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수원 한국지역도서전

정조는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좋아했다. 책을 너무 읽어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모친 혜경궁이 늘 노심초사했을 정도다. 부친 사도세자의 죽음을 본 이후, 계속되는 정적들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은 독서밖에 없었다. 정조는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덕분에 정조는 누구와 학문 논쟁을 벌여도 결코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정조가 규장각을 설치한 것도 독서와 무관하지 않다. 규장각의 학자들을 활용하여 서적을 편찬하고 정책을 마련했다. 정조는 신하들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묻곤 했다. 신하가 답을 못하면 "독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무로 바쁘다 해도 하루에 한 편의 글도 읽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는 꾸지람이 이어졌다. 정조는 184권 100책으로 이뤄진 방대한 분량의 홍재전서도 남겼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런 왕은 없었다. 수원이 인문학도시라고 표방하고 나선 것은 화성이 있고, 책을 좋아했던 위대한 군주 정조가 있어서다. 2005년 수원시가 '평생학습도시'를 선포한 후 시민이 주도하는 평생학습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늘 책을 가까이했던 정조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모든 왕이 그렇지만 정조는 특히 세자 시절부터 서연(書筵)에서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평생학습의 모범사례였던 것이다.오는 6일부터 5일간 수원에서 전국 각지의 출판물과 도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수원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리는 것은, 그래서 뜻깊다. 이번 주제는 '지역 있다, 책 잇다'이다. 지역 출판이 여기에 있고, 책으로 사람과 지역을 잇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행사가 열릴 때마다 늘 궁금한 게 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지역을 연결할 수 있을까. 지독히도 책을 읽지 않는 이 시대에 도대체 책이 뭐길래. 하지만 이런 자리마저 없다면 책은 점점 더 우리에게서 멀어져 매우 낯선 존재가 될 것이다. 사람도 만날수록 정이 들듯, 책도 자주 만나 읽고, 보듬어야 내 것이 된다. 괴테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수많은 고상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셰익스피어도 "생활 속에 책이 없다는 것은 햇빛이 없는 것과 같으며, 지혜 속에 책이 없다는 것은 새 날개가 부러진 것과 같다"고 설파했다. 올해는 '책의 해'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책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9-02 이영재

[조성면의 '고서산책']'삼국유사'의 역사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유사'는 보각국사 일연(1206~1289) 시대 고려본이 아니라 1512년 경주부윤 이계복이 펴낸정덕본 또는 중종임신본이다우리는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산다. 일상적 대화에서 소설·역사·뉴스·영화·게임·드라마 등 찬찬히 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온통 이야기들이다. 이야기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유발 하라리(1976~)도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 전역에 퍼져나가면서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가지지 못한 민족은 존속할 수 없다. 신화 · 전설 · 민담은 이야기의 조상이며, 민족적 정체성의 근간을 이룬다. '삼국유사'는 이야기의 보물창고요, 역사며, 민족문화의 밑바탕이다. 우리가 신화와 이야기에 관한 한 남부럽지 않은 민족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삼국유사'(이하 '유사') 덕택이다. 단군신화와 가락국기에 김유신 · 만파식적 · 선덕여왕 등 '유사'는 가히 국민적 스토리들이요, 문학과 사상과 역사를 포괄하는 종합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조동일 교수는 '삼국사기'를 정사로 중시하고 '유사'를 야사로 보는 관점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유사'를 '대안사서'로 부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유사'는 보각국사 일연(1206~1289) 시대의 고려본이 아니라 1512년 경주부윤이었던 이계복이 펴낸 정덕본(正德本) 또는 중종임신본(中宗壬申本)이다. 임신본보다 앞선 판본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연대를 확인할 수 없고 임신본보다 시기가 앞서면 관행상 고판본이라 통칭한다. '유사'의 완질본은 서울대 규장각, 고려대 도서관, 덴리대 도서관 소장본 등을 꼽을 수 있다. 덴리대 소장본은 순암 안정복(1721~1791)의 수택본으로 1916년 이마니시가 입수했고, 다시 이를 덴리대학이 소장하게 된 것이다. 그 밖의 낙질본 혹은 영본으로 육당 최남선(1890~1957)이 가지고 있던 고려대학 소장 광문회본과 연세대학이 소장한 파른 손보기(1922~2010)의 파른본 등을 꼽을 수 있다. 해방 후 '유사'의 최초 번역본은 1946년 사서연역회가 임신본을 저본으로 하여 고려문화사에서 펴낸 판본이다. 사서연역회는 김춘동 · 이가원 · 이민수 · 홍기문 등 당대 최고 지성들의 모임이었다. 사서연역회의 국역 이후, '유사'의 번역은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종열(1954), 이병도(원문병역주 삼국유사, 1956), 이재호(1967), 이민수(1975), 권상로 역해본(1978), 성은구 역주본(1981)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에서 나온 '유사'의 번역본으로는 리상호 역주본(1960)이 있다. 이는 1999년 도서출판 까치에 의해 국내에서도 출판된 바 있다. 북한판 '유사' 번역본은 철저한 한글전용 원칙과 대중친화용 원칙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단군신화의 풍백(風伯) · 우사(雨師) · 운사(雲師)를 각각 바람 맡은 어른 · 비 맡은 어른 · 구름 맡은 어른으로, 심지어 만파식적(萬波息笛) 같은 고유명사마저 '거센 물결 잠재우는 젓대'로 번역하는 등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한국의 문화원형인 '삼국유사'는 막상 독서용이나 참고자료로 이용하려 하면 지나치게 많거나 지나치게 없으며, 너무 알려져서 읽었다 착각하고 아예 안 읽는 '말로만 고전'으로 남아있는 게 아닌가 하여 매우 안타깝다. 몇 해 전 단골 고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가에 꽂혀있는 사서연역회의 '삼국유사'를 한참 망설이다 구입했다. 당연히 사야 할 책이었건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고민하다 결국 골랐던 다른 책들을 포기하고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꼭 사야 할 고서라면 망설임 없이 즉시 구입해야 한다. 삶도 책도 그 순간이 지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일기일회(一期一會)가 아니던가./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9-02 조성면

[월요논단]교육개혁

여전히 이 사회는 명문대학 프레임산업시대 교육 허상에 갇혀 있다정부, 근본적 위기 이해하고 있는지개혁 당위성 불구 장관 교체 그쳐'재정논의로만 맹목 대처' 어쩌나한 국가에서의 교육에는 여러 가지 목표가 있다. 교육의 일차적 목표는 개인에게 필요한 전문지식과 직업 적합성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그와 함께 교육에는 정치적이며 존재론적 목표와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교육은 국가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리와 토대로 작동한다. 국가가 성립되기 위한 외적 실재를 넘어 국가를 구성하는 원리와 국민적 동의를 보편적으로 국가 구성원에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함의이다. 나아가 교육은 근대 대학의 원리에서 보듯이 개인의 자아와 존재를 실현하는 문화교양 교육이란 존재론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교육의 정치적 원리는 헌법에서 규정한 대로 민주제와 공화정으로 표현된다. 또한 전문지식교육이란 측면에서는 근대화와 함께 교육에 담긴 근본적인 교양교육의 원리가 토대로 작동한다. 지난 2016년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 집회는 교육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그 과정에서의 온갖 비리에 대한 항의가 이 집회를 촉발시켰지 않은가. 촛불 집회의 혁명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는 별개로 이 과정에서 나타난 시민의 정치적 의사는 이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의 토대일 뿐 아니라, 그 목소리에 국가의 원리에 대한 구성원의 포괄적 합의가 담겨있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촛불 집회의 시작은 교육에 대한 개혁 요구였다. 그런 만큼 이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과 과제에서 교육이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너무도 아쉽게도 지난 1년 반 동안의 교육 정책은 이런 요구에 대해 또 다른 절망을 안겨준 시간이었다.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 정도가 지옥과도 같은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는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했던가? 이른바 명문 대학이란 허상을 향한 부나비 같은 질주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교육이 공공재이며, 공동선이란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임에도 80%가 넘는 사학재단에 대한 공공성 개념은 조금도 실현되고 있지 않다. 분잡하게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고 혁신 경제를 외치면서도 교육은 여전히 산업시대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70~80년대 이 나라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던 산업시대 교육 패러다임은 이제 후기 자본주의를 넘어 포스트 자본주의를 거론하는 시대를 겨냥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전혀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교육 관료들이 공공성과는 무관하게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거시적이며 장기적으로 교육의 내용과 지향성을 설정해야 함에도 1년 단위로 장관을 교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관료들과 재정정책에 종속되어 지극히 지난 시대의 프레임에 안주하고 있다. 교육개혁을 거부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등교육 정책은 더 한심하다. 촛불집회의 촉발제 역할을 한 배후에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불합리함에 대한 항의가 있었음에도 그 이후 이름만 바뀐 그 정책은 여전하다. 얼마 전 있었던 가짜학술지와 가짜 학회소식을 생각해보라. 한국 대학의 현실이 얼마나 교육의 목적과 무관하고 심지어 반교육적인지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건이 있을까. 그럼에도 이 사회는 그저 명문대학과 산업시대 교육에 대한 허상에만 갇혀있다. 정시 비율 조정 정도로 이 불합리한 체제가 바뀔 수 있을까. 이 나라의 교육과 학문은 죽어가고 있다. 지금 산업화 이후의 교육제도와 정책에 대해 철저히 돌아보고, 교육의 목적과 지향성을 바탕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감히 말하지만 이 국가의 미래를 장담하기란 너무도 어렵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인문학, 공학 위기 선언이나 입시제도의 맹목성 따위는 이런 위기를 보여주는 수많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이 정부는 교육에 당면한 이런 근본적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 것일까. 교육의 공공성이나 미래 지향성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공약은 그냥 정권용인가. 교육과 학문이 처한 근본적 위기와 개혁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장관 교체만으로, 또는 재정 논의만으로 대처하는 이 맹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9-02 신승환

[발언대]인천 만석동해안가 서해용궁 사당 어떨까

인천 동구청이 만석동~화수부두에 이르는 해안가를 완전 개방하고 해안산책로를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선물하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곳은 1970년까지만 해도 시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 낚시하고 수영을 즐기던 해안이었다. 주민들은 좀 더 욕심내어 동구 송현동 수문통을 본래 모습으로 복원해 연계했으면 하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 사실 동구 만석동은 해양역사문화도 갖추고 있어 조금이라도 행정적 관심이 집중된다면 인천해양관광의 대표적 명소로 다시 우뚝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역이다. 만석동은 고려 태조 왕건의 증조부가 서해용궁의 용왕 딸과 혼인했다는 서해용궁과 가까이 마주하고 있다. 용왕제(용왕굿)를 올리는 민속문화를 간직하고 있었던 어촌마을이었다. 지척의 북한 개성에 있는 사찰의 우물이 서해용궁의 통로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초기에 이르기까지 용왕제를 거행하는 서해용궁 사당도 존재했으나 일제의 압박에 의해 중단됐다. 만석포구는 군사적 요충지여서 화도진 관할의 묘도 포대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만석동은 인천근대개항 전부터 일본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찾아왔던 곳이다. 바닷가 경치가 좋았던 만석동 해안가 넓은 공터에 일본은 팔경원이라는 사교 오락장을 건립하면서 인천·서울지역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수시로 찾아와 즐긴 해양 관광지였다. 그뿐만 아니다. 만석동 해안가 갯벌은 탄력있고 부드러워 최적의 해수욕장 요건을 갖추고 있었던 터라 일본인들의 전용해양관광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번에 동구청에서 관광객 유치를 겸할 수 있는 해안가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만석동 선인들이 마을의 발전을 위해 거행했던 해양민속문화 '서해용궁제'를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자그마한 서해용궁의 사당이라도 건립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만석동 포구 한쪽에 사당을 건립한다면 바다신앙을 정성껏 믿고 따르는 일본·중국·대만·동남아지역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찾을 수 있는 관광코스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만석포구 낙조의 아름다움도 관광상품으로서 손색이 없으리라 본다. 만석동 토박이로서 기대감이 많다./이강동 인천 중구이강동 인천 중구

2018-08-30 이강동

[춘추칼럼]'소득주도성장' 좋은정책 거듭나려면

단순히 경제살리기 보다 '시대정신' 부합국민 체감 '방향·방법·속도' 조화 이뤄야기대만큼 효과 없을땐 '잘못됐다'고 인정원인 찾아내 빠르게 '수정'하는 용기 필요모든 정부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고유의 상징적인 정책들을 펼친다. 무엇보다 집권 초기엔 이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해 추진한다. 그런데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을 받는 좋은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아야 한다. 시대정신과 시대과제는 다르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룩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것이 시대정신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지방 분권, 성 평등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단순히 경제를 살리는 것은 시대과제는 될 수 있지만 시대정신은 아니다. 둘째, 방향과 방법, 속도의 세 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아무리 방향이 옳더라도 방법이 투박하고 잘못되면 기대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또한 방향과 방법이 조화를 이뤄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다.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잘못된 방식에 기대어 과속으로 추진하면 실패하기 쉽다. 셋째,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 대응력이 뛰어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책은 '입안-결정-집행-평가'라는 4단계를 거친다. 정책을 입안할 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고 최종 정책 결정을 할 때는 권력자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을 집행할 때는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기대한 정책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원인을 잡아내어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이것이 대응력이다. 통상 대응력이 떨어지면 정책의 적시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정책 효과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 일방적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평가해보면 치명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시대성은 있지만 조화성과 대응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소득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려는 방향성은 공정사회 구축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 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이 '고용참사, 소득 양극화 심화, 투자 부진'이라는 3대 쇼크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청와대 정책 참모들의 현실 인식이 치명적인 오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옳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정책 집행의 속도를 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기대한 만큼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과거 보수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다. 정책은 좋은 데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의 함정에 빠져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정부는 내년 예산을 470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5천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 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일자리 정책에 쓴 예산은 약 43조원에 달했지만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취업자는 8년 6개월 만에 최소치인 5천명(전년 대비)만이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제조업 일자리는 10만개 이상 사라졌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이 좋은 정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8-08-30 김형준

[풍경이 있는 에세이]백석과 통영과 난

北 오지중 오지 '양강도 삼수군'에서37년간 유배생활로 生 마감한 '백석'문학은 문학으로 존재할때 '향기'이데올로기 도구되면 생명 다한것'관평의 양'이란 산문 그래서 슬퍼여름의 끝 날이다. 폭염과 폭우로 여름이 갔다. 낮 최고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릴 때 통영을 찾았다. 아름다운 도시가 폭염에 녹아내리고 있었다.'명정샘'이라는 푯말을 따라 우회전했지만 막다른 골목이었다. 샘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었다. 황당해하고 있는데 시민이 다가와 펜스 왼쪽을 가리킨다. 아, 그곳이 명정샘이었다. 도로에서 5m쯤 아래, 사각형의 모습으로 나란히 열려 있는 두 개의 샘이 보였다. 명정샘 건너 편에 충렬사도 보였다. 명정샘과 충렬사 사이에 도로가 나 있지만 도시화 이전에는 '명정골'이라는 한적한 마을이었다.1930년대, 이곳 명정골에 난(蘭)이라는 아리따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 처녀를 백석은 산문 '편지'에서 '남쪽 바닷가 어떤 낡은 항구의 처녀 하나를 나는 좋아 하였습니다. 머리가 까맣고 눈이 크고 코가 높고 목이 패고 키가 호리낭창하였습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백석(1912-1996)이 통영을 처음 찾은 것은 1935년 6월인 듯 하다. 친구 허준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그는 결혼식장에서 동료 기자 신현중에게 소개 받은, 당시 이화여고 학생이던 난(박경련)에게 첫눈에 반한다. 허준의 통영 신행길에 친구들과 동행한 것은 오로지 난을 만날 수 있겠다 하는 열망 때문이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 이듬해 1월에 다시 통영을 찾지만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 명정샘에 혹 그녀가 나와 물을 깃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종일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았지만 허사였다. 그는 충렬사 돌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그녀를 기다리며 쓴 시가 '통영'이다. 같은 제목의 시가 3편 있지만 첫 번째 '통영'은 난을 만나기 전의 작품이다. 두 번째 '통영'이 난을 노래한 시편이다.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데/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평안도서 오신 듯 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로 끝맺는 시 속에 그녀에 대한 사랑과 초조함이 잘 드러나 있다.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계절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라던 불안감은 현실로 이루어진다. 백석은 3월에 다시 통영을 찾았지만 난을 만나지는 못한다. 이때 난의 외사촌오빠인 서병직을 만나 위로를 받으며 통영의 곳곳을 동행했다. 이날을 읊은 시가 '통영-남행시초2'로 서병직에게 헌정된 시다. '통영장 낫대들었다//갓 한닢 쓰고 건시 한 접 사고 홍공단 댕기 한감 끊고 술 한 병 받어들고//화륜선 만저보려 선창 갔다//오다 가수내 들어가는 주막 앞에/문둥이 품바타령 듣다가//열이레 달이 올라서/나룻배 타고 판데목 지나간다 간다 - 서병직 씨에게'로 된 시에는 난의 이미지는 없다. 난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백석은 1987년 월북작가 해금조치 이후 전집이 출간되어 민족 시인이 되었지만 북한에서의 생활은 고난이었다. 그가 말년을 보낸 양강도 삼수군은 예부터 오지 중의 오지이며 유배지였다. 1959년 당성이 약한 인민들을 지방 생산현장에 보내는 '붉은 편지 사건'을 계기로 백석은 삼수군 관평리 국영협동농장으로 쫓겨나 양치기로 연명했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그의 유배 생활은 37년이나 되었다. 문학은 문학으로 존재할 때 향기를 지닌다. 문학이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도구로 쓰이게 되면 생명을 다 하는 것이다. 백석이 유배지에서 쓴 '관평의 양'이라는 산문은 그래서 슬프다./김윤배 시인김윤배 시인

2018-08-30 김윤배

[참성단]비주류가 쓴 '축구학 개론'

'축구 감독의 성패는 결국 선수들의 정신을 담금질해 투지에 불을 댕기느냐에 달려 있다. 선수 각자가 한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동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축구학 개론에 나올 법한 이 말을 한국의 김학범 감독과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이 2018 아시안게임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학범슨(김학범+알렉스 퍼거슨 )', '쌀딩크(베트남 주산물 쌀+거스 히딩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축구사에 길이 남을 거장 퍼거슨과 히딩크의 탁월한 지도력을 빗댄 것이니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학범슨과 쌀딩크의 공통점은 단연, 한국축구계의 '비주류'라는 점이다. 실력보다는 인맥과 학맥을 으뜸으로 꼽는 한국축구계에서 학범슨(명지대)과 쌀딩크(한양대)는 정통계보가 될 수 없었다. 잡초같은 축구 인생을 살았던 것도 비슷하다. '세상엔 확실한 것이 둘 있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과 축구 감독은 반드시 잘린다는 것이다.' 영국의 축구 격언을 이들만큼 뼈저리게 느꼈을 감독도 흔치 않다. 쌀딩크는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있으면서 히딩크 리더십을 배웠다. 당시 우리 국가대표팀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약체로 여기며 쉽게 포기하던 베트남 선수들에게 그가 가르친 건 끈기와 인내였다. 학범슨은 '삼류선수'였다. 프로팀도, 국가대표 경력도 없었다. 은행원에서 축구단 코치로 자리를 옮긴 후 축구 이론을 다시 공부했다.쌀딩크는 59년생, 학범슨은 60년생으로 둘은 한 살 터울이다. 학범슨은 2005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쌀딩크는 2006년 신생 경남 FC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나이와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시기가 비슷하고 '성실함'도 닮았다. 학범슨은 틈만 나면 축구 선진국에 나가 전술을 공부했다. 명지대에서 축구 관련 논문까지 쓰며 박사 학위를 받은 '축구 박사'다. 쌀딩크의 머릿속에는 오직 축구, 축구, 축구밖에 없다. 그는 늘 축구만 생각한다. 한 방송사가 제작 방영한 박항서 다큐멘터리는 오직 '축구'로 가득 채워져 있다.2018 아시안게임에서 두 명의 비주류 감독이 각자 나름의 '축구학 개론'을 강의 중이다. 처음에 쌀딩크를 반대했던 베트남 축구관계자와 학범슨을 가벼이 여겼던 한국축구의 주류들은 이 개론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한국은 금메달, 베트남은 동메달을 따 감동의 '비주류 축구학개론'을 완성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30 이영재

[기고]스티븐스 저격사건이 조선인 단결로

미국에서 전명운·장인환의 '거사'해외거주·내국인 단결토록 했으며독립운동에 크게 공헌했다 그 시절 분노하고 행동했던 '역사의 주인공들'을 생각해본다미국인 스티븐스는 1904년 12월 27일 미국 주재 일본외무성 고문으로 임명된 뒤 일본이 강제로 조선과 맺은 식민지조약을 미화하고 찬양했다. 그가 하는 행동에 미국 내 한인들이 크게 분노했다.스티븐스는 을사조약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을사조약은 미개한 조선인들을 위해 이루어진 조치로 조선인은 독립할 자격이 없는 무지한 민족"이라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그때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국교민대표 4인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구타했다. 그 후 하와이 노동이민자 전명운과 장인환은 스티븐스가 1908년 3월 23일 미국 워싱턴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차역에서 사살 계획을 세웠다. 전명운이 쏜 총알은 빗나가고 장인환이 쏜 총탄을 맞아 죽었다.스티븐스를 저격한 전명운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됐으며 장인환은 25년형을 받았다. 스티븐스를 저격한 그들을 돕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대동보국회와 공립협회가 통합하고 7천 달러 모금운동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스티븐스 저격사건'을 계기로 이대위, 박용만, 김홍균이 이끄는 북미지방총회와 윤병구, 박상하, 정원명이 속한 하와이 지방총회가 1910년 대동보국회와 통합하고 강영소, 홍언, 안창호가 속한 만주지방총회를 포함 대한인국민회로 합해 해외조선인의 최고기관으로서 헌장을 제정하고 회보 겸 신문을 발간 최초 국민국가수립을 천명, 실질적 임시정부 역할을 했다.1910년 대한인국민회는 북미, 하와이, 멕시코, 쿠바, 시베리아령 만주지역 등 여섯 곳의 지방총회와 116개소 지역회가 있었으며 중앙회 위원만도 총 5천여 명이나 됐다. 그런 대한인국민회에는 전문 76조로 된 헌장을 제정해 사실상 망명정부와 같이 해외 한인사회 권익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대한인국민회는 미국정부에 미국 내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에 대해 일본정부 영사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협조할 것은 물론 재미 조선인에 관한 일은 대한인국민회를 통하여 처리해 줄 것을 건의하는 등 조선인을 보호하는 일을 했다. 장인환과 전명운의 '스티븐스 저격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독립운동이 그 어느 지역보다 활발했다. 뿐만 아니라 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도처에서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그러자 일본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난폭해졌다. 그에 못지않게 조선인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19년 2월 강유구가 서울역 광장에서 새로 부임한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일행에게 폭탄을 투척한 사건이다. 비록 실패했으나 전 세계에 일본의 흉계를 폭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그 이외도 4월 29일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을 기해 홍구공원에서 상해전승축하식을 거행한다는 소식을 윤봉길이 듣고 김구와 협의해 중국군 김홍일 장군으로부터 폭탄 2개를 구해 전승축하식장 연단을 향해 투척했다. 일본인 시라카와 육군대장과 상해거류민단장 가와바다가 즉사하는 등 다수가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그 사건으로 상해 임시정부는 중경으로 피란을 했다. 강유구, 윤봉길 사건 외에도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총살, 이봉창의 일왕 저격사건 등이 계속됐다. 미국에서 전명운과 장인환이 스티븐스를 저격한 사건은 결과적으로 중국 등 해외거주 조선인은 물론 국내거주 국민들을 단결하도록 했으며 독립운동에 크게 공헌했다. 광복절이 있는 8월의 끝자락에 그 시절 분노하고 행동했던 '역사의 주인공들'을 생각해본다./한정규 문학평론가한정규 문학평론가

2018-08-30 한정규

[오늘의 창]위기의 인천수협, 엄중한 감사 필요

인천수산업협동조합이 '인사 비리', '갑질 의혹'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1급 승진 대상자들 여러 명이 자신들의 승진 안건을 심사할 이사회 이사들에게 사전에 금품을 전달했고, 조합장이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인천수협 안팎에서 제기되면서다. 인천수협은 조합원 2천200여 명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면서 경제·금융 사업을 벌이는 인천의 주요 기관이다. 수협의 위기는 조합원 복지 향상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금융 사업의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인일보가 수협 문제를 취재, 보도하게 된 이유다.인천수협 1급은 수협에 입사한 평사원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직위다. 1급 직원 연봉은 판공비를 제외하고 8천만원 이상으로 2급과 비교할 때 1천500만원 정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급 정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수협 직원이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자리다. 1급 승진안의 이사회 의결을 앞둔 상황에서 승진 대상자들이 이사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준 사실이 확인된다면 '도덕적 해이'를 넘어 수사 대상에 오를 만한 사안이다.조합장이 조합이 추진하는 해외여행(연수)에 가기 전 1급 등 주요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장도금을 준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사안이다. 일부는 조합원과 고객들에게 써야 할 판공비를 부당하게 전용해 조합장 장도금을 마련했다는 내용도 취재 과정에서 들을 수 있었다. 또 조합장이 휴가·생일 때 직원들을 집에 부르거나, 집에서 김장을 할 때 근무 시간의 직원들이 도운 것도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수협중앙회는 경인일보 보도 이후 인천수협에 대한 감사를 최근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의혹 대부분을 부인하는 조합장도 '철저한 감사'를 원하고 있고, 감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수협중앙회는 이번 일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수협 구성원들이 감사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roblema@kyeongin.com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8-08-29 김명래

[기고]9월 6일 행궁동에 가야 하는 이유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 5일간 열려책 놀이터로 변신… '문화분권' 실현 계기뮤지션 공연·배우 낭독·강연·포럼 마련독서하며 즐기는 여유로운 공간 '풍성'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도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새벽 나절에는 제법 청량하다. 더욱이 해 질 녘 하늘을 보면 노을이 일품이다. 도서관사업소가 있는 팔달산 자락과 행궁동 일대는 요즘 시민들로 북적인다. 동네 골목 어귀에 자리한 어느 카페의 옥상은 장안문 일대를 비롯해 수원화성 성곽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당자리로 입소문이 나서 항상 만석이다.그런데 아시는가? 오는 9월 6일 저녁에 그곳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 저음의 멋진 콘트라베이스 연주도 들을 수 있는 북콘서트가 1시간 반 동안 야외옥상에서 진행된다.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9월 6~10일)의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이런 공간이 6개가 된다. 골목골목에 자리한 카페에서 저마다 특색이 있는 작가들이 시민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9월 7일 작가와의 만남에 출연하는 조갑상 작가 소설 중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을 제대로 읽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에게는 구석진 시골에 지나지 않는 곳도 그 땅에서 나고 사는 누구에게는 세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역의 이야기를 이어가야 한다.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가 이어가는 다양한 기록들이 지역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다.수원, 오랜 역사를 지닌 출판기록의 도시다. 정조 시대에는 수원화성을 건설하면서 '화성성역의궤'를 남겼고, 1960년대에는 교동거리에 인쇄골목이 형성됐다. 기록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지역이다.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은 중앙에 집중된 출판인쇄문화의 관심을 우리가 사는 곳으로 돌리고, '문화 분권'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에 숨어있는 삶터 이야기, 지역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담아내는 지역 출판물로 한판 즐겁게 놀아보자는 것이다.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행궁광장을 중심으로 행궁동 일대가 책 놀이터로 변신한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동네 구석구석까지 공간을 확장한 도서전이라니. 게다가 온 나라 지역책이 한자리에 모이는 지역도서전이다. 무언가 특별함이 가득할 것 같지 않은가.행궁광장에 오면 색다른 모습을 마주할 것이다. 두 개의 거대한 책 사이를 통과하면 간이역 형태의 안내소를 만날 수 있다. 도서전 여행의 출발지인 셈이다. 안내 책자를 받고 지역 출판물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숨겨졌던 책들이 쏟아져 나온 지역도서전시관을 마주할 것이다. 2천여 권의 책이 자리한 6개 전시관을 지나면 재활용 팔레트를 이용한 독특한 형태의 무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매일 오후 3시·5시에 지역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린다.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인쇄체험을 비롯해 책을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휴게공간도 풍성하다. 광장 옆 공원에는 어린이 책놀이 공간이 펼쳐진다. '제주 4·3 특별전'과 마을기록전을 둘러보고 작은 서점들이 선별한 개성 있는 책들을 만나고 살 수 있다. 화령전 앞에는 배우들이 낭독공연을 하루 2~3회씩 펼치고, 선경도서관에서는 수원독서문화축제가 이어진다. 9월 7~9일에는 '생태교통 수원 2013' 5주년을 기념해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해 유유자적 책 세상을 거닐 수 있다. 공간 곳곳이 글자로 채워지고 사람이 거닐고 사색하는 곳으로 바뀐다. 평범한 시민들이 작가로 변신한 '한 권쯤 내책'도 볼만하다. 행궁광장에서 구 부국원까지 이어진 길에 들어서면 시도 만나고 공연도 즐기며, 근대역사를 재현한 공연도 접할 수 있다. 도서전 기간에 수원야행, 수원특별전, 출판인들의 강연과 포럼도 이어진다. 정말 다양성을 보장하는 도서전이다. 취향이 달라도 어느 한 곳에서는 나에게 딱 맞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원한국지역도서전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지역 도서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좋은 기회다. 다양한 독서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도서관의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 책으로 다양한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고, 지역출판을 살리는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에 많은 사람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온 나라 책들이 가득하고, 책으로 행복할 사람도 넘쳐났으면 좋겠다. 팔도 방방곡곡 지역의 문화를 만나러 9월 6일 행궁동으로 놀러오시라./김병익 수원시 도서관사업소장김병익 수원시 도서관사업소장

2018-08-29 김병익

[참성단]메달과 병역특례

2018 아시안게임 이우석과 김우진의 양궁 결승전. 2010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김우진. 현역 이등병인 이우석. 이우석이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을 할 수 있는 상황. 결과는 6-4로 김우진 승. 김우진은 미안한 감정에 태극기도 흔들지 못했다. 새드엔딩. 다음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 병역 면제의 구본길과 군 미필인 오상욱이 만났다. 14대 14. 초접전. 결과는 15대14 구본길 승. 그는 금메달을 따고도 후배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오상욱은 병역 특례를 받게 됐다. 해피엔딩. 스포츠 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치열한 승부 과정에서 일어나는 예상 못한 이변, 거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변이 자주 일어난다. 절대 강자의 패배와 무명들의 반란을 보는 것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하지만 양궁과 펜싱 사브르 경기는 보기 드문 명승부였지만 '병역특례'가 걸려 있어 '감동'이 아닌 '기막힌' 한 편의 드라마였다.남자 선수들의 경우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올림픽 금, 은, 동메달 수상 선수,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 선수는 '체육 요원'이란 이름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다. 큰 경기가 있을 때마다 늘 그랬지만, 이 병역 특례제도에 대해 이번 2018아시안게임에선 유독 말들이 많다. 축구 손흥민과 야구선수들로부터 시작된 '병역 특혜'는 이 제도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73년부터 시행됐다. 무려 45년 전이다. 그동안 세상도 변했고 선수들의 의식도 바뀌었다. 이제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드높일 목적으로 땀 흘려주는 선수는 없다. 국가도 아무런 대가 없이 그들에게 애국심만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인적 부와 명예를 쌓으려는 이기심을 발휘하다 보면 국가의 위상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큰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선수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따면 일정액의 포상금과 연금 혜택, 그리고 남자 선수에겐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이다. '병역특례' 제도에 대해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때가 왔다. 언제까지 양궁 펜싱 같은 경기를 가슴 졸이며 봐야 하는가. 선수도, 국민도 더는 못할 짓이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29 이영재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도사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백성을 부린다

요즈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어떤 정책이 좋은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얼까? 경제적 전문지식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 말고도 인문학적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는 문제이다. 고전에 도(道)라는 글자가 자주 나온다. 道란 길이다. 이 길은 사람들이 오가며 통행하는 길이다. 사람은 오갈 때 길을 통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길은 당위(當爲)의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반드시 행해야 할 그 무엇을 도(道)라고 한다. 길은 서로 연결되어 통해있기 마련이므로 길이 있다면 어디든 목적한 곳에 다다를 수 있다. 그래서 道는 고전에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뜻도 지니게 되었다. 목적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방법이 따르기 마련이다. 일도(佚道)에서 일(佚)이 목적이라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이 도(道)이니 일도(佚道)란 '편안하게 해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정도로 새길 수 있다. 사민(使民)은 말 그대로 백성을 사역하는 것이니 각종 부역과 세금을 의미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세금을 올려서 부세(賦稅)하는 것이 바로 사민(使民)이다. 세금을 자꾸 올리면 백성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런데 맹자는 편안하게 해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세금을 올리면(佚道使民) 비록 힘들어도 원망하지 않는다(雖勞不怨)고 하였다. 그러므로 정부의 정책은 그 목적과 방법이 일도(佚道)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백성들이 자신들이 힘들어도 수긍을 한다고 보는 것이 맹자의 견해이다. 어떤 정책을 낼 때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29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금까지 일부 기업 이미지는오로지 이윤추구 올인하는 모습과부작용으로 눈살 찌푸리게한 것뿐경영자는 '문제 심각성' 관심 갖고사회에 미치는 영향 책임감 가져야모든 조직은 그 조직의 설립목적(미션)과 그에 부합하는 비전과 핵심가치를 설정한다. 이를 가치체계라 부른다. 그리고 목적 달성을 위한 경영목표, 경영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고객과 사회로부터 평가받는다. 모든 조직은 각자 달성해야 할 목표와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이들 조직은 특정한 분야에서 특정의 결과를 창출해야 하는 사회의 기관이다. 이들이 이행해야 할 최대의 사회적 책임은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미션은 무엇인가. 개인에게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고 기업이나 조직에게는 존재이유(reason for being)이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수행하기 위해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이것은 기업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어떠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다. 기업이 처해있는 사회환경 속에서 기업이 사회 전체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이윤에 대한 관심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활동을 계획하고 수행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반드시 기업의 이윤추구와의 연관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이미지는 오로지 이윤추구에 올인하는 모습과 그로 인한 여러 부작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사실 뿐이다. 1%도 안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전횡을 저지르는 황제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오너의 영달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으로 안되는 일이 없다는 식의 정경유착으로 국민을 속이려다 들통이 나고, 그것을 숨기고 억지로 합리화하기 위한 추한 모습을 연출하는 한심한 모양이 전부이다. 대충 사건을 일단락시키기 위해 행하는 전형적 해법은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억지춘향식의 엉터리 해법을 내놓는다. 물론 그 약속조차 지켜진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들로부터 구매되고 사용된다. 소비자 없는 기업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늘 바보취급을 받는 것 같은 불쾌함을 떨칠 수가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그랬고, 요즘 우리를 속상하고 화나게 하는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불자동차' 사건이 그렇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 승용차가 달리다가 불이 나는 해괴한 사건 말이다.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형편없는 부품의 사용과 엉터리 제어 프로그램으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사과는커녕 운전미숙, 소비자 과실이라고 덮어씌우기 일쑤이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교수는 '옳은 일을 옳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옳지 않은 일을 옳다고 열심히 하는 것은 사회에 재앙이 된다. 크게는 인류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가 그렇고,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행하는 비열한 수단과 방법들이 그것이다. 미국처럼 가해자의 행위가 반사회적이고 악의적이며 고의적 불법행위라는 판단이면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더해 형벌적 요소로서의 엄청난 금액이 추가되어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법제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유도하여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고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기업들이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기업을 포함하여 모든 주요 조직의 경영자는 사회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 기업의 경영자들은 주도적 위치에 있고, 그들의 경영철학 또한 기업의 운명은 물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기업의 존재이유와 성과달성 능력을 위태롭게 하거나 손상시킬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조직 내외부의 압력이 있더라도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 기업은 자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경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경영자의 과업이며 사회영향에 대한 경영자의 임무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각자 사회에 특정의 공헌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은 사회 속에 있어야 하고, 지역 사회 속에 있어야 하며, 이웃이 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경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이세광 GPTW Institute Korea 경영연구소장이세광 GPTW Institute Korea 경영연구소장

2018-08-29 이세광

[기고]1910년 8월29일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일로부터 '통한의 35년14일'

1910년 8월 29일 경술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 날,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 날로 '경술국치' 국권피탈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국권침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일합방이라는 용어를 썼다. 1897년에 세워진 대한제국은 1905년 을사조약(을사늑약)이후 실질적 통치권을 유린당한 후 1910년 한일병합이라는 치욕스런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었다. 일본은 1907년 6월 1일 대한제국 국민들의 생활권을 통제하고 군대를 해산하기 위해 9월 3일 총포급 화학류 단속법을 공포하여 한민족에게는 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고 강압하며 한일병합의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다. 결국 1910년 8월 29일 치욕스러운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때까지 을사오적의 매국행위와 일본의 무력침탈은 더욱 공세를 높였다.인권과 언어, 나라까지 빼앗긴 선조들은 일제강점기 35년14일간 통한의 세월을 살아왔다. 일본은 1904년 11월 17일 대한제국 침탈의 신호탄으로 고종이 참석도 하지 않은 가운데 무력과 위협을 가하여 을사조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고종은 22일 미국정부에 을사조약의 무효를 알린다. 그러나 일본의 무력과 온갖 박해를 통하여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다. 이 또한 순종황제의 동의 없이 친일파들이 순종황제의 어새를 가져다 찍는 매국행위가 벌어졌으나 황제의 서명은 없었다. 일본은 매국노들과 황제의 서명도 없는 조약서를 가지고 한일병합이라는 통한의 세월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렇듯 일본은 무력과 강압에 의해 대한제국을 침탈하고 친일파를 앞세워 선조들의 인권과 생명 마저 유린하는 일제병합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지구상에 영원이란 없다고 하듯 선조들의 독립운동과 서양국가들의 도움으로 1945년 광복의 기쁨을 맞았다. 우리는 불법으로 체결된 을사조약과 한일병합조약은 모두 무효로 주장하며 통한의 세월을 일본의 강제강점기라 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36년으로 표현하는가? 치욕스러웠던 날들을 기억조차 하기 싫은데 기간을 왜 늘리는 건가. 일제강점기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날은 35년14일이다. 광복 이후 일본은 지금도 제국주의 망상을 떨치지 못하고 제2의 영토 침탈을 획책하고 있다. 대한의 영토 독도침탈을 위해 온갖 작태를 부리고 있다.미래세대 주역들은 깨어나야 한다. 일본을 아시아의 성장 동반국가로는 함께 할 수 있지만 영토침탈을 일삼는 일본에게는 영토 문제만큼은 적대적 관계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선조들이 지켜온 영토를 굳건히 지켜야 하며 더 이상 일본과 영토문제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14년째 방위 백서에 독도를 일본영토로 채택하고 중등사회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교육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단호한 조치로 일본의 영토침탈계략을 막아내고 옛 조선의 영토였던 대마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일본의 자극과 반성이 필요할 때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생각해 직접 나서지 못한다면 독도를 지키고 대마도를 되찾으려는 애국단체들에게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독도침탈 야욕이 멈출 때까지 정부와 국민들은 대마도 되찾기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길종성(영토지킴이독도사랑회 회장)길종성

2018-08-29 김재영

[노트북]경인아라뱃길 활용법 모색해야 할 때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포트미스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에 있는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 3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만 1천130TEU보다 7% 줄어든 것으로 2012년 개장 이후 상반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경인아라뱃길은 1992년 상습침수 지역인 굴포천 유역 홍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1995년 민간 주도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었다. 방수로 운하를 이용해 모래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3년 감사원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경인아라뱃길'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뀌고, 사업 방식도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한국수자원공사)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하지만 경인항의 물동량은 애초 계획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인항을 찾는 화물선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 컨테이너선은 중국 톈진을 매주 한 차례 오가는 선박 한 척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에서 벌크 화물을 처리하다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경인아라뱃길이 실패했다는 것에는 이견을 다는 이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경인항을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영종대교 통과가 불가능해 추가 항로 개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항도 벌크 화물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인항의 벌크 화물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인천시는 물론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앞으로 들어갈 경비는 최소화하고 그나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8-08-28 김주엽

[경인칼럼]첫 번째 펭귄 (the First Penguin)

'아우' 라고 부를수 있는 인천시 고위공직자그의 글은 십수년 지난 현안 문제들 다뤄일관되게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시선 보내그는 '앞장선 용감한 펭귄'… 책출간 기다려난 칭호(稱號)에 참 인색하다.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떤 이들은 한 번만 보고 나면 곧바로 "형님"하면서 부드럽고 촉촉하게 부르던데 만사가 유연하지 못한 이 사람에게는 도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래로 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금세 동생으로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내게는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그런 내게도 "아우님"하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가 있다.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꾼 유안진 시인의 글처럼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라 여긴다. 지내온 세월만큼 시간의 겹이 또 켜켜이 쌓이면 그때는 금란지교(金蘭之交)로 한층 더 단단해지리라 믿는 사이다.저녁 먹자고 연락이 왔다.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더니 그동안 여러 지면에 기고해왔던 글들을 묶어 출판하기로 했단다.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아직 공직생활이 한참 남았는데? 2년 뒤 총선에 출마하려나? 단박에 드는 생각들이었다. 그는 인천시 공무원이고,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위직이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들었고, 다른 일 도모하기에는 이르다. 그런데 출판이라니. 더욱이 나더러 그 책에 담을 글을 써달란다. 추천사 같은 성격의 글이다. 두 사람에게 부탁한다는 건데 한 분은 지역사회에서 누구나 알만한 문인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 일단 쓰겠노라 했다. 해소하지 못한 궁금증과 두툼한 원고 사본 한 뭉치만큼의 부담감을 함께 끌어안은 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다.고위공직자들이 퇴임을 앞두고 다른 일을 모색할 때 흔히 '잡문(雜文)의 묶음'을 내놓는다. 드물게 정치적 용도가 없다 하더라도 재임 때 '무용담' 따위를 늘어놓기 마련인데 대부분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들이다. 글 쓰느라 애쓴 점은 귀감이 되겠으나 시의적절하고 명심할만한 보감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글은 달랐다. 길게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안인 문제를 다룬다. 2003년에 쓴 '인천의 내항을 시민의 품으로'가 대표적인 예다. 2013년에 쓴 '복지의 영역으로 들어온 기후변화'는 이 절대폭염 속 에너지 빈곤층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4년 전에 쓴 '자녀 교복비, 기초급여에 포함해야'는 당장 인천시와 시교육청 간의 첨예한 현안이다. 지면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천에 대한 '복고풍'의 글이 아니라는 점도 신선했다. 그 또한 이웃이 정답고 어질었던 옛 인천에 대한 기억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의 글은 그러나 '단순히 기억된 대상을 복원하는 작업'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한순간의 흔들림도 없이 일관되게 인천의 현재와 미래에 시선을 보낸다.2014년에 쓴 '기억과 기록'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가지고 있던 궁금증도 자연스레 해소됐다. '기억하기란 단순히 기억된 대상을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기억하는 주체의 깨달음이 개입된 실천의 과정'이라고 한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을 상기하면서 그는 실천적 기억으로서의 기록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기억과 기록, 그리고 독서력이야말로 역사로부터 배우고 현재를 성찰하여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사회자본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시작된 글쓰기와 이번에 마음먹은 출판은 그가 실천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과 형태의 사회자본 축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출판은 아직 이른 게 아니라 오히려 늦은 것이고, 건방진 돌출행위가 아니라 권장해야 할 일이다. 국가경영에 참여했던 우리의 선조들이 무수히 많은 기록유산을 남긴 것처럼 그 DNA를 물려받은 이 땅의 공직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남극대륙 수백 마리 펭귄의 무리들이 한꺼번에 차가운 바닷물로 뛰어드는 장면은 장관이다. 하지만 모든 펭귄이 동시에 행동을 개시하는 건 아니다. 무리 중에서 유독 용감하게 앞장서서 뛰어드는 펭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 펭귄을 '첫 번째 펭귄(the First Penguin)'이라고 부른다. 그 펭귄도 두려웠을 것이다. 나는 아우님이 '첫 번째 펭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 출간을 기다린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8-28 이충환

[참성단]애국 통계

중국 지방 정부의 통계 조작은 유명하다. 지방 경제 성장이 곧 관료의 실적이고, 그것이 자신의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에 관료들은 통계 조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 지역경제가 국가 경제의 초석이라는 얄팍한 애국심도 작용했다. 중국 지방 정부의 '애국(愛國) 통계'란 말이 그래서 생겼다. 지방정부 통계가 조작됐으니 그걸 취합해 발표하는 중국 정부의 통계 발표는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2010년 발간한 '중국 경제 지표 이해하기'는 중국의 엉터리 통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다.'애국 통계'에 대해 글로벌 경제의 비난이 끊이질 않자 중국정부는 지방정부의 경제지표 조작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의 GDP를 지방정부 통계 담당이 집계하지 못하게 하고 국가통계국 지도하에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잘못된 통계 발표가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숫자에 권위를 부여하는 이들은 '통계는 과학'이라고 단정한다. 반대로 '통계는 교묘하고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우리의 일상이 숫자놀음에 좌우된다고 개탄한다. 통계에 대한 격언은 차고 넘친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는 "여성들이 약간의 화장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통계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미는 '마법'을 지녔다"고 비판했다.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통계에 대한 독설,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는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얘기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숫자를 이용한다." 통계를 두고 이렇게 말들이 많은 것은 통계가 진실을 밝히기도 하지만 때론 '거짓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황수경 통계청장이 취임 1년 만에 경질됐다. 야당이 "청와대가 통계를 마사지하려고 한다"며 발끈하자, 여당은 "바꿀 때가 됐으니 바꿨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시기가 안좋았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 통계청장을 경질했으니 앞으로 야당이 통계의 진실성을 의심하면 청와대는 뭐라 답할 것인가. 이제 통계 수치가 아무리 좋게 나온다 한들 국민들은 중국 지방정부의 '애국통계'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통계청은 한국은행과 마찬가지로 독립성과 신뢰가 생명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았어야 했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28 이영재

[자치단상]시흥에서 시작하는 대한민국 '제4의 물결'

4차산업혁명시대 산학협력 시너지'국가성패 좌우' 예견 선진국들 준비서울대 시흥캠에 연구원 입주 시작첨단기술과 인간의 가치 접목된배곧신도시 스마트시티 발전 첫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다. 분리와 구분보다는 연결과 협력이 화두가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바를 비교적 적확하게 알려주는 사례가 있다. 시흥시와 서울대가 그리고 있는 '시흥밸리'의 청사진이다.지난 13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연구센터에 연구원들이 입주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가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시흥시는 서울대와 협력해 배곧신도시를 스마트시티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축구장 90개 크기인 66만2천여㎡의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그 중심에 있다. 해당 캠퍼스는 대학원 중심의 연구단지다. 연구자들은 연구성과를 스마트시티 내에서 직접 적용 시험해 볼 수 있다. 이를 중심으로 산·학이 함께하는 '시흥밸리'를 만들고자 한다. 스마트시티 안에서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탄생도 마냥 꿈은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 세계기업과 도시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시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은 캐나다 토론토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알파벳의 도시혁신 사업부문인 사이드워크 랩스는 현재 토론토 도심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워터프론트 토론토'와 공동으로 토지 효율성을 높이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베이징 인근에 슝안신구 스마트시티를 지을 예정이다. 시진핑 특구로 불리는 이곳은 중국의 미래 스마트도시로 집중 육성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공룡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가 지난해 이곳에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3대 이동통신사는 이곳에 5G모바일 인터넷을 구축하고 있다. 슝안신구가 중국 5G 상용화의 첫 실험장이 될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칭화대, 베이징대, 베이징사범대, 인민대 등 중국 유수 대학들 역시 지난해 말 슝안신구 캠퍼스 건설을 잇따라 선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산학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각국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것을 선진국들은 이미 알고 준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 첫 시작을 시흥에서 열어나가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연구센터 입주를 시작으로, 시흥시 배곧신도시 20만 평에 서울대 4차 산업혁명 중심 연구기관들이 속속 들어오게 된다.지난해 국내 재계 서열 1~3위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은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자율주행 연구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시흥시, 그리고 기업들의 협력으로 첨단기술과 인간의 가치가 접목된 스마트시티 조성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지난 8월 8일 서울대 박찬욱 총장 직무대리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박 총장 직무대리는 시흥스마트캠퍼스 조성에 힘과 뜻을 모아줄 것을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 기공식에서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는 국가와 사회가 서울대에 준 책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의 성공은 단지 시흥시와 서울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위한 길이다. 4차 산업혁명 중심국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지난 8월 13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연구센터 연구원들의 첫 출근길에 나도 함께 했다. 가방을 멘 연구원들의 얼굴에서 긴장과 기대가 함께 읽혔다. 시흥에서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로 눈앞에 놓여 있었다./임병택 시흥시장임병택 시흥시장

2018-08-28 임병택

[수요광장]힘겨운 8월 '국가위기'와 '독립운동' 정신

한뜻으로 독립운동 기리는 것처럼 지금은 단단히 뭉칠 때다흠집 내고, 끌어내리고, 모함하는비판적 공격보다는 위기극복 위한 진정 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요즘 우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부침이 많아 보인다. 당장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애꿎게 새우등 터질까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무역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선행 전에는 제재해제가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양측의 날 선 기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크고 무거워 보인다. '종전선언 연내 달성'을 언급했던 터라 어떤 식으로든 남북미 문제를 풀어내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여서 중압감이 상당할 것 같다.이런 가운데 야권과 언론 등에서는 2분기 소득분배가 10년 만에 최악이라며 연일 비판공세다. '양극화 참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소득주도 성장 역주행에 정책 실패라며 맹공이 터지고 있다. 설상가상 역대급 무더위 기후까지 정부의 악재에 일조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넘쳐나는 이슈와 혹독한 폭염으로 얼룩진 8월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2주 전 광복절을 떠올리면 큰 위로가 되지만 광복절은 필자에게 항상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이다. 아마도 아버지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필자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돌아가셨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이별한 탓인지 애틋한 추억이 별로 없다. 아버지는 침상에 자주 누워계셨고 무척 엄하셨다. 또래 친구 아버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데다 누워 계시는 아버지가 부끄러워 친구들을 집에 데려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를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필자는 도무지 그런 마음이 생기지를 않았다. 또 왜 존경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안 분위기는 어둡고 무거워 가족끼리 웃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다가 8·15 해방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남은 평생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다 가셨다. 이런 아버지를 어린 딸이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오히려 또래 친구 아버지들과 달리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의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 덕분에 혼자서 책읽기를 즐기는 꽤나 어둡고 사색적인 소녀로 지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업적이나 그 가치를 이해하기보다는 아버지의 존재와 부재를 감추고 싶은 약점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여전히 아버지를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라고. 그래서인지 아버지 기일보다 광복절에 아버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애국지사 가족들도 필자처럼 가슴 먹먹한 사연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왠지 조금 위로가 된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나 한 듯 독립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하며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업적을 기린다. 그리고는 끝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달랐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보훈(報勳)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허한 말잔치로 끝맺는 그동안의 광복절과 달랐다. 작년 행사에서는 보훈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그 약속을 지킴으로써, 국민에게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대통령의 보훈에 대한 의지는 매체의 광복절 기념 방송 수준도 높여 주는 모양이다. KBS 광복절 특집으로 역사에 묻힌 독립 운동가들을 조명한 다큐는 깊은 울림을 줬다.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할 줄 아는 나라다운 나라의 국민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어린 시절 아픔을 조금은 치유 받는 것 같아 먹먹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나라 안팎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무거운 문제와 위기를 '공격 소재' 와 이슈 거리로만 여겨선 아니 될 일이다. 정치적으로는 각을 세우고 의견을 달리하면서 서로 헐뜯더라도,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국민은 똘똘 뭉쳐왔다.국가 위기에서 용감히 한마음으로 일어섰던 '독립운동'이 주는 교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다가온다. 한뜻으로 독립운동을 기리는 것처럼 지금은 단단히 뭉칠 때다. 흠집 내고, 끌어내리고, 모함하는 비판적인 공격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 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박사

2018-08-28 김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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