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근본적 대책 필요한 평택 미군기지 주변 환경오염

미군 단일 해외주둔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K-6)는 물론 미공군기지인 오산에어베이스(K-55) 주변 지역 토양오염이 심각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오염 원점으로 의심되는 미군 기지내 환경오염 조사 및 정화가 불가능해, 기지 주변 토양오염을 방지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인 모양이다.환경부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에 따라 5년 마다 미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해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한다. K-6기지 주변에 대한 2018년 환경기초조사 결과 160개 조사지점 중 27개 지점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석유계총탄화수소(TPH)와 아연 등 4개 중금속이 검출됐다. 2019년 K-55기지 주변 조사에서는 35개 지점이 기준치를 초과한 TPH와 니켈, 아연에 오염된 사실을 밝혀냈다. 각각 5년 전 실시된 동일한 조사에서 K-5기지 25개, K-55기지 16개였던 오염지역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이같은 결과를 받아든 평택시는 최근 시의회에 시비 20억원이 투입되는 오염지역 정화계획을 보고했다. 이미 5년 전 1차 오염조사에 따라 토양정화에 10억7천만원을 집행한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8억7천만원을 돌려받은 전례에 따른 2차 정화계획이다. 평택시는 이에 앞서 지난 8월 K-5기지 수비대 사령관에게 기지내부 환경오염시설 정보공유와 합동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오염 원점에 대한 근본대책 없이 5년 마다 기지 주변 토양을 정화하는 땜질식 대응은 예산과 행정의 낭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평택시의 당연한 요구에 미군측은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내세워 환경오염 조사를 위한 기지 개방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한다. 군사시설의 폐쇄성을 감안하더라도 주둔국 환경주권 실현에 비협조적인 미군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미 반환된 미군기지들이 천문학적 정화비용 때문에 말썽인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평택시를 대신해 미군측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군과 가족 등의 환경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또한 정부는 지자체의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전액 보조해야 한다. 과거처럼 일일이 재판을 통해 비용을 보전받는 행정 낭비를, 미군기지를 제공한 지자체에 지우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

2020-11-02 경인일보

[사설]생색내기용에 그치는 아동보호 법안들

전국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는 것이 정치권이다. 지난 9월 14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인천화재 피해 형제'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국회에서는 '라면형제법(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인천 형제 화재 사건 방지법(아동학대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 '라면 화재 방지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의 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명 '라면형제법'은 지자체장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거나 피해 아동을 발견한 경우, 아동복지심의위원회의 보호 결정 전이라도 즉시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 형제 화재사건 방지법'은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들어왔을 때 지자체와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부모 등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사례관리 조사에 불응할 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라면 화재 방지법' 별칭이 붙은 법안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발의했다. 취약계층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비용을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앞선 20대 국회에서 아동 학대·방임 등 아동 복지 관련 개정법률안이 100건 가까이 쏟아졌다. 21대 국회에서도 앞서 언급한 3개 법안을 포함해 아동학대 대책 관련 법안이 20여 건이 발의됐다. 20·21대 국회에서만 120여 건의 아동학대 관련법이 발의됐지만 학대와 방임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속출한다. 여야가 무더기로 쏟아낸 법안 대부분이 생색내기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100 여건이 넘게 발의된 아동 관련 법률안 통과율은 30%에 그쳤다. 법안 통과율이 낮은 이유는 현실과 맞지 않거나,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섰기 때문이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발의 법안들을 거들떠보지 않는 정치권의 표리부동 탓도 크다.친권을 제한적으로 제재하는 법안이 20여 건이 넘게 올라와 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통과된 아동복지법 관련 법안은 재정과 인력을 감안하지 않아 아동학대전담 공무원 제도 시행을 2022년까지 유예했으니, 법 통과의 효과가 없다. 인천시가 형제 참변 이후 내년 3월까지 10개 구·군에 전담공무원을 모두 배치하기로 했다. 실무자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동 학대가 그치지 않는 건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2020-11-02 경인일보

[사설]정치이익 위해 당헌 바꾼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전당원투표가 1일 오후 종료되어 예상대로 당헌 개정을 통해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결국 민주당은 당의 헌법을 스스로 뒤집음으로써 정치불신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당헌 조항은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에 만들었다.이낙연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당헌 개정 이유를 밝혔지만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대국민약속 위반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총선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며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2014년에는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도 뒤집었다. 민주당은 이러한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이 정치적 손익관계를 따져볼 때 유리하다는 계산에서 전당원투표를 실시했을 것이다.정치가 불신받는 이유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현실적 이익에만 몰두하여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기 때문이고 내로남불 행태가 일상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불신은 정치냉소로 이어지고 사회갈등과 균열을 반영하여 제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당이 오로지 정당구성원들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전당원투표를 통한 당헌 개정이 서울 시장 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이고 서울시장을 차지하는 정당이 대선 고지에서 유리했던 실증적 사례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주당의 고육지책임을 모르지 않지만 어떠한 변명과 합리화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현실과 이상, 명분과 실리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너무나 명백한 문제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은 공당의 도리가 아니다. 눈 앞의 정치적 이해에 매몰되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스스로 만든 당헌마저 바꾸는 것은 선거승리가 정당의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다. 결국 이에 대한 심판도 유권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2020-11-01 경인일보

[사설]시·군 반발하는 과도한 산지 난개발 방지대책

경기도가 개발행위 가능한 산지 경사도를 25도에서 15도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시·군에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산림지역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해당 지자체들은 개발행위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가평과 여주, 양평, 광주 등 상대적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동부권은 지역 실정이 무시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도가 지난달 초 시달한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및 계획적 관리지침안'에 따르면 산림을 개발하려면 폭 4~8m의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는 폭 6m가 상한선이다. 반면 옹벽은 수직 높이를 최대 15m에서 6m로 낮추도록 했다. 경사도 허용 기준은 산지관리법에 명시된 25도가 아닌 15도 이하로 강화해 시군 조례에 반영하도록 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평군의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경기도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및 계획적 관리지침 완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군의회는 전체 면적 중 83.5%가 임야로,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중복규제로 낙후된 지역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광주·여주·파주·양주시와 양평군도 "개발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지자체들의 집단 반발에 도는 당황한 기색이다. 그러면서 아직 확정된 기준이 아니라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도가 지침을 내려도 시군과의 협의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시행이 불투명하다. 도는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나 새 지침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경사도 15도 이하 제한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 지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산지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데 과연 어느 지자체가 이를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도는 계곡과 하천에 들어선 불법 건축물과 상행위를 상당 부분 바로잡는 성과를 거뒀다. 산지 개발과 관련한 새 지침도 난개발을 막고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지역 개발을 저해하고 때론 불·탈법을 조장하기도 한다. 개발과 보존은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도는 해당 지자체들이 왜 반발하는지 들어보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바란다.

2020-11-01 경인일보

[사설]인천산학융합지구 준공에 거는 기대

인천산학융합지구가 준공됐다. 사단법인 인천산학융합원은 29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산학융합지구 준공식을 개최했다. 지하 1층~지상 5층, 건축 면적 1만9천908㎡ 규모다. 항공우주융합캠퍼스와 기업연구관으로 구성됐다.인천산학융합지구는 '연구개발',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이 선순환하는 산학연 협력 공간이다. 인천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현장 중심의 산학융합형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취지로 조성했다. 항공우주융합캠퍼스에서는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메카트로닉스공학과, 기계공학과(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학생 530여명이 공부한다. 이들은 현장 맞춤형 교육과 산학 융합 연구개발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게 된다. 기업연구관에는 항공 관련 분야 기업·연구소가 입주해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한다.인천은 남동국가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모여 있다.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업무 역량을 키우고 생산 능력 및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의 우수한 연구개발 능력과 교육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대학의 도움으로 새로운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고, 대학은 현장 실무 중심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에는 제대로 된 산학연 협력 공간 및 시스템이 없었다. 항공 분야에 특화한 인천산학융합지구는 인천 항공산업 육성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 영종도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다. 세계적 허브 공항이 인천에 있지만 인천의 항공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 인천산학융합지구가 항공정비 등 항공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항공산업교육훈련센터, 항공산업장비센터, 항공우주정보센터 등을 추가로 구축해 인천은 물론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최근 인천시는 연세대와 함께 바이오·헬스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유치에도 성공했다. 인천 송도에 들어서는 이 센터는 산학연관 협력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생태계 형성'이다. 몇 개의 대기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업과 인재를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인천산학융합지구 준공이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인천이 항공과 바이오를 넘어 '전 산업 분야에서 산학연 협력이 활발한 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2020-10-29 경인일보

[사설]국회의 차별금지법 논의를 주목한다

'차별금지법'에 관한 장외 공방은 뜨겁지만 국회에서는 '유령' 신세를 면치 못한 법안이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에 8차례(의원입법 7번, 정부입법 1번) 제안됐다. 그중 5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나머지 2번은 철회됐다. 지난 6월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9월2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지만 아직 논의는 감감하다. 법안발의에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가까스로 10명이 서명한데다 대부분 초선의원들이라 이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차별금지법의 명분은 뚜렷하다. "성별, 연령,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출신지역, 장애, 신체조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의견, 혼인, 임신,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이 법을 통해 대한민국헌법의 평등이념을 실현하는 것이며, 여러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도 있었다.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차별금지법의 입법취지는 지난 13년간 충분히 논의되었으며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응답자의 대다수인 88.5%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3월 같은 조사 때 '찬성' 의견 72.9%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명분과 다수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응집력이 강한 강력한 소수의 반대로 입법은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특히 다수의 결정이 제3자나 입법 반대자들의 불이익이나 피해를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할 때가 그렇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는 현실보다는 신념에 근거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도 일종의 '믿음'이다. 이런 우려들은 실제로 발생한다면 법 제정 후에 보완하면 될 일이다. 관행을 깨는 다소의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 여론만 의식하는 포퓰리즘도 문제이지만 반대 목소리 때문에 할 일도 방기하는 무소신도 경계해야 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묵인하고 방관하는 사회는 근거 없는 증오를 부추기는 병든 사회이다.

2020-10-29 경인일보

[사설]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 신중히 대처해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2030년까지 90%로 상향조정될 예정이다. 현실화율이란 부동산 시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로 토지 65.5%,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0% 등인데 정부는 목표연도까지 모두 9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재산세 인하도 병행하기로 했다. 부동산값이 불변이더라도 공시가 인상만으로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탓이다. 당정협의로 세율 조정, 세금감면 확대, 과표 구간 조정 등을 마무리해서 이달 중에 공시가 현실화 장기로드맵을 확정하기로 했다.부동산가격 급등이 결정적인 배경이다.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22개 구 아파트 3만세대 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들어 비강남 아파트 땅값이 62%나 올라 시가 대비 공시지가는 35%에 불과하다며 현실화를 요구했다. 정부가 세금을 걷는 기준으로 삼는 공시지가가 낮으면 부동산 부자들만 혜택을 받아 공평과세 차원에서 공시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고가(高價) 부동산을 중심으로 낮은 현실화율을 인상했음에도 문제가 여전하다는 주장이다.항간에는 벌집을 건드린 듯 설왕설래 중이다.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 서민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정부는 출범부터 부동산투기 근절을 선언했지만 "집값을 역대 정부 최고로 올려놓고는 집을 사도 세금폭탄, 집을 팔아도 세금폭탄인 지경인데 이제는 집을 지니고 있어도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는가"라며 서민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공시가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노령연금, 재건축 부담 등 60여개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매기는 기준지표로 활용돼 파급효과가 상당한 것이다.여당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27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중저가 1주택 소유자와 공시가 9억원 이하 감세를 언급했으며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언론에 보도되는 세부담 경감 기준이 6억원 이하라는 주장을 "소설을 쓴 것"이라며 부정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8월 언론인터뷰에서 "5~6억 원 이하가 재산세 인하기준으로 적절하다"고 언급했었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에 눈길이 간다.곳곳이 지뢰밭인데 조삼모사(朝三暮四)도 염려된다. 조세정의 실현은 당연하나 선무당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20-10-28 경인일보

[사설]과밀학급 심각한데 학교 신·증설 외면하는 교육부

경기도내 일부 지역 초등학교의 과밀학급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치보다 학급당 7명까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중·고교에서 더 심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밀학급은 교육의 질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는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교직원노조가 민주당 경기도당 앞에서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도내 학교 신설 계획을 줄줄이 퇴짜놓고 있다.지난 3월1일 기준 도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 현황에 따르면 하남이 27.4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 27명, 오산 26.8명 순이었다. 수원·화성·김포는 26.5명, 시흥·남양주·성남은 26.3명으로 개발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과밀학급이 많았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6~7명, 도내 평균보다도 3~4명이 많은 수준이다. 도내 중학교 평균은 28.7명, 고등학교는 24.7명으로 과밀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밀학급이 많다는 것은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예방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용인 죽전 등 도내 중·고교에서 유독 코로나 집단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도시개발사업이 활발한 지역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학교 신설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원거리 통학에 과밀학급이 편성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신설 계획안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오히려 전국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며 강화된 신설학교 개설요건을 적용, 민원이 급증하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2020년 정기 2차 중앙투자심사' 결과 경기도교육청이 신설 또는 증축을 요청한 7개 학교 가운데 4곳이 반려되거나 재검토 처리됐다. 올해로 4년째 심사안에 상정된 시흥 대야3초는 이번에도 재검토 의견을 받았다.학교 신·증설은 중앙투자심사를 거쳐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권한 밖 사항이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들어 강화된 개설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인구가 늘고 있는 경기도 상황과 맞지 않는다. 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는 지자체와 해당 지역의 교육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 편성에 대한 집단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2020-10-28 경인일보

[사설]방치 수준 넘어선 청소년 도박

청소년 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도박과 관련한 학생 간 불법대출 및 폭력 등 수반되는 양상도 방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듯하다. 더욱이 도박중독의 치료 및 예방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지역치료센터마저 통·폐합이 검토되면서 청소년 도박 문제가 사각지대에 방치될 위기에 처했다.경기지역에서 올해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시행한 학교는 43곳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2018년 224개교가 신청했던 것이 그나마 가장 많았던 것인데, 이처럼 신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도박예방교육 관련 경기도교육청 조례가 '권고'이기 때문이다. 학교들의 예방교육 신청은 도박하는 학생을 발견할 때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그것도 학교 재량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들의 도박중독유병률이 학교 안 청소년보다 4배나 높다는 지적이 있어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청소년의 도박은 학교내 교우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래서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매우 힘들다. 호기심에 적은 돈으로 시작했다가 중독단계에 이르면 친구나 선배에게 돈을 빌리면서 점점 도박 금액이 올라가게 된다. 친구들 간에 고리의 도박 자금 대출이 이뤄지고, 명품이나 부모 휴대전화번호를 담보로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이를 갚지 않으면 학교 폭력까지 피해가 올 수 있다. 최대 9천만원의 도박 빚을 진 청소년의 사례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문제는 청소년들의 도박 문제가 일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도내 청소년 도박중독유병률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성인의 유병률이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라니 그 심각성이 더하다. 현재 도박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정부 기관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다. 그런데 전국 13개 지역센터를 5곳 안팎으로 통폐합한다는 소식이다. 상담업무도 민간 바우처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학교 현장까지 도박에 물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정부의 대응은 거꾸로 가는 셈이다.청소년 도박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좌시할 일이 아니다. 인격을 도야해야 할 학교 현장을 한탕주의 사행심으로 오염시킬 수 없다. 교육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있어야 하고, 정부의 청소년 도박 치료·예방 정책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2020-10-27 경인일보

[사설]'백령공항'은 여타 지방공항과 다르다

지난 5월 백령도 공항건설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선정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뜻밖이었고, 충격이었다. 인천 지역사회의 현안이고 숙원사업 중 하나라 더욱 그러했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의 협의까지 마무리된 터라 다들 '이번에는 되겠지'하고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예타 대상을 선정하는 기재부 국가재정평가위원회는 백령도 현지주민을 포함한 300만 인천시민의 한결같은 바람을 외면하고 기대를 꺾어버렸다. 당시 심의에서 위원회는 앞서 추진 중인 6개 지방공항 사업이 전부 지지부진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국토부가 제출한 사전타당성조사 결과의 경제성 산정 기준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백령공항이 예타 대상에서 탈락한 바로 그달, 백령도에서 20대 여성이 화물차에 치였다. 오전 11시40분께 사고를 당했으나 오후 10시께야 응급수술을 받았다. 기상상황이 나빠 헬기가 뜰 수 없었다. 의료진은 해군 고속정을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여성은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섬이라서 이렇게 꺼져버린 생명이 허다하다. 어디 열악한 의료시스템뿐이겠는가. 백령공항을 지지부진한 다른 지방공항 건설사업과 한 무리에 넣고, 동일한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남한의 최북단 '서해5도'의 상징성과 전략적 중요성,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섬 주민들의 현실적인 고립상황과 소외감을 헤아리지 못한 정책적 과오다. 현장과 정책의 '미스매치',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백령공항 예타 대상 선정 탈락이었다.국가재정평가위의 올해 마지막 예타 추진대상 심의를 앞두고 인천시와 옹진군이 총력대응에 나섰다. 엊그제 최장혁 인천시 행정부시장과 장정민 옹진군수가 기재부를 방문해 12월 심의에서 백령공항 사업을 예타 추진대상으로 선정해 달라고 재차 건의했다. 지난 5월 제1차 심의 탈락 이후 2차와 3차 심의에서는 아예 안건으로 상정도 되지 못한 터라 긴장감이 더하다. 연내에 예타 대상이 되어야 내년 예타 실시, 2022년 설계 착수, 2025년 준공, 2026년 개항 일정을 맞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항건설 계획이 또 터무니없이 늦춰지거나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 천혜의 자연풍광, 국가지질공원 인증, 코로나19로 인한 여행트렌드 변화 등 경제성 충족 조건은 사실 차고 넘친다. 남북평화무드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20-10-27 경인일보

[사설]헌법소원 청구 나선 남양주 조안면 주민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는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을 이어주는 양수대교가 있다. 이 대교를 사이에 두고 두 지역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조안면은 건축물을 찾아볼 수 없는 농촌 풍경인 반면 양서면 양수리는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와 상업시설로 도시 풍경이 완연하다. 조안면 주민들은 오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양수대교 양안 지역의 극심한 개발 격차를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조안면은 1972년 '조안출장소' 시절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GB)로 지정됐다. 면 소재지인 양평군 양서면, 광주시 퇴촌면·남종면은 지역활성화 등을 이유로 제외됐다. 그 뒤로 1975년 그린벨트 전체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조안면은 1986년 면소재지로 승격했지만 구역 변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보전권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배출시설 설치제한지역 등 각종 규제가 추가됐다.조안면민은 삶을 영위할 생업을 극도로 제한받았다. 한 농원은 딸기 체험농장 1호로 대한민국 대표농장이라는 '스타팜' 인증을 받고 딸기 가공기술로 신지식인상까지 받은 정부 공인 농장임에도 영농사업을 접었다고 한다. 체험학습시설 설치는 물론 인터넷 판매, 가공공장, 음식점 등 딸기를 활용한 경영이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수시로 실시되는 상수원보호구역 불법음식점 단속으로 지역주민 870명이 전과자가 됐다. 전체 주민의 4분의1이다. 그러는 사이 같은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인 양평군 양수리는 하수처리구역내 개발행위 규제 완화로 아파트 건축 등 각종 개발이 가능했다.헌법소원 청구에 나선 조안면 주민대표는 "상수원보호구역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헌법상 권리인 생존권과 재산권을 최소한의 범위에서라도 헌재에서 확인받고 싶다고 한다. 헌재는 1998년 그린벨트 헌법소원에 대해 '제도 자체는 합헌'이나 '토지소유권자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결정했다. 이후 그린벨트 해제가 잇따랐고 규제도 완화됐다. 조안면 주민들의 헌법소원 청구에 담긴 바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국이 주민들이 처한 삶의 현실을 주목하고 규제의 합리적 개선을 추진했다면 헌법소원에 이르렀을지 의문이다. 헌재는 헌법소원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조안면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공익을 위한 희생과 보상은 비례해야 마땅하다.

2020-10-26 경인일보

[사설]SL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의 도 넘은 부실운영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의 방만, 부실 운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20년째 특정 법인에 회계감사를 맡기는가 하면, 수사를 받고 있는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의 소송 비용까지 주민지원금에서 지급할 수 있는 규정까지 만들 정도다. 도가 지나쳐도 크게 지나쳤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국회 국정감사에서 SL공사가 설립 후 20년간 같은 회계 법인에 결산 감사를 맡겨 온 것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해 지적이 없었던 것이 신기할 정도다. 20년간 감사를 맡긴 회계 예산은 5조9천900억원이 넘는다. 공공기관의 회계감사와 결산감사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동일한 감사인에게 연속적으로 6년을 초과해 감사 업무를 맡길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회계 감사를 장기간 같은 법인이 수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SL공사는 기타 공공기관에 속한다는 이유로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SL공사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수의계약으로 회계 감사를 맡겨오다 2016년부터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했다. 문제는 공개 입찰을 했는데도 같은 회계 법인하고만 계약했다는 점이다. 6조원에 이르는 회계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졌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회계법인이 SL공사의 눈치를 살피며 감사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이다.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경찰이 주민지원기금 횡령 의혹 등으로 위원장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없던 소송지원 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SL공사와 환경부는 아무 제재 없이 방치하고 있다. 소송지원 규정 신설은 2000년 주민협의체 구성 이후 2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SL공사의 소송비 지원에 관한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주민지원협의체도 같은 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SL공사 자체가 허점투성이인데 견제 기관인 주민지원협의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비난을 사는 이유다.SL공사의 회계 감사나 주민지원협의체 소송지원 규정만 보더라도 지난 20년 동안 이들 기관과 단체가 정부의 통제나 감시 밖에서 그들의 입맛대로 운영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SL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에 대한 회계 감사와 운영에 부정이 있었는지 정부의 감사나 사법 당국의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2020-10-26 경인일보

[사설]'혁신과 변화'로 초일류 삼성 이끈 이건희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6년간 투병했다. 고인은 부친인 고 이병철 삼성창업주가 별세한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회사를 이끌었다. 고인이 삼성을 이끌면서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반도체, 스마트폰, 바이오 등 신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영계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강한 리더십으로 한국 산업 발전을 견인하셨던 재계의 큰 별"이라고 애도하며 이 회장의 정신을 삼성이 이어받아 경영혁신을 선도해달라고 했다.고인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면서 주창한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천재 한사람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창의 정신을 강조하며 삼성전자를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로 키워냈다. 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고 이병철 명예회장을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직접 안내하는 등 반도체 진출을 주도했다. 특히 '품질중시 경영'으로 대표되는 신경영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삼성을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고인이 27년간 삼성을 이끄는 동안 시가총액은 300배 이상 늘어났다.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그는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을 이끌어왔고, 2018년 공식적인 총수자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계열사 재편과 미국 전장 기업 인수 등을 통해 변화를 꾀해왔다. 삼성 관련 수사·재판 리스크로 한계가 있었던 만큼 이 부회장이 이끌게 될 '뉴 삼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영권 승계와 국정농단 관련 재판, 지배구조 재편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금 부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고인은 혁신과 변화를 기치로 삼성신화를 창조했다. 코로나19로 시련을 겪는 기업과 경제계가 본받아야 할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의 앞날에는 대내외적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는 과제가 남았다. 고인의 탁월한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지혜롭게 극복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원만한 경영권 승계와 투명한 경영, 원만한 노사관계를 실천해 국민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는 삼성이 되기를 바란다.

2020-10-25 경인일보

[사설]독감백신 접종 중단하고 원인규명 뒤 재개해야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이 코로나 19로 두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접종 사망 사태가 발생하면서 공포감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더욱이 정부는 예방접종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지난 16일 인천에서 고3 학생이 독감 접종 이틀 만에 사망한 이후 전국적으로 관련 사고가 확산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등 전국에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89세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첫 경기도민이다. 광명시에서도 관내 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서울 시민이 숨졌다. 53세인 이 여성은 지난 17일 광명시 소재 병원에서 독감 주사를 맞고 나흘 뒤 새벽에 숨졌다. 이 같은 예방 접종 후 사망사례는 엿새 만에 전국적으로 2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보건당국은 아직 독감 예방 주사가 사망의 원인이 됐다는 인과 관계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저 질환 등 사람마다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콕 집어서 독감 주사로 그 원인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지금처럼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이런 불안 속에도 불구, 유료·무료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노령층은 독감 백신을 맞지 않을 경우 겨울나기가 불안하다며 접종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당장에 감기라도 걸리면 코로나 확진을 걱정해야 하는 게 노인들의 입장이다.이런 혼란스런 상황에도 불구, 정부는 접종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 아직 구체적인 연관성이 확인 안 됐다며 예방접종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예방접종을 당장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잇따른 사망사고로 인해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기존 백신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조속한 시일에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백신을 맞으면 죽을 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게 급선무다. 접종은 그 이후에 재개해도 늦지 않다.

2020-10-22 경인일보

[사설]폐기물정책 관건은 실효성이다

자원순환문제가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시민의 날(15일)을 앞두고 인천시청 중앙홀에서 열린 '시민시장 대토론회'에서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인천형 뉴딜' 10대 대표 과제를 놓고 온오프라인 투표 결과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위한 '자원 순환 선진화'가 15.2%로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인천시도 2025년도 수도권매립지 운영 중단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자원순환 전략을 공개했다. 1인 1일 기준 0.8㎏으로 저감하고 쓰레기 재활용률을 95%로 높인다는 목표와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른 친환경 자체매립지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환경부도 최근 폐기물 발생부터 최종 처리까지 종합적 개선방안을 담은 '자원순환정책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폐기물 정책의 공공성이 강화되고 발생단계에서의 감량을 반영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그런데 오염자 부담원칙과 발생지 처리 원칙은 환경정의로 정착되어야 하지만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관련법 개정도 필요하다. 소각장, 폐기물처리장, 재활용선별장 신설 문제로 인한 주민갈등은 수도권의 경우는 광역시도별로, 광역시도의 경우 기초지자체별로 동시에 확산하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폐기물의 급증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과정에서 정부가 음식물의 포장과 배달을 권고한 결과 포장배달 쓰레기가 폭증하고 있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소각장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소각장 용량 초과는 결국 직매립 쓰레기 증가를 초래하고 매립지 수명을 단축시키게 된다. 저감은 커녕 폭증부터 막아야 할 판국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자원순환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배출량 저감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는 오히려 높아가고 있다. 생활쓰레기를 비롯한 폐기물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정부도 쓰레기 문제는 코로나19위기에 대한 대책이기도 하므로 긴급 국정과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당면한 자원순환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여 제시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심각성을 호소하여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선언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절실하다.

2020-10-22 경인일보

[사설]인천시의 'K-바이오' 드림 결실을 기대하며

인천광역시에 경사가 겹쳤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송도국제도시 11공구에 '바이오융합 산업기술단지' 지정을 승인한데 이어 1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공동사업인 '한국형 국립 바이오공정연구교육센터(NIBRT) 프로그램 운영' 공모에서 인천이 최종 선정된 것이다.세계 최고의 바이오 메카를 염원하는 인천시의 꿈이 한층 영글었다. 송도국제도시는 바이오 생산 세계최대(56만ℓ)의 도시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44만ℓ), 싱가포르(27만ℓ), 아일랜드 더블린코크(23만ℓ)가 뒤를 잇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바이오의약품업체 12곳 중 7곳이 이곳에서 생산활동 중이다. 또한 바이오분야 우수 인재들을 공급하는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도 유치했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3년까지 생산시설 및 품질관리 신규인력 수요는 1만6천554명이나 인력공급은 연평균 2천17여명에 불과해 인력부족이 심각하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간 1천398억원을 투입해서 연세대 송도캠퍼스에 센터를 마련하고 석사학위과정 등 매년 2천명을 양성할 계획인데 교육은 연세대가 전담한다.인천시는 산업전략을 바이오의약품에서 바이오헬스케어로 바꿔 바이오 융복합 분야의 다양한 산업 육성에 착수했다. '연구개발-임상-신뢰성 검증-생산'으로 이어지는 바이오헬스케어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바이오약품 생산능력도 101만ℓ로 확대해 총 17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2025년까지 12조5천억원을 투입해서 세계 최대의 바이오헬스밸리를 조성하는 인천형 뉴딜사업도 확정했다. 2030년까지 송도국제도시에 세계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해 입주기업을 7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반도체와 같은 국가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5월 홍남기 부총리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인력, 병원을 융합한 바이오헬스산업의 모델로 인천을 최적지로 지목했다.바이오산업의 질적 고도화는 임상실험과 연구개발을 위한 대형병원의 참여가 전제 조건인데 세브란스병원의 송도신도시 유치가 지지부진해 예단은 금물이다. 바이오 원자재의 98%가 수입인 터에 일본의 수출규제 및 첨단기술 보안, 특허강화 등 세계 신보호주의도 고민이다.

2020-10-21 경인일보

[사설]회의론 더 키운 경기도 국감

19~20일 이틀간 열린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행정안전위와 국토교통위 등 2개 상임위가 나섰다. 복수의 상임위 감사는 4년 만이다. 평가는 긍정보다 부정이 앞선다. 야당 의원들이 여권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이재명 지사에 대한 정치공세에 치중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불렀다. 코로나19로 파김치가 된 공무원들은 국감 준비에 다시 녹초가 됐다. 자료 제출 건수도 지난해의 2배나 됐다고 한다. 그런데 눈에 띄는 쟁점이나 정책 감사는 없었다는 평이다. 이 지사는 국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쟁만 부각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해묵은 지자체 국감 무용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국감 첫날 행안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도정이 아닌 정치 공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이 지사를 베네수엘라의 우보 차베스 전 대통령에 비유해 설전을 벌였다. 토지보유세 증세와 국토보유세 신설 등 이 지사의 기본소득 자원 마련 방안에 대해 차베스와 관점이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공직기강을 거론하다 이 지사의 개인사를 들먹이며 '직원들이 징계 결과를 얼마나 승복하겠느냐'고 했다. 이 지사와 참석 공무원들은 '이런 게 왜 도정과 관계가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답변 기회가 잇따라 막히자 '말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이 지사는 SNS를 통해 국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대한 국감은 국가위임사무에만 적용되는 게 맞다. 10년 넘게 이어진 논쟁거리다. 이 지사가 국감 당일 이런 주장을 한 배경에는 야당의 과한 정치 공세가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옵티머스와 관련한 이 지사의 해명에도 불구, 야당 의원들은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 열린 국감이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하면서 공직자들에게 피로감만 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가 위임사무를 살펴보고 점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도정보다는 이 지사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책 감사가 실종됐다는 평이다. 이 지사가 유력한 여권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국감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무용론이 나오고 심지어 피감기관장이 국감을 거부하겠다고 한다. 지자체에 대한 국감 회의론만 더 커지게 됐다.

2020-10-21 경인일보

[사설]마침내 드러난 환경부의 속셈

마침내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정부의 속셈이 드러났다.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3-1매립장의 사용연한이 2025년이라는 것은 합의된 내용은 아니고, 사용하는 기간을 추정했을 때 그 정도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이 5~6년 후 포화에 이르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현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한을 늘리거나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는 일에 협조 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환경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없다"는 여당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환경부의 얘기는 3-1매립장의 반입량 감축으로 사용 연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 강화와 건설폐기물 반입 감축으로 기존 수도권매립지의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속내다.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려는 불순한 움직임은 또 있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향후 사용할 차기 매립장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경인일보 10월14일자 1면 보도). 기존 수도권매립지의 가장 위쪽은 계획상 '제4매립장'이다. 388만㎡로 제2매립장과 비슷한 규모다. 이 중 김포 구역 162만㎡는 4자 협의체가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잔여부지의 15%(106만㎡) 이내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한 2015년 합의서의 단서조항에도 딱 들어맞는다. 준공 후 경기도에 속하므로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요구에도 대응 가능한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3자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그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이쯤 되면 전체의 그림이 그려진다. 기존의 3-1매립장을 최대한 연장해 쓰고, 그 다음 3-2매립장까지도 사용하되 인천시의 강력한 반발로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제4매립장을 조성해 '오래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환경부가 주도하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동조하는 수도권매립지 연장사용의 '장대한' 구상 같아 보인다. 지난 2015년 합의서의 단서조항이 기어코 발목을 잡는 덫이 되지 싶다. 앞서 환경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여당의원의 결론도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하면 단서조항에 따라 3-2매립장 또는 제4매립장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안팎의 분위기다. 지난 15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3자를 향해 "이것이 여러분이 외치는 정의고, 공정이냐"고 일갈한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2020-10-20 경인일보

[사설]월성 원전 1호기 감사결과 존중해야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었음이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는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과정에 전년도 판매단가가 아닌 한수원의 전망단가를 적용하도록 회계법인에 요구했다. 또 산업부 직원들이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백운규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두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사실상 조기 폐쇄 결정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이러한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1년 1개월여가 걸렸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따져달라고 요청한 지 385일 만에 나온 결론인 것이다. 1년을 훌쩍 넘긴 감사 기간 못지 않게 후유증 또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1차적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발전회사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금이 갔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항상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도 상처를 입게 됐다.아무리 정책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그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작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이유야 어쨌건 숫자놀음으로 정책을 합리화 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자체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의 향후 대응에 주목되는 이유다.정치권도 이번 감사 결과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 사실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할 당시의 검토 사항은 운영환경, 경제성, 안정성, 지역수용성 등 4가지였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는 경제성만 따진 것이다. 노후된 차를 운행할 때도 경제성만을 따져 폐차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감사원이 종합적 판단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조기 폐쇄 결정 자체가 타당했는지에 대해 결론을 유보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더구나 월성 원전 1호기는 잦은 고장으로 유명한 원전이다. 다른 평가 지표는 무시하고 경제성만 갖고 정쟁으로 치닫는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0-10-20 경인일보

[사설]사업을 어떻게 추진했길래 주민혈세 LH에 바치나

인천시 부평구가 법정소송에서 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무려 146억8천600만원의 주민혈세를 물어주게 됐다. 인천지방법원이 최근 판결을 통해 부평구가 부개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정산금 120억원과 밀린 이자를 LH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평구가 부담키로 했던 도로, 녹지,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 사업비를 청구한 LH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부평구가 이미 지급한 82억원 외에 LH가 추가 요구한 사업비의 거의 전액이다.도대체 상식적으로 이런 소송이 가능한 이유를 모르겠다. 명색이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이다. 시민과 국민의 주거편익을 실현해야 할 두 공공기관이 사업을 어떻게 추진했길래 막대한 혈세를 법정에서 거래할 수 있는 것인가. 기반시설 조성 사업비 추계에 백수십억원이나 차이가 난 이유를 모르겠다. 부평구의 사업계획이 주먹구구였는지, LH의 사업비 추가 정산 요구가 편법적인 이익추구 행위인지 가려야 한다.최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LH는 악명이 자자하다. 대규모 공공주택개발사업을 마친 뒤 폐기물부담금 취소소송에 시달리는 지자체만 전국에 19곳에 이른다. 지자체에게 사업허가를 받기 위해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한 뒤,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사업 후에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법원 판결로 지자체들이 판판이 지면서 천억원대에서 수백억원을 토해내야 할 지자체들이 즐비하다. 국회는 LH의 기만적인 사업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기도 했다.이번 부개지구 사업도 부평구의 인허가권을 의식해 말썽 없이 사업을 완료한 이후에 소송으로 이익보전에 나선 것 아닌지 의심된다. 부평구와 똑같은 이유로 LH의 소송에 걸려 판결을 앞둔 동구도 수십억원을 손해 볼 처지다. 거대 공기업 LH가 기초단체 주거개선사업비용에서 이렇게 큰 오차를 발생시킨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하지만 주민혈세 낭비에 대한 최종 책임은 부평구에게 있다. 1천가구 규모의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딸린 기반시설조성 사업 정도에 대한 비용계획을 관리하지 못할 행정력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막대한 이자 부담 때문에 서둘러 돈을 갚기 위해 지방채까지 발행하기로 했다니,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LH의 도덕성을 따지는 문제와는 별도로 이 사태에 관련된 책임자 문책이 있어야 한다. 시의회의 진상 조사가 시급하다.

2020-10-19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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