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문 대통령, 취임사에 담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거두절미하고 2017년 오늘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다시 복기해 본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라 했고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정국에 불안해 하던 국민들은 대통령의 선한 의지를 믿었고, 새정부가 열어 갈 미래를 낙관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한동안 고공행진 했던 이유다.유감스럽게도 취임 2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국정 입지는 취임 당시와 확연하게 다르다. 국정 각 분야의 주요정책에 대한 박한 평가로 인해 문 대통령을 향한 국민 신뢰의 총량은 크게 하락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경제분야가 뼈 아프다. 노동 친화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기업 친화적인 혁신성장 정책을 압도하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투자가 마비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광범위한 후유증을 남겼고, 주52시간 근무제의 후유증은 이제 시작됐다. 국가재정으로 후유증을 달랬지만 청년 고용률은 역대 최악으로 '일자리 정부'라는 구호가 무색해졌다. 한반도 평화외교는 최초 1년의 눈부신 성과와 달리 지금은 교착상태에 빠져 진로 예측 조차 힘들다. 대신 안보불안감이 싹트고, 4강 외교의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하지만 주요 정책에 대한 박한 평가보다 더 뼈아픈 건 대통령의 국민 통합 약속을 향한 국민적 의구심이 커진 점일 것이다.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존중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은 야당에 대한 청와대 핵심인사들과 여당 주요인사들의 적대적 언행으로 훼손됐다. 행정부, 사법부, 주요 공공기관 인사는 대통령이 약속한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적폐청산은 제도가 아니라 인적 청산에 치우쳤다는 평가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수긍하는 여론은 꺾였다. 그 결과 상대 정당을 해산해달라는 청원경쟁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열겠다던 국민 통합의 시대와는 정반대로 극렬한 이념적 대립이 사회 구석구석에 고착될까 걱정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다행인 것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선한 권력의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접지 않은 점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50%에 가깝다. 여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은 중도적 국민들 상당수가 아직 대통령 편에 있음을 의미한다. 시간도 대통령 편이다. 아직도 3년의 임기가 남았다.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 통합 시대의 개막을 실천할 정치 동력과 시간이 충분한 것이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권력과 이념에만 충실한 진영의 벽을 뚫고 나와 실용의 원칙에 입각해 협치의 국정행보를 걷는다면 취임사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2019-05-09 경인일보

[사설]현장중심 교장·교육장공모제 개선 환영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교장공모제 운영방식을 개방·참여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그동안 심사위원회 구성과 운영과정에서 담합 의혹과 불협화음이 잇따랐다. 이같은 부조리를 차단하고 교육 수혜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겠다는 게 이 교육감의 의지다. 현재 경기도교육청 관할 초·중·고의 18.7%인 410개 학교가 교장공모제를 실시하고 있다. 향후 교장공모제 학교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 운영방식의 정상화를 위한 변화는 환영할 만하다.교장공모제 운영방식 변화의 핵심은 심사기구를 통한 폐쇄적 선발방식을 학부모와 교직원, 학생에게 개방한 점이다. 학부모와 교직원의 평가를 전체 점수에 50% 가량 반영하며 현장 참석이 어려운 학부모는 모바일로 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학생 참여인단으로 공모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의견은 점수에 반영되지 않지만 학교경영계획설명회에서 후보자에게 질의할 수 있다. 또 현재 재직학교 직원들은 공모 교장 지원을 제한했다. 내부 후보 밀어주기와 외부 후보 배척 등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다.지역참여형 교육장공모제와 통합교육지원청에 교육지원센터 신설을 추진하는 것도 획기적이다. 지역의 요구와 특성을 반영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도교육청은 유일하게 주관 공모로 교육장을 100% 임용해 왔다. 지역 참여 교육장 공모 심사위원회는 교육감이 위촉한 4명과 현 지역교육장이 위촉한 5명(지역 교장, 교장외 교원, 일반직공무원, 학부모, 지역인사)등 9명으로 구성된다. 지역 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숨은 일꾼들이 교육수장으로 등용될 수 있는 문호가 훨씬 넓어진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그만큼 교육현장을 이끄는 리더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현장중심의 교장공모제와 지역참여형 교육장공모제가 조기에 정착되길 기대한다.

2019-05-09 경인일보

[사설]이인영 새 원내대표, 협치로 국회 정상화 시켜야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이인영 의원이 선출됐다. 이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우선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의 국민 지지가 집권 초보다 무려 30%가 떨어졌다. 경제는 악화일로고 북한 문제는 답보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원내 사령탑으로서 청와대, 정부와 함께 국정을 이끌어나갈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다. 또한 이해찬 당 대표와 함께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장외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통해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것도 그의 몫이다.국민의 눈에 비친 민주당은 그동안 청와대에 할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실제 지나치게 청와대를 의식하는 것을 빗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우리는 여당이 청와대를 지나치게 의식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관계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집권당이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국가도 국민도 모두 불행해진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대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이 원내대표의 시급한 과제는 밖으로 뛰쳐나간 한국당을 불러들여 국회를 무조건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지금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한국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나갈 수 없다. 야당을 몰아세우기보다 대화를 통해 국회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여야 모두 협치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때다. 그것이 신임 이 원내대표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더는 민생에 귀 막고, 눈 감아선 안 된다.현재 여권으로선 내년 총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국정과제의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기부양과 산불진화 대책 등을 포함하는 추가경정예산, 민생법안 등의 처리도 시급하다. 이 역시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독주가 빚어낸 2년간의 결과는 후한 점수를 받기엔 부족하다. 말로만 협치를 주장했을 뿐, 반목과 비난 일색이었다. 특히 제1야당과의 협치에 성공하려면 우선 청와대와 여당이 자세를 낮춰야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협치는 고사하고 국회 운영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과의 대화 물꼬를 트고, 협치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길 바란다. 이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2019-05-08 경인일보

[사설]연료전지발전소 갈등, 주민과의 대화가 먼저다

인천시 동구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두고 사업자와 주민들이 공사 강행과 사업 백지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갈등 해결을 위해 인천시가 구성한 민관협의체는 세 차례나 머리를 맞댔으나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동구가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에 관한 주민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뒤늦게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사업시행사인 인천연료전지(주) 측은 법적 효력이 없다며 공사강행을 주장하면서 주민들과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인천연료전지(주)가 건설하고 있는 발전소는 39.6MW급으로, 2017년 6월 관계기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8월에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허가를, 2018년 12월에는 동구의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연료전지 발전은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지만 주민들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백연(白煙), 탄산가스를 우려하고 있다.이번 갈등은 불투명한 추진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업 주체가 사업계획부터 진행, 인가까지 완료해 놓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형식만 설명이지 통보와 다를 바 없다. 환경문제나 안전문제를 유발하는 사업은 주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연료전지발전소가 주민들의 주거공간으로부터 200m에 위치해 있어서 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제대로 밟았어야 했다.비록 인허가 업무는 정부 소관이지만, 연료전지발전소를 동구 송림동으로 결정하는 과정에 인천시가 개입한 책임도 있다. 본래 인천연료전지 부지는 송도로 검토하다가 '증설부지 확보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인천시는 송림동 안을 제시하고 동구에 협조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있다. 동구는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 지역이다. 신도시에 도입하지 않은 시설을 구도심에다 설치하는 모양이 되어 주민들의 소외감은 더 크다.시행사가 행정적 절차의 적법성만 가지고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갈등만 키울 뿐이다. 이번 사태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이어서 갈등 해소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심탄회한 대화 노력은 시도해봐야 하며 인천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안전문제이다.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유해물질 저감을 위한 시설 보완 대책은 물론, 지역상생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주민들이 수용하는 과정을 다시 밟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19-05-08 경인일보

[사설]3기신도시, 기존 신·구도시 연계 대책 절실하다

정부가 7일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고양 창릉·부천 대장 등 2개 신도시에 5만8천가구를 공급하고, 서울·안산·수원·용인 일대 도심 국공유지와 유휴 군부대 부지 등 26곳의 중소규모 택지 개발을 통해 5만2천517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1차 발표를 통해 3만5천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 연말 남양주 왕숙(6만6천가구)·하남 교산(3만2천가구)·과천(7천가구)·인천 계양(1만7천가구) 등 4개 신도시 건설계획을 포함해 15만5천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이로써 지난해 9월 21일 정부가 공개한 수도권택지 30만가구 공급 청사진이 완성된 셈이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9·21 대책은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30만가구 중 18만가구를 공급하는 6개 신도시 중 5개 신도시가 경기도에 집중됐다. 또한 12만 가구를 공급하는 중소규모 택지도 대부분 경기도에 집중됐다. 정부의 3기신도시 개발계획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규모 신도시가 집중되는 경기도의 입장에서는 3기 신도시 건설로 인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가장 큰 우려는 서울과 인접한 3기 신도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할지 확신할 수 없는 점이다. 정부의 희망과 달리 3기 신도시의 입지와 교통인프라는 서울의 부동산 거품을 확산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동탄, 광교, 김포, 양주 등 2기 신도시들이 3기 신도시의 배후 지역으로 전락해 주택수요 분산효과를 상실할 가능성도 걱정이다. 동탄 신도시 주민들이 3기 신도시에 반발하고, 광명·시흥이 주민반발로 3기 신도시에서 제외된 것은 불안한 조짐이다.정부는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각종 교통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전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경기·인천의 2기 신도시와 구도심의 주택수요 분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3기 신도시 중심의 교통대책을 수도권 1·2·3기 신도시와 구도심 전체를 아우르는 교통대책으로 확대개편해야 한다. 기존 신도시와 구도심의 서울 연계 교통대책만 확실히 세워도 놀라운 주택수요 분산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3기 신도시 계획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서울과 2기신도시, 서울과 경기 구도심 사이의 광역교통대책이 절실하다.

2019-05-07 경인일보

[사설]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사퇴'가 초래할 후유증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재작년 9월 인천시 2급에서 공모를 거쳐 1급 상당의 개방형 직위인 경제청장 직에 올랐다.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난제로 가득한 상황이었다. 지난 3일 국무총리를 수행해 쿠웨이트에서 그쪽 투자진흥청과 '경제자유구역 설립 및 개발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돌아온 김 전 경제청장은 퇴임식을 대신한 퇴임편지에서 "하루하루를 제 인생의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 날인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제3연륙교 건설 합의, NSIC와 포스코건설사 간 분쟁 해결, 인천시와 SLC 간 개발이익환수 논란 일단락,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2단계 협약, 송도 워터프런트 착공, 송도 11공구 바이오 산업용지 30만평 확보, 청라 스타필드 투자 확대 등을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김 전 경제청장의 '사퇴'는 결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청라국제도시 G-시티 사업과 관련한 주민여론의 악화와 지난 3월 인천시의회가 발의한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개정안에 대한 집단항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인천시의 온라인 청원제도를 이용해 시장에게 김 전 경제청장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송도국제도시 개발에만 치중하고 청라국제도시는 외면한다는 게 숨은 이유였다. 조례 개정에 항의하는 송도국제도시 주민들 뒤에 김 전 경제청장이 있다고 시의원들이 의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송도 땅을 팔아 원도심 재생에 활용하겠다는 시의회 구상에 김 전 경제청장이 동의하지 않은 게 '원죄'라는 해석이다.김 전 경제청장의 사퇴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박남춘 시장으로선 아직 임기가 남은 개방형 직위의 경제청장을 사실상 '경질'한 데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장 명예퇴직과 공로연수 등으로 경제청 지도부가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만약 후임자가 시장의 주변 인물로 알려진 이로 정해진다면 지역사회의 시선은 더욱 따가울 것이다. '설'만으로도 전체 의원 37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34명인 시의회 역시 경제청장 교체에 따른 후과(後果)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돼버렸다. 무엇보다 염려가 되는 건 지금까지 표출돼 왔던 갈등과 반목과는 전혀 다른 양상과 강도의 충돌이 앞으로 인천시민들 사이에서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경제청장 '사퇴' 후유증의 핵심이다.

2019-05-07 경인일보

[사설]청소년 대상 불법 고리대부업 뿌리까지 뽑아야

금융감독원에 이어 경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고리 대부인 '대리입금'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올 초부터 대리입금 문제가 제기된 터라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경찰이 나선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대리입금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액을 빌려주고 법정이자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불법 금융업이다. 대리입금은 SNS상에서 이루어지는데 광고를 보고 대출을 요청하면 신청자의 계좌에 돈을 입금해주고 원금에 수고비를 더해 갚는 방식이다.대리입금 죄질이 나쁜 이유는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 영업이기 때문이다. 소액이라고 하지만 돈이라는 게 빌리다 보면 점점 금액이 커지게 되고 결국 자신이 갚지 못하는 금액에 이르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일부 대리입금 업체들은 돈을 갚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일삼고, 협박하고 감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채무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청소년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경찰은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리입금 피해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5월 한 달 동안 대리입금(고금리 대출 피해)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 중이다. 경찰은 교육부의 협조를 얻어 청소년들에게 신고·제보를 홍보하기로 했다. 부모 동의 없이 이뤄진 대리입금은 민사상 취소할 수 있고, 원금만 돌려주면 수고비(이자)를 줄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SNS상에서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대리입금 영업을 하거나, 10만원 이상의 돈을 빌려주고 법정 이자율 24%를 초과해 이자를 받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단속이 시작되면 불법 대리입금 업체들이 SNS상에서 업체명을 수시로 바꾸면서 '메뚜기 영업'을 하거나 여러 계좌를 바꿔가며 법망을 피하는 꼼수도 나올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AI 기반 인터넷 감시 시스템을 통해 대리입금이라는 글이 SNS상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대리입금' 단어를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일부러 틀리게 하면서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는 부분에 대한 단속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도 금융 범죄의 심각성과 청소년 자신과 가족이 얼마나 큰 상처와 피해를 입을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 금융범죄가 더는 자리 잡지 못하도록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2019-05-06 경인일보

[사설]한국당 장외투쟁 출구전략 고민하기 바란다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당은 여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여당과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의 내홍 등 어느 정당도 패스트트랙 정국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연 3주째 주말 광화문 집회를 이어가고, 오늘부터 '문재인 정부 규탄 국토대장정'에 돌입하는 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정국 경색의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정당이 민생과 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관철시킬 곳은 국회다. 장외투쟁도 야당 투쟁의 방법이겠지만 이는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자원이나 어떠한 수단도 갖고 있지 않은 야당이 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절대 다수의 민의를 기반으로 벌였던 투쟁의 수단이다. 지금의 여당도 장외투쟁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곤 했으나 이번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명분이 약하다.한국당은 '좌파정변', '좌파반란'도 모자라 '의회쿠데타'란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급기야 중진이란 의원 입에서 '청와대 폭파'라는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야를 막론하고 막말과 망언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지만 한국당의 발언은 도를 넘고 있다. 불과 얼마 전의 5·18망언과 세월호 망언도 모자라 망언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금도를 벗어난 발언이 강경보수의 지지를 결집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법이다. 더구나 한국당은 이념성향을 떠나 주권자인 시민의 수준을 가볍게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말들을 예사롭게 쏟아내고 있다.패스트트랙 정국과 한국당의 장외집회가 이어지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동반상승하고 있다. 한국당의 강경투쟁이 보수의 지지를 결집시키고, 위기를 느낀 민주당 지지가 결집하는 양상이다. 그 결과 정치는 극단의 양극화로 가고 타협과 협상은 설 공간을 잃는다. 한국당이 이에 고무되어 강경투쟁을 지속할 생각이라면 이는 총선전략에도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내일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출된다. 이를 계기로 집권여당은 한국당과의 대화에 나서고, 한국당도 장외투쟁 출구전략을 찾아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호된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2019-05-06 경인일보

[사설]'수술실 CCTV' 후유증 최소화하라

'위법행위 예방과 인권보호냐.' '의사의 진료권 축소냐.' 제도 도입에 대한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도가 지난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운동은 지난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권모씨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최근 도내 한 병원에서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 중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이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사망 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10월 공공의료기관 중 수술실 CCTV를 최초로 시범 도입한 도의료원 안성병원의 경우, 지난 4월까지 전체 수술 1천192건 중 719명의 환자(찬성률 66%)가 CCTV 활용에 동의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53%(수술 144건 중 76명 환자 동의)에 그쳤던 찬성률이 6개월 사이 13%p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한 달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수술 190건 중 161건에서 CCTV 촬영에 동의하며 동의율이 84%까지 올라갔다. 이재명 도지사의 핵심 보건정책 중 하나인 수술실 CCTV는 '환자들의 안전 강화'라는 명분 속에 확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하지만 의료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경기도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일하는 현장을 감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인데다 수술 집중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수술이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마치 수술실이 위험한 것처럼, 의사들을 범죄집단인 것처럼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게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의료계의 불만보다 환자의 인권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원칙은 맞다. 하지만 의료인들이 감시장비를 의식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어적 수술에 임해 환자의 생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 또한 신중히 고려할 문제다. 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의료진의 수술 전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수술실 CCTV 운영 결과를 철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환자인권보호 측면뿐 아니라 수술 성과분석에 이르기까지 수술 사례 전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제도시행의 성과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정책에 대한 철저한 사후 분석을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할 미세조정에 신경써야 한다.

2019-05-02 경인일보

[사설]정신질환관리 종합계획, 국민 안심할 수준돼야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가 종합대책 수립을 예고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일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를 일제 점검하는 한편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다음 주에 발표한다고 밝혔다.진주 방화·살인을 시작으로 창원 아파트 살인, 칠곡 정신병원 환자 살인, 부산 친누나 살해 등 최근 들어 조현병 환자들이 일으킨 강력범죄로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이 고조됐다. 바로 어제도 인천의 길거리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이 행인을 폭행해 입건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7년 발생한 인천 초등학교 여학생을 살해한 10대 소녀도 수년간 조현병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다시 말해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 이후 집중된 강력사건으로 정신질환 범죄가 조명받았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범죄의 배경에 구멍난 정신질환자 관리체계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실제로 50만명에 이르는 조현병 환자 대부분이 치료, 보호, 관리 사각지대에서 배회하고 있는 현실 자체가 국민에겐 충격적이다.따라서 정부의 정신질환 범죄 예방을 위한 단·장기 대책은 국민들이 안심할 만한 수준이어야 마땅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일제 점검을 통해 잠재적 범죄 고위험군을 빠짐 없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신고 등을 통해 범죄 징후가 확인된 환자에 대한 특별 관리가 시급하다.또한 장기적인 종합대책에는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 치료·관리를 국가 보건체계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들이 치료·관리 시스템에서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치료·재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공립 정신보건 의료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자·타해 위험환자에 대한 의료·경찰·소방의 정보공유와 신속한 응급대응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안인득이 다시 나와서는 안된다.이와함께 사법입원제도와 환자 동의절차 없는 환자정보 공유 등 알맹이가 빠진 채 국회를 통과한 '임세원 법'을 다시 개정하는 데 정부와 국회가 협조해야 한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환자 인권을 앞세워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스스로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범죄로부터 환자를 분리·치료하는 일이야말로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에 합당하다고 봐야 한다.

2019-05-02 경인일보

[사설]JSA '도보 다리' 민간 개방, 한반도 평화 초석 되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 '도보 다리'가 어제부터 민간에게 개방됐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회담 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걸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던 '파란색'의 그 다리다. 지난 27일 비무장지대(DMZ) 권역을 연결하는 평화·안보 둘레길인 '평화의 길' 중 강원도 고성 구간이 분단 후 처음으로 민간에게 개방된 데 이어 이번에 '도보 다리'를 공개한 것이다. 누구도 관심 두지 않던 다리는 양 정상이 그 위를 걸으면서 '평화의 아이콘'이 됐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역사적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7개월 만에 공개된 JSA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JSA 남북지역 초소, 병력, 화기는 지난해 10월 25일 모두 철수했다. 기존에 있던 감시 장비의 위치도 변경했고, 자유 왕래에 대비해 JSA 북측지역에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를 1개씩 신설했다. JSA 남측지역에도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 1개씩이 새로 들어섰다. 초소의 유엔사 소속 경비대원은 권총도 없고 방탄헬멧도 쓰지 않는다. 9·19 판문점 남북 군사합의 때문이다. JSA는 냉전의 산물로 전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상당수는 이런 군사적 긴장감을 체험하기 위해 JSA를 찾는다. 이번 '도보 다리' 공개는 반쪽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남북 정상이 만난 평화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JSA를 냉전의 현장이 아닌, 평화공존의 현장으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지금 남북관계는 양 정상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단계적 비핵화 및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일괄적 비핵화를 고수하는 미국, 그 중간 애매한 입장의 우리 정부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남·북·유엔사 3자가 JSA 남북지역 자유 왕래와 관련해 JSA 공동근무 및 운용규칙 마련을 위한 협의를 했으나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중단되고 있다. 이번 도보 다리가 남측 지역만 공개된 것도 그런 이유다. 비록 반쪽 개방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도보 다리 개방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9·19 남북군사합의 사항은 'JSA 남북지역 자유 왕래'다. 도보 다리 개방을 계기로 JSA내 자유 왕래가 하루 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2019-05-01 경인일보

[사설]위기의 무형문화재, 우리의 관심이 필요할 때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잇달아 타계하면서 일부 무형문화재의 전승이 단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국가무형문화재 82-2호 '서해안배연신굿·대동굿' 보유자인 김금화 선생이 별세했다. 하지만 김금화 선생의 뒤를 잇는 서해안배연신굿과 대동굿의 기능 보유자를 아직 지정도 하지 못한 상태이다. 또 지난 12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90호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 보유자인 이선비 선생이 향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 역시 뒤를 잇는 보유자가 없는 실정이다.국가무형문화재 뿐 아니라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도 마찬가지다. 시 무형문화재 21호인 '경기12잡가'도 지난해 9월 보유자 사망으로 공석인 상태다. 시 무형문화재 18호 '서곶들노래'도 보유자가 없다. 보유자는 있어도 이를 보조하는 전수교육조교가 없는 무형문화재도 절반이나 된다. 인천시는 1981년부터 '인천광역시 문화재보호 조례'를 제정하고 '무형문화재의 전승·보존을 위하여 해당 무형문화재의 보유자로 하여금 그 보유 기·예능의 전수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전수교육에 필요한 경비 등을 지원해왔지만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현재 무형문화재는 기능 보유자와 그를 보조하는 전수교육조교, 이수자 등으로 전승 체계가 이뤄져 있다. 국가·시에 구성된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폐쇄적이고 문턱도 높다. 그러다보니 전승자 육성이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그만큼 시대도 변했다. 무형문화유산은 과거로부터 계승된 '전통'일 뿐만 아니라 '창조활동의 소산'으로 미래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며, 문화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재 제도와 정책은 원형보존이라는 기본원칙에 얽매여 있다.문화유산의 원형 보존은 중요하다. 원형이 변형되면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은 그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문화유산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보다 이를 계승할 인재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인천광역시의 중요무형문화재는 4종목으로 광역시중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시 지정 무형문화재도 광역시중 가장 많다.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전담 기관이 없으며 '인천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을 제외하고는 보존 육성 시설이 태부족이다. 이러다 무형문화재의 명맥이 모두 끊기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은 무형문화재 보존과 계승에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2019-05-01 경인일보

[사설]시장직속 '인천안전보장회의', 옥상옥 아닌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와 안전문화 활동, 그밖에 재난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재난을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해일, 대설, 한파, 가뭄 등과 같은 자연재난과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환경오염사고 등 사회재난으로 나눈다. 법령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돼 있다. 시·도대책본부장은 시·도지사다. 그 아래 차장, 총괄조정관, 통제관, 담당관을 두어 운영한다. 인천시에선 행정부시장이 차장, 시민안전본부장이 통제관, 재난예방과장이 담당관으로 돼 있다.그런데 인천시가 기존의 재난대책본부와는 별도로 시장직속 '인천안전보장회의(ISC ·Incheon Safety Council)'를 설치하기로 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담당하는 재난 외에도 이른바 '묻지마 살인' '어린이집 학대' '학교폭력' 등 사회적 반향이 큰 범죄도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사안인 만큼 인천안전보장회의에서 피해자 보호관리를 위한 선제대응부터 재발방지 대책까지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이 의장직을 맡아 진두지휘하게 될 이 새로운 상설기구의 상임위원은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 기획조정실장, 시민안전본부장, 소방본부장, 일자리경제본부장, 보건복지국장, 대변인, 안보특보 등이다.인천시가 시민의 안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기존의 법적 기구 위에 또 하나의 상설 지휘조직을 두어야 하는 필요성과 절박성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이 규정하는 재난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나 청와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본떠 만든 기구의 실효성에 대해 공감하는 시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형 사고나 민감한 사건이 발생하면 당연히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해야 할 시의 고위관계자들로 별도의 상설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옥상옥(屋上屋)'이 되어 오히려 지휘체계의 혼선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유사시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책임을 따져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박남춘 시장의 시민안전분야 선거공약의 '실천'을 위한 조치라면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시민들이 그 충정을 십분 헤아려 줄 것이라 믿는다.

2019-04-30 경인일보

[사설]패스트트랙 발의, 여야 숨고르고 타협 모색해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29일 밤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 안건으로 발의했다. 이로써 일주일을 넘긴 패스트트랙 대치정국은 마무리됐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으로 대치정국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사보임 문제로 촉발된 바른미래당의 내홍까지 겹치면서 정국은 안갯속에 진입했다.우선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은 물론 대통령 공약사항인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과 바른미래당의 반 패스트트랙파 의원들의 반발로 민생을 챙겨야 하는 국회운영에 큰 부담을 지게 됐다. 당분간 추경안과 주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자유한국당은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천막당사 복원 등 대여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장외투쟁으로 보수결집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정세판단을 대여투쟁의 동력으로 삼을 태세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한 입장에서 장기 장외투쟁을 이어갈 명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다시말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정국은 두 당 모두에게 정치적 실익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더군다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정국 주도권 경쟁을 감안하면 대치정국의 해법 찾기는 더욱 난해해진다.결국 국회정상화를 위해서는 여야간에 통 큰 타협이 절실하다. 민주당은 이왕에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안까지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발의한 상태다. 또 패스트트랙이 "통과를 강제하는 행위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고, 이해찬 대표도 30일 한국당과의 선거제도 협상처리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병행 심사해 합의처리를 약속해주는 타협안을 제시해 볼 만하다.한국당도 선거제도에 대한 여야 합의처리에 대한 약속을 전제로 공수처법 대안 제시 등 원내 입법투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제1야당의 기본 책무는 국회에서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유지하는 것이다.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책임은 여당과 제1야당의 몫이다. 잠시 냉각기를 갖고 대치국면을 타개할 협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의무이다.

2019-04-30 경인일보

[사설]장기 미집행시설 '폭탄 돌리기' 이제 그만

인천시가 도로와 공원 등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6천억원을 들여 '장기미집행 도로' 38개 노선 58㎞ 중 14개 노선 22㎞를 개통하기로 했다. 장기 미집행 시설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으나 20년 이상 조성하지 못한 도로, 공원, 학교 따위를 말한다. 내년 7월1일부터 실시계획인가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장기 미집행 시설은 도시계획시설에서 자동 해제된다.장기 미집행 시설의 자동 실효(失效) 시기를 법으로 정한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개발하지도 못하면서 도시계획시설로만 묶어 놓으면, 사유재산권이 침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시계획시설 실효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도로와 공원은 도시의 중요한 인프라인 데다, 실효시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인천시는 이같이 중요한 시설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전국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돈 문제' 때문이다. 인천시 등 지자체들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쓸 데는 많고, 국비 지원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민선 7기 초선 단체장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전임 단체장이 장기 미집행 시설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다. 장기 미집행 시설 해소의 책임을 '폭탄 돌리기' 식으로 후임 단체장에게 떠넘긴 셈이다. 자신의 임기에 장기 미집행 시설이 자동 실효된다면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인천시는 올해 2월 장기 미집행 공원 46곳(291만㎡)을 2022년까지 개발하는 내용의 '공원 확충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인천지역 장기 미집행 도로·공원이 인천시 계획대로 개발됐으면 한다. 인체의 혈관과 같은 '도로', 도심의 허파구실을 하는 '공원' 등 도시의 주요 인프라 조성은 지자체의 몫이다.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예산안 심사 권한을 가진 지방의회 협조가 필요하다.인천시도 일단 위기(도시계획시설 실효)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땜질 대응에 그치면 곤란하다. 공원·도로 조성 사업비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많지 않더라도 매년 편성해야 한다. 단기간에 그 많은 도로와 공원을 모두 조성할 수 없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시행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 단체장에게, 우리 미래세대에게 폭탄을 돌릴 수는 없다.

2019-04-29 경인일보

[사설]심상치 않은 A형간염 수도권 확산, 대책 서둘러야

수도권을 중심으로 A형 간염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전국의 A형간염 확진자는 3천549명으로 지난해 감염자 2천436명을 훨씬 넘겼다. 현재의 감염 속도면 최근 몇 해 사이 감염자가 4천419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7년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심각한 것은 경기도 1천35명, 서울 570명, 인천 212명 등 수도권 감염자가 전체 감염자의 절반을 넘는 점이다. 특히 경기도는 1월 122명이던 감염자가 2월 142명, 3월 347명으로 늘더니 이달에는 424명이 확진판정을 받아 감염 확산 속도가 가파르다. 또한 인구가 엇비슷한 서울에 비해 감염자가 두배를 넘어 감염 추세가 통계적 상식에 어긋나는 점도 기이한 일이다.물론 A형 간염은 B형, C형 간염에 비해 간경화나 간암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악화되는 병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병세가 악화될 경우 간이식을 받아야 하거나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니 방심할 수도 없다. A형 간염은 오염된 물과 음식을 매개로 감염되는데 15∼50일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식욕부진, 피로감, 복통, 구토, 설사, 검은색 소변, 황달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문제는 비교적 긴 잠복기간으로 인해 감염경로 파악이 쉽지 않은 데 있다. 당국이 비정상적인 A형 간염 확산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술잔 돌리기, 찌개 함께 먹기, 음식점의 위생불량 등 우리 사회의 위생습관을 탓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위생분야에 대한 국민의식이 엄격해진 지 오래됐고, 식문화도 예전과는 확연하게 개선되고 있는 사회적 추세를 감안하면 올바른 지적인지 의문이다.특히 경기도의 감염 현황이 앞서 언급한 대로 통계적 상식에 어긋나는 점은 이번 A형 간염 확산의 배경에 특별한 요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경기도 방역당국은 감염의 특별한 상황에 맞게 특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질지라도 국민건강을 책임진 방역당국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다.이와 함께 감염확산 속도에 비해 국민들의 인식은 안이한 실정인 만큼, 방역 홍보에도 힘써야 한다. 아울러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A형 간염 유행을 막기위해 예방접종을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

2019-04-29 경인일보

[사설]판문점선언 1년, 정세변화 대처할 외교력 절실하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이 지난 27일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렸다. 통일부, 경기도, 서울시가 공동개최한 이날 행사는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동선에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음악가들이 남북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연주해 감동을 주었다.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재자 외교의 의미있는 출발점이었다. 당시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한 공동노력,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협력 등 3대 원칙과 13개 실천항목에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1년 동안 남북정상간에 세차례, 미북정상간에 두차례 회담이 열렸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이룬 성과였다.하지만 당초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이벤트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던 이날 행사는 북측의 불참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북한은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수건의 대남 압박 메시지를 발표했다. 아무래도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남·북·미 3자의 어색해진 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이 미국측의 전면적인 북핵 폐기요구와 북한측의 선 제재완화 요구가 충돌해 사실상 결렬되면서 남·북·미 3자외교는 답보상태에 빠진 상태다.조촐해진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가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 외교에 진정성을 갖고 임했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는 일도양단식 해법이 적용되기 힘든 현실은 여전하다. 현 시점에서 북한은 미국의 북한체제 보장을 의심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신뢰하지 않는다. 두번의 역사적인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지난해 4·27 전의 상황으로 회귀한 셈이다.더군다나 최근 북한은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전통적인 북·중·러 동맹의 복원에 나섰고, 러시아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주도한 남·북·미 3축 외교를 무력화하는 한반도 다자협의체가 재가동될 가능성을 연 것이다.문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미 당사자의 대화복원에 힘쓰는 한편, 한·미·일과 북·중·러 두 동맹축 간의 이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도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크게 한번 심호흡하고 정세변화에 대처하는 외교력을 재구성할 때이다.

2019-04-28 경인일보

[사설]버스 주 52시간 근무제 서민 희생만 강요하나

지난 25일 인천시의 시내버스 구조조정 언급이 눈길을 끈다. 인천시는 2009년부터 버스업체들의 영업 손실을 시비(市費)로 메워 주는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데 규모가 매년 1천억원 가량이다. 오는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1천860대의 준공영제 버스 운행에 운전기사 4천명이 더 필요하다.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업체로 확대 시행되면 추가로 600여명이 소요되어 인천시의 전체 인건비 부담만 연 250억원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수년 뒤에는 인천시의 지원액이 2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인천시는 고육책으로 버스를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 운영하고 낮 시간과 휴일에는 배차간격을 큰 폭으로 늘리기로 했다. 표준 운송원가에 많이 미달하는 적자노선과 한정면허도 수술하기로 했다. 한정면허란 교통수요가 불규칙해서 일반버스 운행이 어려운 노선의 운송사업자에 발급해주는 면허로 그동안 별문제가 없으면 면허를 갱신해 주었다. 또한 굴곡이 심한 노선을 직선화해서 유류비도 줄이기로 했다.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운행감축 규모와 통폐합 대상노선을 확정할 예정이다.없는 집 살림을 보다 알뜰하게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민들의 반응은 별로이다. 재정절약을 담보로 시내버스 고객들에게 고단함과 시간낭비를 가중시키는 모양세인 것이다. 버스 승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변두리지역 시민들의 불편 증가는 불문가지여서 황금노선에만 버스가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준공영제 취지와도 배치된다.임박한 교통대란 우려는 설상가상이다. 조합원수 8만여명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운전자들의 임금삭감 10~20% 보전을 요구하며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버스사업자들은 지금도 적자여서 국고의 지원을 받는 처지라며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대책강구는커녕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기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버스 운전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은 언감생심이고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는 악명 높은 노동환경은 개선돼야 한다. 버스업체들의 방만경영도 손봐야 한다. 그러나 주52시간 시행이 예고된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허둥대나. 2중, 3중의 혈세 투입마저 배제할 수 없다. 서민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꼴이어서 개운치 못하다.

2019-04-28 경인일보

[사설]정부, 경제위기 현실 수용하고 비상대책 세워야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위기 상황이 국가 통계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25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떨어졌다고 밝혔다. GDP 역성장은 -3.3%를 기록했던 2008년 4분기 이후 10여년만의 가장 낮은 수치다. 당시에는 국제 금융위기라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나홀로 역성장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완만하나마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했던 GDP가 2017년 4분기 -0.2%로 추락한데 이어 5분기 만에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특히 1분기 설비투자 감소규모 -10.8%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1년만의 최저치다. 수출(-2.6%)과 수입(-3.3%)이 동시에 감소했고, 민간소비(0.1%)와 정부소비(0.3%) 증가율도 3~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생산기반이 축소되고, 수출입이 저조하며, 국내소비도 부진한 상황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2.5% 달성 가능성만은 낙관했다. 2분기부터 급속히 늘어날 정부소비를 근거로 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긴급관계장관회의 직후 정부의 성장목표(2.6%)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위기 지표와 낙관적 전망이 어긋난다.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이같은 낙관적 전망을 불허한다. 홍 부총리부터 이날 GDP 마이너스 성장률의 이유로 세계경제의 성장둔화, 기업투자 부진 등 대내외 경제환경의 엄중함을 인정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경기하강 추세가 역력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추세를 관망하며 투자를 미루고 있다. 기업뿐인가.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8년 가계동향조사 결과 전년 대비 전체 소비지출은 0.8%,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2.2% 줄었다. 2006년 조사 이후 최대 감소폭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동물적 위기감을 느끼고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경제위기를 구성하는 내외부 위험요인을 압도할 정책대안이 지리멸렬한 점이다. 규제완화, 탄력 근로제 확대, 최저임금제도 조정 등 기업투자를 유인할 모든 정책들이 지지부진하거나 국회에서 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소득은 늘었지만 성장은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은 경제위기 현안을 모든 현안의 제일 앞에 두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위기 돌파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

2019-04-25 경인일보

[사설]위기의 특성화고 이대로 둘 것인가

지난 10일 수원의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장 5층에서 김모(25)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김씨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양 문이 모두 열려 있는 위험한 환경에서 안전장비도 없이 일하다 변을 당했다. 김씨는 특성화고를 졸업했고 그동안 전공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김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어떤 현실에 직면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교육부의 특성화고 설립 운영취지는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로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다. 하지만 경기도 비정규직지원센터가 도 소재 특성화고를 졸업한 300명(남녀 각 15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한 244명 중 '좋은 일자리'인 정규직은 불과 13.1%에 불과했다. 나머지 86.9%는 비정규직이고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취업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더욱이 이들 중 58.7%는 취업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특성화고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취업 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은 지도 오래다. 한때 특성화고는 취업률이 100%에 육박했다. 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이 거둔 효과였다. 하지만 취업률이 떨어지면서 대학 진학을 위해 일반고로 전학을 가거나 직업계고에 남더라도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물론 경기불황 탓도 있지만, 고졸 채용과 인적 관리에 적극적인 기업에 혜택을 주는 체감도 높은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특성화고 설립은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취업이 되고, 나아가 가정을 꾸리며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경인일보가 보도한 '위기의 특성화고 실태진단'에 따르면 특성화고의 위기는 심각할 정도다. 특성화고에도 출신고에 따라 서열이 매겨져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당하면서 어렵게 자격증을 획득해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보다 대입준비에 매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다. 이는 특성화고의 설립취지와 배치된다. 고졸 취업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특성화고 학생의 일자리를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올 초 교육부가 발표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길 바랄 뿐이다.

2019-04-25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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