-11-05 경인일보

[사설]정부는 언제까지 도시철도 적자 외면하나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이 지난 3일 공표한 성인 1천명 대상의 '공익서비스 국비지원 법제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7%가 무임승차 적자액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가 국민모두의 의중을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하철 경영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가늠할 수 있어 유의미하다. 도시철도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 운영하는 지하철, 전철과 중소도시의 경전철, 모노레일 등으로 도시교통난 해소의 일등공신이다. 국내에는 1974년에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도시철도시대가 개막되었다. 1990년대 들어 도시교통문제가 국가현안으로 대두되자 인천을 비롯한 5대 광역시로 도시철도 운행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 대비 매출액은 공공요금 규제로 지지부진해서 적자폭이 늘었다. 노후시설 개선, 안전장비 보강에 '공짜 손님'은 설상가상이었다. 1984년부터 정부는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등을 근거로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단행했다. 고령인구의 가파른 증가가 결정적이다. 서울도시철도의 고령 면제자는 매년 13.1%씩 늘고 있다. 전국의 6개 도시철도공사는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5천800여억원의 무임승차비용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무임승차 손실비용이 6천320억원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승객수가 격감해서 적자폭은 눈덩이로 불어났다. 감염병 확산 기간 동안 승객은 현격히 줄었지만 보건당국의 혼잡도 완화 지침에 따라 전동차 운행간격을 평소와 같이 유지한 때문이다.전국의 도시철도 공기업들은 공짜손님이 국가적 복지제도에 따른 결과라며 무임승차 손실액만이라도 세금으로 지원해줄 것을 관계요로에 건의했다. 국영인 코레일의 경우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정부에서 매년 무임승차비용을 전액 지원받지만 도시철도에 대한 손실보전은 전무해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해를 거듭할수록 도시철도의 재투자수요가 점증할 수밖에 없어 적자 폭은 갈수록 확대될 예정이나 요금 현실화는 언감생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철도의 공공성 강화를 제시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맘 편히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해야 할 것이다.

2020-11-04 경인일보

[사설]안산 유치원 집단감염 방지대책 실행해야

지난 6월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충격적인 집단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원아 69명과 가족, 종사자 등 71명이 장출혈성대장균(O157)에 집단감염됐다.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은 17명은 투석치료까지 받는 등 증상이 심했다. 검찰은 원장과 영양사 등 3명을 역학조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납품 일자를 허위로 기재한 거래명세서와 도축검사증명서를 제출한 사업자 3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유치원의 열악한 급식 환경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임상 추적 관리체계를 구축해 요독증후군 장기추적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여전히 구체화 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 등 시스템을 설계할 상위기관이 명확하지 않다. 관리담당 기관도 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지역 보건소에 따르면 대형 병원 주치의, 교육부,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이 수차례 화상회의를 가졌으나 구체적 결과물은 없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소가 정부부처를 상대로 회의를 주관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철저한 사후 대책으로 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정부의 실천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유치원 식중독 사고는 열악한 급식환경의 민낯을 드러냈다. 영양사는 5곳을 동시에 관리하느라 금요일에만 해당 유치원에 상주했다. 조리사가 영양사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급식 관리 시스템도 허점투성이였다. 지자체들은 1년에 1~2차례 집단급식소 위생지도점검을 통해 유치원 급식 실태를 조사한다. 형식에 그치는 데다 처벌도 마땅치 않다. 가열 조리하지 않은 식자재의 세척과 해동, 소독, 검사 등의 위반행위도 권고처분이 고작이다. 식자재를 재사용해도 시정명령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유치원에서도 대장균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보건관계자들의 지적이다.정부는 국민 앞에 약속한 재발 방지대책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란 안이한 자세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사안이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급식 환경을 바꾸고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사고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의 조속한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

2020-11-04 경인일보

[사설]역대 최대치 갈아치운 경기도 새해 예산안

경기도가 내년 본예산 규모를 28조7천925억원으로 확정했다. 일반회계가 24조9천492억원, 특별회계 3조8천433억원이다. 올해 본예산 27조383억원보다 6.5%인 1조7천542억원 늘어난 것이다. 본예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임기 후반기인 이재명 도지사의 도정 철학을 담은 예산안이 다수 반영된 점이 눈에 띈다. 기본소득은 청년 기본소득에 더해 농민 기본소득과 농촌 기본소득이 시행된다. 지역 화폐도 확대 발행된다.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저신용자 소액금융 지원사업에도 예산을 배정했다.도는 내년도 지방세가 12조6천361억원으로, 올해보다 703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동산 매매에 따른 취득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 편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는 경제 분야 증가 폭이 올해보다 53.3%나 증가했다. 지역화폐 발행 지원에 1천953억원을 투입하는데 국비 지원분까지 고려하면 2조5천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판 뉴딜과 보조를 맞출 '경기도형 뉴딜사업'에는 8천494억원을 반영했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운영을 포함, 디지털 SOC 구축에 107억원을 편성한 점도 관심 사안이다. 63억원을 배정한 경기도 공공조달시스템 구축 예산은 정부 반대가 여전해 논란이 예상된다.이 지사 취임 이후 도 예산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안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데 따른 영향이 크다. 매년 급증하는 복지 예산의 경우 대부분 지자체가 공동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이 지사의 핵심적인 복지공약 이행 비용도 반영해야 한다. 예산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그에 따른 효율적인 배정과 투명한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도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이 어느 해 보다 중요한 이유다. 특히 누수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복지분야 예산에 대해서는 보다 엄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코로나 19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서민들이 저마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도가 예산을 확대한 것은 재정 투입을 통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적극 행정 기조일 것이다. 도민의 피와 땀이 밴 혈세로 마련한 새해 예산이 허투루 쓰여서는 안 된다.

2020-11-03 경인일보

[사설]분수령 맞는 인천시 매립지 정책

매우 어려운 조건 속에서 힘을 다하여 고생스럽게 싸우거나 애쓰는 것을 악전고투(惡戰苦鬪)라고 한다. 전장에서 구원병이 없이 고립된 군사나 군대가 많은 수의 적군과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것을 의미하는 고군분투(孤軍奮鬪)와도 뜻이 맞닿아 있다. 둘 다 수도권매립지의 운영 종료 시점을 오는 2025년으로 못 박고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인천시의 처지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정책은 우군이 없는, 그야말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이다. 중앙은 물론 지역정치권의 같은 당조차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반대 목소리를 낸다. 거기에다 지역 안에선 시·군·구간 대결구도까지 형성되고 있다.수도권매립지 운영 종료와 인천만의 자체 매립지 조성의 전제조건은 인천 각 기초지자체별 소각장의 신설과 처리용량 증설이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은 공염불이 된다. 시는 자체 매립지에선 소각 후 잔재물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소각장 확충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 중이다. 10개 군·구별 1개씩 소각장을 짓는 발생지 처리원칙이 우선이지만 재정절감과 효율성을 고려해 권역별 광역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갈등부터 불붙는 실정이다. 서구에선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은 물론 시·구의원들까지 나서 시 정책을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땅을 소유한 모 기업이 신설 매립지 유치를 신청한 옹진군 영흥도의 주민들은 '결사반대'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나머지 군·구들도 여차하면 들고일어날 기세다.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도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관련된 현안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그나마 있었던 의원질의조차 인천시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인천시의 대국회전략이 소홀했거나 실패한 증거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박 시장이 오늘 국회를 방문한다. 송옥주 위원장을 포함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수도권매립지 종료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내일은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20여명을 인천으로 초청해 매립지 종료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오는 12일 자체 매립지 부지와 군·구 소각장 입지에 대한 공식발표를 앞둔 인천시로선 이번 주와 다음 주가 매립지 정책추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장 급한 건 내부갈등부터 다독거리고 정리하는 일인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2020-11-03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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