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삼일절 100주년과 고양의 항일운동

대한독립단 김선문·의열단 김익상 선생 등지역 출신 수많은 독립운동가 헌신에 감사그날의 정신 되살려 갈등·분열의 벽 허물고통일의 새 시대위해 지혜를 다시 모을 때다"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어느덧 2월의 끝자락, 매서운 추위와 따스한 봄기운이 교차하는 이맘때 즈음이면 자주 곱씹어보는 유명한 시 구절이 있다. 이 시는 우리 민족의 대표 항일시인인 이육사 선생의 작품으로, 망국의 한으로 나라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을망정, 봄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겨레의 얼이 서린 조국은 우리들의 민족혼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는 뜻을 품고 있다. 땅(국토)은 잠시나마 잃었을지라도 정신만 살아있으면 민족은 살아있는 것이며 언제고 기필코 불러일으킬, 빼앗길 수 없는 민족혼을 묘사하며 일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보여주는 걸작 중의 걸작이기도 하다.올해는 그 의미가 더 뜻깊게 다가온다. 바로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마치 100년 전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대한독립만세' 함성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다. 그날 독립을 위해 한마음으로 일제에 맞섰던 것처럼 우리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또다시 그 아픔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으로 3·1운동의 의미를 매해 잊지 않고 기념하고 있다.미래세대가 순국선열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대한민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3·1독립정신과 위국헌신의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빼앗긴 들판을 되찾고자 온 국민이 남녀노소·지휘고하·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한마음이 됐던 3·1 정신이야말로 국난극복과 민족발전의 근간이 된 우리의 소중한 정신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과거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민족대표 33인이 1919년 3월 1일 파고다 공원에서 우리나라가 자유 독립국가임을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1천500여 회가 넘는 만세 운동이 일어났고 국권이 회복될 때까지 항일운동은 끈질기게 이어졌다.내 고장 고양에도 김선문, 김익상 선생처럼 많은 항일 운동가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하셨다. 우선 김선문 선생은 3·1운동 후 1919년 5월경부터 비밀결사인 '대한독립군환영단'을 지원하며 독립의식을 고취하는데 힘썼다.특히 대한독립단 소속으로 서울서 군자금 모집, 항일문서 배포 등의 활동을 펼치고, 조선독립단에 합류해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항일활동을 전개하다 일제에 검거돼 옥고를 치렀다. 의열단 출신인 김익상 선생은 1921년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처단을 위해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투척하는 거사를 치렀고, 다음 해 상해에서 일본 전 육군대신 다나카 기이치에 폭탄과 권총으로 의거를 일으키는 등 우리 민족의 저항의지가 절대로 꺾일 수 없다는 것을 만방에 알렸다. 이외에도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위원으로 외교 홍보를 담당한 백남칠 선생, 상해에서 독립운동촉진회를 조직해 한국민족의 해방을 촉구하고 대동단결 운동을 전개한 오영선 선생, 대한인국민회 중앙총회에서 독립의연금 모집에 앞장선 김익주 선생 등 수많은 고양 출신 항일 운동가들이 조국독립에 헌신했다.일제의 총칼은 우리 민족을 갈라놓지 못했고, 꺼지지 않는 민족혼은 우리 민족을 더욱 단단하게 결집시켰다. 선열들께서는 뜨거운 애국정신과 헌신으로 전 세계에 평화와 인류공존의 정신을 전파하며 8·15 광복이라는 민족의 숙원을 이룩하고 후손들이 내 조국 내 땅에서 자유와 풍요를 누리게 했다. 곧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초석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시작하는 3·1절을 맞는다. 이제 우리는 그날의 정신을 되살려 이기주의로 인한 갈등과 분열의 벽을 허물고 이념과 세대, 지역을 뛰어넘는 더 큰 꿈을 함께 그린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며 민족화합과 통일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혜를 다시 모을 때다. 조국 광복을 위해 소중한 생명을 바치신 순국선열들과 독립 유공자 여러분의 희생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김달수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김달수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2019-02-24 김달수

[발언대]지식인의 아이콘, 빙심(氷心)

줏대 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을 우리는 '철새'라고 호칭한다. 작금의 우리나라를 보자.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변절을 밥 먹듯이 한다. 지식인의 상징 대학교수가 정치인으로, 시민단체 봉사자가 정치판으로, 정치인은 이 당, 저 당으로 자신의 호적을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 이들의 반복된 추한 행태는 과연 그들이 얼음과 같은 마음, 빙심(氷心)을 가지고 사는 위인들인가, 반문해 본다. 얼음의 속성을 살펴본다. 속이 깨끗하고, 단단하고, 훤히 다 비친다. 결백하고 허물없는 마음먹기가 얼음에 담겨 있다. 당나라 시인 왕창령의 시에서 자주 암송되는 구절이 있다. '낙양친우여상문(陽親友如相問)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 이는 '낙양의 친구들이 내 소식을 묻거든 전해주게 / 한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병에 들어 있다고'라고 풀이된다. 얼음이나, 옥으로 만든 병이나 투명하기는 똑같다. 따라서 한 점 부끄러움과 숨김이 없는 떳떳함이 이 구절의 핵심이다. 일찍이 정조가 고봉 기대승의 학덕을 기리며 '빙심설월(氷心雪月)'로 비유한 기록이 전해진다. 요컨대 '빙심'은 지조 높은 선비의 아이콘이다. 요즈음의 진정한 지식인의 표상인 것이다. 이 시대 지식인, 정치인, 지도자라 칭하는 사람들이 과연 이러한 부끄러움을 알고 살아가는지 냉철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들이 과연 세상의 의심을 사게 되는 일을 만났을 때, 이말 저말로 말을 바꾸어 가며 거짓으로 넘기는 경우는 없는지, 일제 강점기, 수많은 변절자처럼 갖은 구실과 핑계로 모면하는 행위는 빙심을 저버린 불순하고 부끄러운 일이요, 파렴치한 일이다.배워서 남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자신의 속을 수없이 뒤집어엎는 그런 행위를 경계하고 멀리할 일이다. 지식인은 절개를 지키는 대명사로 살아서 그 이름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학덕의 실천이요, 인격의 완성이라 믿는다. 빙심을 어찌 함부로 가벼이 할 것인가./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

2019-02-24 전재학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거자필반(去者必返)

누구든지 쓰라린 눈물로얼룩진 이별은 슬프다그러나 별리의 아픔 뒤에는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올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기에 고통을 참는다거자필반(去者必返)은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승에서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다음 생애에서 활짝 만개하기를 소망하는 것도 거자필반의 은유적 표현이다. 대체로 헤어짐을 영원한 이별로 등식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별리는 훗날 아름다운 재회의 기폭제가 되는 반전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김현철 외 13명이 함께 부른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작사/작곡·배훈) 노랫말은 뜨거운 운명적 재회의 거자필반 내용을 담고 있다. 인용한 곡목의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는 복수형 '우리'이다. 반면에 화자의 연인은 단수형 '그대'이다. 그 연인은 이승의 '우리' 곁을 오래전에 떠나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생존 시에는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대는 아는 가요/이 세상을 떠나간 뒤/그대 심은 나무가 이처럼 자랐음을/우리는 알고 있죠'. 머나먼 캄캄한 이별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연인의 유산인 '아름드리 한 그루' 나무의 결실에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의 노래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헌정한다. '이제 그대의 작은 나무/우리에게 큰 그늘을 드리고 있죠/이 노래 드릴께요'. 어느 날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님 '그대'가 눈이 부실 정도로 환생한다. 그리고 '우리' 옆으로 정겹게 돌아온다. '이제 다시 돌아온 그대'는 '우리'의 영롱한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 잡는다. 또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큰 그늘을' 드리운다.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이제 '우리'는 이 '세상이 외로워져도' '그대'를 다시 바라보는 꿈이 변하지 않는다고 세상을 향해 선포한다. 그리고 '그대'와 같이 호흡하며 '우리'는 환희의 눈물을 흘린다. 아울러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변치 않는 연인을 바라보는 꿈을 꾸면서 기쁨의 재회 순간을 만끽한다. 이은미가 부른 '이제야 돌아온 그대'(작사/작곡·김현철) 노랫말에서 거자필반의 예를 찾아보자. 곡목이 시사하듯 화자와 그 연인은 헤어진 채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왔다. 보통 연인의 경우 헤어진 후 재회할 때는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뜨기 마련이다. 곡명 '이제야 돌아온 그대' 가사에서 긴 세월이 흐른 뒤에 연인을 만나러 가는 화자도 '저만치 누군가가' 보인다며 반가워한다. 하지만 일반적 예상과 달리 의외로 차분하게 곧 평정심을 유지한다. 자신의 곁에 다시 돌아오는 연인을 보자 오히려 '그저 웃음질 뿐'이다. '지금 그저 웃음질 뿐이네/이제야 돌아온 그대를 외면할 수 없네'. 여기서 화자의 웃음은 희열의 감정 표현이 아니라 허탈한 듯 웃음 짓는 연민의 감정이 아닌가싶다. 사랑의 오랜 공백을 경험한 후 귀환한 연인을 바라보는 화자의 솔직한 현재 심정은 어떠할까. '내 마음을 내 사랑을 내 가슴을 내 세월을' 송두리째 가져간 연인에 대한 원망이 한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불평을 토해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느낌을 철저히 억누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말하자면 비통함이 화자의 내면에 응축되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야속한 감정으로 변해 여기저기 뒤엉켜 있다. 그래서 '억지로 눈물이 나오려 해도' 화자는 연인을 '외면'하지 못하고 그저 웃음 짓는 것이다. '이제야 돌아온 그대' 노랫말에서 표현된 다시 만남은 기쁨과 환호의 재회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의 재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색하고 겸연쩍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두 사람의 만남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 재회의 거자필반이라 하겠다.시인 만해 한용운은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갈파했다. 누구든지 쓰라린 눈물로 얼룩진 이별은 슬프다. 그러나 별리의 아픔 뒤에는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올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기에 오늘의 고통을 참는다. 어찌 보면 인생은 마치 돌고 도는 물레방아와 같다. 거자필반의 수레바퀴 안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2-24 고재경

[월요논단]민주주의 역사 부정도 범죄일 수 있다 - 여야 3당의 '5·18 특별법 개정안' 추진에 부쳐

5·18 혐오표현 법적규제 첫 단추종편·유튜브서 왜곡 발언 쏟아져선동·전파 제한 차원 큰 의미예술·학문·역사진행 보도 등은위법성 인정안해 표현의 자유 고려23일 서울 청계광장에 전국에서 5천명이 모여 '5·18 망언 3인 퇴출'을 외쳤다. 16일 광주 금남로 집회 이후 두 번째였던 이날 집회에서는 5·18 왜곡 처벌 특별법 제정 등이 촉구됐다.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 소속 의원이 5·18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처벌하는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의 첫 단추가 시작된 것이다. 혐오표현은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하여 차별·혐오하거나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혐오표현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크든 작든 해악을 끼친다. 그중 구체적인 행위를 촉발할 수 있는 증오선동을 사회적 해악이 가장 큰 혐오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 기준에서도 증오선동은 금지대상이다.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고려해서 직접적인 선동이나 반복적이고 노골적인 선동을 담고 있는 혐오표현만 처벌 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인터넷커뮤니티, 종합편성채널 등을 무대로 5·18 민주화운동 등을 왜곡·날조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2013년부터 혐오표현 규제와 형사처벌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일제의 만행과 헌정파괴범죄와 같은 반인류 범죄를 부인하고 민주화 운동을 왜곡·날조하거나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 처벌하자는 법안들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이 법안들은 반인류 범죄의 부정을 처벌하는 역사 부정죄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금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에 관해서는 호남지역에 대한 차별과 연결되고 관련된 사실이 이미 법률적이고 사회적으로 확정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94년 독일 정부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집회 연설을 규제하자 극우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 소원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무수한 목격담과 문서, 형사법정의 사실 인정, 역사학의 인식에 비추어 홀로코스트 부인은 허위 사실임이 증명됐다고 판시했다. 증명된 허위사실은 의견이 만들어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 이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22일 여야 3당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기존 발의된 법안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판단된다. 법안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문, 잡지, 방송, 그 밖에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의 이용 ▲전시물 또는 공연물의 전시·게시 또는 상영 ▲기타 공연히 진행한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발언 등을 처벌 대상으로 했다. 최근 종편과 유튜브 채널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에서 개정안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차별적 혐오발언의 선동과 전파를 제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차별적이고 적대적인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정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도 놓치지 않고 있다. 법안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날조 등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 등의 목적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내용이 형사처벌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독일의 사례나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한 적절한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실을 부정하는 선동적인 행위가 법적으로 규제돼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이 사라지길 기대한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2-24 이용성

[춘추칼럼]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사회 다양한 욕망의 집합체 '인싸'사회 변하지 않는한 개인 행복은 없다사소한 것부터 각자 스스로 수행해야그것이 곧 '지속가능한 공동체' 출발점얼마 전 20~30대 청년들에게 요즘 자신을 붙잡고 있는 단어를 물어본 적이 있다. 꿈, 미래, 생명 등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잔고'였다. 이 시대 청년들의 신산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제 청년들의 힘든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수많은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청년수당과 청년창업, 청년임대주택 등 정책적으로도 청년세대와 관련된 지원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청년들의 삶을 잘 모른다. 어쩌면 애써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그 세대를 지나왔고, 내 아이는 아직 그 세대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당사자'가 아닌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만다.2018년 가장 핫한 유행어 중에 '인싸'가 있다. '인사이더(insider)'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인싸템, 인싸음식, 인싸춤, 핵인싸 등의 용어들과 함께 특정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문체부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보자. 일상에서 문화행사 관람률은 81.5%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분야별 관람률에서는 영화관람이 75.8%로 압도적이다. 대중음악이나 미술전시, 연극, 뮤지컬 등은 20% 이하로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 역시 '인싸'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장르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 장르 내에서는 '인싸' 현상은 강화된다. 1천만 명이 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전국의 약 3천 개에 이르는 스크린에서도 상영기회를 확보하지 못하는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존재한다. 이것이 단순히 시장이나 자본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인싸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욕망의 집합체이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뒤처지지 않겠다는 경쟁의식, 조직이건 또래이건 일종의 내부자 심리 등 두려움과 욕망이 뒤범벅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것은 '국민'과 외국인 혹은 난민 등을 구분한다거나 장애인과 성소수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집단과 계급의 구별에 따른 욕망을 담을 수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 '인싸'를 선언하거나 혹은 '인싸'가 되고 싶은 것은 같은 맥락이다. 일터에서 수많은 갑질에도 저항할 수 없고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인싸'는 설령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심리적 안정제 역할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방향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개인의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혹은 공동체의 변화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아무 상관 없는 별개처럼 보이거나 아니면 어느 하나를 추구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하거나 버려야 할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정말 그런 걸까? 사실 그 두 가지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개인이 행복하지 않은데 공동체가 건강할 수 없으며, 사회가 바뀌지 않는데 개인이 행복할 수는 없다. 동시대 빈곤과 불평등 문화에 대해 평생을 연구한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77)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우리는 가능한 한 모두와 함께하고자 둘러봐야 합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옆에 사는 사람들, 일하는 건물에 오가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는 거예요. 어떻게 지내냐고 묻고, 듣고, 영향을 주고받는 겁니다."(<경향신문>, 2019.1.31.)세계적인 석학은 대단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누구나 알고 있고,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어느 시기 어떤 곳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언가를 비판하고 단죄하고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가 발 딛고 있는 삶터와 일터에서, 즉 자신의 일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다. 혼자만이 아니라 나의 언어와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 누구나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자신의 손과 입으로 수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일이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공동체와 사회를 위한 출발점이다. 모든 위대한 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하자./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9-02-21 권경우

[오늘의 창]"민심, 다시 듣고 오시라"

"국민의 촛불이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서한 내용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 모두에게 따끔하게 경고했다. 문 의장은 서한에서 "(국회가) 정치를 말할 자격을 스스로 잃고 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시급한 민생법안이 쌓여가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면서 "국민의 삶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고 질타했다. 문 의장의 발언에 공감한다. 지금 국회 현실이 그렇다. 무엇보다 '민심'이 보이지 않는다.이달 초 여야는 설 명절 동안 '밥상머리' 민심을 확인했다며 앞다퉈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제는 다시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아니, 경제는 실종됐다. 여야가 다투는 정치 현안 어디에서도 민생 경제는 찾아볼 수 없다. 여야 간 '대치'와 '갈등', '난타전', '공방'만 있다. 1월 임시국회가 그렇게 빈손으로 지나갔고, 2월 임시국회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국회가 민생 경제에 등을 돌린 사이 국회 밖 서민들의 한숨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개인 화물로 생계를 잇는 한 가장은 예년과 달리 차를 몰고 나가도 마땅한 일감을 찾지 못해 수익이 반으로 줄었다고 하소연이다. 미용용품 영업사원은 미용실에 제품을 공급해도 수금이 어려워 은행 빚만 늘고 있다고 고충을 전한다. 호프 집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는 손님이 줄어 늘 월세 걱정에 시름이 깊다. 이들 입에선 당연히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공통된 발언에는 '국회'가 포함된다. TV 뉴스에서 국회 꼴은 보기도 싫단다. 내가 뽑은 국회의원이 싸움의 선봉에 선 모습을 볼 때면 복장이 터진단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아니, 듣고도 모른 척하거나 아예 듣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께 다시 간곡히 요청드린다. "민심, 다시 듣고 오시라."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2019-02-21 김연태

[기고]버스기사 음주운전 근절방안 마련 시급하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두 달째를 맞고 있지만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 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9천517건이었고, 사업용 차량의 음주사고건수는 1천183건(6%)이었으며, 사업용 차량의 음주운전 사망자 비율도 42명(10%)으로 나타났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내버스나 전세버스 운전자의 음주운전의 위험성도 심각한 상황인 만큼 사업용 운전자의 운행 전 음주운전 관리가 시급하다.버스 운전자의 과거 음주운전 사건을 살펴보면, 지난해 2월 서울 마을버스 A(55)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79%의 만취상태로 약 12㎞를 운행하다가 주차 차량을 들이받고 승객의 신고로 적발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제주 시내버스 기사 B(54)가는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약 24㎞ 이상 운행하다 술 냄새를 맡은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렇듯 버스기사의 음주운전이 적발되고 있지만,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버스전용차로를 막고 음주단속을 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경영이 부실한 버스회사일수록 운행 전 기사의 음주측정 결과에 따라 배차계획을 수정해서 예비 기사를 급하게 투입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선뜻 실행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일부 몰지각한 버스기사는 음주단속이 시행되더라도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숙취가 있더라도 배차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란 그릇된 판단마저 한다. 결국 위험은 승객이 떠안게 되어 '버스포비아(공포증)'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통과학연구원 발표자료(글로벌 신기술 동향분석 뉴스레터, 2016.11)를 보면 선진국에서는 차량에 음주측정기를 설치하여 음주 시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음주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2011년 유럽의회는 EU에 신규 사업용 여객 및 화물차량과 1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운전자의 모든 차량에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이행계획을 마련토록 요청하였다. 프랑스는 2015년 9월부터 모든 버스에 대해 음주시동잠금장치 장착을 의무화하였고 미국 메릴랜드주는 2016년 10월부터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음주 적발 횟수와 관계없이 시동잠금장치를 의무 장착하도록 했다.우리나라도 음주시동잠금장치 제도도입이 18대와 19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이 계류 중이다. 다행히 올해 2월 15일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일부 개정되어 운송사업자에 대한 음주운전확인의무 및 처벌규정이 신설되었다. 개정안의 취지는 운수종사자를 관리하는 운송사업자가 운수종사자를 관리하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지만 정작 운수종사자와 개인사업자, 그리고 화물차 운전자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은 걱정이다. 사업용 차량의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운수종사자와 화물차 운전자도 운행 전 음주측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보완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둘째 운수업체는 철저한 배차 및 운행관리는 물론 기사의 음주측정을 녹화·보관하는 등 관련 장비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지자체 및 유관기관에서도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셋째 교통수단안전점검이나 대중교통시책평가, 대중교통운영자에 대한 경영 및 서비스평가 등 법정사업을 시행하는 기관에서는 운수업체의 음주측정기 보유율 지표를 신설하고, 음주운전 사고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유관기관은 운행 전 음주측정 문화를 조기에 정착해 사업용 음주운전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박사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박사

2019-02-21 이진수

[풍경이 있는 에세이]남의 집에 놀러가볼까요

취향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낯선 이들에 자신공간 보여 주는'남의 집 프로젝트' 해외 확산 붐친구네 놀러가던 '설렘' 느껴지며어느새 '아는 집'되는 마법될 수도'여기 어디쯤인 것 같은데…' 낯선 골목길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와 마주쳤다. 누구랄 것도 없이 "혹시 남의 집 오신 건가요?" 묻다 보니 다행히 같은 집을 찾고 있는 게 맞다. 벨을 누르자 주인장이 문을 열어주며 우리 둘을 반긴다. 이날 내가 찾아간 곳은 말 그대로 남의 집에 놀러 가서 낯선 이들과 취향을 나누는 자리인 '남의 집 프로젝트'가 열리는 서울의 모처. 2년여간 프라하에 살면서 프라하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집주인이 주최하는 '남의 집 프라하' 자리였다. 보내준 주소 한 줄만 가지고 낯선 동네, 모르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는 경험도 참 오랜만이다. 토요일 오후 동네 주민 느낌의 편한 복장으로 오라는 팁처럼, 편한 차림으로 모인 5명은 인사를 나누고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집주인 부부의 솜씨로 깔끔하게 단장된 한옥 곳곳에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 집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소품들이 놓여 있고, 기분 좋은 향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놓고, 프라하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책들을 앞에 두고 시작된 이야기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쉼 없이 이어졌다. 집주인과 손님 중 한 사람이 서로 비슷한 시기에 프라하에 살고 있었다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같은 사람을 알고 지냈다는 사실까지 발견하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프란츠 카프카의 관계,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과 하루키의 단편소설 '사랑하는 잠자'의 연결고리, '1Q84' 첫 장에 등장하는 체코 이야기까지… 프라하의 매력에 빠져 회사도 그만두고 프라하에서 가이드로 일했던 집주인이 아니었다면 프라하에 갔더라도 미처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손님들도 개성 넘치긴 마찬가지였다. 한 분은 우연히 가게 된 프라하의 매력에 빠져 책을 집필했고 곧 또 하나의 책을 쓰기 위해 포르투갈로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온 컵을 알아보고 자기도 갖고 있다고 하시는 분, 1985년 이탈리아 아말피 여행의 추억을 들려주신 분도 있었다. 사실 프라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자리였다. 2만 원이라는 참가비를 내고 꽤 먼 곳까지 가야 했고, 프라하 맛집을 소개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두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난 자리에서 돌아오면서 그날 모임에서 만난 분이 쓴 프라하 여행책을 주문했다. 프라하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이미 다녀온 기분이었고, 이날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면서 집주인으로서 취향을 나누는 '남의 집 프로젝트'는 자신의 거실에 손님을 초청해 취향이 담긴 소품을 함께 보거나 책을 읽으며 공통된 주제로 대화하는 서비스다. 집 거실을 매개체로 취향을 공유하는 일시적 취향 공동체로 집주인은 적정한 참가자 인원을 한정하고, 마음에 드는 참가자만 골라 초대할 수 있다. 슬램덩크 덕후, 보이차, 각국의 마그넷, 양말 수집가, 고수를 즐겨먹는 사람들 등 주제도 다양하다. 2017년 1월부터 시작한 남의 집 프로젝트를 통해 집을 공개한 집주인은 100여 명, 남의 집에 방문한 손님도 65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면식도 없는 남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려는 집주인이,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면서까지 남의 집에 방문하는 손님이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의 집이 어떤지 궁금해하면서' 참여하고 있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개인들이 '반짝' 모였다가 흩어지는, 부담 없는 모임 플랫폼인 셈이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고 싶다면 '남의 집 모임'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집주인의 공간을 음미하며 책을 읽는 '남의 집 서재'를 선택하면 된다. 왔던 사람이 또 다른 집에 놀러 가고, 손님으로 왔던 사람이 집주인이 되기도 하면서 베트남, 싱가포르, 상하이 등 해외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해외 주재원의 집을 방문할 수도 있고, 전 세계 동화책을 수집하는 집 주인과 동화를 읽을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의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오픈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니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친구네 놀러 가던 설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당신이라면, 봄이 오기 전에 남의 집에 놀러 가보면 어떨까?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아도 여행을 떠난 기분을 느낄 수 있을뿐더러, '남의 집'이 '아는 집'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니까./정지은 문화평론가정지은 문화평론가

2019-02-21 정지은

[참성단]육체노동 가동연한

'가동연한(稼動年限)'은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사고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된다. 통상 해당 직종의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정년이 없으면 동종업계 종사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동연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판례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와 법무사, 승려가 70세로 가동연한이 가장 길다. 의사와 한의사, 화가, 목사 등은 65세, 육체 노동자 등 대부분 업종은 60세를 정년으로 한다. 일반 술집 마담, 나이트클럽 웨이터, 잠수부 등은 50세, 프로야구 선수와 에어로빅 강사, 룸살롱 마담은 40세, 다방 여종업원과 골프장 캐디는 35세를 정년으로 본다.대법원이 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9년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 지 30년 만에 다시 한 번 대법원 판례가 바뀐 것이다. 대법원은 "1989년 전원합의 판결 이후 가동연한이 만 60세로 됐지만, 그동안 평균 수명이 늘었고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졌다"며 "제반 사정이 현저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65세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평균수명이 늘고 노인 취업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직업의 가동연한을 늘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판결이다. 이번 가동연한 연장으로 우리 사회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손해배상액 산정은 물론 보험, 연금과 법정 정년 등을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현행 정년 '만 60세 이상', 노인 '만 65세 이상'이라는 기준 변경 등 기존에 지속해서 제기돼 온 이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문제도 있다. 가동연한 상향으로 정년이 65세로, 노인기준이 70세로 늘어날 경우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간 누렸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물론 연금 수령 시기도 늦춰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이 빈곤층이란 점이 큰 골칫거리다.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이지만 그것도 건강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픈데 일해야만 하는 삶이 행복할 수는 없다. 평생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슬퍼진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2-21 이영재

[데스크 칼럼]중국 베이징에서 꿈꾼 인천시립미술관

춘절 연휴 중국미술관 찾은 수많은 관람객놀이터·사랑방처럼 일상서 소비할 줄 알아인천, 자체적으로 지은 변변한 곳 하나 없어백범 강조한 '문화의 힘' 거저 얻을 수 없다중국을 이렇게나 부러워한 적은 없었다. 인구는 넘쳐나고, 공기는 탁하다. 음식도 느끼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향내도 도무지 감당하기가 어렵다. 문화적 수준도 우리가 부러워할 만하지는 않다고 느껴왔다. 그냥 나라가 커서 대국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우리의 사소한 생활용품까지 모두 장악한 지 오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제라면 괜스레 수준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한국에 사는 것을 은근히 우쭐해하고는 했다. 중국인들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춘절 연휴가 막 시작되던 지난 1월 30일 베이징 시간 낮 12시, '중국미술관'에 들르기 전까지는 여러 분야에서 정말로 중국을 얕봤던 게 사실이다. 중국미술관에서 그 알량한 문화적 자존심이 이렇게나 한순간에 땅에 떨어질 줄 몰랐다. 20여 개나 되는 전시장에 끝없이 펼쳐진 엄청난 수의 작품이나 그 규모가 큰 대작을 보아서가 아니다. 미술관을 놀이터 삼듯, 사랑방처럼 여기는 그 수많은 관람객 앞에서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이 어린 손녀를 데리고 온 가족도 있었고, 친구끼리, 연인끼리, 부모 자식 간에 온 경우도 있었다. 대개가 휴대폰 카메라로 흥미로운 작품들을 찍어댔다. 아예 돋보기를 가져온 할아버지도 있었다. 우리로 치면 시장에서 물건을 싸주는 비닐봉지를 들고 온 나이 든 어른도 있었다. 신발이며 아래 위로 입은 옷이며, 행색이 영락없는 노숙자 차림이었다. 어떤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 딸 이렇게 셋이서는 김밥을 싸 와서 계단에 걸터앉아 먹고 있었다. 가족 소풍을 미술관으로 온 거였다. 아무리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베이징 시민들이 그림에 관심이 있나 싶었다. 다들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태도는 진지했다. 중국 건국 70년을 기념해 올 1월 22일부터 2월 24일까지 1개월간, 194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산하 풍경 작품을 전시한다고 했다.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키 작은 한 소녀는 작품 옆에다 붙인 작가 소개 표지에 가까이 다가가 까치발을 한 뒤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작품을 누가 그린 건지 꼭 알아야겠다는 진한 호기심을 대번에 읽을 수가 있었다. 가장 압권은 아이들이 그림 도구를 갖고 와서 작품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였다. 어떤 아이는 전시장 의자에 앉아서 제 나름의 그림을 그렸고, 어떤 아이는 작품 앞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그림을 그렸다. 걸려 있는 작품을 모방하려는 시도인 듯한데, 그 아이가 그리고 있는 스케치북과 전시된 작품을 비교해 보니 전혀 같은 그림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아이는 흡족한 모양이었다. 중국미술관에 들러서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그림을 보는 사람들만 잔뜩 구경하고 말았다.중국의 베이징 시민들은 고급 문화를 일상 속에서 소비하고 즐기고 있었다. 우리 인천은 어떤가. 기업체(OCI, 옛 동양제철화학)로부터 기증받은 송암미술관 이외에 자체적으로 지은 변변한 시립미술관 하나 없다. 인천시는 지금 박물관과 미술관을 한꺼번에 짓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옳게 가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 망명 임시정부를 끝까지 지켜낸 백범 김구는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그 문화의 힘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인천시민 누구나가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게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좋은 미술작품은 그 자체로 창의력의 결정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과 우리의 국가적 창의력 차이가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 두려웠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

2019-02-20 정진오

[노트북]이 또한 다 지나가길 바라는 것인가

영화 '내부자들'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 권력집단의 얼룩진 민낯을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 속에서 잠시간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위 나쁜 놈들과 한 배를 탄 내부자가 돼야만 그들의 진짜 모습을 고발할 수 있다는 영화 전반의 메시지는 씁쓸함을 남긴다. 만약 내부 고발이 없다면, 내부 고발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면 그들만의 철옹성은 여전히 공고할 테니 말이다.산본새마을금고에 관한 보도는 내부 고발에서 비롯됐다. 7년 전 일이지만,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한 금고 이사의 결단이 시발점이 됐다.하지만 그의 용기 있는 선택은 곧 외로운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는 이사임에도 과거 회의록을 열람할 수 없었고, 적법하게 받을 수 있는 자료마저도 모조리 제출을 거부당했다. 이사회 내부적으로 '눈엣가시' 취급을 받았고, 새마을금고라는 조직 차원에서도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존재로 인식됐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적당히 넘어가자는 주변의 회유도 많았다.취재 과정에서 "이사회 이사들 중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와 같은 결단을 내렸다면, 이 사건의 진실은 진작에 만천하에 드러났을 것"이라는 그의 외침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내부 고발은 정의가 아닌 조직에 누를 끼치는 행위에 불과했다.취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회의 내용을 유일하게 입증할 수 있는 당시 회의록은 조작 흔적이 발견됐고, 문제가 된 간부직원의 징계와 복직 과정은 의문투성이다. 금고 차원의 내부 감사 역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해당 간부직원은 반성은커녕 한술 더 떠 이젠 이사회의 수장이 되겠다며 선거에 뛰어들었다.그럼에도 금고 측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미 다 지난 일'이라는 것이 과연 올바른 답변일까. 이 또한 다 지나가길 바라는 것인가.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2019-02-20 황성규

[경제전망대]훌륭한 리더십, 튼튼한 경제

모든 조직에서 '최고의 경쟁력'한 시대를 행복하게 만들거나우울하고 비참하게 만들기도어려운 경제·정치현실 타개 절실리더 만들고 지켜주는 사회 돼야리더십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이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덜 이해된 현상이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선천성이냐 후천성이냐를 놓고 해묵은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왕정시대에는 제왕들의 리더십, 근현대 국가에서는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 전장에서는 장군의 리더십, 기업과 조직에서는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의 리더십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모든 상황에 적합한 유일최선의 리더십 유형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리더십은 사람들이 스스로 따르게 만드는 기술이다. 리더십이란 주어진 상황에서 목표달성을 위한 개인 또는 집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한 능력, 조직의 행동을 방향 짓고 생기를 불어넣으며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매니지먼트가 그러하듯이 아직은 하나의 과학이기보다는 기법(art)적인 측면이 강하다. 누구나가 어느 조직에서는 리더이고, 어느 조직에서는 부하이기도 하며, 특정 조직 내에서도 어느 수준을 기준으로 하는가에 따라 리더가 되기도 하고, 부하가 되기도 한다. 군대는 물론이고 모든 조직에서의 최고의 경쟁력은 리더십이다. 기술과 자본을 다루는 사람을 관리하여 조직의 높은 성과를 창출해 내고 사람들에게 일을 통한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야말로 가장 귀하고 훌륭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아무나 되어서는 안된다. 20세기에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모택동보다 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는 없었다는 것을 역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인류에게 고통과 아픔을 안겨주는 엄청난 죄를 저질렀으며 따라서 그들은 '틀린' 엉터리 지도자들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애민정신으로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민족문화를 이룩한 세종대왕, 조국에 충정으로 헌신한 성웅 이순신, 노예해방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링컨, 세계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같은 위대한 리더들은 '옳았음'이 역사적으로 판명되었다는 사실이다. 훌륭한 리더는 한 시대를 행복하게 했고, 잘못된 리더는 우리를 우울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튼튼한 경제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들을 양성하고 그들이 역동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 행복하고 번영된 우리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훌륭한 리더 만들기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당장 우리의 이 어려운 경제 현실과 좀처럼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정치현실을 타개할만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드러커 교수는 "리더십의 본질은 일, 책임감 그리고 신뢰이다"라고 했다. 첫 번째로 효과적인 리더십의 기초는 조직의 사명(mission)을 깊이 인식하고, 규정하고, 그것을 명확하고 뚜렷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드러커는 "올바른 지도자와 틀린 지도자를 구별하는 기준은 그들이 세운 목표에 달려있다. 그리고 몇 가지 기본적인 기준들을 엄수하는가. 또는 그 기준들을 그 자신에게도 제대로 적용하는가 하는 것이 그가 진정한 추종자를 거느린 리더인가, 아니면 단지 위선적인 기회주의자들만 데리고 있는 리더인가를 결정한다"라고 했다. 두 번째로 리더십을 계급과 특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책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엉터리 지도자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지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이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동료나 부하직원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잘못된 리더는 동료나 부하직원들의 능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유능한 리더들을 즉시 제거해 버린다. 훌륭한 리더들은 유능한 동료나 부하들과 함께 일하기를 좋아한다. 세 번째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신뢰라는 것은 리더의 '언행일치'에 대한 확신이다. 진실성(integrity)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훌륭한 리더십은 아주 오래된 지혜이며 영리함보다는 일관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런 리더의 조건을 갖춘 훌륭한 리더가 조직이나 나라의 경제를 튼튼히 한다는 믿음으로 모든 일에 책임과 신뢰로 준비된 리더를 만들고 지켜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2019-02-20 이세광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부지불온: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

인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고 소원하는데 무언가를 욕구하는 것이다. 서양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이 욕구하는 내용을 다섯 가지로 보았다. 그는 인간이 욕구하는 것을 평면적으로 보지 않고 수준별로 상하의 계층이 있다고 보았다. 동시에 하층의 욕구들이 상층의 욕구들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으로 보았다. 총 5층의 구조로 보았는데 맨 아래의 1층이 먹고 싸고 자는 등의 생리적 욕구라는 것이다. 2층은 죽음이나 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안전의 욕구이다. 3층은 사람들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이다. 4층은 타인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존중의 욕구이다. 5층은 내재되어있는 능력을 구현해내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그 후 클레이튼 앨더퍼라는 학자는 이 이론이 근거하여 존재욕구와 관계욕구와 성장욕구 3단계로 축소하여 포괄하였다.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다섯 가지로 보면 4층에 해당하고 세 가지로 보면 관계의 욕구에 해당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타인과의 관계를 떠나 자신의 존재를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누구든 사회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욕구를 품는 것은 자유지만 그것의 실현 여부는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욕구를 품는 자체보다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심리적 자세도 중요한 것이다. 논어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부분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는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타인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닌가! 이 대목에서 읽을 수 있는 공자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계의 욕구이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성취되었을 때 관계의 욕구가 이루어지면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성낼 것까지는 없지 않겠는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20 철산 최정준

[참성단]짝퉁 명사수

미국 서부개척시대, 텍사스의 한 마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총잡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벽과 마주하고 섰다. 이어 총을 꺼내더니 벽을 향해 마구 총을 쏴댄다. 이내 벽은 온통 탄환 자국 투성이이다. 수백 발의 탄환을 소진하고 나서 총잡이는 벽을 살펴본다. 자신의 사격 실력이 형편없음을 느꼈는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총잡이는 곧바로 창고에서 페인트와 붓을 가져오더니 탄환 자국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에 과녁을 그린다. 그제서야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잠시 후 동료 총잡이들이 나타나 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명사수네!"통계학과 심리학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인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를 약간 각색해 보았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허위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무수히 많은 차이점을 무시하고 몇몇 우연의 일치에 주목하는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도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다.대한민국에도 지만원이라는 희대의 명사수가 나타났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숭고한 벽에 흠집을 내기 위해 총을 난사했다. 그런데 별 소득이 없었다. 기껏 찾아낸 게 '광수'라는 탄착군이다. 그는 탄착군 안에 있는 탄환 자국마다 '광수1호', '광수2호'식으로 번호를 매겼다. 600호까지 일련번호를 매긴 후에는 붉은색으로 과녁을 그렸다. 과녁에 '광주에 온 북한특수군'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니 그럴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확인해보니 제대로 된 탄환 자국이 아니다. 단지 비슷하게 생겼을 뿐이다. '총알자국이 아니라 핏물, 눈물자국'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급기야 허위 과녁임을 알리기 위한 토론회까지 열린단다. 결국 사격 실력을 인정받아 서부 활극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짝퉁 명사수'는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 그의 허접한 사격 실력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하는지는 모르지만 3명의 든든한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활동무대가 국회이니 보통 동료가 아니다. 그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며 진한 동료애(?)를 과시중이다. 지만원씨의 우상이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자기 신념과 소신에 따라 사는 영원한 자유인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렇게 총을 쏴대는 걸까? 실탄인지, BB탄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임성훈 논설위원

2019-02-20 임성훈

[수요광장]행복 체험으로서의 예술에 빠진다는 것

현실로부터 탈주하는 상상 결과물도장 이용해 창조한 '스탬프 아트'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취미·놀이건조한 삶에 에너지 순간적 부여봄이 오면 '예술 세계' 발견해가자모든 예술은 현실 질서의 억압으로부터 순간적인 탈주를 꿈꾸는 상상적 운동의 결과이다. 물론 예술은 그러한 원심력에 일종의 관습적 형태를 부여하여 매우 구체적인 매혹의 대상이 되게끔 한다. 소리, 색채, 물질 등에 형식을 개입시키면 음악이 되고, 회화가 되고, 건축이 되고, 또 여러 예술 양식으로 번져갈 것이 아니겠는가. 프랑스 비평가인 장 벨망 노엘은 '정신분석과 문학'에서, "꿈, 놀이, 예술의 환영은 억압된 욕망의 변형된 성취이며, 현실 법칙에 길들여진 이들은 두 가지를 잃어버리는데, 그것이 유머와 예술"이라고 하였다. 역시 프랑스 비평가인 조르주 풀레도 '비평과 의식'에서 "놀이와 취향은 가장 매혹적인 자극인 동시에 가장 마르지 않는 몽상의 원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예술은 '꿈(몽상)', '놀이', '취향'과 겹쳐지면서 우리로 하여금 깊이 빠져들게끔 하는 매혹을 두루 지니고 있다. 그야말로 falling in art의 순간이다.최근 이러한 행복 체험으로서의 예술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여기서 소개하는 '스탬프 아트'는 말 그대로 도장을 이용해 창조해낸 예술 세계를 뜻하는데, 윤정현이 쓴 '스탬프 아트에 빠지다'는 파격적인 친절함과 구체성으로 이 생소한 예술을 살갑게 만나게 해준다. 책에 들인 시간과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책은 스탬프 아트에 관한 저자 자신의 실물 경험을 다양한 시각적 서비스로 알려주는데, 저자는 이 복합적 현대예술에 빠져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행복감을 우리에게 낱낱이 전해준다. 예술이 처절한 고통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일반론과 역주행하면서, 그녀는 예술이 행복 체험의 소산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윤정현은 학창 시절 밤샘 공부는 하지 않았어도 미술 숙제할 때만큼은 아침 해 뜨는 것을 볼 정도로 심취했다는데, 그만큼 그녀는 예술과 오랜 연애를 한 셈이다. 이 책은 스탬프 아트가 스탬프와 잉크패드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세계로서, 시작만 하면 배우고 활용하고 장식해가는 확장성이 무궁하게 열린다는 것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여기서 예술은 더없이 행복한 취미이자 놀이가 된다. 이러한 경험적 확장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모양의 스탬프를 이용해 스토리북, 팝업북, 카드, 액세서리 등 세상에 유일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스탬프 아트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falling in stamp art다.그런가 하면 우리가 가장 오래된 예술 양식의 하나로 거론하는 서정시 역시 깊은 행복 체험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공자는 일찍이 아는 자보다는 좋아하는 자가, 좋아하는 자보다는 즐기는 자가 윗길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그처럼 모든 예술은 '즐거워함'에 최종적인 목표가 있고, 우리가 읽는 서정시 역시 조곤조곤 그러한 행복의 순간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나태주 선생의 유명한 작품 '멀리서 빈다'에서는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된다//가을이다/부디 아프지 마라"는 전언을 들려주는데, '나'와 '너'가 서로 모르는 곳에서 이루어내는 상호의존적 행복 체험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더없이 중요함을 암시적으로 알려준다. 우리는 이렇게 서정시에 빠지고, 한 편의 서정시는 마음의 '스탬프 아트'가 된다. falling in a poem이다.이처럼 우리가 예술에 빠진다는 것은, 나날이 가지는 건조한 삶의 사이클에 인지적, 정서적 충격을 가함으로써 자신을 새롭고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부여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니 예술은 이성적 영역을 넓히는 학문과는 달리, 체험의 부피를 키워가면서 상상적인 소망 충족을 해가는 행복 체험의 한 방식인 셈이다. 일찍이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발견하는 세계라 갈파하였다. 봄이 오면, 우리도, 행복 체험으로서의 예술 세계를 발견해가자./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02-19 유성호

[참성단]이재명의 눈물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고자 합니다.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15대에 이어 16대 대선에서 패한 새누리당 이회창 전 총재는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주변은 숙연했다. 이때 누군가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선거 때 좀 울지. 그러면 당선됐을지도 모르는데…."정치인은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종종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에 상대방은 마음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상황 반전을 시키는 데 있어 눈물만한 것도 없다. 하긴 정치뿐일까. 우리의 인생사가 모두 그렇다. 그래서 눈물을 '입이 말할 수 없는, 마음으로 드러내지도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한다.눈물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으로는 단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아무리 감명 깊은 연설이라 해도 한 방울의 눈물만 못하다'는 것을 실제 증명했다. 2002년 대선 때 존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눈물 흘리는 그의 모습을 담은 광고가 TV 전파를 타자 국민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노무현의 눈물에서 그저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이는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고,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다.잘 못 흘린 정치인의 눈물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2014년 5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수락연설에서 폭풍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미개하다"고 언급해 사태가 악화하자 이를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아들의 병역 공개검증을 앞두고 "비정한 아버지가 됐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악어의 눈물'로 받아들였다. 정치인의 눈물이 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정치인은 스스로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눈물을 흘렸다. 그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와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질문을 자청해 심경을 토로하면서다. "아무리 정치이고, 잔인한 판이라고 해도 죽은 형님과 살아 있는 동생을 한 우리에 집어넣고 이전투구를 시킨 다음에 구경하고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 지사의 표정은 처연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현장의 소리도 들린다. 이 지사에게 이 눈물이 반전의 계기가 돼 도정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2-19 이영재

[기고]유보통합이 절실한 이유

주무부처 다른 유치원·어린이집정책 혼선·행정비효율로 예산 낭비'관리 감독권' 일원화 목소리 높아둘로 나뉘어 있는 현행 법 통합등정부 차원의 해결책 촉구한다유보통합이란 '유치원 + 어린이집'을 말 한다.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과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의 관리 감독권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유치원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주무부처가 이원화되다 보니 정책 혼선, 중첩예산, 행정의 비효율로 인한 국가 예산 낭비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론적으로도 보육과 유아교육은 두부모 자르듯 구분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 학자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초등학교 1~2학년과 3~6학년을 이원화시키자는 논리와 같다. 참고로 OECD 국가 중 두 기관이 이원화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한다.유보통합을 위한 범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원화된 관할 부처를 일원화한다. 둘째,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으로 나뉘어 있는 현행법을 통합법으로 법체계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증 통합을 한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교원자격증,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형태다. 따라서 통합 교사자격증은 1~2년 정도 보수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직과정을 이수하는 방법과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초중등학교에 배치되어 있는 보건교사, 사서교사, 영양교사, 상담교사도 초창기에는 교사자격이 아닌 직무자격이었다가 다양화된 특수목적 교사로 통칭한 선례가 있다. 우리나라 교사자격 변천사를 보면 과거 초등학교 교사도 사범학교(현 고등학교), 2년제, 4년제 대학으로 수학기간이 연장되었다. 중등교사 변천사도 전술한 초등교사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였다. 유치원 교사도 초창기에는 공립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가 겸임하였고, 사립유치원의 경우는 자격에 관계없이 채용하다가 체계가 잡히면서 국공립 모두 2년제, 4년제 교사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문제는 학력(學歷)의 수학(修學) 기간보다 교사들의 사명감과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이 더 먼저라고 사료된다. 왜냐하면 지금도 옛날 스승의 추억이 더 간절함은 교사의 수학(修學) 기간과 비례하지 않음이 방증하지 않는가.전국의 유치원 수는 8천500여 개교, 어린이집은 3만9천여 곳으로, 유치원교사는 4만2천여 명, 보육교사는 24만8천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어린이집의 운영 형태를 보면 국공립, 민간, 법인, 가정, 직장 등 운영 유형이 다양하고 유치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만 0~2세 영아의 보육은 물론이고 3~5세의 유아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맞벌이 부부가 맘 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어차피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참여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 그들의 잠재적 역량이 다방면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성이자 현실적으로 화급한 사안이다. 왜냐하면 전국의 가임여성이 출산을 왜 꺼리는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현장에 명료한 정답이 있다(2018 출산율 0.96명). 그 후 전국의 직장맘에게 공무원(교원)에 준하는 출산 및 연·병가 규정이 주어진다면 저출산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천문학적 출산 예산을 투입하고도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은 초등학교 취학 전후 육아문제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은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안다. 유보통합은 국가 차원의 문제로 저출산과 맞물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절박성이 있다. 한데 '경로 의존성'이 심화된 두 기관의 힘겨루기는 시대정신에 반하는 직무유기이자 책무 방기(放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 차원의 해결책을 촉구한다. 이러한 정책이 정착된다면 전국의 가임 여성과 직장맘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정혜진 어린이집 보육교사정혜진 어린이집 보육교사

2019-02-19 정혜진

[노트북]소통행정이 시민 행복 이끈다

"시는 차별 없이 소외 없이 시민 모두와 함께 하겠습니다." 민선 7기 광명시가 지난 11일부터 오는 21일까지 18개 동을 순회하면서 시민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올 주요 시정 브리핑 자료의 제목이다. 박승원 시장은 지난해 7월에 취임하면서 '소통행정'을 강조했고, 이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동네 시장실'로 지난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매월 한 차례씩 지정된 동 행정복지센터로 시장실을 통째로 옮겨 그곳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일과 모두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박 시장은 또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해 10월에 광명시민체육관에서 광명시민 500인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시는 이 같은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공무원들에게도 각종 업무 추진 시 토론회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부서 간 맡은 업무를 공유해 폭넓은 시정을 펼치고, 집단지성을 이끌어내 더 좋은 시정을 펼치기 위해서다.박 시장은 올 시무식 자리에서 공직사회의 신바람 나는 근무 분위기 조성을 위해 6급 이하 직원 100명으로 '조직 혁신팀'을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 조직 혁신팀은 127명으로 구성됐고, 지난달 30일 첫 원탁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5일까지 4차례 토론회를 하고 효율적인 혁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지난 1월에 열린 '민선 7기 광명시장 공약 실천방안 보고회'도 이색적으로 진행됐다. 시장과 부시장, 실·국·소장, 과·팀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부서 팀장급 이상이 아닌 전 부서 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등 말만 보고회였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토론회 방식으로 진행됐다.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주요시책 등을 추진 시 토론회를 통해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등 공직사회가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고, 공직사회에서 토론회가 활성화되고 있다. 시장이 시민과 공무원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소통행정을 정착시키면 시민 모두의 삶은 절로 행복해질 것이다. /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기자 lkd@kyeongin.com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기자

2019-02-19 이귀덕

[경인칼럼]사법농단과 민주주의의 위기

대립 정당 구도서 파생되는 '정치 사법화'개혁 않고 한국 민주주의 나아갈 수 없어재판거래·개입으로 국민들의 믿음 깨져정치권력과 유착 막는 제도적 보완 시급민주주의 운영의 핵심원리 중 하나는 견제와 균형이다. 견제와 균형 이론은 몽테스키외가 18세기 영국을 모델로 착안한 원리이며, 국왕, 귀족원, 평민의 의회로 구성된 영국의 체제는 그에겐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의 요소를 균형적으로 대변하는 이상적인 체제로 비쳤다. 삼권분립은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미국적으로 변용한 원리이다. 한국정치의 대립적 정당 구도에서 파생되는 문제 중 하나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다. 정치적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소되지 못함으로써 법률의 판단에 내던져지는 현상은 그 자체로 정치의 실종을 의미한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실정법 위반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정당 간 이해가 충돌할 때 타협이 배제된 채 고소·고발의 남발로 이어지는 현상은 정치의 왜소화를 촉진시킨다.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재판으로 넘겨졌다. 재판거래와 재판개입으로 사법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깨졌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만 100명이 넘는다. 이미 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아무도 법원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지 않으며, 정의의 수호자로서의 사법은 설 땅을 잃었다.사법부는 국회와 행정부와 달리 선출 권력이 아니지만 국민들은 사법부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로 인식했다. 그러나 정치부재의 귀결인 한국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사법의 정치화라는 또 다른 모순을 낳았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동전의 양면이며, 이를 개혁하지 않고 한국 민주주의는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인민에 의한 지배를 골자로 하는 민주주의와 헌법 및 법률로 제도화된 헌정주의는 모순과 보완의 양면성을 지닌다. 따라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사법부의 지위와 권한은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함으로써 대표성과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갖는다. 그러나 사법부의 지위는 애매하다. 그들은 누구에 의해 대표되고 누구에게 책임을 지는가? 물론 대법원장은 선출권력인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민의 정치적 결단인 헌법과 법률에 의해 신분과 독립성이 보장되지만 민에 대한 사법부의 책임성은 헌법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매하다.민주주의의 대표성과 책임성에서 근본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 사법부가 정치권력과 야합하여 기득권을 온존·강화시키려 한 사법농단은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의 이해일치에서 비롯된 민주주의의 위기다. 또한 사법농단 과정에서 나타난 전·현직 국회의원의 연루 의혹은 선출 권력이라 할지라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관행이 일상화되었음을 보여줬다. 삼권분립이란 입법·행정·사법부 중 한 권력이 다른 두 권력으로부터 견제 받는 동시에, 다른 두 부서를 견제할 수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 사법권력은 군사독재 정권 때 정권의 하수인으로 기능했던 적이 있다. 엄혹한 독재시절에 정의의 수호자로서 온몸으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기는 커녕 권력에 기생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강화하고자 했던 한국 사법의 역사에서 양승태 사법부는 민주화 이후에도 교훈을 찾지 못했다. 정치가 사법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사법이 정치에 기대어 권력과 기득권을 강화하려 한 사실은 정치와 사법이 모두 과거 권위주의 때의 관행과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사법을 사유화한 대법원장과 그를 추종했던 판사들의 정치권력과의 거래는 공정한 판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김경수 도지사 재판결과를 두고 '적폐판사의 저항'을 운운하는 집권 여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연루 판사들의 기소를 계기로 사법에 대한 민의 통제를 강화하고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근원적으로 막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9-02-19 최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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