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늘의 창]'백승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뜨겁다. 화제의 중심에는 백승수 단장이 있다. 비야구인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며 만년 꼴찌인 팀을 정상화시키는 그의 캐릭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짜릿함을 넘어 희열마저 느끼게 한다. '백승수 리더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팀 내 간판타자인 임동규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완벽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동안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임동규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내부 직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임동규의 공백을 대체할 확실한 카드(강두기 영입)까지 제시하며 외부의 반발 여론까지 모두 잠재웠다. 그의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전략은 곧 그를 향한 신뢰로 쌓였다.최근 1호선 급행 전철 개편 이후 승객들의 반발이 거세다. 급행 운행을 확대해 더 많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늘린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이면의 역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검토 과정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중순 이번 급행 전철 확대로 국민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수도권 통근자들의 핵심 교통수단이었던 서울역 급행 노선이 폐지되는 점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대안도 없었다. 결국 통근시간은 늘어났고 이용객들은 연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반발 여론이 들끓자 한국철도공사는 긴급 TF팀을 꾸려 대안 마련에 나섰고, 결국 개편 열흘만에 기존 서울역 급행 일부 노선을 임시로 복원했다. 이용객들은 한편으론 다행이라면서도, 이럴 거면 왜 없앴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신뢰를 주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백승수 단장은 단순히 임동규를 내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만큼 손실된 팀의 전력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전략도 동시에 세우면서 구체적인 해법을 찾았다. 국가의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함에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대중교통과 같이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부분이라면 더더욱이 그렇다./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2020-01-13 황성규

[참성단]'진중권 호루라기'

1980년대 대학가 운동권에 주체사상을 전파한 '강철서신'의 필자 김영환은 북한 대남방송과 일본에서 출간된 서적을 통해 주체사상에 입문한 자생적 주사파였다.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의 핵심이자 주사파 이론의 대부인 그는 두 번의 밀입북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가입하고 '관악산 1호'라는 암호명과 공작금을 받아와 민주민족혁명당(민혁당)이라는 지하당을 조직한다.김영환은 북한 주체사상연구소 학자들과의 토론 끝에 주체사상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가져왔다. '당과 수령의 오류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느냐'는 요지의 그의 질문에 북한 학자들은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체사상 이념에 경도된 남한 청년이 주체사상의 성지에서 주체사상의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 주체사상의 무오류성에 환멸을 느낀 그는 결국 1997년 민혁당을 해산하고 북한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가로 전향한다.최근 정치권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조국 사태 이후 정권과 여당과 진보지식인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 중이다. 진중권은 문재인 정권의 탄생을 기원하고 성공을 지지했던 진보진영의 '내부자'였다. 그런 진중권이 유시민의 조국 옹호를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선동의 언어'라고 직격했다. 그에게 조국은 더 이상 친구 '국'이가 아니라 타락한 진보지식인의 전형이다. 서초동 조국기 부대를 네오 나치에 비유했다. 정의당을 탈당하고 당이 준 감사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권의 검찰 학살을 비난하고, 윤석열을 지지한다. 그를 향해 진보진영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보수진영은 전향의 가능성을 엿본다.그러나 진중권은 뼛속까지 진보다. 그는 진보의 가치와 정의를 오염시키는 위선, 허위, 아류와 싸우는 것이지 진보의 가치는 소중하게 여긴다. 진중권은 이익을 위해 가치를 포기하는 진보를 가짜로 규정하고 내부에서 봉기한 것이다. 진짜가 배신할 이유가 없고, 보수 전향은 어불성설이다. 김영환은 토론 자체가 봉쇄된 주체사상의 전체주의에 절망해 전향했지만, 진중권은 진영내부의 토론을 원한다.진중권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궁핍해진 진보적 가치와 정의의 위기를 알리는 호루라기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정권에겐 다행한 일이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세력은 호루라기가 없어 철저히 망했다. /윤인수 논설위원

2020-01-13 윤인수

[시인의 꽃]꽃

꽃은 누가 죽어가는 시간에 피어나는 것일까, 그 사람이 힘없이 손짓하던 부름을 말하지 못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여, 피어나는 것일까. //꽃이 피는 시간에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바람은 또 무엇일까, 꽃 가장이를 예감처럼 돌다가 사라지는 빛은…//아, 꽃은 결국 무슨 뜻으로 저리도 선명한 빛깔로 내게 다가오는가. 이수익 (1942)한 사람이 태어나면 별 하나가 생기고, 그 사람이 죽으면 그 별도 같이 소멸한다고 할 때 우리는 저마다 별 하나씩을 가졌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은 멀어서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모습처럼 빛나는 정도도, 크기도, 생김새도 다르다. 이처럼 하늘에 자신의 삶과 같이 하는 것이 '하늘의 별'이라면 반대로 '땅의 꽃'은 누가 태어날 때 시들고 '누가 죽어가는 시간에/피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저 별과 달리, 이 꽃은 죽은 자가 '말하지 못한 하고 싶은 말을' 전수하기 위해서 피어나는 것. 그래서 '꽃이 피는 시간에' '그 주위'를 맴도는 '바람'과 '꽃 가장이'를 비추는 '빛'은 그렇게 죽어간 영혼이 마지막 머물다 가는 자리인 것, 꽃이 '저리도 선명한 빛깔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차마 돌아가지 못한 가운데 생애 마지막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나고 싶어 하는 '망자의 말'인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1-13 권성훈

[전호근 칼럼]탕임금의 목욕통

통에 '날마다 자신 새롭게한다'는 뜻'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글귀새겨세상이 변함없이 진부하게 느껴질때자신이 낡은건 아닌지 되돌아보고주관 새롭게하면 객관세계 새로워져동아시아 역사상 최초로 혁명을 일으켜 세상을 바꾼 인물은 탕(湯)임금이다. 3600년 전 그는 폭군이었던 하나라의 마지막 임금 걸(桀)을 쳐부수고 상나라를 세워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그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리를 규합하거나 군대를 양성하여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일이 아니라 놀랍게도 날마다 목욕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이었다. 그의 목욕통에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유명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탕지반명(湯之盤銘, 탕임금의 목욕통에 새겨진 글이라는 뜻)이라 하는데 그 내용이 유학의 고전 '대학'에 전해온다. 완전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짧은 문장이지만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고대의 한문은 글자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뜻을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주어나 목적어까지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문장도 그렇다. '구일신(苟日新)'은 '만약 날마다 새로워진다면'이라고 옮길 수 있는데, 원문 어디에도 주어나 목적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읽으면 누가 무엇을 새롭게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무의미한 동어반복이 되기 십상이다.번역하는 이들은 이런 경우를 만나면 앞뒤의 맥락을 더듬어 주어와 목적어를 찾아 넣어서 문장을 완성한다. '대학'의 앞뒤 문장을 참고하면 이 문장의 주어는 '나'이고 목적어는 '나 자신', 정확하게는 내 안에 있는 '덕(德)'이다. 그러니까 '구일신(苟日新)'은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으로 옮길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이어지는 '일일신(日日新)'의 뜻은 저절로 분명해진다. '일일(日日)'은 하루하루, 그러니까 매일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 두 구는 내가 나 자신을 새롭게 하면 나에게 다가오는 나날, 곧 객관 세계가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마지막 구 우일신(又日新) 또한 같은 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나에게 다가오는 객관 세계가 새로워지는 '일일신(日日新)'이 조건이 되면 새로움을 맞이하는 주체인 나 또한 새로워지는 것이다.탕임금은 왜 이 글을 목욕통에 새겼을까? 목욕은 자신을 새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고대인들은 목욕통을 '감(鑑, 거울)'이라 했는데 그 까닭은 목욕통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거울로 쓰기도 했기 때문이다. 탕임금은 목욕할 때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하게 닦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 글을 자신의 목욕통에 새겼던 것이다. 날마다 몸을 깨끗하게 닦으면서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뜻을 새겼으니, 목욕통에 새기기에 이보다 맞춤한 글귀가 있으랴.내가 새롭지 않은 채로 하루를 맞이한다면 내가 맞이하는 세상 역시 새로울 것이 없다. 나날이 새롭지 않다면 내가 맞이하는 나날이 구태의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탕임금의 목욕통에 새겨진 글은 바로 세상이 새롭지 않고 진부하다고 느낄 때, 혹시 정말 진부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닌지 돌아보도록 일러준다. 살아가면서 날마다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새롭게 하면 '나날이 새로워진다(日日新)'는 것이 어쩌면 '나날이 좋은 날(日日是好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나 자신, 나의 주관을 새롭게 하면 나에게 다가오는 객관 세계가 새로워지고, 객관 세계가 새로워지니까 내가 또 새로워지는 것이다.이제 문장을 완성해보자."만약 날마다 나 자신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 내가 맞이하는 나날이 새로워질 것이고, 나날이 새로워지면 나 자신이 또 새로워질 것이다."세상이 참 지루하고 진부하다고 느껴질 때면 탕임금처럼 자신을 돌아보며 물음을 던져보자. 정말 세상이 진부한 건지, 아니면 내가 진부한 건지. 뻔한 좌우명이라고? 천만에, 혁명을 이룬 이가 날마다 새겼던 글귀다./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20-01-13 전호근

[발언대]통일시대 대비해 글로벌 경쟁력 키워놓자

1995년 6월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대한민국은 중앙집중 행정체계를 탈피, 개별 자치단체가 주도하며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행정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었다. 2000년도에는 국제교류 사무가 이양되어 2020년 현재 국내 226개 지방자치단체가 82개국 1천249개 도시와 국제교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연천군은 지난 2005년 국제화로의 도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1309년 고려 충선왕 1년 연주(漣州)라는 이름으로 연천의 유래가 되는 행정구역이 정해진 이래 연천이 주도하여 국외 도시와 첫 교류를 맺게 된 매우 뜻깊은 성과이다. 군은 중국, 필리핀, 독일, 미국 순으로 우호교류 및 자매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남과 북이 분단된 이후 가장 피해를 많이 받아온 지역 중 한 곳인 연천군은 물리적으로 수도권 규제, 접경지역 규제, 군사보호구역이라는 각종 법적, 제도적 규제로 발전이 더딘 실정이다.하지만 미래를 전망해 생각해보면 남북통일 이후의 성장 가능성은 그 어느 곳 못지않게 무한하다 할 수 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는 평화와 수려한 자연환경의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며 경원선·3번 국도로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은 멀리 내다볼 경우 유럽 각국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연천군이 유럽 각국과 문화, 통상, 행정, 민간교류 등 활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연천군은 소통과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글로벌 도시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이 그 기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미래세대에게 보다 희망찬 내일을 마련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새해에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행복과 지구촌 각국 번영을 기원한다./김종욱 연천군 행정담당관 (주무관)김종욱 연천군 행정담당관 (주무관)

2020-01-12 김종욱

[데스크 칼럼]세상 살이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

완벽주의·결핍·어리석음의 세가지 '저주'그 착각서 탈피 못하면 만족·기쁨 못 얻어행복은 어려움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알아포기않고 애써 얻는 것이 '작더라도 소중'새해다보니 "행복하세요"라는 덕담을 자주 듣는다. 문득 "행복이 뭘까"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봤다. "행복(幸福)[명사]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쓰여 있다. 또다시 궁금해졌다. 충분한 만족과 기쁨은 무엇인가. 어떤 상태가 돼야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가. 점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주장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주장했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1946년부터 빈곤국과 부유한 국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등 30개 국가의 행복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스털린은 그 근거로 바누아투·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높고, 미국·프랑스·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Betsey Stevenson) 교수팀은 이스털린의 설문보다 더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통해 이스털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슨은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두 이론 모두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이론이 옳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연구 내용에 어떤 기준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부패지수를 포함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해 공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행복지수 10점 만점에 5.895점을 받아 54위에 올랐다.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 순으로 10위권에 포진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6.466점으로 전체 25위에 올라 가장 순위가 높았으며 일본과 중국은 각각 58위, 93위로 조사됐다.영국의 수필가 마이클 폴리(Michael Foley)는 저서 '행복할 권리'에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의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세속적 삼위일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세상살이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난 성공해야 하고", "누구나 내게 잘 대해주어야 하고", "세상은 반드시 살기 쉬워야 한다"는 세 가지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엘리스는 첫 번째 '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의 저주이며, 두 번째는 결핍의 저주이고, 세 번째는 어리석음의 저주라고 했다. 이 세 가지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인간은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일이 많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청난 고뇌와 굴욕감을 예방할 수 있다"고 폴리는 충고했다.행복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데 일말 공감한다. 바닥으로 떨어져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하층이 있는 것을 알게 될 때의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힘든 일을 겪던 시절 식구들과 함께 밥 한 끼 먹는 게 행복해 혼자 눈물을 훔쳤던 적이 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 포기하지 않고 애써 얻은 것이 작더라도 소중한 이유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20-01-12 이진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기품이 있는 황금색 칠감을 생산하는 황칠나무

투명한 광택·내구성 뛰어나최고급 천연 도장재료 적합영양성분 많아 '나무인삼'으로 불려 간기능·혈행개선·면역력강화 효능항암성분, 차가버섯보다 '1.5배'옛날부터 옻나무와 함께 귀하게 대접받은 찬란한 황금색 고급 칠감을 생산하는 나무가 있다. 바로 황칠나무다. 황칠나무는 줄기에 상처를 내면 누런 수액이 나온다고 해서 '황칠(黃漆)'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북한에서는 옻나무와 같은 칠액이 나오는데 노랗다고 해서 노란 옻나무라고 부른다. 잎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목(鴨脚木), 황금색 닭발을 의미하는 금계지(金鷄趾)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황칠은 칠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았던 전통 공예기술로, 옻칠과 같이 황칠나무의 수액을 채취해 정제 후 사용한다. 황칠나무의 수액도 옻칠과 같이 색이 변하는데, 처음에는 우윳빛이었다가 공기 중에서 점차 산화되어 황금빛을 띠게 된다. 다산 정약용이 '황칠'이라는 시에서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표현했고, 황칠나무의 황금빛 액은 '맑고 고와 반짝반짝 빛이 나네'라고 했을 정도로 영롱한 금빛을 띤다. 부와 권력의 상징인 황금색을 띠기에 아예 황칠을 금칠(金漆)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 쓰임새가 광범위해서 나무와 종이는 물론이고 가죽, 금속, 유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 황칠은 '옻칠 천년 황칠 만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장기간 사용해도 변하지 않는등 내구성이 좋다. 투명하고 광택이 우수하며 열에도 강하고 방수성도 뛰어나다. 특히 은공예에 사용하면 탁월한 색상과 고광택을 유지할 수 있어 최고급 천연 도장재료로 전혀 손색이 없으므로 향후 가능성이 매우 무궁무진하다. 황칠의 역사는 굉장히 깊은데 첫 기록은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보장왕 4년(645년)에 나온다. 당 태종이 이세적을 선봉에 내세워 요동성을 공격했는데 이 전쟁에 백제가 금칠한 갑옷을 바치고 군사를 파견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바로 황칠을 한 갑옷을 진상한 것이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영원불멸의 삶을 꿈꿨던 진시황이 사방으로 신하를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는데, 서복이라는 신하가 제주도까지 와서 황칠나무를 가져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특산물로 매우 귀했기에 주로 왕실에서 사용했고 중국에 보내는 중요한 조공품목이었다. 2007년 경주 황남동에서 황칠이 담긴 토기가 발견되었고, 황칠을 한 백제의 갑옷이 출토되기도 했으며, 2012년 옹진 영흥도 인근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7∼8세기 신라 무역선에서도 황칠이 담긴 토기가 발견되어 황칠무역이 활발했었음을 알 수 있다. 황칠은 나무에서 얻는 것도 소량인 데다가 나무가 자라는 곳이 제주도와 서남해안 일부 지역이라서 더욱 얻기가 힘들었다. 조선말에는 아전들의 수탈이 심해져서 정조 18년에는 호남위유사 서영보가 출장보고서에 "완도의 황칠은 근년 산출이 점점 전보다 못한데도 추가로 징수하는 것이 해마다 늘어나는 폐단이 있고 아전들의 농간이 극심하니 엄격히 규제하여 섬 백성들의 민폐를 제거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라고 올린 것으로 보아 황칠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역사적 부침에도 시간이 흐르며 그나마 명맥이 이어지던 황칠나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황칠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다양한 약리작용이 밝혀짐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다. 학명부터 특이하게 '병을 낫게 하는 나무(Dendropanax morbiferus)'이다. 영양성분이 우수해 '나무 인삼'이라고도 불린다. 황칠나무는 새순과 줄기, 가지를 말려 차로 마시거나 진액, 환, 가루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효능으로는 간 기능 및 혈행개선, 정혈작용, 면역력 강화, 심장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황칠나무에는 항암 성분인 베툴린이 차가버섯보다 1.5배 많아 항암, 항산화, 기초면역력 증진 등에 효과적이며, 노화 및 주름 예방, 피부미용에도 좋기에 비누,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천연신경안정제로 불리는 안식향(安息香)이 있어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황칠나무는 두릅나무과의 늘푸른 넓은잎 중간키나무로 높이는 3∼8m까지 자란다. 7∼8월에 황록색 꽃이 피는데 아카시나무보다 1.7배의 꿀을 생산하는 유망한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 잎이 달리고 어린 가지의 잎은 3∼5개로 갈라진다. 11월경에 검은색 타원형의 열매가 달린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20-01-12 조성미

[월요논단]요코하마와 오사카 그리고 인천의 드림촌

요코하마, AI·로봇 첨단기술 활용복지·의료·관광·경제등 혁신 가속화오사카, 외국인 전문인력 문호 확대인천, 벤처공간 주민 반대로 '답보'젊은기술자 없는 인천미래 안보여경자년 인천의 미래. 박남춘 시장이 새얼아침대화와 인천경영포럼에서 새해 계획을 밝혔다. 인천의 오랜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 박 시장은 난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던 분들을 거명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행사 후 티타임에서 몇 분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우연히 해결되는 과제도 있다는 말이 남는다'. 박 시장은 새해 과제 가운데 하나로 폐기물처리장의 문제를 꺼냈다. 그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요코하마와 오사카를 직접 찾아갔었다. 크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리적 측면에서 요코하마와 인천은 서울과 도쿄와 같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오사카 역시 교토와 함께 간사이 권역의 핵심도시이다. 인구만을 비교하면 요코하마는 370만여명, 오사카시는 270만여명이다.그렇다면 요코하마와 오사카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일본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이 5년 혹은 10년 내에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의 현 단계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한다면 일본이 겪는 문제를 우리나라는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지혜로운 대처를 하지 못했다. 사정이야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당면할 저출산 문제와 제조업 위기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団塊)의 대거 은퇴가 가져올 과제들을 예측했다. 다양한 대책도 준비했다. 그렇다면 그 과제들은 해결되었을까. 요코하마의 시책을 보면 여전히 자신들을 둘러싼 과제들과 전투 중이다. 75세 이상 인구가 60만명이 되면서 정년연장, 의료, 간병 문제를 최대의 과제로 등장시켰다. 새로운 문제도 있다. 2019년 기준 외국인은 1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인이 4만1천156명, 한국인이 1만2천930명, 미국인 2천722명, 북한인이 620명 등이다. 당연히 다문화와 공생 전략이 중요하다. 요코하마는 AI와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복지, 의료, 방재, 관광, 경제 등에 대한 서비스 추구와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대책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600만명이 관람한 도시녹화 '요코하마 페어'가 그것이다. 꽃과 초록을 내세워 도시의 색깔을 바꾸고 있다.오사카시는 공항과 항만을 통한 집객력 강화, 인구감소·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인재력 강화, 산업과 기술의 강점 극대화, 물류 인프라의 활용, 도시의 재생을 시의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2018년 오사카부와 시를 찾은 외국인은 1천142만명, 총 숙박인원은 3천990만명, 국제선 LCC취항 편수는 주당 536편이다. 2025년에 개최될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입장객수 2천800만여명, 경제파급효과 약 20조원, 건설비 1조2천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이 일본을 찾는 목적을 통한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의 음식과 문화, 역사, 자연에 대한 관심을 관광과 연계하고 있다. 오사카를 찾는 여행자들이 전통적인 일본의 풍물과 현지인들의 생활문화 체험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기존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오사카의 3화 정책도 매우 흥미롭다. 공항과 항만의 허브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로 화물을 모으는 '집화', 공장과 산업단지의 확대를 통해 새로운 화물을 창출하는 '창화', 항만시설의 기능 확대를 통한 경쟁력의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오사카는 제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 외국인 가운데 고도의 기술 등을 보유한 전문적 인력에게 문호를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기술자의 영입확대가 인상적이다. 오사카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필수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가진 기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을 위한 연구와 벤처 공간인 '인천 드림촌'은 주민들의 반대로 답보상태다. 젊은 기술자와 연구자가 없는 인천, 산업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떠나는 인천에 미래는 없다. 박 시장이 아쉬움으로만 표현할 사안이 아니다. 조성지역을 다양화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젊은이들이야말로 인천의 미래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01-12 김민배

[참성단]적설량 '0'

누구에게나 '인생의 노래'라는 게 있다. 이른바 '18번'. 내겐 송창식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밤눈'이 그런 경우다. 송창식 작곡 최인호 작사. '한밤중에 눈이 나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감고 기울이면/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아주 아주 오래전 눈 내리던 날 밤, 이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걷다가 지지대 고개를 넘어 군포사거리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결국, 폭설로 바뀌면서 모든 교통편이 끊겨 그 먼 눈길을 다시 걸어 돌아와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좋았다.지금은 찾기 힘들지만, 예전 동네 골목 입구엔 전파상과 음반가게가 흔하게 있었다. 눈이라도 내려달라고 애원하듯, 겨울이 오면 이곳의 낡은 스피커를 통해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살바토레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다. 이 노래 덕분에 아다모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샹송 가수가 됐고, 세 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우리나라 남녀가수들이 앞다퉈 번안해 불렀는데 특히 김추자의 노래가 일품이었다. '눈이 나리네/당신이 가버린 지금/눈이 나리네/외로워지는 내 마음/눈에 그리던 따듯한 미소가/흰 눈 속에 가려져 보이질 않네'.지난달 적설량이 역대 12월 중 최저였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요 관측지점의 최심신적설 합계는 0.3㎝로 나타났다. 이는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로 가장 적은 12월 적설량이다. 최심신적설은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 중 가장 많이 쌓인 곳의 깊이를 뜻한다. 그동안 최저 기록은 1998년의 0.6㎝였다. 특히 인천을 포함해 전국 10곳의 적설량은 '0'이었다. 올겨울 들어 단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은 것이다.눈이 내리지 않는 대신 12월 강우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원인은 두말할 것 없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이상 기후 탓이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비가 차지하고 있으니 눈과 관련된 노래가 나올 리 만무하다. 이런 날씨라면 천하의 송창식이라도 '밤눈'같은 곡을 다시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겨울에는 눈이 내리고 송창식의 '밤눈'과 살바토레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가 흘러나와야 제맛이다. 이제 두 달여 남은 겨울, 우리는 눈다운 눈을 볼 수 있을까. 적설량 '0'으로 겨울의 추억 하나를 잃은 것 같다. /이영재 논설실장

2020-01-12 이영재

[특별기고]북으로 간 후소회

이당 충실히 계승 북쪽 제자 화봉운보등 남쪽 제자들이 만든 모임후소회가 北 조선화와 접속한 것남북간의 진화 양상 '비교' 기회화봉(華峰) 황영준(黃榮俊, 1919~2002)은 조선화의 낯선 대가다. 조선화란 우리 회화 유산을 일변 계승하고 일변 비판하면서 북에서 새로이 발전시킨 민족적 회화양식을 일컫는 바, 남으로 말하면 한국화다. 예전에는 한국화가 아니라 동양화였다. 동양은 일제의 조어다. 중국을 대신해 동아시아 패권국으로 오르려는 일제의 야심이 껴묻은 동양은 식민지 잔재다. 동양화는 이 동양에서 파생했다. 1922년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약칭 선전)의 제1부 '동양화부'에 공식적으로 사용된 이래 대한민국미술전람회(약칭 국전) 역시 잉용함으로써 일반화된 동양화가 4월혁명 이후 국전과 함께 비판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일진대, 드디어 1982년 국전을 개혁한 '대한민국미술대전'에 '동양화부' 대신 '한국화부'라는 명칭이 등장하면서 한국화가 60년 만에 동양화를 대체하였던 것이다. 남이나 북이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양화를 비판하면서 한국화와 조선화가 정립되었거니와, 조선화의 뿌리에 남의 화맥(畵脈)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종요롭다. 유화로 시작하여 수묵화로 일가를 이룬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 1904~1967)은 저명한 예의 하나다. 정지용(鄭芝溶, 1902~1950)·이태준(李泰俊, 1904~?)을 비롯한 '문장'그룹과 친교한 근원은 풍속화란 말을 발명한 미술사가이기도 한 바, 그의 월북을 통해 남쪽 문인화의 전통이 북의 조선화와 깊숙이 접속했다. 최후의 화원(畵員)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1892~1979)의 화숙(畵塾)에서 그림을 배운 화봉은 조선화의 또 다른 계통이다. 아다시피 1936년 이당의 제자들이 창립한 후소회(後素會)는 해방 후 친일논란에도 불구하고 남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그중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1913~2001)과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1912~2005)이 우뚝하다. 그런데 이당의 제자가 북에도 있다. 이미 한국에 소개된 일관(一觀) 리석호(李碩鎬, 1904~1971)는 이당의 수제자 그룹이다. 끝내 '동양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스승과 달리 문자향(文字香)을 독자적으로 발양한 일관의 화풍은 후소회의 별종이다. 후소회(재주보다 바탕이 먼저)란 이름을 지은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1893~1950)의 뜻에 오히려 닿은 일관의 분기(分岐)는 흥미로운데, 이 점에서도 후소회 출신으로 공훈예술가에 오른 화봉의 존재는 이채롭다. 이당을 어쩌면 가장 충실히 계승한 숨은 제자 화봉을 통해 후소회가 북의 조선화와 정통으로 접속한 것이매,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화봉의 대규모 전시가 뜻깊다. 마침 화봉 탄생 100주년이다. 권력을 내면화한 북의 조선화가 걸어온 길들을 전형적으로 증언할 이 전시는 후소회가 남과 북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비교할 눈을 열어준다는 점에서도 귀중하다. 더욱이 인천이 낳았으나 인천으로 귀환하지 못한 이당의 반어가 부리는 요술이 정체에 빠진 최근의 남북 관계를 이을 실낱이 될지도 모를 기연을 생각하매 경인일보가 발견한 화봉의 출현이 '역사의 간지'처럼 반짝인다. 남에 두고 온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문득 눈을 감은 화봉도 아마도 이 전시회에 동행할 것에 미치건대, 봄아, 오소서!/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

2020-01-09 최원식

[춘추칼럼]빨라도 너무 빠르다

예전 궁핍할땐 너그럽고 과격하지 않았다고속도로 정상속도 주행이 신고감 이라니무조건 재촉보다는 자신을 살필 필요 있어인생도 조절하면 보이지않던 것이 보인다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서두르고 조급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속도 제일주의, 조급증이다. 도무지 진득하지 못하다. 무엇이든지 빠르게 뚝딱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참지를 못한다. 기다리지 못한다. 특히 남의 일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그리고는 쉽게 결론을 내리고 돌아서 버린다. 우리가 예전에도 그랬을까? 내가 살기 이전 세상은 모르겠거니와 내가 어려서 보아온 세상은 조금은 여유가 있고 그윽한 정취가 있었던 세상이었다. 궁핍한 가운데서도 타인에게도 좀 더 너그러웠으며 자신의 문제에 있어서도 오늘날 우리들처럼 과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이렇게 조급한 사람들이 된 것이다.우선 자동차가 달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번 서울서 저녁 행사를 마치고 후배 시인이 운전하는 자동차 편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귀가한 적이 있다. 마침 밤이었고 그 운전자가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사람이라서 한껏 속도를 낮추어 한참을 달렸다. 많은 차들이 비껴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차를 세웠을 때 경찰 한 사람이 다가와 후배 시인을 불러세우는 거였다. "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해서 왔습니다. 혹시 약주를 잡수셨습니까?" 그러더니 음주측정기를 들이댔다. 결과가 술을 먹지 않은 것으로 나오니 다시 물었다. "혹시 몸이 아프신 건 아닙니까?" 후배 시인이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경찰은 몇 마디 조언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느 만큼은 속도를 내어 달려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를 합니다."나는 옆에서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내가 보기론 정상적인 속도로 달리는 것 같던데 그것이 신고의 대상이라니! 그러니까 이것은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통하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통하는 실례라 하겠다. 우리들 사는 세상이 모두 이렇다. 착한 사람, 정직한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자동차가 웬만큼 달려서는 달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갑갑하다. 너나 할 것 없이 그건 마찬가지다. 날마다 사용하는 컴퓨터도 그렇다. 컴퓨터가 얼마나 빠르고 좋은 기계인가. 그런데도 컴퓨터가 느리다고 불평한다. 도대체 얼마나 빨라야 빠른 것이 될 것인가. 이는 속도 불감증 수준이다. 일 처리 하나하나가 그렇고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대응방식이 모두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자신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빨리만 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속도를 아주 내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나 빨리 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공자님의 말씀이다. 우리가 지금 충분히 빠르다는 걸 알게 되면 저절로 속도가 조절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좀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음의 방책이 나오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무조건 서두르고 빨리만 가자고 재촉할 일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참으로 잘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부족감을 느끼고 불만을 말한다. 심한 경우는 화가 나 있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우리들의 속도감에 있지 않나 싶다.'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이것은 또 괴테의 충고다. 방향을 잘못 정하고 속도만 낸다면 망하는 길이 빠를 뿐이다. 속도를 좀 줄이자. 쉽게 줄어들지 않겠지만 지금 내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조절을 해보자.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러다 보니 어지럼증을 앓는 것이다./나태주 시인나태주 시인

2020-01-09 나태주

[발언대]1인용 이동수단 발전, 교통안전도 함께

일명 '킥라니'가 문제다.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말이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1인용(개인) 이동수단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인용 이동수단은 2018년 9월 공유서비스를 통해 확산했다. 주목받고 있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의 경우 출시 10개월 만에 회원 수 15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탑승횟수는 무려 60만건에 달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1인용 이동수단이 2017년 7만~8만대에서 2020년 20만대 이상 대형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시장규모만큼 사고와 제도 문제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로 분류한다. 차도로 통행해야 하며 원동기면허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용자가 온라인 앱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예약을 하고 있어 무면허 운전자, 미성년자들이 쉽게 이용한다. 최근 2년간 경찰청이 집계한 1인용 이동수단 인명 사고는 사망 8건, 중상 110건, 경상 171건이다. 사망사고 8건 중 5건은 노면상태 불량, 운전미숙으로 인한 전도, 하수구 구멍이나 과속방지턱에 걸려 넘어져 발생했다. 술에 취한 채로 간선도로에 진입해 자동차와 부딪혀 사망한 사례도 있다.동절기에는 추운 날씨에 빠른 이동을 위해 이용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빙구간에서는 더욱 높은 치사율을 보일 것이다. 1인용 이동수단에 대한 정의와 운행기준, 안전규제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용자 대상 교육과 홍보도 부족하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사고 사례를 보면 단독 사고 유형 비율이 62.5%로 높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성능 기준 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킥라니를 단속하고 계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유번호판이 없어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에도 운전자를 식별할 수 없다. 방향지시등도 없다.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을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로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도로 위를 내달리고 있다. 급성장하는 산업인 만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하다. 1인용 이동수단 산업 발전은 교통안전과 함께 동반할 때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책임연구원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책임연구원

2020-01-09 김명희

[풍경이 있는 에세이]옛날 엄마 뱃속에서는

다섯살 아이에게 만삭영상 보여주니"같이 놀고싶어 빨리 나갔으면 했어"이제 여섯살 되니 제법 말대꾸도진실인지 농담인지 알 도리 없는 말어쨌거나 나에게는 예쁜 위로였다트래버스의 동화책 <메리 포핀스>에는 아기 쌍둥이가 나온다. 존과 바바라. 아기들은 참새와도 이야기하고 나비, 두더지와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발을 입에 물고서 양말을 벗을 수도 있다며 존이 참새에게 자랑을 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기들이 더 이상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되는 건, 사람의 언어를 배우면서부터다. 아기들은 사람의 말을 흉내 내기 시작하면서 더는 새와 두더지와 나비와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건 좀 슬픈 장면이었다.아기들이 훌쩍 자라기 전에 엄마 뱃속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면 꽤나 그럴듯하게 대답을 한다고들 했다. 그럴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는 방식을 다 배우기 이전, 아직 세상에 닿지 않았던 시절을 기억할 수도 있지. 다 배우면 그제야 잊겠지. 존과 바바라가 그랬듯. 그래서 나도 아기가 마저 자라기 전 꼭 물어봐야지, 생각했다.다섯 살이 되어 제법 말을 하기 시작해 나는 동영상 하나를 보여 주었다. 만삭 무렵 태동이 한창인 내 배를 찍어둔 영상이었다. 아이는 쿨렁쿨렁 혼자 움직이는 엄마의 부른 배를 눈이 동그래져선 쳐다보았다. "웃기지? 네가 엄마 뱃속에서 축구를 한 거야. 그래서 이리로 뛰고 또 저리로 뛰고 그래서 엄마 배가 이렇게 막 움직이는 거야." 아이는 몇 번이나 들여다보더니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거 축구하는 거 아니야. 심심해서 화가 났고, 그래서 엄마를 내가 때린 거야!" "그랬던 거야?" 나도 신이 났다. 어떤 이야기든 듣고 싶었다. 많이 심심했느냐고, 춥지는 않았냐고,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더냐고 물었다. 아이는 따박따박 대답했다. "심심할 때도 있었어. 그러면 엄마를 막 간지럽혔어. 그러면 엄마가 막 웃었어. 엄마 뱃속은 따뜻한데. 하지만 엄마랑 놀고 싶어서 빨리 나가고 싶었어." 오래전 잊었던 아이의 태동이 떠올라 나는 웃었다. 여름이었고 몸이 무거워 만날 소파에 널브러졌던 날들이었는데. "무섭진 않았어? 깜깜했겠다."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 깜깜했어. 엄마 배꼽으로 노란 불빛이 들어왔는데?" 맙소사. 이렇게 예쁜 단어들이라니. 엄마의, 배꼽으로, 노란, 불빛이, 스며들었다니. 그 말이 하도 예뻐 나는 폴짝폴짝 뛰었다. 물어보길 참말 잘했다고, 다섯 살 아이의 이 말은 두고두고 나에게 생의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아이는 여섯 살이 되었다. 또래보다 키도 크고 말도 많고 머리숱도 내 세 배는 될 참이다. 물론 말대꾸도 하루에 열댓 번. 요즘은 부루마불 게임에 한참 재미를 들였다. 유치원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부루마불만 했으면 좋겠다고 한숨도 쉴 줄 안다. 그날도 나와 둘이 앉아 부루마불을 하던 중이었다. 이제 받침 없는 한글을 조금씩 읽을 줄 알아서 보드게임 속 세계 도시의 이름을 더듬더듬 읽어내린다. 마드리드…… 엄마 여기 가봤어? 이스탄불, 이건 너무 어려워. 그러다가 하와이에 가 닿았다. "엄마는 하와이에 가봤어?" 나는 끄덕였다. 아이가 다시 묻는다. "누구랑?" "아빠랑." "나는 왜 안 데려갔어?" "넌 그때 엄마 뱃속에 있었지. 그러니까 같이 간 거나 똑같아." "하지만 난 뱃속에 있어서 바다도 못 봤잖아!" "배꼽으로 봤을 거야." 내 말에 아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 배꼽은 막혀 있거든?" "꽉 막혀 있진 않아. 노란 불빛도 스며들 수 있잖아." 나는 그 말을 하며 또 행복한 미소를 지었는데. "엄마, 그때 내가 배꼽으로 노란 불빛이 들어왔다고 한 거, 그거 엄마 놀라게 해줄라고 한 말이거든." 다시 맙소사. 이게 무슨 소리람. 야아아아, 내가 소리를 쳤고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냉큼 달아났다. 다섯 살의 말은 진실이었고 여섯 살, 지금의 말이 농담인지 아니면 애초 다섯 살의 말이 농담의 시작이었는지는 알 도리 없다. 어쨌거나 그 시절의 나에게 예쁜 위로 하나 던져주었으니 혼내지는 않기로 한다./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20-01-09 김서령

[참성단]디지털 세

1662년 영국에는 '난로세'가 있었다. 집집이 설치된 벽난로에 1개당 2실링씩 부과했다. 하지만 반발이 크자 1689년 폐지됐다. 1698년 러시아에는 '수염세'가 있었다. 수염을 기르려면 부자들은 재산 정도에 따라 연간 30~100루블을 내야했다. 프랑스에서는 혁명 직후 신설된 '창문세'로 주택의 창문 개수에 따라 세율을 매겼다. 세금을 피하려면 창문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세금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현재 유럽에 불고 있는 '디지털 세' 역시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다.이탈리아가 지난 1일부터 '디지털 세'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 연매출 7억5천만유로, 자국 내 연매출 550만유로(약 71억원) 이상의 IT 기업에 매출액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세율은 인터넷 거래액의 3%. 이 제도 도입으로 연간 7억유로(9천20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도 오는 4월부터 전 세계 연 매출 5억파운드(약 7천638억원), 영국 내 연 매출이 2천500만파운드(약 382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영국 내 매출의 2%를 '디지털 세'로 걷기로 했다. 모두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겨냥하고 있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공정 과세'를 외치며 '디지털 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마치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국가들이 앞다퉈 '디지털 세'를 도입하는 것은 미국에 본사를 둔 IT 기업들이 돈은 자국에서 벌고 세금은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 선두에 미국과 '무역분쟁' 논쟁을 벌인 프랑스가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기업의 알파벳 앞글자를 딴 'GAFA 세'를 유럽에서 가장 먼저 거둬들인 프랑스는 전 세계적으로 연매출 7억5천만유로, 자국 내 2천만유로(약 324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거대 IT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고 있다.구글은 우리나라에서 유튜브와 구글 플레이로만 연간 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법인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매출의 상당수를 아시아본부가 있는 싱가포르로 돌려 세금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제1의 원칙이다.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한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세'를 논의할 적기다. /이영재 논설실장

2020-01-09 이영재

[기고]삶이 앎으로, 앎이 삶으로 순환되는 성장 독서 교육

벌써 새해다. 지난해는 전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라는 단원이 교과서에 등장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국어 교과서에 실린 짧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통으로 읽는 독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식들에게,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매번 했던 질문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책 읽기를 통해 앎을 삶으로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 찾기였다.기존의 독서 교육은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관점으로 대별된다. 한 가지는 독서 활동을 독서 과정에 따라 나누어 분석하고 각 과정에서 필요한 기능을 개별적으로 교육하는 분석적 지도이다. 두 번째는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여 자연스럽게 독서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분석적 지도는 교육 현장에 오랫동안 적용되었던 독서 방법으로써 기능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 독서 방법론은 독서의 하위 기능의 목록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실제의 독서 행위(맥락)와 괴리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독서 전략이 강조되었지만 전략 역시 독서 목표를 세분화하여 분절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총체적인 독서 방법으로써 우리의 아이들이 평생 독자로 나아갈 수 있는 독서 방법론이 필요하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탐구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해결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리고 이것이 순환되어 생애 독자, 성장 독자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 독서 방법론'이 요구되는 것이다. 에릭 프롬이 이야기한 존재 양식으로 존재하는 독서 방법이 요구되는 것이다.성장 독서 교육은 독서가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일 외에 자신의 삶의 한 과정이며,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 규정된다고 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독서 교육이 역량의 본질을 기초로 하여 기존의 삶의 맥락과 유리된 탈맥락적 학습의 장을 삶이라는 맥락적인 경험의 장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독서 방법이다. 이것은 수업 시간의 책 읽기를 일상적인 독서 활동로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자 독서의 실제성을 수업 시간에서 회복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성장 독서 교육을 위해서는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독서 방법(반성적 사고)과 맥락화 과정이 필요하다. 반성적 사고란 지적 조작을 넘어서는 심리적, 정신적 사고 과정으로 유목적성을 지니는 문제 해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독자의 삶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문제 상황과 연결시키며, 자신의 독서 경험을 되돌아보고, 이것을 스스로의 삶과 연관 짓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기존의 독서가 이해의 중심이 텍스트에 놓여 있는 반면, 반성적 사고는 이해의 중심이 독자 자신의 삶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반성적 사고의 과정은 지속적인 나선형 순환 과정으로, '독서 상황→문제 인식→지성화→문제 확정→독서 경험→문제 해결'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의 문제를 독서 경험을 통해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맥락화란 독서 상황에 주어진 맥락을 자신의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현재 읽는 텍스트를 자신의 과거 경험과 미래에 겪게 될 경험과 연결시키거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문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나아감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정이다. 또한 하나의 텍스트가 아닌 복수 텍스트를 활용하여 자신이 읽고 있는 텍스트를 다른 텍스트와 융합하여 사고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법들을 활용하여 독자는 자신만의 해석 텍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성장 독서 교육을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지식이나 정보를 탐구하는 탐구형 독서 교육(주제 탐구 독서), 다른 사람과 교감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성찰형 독서 교육(인성 독서), 자신에서 출발하여 세상과 소통을 목표로 하는 소통형 독서 교육(진로 독서)을 들 수 있다. 이 유형들은 평생 학습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들로르 보고서(Delors report, 1996)의 알기 위한 학습, 행위를 위한 학습,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학습, 존재를 위한 학습과 맥을 같이 하며, 교육이 추구하는 지식적 인간, 생각하는 인간, 사회적 인간과도 연결된다.학생이나 독자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이나 상황 맥락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독서 유형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교사나 학부모 역시 학생의 문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면으로 적용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다만, 성장 독서의 여러 유형은 학생(독자)의 목적, 흥미, 기치관 등에 따라 그 유형이나 과정이 변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희용 안산 대부고 교사·교육학 박사이희용 안산 대부고 교사·교육학 박사

2020-01-09 이희용

[오늘의 창]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 유상철

유상철(48)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유 감독이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새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 팀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그에게 구단은 '명예감독'으로 예우했다.유 감독과 처음 마주앉아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해 5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그가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던 장면이 눈에 선했다. 인천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하루 전 대구FC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1-2 패배. 인천은 이날까지 10경기 연속 무승(2무 8패)에 그쳤다. '골 가뭄'을 겪던 인천이 8경기 만에 상대 골망을 흔든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당시 유 감독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식사를 겸한 자리에서 숟가락을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인천 팬들이 자신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전 시즌 전남드래곤즈에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에 대해 호의적일 리 없었다. "감독 제의를 받고 고심이 컸을 것 같다"고 그에게 질문했다. 옆에 앉아있던 이천수 구단 전력강화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팀 전력은 엉망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새로 데려온 국내외 선수들도 대체로 부진했다. 이들의 영입을 주도한 이 실장까지 코너에 몰렸다. 꼴찌로 추락한 이런 팀을 맡는 건 더군다나 지도자로서 실패를 경험한 유 감독에겐 도박이었다. 자칫 인천이 강등이라도 되면 "다시는 K리그에 얼씬도 못하겠죠"라고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짓던 그였다.유 감독은 끝내 '1부리그 생존' 약속을 지켜냈다. 인천은 지난해 시즌 '끝장 승부'의 마지막 상대 경남FC와 공방 끝에 비겨 승점 1 차이로 경남을 따돌리고 최종 10위로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유 감독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선수들, 그리고 홈팬과 했던 약속대로 끝까지 벤치를 지키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에겐 아직 한 가지 약속이 남았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이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20-01-08 임승재

[특별기고]2020년에는 경기도가 평화시대를 열어가자

北 무기개발 가능성등 한반도 정세 예측불허도민 생존권 직결된 '평화' 손놓고 방관못해道, 유엔 승인 '양묘장 조성' 남북교류 물꼬제재한계 넘어 '협력 해법찾기' 주도적 추진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지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며 미국은 정찰기 등으로 북한을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은 다행이나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상황 악화를 막고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재 상황하에서도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자율성 있는 남북교류협력의 공간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년사에서 "닫혔던 개성의 문을 열어 꼬인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겠다"며 적극적 개성관광 재개 등 경기도의 주도적 평화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평화는 경기도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북미관계나 남북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라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2020년 경기도에서는 유엔, 미국 제재와 별개로 남북 간 상호협의를 통해 추진 가능한 이슈를 선점하는 등 대북 제재 틀 내에서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산림 회복, 인도적 지원 분야 등 제재 면제 신청이 가능한 분야를 적극 발굴하는 등 대북 제재라는 국제적 규범 준수와 동시에 그 틀 내에서 남북교류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도는 지난해 12월 2일 유엔으로부터 '개풍양묘장 조성사업'에 관한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다. 지원물자 152개 품목(22억7천500만원)이다. 대북제재의 한계를 지방자치단체가 극복한 첫 번째 사례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통일부에 건의해 면제 승인에 따른 후속조치 요구 및 양묘장 조성 세부계획 수립 등 철저한 준비로 대북 협의를 추진하고자 한다. 개풍양묘장 조성사업 외에도 유엔 대북 제재 면제 승인 가능 분야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남북 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한 '개성지역 역사·문화유적 탐방'도 선제적으로 추진한다. 개성 관광은 남북 합의사항으로, 재개 시 남북 간 신뢰 강화 및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개성관광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공식적 채널을 통해 북측에 사업 제안을 요청하고 사업 추진 시 북한 주민 접촉 신고 및 북한 방문 승인에 대한 행정적 지원 협조 등 정부 차원의 대북 협의 안건으로 추진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개성관광 재개는 평화경제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개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또한 DMZ 국제평화지대화(대통령 유엔 연설) 제안에 따른 도의 역할을 정립하고자 한다. DMZ를 냉전과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염원이 깃든 자연·생태계 공간으로 조성하고, DMZ 내 국제기구 유치 등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코자 한다. 정부도 2020년에 실질적 사업 추진의 첫 단계로 DMZ 남북 공동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 등재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마지막으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핵심인 통일경제특구를 경기북부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통일경제특구는 다가올 미래의 한반도 평화시대를 바라보며 경기도가 남북한 경제, 역사·문화, 관광 등 남북 교류의 기반 마련과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 협력지대를 조성코자 하는 것으로 2007년 남북 간 합의된 10·4 서해평화특별협력지대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시대를 구축하고 남북 번영의 경제협력지대를 조성하며 경제, 역사·문화, 관광 등 남북 교류의 기반이 될 것이다. 중첩 규제를 받아온 경기북부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의 기회가 될 것이다.현재 한반도 정세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민족화해·상생 의지가 굳건한 점을 고려, 현 시점에서 가능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추후 남북관계의 전향적 변화와 더불어 교류협력이 확대되는 데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경기도는 대북제재 한계 내에서, 아니면 한계를 넘어서까지도 실천할 수 있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주도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2020년 평화시대, 경기도가 열어나가겠다./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2020-01-08 이화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신기덕: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주역의 괘로 국운이 어찌 되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기자들도 궁금해한다. 자기 한 치 앞도 모르는데 어찌 국운을 장담하겠는가마는 역의 이치는 이치대로 나름 논리가 있기 때문에 참고해볼 필요는 있다. 새해 庚子(경자)의 두 글자를 가지고 괘를 지어보는 방법에 의하면 크게 쌓는다는 대축(大畜)이란 괘가 꾸민다는 비(賁)라는 괘로 변하는 상이 나온다. 질문은 늘 대동소이하다.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남북관계, 경제, 정치 등등이다. 새해니만큼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괘는 나오는 그대로 말할 뿐이다. 大畜은 '크게 쌓는다'는 뜻을 지닌 괘로 축(畜)에는 그쳐 막는다는 저지의 의미도 들어있다. 간추려 요약해보면 한 편의 陽(양)이 다른 상대의 陽의 진행을 막는 형국이다. 상하나 내외나 피차의 문제로 보면 저지하는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음양적 상호 화합이나 협력은 힘든 괘이다. 그러니 남북문제나 경제의 유통이나 국제 외교적 협력은 기대만큼 이루기 힘든 상이다. 그러나 힘이 든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축이니깐 그런 운을 타개할 덕량을 크게 쌓아야 한다고 했으니 대축괘에 日新其德(일신기덕)이라 한 것이 그것이다. 德(덕)은 선천적으로 얻어진 것이지만 후천적으로 닦으면서 쌓아나갈 때 새로워진다. 큰 하늘을 품고 있는 작은 산의 형상이 대축인데 이때 산은 다름 아닌 사람을 상징한 것이다. 작은 산이 하늘이 춘하추동으로 날로 새로워짐을 꽃피고 열매 맺는 것으로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산속에 하늘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쌓여있는 하늘의 덕량을 날로 새롭게 해야(日新其德) 전체적으로 인간사회의 꾸밈이라 할 수 있는 인문(人文)이 이루어진다(化成天下:화성천하)는 것이 올해 괘의 주요메시지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1-08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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