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글밭]올바른 변화의 시작, 소통

소통은 2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함과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을 뜻한다. '국민과의 소통' '주민과의 소통'이 정부나 지자체의 주요목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소통'이 긴 시간 화두가 되는 것은 결국 긴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직도 '국민과의 소통'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그리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느 조직이든 책임자에게 '당신의 조직은 소통이 잘 되고 있는가' 묻는다면 대부분 아주 잘 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책임자그룹을 제외한 구성원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소통이 잘 안돼서 죽겠다는 대답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왜 이런 엇갈리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일까. 책임자는 일방적인 자기주장 표출을 소통이라 여기기 쉽고, 구성원은 자기의견 표출보다는 다만 지시에 순응하는 게 조직생활의 비결이라는 걸 체험으로 간파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국민과 지역주민의 의견은 권력의 입맛에 따라 수용되거나 배척되기 마련이다.발전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마냥 머물러 있는 것은 퇴보되는 게 순리이다. 지자체의 발전방향이라고 다를 게 없다. 가능한 모든 정책을 새로운 의견에 견줘보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의욕으로 갈고닦아 나가야 한다. 재빨리 바꿔야 할 것과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것을 구분해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새로운 의견을 합리적으로 도출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반의 구성원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자체의 변화와 발전은 오직 공무원만의 의무이거나 권한이 아니다.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의 의무이며 권한이다. 지역사회 의견이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으로 변질된다면 결코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또 지자체의 행정이 조직의 편의를 우선한다면 결코 좋은 정책이 수립되거나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의견은 공익으로 집결되어야 할 것이며, 지자체의 행정은 실질적 지역발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갖고 있다. 소통과 관련된 대표적 격언, 두 배로 듣고 절반만 말하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이다. 원활한 소통은 결국 타인의 입장은 곱절로, 자신의 입장은 절반으로 조합해야 가능해진다. 도로 정체현상 때, 운전자마다 내 입장은 절반으로 줄이고 다른 운전자의 입장을 곱절로 배려하면 모두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이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양평군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어떻게 지역발전 방향을 잡고 어떤 정책을 앞세워야 할지 고민이 깊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지자체와 공직사회는 권위의식과 편의는 절반으로 줄이되 지역주민의 의견과 입장을 곱절로 듣고 곱절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는 개인과 특정집단의 견해와 이익추구는 절반으로 줄이되 공동의 이익을 곱절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법과 예산의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지자체와 공직사회의 입장을 곱절의 성의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상호 간의 양보와 배려가 지역사회 소통의 원천이며 동시에 지역발전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조규수 양평군 홍보감사담당관조규수 양평군 홍보감사담당관

2018-09-27 조규수

[참성단]방탄소년단(BTS)의 UN연설 메시지

방탄소년단(BTS)의 성공가도가 어디에 이를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한해에만 두번이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유엔총회 연설로 세계적인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대한민국 7인조 보이그룹 BTS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7분 연설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룹의 리더 RM(김남준)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하자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다"고 암울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RM의 연설은 BTS의 성장통을 그대로 담아낸 진정성 때문에 울림이 컸다. 2013년 데뷔할 당시 중소기획사의 그룹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방탄소년단은 멤버 7명 중 서울 출신이 전무하다. 하지만 청소년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하는 앨범을 발표하며, 멤버 전원이 SNS와 온라인 1인방송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저변을 넓혔다. 사투리 교정에 실패한 4명의 경상도 출신 멤버 2명은 경상도 사투리 배우기 개인방송을 할 정도로 자기 정체성이 확고했다. RM의 유려한 영어 실력은 해외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멤버 각자의 노력이 그룹의 에너지로 모이자 폭발력이 세계로 확장됐다.스스로를 사랑하며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라"는 방탄소년단 김남준의 UN연설은 절망하는 지구촌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이자 절망의 밤하늘에 뜬 별자리가 됐을 것이다.그러나 모두가 BTS가 될 수 없고, 사실 BTS의 성취는 별 만큼이나 멀고 특별하다. 중요한 건 BTS의 메시지를 현실로 환원할 국가와 사회의 책무다. 추석연휴 취업 잔소리에 격분해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한 청년의 비극이 있었다. '3포세대'를 넘어 포기할게 너무 많아 'N포세대'라는 한국 청년들에게 제대로 방탄 역할을 하는지, 공존의 사다리를 매달아주고 있는지 국가와 사회의 성찰이 깊어질 때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9-26 윤인수

[경제전망대]직장 갑질에서 이기는 법

교활한 가해행위 적발 어려워직장내 괴롭힘 방지·피해자 보호국회, 법적 조치 다양하게 논의중법 효력 거두려면 기관장 리더십건강한 노조 반드시 뒷받침돼야"송곳 하나 꽂을 자리도 내주지 않아요." 그 말 이후로 후배는 연구 분야 구직을 단념하고 막노동을 시작했다. 직장 갑질에 정당방위를 한 것이 그를 '사회적 전과자'로 만든 것이다. 지난 폭염. 쉴 시간인 듯하여 점심시간에 전화했더니 "그나마 이런 일도 너무 덥다고 하지 않는대요." 힘없는 숨결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쉬는 날엔 아내 직장, 아이 둘 밥 먹여 학교 보내고 근처 목공 작업장에 간다. 아내가 직장을 잡은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자식에 대한 욕심을 접었다. 사교육이 부실하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기 힘들 것이다. 이런 부모가 자식 덕을 기대하는 건 염치가 없는 짓이다. 서울에 남겨둔 아파트값이 오르는 게 유일한 힘이 된다. 다행히 작은 아파트라 보유세니 종부세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 때, 아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 내내 맴돈다. "그 아파트가 반은 은행 건데, 이대로이면 언제나 우리 거가 되나."직장 상사의 갑질을 위에 호소했더니 "시집이나 가지 그래." 하더란다. 그 상사가 전에 괴롭힌 직원도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이직을 했다. 진료 기록이 남으면 혼인에 방해될까 봐 정신과를 찾지 못한다는 30대 공공기관 직원. 직장 따라 지방으로 내려오니 소개 들어오는 남자도 거의 없다. 평범한 남자 만나 맞벌이하면서 아이 낳고 지금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 상사를 생각하면 비정규직으로 가더라도 이직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더욱 결혼을 못 할까 싶어 꾹꾹 참는다. 괴롭힘을 벗어나고자 찾아본 것이 근로기준법이었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 등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규정이나 정의조차 없었다. 황당하고 답답했다. 다행히 최근 '직장갑질119'라는 민간공익단체가 발족했다는 걸 알았지만 거기에 하소연할지 망설여진다. 섣불리 문제를 밖에 가져가면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성격이 보수적이고 공공기관에 있어서인지 웬만하면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고 싶다. 하지만 이제 문제를 호소할 데는 기관장인데 평소 관계를 보면 같은 편일 듯하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본인 역량을 살리지 못하는 다른 부서로 보내지면 계속 떠돌 것 같다. 결국, 그 상사와 죽이 맞아 나를 따돌리는 옆자리 직원을 내 자리에 앉히려는 상사의 계획대로 되는 셈이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정규직전환 같은 무겁고 커다란 개념이 경제와 일자리 논의의 중심을 잡고 있다.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거나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어느 하나도 지금 형편에서는 계획대로 풀려나갈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집값과 일자리 통계에 온 힘을 쏟으며 일희일비할 때 현장에서는 기존의 권위와 위계가 더욱 '자유'를 누리며 강익강약익약(强益强弱益弱)을 만들어낸다. 직장갑질은 같은 부서에서 구성원 대 구성원 사이에 교활하고 내부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가해 행위를 잡아내기 어렵다. 더욱이, 가해자를 깨닫게 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가해자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열등감이 높거나 가정이 원만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문제를 직장의 약자를 통해 배출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깔려있다. 직장갑질이 기본적으로 약자의 문제인데, 한국 사회가 강자인 가해자에 대해 심리치료를 결행할 사회적 의지가 조직화 되어 있을지? 이런 연유로,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법일 것이다. 늦었지만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근로자 보호를 다루는 법률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런 법일수록 현장의 성격이 법의 실효성을 결정한다. 기관장의 포용적 리더십과 건강한 노조가 뒷받침되어야 이 법이 제 역할을 할 터이다. 그게 안 된다면, 안타깝지만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할 수밖에 없다. 더는, 그 직원의 마음에 이지러지고 차가운 한가위 달이 떠오르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러니 그대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꿋꿋하여라, 때론 살아있는 그 자체가 싸움에서 이기는 법./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2018-09-26 조승헌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명야유성: 천명이지만 본성이 있다

한 일 없이 가을밤에 보름달만 쳐다본 것이 벌써 몇 해인가? 생각이 심각해지니 오늘은 인간의 본질적 주제인 천명과 본성에 대해 소개해본다. 성명(性命)은 동양철학의 핵심주제이며 인간의 본질에 관한 화두이다. 성(性)은 성리(性理)적 의미인데 누구나 지니고 있는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존재로 파악된다. 이에 비해 명(命)은 기수(氣數)적 의미인데 사람마다 다 다르게 타고난 이질적 존재로 파악된다. 성(性)이 일체를 수용하는 자유에 가깝다면 명(命)은 일정한 절도가 있는 구속에 가깝다. 본성은 사람이 얻고자 노력하면 얻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명은 얻고자 노력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종류가 아니다. 그래서 맹자는 천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그리 되는 것이 천(天)이고(莫之爲而爲者天也) 이르려 하지 않았는데도 그곳에 이르는 것이 명(命)이다(莫之致而至者命也)." 결국 천명이란 나의 본성과 관계없이 유행하는 비교적 현실적 기수(氣數)의 세계로 드러난다. 공자가 "죽고 사는 것은 명에 달려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천명(天命)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천명에만 매어서 살 것인가? 맹자는 천명은 따르되 더 중요한 것은 본성을 되찾는 것인데 사람들은 거꾸로 한다고 생각했다. 구해도 얻지 못할 명(命)은 욕심을 내어 구하려 들고 배워서 깨달아 알 수 있는 성(性)은 포기해버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인(聖人)들이 천도를 깨닫는 일이 물론 천명(天命)에 가까운 부분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지닌 본성(本性)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일을 천명으로만 돌려 포기하지 말고 힘써 공부하라는 뜻이다. 몽고인들의 시력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타고난 것이 천명인데 본성이라 여겨 나의 시력도 그리되길 바라고 성인의 깨달음은 우리도 지니고 있는 본성에 근거한 것인데 천명으로 여겨 멀리한다는 뜻이다. 성인의 출세도 천명이긴 하나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똑같은 본성이 있음에 근거한 것임을 늘 잊지 말고 공부하라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9-26 철산 최정준

[열린글밭]미래의 웰빙을 위한 현재의 선택

요즈음 웰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니 욜로(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니 워라밸(Work-Life-Balance)이니 하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런 신조어로 삶의 지향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 의미를 어떻게 내면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여 가벼움과 순간을 소비하며 행복의 전체를 운운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일과 삶을 단절로 파악하고 칼퇴근을 행복의 충분조건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그런 직장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가정과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근로시간 단축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인 사회 시스템을 내려놓고 다양한 삶의 가치가 존중될 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힘겨운 몸짓과 연대할 때 비로소 행복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웰빙에 대한 물음을 '잘 산다는 건 무엇이고 그 조건은 무엇인가'로 바꿔보고 해답을 고민해 볼 때 유의미한 내용을 얻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물질적 풍요나 건강만으로 행복을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삶을 다층적 함의로 읽고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은 각자의 세계관과 정의관에 비추어 삶에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보다 많은 구성원이 차별과 소외를 느끼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을 비롯한 민간영역도 영업이익을 노동자와 합리적으로 나누고 일과 삶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는 11월 27일부터 3일간 송도에서 열리는 '제6차 OECD 세계포럼'은 이를 논의하고 확산하는 장이 될 것이다.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의 웰빙 동향을 파악한 'How's Life?'를 2011년부터 격년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OECD는 '물질적 조건'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교육과 기술, 사회적 관계,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 환경의 질 등으로 구성된 '삶의 질'로 나눠 총 11가지 영역 24개 지표를 국가별로 조사, 분석, 비교하고 있다. 여기에서 삶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느냐를 보는 것은 물론 누가 얼마만큼 나아지고 있는지 또는 그렇지 못한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 장년층과 청소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교육수준이 다른 사람들의 차이를 읽어야 한다.GDP는 한 나라의 후생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GDP를 기초로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 개론 수준의 지식으로도 여러 문제를 쉽게 추론할 수 있다. GDP는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계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에서 이뤄지는 행위, 여가와 자원봉사 활동 등이 사회발전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리고 GDP는 생산활동으로 부의 증가는 가져왔지만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상계하지 않는다. 나아가 GDP에도 어느 정도까지 소득이 증가하고 나면 행복은 체감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따라서 소득 증가와 더불어 '삶의 질'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갑질이니 흙수저니 헬조선이니 하는 말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사회에서는 OECD처럼 '삶의 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웰빙의 우선 지표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누구든 혼자 밤길을 걸을 때조차 안전하다고 느끼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규칙을 정할 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차원의 웰빙을 넘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성장에 따른 다양한 삶의 기회가 각계각층에 고르게 나눠지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시대의 과제로 요청해야 한다. 이제는 정태적 웰빙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는 웰두잉(well-doing)이어야 하지 않을까. 미래의 웰빙은 현재의 선택에 달려 있다./김성배 문화비평가김성배 문화비평가

2018-09-26 김성배

[기고]청탁금지법 시행 2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청렴한 미래를 기대하며

올해도 벌써 9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9월 하면 떠오르는 것은, 민족 대명절인 '추석'과 함께 2016년 9월에 시행된 '청탁금지법' 일 것이다.당시 본인은 감사담당관(청탁방지담당관)으로서 법 적용 대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적용 범위나 금액의 한도 등에서도 어느 기준으로 적용할지 몰라 쇄도하는 기관장 및 직원들의 문의로 힘들었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적극 협조를 통해 전문강사 교육, 매뉴얼 배포, 해석사례 전파를 함으로써 청탁금지법을 조속히 정착시켰고 직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온 국민과 공직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모습이지만 정부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국가청렴위원회를 신설,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국제투명성기구(IT)가 지난 2월에 발표한 '2017 부패인식지수(2017 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 의하면 뉴질랜드와 덴마크가 각각 청렴한 국가 1, 2위를 차지했으며 프랑스, 노르웨이, 스위스가 공동 3위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52위에서 51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외형적으로 이루어진 급격한 성장에 비해 내면적으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통계일 수도 있다.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7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에 의하면 '종합청렴도'가 10점 만점에 7.94, 민원인이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외부청렴도'는 10점 만점에 8.13으로 전년 대비 각각 0.09가 상승했다. 세부적으로는 공무원의 81%가 '인맥을 통한 부정청탁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민원인의 금품 제공률은 전년도 대비 0.70%에서 0.46%로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학부모의 83%가 '학교에서 촌지가 사라졌다'고 답하는 등 교육현장도 전반적으로 청렴해졌다고 보여진다.지난 1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가액 범위가 3·5·10만원이던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각각 3·5·5만원으로 개정되었다. 단, 농축수산물·농축수산가공품 등의 선물 상한액은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는 농축수산물 영향업종의 소득 감소를 보완한 것으로, 청탁금지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맞이한 올해 설에는 지난해 추석보다 5만~10만원 미만 가격의 농식품 선물세트 구매가 증가했으며, 올 추석 연휴에도 우리 농산물 소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는 청탁금지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시행착오를 보완한 것으로, 청렴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부분일 것이다.이러한 청탁금지법 시행 2주년 및 시행령 개정에 발맞춰 우리 경기남부보훈지청에서도 전 직원들의 반부패 청렴서약 결의 다짐, 청렴 사이버교육, 반부패·청렴 데이, 청렴 사적지 탐방, 청렴계단 설치 등 다양한 청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시민들과 함께하는 각종 청렴 캠페인 전개, 청렴 유튜브 영상 제작, 청렴 가온길 조성 등 공직자의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청렴봉투, 청렴명패 및 명함 등을 제작·활용하고, 오는 10월에는 남양주시 다산 공·렴(公廉) 아카데미에서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원 교육을 수료할 예정이다."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는 것이 청렴을 손상시키고, 주어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될 때 주는 것은 은혜를 손상시키며, 죽어도 되고 죽지 않아도 될 때 죽는 것은 용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다."위의 글은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중국 철학자 맹자의 청렴 어록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청렴(淸廉)'이라는 단어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는 뜻이다. 2천300여 년 전, 맹자가 우리에게 문맥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청렴의 방법을 남긴 것이 아닌가 싶다. 청탁금지법 시행 2주년을 즈음해, 이 글을 되새기며 다양한 청렴 활동으로 청렴한 내면화 실천과 깨끗한 공직사회 정착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청렴한 미래를 기대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직자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나치만 경기남부보훈지청장나치만 경기남부보훈지청장

2018-09-26 나치만

[풍경이 있는 에세이]메리골드와 칠장사의 가을

사찰의 고요함과 어울리지 않게정열적으로 마당 가득한 서양꽃아무리 매혹적으로 다가와도오래전 스승과 경내 거닐며 나눴던 엄숙하고 따듯한 순간 어찌 잊으랴문을 나서자 바람이 내 손을 잡아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매번 그토록 그리워하는 칠장사(七長寺)는 가을에만 가게 되는지, 칠장사로 가는 길목엔 지친 초록이 누렇게 바래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산도 들판도 고개를 숙인 벼도 황금색을 띠고 가을꽃들은 또 얼마나 형형색색 찬란한지.국도를 따라 칠장사를 찾아가는 길인데 닿고 보니 팜랜드다. 이참에 꽃구경이나 하고 갈까 하여 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천지가 코스모스와 메리골드(금잔화)다. 신이 좋아하는 꽃이라 그런가, 메리골드는 늘 저토록 정열적이어서 마치 플라멩코를 추는 무희를 연상하게 한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가엾은 애정', '이별의 슬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모두가 붉어 치정 같기만 하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편지도 쓰고 싶고 꽃 앞에서 그대에게 다 주고 싶었는데 빈손이라는 걸 자각하는 순간 허탈감이 밀려온다. 팜랜드에서 꽃구경 맘껏 하고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칠장사로 향한다. 지난해도 딱 이맘때 나는 이 길을 따라 칠장사에 갔고 발길 닿는 곳마다 코스모스와 금잔화가 나를 반겼다. 코스모스가 인간이 좋아하는 꽃이라면 금잔화는 신이 좋아하는 꽃일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인도를 여행한 후에 생겨난 믿음이다. 인도에선 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메리골드를 꼽는다. 가난뱅이나 부자나 꽃을 바치는 나라, 그들은 아침마다 신전에 나가 기도를 드릴 때 자신이 먹을 빵보다 꽃을 먼저 사고 그 꽃을 신에게 바친다. 나의 기쁨보다는 당신을 기쁘게 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기도가 되고 소망이 되는 그들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칠현산자락 경사면에 자리를 잡은 고찰 칠장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龍珠寺)의 말사로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고려 초기 혜소국사가 현재의 비각 자리 백련암에서 수도할 때 찾아왔던 7명의 악인을 교화시켜 도를 깨달았다 하여 칠현이 되었고 그리하여 칠현산이다.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1014년 이 절을 크게 중창, 그 후 중건과 중수를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재 당우로는 대웅전, 원통전, 명부전, 응향각, 천왕문, 요사채 등이 있다. 이 중 대웅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웅장한 규모, 우아한 조각과 채색미가 돋보인다. 천왕문 내의 소조사천왕상은 경기도 유형문화재다. 이 밖에도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인목대비의 친필 족자를 비롯하여 당간지주와 많은 부도군이 있다. 이 중 족자는 인목대비가 이 절에 와서 수양할 때 쓴 친필로 전해진다. 또한, 절 입구에 있는 14기의 부도와 절 뒤편의 많은 부도탑 철당간지주 등은 이 절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부속 암자로 명적암, 극락암, 백련암이 있다. 가을 오후,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칠장사는 고요에 묻히기 시작한다. 지금은 지상에 아니 계시는 스승님께서 나를 칠장사로 안내한 어느 청춘의 가을 오후는 오늘처럼 하늘이 높고 파랬다. 그날 대웅전 앞에서 내게 주신 말씀 역시 삶과 문학(詩)에 대한 것이었는데, 사랑이든 문학이든 아름답게 미칠 수 있어야 한다 하셨다. 하면 나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미친 듯 살았던가. 아니었던가. 아이들 단체 소풍으로 소란했던 팜랜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칠장사 경내를 느리게 걷다 보니 비로소 이곳이 내 자린가 싶은 안온함이 밀려들었다. 해는 사라졌지만 사찰의 고요와 그 고요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마당 가득한 서양 꽃 메리골드, 훗날 안성의 이 가을을 떠올리면 메리골드가 먼저 생각날 것만 같다. 그러나 메리골드가 아무리 매혹적이어도 오래전 스승과 경내를 거닐며 나눈 그 엄숙하고 따듯한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가을이라는 또 한 번의 축제, 스승은 떠나고 메리골드 가득한 고찰에 잠시 불시착한 나만이 지상의 피안을 걷고 또 걷는 늦은 오후./김인자 시인·여행가김인자 시인·여행가

2018-09-20 김인자

[기고]흥과 문화가 있는 섬마을을 위하여

올해 두번째인 대이작도 음악회무대엔 섬주민들의 열정 넘쳐나뭍사람들에게는 쉼이 되고섬사람들에게는 삶이 되는 섬더이상 서럽고 소외되지 않길 희망섬은 서럽다. 이래저래 소외되고 외면당했다. 섭섭하여 그 이름도 섬이 되었다. 섬 주민들의 이야기다. 한편 뭍사람들에게 섬은 쉼이다. 짧은 머무름에도 위안과 위로를 받는다. 나도 가끔 잠시 섬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누구 말마따나 일어'섬'이다. 태풍 '솔릭'이 한바탕 난리를 치고 지나간 지난 8월 말,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아름다운 섬 대이작도에서 섬마을 음악회가 열렸다. 이미자 선생은 1966년 방송된 KBS 라디오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의 동명 주제가를 불렀다. 곡은 일주일 만에 히트했다. 드라마와 노래가 히트하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고(故) 김기덕 감독의 <섬마을 선생>이 1967년 개봉했다. 이 영화의 촬영지가 대이작도이다. 계남분교를 비롯해 섬 곳곳에 영화의 흔적들이 아직 남아 있다. 섬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도 당시 영화를 촬영했던 추억이 아직 또렷하다. '<섬마을 선생님> 음악회인가. 노래와 인연이 많은 섬이니 그런 공연을 하나 보다'고 생각하며 무대 옆에 차려진 음식 부스에서 막걸리와 안주를 시켜 먹으며 별다른 기대 없이 공연을 기다렸다. 풀벌레 소리가 그윽해지고 섬을 찾은 관광객들이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야외 객석에 하나둘 모인다. 섬 주민들도 일찌감치 자리에 앉았다. 태풍이 지나간 뒤라 바람은 상냥하고 바다에 잠기는 노을은 더 붉다. "우리 며느리 나왔네", "우리 막내 나왔네". 객석에서 들뜬 소리가 들린다.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은 섬마을 주민들이다. 민박집 아저씨가 어느새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고, 낮에 배를 태워줬던 선장님이 노래를 부른다. 멀리 강화도와 영흥도의 섬 주민들도 연주자로 음악회에 참여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고 색소폰도 분다. 어딘가 서툴러도 진지한 마음이 느껴진다. 섬주민이 주인공인 '섬마을밴드 음악축제'. 인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공연이다. 직업으로 인해 방송 공연 연출을 많이 해봤지만, 이 공연은 특별해 보였다. 섬을 찾아 주민을 '위문'하는 그런 흔한 음악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섬 주민이 문화의 주체인 공연.이날 공연을 위해 강화도, 이작도, 영흥도 섬마을 주민들은 전문 음악인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지난 5월부터 매달 두세 번씩 만나 연습을 했다고 한다. 생업을 이어가기도 바쁜데 그래도 음악을 연주하는 건 즐거웠다. 무대에 오른 이들의 표정에 모든 게 담겨있다. "연주만 하지 말고 노래를 불러", "트로트를 해줘". 객석에 앉아 있으니 주민들 요청이 생생히 들린다. 섬에서 이런 날이 흔치 않기에 요구사항도 많다. 아마추어들 무대이니 자리를 떠나는 여행객들도 더러 있다. 공연을 지켜보며 '아이고,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 나도 모르게 PD 직업병이 나온다. 하지만 어떠랴. 무대는 흥이 넘친다. 서럽고 외면당한 섬. 오늘만큼은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섬을 찾은 관광객들도 이들의 열정에 점잖게 박수를 보낸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도서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공연. 인천문화재단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한 기획이었다. 본 무대가 끝나자 주민들의 노래자랑이 늦여름 밤 아쉬움을 달랜다. 유독 흥이 많은 이작도 주민들의 노래가 끊이질 않는다. 밀물이면 나타나고 썰물이면 사라지는 아름다운 모래섬 '풀등'을 노래한 가수 오예중의 무대도 이어진다. 섬마을 음악회는 올해가 두 번째라고 한다. 섬 주민들의 열정이 있으니 내년에는 더 멋진 무대가 될 듯하다. 여행객들도 향유할 수 있는 공연을 연출한다면, 섬사람과 뭍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무대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기획을 섬을 찾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뭍사람들에게는 쉼이 되고, 섬사람들에게는 삶이 되는 섬. 더 이상 서럽고 소외되지 않는, 흥과 문화가 넘치는 곳이 되길 희망한다./안병진 경인방송 PD안병진 경인방송 PD

2018-09-20 안병진

[참성단]추석 민심

민심(民心)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미국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의 사례다. 그는 부통령을 하다가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자리를 이어받은 운 좋은 대통령이었다. 닉슨의 '돌출 행동'에 데이고, 대통령을 쫓아냈다는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던 미 국민들은 포드에게 70%가 넘는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포드는 이에 크게 고무됐다. 그는 높은 지지율을 미국 국민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게 문제였다. 민심을 잘못 파악한 그는 취임 한 달 만에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닉슨에 대한 사면을 선언한다." 그게 끝이었다. 민심이 폭발했다. 지지율은 하루 만에 50% 밑으로 폭락했다. 다음 선거에서 카터에게 패한 포드는 대통령직에서 895일밖에 재임하지 못한, 5번째로 단명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무능한 대통령이란 딱지는 덤이었다. 민심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따지고 보면 '민심은 천심'처럼 추상적인 말도 없다. 정치가 국민의 행복권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한 이런 표현이 유효할 수 있어도, 그렇다고 민심이 '진리'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현대 사회에서는 민심이 정의나 진리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 정치인들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민심'이 튀어나올 때 특히 그렇다. 평소에는 민심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다가 선거 전후 그들의 입에서는 민심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민심을 얻지 못해 선거에서 패했다.""표에 담긴 민심을 절대 잊지 않겠다." "민심 무서운 줄 이제 알았다." 등등.곧 추석이다. 장엄한 민족대이동이 연출될 것이다. 사통팔달 길이 뚫리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면제니 고향을 찾고 가족 친지를 만나는 게 더더욱 수월해졌다. 민심의 동향은 이 길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전파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라는 호재가 있었다. 지난 추석 '촛불 민심'이 그랬듯이, 이번 추석엔 이 평양발 호재가 암울한 경제상황, 고용 불안, 청년 실업 등과 맞부딪혀 다양한 민심을 표출할 것이다. 그러니 청와대도 정부도 정치인도 이번 추석 민심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다. '넉넉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이다.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준 자연의 섭리와 조상에게 늘 감사하고 혹시 내 주변에 불우한 이웃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정치가 아닌 이런 따듯한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추석 민심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9-20 이영재

[춘추칼럼]평양정상회담 이후가 중요하다

비핵화·적대관계 종식등 평화 분위기속남북관계 확대 발전위한 구상도 구체화美, 北 신뢰땐 '종전선언' 한발짝 다가가뉴욕 한미회담, 향후 북미회담 중요한 디딤돌2박 3일간 숨 가쁘게 전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사항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는 미국과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우리와 합의문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비핵화 문제를 남북간 핵심적 협의 의제로 삼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 핵위협 없는 한반도를 직접 언급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나아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표명한 것은 그간 남북 간 합의 수준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라 할 것이다. 그리고 양 정상은 향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합의이다. 남북은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상호 적대행위를 종식하는 내용의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그간 남북간 우발적인 무력충돌 등 전쟁위험과 긴장 상황이 조성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매우 구체성을 띤 이번 부속합의들은 남북 간 사실상 종전선언을 한 셈이 된다. 앞으로 이 같은 합의가 잘 지켜지면 군비통제와 군비축소 등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이행이 더욱 용이해 지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완화 등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개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정상화, 서해 경제 및 동해 관광특구 조성 등은 지난 10·4 선언 이후의 상황으로 남북관계를 되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개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러한 한반도의 변화와 남북 정상의 노력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이제 공은 북미 간 협의로 넘어갔다. 북한이 검증의 논란이 있었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폐기를 관련국 전문가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국제사회로 하여금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하기는 하였지만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함으로써 보다 진전된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2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북한이 공표한 조치를 토대로 미국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리용호 외무상과의 만남,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미 간 실무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향후 전망을 매우 밝게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이 보인 조치를 신뢰하고 종전선언을 위해 한발 짝 다가간다면 비핵화 협상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뉴욕 한미정상회담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하는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의 성사가 문 대통령 덕분이라고 하였고 미 대통령 또한 문 대통령을 수석 협상가로 명명하였다. 우리의 중재노력이 빛을 발하여 지연되었던 북미간 협상이 재개되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연결된다면 올해 더욱더 성과있는 이벤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미 간 협의가 잘 진행되어 남북미중 정상이 서울 혹은 워싱턴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게 된다면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보다 큰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물론 최종 비핵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와 앞으로 종전선언 등을 통한 신뢰구축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의 시대는 보다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9-20 양무진

[발언대]'피해자의 울타리' 전담경찰관 되겠습니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매달 보내주시는 장학금으로 피아노학원 다니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급수시험 합격했어요. 사랑해요." 며칠 전 문자 한 통이 왔다. 기억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홉평 작은 집에서 성폭행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소녀와 불신의 눈빛을 한 보호자 노조모가 나를 맞이했다. 첫 만남을 가진 후 지속적인 상담, 화이트데이, 명절방문, 행복드림캠프 참석, 장학금 지원 등 3년 동안 함께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얼마 전 웃음 가득한 소녀와 연신 감사하다며 손을 잡는 할머니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2015년 '피해자 보호의 원년' 선언과 함께 전국 각 경찰서에 피해자전담경찰관이 배치된 후 3년 넘게 범죄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3년이 지난 2018년 현재 국가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880억원 중 경찰 예산이 1.4%인 11억여원에 불과하고, 전국 298명 전담경찰관 중 123명만 정원이 확보되는 등 예산과 인력이 한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피해자전담경찰관은 6천675명 신변보호(17년 기준) 및 223곳 피해자 보호지원 조례 마련 등 지자체와 유관기관과 협업으로 경제, 심리, 법률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 4월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통해 범죄피해자 보호가 경찰의 기본 책무로 규정됨으로써 범죄예방과 검거에 초점을 맞추던 경찰업무가 그간 소외됐던 피해자 회복 중심의 경찰업무로의 변화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피해자의 아픔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사건 초기 피해자전담경찰관과 마음의 유대가 중요하며, 신뢰 관계가 단기간에 깨지지 않게끔 지속적인 도움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피해 발생부터 일상생활 복귀까지 3년 혹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범죄피해자와 전담경찰관이 함께 웃기를 기대해 본다./유태정 일산동부경찰서 청문감사실 경사유태정 일산동부경찰서 청문감사실 경사

2018-09-20 유태정

[자치단상]시민과 차리는 '행복밥상 문화축제'

광주시, 전국 최초로 500여 가구 초청담소 나누며 요리한 음식으로 '소통'노래자랑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마련가족·이웃·지역 '하나'되는 소중한 기회"가족이 뭐 대수냐.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울고 웃으면 그게 가족이지."송해성 감독의 영화 '고령화 가족' 중 극 중 엄마의 대사다. 이 영화에는 유독 가족들이 모여 밥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건강은 행복한 밥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행복한 밥상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가족은 하나가 되고, 우리가 된다.식탁은 역사적으로 사회적 소통 공간으로 역할을 해왔고, 행복의 시작에 대한 의미를 지녀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한국인이 일주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식사횟수는 평균 2.4회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소통의 수단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늘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는 자녀교육과 가정 안에서의 소통불화 등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문제 해결에도 뜻밖의 길을 보여준다. 몇년전 한 방송사가 방영했던 다큐프로그램 '가족식사가 미래를 바꾼다'에서는 하버드대 연구진의 결과를 인용해 아이들이 식탁에서 가족과 함께 할때가 책을 읽는 것보다 무려 10배에 가까운 어휘를 배울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식탁 위의 대화가 자녀교육에서 얼마나 훌륭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부모들이 크게 관심 가질만한 결과도 있었다. 가족식사를 자주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학교에서 좋은 학점을 받을 확률이 2배나 높았고, 비행청소년이 될 확률은 절반 정도나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개 중고등학교의 전교 우등생중 '주중 10회 이상 가족식사를 한다'고 대답한 학생이 40%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행복한 가정과 자녀교육의 비밀은 바로 행복한 밥상 앞에 앉은 가족들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밥상을 통해 서로에 대한 애착과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대화와 소통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서로에 대한 애착과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행복밥상의 시작이다. 그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자리가 경기도 광주시에 마련된다. 바로 '광주시 자연채 행복밥상 문화축제'다.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자연채 행복밥상 문화축제'는 가족이 하나 되고, 이웃이 하나 되며 지역이 하나 되는 소중한 첫 축제로 기획됐다.광주시의 500여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요리도 하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다 보면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필자는 이러한 축제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자연채 행복밥상 문화축제는 가족이 하나 되고, 이웃이 하나 되며 지역이 하나 되는 소중한 첫 축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간략히 축제를 소개하면 온가족이 둘러앉아 BBQ 쌈 채소 파티를 즐기는 자리다. 관내 다문화·소외·3~4대 대가족 50세대를 특별초청하고, 광주시민 500세대를 참가 신청받아 초청한다. 가족들은 옹기종기 둘러앉아 피크닉을 겸한 밥상을 함께하면 된다. 가족별 음식 자랑 현장 콘테스트, 가족행복노래자랑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예정됐고, 고즈넉한 가을저녁의 분위기는 덤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시장이 시민과 함께 행복한 밥상을 차리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화합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채소 농가소득에 기여하고, 광주의 대표 농특산물브랜드인 자연채를 홍보하는 자리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족단위 참여로 바쁜 일상 속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저녁에 피크닉을 즐기며 가족의 소중함을 알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광주시민 가족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신동헌 광주시장신동헌 광주시장

2018-09-19 신동헌

[발언대]전자파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전기로 인해 발생하는 전자파는 엄밀히 말하면 '극저주파수 전자파'의 줄임말이다. 다른 말로 '전자계'라고도 말한다. 전자계는 생활주변(발전소부터 가정까지, 가정 내)에서의 교류 전기를 사용하면 나타나는 교류 전자계와 지구가 만들어내는 직류 전자계로 구분된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교류 전자계, 그 중에서 자계(또는 자기장)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극저주파(ELF), 전자계(EMF) 노출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그 후 20여 년 동안 가능성에 대한 각종 연구결과만 발표되었을 뿐 확증연구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년 동안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2007년 6월에 WHO공식보고서(Factsheet No.322)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낮은 수준의 자계에 의한 장기 노출로 인해 인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장기간 낮은 수준의 노출에 의한 건강 위해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의 공식적인 견해인 것이다. 2007년 WHO 발표 이후에도 2008년 Canada, 2012년·2015년 유럽집행위원회, 2015년 스웨덴·뉴질랜드 등 공신력이 있는 여러 국가나 기관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때도 자계와 건강영향에 대한 관련성이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암연구소(IARC)는 자계를 발암가능성을 고려하는 물질(Possible)인 '2B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2B'는 동물실험에서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없어 제한된 증거만이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달리 쉽게 말하면 열에 하나, 만에 하나 정도 발생할 확률로 비유할 수 있다.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항상 전자계에 노출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전자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오해나 막연한 불안감으로 사회적 갈등비용이 낭비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임경미 한전 경인건설본부 갈등관리부 차장임경미 한전 경인건설본부 갈등관리부 차장

2018-09-19 임경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폭십한: 하루는 햇볕을 쪼이고 열흘은 춥게 한다

추석을 앞두고 올해 농사는 망쳤다는 말을 듣는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은 탓에 그렇다. 곡식은 싹도 중요하지만 그 싹을 잘 길러야 풍성한 곡식을 수확할 수 있다. 하루 동안은 햇볕이 나다가 열흘 동안 날씨가 쌀쌀해져 따스한 온기가 없으면 곡식이 제대로 생육할 수 없어 결국 죽기 쉽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날씨가 그 지역의 일정한 기후를 따라 일정하게 변화해야만 곡식이 제대로 발육된다. 곡식의 발육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기후의 일정함이나 항상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맹자는 싹이 아무리 좋아도 일정함이나 항상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망치는 것을 사람에게 적용하였다. 그 싹이란 바로 실마리 혹은 단서라고 부르는 것인데 맹자는 이를 사단(四端)이라는 인간이 지닌 마음의 싹으로 말했다. 이른바 싹수가 있는 지도자라도 지속적으로 그 싹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 싹수는 잘 유지되어 자라나기 힘들다. 맹자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책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았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책임자의 싹수가 아무리 훌륭해도 아래나 주위의 참모들이 선량하지 않거나 선량하더라도 그 말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여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싹수는 쓸모가 없다. 자신의 충언을 듣고 실행하다가 열흘은 자신을 멀리하여 그 말을 듣지 않는 임금을 맹자는 이렇게 일폭십한의 비유를 들어 비판했다. 임금만을 지목해 말한 것이 아니다. 공자는 사람의 마음은 잘 잡으면 보존되지만 놓아버리면 없어져 버리니 그 들고남이 정한 때가 없으며 그 방향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우리도 하루는 자기의 마음을 잘 잡고 있다가 열흘을 놓아버리면 그것이 바로 일폭십한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9-19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소득주도 성장정책과 인천의 대응

최저임금 상승 일자리시장 큰충격노동정책으로 임금문제 못 풀면생산성 제고위해 산업정책 필요첨단 부가가치 위주 연구 개발시설투자 통한 유망산업 유치 강조지난해 7월,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었다. 당연히 기대가 컸다. 당시 정부는 우리 경제문제의 본질을 저성장의 고착화와 양극화 심화로 요약하였다. 그 원인은 이전 정부가 고도성장을 위해 물적자본 투자중심으로 양적 성장결과를 중시하며 모방·추격형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즉, 사람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기업-가계 불균형이 야기되었고,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확대와 내수·수출 간 불균형으로 성장정책의 유효성이 상실된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이에 따라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하고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사람중심의 지속성장 경제를 구현한다는 경제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내세웠다. 경제성장을 위해 수요 측면에서는 일자리중심·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성장정책을 추진키로 하였다. 또한 경제체질을 공정경제로 전환하여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골고루 확산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었다.많은 논란 속에 1년여가 지났다. 하지만 통계로 나타난 실적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소득증대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보조금도 지급하였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주는데 더하여 주거비, 통신비 등 생활비 지출도 줄여주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씀씀이가 큰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늘고 따라서 생산이 늘면서 이어 투자도 확대되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의 경제동향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소득불평등이 오히려 확대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고용상황이 영 시원치 않다는 점이니 '일자리 중심 경제'가 그 '중심'을 잃은 셈이다.전국 경제가 허덕이는 동안 인천도 실물경제는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금년 2/4분기 중 광공업생산이 전년동기대비 10% 넘게 증가하였지만 실제 출하증가는 3%에도 모자라 외려 재고가 30% 가까이 늘었다. 대형소매점 판매와 건설로 대표되는 소비와 투자 역시 전년동기대비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국에 비해 인천의 일자리 경제는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실업률이 전년동기에 비해 낮아졌다. 노년층의 증가와 실업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청년층과 55세 미만 중년층의 인구감소로 실업률이 낮아진데 크게 기인한다. 아울러, 인천의 자동차산업이 그런대로 버텨낸데다 조선산업이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산업이 원래 인천에 거의 없었으니 이들 산업분야에서의 거센 구조조정을 비켜갈 수 있었다. 게다가 그동안에도 인천의 자영업 비율이 꾸준한 상승을 보여 실업을 흡수해 주었다. 이에 따라 이제 인천은 7대 특·광역시 중 오히려 실업률이 꽤 낮은 편에 속하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인천의 청년실업률은 10%를 넘고 있고 전체실업률은 전국 평균 실업률을 상회한다. 특히 노령층의 실업률은 그 수준도 높을 뿐 아니라 전국 평균과 2%p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 문제가 여전히 인천경제의 핵심과제라는 말이다. 더구나 중앙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따른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인천의 일자리 시장에 큰 충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8월 현재 이미 최저임금에도 모자라는 임금을 받은 사람이 전국 취업자의 13.3%에 달하였다. 임시·일용직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천의 취업구조를 감안하면 인천의 최저임금 미달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금년 중 최저임금 인상으로 당장 급여를 올려주어야 하는 전국의 근로자도 23.6%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역성으로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예정대로 올라간다면 인천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못해도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이 임금상승률 만큼 오르지 못한다면 실제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균형임금을 크게 넘어서게 된다. 즉, 그만큼의 실업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에 따른 실업은 경기적 실업이나 계절적 실업 등 일시적 실업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실업이라는 말이다. 노동정책으로 임금문제를 풀지 못하면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최대한의 산업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책적인 면에서 첨단 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통한 생산성 제고, 성장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유망산업의 유치가 강조되는 이유이다./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이사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이사

2018-09-19 김하운

[참성단]평양 정상회담 명암

예정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백두산 방문을 끝으로 오늘 청와대로 돌아온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하기까지 평양 정상회담은 명암이 엇갈리는 장면과 화제로 풍성했다.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남북 정상의 상호신뢰 확인으로 보인다. 전격적인 4·27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세번째 만남에서 두 정상은 모든 장면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중을 표현했다.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 환대는 최상급이었다. 21발의 예포, 정상 동반 카퍼레이드, 노동당청사 개방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받지 못한 예우였다.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 북한 육군대좌 김명호의 남한 대통령을 향한 사열보고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적어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결정적인 한반도 정세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절박한 역사적 숙명 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자정에 트위터 반응을 내놓을 정도로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북핵 폐기를 놓고 희망사항은 다를지 몰라도, 현 정세에 상호 의존적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셔틀외교의 완성판인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확정이 이를 증명한다.그러나 아쉽고 불길한 장면도 없지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우리가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여러 가지로 손실을 많이 봤다"고 한 발언은 곱씹을 대목이다. 만일 자유한국당 대표가 동행했으면 북한 사람 앞에서 시비가 붙었을 내용이다. 남북관계 11년 정체 이유는 다양하고, 그 중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 등 북측의 귀책사유도 많다. 현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엇갈린 시선을 여과없이 보여준다.정상회담 직전 미국 요청으로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제재의 실효성을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거친 언쟁을 벌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외세의 개입은 노골적이다.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손 붙잡고 한반도 평화구상을 밀어붙이는데, 우리 내부와 외세의 대응은 엇갈리고 충돌한다. 낙관도 비관도 불허하는 한반도 정세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9-19 윤인수

[오늘의 창]시정 잘 하도록 믿고 맡겨봐야 할때

엄태준 이천시장이 지난 6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장애인복지관 건립 추진과 관련해 지역 장애인단체장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또 민선 7기의 공약사항인 이천 남부권 낙후지역인 장호원의 교통, 주차 터미널 등의 개선을 위한 주민 공청회 개최, 민원처리를 위한 공무원 노조, 주무관들과의 토론회 등 대화와 토론으로 진정한 민선시장의 가치를 높이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그러나 취임 100일을 앞둔 시점이지만 지역경제 활력과 유능한 리더십을 펼치기엔 발목을 걸고 딴지를 거는 모양새에 이천시 행정은 주눅이 든 분위기다. 최근 이천 아트홀에서 열린 모 인사의 강연회에 지방 선거 후 여·야 출전선수들이 처음으로 대거 등장해 묘한 기운을 전했다. 뜻하지 않은 손님들이 대거 회동(?)에 일부 주민들은 의아해하며 "진짜 무슨 일 있나 봐?" 라고 단정 짓는다. 그중 한 분이 슬며시 다가와 "이제는 엄 시장이 마음 놓고 주민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인정하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라며 혀끝을 차며 'OO선거'를 운운하는 입 모양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57%의 득표율로 당선된 엄 시장이지만 왠지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이 기분은 뭘까. 선거 활동 중의 조사건의 일부분이 자당의 간부 또는 임원에 의해 이 소동이 벌어진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와중이니 이천시 핵심 시정목표인 '시민만족, 탄력적, 현장중심, 신속행정, 신뢰받는 공직사회'는 요원해 보인다. 그러니 1층 민원실에서는 인허가 부서 앞에서 "서류 검토, 보완으로 6개월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민원인들은 아우성치고 있지만, 이 지경에 민원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이제는 우리 손으로 뽑은 시장을 호리병 속에서 꺼내 주민과 대화합해야 할 때다. 시장 자신이 연구한 엄지정책을 펼쳐 행복한 이천을 만드는데 전 시민이 함께 동참해야 한다. "'OO선거'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은가?"라는 의구심과 반목 대신 모든 걸 내려놓고 엄 시장이 잘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아니한가. /서인범 지역사회부(이천) 차장 sib@kyeongin.com서인범 지역사회부(이천) 차장

2018-09-18 서인범

[경인칼럼]지지율 하락과 개혁 실종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상대적 박탈감최저임금 인상 부작용등 경제 악화 원인사회 전체 개혁동력 잃어 관리 시급한데당·정·청, 정책방향 조정 리더십 안 보여문재인 정부 2기 국정지지율 하락은 일차적으로 경제상황의 악화가 원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등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의 증대 또한 심각하다. 고용난과 실업률의 증가와 함께 분배 구조 악화가 지표로 나타나면서 불평등 구조 타파와 소득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을 국정 목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정체성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권 1년 적폐수사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획기적이고 역사적 대전환이 지지율을 80%까지 끌어올렸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를 이뤄내지 못하고 개혁입법은 물론 민생입법 정책조차 표류한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진단이 엇갈리는 등 정책 혼선이 정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이다.대통령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면치 못했던 자유한국당은 '탈국가주의'니 '국민성장론'이니 하는 모호한 수사로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정치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전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 사회주의'와 '세금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보수야당은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요청을 총체적인 '퍼주기'로 규정한다. '퍼주기 프레임'이 다시 등장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이 본질을 호도한 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경제악화 논리는 경제구조 혁파와 재벌개혁의 당위마저 흔들고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함으로써 개혁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다지지 못한 집권세력의 책임이 가볍지 않으나, 대안없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하여 남북정상회담 등 정부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는 보수야당 특히 한국당의 구시대적 행태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한국사회의 개혁을 갈망했던 촛불로 상징됐던 시민적 동력도 찾기 어렵다. 경제는 시민의 삶 자체다. 그 삶이 악화되고 있다는데 개혁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나 왜 경제가 어려운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방식은 경제력 집중을 낳았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가져왔다. 최저임금인상은 정작 대상이 되어야 할 재벌개혁과 대기업 소유 지배 구조 개선, 전관과 현직의 짬짜미, 사학과 부패한 종교집단 들에 대한 개혁의 당위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계층 구조의 하위에 위치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 피고용자와의 갈등으로 전선이 치환된 형국이다.소수세력과 다양한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도 여야의 정파적 이기주의의 제물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가 조응할 때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숨 쉴 공간이 생기는 법이다.경제가 개혁과 대척에 서는 잘못된 인식구조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수사는 함축적이지만 용례와 사용하는 자에 따라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그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획기적인 진전이 나오더라도 사회 전반의 개혁에 대한 프로그램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정권은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촛불로 상징되었던 시민의 요구는 잠재적이지만 언제든 더 큰 화산으로 폭발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연합은 경제악화를 오히려 개혁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담대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대안을 찾고 단기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작업은 경제지표의 악화가 사회 전체의 개혁 동력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의 확립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 정부 등 집권연합이 지향할 개혁 프로그램과 정책방향을 조정하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찬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정치학자인 애덤 쉐보르스키의 말을 인용하여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이라고 진단했지만, 역사적 진보를 위한 진통인지, 총체적 퇴행인지의 판단은 아직 이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9-18 최창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