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발언대]소방(消防), 사라지는 것을 막는 일

소방消防 '명사' : 화재를 진압하거나 예방함. 모두가 알고 있는, 국립국어원에 등재된 소방이라는 단어의 정의다. 그럼 이제 한 자씩 의미를 나눠보자. 소(消):사라질 소, 방(防):막을 방, 소방(消防):사라지는 것을 막는 일. 나는 후자의 뜻을 더 좋아하는데, 사라져선 안 될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일, 그것이 소방이라는 단어에 총합된 의미라 생각하기 때문이다.2017년 제천 화재부터 2018년 종로구 고시원 화재까지. 또다시 소중한 생명들이 덧없이 스러져갔다. 현대사회는 급속도로 고도화되었고, 이를 뒷받침할 기반과 안전의식은 아직 뒤따라오지 못했다. 화재 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인데, 대피해야 할 비상구가 폐쇄되어 있거나,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에서는 3월부터 다수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건축물에 대해 3대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119소방안전패트롤'을 전면 재시행한다. 3대 불법행위란 비상구 폐쇄, 소방시설 차단, 불법 주정차로 화재 시 대형인명피해가 우려되는 행위들이다. 반복·불시 단속을 기본방침으로 인명피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다.우리는 항상 늦게 깨닫는다. 지나가 버린 뒤 후회하고, 돌이키려 애쓴다. 어떤 일들은 돌이킬 수 있으나, 어떤 일은 단 한 번의 발생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화재사고는 멀리 있는 뉴스나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라도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에 과한 것은 없다. 생명과 직결된 화재예방에는 무한정의 관심과 노력이 투입되어도 과하지 않다고 믿는다. 비상구 앞 장애물을 치우는 사소한 화재예방 습관부터 적법한 화재예방시설 설치까지, 우리 모두 소방(消防)하자. 각자의 소중한 세계가 사라지지 않도록,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권규형 이천소방서 특별조사팀 소방교권규형 이천소방서 특별조사팀 소방교

2019-01-31 권규형

[기고]기본과 원칙을 다하는 기초의원

연일 예천군의회의 일탈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기초의회에 보내는 국민의 눈총에 그야말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군의원이 되기 전 경찰에 몸담았던 때에도 늘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살았는데 또다시 공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그동안 기초의원으로서의 임무와 본분을 다하고 있었는지 좀 더 냉철히 되돌아보고 선거운동을 하며 군민들에게 했던 다짐을 되새겨 보는 기회를 갖는다."요즘 바쁘시죠? 할 말은 하는 의원이야, 그래도 전 의원은 제대로 하고 있어."오랜만에 안부전화를 해서 내게 힘을 실어주는 분들, "전 의원이 참석해야 행사가 빛이 난다"고 하는 분들의 말씀에 책임감도 커진다.새해 예산을 심의하며 초선의원답게 꼼꼼히 심의했더니 공직사회에 너무 세세히 따진다는 여론이 있다고 귀띔하며 그래도 의원은 의원다워야 한다고 격려하신다.지난 6개월, 참으로 할 일이 많았다. 32년의 경찰 공직경험이 있었지만 광범위한 군정을 공부한다는 것이 새로운 삶의 연속이었다. 습관처럼 아침에는 일찌감치 가방을 챙겨 의원사무실로 향한다. 군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조례를 공부하고 깨알 같은 예산서를 살폈다. 새로운 업무에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예천군 군의원들의 일탈로 기초의원의 존폐론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하여 유권자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자로서 기초의회의 임무인 '군정의 견제와 감시가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그 본분을 다하려 노력하였다. 모든 일에는 기본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초선의원이다. 의정 활동에 대하여 아는 것이 적지 않은가? 부지런히 행사에 참여해서 군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을 찾아 유권자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것이 군의원인 것 같다. 기해년 새해에는 군정이 바르고 공정하게 추진되는지에 대하여 역점을 두고 의정활동에 매진하고자 한다.지난해 12월 정례회의에서 군수를 상대로 질문을 통해 그간 실시한 군정의 미흡한 점을 지적했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했다.'바르고 공정한 행복한 양평'이라는 민선8기 양평군수의 군정 슬로건은 지난 군정이 바르지 못했다는 역설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슬로건은 조직을 관리하고 대 군민업무를 수행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특히 양평공사, 세미원, 체육회 등 산하기관의 인사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승진·전보·상벌 등 인사행정에서 조직 구성원은 물론 군민이 공감하는 인사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인사에 많은 군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그간의 '관피아'에서 '정피아'라는 신조어가 나돈다. 무엇이 공정이고 바른 것인가? 지난 1월 10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했듯이 어떤 자신감으로 군정 슬로건을 이렇게 선정했는지 양평군수에게 제정 배경을 묻고 싶다.현 정부의 탄생배경이 된 비민주적이며 소통 부재의 군정이 되풀이된다면 군민들은 지방정부를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학자들은 절차의 공정, 분배의 공정, 상호작용에 대한 공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에 기반을 두고 공정하게 업무가 추진되는지를 감독하는 일이 금년도 나의 임무라 생각한다. 기본과 원칙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군의원의 책무를 다해야겠다. 황금돼지 기해년 새해 군민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2019년이 마무리될 때 양평군이 한층 행복해졌다는 평가를 기대해 본다./전진선 양평군의회 의원(무소속)전진선 양평군의회 의원(무소속)

2019-01-31 전진선

[참성단]정치인 테마주

테마주는 주로 약세장에서 기승을 부린다. 주식이 떨어지면 어찌할 줄 모르는 개미들의 조급함을 세력들이 악용해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장된게 많다. 최근 등장한 수소차 테마주, 2차전지 같은 테마주도 있지만 이 역시 100% 믿을 건 못 된다. 증권가에는 지금도 '만리장성 테마주'가 회자하고 있다. 1988년 초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에 빌붙어 관련주들이 주식시장을 마구 흔들었는데 그때 등장한 게 이른바 '만리장성 4인방' 이다. 시작은 대한알루미늄이었다. 중국이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는데 이 회사 제품이 사용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사하는 인부들에게 태화가 만든 신발이 지급된다는 루머가 그 뒤를 이었다. 더 웃겼던 건 그다음이다. 공사 노동자에게 간식으로 삼립식품의 '호빵'이 제공되고, 그걸 먹다 체한 노동자에겐 한독약품 소화제 '훼스탈'이 공급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소문에 4종목이 크게 올랐다.정치인 테마주의 시작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였다. 건설주를 필두로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2012년 대선에선 안랩 등 안철수 주가 올랐다. 박근혜주, 문재인주도 정치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정치인 테마주는 선거 구도가 막상막하일 때, 또는 정치판을 흔들 정도의 대형사건이 터질 때 극성을 부린다.그제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첫 반응은 정치권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나왔다. 친문계의 '적자(嫡子)'로 꼽히던 김 지사의 정치적 위기가 예견되자 여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과 유시민 관련주가 예민하게 움직인 것이다. 이 총리의 형이 근무하고 유 작가가 사외이사로 있다는 회사가 그것이다.정치인 테마주를 들여다보면 이 역시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과 기업주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또는 정치인이 옆집에 산다는 이유로 주가가 폭등한다. 이 또한 한탕 노리는 세력들이 만들어 낸 경우가 많다. 소문난 테마주가 힘을 받지 못하면 작전세력이 빠져나가는 경우다. 이때 다시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백이면 백, 미처 탈출하지 못한 세력의 '마지막 털기'로 보면 된다. 이를 모르고 따라잡으면 이 역시 100% 쪽박이다. 실적없이 오르는 주식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그보다 먼저, 테마주로 한몫 잡으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게 주식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31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1983년의 사진 한 장

강원도 삼척 정라진 방파제 배경육촌·사촌들과 키대로 줄 서 '찰칵'신나게 탔던 외팔이 아저씨 나룻배해 질 무렵 얼굴엔 늘 짠내가 가득풍경 그리운걸 보면 난 '깡촌출신'메시지 알람이 울려 들여다보았더니 동갑내기 사촌이 보내온 사진 한 장이다. 맙소사. 웃음이 터졌다. 1983년의 흐린 겨울 낮, 여섯 명의 꼬마들이 한 줄로 선 오래된 사진. 내 나이 열 살 때다. 강원도 삼척 정라진 방파제에서 육촌들, 사촌들 키대로 쪼로록 줄 서 사진을 찍었던 그날. 나는 그때만 해도 테트라포드를 잘도 뛰어다니던 꼬마였다. 나는 그 여섯 명 꼬마들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머리가 하도 빠져 이젠 아예 민머리로 밀어버린 육촌오빠는 일찌감치 호주 이민을 가 회계사가 되었다. 이민은 생각도 않고 유학길에 오른 것이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오빠는 아담한 타운하우스 마당에 앉아 "내가 이렇게 살 줄 몰랐는데." 아주 살풋 웃으며 내게 말했는데 그것만도 이미 십오 년 전이다. 육촌언니도 오빠를 따라 호주로 이민을 갔다. 교민들을 상대로 하는 미용실이 잘 된단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 보약을 먹으면 딸 몸매가 자신처럼 되고 만다며, 보약 먹는 임산부들을 최고로 미워했던 육촌언니는 결혼식 날 고모에게 혼이 났다. "미치겠네, 진짜로. 야, 너는 웨딩드레스를 입으려면 다이어트를 해도 모자랄 판에 혼전임신까지 하면 어떡허니? 니가 제정신이니?" 육촌언니는 그때 만삭이기까지 했다. 언니는 얼마 전 딸의 유치원 졸업사진을 보내왔는데,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나는 그 아이가 선생님인 줄로만 알았다. 백인 아이들 사이에서도 우람한 덩치로 단연 돋보였다. 그러고 보면 꼭 당숙모가 임신 중에 보약을 먹어서 언니 몸매가 그렇게 된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우리 언니는 이제야 마음을 다 비웠다. 언니의 큰아들, 그러니까 내 큰조카는 인서울 입시에 실패했다. 요란한 사춘기도 없이 얌전히 공부만 했는데 그냥저냥 한 지방대에 아들을 보내려니 마음이 오래 쓰라렸던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논술학원비가 제일 아깝네. 꽤 많이 썼는데." 언니가 웅얼거리기에 내가 한마디 했다. "그거라도 했으니 대학 간 거 아냐. 미련 버려." 언니가 대답했다. "그 대학, 논술 안 봤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조카는 신이 났다. 하도 놀아 살이 다 빠졌단다. 안 그래도 말라깽이라 외할머니의 걱정이 늘어지는 판에 살이 빠지다니. 전화라도 걸어 좀 작작 놀라고 해야 하나. 동갑내기 사촌은 이 사진을 보내며 내 딸의 옷 사이즈를 물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옷을 보내주겠단다. 사서 보낸단 말인 줄 알고 "됐거든!" 거절했지만 만든 거라기에 냉큼 주소까지 불렀다. 원피스나 앞치마를 손수 만드는 사람은 봤지만 티셔츠를 직접 만든다니. 엄마가 머리를 하도 잡아당겨 묶어주는 바람에 그날 나는 좀 골이 났었다. 사진 속 까만 반코트와 빨간 부츠, 아직도 생각난다. 포항 대도국민학교 3학년 2반 반장이었던 나는, 나에게 밀려 부반장이 된 남자아이의 심통을 견디느라 열살이 꽤 고되었다. 학급회의 진행도 자기가 하겠다며 고집을 피워대던 그 녀석은 잘 살고 있으려나. 꼬맹이 사촌동생은 키가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마지막으로 본 게 내 딸이 갓난아기였을 때인데, 그때 나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누나, 이제 4년을 뼈 빠지게 키워도 겨우 얘만큼 되는 거야." 그러면서 자기 아들을 가리켰다. 녀석의 네 살 아들은 모두의 혼을 빼놓고 있는 중이었다.우리는 방파제를 뛰어놀다 우리 할머니의 구멍가게로 몰려가 아이스케키 통을 열고 쭈쭈바를 훔쳐먹었고 베지밀도 빼돌렸다. 할머니는 동네 할머니들과 가겟방에 모여앉아 고스톱을 쳤고 아빠는 작은아빠를 따라 부두로 나가 생새우와 오징어를 사왔다. 외팔이 아저씨가 끌어주는 나룻배 삯은 20원이어서 우리는 어른들을 졸라 계속 돈을 타냈다. 정라진에 살고 있는 육촌들과 사촌들은 매일 타는 나룻배를 시시해했지만 언니와 나는 타도 타도 신이 났다. 외팔이 아저씨의 갈고리를 보는 것은 조금 무서웠지만 말이다. 큰엄마는 골뱅이를 솥에 가득 삶았고 엄마는 삶은 옥수수를 식히느라 부채질을 했다. 어느 집에선가 할머니들이 계속 나타나 감자떡을 가져다주고 강냉이죽을 가져다주었다. 하나같이 맛이 없는 것들이어서 나는 생새우만 까먹었다. 파도가 많이 치는 날, 작은아빠네 집 마당에서 놀다 보면 담을 넘어온 파도가 우리의 작은 머리통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기도 했다. 그래서 해가 질 무렵이면 우리의 얼굴에서는 늘 짠 내가 났다. 아아, 나는 제대로 깡촌 출신인가 보다. 사진 한 장에 그 풍경이 이토록 그리운 걸 보면./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19-01-31 김서령

[기고]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우대 늘려야

나이들면 신체·인지판단 조작능력 떨어져65세이상 운전자 교통사고 4년새 52% 급증부산, 교통카드 지급·상업시설 혜택등 제공면허 자진반납 늘고 고령자 사망 감소 '효과'운전을 한다는 것은 전방의 신호, 방향표지판, 차량 위치,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의 위치나 움직임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교통상황을 순간적으로 인지 기억하여 판단하고 조작하는 행위의 반복이다. 나이가 들면 노화나 각종 질병으로 인해 신체능력은 물론 인지판단 조작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시력과 기억력 등이 떨어지고 돌발상황 대처능력도 비고령 운전자보다 2배나 느림에도 불구하고 고령 운전자 스스로가 본인의 신체능력을 과신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렇게 고령 운전자의 객관적인 능력과 주관적인 인식의 차가 크면 클수록 교통사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의 (인지판단)조작 미숙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아서 교통사고를 낸 경우도 자주 언론보도 되곤 한다. 2012년 이후 최근 몇 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감소 추세지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도 1만7천590건에서 2017년 2만6천651건으로 약 52%나 증가하였다. 지난 1월 8일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등의 발표에 따르면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우대제 등 다양한 정책으로 2017년 부산시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고속도로 제외) 77명에서 2018년도 사망자 수는 45명으로 32명(42%) 감소했다고 한다. 고령 운전자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교통카드 10만원권 지급과 각종 상업시설 할인혜택 제공 등으로 2017년 한 해 동안 ('16년보다 12배나 늘어난) 5천명이 넘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했다고 한다. 금년부터는 서울 양천구, 경남 진주시 등의 지자체로 확산될 예정인 가운데 경기도의회에서도 지난 15일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 교통안전 증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2월에 열리는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하다.일본의 경우 지난 1998년부터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지원제도'를 도입하여 지자체별로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 할인, 정기예금 추가 금리 적용, 보청기 등 구입비용 할인, 온천·호텔·상가·박물관 등 각종 시설 이용 할인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의 영향으로 2017년의 경우 75세 이상 (3명 중 1명 꼴)운전면허 보유자 539만5천312명 중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는 25만3천937명으로 4.7%나 됐다. 이는 2007년 9천379명에서 10년 사이에 27배나 증가한 괄목한 성과이다.(전체 사망자 수는 감소추세이지만 7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 수 증가로) 2017년 3월부터는 신호 무시 등 인지기능저하로 교통위반을 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에게 인지기능검사 의무화로 면허취소나 정지 처분을 받은 고령자가 2017년 한 해 동안 3천84명에 이르러 2016년보다 1.6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한편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 반납 후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되거나, 자택에 칩거하는 경향이 늘어 치매 등 인지장애 증세가 늘어난 경우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서 고령자 외출 지원시스템이나 생활필수품 이동판매서비스 등의 정비도 중요하다. 우리도 정부, 지자체, 경찰, 유관기관 등의 적극적인 협력과 면밀한 준비로 신호 무시 등 인지기능저하로 교통위반을 한 고령 운전자들에게 인지기능검사를 의무화하는 한편 고령 운전자 스스로가 인지판단 능력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는 점검과 교육기회를 늘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우대제도'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2019-01-30 박상권

[오늘의 창]뷰티산업 활성화, 말뿐이어선 안된다

"조금 잘 팔린다 싶으면 유통사는 저희를 떠나고, 저희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죠."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한 화장품 제조회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서울의 중소 유통사와 힘을 모아 새로운 브랜드 제품을 개발·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어떤 제품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그런데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함께했던 유통사는 더 많은 물량을 더욱 싼 값에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으로 갈아탔다. 유통사의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어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결국 처음부터 브랜드와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문제는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새로 출시한 화장품이 잘 팔리기 시작할 때가 차기 제품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인천을 떠나지 않을 화장품 브랜드를 키우고, 소비자를 끌어들일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인천에는 400여 개 화장품 업체에서 1만명 가까운 종사자가 나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 2조7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것이다.인천시는 이런 점을 반영해 뷰티(화장품) 산업을 인천의 '8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육성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인천시는 인프라 조성과 성장 기반 구축, 융복합 개발을 통해 뷰티 특화도시를 이루고, '세계인이 찾아오는 뷰티 메카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시가 올해 화장품 산업 육성을 위해 확보한 예산은 13억원이다. 지원을 본격화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따져보면 연평균 9억원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 큰돈일 수 있지만, 10조원을 넘는 인천시의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 민망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유통사와 제품 개발·생산→납품, 브랜드 성공→유통사 대기업 행(行)→새 제품 개발·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더욱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비전은 실현하기 위해 만드는 것 아니었나.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9-01-30 이현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현주미담: 물의 맛은 담박하다

최근까지 맛이 키워드이다. 먹거리가 주목받으면서 먹는 것이 방송의 주요 재료로 등극하였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연예인들의 먹는 모습이다. 이른바 먹방이 유행하면서 맛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더해졌다. 심지어 최근에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이라 하여 맛을 청각화하여 들려주고 듣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맛이라 하면, 오미(五味)라 해서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을 이야기하였다. 전통적으로는 이 맛을 가지고 오행에 배속시켜 요리나 약재로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주력하였다. 이때 맛의 키워드는 조화이다. 조화란 오미를 섞는 것뿐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사람과의 궁합이나 적합성을 뜻한다. 그 사람과 궁합이 맞으면 그 음식의 맛은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맛이다. 이런 조화의 정신은 계승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언제나 인정받으며 궁합이 맞는 최고의 맛은 무얼까? 중국의 역학자 소강절은 맹물의 맛을 들었다. 예전에 제사 지낼 때 발효된 술 대신 맑은 물을 올리는데 이를 현주(玄酒)라 한다. 현(玄)이란 검다는 뜻이 아니라 가물가물하여 정체를 헤아리기 힘들다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현주(玄酒)를 번역하면 '현묘한 맛' 정도가 될 것이다. 맹물이 현묘한 맛을 낸다는 뜻을 포함한다. 아무리 맛있고 강한 맛이 뇌신경을 자극해도 그 맛을 매일 맛보라고 하면 얼마 못가 질리는 법이다. 그렇지만 물은 매일 맛보아도 담담할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물은 맛보지 않으면 목숨을 유지하기 힘들기에 계속 맛보아야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의 맛은 맛보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사람도 그렇다. 새해를 맞으며 서로에게 오랜 소중한 사이로 남으려면 물을 마셔보고 그 담박한 맛을 기억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30 철산 최정준

[참성단]정권에 켜진 경고등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2019년 1월은 집권 이후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듯 싶다. 집권세력 내부에서 연이어 터진 정치, 정책 스캔들이 새해 벽두를 후끈 달궜다. 첫 테이프는 손혜원 의원이 끊었다. 목포 투기 의혹, 부친 서훈 압력, 문화기관 인사개입 의혹은 개인이나 당, 청와대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악재였다. 재판청탁 사실이 드러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손혜원 덕분에 뉴스의 초점을 피했다.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자살골을 넣었다. "산에 가거나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는 말에 50·60대가 분노했다. 여기서 '헬조선' 타령 말고 신남방 국가에서 해피조선을 확인하라는 권고에 20대는 기막혀했다. 자칭 목포 사랑꾼 손혜원의 선전(?)과 자유한국당의 '5시간 30분 단식' 헛발질로 유지됐던 여론의 균형이 무너졌다. 정 많은 문 대통령도 김 보좌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대통령이 전국에 나누어준 예비타당성면제 사업은 예상치 못한 시민단체와 소외지역의 반발로 역풍이 심각하다. 민주당 대변인은 균형발전을 위한 용단을 찬양했지만, 민주당 백혜련·김영진 의원은 신분당선 연장사업 배제를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염태영 수원시장도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다. 더 아픈 건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이 이명박식 토건경제의 부활을 비판하고 나선 대목이다.대통령의 간곡한 설득에도 민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동계와 불편해진 것이나, 손혜원 의원으로 인해 영부인의 이름이 거론된데 이어 해외에 이주한 영애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결정적으로 30일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돼 수감됐다. 법원이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도 유죄로 판결했다. 민주당은 판사의 판결을 비난하고 나섰다.새해들어 한달 내내 정권의 악재를 더 큰 악재가 덮는 정국이 이어졌다. 모두 스스로 일으킨 악재다. 정권 내부를 새로운 관점에서 수선해야 한다는 경고다. '춘풍추상'. 스스로를 가을 서릿발처럼 냉정하게 돌아볼 때가 됐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30 윤인수

[경제전망대]4차 산업혁명 바로 보기

슈밥의 주창에 한국 유독 '관심집중'기술 발전시 발전 더딘 산업 비중 늘고디지털 기술 '일부 영역'만 영향 미쳐4차 혁명 '급격한 변화 초래'는 과장신기술 통한 '지속경제성장'은 가능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이후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네이버에선 4천722건의 관련 논문과 보고서가 검색된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예체능, 초등교육, 종교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논문이 부지기수다. 언론도 연일 기사를 쏟아낸다. 최근 조선일보 chosun.com에서 '4차 산업혁명'을 검색했더니 기사만 6,143건이다. 중앙일보 joins.com에선 1만332건으로 나왔다. 그런데 한국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외국의 관심은 미지근하다. 검색 결과가 뉴욕타임스에서는 17건, 워싱턴포스트에서 16건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4차 산업혁명의 실체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생물학적, 물리적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심대한 정치, 경제, 사회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기술진보 속도가 아주 빨라져서 인류가 유례없는 변화를 맞게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디지털 기술이 여러 곳에서 쓰이고 세상이 확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슈밥이 나서기 전에 누리엘 루비니를 비롯한 여러 학자가 비슷한 주장을 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그 변화를 3차 산업혁명으로 부른다는 점이다. 제러미 리프킨 역시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그나마 이들은 기술 발전에 대해 낙관적인데 아예 비관적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은 중요한 발명은 이미 다 이루어졌으며 지난 약 250년에 걸친 인류의 경제적 성취는 예외적인 사건이고 향후 기술 발전이나 경제성장 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말한다.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통계자료만 보면 설득력이 있다. 역사상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있었는데 경제성장률을 보면 전기와 내연기관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 시기에 가장 높았고 3차 산업혁명(디지털 혁명) 시기에 가장 낮다.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그 이유가 뭘까. 역설적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기술 발전이 더딘 산업(주로 노동집약적 서비스업) 비중이 커진다. 기술이 발전한 산업에선 임금이 오르고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 가격 하락 때문에 매출 증가가 생산량 증가 또는 성능 향상을 못 따라간다. 이때 기술 발전이 없는 산업의 임금도 동반 상승한다. 컴퓨터산업과 외식산업으로 구성된 경제가 있다고 하자. 컴퓨터 회사로 구직자가 몰리면 식당 일손이 달리기 때문에 식당 임금도 오른다. 컴퓨터산업에서 늘어난 소득은 외식에 대한 수요를 늘린다. 외식산업은 생산성이 안 올라도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한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발전이 더딘 산업 비중이 커지는 쪽으로 경제구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선진국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기술 발전이 일어나도 경제 전체의 성장률은 낮아진다. 3차 산업혁명 시기 경제성장률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물론 거의 모든 영역에서 획기적인 발명이 이루어진 2차 산업혁명과 달리, 디지털 기술은 일부 영역에만 영향을 미친 점도 3차 산업혁명의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경제구조 변화와 실증 자료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역시 디지털 기술이 근간인 점을 고려하면 신기술 때문에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급진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슈밥의 주장은 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경제성장의 원천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 대신 지식, 즉 기술과 아이디어가 중요해지는 것이 지식기반경제다. 노동과 자본을 지속해서 늘리기는 어렵다. 늘려도 추가적인 효과는 점점 둔화한다. 따라서 노동과 자본을 이용해 '생산하는 방식' 즉 기술의 발전만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과장된 부분을 덜어내면 그것이 바로 지식기반경제의 진전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기술 발전이 더딘 산업의 재화나 서비스도 더 비싼 돈을 치르지만 더 많은 양을 소비할 수 있다. 그것이 경제발전이다./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

2019-01-30 허동훈

[노트북]그들이 물류단지를 반대하는 이유

삼능산업은 지난 1985년부터 광주에서 채석장을 운영한 업체다. 주로 규석을 채취하던 삼능산업은 지난해 폐업했다. 30여 년간 삼능산업이 골재를 채취한 도수리 산39-10번지 일대에는 오랜 작업으로 100m 정도의 절벽이 형성됐고, 깊게 파들어간 지면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고였다.이 절벽과 웅덩이의 땅에 물류단지가 들어선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채석장 일대에 물류단지 입점을 승인했다. 주민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아직 복구가 되지 않은 땅, 깎아지는 듯한 절벽과 깊은 웅덩이가 있는 이곳이 어떻게 물류단지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그 비밀은 '수요'와 '돈'만 있다면 어디든 물류단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실수요검증'에 있다. 서울과 같은 대형 시장과 인접한 경기도에서 '수요'로 발목을 잡힐 일은 없을 것이고, 수요를 바탕으로 기업대출을 받는다면 재무 분야 검증을 통과할 수 있기에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이 때문에 경기도에는 물류단지가 넘쳐난다. 광주에만 운영 중이거나 계획이 잡힌 물류단지가 8곳이다. 광주 퇴촌면 주민들은 집집마다 베란다에 대문에 울타리에 '우리 가족은 퇴촌 물류단지를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상거래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며 물류단지는 필수 시설이 됐다. 새벽에 주문하더라도 정오면 대문 앞에 도착하는 최첨단 택배 시스템의 이면에는, 몰려드는 물류단지로 짓밟힌 농촌 주민들의 일상이 있다. 촌부(村夫)들이 원하는 것은 백 리 밖 관청에서 물류단지 승인을 결정할 때, 한 번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것이다.퇴촌물류단지 반대비상대책위원회 이창봉 위원장은 "물류단지의 영향은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받는 거잖아요. 그런데 물류단지 승인이 정확히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누가 그것을 평가하는지 주민들이 알 방법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9-01-29 신지영

[경인칼럼]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지방 혁신

다양한 활용 가능한 '4차산업혁명'의 뿌리중앙집중 서비스 문제 극복 신뢰보장 기술새로운 단계로 민주주의 발전시킬 수 있어인천시, 지역특성 고려 도시전략 수립해야블록체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로 인식되어 왔지만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4차산업혁명의 '뿌리' 중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10년 내 블록체인 플랫폼이 세계 GDP의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폭발적 확장되는 테크놀로지이다. 이미 월마트는 블록체인 기술에 사물인터넷을 결합하여 중국 업체들이 납품하는 돼지고기의 사육과정과 육질, 유통경로와 위생상태를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 무역거래에서 수출입의 전 과정을 하나의 체인으로 연결하여 실시간 확인 가능한 선박물류시스템의 블록체인화도 추진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식 서비스가 가지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시스템으로 신뢰를 보장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분산데이터베이스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분산시켜 다수의 이용자가 대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P2P(peer-to-peer) 방식으로 서버나 클리이언트 없이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를 연결하는 통신망이다. 연결된 각각의 컴퓨터가 서버이자 클리이언트 역할을 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화폐 시스템, 금융시스템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으며 공공서비스와 연계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의 기록 분산 저장, 분산원장 기술은 비용은 적게 들고 장애에 강하기 때문에. 국가나 중앙은행과 같은 기관의 도움 없이도 강력한 신용 효과를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지방정부가 금융과 권력의 탈중앙화하는 혁명적 변화도 가능하다고 한다.현재 90종 이상의 지역화폐가 발행되고 있다. 아직 활발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은행과 같은 중개자 없이 직접 결제가 가능하다. 서울시 노원구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 지역화폐 '노원(NW)'을 발행하고 있다. '노원'은 어플과 카드의 QR코드를 통해 노원 가맹점 122개에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자 간 선물과 거래도 가능하다. 또 개인이나 단체가 노원구 내에서 자원봉사, 기부, 자원순환 등의 활동을 할 경우 그 대가로 지역화폐 노원을 제공하여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접민주주의를 네트워크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신뢰검증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 투표시스템은 암호화된 분산원장으로 조작이 불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해킹이나 조작 우려를 불식하고 신뢰성 높은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가 가능해진다. 적은 비용으로 신속한 전자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지방정부의 경우 지역혁신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의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자치회에 권한을 이양하고 의사결정 체계를 혁신하여 주민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전자투표를 통한 주민들의 의견수렴에 활용하면 주민 참여형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으며 자치구, 광역시 단위로 확대하여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제도인 주민참여 블록체인 심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따복공동체'에 적용하여 실험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축산물 이력관리 컨테이너 물류효율화, 부동산 정보 등의 블록체인화 시범사업에 투자하면서, 지방정부의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코리아 블록체인엑스포'를 개최하면서, 향후 5개년간 2천억원을 투자하여 서울을 블록체인도시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강원도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도시 조성, 지역화폐도입등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고는 지역경제 성장전략에 집중하고 있다.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테크놀로지로서 4차산업혁명의 요소인 동시에 사회의 투명성과 초신뢰(utra-trust)를 통한 사회 혁신을 촉진하는 시빅테크(Civic-tech) 라는 점에서 인천시와 시민사회도 한층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블록체인 도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2019-01-29 김창수

[참성단]불황 속의 로또

복권을 '빈자(貧者)의 세금' '희망(希望) 세금'이라고 한다. 구매자 대부분이 하루하루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가난한 서민이고 희망고문만 할 뿐, 당첨이 어려워 돌려받지 못하는 세금과 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에는 총 31만 6천679회의 벼락이 떨어졌다. 이 벼락에 4명이 맞았는데 확률은 7만 9천169분의 1이었다. 골프에서 150야드 파 3홀 기준으로 홀인원 확률은 일반인 1만 2천500분의 1, 투어프로는 2천500분의 1로 알려졌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천060분의 1이다. 액수가 높아질수록 그 확률은 더 낮아진다.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은 1947년 14회 런던 올림픽 경비마련을 위한 올림픽 후원권이다. 액면가 100원에 1등 100만원으로 모두 140만 장이 발행됐다. 이후 재해 대책자금, 전쟁 후 산업 부흥및 사회복지자금, 박람회 기금 마련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해 단기적인 복권발행이 이뤄졌다. 최초의 정기복권인 '주택복권'이 등장한 건 1969년이었다. 매달 액면가 100원에 발행하기 시작해 1983년까지 1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실제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었다.로또 복권이 등장한 건 2002년이었다. 건설교통부 등 10개 기관이 연합해 로또를 탄생시켰다. 당시 로또는 당첨자가 없을 때 이월되는 규정에 따라 1등 당첨만 되면 최대 수백억 원까지 손에 쥘 수 있어서 '인생역전'의 상징이었다. 로또복권 최고 당첨금은 407억 원으로, 2003년 4월 춘천에 사는 경찰관이 세금을 빼고 무려 318억 원을 수령했다. 세계 최대 복권 당첨금은 2016년 1월 미국 파워볼의 15억 8천700만 달러였다.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3조 9천65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기와 로또 판매가 비례한다는 속설에 비춰보면 그리 반가운 소식도 아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수록 서민의 발걸음은 복권 판매소로 향한다. 추첨이 있는 토요일 명당자리로 알려진 판매소는 몰려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요즘엔 로또가 가난한 서민뿐만 아니라 학생이나 직장인에게도 큰 인기다. 로또를 구매한다고 해서 이들의 '작은 희망'을 '허황한 꿈'으로 폄하해선 안된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앞으로 큰돈 벌 길이 보이지 않는 서민들에겐 그나마 로또가 인생역전의 유일한 동아줄이기 때문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9 이영재

[수요광장]'집값' 걱정 없는 집, 공동체주택

전셋집 옮겨 다닐땐 늘 마음 불안내집 없는 서민들 난민되는 현실 주거·자산 분리해야 악순환 탈피좋은 이웃 함께하는 '공동체주택'살 곳 걱정 안 해도 인생 짐 덜어내나는 '여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주택(흔히들 '코하우징'이라 말하는)에 살고 있다. 여백은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제각각인 10가구가 모여 함께 지은 집이다. 우리는 힘들고 불안한 도시의 주거 문제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기 원했던 사람들이 모인 생활 공동체다. 공동체주택을 위해 처음 만난 우리는 그 꿈을 이루고자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공동체를 이루어갔고, 집짓기를 병행한 끝에 2016년 8월 지금의 집에 입주하게 되었다. 나는 50대 중반이 훌쩍 넘어 처음으로 내 명의로 된 집에 살게 된 것이다.지금의 공동체주택에 자리를 잡기까지 나 또한 여러 차례 전셋집을 옮겨 다녔고 하염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과 전셋값에 마음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돈을 모아 다음엔 꼭 집을 사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돈을 모으기도 힘들 뿐 아니라 모아놓은 돈보다 집값 전셋값이 훨씬 더 많이 오른다. 이사를 안 가려면 힘들게 모아 놓은 돈에 더 돈을 보태 보증금을 올려 주거나 일부 월세로 전환을 하여야 한다. 그것도 감당이 안 되면 결국 집의 크기를 줄이거나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다 이룬 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내 집을 소유하지 못한 다수의 서민들은 난민이 되어 떠돌아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고 그 후 상당시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 시기에 소위 전문가들 사이에는 상승론과 하락론이 팽팽히 맞섰고 대부분의 서민들은 심정적으로 하락론을 지지하며 빚내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살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보다 경기부양을 선택했다.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버티다 못한 다수의 시민들이 매수 대열에 뛰어들며 집값은 다시 한 번 폭등을 하였다.부동산시장은 지금 또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과연 앞으로 "집값은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오를 것인가?"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이와 같이 집값이 내리느냐 오르느냐에 대한 질문만 반복한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인구통계학적 변화나 수요공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에는 정부와 기업, 개인, 외국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다.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펴고 토지와 공공주택의 공급과 금리를 조절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의 공공성회복 보다는 경기부양에 치중하였고, 그 결과 자산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가 아니다. "왜 나는 집값 때문에 불안한가?"를 물어야 한다. 집 없는 서민은 말할 것도 없고 과연 집하나 가지고 있는 서민들에게 집값이 오르면 좋은 일이고, 내리면 나쁜 일인가? 결국 이 악순환은 결국 내가 살아야 할 집, 즉 주거공간으로서의 집과 자산으로서의 집을 분리할 때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집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개인이 홀로 감당하기는 너무나 버겁고 힘든 일이다. 내 집 마련이 어렵다면 우리 집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혼자서는 어렵지만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가능하다.'집값'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터 잡고 살 집을 구하는 것이다. 그 집은 불필요한 거품이 없는, 나의 최소한의 욕망과 필요를 충족하는 최소의 집이라면 더욱 좋겠다. 거기에 좋은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좋은 이웃과 함께하는 최소의 집, 그것이 바로 공동체주택이다. 이 집은 내가 오래도록 살 집이기 때문에 집값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집 걱정만 안 해도 인생의 커다란 짐 하나 덜은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9-01-29 김수동

[자치단상]배움이 있는 미래도시가 좋다

연수구, 미래형 평생학습도시 목표8월까지 용역등 중장기 계획 수립지역발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급변하는 사회적 흐름 적응 위해선길어진 인생만큼 새로운 지식 필요'논어' 첫 구절을 들먹이지 않아도 배움의 본질은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에 있다. 학창시절 일류 학교 진학을 위해 희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생활 속 배움이 기쁨이고 보람이 되는 과정이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성취감을 경험하는 즐거움이다. 연수구가 꿈꾸는 미래도시도 지식을 즐겁게 공유하는 도시다.지식이 한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아는 만큼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몰라서 갖는 상실감은 개인의 삶의 질까지 피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연수구가 꿈꾸는 미래는 다르다. 모든 부나 지식이 또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나눔과 배려가 일상화한 미래다. 민선 7기 원년을 맞는 연수구가 더불어 나누는 평생학습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는 이유다.연수구는 2003년 인천 최초로 평생학습도시에 선정됐고, 국내 처음으로 '평생학습 나눔터'를 설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인천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47개국 195개 도시가 가입된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에 이름을 올렸다. 9월엔 '인천 올해의 평생학습 대상'의 영예도 안았다.새해에는 내년에 열리는 제7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 유치에도 나선다. 지난 2001년부터 열리던 전국평생학습 축제를 2012년부터 이름을 바꿔 개최하는 국내 최대 평생학습 행사다. 매년 3일간 열리는 이 행사는 대전, 제천, 고양, 서울, 거창, 부산 등이 유치했다. 연수구가 유치에 성공하면 구 단위로는 첫 개최다. 이와 함께 미래형 평생학습도시 도약을 목표로 오는 8월까지 평생교육 종합진단 용역을 통한 평생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에 나선다. 지역 내 많은 평생학습 자원을 활용해 흩어져 있는 평생학습 구조를 하나로 연계할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3년까지 연수구에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생학습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입장이다.실제로 연수구에는 평생교육시설 4곳을 비롯해 주민자치센터, 청소년기관, 도서관, 복지기관 등 민관을 합쳐 60여 곳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평생학습을 통한 개인의 성장이 이웃과 지역사회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학습구조 정착이 목표다. 구민 누구나 학습자가 되고 강사가 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의도다.이를 위해 지역학습리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학습자원활동가 양성 프로젝트와 평생학습 강사학교 등을 통해 학습자에게 지역사회 나눔 활동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이 모여 배움으로 소통하고,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구조다.문제는 이원화 삼원화된 정책 담당기관이다. 평생학습은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정보·지식 격차 해소로 사회 통합의 기능을 한다. 고용 가능성을 높여 생산적 복지에도 도움을 준다. 어르신들에겐 즐겁고 건강한 노후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되찾아 주기도 한다. 물론 새 일자리를 구하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교육청·고용노동청도 저마다 별도 예산을 투입해 평생교육 관련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연수구 내에서도 교육청이 인천을 대표하는 평생학습관을 운영 중이다. 조심스럽지만 사업의 중복과 비효율의 문제도 따져봐야 할 때다. 사업 주체는 고용노동청이나 교육청으로 일원화하더라도 사업 집행은 자치단체에 위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이제 평생학습은 미래도시의 조건이다.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찾아가는 즐거움이 에너지가 되는 도시다. 급변하는 사회적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길어진 인생의 시간만큼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채워나가야 한다. 배움이 있는 도시는 늘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움이 있는 미래도시가 좋다./고남석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고남석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

2019-01-29 고남석

[이영재 칼럼]가지 않은 길

'불안한 평화 지속' 한번도 경험 못한것들북한 '핵 동결'에 사실상 美가 '보유 인정'새로운 경험할까봐 두려운게 솔직한 심정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읽어주는 50세 중반의 국어 선생님 목소리는 진지했다. '어린 너희가 뭘 알겠어?'라는 표정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지 지금 너희는 잘 모를 것이다. 많게는 서너 번, 적게는 수백 번 결단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우리가 숲 속을 걷다가 만나는 두 길을 모두 갈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앞에 펼쳐지는 여러 갈래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갈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기꾼이다.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건 없다. 어차피 그게 인생이니까." 시도 좋았지만, 책도 없이 시 전문을 한 자의 틀림도 없이 외운 선생님을 우리는 신뢰했다. 어린 나이에 선생님의 그 말이 왜 그렇게 쓸쓸하게 들렸는지 그때는 몰랐다.그날 교실 분위기가 무거웠던 건 시의 첫째 연과 마지막 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1990년대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가 높았다. '몰래카메라' '브레인 서바이버' '양심 냉장고' '러브 하우스'도 그랬지만 개그맨 이휘재의 '인생극장'은 내 맘대로 내용과 결론을 바꾸는 지금의 '인터렉티브 영화'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매번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그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각기 다르게 전개되는, 특히 "그래! 결심했어"란 유행어도 남긴 인기코너였다. 그 '인생극장'을 보면서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났다. 선생님의 말처럼 그동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다. 문과가 아닌 이과를 택했다면, 그때 공부보다 운동권 학생이 되었다면, 이 직장이 아니라 저 직장을 택했다면, 이 사람이 아니라 저 사람을 만났다면 등등 '그때 저 길로 갔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 봤을 것이다.'가지 않은 길'이 다시 떠오른 건 3년 전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면서였다. 그리고 요즘은 매일 문 대통령의 말처럼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매일 벌어지는 검경의 압수수색은 논외로 치더라도 대법원장의 구속, 눈만 뜨면 나타나는 미세먼지, 일자리정책 앞에서 탄식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물론,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주주권행사를 직접 지시하거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발표하는 것도, 투기의 의혹 국회의원이 오히려 국민들을 향해 큰소리 치는 것도 생애 첫 경험이다. 이웃 일본과 최악의 관계도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가 제정신을 차리고 왔던 길로 다시 가서 다른 길을 택한다면 해결되는 것들이다.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것들에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 간 세 번의 회담, 그 과정에서 도출된 9·19 남북 군사 합의서로 인해 발생한 '불안한 평화의 지속'도 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조만간 북한의 핵 동결이라는, 사실상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까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앞엣것들과 다르게 안보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때 국어 선생님은 이런 말도 했었다. "분명한 건 어느 한 길을 택할 경우, 다른 길을 택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무서운 건 택한 그 길이 꽃길인지 아니면 가시밭길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담보로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8 이영재

[오늘의 창]작심삼일

사람들은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습관처럼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다짐한다. 금연, 다이어트 등 지난해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한 일들을 마치 올해는 반드시 할 것처럼 또다시 자신과 약속을 한다. 매년 연초에 반복되는 이런 다짐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작심삼일이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속담이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고려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바뀌었다.설화문학가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유성룡의 일화가 전해진다. 유성룡이 공문을 각 고을에 발송하라는 명을 내렸다가 실수가 있어 회수시켰는데 한 역리가 진작 발송했어야 할 공문을 그대로 가져온다. 유성룡이 아예 발송도 하지 않은 것에 크게 화를 내자, 그 역리는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어차피 사흘 후 다시 고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사흘을 기다리느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무턱대고 떠오르는 대로 하지 말고 사흘 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의미다.지금의 작심삼일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를 지니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무턱대고 생각나는 대로 무언가 빨리 결정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자숙의 의미를 담고 있다.요즈음 대한민국은 '빨리빨리'가 익숙한 사회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시나브로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미 적응돼 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빠른 것을 요구하다보면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의 새해 다짐도 지난해 못했으니까 올해 해보자는 식으로 다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올해 새해 다짐부터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히 결정한다면 매년 후회하는 '작심삼일'은 없지 않을까./최규원 사회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사회부 차장

2019-01-28 최규원

[참성단]양날개 고장난 한국정치

새가 양날개로 날듯 정치도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로 난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유효하다. 특히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여야 정당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건강하게 양립하는 상황은 국가안정에 필수적이다. 균형이 깨지면 특정 대의(代議)의 독주와 독선이 적폐로 쌓이고 사회는 혼란해진다.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추락은 목불인견이다. 전통적 보수층조차 흔쾌하게 지지하기가 불편한 기색이다.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에 반대해 벌인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으로 천하의 조롱거리가 됐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은 '목포 호구'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의혹 따진다며 불러낸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게 면박만 당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고질적인 계파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견제 능력을 상실한 '마이너스의 손'으로 내부 권력 투쟁에 골몰하면서 대안정당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반면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나 홀로 독주(獨走)는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정상을 찾았지만 도덕적 우월성은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손혜원 투기의혹과 서영교 재판청탁 의혹이 만일 보수정당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민주당의 투쟁력을 감안하면 최소한 국회 앞에서 촛불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자유한국당 특보가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면 민주당 의원 누군가는 5시간30분 단식 대신 그야말로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자기 검열에 관대한 도덕적 기준으로 권력의 정의가 야금야금 허물어지는 줄 모른다.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로 나는 새라면, 한국 정치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병든 새다. 오른 날개는 근위축증에 시달리고 왼 날개는 과잉발육 상태니 지상에서 졸렬하고 잔망스러운 발자국만 남긴다.날지 못하는 갈매기가 멀리 보지 못하듯 병든 정치로는 국운을 조망할 수 없다.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트럼프와 혐한감정으로 지지율을 관리하는 아베로 인해 전통적인 한미일 안보동맹은 위기다. 북한과 중국은 더할 나위 없는 유대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격상은 무르익고 있다. 한국 정치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정세 변화 한 가운데서 땅바닥을 기고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28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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