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보이스피싱, 모두의 관심으로 예방해야

지난해 피해액 '4440억' 전년比 82.7% 늘어피해자도 4만8743명 하루평균 134명 달해연령대, 60대이상 보다 '40~50대'가 더 많아 개인정보로 가족등 사칭 '메신저피싱' 급증살다 보면 많은 뉴스를 접하게 되지만, 그게 내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세상 끔찍한 사건도, 세상 황당한 사건도, 매일매일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분명 남의 일이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서만 봤던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이른바 보이스피싱에 내가 속은 것이다. 혼자만 알고 지내기에는 너무 기가 막히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사고를 당하면 안 되겠기에 용기를 내서 글을 남기기로 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3월 15일 오전 10시 53분 며느리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물었다. 아버님 바쁘세요? 이렇게 대화가 시작됐다. 며느리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울렸다. '핸드폰이 고장 나서 수리를 맡기는 바람에 현재 컴퓨터로 말씀을 드린다. 갑자기 부탁할 일이 생겨서 연락을 드리게 됐다. 어제 친구에게서 집 보증금을 받았는데 다시 입금하려고 했더니 은행 인증에 문제가 생겨서 오후 5시에나 해결이 된다고 한다. 아버님이 돈을 먼저 보내주시면 이따 오후 5시에 보내 드리겠다' 이런 내용이었다. 얼마인지를 물었더니 600만원이란다. 지금 밖이라서 스마트폰으로는 300만원 밖에 보낼 수 없다고 했더니 계좌번호를 하나 보내며 이리로 보내주시면 된다고 한다. 친절하게 내 계좌번호도 남기란다. 오후에 보내준다며. 메신저 창에 내 손자 사진이 보인다. 분명히 며느리다. 한 줌의 의심도 없이, 더군다나 며느리 부탁이고 하니 급하게 돈을 보냈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나. 은행에서 긴급전화가 왔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빨리 신고를 하라고 한다. 놀란 마음에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 메신저가 해킹을 당해서 친정아버지, 어머니에게도 똑같은 연락이 갔단다. 아차 싶었다. 은행에 신고를 하고 나니 또 메시지가 울린다. '아버님 죄송한데 한 번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아. 이런 나쁜 놈들을 봤나. 기가 막혔다. 이틀 후인 3월 18일 수원서부경찰서에서 피해신고를 하고 은행에 피해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피해구제 신청을 하면 이체한 계좌에 남아있는 잔액에 한해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피해금액 비율에 맞춰 환급금액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체 즉시 인출을 하기 때문에 환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체통장 역시 학생, 노숙자, 노인 등 영세하고 취약한 사람 명의로 만든 이른바 대포통장이어서 배상청구도 쉽지 않단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천440억원으로 2017년 2천431억원보다 82.7%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8천743명이었으며 매일 평균 134명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은 매일 평균 12억2천만원, 1인당 평균 910만원에 이른다. 60대 이상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알려진 바와 달리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연령대는 40~50대로 피해액이 2천455억원으로 전체의 56.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국세청, 검찰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현금지급기(ATM) 앞으로 유도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사전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SNS가 활성화되면서 필자처럼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피싱이 급격히 늘고 있다.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2018년 216억원으로 2017년 58억원보다 272.1%나 증가했다.이런 보이스피싱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작은 사건이라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예방법을 널리 알리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더 이상 남의 일도 아니고 개그 프로의 소재도 아니다. 언제든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모두의 관심으로 보이스피싱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한다./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2019-04-03 문제열

[참성단]월미도 디아스포라

1950년 9월13일 새벽 5시, 월미도 상공에 굉음과 함께 유엔군의 공군기 1개 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하늘에서 기름통과 네이팜탄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어떤 이는 새벽잠에 빠져 있다가 고스란히 타죽었고 잠에서 깬 이들은 속옷 차림으로 도망갈 곳을 찾았다. 비행기가 사람만 보이면 기총사격을 해대는 통에 갯벌에서 펄 흙을 잔뜩 뒤집어쓰고 숨죽여 있기도 했다. 간신히 인천으로 피신했던 사람들은 폭격이 잦아든 틈을 타 월미도와 인천을 연결한 다리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폐허가 된 마을에서 숨진 가족과 이웃의 시신을 수습하던 이들에겐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이틀 뒤인 15일 인천상륙작전이 본격 전개됐고 함포사격을 피해 다시 고향을 빠져나와야 했다. 그리고 끝이었다. 월미도 원주민들이 고향을 잃은 사연은 한국전쟁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북녘에 고향을 둔 실향민처럼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것도 아닌데 고향은 꿈속에나 남아있다. 물리적 공간으로 보면 고향에 머물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삶은 타지에서 살아가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디아스포라'와 비슷하다.사실 주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고향에는 미군이 주둔해 있었고 그들은 고향을 눈앞에 두고 다리 앞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미군부대가 철수하면 고향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는 역대 인천시장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향수병을 달랬다. 하지만 그 약속은 '희망고문'이었다. 미군은 철수했지만 대신 국군 제2함대사령부가 주둔했다. 이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하고 나서는 공원이 들어섰다. 결국, 휴전 후 한국을 지배하던 안보논리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그들의 귀향은 번번이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소식이 전해졌다. 월미도 원주민들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인천시의회에서 가결된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의 고통을 돌아보기까지 69년이 걸린 셈이다. 이 소식을 접하니 십수년 전 취재현장에서 만났던 한 할머니의 절규가 귓가에 맴돈다. "죽기 전에 고향에 보내달라고 시장에게 말하려는데 순사들이 못 들어가게 해!" 청원경찰을 순사로 알고 있는 그 할머니는 당시에도 상당한 고령이었다. 주름진 눈가를 훔치던 그 할머니는 이 소식을 들었을까? /임성훈 논설위원

2019-04-03 임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방무체: 일정한 방위도 없고 몸체도 없다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몸은 여러모로 시공간적 용량에 한계가 있다. 키가 아무리 커도 하늘까지는 닿지 못하고 식성이 아무리 좋아봤자 바다의 물을 다 마시진 못한다. 사람뿐 아니라 여타의 생명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드넓은 이 지구도 정해진 시한이 있으니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한량없다는 우주의 몸체도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윤회를 반복하면서 생멸을 한다 하니 마찬가지이다. 작은 개인이든 큰 우주든 간에 일체가 일음일양의 무상한 변화를 겪으니 이것을 주역에서 '일체는 고정된 몸체가 없고 작용하는 고정된 방위도 없다'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어찌 보면 무상하고 허망하기도 한 이 표현을 한번 굴려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바닷물에 포말(泡沫)이 일면 포말의 몸체는 바다 전체에 비교해보면 극소의 몸체라 할 수 있다. 또 포말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작용을 보면 늘 일어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늘 사라지기만 하는 것도 아닌 찰나의 무상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바다 전체를 생각해볼 때 그런 현상은 동일한 몸체가 빚어내는 작용이다. 포말의 몸체에 국한하여 그 생멸의 작용을 생각해본다면 이보다 더 왜소하고 허무할 수가 없을 것이지만 바다 전체가 내 몸이라고 생각해본다면 포말의 기멸상은 그저 당연한 변화작용일 뿐이다. 우리는 바다와 같은 본래의 몸체는 꿈에도 보지 못하고 늘 기멸하는 포말 같은 몸체에만 집착하여 아상을 구축하며 살기 때문에 이런 진실을 보기 어렵다. 주역에서는 그래서 역(易)은 고정된 몸체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작용 또한 고정된 방위가 없다고 하였다. 양으로 나타나면 남자의 몸이고 음으로 작용하면 밤일 뿐 남녀 주야의 상은 고착된 것이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4-03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미세먼지 해결은 정부노력·국민적 공감에서 출발

작년 경제적 비용 '4조230억' 추산환경 위협하는 요소에 세금 부과대규모 공공시설 등 기준치 강화주변국들과 공동연구 과학적 규명후손위해 적극적인 '기후인식' 필요'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가 무색할 만큼 올봄은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 가야겠다"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한다. 초창기에 "뭐 대단한 거라고?" 말하던 지인들도 이젠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을 꺼린다. 심한 날에는 실내에 있어도 목이 칼칼하다. 이제 미세먼지는 사회적 재난으로까지 규정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230억원으로 추산됐다. GDP의 0.2% 수준이다. 응답자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가장 심각한 피해로 '건강 악화'(59.8%)를 꼽았고, '실외활동 제약'(23.5%), '스트레스 증가'(10.3%), '공기청정기·마스크 등 구매 비용 증가'(4.7%)의 부담을 들었다. 이 미세먼지의 답답함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이 가장 직접적이고 신속한 영향을 주게 된다. 당장 환경을 위협하는 것에 세금을 부과하고, 자국민을 나쁜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규모 시설에 환경 기준치를 강화하게 된다. 더불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범국가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중국 등 주변국의 영향'(73.8%)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중국 등 주변국과 공동연구를 통한 과학적 규명'(67.9%)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답변 또한 가장 많았다.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정부의 말에 듣는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70년대 영국은 자신들이 만든 오염물질이 스웨덴에 산성비를 내린다는 결과를 인정하길 거부했다. 스웨덴은 꾸준히 산성비 문제를 국제이슈로 만들었고, 결국 1979년 11월 영국과 독일을 포함한 유럽 31개국이 '협약' 체결해 산성비 문제를 해결했다. 환경부가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위성으로 한반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을 규명하는 공동 조사를 추진 중이고, 미세먼지 범사회적 기구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하여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생겨 다행스럽기 그지없지만, 좀 더 발 빠른 정부의 행보가 간절하다.잘 가꾸어진 자연과 사람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은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향후 미래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제 미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학적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기술적 해결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종과 부산에 구축되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단지는 정보통신 기술과 공간정보 데이터를 활용하여 도시 생활 속 교통, 에너지, 환경 등의 문제를 분석·해결하고 시민들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게 된다.내가 근무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실외에서 측량을 해야 하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궂은 날에도 바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이 생각나서 출근길 마음이 무겁다. 맑은 하늘 아래 봄볕에서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펴고 들판을 뛰어다니던 유년시절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따스한 봄날, 두꺼운 마스크를 끼고 종종걸음 치는 아이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가장 장수하기 좋은 사람은 딱 죽지 않을 만큼 큰 병에 한 번 걸려본 사람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놈의 미세먼지!'하고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절대적 공감을 일으켰을 때가 가장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는 가장 심각하나 가장 대책이 느린 분야이며, 모두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주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누구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분야라고 한다. 우리 후손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정부와 기술, 범지구적 단체와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기후인식'과 '기후행동'이 필요한 때이다./주한돈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주한돈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2019-04-03 주한돈

[경인칼럼]연고(緣故)자본주의 시대

정치인 자녀들 KT 특혜채용 의혹 일파만파신임교수·민간기업 선발도 부친 직업 강요기회균등·공정경쟁 흔들려 '상대적 박탈감''개천의 용' 사라진 한국사회 선진화 걸림돌중견 영화배우 김광규가 좋다. 비록 대머리이나 준수한 외모에다 맛깔스런 조연 역할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천명에도 혼밥족 신세를 못(?) 면하는 서민적 풍모에도 연민이 느껴진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부지 뭐 하시노?"는 압권이다. 2001년에 개봉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에서 담임 선생님이 제자인 동수와 준석의 뺨을 비틀며 걱정하는 장면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뇌리에 명대사로 각인되어 있다.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의 특혜채용 의혹으로 불거진 KT 채용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같은 당의 황교안 대표와 정갑윤 의원의 아들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터에 KT노조가 친박 핵심실세였던 홍문종 의원도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위원장이던 홍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과 측근 등 4명에 대해 부정 취업청탁을 했단다.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나 '강원랜드 채용비리'의 판박이란 느낌이다.공기업의 채용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취업빙하기에 견줄 만큼 갈수록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판에 고임금에다 종신고용이 보장되는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인 탓이다. 공기업 내에 만연한 보신(保身) 문화는 점입가경이다. 주인 없는 조직이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풍지 확보가 필수적인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사례가 상징적이다. 부정청탁이 의심되는 직원 한명의 입사서류 성명 칸 옆에 괄호가 쳐지고 그 속에 부모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모 지방대학의 신임교수 채용서류는 더 노골적이다. 인터넷으로만 접수 받는 취업지원서에 지원자의 부친 이름과 직업을 적는 난이 있는데 부친의 관련사항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으면 입력되지 않아 서류접수가 불가능하다. 30대 이상의 최고 지성인들한테도 부모 직업을 묻는다니 아연실색이다. 그 대학 교직원 중에 이름만 대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유력인사 자녀 및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도 기업들처럼 정치가, 고위공직자, 재력가, 언론인 등 가진 자들과의 커넥션 형성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짬짜미 채용 엄단을 외쳤지만 별무효과이다.공기관이 이럴진대 민간 기업들은 오죽하겠는가. 수년 전에 모 대기업 임원 출신의 한 인사로부터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그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의 업무능력이나 자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친의 직업이란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으로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근무자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 데다 아버지의 직책이 높을수록 합격 가능성도 크다고 귀띔하며 비밀 유지를 당부했다. 앞으로 연고채용은 더욱 만연할 개연성이 높다. 요즘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두렵단다. 사람 잘못 뽑았다 낭패보기 십상이란 것이다. 세계화 확대는 또 다른 변수이다. 사업장의 글로벌화는 불문가지여서 임직원들의 충성도 제고가 훨씬 강조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정부는 피면접자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블라인드전형을 주문하나 한계가 있다. 작금의 채용비리에 대한 모 취업준비생의 반응이다. "누구는 취업하려고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노력해도 역부족인데 누구는 부모의 힘으로 쉽게 입사한다.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계란으로 바위 깨는 격이니." 더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 흔들리는 점이다. 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정치철학자 존 롤스 교수는 "공정성의 핵심은 '운(運)의 중립화'이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등 우연하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자연적 조건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연고(緣故) 자본주의야말로 한국사회 선진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했지만 공자님 말씀처럼 들린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9-04-02 이한구

[발언대]프로스포츠는 산업이다

수원시는 K리그1 수원삼성 블루윙즈 축구단, K리그2 수원 FC 시민구단, KBO리그 kt wiz 야구단, V리그의 한국전력 남자배구단·현대건설 여자배구단, WK리그의 수원도시공사 여자축구단의 연고지다. 2018-2019시즌에는 WKBL OK저축은행 농구단이 수원을 임시 연고지로 하기도 했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 4대 프로스포츠구단의 연고가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전국에서 수원시가 유일하다.  프로스포츠팀 경쟁력을 높이려면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선수들의 경기력은 기본이고, 연고 도시·주변 도시 인구, 경기장 시설, 체육시설 인프라, 교통 접근성 등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최근 일부에서 한국전력 배구단 연고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모기업이 이전했으니 배구단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프로구단은 자선기관이 아니다. 프로스포츠는 산업이다. 연고 이전은 지역 논리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수원시에 정착한 한국전력 프로배구단의 연고를 지역안배 논리에 못 이겨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그동안 아낌없는 지원을 한 수원시와 한국전력 프로배구단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또 수많은 열성 팬의 생각은 어떨까? 연고 이전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2011년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활동이 떠오른다. 35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시민 연대'를 구성하고, 30만 명이 참여한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수원야구장을 증개축하고, 구단을 운영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10구단의 모기업으로 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유치 열정과 노력 덕분에 10구단을 유치할 수 있었다. 당시 수원시와 전라북도가 10구단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합을 했는데, 전북의 유치 논리는 '스포츠 지역균형안배'였다. 하지만 탄탄한 모기업, 철저한 준비, 125만의 인구와 경기 남부권 640만 인구, 교통 접근성, 야구 인프라 등 여러 측면에서 앞선 수원시가 제10구단 연고 도시로 결정됐고, 수원 kt wiz가 창단됐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프로스포츠는 산업이다. 구단은 성적과 흥행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경기장에 관중이 많이 찾아와야 흥행한다. 팬들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된다. 경기장 시설과 위치는 팬뿐만 아니라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구단의 연고지 결정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지역 균형 안배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한국전력 배구단은 수원시가 필요하다. 수원시도 한국전력 배구단이 필요하다. /이상수 수원시 체육진흥과장이상수 수원시 체육진흥과장

2019-04-02 이상수

[참성단]골란고원 와인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골란고원 이스라엘 주권인정' 포고문 서명식이 있었다. 한마디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땅'이라고 인정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이스라엘 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이은 트럼프의 이런 배려에 5선 도전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가 크게 감동했던 모양이다. 선포식이 끝나자 네타냐후는 "골란고원에서 최상품의 와인을 한 상자 가져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술을 입에 대지 않으니 대신 백악관 직원에게 주고 싶다"며 호기를 부렸다.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으로 골란고원을 점령한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한 건 '포도나무 심기'였다. 1천m 이상 고도, 화산토와 선선한 기후는 포도 재배의 최적지였다. 그때 심은 묘목이 적당하게 자라나자 1983년 '골란고원 와이너리'가 들어서고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곳 와인은 '야르덴' '감라' '골란'이란 상표를 붙여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이스라엘 와인은 최근 국제시장에서 호주 와인과 함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중이다. 아직 프랑스나 칠레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지만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포도주 제조기법에 최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와인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중이다.하지만 지난 2015년 11월 EU(유럽연합)는 이스라엘 와인에 대해 생산지 라벨 부착을 의무화했다. 무력으로 점령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므로 이 지역 생산 와인을 EU에서 판매할 경우 '메이드인 이스라엘' 대신 해당 정착촌을 산지 라벨로 부착하라는 것이다.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베를린의 최고급 백화점 카데베에서 이 규정을 적용해 이스라엘 와인을 철수시키자 네타냐후까지 나서서 항의하는 등 외교분쟁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지금 튀니지에서는 제30차 아랍연맹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아랍 정상들은 시리아의 골란고원 주권을 강조하면서 미 트럼프 정부의 지나친 이스라엘 우호 정책을 비난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자국민을 살상 가스로 살해하며 친이란 정책까지 펴는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의 비도덕성과 중동국가의 분열로 더는 의견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골란고원이 실제 이스라엘로 편입돼 골란고원 고급 와인이 '편입 축하주'가 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4-02 이영재

[기고]기부가 열어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기회

서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개인 통 큰 기부로 최근 개관정부 종합대책·예산 확대에도학교 교육 마친 성인 시설여전히 턱없이 부족해발달장애인의 부모님들의 염원인 인천 서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개인의 통 큰 기부로 지난 3월 4일 개관했다. 이 센터는 서구 가좌동에 소재한 화장품 용기 생산업체인 (주)연우 기중현 대표의 40억원 개인 기부로 건립하게 돼 더욱 뜻깊다.서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는 연면적 2천362㎡(715평)로 전국 최대의 규모다. 서구는 이 시설을 전국 최고의 장애인교육센터로 운영하고자 한다. 센터 직원 28명은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열의로 가득하다.발달장애는 지적·심리적·사회적·신체적 발달 등에 장애가 유발돼 그 장애가 평생 지속된다. 성인이 돼서도 간단한 일상조차 타인의 도움 없이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천 서구발달장애인 등록 인구는 1천805명으로, 이 중 성인 발달장애인은 68%(1천237명)에 달한다. 이들은 학교 교육과정을 마치면 갈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에선 11개의 성인 대상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운영 중이다. 인천에선 이번 평생교육센터가 처음이다.한 자녀가 발달장애인이면 그 가족은 발달장애인 가족이 된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은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다양한 문제가 사회 전반에 발생하고 있음을 현장에서도 느낀다. 부모가 없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현재의 사회복지체계에선 없다. 학업을 마친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노년을 위한 발달장애인요양원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전국에서 발달장애인 전문 요양원은 한 곳도 없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성인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향상해 줄 교육시설 같은 시설이 한 개라도 확대되길 기원하고 있다.정부는 지난해 범정부 차원의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서는 영유아기 발달장애인 조기진단과 관리체계구축, 장애아전문·통합어린이집 증설, 발달장애 부모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청소년발달장애인 방과 후 돌봄서비스, 특수학교, 특수학급 증설, 발달장애인훈련센터 건립, 최중증 성인 발달 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중·노년기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 장기요양 등 방대한 사업을 펼친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사업은 사업명만 들어도 거창하고 꿈만 같다.2019년 정부의 발달장애인의 예산은 전년보다 818억원이 늘어난 1천230억 원이라고 한다. 이번에 개관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도 부지비용과 건축 비용(기부채납)이 총 98억 원 규모였다. 1개소의 장애인시설을 건립하는데 만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전국 지자체로 예산이 분산되면 우리 서구의 장애인에게 얼마만큼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인천 서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구립직업재활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와 함께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 특히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하루빨리 전국에, 인천광역시 자치단체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지어져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님들의 고충과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길 기대해본다.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찾아주고 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발달장애인에게 평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신 기중현 대표께 관계 공무원으로서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기부자의 마음을 이어받아 지역사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허은주 인천광역시 서구 자립지원과장허은주 인천광역시 서구 자립지원과장

2019-04-02 허은주

[수요광장]환경 변화에 따른 스포츠 콘텐츠의 변화

미세먼지 일상화 실내스포츠 대세닌텐도·VR 운동콘텐츠 속속 개발스크린스포츠 10년새 50배 증가세급변 속에 스포츠 본질 간과말아야전통성에 전 연령층 소비 충족을요즘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미세먼지이다.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가 되었으며 공기청정기는 가정과 학교, 회사에 필수품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스포츠 환경도 점점 트렌드가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전에는 실외스포츠를 선호했다면 현재는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감 없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결과적으로 탁구, 배드민턴, 수영과 같은 전통적인 실내스포츠들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미세먼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매출에서 그 뚜렷한 성과를 볼 수 있다. 예시로 수영업계의 경우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수영장 운영업의 매출액은 2012년 132억원에서 2016년 236억원으로 약 2배가 상승하였다.이외에도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더욱 다양한 형태의 운동 콘텐츠들 또한 속속히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닌텐도 Wii를 활용한 운동, VR을 활용한 승마, 야구 등의 콘텐츠들이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사업전(SPOEX)에서는 실내운동 기구들은 물론 화려하고 재미있는 모양새를 보이는 새로운 기구들과 운동 콘텐츠들이 전시되었다.야구, 축구 같은 대표적인 실외 스포츠도 이제는 스크린 야구나 풋살 같이 규모는 작지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모양새로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골프, 낚시, 사격, 배드민턴, 컬링, 등 다양한 스포츠로 이루어진 스크린 스포츠의 총 규모는 2007년 1천억원에서 2017년 5조원의 시장규모로 10년 이내에 약 50배가 증가하였다고 한다.미세먼지와 최근의 기후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스포츠 산업 기업들이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고,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눈에 보기에도 큰 변화가 스포츠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환경에 따른 대안을 내놓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변화이다. 다만 이렇게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변화 속에서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스포츠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이다.스포츠는 단순히 신체를 단련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정신적 발달과 사회적 측면을 형성시키고 공동체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를 존속 및 발전시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줄다리기, 계주 등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체육활동을 통해 사회의 적응력을 기르며 협동심과 공동체의식을 기른다.역사와 전통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체육은 그 의미가 깊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이 있다. 기원전 776년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올림피아에서 처음 개최되었다는 이 이벤트는 진행되는 동안 전쟁이 중단, 휴전이 되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이러한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올림픽은 현재까지도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며 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역사와 전통으로 자리매김한 기존 스포츠의 의의는 현재 막 발전되고 있는 신생 스포츠들은 쉽게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존의 체육을 여러 방식으로 접목시켜 보다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좋은 현상이다. 다만 우리는 스포츠의 본질에 중심을 두고 그 역사와 전통성, 의의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급격하게 다변화하는 스포츠 산업계에서 하루빨리 모든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의 전통성과 소비자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는 콘텐츠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필수항목으로서 스포츠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9-04-02 유승민

[기고]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생활안전 당면과제

올 1월 국회 통과한 '김용균 법' 내년 시행이중의 용역하청 인한 근로자 피해등 방지물질정보 공개로 소비자들 위험성 확인가능실천통해 '인간존중의 가치' 지켜내야 할 것지난 2019년 1월 '김용균 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국회를 통과, 오는 2020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정부와 국회가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도달한 값진 성과이다. 이 법은 산업안전과 생활 및 소비자 안전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 혁신을 실현한 것에 의미를 들 수 있다.산업안전 측면에서 첫째, 사내 도급 용역을 통한 위험업무 전가를 제한하여, 이중의 용역 하청으로 인한 산업 근로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와 도급인에게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처벌 기준과 책임을 명시하였다. 특히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5년 내 근로자 사망사고가 중복 발생할 시에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둘째, 기존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특수형태와 배달업 종사자까지 확대하여 이들에 대한 안전, 보건 조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 일정 규모의 기업은 사전에 안전, 보건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사회 의결승인 사항으로 의무화하였다. 그리고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명시하여 위험성 평가 시 근로자의 참여를 필수사항으로 명문화한 것을 들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뿐만 아니라 소비자 생활안전에도 중요한 진전을 이룬 법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기재사항 중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에 대하여 공개 여부를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전심사로 법제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기업이 영업 비밀을 이유로 자율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어서 성분검사가 있기 전까지는 사회와 언론, 소비자들은 물질의 위험성과 그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위험물 현장에 노출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사전에 위험물을 인지함에 따른 안전사고와 산업재해 예방이 일정 부분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비공개할 경우도 대체 명칭과 대체 함유량을 기재하도록 하여 기업이 화학 공정의 변화와 제품명 변경을 통한 유사 위험물질의 재생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근로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이 법은 소비자 생활안전에서 큰 진전으로 소비자들이 구매 이전에 생산기업 내 근로자를 통한 물질정보 공개로 위험성을 일부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현재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보면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다. 2017년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사망자 1천112명, 생존환자 4천429명으로 이러한 대형 인명피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피해자 중 대다수 유아와 임산부, 가정주부 등 어린이와 여성이 많았다. 이 수치는 확인된 것으로 병명 불상 또는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를 추산하면 더 많은 피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생존한 환자들은 지금도 고압산소기를 통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고, 중환자들은 폐섬유화로 인한 이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검찰청은 재수사에 돌입하여,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부 위험 화학물질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국한되지 않고 향정신성 유사 마약의 원료로 이용될 수도 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된 일부 연예인들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유사 및 합성 마약류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위험물질과 유사 향정신성 원료에 대한 불법 생산과 불법 유통에 대하여 사법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공개 여부를 제도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생명권과 근로 안전성을 확보한 측면 못지않게 소비자의 생활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발전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이제 더 이상 위험환경과 위험물질에 의한 산업재해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향정신성 위험물질로 고귀한 여성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들은 우리 모두의 자녀이고 형제와 자매, 누이고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앞으로 우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산업안전과 생활안전의 성공적인 실천과 함께 안전과 인간존중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김경회 국제사이버대 산학협력단장·안전문화포럼 대외협력위원장김경회 국제사이버대 산학협력단장·안전문화포럼 대외협력위원장

2019-04-01 김경회

[발언대]다양한 선거운동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 필요

지난 3월 13일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이었다. 본인이 근무하는 광주시에서도 9개 조합에서 조합장을 선출했다. 이중 초월농협은 8명의 후보자가 출마해 전국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도계장으로서 이번에도 모든 위원회 직원들의 노고로 선거를 무사히 치렀다고 자부한다.그럼에도 조합장선거가 소위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토론·연설 없는 깜깜이 선거…승리 부르는 현역 프리미엄(경인일보, 19. 3. 14.)', '깜깜이 돈선거 구태 언제까지…법개정 시급(뉴시스, 19. 3. 13.)'… 모두 이번 선거가 끝난 후 각종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 기사 제목 중 일부다.이러한 오명을 벗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현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행 위탁선거법에 있다. 조합장은 임기 내내 전 조합원들에게 각종 행사 참석·편지 발송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 후보자들은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후보로서 자신을 홍보하지 못한다. 공직선거의 경우는 선거운동기간 전부터 예비후보자 홍보물을 발송할 수 있어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보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아울러 현행법상 후보자가 신청할 수 있는 선거인명부 사본에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아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이러다보니 많은 후보자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비밀리에 금품을 살포하는, 소위 '돈 선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현직 조합장들만이 집중적으로 혜택받는 현행 위탁선거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깜깜이 선거에 대한 후보자와 조합원, 나아가 전 국민의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예비후보자 선거운동과 예비후보자홍보물 발송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김상식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김상식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2019-04-01 김상식

[윤상철 칼럼]아랫목이나 윗목이나

국민총생산 세계 11위 오른 한국'삶의 질'은 20위권 후반 머물러소득주도성장, 자영업자 좌절 초래국가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해장기적 관점서 정책 처방 찾아야현재의 86세대는 1980년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접했다. 군부권위주의정권 시대에 접했던 정보사회의 예언서에서 불과 15년쯤 후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구로공단의 여공들과 청계피복노조의 전태일, 그리고 중화학공업의 산업재해와 중동건설 붐을 경험했던 세대들에게 정보화는 열악한 노동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열어주는 신기루였을까?그 후 40여년이 흐르면서 민주화도 산업화도, 그리고 정보화도 성취해냈다. 국민총생산은 세계 11위를 점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섰으며, 인구가 5천만이 넘는 한국은 이른바 30-50클럽에도 들어갔다. 그 클럽의 회원국은 한국을 제외하면 모두 G7국가들이다. 그러나 정치체제는 민주공화국을 완성시키기 위한 적폐청산에 매진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사회적 균열과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0위권을 맴돌다가 작년에는 31위 수준이다. '삶의 질'은 20위권 후반에 머물고 있다. 놀랍게도 작년도 가계 1인당 가처분소득이 1천900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국민들은 처한 위치에 따라 엄청난 혼란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경기불황, 실업, 가계부채 등에도 불구하고 연휴기간 동안 인천공항을 채우는 여행객들, 여전히 성업 중인 고급 식당들, 부동산 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소식들은 누군가의 소득은 3만불을 훨씬 상회하리라고 믿게 한다. 소득 양극화에 대응하여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내걸었다. 그러나 중산층의 배아픔이나 상류층 따라잡기 욕망을 해소하기보다 하위 1분위 저소득층의 배고픔과 소득저하 그리고 자영업자의 좌절을 초래했을 뿐이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시장 재편이 자본의 반발과 양극화의 심화를 낳았을 뿐이다. 부동산으로 인해 자산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지르고 나아가 높은 이자와 조세 부담을 지움으로써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진단에서 내놓은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은 불과 1년 사이에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이전 정부 4년에 필적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전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 대변인, 여당 시의원의 뉴스들은 정책입안자들조차 믿지 않은 정책에 따르고자 했던 대중들을 격앙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GDP에 기여한 비중은 가계 56%, 기업 20%, 정부 24%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게는 동반성장정책, 사내유보금 과세, 정경유착 청산과 정규직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제안되었고, 국가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현 정부 내내 진행되었다. 그러나 국가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한 현상황을 바꿀 것 같지 않다.문재인정부도 어느덧 집권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사회의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지난 2년간의 진단이나 처방이 타당하거나 효과적이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레임덕의 문턱에 이르렀다. 미시적인 대증요법으로는 경제와 사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선지 정부는 내부 구조조정보다는 불확실한 외부시장확대전략에 의존하고 있었던 듯 하다.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개척처럼 북한을 시장으로 편입시키고 나아가 그를 발판으로 더 먼 유럽까지의 길을 열고자 했지만 그 결과를 지금이나 현 정부의 집권 기간 내내 확언하기는 어렵다. 세대, 성별, 지역 등 우리나라의 사회적 균열의 양 축 간의 양보와 타협으로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우리 사회의 어떤 주체들도 그렇게 할 의지와 리더십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데서 원인을 진단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적 처방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3차 산업혁명의 냉기가 국민의 피부에 와 닿기도 전에 제4차 산업혁명의 한기가 함께 몰려오고 있다. 세상은 더 글로벌화되고 대외적 환경은 더욱 비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방안의 한기가 이불과 구들의 문제가 아니라 더 먼 데서 날라와 벽 틈을 타고 오는 것이라면……./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9-04-01 윤상철

[참성단]도마뱀의 꼬리자르기

자절(自切)은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한 동물이 몸의 일부를 스스로 절단해 생명을 유지하려는 현상인데, 척추동물로는 도마뱀이 대표적이다. 도마뱀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꼬리를 잘라내주고 줄행랑 친다. 도마뱀이라면 명칭도 꼬리를 도막 도막내고 도망치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마뱀 꼬리에는 절단될 자리인 탈리절이 있고, 탈리절에는 격막이 있어 절단 후에도 출혈을 막아준다. 절단된 꼬리는 약 3분간 꿈틀대며 포식자의 시선을 빼앗고 그 사이 도마뱀 본체는 안전하게 피신한다. 상처가 아물면 1~2주 후 부터 꼬리가 재생된다니 위험회피를 위한 특별한 진화가 신비하다.문제는 도마뱀의 꼬리자르기가 보통 일이 아닌데 있다. 일부 도마뱀은 꼬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데 이를 잘라내는 일은 목숨을 건 일이다. 또 꼬리는 재생되지만 뼈는 그렇지 않다. 재생된 꼬리의 형상도 처음과는 다른 이형(異形)이거나 심지어 두개의 꼬리가 생기는 기형(奇形)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꼬리자르기는 단 한번만 가능하다. 도마뱀에게 꼬리자르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딱 한번 결단해야 할 절박한 선택인 셈이다. 함부로 도마뱀을 위협해 꼬리를 자르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최근에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관용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버닝썬 사건에서도 회자되더니,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와 관련해 야당의 청와대 비판에서도 인용되고 있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포기하거나 범죄의 몸통을 숨기려 조무래기 희생양을 내세우는 행태를 조롱하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는 도마뱀 꼬리자르기 행태가 너무 빈번해 각 분야에서 정상적인 꼬리 대신 이형과 기형의 재생 꼬리를 가진 도마뱀들이 너무 많아졌다. 일생에 딱한번 목숨걸고 꼬리를 잘라내는 진짜 도마뱀이 억울할 지경이다.도마뱀은 꼬리 뿐 아니라 망가진 심장도 재생한다고 한다. 과학계가 이 신비를 풀어 인간 심장치료에 응용하려 한창 연구중이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관용구를 '도마뱀 심장바꾸기'라는 관용구로 대체하면 어떨까 싶다. 일이 벌어지면 도마뱀 꼬리자르는 사회 보다는 심장을 갈아버리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지 않겠는가. 청와대도 꼬리자른다는 조롱을 견디기 보다는 비서실의 심장을 바꾸면 훨씬 떳떳할 듯 싶은데···. /윤인수 논설위원

2019-04-01 윤인수

[발언대]'만우절 112 허위신고' 처벌 다르지 않아

4월 1일 만우절의 기원과 관련된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전해진다. 16세기 프랑스는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개정된 달력에 따라 이전의 3월 25일을 새해 첫날인 1월 1일로 맞춰야 했다. 이전까지는 이날부터 1주일 동안 축제가 벌어졌다. 마지막 날인 4월 1일에는 모두 모여 축제를 하며 끝마쳤는데, 날짜가 개정된 후부터 이 축제는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열리지도 않는 파티에 초대되는 등 놀림감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영국 등 다른 나라로 전해지면서 넓은 의미의 '만우절' 개념이 자리 잡은 것이다. 기원이 무엇이든 오늘날 만우절은 도와 선을 지키며 즐거운 놀림을 주고받는 날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만우절인 오늘, 경찰은 허위신고에 대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의 경우 허위신고로 투입된 경찰 인원은 3만1천405명, 차량은 9천487대였다. 허위신고로 처벌받은 건수도 2013년 1천837건에서 2017년 4천19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악성 허위신고로 구속된 사례도 140건에 달한다. 만우절 허위신고는 2014년 6건, 2015년 5건, 2016년 9건, 2017년 12건으로 근절되지 않고 있다. 허위 신고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되거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민사상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최근에는 허위 악성 112신고에 대해 경찰은 횟수에 관계없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고의가 명백하고, 경찰력 낭비가 심한 경우 형사입건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만우절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장난전화 하거나, 호기심 또는 개인적 불만 해소 등을 이유로 112에 허위신고를 하는 행위는 정작 위험에 처한 우리 가족이나 이웃이 제때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만든다. '112 허위신고가 심각한 범죄'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때다./황인용 수원서부경찰서 112 종합상황실 2팀 경위황인용 수원서부경찰서 112 종합상황실 2팀 경위

2019-03-31 황인용

[기고]안성의 4·1 만세항쟁

100년전 전국 3대항쟁중 '경기 최대 항일운동'원곡·양성면민 시위대 2천여명 '횃불 합세'日경찰 주재소 불태우고 일본인 상점 공격똘똘 뭉친 순국선열들의 헌신 잊지 말아야1905년 일제는 우리나라의 외교권 박탈을 위해 친일파와 협력하여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대한제국을 송두리째 강탈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를 설치해 우리 민족을 억압하고, 일본 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고, 토지조사사업을 빌미로 토지를 수탈해갔다. 당시 어려웠던 조선인의 삶은 더욱더 가난과 핍박의 깊은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10여 년간 억압과 총칼을 휘두르며 우리 민족을 위협했지만 비밀리에 전개되고 있던 항일 구국운동은 1919년 고종황제의 사망에 일제가 개입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민족 지도자들은 독립운동을 전개할 기회로 삼는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사상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흐름으로 대두되는 시대 상황에서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이 적의 심장부 동경에서 2·8독립선언을 함으로써 조선인의 독립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이는 곧 3·1운동의 기폭제가 됐다.1919년 3월 1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여 민족지도자 33인과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만세운동은 우리 민족 전체가 일어난 비폭력 자주독립운동으로 일제 식민지에서 발발한 최초 그리고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다. 탑골공원을 기점으로 수원의 화홍문, 강화, 인천, 고양, 양평 등 지방으로 "대한독립만세"의 외침이 널리 퍼져나갔다. 100년 전 3월부터 4월까지 경기도지역 만세운동에는 282회 16만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당시 평안북도 의주군, 황해도 수안군, 경기도 안성군을 전국 3대 항쟁지로 거론하는데 이 중 경기도 최대의 항일운동인 안성 4·1만세항쟁은 '안성 3·1운동기념관'에서 그 날의 현장과 역사의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1919년 4월 1일 안성 원곡면에는 천여 명의 동네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후 양성면으로 향했고 만세 고개(舊 성은 고개)를 넘어 양성면민이 뜻을 모아 합세하자 시위대는 2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시위대는 일본 경찰 주재소와 면사무소를 불태우고 일본인 상점을 공격하고 다음날은 원곡면사무소를 공격하면서 4월 1일과 2일 이틀간 일본인이 없는 감격의 해방을 잠시나마 누려본다.4월 3일, 원곡과 양성면에 일본 군대와 경찰이 만세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쳐들어왔고 여기서 일제는 해산한 시위대를 잡기 위해 비열한 간계를 사용한다. 경찰서장의 연설을 들으면 잘못을 용서해준다고 약속하며 4월 19일 지금의 원곡초등학교 뒷산으로 남자들을 모이게 했다. 남편이자 자식의 무탈을 걱정하는 가족의 권유로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모이자 언제 약속을 했냐는 듯 일본 헌병대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고, 저항하거나 도망가는 사람에게는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후 일제는 마을을 돌며 농민들을 체포하거나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았으며 여기서 24명의 안성군민이 목숨을 잃었고 127명의 농민들이 투옥되어 12년 이상의 옥고를 치렀다. 여기에 더해 시위 중 파괴된 건물과 일제 상점에 대한 배상 등 악랄한 경제적 보복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시위에 2천여 명이 참여한 것은 양성면과 원곡면 마을이 1천200여호에 불과했다는 점을 볼 때 가구당 2명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조선인의 자주독립의지가 얼마나 간절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을 가는 것이 의미 있다'는 말처럼 시골 골짜기 민초들뿐만 아니라 학생, 지식인, 나이의 어리고 많고를 떠나 민족 혼으로 똘똘 뭉친 수많은 순국선열의 헌신 속에 일제강점기 36년의 캄캄한 터널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비로소 광복의 밝은 빛을 맞이할 수 있었다. 1919년 4월 1일은 안성군민들이 거국적으로 만세운동에 참여한 날이다. 4·1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는 오늘, 100년 전 자력으로 이틀간의 해방을 쟁취한 그날의 기쁨과 고난을 다 함께 느껴 보자! 그리고 민족 화합과 통일의 새 시대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 보자!/양운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안성1)양운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안성1)

2019-03-31 양운석

[참성단]남경필의 정계 은퇴 선언

1985년 4월은 당시 연세대학교 김동길 교수가 발표한 칼럼 '3金 낚시론'으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다. 김 교수 글은 국민의 단일화 염원을 무시하고 대권 욕심에 빠져있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에게 던지는 충언으로 요지는 "3김 시대는 끝났다"였다. 김 교수는 60대 말 미 대학 최초로 학내에 경찰을 불러 행정관을 점령한 반전 시위대를 진압한 후 "나의 시대는 지났다"는 유명한 한 마디를 남기고 임기 전 물러 난 하버드대 퓨지 총장을 예로 들었다.김 교수는 이 글에서 "이 나라 민주주의의 기수는 이제 40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썼다. 3김은 은퇴하고 낚시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낚시하기 좋은 낚시터를 소개해 줄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글이 문제가 되자 유신 시대에도 절필하지 않던 김 교수는 붓을 꺾어야 했다. 그 후 김영삼은 대통령이 됐고 김대중도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곧 복귀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3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역사가들은 나를 쓸 때 첫머리에 '워터게이트사건을 일으킨 대통령'이라고 기술할 것이다"고 불안해했던 닉슨은 정계를 은퇴한 후 고향에서 집필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놀라운 혜안으로 현역들보다 더 좋은 글을 쓴다'는 평을 듣던 그는 전직 대통령이라기보다 전기작가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이제 그를 떠올릴 때 '사임을 할 때 눈물을 흘린 정치가'라고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가장 멋지게 정계를 떠난 정치인으로는 프랑스의 드골이 꼽힌다. "나는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으로서 기능을 정지하네. 오늘 정오부터 발효야"라며 고향 콜롱베에서 비서실장에게 전화로 은퇴를 선언한 69년의 드골은 '떠날 때를 알고 있던 정치가'였다.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전격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제 젊은 시절을 온전히 바쳤던 정치를 떠난다"며 "깨끗하고 투명하게 벌어,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좋은 일 하며 살겠다"고 적었다. 5선 의원으로 늘 '보수개혁의 리더'로 불렸던 그는 정치적 나이로도 황금기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정계를 떠났다. 지금 우리 정치계는 진즉 떠났어야 함에도 떠나지 못해 비난 받는 정치인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그의 결단이 신선하기 까지 하다. 아무쪼록 벤처 창업으로 두 번째 인생에 도전하는 그의 앞날에 늘 좋은 일만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3-31 이영재

[조성면의 '고서산책']천 년 전의 인생노래, 우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

'음풍농주' 자유분방한 삶 예찬 詩'하이얌 시편' 저항감 없는 이유는 인생무상 읊조리며 풍류 즐겼던두목 같은 만당시에 익숙했기 때문가끔 허무주의·무상철학 느껴볼만지갑 속의 돈을 헤아리면서도 밤하늘의 별을 동경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세상에서 살아가자니 돈 버는데 몰두할 수밖에 없겠으나 돈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기에 더 힘들다. 돈을 벌지 않을 수도, 돈만 벌며 살 수도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럴 때는 시 쓰고 술 마시는 음풍농주(吟風弄酒)가 제격이라 주장하는 천 년 전 페르시아의 시집이 있다. 한국에서 오머 하이얌, 오마르 하이얌, 또는 우마르 하이얌으로 읽히거나 적는 우마르 하이얌(Omar Khayyam, 1048~1123)의 4행 시집 '루바이야트'가 그것이다. '루바이야트(RUBAIYAT)'는 4행시를 뜻하는 페르시아어 '루바이'의 복수형이다. 대단히 금욕적이고 엄격할 것 같은 이슬람 사회에서 일천 년 전에 술과 인생무상과 자유분방한 삶을 예찬하는 시집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루바이야트'는 1859년 영국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1809~1883)가 영역하여 비로소 서구 세계에도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한국 T. S. 엘리엇 학회장'을 역임한 김병옥 교수가 1973년 민음사에서 펴낸 초판본이 최초다. 이후 이상옥(1975), 김주영(1995), 권소향(2012) 등 다양한 번역본이 나왔으나 크기가 한 뼘도 안 되나 사막의 모래 빛깔로 장정한 1973년 김병옥 본에 왠지 더 애착이 간다. '루바이야트'를 남긴 우마르 하이얌은 시인이자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였다. 그의 생부가 천막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였기에 '천막을 만든다'는 뜻의 하이얌이 성(姓)이 됐다.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직업을 성으로 삼는(혹은 부여하는) 언어관습은 세계적 현상이다. 가령 빵 굽는다는 뜻의 베이커(Baker), 방앗간 주인 밀러(Miller), 대장장이 스미스(Smith) 등이 그렇다. 이름은 그렇다 쳐도 개성적이고 도발적인 언어로 인생무상과 허무를 찬미하는 하이얌의 노래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은 것인가.허무와 무상을 백안시하는 태도는 세월의 불가역성 앞에서 인생무상이라는 삶의 진실과 대면하기 싫은 회피심리 때문이거나 또는 이 같은 허무적멸 사상이 개인의 인생과 공동체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윤리적 공리가 판단의 최종심급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란 고작해야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 같은 존재라는 '야고보'의 말씀이나 모든 게 "꿈, 환영, 물거품, 그림자와 같다"는 '금강경'의 일구는 쇼펜하우어적 염세주의를 찬미하려는 게 아니라 삶과 삼라만상의 본질이 이러하니 부질없는 욕망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종교적 부정의 변증법이다. 하이얌의 시편들이 우리에게 저항감 없이 쉽게 읽히는 까닭은 두목(803~852)이나 두보(712~770) 같은 만당시(晩唐詩)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인생무상을 읊조리며 평생 풍류남아로 살았던 두목은 기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 항상 기생들이 던져준 귤이 수레 가득 채워질 정도라 귤만거(橘滿車)란 별명으로 불렸다. 장편 대하소설을 써내려가도 모자랄 파란곡절 많은 인생사를, 말과 글이 짧은 우리를 대신하여 촌철살인 같은 짧은 시편들에 잘 녹여 내는 두목의 공감주술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페르시아의 두목, 이슬람의 두보라 할 하이얌도 이에 못지않은 절창을 쏟아냈다. "어떤 이는 이 세상이 즐겁다 하고/ 어떤 이는 저 세상이 복되다 하나/ 나는 오늘만 있을 뿐 내일은 부질없다/ 먼 북소리는 듣기만 좋을 뿐"이라는 12번 루바이라든지 "아귀다툼의 인간사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애태워 왔나/ 모두가 쓰고도 슬픈 열매인 것을/ 차라리 한 잔 술만 못한 것을"이라 한 39번 루바이는 무상철학의 극치인데, 오히려 그의 이 허무주의가 삶에 지친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는 물신주의와 가파른 경쟁으로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가끔은 이러한 허무주의와 무상의 철학을 보감으로 삼아 음풍농주하며 음풍농서(吟風弄書)하는 시적 삶을 누려볼 일이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9-03-31 조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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