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욕파불능: 그만두고자 해도 그만 둘 수 없다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일종의 단계가 있다. 그 일을 시작하는 단계가 있고 해나가는 단계가 있고 완성하는 단계가 있다. 시작과 중간과 마무리의 세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이 세 가지 단계가 연속성이 있어야만 어떤 일이든 완성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일 중에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안연은 스승인 공자의 경지에 대해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이 있고 뚫어보고자 하나 더욱 견고하다'고 말하였다. 이만하면 자신의 경지가 높아졌다고 생각해서 스승을 쳐다보니 스승의 경지가 이전보다 더욱 높다는 것이고, 어느 정도 경지를 뚫었다고 생각해서 스승을 쳐다보면 그 경지가 더욱 견고하게 느껴지더라는 뜻이다. 이 정도 되면 포기할만한데 안연은 그 때의 심정을 '그만 두고자 해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해놓았다. 왜 그랬을까?안연은 스승과 같이 되어야겠다는 공부에 대한 진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후대에 주석가들은 이 대목에 대해서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지 않을 수 없고 배고픈 사람이 밥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지경과 같다고 풀이하기도 하였다. 세상에 어떤 종류의 공부든 하다가 포기하는 것은 진심이 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목이 마르면 어떻게 물을 찾는 일을 포기할 수 있을까? 공부가 밀쳐내도 떠나가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욕파불능(欲罷不能)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쁜 일은 이렇게 되기 쉽지만 좋은 일은 어렵다. 금연하려 담배를 밀쳐내도 담배가 떠나가지 않듯이 확 뒤집어서 좋은 일을 이렇게 하면 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01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4차 산업혁명과 로봇세 도입

한국은 세계 최고 로봇 밀집 국가'로봇세' 단기적으론 자동화 인한인력대체 속도 줄이는 효과 거두고장기적으론 실직자 전직 재원 활용4차산업혁명 부작용 줄일 수 있다몇 년 전에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에서 인간이 컴퓨터에 참패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작년 가을에는 알파고 제로가 개발되어 단 36시간의 학습만으로 알파고 리를 100대 0으로 압승했다는 믿기지 않는 기사를 접했다.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이다. 기존 알파고 리는 16만 건에 달아는 인간 바둑기사들의 기보 데이터를 학습하는 '딥 러닝'과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바둑을 두며 실력을 쌓는 '강화학습'을 통해 바둑을 배웠다. 이세돌을 이기기까지 12개월이란 긴 학습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그러나 알파고 제로는 바둑의 룰만 알려주고 스스로 학습해 최강자의 자리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렇듯 인공지능(AI) 을 탑재한 로봇이 딥러닝을 통해 인간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하는 일들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유기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연구팀은 '미래사회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을 인공지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공지성은 지속적으로, 또 놀라운 속도로 진화해 최상위층 노동마저도 위협할 만큼 끊임없이 인간의 경제 영역을 잠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우디 시민권자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올해 초에 한국을 찾았다. 소피아는 인간의 62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한다. 또 자신의 의지로 실시간 대화를 선보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앞으로 20~30년간 인공지성 기반의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사라질 것이며 이는 인류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계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가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비싼 독일로 회귀시킨 배경에는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인 '스마트 팩토리'가 있다. 아디다스의 발표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단 10명의 인원만으로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저임금 해외 생산기지에서 동일한 생산량을 얻기 위해서는 600명이 필요했지만,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무려 8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한 것이다.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로봇 밀집 국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노동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수는 531대다. 싱가포르가 398대로 2위, 일본이 305대로 3위, 세계 평균이 69대인데 한국의 로봇 밀집도는 압도적이다. 물론 한국이 산업용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 전자, 반도체 산업 중심의 제조업 국가인 것이 배경이지만 여러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이처럼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고 그 부가가치는 기업주가 대부분 가져가는 산업구조에서 대기업들의 막대한 이윤축적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로봇투입이 많은 자동차 회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력을 감축하여 생산성을 높인 것을 회사의 이윤이 많다 하여 근로자들은 현재도 고임금인데 더 많은 임금을 쟁취하기 위하여 매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인원을 줄인 만큼 로봇세 등을 통하여 일정부분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로봇세 도입으로 기업이 일방적인 로봇 도입 보다는 대체인력활용 등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도록 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한 반복적이며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많은 업무는 AI로봇이 담당하게 하여 인간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은 로봇의 성과물을 활용하여 보다 정확한 진단으로 합법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감성에 기초한 양질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로봇이 상생, 협업하는 새로운 직무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지난달 29일 국회 경제 연구모임인 어젠다2050에서 '기계세 도입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고 정부에서도 세법개정안에서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면서 한국형 로봇세 도입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봇세의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자동화로 인한 인력 대체 속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장기적으로는 실업자들의 전직 과정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김기승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김기승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

2018-08-01 김기승

[참성단]죽산 조봉암 서훈 논란

지난달 31일 서울 망우리 공동묘역에서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 59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최악의 폭염속에서도 죽산의 행적을 추모하고 기리는 후배 정치인들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이 죽산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을 한목소리로 다짐해 특별했다. 의지만 보면 60주기를 맞는 내년안에 결판낼 듯한 기세다.식민시대와 해방정국을 관통한 죽산의 생애는 파란만장했다. 인천 강화 출신인 그는 모스크바 유학생 출신의 공산당원이었다. 1924년 조선공산당 조직을 주도했고, 일제의 대대적인 공산당 단속에 걸려 7년간 신의주 감옥에 갇혔다 1941년 출옥했다. 1945년 해외와 비밀연락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해방이 되자 풀려났다.해방 이후 그는 박헌영을 비판하고 공산당과 결별한 후 제헌국회의원에 당선돼 초대내각의 농림부장관을 지내면서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독재자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에 평화통일론으로 맞서 2, 3대 대통령선거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이승만 사법부는 그가 창당한 진보당의 평화통일 정강을 반공법 위반으로 걸어 사형을 선고해 1959년 7월 31일을 교수형을 집행했다. 이른바 진보당 사건이다. 진보진영이 죽산을 각별하게 여기는 이유다. 고 노회찬 의원은 해마다 추모식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올해도 추도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2011년 1월 대법원은 진보당 사건 재심을 통해 원심을 파기했다. 그동안 실정법 위반을 이유로 반려됐던 독립유공자 추서가 곧바로 신청됐지만 국가보훈처가 제동을 걸었다. 1941년 일제에 국방헌금 150원을 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같은해 4월 나라를 빼앗긴 통절한 심경을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절규한 위암 장지연 등 19명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일제협력을 이유로 취소한 정부입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국가보훈처가 죽산의 독립유공 서훈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제는 증명하기도 힘든 단편적 흔적으로 역사적 삶 전체를 규정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아서다. 죽산의 부인이자 공산당원이었던 김조이는 납북돼 생사가 묘연한데도 2008년 건국포장을 추서한 정부 아닌가. 그 시절엔 공산당 활동도 독립투쟁의 방편이었다는 후대의 아량은 죽산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오늘의 시선으로, 진영을 잣대삼아 서훈이 오락가락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죽산의 명예회복이 진영을 초월한 역사적 관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8-01 윤인수

[노트북]'협치'와 '견제'

처음 내 이름 앞에 '경인일보 기자'라고 새겨진 명함을 받았을 때, 한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나무가 위로 자라는 것은 쉽다. 하지만 똑바로 자라는 것은 어렵다.' 멋진 말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말이다. 그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모두 위를 보고 성장하는 데 어떤 나무는 옆으로 자라면서도 위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나무는 옆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곧게 자란다는 것이다.제10대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개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거대 여당으로 4년간 경기도를 이끌어간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요구가 바탕이 된 결과다. 구조적으로 도와 도의회가 같은 곳을 향하게 됐다. 반면, 상호 견제를 통해 속도와 방향을 맞춰갈 것이라는 믿음도 민주당 승리에 한 몫을 했다. 경기도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협치'와 '견제'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경기도의회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을 알아서일까? 도의원들은 초선·재선·3선 할 것 없이 '도민들의 목소리가 엄중하다'라거나, '긴장감에 잠을 못 이루겠다'는 등의 표현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 말들이 승리의 기쁨을 겸손의 미덕 속에 담으려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로 에둘러 견제라는 역할을 잠시 미뤄두려고 한다. 도민들의 상식에도 허니문 기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특정 사안을 두고 도의 반응에 따라 향후 협치 기조를 결정하자는 강경파도 있다. 협치가 어떤 사안에 따라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불과할까.도민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경기도의 씨앗을 뿌렸다. 그 결과가 누워 자라면서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지, 곧게 자라 도민들이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2018-07-31 김성주

[경인칼럼]인천의 결정장애와 도시비전

공항·항만 등 이름값 못하는 가치자원 풍부'서말 구슬' 꿰려면 민·관 거버넌스 튼튼해야갈등 해소 위한 각종 위원회 재정비도 시급평화 중심도시 새로운 꿈 실현 미루지 않길 우유부단한 메이비세대(Generation Maybe)처럼 인천의 정책도 결정장애로 진척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선3기부터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인천은 여전히 시립미술관 없는 광역시로 남아 있다. 선사시대로 부터 개항기 문화유산, 근대산업유산까지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도시를 대표할 킬러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다양함이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과 인천항만, 168개의 섬, 경제특구 등은 자타가 인정하는 가치자원이지만 잠재적 가치이지 아직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이 많아 관심이 분산되니 사업은 나열식으로 흘러 부실이 구조화되는 형국이다. 구슬은 보배가 되지 못하고 늘 구슬일 뿐이다. 그래서 자원이 빈약한 지자체가 오히려 부러워 보일 때가 있다. 보유 자원에 집중투자해서 성과를 내는 확률은 더 높기 때문이다.인천시는 산업과 경제 국방 측면에서 전략적 지위를 갖는 도시이다. 그때문에 인천항, 인천공항 등 핵심인프라는 모두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도심 곳곳에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은 지역내 이해집단 보다 정부 각 부처와의 협의가 더 어렵다. '사공이 많은 배'처럼 진로 결정이 어렵고 집행도 더디다. 월미산은 50년 만인 2001년에, 문학산도 50년만인 2015년에야 개방되었다. 부평미군부대는 이전이 결정되었지만 아직 미해결과제가 많다.내항의 재생과 개방도 인천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수부와 국토교통부, 국방부를 설득하려면 시민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데 인천시와 시민사회와 소통도 원만치 않았던 탓이다. 갈등양상이 복잡하다보니 시민사회의 대응도 쉽지 않다.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나 인천대 시립화 과정에서 보여준 역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9도시축전, 2014아시안게임, 2015유네스코책의수도 사업 등 국제적인 빅이벤트들이 시민들의 참여보다 우려 속에 치러졌다. 수년간 지속된 재정위기 현상도 이러한 무기력증을 증폭시킨 요인이었다.'서 말 구슬의 딜레마'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가 튼튼해야 한다. 각종현안에 대한 지역내 합의 수준이 높아야 자치분권을 지역적 실현이 가능하다. 시민적 동의와 합의 수준의 깊이가 정부 소관부서나 타지자체와의 협상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정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갈등을 최소화하는 일, 이를 위한 각종 위원회의 재정비가 시급하다.시민이 동의하는 도시비전이 있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도시비전은 평화특별시와 균형발전을 중심으로 한 민선 7기의 공약을 재점검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다. 지금은 대격동의 시기, 우리 사회는 촛불혁명 이후 다중혁명(多重革命)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정세 변화도 4차산업혁명도 숨가쁘다. 가시권에 들어온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반영하여 인천의 새로운 꿈을 시민들과 함께 재창안하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으로 동아시아 화약고로 불리던 인천이 평화도시로 남북교역의 중심도시로 자리잡아, 동북아와 세계 물류 플랫폼 도시로, 동아시아의 문명도시로 도약하는 장대한 목표를 구체화하는 전략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7-31 김창수

[수요광장]고령친화사회로 가는 길

장·노년 세대가 새로운 문화 조성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외로움이나 소외감 느끼지 않고청장년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사회적 우정’ 공동체 만들어가야 얼마 전 점심시간에 사무실 가까이에 있는 추어탕 집을 찾았다. 가끔씩 가던 곳이라 익숙한데, 뭔가 조금 변한 것 같다. 식탁이 바뀌었다. 바닥에 앉아서 먹는 좌식테이블에서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높은 식탁으로 바뀐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인근에 있는 막국수 집도 최근에 입식 테이블로 교체를 했다. 이제 좌식테이블 식당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식당 테이블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고령사회란 사회구성원의 다수가 노인인 시대를 의미한다. 고령화는 압축적인 도시화와 함께 진행되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고 편리를 추구하는 도시의 주인은 늘 청장년이다. 과거의 노인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고 인구 또한 많지 않았다. 노인 돌봄의 책임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었다. 도시화와 함께 전통적 대가족 체제 또한 급속히 해체 되었지만 여전히 노인은 집이 아니면 경로당, 복지관, 복지시설 또는 노인 특구라 불리는 탑골공원에서 종묘공원에 이르는 종로거리와 황학동같이 그들만의 공간으로 활동영역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의 경우 일상에서 노인을 마주할 기회는 별로 없다.그러나 지금의 노인은 과거의 노인과 다르다. 노인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길어진 수명과 생활여건의 개선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는 다수의 노인을 과거와 같이 여전히 잉여로 취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엄청난 노인 인구를 가족이 부양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우리 사회가 시설복지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인들이 그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살던 곳(Aging in place)에서 지역사회의 주체(Aging in community)로 활기차게(Active aging) 다양한 세대와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는 도시를 고령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서두에서 이야기 한 식당의 사례가 자율적인 변화라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고령친화상점 118곳을 선정하였다. 고령친화상점은 먼저 문턱을 낮추고 메뉴판 글씨 크기를 키워 노인이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돋보기, 지팡이 거치대 등 어르신을 위한 물품과 잠시 쉬거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의자나 공간을 마련한다. 매장 내 위험한 장애물은 없애고, 위험 사항은 눈에 띄게 표시한다. 직원들은 노인 고객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도록 노력한다. 이처럼 상점 시설을 개선하고 노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확산해 지역 경제도 함께 살린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고령친화상점을 넘어 고령친화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그런데 이렇게 의미 있고 좋은 정책에 대해 점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노인의 경우 까다로운 손님도 많고 영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게에 노인 고객들이 많아지면 젊은 손님들이 떠난다는 것이다. 점주들로서는 '고령친화'라는 말이 달가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다양한 사회혁신의 과제 하나하나가 모두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중 제일 어려운 영역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바로 고령화 문제와 세대통합을 꼽는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여전히 논의되고 있지만 성공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이 문제에 있어 '당사자의 소외'와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친화 사회로 가는 길은 누가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장노년 세대가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써 새로운 노년문화를 만들어 갈 때 열릴 것이다. 고령친화 사회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너머에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청장년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우정'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이번 여름 더위 참 대단하다. 더위에 지친 어머니 모시고 오늘 저녁은 추어탕 한 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그 집에./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8-07-31 김수동

[기고]전동모빌리티 배터리 충전중 화재·폭발 주의

배터리 장시간 충전하지 말고외출할땐 충전기 코드 뽑아야반드시 정품 사용 발화위험 예방사고후 결함 입증 어렵고 시간 소요인증된 제품 임의 개조해선 안돼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휠과 같이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이동 수단이 등장했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뽐내고 있는 이 기기(기機)들은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혹은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라고 불린다. 간단한 기계조작에 휴대성을 더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가까운 거리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이동수단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스마트', '세련됨'으로 포장된 전동 모빌리티들이 최근 잇단 화재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도내에서만 배터리·충전기와 관련된 화재가 총 47건 발생하였고, 해가 갈수록 건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화재는 충전 중 배터리가 위치한 부분에서 발생했고, 배터리의 터짐, 소훼 상태로 보아 화재원인이 리튬이온배터리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리튬이온배터리는 매우 민감해서 발화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온배터리가 현존하는 2차 전지 중, 가장 높은 작동 전압과 에너지 밀도, 장기 수명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배터리를 과충전하기 때문이다. 과충전은 전류가 표준 종지 전압에 이른 후에도 강하게 흐를 때 발생한다. 안전하지 못한 전압영역에서 높은 전류는 전지 셀 표면에 국부적으로 집중되고,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금속리튬이 수지상 결정과 같은 형태로 자라나게 된다. 점점 커진 금속리튬 수지상 결정은 분리막을 관통하게 되고 양극과 음극이 닿아 전류가 흘러, 내부 단락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기기 내에도 과충전,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PCM(Protection Circuit Module), CID(Current Interrupt Device), PTC(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와 같은 보호회로가 내장되어 있으나, 화재발생에 문제가 되는 일부 비정상적인 제품에는 보호회로가 누락되거나 변형되어 제작된 경우가 있었다.둘째, 빨리 충전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욕심 때문이다. 이동수단을 위한 전동모빌리티는 사람이 장시간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고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보통 18650(지름 18㎜, 높이 650㎜) 규격의 리튬이온 전지가 다발로 연결된 배터리 팩(Pack)을 사용하게 되는데, 일부 사용자는 배터리를 보다 빨리 충전하기 위해, 충전기를 임의 개조하여 사용한다. 개조는 충전기 내부의 전압을 자유롭게 증폭할 수 있도록 변환되는 방식으로 충전기의 안정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다.언론에서 개인 보호구 착용, 속도 조절 등 보이는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만, 많은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배터리 화재에 대해서는 미흡하다.현재까지 보고된 화재발생보고서를 토대로 배터리 화재 예방 요령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장시간 배터리를 충전하지 말자. 비인증품에서 보호회로가 일부 누락되었고, 인증품의 경우에도 외부 충격 등에 의해 보호회로가 파손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배터리가 과충전될 수 있다. 외출하기 전에는 충전기 코드를 뽑는 습관을 들인다. ▲정품 충전기를 사용하자. 보호회로가 설치되지 않은 저가 제품의 구매를 피하고, 반드시 전용 충전기를 사용해 발화 위험을 낮춰야 한다. ▲인증된 충전기를 임의 개조하지 말자. 인증된 제품은 현재 기술 수준에 맞게 설계되었다. 빨리 충전하고 싶은 마음에 고전압으로 과충전하면 반드시 화재로 이어진다. 일단 화재가 발생한 후에는 그 결함을 입증하기 어렵고, 보상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화재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이다. 전동 모빌리티를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보호회로 설치 의무화, 배터리 제품 인증 강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화재 예방을 위해 배터리 사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드린다./선병주 동두천소방서장선병주 동두천소방서장

2018-07-31 선병주

[참성단]대통령 휴가 도서목록

열악한 독서율로 어려움을 겪는 출판계가 그나마 반짝 여름 특수를 누리는 것은 여름휴가 때 명사(名士)들의 독서목록 때문이다. '명사들이 휴가지에 갖고 가는 도서'가 발표되면 확실히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여름휴가 독서목록은 발표될 때마다 '흥행이 확실시'되는 베스트셀러 보증수표였다. 도서목록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여름 고 노회찬 의원이 '김지영을 안아주세요'라고 적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82년생 김지영'은 그것만으로도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됐다.미국 백악관도 해마다 대통령이 휴가때 읽는 책 목록을 발표한다. 처음부터 그런 제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1961년 라이프지는 잠들기 전 반드시 30분이라도 책을 읽었다는 '존 F 케네디의 애독서 10선'을 실었다.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는 이 목록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대통령의 여름휴가 가방에 들어가는 도서목록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10년 여름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까지 들고갔던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 소설 '자유'를 읽고 "굉장한걸!"이라고 했던 한마디로 이 책은 100만부 넘게 팔리는 초 베스트셀러가 됐다.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 기간 읽을 도서선정에 공을 들여 매년 '독서 목록'을 공개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휴가를 떠나면서 휴가지가 어디인지, 휴가 때 무슨 책을 읽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도 따로 휴가 도서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휴가에서 돌아온후 SNS를 통해 "책도 읽지 않고 무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휴가 중 읽은 '명견만리'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밝혔다. '명견만리'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음은 물론이다. 올해도 청와대가 대통령의 휴가 도서 목록을 공개하지 않자 출판계에선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기대했던 '여름 반짝 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짧은 휴가기간에 정해진 목록의 독서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들의 독서목록에는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 메시지를 들을 수 없게 된 건 아쉽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7-31 이영재

[이영재 칼럼]먹방과 비만

보건복지부 '방송규제' 밀어붙이기식 잘못우선 '비만 심각성' 공지후 영향 미쳤는지최소한 통계 자료라도 냈다면 좋았을 것그후 방송사 자체적 제재했다면 더 효과적지난주 보건복지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내놓으며 '먹방' 가이드 라인 운운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시청자의 예상치 못한 격렬한 저항에 식겁한 보건복지부는 "진의는 그게 아니었다"며 얼른 발을 뺐다. 그럴 줄 알았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지만 지금 먹방 인기가 어느 정돈지도 모르는, 정말 세상 물정 캄캄한 공무원임이 분명하다. 며칠 전 종편 예능 프로를 보다 깜짝 놀랐다. '밴쯔'가 출연한 것이다. 밴쯔가 누군가. 인터넷 먹방의 지존. 먹방 콘텐츠만으로 구독자 250만 명을 돌파하고 연간 10억의 수입을 올린다는 슈퍼스타다. 밴쯔는 한 상 가득 쌓인 음식을 깔끔하게 먹어치우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짜장면 10그릇을 13분에 해치웠다. 그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하며 열광한다. 그가 마침내 인터넷 방송을 평정하고 종편 방송 고정출연자가 됐다. 우린 이제 곧 지상파에서도 음식을 먹어치우는 밴쯔를 보게 될 것이다. 시청률만 오른다면 무엇이든 하는 방송사들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방을 우려하는 시선도 없진 않다. 먹방에 채널권을 뺏겼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사실 먹방이 많긴 많다. 못 믿겠다면 직접 확인해 보면 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할 것 없이 예능 프로 중 50% 이상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먹는 것과 연결된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루는 예능은 예외 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해먹는다. 냉장고까지 통째로 들고 나와 요리 대결도 벌인다. 심지어 생판 모르는 남의 집에 가서 한 끼 얻어먹는 예능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의 건강, 나아가 비만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정부가 폭증하는 먹방에 우려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비만이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그러나 먹방이 비만과 어느 정도 인과관계인지 밝혀진 것은 없다. 통계도 없다. 다만 추측만 가능하다. 방송에 맛집이라고 소개되면 도대체 그 많은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다음날부터 식당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방송에서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버터와 육류 등 고지방 음식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고 소개되면 실제 마트에서 버터 품귀 현상이 일어난다. 2년 전 실제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 심지어 삼겹살을 버터에 구워 먹는 삼겹살 버터구이까지 등장해 불티나게 팔렸다. 누군가 맛있게 먹으면 따라 먹게 되고, 좋다는 소문을 들으면 식당으로, 마트로 달려간다. 이게 먹방의 위력이다. 얼마 전 중학교 30명과 함께 '미래의 꿈'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요리사가 되겠다는 학생이 8명으로 단연 1위였다. 의사 변호사가 되겠다는 학생은 1명도 없었다. 이게 쿡방의 위력이다.2013년 4월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뉴욕의 공공장소에서 500㎖ 이상의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 시민 3명 중 1명이 심각한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패소 후 블룸버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것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인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자 인간의 수명을 늘리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저소득층 비만을 매우 심각하게 봤다. 부자는 알아서 살을 뺀다는 것이다. 중독성이 강한 탄산음료에 세금을 높게 매긴다고 해서 이미 맛에 중독된 저소득층의 소비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었다. 차라리 공공 장소에서 탄산 음료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대용량 탄산음료가 대중의 건강에 좋은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블룸버그 시장이 제대로 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먹방 규제도 보건복지부 절차에 무리가 있었다.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우선 비만의 심각성을 공지하고, 먹방이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지 최소한 통계 자료라도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 후 정부의 인위적 규제가 아닌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규제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훨씬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먹방'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국민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모처럼 좋은 기회를 놓쳤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8-07-30 이영재

[오늘의 창]지방분권을 위한 염태영과 황명선의 도전

성년이 지난 지방자치이지만 아직도 2할 자치라는 말이 나온다. 권력과 권한이 지방에 집중돼, 실제 지방자치의 역할이 극히 적음을 빗댄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형 국가'를 이야기하며 지방분권에 힘을 실어줬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이행된 분권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정치권의 시큰둥한 모습도 여전하다. 지방을 아직 중앙의 하부조직으로만 생각하듯,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이슈를 중앙으로 끌고 가려는 경향도 있다.얼마 전 민선 7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방분권 완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 선거에도 출마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염 시장은 대표적 분권론자 중 한 명이다. 수원시를 특례시로 만들어 행정과 재정의 자주성을 높이겠다는 그의 공언도, 이 같은 신념에서 비롯됐다.수원과 2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논산의 황명선 시장은 염 시장과 돈독한 사이다. 민주당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전·현직 회장으로 지방분권에 대한 신념도 같다. 황 시장은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방분권형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장이 당의 최고위원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출마의 변이다. 두 사람 모두 중앙정치 일색인 대한민국에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지역의 주인이 지방정부가 되는 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중앙에 알려지고, 역할도 강해져야 한다. 권력은 나눠야 폐해를 줄일 수 있고 더욱 효율적이며 그래야 지방도 살고, 중앙도 산다.지방분권의 동력이 늦어진 데는 지방의 책임도 있다. 분권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지방의 채널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내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 염 시장과 황 시장 모두 험난한 지방선거를 치르고 또 다른 출마의 길을 나섰다. 지방분권을 대표하는 주역들의 앞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경진 사회부 차장 lkj@kyeongin.com이경진 사회부 차장

2018-07-30 이경진

[참성단]뉴스메이커 '이재명'

6·13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달 보름이 지났지만, 경기도지사 '이재명' 이름 석자는 지금도 바쁘다. 선거에 당선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이름은 이제 집무실에 갇혔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름 석자는 집무실과 도정현장 보다는 뉴스메이커로 세상의 관심 속에서 부유중이다.'이재명'을 둘러싼 화제는 논쟁적이다. 바른미래당과 김부선씨와의 법적 다툼은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심상치 않은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주진우와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의원은 시차를 두고 경찰서 입구에서 여배우스캔들 공방을 벌였다. 역시 경찰조사를 받은 작가 공지영은 이재명 저격을 멈출 기세가 아니다. 최근 출간한 신작 '해리'가 '진보의 탈을 쓴 위선적인 무리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조폭연루설'은 여배우스캔들 만큼이나 이재명을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SBS 방송은 사업가로 변신한 국제마피아파 주요인물 L씨와 지사의 관계를 짐작케하는 정황들을 열거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이 조폭배후면 대한민국 경찰과 정부도 조폭배후냐"며 L씨는 성남시장 직무수행중 만난 인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그런데 이 지사가 검찰수사를 촉구한 이후 휴지기에 들어서던 조폭연루설이 뜻밖에 민주당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경선 후보인 수원 출신 김진표 의원이 "당과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며 이 지사의 자진탈당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지사에 대해 적대적인 당내 친문(親文)세력의 지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정치공학적 분석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김부선, 바른미래당, SBS 대(對) 이재명의 전선이 김 의원 발언으로 인해 '이재명 탈당 찬반'이라는 당내 전선으로 번진 것이다.이 지사의 말 대로 이 모든 논란들이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 차원의 실체없는 '설(說)'이라면 억울해도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설'들이 이 지사가 살아오며 맺은 인연에서 비롯됐으니, 설(說)을 토해내는 설(舌)만 탓하기엔 그의 공적 위상이 너무 커졌다. 이 지사는 어제부터 여름휴가 중이다. 이 모든 논란을 작파하고 오롯이 도지사 직분에 전념할 방안을 찾아내 복귀하기 바란다. 적요한 공간을 찾아 명상에 잠겨보길 권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7-30 윤인수

[시인의 꽃]꽃 1

그는 웃고 있다. 개인 하늘에 그의 미소는 잔잔한 물살을 이룬다. 그 물살의 무늬 위에 나는 나를 가만히 띄워본다. 그러나 나는 이미 한 마리의 황黃나비는 아니다. 물살을 흔들며 바닥으로 바닥으로 나는 가라 앉는다.한나절, 나는 그의 언덕에서 울고 있는데, 태연히 눈을 감고 그는 다만 웃고 있다.김춘수(1922~2004)하나의 형상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수많은 상상을 자극한다. 형상이 체험한 것의 실체성이라면, 상상은 유사성에서 오는 심상으로서 이미지가 된다. 이 이미지는 상상을 통해 가공된 것이지만 원본인 형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비 개인 강가에 일렁이는 물결의 파장이 한 송이 꽃잎이 피어나는 것 같이. 동그랗고 작은 물결이 점점 크게 번져가는 형상 속에서 꽃을 상상하고 꽃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물살의 무늬 위에 나는 나를 가만히 띄워'보는 것은 '꽃무늬' 같은 물속에 비친 나의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황黃나비'와도 같이 "물살을 흔들며 바닥으로 바닥으로 나는 가라 앉는다"는 것이다. 상상이라는 '그의 언덕에서' 상상은 '태연히 눈을 감고' 더 많이 '울고' '웃는' 이미지를 불러온다. 김춘수는 여기서 '나'라는 의미의 형상(존재)을 지웠을 때, 수많은 이미지(의미)를 만나게 되는 것을 '무의미시'라고 명명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7-30 권성훈

[홍창진 칼럼]가벼운 마음

미래에 대한 걱정 쌓아둔다고당장 해결 되는 일은 없다주어진 현실 외면하라는게 아니라달라지지않는 일 고민에 발목잡혀고통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해마다 여름이 되면 성당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캠프 준비로 바쁩니다. 당연히 신부는 봉사해줄 청년을 찾습니다. 그러나 요즘 도시 성당에서 청년 봉사자를 찾기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에 사는 청년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안고 있는 걱정이 있습니다. 바로 취업입니다. 취업문이 너무 좁은 탓에 방학 동안에도 쉬지 않고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물론 봉사도 스펙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성당 오빠, 성당 언니 스펙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외연수나 국내에서의 극한 체험, 전공과 관련한 자격증 취득 등이 그나마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스펙입니다. 어떤 청년은 스펙을 쌓기는커녕 당장 학비 마련도 힘겨워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며 더위와 씨름하고 있습니다.이 위기를 넘기고자 어머니 봉사자를 모집했습니다. '모집 인원 ○○명'에 지원자는 정말 0명이었습니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겁니다. 청년들보다는 어머니들 사정이 좀 낫겠지 싶어 어머니 봉사자를 모집했지만, 그분들 상황은 청년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어머니들 대부분이 정규직은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 고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가사 노동과 아이 교육까지 도맡아야 하니, 일요일에 성당에 나와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성당의 주일학교 교육이 아직 무급봉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유급교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마지막으로 아버지 봉사자를 모집해봤습니다. 공고를 내기도 전에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옵니다. "성당 아이들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빠들 죽어나가는 사정도 좀 들어주세요." "해고 걱정, 폐업 걱정, 대출 상환 걱정! 신부님,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버지 봉사자 모집은 방도 못 붙이고 계획을 철회했습니다.여름 캠프 봉사자 모집은 아쉽게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청년들과 어머님, 아버님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많은 일을 감당하며 바쁘게 사는 것은 좋은데, 그분들에게서 지친 모습만 보일 뿐 희망이나 기쁨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걱정과 불안만 가득한 그들의 눈은 다가올 미래를 암울하게 응시하고 있었습니다.우리 마음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보면 얼마나 될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마음을 어떻게 측량할까 싶지만, 실제로 잴 수 있다고 해도 아마 0.0001그램도 안 될 겁니다. 그러나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그 마음이 걱정과 근심 때문에 천근 혹은 만근처럼 무겁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가 감내해야 할 현실의 무게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밖의 위기가 산적해 있다고 해서 이를 고스란히 내 안으로 가져와 차곡차곡 쌓아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미래에 대해 걱정을 쌓아둔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습니다. 어차피 걱정한다고 당장 무슨 일이 바뀌지 않는다면 미래는 신의 영역에 맡긴 뒤 걱정을 내려놓고, 우리는 그저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주어진 현실을 외면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고민한들 달라지지 않는 걱정거리에 발목을 잡혀, 내게 주어진 오늘을 고통으로 점철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나게 됩니다. 30% 인원 감축을 통보한 직장 현실, 대출까지 받아 장만한 아파트가 급락해 이자도 못 갚는 현실, 가진 돈 모두 털어 창업을 했는데 경제 상황이 악화돼 폐업 위기에 몰린 현실은 분명히 내 노력과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내가 이런 현실에 놓여 있다고 해도 그 현실이 내일 똑같이 펼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 그간의 인생 경험에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쁜 일이 항상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좋은 현실도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는 것을, 신은 늘 그래 왔다는 것을.여름 행사 봉사자를 모집하며 어느새 저도 모르게 제 마음에 근심과 걱정을 얹어 놓고 힘겨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걱정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없으면 없는 대로 떠나 볼 생각입니다. 바다에서 아이들이 하루 종일 신부와 수영만 해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고, 나라도 없었으면 그마저도 못하지 않을까 싶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2018-07-30 홍창진

[기고]난파선과 같은 아동학대 보호체계

모두 배에 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갑자기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되었다. 모두 죽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 하나 있는 구명보트는 3명만 탈 수 있는 크기다.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구명보트에 타게 될 세 사람을 10분 안에 결정해야 한다. 여유가 없고 그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고 만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숨 막히는 위의 가정은 극한 상황을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자각하기 위한 청소년 집단프로그램의 한 내용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수많은 학대피해아동 현장조사와 사례관리의 폭풍우 속에 살아가고 있다. 상담원들은 난파선의 극한 상황처럼 모든 학대피해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해 미안함과 죄책감에 갇혀 있을 때가 많다.보건복지부의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91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2014년 9월 2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신고접수는 2014년 1만 7천782건에서 2016년 2만 9천671건으로 증가했다. 아동학대로 판단된 피해 아동수를 의미하는 '발견율'도 낮다. 2015년도 기준 국내 아동 인구 1천 명당 발견율은 1.3명으로 미국 9.2명 호주 8.5명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증가하는 아동학대 신고에 기관들이 담당하는 피해아동은 포화상태다. 2016년 말 기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 수는 637명이 전부다. 임상심리치료인력 수는 63명에 불과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적정 상담원 수는 1천181명, 적정 임상심리치료인력 수는 174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문제를 해결하려면 예방과 사후관리 단계에서 대상자들이 사례관리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 아울러 추후 아동학대가 재발하지 않도록 맞춤형 전문서비스의 제공, 이를 위한 전문서비스 영역의 확대와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학대로 피해받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주진관 경기화성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주진관 경기화성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2018-07-29 주진관

[데스크 칼럼]미군 유해 송환 추가로 이어지길

실종자중 5300구 北에 있는 것으로 추정가족들 슬픔·기다림 깊이 헤아리기 힘들어'정서적 연대'는 이념이나 지역 뛰어넘는'보편적 인류애'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한국전쟁 중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55구가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로 송환됐다.미국은 남다른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군 유해가 곧 북한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며 "많은 가족들에게 엄청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대변인 성명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이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약속을 이행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 변화를 위한 모멘텀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또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 관계의 전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과감한 첫 번째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미국 언론들은 한국전쟁 실종자 유가족들이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발 빠르게 후속 보도도 내놓았다. 그중 애리조나 길버트에 사는 잰 커런(70·여)씨의 사연이 눈에 띈다. 해군비행사였던 그녀의 아버지 찰스 개리슨 중위는 그녀가 3살 때 한반도 상공에서 격추된 뒤 포로로 잡혀있다가 숨졌는데 유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그녀의 '아버지 유해찾기'는 수십년 간 이어졌다. 부친을 좋은 묘지에라도 모셔 자식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수십 개 실종자 모임에 참여했고, 지난 2013년에는 부친이 생포된 곳까지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버지를 모셔오지 못한 게 아직도 괴롭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고 말했다. 미국은 독립전쟁을 거쳐 탄생한 나라다. 개인의 자유와 가치, 평등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명예롭게 여긴다. 서부개척 시대를 거치면서 개인이 맺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인 '가족'에 대한 정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온 일병 구하기'는 이런 미국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영화다. 2차대전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끝난 직후 미국 대통령은 한 가지 보고를 받게 된다. 전쟁에 참여한 한 집안의 4형제 중 3명이 죽고 제임스 프란시스 라이언이라는 이름의 막내만 살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아들 한 명만이라도 어머니의 품에 되돌려보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한 특수부대가 꾸려진다. 영화는 존 밀러가 이끄는 특수 부대가 사상자까지 내면서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줬다.잰 커런씨는 이번에 송환된 미군 유해 55구 중에 부친이 포함됐는지를 확인하기까지 또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일단 미군의 유해는 미국 국방부 '전쟁 포로 실종자 확인국'이 있는 하와이 연구소로 옮겨진다. 유전자(DNA)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있는 연구소에서 실종자 가족·친척들의 샘플과 비교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목걸이 인식표 등이 있으면 확인 기간이 짧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신원을 확인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한국 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가운데 약 5천300명의 유해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이런저런 실종자 가족들이 적지 않고 그들의 슬픔과 기다림은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러기에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정서적 연대'는 이념이나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적 인류애'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이 추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유해 발굴 및 송환이 종전선언·비핵화·평화협정 등으로 나아가길 희망해본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07-29 김순기

[월요논단]지식인선언

수많은 영역 근본기조 변함 없어변화 요구 진보의 조급함이나정략적 발언으로 몰아가지 말라 많은 세력 담대하게 척결 안하면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7월 17일자 지식인 323명 선언에 대해 이른바 좌우협공이란 비판과 함께, '현장 감각 제로 건백서'로 '속대발광욕대규'로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의 비판은 한겨레신문, 뒤는 중앙일보의 칼럼이니 어쩌면 좌우협공으로 비치기도 하겠다. 그러나 이런 선언을 좌우협공 따위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이다. 촛불의 열망을 딛고 선 이 정부에게 이 선언은 가깝게는 사회경제의 담대한 개혁을 요구하거나 크게 보면 해방 이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권력은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공성에 바탕해야 하며, 이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맹목적 자본주의에 의한 끝없는 경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공정함이란 주장이 담겨있다. 또한 그동안의 일면적 경제성장에 대한 강박을 넘어 사회와 경제 체제에 민주와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더 멀리는 지겨운 종북논쟁을 넘어 이 땅의 지속적 평화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했을 것이다.여기에 좌와 우가 자리할 곳은 없다. 촛불 시민은 흔히 말하는 좌우나, 진보 보수란 프레임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인간다운 사회를 요구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성향 분석을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미 우리 사회가 지금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에 따른 개혁의 담대함을 요구한 것이다.(2017년 10월 30일자 월요논단) 너무도 오래 우리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개발독재 시대를 넘어서는, 이후의 사회와 인간다움에 대한 요구를 좌우협공 따위의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 선언의 의미를 지나치게 정쟁적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촛불이 척결하기를 바란 것은 보수가 아니라, 특권을 독점하는 음습한 수구 세력이다. 그 세력을 우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런 세력은 벌써 사라져야 했음에도 여전히 우란 이름으로 이 정부의 실패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이 선언을 좌우협공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런 세력에게 정치적 권리를 합리화시키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차라리 맹랑한 비난은 중앙일보 송호근의 글이다. 그는 이 선언에 대해 "정말 미쳐버리기 전에 외치고 싶다. 제발 현장에 가봐라"고 질타한다. 내가 아는 한 이 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더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이들이다. 이렇게 질타하는 그는 어느 현장에 있었는가, 혹시 을과 병이 죽어간다고 외치는 그 현장이 아니라, 이런 구조적 모순을 만든 갑들이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현장은 아니었던가. 나는 을의 현장에서 그를 본 적이 없다. 이와는 별개로라도 그가 주장하는 해법은 정면으로 촛불 정신에 반대된다. 을과 병의 싸움에 을의 양보를 말하고, 규제완화를 말하는 주장 어디에 이 정부가 해야 할 개혁의 정신이 담겨있는가. 구조적 모순을 초래하는 갑의 체제에는 침묵하고, 그나마 을이 가진 한 줌의 밥그릇을 병에게 양보하는 것이 대안인가. 건물주, 가맹점주, 대기업의 약탈적 구조와 시스템을 규제하라는 촛불의 요구에 규제완화를 말하는 것이야 말로 '속대발광욕대규'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의 문제는 특권적 지대를 독점하는 그들의 배타적 결탁에 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그들만의 축제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이 사실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사법농단이 얼마나 반민주적이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 합의를 도외시하는 반체제적 사건인지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는다. 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지대독점 세력이 얼마나 이 사회의 암적 존재인지 애써 감추려 한다. 기무사 문건에서 보듯이 벌써 사라졌어야 할 독점적 세력이 여전히 이 정부의 실패를 바라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영역에서 이 사회의 근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교육영역에서만도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지식을 전 산업화 시대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지만, 입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그러니 이 개혁 요구를 진보의 조급함이나 정략적 발언으로 몰아가지 말라.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그 세력을 담대하고 당당하게 척결하지 않으면 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7-29 신승환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전전반측(輾轉反側)

어떤 이는 이별로 잠 못 이루고어떤 이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열대야로 잠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다전전반측(輾轉反側)은 걱정거리가 많거나 슬픔에 겨워 누워서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성 사이에 서로 사모하여 항상 마음에 그리다 잠 못 드는 상황을 말할 때 더 많이 사용한다. 씨앤블루(CN BLUE)가 부른 '잠 못 드는 밤'(작사·작곡:이종현·Heaven Light) 노랫말에는 전전반측의 예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는 너를 보던 날 기억이나/신비한 미소가 아직 선명해/날 설레게 해'. 화자의 마음속에는 남은 등불인 잔등(殘燈)이 다 타고 수탉이 울 때까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리운 님의 '신비한 미소'가 기억으로 뚜렷이 남아있다. 찬란한 해 솟는 바다처럼 화자의 가슴은 기쁨에 겨워 한없이 설렌다. '바람에 흩날리듯 번진 꽃향기처럼 스며든' 님을 그리는 애타는 심정을 과연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보고픈 이를 향해서 사모의 정념에 불타는 화자의 심장은 뜨거워져 두근거린다. 그렇게 불면의 밤은 끝없이 지나간다: '두근거려 잠 못 드는 밤 널 그리는 밤 Endless night'.화자는 끓는 피에 뛰노는 가슴을 부여안는다. 그가 밤새워 연인에게 '들려줄' 그리고 '전해줄' 사랑 이야기는 달콤함 그것 자체이다. 연인의 '아이 같은 눈빛'은 별빛처럼 그의 깊은 두 눈 속에 빨려 들어간다. 또한 그의 '늘 같은 자리에 늘 같은 곳' 따뜻한 심장 한가운데에서 연인의 눈빛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뭇별처럼 밝게 빛난다. '뒤척이다 잠 못 드는 밤'을 하얗게 지새고 함께 영원히 곁에 있고 싶은 연인을 향한 그의 가슴은 애가 탄다. 애태울 정도로 연인에 대한 그의 정열은 태양처럼 뜨겁다. 이처럼 오매불망 자나 깨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연인을 향한 연정이 활활 불타고 있다. 이처럼 화자의 전전반측 심정은 너무나 간절하고 애달프기만 하다.김건모가 부른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작사·작곡:김창환)에는 비 내리는 밤에 화자의 전전반측 심경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내 맘 속에 잠들어 있는 네가/다시 나를 찾아와/나는 긴 긴 밤을 잠 못 들것 같아'. 화자의 가슴에는 자신의 연인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지금은 연인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기만 하다. 그런데 갑자기 처량하기 짝이 없는 비 오는 밤이 은밀하게 찾아온다. 그때 그 연인이 화자의 심장 속으로 스멀스멀 다시 다가온다. 화자는 연애 시절 비 내리는 밤에 자신의 연인이 '즐겨 듣던' 노래를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 기타를 치며 불러주곤 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이 그의 귓전에 남아 자신의 연인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창밖을 보면 화자는 '괜시리' 울울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눈을 가만히 감고 잠을 청하려 해도 몸을 뒤척이다 '긴 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 오는 소리에' 화자의 마음은 오직 연인 생각에 흠뻑 젖어든다. 공연히 답답한 마음이 더욱 쓸쓸하고 울적하고 심란하다. 게다가 화자의 '마음속에 가득' 남아있는 연인의 애처로운 '미소만이'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룩주룩 비 내리는 밤에 잠 못 이루며 '지친 그리움'으로 사무친 상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만 간다. 가슴 저미는 생각에 잠기면 잠길수록 화자는 더욱 더 연인과의 극적인 재회 의지에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샘은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다반사이다. 거의 매일 이리저리 뒤척이고 자신의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서 몹시 힘들어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픈 이별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또한 어떤 이는 이글이글 불타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여름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7-29 고재경

[참성단]김지하의 절필(絶筆)

'김 강사와 T 교수' '창랑정기(滄浪亭記)' 등 작품으로 주목받던 현민 유진오는 해방되자 절필을 선언하고 문단을 떠났다. 그리고 헌법학자로, 야당 정치인으로, 법제처장으로 문학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수필문학의 대가 금아 피천득은 1970년대 중반에 갑자기 절필을 선언했다. "어느 날 보니 내가 전보다 못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가 이유였다. 금아는 서초동 자택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절필 약속을 지켰다.자발적 절필 작가들에게 그 이유는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사회적, 정치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절필을 선언하고 훗날 다시 문단으로 복귀하는 작가도 많다. 김주영, 박범신, 김영하, 고종석, 신경림도 이런저런 이유로 절필을 선언했다 다시 문단으로 돌아와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하지만 타의에 의해 절필하는 경우도 있다. '해빙기의 아침' '부초'로 70년대 최인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한국 최고의 인기작가였던 한수산은 1981년 5월 제주도에서 집필 중 보안사 요원에게 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그리고 노태우가 사령관이던 국군보안사령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신문 연재소설 '욕망의 거리' 내용 일부를 문제 삼은 것이다. 유난히 감수성이 뛰어났던 그가 고문으로 받았던 정신적 충격은 너무도 컸다. 그는 절필했고 한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다.절필을 강요받은 작가도 있었다. 신경숙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걸려 여기저기서 절필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는 사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라며 절필을 거부했다.올해 등단 50주년을 맞는 시인 김지하가 절필했다는 소문이 지난주 문단을 뜨겁게 달궜다. 신간 시집 '흰 그늘'의 출판사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이번 시집을 끝으로 더는 집필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시집 서문에 "마지막 시집이다/교정하지 않는다/마지막 다섯 줄 '아내에게 모심'/한편으로 끝이다/이제 내겐 어릴 적 한(恨)/'그림'과 산밖에 없다/끝"이라고 써 절필이 사실처럼 돼버렸다. 우리 문단에 김지하처럼 한(恨) 많은 시인을 찾기 어렵다. 상상 못 할 모진 고난에도 붓을 꺾지 않던 그다. 쉽게 절필할 그가 아니다. 문단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7-29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