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트북]고려인 4세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 만들자

"한국에 들어와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안타깝습니다."지난달 27일 고려인들의 열악한 한국어 교육 인프라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인천고려인문화원에서 박봉수 원장이 고려인 4세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이날 문화원에는 학교를 마치고 온 초·중학교 고려인 4세 학생 10여 명이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한국어 수준은 제각각이었지만 눈빛은 모두 빛나고 있었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나고 자라다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자녀다. 각자 어린 나이에 새롭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우리도 이들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가장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것은 고려인 4세의 체류권 보장이다. 재외동포법은 외국 국적 동포를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고려인 4세는 동포 대상에서 제외돼 F-1(방문 동거) 비자를 받아 거주하다 만 19세가 되면 국내를 떠나야 한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은 항상 성인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법무부에서 내년 6월까지 고려인 4세가 부모와 함께 국내에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고려인 4세의 국내 거주 보장은 한국에 살고 있는 8만여 명의 염원이다. 하지만 국회에 올라가 있는 동포 범위를 확대하는 재외동포법 개정안 통과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수년간 외쳐 온 고려인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매년 한국에 들어와 정착하는 고려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2-11 김태양

[자치단상]'인천 교육중심 1번지 동구' 만들어요

젊은부부들 '교육 때문에 이사' 예방 위해'교육경비 보조 규정' 완화부터 선행돼야지역 최초 신식초교 설립 등 옛 명성 맞게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인프라 구축 노력동구의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교육문제이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동구를 떠나고 있고 그로 인해 인구 유출이라는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젊고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오고 있으나, 현재 동구는 자체수입으로 소속 공무원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교육경비 지원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교육경비보조금 예산을 편성·집행할 경우라 할지라도 지방교부세 감액 등 재정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규정'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교육경비 보조 제한규정(제3조)의 개정을 위해 동구청과 동구의회, 학부모, 민간사회단체 등이 중앙정부, 인천시 및 교육청 등에 수차례 건의한 결과, 지난 9월 11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 제한 규정 완화 검토"가 확정 발표됨에 따라 조만간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2014년도 까지만 해도 1년에 10억원의 교육경비를 관내 유치원, 초·중·고에 지원하였으나 교육경비지원 제한 규정으로 2015년부터 지원이 불가한 상태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하여 인천시에서 동구에 교육경비 지원을 지속 요청하여 2017년도 4억원, 2018년도 6억원을 교육청을 통하여 지원하였으며, 2019년에는 2014년 수준으로 10억원의 교육경비가 관내 학교에 지원될 예정이다.또한 교육환경개선기금 지원을 위해 '동구 교육환경개선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과 함께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50억원씩 교육환경개선기금 100억원을 조성하여 열악한 학교 노후시설의 개·보수비를 지원하고 교육시설 장비를 교체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소프트웨어 부분의 양축을 기반으로 한 선제적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와는 별도로 금년도에는 아동의 기본권인 생존·발달·보호·참여 등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해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문화예술교육지원 및 초등 수·과학캠프운영, 아동 방송아카데미, 진로체험 지원 등 다양한 교육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취업률 전국 1위인 재능대학교와 관학협력을 체결하고 내년에는 지역사회와 학생들이 진로설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관리 및 지원 창구를 단일화하는 '동구 진로체험센터'를 구 직영으로 구축·운영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진로 체험처를 발굴 연계해 주는 허브(Hub)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시 교육청과 협약을 맺는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해법과 돌파구를 찾고 있다.동구에는 현재 8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 인천 최초로 신식 교육을 가르치는 사립학교인 영화초등학교(1894년), 인천 최초의 보통학교인 창영초등학교(1907년), 공립초등학교인 송림초등학교(1933년) 등이 설립되어 오래전부터 인천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해온 곳이다. 이러한 동구의 옛 명성에 부합코자 민선7기 공약사항인 "교육환경이 제일 좋은 동구","교육 문화 복지가 어우러진 동구"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개발과 교육인프라 구축 등 동구가 '인천 교육중심 1번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허인환 인천광역시 동구청장허인환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2018-12-10 허인환

[오늘의 창]'지갑이 열려야 경제가 살아난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심상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촉발된 수출 부진이 내수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부진과 반도체 시장의 잿빛 전망에 이어 중소기업체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사무직, 기능원 및 장치·조립 종사자 등 중숙련 분야의 일자리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면서 가계를 주로 책임지는 30~54세 가장들의 경제 활동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0~54세 남성들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올해(9월 기준) 93.1%로, 지난 1996년 95.9%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경우를 대비한 직업훈련 강화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보더라도 노동 공급 여력 축소 및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 하락 등이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깎아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를 입증하듯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과 비ICT 제조업, 가구별 격차 확산 등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수출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데 올해 1분기 내수 기여도는 전기대비 1.2%p 상승에서 2분기에는 0.7%p 감소했다. 가계 소득 역시 3분기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여기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던 서민 대표 난방유인 등유값은 7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서민들의 경제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소비자물가지수도 두 달 연속 상승해 밥상물가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갈수록 지출을 할 곳은 늘어나지만 지갑 사정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 돈이 시장에 풀리지 않으면서 지출과 생산의 순환고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 물가는 지갑의 열고 닫힘에서 평가된다. 지갑이 많이 열릴수록 경제는 살아나고 지갑을 닫을수록 경기는 침체된다. 정부는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종찬 경제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경제부 차장

2018-12-10 김종찬

[홍창진 칼럼]한반도 평화

'확실한 핵 포기'·'체제 보장 유지'북미간 불신에 국민들 의견도 갈려'교황 방북' 새로운 전환점 될수도이제 우리는 운명의 길 가야할 시점진지한 소통으로 내부 갈등부터 해결근래 들어 남한과 북한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관계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양쪽 정상이 벌써 세 차례나 회담을 가졌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미 정상 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북한 노동자 연맹이 휴전선 아래로 내려와 축구 경기를 했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남측 관계자들이 바로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남북 간의 철도 연결을 위해 실사팀이 실험 운행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저는 약 10년에 걸쳐 매년 한두 번씩 평양을 다니며 민간 차원의 교류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요즘 남북 교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북측 젊은 리더는 과거의 체제로는 이제 더 이상 지도자로서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립각만 고집해서는 고립만 가중될 뿐 국민을 부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경제의 안정 없이는 체제가 붕괴될 것이고 국가의 존립마저 흔들린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이제 우리는 통일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양측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된 것인가? 남측이 북측을 흡수하는 형태가 되나? 아니면 연방제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양 체제는 각각 유지되나? 국가 구성 체제부터 주변 열강들과의 이해관계까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잘 진행되는 듯 보이던 남북의 평화 로드맵이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은 북한의 모든 경제 활동을 제재하기로 결의한 바가 있습니다. 일단 그것부터 해결하고 다음 일을 도모해야 하는데, 도무지 이 제재가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은 보다 더 확실한 핵 포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은 여러 차례 핵 포기를 언급은 했지만 확신이 들 만큼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양자는 서로를 완전히 믿지 않습니다. 미국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도 남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북한은 자신들이 핵과 관련한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는 순간, 미국이 약속한 체제 보장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런 북미 간의 불신에 더하여 남쪽 국민들의 의견도 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미국처럼 과거 경험에 견주어 북한을 불신하는 쪽과, 이제 북한은 경제 개방 외에 살 길이 없으니 핵 포기에 관한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주자는 쪽으로 선명하게 나뉘어 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서로의 의견을 듣고 타협과 양보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입니다. 남북의 평화 로드맵은 이 불신 때문에 아주 천천히, 그리고 완만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교황의 방북은 이 불신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가톨릭 신자이고 유엔 상임이사국과 영향력 있는 회원 국가들 역시 대부분 가톨릭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황의 방북이 다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의 평화를 위해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 한반도는 평화로 향한 길을 떠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느리게 가든 빨리 가든 이 운명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 길을 걸으며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선, 북한과의 관계 구축에 앞서 우리 안의 갈등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여러 입장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어제오늘 생긴 것이 아니라 몇십 년에 걸쳐 축적된 것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진지한 소통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야 합니다. 정치권도 치적을 통한 인기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SNS시대에 토론의 장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소통에 참여하는 각 개인도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먼저 상대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야 합니다. 상대의 주장만 헐뜯지 말고, 그 주장이 어디에 기인한 것인지 곱씹어봐야 합니다. 이런 과정 없이 결과만 바라서는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체제가 하나라고 의식이 하나가 되는 건 아닙니다. 과정 없는 평화는 머지않아 또다시 분열을 만들 것입니다. 다음은 한반도 평화를 꼭 이뤄내야 한다는 소신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남과 북은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비단 북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 역시 이대로는 출구가 없어 보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입니다. 어떤 모습을 어떻게 갖추고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2018-12-10 홍창진

[시인의 꽃]앉은뱅이꽃

앉은뱅이꽃이 피었다작년 피었던 그 자리에또 피었다 // 진한 보랏빛그러나 주위의 푸르름에 밀려기를 펴지 못하는 풀꽃 // 이름은 왜 하필 앉은뱅이냐그렇게 물어도 아무 말 않고작게 웅크린 앉은뱅이꽃 // 사나흘 지나면 져버릴 것이다그래 그래 지지말고덧없는 소멸그것이 꿈이다꿈이란 꿈 다 꾸어버리고이제는 없는 그 꿈작년 그대로 또 피었다이형기(1933~2005)'지지 않는 꽃'이 있던가. 꽃은 짧게 피었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값지고 아름답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한한 시간 앞에서 유한성을 인정하면서도, 저마다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욕망하며 살아간다. 영원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자연과 우주의 원형일 뿐, 그 안에 기거하는 사물들은 한낮 꿈을 꾸는 꽃처럼 시들어가는 것. "작년 피었던 그 자리에 또 피었다"가는 '앉은뱅이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년에 피었던 꽃이 아니듯,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 역시 그대로인 공간에 사람만 매번 바뀌는 이치와 같은 것. '작게 웅크린 앉은뱅이꽃'과 같이 '사나흘 지나면 져버릴 것'을 망각한 채,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인 양 욕망이 이끄는 대로 소유하려고 한다. '덧없는 소멸'로의 끝은 '그것이 꿈'으로 귀결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욕망에의 질주를 멈출 수 없다. "꿈이란 꿈 다 꾸어버리고 이제는 없는 그 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또 꿈을 꾸며 일상으로 나아간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12-10 권성훈

[참성단]사랑의 온도탑

자선냄비 옆에서 구세군이 흔드는 딸랑딸랑 종소리에 겨울이 깊은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경제력이 지금만 못하던 시절의 거리는 지금처럼 밝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빨간 자선냄비는 눈에 띄었고, 흰 눈이 흠뻑 내리면 더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파가 혹독할수록 온정의 열기도 뜨거웠다. 코흘리개의 동전 한 닢부터 고액수표까지, 어려운 이웃의 의식주를 위해 익명의 선의가 끓인 자선냄비에선 김이 펄펄 솟았다.구세군 자선냄비의 활약은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우리 사회의 자선 지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대표적인 자선 캠페인으로 2000년부터 설치됐다. 온도탑의 대형 온도계는 모금회가 목표로 정한 모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간다. 빙점에서 끓는 점까지 올라가는 수은주는 은연 중 시민들의 자선의지를 분발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덕분에 사랑의 온도계는 100도를 훌쩍 웃돌 때가 대부분이었다. 100도 달성에 실패한 건 딱 두 번이다. 처음 보는 모금방식에 낯설었는지, IMF사태 여파 때문인지 설치 첫해에 100도를 넘기지 못했는데, 다음 해에 148.5도를 기록해 만회했다. 2010년엔 공동모금회 비리 사건에 성난 시민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100도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딸의 병치료를 빙자해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기부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도 캠페인 마지막 날 간신히 100도를 넘겼다.공동모금회는 2019년 모금 목표를 4천105억원으로 잡고 지난달 20일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하고 내년 1월31일까지 73일간 수은주를 체크한다. 매일 56억3천만원 가량이 모여야 100도 달성이 가능하다. 그런데 수은주 오르는 기세가 영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전국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금 추세가 형편없다고 한다. 지난해 100도 달성에 실패한 경기도는 올해도 수은주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인천도 지금 추세라면 지난해와 달리 100도 달성이 힘들 전망이란다. 아무래도 경제한파의 영향이 아닐까 의심된다. 자선은 어려울 때 더 빛난다. 괴테는 "선을 행하는 데는 생각이 필요 없다"고 했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12-10 윤인수

[데스크 칼럼]러브마크(Lovemark)

이성적 판단 뛰어넘는 충성도의 브랜드기술력과 감동적 메시지 더해진 단계애플 아이폰·할리데이비슨이 대표적국산 보기 힘든 이유 '존경' 못받기 때문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은 유난히 동호인 모임이 많다. 호그(HOG:Harley Owners Group)라고 불리는 동호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할리'에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그족은 미국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도 꽤 익숙하다. 일부 열성 팬들은 자신의 몸에 할리데이비슨 제품이나 상표 문양을 새겨 놓을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할리데이비슨처럼 높은 소비자의 충성도를 가진 브랜드를 '러브마크(Lovemark)'라고 한다. 이는 소비자로부터 '이성적 판단을 뛰어넘는 충성도'를 획득한 브랜드를 뜻하는 말로 2004년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앤사치 CEO인 케빈 로버츠가 주창한 개념이다.러브마크를 구성하는 존경과 사랑의 크기로 구분해보면 4가지 유형과 단계로 나뉜다. 제일 낮은 단계가 존경과 사랑이 없는 '일회용품', 두 번째가 사랑만 있고 존경이 없는 '유행 상품', 세 번째는 존경은 받는데 사랑이 적은 '명품', 마지막으로 최고의 단계인 존경과 사랑을 모두 받는 '러브마크'라고 한다.명품이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대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인의 기술력과 좋은 소재로 만들어지는 명품의 가치는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비싼 값을 주고 힘들게 구한 명품이라고 자랑만 하면 천박하다는 얘기를 듣기 쉽다. 반대로 사랑은 받는데 존경을 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은 사랑이 식으면 그 대상이 수시로 바뀐다. 기능적 편리를 쫓는다면 대치품은 얼마든지 있다.케빈 로버츠는 한 인터뷰에서 러브마크의 또 다른 예로 애플사의 아이폰을 꼽았다. 애플의 아이폰은 '지속적인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변화와 혁신의 일생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도전과 혁신을 꿈꾸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소비자들도 애플의 제품을 신뢰하면서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국내 유수의 기업이 만들어 내는 휴대폰 중에서 세계적인 러브마크가 있나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제품에 대한 사랑은 넘치는 것 같은데 존경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하기가 어렵다. 첨단 기능과 편의성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 강한 데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감동이 약하다는 평가다.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를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최고의 브랜드는 효율성, 편의성, 창의성, 역사,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전통과 역사, 감동적인 스토리(메시지)가 더해지면 러브마크가 된다. 예를 들면 '예술가들이 사랑한 전설의 수첩', '세계 최고 7성급 호텔이 선택한 연필', '실용 디자인으로 철학이 빛나는 의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접이식 칼' 등이다.일본 아오모리현 사과는 기대와 희망을 대표하는 과일로 유명하다. 어느 해 이곳에 태풍이 심하게 불어 사과 수확량이 크게 떨어졌다. 한 과수원 주인은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며 백화점에서 비싼 가격에 내놨다. 마침 대학 입시를 앞둔 시기여서 태풍을 견뎌낸 사과라는 얘기에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아오모리현 사과를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스토리가 러브마크가 된 셈이다.사용자가 가치를 인정하고 애정을 보일 때 브랜드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브랜드가 2019년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러브마크 중에서 우리 것을 찾기 힘든 이유는 관심과 사랑은 받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12-09 이진호

[오늘의 창]모이는 곳과 떠나는 곳

4차 산업을 이끌 신성장 동력 선점을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에서 현지 개발자 등과 함께 AI, 모바일서비스, 홈 사물인터넷 등에 관한 혁신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삼성전자는 앞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적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엠큐브'를 열었다. 현대모비스는 이곳에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연결성), AI, 차량보안 등 분야에서 유망한 글로벌 스타트업의 발굴과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5G 등의 분야 글로벌 인재를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았다.얼마 전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만든 한 대학 연구진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 자율주행 택배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창업하려 했지만, 여러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는 50여 년 전만 해도 체리, 자두, 살구 등 과일이 풍성한 과수원 마을이었다. 그런데 컴퓨터와 인터넷 등 첨단 기술산업 발전의 시작점을 알린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모태 역할을 하면서 지금껏 기술 발전과 혁신의 상징이 되고 있다. 구글과 우버, 페이스북과 에어비앤비 등 4차 산업의 대명사 격인 유명 기업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창업자나 투자자들에게 역시 이곳은 기회와 가능성의 공간이 되고 있다.인천에 터전을 잡고 창업의 꿈을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인천을 등지는 창업자들이 많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업과 투자에 더욱 좋은 조건과 환경을 찾아 인천을, 우리나라를 떠나는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혁신성장의 주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언제까지 떠나는 이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시간이 없다.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8-12-09 이현준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거기가 고향같네

해방 55년 만에 귀환한 동포들극단적 선택 이유 관객에 물어일제가 남긴 상흔 여전히 진행중우리 모두 그들에게 빚지고 있어등장인물 세 명, 그들의 다른 이름지난 11월 9일부터 12월 9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공유에서 지공연협동조합의 '고향마을' 공연이 있었다. 지공연은 조합원 모두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하는 공연예술인 협동조합이다. 열악한 연극 제작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공연 제작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2017년에 창립한 지공연협동조합이 두 번째 정기공연으로 '고향마을'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연극 '고향마을'은 사할린에서 영주귀국한 세 명의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극의 시간은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연극의 공간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아파트다. 그곳에서 세 명의 할머니가 국회의원을 납치하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극은 시작한다. 연극 '고향마을'은 그토록 갈망하던 고국으로 돌아와 이제 막 정착한 할머니들이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해 말하고 있다. 연극은 사할린 동포는 누구인지 관객이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들며 끝난다.연극 '고향마을'의 제목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임대아파트 단지 이름인 고향마을에서 가져왔다. 2000년 고향마을에는 총 489세대 967명이 입주하게 된다. 입주민은 모두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이다. 해방이 된 지 55년 만의 귀환이다. 사할린 동포는 안산 고향마을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4천300여 명 정도가 영주귀국하였다. 하지만 영주귀국의 조건이 1945년 8월 15일 이전 사할린 이주 또는 사할린 출생자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이들 중에는 사할린에 있는 가족과 다시 이산의 아픔을 겪게 된 경우도 있다. 연극 '고향마을'은 그들 중에서 세 명의 할머니를 호명하여 일제가 남긴 상흔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연극 '고향마을'의 인물인 할머니들의 귀국은 미완의 귀향이다. 세 명의 할머니는 안산에 살면서도 정작 고향 땅을 찾지는 않고 있다. 고국에 돌아왔으나 고향 땅은 낯설기만 하다. 평생을 살았던 삶의 시간은 고향 땅이 아니라 사할린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 명의 할머니는 사할린에서 음력을 적어 넣은 달력을 직접 만들었을지도 모른다."초복 4일 전에 배차(배추) 심고, 중복 때 무 심어요. 그러면 그거 가지고 김장하요.", "물 빠지면 바다에 나가서 조개나 새우 같은 거 많이 잡았어. 미역도 건지고. 그러려면 음력으로 언제 물이 나가고 들어오는지 알아야 했지."(최상구, '사할린', 2015)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할린의 시간은 고국에서 사용하던 음력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사할린에서의 삶의 시간으로부터 다시 단절된 세 명의 할머니가 정작 고국에서 "거기가 고향 같네."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최상구의 '사할린'에는 사할린 동포의 삶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안명복의 증언은 강제동원으로 인한 이산의 가장 잔혹한 사례이다.그의 아버지는 1939년에 사할린으로 강제동원을 갔다. 어머니와 4남매는 이듬해인 1940년 6월에 사할린으로 가서 가족이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1944년 9월에 다시 일본으로 강제동원을 당하면서 이산의 아픔을 또 겪게 된다. 당시 13세의 안명복은 해방 이후에도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다. 일제에 의해 1944년에 시행된 이중동원은 사할린 북서부 지역에 위치한 14개의 탄광에서 조선인 광부 3천여 명을 일본 본토로 다시 동원해 간 사건을 말한다. 안명복의 아버지를 포함하여 그들은 배제된 사람들 중에서도 배제된 사람들이다.우리 모두는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 지금까지 영주귀국한 4천300여 명의 동포와 여전히 사할린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유즈노사할린스크 공동묘지, 고르노자보드스크 공동묘지, 우글레고르스크 인근의 사라진 공동묘지 터에 묻힌 한인들에게, 그리고 그 기나긴 세월이 지나도록 국가에 의해 단 한 번도 셈해지지 않고 사라진 사할린의 무연고 한인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연극 '고향마을'의 인물인 세 명의 할머니, 한미옥, 김순영 그리고 조인숙은 그들의 다른 이름이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12-09 권순대

[월요논단]허위조작정보 대책, 무엇부터 해야 할까?

민주주의 위협하는 가짜뉴스 심각'표현의 자유' 두고 정부 대응 신중생산·유통 규제대책 마련 쉽지않아법적 규제는 '혐오 표현 방지' 충분급한 일은 '사회적 합의기구' 추진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하다. 가짜뉴스의 확산은 전통적인 언론의 신뢰성 저하와 막강한 확산속도와 확산 용이성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정치적 대립이 첨예화되고 강화된 정보 이용자의 편향적 정보 소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선거와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기 위한 대책은 쉽지 않다.지난 10월 국무총리가 허위조작정보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되는 등 허위조작정보 대책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대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 등이 있다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이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이 가짜뉴스의 기준과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접근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대응이 신중해졌다. 그러나 허위조작정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4월 발의했던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보완한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시민사회는 이 법안에 대해 비판적 분위기다.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허위'는 사실 여부를 따져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작'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허위조작 정보를 언론중재위원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나 절차는 갖고 있는지?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법적 규제 모델이 되고 있는 독일의 '소셜 네트워크법집행법'과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안'도 같은 논란을 안고 있다.독일의 '소셜 네트워크법집행법'은 소셜 네트워크 제공자에게 위법한 콘텐츠를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차단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대해서, 민간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규제 책임을 전가해서 정당한 내용에 대한 과도한 삭제나 차단 등이 우려되고 위법한 콘텐츠 등 명확하지 않는 콘텐츠 삭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안'은 지난 11월 진통 끝에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선거기간 중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허위정보 유통 금지명령을 법원이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도 허위정보 정의가 모호하고 이를 판단하는 판사의 전문성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지난 11월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허위조작정보로 신고된 유튜브 영상 및 게시물을 심의하여 '해당 없음' 또는 '각하'로 결정했다. 제재가 적절하지 않거나 이미 삭제돼 심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삭제 요청된 정보 대부분은 경찰이 삭제를 요청했고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나 정부 대상 음모론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12월 4일 시민단체 '오픈넷'은 이 결정이 "정부 여당의 과도한 가짜 뉴스 대응에 제동을 걸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근본적 의미를 숙고한 것으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정부·여당이 추천한 통신심의소위원회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가짜뉴스 규제의 한계와 해결 방향을 찾아볼 수 있다. 위원들은 이런 정보가 문제가 있지만 해법은 정보 차단이 아니라 허위정보를 검증하려는 언론의 책임과 정부의 투명한 소통 행정, 수용자의 미디어교육 등이라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의 법적 규제는 현행법에 증오·혐오 표현 방지 규정과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한 피해구제 규정을 보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더 긴급한 일은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과 미디어플랫폼 등이 참여하는 가짜뉴스 판별을 위한 팩트체크 프로젝트와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정책 공론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추진일 것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8-12-09 이용성

[참성단]늙은 都市

2012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추오 고속도로의 사사고 터널에서 두께 8㎝의 콘크리트 천장 상판이 무너져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세계 최고의 안전국가'로 자부하던 일본정부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사고 터널 사고 후 일본 정부는 노후 인프라에 대한 강도 높은 유지보수 투자방안인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전후에 지어진 일본 내 기반시설이 수명을 다해 유지관리 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사사고 터널 사고가 일대 전환의 기회가 된 것이다. 미국도 1966년부터 2005년까지 노후교량 1천500여개가 무너지자 2012년 '성능 평가 기반의 자산관리 법안(MAP-21)'을 수립했다. 영국은 재무부 산하에 인프라사업청(IPA)을 두고 인프라 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프랑스는 국토평등위원회(CGET), 호주는 인프라호주(IA)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수요를 파악하고 재원 조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늙어간 선진국도 시설 노후화라는 심한 몸살을 앓은 후 이런 대책들을 만들었다.시설물 노후로 인한 사고는 사전에 다양한 징후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징후에 애써 눈 감는다. 그렇다고 위기의 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를 '회색 코뿔소(Gray Rhino)' 현상이라고 한다. 위험 신호가 계속되는데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회색 코뿔소가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람처럼 시설물도 나이가 들면 늙는다. 교량이나 하수관, 도로 등 시설물들도 시간이 가면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눈앞에서 사고가 나지 않으면 예산 사용 순위는 언제나 뒤로 밀려나게 마련이다.일산 평촌 분당 등 경기도내 1기 신도시는 30년 된 늙은 도시다. 사람으로 치면 60세를 넘어선 나이다. 사람처럼 인프라 이곳저곳에 동맥경화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노후 인프라 시설 개량을 위한 기본계획은 물론, 노후 인프라 투자 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조차 없다. 그나마 대형 사고가 발생해야 '조금' 정신을 차린다. 이번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던지는 고마운 경고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09 이영재

[춘추칼럼]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왜 읽어야 합니까?" 어느 수감자 물음에내 답보다 '故 최옥정 작가'의 유언이 명쾌"읽는 사람 많은 만큼 세상은 행복해지고타인이 언제나 마음 열고 인생을 보여줘…"서른다섯 살 때인가 교도소에 갔었다. 동행한 두 분은 단풍놀이라도 온 듯 여유로웠다. 대조적으로 나는 도살장 본 황소처럼 떨었다. "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저는 막 춥고 무섭고, 얼빠져 갖고 제정신이 아니네요." 내가 엄벙덤벙 주워섬기자, 환갑의 L이 물었다. "혹시 교도소에 처음 와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L은 대견하다는 듯이 뇌었다. "너, 참 세상 편하게 살았구나. 참 착하게 살았어." 불혹지년의 J는 "난 고향에 온 것처럼 친숙한데!"라고 했다. J는 젊은 시절에 시국사범으로 옥살이를 했었다.가장 먼저 들른 무슨 '실'에서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꺼내놓고 대신 명찰을 받았다. 명찰에 '지도' 혹은 '선도'라고 씌어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그저 '방문'이라고 적혀있었는지도. 몇 개의 철문을 통과했다. 교도소장은 아니었지만, 교도소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차를 마셨다. 그는 좋은 일 하러 오셨다고, 치하해주었다.'글쓰기반' 담당 교도관은 미안해했다. "좀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신청자가 거의 없네요. 훌륭한 분들 모셔놓고 정말 민망하게 됐습니다. 대개 귀찮아하기는 합니다. 종교 하는 분들, 바른 생활이니 도덕 함양이니 정의 실천이니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자주 오거든요. 그분들이야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십니다만, 아이구야, 여기 사는 사람들 귀에는 다 지겨운 설교죠. 초코파이나 사탕이나 군것질거리라도 나눠준다고 하면 좀 신청자가 있을까.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만큼은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쓰기 강좌는 진짜 처음이거든요. 시, 수필, 소설! 말만 들어도 황홀하네요. 글 쓰게 도와주고 좋은 책 얘기 들려주고 얼마나 좋아요. 똑같더라고요. 지원자가 여덟 명밖에 없어서 스무 살 갓 넘은 애들 여섯 우격다짐으로 끌어왔습니다. 너희들은 감옥이 대학이거니 생각하고 하나라도 배워야 한다. 너희들이 언제 문학을 배워보겠냐 하고 강제로 포함시켰습니다."나는 덜덜 떨며 무슨 '실'로 들어갔다. '글쓰기반'에 모인 수인들은 가슴에 숫자를 달고 있었다. 세 자리 혹은 네 자리. 수인들의 얼굴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여유로웠다. 표정으로만 따진다면, 내가 더 수인 같았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수인님? 대놓고 '수인'이라고 호칭할 용기는 없었다. '아저씨?' 갓 스무 살에서 환갑 넘은 게 틀림없는 백발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포진한 사나이들을 '아저씨'로 퉁칠 수 있을까. 열 명은 파란색 옷, 네 명은 황색 옷이었다. '파란색옷님'과 '황색옷님'이라고 부를까."선생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성의 없게 하자니 별 볼일 없는 놈으로 깐볼 것 같고, 공들여 하자니 때와 장소도 가리지 못하고 잘난 체하는 놈으로 오해 받을 것 같았다. 적당히 하고픈데, '적당히'처럼 어려운 게 없었다. 나는 문학이 어쩌고저쩌고, 글쓰기가 이러니저러니, 독서가 이러쿵저러쿵 마구 주워섬겼다.수인 한 분이 불쑥 물었다. "근데요 소설 쓰시는 분이라니까 한번 물읍시다. 소설을 왜 읽어야 합니까?" 나는 문득 넋이 나가버렸다. 중3 때부터 소설이 쓰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씩이나 다녔고 좋다는 소설깨나 읽었고 심지어 '소설은 사람의 지식과 사상과 감정을 문자로 형상화하여, 사람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가능케 하고, 사람의 소양 발전과 인식 확장과 감정 조율 등에 기여한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소설 따위를 왜 읽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알지 못했다.이제 왜 읽어야 하는지 안다. 왜 읽어야 하냐면, 내 말보다, 향년 54세로 올해 9월 이 세상을 떠난 고(故) 최옥정 소설가의 유언이 명쾌하다. "책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소설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나는 믿는다.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가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 인생을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 내년에는 많은 사람이 읽기를."/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2018-12-06 김종광

[발언대]'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 농가 일손문제 해결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부족한 농촌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농번기에 90일간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이다. 법무부가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지자체가 MOU를 맺은 외국 지자체 주민이나 지역 거주 결혼 이민자의 본국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해당 지자체가 법무부에 필요한 인력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90일간 체류 가능한 단기취업(C-4)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도, 일자리가 필요한 현지 외국인들도 모두 반응이 좋다. 결혼 이민자들이 가족 신원을 보증하는 데다가 지자체가 근로자를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어 제도 안정성 또한 높다. 이런 실익 때문인지 지난 11월 행정안전부 주관 '2018년 행정제도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현재 상시 근로자를 공급하는 고용허가제(E9 /E10 비자)가 있긴 하지만 농번기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 농업의 특성상 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보다 농번기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이런 농가 일손의 특성을 잘 반영한 제도이다.계절근로자 사용 농가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숙소를 계절근로자의 숙소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법정 최저임금 및 근로기준법 상의 초과·휴일근무 수당을 반드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고 적정 휴식권 보장을 위해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반드시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 근로자인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는 점 또한 이 제도의 장점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이 90일로 짧아 농업기술의 습득과 전문화에 어려움이 있어 체류기간을 최소 180일 이상으로 확대도 고려해 본다면 더욱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정정식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정정식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2018-12-06 정정식

[풍경이 있는 에세이]영어 문항이 불편하다

독해하면 영어 잘할 수 있는 걸까?의사소통력 향상 목표와 거리 멀어배우는 근본 목적 다시 생각해 봐야'수능: 한국에 침묵이 가라앉는 날'BBC기사 '괴상한 시험' 의미심장지난달 치른 수학능력평가의 결과가 학생들에게 통보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늘 말이 많은데, 올해는 너무 어렵게 출제되어 소위 '불수능'이라 떠드는 걸 들었다. 문제가 조금만 쉬우면 '물수능'이라고, 조금만 어려우면 '불수능'이라고 비난한다. 물과 불의 그 가운데 절묘한 수준을 예측해 문제를 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아니 그런 가운데 지점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문제 난이도란 상대적이어서 출제자뿐 아니라 수험생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국제적 공신력을 가진 토익 같은 경우, 전체 수험생의 성적을 상대평가로 재배열하여 점수를 부여한다. 수능에서 등급을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이번에 난도가 높다고 지적받은 영어 문항을 관심 있게 읽어보았다. 학생들이 낯설어하는 과학철학 사고 과정을 다루는 지문이었다. 그런데 어휘가 다소 어렵고 문장이 길어서 그렇지, 문제 자체는 쉬운 것이었다. 나는 영어 선생으로 현장에 있을 때 이런 유형의 문제를 수없이 보았고 또 학생들에게 대처 방법을 가르쳤는데, 아직도 그 유형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출제된다는 데 우선 놀랐다. 더구나 이런 지문을 읽어냈다고 해서, 이게 수험생의 영어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지 사뭇 의심스러웠다. 이걸 독해하면 영어를 잘하는 걸까? 영어교육의 목표는 영어를 이용해 의사소통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 관점으로는 이 교육 목표와도 거리가 먼 문제 같았다.나는 이 영어 지문을 '구글' 번역기와 '파파고' 앱에 넣고 돌려보았다. 둘 다 번역이 깔끔하지 못하고 의미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대충의 뜻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걸 독해하려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의 학생이라 해도 1분 이상 걸릴 터인데, 스마트폰은 단 1초도 안 걸려 해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순식간에 번역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 사람이 이 수준에 이르려고 초중고 12년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더구나 기계는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하게, 영어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언어를 번역할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영어 교육에 대한 우리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언어 교육은 말을 배우는 것이다. 즉,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단순히 문자가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까지 익히는 것이다. 글자를 읽고 그것을 우리말로 옮기는 게 물론 첫 단추이긴 하지만, 사회적 담론을 이해하지 못하면 언어는 의미를 잃는다. 예를 들어, 위 문항의 지문에 나오는 'refining ignorance'라는 어려운 어휘보다, 지하철을 어디에서는 'metro', 또 어디에서는 'tube'라고 쓰는지 아는 게 급한 것 아닐까? 아프리카계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거리낌 없이 '흑인'이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 'black people'이라고 썼다간 심히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배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영어를 배우면서 셰익스피어나 예이츠의 작품 한두 편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영화 대사를 들으며 문어체와 구어체가 어떻게 다른지 토론해봐야 하지 않을까. 왜 영어가 지금 세계 공용어가 되었는지 그 역사를 조금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이 지점에서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근본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우리나라 수능이 끝난 직후, BBC에서는 '수능: 한국에 침묵이 가라앉는 날'이라는 제목의 의미심장한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그들 눈에 우리 수능은 정말 '괴상한' 시험인 듯했다. 12년간 준비해서 하루에 평가한다고? 항공기 이착륙도 통제하고 증권시장 개장도 늦춘다고? 시험 일정에 맞춰 교회나 절에 가서 부모가 기도한다고? 겨우 2%만 들어가는 SKY에 모든 진학 희망자가 목을 맨다고? 그 대학에 들어가야 겨우 사람대접을 받는다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에서 압도적 1위라고? 나는 이 기사의 제목이 섬뜩했다. '침묵이 가라앉는 날'에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떠올렸기 때문이다./정한용 시인정한용 시인

2018-12-06 정한용

[참성단]대법관 수난시대

지난 봄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던 산드라 데이 오코너가 1981년 미국 최초 여성대법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대법원 판결문 서명란은 '미스터 저스티스(Mr. Justice)'였다. 그녀가 오면서 '저스티스'로 바뀌었다. 남성 중심에 빠져있던 미국 대법원에 오코너는 중도 보수의 신념에 따른 판결로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미국법에서 '9'는 신의 숫자다. 9명의 종신 대법관이 내리는 판결이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혜의 아홉 기둥'에 비유되는 것은 견제와 균형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연방대법원의 근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저스티스'라고 불러 주는 것은 미국 사람들의 대법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정의를 선언하는 최종 판단자로서 대법관은 한 점의 흠도 없어야 한다는 뜻도 된다. 하급심 판사가 자칫 지나칠지 모르는 '정의'를 대법관은 반드시 봐야 한다는 미국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대법관 외 나머지 판사들은 그냥 '저지(Judge)'로 칭한다. 물론 야구 심판도 '저지(Judge)'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모두 '판사'라고 한다. 대법관에게선 그만큼 권위가 묻어난다. 그들이 있는 대법원은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20개가 넘는 국회 인사청문 대상 중에 대법관 후보자의 통과율이 제일 높았던 것은 고도의 도덕성과 자질이 요구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훌륭한 후보자들이 추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법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은 청문회를 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 안철상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은 3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그제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김 후보자는 3번의 위장전입으로 실정법을 위반하고, 두 차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탈세를 저질렀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했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을 가슴으로 들었다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 사법 농단에 연루된 박병대·고영한 등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대법원장 차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법원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법관 수난시대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06 이영재

[자치단상]인구 1위 서구, 브랜드 가치를 찾자

1988년 개청후 30년간 비약적 발전명실상부 인천 중심지로 떠올랐지만이미지에 걸맞은 앵커시설 부족루원시티·검단신도시 개발 순조내년엔 세계 불꽃축제도 유치 계획'보존'과 '창조. 전 세계 수많은 도시들이 다시 활력을 찾은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더한 경우다. 이른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불리는 스페인 빌바오, 프랑스 릴, 영국 리버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특히 도시를 살리는 근간으로 문화를 활용했다는 점도 도드라진다.1988년 15만4천명으로 시작한 인천 서구는 12월 말이면 인천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게 된다. 30년 만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면적도 인천 내륙 면적의 40%, 재정규모는 1조원을 바라본다. 이제 서구는 명실상부한 인천의 중심으로 출발이다.이런 외형과 달리 도시 인프라 및 환경안전은 열악하다. 안전한 환경·교통·복지·교육·문화체육이 도시 인프라를 구성하는데 이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작동해야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 이중 환경문제는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가 높은데 서구의 경우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생활환경 주변에 수도권매립지, 발전소, 소각장 등 환경유해요소가 많다. 동네마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악취,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달 '클린서구 추진단'을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클린서구 추진단은 무단투기 쓰레기 제로화 및 쓰레기와 재활용품 분리를 체계화하는데 조력자로 역할하게 된다. 이에 앞서 인천시와 함께 서구의 현안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고 공동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서구에 위치한 주물공단, 아스콘 공장 등을 이전하고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클린서구 환경시민위원회'를 이달 말까지 조직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내년을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인구나 재정규모에 비해 낮은 도시브랜드 가치도 서구의 약점이다. 88년 개청 이후 지난 30년간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인천의 변방, 수도권매립지, 발전소 등이 있는 회색빛 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서구 브랜드에 걸맞은 앵커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10년간 표류하다 첫 삽을 뜨게 된 루원시티가 화려하게 부활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기도 하다.인천지방국세청 유치가 도화선이 될 것이고, 교육청, 인천시 제2청사까지 유치되면 루원시티는 인천 서북부의 중심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 검단신도시도 개발을 시작했다. 주거지와 함께 이곳에도 앵커시설 유치를 추진하고자 한다. 인천지방법원 서북부지원 및 검찰지청이 검단에 설치될 경우, 지역주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랜드마크가 있고 사통팔달 도로가 연결된다고 살맛 나는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함평의 '나비축제'가 함평을 말해 주듯이.지난 9월 제1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공연이 청라호수공원에서 있었다. 클래식을 편안하게 가족들과 소풍 나온 양 편히 즐기는 공연이었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민들이 얼마나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지 확인한 시간이었다. 주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내년에는 세계적인 불꽃축제를 유치하려고 한다. 정서진, 경인아라뱃길 등 서구의 자산을 불꽃과 잘 조합하면 분명한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열리는 세계불꽃축제가 이곳, 서구에서 열린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이제 서른 살이 된 서구는 미래 30년을 향해 계획된 일들을 하나씩 하고자 한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중심이 될 것이다./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2018-12-06 이재현

[데스크 칼럼]이재명·김경수 지사 그리고 출당

李지사 둘러싸고 당내 세력 '공격' vs '엄호'金지사 사례와 비교땐 적잖이 '고개 갸우뚱'야권 '친문-비문 권력 투쟁' 프레임 공세경제문제와 함께 여권 전반 '불신' 이어져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출당·탈당을 촉구하는 더민주 당원연합'이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민주당은 각성하고 이재명을 출당하라' 등이 적힌 종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비슷한 시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지지자 연대'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이재명은 죄가 없다! 정치 검찰 반대한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팻말이 들려 있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집권 여당 세력 내의 논란·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비판하고 공격하며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엄호하며 수사 당국을 비판한다. 이들은 대개 민주당원이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사람들이다. 이재명 지사의 출당·탈당을 요구하는 세력은 각종 의혹에 노출된 이 지사 문제가 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견 일리도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례와 비교하면 적잖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꾸려졌고, 김경수 지사의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물론 김경수 지사의 사건과 이재명 지사의 사건은 내용 등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재명 지사나 김경수 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면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가해지고 있는 출당·탈당 논란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의 경우 기소돼 재판과정에 놓여 있지만 출당·탈당 요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소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 출당·탈당 주장이 먼저 분출됐다. 최소한 집권 여당 세력 내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이재명·김경수 지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주지하다시피 김경수 지사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도지사 선거에서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과 각각 경선을 벌였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도지사 선거 때 친문 핵심 지지세력들에 의해 불거졌다. 야권은 집권 여당을 분열시킬 호재로 '이재명 프레임'을 설정하고 대여 공세 도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탈당을 하든, 출당을 시키든 서로 고소·고발을 하든 집안싸움은 적당히 하고 그 정성으로 경기도정과 국정 운영 등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친문과 비문 간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지금 이대로 두면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했다. 많은 국민도 야권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말해 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8.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 등의 문제와 함께 '이재명 논란'(여권 전반에 대한 불신 확대로 그동안 약하게 결집해 있던 주변 지지층 이탈)을 꼽았다. 각종 현안이 널려 있는데 집권 여당은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있다는 '이재명 프레임'은 다른 여러 사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런 세력들이 만들어 내는 정책'이라며 국정에서부터 도정에 이르기까지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선이 먼저 앞선다. 민주당 지지세력까지 냉소적으로 만드는데 중도층이나 보수층은 오죽할까. 많은 국민은 집권 여당 세력에게 묻는다. "뭣이 중헌디…"라고./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12-05 김순기

[오늘의 창]인천 해안선을 시민의 품으로

인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다. 하지만 부산이나 강원도, 남해 지역 등 다른 해안도시처럼 시민들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은 거의 없다. 바로 도심 해안가를 가로막고 있는 철책선 때문이다. 항만과 공항, 발전소, 군부대 등이 도심 해안가에 자리 잡으며 시민들의 바다 접근이 힘들어졌고, 이들 시설의 보호 명분으로 철책이 쳐졌다. 인천시는 그동안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민들에게 바다를 돌려주겠다는 구호 아래 여러 친수공간 확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군(軍)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천 바다가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최근 국방부는 인천 도심 해안가를 둘러싸고 있는 해안철책 44㎞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 지역 전체 해안 철책 길이의 70%가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해안친수공간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국방부는 2021년까지 인천 지역 해안 철책선 44㎞를 포함해 전국 해안가를 가로막고 있는 철책 284㎞를 철거한다는 방침이다.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도심 지역의 해안선 길이는 212㎞로 이 중 63.6㎞가 군(軍) 철책으로 막혀 있다. 국방부가 63.6㎞의 인천 해안철책선 중 70%에 해당하는 44㎞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박남춘 인천시장 취임 이후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추진하고 있는 해안친수공간 조성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국방부가 철책 철거 의지를 밝힌 만큼 인천시도 앞으로 인천의 바다를 어떻게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킬지 무게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해안선 개방에 따른 친수공간 조성이 다가 아니라 매립으로 사라져 버린 과거의 해안선을 복원하고 체계적으로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사업 등 외연을 넓혀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정권이 바뀌고 모처럼 찾아온 남북 훈풍이 인천 해안을 새롭게 탈바꿈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인천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해양 도시 인천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8-12-05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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