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북한 핵폐기 프로그램 없는 종전선언은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18일부터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열린다. 문 대통령의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5일 김 위원장에게 받은 대미 메시지를 미국측에 전달하는 등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한미간의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정 특사가 6일 발표한 방북 브리핑에서 각별히 주목할 부분은 한반도 비핵화 대목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를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확정한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남북은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신뢰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를 정리해보면 우리측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구두선언에 머물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협상테이블에 올려 정체된 북미 관계를 복원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북한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비핵화 실천방안 논의의 대가로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 즉 한반도 종전선언 합의라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문 대통령은 오는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에게는 비핵화 실천방안 논의 개시를, 미국측에는 종전선언 합의를 제안해 실현하는 중재자 역할에 전념하겠다는 대화전략으로 해석된다.그러나 정 특사의 전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의 선행에 집착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을 폐기한 자신의 비핵화 선행조치에 미국이 종전선언으로 화답해 주도록 남측이 설득해줄 것을 요청했다.정 특사는 이와관련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북한이)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용의, 의지가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행동의 원칙에 대해 북한은 풍계·동창리 실험장 폐쇄와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과 남측 안정희구 진영은 종전선언의 최소 조건으로 북한 핵전력 제거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다.정부와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폄하하고 주한미군 철수와도 상관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선언이 초래할 수 있는 예측불가능한 변수를 생각하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만 믿고 양보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온 국민이 종전선언을 환영할 수 있도록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실현해야 한다.

2018-09-06 경인일보

[사설]공공기관 지방 이전 '수도권 소멸'은 어찌할건가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공포에 휩싸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추가 이전을 언급한 공공기관은 122개에 달한다. 이미 이전했거나 지정해제된 공공기관 6곳을 빼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른 지방 이전 대상은 총 116개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18곳, 인천 3곳, 서울 95곳 등이다.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경기·인천지역의 성장 잠재력과 정체성에 상상 이상의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성남시는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분당구에만 7개 기관이 몰려있다. '수도권 역차별'의 부메랑은 인근 상권이 고스란히 받는다. 당장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물론 지역경제 전체에 악재가 될 것이 뻔하다. 이미 14개 부처가 떠난 과천시의 상권은 초토화됐다. 여기에 700여 명이 근무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세종 이전을 앞두고 있어 주민들은 삭발투쟁으로 저지하는 중이다.인천은 또 어떤가. 한국폴리텍대학, 한국환경공단, 항공안전기술원 등 3개 기관이 이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관들이 사라진다면 항공·공항 산업분야에서 대한민국 대표도시로 자부했던 인천은 정체성과 성장의 디딤돌을 한꺼번에 잃게 된다.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항공정비(MRO)단지 조성, 드론산업 육성, 항공산업 교육훈련센터의 설립 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다.이 대표가 언급한 122곳의 공공기관의 직원 수는 총 6만명에 달한다.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고 생활패턴도 확 바꿔야 한다. 직원들은 "당장 가족들이 평일에는 생이별해야 할 판"이라고 볼멘소리다. 정신적, 정서적 충격이 대단할 것이다. 이전을 논하기 전에 '지방 근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됐는지 먼저 살펴본 것인지 의문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피곤한 수고'는 차치하더라도 업무처리의 비효율과 수도권에 구축되어 있는 인프라 활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지방 소멸의 위기 해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수도권의 또 다른 소멸'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150개의 공공기관을 이전했지만 과연 지방이 '혁신도시'가 되었는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결정할 일이다.

2018-09-06 경인일보

[사설]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의 성공적 운행이 주는 의미

2018년 9월 4일은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역사에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원이 3년간 개발한 4단계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국내 최초로 실제 도로에서 운행에 성공한 날이기 때문이다. 4일 오전 판교 제2 테크노밸리를 출발한 제로셔틀은 판교역을 거쳐 출발지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비록 5.5㎞의 짧은 구간이지만 운전자 없이 차량 스스로 차량 흐름과 신호를 파악해 실제 도로 위를 주행한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차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제로셔틀은 핸들과 액셀, 브레이크 등 운전에 필요한 필수 요소가 생략된 상용화 직전 단계인 4단계 자율주행차다. 이날 제로셔틀은 관제센터와 교통신호정보·GPS(위성신호)·주행안전정보를 무선으로 주고받으며 운행됐다. 지금은 비상제동을 하는 보조자가 탑승하지만, 기본적으론 차량흐름, 신호 체계 파악을 자율주행차 스스로 해낸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국가들이 전용차선을 이용해 주행하는 것에 비해 제로셔틀은 'V2X'(차량사물통신)라는 기술을 이용해 실제 도로주행이 가능하다. 제로셔틀은 이동하는 동안 15개의 신호, 4차례의 좌회전, 2차례의 우회전, 9차례의 좌측 차선변경, 3차례의 우측 차선변경을 모두 무리 없이 해냈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 센서, 빅데이터, IoT, 5G 등 첨단 혁신기술이 집약된 4차 산업혁명의 총아다. 2030년엔 전체 자동차의 75%가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에겐 미래의 먹거리인 셈이다. GM, 토요타,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구글과 우버도 자율주행차에 사활을 걸고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로셔틀이 성공적으로 시범운행을 마친 것은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열악한 환경을 딛고 성공했으니 그 의미는 더욱 크다.자율주행차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무리 100%로 안전하다고 해도 단 한 번의 사고는 자율주행차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지난 3월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시험 운행을 하던 중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이 위축된 것도 그런 이유다. 제로셔틀의 성공을 기회로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제로셔틀 주행 성공으로 경기도가 대한민국 자율주행차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2018-09-05 경인일보

[사설]인하대의 위기극복을 기대한다

인하대가 대행체제 8개월 만에 새 총장을 선임했다.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기계공학과 조명우 교수를 15대 총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새 총장선임으로 학내 갈등과 실추된 인하대의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와, 재단의 요구대로 운영하다가는 중도 하차한 전임 총장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인하대가 최근 겪고 있는 위기는 총체적이다. 전임 최순자 총장은 인하대 개교 이래 최초로 해임되었다. 학교발전기금 130억원을 한진해운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과 관련하여 대학 관계자들이 검찰수사를 받았다. 교육부로부터 전임 총장과 사무처장, 예산과 재무 행정 직원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받고,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을 비롯한 국비지원사업 예산의 일부 집행이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편입학 문제로 대학 이미지가 추락했다. 대학 발전방안과 관련하여 최대 현안인 송도캠퍼스 조성계획이 불투명하다. 인하대는 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송도국제도시 11-1공구 내에 1천76억원 규모의 학교용지를 매입 계약하고 6개월 단위로 땅값을 내고 있지만 4천억원 내외로 추산되는 캠퍼스조성 비용의 조달방안은 불확실하다.재단측과 학교 구성원 간의 인식차로 갈등의 골도 깊다. 인하대 교수회는 재단이 대학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고 지배만 하고 있는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학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법인으로부터 재정과 인사의 자율권을 확보하여 현재와 같은 과도한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사태와 관련하여 조양호 이사장의 퇴진과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신임총장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조명우 신임 총장이 3일 첫 교무회의에서 소통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화의 상대는 학생과 교수 등 대학구성원이 중심이다. 동문이나 재단, 지역사회는 그 다음이다. 대화와 소통으로 대학의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당면한 위기 극복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1954년 설립이래 공대 중심의 명문사학이었던 인하대가 개교이래 최대의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발전기금을 확보해나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8-09-05 경인일보

[사설]도내 미군공여지 개발 국가가 나서야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따라 경기도 내에 산재한 미군기지 부지가 속속 반환되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접경지역에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연천과 동두천 등 지자체들은 지역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현실은 답답하고, 지역민들의 한숨 소리는 커지고 있다. 반환 공여지 상당수가 십여 년 가까이 개발이 지연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때문이다.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환경 당국의 규제에 막히거나 불투명한 사업성 등으로 인해 답보상태를 맴도는 게 미군 공여지의 현주소인 것이다.남양주시 월문리 일원 미군 공여지는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330만㎡ 규모인 이곳 부지는 2006년 인근의 미군 캠프 콜번(Camp Colbern)이 반환되면서 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남양주시는 지난 2009년 이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안을 확정하고 2012년 시가화예정용지로 지정했다. 그러나 반환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 해당 지역은 개발되지 않은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민간 개발업체가 이 부지를 사들여 공동주거시설을 갖춘 도시개발계획을 추진했으나 환경부의 반대에 막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생태 축이 훼손될 것이란 부정적 입장이다. 개발을 위한 특별법이 있어도 개발행위를 위해서는 환경부와 협의하도록 한 족쇄에 막혀 전혀 힘을 쓸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이런 사정은 도내 다른 지역의 공여지도 비슷한 실정이다. 반환이 끝난 16개소 가운데 6개소는 공여구역 특별법 제정 이후 10년 넘게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환경 당국의 규제뿐 아니라 기지 규모가 너무 크거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토지 매입비가 비싸 사업성이 없는 등 이유도 다양하다. 해당 지자체는 정부가 직접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역 주민과 지자체는 국가주도의 개발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환공여지 개발청이나 개발공사를 설립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제시됐다.미군 공여지 개발은 수십 년간 고통과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다. 낙후된 경기 북부지역의 희망이기도 하다. 지자체와 민간업체의 힘이 부친다면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마땅하다. 정부가 개발을 촉진하는 법을 만들고도 환경부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 이상한 특별법도 빨리 개정하기 바란다.

2018-09-04 경인일보

[사설]'덕적도 쾌속선' 갈등 자초한 인천해양수산청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 주민들이 요즘 심한 '뱃멀미'를 하고 있다. 섬과 인천을 잇는 주요 교통수단인 쾌속선 운항이 선사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하 인천해수청) 간 갈등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8월 30일 기존의 쾌속선 운항선사인 고려고속훼리와 자회사인 케이에스해운, 차도선(카페리)을 운항중인 대부해운, 그리고 관할행정기관인 인천해수청이 '인천~덕적 항로 여객선 운항시간 조정 합의서'를 체결하면서다. 합의서 내용은 대부해운의 쾌속선 운항이 가능해지면 케이에스해운은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반납하고 차도선만 운영한다는 게 요지다. 대부해운은 합의서 체결일로부터 1년 안에 대체 쾌속선을 투입키로 했다.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배를 들여와 운항준비를 해온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일 인천해수청은 대부해운의 대체 선박이 기존 선박보다 승선정원이 적다는 이유로 운항투입을 불허했다고 발표했다. 자연히 합의서에서 약속한 1년 내 쾌속선 투입도 무산됐다. 주말에는 쾌속선 이용객의 30% 정도가 승선정원의 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도선을 타야하는 실정인데 승선정원이 줄어든 배로 대체하는 건 이용객들의 선박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해운은 그동안 승객이 20% 정도만 채워진 상태에서 운항해왔기 때문에 80명 정도의 정원이 줄어들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이미 대체 선박을 매입했기 때문에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면서 행정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인천해수청의 논리가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기존 쾌속선인 '코리아나호'는 226t급으로 승선정원이 288명이다. 반면 대부해운이 새로 들여온 '퍼스트퀸호'는 170t급으로 승선정원이 200명에 불과하다. 최대속도도 25노트로 기존 '코리아나호'의 30노트에 미치지 못한다. 선령(船齡)만 제외하곤 모든 게 다 나빠지는 상황이다. 그래도 인천해수청은 지금의 이런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1년 전 운항선사들의 이익에 따라 선사를 조정하는 과정에 허가 및 감독기관이 직접 개입해 서명까지 한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한 처사였다. 또한 합의단계에서부터 주 이용자인 덕적도 주민들의 의견과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섬 곳곳에 해수청장의 각성과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나붙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2018-09-04 경인일보

[사설]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장이 돼서는 안된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열릴 인사청문회가 정기국회 전체를 관통하는 여야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5명의 장관 후보자와 대법원장 및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등을 포함하면 10여명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당시 한나라당이 의석이 많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 선출 헌법재판소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인이 청문대상이었다. 법 제정 이후 7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청문 대상이 점차 확대되었으나 여야간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등 청문회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특위나 관련 상임위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되거나 임명 부적격으로 판정이 나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의 구속력이 문제가 되곤 했다.미국에서는 사전 검증이 철저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에 따라 이루어진다. 백악관 인사국과 FBI 신원조회,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에서 다방면으로 철저하게 사전검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99%가 인준에 성공한다.이번 청문회는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내각을 구성하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정부 출범 후 부동산 투기와 병역문제 등의 의혹으로 7개월간 인사청문 정국이 지속된 적이 있다.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지적은 전·현직 국회의원의 불패 신화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다. 당장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교육부 장관 내정에 대해 청와대에 지명 철회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기피, 위장 전입 등의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때 또다시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다면 지난 해 청문회 때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문회때 어떠한 의혹들이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지만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 등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관련 업무를 수행할 역량과 자질 및 철학에 대한 검증이다. 이번 청문회가 또다시 후보자들의 비리 의혹으로 점철되고 이에 대한 여야의 옹호와 공격 등 여야의 정쟁의 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정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8-09-03 경인일보

[사설]주민 덮친 악취, 정부와 지자체 대응능력 강화해야

인천시의 악취 민원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민원이다. 수년째 반복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과 출처조차 밝혀지지 않은 곳이 많다. 상황실을 운영하고 무인 포집기 등을 활용해 추적 조사에 나서도 결과는 신통치 않다. 대규모 산업시설과 환경기초시설이 몰려있는 인천은 다른 도시보다 악취 발생 요인이 많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산업시설이나 환경기초시설 주변에 아파트 단지 등 주거밀집지역이 생겨나면서 악취는 민원을 넘어 주요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주민들은 악취로 인해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닫고 지내며, 어린 자녀와 놀이터에서의 유희는 꿈도 못 꾼다. 냄새 종류도 화학물질 냄새, 하수구 냄새, 타는 냄새, 분뇨 냄새 등으로 다양하다. 항시 아이들 몸속에 유해성분(악취)이 들어갈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외출해야 할 땐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집을 나서는 게 일상이 됐다. 이처럼 원인불명의 악취는 주민들의 일상마저 바꿔놓았다.인천지역 악취 민원은 2012년 1천595건에서 2017년 2천687건으로 5년 사이 1천92건이 늘었다. 악취 민원이 접수되는 지역은 남구 도화와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산업단지 주변, 계양구 서부간선수로 등의 인근 아파트단지나 주거밀집지역이다. 그러나 주거밀집지역에 맞춘 법적·제도적 악취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행 '악취방지법'은 산업시설 등 사업장 중심의 규제 법률로, 주거지역 악취를 관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인천시가 지정한 악취 관리지역도 산업단지에 집중되어 있다.시나 구 차원에서 추진 중인 '측정장비 확충'과 '주민 참여 모니터링 강화' 등의 기존 대책으로 악취 민원을 해결할 확률은 높지 않다. '감각 공해'인 악취는 현장에 머물러 있지 않고 떠돌아다닌다. 그로 인해 주민들이 악취를 맡고 신고 후 곧바로 채집해서 측정했다고 해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나올 여지가 크다.정부는 악취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또한 법 테두리 안에 갇혀서 민원 해결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인천시는 민원이 잇따르자 내년에 '악취 실태조사' 계획을 내놨다. 조사 계획과 함께 악취 공해에 대응하는 역량 진단도 필요해 보인다. 만약 자체 역량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라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할 때다.

2018-09-03 경인일보

[사설]협치 실현할 여야 정치역량 절실한 정기국회

문재인 정부 들어 두번째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100일간 회기에 돌입한다. 한해 나라 살림을 총결산하고 새해 국가운영 방향을 세우는 정기국회는 민생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늘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는 국가운영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의식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경제는 고용과 성장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봄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정착 분위기는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예측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가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여야의 정치 격돌로 정국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전환기적 위기와 기회가 위태롭게 공존하는 작금의 상황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양보와 타협의 협치로 국민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정부·여당은 정책의 일방적 추진보다는 검증된 부작용을 전향적으로 수정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야당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의 완전한 폐기 주장보다는 정부·여당이 미온적인 규제혁신에 전력을 기울여 경제의 양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서로 다른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수렴함으로써 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안정감과 확실성을 보여주는 성과를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정부·여당과 야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시장주도성장 정책을 융합해 새해 예산안에 반영하는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정치 쟁점의 상당부분이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 등 각종 규제 완화와 같이 정책지향이 같은 입법은 야당이 정부와 공조해 실현하는 것이 정도이다.물론 국정감사와 같이 여야가 관행적으로 격돌하는 일정과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동의안·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 쟁점들이 즐비한 만큼 생각을 달리하는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입법 과정인 토론을 통해 쟁점을 선명히 드러내 국민의 판단을 돕는 일 또한 국회의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금도를 넘어 상대를 절멸시킬 듯한 태도로 결론 없는 대치 끝에 파국에 이르는 정략정치는 대표적인 적폐로 청산해야 한다. 적폐를 되풀이 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소야대의 정치력을 기대한다.

2018-09-02 경인일보

[사설]주민 만족 우선되는 도시재생사업 돼야

금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가 전국적으로 총 99곳이 새로 선정되었다.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지로 68곳을 선정했지만 올해는 지방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속화 등에 따른 도시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대상지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해당 지역들에서 제시된 총사업비는 국비 9천738억원을 포함 지방비, 민간투자 등 총 7조9천111억원으로 향후 주민공청회와 지방의회 의견 청취, 국토교통부의 타당성 평가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예산규모가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빈사지경의 원도심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다.도시재생 뉴딜사업이란 '도시에 생기를 되살려내는' 것이다. 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활시키는 작업이다. 또한 재개발처럼 전면 철거가 아닌 기존의 도시 틀을 유지하면서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정비사업인 것이다.시도별로는 경기도가 9곳으로 가장 많다. 도는 지난달에 관내 13개 시 19개 지역을 후보지로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바 있다. 안양시 석수2동, 화성시 황계동, 고양시 삼송동 등이 '주거지 지원'형에, 광주시 경안동, 평택시 안정리, 안산시 월피동, 시흥시 신천동, 고양시 일산2동이 '일반근린'형에, 시흥시 대야동은 '우리동네 살리기'형에 각각 선정된 것이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서구 석남동, 중구 공감마을, 계양구 효성마을, 강화군 남산마을, 옹진군 심청이마을 등 5곳 주민들이 기쁨을 누렸다. 서구 석남동484의4 일대 21만3천㎡에는 국비 150억원을 포함, 총 1천733억원을 투입해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재생사업을 향후 5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1968년 경인고속도로 개통 후 반세기 동안 도심단절 피해를 겪은 이 지역에는 석남역을 중심으로 혁신일자리클러스터, 행정복합센터 등이 조성된다.일본의 롯폰기힐스나 영국의 밀레니엄빌리지 등에 눈길이 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부동산 과열과 원주민을 쫓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환기시키는 한편 "완공 때까지 5년 이상 소요되는데 주민들로서는 너무 길다"며 해당 부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서두는 밥이 설익는 법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퍼부은 전통시장 현대화가 반면교사다. 도시재생의 기본은 해당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살도록 하는데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2018-09-02 경인일보

[사설]지역언론 홀대하는 네이버 횡포 더는 안된다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다음 첫 화면에는 지역언론 기사가 뜨지 않는다. 포털업체들은 모바일 뉴스에 지역언론을 배제하고 있다. 지역언론사들이 이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경영환경이 열악한 지역 언론사들은 중앙언론에 이어 포털업체에 치이면서 존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진단하고 돌파구를 찾자는 취지로 지난 28일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주최한 '지역신문 발전 세미나'는 시의적절했다. 여·야 정당대표들과 국회의원 50여 명이 참석해 지역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이날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네이버와 다음은 메인화면이 뉴스로 시작하고, 전체 지역 언론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돈을 벌지만, 지역 뉴스에 대해선 1원도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뉴스가 중앙에 집중돼 있는 불균형과 차별이 개선돼야 지역언론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신문발전위 부위원장은 포털 첫 화면에 지역 뉴스를 노출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위치기반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언론사 패널은 3년 전부터 네이버 등에 뉴스 반영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는 등 포털의 지배적 지위가 남용되고 있어 지역신문이 디지털 시대에 생존전략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다행히 정치권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인 출신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포털에 지역 언론 기사 반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했다. 정 대표는 포털사이트에 지역 언론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게재하도록 하는 '네이버-지역 언론 상생법'을 발의했고, 강 의원은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지역 언론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노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네이버와 다음이 포털 초기 화면과 모바일 뉴스에서 지역 언론을 배제한 현실은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포털업체와 지역 언론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지역 언론을 노출하는 방안이 의무화돼야 하고 포털 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 언론도 '기사의 질과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일부의 비판을 수용하고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2018-08-30 경인일보

[사설]처리 해석 다른 '무기성 오니' 법규제 정비해야

우리는 그동안 무기성 오니를 비롯한 산업폐기물을 활용한 불법 농지성토를 관리할 법적 제도의 허술함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하지만 효과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무기성 오니(슬러지) 처리를 두고 정부 부처별, 일선 자치단체 부서별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환경부는 폐기물의 재자원화 촉진을 위해 지난 2000년 무기성 오니 재활용을 법규에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무기성 오니는 소각하거나 시멘트·합성고분자화합물을 이용해 고형화 처분해야 한다. 토양에 매립하려면 수분 함량을 85% 이하로 탈수·건조한 뒤 허가받은 장소에 투기해야 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은 다르다. 재활용 처리를 거친 무기성 오니라도 농지에 성토재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 부서별 해석 역시 서로 다르다. 건축 담당부서는 무기성 오니가 성토재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농업부서 관계자는 성토재가 아니어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부처, 일선 자치단체 간 해석이 달라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우리 국토는 피폐해져가고 있다. 이런 빈 틈을 악덕 상술이 놓칠 리 없다. 재활용처리업체들이 환경부의 법령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제대로 된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허가받은 장소도 아닌 농지에 마구잡이로 버리고 있다. 용인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는 무기성 오니 수천t을 상수원보호구역인 여주시 농지에 수년간 불법으로 성토해 오다 적발됐다. 화성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송산면, 서신면, 마도면 등 서부권의 농지는 무기성 오니 불법 성토의 '천국'이라는 말이 업체들 사이에서 나돌 정도다. 그런데도 화성시는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올 상반기 폐기물관리법,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20여건을 적발했지만, 무기성 오니 투기 관련 적발 건수는 0건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선 부처끼리 서로 머리를 맞대고 법령 적용 혼선에 따른 현실적 문제를 직시하고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농지훼손, 지하수 오염 등 환경훼손이 심각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그치질 않는 상황에서 지자체 역시 부서별로 책임 전가만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체들이 법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한 뒤 허가받은 장소에 처리하는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2018-08-30 경인일보

[사설]문화재단, 전문성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설립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와 이천시가 문화재단 설립 계획을 밝히고 추진중이며, 인천시 연수구를 비롯한 구군이 문화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다. 기초문화재단 설립이 본격화 하게 된 배경에는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그 근거가 명시되어 있고, 사실상 지역문화재단을 지역문화진흥사업의 수행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 추세라 할 수 있다. 문화재단을 설립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지역문화가 환골탈태할 리는 없다. 오히려 여주시의 경우처럼 문화재단 사업이 새로운 갈등과 논란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을 보면 문화예술관련 시설은 일정 수준으로 확충해왔으나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아 내실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반 시설에 비해 서비스는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지체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어 문화 전문기구의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새로 설립된 문화재단의 공통적인 문제는 재단설립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업계획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기본 사업계획이나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고 기초자치단체가 해온 사업을 그대로 이관하여 추진하는 문화재단은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지역문화재단은 설립 전에 정부와 지자체 역점 사업을 고려한 청사진부터 제시해야 한다. 문화재단의 중요한 목적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확대하고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문화재단의 대표이사와 이사진은 철저히 역량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구성해야한다. 재단 사업은 지역특성화를 지향해야 하지만 재단의 임원을 지역인사 일색으로 채용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재단 임원을 지역유지 중심으로 구성한 기초재단의 경우 불협화음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성보다 이해관계에 얽매여 사업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 다양성이 중요한 문화사업의 획일화를 초래할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문화재단을 공무원들의 자리 보전용으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 문화단체에서는 퇴직 공무원을 채용하여 지자체의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에 개입하거나 실무자로 일하면서 재단 채용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8-08-29 경인일보

[사설]'있으나마나' 인천의 소방시설과 비상경보시설

스프링클러는 화재발생 시 가장 먼저 작동하는 화재진압 설비다. 현행 소방법은 화재의 초기 진압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했다 하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55건에서 2014년 63건, 2015년 61건, 2016년 86건, 그리고 지난해 99건으로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천지역의 경우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2013년 4건에서 2016년 8건, 지난해 10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49건 중 10건의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그 비율이 20%선을 넘어섰다. 화재경보기 등 비상경보시설 또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경보시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에 있는 작업자에게 화재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장치다. 연면적 400㎡ 이상, 50명 이상 근로자가 작업하는 시설 등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전국적으로 1천509건 중 25.1%인 380건의 화재에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와 마찬가지로 인천지역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비율 또한 전국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인천지역의 경우 비상경보설비가 설치된 곳에서 81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중 41.9%인 34건이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지난 21일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를 빚은 인천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 때도 스크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시작된 4층 천장에 1천18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돼 있었으나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불과 두 달 전에 받은 종합정밀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시설이다. 화재 초기에 비상경보시설이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업체와 직원들 간에 진술이 엇갈리는 등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이들 소방시설이 점검결과대로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인명피해를 막거나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대대적으로 안전점검을 해본들 형식적이고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불행한 참사도 되풀이될 것이다. 사업장의 경각심 제고와 함께 소방안전 점검 주체들의 투철하고 남다른 소명의식이 요구된다.

2018-08-29 경인일보

[사설]혁신성장 가로막는 이상한 규제 모두 걷어내야

맨 땅에 스마트 팜(식물공장) 시설이 설치·운영된다. 농민들은 비만 오면 청개구리처럼 발을 구른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온도와 습도를 원격조정하는 첨단 농업시스템을 농업진흥구역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규제 때문이다. 기업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과 비료를 살포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했지만 공장시설을 만들 수 없는 이상한 법에 막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아직도 군사보호구역 내에서 개발행위를 하려면 수십 일 군부대를 쫓아다녀야 한다.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려면 당국의 허가는 물론 고령의 농민들이 지구과학을 공부해 자격증을 얻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지난 27일 판교에서 중앙부처와 경기도 공무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기지역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례들이 생생하게 증언됐다. 한 업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비료를 주입하는 '자동주입기'를 개발했다. 업체는 이 제품을 개발한 연구시설을 일반공장으로 전환해 대량생산을 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당 제품이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를 기존 제조업에 융복합한 제품도 첨단업종에 포함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관련 업계는 주장한다.현행법은 고정식 온실과 버섯재배시설은 농업진흥구역내 설치를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첨단 작물재배시설인 스마트 팜은 제외하고 있다.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 위에 관련 시설이 설치됐다는 이유다. 성남시 판교 일대는 2017년 자율주행 시범단지로 지정됐지만 자율주행 버스는 운행할 수 없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판교지역만이라도 규제 적용 지역에서 제외시키는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면당하고 있다. 군사보호구역 내 건축물 용도변경 시 관할 군부대와 협의토록 한 규정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는 수십 년째 허공을 맴돌고 있다.과거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아내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빼내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 성장과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속도는 느리고 강도마저 약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할아버지 농민이 지구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상한 규제'와 수십 년 아우성인 '한심한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혁신성장은 공염불일 뿐이다.

2018-08-28 경인일보

[사설]470조 超 슈퍼예산안 국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길

어제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470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 초 슈퍼예산은 증가율이 올해 대비 9.7%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탈출해야 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엔 예산 500조원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정부는 늘어난 예산을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중점 편성했다. 일자리엔 올해 19조2천억원보다 22.0% 늘려 사상 최대인 23조5천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증가율 12.6%의 2배에 가깝다. 이 예산으로 보건복지 분야 등에 올해보다 6만개 늘어난 9만4천개 창출을 지원하고, 관제 일자리라 할 수 있는 경찰, 집배원 등 현장인력을 중심으로 2만1천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세금으로 공무원을 더 많이 뽑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예산은 162조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2.1%인 17조6천억원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복지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34.5%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초슈퍼예산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금(국세와 지방세)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올해 추경안 기준 19.2%에서 내년 20.3%로 높아져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이 크게 증가한 만큼 국민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나마 지금은 세수가 호조를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갑자기 나빠져 세수여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재정 건전성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지 걱정이다.J노믹스는 이같이 돈을 먼저 뿌려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성장을 견인할 뚜렷한 요인이 없는 지금 돈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다급함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세금이 잘 걷힌다고 해서 나라 곳간에 기대어 마구 돈을 풀어 대는 게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이미 문 정부가 일자리에 54조원을 투입했으나, 고용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아무리 재정을 풀더라도 효율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이유다. 이번 정부 예산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이제 국회가 할 일이 많아졌다. 따질 건 따지고 뺄 건 빼는 등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2018-08-28 경인일보

[사설]지역공동체 의미 일깨운 송도 '벨기에 문화축제'

'제1회 벨기에 문화축제'가 지난 24~2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외국 명문대학 공동캠퍼스인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개최됐다.벨기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는데,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해 있는 한 대학인 '겐트대 글로벌캠퍼스'가 주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벨기에 문화축제는 크게 음악 공연, 미술 작품 전시, 전문가 강연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먹고 놀고 즐기는 축제와 달리 행사 프로그램 곳곳에는 '벨기에 문화'가 스며 있었다. 비바람 등 궂은 날씨 탓에 첫날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았지만, 둘째 날엔 약 2천석 규모의 인천글로벌캠퍼스 대공연장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고 한다. 좌석이 부족해서 계단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봤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짐작된다.현재 인천글로벌캠퍼스에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비롯해 한국뉴욕주립대, 한국조지메이슨대 등 5개 대학이 입주해 있다. 이들 대학은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연구 프로그램, 산학연 협력사업, 봉사활동 등 일부 분야에 한정돼 있어 충분치 못하다. 송도에 이들 대학이 있는 것을 모르는 인천시민도 적지 않다. 그동안 대학들이 지역사회보다는 입학생 모집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의 벨기에 문화축제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올해 행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간다면, 인천의 좋은 축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송도에는 해외 명문대학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와 외국인투자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관·기업은 중앙정부 또는 인천시 지원을 받거나 조성원가 수준으로 부지를 얻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이다. 별도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물론 대학은 교육과 연구, 국제기구는 국제협력 활동, 외투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주요 역할이지만,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도 있다.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관·기업들이 그들의 재능과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인천시도 기관·기업을 유치하는 데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이들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18-08-27 경인일보

[사설]돌아온 '올드 보이'들과 한국 정치의 미래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 등 정치권에서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이들의 협치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경륜을 바탕으로 정치력을 발휘하여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아집에 빠져 오히려 협치의 걸림돌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는 물론 국회와 당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차기 대선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남용한다면 기득권 정치는 더욱 강고해지고 개혁은 더 멀어지게 된다. 지난 촛불혁명은 국정농단 단죄 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부조리와 부패를 혁파할 수 있는 구조적 변혁을 요구했다. 적폐청산이 국민적 지지를 얻었으나 지방선거 이후 촛불로 상징되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욕구와 시민적 에너지는 점점 소진되는 분위기다. 이는 고용악화와 소득 양극화의 심화가 통계지표로 나타나면서 당면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난 해소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개혁동력의 약화와 연관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사회개혁은 여야와 이념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권이나 개혁을 외쳤지만 지지율은 급전직하하고 개혁은 기득권의 이해 앞에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인사들은 화려한 정치적 경력에 걸맞게 누구보다도 개혁을 앞장서서 주장했던 인사들이다. 이들이 여야로 나뉘어서 자신들의 이해와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정치공학에 매몰된다면 주어진 임기조차 채우지 못 할 수 있다. 내년에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정당 대표들이 대선 등 눈 앞의 정치적 이익을 의식한다면 대권은 커녕 불명예 퇴장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치적 입장과 이념적 위상을 넘어서 지난 날의 경륜과 능력을 발휘한다면 상생의 정치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올드 보이'의 귀환이 한국정치에 새로운 기원을 열고 개혁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08-27 경인일보

[사설]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새로 선출된 당 대표는 21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는 물론 문재인 정부 집권 2기를 맞아 집권당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추천하고 당선시킨 집권당이다. 그러나 역대 여당들과 마찬가지로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청와대의 종속변수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최근 경제는 고용난과 함께 소득분배 악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이 청와대와 내각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현 정권이 지향하는 가치와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한 정책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한국 대통령제의 속성상 청와대가 당과 내각을 제치고 만기친람 리더십을 보이면 권력 내 긴장과 견제가 무너지고, 종국에는 실패한 정권으로 남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권으로서 소득의 양극화 해소는 물론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한 구조를 혁파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용지표의 악화와 경기침체로 소득주도성장이 흔들리고, 이는 개혁 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선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사이에서 여당으로서 분명한 방향을 세워야 한다. 고용과 분배 구조의 악화를 해소하지 못하면 어떠한 개혁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고용 등 경제난으로 지금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지금의 경제악화는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가 당면한 문제 중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정치개혁이다. 지금의 선거제도와 정치제도로는 적대적 공존에 입각한 거대정당들만이 살아남는 구조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표의 발생으로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선거제도의 개혁으로 정치신인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소수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표에 비례해서 원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집권당으로서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치를 이끌어 내는 일은 문재인 정부 2기의 개혁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해찬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인식하여 당권경쟁에 패배한 주자들과 함께 계파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2018-08-26 경인일보

[사설]재정건전성 전제한 소득주도성장이어야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현 정부의 '사람중심경제' 공약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이었는데 최근의 참담한 고용성적은 설상가상이었다. 1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천명 늘어나는데 그쳐 8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언론들은 고용참사라며 '일자리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란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친문좌장으로 정권 잡은 지 1년3개월이 지났음에도 모든 잘못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데 대해 민초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총 57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금년 2분기 빈부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인데 실정의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야당은 한목소리로 정책실패로 규정하고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경제는 불균형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를 통해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달성했지만 대기업 중심기조가 오래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제는 한국형 고도성장이 약발을 다해 경제패러다임을 전환할 때여서 대안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하는 포용적 성장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재벌독식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J노믹스를 좀 더 지켜봐줄 것을 요구했다. 지금은 비록 고용지표가 하락하지만 상용근로자수 점증과 기계지출 및 소비 가증 등 긍정적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향후 일자리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경영안정의 마중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수년째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하게 올린 것이 고용시장을 급격하게 악화시킨 원인이라 입을 모은다. 시행 1년 정도여서 평가 내리기도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전환보다는 보완 필요" 지적에 눈길이 간다. 국민들의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를 유념해야 한다.

2018-08-26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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