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수신위본: 몸을 닦는 것이 근본이다

동양에서 본말에 관한 체계를 세워놓은 고전이 대학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면서 가장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대학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근본적인 일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동양의 고전에서 보통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곤 한다. 대학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음의 근본적 지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마음이 떠난 몸은 시신과 같아서 일체의 인식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별도로 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음을 바로 다스리는 일이 정심(正心)이라면 몸을 바로 다스리는 일이 수신(修身)이다. 마음과 몸은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의 작용은 몸에 의지하고 몸의 작용은 마음에 의존한다. 아무리 마음이 근본이 된다 하더라도 그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몸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천자에서 서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수신이 근본이라고 한 것이다. 꿈을 꿔보면 알 수 있듯이 꿈속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수동적으로 겪을 뿐 고의성이나 주재성이 없다. 이른바 몽신(夢身)의 부자유함을 미루어보면 육신을 떠난 영혼으로서의 업신(業身)의 부자유(不自由)에 대해 짐작해볼 수 있다. 존재론적으로는 마음이 우주의 근본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실천적 차원에서는 몸이 근본이라 할 수 있다.대학에서 몸이 근본이라 한 것은 단순히 100세 건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주적 자아라 여기는 마음도 몸이 없이는 닦을 수 없기에 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7-03 철산 최정준

[참성단]동창회에서

"전두환 아니었으면 우리 같은 촌놈들이 대학에나 갈 수 있었겠냐?"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5년만에 처음으로 동창회에 참석했다. 5년 주기로 동창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에 빠지면 환갑에나 고교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동창 친구의 말에 이끌린 것 같다. 역시 오랜만에 벗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수십 년 세월의 더께에 가려진 옛 얼굴의 흔적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출렁거리는 배를 안고 닭싸움을 해도 부끄럽지 않은 시공간의 왜곡 현상까지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인적 네트워크의 후순위에 밀려 있던 동창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저녁 뒤풀이 시간, 서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화제가 자녀교육 문제로 옮겨갔다. 다들 사교육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더니 결국 과거와 현재의 교육정책을 비교평가하는 장이 펼쳐졌다.서두에 쓴 친구의 말처럼 시골에서 부유하지 못한 학창시절을 보낸 50대 중반 세대들은 전두환 교육정책의 덕을 본 것이 맞다. 이른바 학력고사 세대들이다. 전두환 정부는 사교육을 전면금지하고, 대학별 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에서 출제하는 학력고사로 일원화시켰다. 특히 이날 모인 동창들은 고교 전학년 내신성적이 입시에 반영된 첫 수험생 세대다. 이같은 교육정책은 시골 고등학교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학생들이 내신성적을 내기 위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도시의 명문고 대신 가까운 고향 학교를 택했고 이는 시골 학교의 학업 수준과 면학 분위기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질적·양적으로 전보다 월등히 높은 대학진학률을 기록했으니 교육의 형평성 측면에서 전두환 정부의 교육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물론 전두환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는 지금의 수능에 비해 수준이 떨어졌고 '눈치작전'이라는 기형적 입시 관행도 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 민주화 과정을 겪은 터라 전두환 정부에 호감을 갖기 힘든 586세대가 당시의 교육정책을 추억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학창시절에는 최소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는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고, 자사고나 특목고가 고교서열화를 부추기는 현재의 교육 현실 속에서 35년 전의 모교는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위안처가 아니었나 싶다. /임성훈 논설위원

2019-07-03 임성훈

[경제전망대]2063년의 기생충

송강호 가족 '뻔뻔함' 당당함 기인공생으로 낯 펴도록 사회화된 우리 소유욕 조종하는 배후는 축적 욕망생사 양극화 보편적인 '소설 곰탕'시간여행 복귀 않는건 여기가 행복살아가는 순간순간은 시간과 공간의 좌표로 기록되고 흔적을 남긴다. 0이라는 시간 좌표에서 시작해서 길어야 100년 동안 지구 공간의 극히 일부에 존재하다 떠나는 것이 일생이다. 우주의 스케일로 보면 무한대분의 일도 안되는 티끌일 뿐이다. 궤적을 벗어나 또 다른 좌표를 찍는 건 환생이요 영생으로 이어지는 길이 될 터이고, 차원을 달리하여 공중부양의 상태로 존재한다면 열반이거나 영혼과 귀신의 단계로 존재 이전을 하는 것이라.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기생의 다양성을 생각해 본다. 제 한 몸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남에게 의지하고 붙어사는 걸 기생이라 풀어보자. 송강호 가족의 '뻔뻔함'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자본에 독점적으로 기생하는 조여정 가족이 제 것인 양한 자본을 나누고 공생하자는 게 뭐가 문제이고, 염치를 따질 일이냐, 라는 사회적 당당함이 깔렸음이라. 기생이란 말에 찡그렸던 낯을 공생으로 펴도록 사회화된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 좌표로 존재한다. 영화의 공간을 다시 헤집고 들어가되, 김영탁의 '곰탕'이라는 소설을 얹어보자. 그리고, 공중부양을 해서 굽어보자. 평창동이나 성북동 임직한 윗동네와 물난리를 겪는 아랫동네에서도 반지하 집을 설정한 영화 기생충, 2019년. 하층민이 사는 부산 해안지역과 해일에서 안전한 윗동네를 펼쳐 보이는 소설 곰탕, 2063년.위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이 작아 보이고 소유욕이 높아진다. 밑에 있으면 올려보는 세상이 커 보이고 밑에 깔린 작은 것과 공감대가 맺어진다. 밑에서 하루는, 위에서 보면 서너 시간이다. 시간은 기회비용을 통하여 소득과 소비를 움직인다. 시간당 소득이 높을수록 돈을 많이 써야 자기 수준에 걸맞은 소비를 한 듯 뿌듯해한다. 놀러 가도 고급 호텔에 묵는 것이 자신의 시간 기회비용에 부합하는 합리적 소비라 여긴다. 소득과 소비를 많이 하려면 시간 소유욕이 커지니 자신의 시계를 빨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블랙홀 시계를 가지고 있다. 절대 시간의 종언을 말한 아인슈타인을 들먹이지 않아도 느낌으로 안다. 치달리는 시계의 좌표와 따라가는 나의 좌표 사이가 벌어질수록 힘이 들고 쇠약해지고 자율성이 떨어진다. 좌표상에서 운동한 물리량이 자본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을 보고 인생성공이라 하는 건, 자본에 자발적으로 기생함으로써만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찾는 예속을 합리화하는, 영혼 없는 칭송일 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지만, 원래 남의 것이었으나 이제 내 것이 된 것에 쏠리는 집착은 훨씬 강하다. 자신의 소유욕에 깔린 진솔한 밑바탕을 보려면 감정이 배인 소유물로 시험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 자신과 관련 있는 처녀보다 유부녀의 겁탈에 더 분노하는 당신이라면, 저열한 마초의 관점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자기 수양이 부족함을 고민해야 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인간이 많다면, 이런 걸 조물주를 탓하랴. 복지 지원을 늘리는 것, 최저 임금을 올리는 것, 세금을 올리는 것에 울화가 치민다는 건 내가 번 돈을 지키려는 소유욕이 발동한 것이며, 그 소유욕을 조종하는 배후는 쟁취와 축적의 욕망이다. 원래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하는 데 들인 공과 땀과 음모의 세기가 클수록 빼앗은 것은 더욱 내 것이라는 집착이 강해지는 법이다. 그런 모습을 우리는 뭐라 해야 하나. 사유재산권과 자본주의의 수호자, 자본하고만 공생하려는 자, 단 하나의 기생도 부정하는 결벽주의자라고 떳떳한 비난을 할 만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의 좌표(2019년, 한반도)에는 비난받는 자와의 동일화에 실패하고 모방의 허무에 지친 질투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생과 사의 양극화가 보편적이고 당연한 2063년 소설 곰탕의 대한민국을 떠나 지금 2019년으로 시간여행을 온 소설 속 사람들이 복귀하지 않는 건, 과거인 지금 여기가 더 행복해서일 테다.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할 것 같다는 청년세대에게 다짐받는다. 2019+44년 자신의 공간좌표가 윗동네인가, 아랫동네인가에만 꽂혀있다면 그대들은 평생 기생충 인생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2019-07-03 조승헌

[수요광장]차별 방관자, 기여자, 가해자

다름 공존·상생하는 '문화다양성'평화 화합하자는 전세계 협약인데구성원간 갈등·폭력 조장 일부언론곳곳에 혐오·차별 씨앗 뿌리는 세력대응 못하는 정치권… 모두 '가해자'며칠 전 너무나 노골적으로 인종 간 혐오와 갈등 그리고 폭력을 부추기는 한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가 있었다. 기사는 최근 인천시와 서울 일부의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으로 근래 국내에 급격히 유입된 '이슬람 난민' 중 일부 '극단주의자'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내용이었다.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의 발언으로 "붉은 수돗물 사태 원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테러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보당국자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같은 기사에서 다른 공공기관의 담당자는 그 가능성을 일축하는 가운데, 기사의 제목은 놀랍게도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 였다. 매우 노골적이고 악의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다. 이 기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1923년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대학살을 떠올렸다고 한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지진 직후 퍼졌고, 당시에 학살된 조선인이 6천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끔찍한 대학살을 떠올리게 만드는 위 내용은 언론사의 기사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구성원간 혐오와 차별을 옮기는 혐오차별세력의 행동의 일환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럼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한국사회 구성원간 불신과 혐오 및 갈등을 양산하는 악의적인 행위가 펼쳐지고 있을 때, 제도와 정치는 무얼 했을까. 제도는 부재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해야 하는 정부 및 정치권은 최근 부천시의 사례에서 보듯, 혐오세력의 반대에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문화다양성 조례를 오랫동안 지역의 여러 단위가 함께 준비해왔다. 하지만 기독교계중 매우 일부가 중심이 돼서, 문화다양성 조례가 통과되면 이슬람, 난민, 동성애가 확산된다며 조례제정을 적극 반대했다. 결국, 지난 6월 25일에 이들의 항의로 부천시 시의원 28명 중 14명이 공동발의하고, 상임위까지 통과된 조례안이 본회 직전 자진 철회되는 굴욕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문화다양성이란, 한 사회나 국가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들이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모두가 평화롭게 화합하자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협약이다. 2001년 유네스코에서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문화다양성 선언을 했고, 국제협약이 만들어졌다. 한국도 가입은 물론, 2014년 문화다양성 법을 제정했다. 지역에서도 서울특별시, 경기도, 부산광역시 등 전국에 14개 시도와 교육청에서 문화다양성 조례가 제정되어 활발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조례안이 특정 세력의 실력행사에 좌초된 것이 물론 이번만은 아니다. 하지만 매우 개탄스러운 점은 모두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차이를 존중하자는 전 세계적 약속까지도 소수 세력의 항의에 무산되었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혐오표현 예방 및 대처에 관한 조례를 준비하고 지난 10월부터 정책연구와 토론회가 열렸지만, 도의회에 상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며, 경기도 이주아동 지원 조례안도 난민반대 세력의 반발로 상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세력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차별과 혐오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구성원 전체의 공익에 부합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특정 종교의 일부 세력에 계속해서 굴복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평화와 공존을 염원하는 다수 시민의 바람을 배반하고 기본적인 정의와 인권 실현이라는 본분을 다하지 못하여 차별에 방관하고 기여한 것이다. 기여 정도가 아니다. 정치는 우리의 삶이 보다 나아지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정치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이번 조례철회에 동의했다면, 모두가 결과적으로 혐오차별의 가해자다. 구성원간 갈등과 폭력을 조장하는 언론, 한국사회 곳곳에 혐오와 차별의 씨앗을 뿌리는 이들, 다수 시민의 염원과 상관없이 이들에게 굴복하고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정치권, 결국 모두 혐오차별의 적극적 가해자다. 결국 평화와 공존을 염원하는 대다수 시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07-02 이완

[기고]건강보험증 부정수급 방지를 위하여

자격상실자 주민번호 도용 진료6년간 6800명 77억원 '부정수급'허술한 국적법 관리도 '한몫'공단-병원협 '신분증 확인' 협약심각한 폐해 방지위한 '첫 걸음'지난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대한병원협회 간 업무협약(MOU) 체결식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병원 입원진료 시 신분증 확인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사회적 분위기 확산 방안 마련과 입원환자에 대한 본인확인 실시 협조체계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그렇다면 왜 양 기관 간 업무협약까지 하고, 또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되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건강보험증 부정수급'에 대한 문제의식을 같이하고 증 부정사용 방지를 위한 공조체계 구축과 이를 위해 양 기관 간 공동 노력을 하기 위함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잠깐 증 부정사용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사례를 하나 소개해본다. 김모(여)씨는 주민등록 말소로 건강보험자격이 상실된 상태에서 몸이 아프자 동거남의 누나 고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급성 기관지염 등으로 2010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진료를 받았고 360여만원의 공단부담금을 발생시켰다. 이는 2014년 7월 A병원에서 본인이 진료받으려다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여 신고 후 경찰 수사 의뢰로 도용자를 검거하여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으로 결정되었던 사례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6천800여명의 증 부정수급자를 적발했으며, 부정수급 금액은 총 7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공단이 운영하는 건강보험재정 측면에서 보면 걱정할만한 정도가 아닐 수도 있고, 그런 이유로 크게 이슈화되지 않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위의 사례 외에도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에 있어 허술한 국적법 관리에 의한 건강보험 부당 이용과 국내 친인척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 부정사용자 적발이 건강보험증을 도용당한 가입자(피부양자 포함)의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실제로 발생되고 있는 '건강보험증 부정수급' 규모를 추정조차 하기 어렵다는 점이 건강보험증 부정수급 문제의 본질이다.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다수의 선량한 건강보험 가입자 모두를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강보험 부정수급'의 문제가 단지 부정사용하는 일부의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미가입자들만의 일탈과 모럴해저드로 치부되어서도 안된다. 본인의 건강보험증을 타인에게 부당이용을 하게 해줌으로 인한 피해를 본인 자신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이런 측면에서 지난 3월 공단과 대한병원협회의 업무협약은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작은 발걸음이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를 시작점으로 증 부정사용의 심각한 폐해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형성과 함께 법과 제도를 촘촘히 살피고 개선하는 등 사회적 적폐청산을 위한 범사회적 노력도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사후 약방문 차원의 피동적이고 소극적 대응이 아닌 발본색원의 강력한 의지만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의 일소와 '건강보험증 부정수급' 퇴출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정직하고 선량한 국민이 존중받고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길로 한걸음 나아가게 될 것이다./이철승 수원시의원(더불어민주당 율천동, 서둔동, 구운동)이철승 수원시의원(더불어민주당 율천동, 서둔동, 구운동)

2019-07-02 이철승

[참성단]무인화 시대

'아마존 고'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 슈퍼마켓이다. 지난 5월 뉴욕에 12호점이 문을 열었다. 아마존 고에는 계산원은 물론 계산대도 없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수백 개의 센서와 카메라는 누가 무엇을 사는지 지켜볼 뿐이다. 손님이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 들면 센서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 스마트폰에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가 끝난다. 아마존 고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어 주로 현금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이나 노인, 즉 디지털 소외계층은 아마존 고를 이용할 수 없다는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이 들끓자 뉴욕 매장은 현금 사용 고객을 위해 직원을 따로 뒀다. 하지만 그 자리가 오래 유지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2021년까지 최대 3천개로 늘릴 계획이다.우리 역시 '무인(無人) 자동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이 무인화 기기 '키오스크'에 점령당한 지 오래고, 주유소도 셀프로 바뀌는 추세다. 대형 마트 계산대도 무인으로 바뀌고 있다. 줄 설 필요도 없이 신용카드를 꽂고 물건을 바코드 인식기에 대면 자동으로 계산이 끝난다. 고용주 입장에서 소비자가 만족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주는데 무인화를 마다할 리가 없다.무인화는 주문이나 결제를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등 소비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지만, 계산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으려는 공포의 존재나 다름없다. 고속도로 통행권을 뽑을 필요도 없이 통행료가 결제되는 '스마톨링'이라는 요금 자동수납시스템으로 고속도로 요금 수납원이 해고 위기에 몰리는 것이 그런 경우다. 무인화 시대의 도래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가 크다. 소득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무인화를 부채질한 것이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다. 하지만 무인화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정책적으로 무인화 시대를 늦춘다고 해도 그건 잠시뿐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유통업체에 무인 자동화 시스템의 확산은 더욱 빨라질 것이며, 무인 자동화 시스템의 보편화는 결과적으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인화 시대가 드리우게 될 어두운 그림자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7-02 이영재

[노트북]다양한 청년정책, 다른 연령 배척은 안돼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로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토익 등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도 이러한 어려움에 도움을 주려고 정책을 쏟아냈다.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이 마련됐다. 구직하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청년수당'이 지급된다. 청년수당은 서울시 등에 이어 인천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청년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청년에 대한 많은 지원을 두고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이는 고민해 봐야 한다.최근에 만난 50대 스타트업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창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분이 '청년' 대상 지원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청년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우리 같은 40·50대는 정책에서 소외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분명 40·50대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있다. 이 창업가도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청년층에 비해 지원이 너무 적다는 하소연일 것이다. 창업 분야만 보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이 많아 보인다. 대학마다 창업 관련 기관들이 있고 정부도 청년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이 '쏠림'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창업 지원을 예로 들면 지원 기준에서 '연령 제한'만 삭제해도 이러한 소외감이 들지 않을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예산 배분이 연령대별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계적으로 모든 연령층이 같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크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청년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고 나갈 중요한 세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연령층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07-02 정운

[경인칼럼]내부 투쟁 멈추고 밖을 바라볼 때다

중국, 시장 '열었다 조였다' 한국경제 조롱日, 한일협정이후 청구 거부한채 경제제재북, '통미봉남'… 트럼프의 '외교적 상상력'우리를 한반도남쪽에 가뒀다는 직감에 답답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을 밟는 장면은 역사적이었다. 1953년 6·25전쟁 휴전 이후 66년간 이런 장면을 목격하리라고 믿었던 한국인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탈리아 기자의 역사적 오보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고, 독일은 갑자기 통일됐다. 역사는 한 국가와 민족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전과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옮겨놓기 일쑤다.대한민국이 지금 역사적 변동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에 마음이 무겁다. 태풍의 눈은 맑고 고요해 태풍의 실체를 각성하기 힘들다.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적 변동의 한 복판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만 그 사실을 모른 채 무심한 것 아닌가 해서다. 김정은을 판문점으로 불러낸 트럼프의 트윗은 단 몇 줄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판문점 군사분계선 월경(越境)은 단 몇 분이었다. 김 위원장과 50여분 회동한 트럼프가 회동내용을 설명하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귀엣말은 30여초였다. 문 대통령이 이를 정리했다.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6·30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에서 벌어진 몇 토막 이벤트들이 모여 '북·미간의 사실상 종전선언'으로 귀결된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협상은 새로운 양상으로 진입한 모양새다.대한해협에서도 역사적 변동을 재촉하는 불길한 동력이 싹트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족집게 처럼 집어내 경제제재에 나섰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 하는 일본산 소재 공급을 막겠다는 결정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국제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일본이 자국 기업의 손해를 감수하는 자해적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결정에 대한 경제보복이다. 역사적 피해자인 우리가 일본의 정치·경제적 보복을 받는 가치의 전복이 황당하지만, 갈 데까지 간 한·일관계 자체는 생소한 현상이다. 이 현상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촉발시킬지 예측하기 힘들다. 오만한 중국은 이제 경제협력의 대상인지 불분명해졌다. 시장을 열었다 조였다 하며 한국 경제를 애먹이는 수준을 지나 이제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선택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외세의 발호가 심각하다. 그 기세에 담긴 기운이 불온하다. 중국은 시장을 앞세워 우리를 조롱하고, 일본은 한일협정 이후의 청구를 거부한 채 한국 경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동맹인 미국은 수시로 안보비용 청구서를 내민다. 문 대통령은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었다"며 김 위원장을 판문점으로 불러낸 트럼프의 외교적 상상력을 찬양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외교적 상상력이 대한민국을 한국인이 상상하지 못한 지경에 갖다 놓을까봐 착잡하다. 상상하지 못할 지경이 무엇인지 몰라서다.우리를 둘러싼 외세의 기운이 우리를 한반도의 남쪽에 가둔 채 소외시키고 있다는 직감에 가슴이 답답하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 일본은 물론 혈맹인 미국까지 나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새롭게 결정할 역사적 변동을 밀어붙이는 듯한, 이 모호한 직감이 불쾌하고 불안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역사의 수레바퀴가 결정적인 한 순간을 향하기 위해 마지막 퍼즐 몇 조각을 맞추고 있다면 무서운 일이다.이처럼 불길한 직감이 개인적 기우에 그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국가를 수호하는 일에 '상상'의 개입은 금물이다.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변동의 기운과 실체를 똑바로 확인하고 관리하고 대처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잠시 우리 내부의 투쟁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볼 때다. 내부 투쟁으로 엉망이 된 나라에 불어닥치는 스산한 바람을 느낄 것이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9-07-02 윤인수

[오늘의 창]개천에서 용(龍)나긴 역시 어렵다

안산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하려던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윤화섭 시장은 최근 올 하반기부터 장애인·저소득층 가정 대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 50%를 지원하고, 단계적으로 관내 모든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원금은 우선 본인 부담금의 50%이며, 연간 지원금은 최대 200만원으로 정했다.시는 올 하반기 우선 지원 대상 3천945명에 대한 지원금 29억원을 추경예산안에 편성, 즉시 시행할 방침이었다.하지만 최근 안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안산시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 조례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시행을 보류했다. 7명의 시의원 중 4명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조례안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가 제출한 조례안은 2일 열릴 정례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어 이번 회기 내에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조례안 재심의는 이르면 오는 8월 임시회에나 가능해질 전망으로,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려던 시의 반값등록금 지원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무상급식에 이어 무상교육 등의 보편적 교육복지가 정부차원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고등학교까지는 학업에 대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적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의 경우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해 상당수가 등록금을 대출받아 사회에 진출하면서부터 막대한 빚을 지고 시작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윤화섭 시장이 전국 최초로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지원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나, 예산 부족과 포퓰리즘 논란 등으로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물론 시 재정은 적재적소에 쓰여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정형편에 따라 교육이 차별되는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곳에도 역시 투입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龍)이 나올 수 있는 개천이 아예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19-07-01 김대현

[기고]경기도의회 의원 1년

집행부 운영예산 심의·행정 감시하는 역할진정한 지방자치, 생활의 문제 해결하는 것경험없는 의원들 행감등 해결하기 힘들어의회, 인사권 독립·자율성 확보 시급하다시의원을 직업으로 12년, 그리고 도의원을 직업으로 한지 1년 됐다. 도의원으로서 그간 내가 했던 일들은 이전에 시의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에 적응하는데 이점으로 작용했다. 성남시의회에서 좀 더 넓은 광역의회 의원으로서 나서는 첫걸음은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적응의 동물'인 필자는 다른 의원들보다는 조금은 빨리 광역의회에 코드를 맞췄다고 생각한다. 의원이란 직업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의원으로서 집행부(경기도)의 행정에 관한 조례 등을 만들고 집행부에서 운영하는 예산을 심의하고 통과시키며 또한 집행부가 주민을 위해 제대로 행정을 전개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통학로 불법주차로 인한 아이들의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볼라드를 설치하고 음식문화특화거리 버스킹 공연에 참석해 지역주민들께 인사드리고 어떤 날은 봄나들이, 단풍 나들이 가시는 동네분들을 배웅한다. 또 어떤 날에는 이 행사와 저 모임, 그 대회 등 당일치기로 여러 곳을 참석하느라 부산을 떨며 정신없이 움직인다. 지난 5월 23일만 해도 수진2동 수진밥차 어르신 식사대접 인사, 삼부아파트 경로당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 참석, 장애인협회 기금마련 바자회, 성남교육지원청 간담회, 신흥초 학급증설 관련 대책회의, 안산에서 열린 장애인 체육대회 참석…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러다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하루 공치는 날은 휴식이 꿀맛이지만 '새끼 많이 둔 소 길마 벗을 날 없듯'이 책상 위에 두께를 자랑하며 쌓인 책과 서류뭉치는 도의원으로서 존재가치이기에 시간에 감사하며 읽어내려 간다.내가 꿈꾸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각자 디딘 자리에서 행복을 찾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나는 꿈꾼다. 착한 건 바보 같은 게 아니라 타인과 함께하는 것이고 전체를 위한 것이고 결국 나와 내 가족, 내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나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임을 깨닫고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하지만 도의원인 필자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속의 제약들은 이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정의롭지 않은 자들이 정의를 말하고 그름이 옳음을 덮어버리는 세상에서 '행복'이나 '사람답게'라는 말은 너무나 허약하기에….지방의원이 '행복'이나 '사람답게'라는 생활정치에 가장 근접하고 밀접한 사람 아닌가 싶다. 생활과 분리된 정치는 있을 수 없으므로 진정한 지방자치는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생활정치를 구현하고 있는 지방의원으로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생활정치인가? 섬김과 실천의 정치, 정책의 정치, 당리당략의 정치가 아닌 민생 우선의 정치, 대화 정치가 바로 생활정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 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이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청춘을 허비하고 있고, 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생활에 정취가 결핍돼 있고, 이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보람차다. 그렇기에 필자는 생활정치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지구당 정책실장, 국회의원 정책비서부터 시작해서 비서관, 보좌관을 거쳐 시의원 3선, 도의원 한 돌을 거친 필자지만 그 모든 업무를 혼자 하기에는 벅찰 때가 많다. 더더욱 이런 경험이 없는 많은 동료 의원들은 지역 안건을 해결하고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의 업무를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애로가 있다. 지방의회에 대한 인사권 독립 및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회사무처와 같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그에 버금가는 지방의회 자율성 확보가 시급하다. 예산에 대한 재정 분석, 조례 제·개정 등에 관한 입법 지원, 행정사무감사와 조사에 대한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해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달인이라 한다. 도의원은 의정활동의 달인이 돼야 한다. 도와 교육청의 행정을 잘 견제하고 주민이 체득할 수 있는 생활정치를 전개하며 변화무쌍하게 흐르는 민심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경기도의회 의원이기에 그렇다./최만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1)최만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1)

2019-07-01 최만식

[참성단]판문점의 변화

판문점이 영화의 상상력을 압도하는 현실의 드라마로, 글로벌 뉴스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2000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대한민국 육군 이수혁(이병헌) 병장은 밤마다 군사분계선 넘어 북측 초소를 찾아 조선인민군 오경필(송강호) 중사와 호형호제하며 정을 나눈다. 하지만 절대 넘어선 안되는 선을 넘은 그들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같은 얼굴,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 청년들은 금단의 선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판문점은 그들에게 표정없는 대치를 강요할 뿐이다.그러나 이제 판문점은 남북미 정상들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고무줄 놀이 하듯 넘나들며 월경(越境) 이벤트를 벌이는 리얼리티 정치쇼 무대가 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단초가 됐다. 새소리만 들렸던 도보다리 환담은, 어떤 영화도 구현할 수 없는 미장센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또 다시 월경 이벤트를 재현했다. 트럼프는 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지위를 얻었고, 자신의 트위터 초대에 응해 준 김 위원장에게 정중한 사의를 표했다.레이건, 오바마, 조지W부시 등 판문점을 방문했던 역대 미국 대통령은 군복 상의를 착용했다. 세계 유일의 냉전 현장에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동맹을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장소"라고 말했던 판문점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북중러 동맹과 한미일 동맹 대치의 꼭지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번개회동 장소가 됐으니 그렇다. 오히려 언론들이 놀라 역사적 장면을 송출하는 방송화면이 흔들렸다.영화적 상상에 머물러 더 비극적이었던 이수혁 병장의 금지된 월경을,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어 미국 대통령까지 해내는 현실은, 아버지를 따라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이방카의 말처럼 "비현실적"이다. 한국전쟁 휴전회담이 시작된 널문리 주막에서 비롯된 판문점의 역사가 휴전 66년 만에 중대한 변화의 길목에 선 듯 싶다. 그 변화가 대한민국과 한민족 전체의 축복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7-01 윤인수

[이남식 칼럼]디즈니의 매직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 '실사 영화' 잘 알려진 스토리·제작비 절감 장점특수컴퓨터 힘으로 화면 편집 '마법''황금종려상' 쾌거 이어가기 위해선전세계적인 변화에 주목해볼 필요 6월 30일 판문점에서는 또 하나의 트럼프 매직이 이루어졌다. G20 회담 후 1박2일 여정으로 불과 24시간여 한국에 체류하면서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북미 핵 협상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트위터와 미디어가 이루어낸 새로운 정치 매직이다. 매년 발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IT기업을 제외하고 항상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기업은 코카콜라, 맥도널드 그리고 디즈니다. 월트디즈니는 1923년 월트와 로이 디즈니가 창업한 디즈니브라더즈만화스튜디오로 출발하여 미키마우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50년대부터 테마파크 사업을 확장하여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를 구축하였으며, 전 세계에 14개의 테마파크와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는 M&A를 통하여 픽사,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 필름, 20세기폭스, 폭스서치라이트 픽처스, 그리고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ABC방송 네트워크, 내셔널 지오그래픽 네트워크 및 A&E를 소유하여 세계 최대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되었다. 그런데 디즈니가 만들어내는 콘텐츠 중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실사영화 (Live-action movie)라는 장르이다. 이번 여름 우리나라에서 '기생충' 못지않은 흥행을 기록한 영화 '알라딘'은 이미 1992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던 것을 최신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동원하여 실제 배우들과 컴퓨터로 그리는 원숭이, 호랑이, 마법양탄자가 등장하는 리메이크영화로 사실성이 높은 일종의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영화라 할 수 있다. '정글 북', '미녀와 야수'로 시작하여 '알라딘'에 이어 앞으로 '라이온 킹', '잠자는 숲속의 공주', '레이디와 트램프', '뮬란' 등의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된 영화로 등장할 예정이다. 알라딘의 경우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6월 첫째 주 기준으로 약 8.4억 달러(약 9천700억원)의 수입을 올려 1.8억 달러(약 2천80억원)를 제작비로 쓴 것에 비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참고로 1992년에 제작한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2.8억 달러가 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에 비하여 제작기간이나 제작비가 훨씬 덜 들어가는 까닭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몇 장의 사진만 있으면 배역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영상(CGI-computer generated imagery)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요사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립싱크를 정확히 맞춘다든지 좀 더 자연스러운 표정, 배경을 만들어낼 수 있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시각화할 수 있게 되어 영화를 만들어내는 자유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모든 CGI들이 3차원으로 제작되어 재활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미래의 영화산업에 있어서 CGI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지 않나 한다. 소위 특수효과(VFX visual effect)라는 범주가 초고속으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특수한 컴퓨터의 힘을 입어 화면을 편집함으로써 그야말로 매직(Magic)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명량', '신과 함께' 등의 영화에서 CGI를 많이 사용하였으나 아직 완성도 면에서는 디즈니에 미치지 못해 보인다. 우리 영화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쾌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의 변화를 잘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스티브 잡스와 디즈니의 관계이다.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이후 애플의 CEO로서 14년간 매년 1달러의 연봉만 받았고 스톡옵션도 없었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난 후 약 67억달러의 유산을 남겼는데 대부분이 픽사(PIXAR)라는 컴퓨터애니메이션 회사를 디즈니에 팔면서 받은 디즈니의 주식 평가액이 전체의 약 65%가 되어 또 다른 디즈니 매직을 남겼다./이남식 국제미래학회 회장이남식 국제미래학회 회장

2019-07-01 이남식

[조성미의 '나무이야기']품격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오동나무

습기·불에 잘 견디고 가벼운 편부드럽고 마찰 강해 가공 편리좀벌레도 잘 생기지 않아 장롱·문갑 등 가구재료 적합공명 뛰어나 악기 만드는데 제격화려한 벚꽃과 수수한 진달래, 노란 개나리 등 성대한 꽃들의 축제가 펼쳐지고 난 후 멀대처럼 키가 큰 오동나무가 한껏 곱게 꽃단장을 한다. 봄이 끝나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가기 전 오동나무는 튼튼한 줄기를 쭉 뻗어 올리고 초롱같은 보랏빛 꽃송이들을 매달아 놓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단박에 마음을 빼앗아버린다.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는 큰 키의 낙엽이 지는 나무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방에 분포한다. 다 자라면 15m까지 크고 수피는 담갈색이며 암갈색의 거친 줄이 가로로 나 있다. 오각형의 큼직한 잎을 가진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 자라는 1천여 종의 나무 중에서 잎사귀의 크기로 따지면 남부지방에 자라는 팔손이와 랭킹 일이등을 다툰다. 커다란 잎은 바람에 찢어지기 쉽고 해충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하나 더 많은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어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만들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키와 몸집을 키운다. 대략 1년에 키 1∼2.5m씩 초고속성장을 하는 오동나무는 15년에서 20년 정도면 제법 재목으로 쓸만하게 된다. 짧게는 40~50년, 길게는 100년 정도 되어야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목재로서 아주 쓸모있는 나무이다.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었다. 딸이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어 혼례 치를 날을 받으면 심었던 오동나무를 잘라 농짝이나 반닫이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딸을 보낼 때쯤 쓸 수 있을 정도로 생장속도가 빠르지만 자라는 속도에 비해 재질이 단단한 오동나무는 목재로서 장점이 많다. 습기와 불에 잘 견디는 편이며, 가볍고 부드러우며 마찰에 강해 가공이 쉬운 편이다. 또 잘 트지 않고 좀벌레도 잘 생기지 않아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들기 아주 좋다. 당연히 쓰임새도 다양해 장롱이나 문갑, 소반 등 생활용품에 오동나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주 고급스럽고 무늬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서민적이어서 생활도구를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 특히 오동나무는 소리를 전달하고 공명하는 힘이 뛰어나 가야금이나 거문고, 비파 등 악기를 만드는데 가장 적합하다. 신라 진흥왕 때 가야국 가실왕의 악사였던 우륵이 신라로 가서 가야금을 만든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그 가야금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도록 오동나무로 공명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동나무로 만든 가야금은 애절한 소리로 듣는 이에게 애수와 정한을 심어주고, 거문고는 둔탁하지 않으면서도 유장한 소리를 낸다.성인 얼굴을 가릴 수 있을 만큼 큰 오동나무잎은 토란잎과 함께 임시 우산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요즘 같은 장마철 비가 오락가락할 때 갑자기 맞이한 빗줄기를 피하는 데 아주 적격이었다. 무성하고 넓적한 오동나무잎 위로 투두둑거리며 장맛비가 떨어지면 빗소리는 더 시원하고 정감 있는 소리로 들려온다. 옛 어른들은 재래식 화장실에 오동잎 몇 장을 놔두어 벌레와 악취 제거에 이용하기도 했다. 오동나무는 잎이 바람에 스쳐 떨어지는 풍경으로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자잘한 잎들이 우수수 흩날리며 떨어지는 일반 낙엽들과 달리 커다란 잎새가 허무하게 툭 떨어지는 오동잎을 보면 아무래도 가을을 연상하게 된다.옛 문헌에는 관청이나 서원에 있는 오동나무를 함부로 베었다가 관리가 파직 등 중징계를 받은 기록이 눈에 띈다. 조선 명종 15년 영천군수 심의검이 거문고를 만들려고 향교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었다가 벼슬에서 쫓겨났고, 현종 11년에는 남포현감 최양필이 향교의 오동나무를 베었다가 파직당한 기록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청렴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발포 만호로 재임 시 전라좌수사 성박이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발포 진영 뜰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어오라고 했으나 뜰의 오동나무도 나라의 재산이라며 단호히 거절했고 이순신 장군은 이 일이 빌미가 되어 파직되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껍질을 사용한다. 생약명은 동피 또는 백동피라 불리며 종기나 타박상, 피부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증상의 치료에 사용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6-30 조성미

[월요논단]적수 사태, 관리체계 재정비 필요

한달간 이어진 '붉은 수돗물 공포'급수전환·초동대처 미흡 불신 초래예산투입 무조건 수도관 교체보다명확한 원인 규명후 해결책 세워야시민들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 필요날씨가 더워지면서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다. 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물은 인간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최근 한 달 동안 우리나라는 '수돗물 공포'에 시달렸다. 인천시 서구 공촌권역 곳곳에서 붉은 물이 나오면서 시작되었고,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 중구, 영종도의 학교나 아파트를 비롯하여 강화도까지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 관계자들은 제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분노를 샀고 관련 책임자는 직위해제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돗물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된 상태는 아니다.환경부와 함께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 이번 인천시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이유를 발표했다. 붉은 수돗물은 녹물이 맞으며, 풍납취수장에 전기공사를 하면서 오랜 시간 단수를 할 수 없어 팔당취수장 물을 임시 공급하는 과정에서 평소 사용하지 않던 두 곳의 관을 열어 원래 물길이 아닌 방향으로 흐르면서 수압이 높아져 관에 있던 녹이 떨어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등 수돗물 안전지원단이 원인 규명과 수돗물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인천 수돗물사건을 기점으로 서울, 평택,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짜 문제는 이와 맞물려 20년 지난 수도관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물론 교체가 필요한 곳은 교체해야겠지만, 민원이 접수된 지역 중에는 수도관이 노후되어서 녹물이 나온 것이 아니라 배수지 경계 밸브를 잘못 건드려 그런 현상이 나타난 곳이 있고, 또 어떤 지역은 수도관이 폴리에틸렌 재질로 녹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인 곳도 있었다.수도관 교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한다는 지자체의 발표를 들으면서 대한민국 전역에 20년이 지난 수도관을 모두 교체하는 상상을 해보면 전 국토가 공사현장이 되어 쑥대밭이 되고 세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액수가 길바닥에 뿌려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게다가 또 20년이 지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데, 수도관의 수명이 '20년'이라는 것은 어떤 과학적 근거와 타당도를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이런 사건 앞에서 우리는 조금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가는 게 필요하다.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인천 수돗물사태와 맞물려 물에 관한 그림책이 생각난다. '물싸움 (전미화 그림책/사계절)'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에 맞춰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그렸다. 가뭄이 극심할 때 모두가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고 싸움이 일어난다. 이때 가장 연장자가 '팻물'이라는 말을 한다. 그때부터 물과 사람의 질서가 잡혀간다. '쌀 한 톨의 무게를 하늘도 땅도 농부도 안다.'로 끝나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우리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물은 우리 삶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고, 우리는 물에 대해 얼마만큼의 책임을 느끼고 있을까?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수돗물이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나오기까지 물의 긴 여정들을 생각하게 된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돌이켜보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사항은 급수전환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그런데 그렇다고 당장에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터진 땜 막듯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도관을 교체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명확하게 현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 또한 불편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겠다. 이번 인천 수돗물사태가 빠른 시일에 해결되어 마음 편하게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하겠다. 산 좋고 물 좋았던 그 시절의 우리나라가 그립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6-30 최지혜

[참성단]독수 독과의 원칙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 1957년 작. 감독은 시드니 루멧. 데뷔작이 이렇게 주목을 받기도 힘들다. 미국의 배심원제를 세밀하게 그려낸 법정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TV 드라마로 이미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심만으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정의가 내재한 '법의 정신' 덕을 톡톡히 봤다. 이는 당시 미국의 '시대 정신'이기도 했다. 증거보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한 소년을 살인자로 몰아가는 11명의 배심원 사이에서 유일하게 무죄 가능성을 버리지 않은 8번 배심원을 맡아 마침내 전원 무죄 평결로 이끌어 낸 헨리 폰다의 연기가 일품이다. 지난 2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6명에 대해 항고심에서 "수사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하여 가져간 다음 장기 보관하면서 이를 활용하여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 기관의 관행이 된 '별건 수사'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법원이 선언한 셈이다.독수독과(毒樹毒果)의 원칙이란 게 있다. 독이 든 나무에서 열린 열매 역시 독이 있다는 것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법에 이 이론이 도입된 것은 2007년으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위법수집 증거능력 배제원칙을 명문화 했다. 하지만 우리의 수사기관은 그동안 독이 들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원칙은 외면한 채 과실을 따 먹기에만 급급해 왔다. '별건(別件) 수사'가 그것이다. 별건 수사는 본래 수사 대상이 아닌 다른 사건을 조사함으로써 피의자를 정신적으로 압박해 범죄혐의를 얻어내는 수법이지만,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히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사건 조사에 자주 이용된다. 취임하는 검찰총장마다 별건 수사 관행 등에 대해 늘 개선 의지를 밝힌다. 하지만 이 '지독한' 수사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수사를 받는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몇몇 인사가 '별건 수사'로 극심한 심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추정하고 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단호하게 배제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별건 수사가 사라져 '법의 정신'이 꼭 지켜지길 기대해 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6-30 이영재

[기고]해상매립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차기매립지 '인천신항' 해명불구 일파만파법·제도·기술적 면에서 당장 대안 어려워폐기물발생 지자체별 자체매립지 조성 시급인천만의 친환경 소각매립지 시민공론 필요지난 6월 27일자 한 언론보도로 시민소통실에는 수백 통의 항의전화가 왔다. 기사는 정부가 수도권 다음 매립지역을 '인천신항'으로 점찍었다는 것인데, 인천시와 해수부가 바로 해명자료를 통해 반박했음에도 오해는 정치를 타고 더 이어지고 있다.문제의 발단은 사용기한이 다가오는 수도권매립지에 있다. 지난 2015년 4자(환경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못할 경우에는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한다'라고 합의했다. 결국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하면 추가연장을 해야 한다는 합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매립지로 추정되는 지역에선 벌써 주민 반대가 일어났고 심지어 이번 '인천신항'처럼 현행법상 조성이 불가능한 해상매립 연구결과를 두고서도 반대가 나오는 것이다.이번 해양수산부의 '폐기물 해상 최종처리기술 개발 연구'는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 폐기물 처리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정부가 발주한 기술 개발 연구이며, 폐기물 해상 처분장이나 시범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양수산부가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폐기물관리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선진지인 일본을 방문하였고 해상매립지는 현행 수도권매립지의 대체매립지가 아닌, 미래 인천만의 자체 매립지로서 관심을 갖고 장기과제로 검토하고자 주문했다. 따라서 해상매립은 현재 법적, 제도적, 기술적인 면에서 바로 실행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수도권 대체매립지 대안으로는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인천만의 매립지를 준비할 때 검토할 수 있는 정책이다.이번 해상매립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을 보며 생각이 깊어진다.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대체매립지이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환경정의와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발생 지자체마다 자체 처리매립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체 매립지는 육상이든 해상이든 환경피해가 적은 소각재와 불연성 물질만 매립하는 친환경매립지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폐기물 발생량 감축, 분리수거, 선별체계 혁신 이외에 소각장 신·증설 또한 불가피하다.쓰레기매립장은 인천시민만 아니라 서울시민도 경기도민도 내 집 앞엔 반대한다. 인천이 인천 아닌 지역의 쓰레기를 안 받겠단 주장에 힘을 얻으려면 인천만의 매립지 조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천의 쓰레기라도 인천시민 누구도 내 집 앞엔 반대한다. 서구 한 지역에선 소각장 증설반대 및 이전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궁극적으론 수돗물과 소각장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해상매립이 아니라 육상매립이라도 이젠 무식한 직매립을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소각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어디에?올해 우리 시는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민사회의 성숙한 토론과 숙의 민주주의로 자원순환정책의 방향과 대안을 합의해 내야 한다. 인천에 쓰레기매립을 멈추게 하는 지름길은 인천부터 폐기물을 줄이고 체계적으로 수거하고, 인천부터 최대한 자원 활용하고 친환경적으로 소각해 주민이 합의한 곳에 매립해야 한다. 환경정책이자 시민공론화가 필요한 정책이다./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

2019-06-30 신봉훈

[발언대]사회적 네트워크 강화 통한 치안인프라 구축

'치안(治安)'이라는 말은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가에서 이상으로 삼는 덕치주의(德治主義)에서 '치(治)'의 다스림이란 백성들 개개인의 소망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다.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예전에 이뤘던 혈연중심의 공동체 사회에서 분리됐다. 이후 점점 개별적으로 고립돼가고 있다. 사회 시스템은 승자독식과 패자부활이 없는 성과 중심사회로 변했다. 그 결과, 성과에 지친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조현병 진료 환자 수는 10만7천여 명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사람들까지 집계하면 5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지난 4월 진주 방화·살인사건부터 6월중 발생한 화물차 역주행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치료 중단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기관 간 정보공유 체계가 미비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물론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불만과 인간에 대한 실망이 만연해질수록 범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우리는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 강화해 치안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범죄 예방은 경찰 활동을 통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보건당국, 비정부기구(NGO), 시민이 모여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 속에서 범죄 요인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고, 치료해 더 이상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절실한 과제인 까닭이다. 법과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모두가 치안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조철현 인천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조철현 인천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2019-06-30 조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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