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영재 칼럼]가지 않은 길

'불안한 평화 지속' 한번도 경험 못한것들북한 '핵 동결'에 사실상 美가 '보유 인정'새로운 경험할까봐 두려운게 솔직한 심정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읽어주는 50세 중반의 국어 선생님 목소리는 진지했다. '어린 너희가 뭘 알겠어?'라는 표정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지 지금 너희는 잘 모를 것이다. 많게는 서너 번, 적게는 수백 번 결단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우리가 숲 속을 걷다가 만나는 두 길을 모두 갈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앞에 펼쳐지는 여러 갈래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갈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기꾼이다.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건 없다. 어차피 그게 인생이니까." 시도 좋았지만, 책도 없이 시 전문을 한 자의 틀림도 없이 외운 선생님을 우리는 신뢰했다. 어린 나이에 선생님의 그 말이 왜 그렇게 쓸쓸하게 들렸는지 그때는 몰랐다.그날 교실 분위기가 무거웠던 건 시의 첫째 연과 마지막 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1990년대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가 높았다. '몰래카메라' '브레인 서바이버' '양심 냉장고' '러브 하우스'도 그랬지만 개그맨 이휘재의 '인생극장'은 내 맘대로 내용과 결론을 바꾸는 지금의 '인터렉티브 영화'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매번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그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각기 다르게 전개되는, 특히 "그래! 결심했어"란 유행어도 남긴 인기코너였다. 그 '인생극장'을 보면서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났다. 선생님의 말처럼 그동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다. 문과가 아닌 이과를 택했다면, 그때 공부보다 운동권 학생이 되었다면, 이 직장이 아니라 저 직장을 택했다면, 이 사람이 아니라 저 사람을 만났다면 등등 '그때 저 길로 갔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 봤을 것이다.'가지 않은 길'이 다시 떠오른 건 3년 전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면서였다. 그리고 요즘은 매일 문 대통령의 말처럼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매일 벌어지는 검경의 압수수색은 논외로 치더라도 대법원장의 구속, 눈만 뜨면 나타나는 미세먼지, 일자리정책 앞에서 탄식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물론,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주주권행사를 직접 지시하거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발표하는 것도, 투기의 의혹 국회의원이 오히려 국민들을 향해 큰소리 치는 것도 생애 첫 경험이다. 이웃 일본과 최악의 관계도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가 제정신을 차리고 왔던 길로 다시 가서 다른 길을 택한다면 해결되는 것들이다.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것들에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 간 세 번의 회담, 그 과정에서 도출된 9·19 남북 군사 합의서로 인해 발생한 '불안한 평화의 지속'도 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조만간 북한의 핵 동결이라는, 사실상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까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앞엣것들과 다르게 안보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때 국어 선생님은 이런 말도 했었다. "분명한 건 어느 한 길을 택할 경우, 다른 길을 택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무서운 건 택한 그 길이 꽃길인지 아니면 가시밭길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담보로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8 이영재

[오늘의 창]작심삼일

사람들은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습관처럼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다짐한다. 금연, 다이어트 등 지난해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한 일들을 마치 올해는 반드시 할 것처럼 또다시 자신과 약속을 한다. 매년 연초에 반복되는 이런 다짐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작심삼일이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속담이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고려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바뀌었다.설화문학가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유성룡의 일화가 전해진다. 유성룡이 공문을 각 고을에 발송하라는 명을 내렸다가 실수가 있어 회수시켰는데 한 역리가 진작 발송했어야 할 공문을 그대로 가져온다. 유성룡이 아예 발송도 하지 않은 것에 크게 화를 내자, 그 역리는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어차피 사흘 후 다시 고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사흘을 기다리느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무턱대고 떠오르는 대로 하지 말고 사흘 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의미다.지금의 작심삼일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를 지니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무턱대고 생각나는 대로 무언가 빨리 결정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자숙의 의미를 담고 있다.요즈음 대한민국은 '빨리빨리'가 익숙한 사회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시나브로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미 적응돼 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빠른 것을 요구하다보면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의 새해 다짐도 지난해 못했으니까 올해 해보자는 식으로 다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올해 새해 다짐부터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히 결정한다면 매년 후회하는 '작심삼일'은 없지 않을까./최규원 사회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사회부 차장

2019-01-28 최규원

[참성단]양날개 고장난 한국정치

새가 양날개로 날듯 정치도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로 난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유효하다. 특히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여야 정당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건강하게 양립하는 상황은 국가안정에 필수적이다. 균형이 깨지면 특정 대의(代議)의 독주와 독선이 적폐로 쌓이고 사회는 혼란해진다.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추락은 목불인견이다. 전통적 보수층조차 흔쾌하게 지지하기가 불편한 기색이다.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에 반대해 벌인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으로 천하의 조롱거리가 됐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은 '목포 호구'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의혹 따진다며 불러낸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게 면박만 당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고질적인 계파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견제 능력을 상실한 '마이너스의 손'으로 내부 권력 투쟁에 골몰하면서 대안정당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반면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나 홀로 독주(獨走)는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정상을 찾았지만 도덕적 우월성은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손혜원 투기의혹과 서영교 재판청탁 의혹이 만일 보수정당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민주당의 투쟁력을 감안하면 최소한 국회 앞에서 촛불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자유한국당 특보가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면 민주당 의원 누군가는 5시간30분 단식 대신 그야말로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자기 검열에 관대한 도덕적 기준으로 권력의 정의가 야금야금 허물어지는 줄 모른다.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로 나는 새라면, 한국 정치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병든 새다. 오른 날개는 근위축증에 시달리고 왼 날개는 과잉발육 상태니 지상에서 졸렬하고 잔망스러운 발자국만 남긴다.날지 못하는 갈매기가 멀리 보지 못하듯 병든 정치로는 국운을 조망할 수 없다.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트럼프와 혐한감정으로 지지율을 관리하는 아베로 인해 전통적인 한미일 안보동맹은 위기다. 북한과 중국은 더할 나위 없는 유대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격상은 무르익고 있다. 한국 정치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정세 변화 한 가운데서 땅바닥을 기고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28 윤인수

[이명호 칼럼]도시재생에서 부족한 것, 혁신적 도시경제

대다수 '옛 영광' 누리려는게 문제지식경제 시대에 맞는 모델 필요혁신적 견문 갖춘 세력 유입 시급연구 역량과 결합된 신산업 이끌미래 세대에게 공간 제공 더 중요도시재생이 뜨거운 이슈다. 목포시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시작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으니, 잘 조성되면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될 것 같다. 1897년에 개항한 목포는 근대화의 상징적인 도시였으나 그 영광을 간직한 곳은 '불 꺼진 원도심', 1900년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지역으로 떠올랐다. 개발독재 시대의 산업화가 빗겨간 도시의 운명이었다고 할까.도시재생은 목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으로의 경제 집중, 영남중심의 산업화, 신도시 개발에 따른 원도심의 역차별, 부동산 개발 투기 등으로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처해있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40% 정도가 30년 후에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큰 아들을 집중 지원해서 동생들을 돌보게 한다는 '낙수효과'는 경제에서만이 아니라 국토개발에서도 낙제점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되고 있다. 도시재생이 본격적으로 정책적 과제가 된 것은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이지만, 본격화된 것은 이번 정부 들어서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철거 방식의 신규단지 개발에서 소규모 생활밀착형, 지역 맞춤형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쇠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적·경관적 특징을 잘 살리는 동시에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을 정착시키며, 도시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필요한 정책이다. 문제는 많은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이 '옛 영광'을 되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낙후된 경관을 정비하여 상권을 활성화 시키고, 역사문화 공간을 개발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투자에서 소외된 지역에 투자를 한다는 정당성은 있지만, 새로운 산업 경쟁력과 도시경제라는 관점에서는 미흡하다. 사실 도시도 성장과 소멸, 회생을 반복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도시의 역사를 돌아보면 도시는 산업혁명과 같이 성장하였다. 1차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던 영국 런던은 더 이상 산업의 중심지가 아니다. 미국 디트로이트는 2차 산업혁명의 주요 도시로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던 도시였으나 지금은 몰락하였다. 에디슨이 전기회사를 설립한 뉴욕은 제조에서 금융, 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 도시로 변천에 성공했다.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도시는 실리콘밸리이다. 실리콘밸리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이 네트워크와 같이 협력하는 중소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도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도시가 돼야 한다.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이다. 도시의 변천 이면에는 산업, 경제의 변화가 있다.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서비스업으로의 변화를 거쳐 이제는 지식경제로 진화 중이다. 지식경제 시대에 맞는 도시모델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브라이트랜드 지역은 열린 혁신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지식이 교차하는 곳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새로운 캠퍼스를 개발하고 있다. 과학, 비즈니스와 교육을 결합한 4개의 캠퍼스에는 대학만이 아니라 기업과 연구기관이 들어서 있다. 과학자, 기업가, 학생들에게 연구와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시설과 협력 공간을 제공하여 지식 기반의 바이오와 건강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군산과 같이 자동차 공장 폐쇄를 겪은 호주 애들레이드 시는 2008년 미쓰비시 완성차 공장이 떠난 공장 부지에 혁신 산업을 키우기 위한 첨단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2012년부터 명문대학 캠퍼스와 연구시설을 조성하여 지멘스,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과 의료·에너지·자율주행 등 유망분야 스타트업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직원들의 주거와 생활 등이 단지 내에서 해결되도록 하여 산업과 주거, 문화가 융합된 지역으로 개발했다.우리나라 때문에 조선업의 경쟁력을 잃고 몰락했던 스페인의 빌바오 시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하여 회생한 성공사례만이 도시재생의 모델이 아니다. 도시의 재생, 혁신은 새로운 세력을 끌어들일 때 성공할 수 있다. 단순히 젊은이가 아닌 혁신적인 지식을 갖춘 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 대학 등의 연구 역량과 결합된 새로운 산업을 이끌 미래 세대에게 혁신의 공간과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도시경제가 살 수 있다./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9-01-28 이명호

[특별기고]위대한 시민, 위대한 역사를 창조한다

우리곁 떠난지 10년된 '심재덕 前 수원시장'100년뒤 큰 그림 그렸던 '2095 발전기획단'지방분권·특례시 완성 살기좋은 도시 조성그의 시야 밑거름으로 한반도 평화 기여해야'수원사람이 발가벗고 30리를 뛰었다'. 수원사람이면 어린 시절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다. 두 가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해진다.첫째는 수원상인 이야기다. 팔달문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한 수원. 가게에서 외상 거래를 많이 하던 사람이 외상값을 떼어먹고 도망을 갔다. 세월이 흐른 뒤 자신이 외상값을 떼어먹었다는 것을 잊고, 물건을 사려고 하자 속옷 차림으로 방에서 쉬고 있던 주인은 목소리만 듣고 돈을 떼어먹은 사람임을 알아보고 속옷 차림으로 뛰쳐나갔다. 주인의 얼굴을 보고서야 '아차', 줄행랑을 쳤고 30리에 달하는 추격전 끝에 붙잡혀 외상값을 갚았다는 얘기 끝에 생겼다는 설.둘째, 옛날 수원 도성에서 30리쯤 떨어진 떡전거리에 효성이 지극한 선비가 친구들의 권유에 못 이겨 기방 출입을 하던 어느 날, 기방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결에 생각하니 그날이 선친의 제삿날.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지 못할 불효를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다급한 마음에 의관도 갖추지 못하고 뛰기 시작해 가까스로 자정을 넘기지 않고 집에 도착해 아버지의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얼핏 생각하면 수원사람을 비하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 설화는 잘못된 상거래를 바로잡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부친을 위해 최선을 다한 효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수원의 정체성을 찾기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 오죽하면 아주 특별한 토론회를 준비했을까. '수원사람 발가벗고 30리 뛴다, 정설 확립 토론회'였다. 매년 1월이면 유독 보고픈 사람. 미스터토일렛 전 수원시장 심재덕 이야기다.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 벌써 10년, 그의 기일에 맞춰 SK아트리움에서 10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입추의 여지없이 꽉 채운 객석을 보며, 그는 지금도 수원의 심장으로 살아계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실문화운동에서, 생명의 수원천으로, 빛나는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함께. 수원 도시 곳곳에 그의 손길과 숨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없다. 오늘의 수원을 있게 한 사람, 남보다 앞서 수원사랑을 생각하고 온몸으로 실천했던 사람이다.콘크리트가 뒤덮고 있던 수원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을 시작했고, 서호를 시민 품으로 돌려주었다. 팔달산 터널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화성행궁 복원의 역사를 열었다.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수원화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이뤄냈고, 모두가 만류한 2002년 월드컵 수원경기 유치를 성사시킨 것도 심재덕이었다. 심재덕은 수원시장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2095수원발전기획단'에 열을 올렸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0년 뒤 수원은 그저 작은 평범한 도시로 전락될 수 있다. 수원의 맥을 찾아 역사문화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100년 뒤 수원의 큰 그림을 그렸다. 오는 3월 개장하는 광교컨벤션센터를 비롯해 체계적이고 균형 있는 수원 발전의 시작점은 '2095수원발전기획단'이었다.온몸이 뒤틀리는 암 투병 속에서도 수원이 전 세계 화장실 문화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세계화장실협회의 창립을 이뤄내며 희망의 마중물을 만들었다.올해는 기미독립만세운동 100돌, 수원시승격 70돌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특히, 수원은 특례시를 이뤄내 더 큰 수원으로의 도약의 갈림길에 있다. 시민이 진정한 도시의 주인이 되는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와 분권을 이루고, 특례시를 완성해 수원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또 그의 정신과 시야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남북평화 협력시대에 수원이 선도적인 남북교류와 협력의 장을 만들며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심재덕이 꿈꾸고자 했던 것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나누고, 미래세대로 이어줘야 한다. "위대한 시민은 위대한 역사를 창조한다"라는 당신의 말씀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다./염태영 수원시장염태영 수원시장

2019-01-27 염태영

[발언대]아무리 친절해도 안전이 가장 중요

비상구는 건물 안의 주 출입구와는 별개로 설치된 비상출입구로, 화재 등으로 주 출입구가 막히거나 기타 긴급한 대피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탈출로로 사용된다. 재난 발생 시에 사람들의 생존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명 '생명의 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들이 가족·지인과 함께 자주 찾는 노래연습장이나 대형판매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가면 비상구 통로에 물품을 적치하거나 혹은 비상구가 잠금 상태로 돼 있어 피난을 방해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실태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뉴스 또한 자주 볼 수 있다.지난 2017년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 비상구 폐쇄가 꼽히는 것을 볼 때 비상구가 생명의 문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피난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소방관서에서는 비상구의 올바른 관리를 위해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신고포상제는 특정소방대상물 및 다중이용업소의 피난 방화시설 유지관리가 미흡한 사례를 신고하면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영업주와 건축물 관계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소방당국이 영업주에 대해 계도와 홍보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해 9년 전 소위 말하는 '비파라치'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주들은 공간 부족 및 보안상 문제 등의 이유로 비상구를 허술하게 관리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영업주는 자기 업소 또는 건축물을 찾는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가 피난·방화시설을 올바르게 유지 관리하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무리 서비스가 친절해도,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아무리 즐거운 위락을 제공해도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비상구부터 점검하면 안전은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이동민 김포소방서 홍보담당 소방장이동민 김포소방서 홍보담당 소방장

2019-01-27 이동민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그 애는 작아도 너무 작아

1987~1991년 서울의 백골단2017년 시리아 알레포의 구조대원두곳의 장소 설정한 연극 '더 헬멧'두 사건으로 관객 울림 못 준다면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흥미로운 상황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극이 있다. 상황은 연극의 이야기를 여는 문이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인물이 그 문을 여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결정된다. 이 문은 연극의 이야기 안에 있다. 그 문을 여는 방식에 변화를 준 연극이 바로 '더 헬멧'(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1월 8일~2월 27일)이다.'더 헬멧'은 두 개의 장소와 네 개의 방을 설정하여 관객에게 선택하게 한다. 두 개의 장소는 각각 서울과 알레포이다. 서울과 알레포는 다시 빅 룸과 스몰 룸으로 나뉜다. 경우의 수는 넷(더블 캐스팅의 경우까지 더하면 배로 늘어난다.) 이다. 이런 식이다. 관객은 서울의 빅 룸 혹은 스몰 룸 중에서, 알레포의 빅 룸 혹은 스몰 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장소와 방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관극할 연극이 결정된다. 이제 연극 안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 1987년~1991년 어느 서점의 지하실. 대학생과 백골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알레포. 2017년 시리아 알레포의 어느 건물. 테러리스트와 화이트 헬멧 구조대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왜 서울과 알레포일까.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제목이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백골단의 헬멧과 구조대원의 헬멧이 쉽게 겹친다. 폭력으로 인해 사라진 일상의 삶이 가져온 잔혹함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왜 서울과 알레포일까를 여전히 묻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 현실에서 시리아가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그렇다. 거리의 문제가 핵심이다. 어떤 사건이든 그 사건이 누군가의 문제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건이 일어난 지점과 그 사건을 전달받는 지점 사이의 거리가 좁혀져야 한다. 이 거리는 단지 물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수신자가 그 사건에 반응하여 자신의 문제로 느끼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가능성의 거리이다. 사건 앞에서 공감과 연대할 수 있는 역량이 거리를 좁히는 힘이다. 매몰된 건물 잔해에서 식어버린 아이를 보며, "이 애는 작아도 너무 작아"라고 말하는 시리아 알레포의 구조대원의 대사가 관객에게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1987년부터 1991년 사이를 다루는 서울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시위 현장에서 마주한 상대를 향해 "안 미워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시리아 알레포보다 더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백골단인 그는 어제까지 대학생이었다. 대학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가 마주한 전투조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함께 수업을 듣던 동료였다. 그들이 서로에게 "안 미워할 수 있을까"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끔찍한가. 서울 이야기에서 서점 지하실을 공간으로 설정한 것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요즘도 그러하지만 서점이 책만 파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당시 서점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헤아리는 정도에 따라 관객은 서울 이야기의 시간적 거리를 저마다 갖게 된다.이제 연극 밖으로 나와 보자.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2009년 10월 17일, 몰디브 기리푸쉬섬 앞바다 해저 6m. 대통령과 각료들이 온실가스 배출규제 촉구 결의안에 서명하는 장면의 사진. 이 뉴스는 세계에 전해지며 곧바로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 몰디브가 처한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뉴스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뉴스는 금세 묻혔다. 해저 회의 퍼포먼스는 뉴스로 소비되고 정말 퍼포먼스로 그쳤다. 세계의 시민들이 공감과 연대의 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그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말을 걸어야 그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사물이 놓인 지점이 달라지고 그 연결하는 고리가 바뀌면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까. 세계를 바라보는 위치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의 삶과 세계가 움직이게 될까. 연극 '더 헬멧'은 그것을 궁금하게 하는 공연이다. 어떤 방을 선택할지는 여러분이 결정해야 한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9-01-27 권순대

[월요논단]새로운 100년의 문화혁명

지난 100년간 엄청난 역사 썼지만불안·갈등은 왜 여전히 존재할까일상의 야만·폭력·불의·부패 고통우리 스스로 걷어내지 못한다면'찬란한 문화적 삶' 전환 불가능100년 전 3월 1일 독립요구의 외침이 전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이 외침은 강압적 식민통치를 거부하고 조선의 독립을 요구한 데서 출발했지만, 그 뒤에는 보편적인 인간다움에 대한 요구가 담겨 있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인륜적 통치와 야만에 맞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찾는 강력한 원의가 이 외침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였다. 이후 10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삶은 어떻게 변했는가? 외적인 폭력과 탄압은 물론, 정신적인 파괴와 전향까지도 강압하던 무단 통치를 거부하고 그와는 전혀 다른 민주와 인간성에 대한 요구는 우리 삶과 문화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2년 전 또다시 이런 강압을 거부하고 새로운 정치를 요구했던 외침은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 역사에서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 현란함을 벗어나 보면 우리 삶의 실제적 상황에 본질적 차이가 없음을 안타깝게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풍요로움에 비해 삶과 문화가 피폐하고 허무하다면, 왜 그런 것일까. 여전히 내면의 불안과 갈등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헐벗음으로 허덕인다면 우리는 그 100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대한민국은 지난 100년 사이 역사를 새롭게 썼으며,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그런데 여전한 불안과 갈등은 왜일까. 왜 삶과 사회에는 여전히 허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일까. 지난 시간 대한민국이 이룩했다는 성공은 어떤 것인가. 삶과 문화에서도 성공한 것일까. 아니라면, 그 반쪽의 성공을 넘어서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지금 이 시간은 우리가 이 질문을 마주하고, 그에 대해 대답하고 실천적 대응을 말해야 할 그 순간이다. 이것은 단순히 100년이란 시간이 지났기에 제기하는 물음이 아니라, 촛불을 통해 새로움을 요구했음에도 여전한 이 삶의 황폐함을 벗어나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정권에서조차 우리는 100년 전의 외침을 되풀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점점 더 분명히 민중의 정치적 의사를 재현한다는 국회의 허위와 법의 위선을, 정치 경제적 현란함에 비해 턱없이 역행하는 현실을 접하게 된다. 이제 너무도 분명하게 정치와 행정, 언론과 법을 장악한 그들이 결코 우리가 외쳤던 공의로움과 공동선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지난 역사를 통해 우리는 그들 정치가와 지도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사회와 삶의 주체임을 배웠다. 우리 스스로 삶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와 올바름을, 경제정의와 법의 공정함을 향해 일어서지 않을 때 이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100년의 시간이 야만과 폭력에 맞선 고통과 투쟁의 시간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시간은 그 모든 어두움을 빛으로 바꾸는 문화적 전환의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변혁은 우리 각자에서 시작된다. 일상의 야만과 불의, 부패를 우리가 걷어내지 않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 노동을 탄압하고 배제하는 사회, 한 줌의 특권을 독점하는 사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자를 몰아가는 문화를 거부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은 지난 시대로 역행할지도 모른다. 다시는 야만과 폭력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에 그에 맞선 문화와 삶을, 그런 의식과 태도를 우리 안에 확고히 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던 그 외침을 우리 안의 제국주의에 돌려야 한다. 누군가의 죽음 위에서야 가능한 풍요를,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문화를, 근대화 이후 켜켜이 쌓인 시대의 모순을 넘어서야 한다. 독과점 구조와 위선의 문화를 뒷받침하는 모든 시스템을 바꾸고, 우리 생각과 의식을, 일상 삶을 그렇게 되돌려야 한다. 우리가 그런 주체가 될 때 비로소 현재의 식민성을 벗어날 수 있다.우리가 원하고 행동할 때 그들의 오랜 결탁과 독점이, 그 허위가 무너질 것이다. 정의와 평화를, 공정을 원한다면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삶을 원한다면 현란함을 넘어 의미와 직면해야 한다. 지성적 성찰은 그렇게 필요하다. 다가올 100년, 문화와 삶의 혁명을 이룩할 때가 다가왔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1-27 신승환

[참성단]노인 나이 65세→70세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는 모두 13개의 정규 앨범(미국기준)을 내놨다. 그중 최고의 앨범으로는 8집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꼽는데 이견이 없다. 이 앨범에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 매카트니가 18세에 작곡했다는 '내 나이 64세일 때(When I'm Sixty-Four)'가 실려있다. 이 곡에 대해 매카트니는 "당시 영국에서 정년은 보통 65세였다. 64세는 은퇴를 준비할 나이다. 그때까지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지 연인에게 묻는 노래"라고 말했다. 78세인 폴 매카트니는 지금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며 노익장을 과시한다.영국은 65세였던 정년제도를 2011년 없앴다. 대신 근로자와 고용주의 합의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일본은 1998년 기업의 정년을 60세로 늘린 데 이어 2013년 65세로 연장했다. 정년의 개념이 없는 미국도 은퇴를 미루고 60세가 넘어서도 일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2010년 연금 적자의 심각성 때문에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췄다가 2012년 사회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60세로 되돌렸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세 시대'에 더는 노인 나이를 65세로 붙잡아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인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정년도 늦출 수 있어 노인 소득은 물론 연금재정에도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이 65세에 맞물려 있어 노인의 저항도 꽤 클 것이다. 또 직업별로 제각각인 가동연한(稼動年限)도 바꿔야 한다.법이 정한 기업 정년은 60세지만 우리 현실은 50대 초중반에 직장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선 62세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상황에서 노인 나이와 연금 수령 나이를 상향하면 노인 빈곤이 심화할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 30%가 일하고 있다. 노인 나이를 상향시키려면 우선 노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럴 경우 일자리를 찾는 젊은 구직자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아울러 포퓰리즘에 닳고 닳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노인 표를 의식해 발목을 잡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7 이영재

[기고]4차 산업혁명 중심, EV·자율주행 자동차산업 육성 방향

자동차산업 종사자 '34만8천명'수출, 제조업중 가장높은 '13.3%' 대기업 주도 산업생태계 전환 필요'협력기업' 단순한 하청업체 아닌'전략적 파트너'로 동반성장 꾀해야첨단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는 4대 역학(열역학, 유체역학, 재료역학, 동역학)을 기반으로 하여 전기전자 통신·센서 제어와 같은 반도체와 컴퓨터 기술의 발달은 초정밀제어에 이르게 했다. 또 딥러닝(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기술)과 V2X(차량·사물통신)와 같이 차량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의 등장으로 자율주행자동차의 보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따라서 자동차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태생부터 융합의 산물이다.스마트자동차란 새로운 자동차의 영역이 아닌 기존 시스템에서 앞으로 오게 될 자율주행자동차(운전자 보조 역할 혹은 대신하게 될 시스템)까지의 융합적 진보적 모델을 일컫는다.자동차 산업의 EV(electric vehicle)·자율주행 자동차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주요국 정부의 산업정책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이를 대변하는 것이 산업연구원 정책 자료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환경, 연비, 안전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높은 수준의 편의성을 요구함에 따라 자동차 기업들은 기술, 공정, 제품,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가속화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표준 제정, 지식재산권 보호, 투자 확대 등 합종연횡이 강화되는 추세이다.이렇게 국내 자동차 산업이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다. 2015년 광업·제조업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업체 수는 4천660개로 제조업체 가운데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전체 고용의 11.8%에 해당하는 34만8천명이 자동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 전체 생산액의 13.5%, 부가가치액의 12.0%를 담당하고 있으며, 수출은 제조업 가운데 제일 높은 13.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뒷받침돼야 할 산업의 육성 방향은 아직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앞으로도 자동차 산업에 뜨거운 화두가 될 친환경(EV)·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홍보 부족, 기술과 제품 로드맵의 미완, 공급기업의 혁신역량 저하, 관련 기업 간 협업 부진 등 여러 문제점이 초기시장 창출과 성장 사다리의 구축을 저해하고 있어 통합적 관점에서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며, 핵심 대기업이 주도해 온 산업생태계를 필히 개방형 생태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아울러 대기업은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사업과 연계하여 협력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고, 생산성 제고를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협력기업을 단순한 하청기업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여 협력사와 자원을 공유하면서 동반성장할 수 있는 성장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성공적인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신동준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 스마트자동차과 교수신동준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 스마트자동차과 교수

2019-01-24 신동준

[풍경이 있는 에세이]부석사, 무량수전과 삼층석탑

신라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명찰지형따라 훤히 드러난 능선에 자리깨우침 스스로 찾아보라는듯 무심석탑에 마음 두고 머물고 싶었는데답조차 못 얻은채 걸음만 천근만근서두를 걸 그랬다. 날은 어두워지고 산속 낯선 길 위로 눈발이 유령처럼 흩날린다. 기온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어떻게든 눈을 피해야 하는데 갈수록 산은 높아지고 쌓인 눈만큼 길은 미끄럽다. 사륜구동을 믿어보지만 브레이크에 살짝 발만 올려도 차는 춤을 춘다. 그렇게 크고 작은 고개를 몇 개나 넘었지만 대책이 없다. 이럴 땐 전진하는 수밖에. 첩첩산중이라 차들은 끊기고 휘어진 고개는 쌓인 눈으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이럴 때 마음 상태는 짜릿한 공포와 야릇한 희열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나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한파주의보에 눈이 쌓인 미끄러운 시골 밤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온몸으로 알았기 때문이다.두 번째 방문하는 부석사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입장이 가능했다. 어느 해 여름에 갔었고 이번에는 그와 반대인 한겨울이다. 내륙이고 오지이긴 하지만 몇 구간을 제외하면 도처에 고속도로가 연결되어있어 전에 비해 거리와 시간이 단축된 건 사실이다.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부석사(浮石寺)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무량수전이 있고 그 뒤로 3층 석탑, 배흘림기둥, 당간지주, 아미타여래좌상, 석등, 선묘각과 부석, 안양루, 범종각, 원융국사비 등등 국보급 보물이 보관되어있는 고찰이다. 불교에서 산에 사찰을 세우는 걸 두고 '산을 연다'는 의미로 '개산(開山)한다'고 했던가. 대부분의 사찰은 깊은 산속에 숨어있기 마련이지만 부석사는 지형을 따라 사찰건물이 훤히 드러나는 산능선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특성이다. 특히 무량수전 뒤 대형바위와 우람한 거목들은 사찰의 연륜을 말하는 듯하다. 봄여름가을은 숲이 우람해 볼만할 테지만 지금처럼 겨울에 찾아와 다른 계절을 상상하는 것도 여행의 맛이다. 신라의 삼국통일기인 67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당나라 종남산 화엄사에서 지엄을 스승으로 모시고 불도를 닦은 의상이 당나라가 신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하고자 돌아온 뒤 여러 해 전국을 다니던 중 마침내 이곳을 수도처로 정했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부석사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명찰이다. 이는 창건 의지가 분명하고, 그 터와 1천300년을 넘게 지켜온 가람이 종교적 신념을 고스란히 받들어 지금까지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무량수전과 조사당은 고려시대의 건축물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목조건축사에서 시조격에 해당하지만 너무 협소하고 낡아 1916년 해체 수리하였고, 무량수전 서쪽에 있던 취원루를 동쪽으로 옮기면서 취현암이라 부른다. 그 후 전체 사역을 정비하면서 일주문과 천왕문, 승당 등을 신축하였고 근래에는 유물각을 개수 유물전시각으로 새 단장을 했다.특히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기둥 3분의 1높이가 제일 굵고 위는 아래보다 가늘다. 기둥에 배흘림을 두는 것은 구조상의 안정과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한 심미적인 착상에서 나온 기법으로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이미 기둥의 배흘림이 나타나며 부석사 무량수전은 그 시대 대표적 건물로 손꼽힌다)은 눈여겨 볼만하다. 또한 부석사 경내는 9세기 전의 것으로 보이는 대석단을 비롯 아름다운 석물들이 많지만 그 중 무량수전 앞마당의 석등은 절 초입의 당간지주와 함께 미적 감각이 빼어나다. 내가 특별히 마음을 담아 보았던 것은 무량수전 동쪽 산 아래 자리를 잡은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 각 면과 모서리가 마모된 삼층석탑이다. 석탑을 돌며 무량수전과 첩첩 소백산 능선을 바라보노라니 그때서야 마음이 차분해진다. 스님이 계시면 삼층석탑에 대한 전설 한자락 청하고 싶었으나 무량수전도 문이 닫히고 염불소리도 없는 부석사는 내게 깨우침을 얻고 싶다면 스스로 찾아보라는 듯 무심하기만 하다. 삼층 석탑에 마음 내려놓고 오래 머물고 싶었는데 나는 오늘의 화두에 작은 답조차 얻지 못한 채 절을 나와야만 했다. 갈 길은 먼데 무엇이 그토록 가슴을 짓누르는지 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김인자 시인·여행가김인자 시인·여행가

2019-01-24 김인자

[참성단]공포의 스튜어드십 코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일지언정 '집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재벌가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야망, 이들의 비밀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집사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주요 캐릭터다. 사회성 짙은 영화를 주로 만드는 임승수 감독의 '하녀'에서 윤여정이 맡은 역할이 그런 경우다. 타락한 재벌가에서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하녀를 지켜보는 집사 윤여정은 영화의 큰 기둥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집사가 칼을 들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한다면 공포영화나 막장드라마가 되기 십상이다.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 가치 증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재산을 마치 '집사(Steward)'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친구나 삶의 동반자처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주주권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집사가 칼을 빼려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한 이후다.재계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 문 대통령이 삼성·현대차 등의 고충을 경청하며 "내가 수소차 홍보 모델"이라고 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날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해선 안 된다는 재계의 말을 대통령이 경청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반발하자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국민 노후자금 637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에게 당장 스튜어드십 코드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 무엇보다 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5%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손실을 낸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정작 중요한 수익률엔 무관심한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맡겨도 되는지 걱정되는 이유다. 그런 국민연금이 변심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로맨스 영화가 순식간에 공포영화나 막장드라마가 될 우려가 커졌다. 칼은 잘 쓰면 약이 된다. 하지만 잘못 쓰면 회생불능의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것을 정부나 국민연금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4 이영재

[춘추칼럼]당신의 정원은 어디입니까?

올해는 수많은 현안 방향 가름하는 시기될듯국가·지역사회 책임지는 '정원사' 역할 중요이제 '우리의 정원'에 쓰레기·돌 던지지 말고팔 걷어붙이고 돌멩이·잡초 솎아내야 한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원은 정원사가 씨앗을 뭉텅뭉텅 뿌려놔 싹이 나온 곳만 뒤엉킨 채 열매를 맺었고 뿌려지지 않은 곳엔 새싹조차 돋지 않았다. 제대로 된 정원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돋아난 열매조차 시들하여 그것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원을 제대로 가꾸고 노력할 의지가 없는 정원사는 '올해 농사가 제대로 안되면 다음에 다시 하지 뭐'라는 막연하고도 안이한 생각으로 임하기에 정원은 제대로 가꿔지지 않는다."'민주주의의 정원'(에릭 리우·닉 하나우어, 김문주 옮김, 2017, 웅진지식하우스)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우리의 '정원'은 어떤 상태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속한 사회의 풍경을 보노라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정원의 곳곳이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훼손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2019년 기해년은 '우리의 정원'이 더 황폐하게 될지, 아니면 아름다운 장소로 변모하는 기반을 다질 것인지 흐름이 드러나는 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넘어 보수정부와 개혁정부의 중심이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와 현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가름하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청년실업과 고령화, 젠더·페미니즘, 입시교육, 부동산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고 있는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누군가는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재 나와 관련된 문제만을 인식하거나 문제 삼는 데 급급한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인식과는 별개로 개별적인 수준이 아니라 쓰나미처럼 전면적으로 밀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더라도 결국 나의 문제가 될 것이며, 내 가족의 문제가 될 것이며, 우리 이웃의 문제가 될 것이다. 정원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정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원사는 국가와 지역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나 도지사, 시장 등이 그들일 것이고, 국회의원과 시의원, 도의원, 구의원 등도 해당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상당 부분 결정하고 책임지고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시에 행정의 영역에서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일상의 영역이며 자율의 영역이다. 개인 혹은 커뮤니티의 일상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이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된다. 시민정치, 마을활동, 사회적경제, 독서, 교육운동, 인문활동, 문화, 예술 등 그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그들이 바로 또 다른 의미의 '정원사'가 되는 것이다."훌륭한 정원사는 절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정원에 대해 책임을 진다. 또한 날씨와 환경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맞춰간다. 아름다운 정원은 지속적인 투자와 개선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훌륭한 정원사는 흙을 갈아엎고 여러 식물을 바꿔가며 심는다."우리의 정원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복합적 관점과 더불어 구체적인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오늘날 정원사는 '날씨'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건강한 수많은 정원사가 등장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건강한 개인이 많아져야 한다. 건강한 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정원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이해하는 역량을 갖추고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신체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이제 우리는 자문해봐야 한다. '나의 정원은 어디인가?' 그 정원을 가꿀 생각은 하지 않고 정원사만 욕하고 돌만 던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물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정원'에 쓰레기를 버리고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팔을 걷고 신발을 벗고 그 정원에 들어가서 잡초를 제거하고 돌멩이를 솎아내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사회는 당신이 행동하는 대로 만들어진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9-01-24 권경우

[발언대]'중석몰촉(中石沒鏃)' 새해 중소기업의 다짐

기해년 '황금돼지해'가 밝았다. 돼지는 예로부터 하늘에 바치는 신성한 제물인 데다, 행운의 근원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집안에 부(富)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생각해 오고 있다. 새해가 되면 경제가 살아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건 매년 한결같은 마음이겠지만, 그래서인지 '황금돼지해'인 올해는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복과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라는 심정이 각별하다. 특히, 음지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마음 놓고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중석몰촉(中石沒鏃)'을 선택했다. 사기(史記) '이광열전'에 실려 있는 고사인 '중석몰촉'은 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혔다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중소기업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중소기업만이 희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야 하고, 중소기업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중소기업 스스로도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에 더해 내수침체, 미·중 무역전쟁 등 작금의 경제환경이 여러 가지로 녹록지 않지만,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적응하고 선제적으로 해답을 찾는다면 위기는 다시 기회로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각별한 듯하다. 전체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중석몰촉'의 정신으로 전력을 다한다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재물과 행운을 상징하는 기해년 한 해, 정부와 지자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합심해 활력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해 본다./황현배 중기중앙회 인천지역회장황현배 중기중앙회 인천지역회장

2019-01-24 황현배

[오늘의 창]브레이크 밟아야 할 지방의회 해외연수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의 해외 연수 가이드 폭행 파문을 계기로 인천에서도 광역·기초의회 해외 연수의 민낯이 드러났다.각 의회의 연수 결과 보고서를 조사해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출처 모를 글을 짜깁기해 만든 게 대다수였다. 지금껏 해외 연수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계획만 그럴듯하게 짜놓은 속 빈 강정이었던 셈이다.시민 세금으로 마련된 의회 운영예산을 쌈짓돈처럼 써가며 외유성 연수를 다녀왔다는 실태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선진지 시찰, 우호 교류라는 해외 연수 명분도 이제는 설득력을 잃었다.이런 가운데 최근 인천시의회를 비롯한 인천 10개 군·구 기초의회가 지방의회 해외연수 관련 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힌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의원 스스로 해외연수 계획을 심사하는 '셀프심사' 관행을 없애고, 외유성 일정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1인당 해외연수 예산(650만원)을 편성했다고 알려진 인천 동구의회를 비롯한 각 기초의회가 올해 해외 연수를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인천시 군·구의장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송광식 동구의회 의장은 "시민들이 원하는 게 전체적으로 취소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동료 의원들과 잘 상의해 해외 연수를 가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각 지방의회별로 숱하게 다녀왔던 해외 연수가 인천에 무엇 하나라도 남겼는지를 돌아본다면 이제 해외로 나간다는 발상은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의원 1명당 수백만원의 예산으로 그랜드캐니언이나 할리우드, 오페라하우스를 다녀와서 인천 관광을 살리겠다고 한다면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지방의회가 내실 있는 운영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발걸음으로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야 한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9-01-23 김민재

[데스크 칼럼]잘나가서 행복하십니까?

정부, 첨단기술 혁신에 과감한 투자 계획거리 먼 '평범한' 기업 구성원 소외감 느껴어려운쪽 손잡기보다 잘나가는 쪽 힘 보태일을 하는 이유, 본래 의미 되찾는 일 먼저아주 크고 잘나가는 회사가 있다. 세계적인 첨단 기술력을 가졌고, 직원도 수천 명이다. 수출도 많이 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직원들 급여와 복지도 훌륭하다. 하지만 첨단 기술에서 다른 기업들에 밀리지 않으려고 임직원들은 밤이고 낮이고 정신없이 일한다. 일에 대한 심적인 압박감이 커서 몇 년 만에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다. 나이가 40대 후반만 돼도 '퇴물' 취급을 당하기 일쑤고, 눈치를 보다 못해 사직서를 낸다. 엄청난 이익을 내지만 상당 부분이 투자자들에게 분배되거나 신규 시설에 투자하기 때문에 가족처럼 일해야 할 협력업체들은 어렵기만 하다. 또 다른 회사가 있다. 특별히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많이 쓰는 생활용품을 정성껏 만들어 낸다. 비슷한 중국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서 시장에서 꽤 잘 팔려나간다. 10여 명의 직원 중 대부분은 벌써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름도 못 들어본 회사라고 하지만 다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며 일 해왔다. 몇몇 임원들은 이 회사에서 자녀들도 함께 일하게 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느새 다른 직원들과 한가족이 됐다. 작지만 '우리' 회사다. 특별히 어느 회사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그냥 '보통'의 모습이다. 물론 대기업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중소기업들 중에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게 최선이고 중소기업에 다니면 '덜 행복하다'가 아니라는 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저 우리가 잘나가는 회사의 어두운 면, 평범한 회사에 있는 행복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성장을 위한 키워드로 '혁신'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간 반도체가 전망이 좋지 않으니 5G, 수소차·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 가상현실, 스마트공장, 드론 등등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도 이런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기술 혁신에 몇 조원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창업 초기 벤처기업이나 일류 기술에 도전하는 기업,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첨단 대기업들에게 힘이 나게 하는 소식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씁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대열에 끼어들기 어려운 수없이 많은 '평범한' 기업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은 5G니 수소차니 자율주행이니 하는 첨단기술이나 거창한 정부의 지원계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혁신이 강조되고 통 큰 지원계획이 발표될 때 마다, 이들은 소외감을 삭히느라 쓴 소주잔을 기울인다. 함께 살고 있지만, 그늘에 가려 점점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바로 우리 이웃이고 가족인 그들인데, 숫자로 쳐도 훨씬 많은 그들인데, 자꾸만 우리 시야에서는 멀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포용'을 이야기했다. 이런 '평범한' 기업이나 사람들까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1등 지상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어려운 쪽의 손을 잡기보다, 잘나가는 쪽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다가 자칫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혁신적 포용국가'에서 '포용'이 쏙 빠지고, '사람중심 경제'에서 '사람중심'이 쏙 빠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앞서 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가기만 할 뿐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 일이 더 급해 보인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9-01-23 박상일

[참성단]인공강우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청와대 경내를 25분간 산책했다. 재계와의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였지만 여론의 반응은 뜨악했다. 그날 수도권엔 사흘째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동됐다. 전국이 미세먼지에 갇혔고 거리엔 인적이 사라졌다. 마스크도 없이 산책을 감행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을 지켜보는 여론은 걱정과 실소가 엇갈렸다.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자 대통령도 초조했나 보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인공강우 등 새로운 방안을 연구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질책성 하명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25일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고 발표했다.인공강우의 원리는 간단하다. 아주 작은 물방울인 구름 입자는 100만개 이상이 모여야 빗방울이나 눈이 된 뒤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진다. 구름 입자를 강제로 뭉치게 하는 것이 인공강우의 핵심이다.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입자를 매개로 구름 입자를 모으는 방식이 보편적이다.원리는 간단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중국은 요오드화은 로켓을 발사해 미리 비를 내리는 방식으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날씨를 관리했지만, 황사 피해를 막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본이 갈수기에 댐을 채우려 인공강우를 활용하는 정도다. 무엇보다 구름이 없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다. 또 은(銀)화합물인 요오드화은 자체가 고가인데다 대량살포에 따른 환경오염도 문제다. 특히 미세먼지 대책으로 인공강우가 의미있는지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다.임기내 미세먼지 30% 감축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미세먼지가 자욱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을 것이다. 인공강우 실험이라도 해 보라는 독촉에 담긴 조바심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 이벤트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실천할 근본대책을 만드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혹시 며칠 뒤 서해바다 어디에서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면 대통령의 선물이라 여기면 되겠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23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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