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축구 자본주의와 No-Show

'축구 자본주의'의 저자 '스테판 지만스키'는 "축구의 성장은 시장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사례"라고 했다.이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 본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수입이 증가하고, 여가 시간이 늘고, 세계화가 진행되고, 방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여기에는 스포츠 스타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 스타플레이어도 수많은 추문을 일으키지만 은행가나 CEO, 정치인과 달리 스포츠 선수의 성적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스포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증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축구다. 축구에 버금갈 만큼 세계적 주목을 받는 스포츠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을 때 축구는 그 돈을 잘 받기만 하면 됐다. 이 모든 일이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규제 없이 일어났다."이렇게 갈무리를 하고 보니 한 장면이 떠오른다. '호날두 노쇼(No-Show)' 사건이 벌어진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풍경이다. 호날두는 객관적 실력으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포츠 스타다. 여성편력으로 인해 크고 작은 스캔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화려한 개인기로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를 보기 위해 국내의 수많은 축구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관객들이 무려 60억원을 냈는데, 주최측은 그 돈을 지만스키의 표현대로 '잘 받기만' 했다.이러한 정황을 빗대 상암에서 지만스키의 이론이 입증됐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든 지만스키가 문장 마지막에 지적했듯이 '이 모든 일이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규제 없이' 일어나다 보니 결국 사달이 났다. 당시 경기를 관람한 관중들이 경기 주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인천지법에 제출한 것이다. 인천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이번 사태를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해본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른다. 수요(호날두가 뛰는 것을 보는 것)와 공급(호날두가 실제로 뛰는 것)이 불일치하는데도 일방적으로 수요공급 곡선을 그려 입장료만 받아 챙긴 것은 시장경제를 훼손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소송은 시장을 교란한 외국의 거대 축구자본을 향해 국내 축구팬들이 옐로카드를 꺼내 든 것에 비유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본주의 법정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다. / 임성훈 논설위원

2019-07-31 임성훈

[경제전망대]화폐에 대한 소고(小考): 리브라와 지역화폐

페이스북 암호자산 '리브라' 주목신뢰성·자금세탁등 우려 무한연기국내, 지자체 주도 지역화폐 반향인천이음등 호평… '수용성' 핵심지역공동체 공감대 유지등은 숙제최근 페이스북의 암호자산 리브라(Libra)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6월 18일에 페이스북은 당사의 방대한 고객층(월평균 사용자 24억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송금·결제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소외계층(약 17억명으로 추산)도 포함하여 금융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백서)을 발표하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높은 가치변동성으로 인해 (대안)화폐로서 인정될 수 없음이 점차 뚜렷해지던 차에 제시된 리브라는 화폐에 가까운 여러 특징들을 구비하여 각국 중앙은행들을 긴장시켰다.비트코인 등이 법정화폐로부터의 독립, 즉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리브라는 국채, 은행예금 등으로 이루어진 안전자산 바스켓과 연동하는 등 법정화폐와 연계함으로써 가치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점, 사용자가 수십억명에 달해 수용성이 높은 점 등이 정책당국으로부터는 우려감을, 암호자산 시장참가자들로부터는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이에 따라 연초에 430만원대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이 6월 26일에는 1천684만원까지 급등하였다.페이스북의 각국 금융규제에 대한 순응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 등의 공개적인 우려와 반대에 부딪혀 페이스북은 백서 발간 한 달도 안되어 리브라 발행을 무기 연기하였다. 주된 쟁점은 여러 차례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페이스북 자체의 신뢰성,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한 송금서비스 등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불안정 리스크, 자금세탁 우려 등이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화폐로서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화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도입하는 광역 및 기초 지자체수가 작년 66곳에서 올해에는 177곳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형태 및 운영방식은 다양하지만 지역화폐의 공통점은 법정화폐와는 달리 화폐의 범용성을 공간적으로 제약하여 지역 소상공인 등의 매출 향상을 직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행 및 운용 비용,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하는 데에서 오는 불편함에 대한 재정 지원(캐시백) 등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용에 비해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가가 지역 내 생산 및 일자리 증가, 더 나아가 지자체 세수 증가 및 재정자립도 제고로 이어지는 등 편익이 더 크다면 해당 지역화폐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지역화폐 중에서도 금년 5월 초 출시된 '인천이(e)음'의 확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역화폐든 리브라든 모든 화폐의 성공의 관건은 수용성이고 이는 네트워크 규모, 즉 이용자수 또는 가맹점수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인천이음카드는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용액에 한도를 두지 않아 가입자수 증가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출시 3개월 만에 지역민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인지도를 높였고 지역공동체에 대한 인식 제고 등 무형의 성과도 기대된다.그러나 소비자의 선택을 지나치게 제약하지는 않는지, 재정여력이 서로 다른 기초지자체 간 또는 소비여력이 다른 소비자간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지, 지역공동체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유지하고 제고할 것인지 등 몇 가지 중요한 해결과제는 남아 있다. 또한 인천경제가 폐쇄경제가 아닌 이상, 공급사슬 등을 통해 거래의 일정 부분은 결국 지역 외로 다시 유출되는 만큼 지역화폐 도입의 순효과(net effect)에 대한 분석은 일정 기간 경과 후 엄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유출되는 자금보다 지역 내에서 부가가치로 창출되거나 유입되는 자금이 더 큰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유망산업에서의 창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민들의 역내소비 진작 못지 않게 외지인들이 인천에서 보다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광산업 활성화 등에 지역화폐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

2019-07-31 김현정

[노트북]세대차이

최근 온라인상에 재미난 게시물이 돌아다녔다. 요즘 세대는 전화받는 손 모양이 다르다는 것으로, 사소한 동작 하나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유선전화 송수화기 모양을 흉내 내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는 동작은 청소년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기존에 보유하던 유선전화를 해지한 가구 비율이 지난 2012년 8.53%에서 지난해 26.86%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유선전화 미가입 가구는 전체의 44.24%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영상통화에도 익숙한 세대로서는 과거의 정서를 공감하기 힘들다. 겪어본 이들만이 주황색 공중전화 상단에 남겨진 동전을 추억할 뿐이다. 그만큼 세대가 빨리 변했다.몇 세대 앞서 대한민국은 국권을 강탈당하고 수많은 국민이 일제에 고초를 겪었다. 그중에는 고향산천을 떠나 상하이와 난징, 항저우 등에서 투쟁하던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역사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나, 선진국 반열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세대가 늘어날수록 민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점점 희박해질 것이다.얼마 전 김포교육지원청 주관으로 김포 학생대표 87명이 중국 항일유적지를 탐방했다. 교과서에서 접한 임시정부를 찾아 김구 선생 집무실을 둘러보고, 홍커우공원에서는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을 체험했다.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48℃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 학생들은 독립운동가들이 이역만리에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몸으로 겪었다.독립유공자 후손 노승연(통진중 3) 학생은 "난징 위안소 유적 진열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을 느꼈고, 조선혁명정치군사간부학교에서는 나라를 위해 열정을 불사른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국땅에서 돌아가신 분들께 참배하면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학생들은 탐방 마지막 날 어떻게 국력을 키워 설움을 당하지 않을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9-07-30 김우성

[경인칼럼]한일무역전쟁과 아베 정권의 책략

위안부합의 무력화·강제징용배상 등 불만韓 국론분열 유도 정권교체 바라는 모양새우리가 소재 국산화 성공땐 일본도 큰 타격日 경제예속 벗어날 근본적 대책 '몰입'할때한일간 무역전쟁이 악화일로이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의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즉각 강행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품목의 수출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전략물자를 가지고 경제보복을 확대할 경우 한국은 군사정보공유협정인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것으로 결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자국의 제품 판매를 막아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겠다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자해 공갈'의 수법과 흡사하다. 일본 무사들의 할복이나 악명높은 가미가제 특공대의 자살공격처럼 자신을 파괴하면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일본 스타일이다. 일본의 책략이 단기적으로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표 집결을 노린 카드라고 보는 것은 사태의 일면만 본 것이다. 한국을 경쟁국가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헌법개정을 통한 군대의 부활이라는 일본 우익의 정치적 목표 때문이다.아베 책략의 목표 중의 하나는 한국의 정권교체이다. 한국의 국론분열을 유도하고 눈엣가시 같은 문재인 정권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향후 정권교체까지 내심 기대하는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합의해준 '위안부 합의'를 무력화하고 한국의 대법원이 강제징용배상 판결을 내렸는데도 '적극적' 대응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비핵화협상과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 남북간의 관계가 급진전 과정에서 일본이 느끼는 소외감도 작용하고 있다. 북일관계는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아베 총리로서는 이래저래 불만이다.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의 일본경제를 추격하고 있다는 불안의식도 한 원인이다. 불황의 원인을 외부에 전가하고, 실패한 아베노믹스의 면죄부까지 만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이 내린 일본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정부가 적극적 대응 방안을 가져오면 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이 대법원의 판결을 수정하거나 철회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알고 있다. 일본은 타협 없는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대화와 협상이 아니라 보복과 역보복, 추가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다가 최악의 상황에서 협상의 문은 열릴 것이다. 현단계에서 한국이 굴복 외에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의 배경이 단순하지 않으며 일본 우익과 아베 내각의 집권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입체적인 대응전략을 가져야 한다.다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국과 세계 경제, 마침내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 경제도 위태롭게 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 한국 반도체 생산의 차질은 세계 각국의 경제로 확산되고 일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만약 한국이 반도체 소재의 구매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까지 성공한다면 일본의 소재 산업은 최대 판로를 잃고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도 결국 개입해야 한다. 아베정부가 벌이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최대수혜자가 되는 것은 미국에게는 또 다른 재앙이기 때문이다.한일 무역전쟁에서 시간은 한국의 편일까? 국력을 총동원하여 한일무역 역조의 주범인 부품산업의 자립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전제된다면 전화위복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늘면 일본산 부품수입을 늘려야 하는 구조이다. 최근 10년간 누적된 대일적자만 307조가 넘는다. 한국이 수출로 번 돈을 고스란히 일본에 바치는 과잉의존 구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숨통을 일본이 쥐고 흔드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한일간의 무역역조를 바로잡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경제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몰입'할 때다./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2019-07-30 김창수

[참성단]대통령 휴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매년 한 달간 여름휴가를 보냈다.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도 워싱턴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별장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푸틴과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매년 겨울 휴가를 고향인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며 보냈다. 일주일간 휴가비용은 대략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5억 원에 이른다. 8년 재임 중 휴가비로만 1억 달러를 지출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휴가 중 숙박비는 본인 부담이지만 전용기 에어포스원 경비와 경호원 숙소 비용은 백악관 예산에서 지출됐다.외국 정상들은 휴가 중 큰일이 생겨도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1995년 보스니아 특사가 지뢰폭발 사고로 순직했을 때, 콜로라도에서 3주 휴가를 보내던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장례식에 잠시 참석한 후 다시 휴가지로 돌아갔다. 2013년 5월 런던에서 2명의 모슬렘에게 영국군이 참수당하는 테러가 발생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사건 3일 후 스페인 휴양지로 휴가를 떠났다. 대통령이 집무실을 비워도 무탈하게 돌아가는 시스템 때문이다.우리나라 대통령은 휴가를 쓰면서도 여론의 눈치를 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 아들의 검찰 조사와 수해 등으로 2년간 휴가를 가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수해가 발생하자 휴가를 중단하고 복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때문에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휴가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달랐다. 취임한 지 보름도 안 돼 연차 휴가를 떠났다. 공교롭게 휴가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을 듣고도 휴가를 취소하지 않았다. '연차 휴가 사용 의무화'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혔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도 출발을 하루 늦췄을 뿐, 휴가를 다녀왔다.그러던 문 대통령이 국내·외 현안으로 올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그런데 휴가 취소를 발표한 날 제주도에서 주말 휴식을 즐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와대는 "주말에 다녀온 개인일정"이라고 했으나 지역 언론 보도 후 하루가 지나 사실을 인정해 모양새가 나빠졌다. 휴가 반납의 취지도 반감됐다. 미리 공개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이 누려야 할 당연한 휴가에 이처럼 말이 많은 건 그만큼 세상이 어수선하고 국민들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7-30 이영재

[기고]놀라운 기부문화의 태동

죽기 전에 재산의 95%사회 환원 밝힌 빌 게이츠 귀감회장의 기부행위를 보고사원들까지 따라하는 모습 등우리 사회도 나눔의 싹 트고 있어기부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나라는 미국 사회인 것 같다. 그만큼 사회가 안정되어 있고 각종 사회복지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말도 되겠다. 수년 전 미국의 부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 빌 게이츠는 죽기 전에 재산의 9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그는 내가 받은 선물이 엄청날수록 사회를 위해 값지게 써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가 설립한 재단에서 2014년까지 기부한 금액은 430억 달러가 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호에서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부왕이 된 셈이다. 이렇게 거액을 사회를 위해 써달라고 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이는 경영자의 철학이 담겨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신문 지상을 통해 미혼모를 위해 써달라고 100억원을 기부한 국내 한 기업인을 보았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어서 인터넷에 들어가 기부자인 '박한길' 회장을 쳐 보았다. 박 회장은 네트워크 유통사업을 하는 '(주)애터미'의 회장이었다. 기부행위가 이번뿐 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사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180여억원을 기부해 오고 있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원칙, 동반성장, 나눔과 더불어 영혼을 경영하라'는 철학이 담긴 미션을 보면서 기업이 날로 발전해갈 수 있음을 느꼈다. 7월 12일 이 회사의 '성공 아카데미'가 일산 킨텍스 전시실에서 있었다. 전국 회원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회원까지 1만5천여명의 회원이 참석해 세미나를 하고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자리였다.이날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최고 판매회원에게 주어지는 '임페리얼 마스터' 등극이었다. 임페리얼 마스터에게는 10억원의 승급 상금과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제왕적인 자리다. 두 명의 승급자 중 한 회원이 여자의 몸으로 열세 살 되던 해에, 오빠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공장에서 직공생활을 하며 받았던 봉급을 아버지에게 드리며 생활해왔다는 고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시대를 살아온 나도 발표자와 한마음이 되어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목청 높여 열변을 토하며, 이 상금 전액을 사회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천명했다. 일만 오천명의 회원들을 놀라게 한 이 발표를 들으면서 회원 모두가 회의실이 떠나갈 듯한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장내의 흥분을 가라앉힌 후 그녀는 회장님이 100억원을 기부했으니 나는 10억원만 기부해도 회장님과 라이벌이 되지 않겠냐는 농담도 하면서 즐거움을 표현했다. 기부행위란 이와 같이 나눔으로써 즐겁고 행복을 느끼는 것임을 모두가 공감하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금은 많이 내보았다. 지난봄에도 동해안 산불로 피해지역 복구에 써달라고 초등학생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성금을 냈었다. 성금도 포괄적인 의미로는 기부행위에 해당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자발적인 기부행위와 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은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국민으로서 내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빌 게이츠는 일천억 달러가 넘는 재산 중에서 일천만 달러만 자식에게 상속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하였다. 우리도 이제는 기부문화에 눈을 뜰 때가 되었다.우리 속담에 '왕대그루에서 왕대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회장님의 기부행위를 보고 사원이 큰 금액을 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도 미래를 위해 밝은 기부문화의 싹이 트고 있음을 느끼는 자리였다./변광옥 수필가변광옥 수필가

2019-07-30 변광옥

[수요광장]50 이후 더 나은 삶을 위한 '전환의 기술'

대접받던 어제의 기억은 지우고…하루빨리 독립생활자 능력 갖춰야기존 인맥 대신 '느슨한 관계' 구축돈 잘 못 벌어도 의미 있는 일 하기걸으면서 생각하고 글로 옮겨보자대기업 정년퇴직예정자 대상 강의 기회가 있었다. 휴양지의 화려한 호텔에서 진행되는 교육이었지만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했다. 퇴직 후 계획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막연한 상태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중장년세대들은 주된 일(자리)을 떠나 새로운 일과 삶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도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전환의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급하거나 무리한 전환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한번 살펴보자.# 나는 자연인이다지위와 역할로 대접받던 어제의 기억은 하루빨리 지우자. 그리고 당장 뭘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부담도 내려놓자. 이제 나는 뭐든 할 수 있고 꼭 잘하지 않아도 된다. 명함이 없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다.# 혼자서도 잘해요자연인의 자유도 무조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를 위해 그림자노동을 감당해 왔던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하루빨리 독립생활자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일을 완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듯한 말만 하면 알아서 척척 해내는 훌륭한 직원들은 이제 내게 없다. 누구나 언젠가는 홀로 남는 시대,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살림의 주체가 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절실한 생존의 기술이다. 사회혁신도 좋지만 스스로 1인분의 삶을 감당하는 자기혁신이 우선이다.# 관계능력 강화인맥에 메이지 말고 느슨한 연결의 관계망에 어울려 보자. 혈연 지연 학연은 물론 다양한 명분의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 이해관계가 앞서고 알게 모르게 경쟁과 서열이 작동하는 그 인맥들,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에게 신뢰와 충성을 증명해야 하기에 부담스럽고 피곤하다. 그나마도 현직에서 물러나면 상당수는 다시 보기가 어색한 관계로 전락하고 만다.이제 혈연 지연 학연의 부담스런 인맥이 아닌 가치와 취향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느슨하고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해 보자. 이러한 커뮤니티는 관리가 필요한 부담스런 관계가 아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나답게 그답게 우리답게 어울릴 때, 우리 삶은 더욱 아름답고 풍부해질 것이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에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돈독한 이웃은 어쩌면 나중에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으니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N잡러평생직장, 평생직업이 사라진 시대. 이제는 투잡, 스리잡을 넘어 멀티잡을 할 수 있는 N잡러만 살아남는 시대라고 하니 더욱 노오~력 해서 우리도 N잡러가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풀타임 잡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과 활동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하면 어떨까? 나를 위한 일, 공동체를 위한 일, 우리 사회를 위한 일, 그리고 돈 버는 일과 돈은 잘 못 벌어도 의미와 가치 있는 일. 이렇게 말이다. 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벌이는 좀 줄겠지만 의미 있는 존재로서 나이들 수 있을 것이다.# 걷기와 글쓰기치유와 성찰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나는 아직 모른다. 나름 치열하게 살았고 세상을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걷자.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을 글로 옮겨 보자. 마주하기 두려워 마음 깊숙이 꼭꼭 숨겨두고 차마 열어 보지 못한 아프고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면, 과감히 열어 마주해 보자.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삶의 스토리텔러이다. 나는 누구이고 왜 여기에 있는지, 이제 또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우리가 살아야 할 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길며 그저 노후 걱정만 하며 지내기엔 우리에게 아직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 혹자는 장수의 축복이 아닌 저주라고 비관하기도 하지만 이 정도 기술이면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의 전성기를 누릴 만하지 않을까?/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19-07-30 김수동

[오늘의 창]안성지역화폐 성공, 市와 시민의 합작품

민선 7기 우석제 안성시장이 취임과 함께 공약사항으로 추진한 지역화폐인 '안성사랑카드'가 발행 3개월 만에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시민들은 지역화폐의 성공에 대해 우 시장의 올바른 정책 방향 제시와 시 공무원들의 실효성 높은 제도 마련, 시민들의 애향심 등 3박자가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당초 지역사회에서는 지역화폐의 발행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경기도가 발행한 지역화폐와의 중복성은 물론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비롯한 청년배당 및 각종 처우개선비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적절성 등이 문제로 불거졌다.하지만 지역화폐 제도가 시행되니 이 모든 우려 섞인 문제들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났다. 시가 올해 4월 1일자로 발행한 지역화폐는 지난 9일을 기준으로 정책수당은 18억9천197만9천원, 일반발행은 15억6천352만1천원 등 총 34억555만원에 달했다. 발행된 지역화폐 중 정책수당은 15억4천657만9천원이 사용됐고, 일반발행 또한 8억1천923만3천원이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역화폐가 선순환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일반발행의 경우 지난 5월 15일까지는 5억1천700만원이 충전돼 1억3천300만원이 사용됐지만, 시가 지역화폐 판매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 판매한 이후 1개월여 만에 충전금액 15억여원에 사용금액도 8억여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시가 집계한 지역화폐 사용처를 봐도 일반한식과 서양음식, 중국식, 스낵, 주유소 등 대부분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점포임이 확연히 드러난다.우 시장과 시는 이 같은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민선 7기의 기치인 '즐거운 변화 행복한 안성'을 위해 새로운 시정 및 시책을 발굴해 19만 시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2019-07-29 민웅기

[이영재 칼럼]그때는 몰랐다

주변국 사이 갈팡질팡, 구한말과 겹쳐 보여조·청·일·러서 한·미·일·북·중·러로 늘고북한이 핵보유국, 그때보다 복잡하고 험악또 잘못 선택한다면 후세 무능한 조상으로 그때는 몰랐다. 역사는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역사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무조건 외우는 거다." '미친개'란 별명을 갖고 있던 국사 선생님도 박달나무를 허공에 휘두르며 그때 그렇게 말했었다. "백제멸망 660 정말 슬픈데 /고구려도 망했다 668/ 발해건국 699에 번영하다가/ 멸망이 웬 말이냐 926." '연대 강박증'에 시달리던 우리는 윤극영의 동요 '반달'을 개사한 이런 노래도 불렀다. 하긴 당시 시험문제의 수준도 이랬다. '다음 사건을 시대순으로 옳게 나열한 것은 ?'. 그래서 '미친개'가 무조건 외우라고 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역사는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는 걸. '한국사 연표'를 직접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후에 알았다. 기존의 연표를 대충 눈으로 읽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 내 손으로 연표를 작성하되 여유가 있어 세계사 연표까지 함께하면 금상첨화다. 국사와 세계사를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이른바 '일타쌍피'. 가령 '고구려가 낙랑군을 점령한 313년 그해, 콘스탄티누스가 밀라노칙령을 공포해 기독교를 공인하고, 백제를 번성케 한 근초고왕이 죽던 해(375년)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이런 식이다. 눈을 감으면 뭔가가 그려진다.그때는 몰랐다. 역사는 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발원지에서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흐름만 알면 역사공부는 끝난 거다. 그래서 연표가 중요하다.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번영으로 피렌체의 르네상스 문화가 절정을 구가하던 1453년, 동방의 조그만 나라 조선에서는 수양대군이 친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기 위하여 김종서와 황보인 등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계유정난을 일으켰다. 권력이 뭐라고, 그걸 잡기 위해 쇠몽둥이로 무자비하게 정적을 제거하고 '피의 축제'를 벌이며 마침내 조카의 목숨까지 빼앗은 그때, 먼 나라에선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인간중심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연표 때문에 가능한 상상이다.하지만 이런 연표도 근대사에 이르면 혼란을 맞게 된다. 우리 근대사가 썩 유쾌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정말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건이 수없이 일어나서다. 1866년 병인양요,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시작으로 신미양요(1871), 운요호 사건(1875), 강화도조약(1876), 임오군란·제물포조약(1882), 갑신정변(1884), 동학운동·청일전쟁 (1894), 을미사변 (1895), 아관파천(1896), 대한제국선포(1897), 을사조약·가쓰라 태프트 밀약 (1905), 한일합병(1910)까지 매년 매월 국운을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무엇하나 뺄 거 없이 '조선'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가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사건들이었다. 연표만 가지고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 사건들이 계산된 듯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근대사 교육은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미친개'는 어설픈 민족주의자였다. 청나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움직임은 생략한 채 우리 입장만 가르치려고 했으니 불쌍한 '조선'이 왜 백척간두에 놓였는지 어린 학생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최근 우리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마치 구한말 같다고 한다. 헷갈리던 근대사를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주변국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가련한 모습이 구한 말과 겹쳐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조·청 ·일 ·러 4개국에서 한·미·일·북·중·러 6개국으로 늘어난 것도 그렇고, 한반도가 두 쪽으로 갈라졌으며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란 사실 때문에 상황은 그때보다 복잡하고 훨씬 더 험악하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E. H.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비록 반복되는 역사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지만 답은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알았으니 무능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택하지 않은 길로 가면 된다. 만일 이번에 또 길을 잘못 선택한다면, 우리는 후세에게 130년 전 조상보다 더 무능한 조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다시 그 길 앞에 선 대한민국. 슬프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9-07-29 이영재

[전호근 칼럼]오지 않은 학생들의 이야기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결석한 학생열외자·꼴찌들의 이야기에 가까워내가 궁금한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모든 것을 던져 이룬 일등의 성취사람들 삶을 보려하지는 않아…지난 학기 학교 축제 기간 중 강의에 출석하는 학생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강의를 듣기 위해 한결같이 출석하는 성실한 학생들을 바라보고 정성을 다해 강의했지만 나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왜 결석했을까? 나는 강의 들으러 온 학생들이 왜 왔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지만 결석한 학생들의 사정은 무척 궁금했다. 학생들이 강의에 출석하는 이유는 거개가 같을 테지만 결석한 이유는 다 다를 것이었기 때문이다.축제가 끝난 뒤 나는 지난 시간 출석하지 않았던 학생들에게 무슨 재미난 일이 있어서 강의에 나오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한 학생은 신종 독감에 걸렸는데 친구들에게 옮길까 봐 안 왔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 학생은 친구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이타적인 이유로 결석한 것이다. 거룩한 학생이다.또 다른 학생은 학과대표로 뽑혀 축구 시합에 나가느라 강의에 오지 못했다고 했다. 시합에 이겼느냐고 물었더니 아깝게 졌다고 했다. 나는 그 학생에게 축구에 인저리 타임이 있는 것처럼 내 강의에도 인저리 타임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뛰라고 이야기했다.또 한 학생은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새워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아주 솔직한 학생이다. 자신에게 불리함에도 진실을 밝힌 학생에게 칭찬을 해주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또 어떤 학생은 미리 나에게 사정을 알리고 허락을 구했다. 학교에서 개교 7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있어 티켓을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되었단다. 무슨 공연인지 물어보았더니 무려 프랑스 오리지널팀을 초청하는 레미제라블 뮤지컬이란다. 나라도 강의 빼먹고 갈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또 병무청 신체검사를 받느라 참석하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국가의 정당한 부름에 따른 이런 학생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것이다.결석하지 않고 강의실에 온 학생 중에는 지난밤 학과 주점에서 과음한 탓에 강의시간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잔 학생도 있었다. 내 강의가 얼마나 듣고 싶었으면 저런 몸을 이끌고 강의실까지 찾아왔을까 싶어 감동받았다. 내가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실은 이런 학생들 때문이다.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결석한 학생들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일등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열외자, 꼴찌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그들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세상 사람들은 일등 이야기를 열심히 퍼나르지만 일등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축구 황제로 불렸던 에우제비오는 "모든 경기를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히딩크 감독은 "나는 아직도 승리에 배가 고파서…" 죽어라 뛰었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미국육상대회에서 마지막 순간 결승선을 향해 몸을 던져 일등을 차지한 허들 선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김연아 선수의 발이나 이상화 선수의 발이나 모두 상처투성이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던져 이룬 일등의 성취는 영광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해도 재미는 별로 없다. 사람들이 삶을 보려 하지 않고 일등으로 귀결된 경쟁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꼴찌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야기가 다 달라서다. 프로야구 원년 팀 중 만년 꼴찌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만이 유일하게 소설로 쓰인 까닭도 다르지 않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치기 힘든 공을 치기 위해 밤새 배트를 휘두르고 잡기 힘든 공을 잡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일등들은 죽었다 깨나도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그러니 말이다. 일등들은 꼴찌들 앞에 겸손해야 한다. 그들은 단지 당신들처럼 모든 것을 던지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들이 던져버린 것들 중에, 그리고 그들이 던지지 않은 것 중에, 혹 던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지 어찌 알겠는가./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9-07-29 전호근

[참성단]'호날두 노쇼' 파문

축구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한국인의 자존심을 제대로 저격했다. 지난 26일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의 친선경기에서 호날두는 벤치만 지켰다. 한국 축구팬들은 팀 유벤투스보다 호날두의 경기장면을 보기 위해 6만5천여명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45분을 뛰기로 계약했다던 호날두는 전광판에만 등장했다. 그의 땀방울까지 놓치지 않겠다며 거액을 지불한 특별석 관중들은 호날두의 뒤통수만 감상했을 뿐이다. 이번 친선 경기는 호날두의 광팬뿐 아니라 축구에 관심있는 한국인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또 극심한 경기침체에 일본과의 무역전쟁, 중·러 군용기의 영공침범,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로 스트레스를 받던 한국 사람들이 모처럼 집중해 즐길 만한 스포츠 이벤트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배신감도 진했다. 과거 메시의 방한 경기에 실망한 이후 호날두를 '우리 형'으로 호칭했던 한국 팬이다. 이제 호날두를 '날강두'로 비하하며 적개심을 보인다. 호날두는 또한 몇 시간 만에 한국 광팬을 공중분해 시켰으니, 지금쯤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유벤투스나 호날두가 간과한 점이 있다. 지금 한국은 매우 고단한 처지이고, 한국인은 매우 예민하다. 국제적인 팬클럽을 관리하는 명문 프로팀이라면 이 정도 사정은 감안할 수 있어야 했다. 호날두 또한 다르지 않다. 열악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와 호날두가 한국팬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축구 팬은 물론 한국인들을 감동시켰을테고, 그들의 한국 시장은 넓어지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지금이야 입장료 환불 요구에 그치지만, 호날두를 광고모델로 한 제품들로 불똥이 튈지 모를 일이다. 호날두는 공 대신 한국에서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차버렸다.'호날두 노쇼' 후유증은 호날두가 자초한 일이다. 다만 이번 일로 우리 사회의 분노지수가 임계점에 달한 건 아닌가 해서 걱정이다. 분노가 꽉 찬 사회는 출구와 대상을 찾는다. 분노는 맹목적이다. 출구가 열리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치고 대상이 되면 변명할 새 없이 매장된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기획사나 프로축구연맹은 안보이고 호날두만 표적이 됐다. 전례없는 경제, 외교, 안보 위기가 심각하다. 분노는 배설일 뿐 대응이 아니다. 냉철한 국가 이성과 합리적인 국민 지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7-29 윤인수

[시인의 꽃]꽃

네 그림자를 밟는거리쯤에서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팔을 들어내 속닢께 손이 닿는그 거리쯤에오래오래 서 있으면거리도 없이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무량하게 피어올라나는 네 앞에서발이 붙었다.신달자(1943~)우리의 일상에서 바라만 봐도 좋은 것이 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지만 아무나 소유할 수 있는 그런 것. 들녘에 피어난 꽃처럼 탐욕 없이 마주할 때, 한아름 마음속 주인이 된다. 욕망을 제거하고 세계를 바라보면 세계로부터 해방되면서 자유로워지는 것같이, '순수'하게 산다는 것은 '더' 가지는 것에서 '다'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꽃을 꺾는 순간 꽃은 이미 꽃이 아니면서 꽃이 된다. 전자의 꽃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 되지만 후자의 꽃은 어느 특정한 이를 위한 것일 뿐. 그것은 경계 없는 것의 경계를 스스로 만들면서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 것. 당신에게 어쩔 줄 모르는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는 크기만큼 성긴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바라보라' 또한 사랑하는 깊이만큼 '팔을 들어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있어라' 그리하면 '오래오래' 가 닿은 사랑은 '거리도 없이' 와 닿아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로 '무량하게 피어올라' 갈지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7-29 권성훈

[발언대]농기계 교통사고 예방, 백문이 불여일행

지난해 7월 안성시 발화동 마을에서 농업용 트랙터가 주행하던 중 마주오던 오토바이와 정면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이처럼 농촌지역에서 경운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의 운행이 증가하면서 농기계 교통사고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안성시를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농기계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58건으로, 이 중 34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차종별 교통사고 사망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농기계 교통사고 사망률(11%)이 일반 교통사고 사망률(1.5%)보다 7배가 높다. 왜 농기계 교통사고가 자동차 교통사고에 비해 치사율이 이렇게나 높을까?농기계는 후사경이 부족하고 과적으로 인해 후방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농기계 자체 소음이 크기 때문에 자동차가 다가오더라도 인지하기 어렵다. 또한 이른 새벽부터 야간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농기계에는 반사장치나 발광장치가 부족하고, 농기계 운전자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운전자로 인지능력과 운동신경이 떨어져 조작이 미숙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농촌에서 운전하는 농기계 운전자는 안전속도 이하의 주행과 주기적인 농기계 점검·정비, 야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반사장치 부착 등 안전수칙 준수가 필요하다.농촌지역을 운전하는 운전자는 공간과 시야가 충분히 확보된 곳에서 경적을 울려 운전자의 접근을 알리고 항상 서행해 더 주의하고 양보하는 운전습관을 가져야 한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교통사고 예방의 관점에서도 이 고사성어는 '백문이 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으로 접목된다. 백번 안전운전에 대해 듣는 것보다 운전자가 서행하고 양보하는 운전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농촌지역에서는 운전자들 스스로가 시민들의 교통안전에 관심을 좀 더 기울여 안전운전, 서행운전 할 것을 당부드린다. '생명을 지키는 교통문화'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바란다./박경선 경장 (안성경찰서 교통관리계)박경선 경장 (안성경찰서 교통관리계)

2019-07-28 박경선

[기고]경기남부 신공항 유치가 정답이다

교통망 확장, 인구 증가 맞물려 '부흥 기회'선진국 수도권 3~5곳 있지만 한국 2개 뿐민속촌등 관광산업 위축시키는 요인 작용도민·방문객 수요 충족해 비상해야할 때고속도로, 철도 등 교통망의 확장은 21세기 인구 증가, 소득 수준 향상, 고령화와 맞물려 새로운 관광과 항공 시장 창출, 부흥의 기회가 되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국민의 요구에 국토교통부도 금년 3월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3개사를 신규항공사로 선정하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여 일본, 필리핀, 중국 등 25개 노선에 취항을 위해 항공기 9대를 2022년까지 도입할 계획을 내놓았다.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편의 제공을 위하여 국내외 여행사와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항공기 6대를 3년안에 도입하고 일본, 베트남, 중국 등 11개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7대를 도입하여 미국, 캐나다. 베트남 등 9개의 노선을 운항할 예정인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운영으로 저가항공의 차별화도 모색한다.필자는 여기서 눈여겨 본 것이 있다. 신규항공사 선정 발표 순간, 이들 항공사가 근거지로 하는 공항이 위치한 강원도 양양군과 충청북도가 환호성과 함께 경축일 분위기가 조성됐다. 충청북도지사는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163만 도민과 함께 뜨겁게 환영한다고 밝히고 에어로케이 거점 항공사가 본격적으로 운항하게 되면 향후 3년간 충청북도에는 5천276억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와 1천여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지역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청주공항이 명실상부한 세종시 관문 공항, 중부권 거점 공항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청주공항 활성화 시책 추진을 다짐했다. 중국 일변의 노선에서 국제 노선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청주공항 접근 교통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며 시설 인프라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수도권의 항공시장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선진국의 수도권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3~5개의 공항을 보유하고 있기 마련인데 우리 수도권의 경우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과 김포공항 2곳밖에 없다는 불편한 현실과 마주한다. 경기 남부 동탄을 기준으로 인천까지 90㎞에 평균 85분 소요, 김포공항까지 69㎞에 평균 80분의 시간적 낭비 요인은 이동권 침해를 넘어 숨 가쁘게 달려가는 국가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로 자리 잡고 나아가 용인 에버랜드, 민속촌, 수원화성, 제부도, 궁평항 등 즐비한 관광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그리고 지금 경기 남부지역에는 삼성전자 기흥·화성 공장, 평택 고덕국제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평택 1공장, 이천에 SK하이닉스 반도체 단지가 자리한다. 여기에 얼마 전 확정된 SK하이닉스 용인공장, 내년 3월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삼성반도체 평택2공장,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까지 합하면 2030년도에는 8만4천여명의 인력이 종사하는 세계적 반도체 생산기지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가 경기 남부지역에 탄생할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 산업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등 수많은 기업체 임직원들과 외국 바이어들이 해외출장을 위하여 경기남부지역의 항공을 이용할 경우 시간절약은 가늠할 수 없는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게다가 경기도에서 수립한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이 지난 5월 10일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았으며 승인된 수원1호선 등 9개 노선은 경기남부의 교통여건을 동서남북 사통팔달로 더욱 좋아지게 할 전망이다. 물류 중심 평택항과 미군기지 등 마이스 산업의 최적지인 평택, 매년 700만명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용인 에버랜드, 안성 바우덕이 축제 등 경제와 관광의 거점인 경기남부에 공항신설은 필수라는 게 공공연한 목소리다. 이제 경기 남부지역에 지방공항 건설과 (가칭)경기에어 같은 지방항공사 설립으로 도민과 방문객의 항공 수요를 충족해 다시 한번 경기도가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飛上) 할 때다./김봉균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5)김봉균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5)

2019-07-28 김봉균

[참성단]뜨거운 지구

지구가 뜨겁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등 주요 도시에서 10일 이상 3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는가 하면 영하권 안팎이어야 할 캐나다 북극지방도 기온이 영상 21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린란드 역시 이상기온으로 인한 해빙현상으로 하루에 20억t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중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반사량이 많이 줄어들어 바다표범 등 야생동물이 열사병으로 죽음을 맞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유럽도 뜨겁긴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프랑스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42.6도로 18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인근 스페인, 벨기에, 독일은 물론 폴란드, 체코 등도 이미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유럽 대륙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해수면 수온이 크게 올라간 게 원인이다. 나무 나이테와 호수 침전물, 산호, 빙하 등 약 700개의 척도를 활용해 지난 2000년간의 기후변화를 분석한 스위스 베른대학 지리학연구소는 이같이 지구 기온이 지구 전체에 걸쳐 급격히 상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최근 국내에 출간된 과학전문 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넌의 '대멸종연대기'(흐름 출판)에 따르면 지구는 5억년 사이에 5번의 대멸종을 맞았는데, 2억5천만년 전인 고생대 말 '페름기'에 지구온난화로 가장 많은 96%가 멸종했다. 동물의 대멸종은 운석충돌 같은 외계의 충격보다는 지구 내부의 원인, 즉 지질활동에 따른 기후와 해양의 변화로 빚어진 지구의 온난화 때문으로 특히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대량살상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류의 환경 파괴로 지금처럼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면 100년 안에 동물 70%가 멸종할지 모른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문제는 뜨거운 지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된다는 점이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과 소 같은 가축이 끊임없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못하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다. 전 지구적 차원의 공동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자며 채택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최강대국 미국이 2017년 탈퇴했다. 그러자 중국도 적극성이 떨어졌다.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 2위 국이다. 이들 국가의 경솔함으로 지구가 이런 재앙을 맞는지도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7-28 이영재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물 파내어 물고기 잡는다는 뜻도시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개발인간이 '환경 위기'를 자초더 늦기 전에 愚 범해서는 안돼땜질식 대응, 미래 재앙 불러올지도갈택이어(竭澤而漁)는 연못물을 모두 파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당장의 이익만을 탐해 미래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소탐대실과 동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신해철 외 다수의 유명가수들이 함께 부른 '더 늦기 전에'(작사/작곡:신해철) 노랫말은 갈택이어의 상징적 은유를 담고 있다. 가사 도입부에서 화자는 힘들게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회상한다. 어느덧 저만치 흘러가버린 세월은 '앞만을' 보면서 '숨차게 달려'온 시간의 연속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그는 '걸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본다. 현재 세상은 과거에 비해 상전벽해로 변해있다. '어린 시절에'는 멱을 감고 뛰어놀던 '냇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화로 대변되는 거대 이익 자본의 포화 속에서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어디론가 흘러간다. 화자는 맑고 깨끗한 자연으로 대표되는 '냇물'이 환경 오염의 원천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 같은 수질 오염은 전 세계 먹는 샘물 9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언론매체 보도와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화자는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참사를 경고한다. 이것은 갈택이어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이 환경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화자의 애타는 울부짖음이다.화자가 어렸을 때 보았던 맑고 푸른 하늘이 이제는 '공장 굴뚝의 자욱한 연기'로 시꺼멓게 뒤덮인다. 대체로 대기 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매연가스와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만큼 공중에 떠다니는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심각하다. 이는 화자가 언급한 뿌연 '연기'로 뒤덮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리는 공습경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오염된 '냇물'과 '공장 굴뚝'으로 상징되는 환경 파괴적 현실을 미래의 꿈을 상실하는 갈택이어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경고한다: '내일의 꿈이/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바꿔 말하면 미래 계획을 신중히 숙고하지 않고 도시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난개발의 실상에 대해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 빌딩숲'을 처연히 바라본다. 치솟은 마천루가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렇게 신랄하게 반문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이젠 느껴야 하네/더 늦기 전에'.화자는 '더 늦기 전에' 갈택이어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또한 후속 세대인 '아이들이 자라서/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두 눈 속에'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이들'에게 밤하늘의 별은 꿈과 비전을 상징한다. 꿈을 먹고 사는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서는 안 된다. 꿈을 포기하면 미래가 없는 법이다. 환경오염은 큰 환란을 낳을 수 있다. '냇물'은 갈수록 오염되어 가고 있다. '굴뚝'에서 분출되는 케케묵은 '연기'는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다. 따라서 환경오염 때문에 '저 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던/우리의 별들을' 지금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별들이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육안으로 보기도 힘들지만 마음의 꿈을 잃어버린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조여 온다: '힘없이 꺼져가는/작은 별 하나/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이/뭐라고 생각하나'. 목전에 보이는 현실적 이익만을 좆기 위해 '별 하나'마저 '외면'해야 할까. 아니면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잃기 전에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까. 연못물을 전부 퍼내면 눈앞에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사람의 욕심은 불행을 낳는다. '더 늦기 전에'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실질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이한 대증요법은 금물이다. 땜질식 대응은 미래에 자칫 최악의 환경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아울러 국민과 기업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환경 보호 실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청정 지구 환경이 곧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7-28 고재경

[월요논단]이광수의 민족의식과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비판

"靑과 생각 다르면 친일파냐" 항변'위안부 피해자 합의' 진행시킨 세력주장 듣다보면 '민족주의' 떠올라팔봉 김기진 조차 동의 못할 정도화이부동 가치 마땅히 존중되어야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라고 항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년 내내 '북한팔이'하던 정권이 이제는 '일본팔이'로 무능과 무책임을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무역 공세에 대응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게 통과되어야 할 텐데, 이러 저런 이유로 이를 가로막고 있는 측에서 하는 얘기라 설득력이 와 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네들은 2015년 국민의 반대에 맞서서 얼토당토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를 진행시킨 세력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당시 조약을 체결하는 데 주체로 나섰던 이들의 후예라면 그 태도가 조심스러워야 한다.더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경우엔 비판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는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전력이 있다. 행사장 입구까지만 갔을 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게 나름의 항변인데, 항변의 근거가 퍽 궁색하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가 체결되었을 때 즉각 나서서 잘된 협상이라 옹호했던 이도 나경원이며, 올 상반기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하여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라고 발언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도 나경원이다. '나베 경원'이란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다. 일본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이처럼 그는 진작부터 국민의 반일 정서에 대립각을 세우며 활동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꾸준히 '일본팔이'를 유도해왔던 셈인가.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이광수의 민족주의가 떠오른다. 민족을 위하여 친일하였노라, 이광수는 주장한다. 어쩌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일본 동경으로 제2차 유학을 떠나는 도중 그는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1916년 2월 23일자에 '대구에서'란 글을 발표하였다. "격렬한 사상을 고취했던 자가 동경에 와서 이삼 년 간 교육받는다면 번연히 구몽(舊夢)을 버려 이전 동지들에게 부패하였다는 조소까지 듣게" 되는데, 일본의 발전상을 미처 모르는 자들이 감히 일본에 맞서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3·1운동 이후 많은 이들이 목숨을 내걸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나섰을 때, 식민지 상황을 수용하되 다만 일제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십분 양보하여 이해하자면, 같은 조선인의 투옥이 안타깝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처지가 가슴 아파서 그러했을 터이다.해방에 관한 나름의 방안이 이광수에게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황민화와 조선문학'에서 "자발적, 적극적, 창조적으로 저마다 신체의 어느 부분을 바늘 끝으로 찔러도 일본의 피가 흐르는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매일신보', 1940.7.6) 김기진이 이에 대해 따져 물었다. 1944년 11월 난징에서 열린 제3차 대동아문학자대회에 함께 참석하여 숙소에 들었을 때다. 춘원은 설명한다. "우리 민족은 1대 1로 한다면 어느 민족에게도 지지 않소. 그러니까 1대 1로 나가기만 하면 우리가 이깁니다. 우리가 철저히 황국신민이 된다면 일본 정부의 육군대신도 조선 사람, 총리대신도 조선 사람이 될 날이 오고야 말 것이오. 그러면 일본 민족은 아뿔싸! 조선 민족과 분리해야겠다, 야단하겠지요. 그러면 그때 못이긴 척 독립하잔 말이오."(김기진, '우리가 걸어온 30년')팔봉 김기진은 이광수의 이러한 구상에 대하여 조소를 날리고 있다. 친일 활동을 벌였던 김기진조차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 춘원문학상을 만들어 기리고는 있으나, 현재 한국인들 대부분에게 이광수는 친일파로 남아있다. 자, 이러한 평가가 과연 생각이 조금만 다르다고 죄다 친일파 딱지를 붙이는 행태일까. 톨레랑스라든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가치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나 존중받을 만한 입장에는 그에 값하는 자격이 요구된다. 지지율 급락에 내쫓긴 자유한국당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모처럼 바른 말을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아닌, 러시아와 일본을 향해 펼쳤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7-28 홍기돈

[참성단]피의사실 공표

2009년 10월 대검찰청에서는 '빨대논란'이 일었다. 빨대는 취재원을 가리키는 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회갑 선물로 1억원이 넘는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발단이었다. 당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나쁜 '빨대'를 색출하겠다"고 노발대발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망신주기 위한 목적으로 흘린 나쁜 검찰"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내에서조차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해 정보를 흘린 것"이란 말이 돌았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을 투신 사망케 한 이 사건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피의사실 공표가 검찰이 수시로 써먹는 고약한 '수사 기법'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피의자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 언론에 내용을 슬쩍 흘려 보도케 함으로써 피의자를 압박한다. 망신을 당한 피의자는 심경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정치적 사건인 경우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피의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건 우리 형법 제126조에는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점이다. 피의사실 공표는 검찰의 의도적 흘리기와 언론의 취재가 부합한 결과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대범죄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피의사실이 공표되면 재판도 받기 전에 유죄가 되고, 재판은 이를 추인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2년 가까이 수사하고도 피의사실이 언론에 일절 공개되지 않은 뮬러 특검이 이를 말해준다. 언론의 집요한 취재에도 불구하고 뮬러 특검은 단 한 건의 수사자료도 흘리지 않았다.피의사실공표를 두고 검경이 정면으로 충돌할 태세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울산 경찰관의 피의사실 공표사건을 계속 수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다음 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녀 부정채용 청탁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경찰을, 경찰은 검찰을 서로 수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차피 승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 '피의사실공표죄'를 적용함으로써 피의자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제대로 보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는 피의자 인권이 아무렇게나 팽개쳐지면 안 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7-25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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