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누가 총리로 발탁되고, 누가 장관으로 기용될까. 하지만 개각에 대한 시중의 관심이 전 같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와대 비서실 때문에 내각의 존재가 없다'는 소리가 꾸준히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장관 이름 석 자를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다. 그래서일까.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준마(駿馬)는 있는데 백락(伯樂)이 없다'며 개각에 아예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된다.여기서 '백락'이란 중국 주나라 때의 당대 제일의 '말 감정사' 손양을 말한다. 말을 보는 안목이 뛰어났던 그가 어떤 말이 됐건 한 번만 쓰다듬으면 그 말은 명마로 둔갑했다. 하루는 백락이 태행산에 오르다가 무거운 소금 마차가 다가오는 것을 봤다. 비록 마차를 끄는 비루먹은 말이었지만, 그의 눈엔 천하의 명마였다. 백락은 말에게 "분명히 천리마인데 어찌하여 소금 마차를 끄는가"라고 묻자 말은 '자신을 알아본다'며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백락일고'다. 말을 감별하는 뛰어난 안목이 인재를 등용하는 능력으로 비유될 때 쓰인다.당나라의 문호 한유(韓愈)는 '잡설'이란 글에서 "천리를 달리는 명마라 해도 백락이 없으면 평생 조랑말 취급을 받으며 혹사당하거나 마구간에서 하찮은 말들처럼 그냥 죽어간다"고 말했다. 임명권자가 사람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아무리 인재라 해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흔히 "항우는 백락을 얻지 못해 패했고, 유방은 백락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었다"고 말한다. 항우에겐 인재를 식별하는 안목이 없었다. 인재를 자기편에 남아 있게 하는 방법도 몰랐다. 반면 유방에겐 '백락안'도 있었고, 인재를 포용하는 덕도 있었다.후임 총리에는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는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이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 부총리, 사회 부총리, 외교, 국방 등 주요 장관은 후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 대통령이 백락안으로 제대로 된 인재를 뽑을지, 아니면 늘 하던 회전문 인사로 '그 나물에 그 밥'이 될지는 알 도리가 없다. 분명한 건, 정치 외교 국방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백락이 뽑은 준마'가 너무도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2-01 이영재
기존 제도서 비례성 강화 '준연동형 …대표제'의석배분 복잡 유권자 선택권 훼손등 '한계'전세계 대통령제 나라서 채택한 경우 없어'신뢰회복' 같은 목표 위한 개혁 필요하다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를 가동해 처리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에서 극적으로 합의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사회의 제도는 규칙과 절차의 집합으로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이 전개되는 틀을 제공한다. 한편, 선거제도는 정치 게임의 주요 기본 규칙으로 민주정치의 핵심인 대의 과정의 본질을 규정해준다. 따라서 선거제도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대의 민주정치가 활성화될 수 있고, 반대로 퇴보할 수도 있다. 각 정당이나 후보가 얻은 득표를 의석으로 전환시키는 장치인 선거제도가 소수 득표를 한 정당이 다수 의석을 점유하면 민의를 의정에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대의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거대 정당들은 자신들이 얻은 득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득표에서 25.5% 득표했지만 총 의석수에서 41%(123석)를 얻었다. 무려 15.5%의 보너스율(의석률-득표율)을 획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6.7%의 정당 득표를 했지만 실제 의석률은 12.7%(38석)에 불과했다. 거대 정당에게 유리한 기존 선거제도에서 비례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의석 배분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유권자의 투표 선택권을 훼손시킬 수 있다. 유권자는 자신이 던진 표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알아야 의미 있는 투표를 할 수 있다. 가령, 기존 선거제도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가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없으면 사표를 생각해 다른 정당 후보를 찍고, 정당 투표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게 투표할 수 있다. 이른바 '전략적 분리 투표'가 가능하다. 2016년 총선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의 12.6%가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 당을 지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에는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은 당별 득표비율에 따라 산정한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의 지역구국회의원 당선인 수를 뺀 후, 그 수의 50%를 먼저 배분하고, 잔여의석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득표비율에 따라 산정한 의석수를 배분한 다음 6개 권역별로 최종 의석을 배분한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복잡한 배분 방식을 이해하고 투표할 유권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비례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 더구나 지역주의 타파 명분으로 지역구(225석)의 3분의 1에 불과한 비례대표 75석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배분한다는 것도 난센스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지역구와 비례구 의석수가 298명으로 동일하다. 일본에서는 지역구 289석, 비례구 176석, 뉴질랜드에서는 지역구 63석, 비례대표 50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는 적정 규모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간과한 채 적은 비례대표 숫자로 비례성 강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없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간의 조화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다당제가 부상되고,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들 간에 '권력 나눠먹기식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 어쩌면 정치 갈등과 정치 불안정이 일상화될 개연성이 있다. 미국 정치에서 보듯이, 다당제는 선이고 양당제는 악이란 명제는 없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도를 공수처법과 연계해 처리하는 식의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힘의 논리가 아니라 합의 처리돼야 한다. 득표-의석 간 비례성 증대도 중요하지만 정치 제도 간의 조화성,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정치의 제도화, 그리고 정치 신뢰 회복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9-11-28 김형준
누구나 더 나은 모습 바라지만낯설고 두려움 앞서 상당한 진통1t의 생각보다 1g의 행동 필요자기 자신을 깨우치는 데서 시작'새로움 즐기는 것' 활력을 준다톨스토이는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웨스트민스터 사원 지하 성공회 한 주교의 비문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젊고 자유로우며 상상력에 한계가 없었을 무렵,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다. 나이를 먹고 보다 현명해지면서,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시야를 좁혀 우리나라만이라도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변화할 것 같지 않았다. 내 나이 황혼이 되었을 즘, 마지막 힘을 쏟아 가장 가까운 가족만이라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허망하게도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지금, 그제야 깨달았다. 먼저 나 자신을 변화시켰더라면, 가족에게 영향을 주어 가족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 결과 가족의 격려와 용기를 받아, 우리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텐데. 혹여 누가 알겠는가, 세상까지도 바꿀 수 있었을지." 피터 드러커는 이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 한 가지라고 했다. 사람 또한 크고 작은 다양한 경험과 변화를 통해 더욱 성숙된다. 따라서 살아가면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려면 낯설고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을 겪는다. 과거에 길들여진 대로 현재 익숙한 습관대로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작은 시도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기회를 만들어 준다. 1t의 생각보다 1g의 행동이 필요하다. 생각으로만 변화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변화하면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변화에 따른 불편함을 극복해야 한다. 환경에 강요당하는 타율적 변화는 유쾌하지 못하며 변화의 반쪽에 불과하다. 변화의 또 다른 반쪽은 '존재의 표현'이다. 자신의 잠재능력에 따라 가장 자기답게 사는 것, 이 자발적 변화는 기분 좋은 삶이다. 일상 속에서 이 '두 개의 변화' 가운데쯤에 서있는 우리는 늘 '살아지는 삶을 살 것인가? 살아가는 삶을 살 것인가?'를 선택하기 위해 망설이고 있다. 작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첫걸음을 떼는 그 행동에서 승리자와 패배자가 구분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며 새로운 첫걸음을 떼는 순간이 변화의 시작이다. 이 새로운 첫걸음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내일은 어제와 같거나 어제와 다른 날로 바뀐다. 첫걸음이 새로운 기회를 만나게 한다. 세상은 멈춰있지 않고 늘 변화하고 움직인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변화가 모든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지금 이대로의 삶만 반복될 뿐이고,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원동력이 상실된다. 유대인들은 '훌륭한 사람에게는 선생님이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교사이고 또 한 명은 자기 자신이다'라고 말한다. 진정한 변화는 먼저 내 안에서 자기 자신을 깨우치는 데서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배우고 스스로를 바르게 이끌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바뀌고 나아가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새로움을 즐기는 것이 하기 싫은 일을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활력을 준다. 변화 1번지에 사는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
2019-11-28 정종민
친구 '가음' 메시지 '과음'으로 오해선생님 말 잘못 이해해 울어본 적도 선배 아들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져목소리가 전하는 '위로의 힘' 안다 방정맞게 떠들어서 웃게 해줘야지'시어머니가 자꾸 가음을 쳐서 괴롭다'늦은 밤, 친구의 카톡 메시지였다. 무슨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곧 '과음'의 오타이겠거니 생각했다. 술 마시는 시어머니를 둔 친구를 위로도 하고, 또 오랜만에 묵힌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시어머니가 술을 많이 드셔?" 물었더니 "술을 마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자꾸 가음을 친다"라고 친구가 대답했다. 아니, 술을 드시는지 안 드시는지 모르는데 과음이라니. "이유도 없이 맨날 가음이야. 힘들어 죽겠어."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과음'이 아니라 '고함'이었다는 걸. 경상도 출신 친구는 이제껏 '가음'이 사투리인지도 몰랐단다. 기가 막혔다. 그래서 시어머니를 함께 욕해줘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나는 그만 까르르 웃고 말았다. 강원도 바닷가 출신 할머니는 아버지를 늘 "행준이"라고 불렀다. 우리 아버지의 이름은 '형균'이다. TV에서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에어로빅' 발음이 도통 되지 않아 늘 '의료보험'이라고 했다. 언니의 이름인 '애령'도 '애룽이'로, 내 이름도 '서룽이'라 했다.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고모는 우리 엄마를 부를 때 "형수!" 했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반장이 되었던 나는 나이 든 선생님이 "반장 됐으니까 이제 친구들 앞에 나와 절해라"라는 말에 기겁을 했다. "절 안 하고 뭐하노?" 채근에 당황한 나는 급기야 울어버리고 말았는데 그 절이 진짜 절이 아니라 고개 숙여 인사를 하란 소리란 건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아빠와 사이판으로 휴가를 떠난 아이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재잘재잘 떠든다. "엄마, 여기는 여름섬이야!" 눈 내리는 겨울섬에 사는 뽀로로는 종종 원숭이와 앵무새와 악어가 사는 여름섬으로 놀러 가곤 하는데, 다섯 살 아이 눈에 사이판은 영락없는 뽀로로의 여름섬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아쉬운 듯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펭귄은 없어." 대구에 강연을 갔던 때였다. 언제나 마지막 순서는 내 책을 가지고 온 분들에게 서명을 해드리는 건데 수줍은 표정을 한 여고생이 제 이름을 말했다. "김언희예요." 나는 또박또박 '김언희 님께'라고 써드렸다. 여고생이 얼굴을 찌푸렸다. "언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라 나는 잠깐 갈팡질팡했다. 알고 보니 '언희'가 아니라 '은희'였다. 책장을 망쳐버린 것이 미안해 어쩔 줄 몰랐다. 몇 분이 지나가고 그다음 선 분이 말했다. "류언희입니다." 이번에는 자신 있게 '류은희 님께'라고 썼다. 그분도 얼굴을 찌푸렸다. "언희라고요, 은이 아니라 언."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요즘은 서명할 땐 메모지를 옆에 둔다. 이름을 들은 다음 메모지에 써 보이고 확인을 받는다. 나도 경상도 토박인데 '은' 과 '언'은 정말 구분이 어렵다. 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냐면, 나는 말을 참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실수를 해도, 어르신들의 말씀을 잘못 이해해 엉뚱한 짓을 해도, 아기의 서툰 말이 우스워 깔깔대도 나는 말이 즐겁다. 조금 미운 사람이어도 말을 하다 보면…… 뭐, 어지간하면 도로 좋아진다. 말소리가, 목소리가 전하는 위로의 힘을 안다. 지난주, 선배 언니의 스무 살 아들이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졌다. "이제 보내줘야 해. 그전에 와서 인사해줄래?" 선배의 말에 병원으로 뛰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친지들이 그 아들 주변에 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참이었다. 나는 뒷전에 서서 가만히 혼자 인사했다. 잠시 후면 더는 말을 건네지 못할 아들을 둔 선배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없었다. 선배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입 꾹 다물고, 견뎌야 할까. 아무 때나 찾아가 스무 살 아들 대신 흰소리를 많이 지껄여주어야지, 그래서 선배를 좀 웃게 해줘야지 생각하지만 빈말이 될 게 빤했다. 그래서 아무 약속도 못 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다음 주쯤엔 전화를 걸어야지. 방정맞게 떠들어서 선배를 잠깐이라도 웃게 해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밤이다./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19-11-28 김서령
인천인자위, 유관기관 실무자·기업 칭찬우수사례 포상 업무 보람 느끼도록 응원경쟁 치중땐 소득없는 제로섬 사회일 뿐서로 잘한것 격려·공유 도약발판 삼아야'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최고조다. 이는 근로자와 기업 간 대립 또한 첨예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일자리 미스매치를 확대 재생산하는 듯하다. 물론 우리가 직면한 일자리 문제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경제, 그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과 노동시장 등 복잡한 이유들이 유기적이고 즉각적이다. 즉 복잡하고 즉각적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일자리 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정부는 일자리 문제 대응을 위해 한시적 직접일자리, 직업 훈련, 취업 알선, 채용·고용안정 장려금,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투입 예산은 22조원을 넘었고 참여자는 2017년 대비 약 33% 증가해 투자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월마다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뚜렷한 개선 사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일자리 사업의 성과가 부진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한시적 일자리 사업이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직업 훈련 내용이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맞춤형 취업 알선 서비스 제공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으며, 까다로운 지원 요건으로 영세 기업이 수혜받지 못하는 등 실제로 각 제도의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과 달성이 녹록지 않았다. 정부 일자리 사업 참여자가 늘었다는 점을 민간 일자리 사업이 줄어들었다는 방증으로 본다면 이 또한 건강한 결과는 아니다.그 결과 얼마 전 정부는 일자리 사업별 평가 지표 마련과 평가 결과에 따른 사업 폐지 및 통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조치는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일자리 문제는 하나의 원인으로 성과가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인력들이 심리적 위축 상태로 일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은 그간의 일자리 사업으로 축적된 성과를 되돌아보고 진일보한 사업을 준비하도록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인천은 어떤가? 올해 9월 인천시 고용 동향 결과 전년 동월 대비 15세 인구가 1.1%p(2만7천명), 경제활동인구 0.6%p(1만명), 취업자는 0.9%p 증가했다. 고용률은 유지됐으며 실업자는 7.4%p(5천명), 실업률은 0.3%p 감소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분기 해석 결과 실업자와 실업률 소폭 상승, 지역 내 인구 증가 추세의 정체와 가속되는 고령화,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도 있었다. 모든 지표가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고용률과 실업률이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인천에 대해 살아있는 고용시장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천의 모습에는 일자리 사업 운영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시를 포함한 각 군·구가 일자리 사업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쳤고, 인천테크노파크와 인천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이하 인천인자위)가 타당성을 바탕으로 사업 지원에 노력한 결과다.특히 일자리 사업의 거버넌스 역할을 수행하는 인천인자위는 일자리 사업 지원과 함께 매년 각 유관기관의 일자리 사업 실무자와 기업을 격려하고 있다. 인천인자위는 사업 성과 보고회를 통해 함께한 유관기관과 수행기관의 우수 사례를 발굴해 10여 건 이상의 시상과 포상을 진행함으로써 실무자와 기업 담당자가 업무 수행의 보람을 느끼고 향후 사업에 동기 부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올해도 12월 4일 오전 11시부터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에서 인천의 일자리 사업 관계자들과 진행한다. 복합적인 이유로 일자리 사업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지금 제도의 효율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 사업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실무자와 협조하는 기업에 보내는 응원도 절실하다. 그렇기에 인천인자위의 행보가 더욱 눈에 띈다.다른 OECD 국가들은 우리나라를 '일자리 사업 박람회장'으로 부른다. 경쟁하듯 많은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경쟁만 해서는 그 종착지는 가질 것 없는 제로섬 사회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서로가 잘한 것을 칭찬, 공유, 상호 체화해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화합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역량을 집결해야 할 시점이다./이윤호 인천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이윤호 인천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2019-11-27 이윤호
디지털 역량 '빠른 의사결정' 요구팀체제 사라지고 프로젝트 단위로필요따라 일하다 해체 유연성 발휘급변하는 예측불허시대 생존 위해개인간·SW·고객협력·변화 중점을산업환경이 바뀌면 조직과 사람 그리고 일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빠르게 변화하며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의 비즈니스 환경을 VUCA시대 라고 한다.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머리글자이며 기업에서 과거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던 리더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며 불안요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와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엄청난 속도로 펼쳐지는 기술의 융복합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가고 있다. 변화의 전조증상을 빨리 알아채고 그에 맞는 혁신을 이루어 내는 능력이 기업의 핵심역량이며 강력한 경쟁력이다. 정확한 의사결정보다는 적시에 안타 즉, 늦은 100점보다는 이른 80점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위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철저한 계획과 단계를 거쳐 통제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온 기존의 워터폴(Waterfall) 방식의 조직관리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우선 실행하고, 빨리 실패하고 작은 시도를 꾸준히 하며 고객으로부터 배우고 외부와 협력해 성공경험을 축적해나간다. 요즘의 조직관리 트렌드인 애자일(Agile) 조직이다. 디지털역량을 기반으로 조직구조가 수평화되어 가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정적 팀 체제가 사라지고 프로젝트 단위로 필요한 기간만큼 일하다 해체되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 간다. 민첩함, 날렵함의 뜻을 가진 형용사를 넘어 '애자일 조직'은 비즈니스 융복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유연한 조직문화이다.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시작된 애자일은 방법론이나 기법보다는 조직문화혁신으로 보아야 한다. 회사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조직문화 혁신 철학이다.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지속적으로 애자일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한 대표적 기업은 삼성SDS이다. 전사에 애자일 확산을 위해 ACT agile core team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애자일 프로세스 전파역할을 담당했다. 금년 들어 SK그룹은 수평문화의 확산과 의사결정 혁신을 위해 직급과 호칭을 파괴했다. 상무, 전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본부장, 실장 등 직책으로만 부른다.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책을 없애고 조직경계를 허무는 일 중심의 유기적 협업이 가능한 애자일 조직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KB국민은행도 방대하고 구체적업무계획의 안정적 조직운영보다는 소규모 그룹으로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해낼 수 있도록 ACE agile centric efficient라는 이름으로 12개의 실행 중심 애자일 조직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로 새로운 고객 맞춤형 상품, 기업자금관리 플랫폼 출시 등 가시적 성과와 기존 4~5단계의 의사결정체계가 2단계로 축소돼 빠르고 민첩한 의사결정체계가 만들어졌다. 그 외에 현대와 롯데 등 대기업에서도 애자일 도입 열풍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노동환경의 변화로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성공적인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간의 핵심적 차이는 '그들이 얼마나 많이 아는가' 또는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가'에 달려있다. 건강한 조직은 조직자원의 거의 전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직의 똑똑함을 나타내는 Hard Power는 지속적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을 달성하였으나, 만족도와 자긍심 등 조직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Soft Power는 상당히 미흡하다. 오른손(Hard Power)잡이 좌뇌활동 중심에 왼손(Soft Power) 우뇌활동을 활성화하여 양손잡이 활동으로 다양한 묘기를 연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라." 아마존 CEO 제프베조스의 말이다. 구글, 넷플릭스, 애플 등 글로벌기업의 성장동력이 애자일경영이다. VUCA시대에 생존을 위한 '애자일 선언'에 귀기울여 보자. 1. 프로세스와 도구보다는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 더 큰 가치를 둔다. 2. 포괄적 문서화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가치를 둔다. 3. 계약·협상보다는 고객과 협력에 더 큰 가치를 둔다. 4. 계획을 따르기보다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기존의 상명하복식의 답답하고 우울한 조직문화를 과감히 애자일 조직문화로 바꾸어 장기적 발전을 위한 미래 대탐험을 신나게 시작해보자./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2019-11-27 이세광
與 청년·여성들 당론과 다른 목소리 못내일부, 논리 안맞는 조국 정국서 두둔 일관선거제, 구체적 정치작동방식 교체 고민해야정치 재구성 선거쟁점 된다면 '개혁' 분수령21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당의 분화와 통합 등 정치구도의 변동은 불가피하다. 이와 별개로 선거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인물, 정당, 선거구도, 공약 등일 것이다. 내년 총선에 정권심판론의 프레임이 작동할지, 여러 실책으로 집권당과 다시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제1야당에 대한 부정평가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정당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 단 선거를 가르는 쟁점 축이 새로이 형성된다면 투표율 상승은 물론 선거이후 한국사회의 지향을 제시할 수 있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각 정당이 벌이는 이른바 '인재영입', 공천혁신 등이 정당이 시민사회의 균열을 반영하고 과소대표된 계층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구도로 바뀔 수 있는 토대가 되는가의 문제다. 대체로 선거전의 막은 인물영입 경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당이 공천에서 혁신적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평가가 이루어진다.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제1당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넘겨준 것은 진박논란 등 친박이 공천에서 불공정하게 개입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선거때마다 제기되는 세대교체와 물갈이론은 어떤가. 선거때마다 물갈이율은 낮지 않다. 대략 40%에 육박하는 수준의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천을 혁신적으로 하고, 물갈이율이 높아도 한국정치의 작동방식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퇴행적 모습만 반복되고 있다. 선거는 유권자의 갈등을 조직화하고 표출함으로써 사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모색할 때 의미가 있다. 선거경쟁이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거가 갈등 증폭과 진영 간 대결을 강화하는 기제로 전락한다면 선거는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정치꾼들의 출세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21대 총선 결과는 차기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당들의 경쟁은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집권당의 국정실패가 반대당의 집권찬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의 재구성이다. 청년·여성 등의 영입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이유는 이들이 과소대표된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원내에 진출해서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도 할 수 있고 당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지 않을 때 영입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젊은 소장 의원들에게 당론과 다른 주장이나 청와대와 건강한 긴장을 형성할 수 있는 소수의 목소리조차 발견할 수 없다.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때늦은 자기고백은 집권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포함된 일부 현직 당직자와 과거 당직자인 청년·여성의 경우 조국 정국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과도한 조국 두둔으로 일관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공정과 정의를 외면한 여권의 조국 비호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인데도 그렇다. 물리적인 나이, 성별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원내에서 국민들의 삶을 바꾸고 진영에 갇힌 정치이슈에서 진영과 다른 헌법기관으로서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정당구조와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청년·여성으로 상징화·이미지화되고, 기성정치와 차별성이 없으며 더욱 빠르게 출세를 위해 적응해 갈 개연성이 높은 인사들이 어떻게 그러한 질서를 생산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중요하다. 선거제 개혁은 제도로서 기본토대를 이루고 보다 구체적으로 정치작동 방식의 교체를 고민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민생을 살필 수 있는 정치의 재구성이 선거의 쟁점 축이 된다면 21대 총선은 정치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득권 정치는 변화보다는 현재 질서에의 편승을 선호한다. 세대와 관계없이 기득질서에 누가 더 잘 올라타느냐가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개혁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9-11-26 최창렬
태풍·집중호우·폭설 예보…기상 상황별 맞춤형 산출뿐아니라기후 감시 등 다양한 정보 생산안전한 해상활동 위한 방송항공기상상태 서비스도 제공 예정이번 해에 기상청은 여러 번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한반도에 태풍이 가장 많았던 해로 기록되면서 올해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천리안위성 2A호도 같은 시험대에서 올랐다. 다행히도 천리안위성 2A호는 합격점을 받았다. 천리안위성 2A호는 태풍의 위치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태풍 예측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는 태풍 외에도 호우, 폭설, 폭염, 가뭄, 황사 등 다양한 형태의 기상현상이 나타난다. 때로는 극심하게 나타나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어, 전 지구적인 감시와 예측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기상청은 지난해 12월 5일 발사한 천리안위성 2A호를 여러 단계의 시험과 안정화 과정을 거쳐 올해 7월 25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 위성보다 위성영상의 공간해상도가 4배 높아졌으며, 7배 이상 빠른 2분 간격의 위성관측 자료 생산으로 신속한 위성정보 제공이 가능해졌다. 특히 천연색 영상을 이용하여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현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해상도 입체정보를 생산하며, 강우강도·해수면 온도·수증기량 등 기존 위성보다 더욱 다양해진 기상산출물 자료를 제공하게 됐다.이처럼 천리안위성 2A호는 이러한 여름철의 태풍, 집중호우 및 겨울철의 폭설과 같은 기상예보에 활용할 수 있는 현상별 맞춤형 산출물뿐만 아니라 기후감시, 대기환경, 해양기상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어업이나 선박 운항 등 안전한 해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천리안위성 2A호 해양방송서비스를 통해 해무, 해수면 온도 등 해양기상정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비행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도 착빙 및 난류 발생 가능 영역과 같은 항공기상정보도 같이 서비스할 예정이다.더불어 지난해 우리나라와 올해 서유럽 등에서 발생한 사상 최고의 여름철 폭염 및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위성관측 기반의 다양한 기후, 수문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기상청은 기후감시 및 장기예보 업무를 개선할 예정이며, 농업·산림·수문 관련 기관과 공조하여 기상재해로부터 파급되는 영향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업무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기상청은 이와 같은 다양한 위성정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기 위하여 관련 부처와 맞춤형 콘텐츠 개발 및 기술 개선을 위한 협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2A호와 2020년 발사 예정인 해양·환경 관측용 천리안위성 2B호의 관측 자료를 융복합하여 보다 고품질의 기상·해양·환경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지궤도 위성 간의 융복합 활용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연구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유럽 등의 기상위성 선진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황사고도와 양 등의 보다 정확한 환경기상정보를 생산하여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상청은 기상위성 사용자 간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며, 천리안위성 2A호 기상산출물의 효율적인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천리안위성 2A호의 새로운 도전이 반갑다. 천리안위성 2A호를 통해 생산되는 많은 관측 자료가 기상청의 핵심 업무인 기상예보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기상재해 대처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여 국민의 안전 예방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김종석 기상청장김종석 기상청장
2019-11-26 김종석
지식인들에게 허무·운명론 선사전후문학은 그 경험으로부터 출발가장 비타협적인 배타성 드러내후대의 '전쟁' 평가 다양한 만큼역사적 구체 발화한지 70년 지나올해 내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달았다. 내년은 한일강제병합 110주년,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등 굵직한 현대사의 모뉴멘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70년이 된다. 얼추 셈해 보아도 두 세대 이상이 지나가버린 오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전쟁의 기억도 조금씩 흐려가고, 당대적 경험을 가진 이들은 어느새 고인이 되었거나 노년으로 들어섰고, 이른바 전쟁 미체험 세대조차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전쟁은 말끔하게 잊혀져버린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분단의 연장선에 있으니, 종전 아닌 '휴전'의 상황은 여전히 강한 잠재적 압박으로 다가들고 있지 않은가. 이때 우리는 당대적 경험을 치른 이들의 기억에 남은 전쟁의 충격과 해석을 재차 조회함으로써, 전쟁과 문학의 관련성, 더 정확하게는 서정시 안에 해석된 전쟁에 대해 깊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충격을 주었던 전쟁은 전후문학의 존재 근거이자 한계 상황으로 다가왔다. 또한 전쟁은 전후 지식인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허무와 운명론을 선사하였다. 해방 후에 민족 통합의 소망을 가졌던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한계의식을 경험하게끔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와 한계의식은 당대 시인들에게 전대(前代)와는 확연히 변별되는 정신사적 단절을 부여했으며, 그 결과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환멸과 자기 부정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가장 명확한 물리적, 언어적 실체로서의 분단을 경험하게 되며, 남북 문학의 이질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전쟁과 가난, 반공과 서구 추수라는 공통된 경험을 통해 전후의 시인들은 문학적, 사상적 '아비'를 상실한 채 폐허 속을 거닌다. 그것은 국토 전반에도, 도시 살롱에도, 만취의 육신과 영혼에도, 그들이 써간 문학작품 속에도 두루 걸쳐 나타나게 된다.이렇듯 우리가 전후에 발표된 문학작품을 역사적, 미학적으로 탐구해보고 거기서 어떤 역사적 연속성을 찾아내려 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쟁이라는 발생론에 대해 탐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후의 문학적 전개를 전쟁이라는 물리적 힘과 그에 대응하는 정신적 힘의 응전으로 읽는 독법은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부분적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후의 문학이 전쟁에 대한 응전의 성격을 띨 경우, 그것은 대개 일방적 적의(敵意)로 나타나거나 허무주의에 깊게 침윤된 추상적 인간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주지하듯, 당대 서정시에서 전쟁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종군과 참전이라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과 분단에 비판을 가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반공의식, 뚜렷하고 명징한 적의와 강렬한 조국애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상의 '초토의 시'나 조지훈의 '다부원에서' 등은 일방적 적대의식을 넘어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으로 나아갔다. 후자는 분단의 비극성을 비판적으로 조감하되 그것을 민족 통합의 과제와 연관시키는 방식이었다. 박봉우, 신동문, 신동엽 등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당대로서는 퍽 소중한 용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의 비극성과 환멸을 보여준 제3의 목소리도 있는데 김종삼, 전봉건, 정한모, 김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이처럼 전후문학은 한결같이 전쟁이라는 경험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가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 중에서 가장 비타협적인 배타성을 띠는 것이 경험적 인식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일반인들은 물론 창작 주체였던 시인들마저도 경험적 직접성이라는 당대의 지평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어느 유파에 속했든 전쟁으로 인한 경험을 어느 정도 반영하지 않은 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쟁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다양한 만큼, 그렇게 다양한 등차를 가지면서 펼쳐진 역사적 기억과 해석의 구체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역사적 구체가 발화하기 시작한 지 70년이 훌쩍 지나고 있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11-26 유성호
독재자가 있는 곳엔 수용소가 있다. 아우슈비츠. 폴란드명 오슈비엥침. 1940년 4월 27일 유대인 말살에 광분하던 힘러의 나치스 친위대가 첫 번째로 세운 강제수용소다. 처음엔 폴란드인, 독일인 그리고 소련군 포로들을 위한 수용시설이었지만, 이듬해 히틀러의 명령으로 막사, 교수대, 가스실, 소각장 등이 들어선 대량 학살 시설로 확대해 250만~400만명의 유대인이 살해됐다.굴라크(Gulag). 스탈린의 구소련에서 노동수용소를 담당하는 기관의 명칭이었지만, 반체제 인사를 가두는 정치범 수용소로 불렸다. 정치범의 약 절반 이상이 별도의 재판 없이 이곳으로 끌려왔다. 세간에 알려진 건 1973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쓴 '수용소 군도'를 통해서였다. 시베리아의 극지에 있는 콜야마, 노릴스크, 보르쿠타 등 500여 개 수용소 집합체 아래 수천 개의 개별 수용소로 이뤄져 있다. 수용자들은 운하·댐·공장·광산 등의 건설에 강제 동원되었다.북한의 15호 관리소도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요덕 정치범 수용소.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으로 나뉜 이곳에는 주체사상을 어기는 정치범들과 기독교 신자, 남한 방송 청취자 등 15만 명 이상이 감금돼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년 수용인원의 5~10%가 기아와 고문으로 사망하고 있다. 최근 신장 위구르 강제수용소의 내부 비밀문건이 공개됐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직업훈련소'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곳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3건의 문건을 보면 중국 정부가 2017년까지 3년간 탈출할 수 없는 구금시설에 신장 위구르 전체인구 10%인 100만명을 수용해 '인간개조'의 만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수민족 말살이 목적이다. 물론 중국은 수용소의 존재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는 1949년 중국에 편입된 후에도 자신들을 '동투르키스탄'이라고 부르며 끊임없이 분리 독립을 요구해 왔다. 이때마다 중국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이 따랐다. 수용자를 '학생'이라 부르며 이슬람 신앙과 위구르어 사용 포기를 강요하고 중국어와 사회주의 사상, 유교 문화를 주입하는 세뇌 교육을 실시했다. 반항하면 고문과 강간을 저질렀다. 실체가 드러난 이상 '21세기의 아우슈비츠'라 해도 중국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 수용소는 인류의 수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1-26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