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전망대]어리석고 순진한 비즈니스 계절은 오고 있는가

우리 경제만족도 세계 하위 10위권힘 합쳐 난관 극복해야 할 시점에자기 몫 더 챙기려는데만 '급급'지금은 어느 길 택할지 따지기전누구와 함께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일자리 형편이 이 여름 더위처럼 우리를 힘들게 한다. 상당 기간 최저 실적이다. 굳이 구체적인 수치를 들추지 않더라도, 거리에서 일터에서 집에서 옆집과 친구와 어르신들의 낯빛과 어깨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통계는 그런 감을 수치로 확인시켜 준다. 미국도, 유럽도,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외부에서 충당한다고 하는데 유독 우리만 일자리가 없는 것은 누구 탓일까. 원인이 언제부터였는가?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인가? 미숙한 정치 탓인가? 탓을 탓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집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는 것보다 화인을 먼저 따지자는 것은 그 집의 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스며있음이리라. 계속해서 불이 나는데도 그때마다 불부터 끄자는 건 내 탓만이 아니라는 억울함에 꽉 차 있음이리라.국민과 인민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하는 것이 남한과 북한 정치의 본령이 아닐까. 영화 '공작'을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경제가 구현되는 구체적인 형상을 비즈니스라고 한다면 영화에서 비즈니스의 두 번째 형태라고 주인공이 거론한 것, '모험'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생각해 볼 만하다. 거기서 모험은 단지 사업 당사자의 이익 극대화를 넘어 사회적, 공공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음에 가슴에 와 닿는다. 내 이익을 위해 광고 사업을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자, 주인공은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이 보기에 어리석고 순진한 짓을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관객에게 잔잔하게 오래 남는 연유이다. 사유성과 공공성이 아름답게 버무려진 그 접점, 난 그 영화의 백미를 거기라고 말하고 싶다.생생하다. 초등학교 6학년 초겨울에 내게 던져진 화두. 모든 사람이 잘 먹고 잘사는 건 불가능할까? 이십년간 경제학 박사라며 먹고사는 문제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지만 내 한 입 거두는 것도 헉헉거리는 깜냥을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특히 요새 같이 세상이 힘들 때, 경제학자로서 나의 존재와 역량이 세상에 득이 될까, 하는 회의감에 안 빠질 수 없다. 소년시절 남한의 경제 수준은 세계 최저로 북한에 뒤졌을 정도였다. 지금,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라지만 경제적 만족도는 하위 10위권이라 할 만하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던 어린 소년은 이제 귀밑에 흰 머리가 듬성듬성해지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입으로만 되뇔 뿐이다. 지금 나에게 소년 시절부터 품어왔던 것의 답을 내놓으라면, 먼저 손사래부터 치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해야 한다면 이렇다. 그 시절 문제의 핵심이 최저 수준의 경제였다면 지금 해법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담겨 있다고. 지금의 경제만족도가 세계 최빈국 시절보다 못한 건 왜일까? 거의 다 돈이 없었던 그 시절은 물질적으로 보잘것 없었지만, 공감과 공동체 의식으로 엮여 있었다. 지금은 유산분배 싸움을 하는 낯부끄러운 판국이다. 합심하여 유산을 뜻에 맞게 쓰고 잘 가꾸어 늘리는 대신, 자기 몫을 당장 더 챙기려는데 관심이 꽂혀있다. 이런 형국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포용적 성장 등등. 아니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측에서 들이미는 경제살리기 비법이 내놓아진대도 무슨 효험이 있을까.경제가 탈 난 것을 탓하고 고칠 수 있는 권한과 영향을 가진, 필자를 포함하여 대부분은 폭염에서 자유로운 시원한 공간에서 전기요금 걱정 하지 않는 여유가 있다. 좋은 일자리에 좋은 집까지 있는 조건에서 '모험 비즈니스'를 기대하는 건 영화 같은 발상일 뿐일까. 진단과 처방이 엇갈릴 수는 있다. 세상일에 어찌 유일한 원인과 유일한 해답만이 있으랴.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는 여럿이다. 지금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누구와 함께 산을 오를 것인가에 뜻을 모으고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국면이다. 산꼭대기에서 목말라하는 국민은 목부터 축여야 한다. 폭염이 쌓이고 싸여 화산이 폭발해도 여전히 똑같은 비즈니스를 할는지. 석 삼 년 못 본 임이 오듯 가을이 오고 있다. 환절기,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여름을 물리고 있는 계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나. 어리석고 순진한 비즈니스 계절은 오고 있는가?/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2018-08-22 조승헌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풍우최납: 바람과 비에 꺾이고 부러진다

올해 학교수업에서 필자가 한 학기 동안 황제내경 강의를 하였다. 주로 기후와 날씨예측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슈퍼컴퓨터로도 알기 힘들고 귀신도 모른다는 날씨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할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능성과 당위성의 문제는 다르다.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오늘 손님이 몇이 올지 몰라도 대략 예정해서 물건을 준비해야 하는 것과 같다. 옛사람들은 기계도 없던 시절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황제내경이란 고전에 보면 그 해 간지(干支)를 활용해 기후를 예측하는 운기론의 방법이 소개되어있다. 2018년은 간지로 무술(戊戌)이다. 우리나라의 늦여름에는 어느 해가 되었든지 후덥지근하기 마련이지만 매해 구체적으로는 서로 다른 기후 현상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늦여름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데 태풍이 오면 피해를 입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황제내경의 운기론에 따르면 태풍이 오고 안 오고를 결정하는 것은 객기(客氣)인데 올해의 늦여름 구간에 찾아오는 객기(客氣)는 바람이다. 그래서 무술(戊戌)년의 늦여름 기후양상을 풍우최납(風雨최拉)이라고 표현해놓았다. 우기(雨期)에 풍기(風氣)가 더해져 나무를 부러뜨리고 가지도 꺾어버리는 양상을 정의한 것이다. 태풍의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22 철산 최정준

[노트북]경원선, 기적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

기자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아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할 때가 있다. 팩트의 배열인 스트레이트보다 객관적 현실을 기자의 눈으로 담아내야 하는 르포일 경우 더 그렇다. 지난달 초 이름도 낯선 '경원선'을 취재하기 위해 국토 최북단을 방문해서도 그랬다. 2012년까지 경원선의 종착지였던 연천 신탄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이제는 상투어가 돼 버린 글귀가 녹슨 철판 위에 새겨져 있었다. 기사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것은 저 빛바랜 클리셰가 아니라 철원 백마고지역 귀퉁이에 세워진 우체통에 적힌 말이었다. 그 실향민의 편지함인 '북녘하늘 우체통'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어서 오랜 세월 멈춰 섰던 연천 신탄리역으로부터 한 걸음 더 기적같이 통일을 향해 내디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한 걸음 더 기적같이. 전쟁 당시 가장 참혹했던 전장에 멈춰선 열차. 북녘을 향한 실향민의 애달픈 마음이 멈춰선 철마에 이입돼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취재가 시작됐고, 기사를 썼다. 정부 관계자와 철도공단, 지자체와 복원사업 컨소시엄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토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경원선은 가장 예민한 군사지역을 관통해 복원을 꺼린다는 것,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장한 지난 정부가 동의 없이 복원을 추진해 북한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개성으로 이어지는 경의선과 금강산을 잇는 동해선에 비해 상징성이 약하다는 것. 취재를 할수록 경원선을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계속해 나왔다. 그럼에도 '기적의 한 걸음'을 이대로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유라시아 철도가 복원되면, 시베리아를 거쳐 북한 북동쪽 철로를 타고 온 유럽의 물류는 결국 수도권으로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물류도시인 원산으로부터 수도권에 닿는 경원선의 복원은 필수 과제다. 정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바로 저곳,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산적한 경원선을 다시 달리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오지 않을 것 같던 평화가 마침내 도래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8-08-21 신지영

[경인칼럼]고용창출 재원을 구글세로

서민에겐 단 한푼까지 세금 거두는 국세청다국적기업들 '무더기 탈세'엔 너무 관대고령화사회·미취업자 증가는 '점입가경'구글세 징수해 일자리 늘리는데 썼으면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불량주택채권 파동이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당시 70억 세계인들은 대머리 털보 벤 버냉키 FRB(미국중앙은행) 의장을 주목했다. 공황경제학의 대가인 버냉키는 '달러 복사기' 혹은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으로 월드스타가 되었다. 미국정부가 종이돈(그린백)을 마구 찍어내서 천문학적인 은행부실을 털어낸 데 대한 비아냥(?)이다. 20년 전의 외환위기를 떠올리면 서글픈데 최근 국내에도 '헬리콥터 머니' 망령이 어른거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 입성과 함께 수행원들에 내린 첫 번째 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일 정도로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고용창출이다. 작년 10월에는 '일자리-분배-성장'이란 선순환 구조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문 정부 임기 내에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사, 교사, 근로감독관 등 공무원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41만6천명 중 20만5천명을 정규직화하고 창업 활성화, 최저임금 대폭 확대 및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약속했다.벌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은 10만명을 돌파했다. 임기 1년 만에 목표의 50%에 육박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도 확대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인원은 2만2천500여명이었는데 금년에는 채용예정 인원을 2만8천명으로 확대했다. 한편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공약 실천차원에서 최저임금을 2년 동안 30%가량 인상했으며 주당 68시간의 근로시간도 7월부터 52시간으로 축소했다.정부는 2년 동안 공공일자리 확충에만 33조원의 혈세를 투입했으나 노동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시그널은 간취되지 않는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금년 들어 5개월 연속 10만명대로 '고용쇼크' 수준인데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의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작년 7월보다 고작 5천명 증가에 그쳐 국민들은 '멘붕'이다. 일자리정부 운운이 민망해 보인다.일자리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다. 저임금 일자리와 파트타임이 점증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와 실험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이다. 복지천국인 핀란드에서는 2017∼18년 실업자 2천명을 선발해서 2년 동안 매달 560유로(73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의 종말' 시대에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최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경쟁담당 집행위원이 IT공룡기업 구글에 43억4천만 유로(약 5조7천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언급했다. EU 역사상 최대의 벌금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체계를 불법 이용했다는 혐의이다. 퀄컴, 애플, 아마존,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의 간판기업들에 대해서도 거액의 과징금 부과 내지 탈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영국정부는 2016년에 구글로 부터 지난 10년 동안의 세금환급 명목으로 1억3천만 파운드(1천900억원)를 징수했다. 러시아, 스페인 등 여러 나라들이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에 페널티-약칭 구글세-를 물리는 추세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온라인광고와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으로 매년 수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2016년 납세액은 200억 원도 채 못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알리바바, 아마존 등 IT기업을 비롯해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업체들과 다이슨, 이케아,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론스타는 국내에서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안 내고 '먹튀'했다. 서민들에겐 세금을 단돈 한 푼까지 징수하는 국세청이 다국적기업들의 무더기 탈세에는 너무 관대하다.한국은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4%를 상회하는 고령사회인데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낙오자수 증가는 점입가경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고사하고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구글세 징수해서 일자리 확대재원으로 사용했으면./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8-21 이한구

[참성단]고용파국 책임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013년 11월 20일 국무조정실장 재임 당시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대학생 토크 콘서트 '열정락(樂)서'에서 강연을 했다. '열정락서'는 경제·경영·문화계 대표 인사를 비롯해 삼성의 CEO, 임직원들이 청춘의 멘토로 나서 열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는 소통 프로그램. 처음에 김 실장은 삼성의 초청을 여러 번 거절했다. 장관급 공무원이 삼성 주최 강연을 했다가 괜한 오해를 살까 봐서다. 하지만 삼성이 거듭 요청하자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자신의 강연과 삼성을 결부시키지 말 것과 강연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일 중독자' 김 부총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가 매사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설이 불거졌을 때, 그는 "내각에 믿고 맡겨 달라"고 직접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정가에선 "김동연의 내공은 간단치 않다. 쉽게 패싱 당할 사람이 아니다"는 말이 회자됐다.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013년 1월 기획재정부 2차관 시절 그는 사적인 자리에서 "관료는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공직에 있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소신껏 일할 수 있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은 그가 "잘리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 상황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아주대학교 학생과 교수, 동문 상당수는 김 부총리에 대해 좋게 기억을 하고 있다. 당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브라운 백 미팅'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정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애초 2주에 한번 학생들과 점심을 하며 학교 운영에서부터 진로, 취미,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신청자가 너무 많자 매주 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만큼 김 총리는 소통을 중요시했다.고용참사 해법을 두고 김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다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언론이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볼멘소리다. 보다 못한 문재인 대통령은 양쪽에게 "결과에 직을 걸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세간 여론은 혈세를 더 투입하겠다는 청와대보다 "필요하면 정책 방향을 수정해 나가겠다"는 김 부총리 발언에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관측된다. 어찌됐든 최악의 고용재앙을 푸는데 김 부총리의 소신이 통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21 이영재

[수요광장]e스포츠의 올림픽 도전

자카르타 AG서 6개 시범종목최상위선수 보유 한국, 반길 일육체적운동-전자기기 승부 '괴리'게임 상업성·도핑·심판문제 숙제갑론을박속 '올림픽 입성' 기대'여름은 더워야 여름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더워도 너무 덥다. 이번 여름은 비정상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외 활동이 주를 이루는 스포츠 종목들은 특히 더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축구는 경기시간을 저녁시간으로 늦추고, 경기 도중 열을 식히고 물을 마시는 휴식시간을 주는 쿨링 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하였고, 야구는 무더위 속 훈련시간을 단축하는 등 야외 스포츠들은 종목별로 자구책을 찾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반면 오히려 찜통더위 속에서 빛을 보는 종목이 있는데 바로 실내 스포츠이다. 더위와 상관없이 에어컨 아래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탁구부터 배드민턴, 볼링, 수영 등의 실내 스포츠 종목의 경우 이용객이 급증하며 여름철 더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계절과 날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에게 e스포츠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겠다. e스포츠란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로 특정게임을 하며 온라인으로 승부를 겨루는 게이머의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말한다. 체력소모가 크지 않은 게임을 스포츠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목표성, 경쟁성, 승리 지향성 등이 스포츠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는 과감히 e스포츠를 이번 8월 18일 개막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시범종목으로 확정하였고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클래식 로얄, 스타크래프트 2, 하스스톤, 위닝 일레븐 2018, 팀전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아레나오브발러(펜타스톰) 총 6개 종목에서 메달리스트들이 탄생하게 된다.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소비하던 콘텐츠가 e스포츠로 자리잡고, 전 세계 수많은 팬들과 거대해진 시장의 지원을 등에 업고, 프로구단을 만들고, 리그를 만들고, 이제는 4년마다 있는 아시아의 스포츠 제전인 아시안게임에 입성하게 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e스포츠 문화를 주도해 온 e스포츠 종주국이자 주요 종목 최상위 선수를 보유한 강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8월 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을 하였다. 800여명의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관심과 집중을 받은 선수가 있으니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세계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페이커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있는 이상혁 선수였다. 이 선수의 연봉은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e스포츠 시장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e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아시안 게임까지 입성하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육체적인 movement(운동)가 기본이 되어 팀워크를 이루고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올림픽 정신과 전자기기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 간에 괴리감을 느끼는 스포츠 관계자들도 많이 있다. 또한 사람들이 즐기는 전체 게임 중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 게임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문제. 선정성, 폭력성 그리고 중독성이 있는 게임들 속에서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 게임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게임이란 특정 개발사가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상품이라는 점에서의 지나친 상업성, 그리고 도핑 문제, 심판 양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다.앞으로 정통적인 스포츠의 가치를 앞세우며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정식 채택을 반대하는 쪽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e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의 다양한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을 해본다.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입성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스포츠 각 종목의 우리나라 스타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상상을 하니 1990년대 말 친구들과 어울려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하던 필자의 기분이 묘해진다. e스포츠가 8월 18일 개막, 9월 2일 폐막하는 아시안게임 동안 한여름 뜨거운 더위 속에서 힘들었을 우리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 같은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하며, 대한민국 e스포츠 대표선수단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8-08-21 유승민

[기고]무궁화는 어떻게 '우리나라 꽃'이 됐을까

우리와 이웃한 나라 문헌 통해대대손손 피고 졌다는 역사 기록단점 인정하고 보완하면서선조들이 우리 가슴속에 남겨준소중한 정신 가꾸며 계승해야최근 언론에서 천연기념물 무궁화가 고사 위기라는 기사를 접했다. 문득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보호하는 무궁화는 몇 그루일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천연기념물 제520호 강릉 방동리 무궁화와 제521호 옹진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가 있었다. 천연기념물은 국가에서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동물(그 서식지)·식물(그 자생지)·지질·광물과 그 밖의 천연물을 법령으로 지정한 것이다.우리나라 전체 천연기념물 457개 중 무궁화는 두 그루. 그중에서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가 고사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무궁화의 수명이 보통 40~50년인데 반해, 강릉 방동리 무궁화의 수령은 110년으로 추정하고,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는 90~10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 두 무궁화는 자연스레 고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령이다. 무엇보다도 '나라꽃'인 무궁화는 여러 지역, 여러 장소에서 자라고 다양한 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마땅할 나무임에도, 가까운 미래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궁화는 한 그루만 남게 될 지경이다. 조만간 고사할 수 있다는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의 현실이 바로 '나라꽃'인 무궁화가 처한 바로미터 아닐까.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그 어떤 왕이나 대통령도 '무궁화를 국화(國花)로 정한다'고 선언한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국화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무궁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궁화는 언제부터 나라꽃으로 인식되었을까? 한반도와 무궁화의 연관성은 중국과 일본의 고서에서 발견된다. 첫 번째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한나라까지 쓴 총 18권의 '산해경(山海經)'에서 알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신화와 주위 나라들의 지리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책에서 '군자국에는 무궁화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君子國 有薰花草 朝生暮死)'라는 문장이 발견된다. 여기서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것이며, 훈화초(薰花草)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두 번째는 '구당서(舊唐書)'라는 중국 당나라의 정사다. 구당서 199권 신라전(新羅傳) 737년(성덕왕 36) 기사에 "신라가 보낸 국서에 그 나라를 일컬어 근화향(槿花鄕), 곧 무궁화의 나라라고 하였다."라고 기록돼 있다. 특히, 신라 효공왕이 문장가 최치원에게 작성토록 해 당나라에 보낸 국서(國書) 가운데 "근화향(무궁화의 나라, 신라를 일컬음)은 겸양하고 자중하지만, 호시국(호시를 생산하는 나라, 즉 발해)은 강폭함이 날로 더해간다"고 한 내용이 전해진다.이 밖에도 일본의 왜기(倭記)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무궁화는 조선의 대표적인 꽃으로서 무려 2천100여 년 전 지나(일본이 중국을 불렀던 명칭)에서도 인정된 문헌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전 국민으로부터 열광적 사랑을 받았으며, 문학적·의학적으로 진중한 대우를 받았다. 일본의 벚꽃, 영국의 장미와 같이 국화로 되어 있다가 조선조에 들어와 왕실화가 배꽃으로 정해지면서 무궁화는 점차로 세력을 잃고 조선 민족으로부터 소원해졌던 것이다. 20세기의 문명이 조선에 들어옴에 유지들은 민족사상의 고취와 국민정신의 통일 진작에 노력하여, 붓과 말로 천자만홍(千紫萬紅)의 모든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로되 무궁화는 여름과 가을에 걸쳐 3~4개월을 연속해 핀다고 하여, 그 고결함과 위인적(偉人的) 자용(姿容)을 찬미하였다. 따라서 무궁화 강산 운운은 자존된 조선의 별칭인데…" 이와 같이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웃 나라 문헌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대손손 무궁화가 피고 졌다는 역사를 알 수 있다.적어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설사 무궁화에 단점이 있더라도 단점은 단점대로 인정하고 보완하면서 보듬고 가꿔 우리 가슴 속에 선조들이 남겨준 소중한 무궁화를 가꾸고, 무궁화에 담긴 정신을 계승해야 하지 않을까./한광식 김포대 CIT융합학부 교수·(세종특별자치시 무궁화도시 자문위원)한광식 김포대 CIT융합학부 교수·(세종특별자치시 무궁화도시 자문위원)

2018-08-21 한광식

[자치단상]파주, '통일경제특구'를 꿈꾸다

분단상징 도시에서 평화중심도시로 도약'국제평화공단' 통일시대 앞당기는 지렛대미·중·일·러 등 참여로 발전 시킨다면동북아·유라시아 상생경제권 중요축 될것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3월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LG필립스LCD(LG디스플레이) 파주 유치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필자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되자마자 벌어진 일이라 그 당시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는지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런 결단이 없었다면 현재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중국으로 이전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경기도와 파주시, LG필립스LCD는 파주 월롱면 일대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LCD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그런데 파주 입지는 수도권 규제에 따라 대기업 공장 신·증축이 제한돼 있었고 특히 국방, 환경, 문화재 등 복잡한 규제로 인해 유치가 매우 비관적인 상황이었다.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정부와 경기도·파주시, 유관기관이 합동 전담반을 구성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했고, 파주시는 국방부와 협의를 통해 군사시설 등을 이전했다. 파주 LCD 단지는 정부, 지방정부, 기업체, 주민이 하나가 돼 함께 노력해 만든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덕분에 그 후 10년 사이 파주는 인구가 두 배, 자동차가 두 배, 아이들이 두 배 늘어나고 있는 미래 성장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께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언급한 '파주 일대의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내렸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이제 한반도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남북 경제공동체'로 가는 여정이 구체화되고 있다. 4·27 파주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9월 중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앞으로 종전선언, 평화협정 채택 등이 이어질 경우 남북평화협력시대로 전환될 것이다. 파주는 분단을 상징하던 도시에서 평화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파주는 평화가 경제이고 생명이고 생존이다.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야 파주는 접경지역, 안보도시로서의 각종 규제와 오명에서 벗어나 안정된 경제활동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 남북협력과 통합의 새 질서를 만드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파주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정책이 바로 '통일경제특구' 조성이다. '통일경제특구'는 파주 민통선 일대에 국제평화공단을 조성하는 것으로 남북한의 협력을 넘어 통일시대를 앞당길 지렛대가 될 것이다.필자는 파주시장으로 취임한 첫날 통일경제특구 조성을 위해 '남북평화협력 TF팀 설치' 계획에 서명했다. 한반도 평화수도 파주를 실현하고 세부 사업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마련한 것이다. 통일경제특구가 과거 개성공단처럼 정권의 상황에 따라 중단되거나 위기를 맞지 않도록 지속 운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주안점을 두고 남북평화협력TF팀이 운영될 방침이다.통일경제특구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필요시에는 (가칭)통일경제특별위원회 및 전담기구 등의 부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통일경제특구 조성 외에도 ▲UN제5사무국 유치 ▲파주북부지역 국제철도역 건설 ▲남북경협 대비 파주북부스마트시티 조성 ▲남북한 체육·문화 교류 추진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 설치 ▲판문점 뮤지컬 공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현재 통일경제특구 법안은 외교통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심사 중이다. 파주는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의원과 긴밀히 협조하고 향후 특구법 제정이 가시화될 것을 대비해 자체적으로 용역을 진행하고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통일경제특구 지정에 파주가 중심 지방자치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통일경제특구는 남북교류거점도시로의 확장을 통해 교통, 경제, 일자리 등 파주에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다. 통일경제특구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동북아 최대의 국제평화공단으로 발전시킨다면 이는 곧 동북아 및 유라시아 상생경제권의 중요한 축이자 평화의 안전판 역할이 될 것이다./최종환 파주시장최종환 파주시장

2018-08-20 최종환

[오늘의 창]이재명표 혁신이 경계해야 할 것들

이재명 경기지사의 취임 두 달째. 경기도에는 혁신 바람, 아니 혁신 태풍이 불고 있다. 공공건설 원가공개 등 투명 행정에 대한 시동이 걸렸고, 쪼개기 수의계약 등 이미 한차례 감사가 진행됐던 사안들도 다시 책상 위에 올라 새로운 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인수위는 아예 지난 민선 6기 행정의 불법 사항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감사를 정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그간 경기도 행정의 문제점을 다시 되짚고 깨끗하게 거듭나자는 이 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 김문수 전 지사 시절 도청 곳곳에 붙었던 '청렴영생 부패즉사'라는 문구가 오버랩 되듯, 최근 경기도 공직사회에서는 '걸리면 죽는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내부를 겨냥한 혁신의 칼이 이 지사를 두고 불거진 이슈 덮기라는 공무원들 사이의 비판도 있지만, 적폐를 청산하자는 취지와 외침은 주권자인 경기도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민의 표심도 이런 개혁과 혁신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공직사회도 적당한 긴장감이 청렴도를 높인다는 데는 공감한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경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소통과 권위주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찬반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절충안도 나온다. 반대여론이 소수라할지언정, 그것도 도민의 이야기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적폐로 지목되고 몰린다면, 그것 또한 또 다른 폐단이 될 수 있다. 신중하게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는 혁신정책이 보다 많은 도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작은 문제지만 도청 공무원 명찰패용도 이 연장 선상에 있다. 일반도민은 보안문제 등으로 도청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목적과 방문지를 밝히고 출입증을 받고 직원의 안내를 받는다. 공무원 이름 몰라서 주권자인 민원인이 애로를 겪을 일은 거의 없다. 명찰 패용은 주권자가 아닌 상급자에게 편리한 권위주의적 제도가 아닐까. 똑같은 도민인 도청 공무원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김태성 정치부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정치부 차장

2018-08-20 김태성

[윤상철 칼럼]'내로남불'의 집단극단화

국가 구성하는 개인들 생각이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하면소통통해 먼저 풀어 나가야그 뿌리 사회에서 정치로 뻗었다면치유의 출발은 사회안에 있다는것이른바 '내로남불'이란 말이 갈등하는 집단 간에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신을 변명하는데 자주 사용된다. 정치와 언론을 넘어 지식인까지 두루 사용하고, 나무위키에 열거된 사례들을 보면 희소한 일탈현상은 아닌 듯하다. 개인적 에피소드에서 집단과 사회조직, 나아가 정치권력과 국가권력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현상이다. 얼핏 보면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상을 상대에 대하여 전혀 다르게 극단적으로 규정하는 점도 독특하다. 새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흔들리면서 여당의 '적폐청산'에 야당은 '내로남불'로 맞섰다. 6년 전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사건(혹은 대선개입사건)과 작년부터 발생한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은 행위자와 이해당사자가 다를 뿐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의 여론형성을 심각하게 왜곡한 사례들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이어 '국가주의'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야당은 '촛불혁명'을 초래한 국정농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여당은 시장과 국가의 역사적 성패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내로남불은 주로 정치의 언어로 사용되지만, 돌아보면 그 뿌리는 넓게 퍼져있다. 정치인 팬덤현상들도 제3자의 눈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깨시민'이나 그들의 비판대상이나 진리에 있어서는 똑같이 독선적이다. 내부자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참여연대나 비정규직 문제해결은 정부와 재계에 넘기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만을 옹호하는 민주노총도 다르지 않다. 워마드는 이른바 미러링으로 변명하면서 그들의 비판대상인 '한남'을 닮아갈 뿐 아니라 범죄를 예고하는 일탈을 쉽게 벌인다. 일부 기독교계는 입국 금지된 이슬람국가에 들어가 선교하면서도 무슬림의 국내 입국에 대해서는 공포증을 조장한다. "롤리콤은 범죄지만 쇼타콤은 취향"이라고 말하는 교수나 여성과 남성의 비혼에 대해 근거 없이 상반된 기준을 들이미는 교수의 편협한 시각도 이제 낯설지 않다. 어쩌면 내로남불은 전 사회적인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지금은 옳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상황논리로 변명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다 옳거나 다 틀렸기 쉽다. 더 아쉬운 사실은 서로 분열된 집단 내에서 상대에 대해 동의하거나 이해하는 목소리도, 자기 집단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도 듣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지키려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양성, 토론과 합의, 그리고 양보와 협력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넛지'의 저자인 캐쓰 R. 선스타인은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는 책에서 이러한 집단의식의 모습을 '집단극단화'로 규정한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은 서로 생각이 유사한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극단주의 성향이 심화되고, 내부 다양성은 저하되며, 나아가 상대집단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는 것이다. 집단 내부에 동일한 성향의 정보가 쏟아지고 사람들은 사회적 평판을 고려하여 이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일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일수록 훨씬 설득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 공간은 더 신속하고 폐쇄적인 정보순환을 가능하게 하여 집단극단화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선스타인은 집단극단화를 막는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전통주의 혹은 선인들의 지혜에 대한 존경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과거를 시대적 한계가 아닌 적폐로 치부하는 우리에겐 적합하지 않다.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미래에 적용하는 대안이 있지만,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으며 인물과 조직의 대체를 선호한다. 마지막 대안은 견제와 균형이다. 링컨이나 루스벨트가 그랬듯이 동조하는 집단들로 이루어진 '정보의 반향실'이 아닌 반대하는 집단들로 '정보의 풀'을 넓히거나, 유유상종을 회피하고, 제도적으로는 3권 분립과 헌법상 독립기관의 권위를 존중하는 일이다. 그마저도 '청와대정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같은 뿌리의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찾기 어렵다. 우리에게 남은 대안이 있다면, "정부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개인들을 반영한다"는 샤무엘 스마일즈의 말처럼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하여 먼저 내로남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뿌리가 사회에서 정치로 뻗어나간 것이라면 그 치유의 출발은 사회 안에 있다는 말이다. LA흑인폭동의 주인공 로드니 킹은 사건 이후 진행된 인종 간의 분노와 혐오, 그리고 좌절을 겪은 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린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잖아요?"/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8-08-20 윤상철

[참성단]금강산 21차 이산가족 상봉

오늘 아침 이시득 옹은 금강산에서 눈을 떴을게다. 어제 하루는 초현실적이었을 것이다. 올해 나이 아흔다섯. 광복되던 그해 남동생과 함께 남쪽으로 왔다가 73년을 놓아 버린 북녘 가족과 겨우 연이 닿은 하루였다. 보고 싶었던 두 여동생 대신 상봉한 두 조카였다. 조카들 얼굴에서 부모와 어릴 적 두 여동생 영금이 영화의 얼굴을 짐작했을 터이니 그것으로 족했을까?어제 남측 이산가족 89명이 북한 금강산 호텔에서 북한 가족과 상봉했다. 남북 적십자사가 주선한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다. 남측 상봉단엔 고령자가 많이 포함됐다. 101세의 백성규 옹을 비롯해 20명 이상이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편한 상태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부모는 당연하고 형제자매는 물론 자녀들과의 직접 상봉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이미 사망한 가족들이 많아서다. 백 옹도 며느리와 손녀를 만났다.그나마 추첨을 통해 상봉단에 선발된 이산가족들은 운이 좋은 경우다. 5만6천890명의 생존자 중에 선발됐으니 말이다. 이산가족 등록자 13만2천124명 중에 7만5천여명이 상봉을 고대하다 타계했다. 지금처럼 100명 규모의 상봉행사를 진행한다면 남은 이산가족 전체의 상봉에 568회의 상봉행사가 필요하다. 2000년 1차 상봉에서 이번까지 21회의 상봉행사에 18년이 걸린 상봉 속도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목표다.하지만 실제 필요한 상봉횟수는 해마다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매달 수백명의 고령 이산가족이 세상을 뜨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이산가족 사망으로 인해 상봉 확률이 높아지는 셈인데, 생존 이산가족들이 이처럼 잔인한 확률을 반길리 없다. 뾰족한 수가 없다. 남북 고령자 이산가족들의 전면 상봉을 서둘러 실현해야 한다. 상설면회소를 설치해 생사확인이 된 이산가족들이 1년 내내 만나게 해야 한다.경인일보 인터뷰에서 "찰밥을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던 이시득 옹은 금강산 첫날 꿈에나마 그 어머니를 상봉했을까. 아니면 평생 한이 풀려 밤마다 찾아오던 그리운 꿈 마다하고 편히 주무셨나. 꿈 같을 것이다. 금강산 혈육상봉 2박3일이 꿈인지, 남녘에서의 이산 세월 75년이 꿈 같을지 분간이 힘들지도 모르겠다. 수원시 화서동 그의 집에서 상봉 이전처럼 무심하게 지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궁금하다고 물을 일도 아닐 것이다. 익명의 시인이 오래 전에 마련해둔 답변이 있다. "소감이요? 심정이요? 그걸 말로 할 수 있갔소?" /윤인수 논설위원

2018-08-20 윤인수

[시인의 꽃]채송화

불볕이 호도독호독내려쬐는 담머리에한올기 채송화발돋움하고 서서드높은 하늘을 우러러빨가장히 피었다.조운(1900~?)한 여름 양지바른 곳에서 피는 채송화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담벼락이나 산책로에 낮은 자세로 알록달록 수놓는 이 꽃은 볼수록 앙증맞으며, "불볕이 호도독호독" 지나가는 더위 "내려쬐는 담머리에" 고개를 내민 채송화를 눈높이에 맞춰보며 삐죽삐죽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이에 천진난만과 순진 그리고 가련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채송화에 얽힌 페르시아 전설이 전해온다. 페르시아에 사치스러운 여왕이 있었는데, 이 여왕은 보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백성들에게 세금도 보석으로 내라고 할 정도였다. 어느 날 한 노인이 수많은 보석이 담긴 12개의 상자를 가지고 여왕을 찾아와서, 이 보석 하나가 페르시아 백성 한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왕은 상자 안의 보석을 모두 차지하기로 했고, 노인이 보석 하나를 줄 때마다 백성 한 사람씩 사라져 마지막 하나만 남게 된다. 이미 나라에는 백성이 한 명도 없었음에도 여왕은 망설임 없이 남은 보석을 가지려고 상자를 집어 드는 순간 보석과 상자가 터지면서 여왕도 함께 사라졌고, 보석들의 파편들이 떨어져 채송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채송화는 욕심의 굴레 속에 있는 우리에게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살아갈 것을 "빨가장히" 전언하고 있는 줄 모른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20 권성훈

[발언대]지인 사칭 '카카오톡 피싱' 최고의 예방법은?

지인 사칭 '카카오톡 피싱'이란 4천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매개로, 사용자의 지인을 사칭해 경계심을 허물고 금전을 편취 하는 '메신저 피싱(Messenger Phishing)'의 일종이다.사기범들은 휴대전화가 고장 나 통화가 안돼 카카오톡으로만 대화가 가능하다고 속인 뒤 전화 확인을 회피하면서 "급히 돈을 보내야 할 곳이 있는데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오류로 보내지지 못한다" 등의 이유를 대면서 타인 계좌로 금전의 이체를 요청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범죄의 특성상 정보 발신자의 특정이 어렵고, 전자 정보의 증거 인멸 및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범죄 수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다른 범죄에 비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안전도 역시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속담에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듯이 피의자의 검거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범죄 피해의 예방법의 습관 및 생활화해 이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국민의 편익 증진과 체감 안전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메신저 피싱을 예방하려면 첫째, 가족 및 지인 등이 카카오톡으로 금전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전화로 본인 및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이 통화할 수 없는 상황 등을 들어 본인 확인을 회피하는 경우 직접 신분을 확인할 때까지는 절대로 금전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이메일 및 휴대폰 문자메시지 확인 시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은 열지 말고 즉시 삭제해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백신 검사를 생활화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카카오톡 피싱 등이 의심되는 대화 수신 시 주변 지인에게 대화내용을 설명해 도움을 받거나 해당 기관(경찰청 112, 대검찰청 02-3480-2000, 금감원 1332)의 공식 대표번호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카카오톡 피싱은 우리의 조그만 관심과 생활습관의 점검을 통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매일 발생하는 메신저 피싱은 경찰의 힘만으로는 근절이 어렵다.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모든 국민이 감시자가 될 때만이 메신저 피싱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것이다./최현민 화성동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최현민 화성동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2018-08-19 최현민

[데스크 칼럼]최고의 비즈니스

교회·불교계 소란·젊은 개혁 정치인 실종종교·정치 본질 없고 비즈니스만 있을 뿐기업인 대부분 사후에 '흉상' 남기는 이유는팔·다리 떨어질때까지 뛰었기 때문이란다한달여 전 60대 초반의 중견기업인 A대표와 그의 고향 충청도로 1박2일 여행길에 나선 일이 있다. A대표는 40여년 전 고등학교 졸업 직후 폐수처리업에 투신, 굵직한 중견기업을 일궈냈다.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내년 7월 '사회봉사를 표방하는 세계 최초의 봉사클럽 연합체'의 한 지구 총재 자리도 맡을 예정이다.A대표는 고향 동네 이곳저곳을 돌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 고등학교 유학시절 고생담과 기업을 일구면서 겪었던 애환도 회상했다. 그러다 불쑥 "내가 40여년 사업을 하면서 '인생 최고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한 것이 3가지가 있다"며 '종교비즈니스, 정치비즈니스, 금융·보험 비즈니스'의 개인적인 관(觀)를 언급했다.일정 정도 위치에 오르면 더 이상의 큰 노력도 없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사견이다.서울의 대형 교회 부자 세습 논란이 연일 파장을 낳고 있다. 2015년 아버지 목사가 은퇴 후 2년 가까이 공석으로 있던 담임목사 자리에 아들 목사가 부임했다. '청빙 결의 무효소송'으로 이어졌고, 지난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 재판결과 8명이 아들 목사의 청빙을 찬성, 7명이 반대했다. 한 표가 재판 결과를 가른 것이다. 개신교 법조인 약 500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CLF)는 "사실상 파행된 노회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해 처리했으므로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주장,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불교계도 연일 소란이다. 사상 초유 총무원장 탄핵사태로 조계종이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퇴진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지난 13일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직접 읽으며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원로회의 인준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차기 교권을 향한 쟁투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정치 비즈니스는 또 어떤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늘 '그때'뿐이다. 개혁을 자처했던 젊은 정치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논란 당시 각 정당은 뇌물죄, 직권남용죄,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정작 피감기관 지원 국회의원 해외출장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통보한 38명 중 26명의 명단이 확인되자 여의도에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다.특활비 문제가 터지자 이번에도 이리저리 여론의 추이를 떠보더니 슬그머니 '반쪽 특활비 폐지'를 내놓고는 더 이상 말이 없다.A대표는 금융·보험비즈니스에 이르러 "이 사람 돈 받아다 저 사람에게 비싼 금리 적용해 빌려주고 이자 먹는 장사", "위기의식 조장해 보험료 받아 장사하는 비즈니스"라고 말한다.실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인 1조7천억이 늘어나 이자장사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더해 금리조작 파문까지 일으켜 국민들만 '봉'으로 만들었다. 보험업계도 보험료 받을 때와 보험금 줄 때가 '화장실 갈 때, 나올 때 틀리다'란 식이다.A대표는 "종교에 종교가 없고, 정치에 정치가 없다. 비즈니스만 있을 뿐"이라며 "100%는 아니지만, 기업인들은 사후에 대부분 흉상을 남긴다. 팔 다리가 모두 떨어져 나갈 때까지 평생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뛰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울림이 왔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8-08-19 이재규

[참성단]한국 국가대표 축구감독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팬들의 관심은 요하임 뢰브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에게 쏠렸다. 한국에 충격의 2대0 패를 당하고, 조 최하위로 예선 탈락한 독일축구 명감독의 거취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독일 축구협회의 발표는 간단했다. "우리는 모두 뢰브 감독이 정확히 분석하고 올바른 조치를 통해 대표팀을 다시 성공의 길로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경기 도중 차범근 대표 감독을 날려버린 대한축구협회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한국 축구의 역사는 '감독 변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외국인에게 대표팀 감독은 말할 수 없이 혹독한 자리다.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영입된 외국인 감독들은 히딩크 같은 '전폭적인'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도 언제나 히딩크와 비교되며 질타를 받았다. 2003년 움베르투 코엘류, 2004년 조 본프레레, 2005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수난받은 외국인 감독'으로 기록된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축구를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시키고 2015년 연승, 무실점 경기 등 각종 신기록도 갈아 치웠다. '제2의 히딩크', '갓틸리케(God+슈틸리케 )'라는 별명을 들었지만, 성적이 부진하자 경질됐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는 지금도 한국축구에 온갖 독설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잘하면 본전이고 잘못하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배인 줄 뻔히 알면서도 잔을 들었다가 끝이 좋았던 건 오직 히딩크 감독밖에 없었다. 그래도 국가대표 감독을 거부하지 못하는 건 국가대표감독 자리가 돈과 명예 등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다. 그래도 '총리를 맡는 것보다 축구감독이 더 힘들다'는 영국 격언처럼 '국대감독'은 힘든 자리다.한국 국가대표 축구감독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임됐다. 첫날부터 뒷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3명의 후보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연봉문제로 결렬돼 차선책으로 벤투 감독이 선정됐다는 등의 말이 축구협회 관계자 입에서 술술 나오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성적이 부진할 경우 "그거 봐라! 원래는 벤투가 아니었다"고 책임을 전가할 태세다. 벤투 감독도 한국 축구협회의 이런 명성(?)을 익히 들었을 것이다. 벤투 감독에게 두 가지만 당부한다. 귀를 꽉 막아라! 아무 것도 들리지 않게. 그리고 첫 경기는 반드시 이겨라! 그것도 시원하게.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19 이영재

[월요논단]공룡이 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사회적 책임 필요

출범초 상업주의로부터 거리 둔'모든 사람의 텔레비전'이라는지향과 멀어져가는 것인가?막강한 영향력 고려한다면국내 서비스와 동등규제 이뤄져야글로벌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 동영상 앱 점유율이 85.6%에 달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2017년 동영상 광고매출에서도 38.4%로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의 보급,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유튜브는 함께해온 것이다. 2014년 12월 MBC, SBS의 방송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다. MBC, SBS 등이 만든 온라인 영상광고대행사가 유튜브와 광고 수익 배분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가 포털에만 방송콘텐츠를 제공하게 된 적이 있다. 신문이 단결해서 콘텐츠 제값 받기를 하지 못해 지금 포털과 불평등한 관계에 처한 것을 반면교사로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튜브의 성장세에 지상파방송과 종편은 유튜브에 뉴스콘텐츠를 서비스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사들은 공익성이 있는 뉴스와 시사교양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유튜브가 어린이, 청소년의 미디어이기 때문에 미래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클 것이다.이미 유튜브는 10대에게 검색, 뉴스, 오락 등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가 됐다. 지난 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26.7%가 유튜브 같은 1인 방송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기존 미디어가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주로 소비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유튜브의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력 이외에 최근 극우채널들이 제공하는 가짜뉴스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와 비교해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규제 역차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에 인터넷 망사용료, 콘텐츠 규제 등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고 검색시장 등의 점유율에 취해서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대응을 간과한 네이버 등의 대응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구글(유튜브)은 해외 주요 광고주들의 요구가 계기가 됐지만 외설적이고 극단주의적 영상에 대해 광고를 금지하는 등 자율규제와 모니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율규제 회의체에 참여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동영상서비스와 비교하면 동등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유튜브는 "마음에 드는 동영상과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하여 친구, 가족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고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는 스스로 만들어낸 영상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의 튜브'(youtube)로 기존 미디어인 텔레비전(튜브)에 대비된다. 유튜브는 초기 수익모델이 안정되지 않았지만 대기업의 극단적 상업성에 묻히지 않고 젊은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동영상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 일상을 담은 영상에서 사회적 사건을 담은 저널리즘 내용까지 담아내기도 했다. 인터넷 동영상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공동체적 네트워크로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수익모델이 불확실하고 서비스의 성격상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2006년 구글에 인수됐다.젊은 이용자들이 발견하고 열광했던 공동체적 네트워크인 유튜브는 이젠 마케팅의 주요 거점이 됐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일방적 메시지 전달을 위주로 하는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그러했다. 타킷 고객이 흥미와 매력을 느낄 만한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는 '마지막 마케팅 방식'이라는 '콘텐츠 마케팅'도 유튜브가 주 무대이다. '영향력 있는 개인'을 중심으로 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서도 구독자가 천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가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유튜브가 수익모델을 안정화시킨 대신에 서비스 출범 초기에 보여줬던 상업주의로부터 거리를 둔 '모든 사람의 텔레비전'이라는 지향과 멀어져 가는 것인가? 유튜브 규제가 만능이 아니고 자율적인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기대해야 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적어도 국내 동영상 서비스와 동등 규제는 이뤄져야 할 것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8-08-19 이용성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온 수호목 '팽나무'

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라고넓게 퍼진 가지에는 잔털이 있다어린잎은 재 푼 물에 데쳐 무쳐먹어목재는 단단해 건축·가구재 사용 통째로 파서 나룻배로 만들기도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로 끝이 보이지 않던 올여름 더위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폭염의 기세는 좀 꺾여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오늘부터는 기온이 다시 올라 여전히 더울 것으로 기상청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기상관측사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마을 어귀에서 시원한 그늘로 너른 품을 내주어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팽나무가 그리운 계절이다.팽나무라는 이름은 열매 때문에 생겼다. 열매를 작은 대나무 대롱에 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공기의 압축을 이용해 탁 치면 팽하고 날아가는 것을 '팽총'이라 하는데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라 하여 팽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역에 따라 달주나무, 매태나무, 평나무 등으로 조금씩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폭낭'이라고 부르며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여기는데, 마을 중앙에 버티고 선 팽나무는 그 아래 돌이나 시멘트로 평평하게 대를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이용했다. 영어로는 재패니즈 핵베리(Japanese hackberry), 슈거 베리(Sugar berry)로 부르며, 속명인 켈티스(Celtis)는 '단맛을 가진 열매'를 나타내는 라틴어에서 온 것이다. 실제로 팽나무의 잘 익은 열매는 달콤해서 먹을 게 없던 시절 배고픈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였으며 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한자로는 박수(朴樹), 박유(樸楡) 등으로 쓰는데 한의학에서 팽나무의 껍질을 강조한 이름이다.팽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한국, 중국과 일본에 분포하며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땅이 평탄하고 깊은 곳을 좋아하며 상당히 습한 곳에서도 잘 견디는데 특히 해풍에도 강한 편이다. 느티나무와 서식지가 겹치기도 하지만 팽나무는 정자목, 당산나무로 인가 근처 평지나 포구 등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산림청에서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팽나무는 1천300여 그루로 세 번째로 많은데 주로 전남과 경남, 제주에 있다.천연기념물 400호인 경북 예천 금남리의 팽나무는 마을 어귀에 있지 않고 논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 팽나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나무인데, 마을 사람들이 풍년제를 지내기 위해 쌀을 모아 공동재산을 마련하면서 훗날 재산다툼을 피하려고 이 당산나무 앞으로 등기를 냈다. 이 나무의 이름은 황목근(黃木根)으로 성이 황씨인 이유는 팽나무의 꽃이 황색이기 때문이며, 이름인 목근은 '근본 있는 나무'라 붙여진 것이다. 이 팽나무는 땅을 소유하고 있으니 세금도 내고 있다.팽나무는 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라고 가지가 넓게 퍼진다. 수피는 어릴 때는 회갈색을 띠지만 커갈수록 짙은 회색이 되며, 가지에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는데 달걀형이나 긴 타원형이며 윗부분에만 톱니가 있다. 꽃은 5월에 새로 자란 가지 밑 부분에 우산모양 꽃차례로 달리는데 꽃잎도 없이 아주 작게 피므로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다. 10월에 등황색의 콩알만 한 열매가 달리는데, 기름을 짜 먹기도 한다.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는데 반드시 재를 푼 물에 데쳐서 우려내야 한다.목재는 단단하여 잘 갈라지지 않으므로 건축재나 기구재로 썼다. 큰 나무를 통째로 파서 '마상이' 또는 '마상'이라고 하는 나룻배, 물을 대량으로 퍼 올릴 때 쓰는 용두레를 만드는데 이용했으며 도마의 재료로도 좋은 나무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8-19 조성미

[발언대]'현대판 장발장 구제'에 나선 안성경찰서

소설 '레미제라블' 주인공 장발장은 굶어 죽어가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를 훔치다 잡혀 19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후 감옥에서 나온 장발장은 친절하게 대해주는 주교의 은그릇을 훔치는 죄를 짓게 된다. 하지만 주교는 그를 용서하며 은촛대를 더 줌으로써 장발장은 크게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이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절도범·폭행범이 되기도 한다.이에 안성경찰서에서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운영해 외부 자문위원으로 변호사, 교수 등을 위촉해 신뢰감을 확보함으로써 현대판 장발장 구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27일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인지동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이모씨가 버려진 것으로 착각해 쇠파이프를 가지고 갔다가 112신고로 접수돼 절도범이 될뻔했으나 절차를 통해 구제했다. 또 원곡면에 소재한 회사에서 작업반장 신모씨는 의사소통이 안되는 외국인 노동자와 쌍방 폭행이 이뤄졌으나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서 사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현장에서 악수하며 화해하기도 했다.경미범죄심사위원회 회부 사건은 형사입건된 사건과 즉결심판사건 중(경미한 범죄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 피해정도가 극미한 때, 피해를 변상했거나 회복 가능성이 있을 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때, 미성년자이거나 60세 이상으로 고령자일 때, 최근 3년간 동종 전과로 형사 입건·즉결심판청구 기록이 없을 때, 재산범죄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는 차상 위 계층에 해당할 때 등 위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서 구제절차를 진행한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가 '현대판 장발장'의 사례가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설된 만큼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한 안성경찰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민생치안을 더 따듯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제도로 자리매김 되기를 기대해 본다./김나연 안성경찰서 순경김나연 안성경찰서 순경

2018-08-16 김나연

[춘추칼럼]작가와 글쓰기의 자유

글쓰는 자유로움 여전히 부족한 우리 실정제도권 작가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다비제도권에서 좋은 글 많이 생산한다면인식 새로워지고 작문의 자유 확산될 것'작가'도 뭘 쓰느냐에 따라 과일 종류만큼 세분된다. 드라마작가, 웹툰작가, 게임작가, 동화작가, 시나리오작가, 소설가, 시인, 영화평론가, 저널리스트, 수필가……. 어떤 식으로든 등단 혹은 데뷔를 한, 권위를 얻은 제도권 작가들이다.지명도로 따져도 다양한 작가가 존재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혹은 이따금 나오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뜨기도 하는, 페이스북 팔로워가 몇 명인, 무슨 상을 받은,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작가들이 훨씬 많다.우리나라에서 인세(책이 1권 팔릴 때 그 책값의 10%가 작가의 몫이다)와 원고료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작가는 스무 명이 채 안 된다. 유명한 작가도 글세(인세+원고료)보다 부가수입(원작료, 강연료, 심사료, 출연료 같은)이 더 클 테다. 흔히 '전업작가'는 일반적으로 '글세+부가수입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작자'를 말한다. 드물지만 글세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들도 있다. 회당 얼마씩 받는다는 드라마작가, 인터넷문화상거래의 선봉 대세 웹툰작가…….대개 작가는 따로 직업이 있다. 글과 가깝고 안정적으로 글을 쓸 환경이 되는 직업이 압도적이다. 교수, 교사, 언론인, 공무원, 법조계 종사자……. 하지만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 반대로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왜 글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되는, 육체적으로 혹독한 직업에서부터 재벌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다. 작가 자신이 직업이 없다면 배우자가 있다.글쓰기는, 일기가 아닌 이상, 누군가 읽고 재미를 느끼든 감동하든 메시지를 얻든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욕망이다. 글이 돈과 연관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해도 인정은 받고 싶다.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는 까닭이다. 욕망 자체가 '프로정신'이겠지만, 아직은 아마추어인 제도권 진입을 꿈꾸는 작가가 무수히 존재한다.'엽서시문학공모전'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모전 정보를 취합해놓았다. 깜짝 놀랄 테다. 이렇게 많은 출판사가 지자체가 사공기업이 학교가, 이토록 많고 적은 상금을 걸고, 이처럼 허다한 글쓰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니. 그러한 공모전이 매년 시행될 수 있는 것은 매년 글을 써서 응모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응모자는 청소년(학생작가)이다. 여러 가지 까닭으로 청소년 대상의 백일장과 공모전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수한 비제도권 작가가 있다.유사 이래 수천 년 동안, 글쓰기와 읽기는 문자를 만들고 소유하고 장악한 특권계급(상류층)의 것이었다. 모든 계층이 고루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채 백여 년이 되지 않았다. 세종대왕이 정음을 창제하신 게 1443년이지만 80% 이상의 한국인이 한글을 자유자재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모든 한국인이 '독자'가 되었지만, 작가는 오랫동안 상류층과 지식인과 등단자의 것이었다. 쓸 수 없었던 게 아니다. 써도 발표할 수가 없었다. 권력자와 상류층이 지면을 소유했고, 그 지면에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자는 등단이라는 문학제도를 돌파했거나 권력집단·상류사회·지식인사회의 일원으로 작가적 권위를 덤으로 얻은 이들이었다./김종광 소설가제도권 작가들과 제도권 진입을 열망하는 예비작가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새 세상을 열었다. 말 그대로 종이밖에 없던 지면이, 저 사이버 공간에 무한히 있게 되었다. SNS의 무한 확장을 보라! '모두가 작가인 세상'은 우리 한국사회가 이룬 가장 소중한 진보다. 누구나 마음껏 글을 읽고 쓸 수가 있고, 누구나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글을 발표할 공간을 가지는 사회! 아직 이런 자유를 못 누리는 나라와 사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세세히 따지면 우리나라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글쓰기의 자유가 부족하다. 제도권 작가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다. 비제도권 작가들이 '재미와 감동과 메시지를 겸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중에 하나는 있는'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하면, '작가'에 대한 인식은 새로워지고 글쓰기의 자유는 확산될 것이다.김종광 소설가

2018-08-16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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