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긱(Gig) 이코노미 시대

경제 주축 30·40대 고용감소 1년이상 지속제조업 해외투자 속도 국내보다 2.7배 높아기업들 정규직보다 계약직 고용경향 커져사회, 밀레니엄세대 안정된 삶 경제적 도움을소득불평등과 심혈관 질환 사망률 간에 상관관계가 높단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팀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17만8천812명의 수입, 건강검진이력, 사인(死因) 등을 비교한 결과 상위 소득층은 수입 변동에도 심혈관 사망률에 큰 차이가 없는 반면에 하위 소득계층의 동일 질환 사망률은 13%로 가장 높았다. 심지어 수입이 감소하는 상위 소득층보다도 3배 이상 높았다. 소득양극화는 국민건강문제인 것이다. 서민생계의 요체는 일자리이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2천740만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만1천명이 증가해 1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또한 상반기 취업자 증가는 월평균 20만7천명으로 지난해의 고용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양새다. 그러나 상반기의 월평균 1~17시간 초단기 취업자는 26만9천명이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로만 따지면 전체 취업자 수가 월평균 0.8%씩 증가하는 동안 1~17시간 취업자는 18.5% 늘어난 것이다.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통계에 잡히는 지경이니 말이다. 제조업 일자리 점감(漸減)은 점입가경이다. 통계청의 올해 4월 산업별 취업자수 증감 현황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2018년 4월부터 13개월 연속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30, 40대의 고용감소는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내수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동절약적 기술진보가 화근이나 결정적인 것은 세계화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해외탈출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설비투자액은 99조7천억원에서 156조6천억원으로 연 5.1% 증가한 반면에 제조업 해외직접투자(ODI)는 51억8천만달러에서 163억6천만달러로 연평균 13.6%나 증가했다. 제조업의 해외투자 증가속도가 국내투자보다 무려 2.7배나 높은 것이다. 덕분에 제조업 일자리수는 매년 4만2천여 개씩 해외로 빠져나갔다. 올해 14분기의 순투자비율[(FDI-ODI)/GDP]은 -16.1%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2.5%), 스페인(1.0%), 캐나다(0.6%) 등은 모두 증가했다.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10억원 당 취업자수를 2000년 25.8명에서 2018년 16.8명으로 추정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인 6개국의 경우 1인당 소득이 2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오르면서 GDP 100만달러 당 취업자수는 19.8명에서 11.5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향후에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생산성 격증이 예고되어 일자리 감소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되지도 않는다. 국내에도 '긱 경제(Gig Economy)'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를 의미한다. 지난달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 플랫폼 경제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47만~54만명으로 추산했다.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긱 이코노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긱 이코노미는 자기 위주로 행동하고 정보기술(IT)에도 능한 밀레니얼 세대와도 궁합이 맞아 보인다. 관건은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알바가 주업인 프리터(freeter)들의 경제안정 없이는 저출산 해결은 물론 자영업 악순환문제도 해소되지 않는다.핀란드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2년 동안 일자리가 없어 복지수당을 받는 국민 중 2천명에게 매달 560유로(7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이다. 지급 대상은 무작위로 선정됐으며 기본소득 수급자는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2년 이내에 일자리를 얻어도 기본소득 전액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이 빈곤 감소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한 뒤 성과가 확인되면 적용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혁신의 시대'는 '긱 이코노미 시대'다. 자원배분 시스템의 검토를 고민할 때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9-07-16 이한구

[수요광장]스포츠와 삶의 균형

현대인들 스포츠 활동 점점 늘어다양한 게임 즐기는 사람도 많아선의의 경쟁 통해 인간관계 형성'주 52시간 근무제' 여가시간 활용'워라밸'로 신체·정신적 건강 되찾자지난 2018년 7월,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들은 근무시간 단축을 이뤄냈다. 근무시간 단축 시행으로 한국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시 되고 있다.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표현으로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워라밸은 연봉에 상관없이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거나, 퇴근 후 SNS로 하는 업무 지시, 잦은 야근 등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긴 근무시간 및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이를 적절히 해소할 시간조차 없었던 직장인들은 정부의 워라밸 제도를 통해 다양한 여가 및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기를 관람하는 등 스포츠 관련 활동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전 국민을 하나로 모았던 U-20 월드컵 결승의 시청률은 30%를 넘은 것(닐슨코리아)으로 조사되었고, 이 외에도 MLB 경기 중계,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경기 시청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프로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많은 관중들은 여전히 경기장을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의 '국민여가생활 실태(2018)'에 따르면 사람들이 주로 즐기는 여가활동은 '스포츠'의 비율이 높았고, 그 중 배드민턴, 줄넘기, 체조 등 생활체육의 비율이 제일 높았으며 탁구, 축구, 야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늘어난 여가시간을 스포츠와 함께하여 진정한 워라밸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 활동으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체활동은 심리적 측면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체활동을 통해 우울과 불안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 완충 효과가 있어 심리적 안정감의 수준을 높일 수 있으며 자존감 고양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그린우드 등(Greenwood et al., 2005)은 연구를 통해 운동이 긍정적 정서와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전달을 활성화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즉 이러한 긍정적 효과로 상사와의 관계, 긴 업무시간, 높은 업무강도 등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 활동은 직장 외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즉 워라밸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포츠 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19-07-16 유승민

[기고]중소기업 '기술보호' 사전예방이 답이다

우선 보호 관리규정 마련 운영보안 전담인력 지정 주기적 교육핵심기술 취급자 비밀유지 서약상호신뢰로 지속적 협력 위해상대기업 배려하는 기업문화 필요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기업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통한 기술의 융복합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유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업의 개방형 혁신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에 핵심기술의 영향이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국가 간 또는 경쟁사 간의 기술탈취 위험성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현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대부분은 기술개발이나 판로개척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러나 개발된 기술을 지키기 위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도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은 대기업의 75.5%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는 주로 경쟁사로의 유출이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이어 기술인력 빼가기가 27.3%, 내부직원 기술유출이 25%, 거래기업 관련 기술유출이 23.9%이었다. 한편 기술유출 관계자는 퇴직 임직원이 69.3%, 현 직원 14.8%, 협력업체 직원 8%, 경쟁기업 직원 6.8%를 차지했다. 기술인력 유출의 유형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핵심인력들이 차례로 타 기업 또는 국외 경쟁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기술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하는 경우 ▲퇴사하면서 기술정보와 경영정보를 무단으로 반출해 경쟁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주요 유형이었다. 타 기업과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기술유출 유형은 ▲상대기업이 계약체결 또는 협상단계에서 제공한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중소기업이 거래처의 복제품을 만들어 유통하는 경우 ▲외주협력사가 기술자료를 경쟁사에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은 기술유출로 발생되는 분쟁에 대해 피해입증 책임의 어려움, 소송비용, 매출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에 따른 경영 악화로 위기를 맞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기술유출 피해기업의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사전에 기술보호를 위한 조치가 부족해 법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술유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관심과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기술보호를 위한 관리규정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보안관리 전담인력을 지정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기술보호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핵심기술을 취급하는 직원은 비밀유지 서약을 하도록 하고, 핵심인력이 퇴사하는 경우 사후관리는 필수적이다. 사후관리의 예를 들면, '본인은 퇴직 후 3년간 경쟁사로의 취업 또는 경쟁사 창업을 하지 않겠습니다'는 내용의 서약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핵심기술, 영업정보 등은 비밀로 분류해 별도 보관하고 반출·반입을 관리해야 한다. 핵심기술은 특허 또는 기술임치로 보호하고 기업 내부에서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은 보안이 유지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요 설비 및 장치가 운영되는 공간은 통제구역으로 설정하고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 기술보호를 위한 이러한 조치가 기술유출 피해에 대한 소송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는 많지 않다. 중소기업은 위와 같은 기술보호 조치를 하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할 것을 권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기업 간 거래에 있어서 상대기업을 배려하는 기업문화도 필요하다. 공정한 기술거래 질서를 위해 타 기업과 거래하는 경우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기본적 절차이다. 이와 함께 상대기업에게 불필요한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보유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배려가 상호신뢰 관계를 만들고 지속적 협력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기술보호는 무엇보다 사전예방이 최선이다.참고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전예방 차원에서 기술자료 임치를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자료 임치 금고를 이용한다면 거래기업이 불순한 목적으로 기술을 탈취해 중소기업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기술이 임치된 금고를 통해 해당 기술 확보 시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이세형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창업벤처과장이세형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창업벤처과장

2019-07-16 이세형

[참성단]고령자 운전제한

미래학자 애덤 한프트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증후군'으로 불렀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주인공인 71세의 데이지가 부주의로 차 사고를 낸 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2000년 초반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미래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고령 운전에서 비롯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사고 빈도가 잦아지고, 한번 사고가 나면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운전할 수 없음에도 운전대를 잡는 노인들을 가리켜 '살인자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80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가 매년 100명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심지어 90세 이상 노인이 운전하는 차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요건을 강화했다. 이미 일본은 70세 이상 모든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고,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면허를 자동으로 말소시킨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그제 "운전능력 평가에서 떨어진 노인은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운전능력 평가 절차 등을 거쳐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조건부 면허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미 미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시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고령 운전자에게는 야간운전금지, 고속도로 운전 제한, 운전 가능 장소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운전 가능 장소를 제한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노인 인구 비중이 15%를 넘기면서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면허소지자 비율도 9.4%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와 비례해 고령자 운전사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나 택배 기사처럼 생업을 위해 고령임에도 운전대를 잡는 분들도 꽤 많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운전에 제한까지 둘 경우 이를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한 논의와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7-16 이영재

[참성단]'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서구의 직장문화는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냉정한 고용계약이 바탕에 있다. 미국 회사의 고용 계약서에는 '당신은 임의로 고용된 근로자이며 이는 회사가 당신을 언제든지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있다. 취업 리얼리티쇼를 진행했던 트럼프는 "You're Fired(넌 해고야)"라고 소리쳤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직원을 자르는데 큰 소리칠 이유가 없다. 출입증을 정지하고 컴퓨터 로그인을 막거나, 조용히 불러 통보하면 그걸로 끝이다. 사정이 이러니 직원들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태도로 회사와 상사를 대한다.반면에 유교적 전통이 유장한 우리나라 직장문화는 이와 사뭇 달랐다. 고용계약서는 존재하지만 한번 직장은 평생직장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회사도 직원들을 가족으로 여기며 범죄적 해사행위가 아니면 고용을 유지했다. 집안마다 가풍이 다르듯 회사마다 고유한 사풍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는 폐쇄적 구조는 직급에 따른 수직적 상명하복 직장문화를 만들어냈다. 상사의 지시가 부당해도, 폭언은 물론 폭행을 당해도 조직을 위해 참고 넘기는 걸 미덕으로 여겼다.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평생직장 개념이 깨지는 중이고 고용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노동조합의 권력은 정부와 정당만큼 강력하고, 무엇보다 신세대 직장인들의 근로의식은 유교문화와 거리가 멀다. 직원들에게 막말하고 부당한 지시를 남발하는 상사들은 직원들의 요시찰 대상이 된다.이런 시대적 추세에도 여전히 직장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오늘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즉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나 관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금지된다. 가해자 대신 사용자가 처벌받는다. 직장내 괴롭힘이 없도록 직원들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는 뜻이다.폭력적인 직장문화를 바꾸고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일은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직원을 존중하는 자발적 환경변화일 것이다. 귀하게 얻은 인재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잃을 바보 같은 기업은 없다. 천지에 청년 실업자가 널려있고 이들을 값싸게 고용하는 현실이 직장내 폭력의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7-15 윤인수

[홍창진 칼럼]부부

부부 사랑은 '서로 주고 나누는 것'일방적일땐 상처… 공감능력 필요인격은 물론 '마음'까지 보살펴야이혼위기 왔을 때 이혼은 답 아냐부부의 인연 지속위해 '사랑이 답'부부로 인연을 맺고 사는 일은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둘을 연결하기 때문에 생기게 됩니다. 부부의 알맹이는 사랑입니다. 부부 사랑은 서로 주고 나누는 것이어서 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주고 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받는다면 반드시 한 편에 상처가 남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부부 사랑을 유지하려면 공감능력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살피고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합니다. 공감능력이 부족해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결국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부부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이전에 자신만을 사랑하던 때로 돌아서는 부부가 많습니다. 연애 감정도 사라지고 아이 키우는 일에 지치면서 어느새 부부의 알맹이인 사랑은 사라지고 결혼 전 솔로의 세계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알맹이를 잃고 거죽만 남은 채 홀로 된 사람들은 가끔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알맹이를 채워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실패한 부부 생활을 다시 시작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전에 맺은 부부의 인연은 진짜 사랑이 아니었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식어버린 자기감정만 보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랑에 있어 감정은 일부일 뿐 그것이 사랑의 전부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부부 사랑은 두 인격이 진지하게 나누는 보다 책임 있는 행위입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페널티 킥을 실축한 축구 선수에게 다시 한 번 공을 차도록 기회를 주는 심판은 없습니다. 결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잃어버린 사랑의 알맹이를 누군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개인적으로 사별이나 사기 결혼 외에 재혼을 반대합니다. 최근 저명한 인사가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며 지금 배우자와의 이혼을 법정 다툼으로 몰고 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세상의 평가도 다양합니다. 사랑 없는 결혼을 지속할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신성함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일전에 제가 담당하고 있는 성당에 초상이 생겼습니다. 50대 후반에 5평 남짓한 쪽방에 사는 독거자였습니다. 그는 성당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천주교 세례를 받은 사람이어서 한 달에 한 번 성당의 봉사자들이 방문해 간단한 식음료를 챙겨드리곤 했습니다. 어느 날 봉사자들이 한 달 주기가 되어 그 집을 가보니 그는 이미 3주 전에 사망해 시신에서 악취가 나고 있었습니다.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연고자를 찾았습니다. 동생이 천주교 신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봉사자들의 얘기를 듣고 수소문 끝에 동생 신부님을 찾았습니다. 그 신부님은 당시 큰 수도원 원장님이었습니다. 저도 명성을 들어 잘 아는 신부님이었지요.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수도원에 들어가 로마 유학을 거쳐 수도원장에 이르는 종교계의 엘리트였습니다.둘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도원을 들어갈 때만 해도 형님은 사업가로 성공한 분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부양은 걱정하지 않고 신부의 길을 선택했는데 갑자기 닥친 사업실패와 이혼이 형님을 폐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당장에라도 수도원을 나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내가 맺은 하느님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신부들은 하느님과 사랑에 빠져 하느님과 결혼하는 사람들이니 그분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신부의 알맹이는 하느님 사랑이니까요.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하는 사랑은 그와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나요? 공감능력이 없는 아이처럼 자기만 좋으면 내 짝은 상처를 받든 말든 상관 않는 사람들이 하는 사랑을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랑은 단순한 자기감정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인격은 물론 세세한 마음까지 보살피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 나는 사라지고 내가 너가 되고 그가 내가 되는 것입니다. 이혼의 위기가 왔을 때에 이혼은 답이 아닙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의 힘으로 공감능력을 회복해 부부의 인연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에게 상처만 주고 본인도 상처받은 인생이 될 것입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2019-07-15 홍창진

[자치단상]부천시 행정혁신 완성, 광역동 전환

기존 36개 행정동 → 10개 '행정체제 개편'주민밀착 사무위주 현장·복지서비스 강화민원처리 빨라지고 주민자치 활성화 기대26개 남는 청사 '교육·여가' 등 활용 계획부천시는 지난 1일 기존 36개 행정동을 10개 부천형 광역동(廣域洞)으로 행정체제를 개편했다. 전국 유일무이의 행정혁신이다. ■ 행정환경 부합, 미래지향형 행정체제 개편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기준 인구동향은 전년 대비 출생 6.2%, 사망 13.6%, 혼인 2.7%가 감소했다. 인구총조사 결과 노인인구가 2000년 7.3%에서 2010년 11.3%로 증가했다. 인구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노인인구는 꾸준히 늘었다. 고령층·여성·청소년 계층의 복지행정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세수가 줄어 지자체는 사업 재원 마련에 허덕이고 있다. 지자체의 '일하는 조직과 방식'이 과연 미래지향적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수요자 중심 광역 행정조직, 광역동부천시 인구는 약 87만이고 면적은 53.44㎢이다. 행정동 관할 평균면적이 1.48㎢로 전국 행정동 평균면적 5.10㎢, 경기도 28개 시 행정동 평균면적 5.38㎢와 비교해도 좁다. 게다가 사통팔달 도로, 대중교통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행정기관 접근성이 좋다. 30분 정도면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IT강국답게 전산·온라인화, 각종 민원증명 발급기관 확대로 행정기관 방문 처리 사무는 줄고 있다. 부천시는 복지행정수요의 증가, 세수부족, 행정기관 접근성 발달, 행정사무 온라인화 등의 배경을 바탕으로 수요자 중심의 행정혁신을 결정했다. 핵심은 26개 일반동을 10개 책임동으로 합쳐 광역동으로 개편하고, 공무원 증원없이 주민밀착 사무위주로 '현장·복지' 행정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 전국 지자체 중 최초 일반구 폐지부천시의 이러한 행정개혁은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에도 시-구-동의 3단계 중층 구조를 폐지하고 시-동(책임·일반동) 2단계 개편을 했다. 당시에도 최초의 일반구 폐지였다. 부천시는 1988년 인구 50만 이상 도시로 중구·남구를 설치했다가 1993년 1개 구를 신설해 원미·소사·오정구로 명칭을 변경, 3개 구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3개 구 간 심각한 행정적 불균형, 동 인력부족, 시·구 사무중복 등으로 지난 2016년 7월 4일 책임동 10개·일반동 26개로 과도기 광역센터를 추진했었다. ■ '현장·복지' 행정서비스 강화부천시는 다시 일반동을 책임동에 흡수시키는 광역동을 시행함으로써 적어도 여섯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민원처리가 빨라질 것이다. 시가 담당했던 235개의 사무를 광역동으로 이관해 '작은 구청'의 역할을 하게 할 것이므로 인허가 등 생활민원을 자체 처리 하게 된다. 두 번째로 주민생활이 보다 편리해진다. 청소, 소도로, 가로등·보안등 등을 광역동에서 직접 관리하는 등 현장행정이 강화된다. 세 번째, 보건·복지 서비스가 확대·강화된다. 방문건강관리 및 복지서비스 연계 등 찾아가는 복지행정이 광역동에서 추진된다. 네 번째 주민자치가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자치회 전환으로 주민이 주도해 마을사업을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다섯 번째 폐지된 행정동 청사를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다. 26개의 남는 청사는 교육·여가·문화·복지 등 주민편익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섯 번째 행정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행정조직 재편으로 26개 통합동 근무인력을 주민생활지원·현장행정 분야로 전환 배치했기 때문이다. ■ 부천시 행정혁신 완성, 이정표 기대부천시 행정혁신을 대외에 알리는 광역동 개청식은 끝났지만 극복해야 될 과제도 있다. 일부 광역동 청사는 증원된 직원수용에 '사무·편의·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광역동 설치기준이 인구 7만~10만명 규모로 행정구역 획정 시 선거구 고려를 권고하고 있다. 행정구역과 생활권 일치 추진이 과제로 남았다.시민과 공무원의 다양한 고견을 듣고, 불편사항 해소 방안을 만들겠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행정체제 개편에 노력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부천시민과 공무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70여 년간 '획일적·경직적'으로 유지되던 지자체 동(洞)의 부천형 행정체제 개편이 대한민국 행정사에 이정표로 제시될 수 있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장덕천 부천시장장덕천 부천시장

2019-07-15 장덕천

[오늘의 창]'기대 반, 우려 반' 민간인 체육회장

"저희도 답답해요. 정치와 체육을 떼어놓자고 하는 일인데…."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며 "이달(6월) 안에는 (민간인 체육회장) 선출 방식을 정하고, 7월 둘째 주까지는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것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토로했다.전국 17개 시·도(시·군·구)는 올해 안에 체육회장을 새로 선출하게 된다.'시장(市長)'이나 '도지사(道知事)' 등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자치단체장 등이 맡은 현 체육회장의 임기(내년 1월 중순)가 끝나기 전에 민간인으로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체육 단체의 선거조직 이용 차단' 등이 법의 개정 취지다.하지만 정작 체육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체육회장을 겸임하던 자치단체장이 물러나고 민간인 체육회장이 들어서면, 지자체에 손을 벌리기가 더 어려울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만약 단체장과 '코드'가 맞지 않는 민간인 체육회장이 선출될 경우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다시피 하는 체육회와 직장경기운동부 등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을 뒷받침하고 있는 지자체 소속 실업팀 등이 예산 부족으로 휘청거리면, 초·중·고교·대학 운동부 등도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민간인 체육회장이 자치단체로부터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민간인 체육회장은 연내 선거를 통해 뽑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체육계는 벌써 선거 과열, 줄 세우기, 공정성 시비 등을 염려한다. 대한체육회가 이달 중 발표할 체육회장 선출 방안 등에 대해 체육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19-07-15 임승재

[노트북]공직자 변화·의식 개선 '디테일의 행정'

"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Design or resign)!"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이 한 말이다. 디자인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잭 웰치 GE 전 회장은 21세기 경영의 승부처로 디자인을 꼽았다. 행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따뜻한 행정이 필요하다. 공직자가 추구하는 것은 시민에게 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디테일한 행동으로 이 가치를 실현할 때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에게 따뜻한 행정, 참 가치를 주문하면서 그것을 '디테일한 행동'으로 실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디자인이 색의 빛깔, 선의 유연함, 재질의 질감 등 미세한 디테일에서 격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처럼 조 시장은 공직자 행동의 디테일을 개선하는 데서 행정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공직자 스스로 의식 전환이 안되면 (그것은)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다"고도 했다. 디테일에 강한 문화를 세우기 위해 공직자가 본인의 작은 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행동을 바꾸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라고 요구한다. 시는 이러한 '디테일의 행정'을 3기 신도시에도 적용하고 있다. 조 시장은 LH나 국토부 주체가 아니라 "시와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우리 시의 미래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왕숙신도시 이매진 콘테스트(imagine contest)를 열고, 월례회의에서 3기 신도시 관련 콩트를 만드는 등 3기 신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덕분에 남양주 3기 신도시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직원들간 토론 문화가 형성되면서 남양주에 의한 남양주 만의 도시를 만드는 첫 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조 시장의 '디테일의 행정'이 성공하려면 그가 주문한 것처럼 공직 사회 스스로가 변화되고 기존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또한 그에 대한 시민 동참이 필요하다. 부디 조 시장의 개혁바람이 제2건국운동으로 확산돼 정약용의 후예답다는 평을 듣길 바란다. /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ljw@kyeongin.com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2019-07-14 이종우

[데스크 칼럼]두 개의 자아(自我)

인간의 뇌, 한쪽은 계획·다른쪽은 방해 '명령'누구나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유혹 휘말려인생의 진정한 실패자는 '희망 포기한 사람'자신위한다면 '이야기하는 자아' 귀기울여야나이가 들수록 TV 리모컨(리모트 컨트롤·remote control)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모처럼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거나 읽고 싶었던 책이라도 찾아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리모컨이 짠하고 나타난다. 재미난 볼거리가 가득 찬 영상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리모컨의 유혹은 항상 즐겁다. 요즘처럼 재밌고 다양한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케이블TV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단점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거다. '30분만, 딱 한 편만 보고'라고 했다가 어느새 리모컨의 메뉴 단추를 눌러 미처 보지 못한 전편이나 다른 프로그램(대부분 유료임에도)을 찾아내 밤늦도록 누워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리모컨에 곁눈질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한 날도 어김없이 손에는 리모컨이 쥐어져 있다.학자들은 인간의 한쪽에서는 계획을 세우도록 명령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방해하도록 하는 두 개의 뇌가 있는데 이를 두고 서로 다른 자아(自我)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운동이나 독서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자아보다 소파에 누워 재밌는 드라마를 보자고 하는 또 다른 자아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저서(호모데우스)에서 전자를 '이야기하는 자아', 후자를 '경험하는 자아'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매일 운동하기로 하고 막상 운동할 시간이 되면 운동하러 가고 싶지 않아 피자를 주문한 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는 것은 '경험하는 자아'가 '이야기하는 자아'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여름휴가에 맞춰 식스팩 복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거나, 비키니를 입고 해변을 거닐겠다고 마음을 다진 청춘남녀들이 닭가슴살과 식욕을 억제하는 건강식품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하루 2~3시간씩 열심히 운동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TV를 켜면 유독 '먹방' 프로그램만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눈앞에서 음식이 아른거리고 뱃속에서는 먹을 것을 넣어 달라고 야단이다. 결국 '맛있는 녀석들' 프로그램을 보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항복선언'을 하고 피자를 주문한다. 당장 건강을 해치거나 신앙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둥, 내일부터 하면 된다는 누구나 다 생각하는 '꼼수'를 신의 한 수인양 찾아내 스스로 위안한다.예전에 다녔던 인천 중구 중앙동의 한 피트니스센터 사장이 고깃집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던 얘기다. 시설도 깔끔한 피트니스센터는 2층에 있었는데 어느 날 아래층에 고깃집이 들어섰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창문을 연 뒤로 회원들이 줄기 시작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으면 창문을 통해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고, 운동 중에 배고픔을 참지 못한 회원들이 다른 곳으로 옮겼던 것이다. 피트니스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막고 환기시설과 냉방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운동 중에 맡는 고기 굽는 냄새는 정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때 알았다. 고깃집 위층에 피트니스센터를 열면 폭삭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누구나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인생의 진정한 실패자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희망을 포기한 사람이라고 한다. 단맛은 먼저 다가와 짧게 머무르겠지만, 쓴맛은 나중에 찾아와 길게 남게 된다.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쉽고 편한 것에 만족하다 보면 나아지는 삶이 아니라 정체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나 자신을 위한다면 '이야기하는 자아'의 말에도 귀 기울여 보자. 눈과 입에 즐거운 것만 찾다 보면 몸과 생각의 근육은 둔해지게 마련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7-14 이진호

[월요논단]정책과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한 박남춘 시장

키워드 불분명·시민역량 결집 미흡혁신·소통 주장 불구 '변화' 못느껴교통·원도심 재생 가시적 효과 없어적수 등 현안대처 방식 '큰 실망감'경제 살리기·선도사업 집중 필요2019년 3월 45.5%에서 6월 39.1%로 하락. 리얼미터가 발표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에 대한 직무수행지지도다. 물론 예상치 못한 수돗물 사태가 6월 지표에 반영돼 하락한 점이 크다. 같은 시기인 7월 1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52.4%,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도 42.1%보다도 낮았다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많은 기대를 갖고 출발한 박 시장은 5대 시정목표에 20개 핵심전략 그리고 140개의 공약과제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도 파격적이다. 신선하다는 평가와 다소 당황스럽다는 평가가 공존하지만 과거와 다른 것은 분명하다. 소외된 계층과 시민들을 우선하며 현장을 누비는 방식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지지도는 여전히 차갑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인천의 행정이 공약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첫째 원인은 공약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문가·공무원·시민들이 당선 후 6개월간 다듬은 공약들이다. 그렇다면 인천을 대표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한때 인천은 트라이포트, 경제수도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박 시장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 미흡하다는 뜻이다.둘째,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다는 점이다. 박 시장은 혁신과 소통을 말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무엇이 변하였는지 느끼지 못한다. 아마 시·군·구가 자체 평가한 공약의 이행도는 모두 중간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전임시장이나 구청장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그것은 공약에 내재된 한계에서도 기인한다. 조금 야박하게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평가받기 좋은 지표와 척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의 달성도와 시민들의 체감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셋째, 가시적 효과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물론 취임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에 너무 조급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통인프라 공약의 경우 임기 내내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검단 1호선 연장 등을 제외하면 노력의 결과는 임기 후에 가시화된다. 인천의 최대 난제인 원도심의 재생사업도 각종 소송이나 부동산 경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러나 넷째,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크다. 수돗물 사태 이전에도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석모도의 문제가 무의도 연도교 임시개통에서 똑같이 반복됐다. 화장실과 쓰레기, 주차장과 식수 문제,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 연계방안 미흡 등. 시와 경제청 그리고 중구가 사전에 힘을 합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이것은 공약과 또 다른 차원에서 일부 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과 직결돼 있다. 박 시장이 후보경선단계에서 제안을 받고 스스로 정책화하고자 했던 초심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인고속도로의 일반화와 각종 산업단지의 고도화 사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송도 유원지를 판교를 능가하는 R&D 거점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AI와 제조업을 연계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기초와 광역이 함께 국책사업을 선도할 방안은 무엇인가.박 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한국갤럽에 의하면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난해 8월 17%에서 올해 5월에는 62%에 달했다. 그렇다면 정책의 변화는 산업 경제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인천시는 부채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을 보면 지방채 상환보다 경제 살리기에 우선 투입해야 할 때다. 일부 사업의 과감한 정리도 필요하다. 예산에 제로섬 제도를 도입하고, 선도사업에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한다. 정책 추진의 주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청와대와 인천시는 수준도 방식도 다르다. 누구와 어떻게 과감히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산하 기관장에 대한 평가도 냉정해야 한다. 밖은 어둡다. 대학생과 청년들의 좌절, 비정규직과 노인들의 빈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눈물을 멈추게 해야 한다. 산업경제에 올인하는 박 시장의 변화된 정책추진이 시급하다. 과감한 정치적 결단과 함께 선도에서 지휘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7-14 김민배

[조성면의 '고서산책']전통과 근대 사이의 과도적 한자 학습서 '통학경편'

1916년 참사 황응두가 펴낸 아동용천문·지축·신체등 13부로 나누고해당 한자 4구로 제시한 교재1244자 한글자석 일본어 발음 추가전통·근대사이 과도기적 교과서언제쯤이던가. 퇴근 후 습관처럼 단골서점에 들렀는데 낡고 허름한 한적(漢籍) 한 권이 눈에 띄었다. '통학경편(通學徑編)'이라고 '천자문' 같은 한자 학습서였다. 그러고 보니 풋내기 대학원생 시절 인사동 골목에서 칠서(七書)들, '박통사 언해' 등과 섞여 있는 것을 얼핏 본 적이 있는 흔한 책이었다. 그때는 심드렁하게 지나쳤는데 어느새 구경하기 어려운 희귀본이 돼서 20~30년 만에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니 울컥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판권도 없고 책 상태가 험해서 1만원에 내놓기는 했는데, 이미 예약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체념하고 돌아왔지만 머리에 남았다. 고서는 주머니 사정도 받쳐줘야 하지만, 부지런해야 하고 타이밍도 중요하다. 하루 이틀 전에만 먼저 갔어도 수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냥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단념한 채 며칠 뒤에 같은 서점을 찾았는데 '통학경편'이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아닌가. 예약만 하고 고객이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약자는 나도 잘 아는 분이어서 서점에 양해를 구하고 잠깐 책을 빌려보고 며칠 만에 돌려줬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예약자가 한 달 넘어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기에 결국 단돈 1만원에 '통학경편'을 소장하게 되는 큰 행운을 누리게 됐다. '통학경편'은 1916년 신녕군 참사(參事) 황응두(黃應斗)가 펴낸 아동용 한자 학습서인데, 필자의 소장본은 1921년에 중간된 목판본이다. 참사라는 벼슬은 토관직(土官職)으로 지역 양반에 주는 정9품의 말직이었다. 저자 황응두가 누구인지 아직까지 자세하게 알려진 바 없다. '통학경편' 초판본이 간행된 시기는 1916년이고, 발행처는 경북 영천의 혜연서루이며, 판매소는 대구에 총판을 둔 영흥서림이다. '천자문'은 대표적 한자교재로 4언 고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룻밤 사이에 이 글을 짓고 그만 저자 주흥사의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려 백수문(白首文)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반면 '통학경편'은 '천자문' 같은 한자 학습서지만, 물목명칭(物目名稱)을 천문·지축·신체·인륜·음식·의복 등 13부로 나누고 해당 한자를 4구로 제시한 보다 근대화한 교재이다. 가령 인륜부에는 군사부모(君師父母) 형제숙질(兄弟叔姪) 등 가족과 관련된 단어들이, 곤충부에는 승문조슬(蠅蚊蚤슬)처럼 파리·모기·벼룩·이 등 해충 관련 한자들까지 제시돼 있어 무척 흥미진진하다. '통학경편'은 모두 1천244자의 한자가 새김 혹은 훈으로 불리는 한글 자석(字釋)에 일본어 가나 발음까지 추가돼 있다. 앞부분에는 한글자모와 가타카나가 제시되는 등 시대상이 반영된 학습서이며, 한자 교육은 물론 계몽과 훈몽서(訓蒙書)의 기능도 갖고 있다. 그런데 교재가 집필, 발행된 때가 1916년, 1921년으로 일제강점기였기에 한자에 일본어 발음이 포함돼 있어 흥미롭기는 하나 한편으로 뒷맛이 씁쓸하다. 알다시피 교과서는 그 시대 그 나라의 이념과 교육철학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며, 시대상을 반영하는 역사의 나이테와도 같은 것이다. '통학경편'은 전통교육이 근대교육으로 재편되던 시기에 발행된 학습서로서 근대화한 '천자문' 또는 전통시대와 근대 사이에 위치한 과도기적 한자 교과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근대 사회의 한자, 근대 시기의 일본어, 그리고 현재의 영어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등장하는 중요 언어가 험난했던 우리 민족사를 반영하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에도 이렇게 깊은 사연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9-07-14 조성면

[참성단]사라지는 주유소

세계 최초의 주유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나 지붕이 있고 넓은 주차시설과 급유기를 갖춘 현대식 주유소는 1907년 스탠다드 오일사가 워싱턴주 시애틀에 세운 게 최초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유소는 서울역 앞에 세운 '역전주유소'로 알려졌지만, 이것저것 함께 취급하는 석유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펌프식 주유기를 갖춘 최초 주유소로는 1910년대 후반 자동차 판매상 테일러가 서울 조선호텔 건너편에 세운 게 처음이라고 한다.6·25전쟁 후에도 주유소가 없어 장거리 여행 때 차에 기름통을 싣고 다녔다. 본격적으로 주유소가 들어선 건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부터였다. 한국 최초 현대식 주유소는 1969년 한국석유공사가 홍대 인근에 설립한 '청기와 주유소'다. 그 후 자동차가 보급되고 주유소가 떼돈을 버는 사업으로 소문나면서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주유소 사업을 발판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이 많았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석유를 몰래 들여와 팔고, 더러는 가짜 휘발유를 팔아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주유소 사장님' 소리를 들으면 그 동네에서 영락없는 알부자요 유지였다. 주유소는 부의 상징이었다.'대를 이어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주유소가 요즘에는 '황금 알 못 낳는' 사양산업이라고 경인일보가 보도했다. 주유소는 1991년 거리제한이 완화된 뒤 3천382곳이 2010년 1만3천3곳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2011년 알뜰주유소까지 도입되면서 주유소 간 피 말리는 생존경쟁을 벌여야 했다. 무료 세차는 기본이고 휴지·생수 같은 물품공세를 편 것도 이때다. 과당경쟁과 친환경 차의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전국적으로 매년 150여 개 주유소가 운영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폐업 비용이 부담스러워 임시휴업 중인 주유소도 전국적으로 600여 개에 달한다. 주유소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어 전기차 충전부터 택배, 편의점까지 첨단·편의·공간 활용 등의 키워드를 담은 주유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유소는 이제 더는 기름만 넣는 곳이 아니다. 여관은 호텔·모텔에 밀려 사라지고, 동네 극장은 멀티플렉스와 텔레비전에 밀려 전성시대를 일찍 마감했다. 이제 주유소도 우체통과 공중전화처럼 찾는 이 없는 신세가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7-14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해인사와 팔만대장경

천년세월 변함없이 지켜온 경판들오랜 침묵 전하는 메시지 크고 장엄고작 한나절에 불가사의한 말씀들다 새긴다는것은 허무맹랑한 욕심눈과 마음으로 차곡차곡 담아본다집을 나선 지 나흘째, 가야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계곡의 물소리는 짐승의 포효처럼 우렁차다. 다행히 바람은 알맞게 살랑거리고 햇살은 대지를 뜨겁게 달군다. 얼마 만에 찾아가는 해인사인가. 거두절미 천년의 시간을 견뎌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판으로 알려진 팔만대장경(불교경전을 종합적으로 모아 기록한 기록물)이 예전 그대로 잘 있는지 보고 싶었다. 해인사 가람 배치도를 보면 일주문, 봉황문, 해탈문, 구광루를 지나 정중탑과 대적광전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네모 모양의 장경판전이 기다린다. 그 뒤로 수미정상탑이니 영락없이 부처님께서 대장경판을 머리에 이고 있는 셈, 여기서 북쪽 건물은 법보전 남쪽 건물은 수다라전이다. 해인사가 자리한 지형은 떠가는 배의 형국이라 돛대바위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겨 근자에 다시 세운 탑이 단아하기 이를 데 없는 8각 7층 석탑이다.해인사라면 그 무엇을 봐도 대장경을 보는 것이라 했던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20분쯤 오르막을 걸어 일주문을 통과 대적광전을 지나 가장 뒤쪽에 자리한 장경판전 앞에 서자 가슴이 설렌다. 아침나절이라 햇살이 서고 안쪽으로 길게 들어서고 나무 칸막이 사이로 천년의 시간을 변함없이 지켜온 경판들, 보일락 말락 하는 오랜 침묵의 시간들이 내게 전하는 메시지는 크고 장엄했다. 생각해 보라. 우리 조상들은 후세를 위해 목판본을 만들고 이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했겠는가. 경판이 보관된 법보전에는 스님 한 분이 나지막이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읊고 계셨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처럼 잠시 왔다가 서둘러 돌아가기 바쁘지만 나는 쉬이 자리를 뜰 수 없다. 천년의 시간과 불가사의하다는 말씀들을 나 같은 범인이 고작 한나절에 새긴다는 건 얼마나 허무맹랑한 욕심이겠는가. 허나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저 경판들, 손으로 쓰다듬을 수 없으니 눈으로 마음으로 더듬고 또 더듬을 수밖에, 그리고 차곡차곡 심연 깊이 눌러 담아 두는 도리밖에.해인사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숲은 우람하고 계곡의 노거수들은 푸르다 못해 검다. 이 좋은 자리에 대장경을 모시고 유구한 세월을 견디고 있는 저 부처님의 살 같은 말씀들, 불자가 아니어도 사람인 우리가 새기며 살아야 할 말씀들은 얼마나 차고 넘치던가.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을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판 팔만대장경은 1962년 국보 제32호로 지정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경판은 8만1천258판이다. 8만여 판에 8만4천 번뇌에 해당하는 법문이 실려 있어 팔만대장경이라 이른다. 1237년(고종 24)부터 16년간에 걸쳐 고려에 침입한 몽골군의 격퇴를 발원((發願)하여 대장도감과 분사도감을 두어 만든 것이라고. 경판고 안에 5층의 판가를 설치하여 보관하고 있으며, 판가는 천지현황 등의 천자문 순서로 함의 호수를 정하여 분류배치하고, 권차와 정수의 순으로 가장하였다고 한다.경판의 크기는 세로 24㎝ 내외, 가로 69.6㎝ 내외, 두께 2.6∼3.9㎝로 양 끝에 나무를 끼어 판목의 균제를 지니게 하였고, 네 모서리에는 구리판을 붙이고, 전면에는 얇게 칠을 하였다. 판목으로 산벚나무, 돌배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후박나무 등의 목재를 썼고, 무게는 3∼4㎏가량으로 현재까지 보존 상태는 양호하며, 천지의 계선만 있고, 각 행의 계선은 없이 한쪽 길이 1.8㎜의 글자가 23행, 각 행에 14자씩 새겨져 있는데, 그 글씨가 늠름하고 정교하여 고려시대 판각의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다고한다.처음엔 강화 서문(江華西門) 밖 대장경판고에 두었고, 그 후 강화의 선원사(禪源寺)로 옮겼다가 1398년(태조 7)에 다시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김인자 시인·여행가김인자 시인·여행가

2019-07-11 김인자

[참성단]살찐 고양이 법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문학과지성사 간)은 1730년대 파리 생 세브랭가의 한 인쇄소에서 일어난 고양이 무더기 학살사건이 프랑스 대혁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루고 있다. 인쇄소 주인이 키우는 고양이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견습공들은 고양이로 상징되는 주인을 재판하고 자백을 받아 사형시키는 극을 만들어 법과 사회 질서에 분노를 공유했고 결국 집단적 저항으로 이어져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양이는 탐욕에 찬 부르주아를 일컫는다.미국에선 부자들을 '살찐 고양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모든 부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욕심 많은 기업인이나 은행가 등 부정적 의미의 배부른 자본가들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어느 나라건 '부자=욕심'이란 공식이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부자가 존경받기란 그만큼 어려운 세상임은 분명하다. '살찐 고양이'는 1928년 프랭크 켄트의 저서 '정치적 형태'에 논의된 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 금융회사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각 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에 내몰려 있는데 정작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은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겨갔기 때문이다. 이때 제기된 것이 '살찐 고양이 법'이다. 경영진들이 받아가는 연봉이 근로자와 그들이 한 일에 비해 적정한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들의 연봉을 규제하자는 것이다. 개인이 벌어들이는 연 소득에 상한선을 정하고, 이 상한선을 최저임금에 연동시키는 '최고임금제' 같은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지난 2016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민간 대기업 임직원들은 최저임금의 최고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최고임금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경기도가 이를 도입할 모양이다. 산하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7배인 1억4천만 원 이내로 제한하는 조례안이 16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결을 앞두고 있다. 부산 서울 제주 광주 등 요즘 '살찐 고양이 법'이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취지는 이해할 것 같은데 문제는 실효성이다. 근대민법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무력화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 연봉에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 게 그리 만만치가 않다. 유행을 뒤쫓다 후에 낭패를 당하는 걸 우리는 종종 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7-11 이영재

[기고]경기북부 지자체, 소기업소상공인 노란우산공제 가입 적극 지원을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자영업자 폐업률 해마다 늘어나국가경제 근간 흔들릴 수도'…희망장려금' 예산 확보'가입률 제고' 정책집행 서둘러야소기업·소상공인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기업·소상공인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2016년 77.7%, 2017년 87.9%, 2018년 89.2%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2년간 29.1%가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지난해 7월 시행한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기댄 소득주도 경제성장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가며 그 피해를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당초 정책 취지와 달리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임금이 오히려 낮아지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학계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마저도 견디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음에도 최근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현장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소기업·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매달려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기업·소상공인 업체 수는 약 346만 개로 전체기업의 97.6%에 달하며, 종사자 수는 약 1천746만명으로 전체종사자 수의 61.3%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 이들이 곤경에 처하면 국가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며 경제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작금의 소기업·소상공인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이들을 보호·육성해야 하는 이유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소기업소상공인 활력회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07년부터 소기업·소상공인들이 폐업이나 노령 등의 생계위협으로부터 생활 안정을 꾀하고 사업재기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사업주의 퇴직금 마련을 위한 노란우산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 납입부금은 압류가 금지되고 소득공제, 복리이자 지급 혜택이 있다. 2019년 5월 말 현재 가입자 수가 약 115만명으로 전체 소기업·소상공인의 33.3%가 가입해 생계위협으로부터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66.7%는 아직도 폐업 등 생계위협에 대한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이 극빈층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노란우산공제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6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올해는 광역지자체 17개 가운데 경북을 제외한 16개 광역지자체가 '노란우산공제 희망장려금' 예산을 확보해 당장의 부담으로 가입을 주저하는 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월 1만~5만원을 최대 30개월 지원함으로써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안전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는 양산시, 광양시, 당진시 등 기초지자체들도 '노란우산공제 희망장려금' 자체 예산을 확보해 관내 소기업·소상공인들의 노란우산공제 가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경기도도 20억원 예산을 확보해 도내 소기업·소상공인들의 노란우산공제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북부 소재 중소기업들은 군사지역 및 상수도보호지역이란 이유로 경기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제한돼 도로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력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경기남부(39.9%)에 비해 낮은 경기북부(36.4%)의 노란우산공제가입률(2019년 5월 기준)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북부 지자체들도 '노란우산공제 희망장려금' 예산을 확보해 관내 소기업·소상공인들의 노란우산공제 가입률 제고에 앞장서야 할 때다. 경기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기북부 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해 주는 것이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정책 집행 최우선순위에 둬야할 일이다./이희건 경기북부중소기업회장이희건 경기북부중소기업회장

2019-07-11 이희건

[오늘의 창]법보다 돈이 갑인 이야기의 결말

팩트(fact)아니면 지어낸 이야기인지도 모른다.당사자만이 그 진실을 안다. 이야기다.이 이야기에는 굴지의 기업으로 꼽히는 A사의 넘버원과 B사의 넘버투가 등장한다. 풍광이 기막힌 광활한 들판에 넘버원은 카지노 건설을 기획하고 그 주변에 지어진 골프장을 함께 운영하는 계획을 세웠다. 100억원을 투자하면 3천억원대의 골프장을 손에 넣을 수도 있는 사업이었다. B사의 넘버투는 A사 넘버원이 눈독을 들인 골프장에 탐이 났다. 자회사에서 시공에 참여했고 시행사의 자금난을 알게 된 후다.나쁜놈이 주인공인 영화에서처럼 이들 넘버원, 투 주변에는 수족 같은 부하들이 등장한다.개발사업자의 빈 주머니를 옥죄는 방식으로 그들은 억대 연봉을 받으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다.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이들의 계획의 결말은 '실패'였다. 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승자가 떠안는다.항상 그랬다.넘버원의 부하들은 자신들의 사업계획이 틀어지자 법정에서 위증까지 하며 시행사를 골탕먹인다. 자신들의 죄는 '돈'으로 해결한다. 넘버투의 직원들은 법을 이용, 금전적 이익을 주인에게 상납한다. 그래도 시나리오의 결말은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가 아니다. 이들은 수년 후에도 억대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돈'은 언제나 '법'보다 강했다.지난 2017년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文 정부' 출범 후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대기업의 횡포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현실에선 '법'은 '법'인가 보다. 대기업 불공정행위는 여전하고 드러난다 하더라도 벌을 받지 않는다. 이제는 돈보다 '법'이 우선이 되는 결말이 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다. /김영래 사회부 차장 yrk@kyeongin.com김영래 사회부 차장

2019-07-11 김영래

[춘추칼럼]청년창업과 도시재생

'청년창업가게 1호점' 지역변화 새싹 역할'갬성' 자극하는 거리풍경 바꾸는 것 중요오랜 문제점 파악후 해결 '지역재생' 필수많은 사람들 다양한 영역 활동 '변신 가능'최근 서울시 성북구에서는 '지역을 바꾸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서 유흥업소 폐업 공간에 '청년창업가게'를 오픈하는 것이다. 출발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었다. 자신들의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인근에 흔히 '맥양집'(맥주와 양주를 주로 판매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이라는 유흥업소가 밀집돼 있으니 유해환경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이에 대한 행정의 대응은 강력한 단속뿐만 아니라 주민협의체 등과 지속적인 협력이었다. 덕분에 업소 1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이러한 결과는 민원제기와 단속의 효과로 일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북구에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의 출구 전략을 고민했다. 단속 부서인 보건소와 성북문화재단이 함께 청년문화와 청년창업이라는 화두를 갖고 지역을 바꾸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폐업으로 빈 가게를 청년창업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행정안전부의 '청년창업공간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예산을 마련해서 3개의 청년팀을 선발했다.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 십 년 된 건물은 구조적 문제와 복잡한 소유권, 법적 문제 등을 안고 있었으며 건물주를 설득해서 임대차계약을 맺는 일 등은 오롯이 실무자의 몫이었다.이렇게 수 개 월간의 노력을 기울인 탓에, 지난 7월 초 '낭만덮밥'이라는 청년가게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오픈식이 있던 날에는 그 주변의 왕복 800m 거리에 90개 부스가 참여하는 '두근두근 별길마켓'이라는 행사를 열어 지역주민들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제공했다. 성인 대상의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야간에는 일반인들의 왕래가 드물어 동네상권은 활기를 띨 수 없었다. 휴일 오후와 저녁 시간에 1만5천여명의 주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모습은 이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주민들은 일시적인 변화 속에서 미래를 상상할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청년창업가게 1호점'은 지역변화의 새싹과 같다. 새싹이 자라나 나무가 될 것이고, 또 다른 새싹이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을 바꾸는 일은 공간과 거리를 바꾸는 일이자, 또한 '풍경'을 바꾸는 일이다. 도시 공간과 거리는 '계획'으로 바뀌지 않는다. 도로를 새롭게 포장하거나 가로등을 교체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공간이 자리를 잡아야 하고, 궁극적으로 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거리를 찾아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맛집이나 예쁜 카페를 찾기도 하지만, 자신의 두 발로 걸어가면서 일종의 '갬성'을 느낄 수 있을 때 거리를 찾아온다. 비록 대단한 계획이나 예산, 사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재생'이라는 관점에서 지역의 오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하나씩 찾아가는 작업은 그 과정 자체가 '도시재생'이라 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과 사업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역공동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사례들이 '도시재생'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모든 사람들이 '변화'를 이야기한다. 변화는 어떤 하나의 사건, 한 사람의 힘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작지만 수많은 사건들이 축적될 때 변화가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몇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때 변화가 가능하다. 지역을 바꾸는 일은 바로 이러한 진실을 제대로 파악할 때 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복잡성과 복합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외면한 채 마치 어떤 단면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결과는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의 실험은 그 복잡성을 인정하면서 지역공동체와 상생하는 청년창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것은 곧 말로만, 계획서로만, 돈으로만 하는 도시재생이 아니라 진짜 도지재생, 지역재생을 상상하는 일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9-07-11 권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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