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호근 칼럼]아버지의 아버지생각

커다란 고무신 물끄러미 바라보며할아버지 그리워하던 아버지 얼굴그후로 기억에서나마 만날수 있어공광규 시인 '소주병' 뜻밖에 읽고초라해진 나의 부친 초상과 같았다"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읽던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은 손때(手澤)가 남아있기 때문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쓰던 그릇을 쓰지 못하는 것은 입때(口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유학의 고전 '예기'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왜 아버지의 경우에는 '책'이고 어머니의 경우에는 하필 '그릇'을 예로 들었는지 다소 유감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문제를 따지는 일은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자. 어쨌거나 이 말은 지금 곁에 없는 어떤 사람을 추억하는 데 평소 그가 애용하던 사물이 때로 긴요한 역할을 한다는 작은 진실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나에게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사물이 있다. 나는 중학교 시절 이후로 지금껏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이곳에서 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이 거의 없다. 내가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 생활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버지가 서울에 오신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학교에서 학부모 면담이라도 하게 되면 아버지가 올라와서 선생님을 만나곤 했고 그런 경우는 일 년에 한두 번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아버지는 생전에 서울 땅을 밟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아무튼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적 진학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아버지가 서울에 왔을 때의 일이다. 둘이서 시장 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문득 아버지가 보이지 않기에 뒤돌아보았더니 아버지는 어느 가게 앞에 우두커니 서 계셨다. 뭘 보시나 했더니 아버지의 눈길은 신발 가게에 진열된 커다란 고무신에 멈춰 있었다. 그리곤 혼자 말처럼 "아버지가 살아계시면 저 고무신을 사다 드릴텐데…" 하셨다.어촌의 농사꾼이었던 할아버지는 발이 유난히 컸다. 그 때문에 꼭 맞는 신을 구할 수 없어서 고무신 뒤축을 가위로 잘라서 신고 다니기 일쑤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큰 고무신을 찾아 돌아다니곤 했지만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이라 할아버지의 발에 맞는 고무신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환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날 운 좋게 "맞으면 신고 가세요!"라는 문구가 써져 있는 신발가게에서 사이즈가 큰 고무신을 구한 것이다. 그날 아버지의 밝은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리고 서울 시장 길에서 커다란 고무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당신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얼굴 또한 잊지 못한다. 그 이후로 나는 고무신만 보면 기억에서나마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고무신을 흔히 보지 못하게 되면서 그런 일도 조금씩 줄어들었다.그런데 얼마 전 어느 도서관에 강의하러 갔다가 뜻밖에 거기서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앞에 시 바구니가 걸려 있었는데, 반가운 마음으로 한 개를 꺼내 펼쳐보았더니 거기에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이라는 시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옮겨본다.'술병은 잔에다 /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 속을 비워간다 /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 길거리나 /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 문 밖에서 /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 나가보니 /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 빈 소주병이었다'.시의 제목은 '소주병'이지만 실은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다. 시인이 그린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비우고 또 비운 나머지 마침내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처럼 초라해지고 만 내 아버지의 초상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공광규 시인이 부럽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소주병은 고무신과는 달리 아직은 흔히 볼 수 있어서 자주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 부럽다. 또한 도처에서 아버지를 만나니 그 마음이 애달픈 순간도 무시로 닥칠 터이다. 그것은 부러운 일인지 아닌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9-06-17 전호근

[참성단]감독 정정용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래서 감동이 크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를 각본 있는 드라마인 영화로 옮겨 놓아도 감동은 전혀 반감하지 않는다. 결과를 알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유가 있다. 승부의 결과보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선수의 좌절과 영광을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열악한 조건에서도 굴하지 않는 국가대표 스키선수를 다룬 '국가 대표'에 국민이 열광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각본 없는 드라마 한 편이 어제 막을 내렸다. 준우승에 멈췄지만 그 과정은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 각본은 정정용의 손에서 쓰였다. 누군가 훗날, '2019 U-20 월드컵 대회'를 영화로 만든다면 주인공은 이강인보다 무명 감독 정정용이어야 한다. 이번 경기가 있기 전까지 이름은커녕 그 존재감조차 알지 못했던 68년생 감독 정정용은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U-20 대표의 4강 신화보다 더 큰 역사를 썼다.감독 정정용은 대구 출생이다. 신암초등, 청구 중·고, 경일대를 졸업했다. 수비수 출신에 국가대표 경력도 없다. 요즘 말로 '흙 수저' 출신이다. 거기에 큰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일찍 마감했다. 최고경력은 2부리그였던 대구 FC 수석코치였다. 기회는 눈앞에서 스타 출신 지도자에게 번번이 빼앗겼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가 주로 U-13·U-14·U-16·U-18·U-19 등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한 점이다. 그는 한마디로 '선수 조련사'였다. 그의 평소 지론은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에게 우승보다 중요한 건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막이 내리면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선수를, 무대 위의 배우를 비추게 마련이다. '골든골' 수상으로 이강인은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격려, 신뢰, 소통을 앞세워 개성이 강한 젊은 선수들을 '원팀'으로 만든 감독 정정용의 리더십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 감독은 경기마다 상대에 맞춰 변화하는 용병술과 전술적 작전 변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선수 기용과 교체 등 승부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치고 명감독이 없다'는 축구계의 격언을 감독 정정용은 또다시 입증했다. 마침내 한국축구의 새 역사가 써졌다. 이제야 비로소 한국축구의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6-16 이영재

[주종익의 '스타트업']테라노스의 교훈

지위가 높고 학식 높은 사람 말은무조건 믿는 '극장의 우상'미모에 학식, 세계적인 거물들로 장벽을 치자 묻지도 않고 믿어사기꾼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250여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료장비 에디슨을 개발한 실리콘밸리의 최고 메디컬 스타트업이었다.스탠퍼드 대학 화공과를 중퇴한 미모의 엘리자베스 홈즈가 19살에 설립한 회사로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하였던 기업이었으나 월스트리트 저널의 존 캐리루의 끈질긴 추적조사 끝에 2015년 사기임이 들통나면서 지금은 파산기업이 되었다. 조지 슐츠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샘넌 전 상원 군사위원장, 로버트슨 스탠포드 대학교 공대 교수이자 엘리자베스의 은사, 루퍼트 머독 폭스 뉴스 회장, 벤처 투자자이며 드레이퍼 대학 설립자 팀 드레이퍼, 거물 IT투자자 도널드 루커스,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대형 슈퍼마켓 세이프웨이, 대형 약국체인 월그린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거물들이 어마어마한 후광효과를 만들어주고 사기에 농락당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1.스티브 잡스 함정: 엘리자베스는 고등학교 때 소프트웨어 컴파일러를 개발해서 중국 대학에 팔면서 사업에 자신감을 얻었다. 미모와 학력과 야망을 겸비하고 있다고 자존감에 빠지면서 우상을 찾았다. 여자 스티브잡스 이름만 들어도 날뛸 일이다. 스티브 잡스 동일시 현상에 빠졌다. 베끼려면 스티브 잡스의 전 인생을 베껴야 하는데 성공한다는 결과만 모방했다. 이 세상에 스티브 잡스는 하나면 족하다. 르네 지라르는 '욕망의 모방'을 말했다. 욕망을 모방하려다 스티브 잡스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2.감추어진 배후: 인도 출신 서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을 커머스 원에 팔아 약 4천만달러를 벌었다. 서니는 엘리자베스와 동거를 하며 자신의 신분 상승 먹잇감으로 삼았고 엘리자베스는 서니를 신경안정제처럼 기대는 공범이었다. 3.극장의 우상과 첫인상 효과 콩깍지: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의 정신적 오류에 4가지 우상을 말했다. 그중 '극장의 우상'은 지위가 높고 학식 높은 사람이 말하는 것은 무조건 믿는 현상을 말한다. 콩깍지가 씌어 첫눈에 반하면 보이는 것이 없다. 미모에 학식과 세계적인 거물들로 장벽을 치자 모두가 묻지도 않고 믿어버렸다. 사기꾼들은 모두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 그 장벽의 첫 번째가 팀 드레이퍼, 로버트슨 교수, 도널드 루커스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였다.4.FOMO: FOMO(Fear of missing out)란 제외되면 손해를 볼 것 같은 두려움을 말한다. 홈쇼핑 호스트가 "곧 매진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 안 사면 손해 볼 것 같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여유 있는 초기 투자자는 정보를 얻었을 때 바로 투자한다. '하나만 똑똑한 것 전략'은 돈에 여유 있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위험 고수익 방법이다. 실패는 개의치 않는다. 친구의 아버지가 유명한 드레이퍼였다. 똑똑한 엘리자베스가 구상을 설명하자 그 자리에서 백만달러 수표를 끊어주었다.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이 물속에 뛰어드니 나머지 펭귄은 그냥 뛰어들었다. 5.믿습니다: 믿음(Belief)의 세계는 종교만이 가능하다. 기업은 믿음의 세계가 아니라 사실(Fact)의 세계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믿음으로 시작하지만 믿음-의심-검증-사실의 과정을 거쳐 사실의 세계로 발전할 때 성공한다. FDA 승인이나 의학 전문 지식투자자는 한 명도 없다. 확실한 제품도 없이 마케팅을 시작했다. 오직 성공한다는 믿음뿐이었다. 6.CEO갑질-변호사 만능: 미국의 CEO 권한은 하늘 같다. 의사결정이 100% 한사람에 집중돼있었다. 의심하거나 말 안 듣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고했다. 법률사무소와 유명한 데이비드 보이즈 변호사 등이 앞장서서 비싼 돈을 받으면서 악역을 담당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어떻게 감히 FDA를 피해갈 생각을 했을까? 정신이 나간 법률가들이다.7.거짓이 거짓을 낳는 리플리 증후군: 거짓말이 반복되면 점점 방법이 과격해지고 사실처럼 착각하는 것이 리플리 증후군이다. 사람을 차단시키고 물어보면 비밀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나를 믿게 하는 거짓말을 끊임없이 했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2019-06-16 주종익

[월요논단]전광훈 목사가 복원하려는 이승만의 개신교 국가체제

"황교안, 이승만·박정희 뒤 이어야"타종교 참여 배제·부정선거 협력 등정권·개신교 밀월 역사 '망언' 입증불교 무시 논란 종교 갈등 부추겨…촛불혁명은 4·19혁명과 달라야한다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골몰하며 온갖 망언을 쏟아내는 동안 문득 하나의 물음이 생겨났다. 이승만 대통령이 쫓겨난 뒤 반혁명 세력은 어떠한 방편으로 생존을 도모해 나갔을까. 물론 자유당에 빌붙었던 이들이 4·19혁명 이듬해 벌어진 5·16군사쿠데타를 통하여 기사회생했다는 사실이야 전공 공부로써 어느 정도 알고 있다.예컨대 자유당 부통령 후보 이기붕을 낯 뜨겁게 찬양했던 '만송족(晩松族)' 문인 박종화, 김동리, 조연현 등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한국문인협회의 이사장을 여러 차례 역임하며 문단의 실권자로 군림하였다. 1947년 이승만에게 '우당 이승만전'을 지어 바쳤던 서정주가 문협 이사장 명단에서 빠졌을 리 없다. 한국문인협회는 군사정부가 공포한 포고령 제6호에 따라 1961년 12월 30일 결성된 문학인 단체이며, 김동리·조연현·서정주가 박정희나 전두환 등의 군사정권과 유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이들에게 5·16군사쿠데타가 어떤 의미로 다가섰는가는 조연현의 다음 문장을 통해 짐작할 수 있겠다.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장군의 지휘로 한강을 넘어온 일군의 군대는 무능과 혼란 속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위험한 우리의 조국과 현실 앞에 하나의 질서와 방향을 던져주는 신호가 되었다. 혁명의 성공으로 조국의 새로운 건설은 촉진하게 되었고, 혼란은 질서를, 분열은 통일을 가져왔다. (중략) 혁명의 성공에 의한 이러한 새로운 현실적 조건은 다른 모든 분야에 있어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문단에도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게 했다."(「내가 살아온 한국문단」)미완에 머무른 4·19혁명의 한계는 문단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일부 개신교 세력의 망언·망동을 보며 갖게 된 생각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피력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망언인 까닭은 이를테면 강성호의 '한국기독교 흑역사'(짓다)를 일독하면 금세 드러난다. 명예장로 이승만은 개신교 이외의 종교에 배타적이었으며, 이를 국가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이승만 정권은 타 종교의 참여를 차단한 채 군종제도와 형목제도를 도입하고, 국가의례를 기독교식으로 진행하고,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제정하고, 정치권력의 핵심부에 기독교 인사들을 포진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일종의 기독교 국가체제(Christendom)를 만들어갔다."개신교는 이승만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였으며, 부정선거에도 협력하였다. 자유당 지도위원에는 김활란, 모윤숙, 배은희 목사, 백낙준, 유호준 목사, 윤치영, 임영신, 이규갑 목사, 이윤영 목사 등 개신교를 대표하던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하였으며, 한국기독교연합회는 이승만 지지를 공개 표명하고 조직적인 지원에 나섰다. 부정선거를 총지휘한 내무부 장관 최인규는 교회 집사였고, 가톨릭 신자 장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이 나라를 바티칸에 팔아먹을 것이라고 마타도어를 만들어낸 이는 전성천 목사였다. 이는 이승만 정권이 시행하였던 '천주교 믿는 공무원들을 좌천시키거나 해고하는 차별 정책'과 호응 관계에 놓인다. 정권의 경향신문 폐간에 동의하고 나선 것도 개신교 세력이었다.이승만 정권과 개신교의 밀월 관계 복원 위에서 파악한다면 전광훈 목사의 망언·망동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황교안 대표가 장관을 제안했다고 했던가. 자유당 시절 교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던 최인규 집사의 선례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종북·공산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지 않은가. 이승만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전성천 목사의 마타도어는 기꺼이 허용되었고, 정권의 지원까지 받았다. 황교안 대표로부터 촉발된 불교 무시 논란은 종교 갈등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개신교 국가체제로 나아가기 위하여 타 종교와의 성전(聖戰)은 부득이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다 보면, 미완에 머무르고 만 4·19혁명의 한계와 절박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수록 촛불혁명이 4·19혁명과 달라야만 한다는 생각은 더욱 절실해진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6-16 홍기돈

[데스크 칼럼]재밌는 지옥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전공선택한 중년들뒤늦게 좋아하는 일 찾아도 실행 쉽지않아정년 앞두고 서럽고 힘들지만 취미가 '위안''지옥'이라도 찾아보면 재밌는 게 있는 법극장에서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보는 이유는 뭘까. 이를 경제 용어로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경우 미래에 발생할 이득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일을 중단하지 못하는 행동을 말한다. 모처럼 식구들과 찾은 근사한 식당에서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매몰 비용의 오류가 작동한다. "이게 얼마짜린데"라며 억지로 배를 채우고 나오긴 해도, 식구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감당하기 힘들다.1980년대 대학 수험생들은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하지도 않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학과를 선택한 부작용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였다. 초·중·고를 합쳐 12년이라는 세월 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불확실한 '재수'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렇게 대학에 다닌 50대 중년들은 이제 정년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쯤 남았다. 이들 중에 뒤늦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다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뛰어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오랫동안 해온 일을 제쳐놓고 재밌는 일에 뛰어들 용기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작가는 강연 때마다 "100세를 사는데 60세에 정년을 맞고 나면 나머지 40년을 행복하게 지낼 자신이 있느냐"고 묻곤 한다. 김정운 작가는 "작더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 보고, 일상의 삶에서 재미, 행복의 리스트들을 풍요롭게 갖고 그런 구체적인 삶의 순간들을 느끼는 훈련들을 하다 보면 행복해진다"며 그러한 삶을 실제로 사는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지난해부터 동료들과 캠핑을 시작했다.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금요일 오후 3~4시쯤 출발해 토요일 낮 12시쯤 철수하는 20시간 남짓한 짧은 1박 2일 일정이다. 일정이 맞지 않으면 더러 혼자서도 다닌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금세 적응된다. 지난해 봄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가끔 가까운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바람 좀 쐬고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에 의기투합했다.처음에는 거창하게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도 굽고, 술도 한잔 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캠핑 시간도 짧은 데다 잔뜩 차려 먹고 난 다음 뒤처리에 시간을 너무 뺏기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캠핑과는 전혀 달랐다. 먹고 쉬는 것은 잠깐이고, 치우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쉼'이 아닌 '일'로 주객이 바뀌면서 캠핑이 부담스러워졌다. '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뭘 안 하기 위해'서 시작한 캠핑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요즘은 작은 텐트에 간단히 데워서 먹는 식품 정도를 준비한다. 설거짓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일종의 꼼수다. 먹는 것부터 간단하게 준비하고 나니 2~3시간 멍한 상태에 빠지는 즐거움이 생겼다. 이제는 얇은 책 한 권 정도 챙기는 여유도 부린다. 살만해서, 팔자 좋아서 다니나 하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하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기에 시작된 일이다.가까운 선배는 좋아하던 골프를 접고, 탁구에 재미를 붙였다. 운동도 자주 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적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나이도 생각하지 않고 과욕을 부려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도 재밌는지 틈만 나면 자세를 잡고 팔을 허우적거린다. 탁구를 시작하고 배가 더 나온 것을 보면 운동보다는 삼겹살 뒤풀이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쨌든 탁구를 시작한 선배는 전보다 웃음이 늘었고, 좀 더 편안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중년으로 사는 것은 서럽고, 힘들다. 거창한 취미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일상에서의 조그만 재미를 찾아보길 권한다. 지옥이라도 찾아보면 재밌는 게 있는 법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6-16 이진호

[발언대]아동학대가 남기는 뇌의 상처

지난 5월 23일 정부는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추진방향으로 설정하고 1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아동학대의 범위를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 내 체벌'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은 1960년 제정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고 아동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됐다. 최근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아동학대 사건으로는 계부의 성범죄를 신고한 후 계부와 친모의 공모 속에 살해당한 아동 사건이 꼽힌다. 부모와 사회의 보호 속에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아동의 삶을 앗아간 아동학대는 매우 심각하고 끔찍한 범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를 부모 훈육의 한 방법으로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필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임상심리사로 근무하면서 만난 아동학대 행위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는 "말로 해서 안 듣는데 그럼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죠" 등이다.이러한 현상은 아동학대가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의 경우, 발달상 자신이 고통받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또 적절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어 초기 대처가 지연되기도 한다. 특히 학대받은 아동은 여러 연구에서 해마의 부피가 더 작다는 것이 관찰됐다. 해마가 정서 조절과 사건에 대한 의식적인 기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대받은 아동은 정서적 어려움을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번 손상된 뇌의 회복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린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손상된 채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조현병 등 심각한 정신장애에 있어 유년시절 아동학대의 경험이 여러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아동학대로 인해 아동의 뇌에 평생 회복되지 않을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부모가 인지하고, 경각심과 민감성을 키워야 한다./문경희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문경희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

2019-06-16 문경희

[풍경이 있는 에세이]꽃

목 잘리는 순간 삶을 떠난 '꽃다발'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며 숨거둬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릴땐 '비참'꽃을 보고 지나치지않고 걸음 멈춰찬찬한 눈길주는 사람이 나는 좋다 꽃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에, 혹은 입학식이나 졸업식, 시상식 같은 경사에 꽃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 축하합니다! 기쁜 일에는 으레 꽃이 빠지지 않는 법이니까. 물론, 별다른 이슈가 없는 날에도 꽃은 곧잘 선물이 된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꽃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하는 일.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얼마나 너를 웃게 하고 싶은지. 실제로 꽃을 받아든 대부분은 웃는다. 소소하지만 풍족한 기쁨을 느낀다. 활짝 핀 꽃도 꽃이지만, 그걸 건네는 이의 뜻을 알기 때문에. 고맙습니다. 이토록 예쁜 걸 주시다니. 온 안면 근육을 동원해 감사를 표시한 뒤 꽃을 안고 돌아설 때면 어쩐지 사랑받는 사람이 된 기분. 버스를 기다리다가, 또는 상점에서 물건값을 치르다가 "어머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하고 누군가 알은체라도 하면 또 한 번 웃게 된다. 꽃이란 바로 그런 것. 그러나 꽃이라는 선물이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사정 때문이겠지만, 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나 또한 이 그룹에 속한다. 나는 정말이지 꽃 선물만은 사양하고 싶다. 선물을 두고 이런저런 불평을 한다기보다, 세상에 하고많은 선물이 있다면 나는 되도록 그것이 식물이나 동물은 아니길 바란다. 하물며 목이 댕강 잘린 채 죽어가는 것이라면….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꽃은, 그러니까 꽃다발은 지금 막 삶을 떠난 존재다. 얼마 전의 일이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학생 대표가 연단에 선 내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이런 융숭한 대접이라니! 그걸 받아들고 어색하게 웃던 나는 이내 고민에 휩싸였다. 자, 이제 이 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여느 때의 나라면, 앉은 자리에 슬쩍 두고 가거나 꽃을 선호할 만한 일행에게 "가질래요?" 하고 줘버렸을 것이다. 선물한 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애매하다. 구색에 가까운 것이라 해도 어린 학생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좀처럼 요령을 부릴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집까지 그 꽃을 품에 안고 왔다.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는 내내, 행여 잎이라도 상할까 움직임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마치 로봇과도 같은 자세로 말이다. 진짜 문제는 이다음부터. 집에 돌아온 나는 외투도 벗지 않은 채로 화병을 꺼내고 잽싸게 꽃다발의 포장을 풀었다. 그렇게 색색의 꽃들을 잘 간추려 병에 꽂고 나면 도리가 없다.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꽃들이 완전히 시들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침마다 화병의 물을 갈아주는 것뿐. 이때의 나는 중병으로 몸져누운 이의 병상을 지키는 무력한 보호자의 심정이 된다. (과장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쇠하고 안색이 어두워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온 집안을 감도는 악취. 썩은 몸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레들. 그런 것들을 애써 모른 체하며 나는 전전긍긍한다. 차라리 어서 빨리 숨을 거두기를, 하고 바라는 한편 막상 임종의 순간이 닥치면 현실을 부정하며 어떤 기적을 갈구하듯 미련하게 군다. 그러다 보면 마지막은 더 난감해진다. 종량제 봉투에 마구잡이로 구겨 넣은 꽃을 쓰레기장에 내동댕이치는 일을 나는 해야만 하는데, 그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별스러운가. 그런 것도 같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별스러운 사람이 수두룩하다. 말간 얼굴 뒤에 아픔을 감추고 살거나 삶의 가장 환한 순간에 끝을 생각하는 사람들. 꽃을 보며 새삼 아름다움의 이면을 떠올린다. 너무 쉽게 꽃을 선물하지 말 것. 하지만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조차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을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라 꽃 곁에 걸음을 멈추는 사람, 찬찬한 눈길로 그 꽃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박소란 시인박소란 시인

2019-06-13 박소란

[참성단]정쟁 마당 국민 청원 게시판

버락 오바마는 시민의 정치참여를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확신했던 대통령이다. 2011년 9월 국민청원 웹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개설한 것도 그래서다. 30일간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백악관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무분별한 청원을 막기 위해 모두 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선출직 공직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거나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청원은 아예 받아주지 않았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4천799건의 청원 중 277건에 대해 답을 주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휴대 전화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전화기를 다른 통신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 '동성애자 전환 치료를 금지하라'. 이들 청원에 대해 백악관은 관련 기관에 개정을 요구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로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이 수여될 수 있었던 것도 국민 청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청원 게시판은 지지부진한 답변으로 열기가 시들해졌다.'위 더 피플'을 벤치마킹한 청와대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2017년 8월 17일 문을 열었다. 미국과 달리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초기엔 국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내는 직접 민주주의의 본보기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부정확한 사실을 확산시키고 여론 재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나친 정치적 편향도 논란의 대상이다. 청원 게시판이 정당해산,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선동과 지지세력 간 정치적 대결의 장으로 퇴색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청원 게시판이 또 시끄럽다. 정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 "정당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란 답변 때문이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모두 예견된 것이다. 분명한 건 이제 미국처럼 청원 대상에 명확한 한계를 둬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이번 기회에 청원 게시판을 폐지하고 국민청원 기능을 국회로 넘기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다가 '민주주의 정신' 청원 게시판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국론을 분열시키는, 처치 곤란한 '괴물'로 변하지 않을지 정말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6-13 이영재

[아침단상]어떤 효행의 교육적 유품

日 '유품정리업' 블루오션 사업고령사회 진입 우리 현실에 '시사''정책적 어젠다' 관심 시급'웰다잉 문화'와 함께노인복지로 다뤄지길 기대우리나라 효행설화의 대표적인 내용으로 삼국사기 열전의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부모의 약으로 삼은 향덕(向德)과 성각(聖覺) 그리고 자기 몸을 종으로 팔아 부모를 봉양하고자 한 지은(知恩)을 들 수 있다. 오늘날의 가치관에서 볼 때 이를 공감하는 데에는 분명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효가 오륜의 으뜸으로 아름다운 윤리적 미덕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가 공직생활 중 일산에서 만난 17년 지인의 현대판 효행설화로 비견될 수 있는 사례가 있어 펜을 들었다.평생을 교육자와 서예가이셨던 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한 권의 책으로 준비하여 탈상 날 제단에 바친 교훈적인 효행은 미담을 넘어 가정 및 사회교육 그 자체이다.유통분야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하고 현재 유통산업진흥 관련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지인의 남다른 효행이다. 지난해에 10년 전 부모님을 향한 효심의 108배를 시작한 통도사에서 39만4천200배를 기리는 의식(회향식) 또한 인상적이었다.아버지께서 살아생전의 교육자 생활상과 각종 자료, 2년여 병상에서의 서예체 일기와 형제 가족들의 지극한 간병 모습 그리고 운명 후의 장례식과 묘소에서부터 탈상까지 자손들의 행실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유품으로 바치는 효행을 실천했다. 필자로서는 처음 대하는 광경이 되어 속으로 자부했던 나 자신의 부족한 효를 부끄럽게 했다.유품, 고인이 남기고 간 물품을 말하지만 이 유품은 자손의 손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가보의 걸작품이다. 아직도 얼마 동안의 시묘살이를 더 담아 마무리한다고 출간이 미루어지고 있어 아쉬움을 갖게 한다. 이 책자는 고인이 남긴 어느 귀중품보다 훌륭한 형이상학적인 유품이 될 수 있다. 그 안에는 고인의 가문, 훈육과 가르침이 담겨 있을 것이다. 조상님을 기리는 날에 모여 손자들이 책의 내용을 번갈아가며 낭독한다면 가정화합은 물론 교육적으로도 효행의 전수 차원에서 크게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필자가 이 효행을 소개하고 싶은 데에는 그만한 연유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립된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어 의미 있는 유품 소재를 담아 아직 우리나라에 부족한 유품정리의 사회적 인식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유품정리사의 민간자격등록 신청에 대한 관련 부처들 간의 회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지켜보게 된다. 유품정리업의 행정제도화에 대한 실태를 알려 행정적 공론화를 제기하려는 소명의식 때문에 효행의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유품정리업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2010년 NHK방송에서 '무연(無緣)사회'를 주제로 문제점을 제시하는 방영이 계기가 됐다.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의 '종활(終活)문화'가 파급되면서 지금은 유품정리업이 블루오션 사업이 됐다. 특수청소업과 함께 1천여개에 달하는 기업과 매년 3천여명을 배출하는 유품정리사 자격증 제도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지난해 말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어쩌면 정책적 어젠다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 많이 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근자에 '노인복지론' 책자를 보면서 유품정리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이 없음을 보고 이제는 웰다잉(well-dying) 문화와 함께 노인복지의 한 단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에 유품정리가 반듯하게 다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오영학 전 경기도 문화복지국장오영학 전 경기도 문화복지국장

2019-06-13 오영학

[기고]'호국보훈의 달' 기억하고 감사하며 추모합시다

모두가 한번쯤은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호국보훈의 정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플 때가 있습니다.말 그대로 호국(護國)은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다',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숭고한 희생을 통해 조국을 지켜낸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가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지정했다는 것은 국가의 존속과 번영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들을 반드시 기억하고 감사하며 추모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우리 군인들에게 '호국보훈의 달'은 군인의 사명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특별한 달입니다.6월이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된 것에는 반대로 이야기해 6월에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많이 기록된 날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1950년 6월 광복의 감격이 채가시기도 전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내었습니다. 우리 선배 전우들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맨주먹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도 압도적 우위의 전력을 갖춘 북한군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오직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뜨거운 일념만을 가지고 맨몸으로 적진에 돌격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6월 '호국보훈의 달'은 나라를 되찾고, 지키고, 꽃 피우기 위해 희생하신 수많은 분들을 추모하는데 우리 국민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더욱 필요한 달입니다.최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이 잇달아 개최돼 오랜 시간 지속돼왔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과 함께 우리 군의 부단한 전비태세와 임전태세 준비가 완료되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특전사는 6·25전쟁 당시 군번 없이 활약했던 유격부대 용사들의 전통과 뜻을 이어받아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특전정신을 바탕으로,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수전학교는 특전사의 혼(魂)이 가장 잘 깃든 곳입니다. 특전부대의 뿌리로 역사와 늘 함께 하였으며, '고립무원의 적지에서 임무완수가 가능한 최정예 대체불가 특전용사를 육성'하는 특전사의 중심부대입니다. 적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임무와 소임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특전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과 바다, 산악 곳곳에서 육성되고 있습니다.'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평화는 강력한 힘이 뒷받침될 때 지속되며,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군의 숭고한 사명입니다.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도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예전 이순신 장군께서는 전쟁에 임한 7년간 허리띠를 풀지 않았다는 '칠년불해대(七年不解帶)'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켜내었습니다.앞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우리 군도 선조들의 '칠년불해대'와 같은 호국정신을 되새겨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군인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6월 '호국보훈의 달' 호국보훈의 참된 의미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추모해주실 것을 대한민국의 군인이자 국민으로서 당부드립니다./강신화 특수전학교 학교장·준장강신화 특수전학교 학교장·준장

2019-06-13 강신화

[춘추칼럼]지역문화와 생활문화

지금은 자율적 주민활동 영역 훨씬 많아져일방적 문화정책 아닌 구체적인 출발 필요국가·기초지자체 차원 정책 더 중요한 이유가장 작은것부터 시작해야 미래 꿈꿀수 있어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조건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SNS와 인터넷 등 디지털문화는 개인의 일상을 더 이상 개별적인 수준으로 남겨 두지 않는다. 사회의 모든 단면을 접하게 되면서 대중들은 자신의 일상을 구성하는 계기나 동기를 발견하는 훈련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단위의 실제적인 삶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우리 삶과 관련한 많은 영역이 생활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아동과 노인 등 직접적인 복지제도와 개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은 생활단위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는 중요한 지점에 위치한다.바야흐로 '지방소멸' 담론이 회자되는 시대에 지역문화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지역문화는 지역을 왜곡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라는 단어는 '경제 프레임'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효과 등 산업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지역문화는 가장 객관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환경, 기타 자원 등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다. 물론 지역의 토착권력과 같은 왜곡된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프레임 차원에서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다음으로 지역문화야말로 무너져가는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등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관점을 제공한다. 지역의 붕괴에 이르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의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분절적이고 개별적으로 바라보면서 생겨난 결과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그중 하나로 생활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생활문화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정책 용어로는 '생활문화'가 통용되고 있으나, 보는 관점에 따라 생활문화와 생활예술 등 용어가 혼용되기도 한다. 핵심은 자신의 일상적인 삶과 문화(예술)를 연결지을 수 있는 개념이 바로 '생활문화'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 차원에서 생활문화를 어떻게 구성하고, 담아내고, 풀어내는가에 따라 지역문화의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생활체육과 독서동아리 활동을 포함한 생활문화 영역은 모든 세대를 아우를뿐만 아니라 그 영역이 앞으로 더 확장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바라볼 지점이다.생활문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개인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지역문화는 특정 권력과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율적인 주민활동 영역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정책 또한 생활문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이때 두 가지 정도 고민해야 한다. 하나는 생활문화가 동아리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자신들의 활동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무대나 공간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개별적인 민원이 아니라 지역문화정책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생활문화가 장르나 분야에 따른 구분이 명확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적인 활동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장르와 분야 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이들이 함께 만나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광역과 기초 지자체에서의 생활문화 관련 조례 제정 또한 시급하다. 생활문화 활성화가 지역문화를 바꾸고 지역사회를 살리는 데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방적인 문화예술진흥정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일상으로부터 출발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문화정책뿐만 아니라 기초 지자체 차원의 문화정책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는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복제하고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이 부분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면 지역문화를 통한 지역사회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지만, 이를 간과하게 되면 지역사회와 지역문화는 더 이상 미래를 꿈꿀 수 없을 것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9-06-13 권경우

[기고]양주(양파소주)의 추억

솔페산 성분 혈관내벽 강화 '혈압강하' 도움세계 4대 장수식품으로 껍질에도 영양 가득이른더위 생산량 증가 가격폭락 '천덕꾸러기'소비운동 참여 '건강 챙기고… 농민도 돕고'"여기 양주 한 병 주세요!" 20여년 전 근무하던 영업점 직원들과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주 했던 주문이다. 여기서 양주란 소주에 양파를 썰어 넣어 만든 양파소주의 줄임말로 숙취와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달콤하고 시원한 양파의 맛과 향이 쓰디쓴 소주의 맛과 잘 어울려 애주가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었다.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소주 대신 양파를 활용한 와인과 양파주스 제조법이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한다.양파는 무더위로 소변이 농축되고 배뇨가 시원치 않은 여름철 이뇨작용에 도움을 주며 고혈압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차이나패러독스(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이 역설적으로 심장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현상)의 주요인으로 양파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양파에 들어 있는 솔페산이라는 성분이 혈관의 내벽을 강화시켜 주고 혈압 강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양파에 함유돼있는 휘발성 성분이 근육의 피로감을 회복시키기 때문에 냉방병으로 근육이 뭉쳐 아플 때도 효과적이다. 무더운 여름철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 위축 및 혈류량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양파는 혈전을 용해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올리브·요거트·양배추와 함께 세계 4대 장수식품 중 하나로 꼽히는 양파는 날로 먹어도 좋지만, 굽거나 튀겨도 그 효능이 거의 변하지 않는 채소이다. 특히 알맹이는 물론이고 껍질에도 영양이 가득하다. 양파껍질에는 항알레르기 기능과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항산화 물질(퀘르세틴)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면역력 증진과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러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껍질까지 모두 담아낸 양파즙이나 양파껍질차를 찾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땅속의 진주' 혹은 '둥근 불로초'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효능을 자랑하는 양파가 요즘 농촌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최근 따뜻한 날씨로 인해 최적의 생육환경이 조성되면서 급격한 생산량 증가로 평년 대비 25% 이상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는 6월 이후에는 더욱 큰 폭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어, 양파 재배 농가의 고충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경기농협은 최근 양파소비 붐 조성을 통한 소비확대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직거래장터를 개설하여 특판 행사를 추진하고, 관내 전 계통기관 임직원과 함께 양파 팔아주기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풍년(豊年)이 들어도 풍년가를 부르지 못하고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풍년의 역설'로 많은 양파 농가들의 주름이 늘고 있다. 현대인이 많이 겪는 동맥경화·고혈압·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양파 소비는 우리의 건강을 지킴과 동시에 가격폭락으로 시름에 빠져 있는 양파 재배농가도 도울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가 있다. 오늘 퇴근길에는 가까운 마트에 들러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양파 한 망을 구입하고, 과음하지 않는 선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오랜만에 '양주(양파소주)'의 추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남창현 농협 경기지역본부 본부장남창현 농협 경기지역본부 본부장

2019-06-12 남창현

[오늘의 창]항상 그곳에 있었다

"벌써 6월이네."요즈음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다. 2019년의 절반이 지나갔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만큼 자신의 시간도 빠르게 지나갔다는 의미일 것이다.흔히들 아침에 출근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 식사 하시죠", "아직도 10시야" 또는 주 중 수요일 즈음이면 "이번 주도 끝이네", "주말은 언제 오죠?" 그리고 월 중순이 되면 "벌써 한 달이 다 지났네", "아직도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니 우리들이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사람들은 저마다 시간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시간은 초, 분, 시, 일, 달, 연 등으로 구분된다. 일상 생활에서도 누구는 시간이 빠르다고 말하고, 누구는 시간이 안 간다고 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한다. 이 말은 절대적인 시간을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낀다는 것이다.벌써 여름 휴가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관광 명소의 사진을 보며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위안을 받을 것이다. 계획을 세우면서 관광 명소 사진을 보면 대부분은 "저런 곳이 있었어?", "예쁘다"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러나 인터넷 설명을 보고는 "진짜?"라는 의구심에 실망하기도 한다. 늘 다니던 출근길 혹은 가끔 일상에서 봤던 공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왜 실망의 느낌이 커야 할까? 그것은 늘 우리가 보고 있었지만, 그 아름다움(?)을 마주할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은 일상의 여유가 없었다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우리가 보고 싶은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 곁에 늘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다. 다만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바쁜 일상에 시달리다가도 우연히 바라본 하늘을 통해 뭔가 막힌 것이 뚫리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아름답다', '기분 좋다'란 느낌을 받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스트레스, 고민을 잠시 놓아보자. 그러면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이 보일 것이다. 그것은 늘 거기에 있었으니까./최규원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19-06-12 최규원

[경제전망대]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

사회적 가치실현위해 끝없이 노력시작과 끝은 '국민'이라는 점 유념높은 평가용 서류작업 그쳐선 안돼많은 이해관계자와 소통 '정책수립'그들의 생각 모으는 과정 우선돼야세계는 기적과도 같았던 가파른 경제성장의 폭주기관차에서 천천히 함께 가는 저속성장과 공유경제로 환승하고 있다. 이제껏 한국 경제의 특징은 국가와 대기업 주도의 목표 지향적 경기부양이었다. 더불어 경제적 성과주의가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공공기관의 과도한 효율성 추구는 사회 전반에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하였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 문재인 정부가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국정자문위원회는 공공기관의 운영을 인권, 안전, 환경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의 적극적 실현으로 표방하였으며, 이것은 향후 다양한 관련 입법의 진행과 공공을 넘어 민간과 사회적 경제조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국제사회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이미 제도화되어 정착단계이다. 유럽연합(EU)은 '사회 책임조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 중이고, 독일의 '경쟁제한법', 영국의 '공공서비스(사회적 가치)법' 등은 조달 부문의 법률적 합의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이러한 공공서비스법은 공공성 확대, 사회적 가치 확산뿐 아니라 공공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사회적기업협회(SEUK)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71%가 사회적 가치법 시행을 통해 공공서비스 추진단계가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되었다고 응답하였고, 비용 절감의 효과에도 52%가 긍정적인 응답을 하였다. 이렇게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경영을 하게 되면, 경제 생태계에 상생과 동반성장 등 선순환을 유도하는 큰 힘이 되어 사회 전반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된다. 이번 정부의 제도적 방침에 의해 공공부문은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실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 또한 사회적 가치실현을 주요경영 목표로 하여 창업지원센터 및 공간정보 아카데미 운영, 상생펀드 조성, 기업 해외진출사업 지원, 민관공동투자 기술개발사업 등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사회적 기여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축적된 기술의 공간정보의 데이터를 개방·공유함으로써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다가올 미래에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이처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 가운데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은 사회적 가치 실현의 출발과 귀결이 바로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경영평가 담당자들의 높은 평가지표를 위한 서류작업이 사회적 가치 경영의 근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정책수립과 실행단계에서 끊임없이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생각을 모아내는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들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참여와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결정의 실행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사회 책임경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이제 이 시대의 국가는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지속적 성장을 지향하도록 시스템을 바꾸어야 할 때이며, 공공기관은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공공성'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는 각 분야의 사회적 책임으로 실현될 것이며, 이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주한돈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주한돈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2019-06-12 주한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몽잡이저: 교육은 섞이어 있는 나타남이다

산에서 샘물이 흘러 나와 계곡으로 내리고 계곡에서 내를 지나 강물을 이루고 강을 거쳐 바다에 이른다. 맨 처음 산속에서 물줄기가 나와 샘을 이룬 상을 주역에서 산수몽괘(山水蒙卦)라 한다. 몽괘는 샘물이 처음에는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몰라 앞길이 막막해 발걸음이 멈추어있는 상이다. 그러나 그대로 멈춰있으면 영영 바다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마니 과감하게 흘러가야 한다. 이렇듯 과감하게 흘러가야 하는데 앞길이 어둡고, 앞길은 어두운데 과감히 진행은 해야하는 상황이 몽괘의 정황이다. 잘못 흐르면 강물을 타지 못하고 새어나가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고인들은 이 몽괘를 보고 교육을 떠올렸다. 어린 아이가 세상에 나와 아무것도 모르는데 향후 성장해나가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면 이성이 계발되지 않아 천치로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니 이것저것 배워야 한다.그래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재 등에 가르친다는 의미를 강조해서 훈몽(訓蒙)이라 하고, 열어준다는 의미를 강조해서 계몽(啓蒙)이라 하고, 엄하게 회초리를 든다는 의미로 격몽(擊蒙)이라 부르기도 한 것이다. 이런 몽괘에 대해서 뒤죽박죽 섞인 가운데 하나하나 구분되고 분별되는 이성적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섞임이란 혼돈의 상태처럼 분별심이 없는 것이다. 분별심이 없다가 하나하나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잡이저(雜而著)라 하였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들을 교육할 때 참고할 만한 말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6-12 철산 최정준

[참성단]'원 팀(One Team)' 대한민국

리오넬 메시는 현역 최고의 축구선수다. 13세에 FC 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 된 그가 클럽 소속으로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 리가에서 세운 기록은 독보적이다. 686 경기에서 602 득점, 232 어시스트다. 그를 향한 스페인 사람들의 사랑은 'inmessionante'라는 형용사를 모국어 사전에 올렸을 정도다. '인메시오난테'는 "메시다운, 무한의 능력을 발휘하며 완벽한 축구를 구사하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선수다운"이라는 뜻이라는데, 축구 천재에 대한 헌사로 모자람이 없다.그런 메시에게도 아픔과 좌절이 있다. 조국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 출전한 네차례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다. 남미의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선 조 예선을 겨우 통과하더니 16강전에서 패해 짐을 싸야했다. 신의 반열에 든 메시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원 팀' 아르헨티나가 깨진 탓이다. 그래서 월드컵 3회 우승으로 조국 브라질에 줄리메컵을 바친 펠레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클럽용 메시에게 국보급 펠레는 유일한 '넘사벽'인 셈인데, '펠레'의 스펠링이 'G·O·D(신)'이라는 과장은 깨지지 않을 모양이다.어제 새벽 한국 축구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FIFA 주관 세계대회 첫 결승 진출이라는 축구 역사의 신기원을 지켜 본 국민이 열광했고, 환호의 중심에 18세 소년 이강인이 있다. 현재 1골 4도움을 기록 중인 이강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메시급 천재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원을 지배하며 공격 루트를 만들어내는 기량이 창의적이고 탁월하다.기량 만큼 놀라운 건 그가 대표팀 막내인데도, 형들이 '막내 형'으로 부를 정도로 팀에 녹아드는 리더십을 보여 준 점이다. 스페인 명문 클럽 발렌시아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는 이강인이 형들을 앞세우며 스스럼 없이 따르면서 대표팀은 '원 팀'으로 단단해졌다. 그가 자신을 앞세웠다면 메시의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될 수도 있었다.국민은 이강인을 포함해 대표선수 전체가 그물코 처럼 엮인 '원 팀'의 결속력과 그 결과에 감동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각분야에서 파열음이 그치지 않는 시절을 위로하는 U-20 대표팀의 정상 등극을 고대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6-12 윤인수

[기고]'진행성위암' 치료에 드리운 희망의 빛줄기

표적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 등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고무적'환자따라 생존기간 두배까지 연장 지난해부터 치료 중요성 인정보험급여도 적용 '부담 경감'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남녀를 합쳐 3만504명의 위암환자가 발생하여, 2015년에 이어 국내 발생률 1위를 차지했다. 위암은 초기 단계에 발견하면 완치율은 매우 높다. 위암은 대략적으로 조기위암과 진행성 및 전이성위암으로 나뉘는데 조기위암이란 암의 침윤이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멈추고 암세포가 위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5년 생존율은 96%이다. 만 4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은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위내시경을 받도록 되어있고 따라서 초기 위암 진단이 용이해졌다. 그 결과 한국인 위암 5년 생존율은 76%로 간암(34.6%)과 폐암(28.2%)에 비해 월등히 높다.암이 위점막 아래층을 지나 근육층 이상을 뚫고 들어간 진행성 위암인 경우, 예후가 다르다. 위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증상만으로 조기위암으로 발견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증상이 있는 경우 진단된 위암은 이미 질환이 진행되거나 전이된 경우로 발견되기 때문에 치료를 하더라도 조기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다. 재발 또는 전이된 위암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받게 되는데 1차 항암치료를 거치면서 환자의 몸 컨디션이 나빠져 계획된 2차 치료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 입장에서는 2차 치료로 선택할 수 있는 약제 중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덜 떨어뜨리면서 효과적인 약물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고형암들에 비해 재발 및 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제한적이었다.다행히 최근에는 기존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위암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 면역 관문억제제 등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환자와 의료진들 모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길어야 대략 1년의 생존율을 나타내던 전이성 위암환자에게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생기고, 환자에 따라서 두 배까지 생존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작년부터는 국내 위암 치료현안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보험급여 적용대상에 포함돼 환자들의 부담도 줄었다. 위와 같은 사실을 통해 많은 전이성 위암환자들이 삶의 희망을 되찾고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암의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해 삶의 질이 향상된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위암 치료 환경은 점차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질환에 대한 이해와 관심, 적극적인 치료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암은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설령 병기가 이미 많이 진행되었거나 한 번 치료실패를 경험한 환자일지라도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치료에 전념한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이문희 인하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이문희 인하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2019-06-11 이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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