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문화재단, 전문성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설립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와 이천시가 문화재단 설립 계획을 밝히고 추진중이며, 인천시 연수구를 비롯한 구군이 문화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다. 기초문화재단 설립이 본격화 하게 된 배경에는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그 근거가 명시되어 있고, 사실상 지역문화재단을 지역문화진흥사업의 수행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 추세라 할 수 있다. 문화재단을 설립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지역문화가 환골탈태할 리는 없다. 오히려 여주시의 경우처럼 문화재단 사업이 새로운 갈등과 논란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을 보면 문화예술관련 시설은 일정 수준으로 확충해왔으나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아 내실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반 시설에 비해 서비스는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지체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어 문화 전문기구의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새로 설립된 문화재단의 공통적인 문제는 재단설립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업계획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기본 사업계획이나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고 기초자치단체가 해온 사업을 그대로 이관하여 추진하는 문화재단은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지역문화재단은 설립 전에 정부와 지자체 역점 사업을 고려한 청사진부터 제시해야 한다. 문화재단의 중요한 목적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확대하고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문화재단의 대표이사와 이사진은 철저히 역량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구성해야한다. 재단 사업은 지역특성화를 지향해야 하지만 재단의 임원을 지역인사 일색으로 채용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재단 임원을 지역유지 중심으로 구성한 기초재단의 경우 불협화음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성보다 이해관계에 얽매여 사업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 다양성이 중요한 문화사업의 획일화를 초래할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문화재단을 공무원들의 자리 보전용으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 문화단체에서는 퇴직 공무원을 채용하여 지자체의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에 개입하거나 실무자로 일하면서 재단 채용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8-08-29 경인일보

[사설]'있으나마나' 인천의 소방시설과 비상경보시설

스프링클러는 화재발생 시 가장 먼저 작동하는 화재진압 설비다. 현행 소방법은 화재의 초기 진압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했다 하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55건에서 2014년 63건, 2015년 61건, 2016년 86건, 그리고 지난해 99건으로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천지역의 경우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2013년 4건에서 2016년 8건, 지난해 10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49건 중 10건의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그 비율이 20%선을 넘어섰다. 화재경보기 등 비상경보시설 또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경보시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에 있는 작업자에게 화재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장치다. 연면적 400㎡ 이상, 50명 이상 근로자가 작업하는 시설 등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전국적으로 1천509건 중 25.1%인 380건의 화재에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와 마찬가지로 인천지역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비율 또한 전국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인천지역의 경우 비상경보설비가 설치된 곳에서 81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중 41.9%인 34건이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지난 21일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를 빚은 인천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 때도 스크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시작된 4층 천장에 1천18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돼 있었으나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불과 두 달 전에 받은 종합정밀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시설이다. 화재 초기에 비상경보시설이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업체와 직원들 간에 진술이 엇갈리는 등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이들 소방시설이 점검결과대로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인명피해를 막거나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대대적으로 안전점검을 해본들 형식적이고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불행한 참사도 되풀이될 것이다. 사업장의 경각심 제고와 함께 소방안전 점검 주체들의 투철하고 남다른 소명의식이 요구된다.

2018-08-29 경인일보

[사설]혁신성장 가로막는 이상한 규제 모두 걷어내야

맨 땅에 스마트 팜(식물공장) 시설이 설치·운영된다. 농민들은 비만 오면 청개구리처럼 발을 구른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온도와 습도를 원격조정하는 첨단 농업시스템을 농업진흥구역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규제 때문이다. 기업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과 비료를 살포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했지만 공장시설을 만들 수 없는 이상한 법에 막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아직도 군사보호구역 내에서 개발행위를 하려면 수십 일 군부대를 쫓아다녀야 한다.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려면 당국의 허가는 물론 고령의 농민들이 지구과학을 공부해 자격증을 얻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지난 27일 판교에서 중앙부처와 경기도 공무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기지역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례들이 생생하게 증언됐다. 한 업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비료를 주입하는 '자동주입기'를 개발했다. 업체는 이 제품을 개발한 연구시설을 일반공장으로 전환해 대량생산을 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당 제품이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를 기존 제조업에 융복합한 제품도 첨단업종에 포함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관련 업계는 주장한다.현행법은 고정식 온실과 버섯재배시설은 농업진흥구역내 설치를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첨단 작물재배시설인 스마트 팜은 제외하고 있다.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 위에 관련 시설이 설치됐다는 이유다. 성남시 판교 일대는 2017년 자율주행 시범단지로 지정됐지만 자율주행 버스는 운행할 수 없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판교지역만이라도 규제 적용 지역에서 제외시키는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면당하고 있다. 군사보호구역 내 건축물 용도변경 시 관할 군부대와 협의토록 한 규정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는 수십 년째 허공을 맴돌고 있다.과거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아내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빼내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 성장과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속도는 느리고 강도마저 약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할아버지 농민이 지구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상한 규제'와 수십 년 아우성인 '한심한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혁신성장은 공염불일 뿐이다.

2018-08-28 경인일보

[사설]470조 超 슈퍼예산안 국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길

어제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470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 초 슈퍼예산은 증가율이 올해 대비 9.7%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탈출해야 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엔 예산 500조원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정부는 늘어난 예산을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중점 편성했다. 일자리엔 올해 19조2천억원보다 22.0% 늘려 사상 최대인 23조5천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증가율 12.6%의 2배에 가깝다. 이 예산으로 보건복지 분야 등에 올해보다 6만개 늘어난 9만4천개 창출을 지원하고, 관제 일자리라 할 수 있는 경찰, 집배원 등 현장인력을 중심으로 2만1천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세금으로 공무원을 더 많이 뽑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예산은 162조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2.1%인 17조6천억원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복지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34.5%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초슈퍼예산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금(국세와 지방세)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올해 추경안 기준 19.2%에서 내년 20.3%로 높아져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이 크게 증가한 만큼 국민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나마 지금은 세수가 호조를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갑자기 나빠져 세수여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재정 건전성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지 걱정이다.J노믹스는 이같이 돈을 먼저 뿌려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성장을 견인할 뚜렷한 요인이 없는 지금 돈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다급함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세금이 잘 걷힌다고 해서 나라 곳간에 기대어 마구 돈을 풀어 대는 게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이미 문 정부가 일자리에 54조원을 투입했으나, 고용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아무리 재정을 풀더라도 효율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이유다. 이번 정부 예산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이제 국회가 할 일이 많아졌다. 따질 건 따지고 뺄 건 빼는 등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2018-08-28 경인일보

[사설]지역공동체 의미 일깨운 송도 '벨기에 문화축제'

'제1회 벨기에 문화축제'가 지난 24~2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외국 명문대학 공동캠퍼스인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개최됐다.벨기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는데,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해 있는 한 대학인 '겐트대 글로벌캠퍼스'가 주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벨기에 문화축제는 크게 음악 공연, 미술 작품 전시, 전문가 강연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먹고 놀고 즐기는 축제와 달리 행사 프로그램 곳곳에는 '벨기에 문화'가 스며 있었다. 비바람 등 궂은 날씨 탓에 첫날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았지만, 둘째 날엔 약 2천석 규모의 인천글로벌캠퍼스 대공연장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고 한다. 좌석이 부족해서 계단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봤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짐작된다.현재 인천글로벌캠퍼스에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비롯해 한국뉴욕주립대, 한국조지메이슨대 등 5개 대학이 입주해 있다. 이들 대학은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연구 프로그램, 산학연 협력사업, 봉사활동 등 일부 분야에 한정돼 있어 충분치 못하다. 송도에 이들 대학이 있는 것을 모르는 인천시민도 적지 않다. 그동안 대학들이 지역사회보다는 입학생 모집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의 벨기에 문화축제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올해 행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간다면, 인천의 좋은 축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송도에는 해외 명문대학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와 외국인투자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관·기업은 중앙정부 또는 인천시 지원을 받거나 조성원가 수준으로 부지를 얻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이다. 별도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물론 대학은 교육과 연구, 국제기구는 국제협력 활동, 외투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주요 역할이지만,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도 있다.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관·기업들이 그들의 재능과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인천시도 기관·기업을 유치하는 데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이들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18-08-27 경인일보

[사설]돌아온 '올드 보이'들과 한국 정치의 미래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 등 정치권에서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이들의 협치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경륜을 바탕으로 정치력을 발휘하여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아집에 빠져 오히려 협치의 걸림돌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는 물론 국회와 당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차기 대선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남용한다면 기득권 정치는 더욱 강고해지고 개혁은 더 멀어지게 된다. 지난 촛불혁명은 국정농단 단죄 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부조리와 부패를 혁파할 수 있는 구조적 변혁을 요구했다. 적폐청산이 국민적 지지를 얻었으나 지방선거 이후 촛불로 상징되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욕구와 시민적 에너지는 점점 소진되는 분위기다. 이는 고용악화와 소득 양극화의 심화가 통계지표로 나타나면서 당면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난 해소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개혁동력의 약화와 연관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사회개혁은 여야와 이념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권이나 개혁을 외쳤지만 지지율은 급전직하하고 개혁은 기득권의 이해 앞에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인사들은 화려한 정치적 경력에 걸맞게 누구보다도 개혁을 앞장서서 주장했던 인사들이다. 이들이 여야로 나뉘어서 자신들의 이해와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정치공학에 매몰된다면 주어진 임기조차 채우지 못 할 수 있다. 내년에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정당 대표들이 대선 등 눈 앞의 정치적 이익을 의식한다면 대권은 커녕 불명예 퇴장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치적 입장과 이념적 위상을 넘어서 지난 날의 경륜과 능력을 발휘한다면 상생의 정치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올드 보이'의 귀환이 한국정치에 새로운 기원을 열고 개혁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08-27 경인일보

[사설]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새로 선출된 당 대표는 21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는 물론 문재인 정부 집권 2기를 맞아 집권당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추천하고 당선시킨 집권당이다. 그러나 역대 여당들과 마찬가지로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청와대의 종속변수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최근 경제는 고용난과 함께 소득분배 악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이 청와대와 내각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현 정권이 지향하는 가치와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한 정책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한국 대통령제의 속성상 청와대가 당과 내각을 제치고 만기친람 리더십을 보이면 권력 내 긴장과 견제가 무너지고, 종국에는 실패한 정권으로 남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권으로서 소득의 양극화 해소는 물론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한 구조를 혁파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용지표의 악화와 경기침체로 소득주도성장이 흔들리고, 이는 개혁 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선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사이에서 여당으로서 분명한 방향을 세워야 한다. 고용과 분배 구조의 악화를 해소하지 못하면 어떠한 개혁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고용 등 경제난으로 지금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지금의 경제악화는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가 당면한 문제 중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정치개혁이다. 지금의 선거제도와 정치제도로는 적대적 공존에 입각한 거대정당들만이 살아남는 구조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표의 발생으로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선거제도의 개혁으로 정치신인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소수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표에 비례해서 원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집권당으로서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치를 이끌어 내는 일은 문재인 정부 2기의 개혁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해찬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인식하여 당권경쟁에 패배한 주자들과 함께 계파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2018-08-26 경인일보

[사설]재정건전성 전제한 소득주도성장이어야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현 정부의 '사람중심경제' 공약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이었는데 최근의 참담한 고용성적은 설상가상이었다. 1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천명 늘어나는데 그쳐 8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언론들은 고용참사라며 '일자리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란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친문좌장으로 정권 잡은 지 1년3개월이 지났음에도 모든 잘못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데 대해 민초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총 57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금년 2분기 빈부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인데 실정의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야당은 한목소리로 정책실패로 규정하고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경제는 불균형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를 통해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달성했지만 대기업 중심기조가 오래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제는 한국형 고도성장이 약발을 다해 경제패러다임을 전환할 때여서 대안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하는 포용적 성장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재벌독식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J노믹스를 좀 더 지켜봐줄 것을 요구했다. 지금은 비록 고용지표가 하락하지만 상용근로자수 점증과 기계지출 및 소비 가증 등 긍정적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향후 일자리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경영안정의 마중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수년째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하게 올린 것이 고용시장을 급격하게 악화시킨 원인이라 입을 모은다. 시행 1년 정도여서 평가 내리기도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전환보다는 보완 필요" 지적에 눈길이 간다. 국민들의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를 유념해야 한다.

2018-08-26 경인일보

[사설]이재명의 공공건설공사비 절감 제안 타당하다

경기도가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의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겠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을 정식 건의했다. 건설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산절감 효과를 확신하는 이 지사의 신념이 행안부를 통해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현행 행안부 예규는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는 '표준품셈'을 적용하고 있다. 표준품셈은 품셈에서 제시한 수량(재료, 노무, 경비)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이다. 반면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을 적용해 완료한 공사에 계약단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직접공사비를 의미한다. 시장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가격이 표준품셈 보다 낮게 산정되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라고 한다.도가 현재 진행중인 100억원 미만의 공공건설공사 중 무작위로 3건을 집어내 두 가지 셈법으로 공사예정가를 계산한 결과는 놀라웠다. 오산소방서 신축공사는 표준품셈으로는 76억412만원, 표준시장단가로는 73억499만원으로 3.9%인 2억9천913만원 차이가 났다. 진위~오산시계 도로확포장공사는 표준품셈 49억1천517만원, 표준시장단가 44억1천617만원으로 무려 10.1%인 4억9천845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경기도청이 발주한 100억원 미만 공사는 1천661건으로, 표준품셈에 따라 지급한 공사비 총액은 2천98억원이었다. 이 지사는 "이를 표준시장단가로 공사예정가를 산출했다면 적어도 81억원(3.9%)에서 많게는 211억원(10.1%)의 공사비를 아낄 수 있었다"며 지방자치단체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이 지사의 주장은 논리가 타당하고 명분이 뚜렷하다. 공공건설공사비의 재원은 세금이다. 최대한 아껴 쓰는게 맞다. 물론 지역 건설업 진흥, 공사품질 보장 등 행안부가 100억원 미만 공사에 표준셈법을 적용한 정책목표는 있을 것이다. 이 지사는 이에대해 성남시장 시절 표준시장단가를 도입한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행안부는 이 지사가 제안한 공공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제 전면실시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경기도의 제안이 실현돼 중앙과 전국에 적용될 경우 예산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겠지만,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아끼자는 명분이 더 커보인다.

2018-08-23 경인일보

[사설]의료폐기물 처리업체의 갑질 바로 잡아야

경기·인천지역 종합병원의 의료폐기물 처리를 독점하는 업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수거된 폐기물 처리를 거부해 논란이다. 운반업체들은 이런 횡포로 병원과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종합병원들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궁금해 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운반업체들이 처리업체의 부당 처사에 맞서 집단으로 수거를 거부할 경우 '의료 폐기물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폐기물 관련법에 따르면 종합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지정폐기물로 분류돼 병원과 수집운반업체, 처리업체 3자가 계약을 맺고 처리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130여 개 종합병원에서 발행하는 폐기물은 연간 8만3천t에 달한다. 13개 수거운반업체에 의해 처리장으로 옮겨진 폐기물은 경기도 내 특정 업체에서 독점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런데 이 처리업체가 일부 운반업체들이 가져온 병원폐기물 처리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운반업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반입이 금지되면서 병원과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6개 업체가 종합병원과의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전해졌다.도내에는 폐기물 처리업체 1곳이 더 있었으나 최근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업체들은 해당 업체가 폐기물 처리를 사실상 독점하게 되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린다고 주장한다. 특정 업체들을 밀어주기 위해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업체가 폐기물 처리는 물론 수거운반까지 직접 맡겠다는 구상 아래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회사가 직영으로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을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영업행위다'라는 회사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이 업체가 의료폐기물의 수거운반까지 장악할 경우 비용 인상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의료폐기물 처리업체가 수거운반 업체를 가려 반입을 막는 일은 불공정 행위다.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 수거운반 업체들은 독점업체의 갑질이라며 집단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병원들은 불안한 눈으로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다행히 한강유역환경청이 처리용량 초과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위탁처리를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관련 당국이 위법사실을 인지한 만큼 즉각 실태조사에 나서 비정상을 바로잡기 바란다.

2018-08-23 경인일보

[사설]남동산단 화재 구조적 원인부터 규명해야

안타깝고 어이없는 화재사고가 또 일어났다. 21일 오후 인천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로 노동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 7명은 화재 완전진화 후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2명은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불길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사망했다. 이번 화재사고는 소방당국이 비교적 신속하게 출동해 진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9명의 사망자가 발행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일전자 회사측의 안전불감증이 비극적 화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일전자 공장 내부에는 주요 생산품인 휴대전화 부품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인화 물질과 제품 포장용 박스가 빼곡히 쌓여있던 탓에 불이 급속히 확산됐고, 이로 인해 유독가스도 대거 발생해 인명피해 규모가 컸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선발대가 신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작업장에 갇힌 근로자들을 구출하지 못했다.회사측은 회사 건물 각층에 소화전과 소화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으며 지난달 한국소방안전원으로부터 소화설비 관련 검사를 받았고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장 내 저장소 4곳에 위험 물질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폭발 인화성이 강한 위험 물질 관리 상태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20~40대 근로자들이 계단이나 옥상, 창문등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작업장에서 사망한 것도 의문이다. 비상계단과 화재 탈출구가 확보되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맹독성 가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구조적 요인도 규명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남동산단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큰불이 나 3명이 다치고 5억여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냈으며, 안산시 시화산단의 단열재 제조공장에서도 큰불이 났다. 공장 건물 구조에 대한 진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건물인데 가연성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샌드위치 패널구조 공장은 남동산단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

2018-08-22 경인일보

[사설]수도권 관통 태풍' 솔릭', 대비 만전 기해야

중심기압 950 hpa(헥토파스칼), 순간 최대 풍속 43m의 19호 태풍 '솔릭'의 수도권 통과가 확실시 된다. 괌 부근에서 발생한 '솔릭'은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오늘 밤늦게 충남 해안에 상륙, 북북동진해 수도권을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전체가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 경로와 가까운 해안과 산지에서는 초속 40m(시속 144㎞), 그 밖의 지역에서는 초속 20∼30m(시속 72∼108㎞)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만반의 준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현재까지 '솔릭'은 중급 태풍의 위력을 보였다. 하지만 여러모로 2010년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준 태풍 '곤파스'와 경로와 성격이 매우 흡사하다. 2010년 9월 강화도에 상륙한 곤파스는 최대 풍속이 초당 24m, 강풍 반경은 180㎞의 '소형 태풍'이었다. 하지만 수도권을 지나면서 사망·실종자 18명, 이재민 1천300여 명, 재산 피해 1천670여 억원을 냈다. 기상청은 '솔릭'이 곤파스보다 더 큰 피해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륙에 머무는 시간이 이틀이나 되고 예상 강풍 반경도 약 300㎞로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속도가 느려질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 그리고 도내 지방자치단체와 유관 기관은 24시간 비상 근무태세에 돌입했다. 각 지자체마다 재난문자서비스, 지역방송, 재난전광판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를 통해 재해위험지구, 해안가, 급경사지, 절개지 등에 대한 사전 예찰을 시행하고 있다.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솔릭'은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고 있다. 특히 한 달여 지속한 폭염으로 인해 28℃ 안팎으로 데워진 고수온 해역을 따라 이동하면서 세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태풍이 지날때는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이 인명 피해의 주요 요인이다. 이럴 때 일수록 재난 예 ·경보에 귀 기울이고 가능하면 외출은 삼가는 게 좋다. 또한 어떤 재난이든 빈곤층이나 노약자, 농어민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늘 컸다. 지자체는 이런 점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방재 당국도 '솔릭'으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상정하고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2018-08-22 경인일보

[사설]지방의회 보좌관제 도입, 자기반성 선행돼야

이용범 인천광역시의회 의장이 '정책지원 보좌관제 도입 등을 위한 지방의회법 조속 제정 촉구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에 각각 제출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된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를 대표해서다. 인천시의회가 마련한 이 건의안은 최근 대전에서 열린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채택됐다. 날로 복잡해지고 전문화하는 지방행정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예·결산의 실질적 심의를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보좌관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늘어나는 민원의 대응과 해결 필요성도 도입 주장의 중요한 논거가 된다. 건의안은 이와 함께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감사기구의 지방의회 이관, 단체장 예산 재의요구권 폐지, 부단체장 임명동의 및 해임건의권 확보 등도 건의했다.광역지방의회의 보좌관제 도입 요구는 상당한 타당성을 갖춘 것이 사실이다. 국가 총 지출 중 지방 지출이 늘고 있고,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확대로 인한 지방사무도 증가 추세다. 지방의회를 향한 지역민들의 요구 또한 급증하고 있다. 반면 지방의회가 시·도 집행부에 행정정보를 의존하는 정도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시·도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낳는다. 정부와 각 정당도 지방의회의 보좌관제 도입 요구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2013년 당시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은 유급보좌관제 연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에는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보좌관제 도입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2월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의회법 제정안은 현재 상임위에 올라와 있다.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에도 보좌관제 도입 요구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지방의회 스스로의 책임이다. 지방의원들의 끊이지 않는 추문과 수준 이하의 언행은 계속해서 자질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시·도 집행부에 대한 안하무인격 태도, 의원직의 자기사업 방패막이 활용, 예산낭비의 대명사가 된 관광성 해외시찰은 주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대표적인 '갑질'이 됐다. 이런 마당에 보좌관제를 도입하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원 개인을 위한 수행비서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와 의원들 스스로 이런 여론부터 돌려놓아야 한다. 자기반성이야말로 제대로 된 해결책이다.

2018-08-21 경인일보

[사설]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기업경영 위축 안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권만 인정해주던 '전속고발권' 일부가 37년 만에 폐지된다. 이로써 가격 짬짜미 등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 앞으로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합의안에 따르면 검찰과 공정위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되 가격 담합, 생산량 조절, 시장분할, 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이 '전속고발권'과 무관하게 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속고발권은 잦은 형사 고발과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탄생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공정위가 재벌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전속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시민단체들도 공정위가 대기업을 상대로 고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대기업 횡포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번 합의로 검찰은 실리를, 공정위는 체면치레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업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더 걱정이다. 기업은 벌써 이번 합의안으로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우선적 조사권은 그대로 유지돼 검찰과 공정위 양쪽으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선 이중조사는 물론, 압수수색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도 받게되는 등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검찰과 공정위의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기업 간 가격 담합 등 죄질이 무거운 카르텔에 대해서는 검찰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또 담합 자진신고 시 감면해 주는 이른바 '리니언시' 정보를 공정위와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내부비리 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가지게 됐다. 이를 가지고 검찰이 공정위와 아무런 상의 없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두 기관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고발이 남발될 가능성도 높다. 그럴경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후속 논의때 부각될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18-08-21 경인일보

[사설]친문경쟁 구태를 벗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으나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난과 함께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국민연금 문제, BMW 자동차 화재 등 현안에 대응하는 당정청의 늑장대응은 물론 당권 주자들이 정치개혁과 사회경제 개혁 등의 정책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경제는 최악의 국면이다. 7개월째 고용대란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 7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취업자 수는 지난 해 7월보다 5천명 증가에 그치는 충격적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취업자 증가 폭도 10만 명 안팎에 머물러 2010년 1월 외환위기 여파로 1만 명 감소 이후, 8년 6개월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타파할 진단과 비전은 물론 당청 관계, 야당과의 협치 등 각종 개혁 의제들은 뒷전이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소관계가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몰락한 박근혜 정권의 진박 논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 이후 당의 지지율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당대회 투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85%, 국민과 당원이 15%의 비중을 갖는다. 권리당원은 73만명이고 대의원은 1만7천명으로 권리당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권리당원 중 친문성향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친문경쟁구도가 집권당 전당대회의 결정적 변수가 되고 만 형국이다.고용지표의 악화는 사회경제 구조의 개혁을 위한 법적 제도화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당정청이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당이 중심을 잡고 경제난 해소와 개혁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 집권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청와대와 수평적 당청 관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여당은 청와대와 내각에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고 야당과의 협치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문경쟁에서 벗어나 과거 청산과 함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전대가 되도록 당권 주자들과 대의원, 당원 등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계파 줄세우기의 구태정치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전당대회를 기대한다.

2018-08-20 경인일보

[사설]인천에도 지능형 화재 대응시스템 도입해야

화재 취약지역에 대한 인천시의 대응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 화재 대응책을 물으면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해명도 한결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안전의 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을 안전의 날로 정한 것은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4일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정부의 기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행정안전부는 20일부터 오는 10월 5일까지 '2020년 재난안전연구개발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안전과 관련한 분야 중 첫째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국민 체감형 재난 안전서비스개발'이다. 미국의 경우 45년 전인 1973년 화재안전대책으로 '아메리카 버닝 리포트'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시민과 소방요원들의 손실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권고안으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화재 빈도와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 특별조사·통합정보 구축사업'에 나섰다. 인천시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전통시장과 3천570여개 점포가 위치한 지하도상가 15곳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중 부평 지하도상가는 총면적 2만6천974㎡에 출입구만 31개, 1천개의 점포가 몰려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인천 지하도상가 화재 발생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지능형 화재 대응 시스템 도입이 시급한 이유이다. 서울시는 이미 모든 지하도상가와 전통시장 등에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지능형 화재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센서가 5초간 연기나 열을 감지하면 곧바로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점포명과 위치가 통보된다.그런데 이 시스템을 둘러본 인천시 관계자들이 "설치와 운영비(예산)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밝혔다니 황당하다. 인천시의 지하도상가특별회계 규모 200억원에 비해 15개 지하도상가에 서울형 화재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은 13억원 정도라고 한다. 예산부족을 앞세우기 민망한 액수다. 예산 타령하며 할일을 미루는 사이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그때도 예산 핑계를 댈지 의문이다. 화재 등 대형재난 대책은 하면 귀찮고 안 하면 편한 일거리가 아니라 시청의 당연한 의무이다.

2018-08-20 경인일보

[사설]국민 인내심은 바닥났는데 믿고 기다려 달라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19일 첫 주말 긴급 당정청 회의를 가졌다. 지난 17일 통계청 발표로 확인된 고용참사 실태에 놀라 만든 긴급회의다. 시장에서 끊임없이 발신한 고용대란 경고에도 반응이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긴급회동은 당정청이 고용대란 상황을 심각하게 수용한 첫 사례다.그러나 고용참사의 원인은 경제구조 탓으로 돌리고 해법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생산 가능 인구의 본격적인 감소와 조선·자동차산업 등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취업자 증가가 제약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경제가 활력을 띠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장담했다.민주당은 장 실장의 입장을 엄호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일자리 창출 잠재력 저하가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이자 과제였다며, 문제의 해법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가장 앞에 세웠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주문했고, 장 실장은 청년, 노인, 저소득층 소득확대를 위한 예산편성 약속으로 화답했다.이날 회의의 결론을 압축하면 당정청은 현재의 고용대란 사태에 대해 책임은 통감하나 정부 경제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의 진통에 불과하니, 필요한 재정투입을 늘려 현 경제정책 기조를 강력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그동안 추진했던 경제정책의 효과를 살펴 필요하면 수정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청의 확고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유지 의사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결국 이번주 자영업자·소상공인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부재정 투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년 고용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12% 이상 늘어난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가 는다고 장담했지만, 정반대의 부작용을 틀어막느라 막대한 재정을 퍼붓는 양상이다.이날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는 정작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재정투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만회할 현 정부의 유일한 대안인데, 당정청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부작용을 변명하고 땜질하는데 주력했다. 장 실장은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국민의 인내는 이미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8-08-19 경인일보

[사설]용두사미 된 진에어 면허취소 호들갑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가 '물컵'갑질 족쇄에서 풀려났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와 에어인천의 항공운송사업 면허취소를 철회한 것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미국인 신분으로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4개월 만이다.현행 항공사업법에서는 외국인이 임원으로 재직할 경우 해당 항공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항공업체 지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조 에밀리 리(조현민)씨가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던 사실이 금년 4월에 밝혀진 것이다. 러시아 국적의 수코브릭 씨는 2012년 5월~2014년 11월 에어인천의 등기임원이었다.'갑질'적폐 척결로 인한 사회경제적 이익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란다. 면허취소시 양 항공사의 임직원과 가족 수천명이 한꺼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불편, 소액주주 피해, 실적 하락 등 국내 항공산업 발전 저해도 걸림돌이었다. 국토부는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대신 경영문화 개선 때까지 신규 노선 허가 및 신규 항공기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진에어는 지난 14일 감독 당국에 '경영문화 개선방안'을 제출했는데 권위적이고 상명하달식 관행 근절차원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투명경영을 약속했다.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건의 본질인 패악질 경영징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가볍게 처신했던 정부의 책임은 더 크다. 국토부가 한진그룹 오너 경영인들의 갑질을 질타하라는 여론에 떠밀려 진에어 직원과 소액주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감독 당국의 태만(?)은 압권이다. 조씨가 임원으로 재직하던 6년간 진에어는 3번의 면허변경 신청을 했지만 국토부는 위법 사실을 잡아내지 못하다가 올해 4월에야 겨우 파악했단다. 외국인 등기임원 1명이 과거 재직했다는 이유로 항공사 면허취소 운운에 전문가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정부는 국민들의 공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흐지부지 마무리했다는 인상이 짙다. 국토부의 다음달 '칼피아' 대책 발표도 국민들은 간보기로 의심하고 있다. 진에어는 국내 저가항공의 쌍끌이 엔진으로 올해 상반기에 역대 최고의 경영실적을 올렸는데 이미지 추락이 고민이다. 진에어 면허유지 늑장 결정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2018-08-19 경인일보

[사설]겨우 봉합된 인천 광역버스 대란, 숙제는 남았다

대규모 교통대란이 우려됐던 인천시 광역버스업체들의 운행포기 시위가 겨우 봉합됐다. 16일 인천시는 6개 광역버스 업체가 노선 폐선 신고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신고 철회를 안하면 노선을 폐지하겠다는 인천시의 강경한 태도에 업체들이 물러선 것이다. 시는 업체와의 협상과정에서 노선이 폐지되면 광역버스 노선을 공영제로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업체들에게는 사업면허를 반납받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표면적으로는 인천시가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으로 업체들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노선폐선 시위에 내포된 문제점은 그대로 남았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미봉에 그친 것으로 봐야 맞다. 따라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여력과 단체장 의지에 따라 중구난방식으로 운영중인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이 당장 진행돼야 한다.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지가 관건이다. 인천시는 광역버스 공영제 도입도 불사하겠다며 업체들의 반발을 봉합했지만, 실제 광역버스 공영제를 실시할 재정여력이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시는 지난해 700억원 대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보조금이 올해 1천억원으로 늘어난 것만도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여기에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시키면 준공영제 유지 비용은 훨씬 확대될 것이다. 또한 준공영제 사각지대의 버스업체들의 경영난과 이로 인한 경영포기가 현실화하면, 이에 대비한 예산부담 또한 확대될 것이다.결국 국토부가 검토한대로 준공영제 실시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특히 광역교통으로 얽힌 경기·인천·서울의 특수한 사정을 해결하려면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이 시급하다. 광역교통청을 국비지원의 통로로 활용해 수도권 광역버스의 전면 준공영제를 실현시킬 수 있다. 대신 수도권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권역별 버스 운영 방식을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된다.이 과정에서 세금인 적자 보조금을 눈 먼 돈으로 여기는 버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원천봉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에 인천 광역버스 업체들은 시가 노선폐지 수용의사를 밝히자 뒤로 물러났다. 사업 자체를 포기할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인 경영개선 노력 없이, 국고지원에 무임승차하려는 업체를 걸러낼 수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2018-08-16 경인일보

[사설]총체적 부실 드러난 한전 전기보일러 교체사업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심야 전기보일러 교체사업비'가 업체의 과장 광고와 함께 부실시공까지 드러나 농어촌지역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한전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한전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7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심야 전기보일러 사용고객과 신규 신청 고객에 한해 심야 전기보일러(히트 펌프 보일러)를 교체했다. 교체 비용은 대당 가격의 25%에 해당하는 설치금으로 200만(10㎾ 이하)~250만원(15㎾이하)을 지원했다. 한전의 지원으로 삼성전자와 캐리어 등은 지난 2년간 2만1천972대의 히트 펌프 보일러를 전국에 설치·보급했고, 한전은 올해에도 300여억원의 예산을 통해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제조·판매사가 제품의 열효율을 60%대로 올려 과장 홍보 영업을 했던 것이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잦아지자 한전은 기존 설치된 히트 펌프 보일러 1천여대를 조사해 결국 열효율이 30%대에 그친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적으로 3만여 대가 설치된 것으로 추산되는 히트 펌프 보일러는 평균 사용기간을 10~15년으로 고려해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전기료는 큰 금액이다.한전이 소극적으로 일관한 사이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에는 시공사인 제조사들이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부실시공을 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보일러를 내부에 설치하지 않고 배관을 외부에 노출했고, 히터 봉에 전기를 불법 투입하는 행위까지 벌였다. 또 기계설비면허나 난방시공 1종 면허를 보유한 자격자가 시공해야 함에도 무자격자가 설치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부실시공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한전은 지난해 11월 이 사실을 알았지만, 이의 제기한 소비자에 한해서만 원상 복구해줬다. 게다가 한전은 "설치는 제조사의 몫이고 소비자 피해는 제조사의 책임"이라고 전가해 소비자들을 화나게 했다. 소비자들은 한전이 낮은 열효율과 부실시공을 인지해 놓고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이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다. 한전은 지금이라도 이번 히트 펌프 보일러에 대한 전수 조사는 물론 제조사 측에 대한 손해배상도 물어야 한다. 아울러 한전이 직접 나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조사와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8-08-16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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