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자치단상]시흥을 잇는 하나의 길

장곡~산현동 6㎞ '보통천' 주요 생태축하천에 빽빽하게 나무 심고 꽃길 만들면문화가 숨쉬는 매력적 공간으로 재탄생시민 휴식 주는 명품 녹색길로 사랑받아시흥시 장곡동에서 산현동까지 이어지는 약 6㎞ 구간의 '보통천'은 시흥의 다양한 풍경이 담긴 주요 생태 축이다. 우리 시는 보통천 제방 위 농로에 자전거가 달릴 수 있도록 '그린웨이(Greenway)'를 만들었다. 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 보면 갯골생태공원의 거대한 습지와 고고한 연꽃 군락지인 연꽃테마파크, 광활한 호조벌 등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통' 그 이상의 '특별함'으로 다가온다.도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자 미래 가치는 하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을 흐르는 하천을 따라 빽빽하게 나무를 심고 향긋한 꽃길을 만들면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숨 쉬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도시가 하천 주변 공간을 정비하며 이를 도시재생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시흥의 그린웨이 역시 시민에게 휴식을 주고 단절된 녹지를 잇는 명품 녹색길로 사랑받고 있다.이제 사람과 자전거를 중심으로 한 도로망 구축은 세계적인 추세다. 도시 곳곳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더욱이 자전거는 시민의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환경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며 관광산업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 촉매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7월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은 잘 닦인 자전거 도로와 곳곳에 구축된 자전거 대여 인프라가 도시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 역시 센강 주변 차도를 산책로로 바꾸고 보행자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를 만들어 시민의 자연 향유 기회를 확대했다. 도시재생에 성공한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 구역은 폐철로를 활용한 보행자 전용도로가 주요 명소를 연결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핵심은 연결성 강화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하천과 도로,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잇는 일이 관건이다. 이에 시흥시는 관련 정책을 모으고 통합해 '보행·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하천 정비계획,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 보행 교통 개선 사업 등 개별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도모하고 시민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연결성을 만드는 것이다.일례로 목감지구 목감천과 은계지구 수변공원 등은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보행길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로 했지만, 공사가 개발사업 구역까지만 진행되면서 길이 끊길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하천기본계획은 100% 국비 사업으로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계획이 아예 없다. 보행·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이러한 단위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절된 구간은 연결하고 없는 곳은 새로 만들며 시흥을 사통팔달로 연결할 수 있다. 변화의 출발점은 언제나 시민이다. 시흥시는 시민을 중심으로 한 민·관·학 협의체인 '경관공감단'을 구성해 권역별로 단절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등을 발굴하고 있다. '물왕저수지 둑길 환경 개선 및 산책로 조성사업', '은행천 호조벌 체험산책로' 등이 경관공감단 발굴을 통해 추진될 사업이다. 향후 연계 가능한 사업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한강 연결 자전거 도로망 구축' 등 타 지역과의 연결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보행·자전거 네트워크는 물리적 공간의 연결을 넘어 정책적 연계까지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로 이어진 길 위로 문화와 관광, 일자리 등 분야별 정책이 풍성하게 펼쳐지면 도시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하나로 연결된 시흥의 길은 시민에게 또 다른 삶터가 될 것이다. 자동차 길이 사라지면서 사람과 자연 사이에 길이 놓인다. 개인적으로는 꽃과 나무를 많이 심은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하천길마다 수십 년 된 나무와 꽃들이 계절을 피고 지는 풍경을 상상해보라. 시민에게 여유와 쉼을 선물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임병택 시흥시장임병택 시흥시장

2019-12-23 임병택

[방민호 칼럼]북한 문제에 관해 생각한다

'강대국만 핵을 가질수 있다' 발상美 불평등체제 어떤 도전도 용납못해北 여전히 핵무장 포기 않는 정황자신들 뜻대로 안 움직이는 美 대신'말리는 시누이' 한국에 불만 쏟아내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아주 악화된 듯한 인상이다. 지난 두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었던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게까지 느껴지는 반면, 최근의 남북 관계 악화는 다소 의외라는 느낌을 준다. 곰곰이 따져 보면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거릴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지금 핵 문제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서로 사이가 좋은 것 같은 포즈를 취하지만 가슴속 생각은 전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문제 삼고 있는데, 북한은 어떻게든 완전한 핵무장 해제는 피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는 물론 강대국들만 핵을 가질 수 있다는 식의 '특이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러한 '불평등' 체제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쪽에서는 핵이야말로 현재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완전하게 들어줄 생각은 있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 시선이 집중된 길주 풍계리 같은 곳의 핵시설은 폐기하는 포즈를 취하기는 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는 듯한 정황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과연 북한과 미국의 '대타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극히 불확실해 보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곤란은 특히 한국 정부 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남북한 사이의 긴장 완화, 평화 안착을 추진해 왔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하는 제3자적 위치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안정이 급선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각종 경제 제재 등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풀어줄 수 있는 실질적 힘은 미국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북한 쪽과 '주체적인' 대화, 교류, 협상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미국 대신에 '말리는 시누이'격인 한국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남북 대화, 교류의 상징인 금강산의 현대 시설물들을 철거하라는 식의 난폭한 요구는 '겉으로는' 남북 대화, 교류, 협상을 추진하면서도 '속으로는' 미국 뜻 안에서 움직이는 한국 정부를 향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고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그렇지 않아도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와 현 정부의 대북한 유화 정책에 대한 비난에 시달리며 어떤 성과에 목말랐을 정부로서는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진퇴양난의 질곡에 빠진 셈이 되었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일까? 물론 필자는 이런 큰 문제에 문외한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른바 '급진사상'에 경사된 경험을 가진 386세대의 일원으로서 북한 체제에 대한 판단이 일층 근본적으로 날카로워져야 한다는 점을 짚어보아야 할 것 같다. 현재의 북한 체제가 전체주의 체제의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독일 나치즘, 이탈리아 파시즘, 일본 천황제 파시즘, 구 소련의 소비에트 사회주의 같은 전체주의 체제들은 국가 목적 아래 사회 전체 구성원을 획일적으로 정렬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의 북한 체제는 그러한 메커니즘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열거한 전체주의 체제들에서 국가 위에 당이 군림하고 있었던 바, 현재의 북한 체제는 그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어떻게 이 체제의 변화를 가능케 할 수 있을까? 하면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 세력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무조건 틀어막는 것이 능사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 체제의 여러 문제들을 외면한 무조건적인 용인과 대화, 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도그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 하고 필자는 생각해 본다. 여당과 야당, 또 그들을 둘러싼 시민운동 단체들이 각자의 견해만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을 것 같다. 서로가 가진 문제의식과 해법의 가능성을 두루 포용하고 또 함께 풀어가자는 지혜로운 태도만이 '우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 체제에 대한 협상과 비판 모두를 포용하는 더 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그러려면 '우리'는 먼저 '내'가 대립하는 상대방이 바로 '우리'의 일원임을 깨우쳐야 하리라./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2019-12-23 방민호

[시인의 꽃]수화

손끝에서 피어나는 저 꽃의 말들을좀처럼 읽을 수 없다//허공에 뱉은 말들팔랑팔랑운명을 거부하는 말의 꽃들//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금방 사라지고 말 꽃의 날개들//말을 다 뱉어내고도 꽃섬 가득흩날리는 꽃잎들//손끝에서 사라지는 그리움의 말들배영옥(1966~2018)소리나 시각으로 나타내는 말은 사고의 표현 수단으로써 소통으로 완성된다. 말은 그 뜻이 통하면 소멸되지만 말의 자리에 의미만 남아 저마다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그렇지만 우리는 수많은 말 때문에 오히려 말 속에 갇혀 이른바 말의 감옥에서 거주하며 사물들이 내는 고유한 표현들을 모르면서 살아간다. 말없이 말을 하고 있는 수화 속에서 "손끝에서 피어나는 저 꽃의 말들을" 보라. 두 개의 손과 열 개의 손가락이 피어 올린 말의 꽃은, 말이 되지 않는 말로 말을 하고 있지 않던가. '허공에 뱉은 말들이 팔랑팔랑' 날아다니다가 상대방의 가슴 속에 내려앉는 말의 꽃잎들, 꽃의 말들.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금방 사라지고 말 꽃의 날개들"을 보면 "말을 다 뱉어내고도" 다하지 못한 공허한 말의 한계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날 "손끝에서 사라지는 그리움의 말들" 속에서 '꽃섬 가득' 채울 수 없었던 기억의 '흩날리는 꽃잎들의 말'을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12-23 권성훈

[참성단]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논쟁거리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기독교의 명절을 국가적 축제로 치르면서 종교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러데이'로 인사를 대신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성탄'을 '명절'쯤으로 격하하는데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해피 할러데이' 카드를 발송했다 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발에 진땀을 뺐다.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굳이 성탄의 의미와 상관없이 전 세계의 축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 해를 다 보낸 사람들이 가까운 이들과 감사의 선물과 덕담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크리스마스의 효용은 충분하다. 미국 작가 마리 엘렌 체이스가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하나의 날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 그대로다. 올더스 헉슬리는 "크리스마스는 자본주의의 도매상"이라고 비판했지만, 감사와 사랑으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하루 정도는 허락해도 좋을 것이다.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우울하게 만든 대형 참사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1971년 발생한 대연각 호텔 화재 참사가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호텔 커피숍 프로판 가스통의 폭발로 인한 화재로 16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캘리포니아의 복지시설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는 무슬림 극단주의 부부의 총기난사로 아수라장이 됐다. 14명이 숨지고 범인 부부는 사살됐다.올해는 사랑과 평화의 하루를 위협하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난데 없는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 중이다. 북한은 지난 3일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제재해제를 안하면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겁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장했다.미국은 공중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감시하고 있다. "더 잃을 게 없다"고 뻗대는 북한을 향해 한·미 특수부대의 북한요인 생포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잃을 게 있음'을 경고했다. 말로 해결하자는 입장이지만 군사적 압박은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회귀한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중국으로 날아갔다. 시진핑에게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말려달라 부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 개봉이 임박했다.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가 될 모양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12-23 윤인수

[노트북]부끄러움 없는 한국마사회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 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 아아,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오랜만에 개인 블로그에 적어뒀던 글이 생각나 찾아 읽었다.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따로 발췌한 글이다. 작성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2016년 12월 7일.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그때, 나는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최근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을 취재하면서도 몇 년 전 블로그에 글을 쓸 당시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중 일부는 화장실 안과 계단 밑 등 휴게공간이라고는 도저히 여겨지지 않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본 이들은 고객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들으면서 빵과 귤 등 주전부리를 먹었다. 한국마사회는 이 모든 책임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게 떠밀었다. "미화원들이 계단 또는 화장실 근처를 무단 점유해 임시 휴게실로 이용했다"고 했고, 심지어는 "열악함을 과장하기 위해 연출했다"라고까지 표현했다. 경인일보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이 실시한 현장 점검에서 부적절한 휴게공간에 대한 이전·폐쇄 권고를 받고도 '안하무인'식 태도를 보였다. 자신에게 유리한 '언론플레이'도 빼놓지 않았다.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보도 이후 청소노동자들을 찾아 간담회를 자청하고, 이달 말 노사 간 상생협약을 약속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 같은 발언을 하고 뒤로는 노조에 비공식 사과를 했단다. '면피성'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화장실 안에서 쉬던 청소노동자, 그 모습을 취재한 기자,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모두 저마다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에겐 부끄러움이 없었다. 소설에서처럼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12-22 배재흥

[기고]올 겨울은 미세먼지 괜찮을까요?

고농도 미세먼지 中유입·국내배출 상호작용배출가스 5등급車 운행 제한·공공2부제 등정부, '계절관리제' 도입… 12~3월까지 운영국민·기업, 생활습관 변화·참여 의식 중요해마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넘기고 나면 겨울준비가 시작된다. 이삼십 년 전에는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고, 연탄 나르기로 바빴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지역난방이나 기름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이러한 모습은 옛 추억이 되었다.하지만 최근에는 김장이나 난방 대신, 다른 걱정이 생겼다.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난방이나 자동차가 미세먼지라는 생각지도 못한 재난을 가져다주고 있다.고농도 미세먼지는 겨울과 봄에 주로 발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총 19회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었는데, 이중 18번이 겨울과 봄(12월부터 3월)에 집중되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중국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2019년 3월의 사례를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정체된 대기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국내에서 발생된 미세먼지까지 함께 누적되어 최고 농도에 이른 후 대기 정체가 풀린 후에야 해소되었다.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2013년부터 한·중·일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한 LTP(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 보고서가 지난 11월 처음 공개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PM2.5)의 국내 기여율은 연평균 51%이고, 중국에 의해 32%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기상상태에 따라 중국의 영향은 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이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줄이기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한·중 정부 고위급 회의를 통해 중국의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독려하고, 동북아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저감 신기술 보급과 정보·기술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의 배출 저감만으로 국내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은 외부 유입과 국내 배출의 상호 작용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즉 국내 미세먼지 배출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미세먼지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환경부는 정부부처 합동으로 지난 11월 1일에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특별대책의 핵심은 '계절관리제'를 도입한 것이다. 과거에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후 여러 대책을 추진해왔는데, 미세먼지가 빈번한 12월부터 3월까지 다양한 대책을 미리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미국, 이탈리아 등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계절관리 대책에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공공부문 2부제, 기업의 불법 배출 집중단속, 석탄발전 감축 운영 등 배출감축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미세먼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부가 계절관리제를 통해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이다.다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미세먼지 관리에 한계가 있다. 국민적 참여와 행동 변화가 함께 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먼 거리는 대중교통으로,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20℃) 유지, 친환경 운전습관 등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활습관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 중요하다. 이미 많은 국민이 친환경기업과 착한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의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노력해서, 일 년 내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최종원 한강유역환경청장최종원 한강유역환경청장

2019-12-22 최종원

[월요논단]해체해야 할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민주-한국당 표면상 격렬 대립속서로에 대한 분노로 존립근거 다져송나라 신유학자들 왕도정치 구현화해질서·도덕 우월가치로 내세워정치인들 의혹 '수신' 중요성 알아야온 나라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정부·여당이 지지하는 장관 후보보다 이를 비난하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항변할 때부터 감지하기는 했다. 표면상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서로에 대한 분노를 자양분 삼음으로써 각자의 존립 근거가 견고해지는 지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경내에서 집회를 가졌고, 이때 다른 당 국회의원·당직자 및 국회 직원에게 폭력과 성추행이 저질러졌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 나름의 존재 증명인 셈이다.선거법 개혁안이 너덜너덜 누더기로 전락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다시 한 번 실감된다. 민의(民意)를 보다 폭넓고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선거제는 마땅히 개혁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취지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표면상의 격렬한 대립에 아랑곳없이, 낡은 선거법 체제를 가능한 유지하면서 공생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거대 양당에게는 이득이 되는 것이다.정치 지형의 변화는 없이 상호 적대적인 양상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사법시스템의 작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19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검찰은 사실상 재판장을 흠집 내고 망신주는 시위를 벌였다. 10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조국·정경심 편에 섰다고 몰아붙이는 검찰 측에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고 한다. "제 판단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검사님은 검사님 판단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 안 해 봤습니까?" 이 순간 정부·여당의 반대편에 놓인 검찰의 자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불편부당한 심판자를 자처하고 있으나, 자신의 막강한 권력에 후원이 되어 줄 정치 세력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혐의를 검찰이 떨쳐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분노만 확대 재생산될 뿐 상황을 타개할 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신유학의 성립 과정을 떠올려본다. 신유학을 주창했던 송나라의 지식인들 또한 이처럼 무거운 상황에 직면했었기 때문이다. 거란의 요(遼), 여진의 금(金), 탕구트의 서하(西夏), 베트남 방면의 대월국(大越國) 등과의 치열한 각축 속에서 한족의 송(宋)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신유학자들은 전쟁 대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를 가다듬었다. 각각의 국가들은 하나의 틀(문명권) 내에서 서로 어울려 공존해야 하는 한편, 나름의 전통과 문화에 입각한 특수성(개별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국가 차원에서 무력이 행사될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서 신유학자들은 정통(政統)과 도통(道統)을 분리하였다. 백성·신하 위에 군림하며 힘으로써 통치하였던 황제들의 폐도(覇道) 정치를 거부하고, 고대 성왕에서 공자에게로 이어졌던 덕에 입각한 왕도(王道) 정치를 잇겠다고 표명하였던 것이다. 왕도를 따르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신유학자 자신도 스스로 부단하게 수양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문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고 하여 도덕적 권위를 마련해 나가는 수신(修身)의 방편으로 자리매김 되었다.물론 전근대의 가치관을 현시대에 그대로 접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신유학이 첨예한 대결 구도를 화해의 질서로 해소해나간 측면이라든가, 도덕의 권위를 무력·금력 따위보다 우월한 가치로 곧추세워 나간 과정 등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컨대 나경원·조국·김성태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은 수신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새삼 깨우쳐 주는 바 있지 않은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안착해서는 이러한 현실 너머로 나아갈 희망을 일구어낼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다 더 커다란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12-22 홍기돈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비련애가(悲戀哀歌)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 왕비'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적 사랑누구에게나 비련은 아픔으로 다가와그러나 그 쓰라림에 집착하면 자칫 불행한 운명 직면할 수도비련애가(悲戀哀歌)는 슬프게 끝나는 사랑의 심정을 읊은 노래를 뜻한다. 비련의 정점은 연인과의 이별로 인해 가슴이 구멍 나고 심장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질 때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든지 한두 번쯤 이렇게 비련의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끝도 없이 애련(哀戀)의 괴로움에 머물 수는 없다. 안타까운 슬픈 사랑의 순간은 짧을수록 좋다. 가수 나비가 부른 '너뿐인데' (작사:빨간양말, 고재경, 작곡:빨간양말, 앤드그루브, 고재경) 노랫말은 비련애가 그 자체이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날 밀어내는 눈빛 내 맘이 무거워/서러움 밀려와서 많이 두려워/더 이상 너의 사랑이 아닌가 봐/너에게 난 이제 아닌가 봐/'. 사랑하는 연인들은 눈빛만 바라봐도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금방 눈치챈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다. 따라서 눈빛은 서로의 마음을 단숨에 읽어내는 풍향계이다. '너뿐인데'의 화자는 자신을 '밀어내는 눈빛'을 연인에게서 알아차린다. 그의 차디찬 심정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젠 '더 이상' 연인의 사랑이 아닐 수 있다는 염려에 마음을 졸인다. 또한 연인 없이 혼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런 와중에 연인이 자신의 곁을 훌쩍 떠난다는 생각에 이르자 '말도 안 된단 말야'라고 현실을 부정하며 서글픔을 토로한다. 연인이 자신의 곁에서 '점점 더 더 멀어져' 간다고 울먹거리는 화자는 결국 쓰라린 눈물을 터뜨린다. 물론 이별을 직감한 가슴 아픈 눈물이다. 그는 연인 '너'만을 사랑하고 있는데 왜 자신을 떠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잖아/너 없이는 안 된다고/떠나면 안 된다고/'. 이제 화자의 상처받은 마음은 마치 자신의 육신을 '도려내는 바람' 같이 얼얼하고 시리기만 하다. 야속하기 짝이 없는 연인의 '손'에 의해 타의로 떠밀린 화자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연인에 대해 여전히 아쉬운 미련이 남아 있다. 쏟아지는 '눈물이 앞을 가린대도' 연인밖에는 안 보이고 연인 이외의 목소리는 안 들린다고 애처롭게 고백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로미오와 비밀리에 만나고 고통스럽게 헤어지면서 '달콤한 슬픔(sweet sorrow)'이라고 말한다. '달콤한 슬픔'의 은유 속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랑의 믿음이 깔려있다. 마찬가지로 '너뿐인데'의 화자도 헤어져야 하는 쓰라린 운명 앞에서도 가슴 속엔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다는 '달콤한 슬픔'을 반복해서 되뇌고 있는지도 모른다.화자는 이별이 엄습해오는 것을 깨닫고 두렵기만 하다. 더 나아가 자신도 믿기조차 힘들 정도로 마음이 처절하고 쓰라리다: '니가 어떻게 날 버려/내가 어떻게 널 잊어/'. 이와 같은 비련애가의 슬픔은 말로는 표현할 수조차 없는 화자의 애타는 절규이다: '내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잖아/나 없이는 안 된다고/버리면 안 된다고/'. 화자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분출하는 울부짖음은 곧 이별해야 할 운명에 대한 현실 수용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하루에도 수천 번'이나 아니 수만 번이라도 연인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그가 아니던가. 그러나 이제 와서 그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일은 전혀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마냥 밉기만 한 것이다. 그로서는 '그냥 이대로' 사랑하는 임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애처롭다. 화자의 얼굴엔 아직도 눈물이 흐른다. 그 눈물이 이제는 더 이상 연인을 '사랑해선 안 된다고' 그의 귓가를 구슬프게 적시고 있다.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비극적 결말의 슬픈 사랑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였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련애가의 여인이라 할 만하다. 누구에게나 비련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비련의 쓰라림에 집착하면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자칫 불행한 운명에 직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12-22 고재경

[참성단]美의 기준

시대에 따라, 그리고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은 다르다. 동양과 서양의 절세미인을 말할 때 예외 없이 거론되는 것은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그토록 미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록에 따르면 양귀비는 날씬한 개미허리가 절대 아니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땀을 흘릴 정도로 뚱뚱했다고 한다. 키는 155㎝ 정도. 클레오파트라도 매부리코에 그리 크지 않은 키, 두껍다고 느껴질 정도의 입술의 주인공으로 오히려 남성 이미지가 강했다고 한다.이들을 절세미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영화 덕이 컸다는 설도 있다. 영화 클레오파트라 역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으면서 그녀의 모습을 클레오파트라로 생각하고, 중국 배우 판빙빙이 양귀비역을 맡으면서 그녀의 날씬한 몸매와 갸름한 얼굴을 양귀비로 상상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태백이 양귀비를 '활짝 핀 모란'에 비유한 것을 보면 그녀의 얼굴은 달걀형이 아니라 후덕하다고 할 만큼 둥그렇게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의 미모가 당시 로마와 당나라 남자들의 혼백을 뺏었다고 하니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온 게 확실하다.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도 다르다. 아프리카의 경우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느 지역은 살이 쪄야 미인으로 결혼 전 살을 찌우느라 특별히 마련된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몇 날을 보내기도 한다. 입술이 두꺼운 걸 으뜸 미인으로 치는 곳도 있다. 심지어 목이 길어야 미인이라고 하는 곳도 있어 일부러 여러 개의 링을 목에 채워 인위적으로 목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2019 미스 월드 대회에서 자메이카 국적의 흑인 여성 토니 앤 싱이 영예의 왕관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2019년도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대회 등 세계 5대 대회에서 모두 흑인이 왕관을 차지하며 '블랙 퀸' 시대를 열었다. 특히 미스 유니버스로 선발된 미스 남아공 조지비니 툰지의 수상소감이 주는 메시지는 그 울림이 크다. "나는 나와 같은 피부색과 머릿결, 생김새를 가진 여성들이 결코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 하지만 오늘로 그런 관념이 깨질 때가 됐다."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크며 육감적인 몸매를 미의 덕목으로 삼았던 기존의 편견을 깨야 한다는 의미로 들려서다. 세상이 변하듯, 미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진정한 아름다움엔 반드시 내면적 아름다움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2-22 이영재

[참성단]메이저리거 김광현

세계 야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미국 메이저리그(MLB)다. 한국이나 일본프로야구에서 아무리 출중한 기량을 갖고 있어도 MLB에 가면 신인 대접을 받는다. 대한민국 부동의 4번 타자 박병호도 그랬고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마무리 오승환도 그랬다. 여기에는 아시아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자만감도 깔렸다. 2016년 스즈키 이치로가 미·일 통산 4천257안타를 쳐 피터 로즈의 MLB 최다안타(4천256개) 기록을 넘어섰을 때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일본리그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건방을 떤 것도 그래서다.노모 히데오는 MLB의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에서 통산 123승을 거뒀다. 이 기록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투수들도 하지 못한 양 리그 노히트 노런 경기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2014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히데오는 겨우 6표(1.1%)를 얻는 데 그쳤다. 인종차별 의심이 갈 정도로 너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MLB에는 보이지 않는 이런 인종차별이 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1999년 경기 도중 퇴장을 부른 그 유명한 두발차기는 인종 차별에 대한 일종의 항의였다. 2년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었던 김현수는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온 빈 병에 맞을 뻔했다.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왼손을 쓰면 "야구를 시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야구는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스포츠다. 왼손 투수는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공을 던지기 전의 몸 방향이 1루를 향하고 있으니 주자를 볼 수 있어 견제하기도 쉽다. 같은 속도라고 해도 왼손투수의 공은 오른손 투수 공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41세에 미 메이저리그 최고령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랜디 존슨도 왼손투수다. MLB 스카우터들은 왼손투수를 엄청나게 선호한다.인천 SK 와이번스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거가 됐다. 경사다. 그를 놔준 구단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팀도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3진을 의미하는 33번의 등번호도 부여받았다. 느낌이 좋다. 치열한 선발 경쟁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나마 경쟁자들이 오른손 투수란 것이 큰 다행이다. 실력을 키워라. MLB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밖에 없다. 성질이 못돼도 실력이 있으면 우대받는 곳이 MLB다. 오승환의 귀국으로 허전했는데 김광현을 볼 수 있다니 벌써 행복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12-19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느슨한 연결의 시대

'기브 앤 테이크' 익숙한 결혼식문화개인 가치관 따라 결정하는 '불매'몇번 못본 타인이 더 편하다는 시대'혼자 좋지만 외로움 싫다' 트렌드난 누구와 관계되는지 생각해볼 일모노클, 슈프림, 최인아책방, 퍼블리, 제주맥주, 다노, 스타일쉐어, 띵굴마켓, 무신사, 오늘의집, 직방, 하우즈, 링크드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위넷, 낯선대학, 월간서른, 트레바리, 문토, 트립, 비어스픽, 헤이조이스, 열정에 기름붓기, 취향관, 버핏서울, 남의집프로젝트… 자, 위에서 열거한 27개 서비스 중에 당신이 알거나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는 몇 개나 되는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모두 알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바로 '커뮤니티' 기반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돈을 받고 모임(커뮤니티)을 만들어주거나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아직은 비즈니스라기보다는 프로젝트에 가까운 커뮤니티도 있지만 실제 사업적 성격의 비즈니스로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 커뮤니티, 인플루언서 채널 플랫폼, 목적이나 정체성 중심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있다. 이처럼 만들어진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 일하는 여성, 책 읽기가 좋은 사람, 영어 공부를 원하는 사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은 사람까지…. 기성세대에게는 낯설뿐더러 '사람 만나는 모임에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일 수도 있다. 일례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주제별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4개월 회비로 19만원에서 29만원까지를 내야 하는데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은 발표자만큼이나 참여자들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잠깐 와서 강사의 일방적인 강의만 듣고 사라지는 청중은 없다. 참여자들은 자기소개를 하고, 발표가 끝나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인맥을 넓히고, 한 번 참여한 사람들이 다음번에 지인을 데리고 온다. 지식을 전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만나기 위해 참석하고,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적당히 친하면서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모임을 새로 만들어 나가는 셈이다.주문형 콘텐츠 소비(Contents On Demand)의 시대다. '누구나 좋아하는 취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2~3명만 모여도 상관없으니 높은 밀도로 만나서 서로의 취향과 관심을 공유한다. 인간관계의 확대는 원하지만 신상털이가 수반되는 '끈적한' 관계는 사절이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개인들이 수평적인 관계로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른 곳에서 연결되기도 하면서 '단발적 관계의 재구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취향따라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은 '감정 노동'이므로 끈끈한 연대나 관계 없이도 불편하지 않다. '막연한 교류나 친목'을 목적으로 타인을 만나지 않기에 결혼식은 불필요한 절차이거나, 하더라도 투자한 만큼 회수해야 하는 이벤트에 가깝다. 잘 알지도 못하고 친하지도 않은데 시간을 투자해 참석하고 축의금을 내는 기존의 결혼 문화는 이해 불가다. 결혼식 직전 청첩장을 개별적인 점심 모임을 통해 받았다면 반드시 '봉투'라도 보내야 하며, 밥을 사기로 한 동료가 팔천원짜리 에비동을 주문했는데 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 만이천원짜리 특 에비동을 주문하는 건 상도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기브 앤 테이크'로 이뤄지는 교환 논리에 익숙한 요즘 세대의 결혼식 문화는 신예 소설가 장류진의 단편 '잘 살겠습니다'에 더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그래서일까? 요즘은 불매운동도 '길고 오래' 간다. 소비자 단체가 주도하는 대신 개인이 판단하고 남들이 불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내 가치관에 따라 판단해 불매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나쁜 기업'의 개과천선 없이는 불매가 끝나지 않는다. 잠깐이면 사그라들 줄 알았던 일본 제품 불매가 오래가는 것은 아마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번 보지 못한 관계의 타인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사람이 50%에 가까운 시대, 공동체 해체를 걱정하지만 외로움이 비즈니스가 되는 지금,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다'는 느슨한 연대가 기존 관계의 대안으로 등장한 요즘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사람들 사이의 연결과 연대조차 새로운 형태로 발전 중인 느슨한 연결의 시대, 연말을 맞아 당신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정지은 문화평론가정지은 문화평론가

2019-12-19 정지은

[기고]검찰개혁, 이번에는 국민의 명령에 응답할 때다

검찰개혁법안이 신속처리법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지도 2주가 넘었다. 특히 '수사권조정'이라는 주제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매번 언급되어 온 선거공약 중 하나로, 해묵은 대선공약 과제이다. 그동안 청와대 또는 총리실 주관으로 검·경 양 기관 의견을 제출받아 합의도출을 시도한 적도 있었고, 국회에서 여·야 모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해서 법사위 소위원회에 논의를 부친 적도 있었지만, 번번이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정부나 정치권의 추진 의지가 부족했던 것도 실패의 이유 중 하나이지만, 검찰의 지연전략과 정치권을 향한 겁박도 한몫 해왔다.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지난 4반 세기 동안 검찰은 '시기상조론'과 '자질론'을 거론하며 수사권조정 논의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켜 왔다. 때가 되면 늘 그래왔듯이, 검찰은 비리 경찰관들을 찾아내거나 경찰의 수사상 과오를 들춰내 언론에 기사를 제공하는 한편, 삼삼오오 국회의원을 개별 접촉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급기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로비하는 검찰 간부에 대해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여당 대표가 공개 발언하는 상황에 이를 정도로.비리든 과오든 잘못이 있으면 찾아내어 징벌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대상이 검사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떡검', '색검', '스폰서', '벤츠 여검사' 등등 다양한 형태로 검사와 검찰의 비리 의혹이 지탄받아왔지만, 제대로 단죄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물증이나 정황을 다룬 탐사보도가 이어지고, 검은 커넥션을 양심으로 고백한 내부고발도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그들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제보나 첩보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경우도 몇 차례 있었지만,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사건을 가로채거나 영장청구권을 이용해 증거를 확보하기 곤란하게 만들고,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침묵해왔다. 잘못된 수사구조 자체가 그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이다. 정부 출범 후 1년여 시간 동안 국민 여론을 듣고, 전문가와 기관 의견을 모아 숙고와 진통 끝에 검찰개혁 관련 정부안이 마련되었다. 지난 2018년 6월 21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문을 낭독하고, 행안·법무 장관이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문에 서명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공지되었다. 아울러,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수십만 인파가 주말마다 서초동 검찰청사를 둘러싸고 검찰개혁을 명령했다. 정부안을 토대로 의원입법 형식으로 마련된 검찰개혁 입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지한 토론과 기관 의견을 종합한 후, 신속처리법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다.한편,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고발사건을 비롯하여 정치권 인사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들이 검찰청 캐비닛 속에서 조직이익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대한 비난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법안 통과 여부가 가늠되는 마당에, 지난 12월 9일 검찰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반대하는 취지의 검토보고서를 정당과 의원실로 보냈다. 또 지연과 겁박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으려 하는데, 그 잘못된 제도에서 비롯된 권력을 남용하면서까지 국민의 명령에 반기를 들고 버티는 것은 조직이기주의를 넘어 반민주적인 행태로 올바른 공직태도로 보기 어렵다. 겁주고 버티면 늦출 수 있다는 잘못된 태도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천심(天心)인 민심(民心)이 말과 행동으로 명령했다. 더 늦기 전에, 이번 국회 회기에 민주사법을 향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응답이 있기를 기대한다./손영조 경기남부청 외사계장손영조 경기남부청 외사계장

2019-12-19 손영조

[노트북]'인천항만공사 신임 사장'을 앞두고

인천항만공사의 제6대 신임 사장 선임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봉현 사장이 퇴임한 지 한 달 만이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대부분 해수부 출신이 맡아왔다. 1대인 서정호 사장과 2대 김종태 사장은 해수부 출신이고, 3대인 김춘선 사장은 국토해양부·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한 이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5대 남봉현 사장도 기재부 출신으로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4대 유창근 사장만 유일하게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업인 출신이었다.신임 사장 선임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인천항 현안을 해결하려면 인천을 잘 아는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한해 인천항만공사는 지역 주민의 수많은 민원에 시달려야만 했다. 송도국제도시에 조성하려던 화물차 주차장이나 북인천복합단지 매각, 내항재개발 등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지역주민의 민원을 잘 조정할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인천항의 당면 과제인 물동량 감소를 해결하려면 항만 전문가가 사장에 취임하는 것은 필수요건이다. 인천항은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7년 만에 전년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크 물동량이 감소하는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항만공사에서는 내년 초부터 사장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만공사법에서는 '항만공사 사장은 해양수산부장관이 해당 시·도지사와 협의를 거쳐 임명(任命)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는 뜻이다. 해수부는 인천항만업계의 이러한 의견을 사장 선임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12-19 김주엽

[오늘의 창]18번째 부동산 규제정책 집값 잡을까

문재인 정부가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이라고 평가되는 12·16대책을 비롯해 관련 규제만 18차례 발표했다. 그러나 집값은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심지어 민간 아파트의 분양 가격은 현 정부 출범 당시 3.3㎡당 평균 984만원에서 지난 10월 기준 1천189만원으로 오르면서 2년 반 만에 20.81% 증가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유명무실', '공염불' 등 부정적인 수식어가 붙는다. 그럼에도 또다시 정부는 이번 12·16 부동산 대책에 '시가 15억원 주택'에 대해 일체 금융 대출을 차단했다. 공시지가도 대폭 올린다.일단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일선 부동산 등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매수와 매도 모두 사라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문제는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옥죄는 식만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공공택지에 대한 지자체 심의로 분양일정을 속속 미루고 있다. 과천의 경우 올해 예정된 분양 3건이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집값은 또다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정부가 투기성 다주택자들에게 6개월 내 집을 팔 경우 관련 세금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매도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숱하게 쏟아졌음에도 집값은 항상 우상향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결국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규제와 함께 공급도 진행돼야 한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 등 수도권에 30만세대를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12·16대책과 함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완화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황준성 경제부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차장

2019-12-19 황준성

[춘추칼럼]북한의 신년사 예상과 우리의 대응전략

美엔 "적대정책 철회·제재해제땐 조치철회"남측엔 "美 눈치보면 더이상 대화·교류없다"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원칙적 입장견지 중요中·러·日과 1.5트랙수준 협력분야 개발 시급북한의 신년사는 한 해의 정책방향이 담겨있다. 2020년 신년사의 대미 부분에 있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및 미국에게 지난 연말까지 시한을 주었으나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선제조치를 자신의 과실로서만 활용했다. 부득불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천명한다. 우리가 선의로서 취한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유예를 해제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우리는 단계적으로 조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이 제정신을 차리고 적대시정책 철회와 제재 해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우리의 조치들은 다시 철회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기간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갈 길을 갈 것이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대남 부분에 있어, "2019년 남한이 대미굴종적 태도를 일관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격화되었다. 금강산 및 개성공단 재개 등에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전의 눈치나 보면서 기회를 저버렸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이 미진한 것은 전적으로 남한의 책임이다. 지난해 북미관계 개선은 남한의 도움으로 된 것이 아니다. 북미 정상 간 신뢰에 따른 것이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앞으로 남한 대통령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남한과 대화·교류를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남한이 계속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외세의존적으로 나아가고 환경과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더 이상의 대화나 교류는 없을 것이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 경우 9·19 군사분야합의서의 무효화와 함께 남북관계는 파탄날 것이다. 남한 보수 세력의 비난의 도가 참을 수 있는 인내를 넘어가고 있다. 반북 분위기를 계속 조성한다면 남북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남한 내 평화세력과 연대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의 내용이 예상된다. 대외 부분에 있어 "중국과 쿠바, 러시아 등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며 제국주의 미국이 펼치는 압살정책의 부당함을 계속 전파해 나갈 것이다"가 주요 내용으로 담길 듯하다.2020년도 한반도 정세는 엄중함을 예고한다. 엄중할수록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원칙적 입장 견지가 중요하다. 북한의 인위적인 긴장 고조와 통미봉남, 총선을 앞둔 국내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라는 생각으로 원칙에 흔들림 없이 버터 나가야 한다. 긴 호흡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경험적으로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정권 담당자가 성과에 서두르게 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한 북핵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도 완전히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고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은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지속적인 관여를 해야 만이 나중에 북미대화 구도가 정립되더라도 '코리아 패싱'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어떤 비핵화 상응조치를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요구된다.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북관계 특수성에 따른 우리의 독자성 확보도 중요하다. 당장 내년초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관광·인프라 구축·사회문화·국제경기·대북지원 등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업들에 대한 인내심 있는 관여 노력이 요구된다. 반드시 9·19 군사분야 합의는 지켜야 한다. 이것이 무효화되면 남북관계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다. 접경지역의 긴장관계에 적절히 대응하고 불필요하게 쟁점화하거나 악재로 작용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사업은 지속 추진되어야 한다. 중국·러시아·일본 등과의 1.5 트랙 수준에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분야 개발이 시급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중국의 참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중 정상의 상호 방문 등 정상 차원에서 한중 공조를 해나가는 동시에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진영 구도로 가지 않도록 균형외교를 펼쳐야 한다. 위기와 기회는 모두 사람이 만든다. 우리가 노력하고 지혜를 모은다면 위기 극복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9-12-19 양무진

소아 ADHD 의심된다면? 조기 발견과 치료의 필요성

최근 ADHD, 틱장애, 강박장애와 같은 소아정신과 질환을 앓는 유소아들이 늘어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증세와 정도를 스스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의 증상이 의심된다면 되도록 유심히 관찰하고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ADHD아동은 말과 행동이 과도하며 한가지 활동에 오래 집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규칙을 이해하고 욕구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해 무리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어떤 일을 하다가도 다른 쪽의 관심이 생기면 금방 주의력을 잃게 되고 통제를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조심스럽게 주변에서는 ADHD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단순히 산만하고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모두 ADHD인 것은 아니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누구나 집중하기 어려워하지만 산만함이나 충동적 행동이 또래 아이들보다 심하고 일상의 방해가 될 정도라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ADHD증상은 시간이 흐르며 과잉행동은 줄고 충동성, 주의력 결핍은 잘 사라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경우에 따라 2차적 장애로 발전되기도 한다. ADHD 아동의 절반 이상이 청소년까지 지속되고, 30% 가량은 성인기까지도 중등도 이상의 과잉행동, 주의력결핍, 충동성을 보인다.따라서 아이의 행동에 이상 증상이 보이거나 ADHD가 의심된다면 가급적 바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뇌의 성장이 끝나기 전인 사춘기 전일수록 치료에 대한 예후가 좋고 반응도 빠른 편이다. 만약 아이의 ADHD가 의심된다면 자녀의 행동 변화를 가까이서 관찰하며 증상을 체크하는 것이 권장된다. 치료시기가 늦어질수록 다른 질환이 동반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적극 치료에 나설 필요도 있다./도움말 서울 노원 같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조성우 대표원장·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같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조성우 원장

2019-12-19 김태성

[발언대]여보! 아버님댁에 화재감지기 달아드려야겠어요

"여보! 아버님 댁에 화재감지기 달아드려야겠어요." 많은 이가 기억하는 90년대 초 한 보일러 회사의 CF 문구다. 부모님의 안전과 건강을 걱정하는 며느리 음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겨울 불편하신 몸으로 연탄불을 갈기 위해 애쓰셨던 부모님이 걱정돼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보일러를 놔드리려는 며느리의 고운 심성에 지금도 미소가 머금어진다.직업이 소방관이다 보니 친구나 지인이 개업이나 집들이를 하면 소화기나 감지기를 선물하곤 한다. 친구들 부모님의 안부도 걱정돼 이번 송년 모임에 감지기를 선물하려 오랜만에 검색해보았다. 2만원이면 3개를 거뜬히 살 수 있는 가격에 내장된 건전지도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연기와 열기 중 확산속도가 더 빠른 연기를 감지하여 내장된 건전지에 의해 경보를 알리는 어른 주먹 크기의 시설이다. 취침 중에도 화재 경보를 듣고 신속한 대피를 할 수 있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분말소화기는 초기 화재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어 주택에 꼭 필요하다.법령 개정으로 2017년 이후 모든 주택에는 기초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설치 의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주택화재 건수(최근 7년간 전체 화재 중 22%)와 비교해 인명피해 비중(전체 사망자의 63%)이 현저히 높았다. 소방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보급률 향상을 위해 캠페인과 홍보 그리고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설치 지원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많은 주택에 기초소방시설이 보급되었고 그 효과가 입증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화재를 목격하게 되면 불을 끄기보다는 우선 신속하게 대피 후 119로 신고를 해야 하며, 대피를 위해 소화기는 출입문을 등지고 사용해야 한다. 이번 겨울은 어느 해보다 안전한 겨울나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임상기 광주소방서 재난예방과장임상기 광주소방서 재난예방과장

2019-12-18 임상기

[기고]승강기 내 안전사고 예방이 제일이다

갇힘사고 등 119 출동건수 해마다 늘어나정전·고장 멈췄다고 탈출시도 '추락 위험'인터폰 호출·출동한 전문가 지시 따라야에스컬레이터 이용 안전수칙 반드시 준수국내 승강기가 70만대를 돌파했다. 1910년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건물에 국내 최초의 승강기가 설치된 지 109년 만이다. 보유 대수 세계 8위, 연간 신규 설치 대수는 4만여대로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다. 승강기 시장 규모는 3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업체 수 1천300여개, 종사자 2만여명으로 국내 경제의 한 축으로 우뚝 섰다. 승강기 도입 한 세기 만에 이만한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는 세계에서도 유일하다. 경기도 내 승강기는 총 18만4천675대로, 엘리베이터가 17만5천734대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에스컬레이터 6천667대, 무빙워크 1천565대, 휠체어리프트 709대, 소형 화물용 엘리베이터 1천798대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경제적인 규모나 수치로 볼 때 우리나라는 분명 승강기 대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안전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도내 승강기로 인한 119 출동 건수는 2016년 5천324건, 2017년 5천682건, 2018년 7천116건 등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도내 승강기 갇힘 사고 또한 2016년 181건, 2017년 94건, 2018년 88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성을 강화하고 이용하는 도민들의 안전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경기도는 현장중심의 모의구조 훈련을 진행하는 한편 매년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안전교육 및 승강기 사고대응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최근 아파트 승강기 갇힘 사고를 겪은 어린이가 엘리베이터를 무서워서 안 타려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도민들께서도 승강기 갇힘 사고 대처요령을 미리 익혀두고 아이들에게도 미리 알려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평소에 제대로 운행되던 승강기가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고 조급한 마음에 승강기 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하다가는 승강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시 지켜야 할 행동요령을 하나씩 살펴보면 첫째, 정전 등의 이유로 실내조명이 꺼지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인터폰으로 연락해야 한다. 둘째, 임의로 판단해 강제로 문을 열거나 탈출을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구조를 위해 현장에 출동한 전문가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 안전사고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발판의 가장자리에 옷자락이나 신체 일부가 끼이거나 승차장 틈에 손가락이 끼어서 일어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무빙워크의 경우는 손잡이를 잡지 않고 걸어 내려가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안전이용수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옷이나 물건 등이 틈새에 끼지 않도록 디딤판 가장자리에 표시된 황색 안전선 밖으로 발이 벗어나지 않게 이용한다. 둘째, 손잡이 밖으로 몸을 내밀지 말아야 한다. 셋째,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넷째, 디딤판 위에 앉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어린이나 노약자는 보호자가 손을 잡고 타야 한다. 여섯째, 비상 정지 버튼을 장난으로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경제적인 기반은 든든해졌다. 문제는 안전이다. 승강기 사고 70% 이상은 이용자 부주의로 발생한다. 승강기는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어떤 이동수단보다 안전이 보장되는 편의시설이다. '설마 괜찮겠지'하며 안전수칙을 무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안전불감증과 무사안일이야말로 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유 대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크다고 승강기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경기도는 매년 '경기도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승강기 안전, 도민행복 실현'을 위해 예방 중심의 승강기 안전관리를 추진해 가고 있다. '산업과 안전이 동반 성장하는 나라', '승강기 안전강국 대한민국'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박원철 경기도 안전기획과장박원철 경기도 안전기획과장

2019-12-18 박원철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일폐관: 동짓날에는 문을 닫는다

양력으로 12월 22일경은 절기상 동지에 해당한다. 동지는 말 그대로 겨울철 음의 기운이 지극하여 더 이상 자라날 수 없어 양의 기운이 처음으로 생기는 때이다. 서양의 고대 로마에서 태양절을 중요하게 여겼던 역사와 의미맥락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동지는 음력으로 11월에 해당하는데 음력 1일에서 10일까지, 11일에서 20일까지, 21일에서 30일까지 구분하여 애기동지, 중동지, 노동지라 부르며 죽과 떡을 만들어 먹는 기준으로 삼기도 하였다. 주역에서 동지는 지뢰복괘의 괘상과 부합하기 때문에 공자는 지뢰복괘에 동짓날 풍속을 소개하였다. 고대 성왕들은 동짓날 성문을 닫아걸고 장사하는 이들이나 여행객들의 통행을 금지시켰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한해가 시작하는 기준이 되는 절기를 입춘으로 여기고 있고 실제로도 역법에서 한 해의 시작은 입춘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음이 극한 가운데 양이 처음으로 생겨나는 상을 지닌 동지야말로 새해의 시작점이다. 그러므로 동지에 성문을 닫는 것은 새로 생긴 양기를 소중히 여겨 잘 자라나도록 하려는 마음이 담긴 행위이다. 왕궁만 성이 아니라 우리들 인체도 하나의 성이라고 볼 때 동지에 몸단속을 하며 한 해를 미리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2-18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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