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늘의 창]"쇄신 또 쇄신"

살얼음판의 연속이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등권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까딱하다간 내년 시즌에 2부리그로 떨어질 판이다.시즌 초반만 해도 괜찮았다. 리그 최강인 전북 현대를 홈 개막전에서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올해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 싶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성적 부진에 팬심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시즌 선수단 운영 등을 둘러싼 구단과 서포터스의 갈등도 수면 위로 표출됐다.반등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던 욘 안데르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새 바람이 불었다. 선수단의 사기도 되살아났다. 안데르센 감독은 붙박이 주전을 보장하지 않았다.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선수들은 악착같이 뛰었다. 공격 전술의 극대화도 재미를 줬다. 비록 패해도 박수를 보내는 팬이 많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복귀한 문선민도 급성장했다. 모처럼 '성적'과 '관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듯했다.하지만 이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다 리그 꼴찌로 떨어졌다. 19일 강원FC와의 경기는 치욕적이기까지 했다. 0-7 패배. 팬심도 완전히 돌아섰다. 구단 내부 불화설까지 제기됐다. 안데르센 감독과 기존 코치진의 불협화음, 선수들 사이의 반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선수단을 지원하는 프런트에도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벼랑 끝에 선 구단은 최근 임중용 코치를 수석코치로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내부 쇄신에 나섰다. 충격적인 패배에 혼쭐이 난 선수들은 삭발 투혼을 발휘해 다음 경기인 22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3-1로 승리했다. 25일 제주 원정에선 무승부를 거두며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새 구단주인 박남춘 인천시장도 선수단의 사기 진작과 구단 혁신 방안 등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의 숙원인 클럽 하우스 건립도 약속했다고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올 시즌 마지막 반등의 기회가 온 셈이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18-08-27 임승재

[이영재 칼럼]우리는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야구광이며 운동권 출신인 자영업자 A씨"AG로 프로야구 중단 팬들에 예의 아냐정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어이없어최저임금 독약 국민들 알면서도 계속 마셔"자영업자 A씨는 요즘 즐겁고 행복한 일이 1도 없다고 한다. 야구광이며 대학 시절 운동권이기도 했던 A씨를 만나 왜 요즘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은지 들어봤다. A씨는 프로야구, 특히 SK 와이번즈의 열렬한 팬이다. 요즘 그를 힘들게 하는 건 '프로야구 일시 중단'이다. A씨는 말한다.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프로야구를 통째로 중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 프로 축구도 하지 않느냐. 지금이 '까라면 까는' 군사독재시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봉 수십억 원을 받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출전 핑계로 거의 한 달을 통째로 노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A씨는 주장했다. 야구사랑이 넘치는 미국도 일본도 올림픽 때문에 프로리그를 중단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KBO는 달랐다.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일정을 중단했다. 그러자 '병역특혜논란'이 나왔다. A씨는 KBO와 구단이 몇몇 선수들의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생각한다. 몇몇 선수는 상무와 경찰청 지원을 미루고 대표팀 자리를 노렸다고 확신하고 있다. 병역 미필자가 애초 7명이었는데 부상선수 교체를 핑계로 9명으로 늘어난 걸 보라는 것이다. A씨는 KBO와 구단이 모종의 야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A씨는 "내가 요즘 즐겁지 않은 건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편의점주다. A씨는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어이없어했다. "정부가 정책실패 등 계속 헛발질을 해놓고 왜 국민 세금으로 우리를 지원하려고 하느냐. 우리가 거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게 독약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독약을 마시고 있다. 문제는 독약인 줄 알면서도 계속 먹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말이 아팠다. "그 독약을 누가 마시냐. 결국 우리 국민들이 마시는 거다."A씨의 말은 점점 거칠어 졌다. A씨는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놓는 정책마다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해 '지지철회'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요즘 A씨는 차라리 월급을 또박또박 받고 52시간 근무로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던 직장에 좀 더 있을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이 편의점 체험 1주일만 하면 무엇인 문제인지 금세 알 수 있을 텐데" 라며 A씨는 혀를 끌끌 찼다. A씨는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당시 젊은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A씨도 그 누구보다 민주화를 열망한 학생이었다. 도서관에 처박혀 영어단어나 외우는 그런 학생이 아니었다. 전두환 정권 말기 A씨는 아스팔트 위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화염병도 제법 던졌다. 건대 사건 때에는 최후까지 남기도 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A씨는 그때, 자신이 '겁많은 데모꾼'이었다고 말했다. 운동권 주변을 맴돌았을 뿐, 그 중심으로 뛰어들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학내 데모의 단골 멤버였지만, 늘 두 번째 줄에 섰다"고 말했다. 야학은 했으나 위장 취업할 용기가 A씨에겐 없었다. "그때 학교(감옥)에 한번 갔다 왔으면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 운명이었는지 이상하게 그런 상황은 나를 피해 갔다." A씨와 얘기하고 있을 때 TV에 운동권 출신 공직자가 나오자 그의 표정은 묘하게 변했고, 혼자 뭐라고 중얼거렸다. TV 소리 때문에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내가 장남만 아니었어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물론 저 소득계층도 더 어렵겠지만,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요즘 정말 어렵다. 만일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뭘 제대로 하려는지 말하려다가 A씨는 입을 닫아 버렸다. 그때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A씨는 얼른 창밖으로 얼굴을 돌렸다. 나는 A씨에게 말했다. "지금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건 당신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PS: 이 글을 쓰고 있는 중 A씨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우리 야구가 실업팀이 주축인 대만 야구에 졌는데도 기분 나쁘지 않은 경우는 내 평생 이번이 처음입니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8-08-27 이영재

[시인의 꽃]꽃그늘에서

눈물은 속으로 숨고웃음 겉으로 피라우거진 꽃송이 아래조촐히 굴르는 산골 물소리……바람 소리 곳고리 소리어지러이 덧덮인 꽃잎새 꽃낭구꽃다움 아래로말없이 흐르는 물아하 그것은내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러라하잔한 두어 줄 글 이것이어찌타 내 청춘의 모두가 되노조지훈(1920~1968)빛을 가린 물체 뒷면에 생긴 검은 그늘인 그림자(shadow)를 심리학에서는 은폐되고 억압되어 있는 또 하나의 인격체로 말한다. 이른바 '눈물은 속으로 숨고'있지만 겉으로는 '웃음'으로, '우거진 꽃송이 아래' 지나가는 '물소리'로, '꽃다움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자는 겉과 속의 이중성 또는 양면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꽃그늘'은 꽃의 그림자가 아니라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그것에는 억압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송이 꽃도 그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어지러이 덧덮인' 시간을 관통하며 왔는지, 구구절절 알 순 없지만 짐작할 뿐. 마치 당신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 그러하듯, 그것을 '두어 줄 글'을 통해 전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빛나는 만큼 빠르게 지나간 '청춘'을 보면 '꽃그늘' 드리워져 있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27 권성훈

[참성단]70대 귀농인의 비극

유명 포털 사이트의 한 귀농인 카페는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를 구하는 초보 귀농인들의 질문들이 넘쳐난다. '태풍이 오는데 하우스 천장을 어찌해야 할가요?'라고 물으면 귀농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 조언을 쏟아낸다. 선녀벌레 퇴치법과 중병아리 구입경로처럼 초보에겐 엄두가 안나는 난제들도, 선배들의 해법은 다양하고 간단하다.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 탓인지 양수기 설치방법을 묻는 질문과 고추농사가 안된다는 하소연이 많았다.1만 건에 육박하는 질문에 매달린 수만건의 답변을 보면 귀농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에만 귀농·귀촌인이 51만6천여명에 달했다. 귀농인 카페와 같은 귀농 선후배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모임 자체가 귀농 열풍을 반영한 문화현상일 것이다. 다만 귀농지마다 농사에 도가 튼 지역 농민들이 있을텐데 굳이 귀농선배들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카페 내의 한 코너에서 의문의 풀어줄 실마리가 잡혔다. 귀농지 인심을 촌평하는 코너인데, 귀농인과 원주민 사이의 문화적 갈등이 군데군데 드러나있다. 그중 귀농지역 대보름 행사를 '저질 유행가로 시끄러운 춤판'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하는 한 회원의 글이 눈에 띄었다. 이에 다른 회원이 '마을 문화를 없애자는 건 외지인의 건방'이라고 충고성 댓글을 올리자 금세 설전으로 이어졌다. 텃세를 걱정하는 글들에는 '처신하기 나름'이라는 댓글이 달리지만, '나름'의 기준과 수준이 애매하니 속시원한 해법을 찾기 힘들었다.최근 경북 봉화에서 70대 귀농인이 원주민과의 물싸움 끝에 면사무소 직원 두명을 엽총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인생의 황혼기에 귀농을 결심했을 때 이처럼 비극적인 결말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연구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인 가운데 29.7%가 원주민과의 인간관계 문제로, 23.3%가 마을의 관행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귀농·귀촌인과 원주민간의 갈등'이 농촌의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꼽혔다.귀농·귀촌인은 원주민의 텃세를 탓하고, 원주민은 귀농·귀촌인의 시골문화 이해부족을 원망한다. 생존방식의 문화충돌인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귀농 지원금만 풀게 아니라, 귀농인과 원주민의 평화적 동거를 위한 갈등해소 정책과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가 됐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8-27 윤인수

[이남식 칼럼]대입제도 개편 유감

미래 준비위한 교과과정 변화 아닌수능 통한 정시모집 확대에 불과눈치작전·대입컨설팅 성행 불보듯되레 공교육 정상화 노력 역주행이젠 학생 역량 키우는데 중점둬야오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근 2022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이 확정되어 현 중3 학생들의 대입이 바뀌게 되었다. 가장 크게 바뀌는 내용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과과정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선발방식의 개선이 아닌 수능을 통한 정시 모집의 확대에 불과하다.그간은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평소 학교생활의 누적적인 기록인 학생부를 중심으로 선발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하여 수시모집을 늘려왔으며 그 결과 일부 대학에서는 전체 80% 정도를 수시에서 선발하기에 이르렀다.우리의 교육이 기-승-전-대학입시가 되다보니 모든 교육의 관심이 대입에만 첨을 맞추게 되고 교육과정보다는 궁극적으로 대학입시에 유리한 조건을 충족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이번 공론화의 과정에서 학생부에 대한 불신 내지는 수능으로 한 번에 만회하는 기회를 늘리며 816가지나 되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결론이나 한 마디로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는 오히려 온갖 눈치작전과 편법, 대입컨설팅만 성행하게 될 것임이 불 보듯 뻔하게 되었다.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주도형 스스로 학습, 융합형 교육, 플립트 러닝 (거꾸로 교실), 인성교육 등이 학생이나 학부형들에게 무슨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학생, 교사와 교육과정, 교육환경을 어떻게 개선하고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이 단순히 대입선발 방식만 아무리 논의해도 결론은 항상 제자리 일 것이다. 가장 정확한 학생에 대한 평가는 시험점수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이 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의 주관적인 평가는 매우 객관적이라는 것을 신뢰할 때 교육을 통하여 성장하는 차세대를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이제 교사의 가장 큰 책무는 학생들을 관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학생 각자의 자질과 능력을 발견하고 성장 시키는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학생들의 경험을 늘리고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역할로 바뀌어야하며 이를 사회 모두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논의에서도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나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어야 하므로 학생부 비중을 낮추어야한다는 시각은 오히려 이제까지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에는 역주행하며 수능시험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기회주의적인 사고만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결국 초·중등 교육을 통하여 수많은 교사들이 관찰한 학생들의 모든 것을 빅데이터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객관화하여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데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12년간의 초·중등 교육 기간을 통하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미래의 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역행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것 또한 교육의 가치가 아닌가? 궁극적으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기 위하여 교육하는 것이지 어떻게 해서든지 나만 잘되면 되는 사람을 만들고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올해 우리의 교육 예산은 68조원에 달하고 초·중등교육에만 53조원을 쏟아 붓는데 이중 65%가 교원의 인건비이다. 약 38조원을 교사 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아마 단일 항목으로는 가장 비중이 큰 국가예산 항목일 것이다.이것은 교사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이러한 사회적 투자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과 더불어 이러한 막대한 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없다면 왜 이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 묻고 싶다. 이러한 공교육을 제쳐두고 또 다시 인기 스타 강사나 학원에 교육의 미래를 맡길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제 학생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하며 당연히 학생들의 학습 성취나 역량의 평가 방식도 바뀌어져서 정말 자기 능력과 소질을 알고 거기에 합당한 교육을 통하여 모두가 행복해지는 미래가 열리기를 소망한다./이남식 국제미래학회 회장이남식 국제미래학회 회장

2018-08-27 이남식

[데스크 칼럼]송도 워터프런트, 어쩌다 이 지경까지

시, 원안대로 차질없이 추진입장 밝혀주민들 "다시는 믿지 못하겠다" 격앙이제와서 사업성 따지는것은 이해 안돼재심의 가능성 등 대안마련 촉구 필요송도 워터프런트가 인천에서 핫한 이슈다. 최근 인천시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가 경제성을 이유로 1-1단계 구간 공사만 허용한 게 발단이다. 위원회는 송도 워터프런트 조성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봤다. 다만 수로의 방재 기능을 고려해 1-1단계 사업만 관계기관·부서 의견을 들어 추진하는 것으로 조건부 승인했다. 실제 송도 워터프런트 조성사업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편익분석)값이 기준치인 1을 넘지 못했다. 0.739에 그쳤다.송도 워터프런트 조성사업은 기존 수로와 호수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ㅁ'자형 물길을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사업으로 'ㄷ'자형 물길을 만들고, 송도 11공구를 조성하면서 별도로 수로를 내 'ㅁ'자형 워터프런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서측과 북측이 1단계(2018~2021년·10.46㎞), 남측은 2단계(2021~2027년·5.73㎞), 동측 11공구에 물길을 내는 사업이 3단계(2018~2027년·4.98㎞)인 셈이다.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과한 1-1단계 수로 길이는 930m다. 우선 1-1단계 공사만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에 송도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기대와 달리 고작 930m만 낸다니 주민들이 발끈할 만하다. 인천경제청이 보도자료와 김진용 청장 명의의 입장문, 기자회견을 통해 "원안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민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다시는 속지 않는다" "믿지 못하겠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송도를 독립된 자치구로 만들어 예산을 별도 회계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천시가 재정난을 해결하려고 송도 땅을 가져다 쓰면서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하나 못 하게 제동을 건 것에 대한 불만이 '자치구 독립' 요구로 표출된 것이다. 송도 주민들이 개발부담금은 워터프런트 조성 등 송도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자, '집단 이기주의'라는 댓글이 달리는 등 온라인상에선 신도시와 구도심 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송도 워터프런트 단 한 건 때문은 아닌 것 같다. 151층 인천타워 건립은 무산됐고 학교 신설, 종합병원 유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송도국제업무지구와 6공구 개발, '아트센터 인천'(콘서트홀) 개관 등은 늦어지고 있다.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도 지난 2014년 9월 기본계획이 고시됐다. 인천의 주요 사업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보단 해묵은 과제와 난제를 풀어나가기 바쁜 듯한 느낌이 든다. 인천시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좋으련만,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과대 해석·추측도 불신을 키우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박남춘 시장 인수위원회는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박 시장의 '인천경제청에 버금가는 도시재생 총괄 전담기구 설립' 공약은 인천경제청 조직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왔다.인천경제청은 기자회견에서 1-1단계를 우선 착공하고, 나머지 구간은 사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성 제고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야 사업성 제고 방안을 찾겠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을 지연 없이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송도 주민들도 재심의가 가능한지, 사업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등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청장·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문자 폭탄', 주민세 납부 거부 운동 등은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8-08-26 목동훈

[발언대]소화기도 유효기간이 있다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서다 계단참에서 우연히 낡은 소화기를 보았다. 제조연도가 2005년이었다. 무려 13년 동안이나 우리 집 빌라를 지켜주었다니 고마운 마음이지만, 이제는 보내 줄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1월 28일부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어 특정소방대상물의 분말소화기 내용 연수가 10년으로 정해졌다. 성능확인 검사에 합격할 경우 3년 연장 사용할 수 있도록 소방용품의 품질관리 규칙도 개정됐다.화재시 초기 화재진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잠들었던 것이다. 황급히 아버지를 깨우고 마당으로 뛰어나가 도움을 요청했고 다행히 이웃이 소화기를 가져와 화재를 진압했다. 작년 2월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한 주택에서 화재가 있었다. 일가족 3명이 잠든 사이에 장롱에 불이 붙었으나 다행히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작동해 소화기로 화재진압에 성공했다. 당시 초기 화재 때 소화기의 위력은 소방차 한 대 분량과 맞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과가 지난 오래된 소화기들이 때로는 더 큰 안전사고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5년 전 영등포 한 공장단지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소화기로 진화하려던 60대 남성이 사용하려던 소화기가 폭발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당시 폭발한 가압식 소화기는 압력게이지가 없는 구형 모델로 99년도에 생산이 중단된 폐기 대상이었다. 가압식 소화기는 분말 저장용기와 가스 저장용기가 내부에 따로 들어있어, 하부의 약제들이 방출되면서 잔량이 다 소진될 때까지 분사가 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소화기는 분말가루가 덩어리 상태로 굳게 되고, 소화기 내부에 가스가 차게 되면서 가장 부식이 심한 아랫부분이 균열을 일으켜 폭발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압력 게이지가 없는 가압식 소화기가 있다면 아까워하지 말고 당장 폐기해야 한다.단독 경보형 감지기 및 분말소화기를 집에 설치하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소화기는 주기적으로 뒤집고 흔들어 약재가 굳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교체대상인 오래된 소화기들은 미련 없이 폐기처분하고 새 소화기를 구매, 화재로부터 나와 내 가족 모두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김명섭 양평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사김명섭 양평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사

2018-08-26 김명섭

[참성단]식목왕 최종현

1962년 10월 미국 시카고대학에 유학 중이던 최종현에게 전보가 날아왔다.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 사업이 어려우니 돌아와 형을 도왔으면 좋겠다는 부친 최학배의 편지를 받은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아내와 두 살배기 태원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형 최종건이 사장으로 있던 선경직물 부사장에 취임했다. 최종현 나이 33세였다.수원이 배출한 기업인 SK 고 최종현 회장은 기업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인재 키우기'와 '나무 심기'라고 생각했다. '나무는 50년을 보고 심고, 인재는 100년을 내다보고 키운다'는 '수인백년(樹人百年) 수목오십년(樹木五十年)'을 그는 늘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러는 최 회장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언젠가 숲이 우리에게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많은 것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식목왕(王)이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하자 한 임원이 수도권 지역 땅을 후보지로 들고왔다. "땅장사하려고 이 사업 시작한 줄 아느냐!"고 호통을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충청북도 충주 인등산, 천안 광덕산, 영동 시항산에는 최 회장이 생전에 심은 300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최 회장은 이렇게 나무를 키우듯 장학퀴즈와 한국고등교육재단 등을 통해 인재를 양성했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신념이 강한 기업인이었다. 최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인재의 숲'을 만들고자 했을 때 투자기간이 너무 길다며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 것이다. 인재의 숲을 거닐며 기업의 뿌리는 사람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그는 생전, 좁은 국토에 묘지가 난립하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죽으면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도 남겼다. 어제(26일)는 최종현 회장 20주기 되는 날이었다. 외환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투자위축과 고용참사로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지금, 언론들은 앞다퉈 '최종현의 기업가 정신'을 재조명했다. 인재를 기르는 일을 사업만큼이나 자랑스러워하고 늘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했던 최 회장은 지난 14일 형 최종건 회장과 함께 수원의 명예를 드높인 공적으로 '수원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26 이영재

[월요논단]대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취업·진로와 직결 평가결과 민감구성원들 스스로 성찰·혁신 필요학생성공 헌신·연구성과 없다면지역·학교·경제 동시에 '도산'퇴출당한 대학들의 '마지막 경고'촌지.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때로는 뇌물로, 청탁으로 변질되었다. 왜 촌지 문화가 변했을까. 공직자의 경우 촌지 수수의 주된 이유가 사교육비 때문이라는 조사도 있었다. 각종 사교육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난마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점에는 항상 대학이 있었다. 어떤 정부도 교육부총리도 사교육과 입시라는 난제를 성공적으로 돌파한 적이 없다.그런 대학에 최근 위기감이 넘쳐난다. 대학 절반이 도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저출산의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취업 절벽과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에 절망한다. 지난주 발표된 대학 2주기 구조개혁 발표가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대학 총장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사실상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1주기에 퇴출된 대학의 지역경제는 초토화되었다. 식당도 원룸도 커피숍도 문을 닫았다.대학이 처한 어려운 현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오래다. 연구시설이나 연구 장비는 물론이고, 연구비도 부족하다. 몇 년째 동결된 임금에 대한 불만도 크다. 대학의 재정난 때문일까. 교육부가 최근 기본역량진단에서 전임교수 강의비율을 제외하였다. 대학평가를 하는 국내 언론사도 교수확보율에 대한 배점을 낮추었다. 대신 외국인 학생 비율과 기숙사 배점을 확대하였다. QS 세계대학평가는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 비율을 각 5%씩 반영한다. 대학이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수 확보를 통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이다.물론 대학평가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평가지표의 정당성에 대한 시비다. 과거의 잣대라는 비판이나 교수와 종합대 중심의 평가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상업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평가 거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외형보다는 내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평가결과에는 모두가 민감하다. 학생들이나 부모가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대학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특성화와 융·복합화 그리고 재구조화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자율개선대학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었다. 교육부는 질 높은 인재 육성과 지역 인재정착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들고 있다. 미국의 미네르바대학은 미래형 모델이다. 온라인을 통해 강의영상을 학습한 후 오프라인에서 교수와 토론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으로 진행한다. 1학년은 미국, 3학년은 인도와 한국에서 학습한다. 입학정원 175명에, 교수 72명인 일본의 아키타 국제교양대는 영어수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49개국 191개 대학에 상호면제 조건으로 모든 학생을 1년간 교환학생으로 파견하고 있다.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은 혁신의 목표로 사회 필요에 부응하는 변화 촉진,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연구 수행, 개별 학생들의 성공을 위한 헌신,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사회·경제·문화적 자산 활용 등을 들고 있다. 전통적인 전공 및 학과 중심 체계를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재구조화를 추진하였다. 7만5천명의 학생들에게 250개 학부전공, 100개의 석·박사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 혁신의 핵심인 '창업'이 필수과목이다.대학이 도산하는 현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제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인가. 제4차 혁명과 지식산업사회가 도래하는데 그 핵심이어야 할 한국대학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학 구성원 스스로의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을 중심으로 공동체와 경제가 발전하는 선진 국가를 보면 대학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지역과 국가에 어떤 대학이 있는가 하는 것이 공동체의 생존과 경제발전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성공에 헌신하는 대학, 자유로운 영혼을 교육하는 대학,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는 대학,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관들이 지원하는 대학들은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지역과 대학 그리고 경제가 동시에 도산한다. 퇴출당한 대학들이 남긴 마지막 경고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8-26 김민배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저기, 안에 있어요?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방문 두드린것은 월세 독촉하거나 욕정의 대상을 찾을 때였다그때의 '저기'는 그를 사람이 아닌 사물로 대하는 그저 소리였을 뿐지난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극단 나베의 '예술이 죽었다' 공연이 있었다. '예술이 죽었다'는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이는 28세. 직업은 소설가. 등단한 적은 없으나 신춘문예 심사평에 언급되었고 소설을 쓰고 있으니 소설가라 해도 되지 않을까. 비록 자신이 쓰고 싶은 소설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잡지사가 요구하는 대로 써야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벌이가 신통치 않아 월세는 밀렸고, 냉장고는 비어 있다. 지병이 악화되어 상태가 심각하나 치료는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쓴다. 쓰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처럼.연극은 그의 죽음으로 끝난다. 아니 주검이 발견되지 않은 채 끝난다. 사회에서 밀려나고 밀려나 홀로 고립된 죽음 뒤에 그의 몫으로 남겨진 것은 밀린 고지서 다발이다.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신용카드까지 각종 고지서 다발만이 그가 죽음에 이르는 동안 벌인 사투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밀린 고지서의 두께는 그가 고립된 채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의 두께이다. 그 두께가 두꺼워지는 동안 그의 고립은 깊어 갔다. 짐작했겠지만, 이 연극은 연극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다.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마지막 문장을 남긴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을 이제는 망각하지 않았는지 연극은 묻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예술 활동 수입의 중앙값은 300만원이며 평균값은 1천255만원이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분야는 평균값이 높은 순으로 건축, 방송, 만화, 영화, 음악, 연극, 대중음악, 공예, 국악무용, 사진, 미술, 그리고 문학이다. 문학 분야의 중앙값은 10만원이며 평균값은 214만원이다. 연극분야의 중앙값은 500만원이며 평균값은 1천285만원이다. 연극분야의 경우 '연극인, 우리 스스로의 복지' 실태조사(2017년)에서 1천319만원으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수입에서 연극공연 수입은 351만원이며, 연극공연 외 활동이 385만원, 연극외 예술 활동이 241만원, 예술과 무관한 활동이 393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의 통계들이다.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 문장은 물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지는 문장이다. 단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불안 정도만 담고 있다면 미지의 가능성을 창조할 힘이 그 속에 있으니 스스로의 재능을 갈고닦으라고 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은 생존의 위기 앞에서 '언제까지 꿈꿀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로 그만 탈바꿈하고 만다. 물론 이른바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자성의 문장이 아니라 탄식과 자조의 문장으로 전락하게 되는 배경에는 창작자의 능력과 무관한 사회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며, 그래서 모든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말하는 사회는 얼마나 참혹한가. 적어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그런 답으로 돌아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연극 '예술이 죽었다'의 그는 이야기를 만들다가 그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그가 단칸방에 고립된 채 죽어가는 동안 "저기, 안에 있어요?"라며 그의 방문을 두드린 이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방문을 두드린 '저기'는 밀린 월세를 독촉하거나 욕정의 대상을 찾을 때였다. 그때의 '저기'는 그를 사람이 아니라 사물로 대하는 그저 소리였을 뿐이다. '저기'가 단지 소리에 그치지 않고 이웃에게 말을 거는 감탄사의 '저기'로 복원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죽는 것이 예술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연극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음식을 들고 찾아온 이웃의 말을 그가 끝내 듣지 못하는 비극을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08-26 권순대

[발언대]시니어를 위한 '건강미술'

대한민국은 노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다. 지난해 통계청 지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07만6천명(13.8%)으로, 고령인구 비율은 오는 2030년이면 24.5%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며 노인은 많아지고 노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내야할까? 노년은 생애 업적을 되돌아보는 시기임과 동시에 직장·육아·경쟁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습, 탐험할 수 있게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육체적 노쇠현상으로 인생의 황혼을 쓸쓸하게만 생각하고 우울하게 보낼 것이 아니라 '기회'와 '기념'의 시기로 '편견'을 깨야 한다. 자아를 실현하며 나이 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창조적 인생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로 미술, 그림 그리기가 있다. 지나온 삶을 아름답게 크레파스로 표출하는 것이다. 연륜이 쌓일수록 추억은 걸작을 만든다. 힘들었던 기억조차도 예술의 자양분이 된다.세월의 흔적을 담은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작품을 완성시킨 후 느껴지는 성취감은 자아존중감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더불어 표현력을 키우고 단순해 보이는 과정에서 소근육을 움직여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나서 단순히 그림 그릴 때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일상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이라도 나만의 이야기, 나의 가치를 담아낸 그림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키울 수 있다. 비록 몸은 늙고 약해졌지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크레파스와 도화지. 손쉬운 재료를 통해 추억을 되짚으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

2018-08-23 신현옥

[춘추칼럼]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독 상주대표부

교류확대 따른 제반문제 해결하는 창구役정부·지자체등과 소통·협력 역할 수행판문점 선언과 3차 정상회담 합의문 통해남북관계 '되돌릴 수 없는' 제도화 이뤄내야지난 판문점 선언에 기초하여 남북 정상 간 합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곧 출범할 예정이다. 필자는 몇 년 전 독일 통일 전문가들과 동서독 상주대표부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통일에 앞서 동서독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두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하나는 동서독 기본조약이고 다른 하나는 상주대표부 설치에 관한 의정서이다. 1972년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은 동독에 대한 서독 정부의 정책적 전환의 산물이다. 서독은 기본조약 체결을 통해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독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대화와 교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동서독 기본조약 8조에 상주대표부 설치를 명명하였고 그 합의에 따라 1974년 동서독의 수도에 상주대표부가 설치될 수 있었다. 독일 전문가들은 상주대표부는 통일이 될 때까지 동서독 관계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물론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과거 동서독과는 다르지만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첫째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상징적 의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축사에서 언급했듯이 남북관계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이번 연락사무소의 설치는 매우 중대한 진전이다. 기본조약 체결 이후 동서독 인적 물적 교류를 본격화했던 독일의 경우 각기 수도에 설치된 상주대표부는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외교관계에 있어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이 존재하듯이 정식 외교관계 수립 이전의 상주대표부나 연락사무소는 교류 확대에 따른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통일 전 동서독의 경우 한해 300만~4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오고 갔고 교류에 따른 절차들을 상주대표부와 해결해 나갔음을 상기해 보자. 향후 남북 간 교류 확대에 따른 우리 국민들이 의논하고 기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이는 연락사무소장의 급이나 대북제재 문제 등 정치적 문제는 차치하고 그 자체로서 우리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둘째는 실질적 측면이다. 남과 북은 공동으로 마련된 연락사무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 기능을 부여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동서독 상주대표부의 경우는 대화 통로, 주민 편의제공 등 기본적인 기능뿐 아니라 각기 상대방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청소년 교류, 스포츠 교류, 학술 및 문화 교류 등 동서독 관계 확대 발전에 따른 새로운 업무들 또한 창출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정치범 석방, 대동독 지원 등 동서독 인도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상주 대표부는 협의 창구로서의 기능을 하였다. 물론 동서독의 경우도 그 이상의 레벨이나 중대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중앙정부 및 각기 협상 파트가 직접 협상에 임하였다. 따라서 우리 연락사무소의 경우도 실제 남북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소통과 협의의 창구로서 협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남북관계의 확대 발전에 대비하여 상주대표부와 같은 역할의 확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전 동베를린 상주 대표부 대표였던 한 인사는 동서독 기본조약과 상주대표부 운영에 대해 의미심장한 평가를 한 바 있다. 그는 동서독 기본조약과 상주대표부는 독일이 통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국내외 정치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독일 문제를 관리하는 데 기여했다고 언급하였다. 우리의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도 한반도 상황 관리와 남북관계의 제도화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다. 우리는 독일이 해온 두 가지의 제도적 장치와 같이 지난 판문점 선언과 앞으로 있을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통해 남북관계의 '되돌릴 수 없는' 제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당면한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선순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선 독일인사의 언급처럼 우리가 스스로 통일을 할 수 있는 대내외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남북관계의 상황은 제도화된 장치를 통해 관리되고 발전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지금 새로 태어났고 첫발을 뗀다. 우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금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임을 인식하자./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8-23 양무진

[참성단]도산 안창호함 진수식

옛날 뱃사람들은 바다에 신이 있다고 믿었다. 폭풍우와의 조우는 해신(海神)의 노여움 때문으로 여겼다. 인신 공양도 자행됐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간 심청이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상상만은 아니다. 하지만 폭풍우를 만날 때마다 산 사람을 바다에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배를 만들어 처음 물에 띄울 때 거대한 의식을 진행했다. 그것은 대자연에 생명을 지켜달라고 비는 경건한 제례의식, 진수식(進水式)이다. 어부는 만선을 빌고, 군인은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원했다.진수식을 여성이 주도 하는 것도 상징적이다. 금빛의 도끼로 진수 테이프를 잘라내는 것은 바다와 육지를 떼어내는 것이지만, 갓 태어난 생명의 탯줄을 끊는 것과도 흡사하다. 과거 진수식에는 뱃머리에서 붉은 포도주병을 깨뜨리곤 했다. 붉은색은 희생양, 속죄양의 의미로 피를 의미한다.진수식보다 먼저 거행하는 것이 명명식(命名式)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방패가 아이기스(Aegis). 영어로 읽으면 이지스다. 우리의 이지스함에는 세종대왕이나 충무공 이순신처럼 성군이나 영웅의 이름을 붙였다. 호위함은 '충북함'처럼 광역시·도나 도청소재지를, 초계함은 '천안함'과 같이 중·소 도시 이름을 사용한다. 잠수함에는 안중근·김좌진·윤봉길·유관순·홍범도·이범석·신돌석 등 항일 독립운동가 이름이 많다. 해군의 3천t급 잠수함 '장보고Ⅲ' 1번함이 '도산 안창호함'으로 명명됐다. 도산 안창호 함은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하고 건조한 첫 3천t급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군은 2020년부터 총 9척을 차례로 전력화해 지금의 1천200t급 잠수함을 대체할 계획이다.의미가 깊은 도산 안창호 함의 진수식을 애초 29일 열기로 했다가 다음 달로 늦추기로 해 구설에 올랐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눈치 보기 때문에 일정을 연기한 것"이란 언론보도에 방사청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문항 삭제가 추진되고,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가 취소된 와중에 진수식마저 연기됐으니 오해받을 만도 했다. 더구나 북한은 9·9절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잠수함에 명명된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도대체 뭐라 할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23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낯설고 험한 일상 속에서

태국 여행중 알게된 현지 남성 '톰'짧은 만남이후 이어진 메신저 대화 "믿지 말고 조심해!"·"재밌어?"…관광주의점 알려주며 소감 묻기도지금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유난했던 이 계절의 한때를 나는 태국에서 보냈다. 떠나기 전 한동안은 매사에 "몰라요, 몰라, 일단 태국 다녀와서" 하며 지냈다. 어려운 일을 미루는 데 여행은 생각보다 좋은 구실이 되었다. 중요한 게 태국은 아니었지만. 지난한 일상을 되풀이해야 하는 이 도시가 아닌 다른 어딘가가 간절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태국에서의 시간은 제법 괜찮았다. 열흘 동안 대체로 혼자 걷고 혼자 보고 혼자 먹었다. 그 시간이 묘한 자유를 주었다. 자유는 때때로 불편했으나, 뜻밖의 여러 가지를 느끼게 했다. 7월의 치앙마이는 우기였다. 뜨거운 볕이 내리쬐다가도 급작스레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가까운 식당이나 커피숍으로 뛰어들어가 알 수 없는 이름의 메뉴를 주문해두고는 한참을 앉아 바깥 구경을 했다. 호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 비가 그치면 시장에 들러 먹기 좋게 썰어놓은 과일을 사들고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길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해 눈이라도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쩌다 길을 물으면 꽤 먼 거리를 걸어 목적지까지 직접 데려다 주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한 정감. 고마운 한편 괜히 어색해 손사래를 치는 일이 잦았다. 톰을 만난 건 나흘째 되던 날 저녁. 타패게이트 뒤편 시끌벅적한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있을 때였다. "코리안?" 누군가 불쑥 말을 걸었다. 압도적인 중국인 관광객들 틈에 끼인 탓에 나를 향해 "니하오"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기 때문인지 그의 기척이 조금은 반가웠다. 내 또래 태국인 남성 톰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덕분에 밤이 깊도록 우리의 엉성한 수다는 계속되었는데, 한류 열풍이나 아이돌 같은 가벼운 주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서로의 전공과 직업, 그리고 이곳과 그곳에서의 서로 같거나 다른 생활로까지 뻗어갔다. 방콕에 있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톰은 몇 년 전 고향인 치앙마이로 돌아와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말 끝에 나는 "근데 태국인들은 술을 잘 안 마시나 봐. 한국인들은 술 정말 좋아하는데"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설핏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다 비슷하지." 그리고 덧붙였다. "넌 태국인들이 일하는 모습만 봤을 테니까." 과연. 이튿날, 그가 일러준 대로, 시티맵에는 없는 올드타운 바깥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술에 얼큰히 취해 비틀대는 현지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톰과 나는 이후로도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 오후엔 잠시 부악 핫 공원에 들렀어. 그냥 평범한 동네 공원이라는 네 말과는 달리 아주 근사한 곳이더라." "그래? 근데 혹시 거기서 어떤 서양 남자를 만나지 않았어?" "아니, 왜? 누군데?" "요즘 거기서 네덜란드인 하나가 끈질기게 구걸을 해. 아시아 여성들만을 상대로. 돈이 떨어졌는지, 일 년 넘게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있어." 여행자를 가장한 그런 부랑자가 치앙마이엔 아주 많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조심해"라고 덧붙였다. "여기도 나쁜 사람이 많아." 그럴 것이다. 어디나 그렇듯이. 그는 어쩌면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잊지 마, 보기 좋게 꾸며진 것들 뒤에 진짜 삶이 있어. 애써 외면하던 진실을 알아버린 기분이었지만, 톰으로 인해 나는 잠시나마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가 된 것 같았다.며칠 후, 치앙마이를 떠나 방콕으로 향했다. 자신이 아는 방콕의 숨은 맛집과 명소를 세심히 알려주던 톰은 또다시 "조심해. 친절하다고 무조건 믿어선 안 돼" 말했다. 카오산로드의 밤은 서울의 밤만큼 번화했고, 그럴 때마다 아주 잠깐씩 서울의 집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친구가 "재밌어?" 문자를 보내왔을 땐 "글쎄, 슬슬 돌아가고 싶네" 답하기도 했다. 불과 열흘 만에. 톰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언젠가 한국에 놀러와" 했을 때 "응, 가고 싶어. 그렇지만 먼저 돈을 모아야지. 그리고 집을 마련한 다음에……" 라고 말하던 톰. 입버릇처럼 조심해, 조심해, 하던 톰은 조심히 잘 지내고 있을지. 나날이 낯설고 험한 이 일상 속에서./박소란 시인박소란 시인

2018-08-23 박소란

[특별기고]자랑스러운 오동진·심문규 소방대원을 기리며

2018년 8월 12일 오후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아빠이자 형이었던 수난구조대원들사투끝에 명예롭게 떠났다는 사실이 사회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24시간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며 한강 하구를 사수하던 경기소방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김포소방서 수난구조대 소속이던 두 대원은 '신곡수중보에 보트가 걸려 있다'는 신고를 받고 지체 없이 출동했다가 귀환하지 못했다. 사람이 타지 않은 폐보트로 나중에 확인됐으나 이는 중요치 않았다. 누군가의 생사가 달려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두 대원에게는 강인한 용기와 결단만 필요했을 뿐이다. 그렇게 고결한 희생정신을 남기고 대원들은 떠났다.아직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을 창창한 서른일곱 동갑내기, 우리를 도와주기만 하던 소방대원들이 실종되자 전 국민이 애타게 귀환을 염원했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실종 지점 인근 백마도에 꾸려진 대책본부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하나의 목표였고, 대원들의 수색활동에 무엇이든 힘을 보태야 한다는 하나의 마음이었다.대원들이 실종된 지난 12일 오후부터 백마도에는 수백명의 지원인력이 현장을 지켰다. 김포·고양시 양안과 수십㎞ 바깥 강화 교동도 앞바다까지 1천명이 넘는 인원이 수색에 참여했다. 나 또한 이틀 내내 현장에서 경기소방대원들의 귀환을 간절히 기다렸다. 실종자 가족에 행여나 누가 되지 않게 고요한 분위기 속에 현장에는 조명과 텐트, 화장실이 설치되고 부식과 식수가 마련됐다. 가족들이 눈물 흘리면 멀찍이 떨어져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밤늦게라도 무사히 발견되길 기도하며 다들 묵묵히 돕는 광경을 보며 숙연해졌다.백마도가 작전지역인 육군 17사단은 장병 330명이 수색에 참여했고, 해병대 2사단은 장병 270여명과 고속단정·고무보트를 대거 투입했다. 강 건너편 수색은 육군 9사단 장병 370여명과 고양경찰서가 담당하고 해군은 잠수인력을 지원했다. 김포소방서와 이웃인 김포경찰서는 현장통제 인력과 별도로 기동대 병력 90여명이 수색에 나섰다. 재난대응 매뉴얼이 작용했다기보다는, 소방대원들에 대한 동지애와 존경이 담긴 움직임이었다.모두의 바람과 다르게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은 13일 숨진 채 돌아왔다. 사흘 뒤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경기도 전역의 소방관과 대부분의 도의원이 자발적으로 운집했다. 김포에 연이 없는 타 지역 시민들도 장시간 줄을 기다려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렸다. 두 대원과 친구사이였던 소방관의 조사를 들을 때에서야 귀한 인재들을 잃었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사고 이후 언론에서는 원인 분석을 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소방관의 처우문제도 다뤄지고 있다. 신곡수중보 철거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조직 내부에서는 사고조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오늘은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니다.유난히 폭염이 길었던 2018년 8월 12일 오후였다.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이자 형이었던 수난구조대원들이 이날 자신의 직분에서 사투를 벌이다 명예롭게 떠났다는 사실을 이 사회가 오래도록 잊지 말았으면 한다. 두 대원의 신념은 그대로 남아 여전히 한강을 지켜주고 동료 수난구조대원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으면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또 다른 소방대원들이 거센 물길 속으로, 뜨거운 화마 속으로, 무너지는 건물 속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한다.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이런 게 바로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일 것이다.끝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으신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고인들의 희생이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이기형 경기도의회 김포시 대표의원이기형 경기도의회 김포시 대표의원

2018-08-23 이기형

[데스크 칼럼]궁예 도성과 한반도 평화

남측, 北에 '공동발굴 하자'고 잇따른 제안비무장지대내 성터 상당부분 그대로 방치주목받는 이유는 경원선 복원과 맞물려 있어 경기도, 마식령·금강산 연결 관광특화 계획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궁예 도성'이다.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위해 지난 8월 10~19일 평양을 방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한 측에 DMZ(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궁예 도성' 남북 공동발굴을 제안했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3일 강원도 철원군청에서 이현종 철원군수와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 등을 만난 뒤 궁예 도성 터 현장을 방문, 남북 공동 발굴 가능성을 타진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의 경우는 지난 5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DMZ 궁예 도성 남북 공동발굴 추진 정책세미나'를 가졌다.'궁예 도성'은 남북 간 DMZ 내 유해 공동발굴 추진에도 등장한다. 지난 7월 31일 열린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비무장지대 유해 공동발굴에 뜻을 모았던 남북 군 당국이 후보지를 5곳으로 압축했는데 그중 하나가 '궁예 도성' 유적지 근처다. 또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남북이 DMZ 안에 있는 369개의 최전방 감시초소 GP 중 10여 곳을 우선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도 '궁예 도성' 근처 GP가 등장한다.궁예(857?~918)는 우리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인물 중 한 명이다. 역사 속에 묻혀있던 그는 지난 2000년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탤런트 김영철씨의 몸을 통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몰락한 신라 귀족 집안의 후손으로 알려진 궁예는 외가에서 태어나 어릴 때 버려진 뒤 승려가 됐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나듯, 당시 진성여왕 시대는 어지러웠다. 출중한 솜씨를 가진 궁예는 892년 원주에서 일어난 반란군에 가담하면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다. 궁예는 강릉에서 개성에 이르는 한반도 중부 지역을 장악한 뒤 901년 고구려의 부흥을 내걸고 태봉국(후고구려)을 세워 스스로 왕에 오른다. 역사는 궁예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관심법을 앞세워 기행을 일삼다 부하였던 태조 왕건에게 내쫓겼고 백성에게 붙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은 폭군으로 기록하고 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궁예는 신라의 골품제를 폐지하는 등 한국 중세사를 새롭게 연 혁명가였다고 말한다.'궁예 도성'은 이런 궁예가 905년 수도를 개성에서 철원으로 옮긴 후 만든 태봉국의 수도다. 당시에는 드물게 평지에 건설된 신도시였고 외성의 길이가 12.5㎞, 높이는 10m에 이르렀다 한다. 또 내성이 7.7㎞, 궁성 1.8㎞로 기록돼 있다. 현재도 성터의 상당 부분이 남아있고, 제대로 발굴할 경우 유물도 다수 출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비무장지대 내에 위치한 데다 남북 군사분계선이 도성의 한가운데를 양분하면서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궁예 도성'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 새롭게 주목받으며 남북 분단과 평화의 상징물로 떠오른 배경이다. '궁예 도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일단 남북이 합의한 철도 복원 계획에서는 제외됐지만, 복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는 경원선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경원선은 서울~원산(元山)을 잇는 철도로 길이 223.7㎞이며 1914년 9월 16일 전 구간이 개통됐다. 오늘날에는 국토 분단으로 용산역~의정부~동두천~연천을 거쳐 백마고지 역 사이의 94.4㎞만 운행되고 있다. '궁예 도성'은 이런 경원선이 복원되면 백마고지 다음 역인 월정리 역에서 불과 1㎞ 정도 거리다. 경기도는 이에 맞춰 경원선 복원 시 '궁예 도성'과 원산 근처의 마식령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관광노선으로 특화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궁예 도성'의 복원은 곧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예 도성'에서 시간을 되돌려 궁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08-22 김순기

[오늘의 창]불신만 키우는 궁색한 해명

'하남시, 아이들 노는 수영장 '여과기 고장' 한 달간 숨겼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하남시는 바로 반박자료를 냈다. 반박자료를 통해 시는 수영장 여과기(정화시스템)가 미가동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시의 해명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수영장 물을 어떻게 갈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른 유리잔류염소, 수소이온농도, 탁도, 과망간산칼륨, 대장균, 비소 등에 대한 허용기준치만 적시돼 있다.하지만 휴일 다음 날 새 수돗물을 받아 놓고 수질검사를 한 시의 꼼수는 미사강변도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의 아리수를 떠다가 수질검사를 했던 것에 불과하다.특히, 수영장·물놀이장 개장 전날인 7월 20일 정화시설 시험가동 중 혼탁수 유입사실을 파악하고도 개장을 미루고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21일 개장을 강행한 이유도 없었다.그리고 7월 31일(유입관 CCTV 촬영 관 균열 발견), 8월 7일(유입관 보수 및 유입수 확인), 8월 14일(시험가동) 등 수영장·물놀이장 휴일인 화요일에만 작업한 이유도 확인할 수 없다.'수영조의 욕수는 1일 3회 이상 여과기를 통과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여과기를 작동하지 않은 채 수영장을 운영한 사실 자체만으로 엄연히 법 위반 사항에 해당된다.뿐만 아니라 유류잔류염소측정기 등을 운영업체에 지급해 관리했다고 하지만, 수영장 담수만 700t이 넘고 인파가 몰릴 땐 4천 명이 넘어 안전요원만으로 원활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류잔류염소측정기로 수질관리가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이처럼 수영장·물놀이장 개장 전 및 개장 초기 수영장을 운영하는 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수영장·물놀이장 운영을 강행했다는 사실은 실수(과실)였다고 하기엔 타당치 않다. 오히려 고의적이거나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8-08-22 문성호

[참성단]이판사판 조계종 분규

한국불교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의 내우(內憂)가 진정될 기미가 안보인다. 분규의 중심이었던 설정 스님이 지난 21일 총무원장을 사퇴했지만, 이번엔 후임 총무원장 선출방식을 놓고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종단의 제도권력인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현행대로 간선제를, 불교개혁행동 등 재야세력은 직선제 전환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불가(佛家)의 구분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은 종단의 살림살이를 건사하는 사판승(事判僧)의 영역으로, 이판승(理判僧)의 참선·수행과 중생제도를 지원해야 한다. 불목하니 스님의 공덕으로 고승은 장좌불와에 전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의 위세는 교리마저 초월하는 것인지, 종단의 살림을 맡은 총무원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싼 종단내 권력투쟁이 심각해졌다.총무원장이 교체될 때마다 유명한 사찰에서 주지 자리를 놓고 절 쟁탈전이 벌어지고, 신자들이 편을 갈라 대립하는 시비가 잇따랐다. 도박, 성추문 등 스님들의 일탈을 알리는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설정 스님은 은처자 의혹에 걸려 총무원장을 사퇴했지만, 이전 총무원장 또한 이런저런 의혹으로 매스컴을 장식했다.파사현정을 일갈하던 고승대덕의 법맥(法脈)은 희미해지고, 불교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조계종이 운영하는 중앙승가대학은 정원을 못 채워 전전긍긍이고, 천년 고찰들도 출가자가 없어 애태운다. 이러다 스님 없는 절이 속출할지 모른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불교신자는 762만명으로 개신교(967만명)에 제1종교 자리를 내주었다. 10년 전에 비해 300만명의 신도가 사라진 결과였다.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승려의 지위가 천민으로 전락하자,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중 되는 일을 인생막장으로 여겼다. '이판사판'의 유래다. 이젠 불교계가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면 이판이든 사판이든 대중의 불신을 받아 불교를 이판사판 막장에 빠트릴 지경이다.불교는 한국문화의 정수다. 불교를 뺀 채 한국문화를 설명하기 힘들다. 조계종 자정을 통한 불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정화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조계종 사부대중이 이판사판 실력 대결이 아니라 불법에 귀의해 종단개혁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최근에 입적한 무산 조오현 스님은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라 했다./윤인수 논설위원

2018-08-22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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