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권력의 DNA

인간 유전자(DNA)가 가진 32억개의 염기서열을 규명하기 위한 '인간게놈프로젝트(HGP) 국제컨소시엄'이 임무완수를 선언한 때가 2003년이다.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인간 유전자 수가 단순한 동물과 별 차이가 없고,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 이상 같다는 사실이 그랬다. 2% 미만의 유전자 차이로 인간과 침팬지의 운명이 결정된 셈이니 얼마나 아슬아슬한가.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유전자는 인류 문명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단언했지만, 인간은 도구에 머물 생각이 없었다. 게놈(한 생명의 유전자 전체)지도를 확보한 인류는 유전자를 문명 유지와 발전의 수단으로 활용중이다.최근 중국 허젠쿠이 교수가 인공수정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해 에이즈의 원인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저항성이 있는 여아 쌍둥이 출산에 성공했다고 밝혀 과학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유전자가위 악당'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그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 국내에선 한 민간기업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은 신생아가 30만명에 이르고, 일본에서는 유전자 적합도 검사로 짝을 이어주는 사업이 성업중이다. 콩, 옥수수 등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 식탁을 지배한 지는 오래됐다. 유전자 개입을 멈추기에는 인간의 욕망 DNA가 윤리 DNA를 압도한다.엊그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권력 DNA의 속성에 어긋난 자신감이다. 인류 역사는 권력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 폭주하는 권력의 속성을 보여준 사례로 넘쳐난다.문재인 정권 또한 권력 부패의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권력에서 부패 DNA만 잘라낼 유전자 가위도 없다. 있었다면 부패로 상처받거나 무너진 숱한 권력들의 운명을 설명할 길이 없다. 김 대변인의 유전자 발언은 문재인 정부 권력의 순결을 강조한 취지였겠지만, 권력의 본질을 밝힌 역사적 성찰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특감반 사건과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유전자 검사 요구에 시달리게 생겼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12-19 윤인수

[경인칼럼]우측통행은 약속이다

횡단보도 '우측통행' 2010년 7월부터 시행8년 지났지만 여전히 뒤섞여 '무질서 보행'사회가 필요로 한 규칙 지켜져야 삶도 지속오늘도 걱정스러운 그 길 불안하게 걷는다좌측통행은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보행방식이었다. 1998년 영국에서 로마제국의 채석장을 발견했는데 도로의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꺼져있었다. 반출하는 돌의 하중이 길 왼쪽에 집중된 결과라고 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인류의 85∼90%는 오른손잡이다. 중세 봉건시대라고 다를 리 없었겠다. 오른손잡이 기사(knight)는 몸의 왼쪽에 칼집을 찬다. 말 등에 오를 때에도 왼쪽이 훨씬 편하다. 오른쪽에서 오르려면 긴 칼집이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말안장에 앉아서도 적의 왼쪽에 서야 오른손으로 잡은 칼을 최단거리에서 휘둘러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에도시대 일본의 사무라이들 역시 좁은 길에서 자존심의 상징인 칼이 서로 부딪치는 걸 피하려면 칼집이 최대한 멀리 거리를 두게 되는 통행방식을 택해야 했다.인류의 3분의 2가 우측통행을 하게 된 것은 겨우 250년 전부터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와 미국에서 여러 필의 말이 끄는 커다란 마차가 농작물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그 대형마차엔 마부(teamster)가 앉는 자리가 따로 없었다. 마부들은 왼쪽 뒤편의 말에 올라탔다. 왼손으로 말고삐를 말아 쥐고 오른손에 쥔 채찍으로 말들을 조종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였다. 그 위치에서 맞은편 달려오는 마차의 바퀴와 내 마차바퀴가 충돌하는 '치명적 교통사고'를 피하려면 눈으로 직접 바퀴 사이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우측통행이 해결책이었다. 마침내 17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가 우측통행을 법으로 정했다. 프랑스에선 1789년 대혁명이 우측통행의 일대 계기가 됐다. 전통적으로 귀족은 길의 왼쪽, 평민은 오른쪽을 이용했다. 하지만 바스티유 감옥이 불타고 대혁명의 파고가 날로 높아지자 위협을 느낀 귀족들이 스스로 몸을 낮췄다. 평민들의 무리에 섞여 오른쪽으로 통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나폴레옹의 무력도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에 프랑스식 우측통행을 이식하는데 큰 몫을 했다.우리는 어땠나. 1960년대 후반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차들은 오른쪽 길, 사람들은 왼쪽 길" 하는 노래를 배웠다. 학교 복도에서, 횡단보도에서, 큰 길에서, 심지어 역전광장에서도 모두들 왼쪽으로 걸었다. 내 등 뒤에서 화물을 산더미처럼 실은 트럭이 덮칠 듯 달려와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니까. 일제와 미군정의 잔재가 겹치면서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다니는 국가 중 유일하게 사람은 왼쪽으로 다니는 나라의 국민이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그러던 중 1994년 3월 경찰청이 자동차와 보행자 모두 우측통행을 하자며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횡단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을 해야 정지선을 넘는 차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횡단보도에 늘어선 핫팬츠 차림의 미녀들이 피켓을 높이 들고 우측통행을 외쳤다. 15년 뒤인 2009년 10월 1일 비로소 법 개정을 통해 우측통행이 명문화되고, 이듬해 7월 1일 전면시행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안타깝게도 길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있다. 제한된 폭의 보행로에 왼쪽으로 걷는 사람, 오른쪽으로 걷는 이들이 마구 뒤섞인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은 채 걷는 '스몸비(smombie)'까지 합류하면 무질서는 가히 절정이다. 손에 든 가방들이 부딪치고, 어깨들이 부딪치고, 저러다 싸움 나지 걱정스러운 상황까지 발생한다. 실제로 올봄 포항에선 길 가다 어깨를 부딪치는, 이른바 '어깨빵' 시비 끝에 30대 행인이 무참하게 폭행당해 숨지는 일까지 있었다. 유사한 일들이 잦다. 물론 제각기 편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최적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낙관적 기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측통행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시행 8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도 보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토록 어지러운 보행로를 이대로 내버려두어야 할까. 좌측통행이든 우측통행이든 그때 그 사회가 필요로 한 사회적 약속이다. 그런 약속들이 지켜져야 인류의 삶도 지속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그 길을 불안한 시선으로 걷는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12-18 이충환

[노트북]K리그 새 감독들의 어려움

지난 3일 2018 K리그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친 도내 구단 6개(수원삼성·수원FC·성남FC·부천FC·FC안양·안산 그리너스 FC) 중 4개 구단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 변화는 감독 교체에서 시작된다. 수원삼성의 서정원 감독이 6년간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났고 부천과 안산, 안양도 감독을 교체했다. 프로 축구팀은 36명 정도의 선수로 한 시즌을 치른다. 감독이 바뀌면 새로운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게 된다.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선수들은 신임 감독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수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 감독과 남아 있는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첫 시즌을 치르는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기란 객관적으로 쉽지 않다.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뀐 시민구단들은 감독을 교체했다. 도내 5개 시민구단 중 감독이 교체되지 않은 팀은 K리그1로 승격한 성남FC와 수원FC 단 2개 팀뿐이다. '프런트의 수장' 단장, '그라운드의 수장' 감독이 모두 바뀐 이들 3개 구단들은 선수단 구성을 비롯해 구단 운영 방향까지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감독과 프론트, 고참 선수와 어린 선수들의 유대관계를 만들기까지는 적어도 반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년의 시간이 필요한 안산과 부천, 안양은 2019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다.'쌀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은 '동아시아의 월드컵' 2018 AFF(아세안연맹)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베트남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박 감독은 아버지 리더십으로 팀을 리드했고 선수들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스스럼없이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여과 없이 비쳤다. 이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관계가 고스란히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투지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변화를 선택한 도내 시민구단들은 박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2019시즌에는 K리그에 새로이 입성한 감독들이 과연 어떤 합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성적표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강승호 문화체육부 기자 kangsh@kyeongin.com강승호 문화체육부 기자

2018-12-18 강승호

[참성단]대학가 풍자 대자보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학교 캠퍼스내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08학번 학생이 쓴 이 대자보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안녕하지 못한 서글픈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안녕한가'를 묻는 27세 대학생의 대자보 여파는 전 세대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치 들불 같았다. 그 후 우리 사회엔 '안녕들 열풍'이 불었다. 고교생까지 안녕 대자보 대열에 합류했다. 대자보는 잠시나마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이 됐다. 대자보의 역사는 길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벽보를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조선시대에도 나라에서 붙이는 방문(榜文), 남을 비방하거나 민심을 선동하기 위해 붙이는 괘서(掛書) 등이 있었다.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파리코뮌과 러시아 혁명도 따지고 보면 길거리 벽보에서 시작됐다. 대자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1950년대 중국의 여러 정치세력이 붙인 대중선전용에서 비롯됐다. 조직 내부 소식지나 성명서는 소자보,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벽보는 대자보라 칭했다. 문화대혁명 시절 마오쩌둥이 대자보로 홍위병을 선동해 사실상 살육의 도구로 삼았다. 우리나라 대자보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대학 대자보로 광주의 진상, 5공 권력층의 비리 등이 국민에게 알려졌다. 시대의 양심 대자보는 시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언론이 통제 당하면서 대자보가 민중저항 매체 노릇을 한 것이다. 대학마다 밤새도록 쓴 글을 사복형사에게 들킬까 봐 새벽에 몰래 붙이고, 또 떼어지는 일들이 수없이 반복됐다. 대자보 내용은 학교 담을 넘어 순식간에 거리로 퍼져 나갔다. 12일 자 경인일보는 수도권 대학가를 중심으로 붙기 시작한 '문재인 왕 씨리즈' 대자보가 전국의 100여 개 대학교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자보는 문대통령을 경제왕, 고용왕, 태양왕, 기부왕, 외교왕 등으로 빗대면서 주요 정책을 반어법으로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80년대 대자보의 '선언'과 '투쟁'을 벗고 '해학'과 '조롱'으로 무장한 것이 특징이다. 학교마다 미허가 대자보란 이유로 제거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자보가 주는 의미는 매우 상징적이다. 노력해도 절대 열리지 않는 취직의 문, 계급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어쩌면 기성세대 '꼰대'들에게 보내는 20대들의 분노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18 이영재

[기고]해경 환원 사필귀정

항만·공항·중국 접근성 살려해양관련 기관·기업 유치로집적효과 거둘수 있는 전략 필요시민단체 나서서 여론 모으고정치권 설득한다면 충분히 가능해경의 귀향을 환영한다. 전임 정부에서 졸속으로 결정하고 추진된 정책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해경의 부활과 환원은 정치권, 시민단체 그리고 300만 시민이 한결같이 한목소리로 요구하여 일궈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시민의 뜻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필자도 한 시민이며 원로모임을 이끌고 있는 대표로서 시민협의회와 함께 해경의 축소와 이전을 반대하고 인천으로 하루빨리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제자리로 환원시켜준 현 정치권의 판단과 시민 정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인천은 해경이 자리 잡을 적격지이다. 인천 바다는 이제 이념이 대립하는 긴장의 바다가 아니다. 평화와 공존의 바다로 바뀌고 있다. 해경의 역할은 즉각적인 대응체제를 갖추고 평화의 바다가 다시 격랑의 파도로 위협받지 않도록 든든한 바위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바다를 경계로 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한반도 평화실현이라는 당면한 명제 앞에 해경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40여 년간 뿌리내린 인천을 떠나 기구가 축소되어 내륙으로 이전하였다가 부활과 귀향이라는 파노라마를 연출한 만큼 관계자들의 각오도 남다르리라 본다. 늘 시민사회와 함께하며 해안안보와 해상재난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의 면모를 기대해 본다.차제에 필요한 것은 해양과 관련된 기관의 유치로 이른바 집적(集積) 효과를 거두는 일이 될 것이다. 인천이 항만과 공항 그리고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해양부문에서도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운집한 도시로 성장할 필요성이 있다. 흩어져 있거나 앞으로 필요한 기관이나 기구, 기업들을 인천으로 유치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여론을 모으고 정치권을 설득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 필자가 대표로 있는 기관에서 제6회 지방자치의 날과 민선 7기 출범을 기념하는 특별강연회를 개최하였다. 중앙정부가 예산 등을 통제수단으로 중앙집권적 사고를 준수하는 한 지방의 발전은 한계가 있다. 지방분권이니 자치분권이니 하지만 지역의 주인인 시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분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지역이기주의를 떠나 객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인천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지방자치 시대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이 전격적으로 축소되고 인천을 떠나있었던 2년 3개월 동안 시민의 역량은 해경의 환원이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는데 모아졌다. 우리는 일치된 인천의 힘을 확인하였고 뭉치면 무엇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공동의 목표와 구심점이 상호 연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경의 환원이 항상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애향심에도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면 도시를 더 건강하게 가꾸고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인천은 앞당겨질 것이다. 우리 스스로 인천을 비하하면 안 된다. 내가 살고 내 후손이 살 인천이기 때문이다.해경의 부활과 환원은 인천시민사회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모처럼 인천이 하나가 되어 큰 정책을 움직인 상징적인 뉴스이다. 해경이 기능을 강화하는데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힘을 보탤 것이다. 언제나 우리는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인천인은 근면하고 강하다. 또한 정부도 다시 깊은 산 속에다 등대를 설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전 인천연수구청장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전 인천연수구청장

2018-12-18 신원철

[수요광장]'오로지 네 탓' 보다 '지지와 격려' 절실한 때

촛불혁명으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국민행복 중심 정책 뿌리 내리는중소득주도성장·포용국가 향해 순항'어차피 불가능하다'는 비판 보다국민적 뒷받침과 호응이 필요하다요즘은 TV 켜기가 겁난다. 끔찍한 사건 사고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또 시사프로그램 패널 등 전문가들은 어찌나 자극적인 언어로 일 방향적인 주장을 하는지, 시청자 입장에서 피로감만 느끼게 된다. 문제 발생 원인을 오로지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는 모습이 무섭다.종편과 일부 매체는 약속이나 한 듯 한국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며 남북문제 등 굵직한 정치현안에 대해 비판 일색 보도를 한다. 심지어 한국 경제는 지금 국가비상사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진단까지 하고 있다. 이렇듯 편향된 비판일색 보도와 극단적 부정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일자리 문제 때문에 초조한 구직자들과 어려운 살림살이로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실업자 100만이 넘는 시대의 당연한 국민적 관심사이자 염원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포용국가를 표방하는 국정 목표와 가치를 인정하고 지켜봐야 한다. 또 언론도 이 중차대한 국정과제를 공정하게 보도하고 평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국민적 관심과 긍정의 시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성과를 내려면 국민적 지지와 온전한 관심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비판과 긍정적인 관심이 없으면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설령 수행을 해도 국민의 지지 없이 대통령의 노력과 호소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담담한 국정운영 노력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필자에게는 도무지 마음이 쓰여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지인이 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 신분으로 발달장애인을 돕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수년째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일반인들과 행동양식이나 지적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이나 생활을 함께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는 발달장애인의 '다름의 능력'을 잘 살피고 활용해 이들에게 '쉬운 말 감수위원' '기자' '키워드검색사' 등 새로운 미디어 일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더 많은 일자리 마련을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이 지금의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고독한 모습과 어딘가 닮아 보인다. 국가 통치와 작은 시민단체 운영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르다. 하지만 처한 형편이 닮은 데가 있다. 뜻이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지지하는 마음이 모이면 이들이 세우고 추구하는 가치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작부터 불가능하다'며 비판일색이라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그 뜻을 펼치기 어려운 게 세상 이치이다. 이 시민단체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힘은 주변의 응원과 지지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민단체와 그의 리더십은 계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촛불혁명과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사건 위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다. 낡은 관습의 국정운영을 송두리째 바꾸고 국민행복 중심의 새 정책을 뿌리내리는 중이다. '국정운영 체질변화'의 목적은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로 오랜 국민적 염원이다. 이를 위해 사회전체가 체질을 바꾸느라 진통 중이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을 향해 '세상의 모든 불편이 당신네 탓'이라는 극단적 비판은 우리 스스로 '역사적 기회'를 걷어차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행복한 삶'이 보장돼야 한다. 이런 사회를 뚝딱뚝딱 만들어 낼 순 없다.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고 진통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소득주도성장과 포용국가라는 큰 국가적 목표를 향해 항해를 하고 있다. 이 항해는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라는 바람이 불 때 목표 지점에 더 빨리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뜻인지 알지만,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식의 비판 일색은 '국민 행복'이라는 염원을 밀어내려는 역풍처럼 느껴진다. '해서 좋은' 일이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행복 중심 국정운영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래서 국민적 지지와 격려와 호응이 절실한 것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8-12-18 김정순

[기고]복지재정 한계와 민간자원 활용

진통 끝에 2019년도 정부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469.6조원, 그야말로 역대급 슈퍼예산이다. 사회복지·보건예산 또한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61조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 가운데 34.3%로 가장 많다. 작년에도 전체 예산에서 33.7%를 차지했다.특히 사회복지·보건예산 가운데 공적연금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노동 분야 예산이 높다. 양극화란 사회구조적인 문제 속에 우리가 흔히 보편적, 선택적 복지를 논하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보육·가족·여성,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지원, 노인·청소년 예산 등은 모두 한 자릿수 비중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복지수요가 늘면 늘수록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증세 문제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이즈음에서 사회복지 부문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 외에 민간 복지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특히 사회복지에서 민간 자원 중 기업·기업재단이 사회공헌으로 집중하고 있는 취약계층지원 예산만도 2018년 정부예산 2.8조원의 40%를 초과하고 있다. 집계되지 않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예산, 지방자치단체별 제반 자원봉사단체 및 자원봉사자들의 유무형의 예산까지 모두 더할 경우 그 규모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넘쳐나는 민간 복지자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업·기업재단은 외부와의 다양한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 및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자체 직접 사업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 측면에서나 수혜자 기준으로 볼 때 자원의 중복 집행, 낭비 현상 초래로 이어진다. 기업·기업재단과 정부 간 복지사업의 교류협력 한계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정부 복지재정의 한계 논란, 민간 복지자원 집행의 비효율성 문제로 이어진다. 동일 수혜자로의 중복 집행 문제점도 고스란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1970년대 이웃돕기성금, 방위성금, 재해의연금 등 정부정책에 대한 재정 보충의 역할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 해결의 주체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복지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매우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부터라도 정부 복지재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관 협업, 즉 민관 파트너십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관 복지자원의 중복 집행을 방지하고 복지자원 집행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가령 민관이 함께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혜자별 복지자원 집행 현황이 총망라되어 있는 공유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민간 복지자원들은 정부 복지자원의 보완재이자 대체재라는 인식이 중요할 것이다./이창근 (사)KOVACA한국지역발전센터원장·전 서울대 교수이창근 (사)KOVACA한국지역발전센터원장·전 서울대 교수

2018-12-17 이창근

[시인의 꽃]마음의 꽃

오늘을 넘어선 가리지 마라! / 슬픔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 / 오는 때를 보려는 미리의 근심도 //아, 침묵을 품은 사람아, 목을 열어라, / 우리는 아무래도 가고는 말 나그넬러라, / 젊음의 어둔 온천에 입을 적셔라. //춤 추어라, 오늘만의 젖가슴에서, / 사람아, 앞뒤를 헤매지 말고 / 짓태워 버려라! / 끄슬려 버려라! / 오늘의 생명은 오늘의 끝까지만 //아, 밤이 어두워오도다! / 사람은 헛것일러라, / 때는 지나가다, / 울음의 먼 길 모르는 사이로 //우리의 가슴 복판에 숨어 사는 / 열푸른 마음의 꽃아 피어 버리라. / 우리는 오늘을 지리며, 먼 길 가는 나그넬러라. //이상화(1901~1943)저무는 한해는, 오늘이라는 하루가 쌓여 있게 한 것이니. 뒤돌아 보면 무엇이 남아있는가. 타다만 불씨조차 없는 지난날들은 지나가라고 있는 것. 오늘을 잘 살지 못한 죄만 검게 그을린 재처럼 마음 한곳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을 넘어선 가리지 마라!"라는 전언은 내일이 아닌 오늘만을 위한 오늘에 "슬픔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 성실하게 보내야 한다는 것. 오늘은 오늘로서 '오는 때' 없이 끝이 나듯, 우리는 하루를 사는 나그네 일 수밖에 없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누구도 먼저 와 본 사실이 없기에. 또한 오늘은 언제나 늙지 않는 젊음을 가지고 있으므로 '오늘만의 젖가슴에서' 근심일랑 "짓태워 버려라! 끄슬려 버려라!" "오늘의 생명은" 길지 못하여 "오늘의 끝까지만" 있기에. "우리의 가슴 복판에 숨어 사는" 열정이 있는 자여! '지금' 거기서 "마음의 꽃"을 피워라. 우린 모두 내일을 모르는 나그네인 것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12-17 권성훈

[이명호 칼럼]웰빙은 왜 성장보다 중요한가?

'경제성장'이란 목표로 달려왔지만자살률 증가등 심리적 불안 더 커양극화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한국 OECD웰빙지수 12년째 최하위수치 연연 말고 '배려하는 사회' 절실얼마 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OECD 세계포럼에 참석했었다. 3일 동안 열린 행사의 전체 주제는 미래의 웰빙(Well-being) 이었다.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성장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에서 '웰빙'을 언급하는 것은 '사치스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다른 선진국은 성장과 웰빙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 포럼에 참석했다. 미래 웰빙의 탐구와 측정, 디지털화와 웰빙, 복잡한 세상에서의 거버넌스, 웰빙과 기업의 역할 등 다양한 세미나가 준비되어 있었다. 3일 동안 여러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성장과 웰빙,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번 행사는 2009년에 OECD가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그룹 보고서'를 낸 이후 9년 만에 후속편이 발표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등이 주도하여 결성된 OECD 고위전문가그룹은 사회발전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연구 토론해왔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이번 포럼의 하이라이트였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들이 GDP(국내총생산)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잘못된 방향으로 경제성장 정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GDP는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전년 대비 몇 프로 경제가 성장하였다고 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이다. 경제성장률이 2.9% 성장 전망보다 0.1% 하락하였다고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암울'하게 만드는 그 기준이다. 경제의 측면에서는 중요한 기준임에도 GDP에 대한 개념은 많은 도전을 받아왔다. GDP는 국민의 행복, 나의 행복, 나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는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한 연설에서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측정한다'고 비판했다. GDP라는 것이 전업주부가 자녀를 돌보는 것은 GDP 계산에 들어가지 않지만, 직장을 얻어 일하면서 가사 도우미나 보육 도우미를 고용하면 0에서 수백만원의 GDP가 추가로 발생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제품이 나와 이전 것을 버리고 새로 사면, 폐기 비용까지 포함하여 GDP가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이 GDP라는 기준이 인간의 행복, 환경 보존,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비판이 크다. 그래서 부탄은 '국민총행복' 지수를 만들어 가난하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경제적 풍요가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풍요롭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점으로 물질의 풍요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2만달러까지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국민 모두가 달려왔지만, 2만달러 이후 소득이 정체하는 중진국의 함정과 오히려 자살률 등이 증가하는 심리적 불안은 더 가중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성장 자체가 불균형에 의거하고 있어 부의 총량이 증가했지만, 일부의 구조적 과잉과 일부의 구조적 궁핍이 동시에 연결되어 있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사람들은 더 좌절하고 분노하게 만든다.OECD는 성장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성장만의 추구는 오히려 사회를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반성에서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웰빙, 더 나은 삶의 질이라는 개념이다. 우리가 측정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 경제, 환경의 전 측면에 걸친 웰빙 지표를 측정하고 있다. 그 OECD 웰빙 지수에서 한국은 12년째 최하위이다. 어떻게 하면 웰빙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네덜란드 왕자빈의 포럼 기조연설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알다시피 네덜란드는 혁신지수도 높고 복지지수도 높은 고소득 국가이다. 그런 네덜란드는 어떻게 웰빙 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한 가지 답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설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하나였다.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 개개인이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사람들은 사회에 소속감을 갖고 사람들과 협력하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배려하는 사회가 성장하는 웰빙 사회이다./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8-12-17 이명호

[참성단]'먹방' 유감

속초에 자주 가는 편이다. 덕분에 주인과 안면을 튼 단골식당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해를 거치면서 단골을 포기한 식당이 하나 둘 늘어간다. 고명으로 올린 명태무침에 면을 걸어 넘기는 맛이 일품인 '○○면옥'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혼자 냉면 한그릇 시키기 어려운 집이 됐다. 동네 사람들 취한 속을 달래주던 '○○○복집'도 맛집으로 회자되더니 새로 이전한 뒤로는 옛 정취가 아득해졌다.속초시내 웬만한 식당들은 간판에 방송사 로고가 박힌 먹방 장면을 캡처한 광고사진들로 도배를 했다. 처음엔 갯배나루 양편의 아바이마을과 생선구이 골목에 집중됐던 방송사 맛집은 속초 전역으로 확산됐다. 먹방 덕에 상인들은 관광상권이 활성화됐다고 반길 수 있으나, 생활물가 대신 관광물가를 감당하게 된 원주민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을 비롯해 인터넷, 유튜브, SNS 등 시각매체들의 먹방 경쟁이 뜨겁다.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던 단순 구성을 벗어나 여행, 체험, 예능, 토크 등 모든 프로그램에 먹방을 접목해 시청률 전쟁을 펼친다. 먹방의 장르도 양과 재료, 장소별로 세분화되고 있다. 최근엔 저렇게 먹고도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폭식, 대식가가 각광을 받는 중이다.먹방이 각광받는 이유는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현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짠내'나는 여행이라도 해외 음식여행이나 전국을 돌며 미각여행을 하기란 서민들에겐 벅찬 일이다. 그러니 방송에서 맛의 향연을 대신 즐기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편의점에서 혼밥에 만족해야 하는 청춘이 적지 않고, 혼밥족을 위한 식당이 늘어가는 추세다.한 방송사가 백종원에게 맛집순례 대신 '골목식당' 살리기 프로그램을 맡겨 주목을 받았다. 모처럼 현실감각을 회복한 방송사의 기획이 신선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식당 재활 컨설팅에 나선 백종원을 향해 설탕 레시피로 시비를 걸었는데, 아무래도 뒷북을 친 느낌이다.보건복지부는 논란 끝에 먹방규제 방침을 방송사 자율규제로 꼬리를 내렸다. 꼭 국민비만 걱정 때문이 아니라도 방송사의 먹방 자율규제는 필요해 보인다.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실업대란이 한창인 나라에서 전국민에게 환상미각을 주입하는 먹방의 범람은 비현실적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12-17 윤인수

[이영재 칼럼]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자의든 타의든 1년 내내 남북관계에 빠져경제는 장관 바뀔 정도로 최악의 길 걸어와나라 존망위기 몰린 '저출산 문제'도 심각늦었지만 청와대·정부의 '현실 직시' 다행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 '먹방'을 틀어놓고 끊임없이 먹어대는 사람도 있고 격렬한 운동으로 터질 것 같은 압박을 달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많다. 하정우 같은 배우는 하염없이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나의 경우, 단연 공포영화 시청하기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공포에 쫄다보면, 스트레스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공포지수가 높을수록 효과는 배가된다. 최근 나홍진의 '곡성'을 봤다.역시 그는 천재였다. 무서웠다. 다시 봐도 정말 무서웠다.공포에 이리저리 쫓기다가 그 '장면'에 멈췄다. 아니 '장면'이 아니라 그 '대사'에서 멈췄다. 이 영화가 개봉되던 2016년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그 대사 말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이 대사에서 가슴이 콱 막혔다.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그냥 살아왔다는 자책감이 들어서다. 갑자기 눈물도 핑 돌았다. 공포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깨달음을 주는 나홍진은 정말 천재다. 2006년 영화 '타짜'의 정 마담이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외쳐댄 이후, 영화 대사 한 줄이 이토록 유행한 적이 없었다. 유행어는 시대의 산물이다. 2016년 9월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원사에 사드 반대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언급하자 새누리당이 크게 반발했다. 이를 이유로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격앙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이 민생을 정말 죽이려 하는 것인가. 지금 '뭣이 중헌디'라고 묻고 싶다." 자의든 타의든 1년 내내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남북관계 하나에 빠져 지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 김영철이 찾아온 이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 9월 문재인 대통령 평양방문으로 우리의 관심사는 온통 남북문제뿐이었다. 멀리까지 갈 것도 없다. 최근 2~3주 동안 김정은의 서울 답방 여부를 두고 벌인 해프닝은 끔찍했다. 한 해를 결산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우리는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결론은 "연내 답방 어렵다"였다. 그럼에도 그의 답방이 왜 불발됐는지 청와대도 정부도 언론도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장관이 바뀔 정도로 끔찍했다. 고용률, 실업률 등 고용 관련 주요 지표들이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악의 길을 걸었다. 길거리에 널린 빈 가게,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인력시장, 역대 최대인 실업급여 수급자. 52조원을 쏟아부은 일자리 예산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다. 그런데도 내년엔 경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있다. '저출산' 문제다. 이야말로 '냄비 속의 개구리'다. 지금은 고통스럽지도, 아프지도, 물론 무섭지도 않다. 정말 그런 날이 올지 지금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를 붙여야 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로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몰렸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즉 여성 1인이 평생 낳는 아기가 0.95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을 크게 밑돈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닌가. 최근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120조원 이상 재정을 투입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가 북한에 홀려 있는 사이 이렇게 수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2018년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어느새 50% 이하로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치다. 이제 사람들 입에서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라는 말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제야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이란 게 놀랍지만 어쨌든, 어제 문 대통령이 현 정부 들어 '첫' 확대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을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 하라"고 지시했다. 늦은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제라도 청와대와 정부가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은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8-12-17 이영재

[발언대]접경지역 군부대 부지 이젠 주민 품으로

연천군은 대한민국의 해방과 동시에 38선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지 않는 타의에 의해 이념대결의 장으로 변하였고, 남북이 동족상잔 비극적인 전쟁을 겪었다. 특히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 대치는 더욱 공고화됐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계기로 남북한의 긴장이 완화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연천을 비롯해 접경지역이 더욱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연천군은 군부대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군부대가 통폐합되고 많은 군부대 시설부지가 유휴지로 남겨졌다. 많은 군부대 부지가 버려지다시피 잡초만 무성하고 멧돼지와 고라니가 뛰어노는 폐허로 변하였다.하지만 군부대 부지는 주요 요충지에 있다 보니 활용가치가 높고 토지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활용할 목적이라면 감정평가 가격에 매입하여야 하나 재정형편이 열악한 시군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접경지역 대부분 시군은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군사시설보호법 등으로 인하여 지역 발전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이들 지자체는 규제를 숙명처럼 받아들였고 국가안보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였다.최근 군 개혁 및 국방정책 여건 변화로 부대 이전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부대 통폐합 계획에 따라 그들이 주둔하고 있던 많은 부지가 공한지 상태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들 부지를 민간에게 매각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안보차원에서 60년 이상 묵묵히 희생을 감내한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의 일환으로 이들 부지를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여할 때가 온 것이다.부대 주둔으로 인한 재정적 피해와 지역발전 저해는 주민 몫이기 때문에 군부대 이전부지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양여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창운 연천군 세무과장지창운 연천군 세무과장

2018-12-17 지창운

[월요논단]경제 정책과 결정 장애

정부 지지율 떨어진 것 우연 아냐최저임금등 '선제대응 실패' 축적인천현안 GM도 '검토 중' 답변뿐경제정책 뒷북, 일자리 작동 안돼'결정 장애, 불황 주요인' 직시해야짬뽕·자장면·탕수육.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점심 때마다 고민한 경험들이 있다. 그러한 '결정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메뉴가 '짬자탕'이다. 짬뽕·자장면·탕수육이 각각 3분의 1씩 나오는 메뉴다. 물론 한 가지를 먹는 것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모두를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크다. 이러한 융합은 결과 때문에 망설이는 결정 장애를 해소시켜주는 동시에 복잡한 현대인들의 과도한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 결정에서 이러한 방식을 도입할 수는 없는가. 각종 현안들에 대해 이런저런 제안들을 하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일수록 시간이 더 걸린다. 물론 관련자의 과도한 욕심이나 이해충돌도 주된 원인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나 감사와 징계를 꺼리는 공무원들은 문제가 폭발하기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결단의 타이밍을 실기하는 순간 결정 장애의 후폭풍이 작동된다.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그때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선 7기인 지자체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비정규직, 청년실업, 자영업, 명예퇴직으로 불리는 어두운 그림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이던 지지율이 45%대로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상화폐, 최저임금, 아파트 가격 폭등과 미분양에 이르기까지 선제대응에 실패한 사례들이 축적된 결과다. 남북관계를 제외하면 초라한 성적표이다. 경제가 불안한 것은 과감한 정책으로 국민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정책,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관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 주식 투자자들은 공매도 폐지를 주장한다. 그런데도 다른 나라에도 있다는 한심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부터 수정할 것인가 하는 고민조차 없다. 국민들이 묻는다. 금감원과 금감위는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 미래의 산업이라던 바이오나 제약 산업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계 등의 위법을 넘어 검찰까지 나서고 있다. 바이오나 제약의 경우 개발에 수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네트워크를 뚫기도 어렵다.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할 때에도 바이오와 제약의 경우 해외기술이전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이유다. 그런데도 미래 산업과 일자리 그리고 해외수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장관들의 목소리가 없다.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해야 하는지 부처 간 손발이 엇갈리고 있다. 받아 적기에만 열심이었다던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나.인천의 현안인 GM대우를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GM이나 자동차 산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연내 3억7천500만 달러를 투입해야 하는 산업은행이나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명한 내용은 없다. GM의 법인분리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 그나마 희망이다.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 GM의 R&D가 지향하는 것이 전기차인지 수소차인지, 부품회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동공단의 현장은 절박하게 외쳐대고 있다. 그런데도 GM의 사업계획서를 전문기관이 검토 중이라는 답변뿐이다.인천항만의 물동량에서 GM대우와 중고자동차를 무시할 수 없다. 평택항이나 당진항으로 이전소식이 나올 때마다 인천항만은 요동을 친다. 송도에 중고차 단지가 위법을 감수하면서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일자리와 지역경제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할 수는 없는가. 차라리 유원지 기능을 폐지하고, 밀폐형의 클린 중고차단지를 만들 수는 없는가. 당진항은 되는데 인천항은 왜 안되는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밖은 춥다. 트럼프와 시진핑으로 대변되는 세계경제는 한 치 앞이 어둠이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들은 집토끼를 잡는데 더 열심이다. 도대체 무엇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인가. 위법으로 처벌받아야 할 사람과 기업들을 부도로 몰아가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경제정책이 극단적이거나 뒷북치는 사회에서 투자와 일자리는 작동되지 않는다. 정책의 성패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정책을 둘러싼 '결정 장애'가 지지율 하락과 경기침체의 주된 요인이라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12-16 김민배

[조성면의 '고서산책']식민지 조선을 관광(觀光)하다 ― '조선명승시선'

20여 쪽에 달하는 서문에운양 김윤식 기념 휘호와 낙관한일병탄 투표 '不可不可' 적어일제, 부득이한 찬성 해석운양의 진짜 뜻 '절대 반대'고서를 오래 접하다 보면 '촉'―곧 지책지감(知冊之鑑) 같은 것이 생긴다. 보는 순간 그냥 감이 오는 것이다. 나루시마 사기무라(成島鷺村)의 '조선명승시선(1915)'도 그런 책이다. 조선의 명승지 1천723곳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한국의 한시를 덧붙인 관광문학 앤솔로지 또는 시선집을 겸한 관광안내서다. 물론 이는 정복자 일본인을 위해 제국의 시선으로 조선의 명승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금부터 십수 년 전 수도권의 한 헌책방에 들렀다 한 뼘 크기의 작은 책자를 보자 바로 '촉'이 왔다. 일본어로 된 책이니 '돈'은 되지 않겠지만, 자료적 가치가 있어 '물건'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한 정리에 경탄하면서 일본인의 손으로 정리한 책으로 우리 문화자원을 공부해야 한다는 기묘한 열패감 속에서 아주 헐한 가격에 책을 구입했다. 물건답게 인천 6곳, 수원 32곳 등 경기도 지역의 명승지 284곳과 전국의 명승지들이 잘 정리돼 있었고, 20여 쪽에 달하는 서문에는 뜻밖에 운양 김윤식(1835~1922)의 기념 휘호와 낙관도 들어가 있었다. 운양은 누구인가. 그는 대한제국기의 문신이며 온건개화 노선인 동도서기론자였다. 연암 박지원의 손자 환재 박규수에게 학문을 배웠다. 친일 행보를 보였으나 1919년 총독부에 '독립청원서'를 제출하고, 학교설립운동을 전개하는 등 민족운동을 전개하다 작위를 박탈당하는 등 양심과 기개를 보여준 참회귀족이었다. 운양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경술국치 직전 대한제국의 중신들이 모여 한일병탄의 가부(可不)를 묻는 투표를 했다. 모든 중신들이 '가'에 표를 던졌으나 운양만은 불가불가(不可不可)라고 적었다. 논란 끝에 일제는 이를 불가불(不可不) 가(可) 곧 부득이한 찬성으로 해석했으나 후일 운양은 '불가불 가'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은 절대반대인 '불가' '불가'였노라 말했다. 대세가 기울고 나라가 망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언어적 기지를 발휘하고 겸하여 대한제국 문신으로서의 자존심도 지키는 보신의 마키아벨리즘을 보여준 것이다. 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에서 과연 운양 같은 고품격의 정치수사를 구사하는 정치인을 만나볼 수 있을까. 운양의 마키아벨리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조선명승시선'에 운양은 기방풍아(箕邦風雅)란 글을 남긴다. 은연중에 우리는 일본의 식민이 아니라 기자의 나라 후손이라는 유학자의 꼬장꼬장한 자존과 의식세계를 드러낸 것이다. 더 압권인 것은 휘호의 말미에 음각인(陰刻印) 양각인(陽刻印)의 순으로 찍는 낙관의 순서를 뒤바꿔 양각을 먼저 찍고 음각을 나중에 찍는 방식으로 일본에 대한 못마땅함과 비틀린 심사를 표현했다. 이를 우연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대한제국 말기를 대표하는 문신이며, 숱한 글을 써왔을 운양이 공식적인 글에 서예 하는 사람이면 초보자도 다 아는 이 기초상식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조선명승시선'을 구입한 이유는 1905년부터 1915년까지 10년간 조선의 산천을 누비고 2천여 곳의 명승지를 유람하고 1천723곳의 자연자원과 인문자원을 모두 기록으로 남긴 나루시마의 장인정신에 반해서가 아니다. 또 수원·인천 등 경기도 지역의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탐구하고, 지역학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여서만도 아니다. 우리가 식민지로 떨어졌으나 기자의 나라이며, 힘으로는 졌으나 정신으로는 굴복하지 않았다는 문신의 자존이 행간 속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서가 오래되고 희귀하다고 해서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지난날의 옛 책을 통해서 선인들의 정신과 대화하고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읽으며 시공을 뛰어넘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고서수집이 갖는 또 다른 재미이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8-12-16 조성면

[참성단]민간 우주 여행시대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소련은 그로부터 한 달 뒤,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또 발사했다. 미국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제2의 진주만 폭격'이라는 말도 나왔다. 늘 소련을 깔보며 모든 분야에서 한 수 위라고 자부했던 미국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961년 4월 소련은 유리 가가린, 즉 인간을 태운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보스토크 1호는 301㎞ 상공에서 시속 1만8천마일의 속도로 1시간 48분간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우주에서 가가린은 "지평선이 보인다. 하늘은 검고 지구의 둘레에 아름다운 푸른색 섬광이 비친다"는 역사적 메시지를 보냈다. 온 세계가 '가가린 신드롬'에 빠졌다. 화가 난 존 F.케네디 미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1960년대가 끝나기 전,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우주가 미소 냉전의 각축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NASA를 창설하고 무려 4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마침내 60년대를 5개월 남긴 1969년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멋진 말도 남겼다. 미·소간 냉전이 끝났지만, 국가 간 우주 경쟁은 그대로 민간기업으로 옮겨졌다.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블루 오리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스페이스X가 치열한 상업 우주 비행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브랜슨 회장이 먼저 웃었다. 지난 13일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십 투'가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상공 50마일(약 80.4672㎞)을 넘어선 82. 7㎞까지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브랜슨 회장은 "우리는 오늘 사상 처음으로 민간 승객을 싣고 우주에 닿았다"며 "우주개발의 새 장을 함께 연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여행용 민간 우주선이 인간을 태우고 우주에 도달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비행에서 버진 갤럭틱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우주에서 보는 둥근 형태의 지구 표면인 만곡면을 관측하는 데도 성공했다. 인류의 도전은 끝이 없다. 이제 인간의 우주여행이 실현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야흐로 민간 우주 여행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16 이영재

[데스크 칼럼]작약도의 운명

한때 전국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지만어느 개인에게도 소유 허락하지 않은 섬인천시,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 청사진'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일 운명인듯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면서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한 섬을 꼽으라면 단연 인천의 작약도(芍藥島)가 아닐까. 해방 이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 섬을 소유하려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오히려 자신이 망하고 말았다. 서구세력의 한반도 침략 시기, 그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섬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기구하고도 사나운 팔자라고 할 수 있다. 작약꽃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데 실제로 보면 생김새가 꼭 작약 같지는 않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였다고 한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1919~1975)도 작약도에서 시를 쓰고는 했던 모양인데 작약도에 작약꽃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소녀들이 작약꽃처럼 피어.//갈매기 소리 없는 서해에/소녀들은 바다의 갈매기.' '한국문학' 1977년 6월호에 실린 한하운 시인의 '작약도-인천여고 문예반과'란 제목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개인 혼자서 소유하기엔 벅찬 물건이 있다. 그걸 흔히들 공기(公器)라 한다. 공공의 기관도 그렇고, 자연유산도 그렇다. 덩치의 크고 작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이해와 직결되거나 역사적으로 긴요한 역할을 해 왔을 때 그것을 누구 혼자서 독차지할 수는 없을 터이다. 작약도의 소유권 변동을 훑어보면 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개의 섬이 그렇듯 작약도 역시 국가 소유였다. 영종진(永宗鎭)에 땔나무를 공급하던 수목지였다고 한다. 일제시기에는 스스기라는 일본인의 소유가 되었다. 처음으로 개인에게 넘어간 거였다. 해방 후 이종문이라는 사람이 이 작은 섬에 살면서 고아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는데 6·25 전쟁으로 폐쇄됐다. 전쟁이 끝난 뒤 성창희라는 이가 불하받았다가 문제가 되었으며,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가졌다가 한보가 부도가 났다. 1996년 인천의 해운업체 원광이 소유해 해상 관광단지를 건설하려다가 원광이 부도가 났다. 2011년에는 진성토건이 매입해 개발 구상을 발표했으나 진성토건 역시 망하고 말았다.향토사가 이훈익(1916~2002) 선생의 '인천지명고(仁川地名考, 1993년)'에는 인천의 주요 관광지 12곳을 싣고 있는데, 그중에 작약도가 들어간다. 자유공원, 수봉공원, 월미도, 연안부두, 작약도, 송도유원지, 소래포구, 화도진공원, 율도, 삼목도, 을왕리해수욕장, 무의도해수욕장 등 12곳이다. 25년이 지났을 뿐인데 송도유원지와 율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작약도 역시 오가던 뱃길이 끊긴 지 오래다. '인천지명고'는 작약도의 지명 변화와 소유권 변동 사항을 설명하면서 "(지금은) 그 경관과 피서지로서 경향각지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다니 그때 인천에 살지 않았던 사람 입장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인천시가 마침 주인 없는 섬 작약도를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진성토건 채권단 손에 넘어가 있는 섬을 2020년까지 매입해 친수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 행정구역상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속해 있는 작약도는 공유수면 4만9천615㎡, 육지면적 7만2천924㎡ 총 12만2천538㎡ 규모다. 작약도는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식으로, 1871년 신미양요 때는 미국식으로 불렸다. 작약도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이 날 만큼 난 섬이다. 작약도는 이훈익 선생이 책을 낼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었다는 섬이다. 앞으로 다시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작약도는 그러나 어느 개인에게는 소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이는 게 작약도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8-12-16 정진오

[발언대]수험생들 행복할 수 있는 진로를 찾자

지난 12월 5일 2019학년도 수능시험 결과가 발표 되었다. 점수가 이미 정해졌으면 자신의 적성과 장래 희망, 진로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몇몇 좋은 대학만을 목표로 탐색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자기 적성이나 장래 희망, 인생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소중한 시기를 흘려보낼 수 있다. 대학 졸업장만으로 직장을 구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지 않은가. 특히 무언의 압박이 가미된 부모 입장의 진로 선택은 자기 적성과 재능을 간과하게 되어 시간이 흐른 후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나는 원래 국문학을 하고 싶었다. 허나 '취직도 안 되는 과에…'라는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고 그 당시 청문회로 인해 인기 있던 정치외교학과를 반항심으로 선택했다. 그동안 내 삶의 대부분은 정치학 전공과는 먼 일을 하며 살았다. 교육을 업 삼아 18여 년을 살았으며 지금은 꽃과 나무와 함께하는 일을 하며 간간이 잡글도 쓰며 살아간다. 나는 글 쓰는 일이 참 좋다. 이 좋아하는 일을 '왜 이제서야?'라는 생각에 그때 우겨서라도 국문과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가끔 후회해 본 적이 있다. 결국 돌아 돌아 이렇게라도 글쟁이 코스프레 하며 살게 되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런 내 경험이 이번 수능 본 수험생과 부모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재직하는 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위해 시험문제 유출의혹을 받고 있는 쌍둥이 아빠 사건이 시끄럽다. 교사는 구속되었고 두 딸들도 퇴학처분이 되었다니 여러 생각이 든다. 대학서열중심, 경쟁 중심의 사회 분위기와 부모중심의 잘못된 교육관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이의 미래를 미리 규정지어 버리는 일, 부모로서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보지 못해 바른길로 인도하지 못하는 것도 넓은 의미로 폭력일 수 있다. 비단 쌍둥이 아빠 문제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다.불수능을 통과하자마자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부모가 원하는 대학, 명문 대학 입학만을 선택하지 말고 내 인생이 진짜 행복 할 수 있는 진로를 찾아 선택하길 바란다./전병호 생각공작소 소장전병호 생각공작소 소장

2018-12-16 전병호

[기고]자영업 경영과 기업가정신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백년가게를 선정하여 각종 지원과 홍보를 해준 덕에 매출이 2~3배 상승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소규모 점포에서 가업을 승계했거나 30년이상 장사를 한 백년가게 자영업자가 총 48개라고 한다. 소상공인의 생애주기가 5년이라는 통계에 비추어보면 6배가 넘는 세월 동안 지속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유럽의 대형제조업에서 출발한 기업가정신은 가치관과 기업가적 태도, 혁신적 도전정신을 경영모델로 삼았지만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이젠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이런 형태의 경영모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주도의 백년가게를 선정하여 지원하는 정책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장수기업 2만8천개 중 150년 이상된 기업 중 소매업 등을 중심으로 3천500여개가 존재함은 그들만의 특별한 기업가정신이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광복 이후, 본격적인 산업생산을 했던 대한민국은 소규모 점포 즉, 자영업자는 먹고사는 생계형으로 출발하여, 전체인구의 14%인 700만명이 존재하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2천만명에 달하는데, 글로벌 시대와 사회의 다양성으로 인해 경쟁논리에 의해 변해가면서도, 묵묵히 생계를 넘어 기업경영으로 성장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작금의 자영업 창업의 현실은 묻지마 창업, 자존심 창업, 무작정 창업에 힘입어 매년 창업자수보다 폐업자수가 더 많아지는 기이한 현상까지 접하면서 창업정신무장은 필수사항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전 재산을 투입, 고금리 대출, 그리고 외상으로 식당점포를 오픈했는데, 힘들어서, 휴일은 쉬어야, 매장직원을 늘려서 등 남탓 하더니 오픈 2주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는 기가 막히는 사실을 접하면서, 심각한 자영업창업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로 숙연해진 적이 있었다.한편, 매장에 화재가 났는데도 그 다음날 영업을 강행한 자영업자도 있다. 불에 탄 공간은 천막을 치고, 모든 집기 등을 밤새 정리하여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다음날 정상영업을 한 자영업자, 몸이 아파 입원을 했음에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툴툴 털고 영업현장으로 나가 가게 문을 여는 자영업자 사장님도 있다. 이유는 우리 사정을 모르고 먼 길에서 찾아와주는 단골고객에게 불편함이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영업자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철학이자 기업가정신인 것이다.외식업을 예를 들자면, 점포사장의 입장에서는 홀 공간은 손님들의 것이다. 그 공간을 잠시 빌려준 대가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친절한 서비스를 해준다면 손님은 감동할 것이기에 항상 청결한 환경과 정갈한 음식은 기본이고, 손님 입장에서 누가 종업원이고 사장인지를 모르게 움직여준다면 매출과 직결되는 성공한 자영업자가 될 것인데 우린 그것을 잊고 장사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흔히들 장사는 노동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벌겠다 한다면 풍부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 차이점이다.자영업경영을 위한 기업가정신은 나 자신과의 경쟁, 시간관리 능력, 묵묵한 인내력, 풍부한 창의성, 적절한 모험심, 유머감각, 정보를 다루는 능력,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 의사결정 능력, 도전정신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줄 서서 손님이 기다리는 매장을 부러워 말고 내가게 내 점포를 손님이 줄 서는 가게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 정도는 있어야 자영업 경영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될 것이다.열정과 각오 없이 창업 말고, 창업하면 반드시 성공하라는 말이 있다. 경제 하락 탓, 정부 지원 탓 말고 자신만의 특별한 기업가정신을 터득한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자영업경영자로 되어있을 것이다./김순태 경기소상공인협동조합 협업단회장김순태 경기소상공인협동조합 협업단회장

2018-12-13 김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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