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트북]구도심 활성화, 교통 정책부터

구도심 활성화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내항 재개발로 바다를 만질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되고 있고, 승기천을 복원해 도심에 물길을 만드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옛 외국인 사교장인 제물포구락부는 카페로, 옛 인천시장 관사는 게스트하우스로 꾸미겠다는 등 근대건축물에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처음 들으면 설렌다. 그런데 두 번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과연 구도심에 사는 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인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시정이슈제안보고서가 눈에 띈다.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통 정책'이 선제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신호 체계, 깔끔한 도로, 편리한 주차, 맞춤형 대중교통 등이다. 구도심 좁은 골목의 이면도로에는 늘 차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최근 5년 사이 소형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차난은 더욱 심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공영주차장 사용을 위해 분기마다 근무 중 '추첨'을 하러 가기도 한다.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화물차 문제는 어떠한가. 도로에 혼재돼 있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 건 부지기수다. 밤마다 도로 가장자리에 늘어선 화물차는 운전자는 물론 밤거리를 걷는 여성,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한다. 신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 보도는 자전거와 부딪힐 염려에 노출돼 있다. 서울로 이어지는 출퇴근 교통수단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연구원은 주민이 편리한 대중교통 지원 전략과 화물차 우회 도로 확보를 구도심 활성화의 핵심 교통 정책으로 꼽았다. 학교, 공원의 지하를 활용해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포함됐다. 구도심 고령화에 대비해 '순환형 미니버스'도 제안했다. 병원~복지시설~집을 오가는 노인들의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교통 대책이다. 연구원은 구도심의 전반적 교통 체계 개편이 다른 구도심 정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구도심 활성화는 실제 살고 있는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그냥 왔다 가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 먹을것과 볼게 많은 관광 도시는 두번째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9-01-22 윤설아

[경인칼럼]굿바이! 아고라

최근 문 닫은 포털 '다음'의 온라인 토론장靑 국민청원 이후 '정치적 의제' 기능 상실전국 지자체들 속속 도입 '여론 독점' 우려원초적 이해들만 노골적… 극복할 수 있나포털 다음의 온라인 토론장 '아고라'가 지난 7일 문을 닫았다. 대한민국 제1의 공론장(公論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2004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날 폐쇄되기까지 15년 동안 3천만 건의 글이 올라왔다. 20만 건의 청원에 대해선 4천500만 건의 서명이 이어졌다. 개인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데서부터 부조리의 고발, 구태의 혁파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2008년 '광우병사태' 이후로는 정치적 경향성을 띤 글들과 청원이 주류를 이루면서 아고라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 역사적인 온라인 공론장의 폐쇄를 다루는 진보와 보수 양 진영 언론의 기조가 압축(壓縮)이다. 경향신문은 "제2의 명동성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고 평가한 반면 조선일보는 "일부 좌파세력들의 토론장으로 변질돼 버렸다"고 짚었다.아고라는 왜 문을 닫게 됐을까. 운영사인 카카오 측이 스스로 밝혔듯이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환경과 인터넷 트렌드 변화로 인해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공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새롭고, 강력하고, 매혹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는 얘기다. 카카오 측이 명시하지 않은 또 하나 커다란 이유는 어쩌면 아고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었을 '정치적 의제설정' 기능의 상실이다. 청와대가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해 국민들로부터 직접 청원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아고라 '청원'의 이용자 규모나 호응도가 급속하게 줄었다. 시민사회 영역에 속해있던 사회적 공론장 기능이 국가로 '이관'되면서 빠르게 위축되고 급기야 막을 내리게 된,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스다.이렇듯 대한민국 최고·최대 온라인 공론장을 폐쇄로 이끌 정도로 청와대의 온라인 국민청원이 히트를 치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온라인 청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도 뒤질세라 지난 해 12월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맨 왼쪽 상단에 '소통광장'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에서도 가장 왼쪽 위에 '인천은 소통e가득'이라는 시민청원코너가 자리 잡고 있다. 인천시의 의욕을 짐작할 수 있겠다. 예상했거나 기대했던 대로였을까. 아니면 뜻밖이었을까. 인천시의 온라인 청원 또한 시작부터 흥행(興行)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청원에 30일 동안 3천 명 이상이 '공감'했다. 청라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 개발 방향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약속대로 지난 18일 박남춘 시장이 10분20초 분량의 영상으로 답했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사퇴와 같은 인사문제로 귀결된다면 소신 있는 공무를 수행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민청원제도의 취지에도 맞지않다"고 밝혔다. 답변 이튿날까지 조회 수가 4만1천600건을 넘어섰다. 결과야 상식적이라 해도 씁쓸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이게 바람직한 현상일까 하는 물음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과의 소통과 여론수렴을 앞세워 온라인 청원제도를 독점해나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다. 공론장을 "사회의 공익사항에 대한 다측면적 정보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이 공익사항에 관해 발언을 통해 따지고 여론적 압력으로 정부의 정책결정을 통제하고 추적, 폭로, 칭찬과 비판, 책임추궁, 악평과 호평 등에 입각하여 개인들, 사회적 권력자, 국가관리들의 반 공익적 권력남용을 제재하는 쟁론적 논의의 장"(황태연, 하버마스의 공론장이론과 푸코비판)이라고 정의하는데 동의한다면 이런 공간을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온라인 청원제도를 지금 이 시대의 가장 유력한 공론장으로 인정한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공론장을 통해 감시의 객체가 되어야 할 대상들이 그 장을 스스로 운영하는 현실은 모순이다.아고라는 토론과 숙의를 거쳐 공론(公論)으로 나아가는데 실패했다. 아고라를 대체한 공적 영역의 공론장에서도 이미 원초적 이해들만 노골적이다. 연말 연예대상 수상자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올라오는 판이다. 극복할 수 있을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9-01-22 이충환

[자치단상]의왕시, 시 승격 30주년 시민과 함께 새로운 도약

양질의 교육환경 마련등 시정목표로 삼아전문가·시민 참여 시장직속 '미래위' 구성각 동 순회 주민과 대화… 희망·열정 엿봐민선7기 마무리될 때 '값진 결실' 기대한다2019년 기해년(己亥年)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모두가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품게 된다. 개인에서부터 가족, 나아가 지자체와 중앙정부까지 저마다 각자의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의왕시는 올해 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의왕시를 수도권의 중심도시로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의왕시의 새로운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지난해 민선7기 출범 이후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문화들을 근절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정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업무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뒀다. 인사·행정 등 시정 전반에 걸쳐 원칙을 바로 세우고 검증 가능한 투명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며 민선7기의 본격적인 출발을 준비해 왔다.올해는 ▲지역 현안 및 개발사업 조속 추진 ▲소통과 참여의 열린시정 확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시민이 행복한 복지공동체 마련 ▲양질의 교육환경 마련 ▲지속가능하고 편안한 도시환경 조성 ▲문화·생활체육이 풍요로운 도시 구현 등을 시정목표로 삼고 분야별 역점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시개발, 경제, 교육, 복지, 문화, 체육 등 시정 전반에 걸쳐 새로운 발전과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다.하지만, 이러한 목표들이 계획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민선7기에는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 중심의 공정하고 투명한 의왕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시정 운영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시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다.그래서 먼저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시장 직속의 의왕미래위원회를 구성했다. 미래위원회는 시민들이 직접 시의 주요정책을 구상하고 주요 현안사항에 대한 자문을 통해 도시의 미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또한, 공약사항을 점검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시민정책단, 공정한 시정업무를 감시하는 시민감시단을 구성해 시정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시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한 시정을 운영할 것이다.요즘 시대는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 시정에 있어서도 시민들과의 소통행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행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시정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함께 시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혼자 주도적으로 이끌며 결정하는 리더보다는 겸손하면서 화합과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항상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시민들을 대하는 시장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최근에는 새해를 맞아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각 동을 순회하며 주민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현장에는 많은 주민들이 참석했는데 시정에 대한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은 개인적인 일에서부터 지역문제, 나아가 국가적인 현안까지 주제로 삼아 다양한 건의사항들을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대한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열띤 모습으로 시정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때로는 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시민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무척 고마움을 느꼈다.시민들과의 소통은 열린 자세와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시의 입장에서 원칙과 절차만을 고집한다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어렵다. 이번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시민들의 새로운 희망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새롭게 맞이한 2019년은 의왕시의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다. 앞으로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의 시정철학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함께 '시민이 행복한 새로운 의왕'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몇 년 뒤 민선7기가 마무리될 때 시민들과 함께 그동안의 값진 결실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해 본다./김상돈 의왕시장김상돈 의왕시장

2019-01-21 김상돈

[오늘의 창]길거리 집회로 새해가 추워진다

지난해 12월 '용인에 SK하이닉스반도체 신공장 건립의 긍정적 검토뿐만 아니라 부품·장비업체와 대규모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산업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는 내용이 언론에 쏟아졌다. 여기에 '향후 10년간 120조원의 공동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상생형 모델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이 발표에 이천시민 거의 뒤집어졌다. 또다시 길거리 집회를 떠올린다. 꼭 12년 전 2007년 이맘때를 시민들은 기억한다. 이천 공장증설 불가 방침에 전 시민이 "생존권 사수" 목소리를 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채권단과 투신사 간 공방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기업과 지역경제가 피폐해졌고, 웬만한 협력업체도 떠난 텅빈 공간으로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그 후, SK의 하이닉스 인수로 주민들은 나아진 지방재정과 한층 밝아진 하이닉스 앞 거리의 활기찬 출퇴근 모습을 보면서 증설 시위 참여를 뿌듯하게까지 느껴지게 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7년 1월 정부의 균형발전론, 수정법 등의 각종 법규로 인한 증설 불가 방침에 시민들은 길거리로 나섰다. 시민 4천여명이 상가를 철시하고 과천종합청사와 광화문에 모여 삭발식을 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시민들은 "기업을 분산시키는 일자리 창출과 클러스터 조성이 맞는지, 수출의 20%대를 차치하는 반도체산업을 현 공장증설과 첨단화로 40%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천공장마저 용인으로 갈 우려가 있다.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며 집단행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다시 칼바람을 맞으며 시위에 나설 시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인범 지역사회부(이천) 차장 sib@kyeongin.com서인범 지역사회부(이천) 차장

2019-01-21 서인범

[참성단]대한제국 고종황제 100주기

"그대는 나의 신민이 아니다. 허니 명할 수 없고, 명할 수 없으니 잡을 수도 없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고종이 대한제국 무관학교 교관을 거절하는 유진 초이를 보내며 한 대사다. 결국 유진 초이는 교관직을 수락했지만, 역사적 고종의 무기력은 드라마의 고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1864년 조선의 마지막 국왕으로 즉위해 1897년 대한제국 초대 황제에 이르기까지 고종의 43년 재위기간은 망국으로 치닫는 비극으로 점철돼 있다. 12세에 왕위에 올라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아내인 명성황후의 민씨 일족과의 권력투쟁을 벌여야 했다. 왕권을 회복했지만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갑오개혁, 을미사변, 아관파천, 러일전쟁, 을사늑약, 경술국치(망국)로 이어진 역사의 전개는 힘없는 나라의 군주에게는 너무 벅찼다. 아내인 명성황후를 일본 사무라이에 잃고, 일제의 강제로 아들 순조에게 황위를 물려주는 수모를 당했다.고종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대한제국 군대를 한번도 출병시키지 못한 채 일제와 매국노에 휘둘려 망국에 이르게 한 유약한 혼군이라는 냉정한 시선이 대세다. 그러나 헤이그 밀사 파견, 의병 비자금 지원, 블라디보스톡 망명설 등 일제로부터 제국을 지키려던 황제의 행적으로 인해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다만 그의 죽음이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만은 모두가 인정하는 정설이다. 1919년 1월 21일 그가 승하하자 독살설이 전국에 퍼졌다. 지금까지도 '설'이지만 강제로 퇴위당한 황제의 독살설에 격분한 조선민중은 만세독립운동으로 저항했고, 임시정부 수립 등 본격적인 항일투쟁 역사가 시작됐다.어제가 고종황제 승하 100주기였다. 고종과 명성황후가 합장된 남양주시 홍릉에서 대한제국 고종황제 100주기 제향이 봉행됐다. 역사가 흘러 황제의 나라인 '대한제국'은 국민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됐다.그러나 우리 운명에 관여하는 외세의 존재는 여전하다. 제국이나 민국이나 나라를 지키려면 외세의 영향을 압도하는 '국력'이 있어야 한다. 형편없는 군사력과 매국관료의 각자도생, 도탄에 빠진 민심이 대한제국을 침몰시켰다. 남북과 외세가 뒤얽혀 한반도에 격변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을 보존하는데 뭐 하나 소홀함이 없는지 살피고 살펴야 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21 윤인수

[시인의 꽃]매梅 수선水仙 난蘭

영하 십오 도의 대한大寒도 다 지내고잦았던 눈도 어제부터 다 녹이고뜰 앞의 매화 봉오리도 볼록볼록 하고나한잠 자고 나면 꿈만 시설스러웠다이 늙은 몸에도 이게 벌써 봄 아닌가일깨어 손주와 함께 뛰고 놀고 하였다한 분盆 수선은 농주를 지고 있고여러 난과 혜蕙는 잎새만 퍼런데호올로 병을 기울여 국화주를 마셨다이병기(1891~1968)대한은 '큰 추위'라는 뜻으로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이며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절후다. 그러나 소한을 지나 대한이 일 년 가운데 가장 춥다고 한 것은, 절기가 중국에서 온 기준인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더 춥다."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처럼 '영하 십오 도의 대한도 다 지내고 잦았던 눈도 어제부터 다 녹이고'있는 뜰 앞을 살펴보면 볼록볼록 움트는 것. 영원히 겨울 속으로 묻혀 버릴 것 같은 시간을 지나 "늙은 몸에도 이게 벌써 봄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밖에는 봄을 먼저 알리는 '매화' '수선화'가, 안에는 잎 새만 시퍼런 '난'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시인은 벌써 다시 올 봄을 위해 국화주를 마시며 벌그레한 생각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1-21 권성훈

[홍창진 칼럼]약속

사람과 사람 연결하는 끈과 같아지키면 이어지고 안 지키면 끊어져세상의 모든 약속은 경중이 없어평생 같이 살 사람 잃지 않는 행위나 먼저 반드시 지키는 사람 돼야약속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키면 이어지고 안 지키면 끊어지는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은 쪽은 충실히 지키려 하고 관계를 지속하건 안 하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쪽은 약속을 소홀히 합니다.인간관계는 일을 하면서 생기기도 하고 일상의 사교를 하면서 생기기도 합니다. 일은 자연스럽게 갑과 을이 형성됩니다. 보통 갑은 약속을 어겨도 용서가 된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을은 갑의 약속 불이행으로 관계를 끊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약속을 잡고 그것이 이행되기를 기대합니다. 사교는 갑과 을이 없습니다. 따라서 약속의 불이행은 머지않은 시기에 관계 단절을 의미합니다.그러나 일이든 사교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지속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절교를 선언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는 사람 명단에 있을 뿐, 의미 없는 인사만 나누는 사이로 먼발치에 둡니다. 그가 아무리 갑이라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연극인들 식사 모임에 초대되어 회식을 하던 중에 어떤 청년이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이제 연기를 시작한 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1년도 지난 일이라 잊고 지냈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문자로 신년 인사드리고 싶다고 날짜를 달라고 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날 밤 급한 오디션 하나가 생겨서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약속도 못 잡았는데 그리고 그 약속에 맞추어 다음 약속의 동선도 맞추어 놓았는데 다 흐트러지게 되었습니다. 신인에게 오디션은 중요한 일이고 본인이 생각할 때는 약속을 파기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OK, 파이팅"이라는 답신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청년이 다음에 또 약속을 잡자고 하면 잡지 않을 것입니다.소중한 것은 사람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도 지나고 보면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연결되고 그 신뢰 때문에 만들어집니다. 누군가를 소중히 생각하고 그가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확신은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이고 기쁨입니다.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신뢰는 좋은 일을 도모하게 되고 함께한 일에 대한 결실도 좋게 됩니다. 약속은 사람하고 하는 것이지 일의 가치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약속을 취소하는 이유가 일에 대한 가치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순간 사람은 사라지고 일만 남습니다. 국가의 수장들도 국가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하고, 정치인도 국민과 약속을 하고, 조그만 조직에서도 리더와 구성원이 약속을 합니다. 가족들끼리도 약속을 하고, 연인들끼리도 약속을 하며 친구들끼리도 약속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약속은 경중이 없습니다. 모두 귀중하고 존엄합니다. 왜냐하면 약속은 존엄한 인간들끼리 하는 존엄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약을 해놓고 다음 약속이 자기 기준으로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선약을 취소하는 행위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인간이 인간에게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어기는 행위입니다.세상에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 합니다. 사람을 차별하여 생각하거나 지나친 욕심으로 사람보다는 일을 우선으로 택하기 때문에 약속을 못 지키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와 가족의 급한 병환이나 급한 업무 등 상대가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까지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는 일은 평생 같이 살 좋은 사람들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행위입니다.따라서 우선 본인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래서 이웃에게 존중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절대 믿지 마십시오. 그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자존감도 없는 사람이고 누구를 존중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과 이별하세요.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들과만 인연을 맺고 살아가십시오. 좋은 사람들과만 살기에도 짧은 인생입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2019-01-21 홍창진

[기고]왜 끊을 수 없는가, 담배의 중독성

담배에 대한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은 니코틴이다. 니코틴을 포함해 알코올이나 마약 등 중독을 일으키는 모든 물질의 기전에는 뇌 보상회로가 작용한다.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들은 이 보상회로를 활성화시켜 물질 추구와 갈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긍정적인 보상 또는 강화시스템으로 자극되면 행동의 반복을 일으킨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흡인된 니코틴의 약 25%가 혈액으로 흡수되고 15초 내에 대뇌에 도달하게 된다. 니코틴은 보상회로의 도파민 경로를 활성화시켜 강력한 긍정적 강화와 중독을 유발한다. 니코틴의 반감기는 약 두 시간 정도다. 의존자의 경우 흡연한 지 두 시간 이상이 지나면 니코틴 농도가 떨어지니까 다시 흡연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이다. 니코틴은 또한 다른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등은 증가시켜서 뇌를 자극하는데 단기적으로는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뇌혈류량을 오히려 감소시킨다. 니코틴은 말초근육에 대해서는 이완효과가 있고 이외에도 말초혈관 수축, 장운동 증가, 대사의 증가, 비안구운동수면의 변화, 떨림 등을 일으킨다. 니코틴의 자극 효과는 주의력, 학습, 반응시간, 문제해결 능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흡연자들은 흡연이 기분을 고양시키고 우울감을 호전시킨다고 이야기한다. 니코틴은 뇌에 대한 자극효과와는 달리 근육에는 이완효과를 나타낸다. 반감기가 두 시간 정도여서 니코틴 의존자의 경우 흡연 후 약 90분에서 120분이 지나면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24시간에서 48시간이 지나면 금단증상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금단 증상은 길게는 수 주에서 수개월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주요 금단 증상에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갈망감), 긴장감, 짜증, 집중곤란, 졸음, 수면장애, 맥박감소, 혈압저하, 식욕의 증가, 체중증가, 운동 능력의 감소, 근육 긴장 등이 있다. 경한 금단 증상은 니코틴 함량이 높은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로 바꾸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니코틴은 자체가 독성이 있어 다량 복용하였을 경우에는 호흡마비를 유발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 니코틴 독성의 증상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침흘림, 창백해짐, 설사, 어지러움, 두통, 혈압상승, 빈맥, 떨림, 진땀 흘림 등이 있다. 또 니코틴 독성 중에는 집중곤란, 혼란스러움, 감각장애 등의 증상도 있다.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구강, 인두, 후두 및 식도 등 각종 암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혈관질환 등 수많은 치명적인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피우기 시작하고 오래 많은 양을 피우면 끊기 힘든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니코틴이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흡연자의 약 70%가 금연을 고려하고 있고, 이 중 46%가 1년 이내에 금연을 시도한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하였을 경우 성공률은 약 3~7%에 불과하다. 해마다 연초에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결심하고 담배판매량도 떨어지지만 금연에 실패하여 3.4월이 되면 다시 원래의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을 보면 의지만으로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흡연을 치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비약물적치료, 약물치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실제 임상의사의 단순한 조언만으로도 금연 성공률은 1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보건복지부는 3분 이내에 효율적인 금연을 유도할 수 있는 5A를 이용한 개입을 권고하고 있다. 환자에게 금연 의지가 있는 경우 질문(Ask), 권고(Advice), 파악(Assess), 조력(Assist) 및 추후계획수립(Arrange)등의 도움으로 환자의 금연을 도와줄 수 있다. 흡연에 대한 여러 치료 방법이 있다는 것은 어느 하나가 절대적인 치료 방법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고도 스스로의 의지로 끊을 수 없는 흡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금연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건강보험에서도 흡연에 대한 치료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니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에 흡연자가 있고 금연의지가 없다고 해도 담배를 끊어야 하는 적절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흡연으로 인한 위험을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금연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해주고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를 확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병욱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병욱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9-01-21 이병욱

[참성단]3년 차 징크스

아이돌 그룹엔 '7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전속계약 권고기간이 7년으로, 이때 팀이 해체되거나 멤버 일부가 탈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여졌다. 실제 씨스타, 레인보우, 포미닛 등 인기 걸그룹도 '7년 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올해 7년째가 되는 EXID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런 이유다. 보이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B1A4는 진영과 산들이 팀을 떠나며 팀 재편이 이뤄졌고 인피니트, 블락비 등도 팀원의 일부와 작별했다. 그렇다고 7년째 팀이 모두 깨지는 건 아니다. 에이핑크는 올해 9년째를 맞는다.스포츠 쪽은 '2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프로 생활 첫해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 상당수가 이듬해 성적이 내림세를 보인다. 징크스가 실제 존재하는지 통계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2년 차에 들어서면 상대 팀의 집중 견제와 주변 기대치에 대한 부담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통령에겐 '6년 차 징크스'가 있다. 재선에 성공한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닉슨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6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던 루스벨트도 6년 차였던 1938년 뉴딜정책의 입법화에 대한 반발 여론과 대공황으로 큰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아이젠하워는 비서실장의 뇌물 스캔들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고전했다. 닉슨은 6년 차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고, 레이건은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다. 클린턴도 6년 차에 '르윈스키 스캔들'로 곤혹을 치렀으며 오바마 역시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며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우리 정치엔 '3년 차 징크스'가 있다. 김영삼 정부는 대구 지하철 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고,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선 실세' 파동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문재인 정부가 올해 집권 3년 차를 맞는다. 늘 그렇듯, 3년 차가 되면 당정이 마찰을 빚기 시작한다. 공교롭게 연초부터 서영교와 손혜원 의원 문제로 민심이 흉흉하다. 경제악화로 지지율 역시 하락세다. '기록과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란 말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3년 차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0 이영재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모감주나무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핫이슈 중 첫 번째는 세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문점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는 소나무를 기념식수했으며, 평양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는 백화원 영빈관 앞에 남한에서 가져간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모감주나무의 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나무말은 '번영'이다.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모감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듯이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통일의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모감주나무는 불교와 아주 인연이 깊은 나무이다. 가을에 꽈리같이 생긴 열매가 벌어지고 3개의 까만 씨가 달리는 모감주나무는 이 씨로 염주를 만들어 염주나무라고도 불렸다. 검은빛을 띠는 콩알만 한 크기의 씨는 만지면 만질수록 더욱 윤기가 나고 돌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큰스님들의 염주에 주로 사용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모감주나무 씨를 금강자(金剛子)라고도 하는데 금강석같이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지녀 불가에서 도를 깨우치고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모감주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옛날 중국 선종의 중심 사찰인 영은사 주지의 법명이 '묘감'이었고, '묘각'은 불교에서 보살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데 여기에 구슬 '주(珠)'를 붙여 '묘감주나무'와 '묘각주나무'로 불리다가 모감주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학식과 덕망이 높은 선비가 죽으면 무덤가에 모감주나무를 심어 선비의 기개를 기렸다고 해서 양반나무로도 불렸다.모감주나무의 꽃은 봄이 아닌 6∼7월경에 피는데 짙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곧추선 긴 꽃대에 꽃이 촘촘히 피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가지에 달려 있을 때에는 황금빛 빗방울 같고, 지면서 나무 아래에 쌓인 꽃은 마치 황금비가 내린 듯하다. 그래서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이다. 이름 그대로 황금빛 비가 내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도 장마를 예보하는 나무로 예로부터 모감주나무 꽃이 피면 장마가 든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모감주나무 꽃잎은 4개로 선상 긴 타원형이며 모여 있다가 뒤로 젖혀져 그 안쪽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손톱에 남은 봉숭아물처럼 그 모습 또한 예쁘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어긋나게 달리는데 1회 깃꼴겹잎으로 작은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불규칙하게 있으며 가장자리는 깊이 패어 들어간 모양이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넓은 잎 작은 키 나무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중국, 일본의 해안가 산지와 양지바른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모감주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자생하는 곳을 볼 때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원산인 고유 식물종으로 보고 있다. 포항 동해면 발산리, 완도 대문리나 태안 안면도 등의 모감주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경북 안동 송천동의 모감주나무는 나이가 360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이며 높이 11m, 줄기둘레 1.5m로 가장 커 경북기념물 50호로 지정되어 있다.모감주나무의 꽃과 잎은 염료로 사용했고, 종자는 열을 내리고 가래를 제거하며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을 낫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한방에서는 꽃을 따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눈병이나 간염, 장염 등을 치료할 때 약재로 이용했다. 그러나 평소에 맥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모감주나무는 활용 가치가 높아 주목할만한 나무다. 피는 꽃이 적은 7월경에 꽃이 피고 꽃피는 기간도 길기 때문에 정원이나 공원에도 많이 심고, 특히 공해에 강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도심의 가로수로도 심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에도 가로수로 심어 유명세를 타는 곳이 있다. 그뿐 아니라 모감주나무는 꿀 생산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아주 좋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1-20 조성미

[월요논단]심해어류 증후군과 견리사의

잇단 폭로·불안정한 경제현실 원인文정부 정책실패서 찾으려는 심리통일·남북문제외 국민들 기대 부족획기적 대안 제시로 미래 선도하는 새로운 장관·자치단체장 내세워야'사케가시라(Trachipterus ishikawae)'. 지진어류 혹은 산갈치로 불리는 심해어의 일종이다. 최근 동해연안에서 200m 심해에서 산다는 산갈치가 발견되자 지진의 징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에서는 지진 직전 해저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변화의 결과라거나 해수온도의 변화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하지만 오리하라(織原義明) 교수팀은 2017년 말 일본지진학회에서 지진과 산갈치는 상관성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1928년부터 2011년까지 심해어와 지진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363건의 사례 중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13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인간이 산갈치 등장을 지진의 징후로 예측하거나 방재에 유용한 정보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어류가 지진을 예측하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쓸모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해에 대한 조사의 한계로 지진의 전조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 해명과 달리 인간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산갈치의 등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심해저에 대한 궁금증이나 심리적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심해의 어디에선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과 기재부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 그리고 손혜원 국회의원을 둘러싼 논쟁들이 진실성 여부와 무관하게 일파만파인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나 권력기관, 그 어디에선가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뜻이다. 경제의 불안정한 현실과 그 논거를 문재인 정부나 정책 실패에서 찾으려는 심리적 요소들도 확산에 가세하고 있다.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촛불정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로와 험난한 경제를 둘러싼 상상력의 증폭이 문재인 정부가 당면할 전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왜 폭로되는 사안들이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확대되고 있는지.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첫째는 통일과 남북한 문제를 제외하면 국민들이 기대할 만한 정책이나 비전이 부족하다. 산업정책이나 일자리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새로운 경제정책의 추진에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바이오와 블록체인, 게임 산업과 e-스포츠와 같은 성장 분야에 대해 규제정책을 우선하고 있다.둘째, 존경하고 신뢰할 만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선도해야 할 장관이나 시도지사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존재감이 없는 장관이나 시도지사들에 대해 지난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부정적 평가들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대들보와 서까래의 혼용법을 활용하지 않는다. 지난 선거가 박빙이었다면 신세 진 사람들이 있겠지만 압도적이었으니 챙겨야 할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시민들을 의식하는 긴장감도 떨어지고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어 추진하는 동력도 낮다. 그렇다 보니 내 편을 써야 할 분야와 전문가로 승부수를 내야 할 분야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 사안들이 혼재되어 증후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루지 못하는 한 내년 총선에서 다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남북통일을 향한 대통령의 행보가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극적인 돌파구를 열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북제재를 쥐고 있는 한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가 바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관과 자치단체장은 미래의 획기적 정책들에 대해 정치적 능력과 재량권을 발휘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은 자리다. 법령과 예산 그리고 규제 안에 안주하는 공무원과 달라야 한다. 개각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선도하는 정책에 혼신을 다하는 장관과 기관장을 갈망하는 이유다. 새로운 리더를 내세워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다짐할 때다.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촛불로 염원했던 국민들에 대한 의리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민들이 왜 산갈치를 보면서 정부와 국가를 걱정하는지.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고민하고 있는지. 깊이 헤아려야 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1-20 김민배

[발언대]안전이 '말'로만 지켜질까?

지난 경북 포항 지진 시 '필로티형 주택'의 일부가 파손되고, 서울 상도동에선 공사장 옹벽 붕괴로 인해 유치원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도, 안전이란 말을 쏟아냈다. 국토부는 재난·재해 대응 분야 2018년 정부업무보고에서 "건설, 지진, 화재, 교통분야 안전 강화 방안을 힘줘 개선하겠다"며 "신축 건축물의 경우 4월부터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치해 허가권자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구조설계 검토를 강화해 설계 및 시공과정의 부실을 예방하겠다"고 했다. 지자체별로 설립할 수 있는 지역건축안전센터는 전문성을 갖춘 건축사, 구조기술사 등을 채용해 설계도서, 구조계산서, 사용승인 점검 등 건축물의 안전과 관련된 기술적인 사항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살펴보면, 인천의 공직사회는 너무 무사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시는 지역건축안전센터 운영을 위해 건축안전총괄팀, 지진안전팀, 화재안전팀, 공사장안전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된 조직구성안을 마련하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이미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출범한 상황이고 종로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14개 자치구는 올해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나머지 중구, 광진구, 노원구 등 10개 자치구는 구별 상황에 맞게 늦어도 2021년까지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대구건축사회와 함께 '건축물 안전 및 성능향상 자문제도'를 도입했다. 건축물 안전 확보를 위한 것인데, 건축법상 지역건축안전센터의 기능을 더욱 보완한 개념이다. 건축계획, 구조 및 생활 안전, 에너지 성능, 방재, 범죄예방 등 5개 분야를 기준으로 122개 항목의 내용을 제출된 설계도서의 합리성을 체크한다. 민간과 지자체, 학계의 건축 관련 전문가 80명이 이번 자문제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불편하다던 시민과 건축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부와 건축사협회에서 실효성을 검증해 이 제도 보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인천시도 3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다른 지자체처럼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안전은 말로만 지켜지지 않는다./류재경 인천광역시건축사회 회장·건축사류재경 인천광역시건축사회 회장·건축사

2019-01-20 류재경

[기고]인천시 황해권 자원개발을 기대하며

서해권 거점도시로 남북경협 중요한 역할北 광산 '4차산업혁명 원료' 풍부하게 매장황해권지역에 '360여개'… 절반 넘게 밀집도로·항로 개설통해 부대사업도 병행 '장점'북한은 지난해 4월 20일 조선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집중'하겠다는 신국가전략노선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의 경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27개의 경제특구와 개발구를 지정한 이후 국가전략노선을 경제건설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리한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결국 남한이다. 대북제재하에서의 남북 간 경제협력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남한도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천명하고 북한에 그 청사진을 넘겨준 상황에서 일단 의기투합은 이루어졌다. 남과 북이 경협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고 공동번영과 통일을 실현해 나간다는 평화구상은 확고하다.남북경협은 한계 상황에 직면한 남북의 경제를 남과 북이 상부상조함으로써 서로를 살리고 함께 발전하는 계기를 만드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북경협이 가장 먼저 내세울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상생과 공진(共進)이다.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은 남북경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속도 조절론이 나오지만 미리미리 준비해야만 서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남북정상이 합의한 평양 공동선언 합의서 남북경협사업 부문에는 '서해경제공동특구' 조성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그랜드 플랜으로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하고 여기에 환황해 경제벨트가 있다. 황해 경제벨트는 개성 공단권, 서해 경제권, 황해 에너지권, 항만 거점권 등으로 구성된다. 인천시는 서해권 거점 도시로서 남북경협을 통해 에너지자원, 교통, 건설 등의 북한 특수가 올 경우를 대비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 황해권 지역에는 우리 산업에 필요한 원료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무엇보다 북한 전체 광산 수의 절반 넘게 밀집해 있다. 인하대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에는 약 750여개 광산(2017년 기준)이 분포해 있다. 그 가운데 황해권 지역에 360여개 광산이 있다. 특히 북한 황해권에는 북한의 대표 수출광물인 철광석을 생산하는 철광산이 12곳 있으며 무연탄도 평안남·북도에 87개 탄광이 밀집돼 있다. 또한 희소금속 광물인 니켈, 몰리브덴, 텅스텐, 희토류와 아연, 흑연 등이 매장돼 있다. 이런 광물은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원료광물이다. 북한 자원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원료광물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업의 쌀'이라는 철광석의 경우 남한 내수 25%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약 267년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인천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남북 간 도로 및 항로 개설을 통한 각종 인프라 개발 등 부대사업도 병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즉 황해권 최적의 물류노선이 확보돼 있다. 따라서 황해권 지역의 자원개발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한반도 신경제 지도에 가장 부합하는 남북경협이다. 현재 인천시는 인하대와 함께 '(가칭)한반도 환황해권 경제벨트 자원개발 사업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이미 적지 않은 외국기업이 북한 지하자원개발 진출에 관심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북한은 우리의 상생 대상이 아니라 외국기업의 터전이 될 수 있다.지난 4일 박남춘 인천시장은 언론사 신년 인터뷰에서 "인천시의 올해 역점사업 중 하나는 남북경제협력사업이다"라며 "인천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부터 우선 추진해 남북경협 사업을 인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서해권의 대표 거점도시인 인천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2019-01-20 강천구

[춘추칼럼]보수의 재건과 통합은 가능한가?

탄핵 당한 박前대통령 무조건 감싸면 안돼궤멸 책임 묻고 비판할 수 있는 용기 필요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가치로 화합 유도분열의 씨앗 키우는 계파청산 반드시 실천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국민에게 시원한 답을 드릴 때"라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애석하게도 그의 메시지는 울림이 없었다. 무엇보다 "왜 황교안인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못하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쾌도난마식으로 밝히지 못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국정 농단 책임에 대해 소신 있는 고뇌에 찬 답변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보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 생각한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이제 첫발을 내딛는 정치 신인인 황 전 총리에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적기에 말할 수 있어야 정치인의 메시지는 생명력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황 전 총리의 첫 행보는 '반기문 2'를 연상할 정도로 준비가 약했다. 황 전 총리의 입당은 한국당 당권 경쟁의 판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향후 한국 보수의 미래와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첫째, 보수 재건의 가능성 여부다. 한국 보수 세력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작년 지방선거 직후 진보 언론매체의 한 기자는 "보수는 비겁하고 교만하고 무지했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분석했다. 단언컨대, 보수는 용기 있게 참회하고 겸손하며 실력을 쌓아야 재건될 수 있다. 무엇보다 '보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국민 70%, 국회의원 78.3%(234명), 헌법 재판관 전원이 합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인정하고 참회해야 한다.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으로 치욕적인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을 무조건 감싸서는 안 된다. 보수 궤멸의 책임을 물어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투쟁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보수 우파 정당들은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재기한다. 대한민국 헌법 81조 ②항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면 황 전 총리는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고 볼 수 있다. 황 전 총리는 이를 정치적 업보로 삼아 '도로 친박당' '박근혜 시즌2'로 회귀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야 보수가 산다. 둘째, 보수 통합의 문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국민들은 자유, 성장, 경쟁, 효율, 안보와 같은 보수의 가치 못지않게 평등, 분배, 투명, 분권, 평화 등 진보의 가치를 중시한다. 따라서 보수는 진보의 가치를 무조건 배격하지 말고 보수의 시각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반문 연대'는 보수통합의 가치가 아니다. 전략에 불과하다. 통합은 전략이 아니라 정신으로 하는 것이다. 통합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통합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향해 가는 것이다. 통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계파 청산 여부다. 김무성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참여를 반대했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전당대회에서) 대선 전초전을 앞당겨 치를 경우 그 결과는 또 분열의 씨앗을 잉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국당 전당대회가 친박과 비박 간에 골육상쟁의 내전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라도 홍준표, 김무성, 오세훈, 황교안, 김태호 등 모든 후보들이 출마해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승리한 새 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 국민은 아직 무능하고 무책임해서 실패한 보수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민심은 늘 변화무쌍하고 두렵고 무섭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9-01-17 김형준

[발언대]국민안전 지키는 119소방안전패트롤

인명피해가 많은 대형화재의 원인은 비상구 폐쇄 및 피난·방화시설 관리소홀, 소방시설 차단, 불법 주차 등 화재 안전 저해 3대 불법행위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화재안전 저해 3대 불법행위 119소방안전패트롤을 통해 불시단속을 강화하고 있다.3대 불법행위에는 첫 번째 비상구 폐쇄가 있다. 피난계단 통행상 장애물 방치, 계단실 방화문(자동방화셔터)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행위, 비상구(출입구 포함)를 폐쇄·훼손해 피난에 지장을 주는 행위, 비상구에 이르는 통로에 장애물 설치, 방화문 기능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이다. 두 번째 소방시설 차단이다. 소방용 펌프 토출측 주밸브 폐쇄·차단, 수동으로 전환해 자동 작동을 막은 경우, 작동 불가능한 고장상태로 방치한 경우, 자동화재탐지설비 전원 또는 비상전원을 차단하는 경우, 작동 불가능한 고장 상태로 방치한 경우 등이다. 세 번째 불법주정차가 있다. 건물(특정소방대상물) 인접 진입 회차로(회전) 구역에 주차해 소방차량 진입(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 소화전 등 소방용수시설 주변 및 연결송수구 등 소방용수시설 주변(5m 이내)에 주차하는 경우다. 3대 불법행위 위반 시에는 어떤 벌칙이 있을까. 비상구 폐쇄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민간인 신고포상제도 운영되고 있다. 소방시설 차단은 5년(7년·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7천만원·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기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법주차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가 부과된다.신촌 세브란스 병원 화재는 철저한 소방시설 사전점검으로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됐고, 비상구 등이 잘 관리돼 인명피해가 발행하지 않았다. 소방시설을 잘 관리하는지, 무관심 속에 방치할지에 따라 국민의 생사가 갈리는 만큼 안전한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꾸준히 3대 불법행위를 단속해야할 것이다./정해득 부천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정해득 부천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

2019-01-17 정해득

[참성단]공인의 품격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의회에도 '막말'로 공인(公人)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골치 아픈 의원이 한두 명쯤은 있는 모양이다. 요즘 백인우월주의 발언으로 뉴스의 중심에 있는 9선의 스티브 킹 하원의원이 그런 경우다. 공화당 소속 킹 의원이 지난 10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백인 민족주의, 백인 우월주의, 서구 문명이 어떻게 모욕적인 말이 됐는가"라며 백인우월주의를 편드는 발언으로 미국이 온통 시끄럽다. 그는 지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인 우월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고, 유대인 몰살을 주장하는 책을 홍보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법 이민을 "서서히 진행되는 홀로코스트"로, 백인이 아닌 인종의 이민자 유입을 "백인 학살"이라고 비난한 것이다.미국 내 여론은 킹의 언행이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난으로 도배됐다. 민주당은 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론이 갈수록 험악해지자 공화당도 14일 스티브 킹 의원을 상임위원회 활동에서 배제했다. 그를 후원했던 인텔과 네슬레 자회사 퓨리나 펫케어, 유가공기업 랜드 오 레이크스는 킹의 발언으로 파장이 커지자 후원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요즘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과 서영교 의원의 '판결 청탁' 논란 등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손 의원은 목포시 '문화재 거리'가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일대 건물 10채를 사들여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서영교 의원의 경우, 4년 전 국회로 파견 나온 판사를 불러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미수사건'재판에 청탁을 넣어 벌금 500만원으로 낮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더 조사해야 알겠지만, "공인이 꼭 그랬어야 했나"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숱한 발언으로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란 소리를 들어왔던 의원들이다.조선의 선비들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좌우명으로 삼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매지 않았다. 로마가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번영을 가져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공인으로서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 도덕성에 충실했다.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권력층의 도덕적 해이,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공인으로서 낮은 품격을 국민은 이제 더는 눈감아 주지 말아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17 이영재

[기고]학원강사들 부당해고 사라져야

도내 강사, 서울 이어 2번째 많아연간 10만건 내외로 '빈번'정부·교육부 부당함 해소 노력을제 2·3의 피해자 없길 바라며노사관계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부당해고란 근로자의 의사를 불문하고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근로자의 삶과 업무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이직하는 과정에서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1년여전쯤 서울의 모 헬스클럽의 피트니스센터 강사가 근무시간에 자격증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피트니스 강사 B씨는 이직을 위해서 전기기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사용자 A씨가 이를 보고 "계속 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B씨는 "계속 일할 생각이 없다"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화가 난 A씨는 '근무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한 것은 이건 근무 태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회의 석상에서 퇴사를 언급, "B씨를 권고퇴직 처분할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해고할 것"이라고 B씨에게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참지 못한 B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의 사례를 비진의표시에 의한 부당해고에 대한 사유로 보기는 어려우나 구체적 해고 사유를 미리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나 역시 지난해 1월, 계약종료 4개월을 남기고 원장으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수원소재 모 외국어학원에서 중국어 강사를 맡고 있었는데, 한 여학생이 "내가 중국어 시간에 한자를 가르쳤다"는 말을 해 원장의 귀에 들어갔고, 다음날 해고 통지를 받았다. 결국 나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고예고 수당 지급과 함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원장의 보복이 두려워 결국 복직을 거부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권고사직이나 해고를 당했는데 사직서에 '일신상의 사유로 퇴사합니다' 혹은 '개인사정으로 퇴사합니다'라고 써주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해고를 당해서 억울한데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못하고 실업급여도 못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30일 이전에 미리 통보하거나 사칙에 의해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으며, 이러한 행위는 형사처벌 및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 그래서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정당한 해고 사유가 없으면 원직복직 명령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강사들은 4대 보험도 안 되고,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해고당하기 쉬운 직업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학원은 4대 보험은 물론 강사들에게 복리후생 혜택도 많지만 해고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장과 학부모들의 갑질 때문에 을도 병도 아닌 강사들은 부당해고를 당해도 패소나 기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강사들에게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정당한 근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남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부당해고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다시는 양산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학원 강사들도 개인사업자가 아닌 일반 근로자의 입장이라는 명확한 시각으로, 정당한 근로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색안경을 끼고 학원 강사들을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경기도의 학원 강사 수는 서울에 이어 2번째로 많다. 학원 강사의 부당해고 사례는 연간 10만건 내외에 달한다. 정부와 교육부는 학원 강사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부당함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학원 강사들도 부당함에 참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야 우리 교육계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이성규 용인시 처인구이성규 용인시 처인구

2019-01-17 이성규

[풍경이 있는 에세이]갈라파고스에 희망은 없다

승차 공유·애플 뮤직·구글 지도든기존 사업자가 자신 이익 유지위해'스타트업' 견제하는것은 배척돼야스스로 새로운 환경 거부함으로써도태될 위험성 키우는 '자해행위'나는 해외여행을 비교적 자주 하는 편이다. 전문 여행작가라기엔 미흡하지만, 여행 결과를 책으로 묶어 작년에 '모로코'와 '발칸' 두 권을 출판했고, 곧 '미얀마'와 '독일'이 나온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개별 자유여행이다 보니 많은 걸 준비해야 한다. 가는 나라의 숙소와 교통 정보를 미리 잘 챙겨두어야 한다. 이럴 때 큰 도움을 받는 몇 가지가 있다. 예컨대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현지에서 길 안내는 '구글 지도'를 많이 이용한다. 긴급히 이동할 땐 '우버 택시'를 부르고, 빈 시간에 음악은 '애플뮤직'을 듣는다. 이들은 세계 어디에서든 이용 방법이 같으므로 이방인인 내게 더없이 편리한 도구이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모두 불편하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숙소를 어떻게 구하고, 어떻게 렌터카를 빌려 운전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불가능하기야 않겠지만 매우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에어비앤비'는 도심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열리고, '구글 지도'는 도저히 쓰지 못할 만큼 서비스가 엉망이며, '우버 택시' 같은 건 아예 없다. '애플뮤직'은 국내계정과 외국계정 사이에 차별을 두어, 미국에서 들을 수 있는 한국 가요를 오히려 한국에선 들을 수 없게 막아놓았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한때 우리는 자신을 'IT 강국'이라 불렀다. 하지만 소위 '4차산업' 시대로 드는 지금, 우리나라는 앞으로 가기는커녕 제자리에 멈춘 듯 보인다. 좀 업신여기던 중국이나 동남아 등이 빠른 걸음으로 질러가고 있으니,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나는 가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라는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곤 하는데, 결제 과정이 너무나 간단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물건을 고르고 구매를 클릭하면 한 번에 주문이 끝난다. 또, 작년 말레이시아에 가보니 '그랩'이라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냥 휴대폰 앱을 통해 클릭 한 번에 차를 부를 수가 있다.얼마 전, 유치원 운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한유총'의 집단 저항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국민 절대다수가 잘못을 고치라고 분노하지만, 그들은 조직적으로 막아서며 오래 누려온 이익을 절대 놓으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유치원법'을 주도했던 한 국회의원은 "소수 정예 100명이 일반인 1만 명을 너끈히 감당하는 사태이다. 특정 이익집단의 '진지전'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는데, 이 말이 실감 난다. 이는 '카카오T'의 카풀 서비스가 택시기사의 집단 반발에 막혀 좌절된 것과 궤를 같이한다.승차공유뿐 아니라 애플뮤직이든 구글 지도든,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스타트업'을 짓누르는 행태는 철저히 배척되어야 한다.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이들 사업자를 오래 배 불려준 일반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에 대한 배신이며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나아가 이들 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거부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기회를 버리고 스스로 도태될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해행위'이기도 하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든 것, 기술의 발전은 사회와 사람을 빠르게 바꾸는데, 이에 맞추지 못해 망한 기업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건 단순히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와 국가의 성장-발전-쇠퇴의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한유총은 국민의 0.008%인데도 싸움에서 '판정승'을 거두었고, 택시기사는 국민의 0.2%인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싸움에서 '잠정 승리'를 거머쥔 것 같다. 결국 이런 결말은, 지금 분명 잘못이 있지만, 고치지 말고 그냥 쭉 가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든 말든, 이대로 영원히! 4차산업의 문턱에서 사회가 쓰러지든 말든, 이대로 영원히! 그들은 당장은 편안함을 느끼겠지만, 그 뒤 더 큰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걸 과연 모르는 걸까.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는 한, 희망은 없다./정한용 시인정한용 시인

2019-01-17 정한용

[참성단]송영길의 충언

당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가 안시성주 양만춘에게 대패해 군사를 물리면서 "위징이 살아있었다면 원정을 말렸을 것"이라며 뒤늦게 후회했다. 태종의 명재상 위징은 살아생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위징의 직언이 얼마나 심했던지 태종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한다. 그 위징이 죽자 태종은 자신의 허물을 막아주었던 구리 거울, 역사 거울, 사람 거울 중 '사람 거울'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정사의 득실을 가려주었던 위징의 간언을 귀중하게 여긴 당 태종 역시 비범한 군주였다.백제 의자왕은 나당연합군의 침략을 경고한 성충의 충언이 지겨워 귀를 닫은 건 물론 그를 옥에 가두어 굶겨 죽였다. 성충은 죽어가면서도 한 말씀 아뢰겠다며 백제 방어전략을 상소했다. 그의 충언을 물리친 의자왕은 나라를 잃고 전쟁포로로 당에 끌려갔다.직언을 무시해 신세를 망친 최근의 지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자신을 자문하던 새누리당 원로그룹 7인회의 좌장인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으로 부터 '최태민의 그림자를 지우고 정윤회를 멀리하라'는 충언을 듣는다. "이런 말씀 하시려고 저를 지지하셨나요?" 박근혜의 반응을 싸늘했다. 토사구팽 당한 김용환의 예언은 적중했다.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는 비선실세 파문을 일으켰고, 최태민의 딸 최순실은 비선실세로 드러났다. 최태민의 그림자가 박근혜를 몰락시켰다.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충심의 제안'이 화제다. 충언의 핵심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재개 결단이다. 논리는 명쾌하다. 산허리를 깎아 조성하는 태양광 발전은 대체에너지로 한계가 있으니, 석탄화력 발전의 공해를 줄이려면 원자력발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마침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 공포로 인해 송 의원의 '충언'이 더욱 빛났다.그런데 당내는 물론 대통령의 반응이 차갑다. 3선인 우원식 의원은 4선인 송 의원에게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었다"고 비난했다. 충언에 담긴 메시지는 외면한 채 '시대 난독'이라니, 이런 모욕이 없다.송 의원의 충언은 민주당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지표다. 이를 무시하고 모욕한다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위험해진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16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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