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경기교육 어디로 가는가?

정부의 대입제도개편이 본격화되면서 경기꿈의학교와 꿈의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솔직히 입시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경기교육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대입제도개편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수시·정시의 의미에서 경기꿈의학교 가치가 존속이냐 폐지냐로 나눠지는 양상이다. 해법과 대안,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교육의 미래는 종잡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정시 확대,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공교육과 사교육의 대립도 뜨겁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의 학원일요휴무제가 어떤 파격적인 공포로 각인될지 그 또한 지켜봐야 하는 형국이다.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더 확대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이런 문제점도 여론의 향배가 아니라 용역을 통한 연구결과로 대입제도를 개편했다면 어땠을까. 수시60, 정시40의 혼돈이 사교육 재수시장을 확산하는 등 논란은 남아 있다. 방법론이 어떠냐가 아니라 명분을 찾는 대입제도가 되길 바라지만, 현 제도는 각개전투 모양새로 달리고 있으니 걱정이다.1년 3개월 만의 대입제도 전면 재수정, 무엇을 의미할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한 개편이 아닌지 묻고 싶다. 대입에서 수능 정시는 점수순으로 줄을 세워 대학에 진학하는 공정성의 단면을 갖고 있지만 수시전형의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실에서 답을 찾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등 누구에게도 기회를 열어주는 전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입제도개편이 수도권 학생만을 위한 잔치가 아닐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본질적으로 해석을 달리하는 두 전형의 방법을 놓고 경기교육은 수시전형의 비율을 그대로 두고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입으로 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르다.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나뉘어 상대방을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로 보이기 때문에 따가운 여론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등 발 빠른 개편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이미 경기교육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고, 새로운 대안이나 정책연구는커녕 눈치만 보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학생중심 현장중심의 경기교육이 오히려 학생을 외면한 채 일방통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모든 것은 교육의 본질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 중심에 경기교육의 꿈의학교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학교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학생을 도와야 하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줄 수 있는 진로진학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꿈의 현실은 구체적이지 못해 아쉽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경기교육의 모습에서 미래교육을 찾고, 미래교육의 변화에서 다시 꿈의학교를 외쳐야 하는데, 현실은 줄세우기 형국으로 비쳐진다. 애초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꿈의학교가 누굴 위한 정책으로 확산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되짚어 봐야 한다.일부 학생들을 위한 경력관리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양새와 참가실적인정 및 참여시간의 학생부 등재라는 미끼까지 존립 자체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재 경기도의회 예결위에 제출된 전액 삭감부분도 논란의 불씨도 경기교육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 집행부의 불통에서 시작된 삭감 논란, 왜 도의회 의원들이 항의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관련 기관에서 꿈의학교 삭감과 관련해 의회 의원이 잘못한 것으로 포장해 보도되고 있고 실질적으로 도교육청의 집행부가 잘못한 상황을 왜 외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2015년부터 진행된 꿈의학교가 5년간 무엇을 했는지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지 못하는 등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2018 OECD 국제학업성취도 조사에서 학생 삶 만족도는 71개국 중 65위로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꿈의학교가 학생의 삶이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학생 스스로 정신의 핵심이라는 '꿈의학교'가 올해 1천868개로 급증했고, 작년 1천140개에서 728개나 늘어났다. 이처럼 경기교육은 꿈의학교에 대해 꿈만 같다고 홍보하는 등 열을 올리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반대다. 학교 밖으로 학생을 내몰 곳이 많아져서 꿈만 같다는 것인지, 학생이 학교의 교육과정이 아닌 학교 밖으로 나가야만 꿈을 찾는지 학부모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작년 1천140개의 꿈의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총 167억6천만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참여한 학생은 고작 2만9천239명이었다는 조사결과처럼, 꿈의학교는 경기교육 초중고생 152만명 중 고작 1.9%만이 누렸다. 결론적으로는 꿈의학교를 늘리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꿈의 학교에 대한 운영 실태와 용역을 통한 연구결과에 따라서 개선될 부분은 개선하고 변화돼야 할 부분은 재수정하는 등 새로운 변화의 모색이 필요하다./경기도의회 의원 추민규추민규 경기도의원

2019-12-11 추민규

[노트북]'신세계'급 영업비밀

희미했던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의 윤곽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부총리와 도지사, 신세계그룹 부회장까지 사업 예정지에 총출동해 대대적 사업 '비전'까지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아시아 최고' 글로벌 테마파크를 2031년까지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짓겠다는 것. 두 번 무산된 뒤 벌써 세 번째 추진되는 사업인데도 주민들은 물론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식지 않는다. 개발도 안 되는 주변 그린벨트 땅값이 3년 새 4배 넘게 치솟았고 기획부동산 업자들마저 활개를 치고 있다. 겉으로는 현재 아시아 최고인 일본·중국의 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와 어깨를 나란히 할 테마파크가 경기도에 들어서고, 주민들과 부동산 시장은 이미 그 기대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직 아시아 최고 자리를 넘볼 만한 사업의 '알맹이'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공개된 테마파크 콘셉트는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놀이공원, '온 가족이 사계절 즐기는' 워터파크, '공룡알 화석지와 연계된' 테마공원, '장난감과 캐릭터로 꾸민' 키즈파크 정도가 전부다. 디즈니·유니버설 등의 마블히어로즈·겨울왕국 등과 맞설 수 있는 콘셉트인지, 얼마만큼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인지 모르겠다. 조만간 이 알맹이 없는 테마파크 사업의 일부마저 줄이고 미니 신도시급 주거단지 계획을 끼워 넣는다고 한다. 하도 사업이 무산되니 사업 시행자의 요청을 정부가 들어주는 모양인데, 중요한 건 나중에 테마파크가 지어졌을 때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콘텐츠다. 해외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신세계프라퍼티가 꼭꼭 숨겨 둔 '신세계'급 영업비밀이 있으리라 믿는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19-12-11 김준석

[기고]아동학대 대응체계 안정적 정착 위한 과제

전체 건수중 부모에의한 학대 76.9% 차지조사업무 지자체 이관 안전돌봄 강화해야사례관리 위한 법적근거 마련 반드시 필요복지부 일반회계로 안정적 예산확보 시급최근 훈육이라는 핑계로 보호자가 아동의 손과 발을 묶고, 수차례 폭행을 가한 후 방치해 5세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미혼모와 지인들에 의해 폭행을 당해온 3살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모두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아동학대 사건들이다. 보호자의 학대로 아동사망 사건이 반복하는 현실을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이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면서, 아동학대를 가족 간의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가정 내 체벌에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 이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건수가 전체 아동학대 발생 건수의 76.9%(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주요통계·2018)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정부는 지난 5월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포용국가 아동 정책의 추진 방향으로 설정하고,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주요 핵심은 시·군·구로 아동학대 조사권이 이관되고,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권을 갖는 것뿐 아니라 사례관리까지 전담해 사실상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인천시 옹진군과 남동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의 선도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조사권이 공공으로 이관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문적 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있다. 먼저 아동학대 문제의 조사업무를 수행할 시·군·구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배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민간이 수행해 온 조사업무를 신속히 이관해 학대피해 아동의 안전한 돌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례관리 전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의 임무를 수행할 법적 근거 마련과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필요하다.아동학대 문제는 학대요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이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대상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아동학대는 아동의 안전 확보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법적인 강제성이 부여된 사례관리가 이루어지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이와 함께 현재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예산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닌 법무부의 재원인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으로 지원되고 있어 안정적인 예산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일관적인 사업수행과 아동학대 대응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 외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확대 설치, 재학대 발생 예방을 위한 가족 기능 회복적 접근, 전문서비스 확충,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 등에 대해서도 이후 지속적인 논의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아동학대 예방사업은 지난 20년 가까이 민간의 주도로 이어왔다. 앞으로 공적 책임 강화와 전문적 사례관리의 필요성으로 인해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수많은 위험과 열악한 여건 속에서 피해 아동의 안전과 인권 옹호에 앞장서 온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시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는 아동보호 대응체계의 안정적 정착을 기대해본다./정근진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정근진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2019-12-11 정근진

[참성단]대우맨

기업이나 상품 등 어떤 조사대상의 이미지를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인화 기법'이라고 한다. 조사대상에서 떠오르는 성별, 연령, 옷차림 등에 관한 이미지를 취합해 하나의 인물형으로 도출해 내는 기법을 말한다. 가령 와인 강사들이 떫은 맛, 신맛, 단맛 등 각기 다른 맛의 와인을 소개하면서 '마초형'에서 '청순가련형'에 이르기까지 개성이 뚜렷한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일종의 의인화기법이라 할 수 있다.2003년 한 채용정보업체가 이 기법을 통해 당시 국내 6대 그룹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삼성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30대 초반으로 큰 키에 지적이고 세련된 전문직 남성'이 연상된다고 응답했다. '현대맨'에 대해서는 '40대 초반의 뚱뚱한 체형으로 투박하고 유행에 둔감한 생산직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물론 16년 전의 조사 결과인 만큼,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대우맨'의 이미지는 어떨까? 대우그룹은 해체된 지 몇 년 지난 터라, 당시 조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하지만 '대우맨'의 이미지는 어떤 형태로든 분명 존재했을 시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대우맨' 하면, '나이답지 않게 의리를 중히 여기는 중년남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의~리!'라는 말을 유행시킨 한 영화배우보다는 좀 더 묵직한 캐릭터다. 이러한 이미지가 각인된 것은 지난 2014년 경인일보와 인천경영포럼이 주최한 조찬강연회에서다. 이 강연회의 강사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었는데, 인상적인 것은 김 전 회장과 한솥밥을 먹던 많은 이들이 행사장을 찾아 김 전 회장을 보필(?)하는 모습이었다. 그룹이 해체된 지 1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대우맨'들에게 그는 여전히 '회장님'인 듯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강연 제목은 '사람을 키워야 미래가 있다'였다. 행사장의 대우맨들은 김 전 회장이 '키운' 사람들이었다.김 전 회장이 타계하면서 전국의 '대우맨'들이 빈소에 총집결했다고 한다. 대우맨들은 지금도 해마다 창립기념일인 3월22일에 한 자리에 모여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한 축은 기업 고유의 문화일 것이다. '대우맨'에게 '의리'는 과거에 그들이 자부심으로 일구었던 기업문화가 아닌가 싶다. /임성훈 논설위원

2019-12-11 임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족이행: 발이 없이 다닌다

경험적으로 고전에서 하는 경계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말에 관한 문구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 말은 ktx보다 빠르다는 전파속도를 따라잡아 되돌릴 수 없다는 내용, 말은 자기인생의 영욕을 주관하는 기틀이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 위정자의 말은 그 효과가 법제화되어 강력하고 전반적이기에 내뱉기 전에 신중히 검토하라는 내용,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더욱 궁색해진다는 내용,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용인하는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내용, 말은 마음에서 나오기에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내용, 말은 그와 일치하는 행동이 수반해야 하고, 행동 했으면 자신이 뱉은 말과 일치하는지를 돌이켜보라는 내용, 꾸며대는 말과 함부로 하는 거짓말과 두 가지로 갈라치는 말과 악한 말은 악한 과보를 받는 구업(口業)에 속한다는 말 등등 헤아리기 힘든 정도이다. 오죽하면 공자가 조카의 사윗감을 고를 때 기준으로 말조심을 보았을까! 공자는 자기 제자였던 남용을 조카사위로 삼았다. 남용이 평소 시경의 백규장을 매일 반복해 외는 모습을 보고는 사회가 안정되면 등용될 것이고 난세를 만나게 되더라도 처신을 잘해 큰 해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조카사위로 받아들인 것이다. 시경 백규장이란 "흰 옥의 흠은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이 입에서 나간 말의 흠은 어찌할 수 없구나"라는 내용이다. 무족지언비우천리(無足之言飛于千里)라! 회남자에는 뱀을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뱀은 발이 없는데도 다닌다고 하였다. 연말 모임자리가 많을 텐데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종종 뱀의 모습이 보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2-11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미군 부대가 없어진들 고향은 돌아올까

부대자리 철도청 거쳐 대형백화점또 다른 곳엔 의과대학·아파트…과수원이었던 집터 시멘트 포장분출되는 짜증과 원망으로 가득집착이냐 포기냐 결단할 수 있을까배밭 집 아주머니를 본지 근 30년은 되었을 테다. 광대뼈에 단발머리, 동그란 눈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마지막 상면. 조문은 그렇게 끝났다. 동네를 떠난 지 40년이 넘었건만 어둑해지니 그때 그 시절 친구들이 하나둘 거의 모여들었다. 오고 간 이야기들. 사실도 있고,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 단순 '카더라'도 있겠지."배밭에 얼씬거리기만 하면 어김없이 그 '세파트(세퍼드)'가 짖어대고 너희 아버님이 문을 열고 나왔지. 그런데 까치가 쪼아 먹은 게 최고로 달고 맛났어.""배밭 지나 미군 부대 철조망 끼고 신문사 산을 타고 올라 학교 개구멍을 빠져나가던 기억이 새롭네. 수위한테 걸리면 다시 돌아가야 했고.""지금 그 동네는 사과 과수원이 아직도 있을 거야. 철거시키고 철조망을 쳐서 가보지는 못했지만, 거기로 일을 나가는 형이 그러더라고.""그런데 이제 미군도 다 떠났으니 부대가 없어지면 우리가 살던 고향은 어떻게 되는 거지?"동네 뒤에는 한국 보수언론의 최고라 할 그 신문사의 선산이, 능선 저편에는 그 학교가 있다. 아버지로부터 학원과 지역구를 물려받았고, 지금은 전직 대통령을 받드는 정당의 공동대표가 된 보수정치인의 사업장이다. 그 둘과 어깨를 겯고 있는 곳이 미군 부대다. 한때는 군단 사령부로서 지역의 경제와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권까지 쥐락펴락했다는 말이 돌던 그 부대. 골프장이 있어 가을에 벼를 베거나 배추를 뽑거나 할 때 골프공께나 줍곤 했었지만, 골프공 팔아 달러 버는 맛에 빠져 학교를 빼먹곤 하던 자식 때문에 부모들은 울화를 끓기도 했다.그 산. 한북정맥의 지류이다. 양주~의정부~사패산으로 연결되는 김신조 루트가 되었던 곳. 가족이 육이오 전쟁 때 무사히 피란을 마쳐서 고맙다고 신문사가 지어주었다는 교회가 지금도 온빈 한씨와 아들 경평군 묘역이 있는 전주이씨 종중 선산 자락에 있다."우리 부모님들, 그 사람들 성묘 온다 하면 천막치고 가마솥 걸어 밥하고 쇠고기뭇국 끓이고 치다꺼리 많이들 했지.""땅 주인이 온다는데 잘 보여야지. 남이 오랫동안 땅 사용하면 뺏긴다며 나가라 했지만….""그런데 그 산소들 만든다고 산등성 다 까고 엄청 유난스러웠지.""그래서 지금도 그게 불법이니 뭐니 하지만, 누가 거길 건드리겠어.""부대 안에도 산소하고 땅이 있으니, 부대 떠나면 땅값이 대박을 터트리겠네.""그래서 한 번 부자는 영원히 부자인 법이야.""그런 말이 있었던가?""… 신조어인가?"장례식장에서 전철역으로 가는 길목, 여전히 후미진 그곳은 40년이 다 된 야학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역 앞에 있던 미군 부대 그 좋은 자리는 철도청을 거쳐 대형 백화점이 차지했고, 또 다른 미군 부대에는 곧 의과대학이, 고향 동네 미군 부대와 골프장에는 대학교, 아파트,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온다지. 거기가 개발되면 과수원과 밭이던 고향의 집터는 아스팔트, 시멘트로 덮이고 예전 상전들이 건물주로 돌아오는 그때 우리는 찾을 수 있을까, 아궁이, 변소, 외양간, 공동 우물, 땅따먹기하던 마당, 공회당과 미루나무, 떠나기 전 댓돌 밑에 증표로 끼워둔 10원짜리 동전 둘.노력과 기대에 차지 않아 분출되는 이지 가지 성화, 짜증, 원망으로 그득, 그러나 자책과 각성은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리들. 징하고 거시기하다며 2019년이 우리의 군상과 욕망에 끌끌거릴 만하지. 지금 우리가 이리 애달파하고 갈애하는 것들, 세월이 흘러 인생을 돌아볼 그때에도 여전히 최고의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 있는지, 그때 그런 것이 참 잘했다고 뿌듯해 할 수 있을까. 냉철하게 파헤쳐보고, 집착할지 훌훌 털어버릴지 결단할 수 있으려나. 2019년이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건 그리할 수 있는지 우리를 지켜보겠다는 기대와 미련? 송구영신./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2019-12-11 조승헌

[생활법무카페]친생부인의 소 vs 친생부인 허가 청구

전남편과 이혼을 하고 이혼신고를 한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는 전남편의 아이로 법률상 추정이 되고 이를 '친생추정'이라고 합니다. 유전자검사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일단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하고 전남편의 아이가 아닌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추정을 배제했습니다. 이때 필요한 소송이 친생부인의 소입니다.친생부인의 소에서 가장 문제는 반드시 전남편이 소송의 피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엄마는 빨리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싶어도 전남편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몰래 전남편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친생부인 소송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그동안 아이가 건강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아주 많았습니다.그러나 요즘은 머리카락만 있으면 친자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가 있어 더 이상 친생추정이란 개념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남편과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에게 친생부인의소를 제기하지 않고 간단한 절차로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민법이 개정됐습니다. '개정 민법 제854조의2 친생부인허가청구'에 따라 유전자 검사 등으로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친생추정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전남편에게 알리거나 전남편의 소송수행이 없이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가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이미 출생신고가 된 아이의 경우'에는 민법과 가사소송법이 개정된 것과는 무관하게 친생부인의 소로서 친생추정을 배제해야만 합니다.실무적으로는 친생부인허가청구 절차 내에서도 전남편 등에게 의견청취를 구하는 임의적 절차를 고집하며 전남편에게 아이의 출산사실을 알리며, 의견청취서 송달을 요구하는 일부 법원이 있습니다. 아이의 신속한 출생신고를 위해 전남편에게 의견청취통지서 송달조차 장차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19-12-10 주영민

[경인칼럼]상복(賞福) 터졌네

강화실버영상제작단, 서울노인영화제 시장상박문여고, 미디어·정보리터러시교육 우수상17일엔 손다혜 강사의 다큐멘터리 작품상강화도미디어타운 촌장 류미례감독 특별상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올해 상복이 터졌다. 센터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센터를 거점 삼아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수상 소식이 잇따른다. 첫 번째 기쁜 소식은 계절이 가을의 문턱을 막 넘어서려는 무렵 들려왔다. 강화실버영상제작단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대룡시장을 아시나요?'가 지난 9월 하순 개최된 2019 서울노인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서울시장상을 받았다. 올해로 열두 번째 맞는 이번 서울노인영화제에는 국내경쟁부문 232편, 해외경쟁 부문 15개국 61편의 작품이 각각 접수됐다. 그 만만찮은 경쟁을 뚫고 평균 연령 73.8세의 강화실버영상제작단이 수상의 영예를 누리게 된 것이다.이 작품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인천의 노포(老鋪), 고옥(古屋), 여러 섬의 해양설화 등 인천의 문화유산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시작한 연중기획 '시민영상아카이브, 인천'을 통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강화도에 거주하면서 센터의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시청자제작단으로 활동 중인 7명의 어르신들이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 촬영, 편집, 내레이션까지 해냈다. 강화 교동도의 대룡시장을 배경으로 실향민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하면서 그 섬에 얽힌 한국의 근현대사를 담담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는 강화도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께 위로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두 번째 기쁜 소식의 주인공은 인천의 전통명문 박문여고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이 학교가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6개 기관이 공동주최한 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박문여고는 2018년도 교육부 교과중점학교 중 전국 최초로 언론홍보미디어분야 교과중점학교로 지정됐다. 하지만 척박한 미디어환경에 놓여있는 인천에서 교육이 쉬울 리 없었다.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다큐멘터리제작반, 홍보영상제작반, 광고반, 방송반 등 4개의 방송동아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경인교육대학교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와 합심해 '4차 산업혁명시대 미디어 환경'을 주제로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6회에 걸쳐 미디어리터러시 릴레이 강연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정현선 교수(알고리즘 리터러시), 허경 교수(디지털기술과 컴퓨팅), 심우민 교수(미디어법제와 윤리, 가짜뉴스) 등 경인교대의 쟁쟁한 교수진,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의 학교미디어교육연구소 '스토리52팀'(미디어산업의 이해, 콘텐츠 제작), 그리고 KBS(방송직업)가 참여하는 강연퍼레이드는 중등학교 미디어교육에선 매우 드문 사례다.오는 17일엔 또 두 분이 소중한 상을 받는다. 2019 시청자미디어대상 시상식에서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다혜 강사가 작품상을 받게 된다. 출품 작품 '지워버린 마을,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역시 '시민영상아카이브, 인천'을 통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마침 요즘 한·일 양국 갈등과 일제 강점기 유산 보존 논란으로 미쓰비시 줄사택에 연일 언론의 조명이 집중되는 상황이어서 그 기록의 정신과 영상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다른 한 분은 지난 4월 이 칼럼을 통해 소개했던 '강화도미디어타운 촌장' 류미례 감독이다. 강화도의 청년, 어르신, 주부, 그리고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생적 미디어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열심히 활동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케 됐다. 강화실버영상제작단의 전담강사로서 서울노인영화제 수상에도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강화도에서 멀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센터까지 일 년 내내 분주하게 다녔는데 신발 밑창을 몇 개나 갈았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다.그나저나 센터 회원가족들 상 받게 하는 일에 열중하느라 정작 센터 직원들은 상 받는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직원들 상 받고 못 받고는 수장의 '능력'에 달려있다고들 하던데…. 며칠 전부터 날 쳐다보는 눈매가 날카로워진 건 그런 까닭인가./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9-12-10 이충환

[참성단]'비운의 총수' 김우중

김우중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 실업을 창업한 건 1967년, 그의 나이 31세였다. 봉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미국 등지에 수출하면서 무섭게 외형을 불려 나갔다. 그의 '세계경영'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를 토대로 30년 만에 대우건설 대우증권 대우조선 등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2, 3위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1998년 해외 법인은 396개에 육박했다. 파죽지세로 세계를 정벌하는 칭기즈칸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킴기스칸'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대우신화'라고 했고, 샐러리맨들에겐 우상이었다."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 가라.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라"며 일갈했던 그의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당대의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집마다 서가에는 이 책이 꽂혔고, 이와 함께 '탱크주의'를 표방하는 대우전자의 TV, 냉장고, 세탁기가 주류를 이뤘다. 샐러리맨들은 첫 자동차로 대우 '르망'을 선택했다. 이랬던 대우그룹의 신화는 1999년 7월 유동성 위기로 그룹이 몰락하면서 막을 내린다. 그의 나이 63세였다. 그룹이 망하자 한때 '팽창 경영의 모델'이라는 칭송이 자자했던 그의 세계 전략은 '문어발 경영'으로 평가절하됐다.대우의 몰락에는 당시 김대중 정부의 오판과 음모가 있었다는 지적은 지금도 끊이질 않는다. 그의 수출 드라이브가 성공하고, 외환위기라는 파도 앞에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재계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방만한 경영의 일차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당시 대우그룹의 분식회계는 충격이었다. 41조 원의 분식회계와 9조 원 부당 대출, 수출대금 20조 원 해외 밀반출 사건이 터지면서 그는 해외 도피생활에 들어갔다.'비운의 총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김우중에 대한 평가는 '돌진형 리더십의 화신'에서 '희대의 사기꾼'까지 극과 극을 오간다. 그의 공과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논쟁이 지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김우중 이름 석 자를 기억하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의 기업가 정신이다. 맨주먹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도전과 패기, 세계 경영은 당시 한국 경제에 이정표를 제시했다. 당시 청년실업의 해법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해외에서 찾았던 그의 도전정신은 우리에게 영원히 신화로 남을 것이다./이영재 논설실장

2019-12-10 이영재

[수요광장]품격 없는 방송, 시청자는 멍든다

언론으로서의 영향력 커진 '종편''민주여론 형성' 당초목적 실현하고건전한 콘텐츠·질적 수준 갖춰야자사 유불리 따지는 도구 인식 탈피사회적 책임·공적기능 함께 봐야최근 종합편성채널인 MBN이 승인 당시의 편법 자본금 충당과 관련해 검찰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종편효과에 대한 비판이 촉발되고 있다. 종편 승인 10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점에 방송콘텐츠 질적 하락문제 등 미디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종편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MBN을 포함 4개 종편이 승인 당시, 황금 채널 배정 등 특혜라는 비난과 함께 출범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0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엄청난 반대와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 개정안이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제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미디어법 개정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되던 그해 연말, 그날 분위기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당시 필자는 한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미디어법에 통으로 묶여있던 신문법도 덩달아 개정되면서 지금의 언론진흥재단과 필자가 근무하던 두 기관이 통합됐다. 말이 좋아 통합이지 당시 덩치가 더 큰 언론재단에 흡수된 셈이어서 필자를 비롯해 신문발전위원회의 연구원 4명은 하루아침에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꼭 실직을 당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언론 유관 분야의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미디어법 개정은 종편 승인을 위한 목적 외에 다른 명분이 없어 보였다. 암튼 당시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종편 출범을 우려하면서 제기했던 문제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하나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종편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는 지적에는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JTBC를 제외한 일부 방송의 질적 저하로 언론의 신뢰도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편법 자금 문제는 비단 MBN뿐이 아니다. 승인 당시 다른 종편들도 신문사의 방송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30%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상한선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문제 외에도 미디어법 개정 목적에 얼마나 부응했는지를 살펴보면 과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했었는데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일례로 정치시사토크 프로의 경우 평균 33%의 편성 비율로 너무 많다. 게다가 몇몇 패널은 중복 출연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식상한 지 오래고 이제는 피로감까지 느껴진다. 자극적인 언어로 정치 혐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패널을 보면 시청률만 보이고, 정작 멍들어가는 시청자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때로는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진영논리에 유리한 프레임도 서슴지 않아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린다.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일을 전해 듣고 알게 된다. '탈진실'의 프레임이 판을 칠 때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언론을 외면하게 된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사프로 일부 패널의 무책임한 언어와 그 태도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나아가서 정치 혐오를 부추기게 된다. 일부 종편은 이렇게 비판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종편 합산 시청점유율이 2012년 5.03%에서 2018년도 14.29%로 약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방송사업매출도 안정권으로 진입하고 있어 보인다. 2012년 2천264억원에서 2018년 8천18억원으로 연평균 23.46% 늘어났으니 말이다. 이런 수치들은 종편이 방송·광고매출 등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지표이기도 하다.종편은 지상파와 경쟁력에서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언론으로서 영향력도 그만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성장한 만큼 특혜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8년 전 출범 당시를 되돌아보고, 건전한 민주여론 형성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건전한 콘텐츠와 질적 수준의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은 공적 임무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할 때 함께 올라간다. 언론은 국민의 의사소통 통로다. 언론을 통해 국민은 건전한 정치참여가 가능하기도 하고 반대로 언론에 의해 멍들기도 한다. MBN 등 종편은 언론을 자사의 유불리를 따지는 이해의 도구로만 인식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과 언론의 공적 기능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12-10 김정순

[기고]대기환경 오염물질 저감 활동에 모두의 노력 필요한 시점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계절, 겨울이 시작됐다. 지난 4월 정부는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미세먼지 유발 오염물질을 배출한 기업들의 위법 의심사항을 적발했다. 이들은 오염물질을 측정하면서 측정값을 줄이거나 허위성적서를 발행하는 형태로 단속을 피해왔으며, 더구나 오염물질 측정값을 법적기준 미만으로 조작해서 대기기본 배출부과금도 면제받아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측정값 조작 외에도 자가측정 불이행, 위험물질 관리소홀 등에 관련돼 있으며, 벤조피렌 등 1급 발암성 오염물질을 측정조차 하지 않고 배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호흡기 관련 폐질환으로 인한 병상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고 한다. 공기 중 미세먼지가 증가하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호흡기 질환, 심장 질환의 발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미세먼지는 대기 중 입자가 미세한 크기로 탄소성분과 이온성분, 광물성분 등 성분이 다양한 혼합물이다. 미세먼지(PM-10)는 입자 크기가 10㎛ 이하인 먼지로 이중 2.5㎛ 이하인 먼지를 초미세먼지(PM-2.5)라고 한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호흡 시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사람의 폐포 깊숙이 침투해 각종 폐질환과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최근 폐암 등 소세포성암은 비흡연자층에서도 빈발하고 있으며, 환경오염, 미세먼지, 간접흡연, 매연, 연기 흡입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실제 폐암환자 중 30% 이상이 비흡연자로 나타나고 있다.물론 인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스모그, 화력발전소 등 불가피한 환경오염 원인도 존재하지만 환경오염물질을 생산 및 배출해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불법 행태는 환경보전과 국민생명권 보호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환경오염 물질 저감 노력과 단속도 필요하지만 사회와 개인 차원에서도 환경오염물질과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환경오염물질을 완전하게 제거할 수는 없어도 우리의 관심과 노력으로 배출을 줄이고 위험을 감소시킬 수는 있다.필요한 관리방안으로 노후한 경유 자동차의 점진적인 사용 축소와 차량 매연저감장치 부착, 금연구역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경유 자동차의 도심 진입시간을 선택적으로 제한하고, 대형 디젤 차량과 건설기계 등의 매연배출을 상시점검 및 단속해야 한다. 이미 공공기관, 기업, 의료 및 교육기관, 대중교통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금연구역 지정과 함께 아파트, 숙박시설, 공원 등 공동주거 지역 및 개인사업장에 대한 지정확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당구장과 실내골프연습장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 후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농도가 감소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한 것은 금연구역 지정으로 인한 비흡연 고객 수의 증가와 신체적인 활동량 증가로 유추할 수 있다. 금연구역 지정 이후 당구장은 업소별 매출액이 13.54% 증가했으며, 실내골프연습장의 매출변화는 없으나 미세먼지 수치는 두 곳 모두 6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사업장의 사업주와 고객들이 인식하는 공기 질과 만족도가 모두 증가했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완전하게 줄이려면 모든 실내흡연시설을 제한하고 실외흡연구역 내에서만 흡연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특히 공공이용시설과 거주시설 내 실내흡연과 매연 발생에 대한 강화된 법과 제도가 필요하며, 이는 가스 및 전기안전사고 및 화재 예방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사항이다.우리 모두 함께 국민건강과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측면도 필요하지만 먼저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구성원 모두를 상호 존중하는 자세와 실천이 요구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함께할 때 대기환경 개선과 미세먼지 저감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단 한 순간도 공기 없이 생존할 수 없다. 확고한 인식과 실천만이 청정한 대기환경을 유지하고 사람이 먼저 우선시되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형성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김경회 국제사이버대학교 경영부동산학부장김경회 국제사이버대학교 경영부동산학부장

2019-12-10 김경회

[발언대]3일장(葬) 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출생과 사망은 삶의 한 조각이다. 가족구성원 누군가 사망하면 황망한 슬픔에 빠지지만, 망자의 가족은 경황도 잠시고 이내 장례 치를 걱정이 크다. 우리나라는 1973년 공포된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보통 3일장을 치르지만 요즘은 화장장이 부족해 이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베이비부머들의 노인층 진입으로 상반기 이천시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비단 우리 시 뿐이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천시의 경우 하루 사망자가 2018년 기준 3.5명이었으나 5년 후인 2024년도엔 5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률도 87%에서 92%까지 추계되는 상황에서 지금도 화장예약에 밀려 4일장을 치르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4~5년 후에는 유족들이 피곤한 몸으로 시신을 싣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원정화장을 하여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현재 경기도내 화장장은 수원(9로), 성남(15로), 용인(11로) 3곳에 있고 1천200만 경기도민 중 하루 사망자는 170명으로 집계된다. 화장로 1기가 하루 3~4구를 화장하면 하루 140구 정도인데, 여기에 해당 화장장 지자체 주민의 우선 예약으로 밀려난 3~40구의 타 지자체 시신들은 원정화장지를 찾아 5일장도 감수해야 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지역주민의 화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화장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다. 삶의 한 조각인 사망으로 살아있는 사람이 고통을 받아선 안 된다. 화장시설이 완공되기까지는 4~5년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지금 시작한다 해도 한참 늦었다. 이를 위해선 시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장례식은 관혼상제 중 가장 품위있는 통과의례임에도 우리 정서상 죽음을 멀리해 후미진 산자락에서 화장을 하고 있다. 화장시설은 아름다운 의식으로 고인을 추모할 뿐 아니라 유가족을 위한 품격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기품있게 장례의식을 치르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다./이종현 이천시 노인장애인과 노인장묘시설팀장이종현 이천시 노인장애인과 노인장묘시설팀장

2019-12-09 이종현

[기고]우리를 위한 문화, 누구나 즐기는 문화로…

예술인들 표현의 자유·활동 적극 보장기관 자율적 운영·창의성 발휘 지원도지역정체성 뚜렷한 문화지방자치 실현주민 삶의 질 개선위한 정책 마련 시급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월 20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 '문화·체육·관광' 분야 정책성과 실태결과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사람이 있는 문화'를 지향하면서 ▲국민 문화향유권 확대 ▲공정한 문화생태계 구현 ▲문화산업 혁신성장 ▲문화가 이끄는 평화 정책을 이끌어 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처음으로 80%를 돌파,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문화행사를 즐긴다는 발표가 나왔다. 또한 문체부는 1인당 여가시간이 증가했으며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국민의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발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계의 문화비 지출은 OECD 평균인 4.5%보다 낮은 3.71%로 나타나 21위에 그쳤으며, 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하 가구와 60~70대 이상 연령층의 문화예술향유는 현저히 낮았다. 지표의 간극은 급속한 근대화와 경제적 성장으로 세계 11위의 경제국가로 자리 잡았으나,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세대·빈부·지역갈등 등 사회적 문제를 낳고 소득과 소유에 따라 문화의 향유가 편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빈부격차, 다문화 가정의 급속한 증가, 고령화, 지역공동체의 붕괴, 세대 갈등, 지역 갈등, 이념 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산재해 우리는 열린 소통의 장을 만들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문화'는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양식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이어온 가치의 공유를 통해 다름을 이해하는 '소통의 장'의 역할을, '예술'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함으로써 서로의 다름을 마주하고 인지함은 물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사람이 있는 문화, 예술이 있는 삶'의 지향을 위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소통을 통해서 공동체 회복이라는 과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다양한 문화를 일상에서 향유하는 '자율성'의 가치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공존하기 위한 '다양성', 문화자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문화협력을 확대하는 '창의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문화 민주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문화 민주주의'는 시민들 스스로 지역문화를 주체적으로 담당할 수 있다는 능동적인 발상을 기반으로 한다. 문화예술의 장벽을 허물고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 가치로 만드는 것과 더불어 문화다양성을 기반으로 소외되는 계층 없이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문화예술의 창작과 향유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고급예술뿐만 아니라 대중예술, 우리의 일상생활 속 다양한 창의적 창작활동 또한 예술행위에 포함되며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취향을 행사하는 행위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문화 민주주의'다.따라서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예술인에게 표현의 자유 및 자율적인 예술활동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예술활동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보장을 통해 예술인이 동기를 부여받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나친 개입은 도리어 예술활동과 다양한 문화생태 조성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기관의 자율적인 운영과 기관이 추구하는 가치에 귀를 기울여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지원해야 하며, 단기간 내의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 협업을 통해 기관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양한 계층의 욕구 충족과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정책의 실현을 위해 지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문화지방자치가 실현돼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기관의 사업을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관의 고유한 사업을 제안하여 문화를 통한 지역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계층의 구분 없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문화예술 참여와 향유 확대, 일상 속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가 있는 삶'에 초점을 두어 시민이 누려야 할 문화권이 문화정책이 근간이 되어야 함을 인지하고, 문화예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논의가 새로이 진행되어야 한다./최해왕 김포문화재단 대표이사최해왕 김포문화재단 대표이사

2019-12-09 최해왕

[윤상철 칼럼]세대의 지배, 전근대의 지배

'신분제 해체·서로 존중 사회…''자유로운 개인·독립의 개체…'두 주장 틀렸다고 탓하기보다우리사회 어떤 결핍 보았는지동의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야'불평등의 세대'란 책이 올해 학계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주로 정치적인 해석이 덧붙여지고 있지만, 독자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 계급적 시각에서 불평등을 바라보던 진보진영에서는 사회적 균열에 대한 세대적 시각에 동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의 근간이었던 민주주의연대가 오히려 다른 세대에 대한 독점적 지배의 자원이 되었다는 점에 매우 부당해 한다.저자인 이철승 교수는 세대의 정치가 어떻게 불평등의 구조를 낳게 되었는가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그는 386세대의 '네트워크 위계'가 '한국형 위계 구조'로 진화했다고 본다. 여기에서 위계구조는 첫째, 나이에 기반한 '연공구조'를 한편으로 하고 둘째, 세계화로 인한 노동시장 유연화 기제, 대·중·소기업 간 지배종속 관계, 그리고 노동조합을 통해 3중으로 중첩된다. 이 우연적 결합의 중심에 386세대의 네트워크가 최대의 수혜자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들은 이른바 민주주의연대를 매개로 자본주의 하의 시민사회를 처음으로 조직한 세대였다. 또한 그들은 이전 산업화세대가 퇴출된 공간을 차지하고 후세대의 편입을 선별함으로써 정치적으로 과대대표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으로 과대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약속했던 민주주의의 확장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반일종족주의'란 책은 역사학과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사회운동권에 두루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문학 도서로는 보기 드물게 1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한다. 독자들은 자신의 역사관이나 정치관에 따라 격분하기도 하고, 합리적 정당화의 지적 자원을 찾았다고 득의만만하기도 한다.이영훈 교수 등의 주장도 기존 역사학계의 통념을 뿌리째 흔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년기부터 그렇게 교육받고 성장한 국민들의 민족주의적 정서와 충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분노를 드러내며 친일파 혹은 '토착왜구' 등으로 먼저 낙인찍는다. 일본제국주의의 경제적 수탈을 시장적 교환으로 해석하고, 강제노동과 민족간 임금차별, 그리고 강제징병을 부정하고, 한일회담이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 청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한민족 민족주의의 상징인 백두산과 독도 문제의 뿌리 얕은 내막을 드러내고, 쇠말뚝신화의 허구성을 밝히며, 구총독부 청사의 해체를 반달리즘식 문화테러로 보기도 한다. 고종을 망국의 암주가 아닌 개명군주로 둔갑시키는 정치적, 역사적 '조작'에 맞서서 백성과 국민에 무책임한 이 나라 지배층과 엘리트들을 성토한다. 위안부와 공창제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 그대로다.나는 위의 두 책의 주장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동의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왜 이 연구에 대해서 '동의'에서 나아가 '환호'하는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철승 교수는 시장의 근본적 모순인 자본과 노동 간의 근본적 해결을 주장하는 구조주의 좌파에 맞서 '사회적 자유주의'를 주장한다. 계급의 덫에 빠져서 실제의 사회적 지배와 신분제에 눈감고 이를 존속시키는 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는 시장경쟁의 폭압에 국가가 개입해 사회와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속박을 공히 부정한다. 이영훈 교수는 샤머니즘적 반일종족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와 근대화된 세계주의를 열고자 한다. 반일종족주의의 기형적 산물인 북한의 신정체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전근대적 권위주의가 어떻게 근대적 민주주의의 확산과 심화를 억누르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이철승 교수는 "신분제 사회를 해체하고 내 자식과 다른 자식들이 자유로운 개인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사회적 위험을 분담하며, 노동의 대가를 적절히 공유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이영훈 교수는 "자유로운 개인, 독립하는 개체, 충일한 개성, 고양하는 예술, 과학하는 정신, 협력하는 사회, 경쟁하는 기업, 세계와 통상하는 나라, 그러한 아름다움… 근대문명", 즉 자유로운 개인의 근대국가를 꿈꾼다.진단이 틀렸으니 처방인들 맞겠는가 탓하기보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결핍을 보았는가, 그리고 그들의 독자인 시민들이 또한 그러한 진단에 동의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만하다./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9-12-09 윤상철

[참성단]화장실안의 마사회 비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논쟁적인 화두다.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자 마자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7월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공공부문에 한정한 건 민간부문까지 강제할 수 없어서다. 전국민 비정규직 제로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아무튼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부채비율이 8천764%인 한국국제협력단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실적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모범 공공기관으로 선정될 정도였다. 그 결과 인천공항은 1만명의 비정규직이 '계약 갱신' 공포에서 벗어났고, 지난 한해 339개 공공기관에서 늘어난 임직원이 3만6천명이나 됐다.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단 결과 구조조정이 당연한 부실 공공기관들 마저 정규직 대폭 확대로,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인건비 보조 등 국민 세금으로 부실 공기업의 불필요한 조직을 운영한다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 역차별도 문제다. 구의역 사망사고 청년이나 김용균씨 처럼 같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이라도 파견직 근로자는 여전히 열악한 근로환경을 감내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는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대폭 확대됐다.그러나 자유시장경제 논리로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제로 정책을 비판해도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가 드러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어제 경인일보가 보도한 마사회 미화원의 비인간적인 휴게실 실태는 분노를 유발한다. 미화원들은 화장실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고객들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들으며 쉰다고 한다. 한 미화원은 '나는 청소용품'이라고 했단다. 그나마 계단 밑에 가설한 휴게실은 양반이라니, 이들이 느꼈을 인간적 비애와 모멸감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다.마사회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9천209만원으로 준시장형 공기업 중 최고다. 이들은 미화원들을 화장실과 계단 밑에 숨겨두고 최고 임금을 향유하고 있었다. 공기업들이 인간적 수준에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관리했다면 비정규직의 저항도, 정부의 일방적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격을 상실한 경영 또한 자유시장경제의 적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12-09 윤인수

[월요논단]평화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선거와 표만 의식 신사대주의 판쳐정치권, 민생경제 외면 '정쟁' 올인지금 모두 '한반도 운명' 주목해야'북미 대결'로 혹독한 겨울 될 수도12월 만이라도 싸움 멈추고 뭉쳐야'당파를 형성하는 것은 부귀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무리를 지어서 이익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무리를 이루겠는가.' 성호 이익(李瀷)이 질타한다. '당쟁은 감옥으로 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지극히 어진 사람이 흉악한 사람으로부터 끝없이 공격을 받는다. 크게 악한 사람이 참으로 착한 사람을 친다'(星湖僿說 黨論有要). 생각한다. 300년 전 조선시대의 당쟁과 현재의 우리정치 현실이 이토록 유사할 수 있을까. 당쟁은 파벌들의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란을 자초한다. 성호는 임진년의 변란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대체 어떤 논거로. '나무가 썩으면 좀이 생긴다. 사람이 피곤하면 병이 찾아온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외적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허실이 드러나면 들이닥치는 것이다'. 그는 서로 협동하여 정책과 전략을 세워 허점을 없앨 것을 강조한다. 성호라면 12월의 한반도 문제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고 충고했을 것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아니어도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의 참화로 몰고 갔던 역사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선거와 표만을 의식한 신사대주의가 판을 친다.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의 생존보다 자신의 당선을, 한반도의 평화보다 정파의 이익을 우선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정파의 이해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 물갈이나 퇴진론으로는 부족하다. 역사와 선열 앞에 사죄해야 한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공자가 말했다. '정치란 먹을 것을 충족히 하고 군비를 넉넉하게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이 묻는다.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는지요'. '먼저 군비다. 그 다음이 먹을 것이다'. 그러나 왕충(王充)이 반박한다. '식량이 없다면 백성은 예의를 저버린다. 겸양은 여유에서 생기고 다툼은 부족함에서 생긴다. 믿음이 아니라 식량이 우선이다'(論衡). 그렇다. 왕충의 비판처럼 명분보다 백성들에게 중요한 것은 의식주다. 그런데도 민생경제에 올인하는 정치를 본 것이 언제인지. 정쟁에 기울였던 열정을 경제에 쏟았다면. 청문회 호통만큼 경제문제를 파고들었다면. 청년들의 일자리도 명퇴당한 중장년의 일자리도 늘어났을 것이다. 결혼도 출산도 지금처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호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양반이 세습되니 나라에 인재가 없다. 재능과 자질만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학문을 숭상하는 자는 번영한다. 무예를 숭상하는 자는 강하다. 문벌을 숭상하는 자는 망한다'. 성호의 비판처럼 인재 등용의 원칙을 바꿔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춘 지도자였다. 그를 뛰어넘는 전문가적 문제인식과 국제적 판단력을 갖춘 리더들이 필요하다. 통합과 용인술, 비전 추진과 위기 돌파력, 원칙과 유연한 판단, 과학기술과 경영마인드를 갖춘 리더와 인재들이 세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재벌과 교회, 전문직과 고용세습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젊은이들이 좌절하는 이유다. 그래서 더 허망하다. 왕충은 현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헛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허망한 것과 허망하지 않은 것을 판별하는 것은 시비(是非)라고 했다. 시비는 사실과 효험에 의해 결정된다. '눈과 귀(耳目)로 판단하면 허상의 오류에 사로잡히기 쉽다. 반성적 사고로 인식된 심의(心意)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는 세상사를 이목이 아니라 심의로 판단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규명을 내세워 정치를 휘젓는 검찰을 보면서 생각한다. 지켜야할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검찰도 국회도 헌법 아래에 있다. 이목을 흐리는 정파의 이해관계는 봄날이면 사라지는 얼음장에 불과하다. 정치는 칼이 아니라 국민이 심의와 표로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 모두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반도의 운명이다. 남북 간의 봄은 짧았다. 북미가 대결하는 겨울은 더 혹독할 수 있다. 12월만이라도 모두가 정쟁을 멈추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보다 우선하는 어떤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12-08 김민배

[조성면의 '고서산책']한글을 널리 대중화하다… '한글공부'

1930년대 획기적 문맹률 낮춘문자 보급 '브나로드운동'1933년 동아일보 발행 소책자'문맹타파가' 등 담은 대중교재'학생계몽대용'이란 부제 수록한글은 기적의 언어요, 동아시아 사상과 인문정신의 총화다. 에스페란토 같은 현대 인공어를 제외하고 창제자, 반포일, 글자의 원리가 모두 밝혀져 있는 거의 유일한 언어가 한글이다. '한글'은 반포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573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한글이란 이름이 부여된 것은 1910년으로 백세 상수(上壽)를 넘겼다. 이전에는 '훈민정음', '언문' 등으로 불렸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말 그대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또는 '바른 소리를 백성에게 가르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음'이란 말은 우리글, 우리말에 대한 분명한 자주의식의 표현이지만 당시 중구난방으로 통일돼 있지 않은 한자음을 바르게 표기하기 위한 목적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일각에서의 지적대로 '훈민' 곧 '백성을 가르친다'는 말을 '애민정신'으로 또는 백성을 시혜의 대상을 보는 제왕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해석은 자유지만 한글이 디지털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잘 어울리는 과학적 언어이며 나라와 민족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중요성과 가치가 큰 만큼 '한글'은 깊은 사연과 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이용준과 국문학자 김태준을 거쳐 간송 전형필에게 전해졌음은 잘 알려져 있다. 간송이 천태산인 김태준이 생각했던 예상가의 10배, 당시 기와집 열 채가 넘는 거액을 치르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백년여 동안 '훈민정음'은 백성들을 잘 '훈민'하지 못했다. 1930년대 당시 농민들의 문맹률이 무려 90%에 이를 정도였다. 이 문맹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민족계몽운동, 문자보급운동이 바로 '브나로드운동'이다. 브나로드운동은 억압적 차르 체제에 도전하기 위한 러시아 지식인들의 운동, 말 그대로 '민중 속으로 뛰어들자'는 다소 이상주의적인 19세기 농업사회주의(agrarian socialism) 운동이었다. 우리의 브나로드운동은 1931년~34년 사이 동아일보사 주도도 문맹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농촌계몽운동, 문자보급운동으로 전개됐다. 브나로드운동은 일제의 탄압으로 '신간회'가 해체되는 등 민족운동이 침체된 시기에 등장한 거대한 운동이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동아일보사의 경영난 즉, 저조한 신문판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독자 배가 운동이었다는 측면도 있다. 투르게네프의 '처녀지'(1877)와 심훈의 '상록수'(1935) 등이 각국의 브나로드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한글공부'는 1933년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문자보급운동 교재로 20여 쪽의 소책자다. 한글 자모에 '문맹타파가', '속담', '지리', '역사' 등을 담은 대중교육 교재로 표지에 '학생계몽대용(學生啓蒙隊用)'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작자는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환산 이윤재(桓山, 1888~1943)다. 환산이란 호는 환웅(桓雄)의 후예라는 뜻이며, 그는 옥고와 생활고 속에서도 '성웅 이순신'(1931), '문예독본'(1932), 유고작인 '표준한글사전'(1954)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문예독본'은 해방 직후부터 한동안 고등교육기관의 문학교재로 사용됐다. '한글공부'와 유사한 '한글원본'이 국가의 등록문화재 484-1호, 484-2호로 지정돼 있다. 필자는 사본으로 추정되는 '한글공부'(동아일보사 간, 1933년 8월)를 소장하고 있다. 헌책방, 고서점을 꽤 오랫동안 드나들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처음 본 책이었다. 환호작약하며 십년 전 당일 밤늦게까지 이 소책자를 쓰다듬고 만지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9-12-08 조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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