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치매환자를 위한 '배회감지기'를 아시나요?

GPS활용 손목시계형 단말기앱 이용 1~10분단위 위치 확인설정범위 이탈땐 알림 전송전국 경찰서·안심센터 무상지급소중한 가족 '안전귀가' 관심을치매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치매는 한 개인이 아닌 가족과 사회의 관심이 중요한 질병임을 잘 그려내 국민적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대인관계가 어려워 직업활동이나 사회활동은 물론 가족과의 정상적 관계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도 불가능해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또한 치매를 않고 있는 가족이 실종됐을 때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치매 가족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생사조차 모른 채 찾을 때까지 애를 태우는 경우가 발생한다. 치매 환자의 수와 실종 건수는 매해 증가 추세이고, 치매환자 실종사건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교통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여러 가지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치매 환자 실종 건수는 2014년도 8천207건, 2015년도 9천046건, 2016년도 9천869건, 2017년도 1만308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노령층(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이 10%를 넘어서 2024년에는 전체 치매 환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국정과제 '치매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치매 노인 실종 제로사업'을 추진해 치매 노인들의 실종 예방을 위한 배회감지기 무상보급을 실시했다. 배회감지기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휴대가 간편한 손목시계형 단말기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보호자는 1~10분 단위로 치매환자의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보호자가 사전에 설정한 지역을 벗어나면 등록된 가족과 보호자에게 알림을 전송하는 기능이 있어 실종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준다. 배회감지기의 효과는 대단하다. 2017년에 배회감지기를 6천명에게 무상보급 이후 이를 활용하여 총 24건의 발견을 하였고, 평균발견 소요시간은 11.8시간(708분)에서 1.2시간(73분)으로 비약적으로 단축됐다. 또 2012년부터 지문과 얼굴 사진, 보호자 연락처 등을 경찰에 미리 등록하여 유사시 실종된 치매 노인의 신속한 보호자 인계를 도와주는 '지문 등 사전등록제'도 운영되고 있다.하지만 치매 증상 특성상 본인과 가족들이 공개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보호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전국 경찰서와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환자 대상으로 심의를 통해 배회감지기를 무상 지급하고 있고, 아울러 사전지문등록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가까운 경찰서(182)에 문의하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안내받을 수 있다. '십시일반' 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뜻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 대한 이웃의 배려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지혜가 엿보이는 말이다. 도움이 필요한 치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주변을 살피고, 치매가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신고하자.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부모님 또는 소중한 가족인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귀가를 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박경수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박경수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2019-08-06 박경수

[경인칼럼]위험한 '친일 정권 수립론'

국민을 '친일-반일' 구분하는 전체주의 발상일본 우익 언론인들 '망언' 무시하면 그만與, 사무라이들 주장 '공론화' 과하고 위험日과 경제전쟁 '총력전' 승리 지혜 모아야 일본이 자국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강제로 중단시켰다.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는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한 현대미술 작품을 한데 모은 기획전이다. 일 정부는 기획전을 통째로 막으면서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가짜 민주주의 국가의 실체를 드러냈다. 정부의 역사인식과 어긋나면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마저 유보할 수 있다니 그렇다. 자민당 정부는 민주주의로 선출된 정권의 한시성을 거부하고 군국주의 회귀를 통해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반민주 집단임을 선포한 것이다. 일본의 민주적 대중이 항의하고 저항한다. 하지만 제국 시절을 몽유(夢遊)하는 자민당과 우익의 기세가 워낙 압도적이다.아베는 제국의 광기에 오염된 군국주의자들의 후예다. 미친자와 싸울 땐 같이 미쳐서 싸우면 안된다. 특히 미친자가 힘이 셀 땐 더 그렇다.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형세판단으로 미친자를 진정시킨 뒤 격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 정부가 제국의 감성으로 우리를 압박한다고, 우리 마저 식민의 울분을 소환해 대처할 필요가 없다. 일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에 같이 춤추면 미친자의 도발에 이성을 상실하고 같이 뻘밭을 뒹구는 형국이다. 그래봐야 미친자와 같이 뒹군 탓으로 미친자 취급 받을 뿐이다.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땅에 친일 정권을 세우겠다는 (일 정부의) 정치 야욕에서 정치 주권을 지키겠다는 것이 국민의 각오"라고 말했다. 장외에서 사견을 전제로 나돌던 일본의 '한국내 친일정권 수립론'이 집권여당의 공식회의에서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현실 정치에 진입했다.'친일정권 수립론'은 전체주의적 논리구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일본이 세우고 싶은 친일 정권이 있다면 현재의 문재인 정권은 반일 정권이라는 얘기다. 이는 반일 정권인 문재인 정권을 향한 비판·비난·조롱 등 모든 표현은 친일 행위이고, 대한민국에 일본의 괴뢰정부를 세우려는 매국'행위가 되는 논리로 귀결된다. 친일정권 수립론에 담긴 '친일 대 반일' 프레임은 이 땅의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구분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그 기준이 현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라면 민주주의 상식에 어긋난다.일본이 한국에 친일정권 수립을 획책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일본 우익 조무래기 언론인들의 망언이다. 무시하면 그만인 헛소리다. 무엇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 국민과 정당이 친일 정부를 세울 이유가 없다. 반일 프레임은 여당 뿐 아니라 야당에게도 달콤한 꿀단지다. 이명박은 독도 정상에 올라 독도영유권을 상징적으로 선포했다. 외교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지지도는 올랐다. 박근혜는 집권 초기 아베의 구애에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일본과의 적당한 긴장은 어느 정권에게나 효과적인 당의정이다.집권여당이 일본의 몇몇 언론 사무라이들의 주장을 근거로 '친일정권 수립론'을 공론화하는 것은 과하고 위험하다. 이미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과 언론, 학계를 친일 프레임으로 압박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당 대표가 일식집에서 정종을 반주로 밥만 먹어도 시비에 걸리는 상황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총력전이다.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지혜와 수단을 모두 모아야 한다. 비판과 제안이 자유로워야 한다. 비판과 제안을 친일로 몰아버리면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화는 의미를 상실한다.조국 전 민정수석이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반일 종족주의'를 보고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의 주장을 존중한다. 마찬가지로 정부를 비판할 자유를 친일과 매국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단어로 제한해서도 안된다. 일본은 평화의 소녀상 철거로 민주주의를 압살했다. 대한민국은 일본이 되면 안된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9-08-06 윤인수

[노트북]'혜택'과 '권리' 사이 드림파크 골프장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드림파크 골프장 운영 방식을 두고 골프 동호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취재를 하며 만난 사람들은 이 골프장이 과거 매립장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주민 혜택이 너무 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누구는 한 달에 수차례 골프를 치고, 누구는 수개월을 꼬박 추첨에 참여해야 한번 칠 수 있으니 말이다.드림파크 골프장은 일반인 부킹이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다. '피크시간대' 경쟁률은 최대 1천대 1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 골프장인 이 골프장에서 평일 일반인이 예약할 수 있는 몫은 전체의 약 45%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연 단체와 지역 주민 몫이다. 60여 개의 지역 연 단체는 주민지원협의체가 추천만 하면 연 단체로 등록된다. 하지만 공사와 협의체 어느 곳도 지역 단체에 실제 지역 주민이 몇 명이나 포함돼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매립지 영향 지역 주민들을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지역 단체에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정작 실제 주민은 '0명'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 단체의 일반 추첨 경쟁률이 10대1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추천에 따른 무조건적인 지역 연 단체 운영은 특혜에 가깝다.매립지 운영으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이 일정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투명한 운영 방식이다. 드림파크 골프장은 국가 공기업이 운영하는 대중 골프장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스스로가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골프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더는 특혜 논란이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지역 주민에 대한 '혜택'과 일반 국민들의 '권리' 사이 세부적 기준을 정해 투명하게 시행해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08-06 공승배

[생활법무카페]대항력의 취득시기 왜 중요할까

집주인이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주택을 팔면서 임차인의 자격으로 계속 거주하는 경우에서의 대항력의 취득시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임차인이 경매에서 대항력을 상실하거나 배당을 못받아 임대보증금을 날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점유개정(占有改定)이란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해 양도인이 목적물의 점유를 계속하기로 한 경우에 실제로 물건의 수수(授受)는 일절 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양해만으로 인도(引渡)를 끝내버리는 간편한 인도 방법을 말합니다(민법 제189조). 점유개정에 의한 물건의 소유권의 현실의 인도는 행해지지 않습니다. 대항력이란 임차주택을 임대기간 만료 시까지 사용, 수익할 수 있고 임대기간 만료 후 보증금을 전액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인 또는 신소유자에게 임차주택을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말합니다. 주택의 인도와 임차인의 전입신고(주민등록)를 마친 때에는 그 익일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합니다. 주택매매의 경우 흔히 매수인이 소유권을 이전받는 당일, 저당권을 동시에 설정하고 매도인에게 담보대출받은 돈으로 매매잔금을 지불하는 경우에 매매당사자가 매매와 동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전 소유자가 임차인이 되는 시점은 소유권이전 당일이 됩니다. 그러므로 대항력은 근저당설정일이 아닌 근저당 설정한 다음날 0시에 발생하므로 전 소유자는 저당권자보다 후순위 임차인이 되어 대항력이 없게 됩니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 59306판결 참조)보통 임차인 전소유자일 때 미리 전입신고한 것을 두고, 대항력이 우선할 것이라 착각할 수 있습니다. 매매계약서나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임차인(매도인)의 대항력이 발생되기 전까지 근저당권 등 임차인의 대항력보다 우선하는 권리가 발생할시 계약을 해제한다'는 특약은 필수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두어 다른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우선변제권까지 확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이영옥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화성지부이영옥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화성지부

2019-08-06 이영옥

[윤상철 칼럼]'없는 것'과 '가진 것'

집착·보상 욕구 부르는 빈곤·결핍집단 확산땐 조급증·의구심 낳기도결과의 평등, 사회 발전잠재력 침식강한 열망 오늘의 한국 만든 원동력역사의 변증법 개인·국가 성찰해야최근 주말드라마를 보다가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결핍감이 이후의 삶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를 새삼 돌이켜 보게 되었다. '어머니를 존경하거나 사랑한 적이 없다'는 남자의 내면에 깔려 있는 결핍이 자신의 딸을 평생 짓누르게 될 걸 걱정하는 다른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갑작스러운 부자들이 자신의 자식을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집안사람과 맺어주려는 정략적 결혼이 낳은 파국들은 TV드라마들의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빈곤과 결핍이 낳는 '상대적 박탈'이나 '지위불일치'가 가져오는 좌절과 보상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보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 과하게 집착하고, 스스로 '가진 것'을 가볍게 여기기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개인 차원의 보상 욕구가 사회 수준의 문제로 확산되면 좀 더 복잡해진다. 제도, 법, 그리고 정책을 통한 사회적 조정의 과정에서 또 다른 불일치를 낳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국민들은 군사쿠데타와 돌진적 산업화를 용인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되었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 그리고 사회안전망 없는 저임금에 시달려야 했다. 국가주의적, 자본주의적 발전전략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낳았기에 이를 낙수효과가 부재한 이윤주도성장으로 인식하고 노동자를 중시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나아갔지만 급속한 최저임금인상과 52시간 근무제, 그리고 과도한 복지확장은 경제성장을 지연시킨다. 과도하게 이상적이고 지연된 적폐청산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권력을 활용하여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또 다른 유사 적폐를 낳고 있다.우리에게 없는 것은 더 커 보이고 우리가 이룬 것은 누구나 어느 나라나 다 쉽게 이룰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사회의 진화발전과정이라는 생각이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을 동시에 성취해낸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 진로를 너무 조급하고 더 소용돌이치게 만들고 있다.오랜 남북갈등은 평화를 희구하게 했고 민족분단은 민족적 완성체를 당장의 대안으로 생각하게 한다. 전쟁과 충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곤궁해지고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사회적으로 균열과 갈등을 체험하면서 평화적 결과보다 평화적 과정을 우선시하는 조급증은 국가의 영토가 유린되고 국민들이 기본적인 안전망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족분단은 늘 국제지정학에 의해 국가와 민족의 행로가 좌우되는 불편한 경험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대안이 폐쇄적 쇼비니즘적 '우리 민족끼리'를 앞세워 우리 사회를 어떠한 가치와 이념 속에서 세울 것인지에 대한 대안 없이 수십 년간 같이 해온 정치군사적 경제적 동맹들을 다 뿌리치는 편협한 홀로서기로 갈 일은 아니다.사려깊게 구상되지 못한 평등은 타인의 자유도 사회의 발전도 침해하기 마련이다. 결과의 평등에 사로잡히다 보면 구사회주의의 길이 아니더라도 국가주의의 함정에 침몰할 수 있다. 개인들은 자유와 삶의 동기를 잃음으로써 이 사회의 발전잠재력은 침식되게 된다. 아직까지도 역사적 시대와 사회적 집단의 우열은 사회적 생산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사회는 생산력의 발전 위에서 분배와 평등, 그리고 개개인의 자유와 성취가 확산된다. 사회집단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도 또 다른 불평등의 도래에 유의해야 한다. 모든 사회는 역사적으로 계승되지만 항상 새로운 개인들에 의해 재구성된다. 과거의 불평등에 대한 연좌제적 복수가 불가할 정도로 사회의 구성원은 계속 바뀌고 그들에 의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게 된다. 최근 인류의 발전은 정당성 있는 주체가 씨족, 부족, 가족, 국가가 아닌 집단에서 개인으로 진화해왔다. 그러나 사회의 지속은 개인만으로 이뤄질 수 없고 사람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촘촘히 메우고 연결하는 다양한 사회단위를 필요로 한다. 너무 과도한 개인주의와 국가와 사회의 무능력은 장기적으로 그 사회를 해체하게 될 수 있다. 다른 희망이었던 민족은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우리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강한 열망은 오늘의 한국사회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추구해온 모든 가치들은 다 특정한 역사와 발전시기에 필요한 덕목이었고 당시 사회를 추동하는 힘이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은 이전에 추구했던 가치가 현재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가를 말할 뿐 결코 이를 폐기하거나 대체하지는 않는다. 500년된 예멘의 아파트를 고집하지는 않더라도 30년이 되기도 전에 재개발을 시도하는 우리들이 "시체에서 악취가 나지 않게 하려는 것보다 어렵고 비싸지만 쓸데없는 일은 없다"라는 말이나 어설픈 진보로 변명하고 있지는 않은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성찰해볼 일이다./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9-08-05 윤상철

[참성단]참담한 '사케 논쟁'

임진왜란 중에도 조선 조정은 당쟁을 멈추지 않았다. 선조는 도성인 한양을 버리고 파천을 결정했다. 비참한 정경이다. 그런데 개성 쯤 까지 도망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자 마자 파천이 정쟁거리가 됐다. 당시 조정을 장악한 동인들은 남인과 북인으로 가지를 친 상태. 남인들이 파천에 앞장섰다며 북인 이산해를 탄핵했다. 선조는 이산해와 함께 남인 영수인 유성룡을 파직한 뒤, 서인 정철을 불러들인다. 왜란을 예고한 황윤길이 속한 서인의 영수를 복권함으로써, 왜란은 없다고 단언한 김성일이 속한 동인들을 문책한 것이다.하지만 송강 정철은 병사하자 마자 모든 관직을 빼앗기고, 전쟁을 지휘하던 유성룡 등 동인들이 다시 중용된다. 그런 유성룡도 명나라 사신직을 거부하다가 북인들에 의해 영의정에서 쫓겨난다. 왜적 대신 내부를 향한 문신들의 무의미한 설전(舌戰)이 한창일 때, 야전에선 이순신이 백의종군에 시달리고 원균은 조선함대를 잃었다. 이순신 배 12척의 배경은 참담하다. 전쟁후 동인계열 북인이 정권을 장악하지만 이들도 곧 대북과 소북으로 갈라졌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일식집 사케 논란이 시끄럽다. 이 대표의 사케 반주에 대한 보수 야당들의 비난은 지나치다. 음악과 한식으로 무장한 한류의 세계적 확산에서 보듯이 글로벌 식문화에 국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일식도 우리 식문화의 일부다. 여당도 책임이 있다. 여당과 청와대는 한일 경제전쟁 과정에서 적극적인 반일 의지를 강조해왔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언급하며 '이적과 애국', '친일파'의 기준을 제시했다. 야당의 사케 공세에 조 전 수석은 '전국의 일식집이 다 망하기 바라느냐'고 일갈했지만, 일식집에서 사케, 아니 국산 청주 한잔 하기 힘든 분위기를 누가 만들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왜군에 쫓겨 나라가 절단난 마당에 왕의 피란 책임을 따지는 시비나, 여당 대표의 일식집 오찬 반주가 사케인지 국산 청주인지 가리는 시비가 모두 졸렬하고 처참하다. 정쟁이 전쟁을 압도하는 비현실적인 16세기의 구태가 21세기에 재연되니 처연하다. 일본 경제침략에 맞설 이 시대의 이순신은 어디서 백의종군 중일지 궁금하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8-05 윤인수

[시인의 꽃]들꽃

젊은 날엔 저 멀리 푸른 하늘이가슴 설레도록 좋았으나지금은 내 사는 곳 흙의 향기가온몸 가득히 황홀케 한다.그때 그 눈부신 햇살 아래선보이지 않던 들꽃이여.흙냄새 아련하게 그리워짐은내 육신 흙 되는 날 가까운 탓.들꽃 애틋하게 사랑스럼은내 영혼 이슬 되기 가까운 탓.오세영(1942~)늙음은 젊음이 모방할 수 없는 기록과, 젊음으로 형언할 수 없는 흔적들이 주름져있다. 그 밑줄 안에는 젊은 날에 저 멀리 바라본 '푸른 하늘'이 들어 있고, 푸른 하늘 속에는 '가슴 설레도록' 좋았던 '청년의 이상'이 새겨져 있다. 그러한 꿈같은 시간들을 지나온 '지금은' 다른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들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듯 '내 사는 곳 흙의 향기'를 '온몸 가득히' 맡을 수 있는 지혜로운 황홀감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혈기로 채워진 '그때 그 눈부신 햇살 아래선 보이지 않던 들꽃'처럼 늙음이란 '내 육신 흙 되는 날 가까운'데를 더듬는 성찰이자, 젊은 날의 자기반성이 되는 것이다. '들꽃'이 애틋하게 사랑스러운 것은, 인생이란 그렇게 세상이란 들판에 잠시 이슬처럼 맺혔다 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8-05 권성훈

[오늘의 창]일본의 강박관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우리나라 역사에서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불편한 관계의 장본인이다. 지리상의 위치는 가까우면서도 우리 국민이 일본을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은 무척이나 멀다. 그러나 일본은 정치적으로나 문화적, 사회·경제적으로 여전히 우리와 상당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참 알다가도 모를 일본이라는 나라. 현재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를 보면 학창 시절 한 번쯤은 읽었던 '국화와 칼'이라는 저서의 제목처럼 요즘 들어 또다시 일본인의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우리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비롯된 한·일 무역전쟁이 국민들 사이에 반일 감정이 격화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이른바 '제2의 독립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수천 년 전 역사를 되짚어보면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에 선진 문물을 전파함으로써 일본의 문명이 개화하는 단초가 마련됐다. 우리는 원래부터 일본보다 훨씬 선진화된 민족이고 국가였던 것이다. 일본에 절대 질 수 없고 져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그러나 국가 간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적 감정 수준에서 해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외교 원칙을 갖춰 대응해야 한다. 저서 '국화와 칼'에는 "일본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강박관념을 가질 정도로 나름대로 설정된 행동을 지키는 일이다. 섬이라는 폐쇄적이고 고립된 환경에서 그들의 절대적 가치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일본 아베 총리와 극우세력이 우리에 대한 경제보복을 취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부적으로는 흔들리는 민심을 회유하기 위해 자신들의 정치적 권위와 세력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동북아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과거 군국주의 일본으로의 회귀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당장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지금의 도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19-08-05 이성철

[발언대]음주운전 방조하는 것도 큰죄

지난 6월 25일부터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음주단속 수치가 0.05%에서 0.03%로 낮춰지고 음주단속 처벌수위도 음주운전 2회로 면허를 취소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면허정지와 취소 기준 등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보도되는 언론에서는 강화되어 시행되는 제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하다. 음주운전으로 사상자를 내고 존경받은 아버지에서 원망받는 아버지로 낙인 찍히고, 이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차게 하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비극은 지역과 지위에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 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원망을 하기에 이르고 있다.몇 달 전 명예로운 은퇴를 바라고 한평생 팬들의 사랑 속에서 영구결번을 바라던 야구선수가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음주사고를 냈다. 한순간에 명예로운 인생에서 불명예 은퇴를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있었다. 과연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것은 잘못된 마음가짐이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나 하나쯤, 너 하나쯤"은 "너나 내가 그러면 안 되지", "한잔은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한 잔도 안 돼"라는 단단한 마음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호하게 주장하고 싶다. 음주운전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음주운전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아무런 잘못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살인행위를 더는 저질러서는 안된다.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서 분위기 확산을 시켜야 한다. 엄연히 개정된 윤창호법에는 음주방조죄가 명시되어있다.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는 것은 범죄이다.다시 한 번 외치고 싶다. 음주운전은 개인차원의 실천 문제를 넘어, 도와주고 막아야 하는 이웃의 문제이고 나아가 사회질서와 안녕을 유지해야 하는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노승호 가평경찰서 경사노승호 가평경찰서 경사

2019-08-05 노승호

[데스크칼럼]염태영 수원시장의 광폭 행보

6월 전국시장군수구청장協 대표회장 취임사회관계장관회의 첫 참석 지방분권 전도사복지제도 개선, 중앙·광역단체에 쓴소리도"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 사뭇 다른 결기#장면 1. 지난달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염태영 수원시장)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5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자치분권은 후퇴하고 있다"며 기초지방정부 위기극복을 위한 5대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재정분권 추진 ▲복지대타협 실현 ▲지방소멸 위기대응 ▲지방분권형 개헌 등을 담았다.#장면 2. 지난달 2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10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고 기획재정부 장관 등 사회관계부처 장관, 청와대 사회수석 비서 등이 참석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는 범부처적으로 주요 사회정책현안을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회의다. 최초로 기초자치단체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염태영 시장은 정부의 책임성 강화와 지자체 중심의 제도 설계, 지자체에 운영 자율권을 이양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장면 3. 지난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발표를 하자 염 시장은 "이참에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국가를 만들어야겠다, 우리 시민들을 믿고 우리의 백년대계 미래비전을 만들겠다"며 '강대국 건설 백년대계론'을 주창하기도 했다.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6월 12일 226개 기초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회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초 지방정부를 대표해 지방분권, 재정분권 등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 피력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아 '지방분권 전도사'로도 불린다.독배(毒杯)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복지 문제다. 지방 정부들의 무분별한 현금 복지정책에 대한 검토와 중앙-광역-기초 지방정부 간 복지정책 방향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복지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상황에서 자칫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잘해도, 잘못해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자리다. 중앙정부에 행정, 재정적 권한이 과도하게 편중돼있는 상황에서 중앙-광역단체에 제도개선을 위한 '쓴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초 지방정부의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염 시장이 진단한 기초 지방정부 위기론의 근거는 뭘까?"재정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고, 중앙 예속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예산 여력은 뻔한데 중앙과 광역이 결정한 복지 확대에 따라가느라 대응 예산만 늘어났다. 몇 년간 복지는 성장했으나 재원의 총량은 제자리다.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율을 조정해 지방에 재정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광역정부 위주이지 기초지방정부는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재정분권에 대해서도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는 것이다.그동안에도 진영논리과 이념논리보다는 다소 결을 달리해 유연성을 바탕으로 합리성을 추구해 왔다는 평을 들었지만 최근 행보는 초·재선 임기 때와 사뭇 다른 '결기'가 보인다.염 시장의 행보가 중앙 집권의 기득권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것이다. 중앙집권의 독점적 '카르텔'을 깨고, 의사결정 권한을 지방과 나누자는 지방분권론과 복지대타협론, 더 나아가 강대국 건설 백년대계론을 주창하는 염 시장의 광폭 행보를 주목한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9-08-05 이재규

[참성단]'나는 고발한다!'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가 대립하던 1894년 10월의 프랑스. 파리 주재 독일대사관 우편함에서 군사 기밀이 담긴 편지가 발견됐다. 프랑스 육군 정보부는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간첩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드레퓌스가 "나는 결백하다"고 항변했지만, 비공개 군법회의는 그에게 종신형을 내린다. 단지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톨릭과 개신교, 진보와 보수를 둘로 가르며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한 '드레퓌스'사건이다.1898년 1월 13일 소설가 에밀 졸라는 클레망소가 편집장으로 있던 '로로르'지에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해 드레퓌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군부의 비도덕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졸라는 "드레퓌스는 정의롭지 못한 힘에 자유를 빼앗긴 평범한 시민이다. 전 프랑스 앞에서, 전 세계 앞에서 나는 그가 무죄라고 맹세한다. 내가 40년간 쓴 글로 얻은 권위와 명성을 걸겠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앙가주망(Engagement) 즉 '지식인의 사회참여'의 전형으로 프랑스 지성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글로 많은 지식인이 시국선언에 동참했고 드레퓌스는 무죄로 풀려났다.훗날 앙가주망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건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였다. 그는 1945년 잡지 '현대' 창간사에서 "지식인을 대표하는 작가는 어떤 수단을 써도 시대에서 도피할 수 없다"며 인간해방의 기치 아래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1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알제리 전쟁 때, 프랑스군이 알제리인 포로들을 모질게 고문하자 프랑스 지식인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직하면서 '폴리페서(정치교수)'라는 비판이 일자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에 여론은 싸늘하다. '내가 하면 앙가주망, 남이 하면 폴리페서'라는 조롱 섞인 말도 나온다. 곧 있을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조금 전까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조 전 수석의 앙가주망을 앞세운 자기변명은 어딘지 모르게 궁색하기 짝이 없다. '사이비 애국자들에게 항거하고 군부의 부당성을 공격하며 진실과 정의를 사랑했던 도덕주의자' 에밀 졸라가 조 전 수석의 말을 들었다면 뭐라 할까. '권력에 대한 지식인의 비판과 감시 활동'이란 앙가주망의 뜻을 잘못 알고 있다고 웃었을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8-04 이영재

[주종익의 '스타트업']페르소나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지만제품 개발해 팔기 위해선현존할 수 있게 만들어야극소수 스타트업들만 작성하는우리 현실 매우 안타깝기만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인회(LG)는 우리나라 경영의 신이다. 일본은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혼다(혼다), 이나모리 가즈오(교세라)를 경영의 신으로 꼽는다. 아메바는 단세포 분열을 통해 자기와 똑같은 분신을 만들어 낸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하다. 자기와 똑같은 사람을 복제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손오공은 자기의 털을 뽑아 손바닥 위에 놓고 훅 불어 똑같은 손오공을 만들어낸다. 한 명의 가상 고객을 만들어 그 고객을 똑같이 아메바나 손오공처럼 복제할 수만 있다면 그 가상의 고객을 만들어 내는 일은 대단히 환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이 가상의 고객이 페르소나이다(영어로 Persona).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형적이고 보편적이며 일반적인 가상의 나의 고객을 말한다.페르소나란 말은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에서부터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이 심리학 용어로 사용했다는 이론에 이르기까지 어렵기도 하고 사람마다 분야마다 의미하는 바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예술계에서 쓰는 의미와 기업이나 회사에서 말하는 페르소나의 현대적 의미는 사뭇 다르다. 디자인 싱킹이나 스타트 업에서는 고객의 문제점이나 불편함이나 고통을 해결하는 문제해결 도구의 일환으로 사용한다. 왜 세상에 존재하는 고객 대신 가상의 페르소나를 창출해내는 걸까? 예를 들어보자. 신제품을 개발할 때 목표 고객을 마음속에 그리는 모습은 모든 이해 당사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장은 A라고 생각하고 개발 이사는 B라고 생각하고 개발담당자는 C라고 생각하고 이 제품을 팔아야 하는 마케팅 이사는 D라고 생각한다면 생각이 중구난방이라 제대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기는 불가능하다. 조직원의 수만큼 다른 생각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공통의 정확한 표적이 설정되어야 문제 파악의 일관성도 있고 정확한 해결책을 만들어 과녁의 정중앙을 맞힐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지양해야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의심나는 일이나 혼란스러운 일이 수도 없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관련되는 모든 사람을 찾아다닌다면 큰 혼란과 계획의 지연을 피할 수가 없다. 미리 페르소나를 명확히 해놓으면 이 내용만 참고하는 것으로 의문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페르소나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그 구조(Framework)를 생각해보자. 정해진 규정은 없다. 고객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필수품(Must Have)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회사에 맞게 구성하면 된다. 대략 기본적인 사항을 예시하면 1.가상의 이름/이미지 또는 캐리커처 2.인생의 목표/꿈/바람 3.성격/특성/특이점/극단성/습관/취미 4.직업/수입/지출/소비성향 5.학력/성별/인종/지역/연령대 6.문제의식/갈등/욕망/고통/불편함 7.일상생활/사용 도구/기기/수단 8.하루/주/월/년의 주요 일상생활 모습 등이다. 한 장짜리도 좋고 서너 장짜리 상세 본 또는 설명서는 필요에 따라 업무 당사자들이 혼란을 방지하는 범위 내서 자율적으로 작성하면 된다.페르소나에 대한 오해가 꽤 있다. 페르소나를 작성하라고 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비슷한 사람이나 연예인 정치인 등을 상정해놓고 작성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페르소나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실존 인물을 작성하면 보편성이 없게 된다. 그러나 잊으면 안 되는 것은 현존하지는 않지만 현존할 수 있어야 하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제품을 팔아먹는 것은 현존하는 인물이지 외계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페르소나는 한번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혁신의 목적에 따라 수시로 현실에 부합하는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한다.눈을 감고 고객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진다면 페르소나는 잘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제품이 잘 팔리는 것과는 별개이다. 페르소나의 콘텐츠(내용)가 나의 고객을 잘못 설정했다면 당연히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극소수의 스타트 업들 만이 페르소나를 작성하는 우리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 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 에버스핀 감사

2019-08-04 주종익

[월요논단]콘텐츠 융합, 어디까지 해봤니?

새로운 콘텐츠 발전 생활전반 변화VR·AR시장 2021년 1200억불 전망글로벌 선점 없는 '미래 산업 분야'장르형·기술기반 콘텐츠산업 융합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협업' 절실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이 용어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16년 세계 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었는데 불과 4년 사이에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말하는 대표 용어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다가올까. 영국의 과학소설 작가인 아서 C. 클라크는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가상기술을 이어 '현실을 덧댄 현실'을 만드는 증강현실 기술은 각 분야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이 더해진 콘텐츠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봤던 홀로그램을 사용해 상대방과 통화하는 모습이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AR글라스와 빅데이터로 채워진 모니터는 지금 막 시작된 VR과 AR의 미래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AR 기반의 홀로그래픽 통화 솔루션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원격지 상대방의 모습을 보며 통화하는 솔루션)'를 선보였다. 고글을 쓰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통화 상대방의 아바타를 마주한 채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주변에 가상 데이터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하니 미래의 기술이 어느새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이 가져오는 융합의 결과물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 경기도는 지난달 18일 '2019 글로벌 개발자 포럼(GDF:Global Developers Forum)'을 개최하였다. GDF는 VR·AR 개발자 포럼으로, 경험의 확장(Beyond Experience)이라는 주제를 통해 VR과 AR 분야의 첨단 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기조강연을 맡은 지안프랑코 이안누치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의 연출 감독으로 디지털 아트의 경험을 통해 예술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향성이란 주제로 버려진 건물이나 공간을 프로젝션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프랑스 파리에 '빛의 아틀리에'가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제주도의 '빛의 벙커'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디지털 기술로 창조해낸 이들 공간은 관람객에게 체험 이상의 새로운 경험치를 제공한다. 이날 다른 강연에서 아트디렉터 아네떼 돔스는 우리 삶이 이미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예술 시장 역시 디지털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의 발전은 예술작품 시장 자체를 변화시켜 기존에는 예술 작품 갤러리가 전시, 판매 등 유통 플랫폼으로 존재한 반면, 오늘날의 갤러리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온라인 작품을 전시하고 해외에 있는 구매자와 직접 만날 수도 있는데 '언페인티드(Unpainted)'라는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시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제 관람객은 전시회 초청장은 모바일에서 확인하고, 주요 작품은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하며 신진 작가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람객과 직접 소통한다. 인터넷과 기술은 예술 시장에도 역동성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콘텐츠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시장 역시 이러한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바일앱과 게임투자은행인 디지캐피털(Digi-Capital)에 따르면 전 세계 VR·AR 시장은 2021년 1천20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선점 기업이 아직 없는 미래 산업 분야에서는 기존의 장르형 콘텐츠 산업과 기술 기반의 콘텐츠 산업이 융합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절실하다. 인간의 집단 지성이 집약되는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업의 규모나 부서 간의 견해 차이를 넘어 기술과 콘텐츠의 제약 없는 융합과 협업이 미래를 앞당기는 해답이기 때문이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8-04 오창희

[노트북]기획부동산 먹잇감 된 대형 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 지구 인근 임야(산)를 샀는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유주만 100여 명이 넘어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어요."각종 개발 호재 등을 미끼로 야산을 수백 필지로 쪼개거나 지분을 나눠 분양하는 '기획부동산'에 속아 시세보다 10배 넘는 가격에 땅을 매입한 A씨의 하소연이다.도시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 호재와 관련한 취재 전 실거래가 조사에 들어가면 늘 한 개 필지가 '지분거래'된 정황이 포착된다. 지분거래는 개발 호재 등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해 야산 등 쓸모없는 땅을 산 뒤 필지를 잘게 쪼개 많게는 수백 명에게 파는 전형적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으로 악용된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모든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송산면 고포리에서 올 1월부터 4월까지 총 713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진 가운데 374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중송리에서 거래된 1천8건 중 478건이 하나의 필지가 수십 개의 공유지분으로 거래됐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는 성남 수정구 금토동의 한 야산도 지난 7월 현재 지분을 공유한 투자자만 3천9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10곳 중 절반 이상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부동산 업계에선 "도시개발사업이나 대기업 투자 소식은 기획부동산의 큰 먹잇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바늘 가는 데 실이 간다'는 속담처럼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획부동산이 성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 같은 행위 자체를 단속할 수 있는 관련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경기도가 오는 30일까지 기획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인중개사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08-04 이상훈

[발언대]불법촬영 범죄, 당신이 피해자 될 수도

최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모 방송국 앵커가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체포됐고, 5급 공무원 합격 후 연수를 받던 교육생이 여자 교육생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도 일본인이 선수들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다 적발되는 등 불법 촬영 범죄가 늘어나면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성범죄 발생은 3만2천272건으로 2013년 2만8천786건 대비 약 12% 증가했다. 특히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2013년 4천823건에서 2017년 6천470건으로 34%나 증가했다.이렇듯 불법촬영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휴대폰, 카메라 장비 발달과 무음 카메라앱과 같은 수법의 다양화 등의 기술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고 유포하는 것을 '술 취해서','실수로 했겠지' 등과 같이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이 있다.하지만 불법 촬영된 영상과 사진이 유포되는 순간, 물리적으로 파일을 모두 삭제하는 것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역부족이기에 불법 촬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경찰에서는 지속해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점검하고 지자체 협업을 통해 불법촬영에 대한 인식개선 및 여성불안 환경제거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으나, 모든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일 것이다. '남 일에 귀찮게 왜', '저 정도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자. 나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시민들 자체가 CCTV 역할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불법촬영 범죄,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불법촬영 범죄예방의 한 방법이자 최선의 예방법이다./현철승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현철승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

2019-08-04 현철승

[데스크 칼럼]인천 송도국제도시 마지막 땅 11공구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에 목맬 이유 없고저층 제조시설 많아 중·고밀도 개발 필요좋든 싫든 2·4·5·7공구 변화시킬 수 없듯과거실패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라는 책이 올해 2월 나왔다. 인천연구원 허동훈 박사가 쓴 책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2000년부터 14년간 인천연구원(당시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 관련 연구를 많이 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에프앤자산평가 고문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인천연구원에 들어갔다. 이 책은 에프앤자산평가 고문으로 있을 때 출간했다.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송도국제도시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이 책은 친절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과 개발 과정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주요 프로젝트와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할 땐, 국내외 사례를 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비판적이다. 수익시설(아파트 등)과 비수익시설(오피스 등) 개발을 묶어 민간에 맡기는 '연동 개발 방식' 등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과 애정이 느껴진다.송도 개발에 참여했거나 이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 갯벌을 메워 땅을 만들고, 서울도 아닌 인천 외곽의 허허벌판에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지금의 송도는 상전벽해라 불릴 만큼 성장했다. 국내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개발 초기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땅이었다.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돈이 없어서 매립공사 대금을 땅으로 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비 지원, 규제 완화, 투자 유치 등의 부문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었다면 '연동 개발', '헐값 매각', '투자기업에 유리한 협약'이 최소화하지 않았을까.'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에는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첫 번째는 외국인투자기업 유치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외국 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보유하면 외투기업이라고 한다.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무늬만 외투기업'이 적지 않다. 또한 외투기업이 아니더라도 산업 발전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할 국내 기업이 많다. 웃지 못할 일도 있다. 송도 한옥마을에 있는 음식점이 가짜 외투법인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업체 대표가 옥살이 했다. 가짜 외투법인을 내세워 임대차 계약을 맺은 건 백번 잘못한 게 맞다. 하지만 한국의 음식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음식점까지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두 번째는 중·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 송도에는 저층 연구·제조시설이 많다. 저층 건물을 볼 때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땅을 지상 주차장으로 쓰는 기업도 있다. 땅은 조성원가 수준으로 싸게 살 수 있으니 최대한 넓게 확보하고, 건물은 높을수록 건축비가 많이 드니 최대한 낮게 지으려는 것 아닌가 싶다. 송도 땅값이 비쌌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어려울 것이다.'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는 송도의 마지막 땅인 11공구 개발 방식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송도 11공구는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저자의 바람처럼 지금까지 겪은 시행착오가 11공구에서도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미 건물이 들어선 도시 공간은 시장 여건이 변한다고 해도 바꾸기 어렵다. 좋든 싫든 송도 2·4공구와 5·7공구를 다른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제 남은 땅은 사실상 11공구밖에 없다.'(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8-04 목동훈

[노트북]죽산 조봉암 60주기 추모식 참석한 청년들

강화에서 나고 자란 죽산 조봉암(1899~1959)은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이후 제헌 국회의원과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조봉암은 2·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이승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이승만 대통령은 장기집권에 가장 위협적인 정치인으로 죽산을 생각했다. 조봉암은 1956년 진보당을 창당한 이후 간첩 누명을 쓰고 1959년 7월 31일 사형이 집행됐다. 헌정 사상 첫 번째 '사법살인' 희생자인 조봉암은 2011년 대법원 재심을 통해 간첩죄 무죄를 선고받고 복권됐다. 간첩으로 몰린 52년 동안 '금기어'가 된 죽산을 기억하고 명예 회복에 앞장선 이들은 죽산이 태어난 곳이자 정치적 기반이었던 인천의 사람들이었다.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서울 망우리 공원묘역에서 죽산의 60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다. 망우리 공원묘역은 행정구역상 서울 중랑구지만, 경기도 구리시와 맞붙어 있는 서울의 끝자락이다. 이날 인천, 경기, 서울지역에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주요 도로 곳곳에서 차량 정체가 심했다. 행사 취재를 위해 인천 구월동에서 망우리 공원까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렸다. 인천에서 죽산을 기리기 위해 60주기 추모식을 찾은 수많은 이들이 이처럼 어렵게 죽산 묘역에 당도했다.올해 추모식에는 처음으로 '청년 조봉암'이라는 단체의 대학생 14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추모식에서 노래 '상록수'와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평화통일을 지향한 죽산의 뜻을 잇겠다고 했다. 이제는 죽산이 '독재의 희생자'나 '이념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새 시대를 여는 청년들에게 '평화통일의 선구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1919년, 21세의 조봉암은 강화도의 대서소(代書所)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그해 강화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에 동참하고, 옥고를 겪으면서 일제강점기 엄혹한 현실에 눈을 떴다. 이번 60주기 추모식에서는 죽산이 자신처럼 "현실에 눈을 뜨라"고 청년들에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08-01 박경호

[춘추칼럼]용기 없는 삼류 정치에서 벗어나라

경제 비상시국에 갈등만 증폭시키는 정치美민주주의 지탱 '다수결원칙' 한국 무너져흑백논리 갇혀 지지세력 눈치만 보지말고내부에는 쓴소리·상대에는 관용 베풀어야일본 경제 보복, 수출과 내수 부진, 한국 WTO 개도국 지위 박탈 등 경제 비상시국이다. 그런데 초당적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여야는 서로를 향해 죽창을 겨누고 있다. 정부 여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야당은 정부가 관제 민족주의로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행복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를 강력 비판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확대하며 세계 여론에 호소해야 하나. 이것은 본질적인 해법이 아니다. 정부가 고도의 외교력을 회복하고 협치의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최근 방문한 미국 보스턴에서 미국 민주주의 정신을 지탱하는 힘과 위대한 정치 지도자의 삶을 만났다. 1620년 메이플라워를 타고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넘어온 청교도들은 보스턴 근처 플리머스에 도착하기 전 배 안에서 41명이 협약을 체결했다.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하나의 시민 정치체제를 만들고 필요한 법률과 공직을 제정하여 이에 복종한다는 것을 서명했다. 중요 문제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다수결의 원칙을 따를 것을 약속했다. 이런 메이플라워 협약에 바탕을 둔 다수결의 원칙이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한국 의회 민주주의와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법률 제·개정 절차를 관통하는 기본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5분의 3 이상 법칙을 준수한다. 이런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선거법 개정과 사법개혁을 연계한 패스트트랙 지정이 정국 파행의 원인이 되었다. 이제 국회 마비법으로 전락한 국회 선진화법은 개정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민주주의가 작동되고 성숙해진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신만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도그마에 빠지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 여당은 야당을 친일이라고 매도하고 야당은 여당을 종북이라고 낙인찍으며 진영의 논리에 빠지면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민주주의 없는 민주화'라는 기형적인 상태가 지속된다. 흑백 논리가 아니라 흑과 백이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회색이 아름다워야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법이다.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힘은 용기에서 나온다. 보스턴에는 미국 제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 도서관 및 박물관이 있다. 그곳은 케네디 대통령의 삶과 리더십을 보여주는 각종 상징적인 유산, 그리고 동서 냉전시대에 맞섰던 그의 용기와 도전 정신이 깊이 배어있다. 케네디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극단적인 정치투쟁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대중들의 비난과 반발을 감수했던 무명의 8명의 정치인을 소개했다.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정당과 동료들로부터 버림받고 언론으로부터도 돌팔매질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케네디는 지금의 미국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세계 최강국을 건설하는데 이들의 용기가 큰 힘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용기에 대한 이런 믿음 속에서 '뉴프런티어 공약'을 실천하고 냉전시대 최악의 핵무기 사태였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과감하게 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의 눈치만 보고,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도 태극기 세력과 친박에게만 눈높이를 맞추면 용기 없는 삼류 정치가 된다.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실정에 대해 가혹하게 비판하고 야당 의원들도 당 지도부의 잘못에 대해 쓴소리를 해야 몰락한 정치가 복원되고 대결 정치가 사라진다. 이제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지지자들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보여주고 상대방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가 살고 경제 위기도 극복된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9-08-01 김형준

[풍경이 있는 에세이]기녀시인 운초(雲楚)의 탑시(塔詩)

미모·재능 탁월한 평안도 성천 기생유명 시인이자 선비인 김이양 만나스승·연인관계로 왕성한 창작활동서울 돌아간 후 소식없자 쓴 시'부용상사곡' 임향한 마음 구구절절성천의 기생 운초 김부용은 송도의 황진이, 부안의 이매창과 더불어 3대 기녀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녀의 생몰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1820년쯤 나서 1869년쯤 세상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기녀시인으로는 드물게 '운초집'이라는 문집이 있고 주옥같은 한시 300여 편을 남겼다. 남긴 시에는 그녀가 평안북도 성천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출신이 비천하지 않았는데 어떤 연유로 기녀가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타고난 미모와 천부적인 재능으로 열여섯 살에 가무는 물론 시문에까지 능한 성천의 명기가 되어 있었다.성천부사 환영연회에 불려나간 운초는 부사가 보여주는, 평양감사로 와있던 연천 김이양의 서신 속에 자신이 지었던 시편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이 서신을 계기로 그녀는 평양으로 연천을 만나러 가게 된다. 성천부사가 평양감사에게 인사를 가는데 동행하자는 것이었다. 어려서 지은 자신의 시를 적어보낸,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며 지체 높은 대감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연천 김이양(1755~1845)은 77세로 홍안백발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고고한 선비이자 인자한 할아버지였다. 연천은 운초를 기생으로 대하지 않고 시인으로 맞았다. 그녀는 연천과 능라도며 부벽루며 모란봉이며 을밀대를 두루 돌면서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며 꿈같은 며칠을 보냈다. 성천으로 돌아가야 하는 운초는 자진해서 연천을 모시고 살고 싶다고 진언했다. 연천은 이미 상처한 지 3년이나 지난 때여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운초에게 연천은 시를 논하는 문우이며 시를 깨우치는 스승이자 후견인이었다. 연천으로 하여 기적에서 빠진 운초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신혼의 달콤한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달 후 연천은 호조판서가 되어 서울로 돌아갔다. 석 달이 지나도록 연천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운초는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그때 쓴 시가 '부용상사곡'이라는 탑시다. 글자의 배열을 탑처럼 쌓는 것이어서 시에 문리가 튼 시인만이 쓸 수 있는 형식이었다. '이별하니/그립습니다/길은 멀고 편지는 더딥니다/생각은 거기 있고 몸은 여기 있습니다/비단수건은 눈물에 젖었건만 가까이 모실 날은 기약이 아득합니다//……//은장도 들어 약한 창자 끊어버리기는 어려운 일 아니오나 비단신 끌며 먼 하늘 바라보니 마음에는 의심도 많이 떠오릅니다//……//연약한 아녀자가 슬픔을 머금고 황천객이 되어 외로운 혼이 달 아래서 길이 울며 따르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로 끝맺는 탑시는 구구절절이 그리움의 노래다. 헤어져 있는 동안에 미친 듯 쓴 오언절구가 많다. '봄바람은 화창하게 불어오는데/서산에는 또 하루해가 저무는구나/오늘도 임 소식은 끝내 없건만/그래도 아쉬워 문을 닫지 못하네'에는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연천은 운초의 마음을 헤아려 '운초에게 주다'라는 시를 쓴다. '왕년에 오강 땅에서 인연 맺었고/금년에 또 해서 물가에 함께 있노라/나와의 만남 늦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니/번소도 끝끝내 백낙천을 못 떠났소/술 따르는 얌전함이 세속 상대보다 어질고/시에 대한 소견은 당나라 때 못지 않네/고요한 밤 책상에 기대 읊는 소리 맑고 밝아/시경 빈풍 칠월편을 낭랑히 외고 있네'는 아마도 평양감사 시절에 운초와 함께 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려 했던 작품으로 읽힌다. 운초와 연천이 남산 기슭의 녹천장에서 함께 한 15년은 두 사람에게 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게 해준 찬란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연천이 감기를 앓다 세상을 떠난 것이 그의 나이 91세였다. 운초는 '연천의 죽음을 곡하며'라는 조시로 영혼을 위로한다. '풍류와 기개는 산수의 주인이시고/경술과 문장은 재상이 될 재목이셨지/십오년 살아오다가 오늘 눈물 흘리니/높고 넓은 덕 한 번 끊어지면 누가 다시 이으랴'에는 떠난 시인에 대한 지극한 존경과 사랑이 넘친다. 아름다운 삶이었다./김윤배 시인김윤배 시인

2019-08-01 김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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