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풍경이 있는 에세이]어느 긴 새벽에 대하여

우린 제마음 읽는법 배워본적 없다마흔 넘도록 선택할 땐 손끝 파르르내가 다섯살짜리 키우기 벅찬시대열여덟살 엄마가 갓난아이 키우는데'좋은시절 금방 온다' 헛된꿈도 못꿔집 근처에는 김밥집이 한 곳 있다. 내 손바닥 반만 한 길이로 말아주는 꼬마김밥집인데 메뉴가 수십 가지다. 햄치즈 김밥, 제육 김밥, 낙지 김밥, 게살 김밥 등등 고르는 데에도 머리통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한 줄에 천 원. 두 줄을 주문하면 내 속에 딱 맞았다. 그날 김밥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한 손님이 막 나가던 길이었고 나는 김밥 진열대 앞에 서서 "아줌마, 불오뎅 김밥 두 줄 주세요." 그러면서 이천 원을 건넸다. 주인아줌마는 약간 골이 나 있었다. "아니, 지가 매운 걸 시켜놓고 맵다고 야단이면 어째?" 나는 좀 뜨끔했는데 생전 먹지도 않던 매운 음식이 당겨 마침 불오뎅 김밥을 주문한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막 나간 그 손님이 매운 걸 먹다 말고 투덜거린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그 조막만 한 김밥들을 절반도 먹지 못했다. 매워도 너무 매웠다. 주인아줌마 눈치가 보여 기를 쓰고 먹어보려 했지만 별 수 없었다. 슬그머니 반 넘어 남긴 접시를 두고 일어서는데 딱 걸렸다. "왜? 매워? 매워서 못 먹겠어?" 나는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배가 불러서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도 그랬다. 늘 가던 콩나물국밥집이었는데 그날도 희한하게 매운 국물이 먹고 싶어서 처음으로 매운 콩나물국밥을 주문했다. 역시나 나는 반도 먹지 못했다. 내가 절절 매니 깍두기를 더 주러 다가왔던 아줌마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왜 먹지도 못하면서 매운 걸 시킬까나? 그냥 먹던 대로 먹지." 분명 내 입맛이,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인데도 무언가를 주문하면서 실패를 거듭한다. 아기 내복이나 좀 살까 싶어 들어갔던 인터넷쇼핑몰에서 봄 원피스를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기에 나는 열 벌도 넘게 샀다. 백화점에 가면 한 벌도 못 살 값이었다. 옷감이 좀 후지더라도, 디자인이 좀 촌스럽더라도 어차피 아이들은 쑥쑥 자라니 만원 값만 하면 된다 생각한 거였다. 하지만 막상 배송이 된 옷들을 쳐다보자니 한숨이 절로 났다. 정말 딱 만 원짜리들이었다. 이걸 입혀 어딜 데리고 나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 원 값만 하면 된다 해놓고는 이 무슨 변덕이람. 옷장 속에 개어 넣으면서 이 옷들을 정말 입히게나 될까, 싶었다. 매운 걸 시켜서 매운 음식이 나왔고, 만 원짜리 옷을 사서 만 원짜리 옷이 온 걸 나는 어쩌자고 후회하고 있는 걸까. 다 내가 고른 것인데.친구는 새벽녘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의 울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여고 2학년 딸이 아기를 낳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딸의 마음은 확고하고 단단해서 더는 어쩌지 못하겠다 말하며 그녀는 펑펑 울었다. 알겠다고, 돕겠다고 말은 했다는데 아직 제 마음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했다. 내 딸은 아직 다섯 살이라 나로서는 상상도 안 갈 일이었다. 친구의 딸이 마음을 이미 다졌다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를 응원하는 일뿐이었다. "꼭 전해줘. 이모가 응원한다고.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도 전해줘." 고작 엄마 친구가 응원하는 일이 그 아이의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지만 다른 건 해줄 것이 없어서 나는 그 말만 바보처럼 되풀이했다. 친구가 말했다. "난 마흔도 넘었지만 내 선택을 온전히 믿지 않아. 아직도 내 선택을 내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 그런데 그 앤 고작 열여덟 살이야. 그 앤 정말 제 선택을 믿고 있는 걸까? 이왕이면 그 애가 끝까지 제 선택을 스스로 믿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제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 법, 우리는 그런 것을 배워본 적이 없다. 배워서 될 일이 아니겠지만. 친구의 말처럼 나 역시 마흔도 넘었지만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손끝이 파르르 떨릴 때가 많다. 살아도, 살아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도 여태 무능한 나를 반성하느라 나는 친구의 전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마흔이 넘은 내가 다섯 살 아이를 키우기도 벅찬 시대인데, 갑자기 천지개벽해 열여덟 살짜리 엄마가 갓난아기를 키우기 좋은 시절이 금방 오리라는 헛된 꿈을 꾸지도 못했다. 새벽은 길었고 친구의 울음도 길었다. 무섭도록 긴 밤이었다./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19-03-14 김서령

[기고]남북경협 철저한 준비부터 해야한다

가장 관심 끄는 분야는 북한의 광물자원최대 7천조… 흑연 등 부존량 세계10위권우리기업에 특별대우 해준다는 보장없어이전 틀 벗어나지 않으면 실패 확률 높아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북한 투자가 불투명하게 되고 말았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쪽은 북한이다. 북한 경제를 심각한 궁핍 상태로 몰아넣은 제재 조치가 기약 없이 이어지게 됐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간 결렬된 '하노이 핵 담판'을 살리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남북한 경제협력의 강행이다.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을 명분으로 '신(新) 한반도체제' 구상을 꺼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부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내놓은 대안들은 여러 가지 있다. 철저한 준비 없이 실현 가능성도 검증되지 않은 대안은 대안으로만 남고 만다. 비핵화 협상만 봐도 준비 부족이 아쉽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렬을 보면 우리 정부의 역할이 없다. 어떤 일이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플랜B'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핵 폐기는 다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달렸다.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나서야 한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개선되더라도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결국 남한이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남북경협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경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가 사실 북한 광물자원이다. 북한 광물자원은 많게는 7천조원에서 적게는 3천조원대까지 가치평가의 폭도 넓다. 북한 광물자원의 부존량 자체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200여 종 광물을 보유하고 경제적 가치가 있는 광물만 4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인하대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텅스텐, 몰리브덴, 망간 등 합금용 광물인 희소금속과 마그네사이트, 흑연, 희토류, 철, 아연 등의 부존량은 세계 10위권으로 추정된다.주요광물을 90% 넘게 해외에 의존하는 세계 6위 광물 소비국인 남한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희소금속으로 전기차, 스마트폰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거나 향후 통일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 가치를 섣불리 평가하기를 주저한다. 현재로선 숫자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북한의 광물 생산량에 별로 변화가 없고 북한 당국이 공식적인 확인도 안 해주고 통계도 없다. 뿐만 아니라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매장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계산도 있다. 남한 기업에 이용가치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게 큰 문제이다. 북한의 광물자원 매장량과 가치를 평가하려면 남북 공동조사가 요구된다. 국내 여러 기관에서 내놓은 잠재가치는 큰 의미가 없다. 모두 조사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방에 나서더라도 남한 기업에 특별히 대우를 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광물자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진 사람 위주로 하는 장사이다. 북한이 중국,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를 불러들여 가격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 남한 기업들로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북한이 남한을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우리부터 준다는 보장이 없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자원개발 투자에 외국기업은 모두 40개 정도이고 이 중 중국기업이 35개 나머지는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미국, 중국, 일본 등은 정보가 많고 관심도 많아 같이 경쟁해야 한다. 앞으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달리 우리에겐 자본만 대라 노동과 기술은 우리 걸로 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전 경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높다. 정부는 남북경협을 위해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경협이 단순히 북한 시장만 볼 것이 아니라 동북아를 연결하는 사업을 통해 시장을 키워 남북한 서로 도움이 되도록 경협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 (에너지자원공학)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 (에너지자원공학)

2019-03-13 강천구

[오늘의 창]3·1운동 100周 행사, 안성은 지금부터가 진짜

올해는 3·1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 되는 해다.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당시 민초들의 숭고한 희생과 저항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지난 3월 1일에 일제히 거창한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역사학계에서 '대한민국 3·1운동의 성지 중 성지'로 인정받고 있는 안성의 본격적인 3·1운동 기림행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유는 역사학계에서는 유명하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못한 안성 3·1운동의 특수성 때문이다. 안성은 역사학계에서 인정한 '3·1운동 3대 실력항쟁지' 중 유일하게 남한에 위치한 지역이다. 안성의 3·1운동은 통신이 발달하지 못해 대도시보다 열흘 늦은 3월 11일부터 본격적인 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됐다. 안성에서는 6천명 이상의 민초들이 원곡과 양성, 죽산면, 안성시장 등지에서 수십 차례 격렬한 독립만세운동을 펼쳤다. 특히 원곡과 양성지역에서는 주민 2천여 명이 면사무소 앞에 집결, 횃불을 들고 만세고개를 넘어 양성면으로 행진한 뒤 면사무소와 지금의 파출소인 주재소를 둘러싸고 만세시위를 벌인 결과 이 지역에 있는 모든 일본인들을 타 도시로 내쫓는 성과를 이뤄냈다. 한마디로 원곡·양성지역은 4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2일간의 해방'을 맞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안성의 3·1운동은 평안북도 의주군과 황해도 수안군과 함께 3·1운동 3대 실력항쟁지로 평가받음은 물론 민족대표 33인의 재판과정에서도 인용될 만큼 역사적으로도 고증된 독립운동의 성지다. 때문에 안성시는 3·1운동이 일어난 3월 1일이 아닌 4월 1일에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도 시는 다음 달 1일에 개최되는 '안성 4·1만세 항쟁 기념 2일간의 해방'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는 성대하고 알찬 기념식을 준비해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3·1운동은 한 지역에 국한된 그들만의 행사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널리 알려야 하는 만큼 경기도민과 안성시민들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안성 4·1만세 항쟁 기념 2일간의 해방'을 지켜보고 응원해주길 기대한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2019-03-13 민웅기

[경제전망대]인천의 미래 위한 투자·혁신역량의 현황과 과제

'설비·지식재산생산물' 동향 중요 2015~2017년 투자 거의 증가 안해전국 5.4%·5대광역시 3.7%와 '대조'과학기술자원·성과 측면 모두 부진 특구·공항 '국제협력 장점' 활용해야지난주에 한국은행은 2018년 중 우리 경제가 2.7% 성장한 것으로 잠정 발표하였다. 지역 GRDP는 2018년 수치가 올해 말 경 발표될 예정이므로 인천경제가 전년도에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부문별 지표들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 우선 인천의 서비스 생산은 2018년 중 2.7% 증가하여 2017년(2.2%) 및 전국(2.0%)에 비해 양호했던 것으로 집계되었다. 서비스업은 지역 부가가치 중 비중이 59%로 가장 크기 때문에 이는 인천경제의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면에 제조업 생산은 2017년의 5.7% 증가에서 2.7% 감소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 내 제조업 비중은 30%에 조금 못 미치지만 과거 데이터를 보면 제조업 생산은 인천과 전국 간 성장률 격차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인천의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4.8%로 부진했던 2015년에는 인천의 GRDP성장률이 전국평균을 하회하였고, 6% 내외로 양호했던 2016~2017년 중에는 인천의 GRDP성장률이 전국평균을 0.6~0.8 %p 상회하였다. 따라서 2018년 중에는 제조업 생산의 하향 변동폭이 커지면서 인천경제의 성장률이 전년대비 다소 낮아지고 전국평균을 하회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단기적인 생산 동향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인천경제의 미래성장동력 및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실은 더 중요하다. 즉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R&D,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 등)의 동향이 더 중요한 것이다. 통상 어떤 경제단위(국가, 지역경제, 기업 등)의 부가가치 성장률은 생산요소(노동 및 자본) 투입과 총요소생산성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산성이 동일할 때는 요소 투입이 많아질수록, 투입 양이 동일하다면 생산성이 높을수록 해당 경제단위의 부가가치 생산량은 많아지게 된다. 인구고령화, 노동시장 경직성 등으로 인해 노동투입 증가에 한계가 있을수록 자본 및 생산성의 중요성은 커진다. 통상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혁신활동과 이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는 통계상으로는 최신 기계 및 설비 도입이 반영된 자본 증가, 이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효율성 제고는 총요소생산성 증가로 잡히게 된다. 최근 OECD 통계를 보면 2013~2017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성장에 있어 자본투입과 총요소생산성 증가의 기여율은 87%에 달해 OECD평균(66%)을 상회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 경제도 자본투입과 생산성 증가에 의존한 성장을 이루고 있을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2017년간 인천은 연평균 3.5% 성장하여 전국(3.0%)에 비해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이 기간 중 거의 증가하지 않았는데, 이는 전국의 연평균 5.4% 증가,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 평균 3.7% 증가와 큰 대조를 이룬다. 한편 지역 혁신역량은 크게 과학기술 자원(인구당 이공계 학생수, 연구기관 및 대학수, R&D 투자 등)과 성과(학술논문수, 특허권, 특허료 수입, 논문인용 빈도 등) 두 측면에서 측정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펴낸 '2017년 지역 과학기술혁신 역량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은 양 측면 모두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이 과학기술 자원 면에서 유수 대학, 국책 및 민간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는 다른 지역(서울, 경기, 대전 등)에 비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산학연 및 기업-정부 간 협력, 국제 협력 등 기존 자원 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극복가능하다. 특히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국제공항이 위치하여 국제 협력에 장점이 있고, 이는 상기한 보고서를 보더라도 인천이 유일하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천은 경제자유구역 등 인천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혁신을 주도하는 지역 중 하나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장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2019-03-13 김현정

[참성단]'닥터-카' 달리다

"자네 아버지는 한국 사람처럼 살았고 한국 사람처럼 죽었네."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벽안(碧眼)의 청년이 아버지의 지인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응급구조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한국에선 길에서 허무하게 죽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택시로 병원에 이송됐는데 의사의 권유로 더 큰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택시 안에서 숨졌다. 이후 청년은 전 세계 각국을 돌다가 선진화한 미국 텍사스의 응급구조시스템에 큰 감명을 받게 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5인승 승합차부터 사들였다. 이어 목수, 철공 기술자와 함께 집 뒷마당에서 승합차를 구급차로 개조하는 일에 매달렸다. 대한민국 1호 구급차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때가 1993년이다. 사실 이전에도 구급차는 있었다. 1972년 전북 전주소방서를 시작으로 1973년 부산 동래소방서 등 일부 소방서에서 구급차를 운영했고 1982년 3월 서울소방본부에서 구급대를 창설하면서 119구급 서비스 시대가 열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38년 경성교통안전협회의 의뢰로 경성모터스주식회사가 제작한 구급차가 운행되기도 했다. 당시 백미 240가마를 살 수 있는 '거금'이 투입된 이 구급차는 중상자 2명이나 경상자 4명을 동시에 이송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들 구급차는 단지 환자를 이송하는 운송수단에 불과했다. 차 안에 의학 설비를 갖춰 응급처치가 가능토록 한 전문 앰뷸런스는 청년이 제작한 구급차가 최초다. 그 청년이 이제는 60대로 접어든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다. 1895년 외조부가 선교를 위해 제물포 땅을 처음 밟은 것을 시작으로 4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가 뚱땅거리며 만든 구급차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며 구급차의 개념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26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응급구조시스템에서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구급차가 또 한번 선을 보였다. 가천대길병원이 지난 12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운영에 들어간 '닥터-카'다. 전문의와 간호사 등 전문 의료진이 응급구조사와 함께 탑승한다는 것이 응급구조사만 타는 기존의 구급차와 다른 점이다. 중증환자를 골든타임 내에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장비도 갖춘 터라 '달리는 응급실'이라 할 수 있다. 진작 '닥터-카'가 길 위를 달렸더라면 인요한 소장 아버지의 지인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자네 아버지가 한국에서 살아서 그나마 다행이네." /임성훈 논설위원

2019-03-13 임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제출호진: 임금이 동방에서 출현한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남아있는 한기는 있지만 그렇게 추웠던 날이 가고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왔음을 실감한다. 봄의 상징인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도 하나 둘 열리는 느낌인데 제출호진(帝出乎震)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동양에서 지리를 볼 때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나침반이 패철인데 지남철이기 때문에 '쇠'라고도 부른다. 이 지남철은 말 그대로 남향을 가리키는 쇠이다. 이 지남철을 가지고 방위를 보고 길흉을 따진다. 지남철에 정해진 방위의 원리는 주역이라는 고전에서 유래한다. 주역에서 유래한 방위를 보는 방법은 남방(南方)을 정면으로 향해 서있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랬을 때 동서남북 사방만 따지자면 남방이 앞의 이괘(離卦)이고 북방이 뒤의 감괘(坎卦)이다. 동방이 왼쪽의 진괘(震卦)이고 서방이 오른쪽의 태괘(兌卦)이다. 동서남북의 사방은 각자 지니고 있는 개성이 있으며 동시에 시간적 의미도 포함한다. 동방을 예로 들면 해가 떠오르는 방위이지만 시간으로 보면 하루 중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 해당하고 한 해로는 생명의 싹을 지표에 내는 봄에 해당한다. 예로부터 해는 임금의 상징이기 때문에 임금이 동방에서 출현한다는 말은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제출호진(帝出乎震)이라 하였으니 동방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고 해가 떠오름에 따라 만물이 소생해 나오는 때라는 의미를 함축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한 때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성군이 출현한다는 비사( 辭)로도 사용했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진단(震檀)이라 하는데 震은 중국의 낙양에서 볼 때 동쪽을 뜻하고, 檀은 우리나라의 시조인 단군을 뜻하는 말이다. 굳이 비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봄을 맞아 누구에게나 잠재해있는 태양처럼 밝은 상제(上帝)의 마음과 힘이 출현하기를 바라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3-13 철산 최정준

[참성단]백건우의 지방 연주회

피아노의 귀재 '안톤 루빈시테인'은 앵글로 색슨의 콧대 높은 자존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국인이 대문자로 쓰는 유일한 글자는 나(I)이다. 이것은 그들의 민족성을 가장 뚜렷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유대계 러시아 출신인 그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연주여행을 하면서 영국인들이 지나치게 '아이'를 내세우는 게 싫어서 그랬는지, 영국인들의 그 '자만'이 부러워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쓰라린 역사를 떠올리며 선조와 민족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는 1960년대 서구로부터 가장 열렬한 환호와 칭송을 받은 대 피아니스트였다. 끊임없는 귀화 요구에 흔들리지 않았던 그는 낳아주고 키워준 소비에트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71세였던 1986년 그는 자동차 한 대에 몸을 싣고 당시 레닌 그라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대륙을 횡단하며 작은 도시와 시골 마을을 찾아 순회연주회를 열었다. 시골성당의 낡고 조율이 되지 않은 피아노도 그의 감동적인 연주를 막지 못했다. 이런 '마을연주회'가 100회를 넘었다. 언제는 스무 명 앞에서도 연주했다. 자신들을 찾아준 고마움과 그의 음악에 감동한 마을사람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우리의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25년째 지방을 찾아가 연주회를 열고 있다. 거기에는 섬도 포함되어 있다. 2011년 9월 연평도에서 시작한 첫 섬 연주회는 관객들이 둘러앉거나 일어선 채 자유분방하게 대가의 공연을 관람해 신선함을 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악기 등 조건이 갖춰진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음악은 청중에게 잘 전달됐다. 섬마을을 찾아 자연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한국적인 속살을 찾고 싶었다."백건우가 지방 순회 연주회를 시작한다. 이젠 사통팔달 길이 뚫려 지방이라 하면 그곳 분들이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수원 인천을 제외하곤 거장을 쉽게 만나지 못하는 곳이라 이번 '백건우 & 쇼팽' 연주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16일 군포, 17일 여주, 19일 과천, 20일 광명, 30일 수원, 4월 13일 인천, 20일 안산으로 이어진다. 강행군이다. 백건우는 리히테르처럼 자신에게 큰 보상이 돌아오지 않아도 끝까지 궁극을 추구하는 장인 정신의 소유자다. 헌신을 통해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 '연주의 구도자'를 보노라면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3-12 이영재

[수요광장]n분의 1은 공정하지 않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에 역할 주고다양한 수준 참여기회 제공해야'쓸모없는 사람없고, 모든 시간은동등하다'는 타임뱅크 사상에 근접상황맞게 '1인분役 부여' 가장 공평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3차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신고·인가된 협동조합은 1만615개로 확인되었다.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된 이후 약 4년 만에 드디어 1만개를 넘어선 것이다. 가히 협동조합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그러나 실제 사업 운영을 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53.4%로 절반에 불과하다. 이 숫자는 협동조합이 만들기는 쉬워도 운영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협동조합의 운영, 왜 어려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협동조합의 '조합원 노동'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은 한두 가지 사례를 일반화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 필자가 쓰는 이야기는 어느 가치지향적인 모임과 커뮤니티가 사업조직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 협동조합 이야기임을 밝혀둔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노동과 자발적 참여로 작동한다. 이때 우리는 모두가 똑같이 참여하고 일하는 게 민주적이고 공평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협동조합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낯선 조직이다. 오랜 시간 시장에서 거래하는 인간으로 살아온 우리가 협동하는 인간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조합원 노동의 문제는 스스로가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었을 때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타트업 협동조합 대부분의 초기 조합원들은 관계로 참여한 것이다. 도와주는 마음으로. 사실 이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상태의 조합원들이 늘어나면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리더그룹은 소진현상이 나타나고 조력자 그룹은 "왜 나만?"하는 화가 쌓이고 '연결'보다는 '느슨한'에 방점을 두고 있는 다수는 언제든 발을 뺄 준비가 되어 있다.나름 조직의 체제가 필요한 것이 이 시점이다. 조합원으로서 자부심, 활동의 가치, 성장의 기회 등 조합이 조합원에게 미치는 경제적 비경제적 영향이 개인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조직의 체계를 구성하여 모든 조합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다양한 수준의 참여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조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조합활동에 투입한 돈과 시간에 비례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새로운 차별과 권력이 되지 않고 건강한 리더십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주목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의 비전과 미션 신념체계, 조합원으로서의 행동강령 등을 공유하면 효과적일 것이다.정례적인 활동과 교육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리더그룹을 발견하여 활동가로 육성하여야 한다. 협동조합의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봉사자, 서번트 리더십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이 돌아가도록 하는 사람들, 환대하고 맞이하는 사람들, 함께 하자고 손 내미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 이러한 리더십이 조직 내부에 확산되고 드러날 때, '느슨한'에 중심을 두고 있던 사람들이 '연결'을 경험하며 스스로 '나도 조합원이구나!' 하는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되는 것이다.다시 n분의 1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것은 어쩌면 (화폐로 환산된) 등가가치의 교환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에는 평가보상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일반회사는 여기에 많은 인력과 비용을 쓰고 있다. 그런데 늘 불만이고 오히려 평가보상체계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협동조합의 조합원 노동은 어떻게 보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고,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등하다"라고 주장하는 타임뱅크의 사상에 가깝다. 그리고 그 교환은 꼭 PtoP(당사자간)일 필요가 없다. 커뮤니티(공동체) 내에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다면 자본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와는 차원이 다른 소중한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이러한 선물과 증여의 경제, 리더십의 순환이 작동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협동조합의 조합원 노동은 타인과 비교에 의한 n분의 1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1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공평하고 정의로운 것이다.n분의 1의 미신을 깨는 것, 협동조합의 협동은 그곳에서 시작된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9-03-12 김수동

[기고]오늘은 조합장 선거일, 이런 사람을 선택하자

오늘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이다. 지난 2월 27일 후보자등록 신청을 마감한 결과 경기지역에서는 총 489명의 후보가, 인천지역에서는 65명의 후보가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양평 관내에서는 7개 지역농협, 축협과 산림조합 각 1개 등 모두 9개 협동조합 조합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 모두 25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평균 3.1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경쟁률 2.6대 1보다 높은 것으로 현 조합장만 등록해 무투표당선이 확정된 산림조합을 제외하고 8개 조합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조합장은 조합의 최고경영책임자로서 농업, 농촌과 조합원의 내일을 책임질 일꾼인 동시에 그 조합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여 조합과 지역을 발전시킬 막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이다. 또한 조합장은 지역사회 여론 선도층이며 지도층이다. 적임자를 제대로 뽑느냐 여부가 그 조합의 운명을 좌우하고 지역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조합장은 본래 무보수명예직이었다. 조합이 점차 규모화되고 사회적 위상 또한 높아지며 보수 또한 늘어남에 따라 조합장을 하고자 하는 조합원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이래서인지 조합장선거가 후보자매수, 금품·향응제공, 비방·흑색선전 등 과열·혼탁선거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발표에 의하면 아직도 조합원을 호별로 방문하여 현금을 쥐어주거나 경로당을 방문해 술과 과일을 제공하는 행위, 조합원을 불러 모아 지지부탁과 함께 식사를 제공하는 행위, 심지어 다량의 상품권을 구입하여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는 행위 등 부끄러운 돈 선거가 아직도 나타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위탁 관리하고 선거 탈법·불법행위자와 관련자에 대한 엄격한 법적제재와 제도개선 등 여러 가지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중심 키(key)를 쥐고 공명선거를 이룰 당사자는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다.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하고 경영하며 조합원의 권익증진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지 높은 보수나 챙기는 월급쟁이가 아니며 결코 정치인이나 얼굴마담도 아니다. 조합장은 탁월한 경륜과 지식을 갖추고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인품이 훌륭한 인재여야 한다. 따라서 풍부한 학식과 경험을 토대로 농어업, 농어촌, 지역과 조합원의 현실을 직시하고, 뛰어난 능력과 도덕성, 자질을 고루 갖추고 조합의 발전과 조합원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윤리경영을 열심히 실천할 일꾼을 가려 뽑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조합원에게 있다. 학연과 지연, 혈연 등 연고를 따져 투표하는 구태는 버려야 한다. 현직조합장의 경우에는 재임 기간 중 조합의 경영성적과 봉사정신을 세밀히 분석, 업적과 경영능력을 철저히 검증하여야 한다.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일삼으며 불법 또는 탈법적으로 선거비용을 쓰는 후보자를 눈감아 주거나 선출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후보자의 공약사항도 조합과 지역의 현실에 맞고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인지,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사탕발림 공약은 아닌지 꼼꼼히 훑어보고 따져본 다음 선택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기기기익(己飢己溺)의 덕목을 실천할 인물을 가려 선택하는 일이다. 기기기익이란 다른 사람이 굶주리는 것을 내가 굶주리는 것과 같이하고, 다른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은 내가 물에 빠진 것과 같이한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으로 조합장이나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자기의 이익과 조합·조합원·지역의 이익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 자신의 이익을 과감히 버릴만한 후보, 조합원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극진히 섬기고, 조합원과 지역의 어려움과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헌신할 후보자가 누구인지 철저히 가려 뽑자는 것이다. '1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1인을 위하여' 협동조합 정신을 나타내는 말이다. 만인을 위하여 봉사하고 헌신할 조합장(1인)으로 '기기기익'의 덕목을 갖춘 후보자가 누군지 가려서 선택하자./이복재 전 양동농협 조합장이복재 전 양동농협 조합장

2019-03-12 이복재

[노트북]한국인의 정(情)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선생님이나 군대 선임병의 폭행을 당연시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요즘은 가해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형사처분을 내리는 추세다.더러 예외는 있다. 친구 간 가벼운 장난이라든지 이성 간 호감의 표현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상대방으로부터 완전한 동의를 얻지 못하면 경찰서 출석을 각오해야 한다. 이처럼 폭행에 관한 잣대는 인권 향상과 비례해 엄격해지고 있다. 갈수록 폭행의 범위가 넓어지고 처벌도 강해질 것이라는 의미다.하지만 사회 인식은 아직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더디다. 가족이라서 교사라서 선배라서 청소년이라서 '그럴 수 있었겠다'는 관용, '그럴 만했다'는 억측, '그럴 리 없다'는 정서적 면죄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인의 정(情)은 "뭘 그런 것 갖고 이렇게까지 문제를 키우느냐"며 피해자를 뒷걸음질 치게 한다.폭행을 간단한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피해자에게 신체상의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폭행사건에 자주 언급되는 '정신적 충격'(스트레스 장애) 또한 신경에 손상을 입힌 신체상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꼭 신체접촉이 없었다 하더라도, 험악한 분위기에서 상해를 가하려는 시늉만으로 유형력 행사가 인정돼 폭행죄로 기소된 경우도 있다.지난 4일 김포시에서 다문화 여고생이 하교 후 또래들에 둘러싸여 세 시간 가까이 협박과 욕설에 시달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 청소년들은 담뱃불을 쥔 채 입을 벌리라 하고, 피해여고생의 가방에 담뱃불을 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에 포착된 무리는 경찰의 최초 소환 대상인 7명보다 많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오열하던 피해여고생은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이 정도는 너그럽게 용인되는 시스템일지, 그래서 피해여고생이 오히려 마음 졸이며 지내게 되지는 않을는지, 어른들의 후속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9-03-12 김우성

[경인칼럼]현실과 예술적 비전

신동엽 시인이 꿈꾼 '한반도 전역 비무장화' 이종구 화백이 예측한 '남북정상 백두산 산행'하노이회담 '결렬'로 평화기반 실현안됐지만역사는 비관론자보다 낙관주의자 편일 수도지난해 6월 1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방안이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되었다. 이 회담에서 또 비무장지대 내 지뢰제거, 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 및 중화기 철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방안 등도 논의되었다. 남북의 군인들이 비무장 지대를 확대하자는 제안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취해지는 조치들에서 언젠가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이 역력하다. 신동엽 시인이 50여 년 전 쓴 시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 밤은'도 그 기시감의 실체 중의 하나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무장화를 꿈꾼 시인의 노래에는 비무장지대의 총부리와 탱크가 뒤로 돌아 완충지대가 팽창되다가 마침내 한반도 전역이 평화로운 비무장지대로 바뀌는 장면이 담겨 있다. 목하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군사합의서' 이행 중이다. 11월 1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연습 중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강원도 철원 일대의 지뢰제거작업 개시, 서해 일대의 해상완충구역 설정과 해안포사격 중지와 해안포 포문 폐쇄조치 등이 실행되었다. 시인의 상상, 취기 어린 몽상의 실현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신동엽 시인이 '술을 많이…'을 쓴 1968년은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때이다. 그해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정찰국 소속 무장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 사태'가 발생했다. 일주일 뒤인 1월 23일에는 미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Pueblo號)가 북한 원산항 앞 공해상에서 북한으로 나포되고 83명의 미해군이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까지 벌어져, 남북 간 그리고 미북 간의 갈등 때문에 한반도는 또 다른 열전으로 비화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었을 때였다. 비무장지대 확대로 이 땅이 평화지대로 바뀌는 상상도는 전쟁 발발까지 상황에서 쓴 것이다. 이 당시로서는 7·4 남북공동선언과 같은 통일 관련 남북협의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때였다. 이 같은 상상은 신동엽의 일관된 소신이었던 중립화 평화통일론을 시적 비전(vision)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엄혹한 시기에 대결의 종식과 평화 시대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불러낸 비전일 수 있다.지난해 가을 이종구 화백의 전시회 '광장-봄이 오다'에서도 작가의 '예측'이 화제를 모았다. 그의 '봄이 왔다' 연작 중에는 남북한의 두 정상이 나란히 백두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습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한 작품 두 점도 함께 전시되었다. 그런데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행이 함께 백두산을 등반함으로써 '봄이왔다' 연작은 마치 예언처럼 현실에서 실현되었다. 이종구 화백이 예언가 일리는 없다. 그림의 구도는 지난해 4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경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갔다가 남측으로 되넘어온 장면이다. 작가는 이 장면을 두 정상이 공동경비구역의 경계선 대신, 백두산과 한라산으로 표상되는 국토의 남북을 자유롭게 오고 갔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가까운 미래에 온 민족이 남북을 자유로이 왕래하게 될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도 함축된 것이다.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하노이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평화체제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는 다수의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비관론자들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낙관주의자의 편인지도 모른다. 우연처럼 보이는 역사의 전개에는 시작과 끝으로 연결된 필연의 법칙과 '간지(奸智)'가 함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년 전 한반도의 평화지대를 꿈꾼 신동엽 시인의 무구한 꿈이 지금 비무장지대에서 실현되고 있듯이 말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2019-03-12 김창수

[특별기고]잊혀진 기억과 기록될 미래의 역사

안성은 유서 깊은 호국의 고장으로써 충주를 거쳐 부산에 이르는 영남대로의 길목이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군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도성 방어의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에 따라 몽고 침입 시에는 송문주 장군이 죽주산성에서 몽고군과 전투를 펼쳐 승리를 이뤘으며, 홍건적의 난때는 거짓 항복하는 척하며 술을 먹여 취한 틈을 타 적의 괴수 6명의 목을 베어 결정적으로 전세를 뒤엎은 곳이 바로 안성이다. 이렇듯 나라의 위기 때마다 보여준 안성의 호국정신은 일제의 침탈과 식민통치 기간에도 나타났다. 안성의 독립운동사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양성·원곡면의 만세운동이며, 지난번 기고문에서 보았듯이 안성읍내에서는 좀 더 색다른 방식으로 만세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죽산지역에서의 일제에 대한 저항은 일찍부터 의병활동으로 시작됐다. 이곳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이자 삼남지방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였기에 경기 남부 의병의 거점이 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정주원, 여병대, 윤석규, 김동식, 김봉환 등 걸출한 안성 출신 의병장들이 많이 배출되고 활동했다. 죽산지역 역시 3·1운동이 일어날 당시 일제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만세운동이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1919년 4월 1일 죽산공립보통학교(현 죽산초등학교)의 양재옥·안재헌 학생이 교정에서 5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만세를 부른 것이 시작이었다. 학생들의 만세시위에 동화된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대규모로 확산됐다. 4월 2일에는 오전부터 죽산시장을 중심으로 만세시위가 시작되더니 이날 밤에는 각 마을에서 모인 주민들로 2천여명의 군중이 집결했다. 이들은 죽산경찰관주재소, 죽산우편소, 이죽면사무소로 가서 독립만세를 외치고, 건물에 투석하는 등 실력항쟁의 양상을 보였다. 또한 일죽면에서는 주민 200여명이 주천경찰관주재소, 일죽면사무소 등에서 만세시위를 벌였고, 삼죽면에서는 주민 300여명이 삼죽면사무소를 공격했다. 이처럼 죽산은 4월 1일부터 3일까지 2천여명의 주민이 참여하여 일제의 식민 통치기관인 주재소, 우편소, 면사무소를 응징하는 만세운동을 전개했으며, 이로 인해 출동한 경찰과 군대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성의 또 다른 실력항쟁지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죽산의 일제에 대한 항거는 우리들에게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3·1운동의 중요지역으로 안성을 꼽지만 그 중에서도 양성·원곡면의 만세운동을 주로 말한다. 앞에서 죽산지역의 만세운동을 언급했듯 양성·원곡면의 만세운동에 못지않게 강렬한 만세운동을 전개했고 대규모의 인원이 참여한 실력항쟁의 양상과 그에 따른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3·1운동의 역사에서 그리고 안성의 역사에서 죽산의 독립운동을 다시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또한 죽산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잊혀진 이름을 밝혀내고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과제도 풀어가야 한다. 전국적으로 3·1운동 100주년에 대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안성은 3월 11일이 최초의 3·1운동 발생일이지만 가장 극력하게 만세운동을 펼치고 심지어 이틀간의 해방을 이룬 업적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매년 4월 2일에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00주년인 올해에도 안성은 4월 2일에 '4·1만세항쟁, 2일간의 해방'행사를 독립운동 성지인 안성3.1운동기념관에서 개최한다. 특히 4월 2일부터 7일까지 문화제 주간으로 설정하고, 내혜홀광장에서 시민 및 청소년 참여 문화행사 '함께 기억하는 100년'(4월 3일~5일)과 안성3.1운동기념관에서 전국 독립운동 기념관 체험박람회 '함께하는 나라사랑'(4월 6일~7일) 행사가 동시에 열린다. 예년보다 다채롭고 성대한 100주년을 맞이하겠다는 의지이다. 4월 2일에 열리는 '만세항쟁 재현퍼포먼스'는 좀 더 특별하다.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2천명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양성면과 원곡면에서 각 1천여명이 기념관을 향해 만세행진을 진행한다. 이 행사에 일반 시민과 청소년, 다른 지역의 주민들도 참가하여 당시 선열들의 만세운동을 함께 느껴보면 좋을 듯하다.안성은 3·1운동의 3대 실력항쟁지로 황해도 수안군, 평안북도 의주군 등 북한에 2곳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남북교류협력사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남북의 평화로운 시대, 미래 100년에 기록될 역사이며, 안성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를 만드는 주역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이주현 안성시 문화관광과장이주현 안성시 문화관광과장

2019-03-11 이주현

[오늘의 창]제2 경춘국도 상향식 대안 마련을

정부는 지난 1월 제2 경춘국도 건설사업을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면서 "제2 경춘국도 건설을 통해 통행량을 분산, 지·정체 해소와 접근성 개선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2 경춘국도는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부터 춘천시 서면 당림리까지 4차로 간선도로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총 32.9㎞, 사업비는 약 9천억 원으로 예상된다. 경춘국도 통행량 증가에 따른 이용 불편과 각종 규제 등으로 지역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평지역 측면에서 보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제2 경춘국도 정부 노선 안(미확정)을 두고 가평군과 춘천시가 각각의 노선을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가평지역에는 또 다른 노선 안이 거론되면서 지역 간 갈등의 조짐마저 일고 있다. 예타 면제 발표 직후 가평군 의회는 임시회에서 "노선의 약 80% 이상이 가평을 지나는 만큼 가평군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노선 결정은 부당하다"며 '제2 경춘국도 노선 가평군 제시(안) 관철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가평군도 기존 상권 보호 및 지역균형발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남양주 금남IC~청평~하천~상색~가평~춘천 당림리로 연결하는 32㎞의 노선 안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조종면·상면 주민 등으로 구성된 '가칭 제2 경춘국도 바른 안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수동 IC~조종면 현리~가평읍 마장리~ 춘천 당림리를 연결하는 노선(안)의 의견서를 최근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 전달했다. 이처럼 가평지역사회는 대체로 정부 노선(안)에는 반대 의견으로 한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정작 가평군 노선(안)을 두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등 지역 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혹 이러한 이견이 자칫 소모적 대립으로 번질 경우 지역 내 갈등과 분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가평군은 집행부, 의회, 주민 등이 참여하는 대표 협의체를 구성하고 하향식(top-down) 방식이 아닌 상향식(down-top)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생산적 갈등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19-03-11 김민수

[시인의 꽃]산유화

산에는 꽃피네 /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 //산에 / 산에 /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 꽃이 좋아 / 산에서 /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 꽃이 지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지네.김소월(1902~1932)산유화는 꽃 이름이 아니라 '산에 꽃이 있다' 라는 의미로 '산유화(山有花)'다. 이른 봄부터 산에 피는, 이름 모를 꽃들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증명하는데, 거기에는 기다림도 설렘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산유화는 언제 피는지, 언제 지는지에 관한 물음을 접은 채, 피어나고 지는 데 있다. 그 꽃은 '갈 봄 여름 없이' 보는 사람에게 피어나는 꽃이며, 반대로 '갈 봄 여름 없이' 지는 꽃으로서 산속 어딘가에서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을 뿐. 마치 겨울을 홀로 보낸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함의 얼굴이 있다면 그러하리라. 따라서 산유화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통과하여 더 이상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상태로서 고독의 절정이 피어 올린 근원적 존재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 '산에서 우는 작은 새도 고독이라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는 것같이 누구나 세계라는 산속에서 잠시 홀로 왔다가 간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3-11 권성훈

[홍창진 칼럼]상실

보이지 않는 가치 '사랑' 잃어버려마음 한구석 인두로 지진듯 '아파'자기중심적 사람 이웃에게 상처만사랑한것 후회도 괴로워도 마세요서로 다독여주며 살아가면 되기에살면서 생기는 아픔 중에 가장 큰 것은 상실로 인한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이나 사고로 생긴 아픔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복됩니다. 그러나 상실로 생긴 아픔은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마치 마음 한구석을 인두로 지져놓은 것처럼, 이 아픔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실은 어떤 대상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눈에 보이는 물질을 잃어버리는 것은 상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재산을 잃어도 회복할 수 있다면 상실이 아닙니다.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 역시 상실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상실이 아니라 분실입니다. 상실은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사랑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평생을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했는데 그는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크나큰 상실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인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육십 대 중반의 어느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이 어머니는 최근 상실의 아픔으로 식사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다니던 성당에도 발길을 끊었습니다.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했고 아들 역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는데, 아들로부터 사랑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사랑을 상실했습니다.그분은 몇 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뒤 모든 유산을 아들에게 넘기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매달 아들이 보내주는 소정의 생활비로 풍족하진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생활비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다 못한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하면 아들은 그제야 짜증을 내며 돈을 보내왔습니다. 아들의 형편이 걱정이 돼 연락도 못하고 기다리면, 두 달이 지나서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견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부부가 찾아와 이제부터 어머니를 편히 모시고 살겠으니, 살고 있던 어머니의 집을 팔고 살림을 합치자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선뜻 그러자고 허락하고 아들의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편히 모시겠다던 아들 내외는 살림을 합친 뒤 돌변했습니다. 용돈을 주기는커녕, 어머니를 혼자 둔 채 자기 식구들끼리 외식을 하러 나가기도 하고, 해외여행을 가면서도 빈말이라도 함께 가자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그저 손주들 뒷바라지만 시켰다고 합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에게 다시 살림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정신이 나갔느냐", "돈이 어디 있느냐"며 화를 내더라는 겁니다. 아들의 사랑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상실에서 오는 아픔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어 지금까지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들도 자신을 사랑하는 줄 믿고 아들의 사랑을 간직하고 살다가 그만 그 사랑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어머니 입장에선 상실이 분명합니다. 세상에 사랑보다 더 큰 가치는 없습니다. 사랑보다 재산을 더 탐한 아들의 욕심 때문에 어머니는 깊은 상실을 겪고 말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랑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모두 사랑의 고리로 인연을 맺고 살아갑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물론이고 이웃과 친구와 동료에 이르기까지 크기에 차이는 있어도 모두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를 잘 살펴보면 유독 자기중심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이웃에게 상처를 주게 마련입니다.그러나 결국 사랑이 많은 사람이 세상을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한 것을 후회하지 마십시오. 상실감으로 괴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랑을 재주로 타고난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면 됩니다. 우리가 사랑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상실로 괴로워하는 이웃을 사랑으로 서로 다독여주면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됩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2019-03-11 홍창진

[참성단]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로 이어진 베네수엘라 좌파정권의 20년 사회주의 경제실험이 비극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차베스는 1999년 집권해 신자유주의 경제를 배격하는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펼친다. 석유산업을 재국유화해 거머쥔 오일머니로 빈민층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을 제공했다. 이른바 볼리바르 혁명이다.차베스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좌파 선봉장을 자임했다. 국장(國章)에 그려진 백마가 오른쪽을 향한다고 왼쪽으로 틀어버렸을 정도였으니, 전세계 반미 사회주의 세력들의 추종은 당연했다. 국내에서도 진보성향 정당과 매체들이 차베스와 베네수엘라에 주목하고 열광했다. 하지만 오일머니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사회주의 경제실험은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파국에 직면했다.파국의 피해는 온전히 베네수엘라 국민의 몫이 됐다. 오일머니가 마르자 마구 찍어낸 화폐로 극단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지난해 0.8볼리바르였던 커피값이 최근에 2천800볼리바르로 3천500배가 올랐다. 80만%라는 인플레이션으로 수공예품 재료로 전락한 화폐는 종이 값에도 못미친다.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전체인구의 10%인 300만명 이상이 국외로 탈출해 구걸과 매춘으로 낯선 나라의 거리를 헤맨다. 콜럼비아 등 베네수엘라 접경국가들은 국경을 봉쇄하고 나섰다.급기야 최근엔 대정전 사태로 나라 전체가 암흑에 잠겼다.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 국가가 수력발전에 의존하다 발전소가 고장나자 블랙아웃에 휩싸였으니 이만한 미스터리가 없다. 한때 남미 최고의 부국이자 최대의 위스키 소비국이던 베네수엘라가 대정전으로 중환자들이 죽어나가고, 시민들은 냉장고에 아껴둔 비상식품을 꺼내먹는 지경에 처했다.나라는 거덜났는데 대통령은 두명이나 된다. 차베스의 뒤를 이은 좌파의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스스로 대통령을 선언한 우파정당 연합의 과이도 국회의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를 지원하는 외세의 간섭은 노골화되고 좌파 기득권세력과 우파 정권교체세력으로 민심도 갈라졌다.대정전은 연극의 암전과 같다. 대정전의 암흑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파국의 무대가 어떻게 전환될지 궁금하다. 분명한 건 베네수엘라가 세계 경제사에 전례없는 반면교사로 기록될 것이란 점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3-11 윤인수

[발언대]조합장선거와 뿌리가 튼튼한 나라

오는 13일에 전국 1천343개 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예상 선거인수만 약 268만명에 달한다. 인천지역은 23개 조합(농협 16개·수협 4개·산림조합 3개)에서 4만4천여명의 조합원이 선거권자로 참여하게 된다. 1987년 민주화로 대선에도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1988년부터 조합장선거에도 직선제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나, 조합장선거는 한동안 금품선거라는 오명으로 얼룩져 있었다. 조합의 인사권과 각종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조합원수가 평균 2천명 정도로 소규모이다 보니 금품선거에 대한 유혹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합장선거는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관리 해왔으며, 2015년에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금품선거는 상당부분 사라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일부 지역에서는 금품제공행위로 고발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조합장선거의 선거운동은 선거벽보, 선거공보, 어깨띠, 전화, 문자메시지, 전자우편, 조합 홈페이지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에 한하여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있다는 점에서 '깜깜이 선거'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새로운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기 어려운 반면, 현직 조합장은 평상시에도 각종 계기를 활용하여 자신을 홍보할 수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다. 공직선거처럼 예비후보제도를 도입하고 정책토론 등 선거운동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전문경영인을 선출하는 조합장선거의 선거운동기간을 늘리고, 선거운동방법을 다양화하면 오히려 돈 선거로 전락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조합장선거에서도 금품선거 척결을 위해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선거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은 경우 받은 가액의 최고 50배, 금액은 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자수자는 감경 또는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포상금도 최고 3억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조합장선거의 주인공은 선거권을 가지는 조합원이다. 조합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올바른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고 조합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을 조합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조합원의 책무이다.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공명선거가 정착될 수 없다. 조합원 모두가 솔선수범하여 부정선거를 척결하고 금품수수 같은 선거부정이 있다면 솔선수범하여 신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후보자의 선거운동도 허위사실 공표나 비방·흑색선전과 같은 네거티브방식을 배제하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선거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조합장선거의 슬로건을 '아름다운 선거 튼튼한 우리 조합'으로 정했다. 뿌리가 튼튼해야 거목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선거를 통해 전국의 조합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다지고, 대한민국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지수와 부패인식지수도 개선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최형기 인천 계양구선관위 사무국장최형기 인천 계양구선관위 사무국장

2019-03-10 최형기

[데스크 칼럼]광교신도시의 난(亂), 뒷짐진 道·도시공사

3조6천억 투입 4자 공동사업 '광교신도시'道 소유 토지로 전락… 정책 변경 실험장기반시설 태부족·도로는 매일 교통대란전성기전 쇠퇴 없게 합리적인 대응 절실여러 세대가 입주한 2층짜리 주택이 있다. 당초 설계는 정원과 넉넉한 주차장이 있는 1층 주택이었지만, 건축주가 복층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입주가 시작되자 2층의 과도한 하중으로 균열이 발생했다. 안전대책 등 하자 보수비용은 설계를 변경한 건축주가 부담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3조6천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광교신도시는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경기도시공사 등 4자 공동사업으로 추진됐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수차례 현장 기자회견 등을 통해 '명품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광교산 녹지축 보전, 호수공원 조성 등 자연과 조화된 친환경 주거단지를 마련하고, 업무·행정·연구기관이 어우러진 선진국형 녹색도시 조성을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명품 신도시'는 '졸품 신도시'로 전락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가장 큰 문제점은 부족한 도로와 불합리한 교통체계다. 광역적 교통체계는 답답하게 뒤엉켰고, 간선 교통 및 주차 체계 또한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고 있다. 입주민들의 분노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중앙정부의 무리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맞물린 도의 검증되지 않은 명품신도시 정책 탓이다. 총 20여 차례의 개발계획 변경을 통해 계획세대수를 무리하게 증가시켰다. 파워센터, 비즈니스타운, 에콘힐 등 각종 특별계획구역이 모두 실패하자, 구역 해제와 토지용도를 완화해 매각했다.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가 난립됐고, 당초 7만7천여명에서 계획 인구는 1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12.3%가 미준공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12만5천여명을 족히 넘어설 태세다. 기반시설은 태부족하고, 학교는 학생들로 넘쳐나고, 도로는 매일 교통대란이다.공동사업시행자인 도, 수원시, 용인시, 도시공사는 광교신도시 조성의 정책적 사항을 협의 하에 결정하되, 협의되지 않는 쟁점사항 등은 도가 결정키로 협약을 체결했다. 도시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수원시와 용인시는 중요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됐다. 결국 도가 제안한 변경사업이 그대로 결정, 시행되는 불합리한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상 도 소유의 토지로 전락했고,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정책 변경 실험장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사업비 정산도 도시공사는 사업비 집행 내역서 등을 도에만 보고하도록 못 박았다. 개발사업 공정이 90% 가까이 완료된 현재까지도 수원시와 용인시는 사업비의 집행내역과 정산자료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있다. 동업자가 회계장부를 보지 못하는 형국이다.도시공사는 3조6천원의 규모, 1천127만2천727㎡에 대한 보상비의 3%, 공사비의 4.5%, 토지 판매비의 3.5% 등 수천억원의 집행수수료를 받고 있다. 정당한 집행수수료 외에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집행 잔액이 자칫 도시공사의 주머니만 채우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4자 협약에는 광교신도시에서 얻은 수익을 광교신도시 SOC 등에 재투자하기로 못 박았다. 따라서 광교신도시 내 도로 확장, 지하차도 조성 등 기반시설 개선과 확충은 신도시 개발로 발생된 집행잔액으로 충당해야 한다.최근 국세청과 도시공사간 1천200억원대의 법인세 원천세 소송에서 도시공사가 패소한 소송과정과 추가로 450억원의 법인세가 부과된 점 등을 살펴보면, "장부 좀 까보자"는 수원시와 용인시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기관 이기주의와 행정 이기주의 등 잘못된 판단으로 성장기에 겨우 접어든 광교신도시가 전성기를 누리기도 전에 쇠퇴하는 일이 없도록 경기도를 비롯한 공동사업시행자의 적극적이고 합리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이재규 사회부장

2019-03-10 이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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