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자치단상]'군포형 협치' 정착, '100인 위원회'로 완성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 문화 '민·관 협의체'100명 중 80명 우선 위촉도 협의의 결과물공무원·시장이 시정 휘두르던 시대는 '끝''지속가능한 협치 환경' 반드시 완수할 것"궁금한 게 있어요. '100인 위원회' 위원 공개모집 공고문을 봤는데요. 100인 위원회라면서 56명만 모집한다는 내용은 뭔가요? 잘못 올리셨어요? 100명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7월 말부터 이곳저곳에서 들은 질문이다. 중요 사업을 추진하기 전이나 민원 해결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각종 현장을 찾아가 만나는 시민들이 불쑥 이런 질문들을 하면, 왠지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하하하' 크게 웃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시민들의 질문이 이상해서는 절대 아니다. 군포시의 시정에, 또 100인 위원회 공모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이 많다는 사실에 뿌듯하기 때문이다.'100인 위원회'란 군포시가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 문화를 정착하려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협치(協治)'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협치'는 또 무엇인가? 협치의 사전적 의미는 '지역 사회에서 국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 조직의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정치·경제·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 관리 체계, 행정 서비스 공급 체계의 복합적 기능에 중점을 두는 포괄적 개념'이다. 왠지 모르지만 어렵다. 나름 군포형으로 쉽게 풀이해보자면 '군포시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도시 발전 정책을 기획·결정·집행·평가·환류하는 열린 시정 운영 방식과 체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당시 내세웠던 공약의 목표를 집약해 표현하면 '시민과 함께 새로운 군포 100년 만들기'라고 압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군포 100년 만들기'를 위한 51개 공약사업은 성실하게 추진(6월 말 기준 14개 사업 완료, 전체 평균 이행률 52.4%) 중이며, '시민과 함께' 부분은 협치 실천을 통해 현실로 이뤄내는 중이다.'100인 위원회' 공모는 협치 실천 노력의 하나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협치 행정의 기반 마련 절차다. 그러니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여주고, 적극적인 참여 의지까지 밝혀주는 시민이 있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까.시는 10월 초 100인 위원회 위원 중 80명에 대한 위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9월 3일까지 공개 모집을 시행해 56명을 선정하고, 시장 추천 방식을 통해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시청 공무원과 군포시의회 의원 그리고 관련 분야 전문가 등으로 24명을 채울 계획이다. 추가 20명은 10월 이후 위촉할 계획이다. 상황 변화를 봐야겠지만 오히려 100명이 넘을 수 있는데, 몇 명까지 늘어날진 확답을 할 수 없다.이번에 80명만 먼저 100인 위원회에 위촉하는 일, 위촉자의 70%만 공모로 선정하는 일 모두 시민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다. '군포시 협치 활성화를 위한 100인 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를 민·관 TF팀의 오랜 준비와 3차례에 걸친 시민 토론회를 거쳐 제정했고, 소위원회 신규 구성 등 앞으로의 행보는 1차로 구성될 100인 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어서 그렇다.일부 공무원이나 시장 마음대로 시정을 휘두르던 시대, 이제 군포에서 진정한 종언을 고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실질적 시작과 완성의 길, 군포에서 열어갈 것이다. '군포형 협치'의 성공적인 정착과 활성화로 말이다.군포시장이기 전에 '군포시민'인 한대희가 그 길에 앞장서려 한다. 말뿐이거나 상징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협치를 군포에서 실현해나가겠다. 협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원한다면, 이제 군포의 행보를 지켜보길 바란다. 관련 조례에서 규정한 '시장은 민·관 협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협치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시장의 책무를 인생 최대의 과제로 여기고 반드시 완수해내겠다./한대희 군포시장한대희 군포시장

2019-08-19 한대희

[발언대]말라리아·뎅기열 주의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해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폭염과 홍수, 태풍 피해와 동시에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와 뎅기열의 발병 증가가 우려된다. 동남아에서 번지고 있는 뎅기열 환자는 지난해 대비 라오스에서 42배, 캄보디아는 9배, 몰디브도 4배로 늘었다는 뉴스가 최근 전파를 탔다. 이 지역은 뎅기열뿐만 아니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일본뇌염도 전년에 비하여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질병관리본부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뎅기열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 일대에서 발견돼 뎅기열 예방에 비상이 걸려 새로운 감염병 확산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모기 종류는 약 3천여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50여종 정도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모기는 사상충, 황열, 일본뇌염, 뎅기열 등의 질환을 전파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매년 100만~200만명 가량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경기북부에서도 해마다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해 지자체는 모기 퇴치에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모기로부터 전염되는 감염병을 예방하는데 특별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위생이나 예방수칙만 지키면 가능하다. 외출 시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과 실내·외에서는 밝은 색의 긴 옷을 착용하면 모기접근을 차단한다. 잠을 잘 때는 모기장을 이용하고, 시중에 판매되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한다. 논·축사 등 모기가 많은 장소 접근을 멀리하고 집 주변 웅덩이나 고인 물 또는 수풀 등을 제거하고 정화조나 하수구 등을 주기적으로 소독해주는 작은 실천이 나와 가족건강을 지킬 수 있다.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여행을 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여행 후 발열, 발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반드시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감염병 예방을 나부터 실천해 가족 모두가 즐거운 여름철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이승찬 동두천시 보건소장이승찬 동두천시 보건소장

2019-08-19 이승찬

[참성단]한반도 신 합종연횡

진시황이 중국 최초의 황제국을 세우기 전까지 대륙은 전국시대의 혼란을 겪었다. 진(秦)을 비롯한 연(燕), 조(趙), 한(韓), 위(魏), 제(齊), 초(楚) 등 전국 칠웅은 끊임없이 전쟁과 협상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진이 약진하며 세력 균형이 깨지자 대륙의 혼란과 긴장이 극심해졌고, 이 틈새에서 오직 혀(舌)만 가진 가난뱅이 두 친구 소진과 장의가 기회를 얻었다.소진은 약세에 몰린 6국을 돌며 힘을 합해 진에 맞서자는 합종(合縱)책을 유세했다. 반면 장의는 6국동맹을 각개격파하는 연횡(連橫)책을 진 왕에게 건의했다. 이후 6국동맹과 진나라는 합종과 연횡에 근거한 외교·군사 대결을 전개한 끝에 진의 천하통일로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고 장의의 연횡이 소진의 합종을 누른 것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세력의 형세나 동맹의 신뢰나 변화하는 국가이익에 따라 합종과 연횡은 얽히고 설키게 마련이다.최근 한반도에서 전통적인 합종연횡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대신 신 합종연횡의 기미가 뚜렷하다. 냉전시대의 한반도는 미국이 중심인 한·미·일 동맹과 구소련이 중심인 북·중·소 동맹, 두 합종 세력의 대립이 팽팽했다. 미·소 양극이 세력 균형을 위해 구축한 동맹은 굳건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사회주의 국가의 연쇄적인 몰락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넘실댄 것도 잠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 이후 사정은 전혀 달라졌다.전통적인 합종연횡 구도라면 미국과 한국은 한·미·일 동맹의 합종으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해야 맞다. 그런데 한·미·일 동맹의 합종연대에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로 미국이 동맹들에 성가신 요구가 많아졌다. 트럼프의 고양이 아베는 한국을 대놓고 무시한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과의 평화협상에 외교를 집중하면서 미, 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 한·미·일 합종의 대상인 중국과 북한이 이 틈을 타고 자유민주동맹에서 한국을 분리시키기 위해 연횡의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시진핑은 경제로,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전통적인 합종은 흔들리고, 연횡의 주체가 되기엔 경제와 국방의 규모가 애매하다. 살벌한 국제관계에서 모호한 합종과 애매한 연횡은 여기저기서 치일 뿐이다. 한반도 신 합종연횡의 형세가 걱정스러운 이유다. / 윤인수 논설위원

2019-08-19 윤인수

[방민호 칼럼]사람의 통성으로 역사를 생각할 때

동북부 대지진·후쿠시마 원전 참상日 국민 마음에 큰 구멍 뚫렸을 것'제국'의 총칼 아래 삼십오년 고통조국 산야 잃은 마음은 어떠했을까'아베' 같은 이들에게 묻고 싶은 말3·11 때가 생각난다. 2011년이었을 것이다. 일본 동북부에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정확히 말하면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동북부를 강타하며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온 것이었다. 그때 한국에서 유튜브가 막 활성화되고 있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하나가 되어 있는 세상에서 나는 한밤 내내 유튜브를 통해서 전달되는 대지진과 쓰나미의 참상을 보고 안타까워했다.재난은 단지 땅이 흔들리고 바다가 밀려오는 것에만 있지 않았다. 미증유의 규모였지만 그렇게 갈라지고 넘어지고 휩쓸려 유명을 달리하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아물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연이어 벌어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태는 그날의 일들을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는 일들로 만들었다. 모두 네 개의 원자로가 있었고 그것들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작동이 중지되면서 냉각수를 돌리는 기능들이 마비되고 원자로가 달구어지면서 노심이 녹고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원전 사람들이 황급히 대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풍문에 들으면 원래 곡창지대고 과일도 잘 되는 곳이라 했다. 그 좋은 땅들이 그날 이후 사람이 제대로 들어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나는 그날 일본 사람들의 마음에 큰 구멍이 뚫리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토를 사랑하기는 일본 사람도 한국사람 못지않고 자신들만큼 완전하게 무엇인가를 해내온 사람들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네들이다. 그런 사람들로서 뜻하지 않은 원전 사태로 후쿠시마 주변 반경 몇십 킬로미터까지는 아예 버려진 땅이 되어 버렸을 때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 것인가?필자가 무슨 특별한 동정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면, 이렇게 남이 아픈 일을 당하면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역시 사람의 보편적인 심성에서 우러나는 감정의 작용이라 할 것이다. 사람은 자기 새끼손톱 밑에 조그만 상처만 나도 아려하고 괴로워하는 짐승이다. 하물며 한 민족이 정들여 사는 땅이, 그것도 '본토' 한복판이 하루아침에 몹쓸 곳이 되었을 때, 그들이 느꼈던 아픔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없지 않다. 도쿄에서 조금 있으면 올림픽이 열리기도 한다는데,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땅을 가져야 하므로, 나는 일본이 원전 사태의 괴로움에서 하루바삐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그렇다면 이른바 '제국'의 총칼 아래 삼십오년을 살아야 했던, 조국의 산야를 잃어버린 백성들은 그 마음이 어떠했을 것인가. 들어줄 리도 없지만 아베 같은 이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최근에 그는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한다고 하면서 이른바 '경제 제재'라는 '무기'를 들고 흔들어댔다. 마치 상대방을 후안무치한 사람 대하듯, "약속" 운운하며,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들한테는, 그러니까 또 국가한테는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좋다고, 얼굴이 뻘겋게 되도록 언성을 높이는 그는 마치 술이라도 한 잔 걸친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이름도 얄궂은, 고노 다로인지 야로인지 모르는 외상은 예절을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막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주일 대사를 불러 젖혀서는 하는 말도 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그만이었다. 도대체, 징용이니 위안부니 하는 문제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가? 일본 국민들이 다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통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은 아니었다. 일 억 일본 국민을 그때 움직이던 도조 히데키니, 고노에 후이마로 같은 지도자들, 버마 방면의 15군을 이끌며 '천황'의 '적자'들을 3만 명씩이나 죽음으로 몰아넣은 무타구치 렌야 같은 지휘관들, 바로 그들이 패전 전의 일본을 움직이며 일본인들과 아시아인들을 죽음과 환란에 몰아넣었던 것이다.경제전쟁이라고 하지만 독일에서 일본을 비판하듯이, 이 사태의 본질은 역사인식에 있다. 일본 정부, 특히 아베 같은 이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과거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 잊고 싶어 하거나 알지 못하거나 반성이 필요 없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념 가득한 데마고그들, 정치 선전꾼들이 나라를 전화에 밀어 넣고 이웃나라 사람들을 즐겨 괴롭히고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2019-08-19 방민호

[월요논단]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다

홍보·위기관리 차원 언급한 사과문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 본 것이지시민·국민위한 진정한 발언은 아냐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 과정도정치인·업체 때문에 마음의 상처 커실수도 문제지만 사과도 문제다. 매일 뉴스에 사과발언과 사과문이 등장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연인의 일을 폭로하고 연인이었던 연예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 아프리카TV VJ의 심각한 방송 사고와 폭로전은 사과문과 사과영상 게재로 이어지는 하나의 패턴이 되고 있다. 연예인과 파워 VJ, 파워 유튜버를 광고모델이나 홍보대사로 영입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사생활 폭로와 검증의 주요한 수단으로 소셜미디어가 작동하고 사과문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계 미투, 연예계 미투·빚투에서도 사과문이 속출했다. 망언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공허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도 빠질 수 없다. 사과 발언과 사과문의 진정성은 언제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과할 사실의 확인은 모호하게 넘어가고 사법적 책임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운운하면서 선을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한다. 법률가가 작성하거나 자문한 사과문이 대부분이다. 모호하고 기계적인 사과문이 대부분이고 진솔한 사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2012년 11월 개그맨 유병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이 글은 '사실여부를 떠나=사실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내가 한 짓이다'와 같이 형식적이고 허구적인 사과문의 번역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잘못된 사과의 관행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일본상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비판하거나 조롱한 뒤,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마지못해 나온 일본계 기업과 일부 한국 기업의 사과문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DHC코리아, 유니클로, 한국콜마 등 끊이지 않는다. 사과해야 할 사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고 본사와 지사를 넘어들며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하는 등 잘못된 사과의 사례를 전시하고 있다.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고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위기관리나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조직은 위기와 사건이 발생하면 무대응, 공격, 변명, 부인 전략을 주로 작동시키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 뒤늦게 사과 전략을 가동한다고 한다. 범죄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위기에서도 정당화와 부인 전략을 동원하기도 한다. 사과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진정성을 담지 못하면서 법적·경제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사과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엔 정치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들은 '변명', '공격',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언어사용법이나 사안 이해 수준을 근거로 해서 자기를 방어하고 있다. 자신은 모욕적·공격적 언어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네티즌이 비판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사과의 구성요소로 신속한 사과, 직접 사과, 간결한 사과, 잘못의 확인과 인정, 희생자에 대한 공감과 보상 및 대안 제시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사태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듣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언어학자 바티스텔라는 우리가 당혹감, 죄책감, 수치심,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요구 때문에 사과를 하게 된다고 본다. 사과는 나약함과 지위의 상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반성, 분석, 용기, 성숙이 필요하고 피해자의 응답, 공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보나 위기관리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람직한 사과문이나 사과행위도 근본적으로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 본 것이지 시민과 국민의 입장에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시민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정치인과 일부 기업인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진정한 사과 발언, 사과문을 접할 수 있기 바란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8-18 이용성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삭막한 회색빛 도시에 푸르름을 선사하는 플라타너스

1910년께 들어온 '버즘나무과'높이 50m·지름 1m까지 자라미세먼지등 대기오염에 강하고재질 단단 가구목재로 많이 사용씨 털 날려 알레르기 주범 신세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立秋)가 지났건만 아직도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으로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며칠 전에 비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열대야에 잠 못 이뤄 지쳤던 몸과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준다. 올여름 더위는 8월 말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길을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서 무성하게 자란 잎으로 짙은 녹음을 만들어 우리에게 청량함을 선사하는 플라타너스의 시원한 그늘이 그리워진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는 도로 양쪽에 사열하듯이 줄지어 서서 철 따라 말없이 다른 모습으로 넉넉하고 편안하게 사람을 품어준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1953년 '문예'지에 발표된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 시처럼 사람의 눈길이 머무르지 않아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할 도리를 다하는 나무이다.도시의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양버즘나무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버즘나무라는 뜻이다. 버즘나무라는 이름은 줄기의 어두운 적갈색이나 밝은 회색의 수피가 불규칙하게 갈라져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 특유의 얼룩무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얼굴에 허옇게 피는 버짐과 닮아 붙여졌다. 플라타너스는 학명에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에서 유래되었는데 '잎이 넓다'는 뜻으로 잎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양버즘나무를 '미국오동', 버즘나무를 '법국오동(法國梧桐)'이라고 부르는데, 법국은 프랑스에 대한 음역이고 잎이 오동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가을에 달리는 열매가 방울 모양이라고 해서 '방울나무'라고 부르며, 영어 이름도 비슷한 뜻의 '버튼우드(buttonwood)'다.플라타너스는 버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로 높이 50m, 지름 1m까지 자란다. 추위에 강해 우리나라 전역에 식재가 가능하다. 잎은 넓은 달걀 모양이거나 둥근 모양으로 손바닥처럼 갈라져 있는데 서로 어긋나게 달린다. 4∼5월에 달리는 꽃은 암수한그루에 피며 공 모양의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버즘나무속에는 10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양버즘나무와 남유럽과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버즘나무, 이 두 종의 잡종인 단풍버즘나무가 있다. 이 세 종류의 나무는 대부분의 특징이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양버즘나무의 잎은 가로길이가 세로길이보다 길고 방울 같은 열매가 하나씩 달리는 반면 버즘나무 잎은 가로보다 세로가 더 길고 열매도 한 줄에 세 개 이상 달리며, 단풍버즘나무는 열매가 2개 달리고 잎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비슷하다.플라타너스는 우리나라에 1910년께 들어왔는데 생장속도도 빠르고 추위에 강하며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서 관리가 손쉬운 편이라 주로 가로수나 공원수, 학교 등 공공건물의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매연 등 도시공해에 강하며 특히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의 흡수력이 뛰어나고 공기정화 능력이 좋아 마로니에, 히말라야시다와 함께 세계 3대 가로수에 속하는 등 인기가 많았고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 랭킹 2, 3위를 다투기도 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에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심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으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도 가지를 전정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있는 나무도 베어져 나가고 새로 가로수로 심는 일도 많이 줄었다. 플라타너스 종자에는 바람에 씨가 잘 날리도록 털이 붙어 있는데 이 씨의 털이 솜뭉치를 이루면서 거리 곳곳에 뒹굴어 다니다가 사람들에게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플라타너스의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색상도 아름다우며 무늬가 좋아 과일·채소 바구니나 식품의 포장재를 비롯해 일반 용재나 가구재, 철도 침목, 펄프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8-18 조성미

[참성단]R의 공포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채권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전 세계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떨었다. 역사적으로 미 국채 3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이 역전되면 평균 22개월 이내에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 날의 공포는 더 컸다. 우리 역시 국고채 장단기 금리 격차가 11년 만에 가장 줄어들었다. 'R의 공포'가 오면 다음 단계는 'D(deflation)의 공포'다. 디플레이션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거나 통화량 축소로 인해 물가가 떨어지며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예외없이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 침체는 장기화한다.우리 역시 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대에 그치면서 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꽤 많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경제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든다.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의 매출이 줄고 생산과 성장률, 고용 등이 덩달아 감소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들어간다.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D의 공포'를 겪고 나면 그다음에는 'L(lay off·해고)의 공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이미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첨단 기업부터 포드, GM 등 자동차 업체,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위탁 제조사인 대만 폭스콘까지 감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무인 자동화 추세가 일자리 감소를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쳤다. 수출 침체 장기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울한 진단이 나오며 'L자형'의 장기 침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가 R,D,L 등 이니셜 공포에 떠는 지금, 우리는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더 '공포'로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영재 논설실장

2019-08-18 이영재

[기고]협상의 오류

국제 협상에선 자기중심적 사고 탈피 중요스스로 수정·중단하는 전략 인정하지 않아'정보왜곡' 합리적 의사결정하는데 '치명적'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최악 결과'사실 연인들의 이별은 아주 큰 문제보다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오랜 연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상대를 너무 잘 알고 사랑하기에 '이것쯤은 양해와 이해를 해줄 것'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공원 벤치에 연인이 앉아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 띤 대화가 무척이나 다정하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여성이 토라져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 나갔다. 똑똑똑 구두 소리를 세며 걸어가는 여성은 '저 남자가 나를 불러 세우겠지'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걸음을 옮긴다. 벤치에 혼자 남은 남성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저 여자가 나를 사랑하기에 다시 돌아와 내 옆자리에 앉겠지'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여성은 되돌아가기에 너무 먼 거리를 걸어왔고, 남성은 뛰어가 잡아야 하나, 소리쳐 불러야 하나 쭈뼛거리다 그녀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결국 이 연인들의 헤어짐은 '자신의 생각'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돌아가 앉거나 불러세웠으면 그들의 사랑은 계속되었을 텐데….협상도 마찬가지다. 특히 문화적 배경이 다른 국제협상에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서로 상호작용하여, 갈등과 의견의 차이를 줄이고 해소해야 한다. 즉 나보다는 상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협상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수(下手)의 협상가가 흔히 범하는 오류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첫째 자기중심적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속어로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 이다. 이러한 근자감을 갖는 협상가는 자신이 상대보다 정의롭고, 지적이며, 도덕적이고 능력이 있다는 우월감을 갖는다. 이러한 우월감은 상대를 정확히 꿰뚫어 보지 못한다. 상대를 얕잡아 보는 순간 상대는 더 큰 괴물로 달려든다.둘째, 일반적인 협상가들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는데 집착한다. 명성과 평판의 훼손이란 있을 수 없다. 자신이 주도하는 협상을 스스로 수정하거나 중단하는 것도 협상전략의 일환임을 인정하지 못한다. 일관성 없는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러한 고집(?)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는 이유가 된다.셋째,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는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무시한다. 긍정적 정보는 과포하여 받아들이지만 부정적 결과가 발견되어도 스스로 판단을 왜곡시켜 협상을 진행한다. 이러한 정보 왜곡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치명적이다. 넷째,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수 중의 하수가 갖는 오류다. 협상의 여러 변수는 자신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데도 자신이 영향을 미쳐 자신의 의도대로 관철할 수 있다는 순진무지(純眞無知)한 대처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데도 말이다.대부분의 협상자는 협상성과를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낙관하니 협상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협상은 '제로섬 게임'이나 '파이 나눠먹기'가 아니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다. '윈-윈 게임'과 '포지티브-섬 게임'을 해야 한다. 더 큰 파이를 만들어 돌아가는 몫을 키워야 한다. 서로를 만족시켜야 한다.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며, 낙관과 비관의 문제가 아니다. 상처뿐인 영광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파이가 쪼그라들면 이긴 게 무슨 소용인가?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히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협상의 시작이다./정상환 국제대 교수·전 청와대 행정관정상환 국제대 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2019-08-18 정상환

[노트북]과거사 청산과 천재교육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청구서를 들이민다. 청구서를 받아든 이후 선택지는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늦었지만 당장 비용을 치르거나, 불어나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정산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것. 시기의 차이일 뿐 비용을 떼어 먹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사 청구서'는 누가, 언제 썼는지도 불분명한 행운의 편지처럼 예기치 못한 시점에 또 한 번 날아들 것이기 때문이다.현재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도 과거사 문제를 무시해온 결과물이다. 가해자인 일본정부의 태도는 일일이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광복 이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청산'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기보다 일시적 '봉합'을 택한 한국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최근 경인일보가 연속보도한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갑질 의혹'도 과거사 청구서와 관련 있다. 총판들은 천재교육 본사와 거래하면서 많게는 십수억 원대 빚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채무가 생긴 배경에는 판촉비용 떠넘기기, 반품제한, 도서 밀어내기 등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있었다는 게 총판 측 설명이다.천재교육은 총판들이 하는 대부분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지금 있는 일인 것처럼 악의적인 주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천재교육의 말은 총판들이 주장하는 갑질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첨예한 한일관계 속에 "미래를 생각하자"면서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총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하는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총판들의 호소를 귀담아 듣고, 천재교육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이 모든 행위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같은 별도 조직을 만들어 제때 밝혀내지 못한 억울함을 뒤늦게 들여다보는 건 지금까지 쌓인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08-18 배재흥

무더위에 악화되는 하지정맥류, 다리 혈액순환 미리 확인해야

장마철과 함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하지정맥류'로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혈액순환에 장애가 일어나 정맥이 부풀어오르며 다리 저림,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혈관질환이다. 무더위에 악화되는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과 증상을 파악해야 한다.하지정맥류는 최근 들어 운동부족, 음주, 흡연 등 생활습관으로 인한 후천적 요인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평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하지정맥류에 쉽게 노출되며 중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나므로 나이가 들수록 관리가 필요하다.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붓는다면 하지정맥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며 그 외 증상으로는 통증 및 다리 쥐, 가려움, 경련 등과 심각한 경우 색소 침착부터 출혈까지 다양하다.하지정맥류는 조기에 발견될 경우 자세 교정이나 운동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정맥류용 압박스타킹과 같은 의료용 보조 기구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시술 및 수술적 치료로는 경화요법 주사, 혈관 내 시술, 절개 수술 등이 있으며 질병의 상태와 환자의 체질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 염증, 피부 궤양 등 또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하지정맥류는 겉으로 혈관 돌출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다리의 느낌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거나 통증, 발 저림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질환을 의심해보고 전문가에게 상담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초음파 검사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절개 수술이나 혈관 내 시술 등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에는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에게 진료받는 것을 권장한다.하지정맥류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 및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다리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 예방을 위해서는 조깅이나 실내 자전거 등 가벼운 운동이나 마사지,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도움말 구리 굿병원 전태호 원장·혈관외과 김서전 과장·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구리 굿병원 전태호 원장

2019-08-16 김태성

[기고]높아지는 동물사랑, 후퇴하는 인간관계

'사람위에 애완동물' 느낄때 많아그만큼 '인간 소외' 현상 커져귀하게 대접받는 시대 웃프기만지나친 애정, 정작 사람에겐 '소홀''사람끼리 소원' 바람직하지 않아오늘도 새벽 3~4시경에 잠에서 깨었다.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울어대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1년 사시사철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지만 유독 요즈음에 고성으로 울부짖는 애절한 울음이 유난하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지금은 출가하여 미국에 살고 있는 딸아이가 생각난다. 소리 소문 없이 사춘기를 지나며 부모 속 한번 불편하게 하지 않던 딸이 고3 시절, 매우 민감한 의식상태로 하루하루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던 때다. "아빠, 고양이 울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라고 하소연을 하였다. 누렇게 얼굴이 뜬 고3 수험생의 애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이 울어대는 고양이가 야속했다. 곤한 잠을 깨우고 신체의 리듬을 망가뜨릴 때 딸아이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푸념을 한 것이다. 아이가 숙면을 취하도록 도움이 되지 못하던 부모의 무기력을 감수해야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딸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주객전도', '본말전도'라는 말이 있다. 진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이 뒤바뀌어 헷갈리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이해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라는 말도 있다. "인간은 수단으로 대우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칸트의 말도 가슴을 울린다. 모두가 인간의 소중함을 언급한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 위에 애완동물이 있지 않은가'하고 느낄 때가 많다. 실내든 실외든 어디를 가나 애완동물이 귀하게 대접받는 시대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찌 보면 웃프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소외' 현상이 전례 없이 큰 까닭이기도 하다. 어느 날 동네 공원을 산책하던 중,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한 여성이 자신의 개에 접근하여 별생각 없이 발길질을 하던 어린아이를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어른답지 않게 아이에게 욕을 해대고 급기야는 아이 부모와 싸움이 일어났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아이가 개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어서다. 그뿐이랴. 개를 유모차에 싣고 다니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궁금해 들여다봤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기저기서 익숙한 모습에 그러려니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가슴에 품고 옛날 아이를 키우듯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흔하게 발견된다. 심지어는 최근에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울지도 않던 이웃사람이 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었다고 통곡을 하던 모습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전설이 아니다. 애완동물 화장터에서 고이 화장하고 유골을 집에 보관하는 이웃도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미국에 사는 딸 부부는 1년에 한 차례씩 한국을 다녀간다. 귀국 전에 한국의 동물보호협회와 연계하여 유기견을 미국에 입양하도록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짐도 관리하기 어려운데 두 마리의 입양견을 인천공항에서 인도받아 미국의 댈러스공항까지 배달하고, 미국인 입양인에게 인도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필자는 몇 년 전에 즐겨 먹던 음식을 중단하고 아이들의 뜻을 소중하게 받들기로 결심했다. 사람끼리 정을 나누기 쉽지 않은 현시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며 귀가 시에는 제일 먼저 반가움을 표현하는 애완동물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지나친 동물사랑으로 정작 인간에게 베풀고 나누어야 할 사람의 도리가 오히려 소홀해지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으로 사람끼리 소원해지는 인간관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유모차에 동물을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 길거리 모퉁이에 앉아 구걸을 청하는 걸인이나 노숙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거나 적선을 베푸는 행위도 소중하다. 인간은 그 무엇보다 귀중하고 최우선의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2019-08-15 전재학

[참성단]수원시 승격 70주년

'이 강산에 정기가 한곳에 모여/그림같이 아름다운 정든 내 고향/이끼 푸른 옛 성에 역사도 깊어 /어딜 가나 그윽한 고적의 향기'.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배운 게 '수원의 노래'였다. 의무 사항이 아닌데도 담임 이기준 선생님은 "수원에 살면 '수원의 노래' 정도는 외워 부를 줄 알아야 한다"며 직접 풍금을 치며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끼 푸른 옛 성'이란 가사에서 풍기는 쓸쓸한 느낌이 왠지 좋았다. 성을 오를 때마다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자 옆 친구가 또 그 친구의 친구가 같이 따라 불렀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나만 이 노래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50년 전 일이다.달랑 문만 남은 북문, 늘 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동문, 온전한 성이라고 하기엔 볼품없이 무너진 성곽 도시에 불과했던 수원이 변하기 시작한 건 수원성이 복원되면서부터다. 처음 공사가 진행될 때 만해도 "어휴! 도대체 언제 복원이 끝나?"하고 한숨을 쉬었지만, 아홉 개였던가, 주춧돌만 덩그러니 서 있던 팔달산 정상 서장대와 장안문에 지붕이 얹혀지고 성곽이 온전한 모습을 갖추면서 "수원이 뭔가 변하는구나"라며 비로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수원성 복원정화사업은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진행됐다. 이랬던 수원이 시로 승격한 지 어제로 70주년이 됐다. 1949년 8월 15일 수원 읍에서 시로 승격된 수원시는 5만명의 소도시에서 지금은 125만명으로 늘었고 명실상부한 경기도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IT로 세계를 호령하는 삼성전자 본사가 수원으로 이전하면서 수원은 전통의 수원화성과 세계 초일류 첨단 기업인 삼성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도시로의 모습을 갖췄다. 18세기 말 개혁의 군주 정조대왕이 수원 천도까지 생각하며 꾸었던 거대한 수원의 꿈은 아마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늘 손에 쥐고 있으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겐 성의 존재가 그랬다. 수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이 살던 고향에 대해 그런 추억쯤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 신도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도시의 경계마저 무너져 '내 고향'이란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더욱이 광역도시의 출현으로 우리 아이들은 그런 추억조차 가질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이렇게 수원시 승격 70년을 맞아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인지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8-15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시·소설 없어도 사는데 불편 없고자본주의 속도에 어울리지도 않아하지만 '없는 것을 있게' 해주기도'탈중심의 낭비' 향유 해주는 것이문학 포함한 모든 예술의 역할 믿어지난 주말 안성의 한적한 시골 펜션에 한 무리의 시인들이 모였다. 연령대가 다양한 글쟁이들 틈에 끼어 나도 하룻밤을 지새웠다. 이 '문학캠프'는 올해로 20년이나 되는 역사와 수십 명 회원을 가진 꽤 큰 문학회의 모임이었다. 세상에 시인이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은 작가들이 어떻게 노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여타의 친목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구나 이 모임은 한 식구처럼 친해진 회원들만의 만남이니 아주 편하고 느긋한 분위기였다. 별도 프로그램 없이 그냥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이야기 나누는 게 전부였다.산자락에 위치한 펜션에 밤이 되자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고 여름 끝자락의 반딧불이 몇 마리가 더운 밤공기를 식혀주었다. 시간이 깊어져도 사람들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시인들은 가슴에 무슨 말을 저리 많이 담아두고 있을까? 언어를 도구로 삼아 끝없이 표현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인가? 그들의 말속에는 농담과 진담이 섞이고, 종종 고백과 한탄이 섞이고, 때론 위로와 비난이 섞여 속살이 불분명해졌다. 밤의 언어가 쓸리고 밀리는 걸 느끼며, 나는 자신에게 '문학이 이 시대에도 유효한가'라고 물어보았다. 아주 오래된 질문이며 여전히 답이 없는 질문이었다.여기 낯익은 답이 하나 있다.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문학은 역설적이게도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김현) 이 주장은 이후 다양하게 변주되며 문학의 기능과 가치를 논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사실 문학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설이나 시가 없어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 큰 지장이 없다. 공기와 물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 겨우 한 끼 밥이나 더위를 식혀줄 한 줄기 바람도 되지 않는다.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안중근)고 했지만, 지금은 많은 이가 시나 소설을 읽지 않는다. 그래도 잘 산다.문학이 없어도 우리 사는 데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요즘 작품의 수준이 우리 독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의혹이 들기도 한다. 하여튼 지금의 문학은 근대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적 목적'을 지향하지 않는다. 즉 언어 낭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또 자본주의의 속도전에도 어울리지 않아 표준화된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시집을 예로 든다면, 한 시인이 짧게는 3년, 길게는 십여 년 이상 써서 모아야 겨우 책 한 권을 낸다.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집이 잘 팔리거나, 심오한 진리를 담아 세상의 물정을 환히 밝혀주지도 않는 것 같다. 무슨 말인지 모를 난해한 말을 독백인 듯 뱉고 있다.하지만 참 기이하다 할까, 우리의 염려와 달리 문학은 오래 유지되어 왔고, 꽤 먼 미래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문학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길이 될 듯싶다. 모든 답은 이미 질문 속에 들어 있다고 한다. 나는 바로 '쓸모없음'에 눈 뜨게 해주는 것, 즉 '목적하지 않은 사이'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 '없는 것을 있게' 해주는 것이 문학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탈중심의 낭비'를 향유하게 해주는 것이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의 역할이라 믿는다. 그렇다고 문학이 즐거움만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소설이나 시는, 편히 사는 우리의 삶에 시비를 걸고, 소중하다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지 지적한다. 전혀 생소한 삶을 던져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다. 달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좋은 문학작품은 우리가 당연하다 여겼던 것에 균열을 내며 낯선 새로움을 제시해주는 작품일 것이다. 게다가 독자가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의심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론 읽는 자는 쓴 자의 권위로부터 반드시 독립해야 하는 게 우선이지만.자,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당신, 오늘은 낯설고 난해하고 지독한 시집 한 권에 도전해보시는 게 어떨지./정한용 시인정한용 시인

2019-08-15 정한용

[춘추칼럼]한국 소설에도 사랑을

日소설 자유분방 자질구레한 이야기 '유난'정서 안맞고 감동없어 이해 안되는 경우 허다'재미·감명 깊은' 우리소설 많은데 안 읽혀 '최소한의 사랑' 나눠달라고 작가들에 호소1998~2004년, 4단계로 허용된 '일본대중문화 개방', 그때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두려워했다.한일국교정상화(1965년)를 했다지만, 36년간 지배당한 억분함과 일본정부의 일관된 뻔뻔한 작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가실 수가 없었다. 스포츠 '한일전'이 벌어지면 너무나도 애국적이지만, '일제'를 사용하는 것은 거리낌이 없고 심지어 자랑스러워하는 이율배반 상태에서, 자존심상 일본 영화(특히 애니메이션)·비디오·만화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 일국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는 자체가 두려움이 컸다는 얘기다. IMF에 돈 빌린 대가로 다양한 개방 압력을 받고 있었고, 세계화를 부르짖는 터수에 세계적인 일본대중문화를 계속 막을 수도 없었고, '한류'를 팔기 위해서는 '일류'도 살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해적판이 난무했다. 차라리 정상 유통시키고 세금을 뜯어내기로 한 정부의 선택은 당연한 바였지만, 불법으로도 그렇게 잘 팔리는데 합법이 되면 얼마나 잘 팔릴지 겁나지 않을 수 없었다.이미 한국 문화시장을 휘어잡던 일본 문화가 있었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일본소설은 거리낌 없이 살아남았다. 야스나리와 겐자부로의 노벨문학상수상(1968, 1994년)은 일본소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데 일조했을 테다. 누가 감히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두 번이나 배출한 나라의 소설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하루끼의 등장은 치명적이었다. '상실의 시대'는 수백만 권이 팔렸다. 출판사들은 다투어 일본작가의 소설을 출판했다. 또 다른 하루끼 대박을 꿈꾸면서. 일본신인문학상에 불과한 '아쿠타가와상'은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오해받았고, 그 상 받은 일본작가 치고 한국에서 안 뜨고 안 팔린 이가 없었다. 대중문화에서도 그런 장악이 당연해보였다. '대중문화식민지'가 될까 봐 떨었던 것이다. 일본대중문화가 완전 개방된 지 15년째, 걱정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대중문화적으로 다시 식민지가 되었다'고 통분하는 분도 계시지만, 그럭저럭 방어해낸 듯하다. 가장 우려했던 호환·마마보다 무서워했던 '비디오'는 사라져버렸고, 나머지는 '불매운동' 같은 거 안 해도 나라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일본 것이라면, 국'뽕'이랄까 신토불이 정서랄까, 그게 무엇이든 무슨 내용이든 그냥 무조건 싫은 분도 있었겠지만, 좋아하지 않는 데는 나름 까닭이 있었을 테다. 일본 것은 오래전부터 자유분방한 이야기를 누구나 마음껏 쓰고 읽고 출판했던 전통 때문인지 몰라도 자질구레한 얘기에 유난하다. 주제와 의미를 중요시하는 한국대중에게는 한심하고 사소했을 테다. 한국인 역시 개인주의로 치닫고는 있지만 대의나 사상에 기반하지 않은 일본의 극도한 개인주의는 낯설기만 했을 테다. 또 일본 것은 더는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는 듯 장면의 잔혹성, 엽기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식 엽기와 잔혹이 매우 부담스러운 한국대중이 많았을 테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좀 안다고 해도 참 맥락 없는 전개로 느껴질 때가 흔하다. 가족과 공동체와 나라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 흘리는 장면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눈물 나오게 하는 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대중은 일본 것이 도무지 정서에 맞지 않아 감동하기 어려웠고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어쩌면 한국정서와 조금은 더 가까운 미국대중문화를 향유하기에도 바빠서 일본 것은 애초에 관심 밖이었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중문화식민지'라고 통분하는 분도 부지기수다.그런데 참 알 수가 없다. '대중'이란 명색이 붙지 않아서일까, 일본 소설만큼은 꾸준히 많이 팔려왔다. 한국소설을 압도했다. 웬만한 일본소설보다 훌륭하고 재미있고 의미 있고 감동 있는 한국소설이 수두룩한데 하나같이 안 읽힌다. 한국 대중은 한국소설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사랑도 국뽕도 신토불이 정서도 나름의 분별도 발휘해주지 않았다. 최소한의 소비에도 인색했다. 구차하지만 한국 작가들과 한국 소설에도 최소한의 사랑을 나눠달라고 호소 드린다./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2019-08-15 김종광

[발언대]'2019 기해왜란' 하나된 힘으로 이겨내자

우리 정부는 2019년을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 100년을 다짐했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사 사죄는커녕 우리 사법부의 강제노역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을 서슴지 않고 있다.과거 무력으로 국권을 침탈한 일본이 이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제2의 침탈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임진왜란과 경술국치에 이어 '기해왜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구한말의 굴욕을 언제까지 가져갈 것인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국토를 빼앗기고 국권을 유린당했다.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도 억압받았으며 문화까지 말살 당했던 과거를 기억하고 다시 서야 한다.최근 아베 일본 총리 등이 우리나라와 정부,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특히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발언을 통역하는 도중 무례하게 끊고 안하무인 발언을 한 것은 참을 수 없는 공분을 불러일으켰다.한 몸을 바쳐 나라를 구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고려 서희 장군, 임란 당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처럼 개인의 영달이 아닌 구국의 심정으로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우리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원천 기술을 도입해 기술을 국산화하고 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하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의지가 하나로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여러 계층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정부와 우리 기업의 역량을 믿고 단합해야 한다. 우리는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우뚝 선다.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일본에 의존했던 과거를 탈피하고 독립해 두 번 다시 수모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천재겸 수원남부경찰서 권선파출소 순찰2팀장천재겸 수원남부경찰서 권선파출소 순찰2팀장

2019-08-15 천재겸

[경제전망대]극일 경제

日 경제보복, 韓 발전 두려움 심리후쿠시마 원전 등 올림픽에 먹구름자국 불리극복 근거없는 정치방편우리 경제 전화위복 삼아 내실 강화'큰나라 위용' 치졸함 용서여유 희망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뒤숭숭한 요즘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제목이 생각난다.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 되는 이유'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은 33년 전인 1986년 일본 동해대학의 대만 출신 사세휘 교수가 쓴 책인데, 당시만 해도 한국의 국민총생산은 일본의 7% 수준에 불과했고, 모든 면에서 20여 년은 뒤졌다는 생각 때문에 그의 이러한 전망은 황당하면서도 일면 희망이기도 했다. 2010년에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게 된다는 여러 이유 중에는 일본의 고령화 문제, 독창성의 결여, 일본 청년들의 나태함과 강인성의 부족, 테크노스트레스 등으로 간추려진다. 그의 예언이 적중했을까? 2005년 드디어 삼성전자가 일본의 상징인 소니를 앞지르기 시작한다. 미국의 세계적 경제 전문지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47위인 소니를 8단계 앞서 39위에 랭크된다. 이후 지금까지 14년을 매년 격차를 벌려 금년에는 삼성전자가 15위이고 일본의 소니는 116위로 그 격차가 무려 100을 넘는다. 마침내 따라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추월을 못마땅하고 불안하게 생각했던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인 경단련 회의에서는 삼성전자의 목줄을 조이는 방법으로 히다치를 중심으로 부품 납품을 끊어 버리자고 총론으로 결의했지만 각론에서는 각 기업이 삼성전자에 납품을 못하면 당장 우리가 죽는다는 이유로 각자도생했다는 소문이다. 요즘 일본이 우리에게 가하는 경제보복은 야비한 정치적 이유 이외에도 한국의 발전에 대한 초조함과 일종의 두려움이 복합된 심리상태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남한과 북한이 힘을 합치면 감당할 수 없다는 공포감이 그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드는 모양새이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사회는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브레이크 없는 우경화를 고집한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그 지배층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남아 정치를 하고 있고, 과거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다. 일본이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과거사를 올바르게 청산하고 극복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의 좌충우돌하는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에 대한 걱정으로 내년도 도쿄 올림픽 보이콧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분위기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이 짊어진 아물지 않은 상처이며 악몽이다. 자국 내의 이런저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생각한 한국때리기의 근거 없는 경제보복은 철회되어야 한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을 계기로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업체계를 범 국가 차원으로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는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산업 등에서 매우 우량한 전방산업을 갖추고 있어 이번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특히 피해가 큰 도내 중소기업들에게 긴급 자금지원과 소재부품 R&D 지원사업을 단기방안과 함께 장기적 대책으로 제시하여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중앙정부와 협력해 반도체 소재·부품 연구개발비 지원과 세제 지원도 검토 중이다. 진작 이리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발 빠른 대책으로 속타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일부 위안이 될 듯하다. 건강하고 온전한 산업생태계를 위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체계의 구축과 유지는 극일경제와 독립경제의 근본이기도 하다.위기는 곧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회이며 그 핵심은 반도체이다. 우리의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반도체개발·제조기술과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그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더 먼 곳으로 앞서 나아가야 한다. 광복절을 맞아 일본이 그 옛날 우리 백제를 구다라(큰나라)로 불렀듯이 다시 한번 보란 듯이 큰 나라의 위용과 자부심으로 그들이 저지른 잔혹한 과거사와 이 치졸함을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바로잡아 주고 용서해주는 여유를 즐기고 싶다. 대한민국 만세!/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2019-08-14 이세광

[참성단]반전의 태극기

우정사업본부가 제74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역사 속의 태극기' 기념우표 112만 장을 발행했다. 이번 기념우표에 등장하는 태극기는 구한말 고종이 미국인 외교 고문 '데니'에게 하사했다고 알려진 '데니 태극기'를 비롯해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경주 학도병 서명문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진관사 소장 태극기' 등 16종이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태극기에 공통으로 깃들어 있는 민족사적 가치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각 태극기가 제작된 시기와 배경을 돌이켜 볼 때 한 점 한 점마다 민족정기가 서려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 개인적으로는 발견된 지 올해로 10년이 된 '진관사 태극기'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이 태극기에 숨어있는 '반전' 때문이다.2009년 서울 북한산 진관사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작업 인부들이 낡은 보자기 하나를 찾아냈다. 보자기 안에서는 '독립신문', '신대한',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운동계 신문과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신문과 문건에는 3·1운동 이후의 상황을 알리는 기사와 함께 태극기 관련 기사 및 자료들이 실려 있었다.신문도 신문이지만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보자기의 정체였다. 그 낡은 보자기는 태극기였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칠해 그린 태극기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장기에 덧칠한 태극기라니…. 태극기를 그릴 제지가 없어서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리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것보다는 '일본을 누르고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일제에 대한 분노와 독립의지를 담아 '기획 제작된' 태극기였던 셈이다.이 태극기는 3·1 운동이 일어난 1919년 당시, 진관사에 머물던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이 숨겨 둔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계 독립운동을 이끈 백초월 스님은 광복을 1년 앞두고 청주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이 태극기는 10년 전에 우연히 발견되기까지 90여 년간 절간의 후미진 곳에서 신문과 문건을 품고 있었던 터라, 건괘(乾卦) 쪽 모서리 부분이 삭았고 중앙에 구멍도 여러 개 나 있다. 일본이 경제전쟁을 일으킨 후 많은 이들이 '극일'을 이야기한다. 이 태극기가 주는 울림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느껴지는 광복절이다. /임성훈 논설위원

2019-08-14 임성훈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