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불공정한 정치자금법 개정돼야 마땅하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연간 1억5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상한액이 3억원까지 허용된다. 대통령·광역단체장·교육감·기초단체장 후보자들에게도 후원금 모금이 허용된다. 하지만 광역·기초의원과 지역구 원외위원장들은 후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원외 위원장들은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전국 광역의원들도 법 개정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양상이다. 이 조항이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2017년 한해 국회의원들이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정치자금은 540억9천7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1억8천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 덕이다.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에도 국회의원 평균 모금액은 1억7천900만원이었다. 의원들은 후원금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지역구를 관리한다. 같은 지역구를 두고 현역 의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각 정당 원외위원장들은 후원회를 둘 수 없다. 광역·기초의원들도 마찬가지 신세다. 가평군의 경우 도의원이 1명에 불과, 군수와 같은 면적의 지역구를 관리해야 하나 후원회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이런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도 내 민주당 지역위원장 등 20명은 지난 달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정치인을 제한한 정치자금법 6조가 국민의 피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심판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조항은 현역 국회의원에 지나친 특혜를 부여하고 있으며 원외 정치인은 본인 돈으로만 정치활동을 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은 정치에 입문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불법 정치자금을 막으려는 조항이 오히려 불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도내 광역의원들도 전국 동료 의원들과 연대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에 착수했다.현역 국회의원들에게만 절대 유리한 정치자금법은 개정돼야 마땅하다. 원외 위원장은 물론 광역의원들에게도 후원회 운영이 허용돼야 한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법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과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의 위헌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나 정치권, 특히 국회가 먼저 손들고 나서는 게 순리인 것 같다.

2018-10-02 경인일보

[사설]'낭패'본 인천시의 승진인사

인천광역시가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사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인사팀장의 내부공모를 진행 중이다. 시의 인사정책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자리다. 5급 사무관이면 누구나 공모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지원마감 결과 행정직 3명과 기술직 1명 등이 지원신청서를 냈다. 시는 전체 응모자를 대상으로 전 직원이 다면평가를 실시해 평가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을 인사팀장으로 임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모제 인사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임기 내 전보·승진도 제한한다. 이른바 '셀프 승진'을 막기 위해서다. 광역시의 인사팀장 내부공모제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 만큼 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인천시가 이런 시도를 하는 까닭은 민선 7기 박남춘 시장이 최근 단행한 승진인사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0일 단행된 승진 인사에서 인사부서 근무자들의 승진이 두드러지자 직원들은 노골적으로 반감을 나타냈다. 내부 게시판에는 인사위원회 재개최 요구와 함께 소수직렬 차별, 특정 라인과 인맥 위주의 인사 행태를 질타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앞선 시장들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 아니 좀 더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들이 앞장서 조장했던 인사적폐가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인사담당인 행정관리국장이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남겨 해명했지만 진정되지 않자 급기야 각 실과 대표, 노조와 함께 긴급회의를 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인사의 달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온 박 시장의 승진인사로서는 자못 실망스럽다. 다들 알다시피 박 시장은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냈다. 지난 6월 시장 당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능력'과 '발탁'의 인사원칙을 강조했다. 시장의 이런 인사원칙은 대부분의 시청직원들이 바라는 바와 일치한다. 지난달 초 6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1%가 시장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공정·투명한 인사'라고 답했다. 이번 인사의 내용과 직원들의 반발은 시장의 경력과 의지 그리고 직원들의 바람과는 한참 동떨어진 결과다. 공모제 인사팀장의 운용으로 시 내부의 오래된 고질과 병폐가 해소되리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낭패다.

2018-10-02 경인일보

[사설]인천시 상상플랫폼 사업 갈등 적극 중재하라

인천시가 '상상플랫폼 조성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자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상상플랫폼 조성사업은 인천 내항 8부두에 있는 옛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관광시설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길이 270m, 너비 40m, 높이 20~27m 규모의 이 곡물창고는 내부에 기둥과 벽이 없는 대형 철골구조 건축물이다. 1978년 건립된 이래 40여 년 동안 항만물류의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건축사적 의미와 역사성을 고려해 옛 건물을 헐지 않고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사업이다. 이런 사업 방식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논란의 쟁점은 운영 주체와 방법이다. 인천시가 공모를 통해 상상플랫폼 운영사업자로 'CJ CGV(주)'를 선정한 것이 갈등의 발단이 됐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 등이 대기업 특혜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업시설보다 공공시설 조성 비율이 낮은 점을 문제 삼는다. CJ CGV가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상상플랫폼의 상업시설을 운영하면, 인근 구도심 상권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시재생이라는 취지와 달리 결국 대기업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하지만 CJ CGV는 운영사업자 공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다.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이 반발한다고 해서 운영사업자 지위를 포기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상상플랫폼 조성사업이 인천시 계획대로 1·8부두 항만재개발 등 내항 일원 도시재생을 선도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인천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설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다.인천시는 CJ CGV, 내항 주변 상인,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상상플랫폼 사업 추진 (민관)협의회'를 이달 중 구성할 방침이다. 민관협의회를 통해 중재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해관계자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상대를 공격하거나 자기주장만 강요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안 된다. 인천시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 조정을 주도해야 한다. 민관협의회 운영이 상상플랫폼 조성사업의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CJ CGV는 지역사회 참여 및 공공시설 비율을 높이면서 기존 상권과 상생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2018-10-01 경인일보

[사설]'심재철 예산 정보 유출'의 정쟁화를 경계한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와 정부기관 들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 재정정보시스템의 다운 로드와 불법 열람 및 유출과 관련하여 심 의원실과 기획재정부의 상이한 주장에서 비롯됐으나 상호 검찰 맞고발 뿐만 아니라 여권 대 한국당 사이에 최대의 정치쟁점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한국당은 대정부질문자를 최교일 의원에서 심 의원으로 교체하면서까지 이 문제를 여권과의 전면전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심 의원이 폭로한 업무추진비가 그의 주장대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가 필요할지라도 실정법 위반은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이 폭로했던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도 제3자가 불법으로 녹취한 파일을 제보 받아 공개한 행위가 실정법에 어긋나 의원직 상실로까지 이어진 사례다. 공익적 차원의 공개라 하더라도 실정법 위반 여부는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 유출 여부와 불법에 대한 인지 여부 등은 검찰 수사로 밝혀질 일이지만, 불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폭로하는 정치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국회의원이 행정기관의 예산을 감시하는 일은 정당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비공개 열람정보가 공익적이라고 보기에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요청은 국가기관의 공개, 비공개, 부분공개 등의 결정 처분을 받아서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 이의심판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법원의 공개 판결 이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참여연대가 19대 국회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자료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더라도 입수 경위가 사회적, 절차적 정당성에 어긋나면 안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부 공개된 업무추진비 등 정보유출이 여러 모로 부적절 하지만 이를 국가기밀 탈취로 보는 민주당의 인식에도 무리가 따른다. 또한 한국재정정보원이 비인가 행정정보를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비인가 정보의 불법 유출 여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업무추진비 집행의 타당성 여부는 감사원의 판단을 기다려서 진위를 가리면 될 일이다.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시켜서 국정감사나 예산 국회에서 정국주도권을 잡으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있다면 이는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여부, 경제, 민생 입법과 부동산 문제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2018-10-01 경인일보

[사설]공익신고 재갈 물리는 풍토와 제도 척결해야

대한민국 공직자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무수행 중 공익침해행위를 인지하면 이를 조사기관, 수사기관 또는 관련위원회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정책수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을 위한 공익신고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익신고자 보호 의지의 법적 선언이다.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상당수의 공익신고자가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공직에서 쫓겨나고 생계까지 상실하는 엄청난 보복을 홀로 감당하는 경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인일보가 최근 보도한 공익신고자 피해사례가 이를 증명한다.경인지방병무청 계약직 공무원 A씨는 7개월에 걸쳐 직장 상사의 갑질에 대해 병무청장과 본청 감사기구에 공익신고를 제기했지만 조직내에서 내부고발자라는 낙인만 찍혔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본청 감사실은 그의 신고내용을 조사하기는커녕 잔여 계약기간을 거론하며 압박했다고 한다. 경기도 교육청에 학교 운영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는 교직원 사이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엄청난 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군포시 한 어린이집의 위법사항을 공익신고한 교사는 시청 공무원이 신고내용을 원장에게 누설하는 바람에 해고됐다. 이 교사는 신고자로 낙인찍혀 다른 어린이집 취업이 불가능해진 치명적 피해를 당했다.해군본부의 입찰비리를 고발했다 전역당한 김영수 전 해군소령은 "재산이 많거나 생존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섣불리 공익제보를 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국가는 공익제보를 권장하고 법은 이를 보호하도록 강제하지만, 나라를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공익신고 내용 보다는 내부고발 원천봉쇄에 주목하는 병무청, 공익신고자의 신원보호에 소홀한 경기도교육청, 아예 공익신고 내용을 누설한 군포시 공무원은 역설적으로 공익신고의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보여준다. 공익신고의 이익은 국가와 사회가 챙기고, 공익신고에 따른 피해와 희생은 신고자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면 이는 명백히 정의에 위배된다. 정부는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관계법령의 그물코를 촘촘히 손질하는 한편 공익신고에 대한 보복행위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2018-09-30 경인일보

[사설]정부 체면만 구긴 코리아세일페스타

단군 이래 최대 쇼핑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되었다. 2015년 박근혜정부가 경기부양과 해외관광객 유치목적으로 미국의 파격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흉내내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를 만들었다. 2016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개명해서 금년에 세 번째 잔치를 연 것이다.지난 28일부터 오는 7일까지 열흘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진행된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가전, 가구 제품을 20%에서 최대 80%까지 할인판매한다.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등 전 차종 8천대를 3%에서 최대 20%까지, 기아차는 선착순 5천 대를 최대 7%까지 각각 디스카운트하기로 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의류, 신발매장도 참가한다. 또한 올해는 처음으로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들이 가담한다. 5대 백화점 전국 17개 매장에서 우수 중소제품 판매전을 열고 해외의 소비자들도 바겐세일 제품을 역직구할 수 있도록 했다.3개월 연속 추락하던 '소비자 심리지수'가 이달에 처음 기준치를 회복했으며 중소제조업체들의 10월 경기전망도 전월보다 약간 상승하는 등 긍정적 신호들이 간주된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투자부진에 따른 내수 증가세 악화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내수부진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목하는 터여서 국내 소비 진작의 당위성이 매우 크다.그러나 일반국민들의 반응은 별로다. 가격도 백화점 정기세일 수준으로 별 매력이 없는 데다 심지어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싸 행사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괜히 발품만 팔았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행사참여 업체들의 반응도 신통치 못하다. 미국의 백화점과 마트 등은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구입해 적당한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식이어서 폭탄세일로 재고떨이가 가능하나 국내 유통업체들은 상품판매 대행으로 수수료만 취하는 구조여서 가격인하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정부 주도의 그랜드 세일 이벤트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기업 스스로 행사에 참가하려는 쇼핑 플랫폼이 조성되지 않는 한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 억지춘향 행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정책을 일부러 고사(枯死)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부담이다.

2018-09-30 경인일보

[사설]안타까운 경기도 문화기관장 인사 홍역

이재명 지사가 도 산하 문화기관 대표인사로 비판에 직면했다.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적임자가 없다며 재단 추천 대표이사 후보를 내쳤다.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경기관광공사 대표는 측근을 임명했다. 비판의 요점은 코드인사다. 문화재단은 대표이사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가 추천에서 제외되자 이례적으로 지명을 유보했다는 의혹을 샀다. 문화의전당과 관광공사 대표는 측근 임명에는 성공했지만 대표들의 전문성 결여가 도마에 올랐다.취임사에서 민선 7기 경기도정의 핵심 원칙으로 '공정'을 강조했던 이 지사에게 뼈아픈 비판이다. 이 지사는 평화부지사직과 평화협력국을 신설한 경기도 조직개편을 통해 남북관계 해빙에 대비하는 선견과 결단을 보여줬다. 그래서 문화기관장 인사 난맥상이 당황스럽다. 특히 문화재단의 경우 이 지사의 공정원칙에 부응해 역대 최대 인원이 응모한 가운데 공정한 심사를 거쳐 추천이 완료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경기도 산하기관은 특정분야의 사업 집행을 위한 현장기관이다. 기관 설립의 목적을 실현할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관장은 해당기관의 전문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역대 기관장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이 범주를 특별히 파괴한 경우는 없다. 도지사의 도정철학 공유를 위한 관행적 낙하산 인사에도 불구하고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존중한 결과였다. 문화의전당과 관광공사 신임대표들이 직원들로부터 전문적 역량을 의심받는다면 해당분야 도정은 현장에서 흔들린다.산하 문화기관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비판이 경기도 문화정책 부재 탓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걱정이다. 사실 도내 문화예술계는 이 지사의 도정목표에서 문화분야가 옹색하다는 서운함이 있었다. 복지정책 실현 수단으로 간단하게 취급했을 뿐, 이재명표 경기문화 비전은 안보인다는 불만이다. 이런 마당에 인사마저 공정성과 전문성이 흔들린다면 이 지사의 문화예술 정책 의지를 불신하는 문화예술계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유능한 인재 발굴을 위한 삼고초려는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안에서 모자라면 밖에서 채워야 한다. 경기도 산하기관장 인사는 이 지사의 외연 확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미 확정된 결정과 인사를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 지사가 소중한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이번 문화기관장 인사 홍역을 계기로 아직 공석인 타 분야 산하기관 인사를 성공적으로 매듭짓기 바란다.

2018-09-27 경인일보

[사설]저성장 시대 역행하는 수도권 택지개발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9·21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이 경기도에 집중되면서 해당 후보 도시가 시끄럽다. 비공식 자료가 유출되면서 알려진 도내 신규 택지 후보지 중 반대가 심했던 과천과 안산 등이 이번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광명 하안2(5천400가구)를 비롯해 의왕 청계2(2천560가구), 성남 신촌(1천100가구), 시흥 하중(3천500가구), 의정부 우정(4천600가구) 등 도내 5곳이 개발 후보지에 포함됐다. 정부가 발표한 신도시 물량은 총 20만 가구로 도내 5곳에서 1만7천160가구, 인천 검암역세권 7천800가구가 각각 포함됐다.이번 대책이 경기도에 집중되자 해당 지자체는 큰 반대 없이 대부분 수용하는 분위기지만 광명, 시흥, 의왕 등 일부 지역은 벌써 '공급과잉'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9·13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 데다 이번에는 '공급폭탄'으로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가격 통계를 보면 광명 아파트값은 올 들어 9월 셋째 주까지 9.13% 올랐고, 하안동 인근 단지는 3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광명 전체 부동산이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시흥 택지개발지구도 공급이 많고 부동산 경기가 최정점을 찍었을 때 분양 성적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전례가 없어 미분양이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흥은 1~9월 셋째 주까지 아파트값이 1.2% 하락했다. 이 때문에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광명 시흥 신도시 지정 반대합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2천700여명이 동참했다.정부의 이번 신도시 조성은 부동산 정책 기조의 확실한 변화다. 국토부는 현 정부 출범 후 8·2 대책 등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다주택·고가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투기수요 억제에 집중했다.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은데 과잉 유동성과 투기수요가 집값 급등을 부추겼다는 판단이 이유다. 그러나 서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경기도까지 번졌고, 결국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공급확대의 투 트랙 전략으로 전환, '신도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일부에선 이번 정책이 저성장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역 택지개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유휴부지나 빈집 등을 활용해 도시재생 정책도 함께 펼치는 등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018-09-27 경인일보

[사설]2차 북미회담 성공, 김정은 진정성에 달렸다

조만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두 정상이 종전선언과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논의했다"며 회담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 나설 미국과 북한에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하며 행동의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다.북미회담이 열릴 경우 종전선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충분히 논의했고 제2차 미북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종전선언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대체로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여러가지 정황상 2차 북미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회담을 하면 결과가 있어야 한다. 1차 회담은 소문만 무성했을 뿐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이란 의미 말고는 사실상 실패한 회담이었다. 2차 북미회담의 성공은 김 위원장의 손에 달렸다. 김 위원장은 실무접촉에서부터 남북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확약을 실천하는 설득력 있는 구체적 조치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탄두와 핵물질 보유량, 위치 등을 담은 신고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신고서를 가지고 정확한 사찰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했다는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 가지고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알 도리가 없다. 핵무기 반출, 핵시설 파괴, 핵 폐기 등 비핵화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이뤄질 때 김 위원장의 비핵화의 진정성을 전 세계가 인정할 것이다.싱가포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대화는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그럼에도 한·북·미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일시적인 비핵화 시늉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2차 북미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은 명심해야 한다.

2018-09-26 경인일보

[사설]인천시 악취 저감 근본 대책 세워야

인천 송도 악취의 유력한 진원지가 '송도자원순환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 연수구는 9월 17일 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 내 송도자원순환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한 악취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올 4월부터 악취가 발생해 400여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되어 배출지 파악을 위해 행정력을 동원해왔다.연수구가 악취 배출원인으로 지적한 송도자원순환센터는 생활폐기물과 하수 슬러지를 고형연료로 변환해 제품화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지난해 12월 준공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주)태영건설 등에 시설 운영을 위탁했고, 시험 가동을 거쳐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의 원격감시시스템(TMS) 기록을 분석한 결과, 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고온으로 태워 제거하는 탈취로가 오작동한 사실을 발견했다.악취문제는 사실 인천 전 지역의 문제다. 남동산업단지 주변을 개발한 연수동, 논현동, 소래 논현동 일대의 택지개발사업, 서구의 수도권매립지 인근 청라신도시는 모두 악취로 인한 집단 민원이 발생한 지역이다. 인접 산업단지에 악취유발 시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화학관련 업체는 불쾌감을 주는 악취 민원에 이어 유해화학물질 영향도 제기되고 있어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이 깊다.서구 청라국제도시 일대의 악취문제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악취 관련 주민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되어 행정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수도권매립지의 매립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어 복구작업 중이다. 뉴스테이 사업으로 조성된 남구 도화동의 새 아파트도 악취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이번 송도국제도시 악취문제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인천경제청이 수수방관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경제청은 송도자원순환센터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인천시도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반드시 대기환경개선기금을 확보하여 악취저감사업을 시행해야 하고 개발사업 완료 후에 제기될 민원에도 대비해야 한다. 환경피해 저감방법 가운데 하나는 녹지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화학물질 배출업체가 밀집된 지구 주변에는 완충녹지를 충분히 조성하면, 악취를 줄이면서 주민의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2018-09-26 경인일보

[사설]회담 결과 보수야당 지도부와 공유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2박3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평양순안공항의 열렬한 환영식을 시작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백두산 등반 일정에 이르기까지 남북대화 역사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던 방북이었다.그러나 9·19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문재인-김정은 합의에 대한 평가를 놓고 대한민국 내부의 여론은 엇갈린다. 사실상의 종전선언이자 남북평화체제의 출발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있다. 반면 기대에 미흡한 북한 비핵화 실행조치에 비해 비무장지대의 군축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여당과 진보진영은 세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견인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내용과 속도를 지지한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진영은 모호한 북핵폐기 협상이 불만이고 신속한 군축합의에는 안보불안을 느낀다.우리 내부의 이같은 반응은 당연하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방식과 수단, 속도에 대한 이견은 민주주의 체제의 건강성을 증명하는 것이자,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공항과 평양거리, 평양 5·1 경기장에서 일체의 잡음없이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앞으로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한 범국민적 지지와 초당적 협력을 강력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여당이 이를 원한다면 지지세력의 응원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비판세력에 대한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보수세력의 불안감은 진행중인 남북대화 막전막후의 정보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모르는 사이에 변하는 세상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있다면 설명하고 진정시키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문 대통령은 곧 정상회담 결과를 국민에게 발표할 것이다. 이에 그치지 말고 보수 야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평양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기 바란다. 대통령은 남북·한미·북미간에 진행중인 협상의 전말을 소상히 전달하고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야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노고를 치하하고 보수진영의 걱정과 우려를 전달하면 된다. 현재의 국면을 바라보는 서로의 진의를 교환하고 존중하는 것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다루는 초당적, 범국민적 행보일 것이다. 힐난과 비아냥으로 갈라지기에는 너무 중차대한 정세다.

2018-09-20 경인일보

[사설]평양선언 경기·인천 평화전진기지로 이어지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공동 발표한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경기도와 인천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여럿 포함됐다. 그 중 몇개는 당장이라도 실천이 가능하지만, 궁극적인 비핵화, 대북제재 해제 등이 필수적인 사안도 여럿 있다. 때문에 공동선언과 합의서에 대해 경제계, 지자체들은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우선 남북이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사안은 '군사분야 합의서'에 포함된 '비무장지대 내 GP 시범적 철수'다. 현재 경기도내 철수 대상인 GP는 파주 문산지역 3곳과 연천 2곳 등 모두 5곳이다. 또 접경지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 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해당 지역에서 군 항공기의 운항을 제한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로 한 합의도 20일 국방부가 밝혔듯이 실현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사안들이 실현되면 접경지역인 파주·연천·포천 등 도내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물론 지역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실제로도 문화체육관광, 한국관광공사, 김포시·파주시·연천군 등 비무장지대(DMZ)접경 13개 지방자치단체는 20일 '비무장지대 평화관광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DMZ 평화관광을 한국 관광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는 비무장지대 평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업무 협력 체계 구축 및 지자체 간 연계협력 사업 추진, 차별화된 관광콘텐츠 개발, 난개발 방지, 지속 가능한 관광개발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선언에는 또한 "남과 북이 올해 내 동해·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서해선은 파주에서 개성을 잇는 경의선을 이른다. 경의선은 이미 2004년 연결됐지만 북측 구간이 현대화되지 않아 시설이 노후화된 상태다. 도로의 경우,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이 대상이다.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복원 공사는 일단 남측 구간에 한정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강화)·해주·개성·파주를 잇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또한 궁극적으로 대북제재 해제, 북미 관계 개선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이같은 철도, 도로, 특별지대가 실현된다면 이는 곧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의 전진기지'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2018-09-20 경인일보

[사설]평화·교류 진전에도 비핵화 숙제 남긴 평양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월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한 군사긴장 완화와 경제협력·민간협력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직접 언급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북한 비핵화 실행 방안은 담지 못했다.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긴 아쉬운 평양회담이었다.다만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한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서해 상 평화수역·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남북 각각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11개 시범철수,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확대 등의 내용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합의였다.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적대관계 종식의 초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 하기로 합의한 것도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두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쟁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선언문 서명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머지않았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실천 조치를 기다렸던 국내외의 기대에는 못미쳤다.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입장을 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아무리 관련국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해도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쇄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2007년에도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파괴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검증 수위를 둘러싼 갈등만 양산했을 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이번 회담의 목적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핵물질의 신고와 검증, 나아가 폐기에 대한 시간표를 확답받는 것이었다. 미국이 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6·12 북미회담 이후 북한은 '선 체제보장, 후 비핵화'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반면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을 주장하며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의 비핵화가 핵심의제였다.청와대는 스스로 "이번 평양선언은 실질적 종전 선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그저 말로 선언한다고 되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백번 종전을 선언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눈앞의 평화는 단지 신기루에 불과하다. 우리에겐 여전히 따듯한 가슴보다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때다.

2018-09-19 경인일보

[사설]인천의 투표율 꼴찌 탈출을 기대한다

인천시에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천시-선관위-교육청'으로 구성된 협력체계가 전국 최초로 구축됐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남동구 구월동 선관위 대회의실에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이 협약에는 인천시 선관위원장, 인천시장, 인천시의회의장, 인천시교육감,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 참석했다.이들 5개 기관은 시민 정치참여 활성화와 시민의식 향상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거버넌스 협의체'를 구축하고, 관련사업 공동 기획·추진,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인력·시설 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조하기로 했다. 인천시와 교육청은 교육 장소 제공과 전문 강사 양성, 여성·노인·청소년 등 교육 대상 확대에 주력하고, 시의회는 민주주의 제도와 가치를 홍보하고, 경인교대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주시민교육 참여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민주시민교육거버넌스협의체의 활동으로 인천시가 투표율 바닥권에서 탈출하는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치적 참여의식이나 시민의식을 계몽하는 것 외에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저해하는 객관적 요인이나 구조적 요인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6·13 지방선거의 투표율에서도 전국 최하위였다. 당시 인천의 투표율은 55.3%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지난 6대 지방선거에서도 인천은 최종투표율 53.7%로, 대구(52.3%), 경기(53.3%)보다 조금 높은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이같은 투표율 추세는 시민의식과 같은 주관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인천시민들의 투표율과 관련된 기존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지만 근본적 투표율 결정 요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복합적 결과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인천시민들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산업특성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이나 소규모 판매장의 특성, 출퇴근 인구 등과 같은 인천시민들의 생활특성이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조사 분석하여 핵심요인을 찾아야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2018-09-19 경인일보

[사설]일방통행 경기도정, 시군과 함께 가야

경기도 내 시장·군수들이 도(道)가 잇따라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재검토를 요구하기로 했다. 도가 기초자치단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체납관리단'의 경우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민선 7기 지방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진 광역단체-기초단체 간 불협화음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특히 도내 기초단체장은 대부분 이재명 도지사와 같은 당 소속으로, 이 지사의 '소통 능력'에 의문이 일고 있다.도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은 지난 14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자리에서 분출됐다. 참석 단체장들은 이렇다 할 사전 조율 없이 시·군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일방통행 행정을 한다고 지적했다. 많게는 70%까지 시·군 예산을 부담해야 하는 정책들도 있는데, 왜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있느냐는 볼멘소리다. 단체장들은 체납관리단 확대 정책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 지사가 언급한 성남시와 사정이 다른 지자체가 많은데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지역 화폐를 활용한 청년 배당, 아동수당 인센티브 추진방안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재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이 지사는 취임 초 시군과의 소통과 협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민선 7기 기초단체장들은 처음 만난 공식자리에서 '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지사의 도정운영 구상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갈등을 빚어서는 행정기능이 정상 작동될 수 없다. 체납관리단 운영과 청년 배당, 아동수당 등 '이재명 표' 정책들은 시군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해당 지자체들이 반감을 갖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물 위에 뜬 기름이 되고 만다.도지사와 같은 당 소속인 단체장들이 불통을 말하면서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방정부 취임 초기여서 더 그렇다. 이 지사는 협의회가 왜 이런 비판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내놓은 정책들도 역지사지 입장에서 보완하기 바란다. 기초단체가 등을 돌려서는 도정이 성공할 수 없다. 단체장과 공직자들은 이 지사의 소통 능력과 협치 의지를 주시하고 있다.

2018-09-18 경인일보

[사설]또다시 '아동학대도시' 오명 뒤집어쓴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부모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특히 인천에 사는 부모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지역에서 상징적이라 할 만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그 빈도 또한 높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받은 자료에서도 그런 사실이 확인된다. 지난해 시·도별 어린이집 교직원들의 아동학대 건수는 경기도 195건, 서울 160건, 인천 144건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경기와 서울에 비해 발생건수 자체는 적지만 바다를 제외한 지역면적과 인구수를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발생빈도를 보인다. 특히 울산 51건, 대구 47건, 부산 38건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2015년 33건, 2016년 81건, 2017년 144건 등 발생건수의 급증은 우려를 더욱 더 깊게 한다.이렇듯 인천지역사회와 부모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또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달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CCTV 녹화기록을 통해 한 보육교사가 올해 6월과 7월 모두 57차례에 걸쳐 1~3세 원생들을 학대하는 장면을 확인하고 엊그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보육교사는 원생들의 엉덩이와 등을 손으로 때리고 뒷목을 치는가 하면 밥상을 닦은 행주로 아이의 입술을 훔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원생 18명 중 8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문제의 보육교사가 아동학대행위를 저지른 때는 올해 3월 말 관할 연수구청이 지역 내 모든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등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한 지 불과 두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소한 법에서 정한 지자체 교육만큼이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자체적으로는 왜 이렇게 인천에서 유독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이 자주 발생하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모든 현장 관계자는 물론 지자체, 학계, 일반시민 등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을 키울 수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2018-09-18 경인일보

[사설]평양 남북정상회담 북한의 비핵화 이끌어내야

오늘부터 열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되어야 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았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고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 등으로 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북미간의 북핵 해법의 차이로 북미정상회담이 불발되는 분위기였으나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힘입어 6월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듯이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선순환할 때 비핵화 협상도 성과를 얻을 수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남북관계 개선·발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재·촉진,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세 가지로 압축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남북관계 발전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핵물질과 핵시설, 핵무기 등의 리스트를 신고할 수 있게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미국에 종전선언을 거듭 촉구하면서 "칼을 들고 달려드는 강도앞에서 일방적으로 방패를 내려놓을 수 없지 않는가"라고 했다. 이는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없으면 핵신고 등 진전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의 선조치 없이 종전선언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리스트 신고 등 북한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이렇듯 북미간의 입장이 현저히 갈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이를 담보할 만한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비핵화 진전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의미있는 합의가 생략된 채로 원론적 비핵화 약속에만 그치면 향후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담이 비핵화의 동력을 살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 등 난제 등을 풀어나가는 결정적 계기가 될지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 둘이 상호 긍정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한반도 평화 구축과 비핵화의 결정적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8-09-17 경인일보

[사설]서해 5도 숙원 NLL 평화수역 조성 타결되길

서해 5도 주민들이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최고조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행을 앞두고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인천에서 서해 5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남북 정상은 이번 평양회담에서 서해 NLL 해역을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들이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서해 5도 주민과의 간담회를 마련했다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서해 5도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남북 공동어로라든지 NLL 일대에서의 사격훈련 제한 등과 같은 평화 수역 조성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당장 할 수 있는 어장 확대와 조업시간 연장 조치를 희망하고 있다. 인천시 역시 주민들의 바람을 담아 서해 5도 주변 어장 확대를 지난 2월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해5도 어장 면적은 3천209㎢인데 인천시가 요청한 확장 면적은 306㎢라고 한다. 어장 확대는 어획량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서해5도 어장의 어획량은 392만5천837㎏, 어획고는 311억1천287만원에 달했다.서해 5도 주민들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연평도 주민뿐만 아니라 서해 5도 주민 대다수가 육지로 피란을 나왔었다. 주민들에게는 실제 전시상황이었다. 8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민도 있다. 그들에게 더 이상의 불안감은 안 된다. 지금껏 서해 5도 주민들은 해가 지면 바다에 나갈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어선 납북 등을 우려해 정부가 지정해준 어장에서만 조업을 해왔다. 서해 5도 어민들에게만 있는 족쇄나 마찬가지이다.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주변 해역을 평화 수역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타결 되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서해 5도 어민들의 어장 확대와 조업 시간 연장 같은 바람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조치다. 서해 5도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가지로 차별을 받아왔다.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그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고, 도심지 주민들이 받는 수많은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다.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 직후 서해 5도 어장 확대와 조업시간 연장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2018-09-17 경인일보

[사설]'경기도민의 날' 경기 정체성 확립 계기돼야

오는 10월 18일 제1회 경기도민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가 경기도민의 날 제정조례와 경기도 도민헌장조례를 통과시켰다. 기념일 선정 근거는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 당시 고려의 수도인 개경과 그 주변 12개 군현을 묶어 '경기(京畿)'라는 지명을 남긴데서 비롯됐다. 1018년에서 10월 18일을 빌려온 셈인데, 첫 경기도민의 날은 경기천년의 날을 겸해 기념식과 각종 행사를 펼치기로 했으니 도민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날이다.도는 첫 도민의 날을 맞아 지역 국회의원 전원과 31개 시장·군수를 비롯해 1천5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기념식을 준비중이다. 또 8개 분야의 우수 도민을 선정해 표창하는 한편 새로운 경기도 비전 선포식도 예정돼 있다.그러나 정작 1천300만 경기도민 중 경기도민의 날이 제정된 사실을 알고 있는 도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문제는 경기도청 조차 경기도민의 날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도청 홈페이지 경기도 연혁 코너만 봐도 알 수 있다. 경기도 역사 연대기를 나열해놓은 연혁에는 눈을 씻고 봐도 1018이란 연대가 없다. 대신 '1029년 고려 제8대 현종왕때 양광도로 개칭되고 개성 및 부근 13현을 중앙의 직할로 하여 경기도라 칭하였음'이란 기록만 있다.1018년을 경기정명의 해로 고증하기 위한 노력과 최근 몇년간 상당한 예산을 들여 경기천년 사업을 추진해 온 경기도가 정작 홈페이지 연대기 마저 모호하게 방치했으니, 경기도 정체성 회복의 일환인 경기도민의 날 제정, 경기천년의 날 기념행사의 취지가 무색하다. 도청 공무원들 조차도 경기도 정체성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다.이같은 현실은 경기도 정체성을 어떻게 모색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출생지 거주인구 비율 하위 10곳 기초단체 중 9곳이 경기도 기초단체로, 소위 토박이 비율은 20% 남짓이었다. 이같은 도민 구성비율은 다른 도내 기초단체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정체성은 모호한 과거지향 보다는 현재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정주여건을 개선해 도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제고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공해 공동체 유지를 위한 이유와 가치를 공유할 때 새로운 경기도 정체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1회 경기도민의 날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8-09-16 경인일보

[사설]1주택자 희망사다리 걷어낸 9·13 부동산대책

'9·13주택시장 안정대책'이 1주택자들의 희망사다리를 걷어냈다. '유주택자는 더 이상 집을 사지 말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 탓이다. 노무현정부보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0.2%포인트 인상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차단하는 등 '더 센' 내용을 담았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1년4개월 동안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대책을 쏟아낸 셈이다.9·13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무주택자들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수요는 철저히 가려내고자 세제, 대출, 청약환경까지 집 없는 사람들을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무주택자 대출조건은 종전과 불변인 데다 기존에 무주택으로 간주되던 분양권, 입주권 소유자를 유주택자에 포함시켰다. 주택청약 시 추첨제 물량도 무주택자에 우선 공급케 함으로써 무주택자의 당첨확률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1주택자들의 불만이 비등하다. 대출규제는 언감생심이고 청약기회마저 크게 제한된 것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애초부터 1순위 자격이 없어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을 통해 주택평형 넓히기 혹은 지역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1주택자들은 망연자실이다. 이번 조치로 추첨제 물량이 무주택자에 우선 기회를 주면서 사실상 인기지역에서의 당첨이 거의 불가능해진 때문이다. 치솟는 임대료 부담에 억지로 유주택자가 된 수많은 서민들은 더 이상 '적은 돈'으로 집을 늘리려는 꿈을 접어야할 판이다.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지경이다. '똘똘한 한 채'로 상징되는 고가주택 실거주자들의 불만도 점쳐진다. 비싼 집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폭탄을 맞게 생긴 탓이다.정부는 21일에 발표할 공급대책까지 거론하며 이번 조치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반토막 대책으로 평가했다. 일시적 집값 안정은 기대되지만 전월세 가격 상승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인상과 대출 전면 금지를 임대료 인상으로 대처하는 등의 조세전가는 불문가지인 것이다. 거래축소에 따른 경기부진은 더 달갑지 않다.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 집값이 더 오르는 기현상이 이번에 재연되지 않을지도 주목거리이다. 정책이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다지만 9·13대책의 성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따른 출구전략부터 담았어야 했다.

2018-09-16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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