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아일라'를 아십니까?… 전쟁의 아픔 속 피어난 우정

한국전쟁때 터키군인이 고아가 된5살짜리 소녀를 만나 보살피다헤어진뒤 60여년만에 재회하는 실화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명소로'앙카라학교 공원' 재탄생하길 기대최근 터키 영화 '아일라'가 개봉했다. 한국전쟁 당시 파병되었던 터키군인이 고아가 된 5살 어린 소녀를 만나 딸처럼 보살피다 헤어진 뒤 60여 년 만에 재회하게 되는 감동 실화이다. 터키를 우린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에 우방국으로 참전했고, 한국에서 고아들을 보살피며 '앙카라 고아원'을 운영하며 우정을 나눴다. 바로 '아일라'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고아원이 운영되었던 수원시 서둔동이다. 서둔동 주민들과 고로(古老)들은 앙카라를 기억하고 있다.1950년 6월 25일 새벽, 한반도는 포탄 소리와 함께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우린 지금도 휴전 상태로 민족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평화로 가는 길을 열기 시작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염원이 반영된 결과이다.한국전쟁 당시 터키군 1개 대대가 현 농촌진흥청 안 우체국이 있었던 건물 내 주둔하였다. 당시 서둔동 일대는 전쟁을 피해 내려온 이북 출신의 피란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피란길에 부모를 잃은 640여 명의 고아들이 있었고,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인근 가건물에 아무렇게나 살고 있었다. 이때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터키군은 자신들의 수도인 앙카라(Ankara)에서 이름을 딴 '앙카라고아원'을 전쟁 중이던 1952년 5월에 설립하였다. 터키군인들은 허기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한국 어린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가르쳤다. 이후 앙카라고아원은 터키군이 본국으로 돌아간 1966년까지 14년 동안 운영되었다.이후 민족상잔의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한 앙카라고아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이 될 뻔했다. 하지만 2006년 과거 고아원이 있던 자리(서둔동 45-9번지 일대)에는 고아원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건립 기념비가 세워졌고, 현재는 서호초등학교 앞 앙카라학교 공원으로 옮겨져 있다. 수원시가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의 인도적 활동을 기리고 앞으로 터키와의 우호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앙카라학교 공원을 조성하여 기념비를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또한 수원시는 앙카라고아원이 있던 근처의 길을 '앙카라 길(Ankara-gil)'이라고 명예도로명을 부여하였다.앙카라학교 공원은 지난 2013년 6월 25일 개장식을 가졌다. 공원 개장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나지 사르쉬바 주한터키대사, 시·도의원과 앙카라고아원 출신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하였다. 특히 앙카라고아원 출신의 브라스 밴드 등이 축하공연을 해 행사의 의의를 더했다. 이날 앙카라고아원 출신들의 모임인 '형제회'가 앙카라학교 공원 개장식에 참가했는데, 소년·소녀에서 노인이 된 앙카라 형제회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오랜만의 만남에 60여 년 전의 사진을 돌려보면서 당시를 회상하였다. 이들은 사실 살아오면서 자식을 키우고 사회에 독립시키기까지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사회적 인식도 곱지 않아 '고아'라는 모습을 숨기고 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고향이 되어버린 서둔동을 찾아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서글픈 사연들이 있었다.터키에서 개봉하여 많은 이들에 감동을 주었던 '아일라'를 보면서 '앙카라 고아원'을 생각해 본다. 현재 서호초등학교 앞의 앙카라학교 공원은 전쟁의 참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슬프고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우리를 도왔던 우방국들과 함께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곳이다. 또한 얼마 전 '앙카라 고아원'이 있던 서둔동의 자리에 옛 건물이 남아있음도 지난 기억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일라'를 보면서 지난 역사를 되새기고, 터키와의 우정을 기리며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명소로 '앙카라학교 공원'이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이동근 수원시 학예연구사이동근 수원시 학예연구사

2018-08-14 이동근

[수요광장]황현산 비평을 기억하며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자신만의 문장·흐름·체온으로 표현사회·역사적 맥락 품었음을 알기에미학적 고투 산물임을 이해한 만큼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 들여황현산 선생이 지난 8일 별세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지낸 분이지만 우리에게는 비평가로, 번역가로, 산문가로 깊이 남을 분이다. 요즘 팔순 넘어서도 열정적인 문필 활동을 펼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70 초반이신 선생의 타계는 애석하기 짝이 없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2013)가 유례없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고, 트위터나 칼럼들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필치를 선생은 세상에 깊이 남겼다. 지난 6월 펴낸 산문집 '사소한 부탁'은 결국 유작이 된 셈인데, 거기서도 선생이 보여준 해박하고 단정하고 날카로운 식견과 통찰과 문장은 우리 산문 문학의 한 정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스스로는 부정했지만, 선생의 탁월한 경륜과 심오한 철학이 새로운 차원의 산문 읽기 경험을 허락한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생은 '비평가'로 남을 것이다. 황현산 비평의 개성은, 텍스트의 기표와 흐름과 궁극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잡는 미학적 집념과 성실성에서 비롯한다. 선생의 비평은 텍스트에 대한 평면적 해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어반복에 가까운 해설 편향의 비평 풍토에서도 선생은 거리가 멀다. 섣부른 논쟁 위주의 비평 관행에서도 선생은 자신을 고독하고도 서늘하게 지켜가는 파수꾼이자 불침번임을 자임하였다. 그만큼 선생은, 문학 자체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흐름으로, 체온으로 감싸 안아 표현한 비평가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선생을 문학지상주의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선생은 누구보다도 상황의 독법에 공을 들이는 비평가였고, 문학이 미학적 고투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만큼, 문학이 사회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는 실체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생은 텍스트를 상황의 평면적 반영으로 보는 시각에서 자유로운, 큰 품과 눈을 가졌던 비평가였을 뿐이다.천천히 선생의 노작 '우물에서 하늘 보기'(2015)를 펼쳐본다. 여기서도 선생은 개개 시편에 담긴 주제와 방법과 시선과 그늘까지 읽어내는 열정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텍스트에 새겨진 정서가 존재의 본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맥락에서 분출되는 것임을 설명하였다. 그래서 시인들의 눈물과 울음의 미학을 구조 차원이든 성정 차원이든 모두 선명하게 규명해내면서, 그 정서적 조건들을 앙양해내는 시인들의 고유한 언술 방식에 대해서도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더불어 선생은 상호텍스트적인 문법들을 다양하고도 꼼꼼하게 파악하고 설명해냄으로써 풍요로운 시 읽기의 한 전범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처럼 단단하고 물샐 틈 없는 선생의 연금술이야말로 우리 비평의 한 진경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 실린 몇 마디에 귀 기울여보자.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슬픔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거기에 원한이 섞여 있지 않아야 하겠지만, 함께 울자고 말할 수도 없고 편히 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 가슴에 묻자니 가슴이 좁고 하늘에 묻자니 하늘이 공허하다. 이 언어의 무능함과 마음의 무능함이 대낮에 두 눈을 뜨고 그 수많은 생명들을 잃어버린 한 나라의 무능함과 같다.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말라. 이렇게 쓰는 만사(輓詞)가 참으로 무능하다.슬픔을 아름다움의 결정으로 이해한 이들은 심미주의자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현산 선생은 우리 시대의 비극 앞에서, 맑고 순결한 슬픔이 아니라, '만사'라고 불러야 할 상실감이 온통 그 슬픔을 감싸고 있음을 증언한다. 그만큼 선생은 자신의 현실인식을 꾸준히 심화하면서, 언어예술로서의 시를 읽어내는 충실성을 동시에 예각화해갔다.우리는 가끔씩, 황현산 비평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텍스트의 상황과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욕구를 얻어왔다. 이제 그러한 비평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비평이 텍스트의 우호적 후경에 머물지 않고 경험적 지남(指南)이 되기도 하는 장면을, 선생은 여러 번 선사해주지 않았던가. 못내 그리울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08-14 유성호

[참성단]광복절 아침에

광복절 아침이다. 73년 전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광복 그날의 풍경은 이랬다. "그때, 분명 그때, 뜰에는 이상한 여름꽃들이 피어 있었다. 하지만 원추리와 능소화 같은 낯선 꽃들이 우리를 그렇게 놀라게 한 것은 아니었다. 8월의 하늘을 향해 마치 용(龍)의 비늘처럼 번득이며, 솟구치는 한 폭의 깃발이 있었다. 성조기도 아닌, 유니언 잭도, 청천백일기도 아닌, 더더구나 일장기도 아닌, 처음으로 보는 그 깃발이 우리들의 어린 가슴을 북처럼 자꾸 두들기고 있었다."벼락같이 다가온 해방. 처음 태극기를 보았을 때의 감흥을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 이어령은 이렇게 썼다. 태어나서 처음 본 이상야릇한 깃발이었지만 무엇이 어린 가슴을 두드렸다. 비단 이어령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73년 전 오늘 그 또래들에게 해방이 준 선물인 '태극기와의 조우'는 그런 흥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오늘은 광복 73주년이다. 하지만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건국을 둘러싼 논쟁으로 '광복절'은 이제 공휴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년 이어령과 그 또래의 가슴을 두드렸던 환희의 '그날'이 아니다. 그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 건국일 끝장토론'까지 열렸다. 우파 진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정부가 탄생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좌파 진영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주장한다. 양측의 격앙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내년이 더 두려워진다. 이미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정부는 내년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칠 모양이다. 그러니 진보와 보수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산 안창호의 나라 사랑은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다. 망하게 한 책임자가 누구냐. 그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왜 일본으로 하여금 손톱을 박게 하였으며, 내가 왜 이완용으로 하여금 조국 팔기를 용서하였소! 그러므로 망국의 책임자는 나 자신이다." ' 겨레의 스승' 도산 안창호는 망국의 원인을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려 하지 않았다. 모두 우리 책임이라는 것이다. 광복절 아침, 좌·우를 향해 "정신 차려라!" 소리치는 도산의 호령이 귓가를 두드리는듯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14 이영재

[발언대]항우(項羽)의 후회 깊은 눈물을 잊었는가

초한지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뽑는다면 한신(韓信)과의 해하(垓下) 전투에서 패색이 짙어진 항우가 사랑하는 여인 우희의 자결을 앞에 두고 해하가(垓下歌)를 슬피 읊었던 장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역사의 가르침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 순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다. 현재 우리네 삶은 무엇인가를 잊고 당장에 자신들의 이권에 눈이 멀어 더욱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낀다.최근 충북 제천시 스포츠 센터 및 경남 밀양 세종요양병원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여러분들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얽혔던 끈들을 한 가닥 한 가닥씩 풀어내야 할 때이며, 그 출발점이 '국가 화재안전특별 조사'의 시행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대형사고 후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등 지금까지 우리가 자신하던 안전의 현주소는 그렇게 진행되어왔다. 이제 우리는 안전관리의 큰 밑그림이 필요할 때이며 이에 따라 시행하는 국가 화재 안전특별조사를 토대로 안전한국 100년 대계의 큰 뜻을 이루어야 할 시점에 서있다.안산소방서는 연일 폭염특보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소방·건축·전기·가스 경력직 등 각 분야별 전문가 11개조 38명으로 구성된 국가 화재안전조사반을 편성하여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특별조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이번 국가 화재안전특별조사는 내 가족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필수 불가결한 행정으로 생각하여 안산시의 소방안전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도록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뜨거운 격려가 필요하다./이정래 안산소방서장이정래 안산소방서장

2018-08-13 이정래

[특별기고]새로운 인천특별시대, 시민이 시장입니다

작은 사업이라도 市가 독단적 결정 안하고시민에게 묻고 지혜 모으는 소통행정 펼것서로 공감하는 객관적 지표로 정책 수립도"희망찬 여정 함께할 300만이여 응답하라"'시민이 주인인 새로운 인천특별시대'. 지난 7월 출범한 민선7기 시정 철학입니다. 취임 첫날 300만 인천 시민들께 시민이 주도적으로 시정에 참여하는 '시민특별시'를 약속드렸습니다. 시민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일자리, 복지, 원도심 발전 등 시정의 중심에 시민을 모시겠다는 제 소신을 담은 것입니다.우선 작은 것부터 시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꿔나가려 합니다. 얼마 전 시민들과 함께 한 행사에서는 단상에서 내려와 객석에서 축사를 했습니다. 인천의 주인인 시민 여러분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존에 보고식으로 진행됐던 형식적인 회의도 없애고 시장실이 아닌 각 실국에서 직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직원들도 시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민 입장에서 꼭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민을 위한 폭염대책을 정비해 무더위 속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위한 지원책을 시급히 시행하기로 하고, 직원들이 직접 무더위쉼터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 나가 살폈습니다. 시가 단독으로 결정하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아무리 작은 사업도 시민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지 여러분께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또 우리 인천시는 시민들께 묻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소통 행정을 펼칠 것입니다. 소통(疏通)은 서로의 뜻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이지요. 시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의견의 합을 이루는 진정한 소통을 한다면 묵은 현안도 깨끗하게 해결될 거라 믿습니다. 시 홈페이지에 '시민시장실'이 항상 열려있고, 시민이 직접 정책에 참여하는 위원회 등 다양한 통로를 마련 중입니다. 시민과 온·오프라인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시민께 길을 묻고 깨알 같은 시민들의 아픔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중요한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공론화의 장도 올해 안에 완성됩니다. 시장만 알고 정작 시민은 모르는 깜깜이 행정은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시청 앞 미래광장도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열린 광장이자 편하게 쉴 수 있는 여러분의 공간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이와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세워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하고자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지표가 될 수 있는 통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일자리, 교통, 관광 등의 정책 수립 과정에 활용해 보고서 성과와 민생현장 사이의 온도차를 줄여가겠습니다. 보여주기식 지표가 아닌 시민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를 개발해 사업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습니다. 긍정적인 지표는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시민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부분은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제 집무실에는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문구와 제가 청와대 인사수석 시절 노무현 前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사진을 보며 제 정치적 스승인 故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을 항상 되새깁니다. 민선7기 인천시는 시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잘 새겨듣고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의 시장인 시민 한분 한분을 섬기고, 인천의 시정을 혁신해 모든 정책의 중심에 시민이 있게 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시민이 주인인 새로운 인천특별시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겠습니다. 이 희망찬 여정에 인천 시민 모두 동참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모든 것의 성공 여부는 시민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이 글을 빌어 300만 인천 시민들을 향해 크게 외쳐봅니다."응답하라 300만 인천 시민들이여."/박남춘 인천시장박남춘 인천시장

2018-08-13 박남춘

[참성단]문재인 정부와 연금 개혁

정부가 지난 주말 국민연금 개선방안을 슬쩍 흘렸다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혼비백산, 일요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근해 "정부안이 아니다"고 발뺌하는 소동을 벌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비난성 청원으로 도배됐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 부터 '죽기 전에 받아볼 수 있는거냐'는 조롱이 넘쳤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직접 진화에 나서야 했다.분명한 건 국민저항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제도 자체는 유지해야 하고, 유지하려면 개선과 개혁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635조원의 기금은 세계 3위 규모이지만, 기금고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5년마다 70년 후의 연금재정을 감안해, 수령 시기와 금액을 조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저출산, 저성장 추세가 완연한 우리사회는 연금재정 고갈 시한이 단축되면서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 수급개시 연장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문제는 성난 민심이라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에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개혁에 딴죽을 걸었던 정부·여당이 이제 '방울 술래' 순서가 됐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연금 개혁 보다는 국민연금을 통한 대기업 경영 감시방안을 고민했다. 정작 기금을 살찌울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째 공석이고 운용수익률은 역대 최악이다.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네번의 결혼으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비아냥을 샀지만, 독일 경제호황의 기반을 마련한 정치력으로 유명하다. 98년 총리 취임이후 7년간 노동자 해고 제한 규정 완화, 연금수령 연령 연장, 의료보험 본인부담 확대 등 경제개혁 조치를 밀어붙였다. 그 대가로 그는 정권을 잃었지만, 독일경제는 통일 후유증을 털고 다시 비상했다. 올 초 방한 때는 "지도자는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잃을 각오로 국민연금 등 4대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매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구보수 궤멸과 사회개혁을 위한 20년 집권설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에 정권을 걸수 있을지 궁금해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8-13 윤인수

[시인의 꽃]꽃덤불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신석정(1907~1974)날이 아무리 뜨거워도 이와 같이 뜨겁게 달아오른 날이 있었겠는가. 일제강점기 35년 억압과 수탈의 폭염 속에서 '민족의 태양'을 다시 찾은 날 '그 어느 언덕'에서나 '거룩한 꽃덤불'로 피고. '그러는 동안'에 자신이 자신을,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린' '떠나버린' '팔아버린'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왜 8월이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 볕에 그을려 있는지 알 것도 같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가'에서 평화와 자유 평등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오롯한 태양'을 저마다 모시고, 이 강산을 푸르게 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반만년 역사의 꽃씨' 속에서 나온 '꽃덤불'이기 때문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13 권성훈

[전호근 칼럼]어느 가족이 본 '어느 가족'

'혈연 아닌 서로 필요해서 산다'는영화속 다섯명의 주인공들마지막 장면에서는 서로를 위해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준다내가 본 '유일한' 가족 영화였다며칠 전 가족과 함께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보기 위해서다. 당초 식구 넷이 다 같이 편안하게 즐길 만한 영화로는 적당치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염려가 없지 않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에는 적잖이 불편한 장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가족 모두 어엿한 성인인데다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우리 가족의 특성상, 모처럼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드문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가족 간 의견 일치가 어떻게 쉽지 않은지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잠시 옆길로 새자면, 우리 가족은 좋아하는 음식도 각기 다르고, 독서나 음악 취향도 모두 다르며 세대 차이도 꽤 심각한 편이다. 무엇보다 밥상머리 대화에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끝까지 해대는 통에 번번이 논쟁이 일어나 서로 얼굴 붉히기가 십상이다.이처럼 모래알 같은 가족이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어느 가족'을 보는 데 찬성했으니 영화를 보기도 전에 고레에다 감독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졌다.'어느 가족'은 원제가 '만비키 가족(万引き家族)'이다. '만비키'는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훔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원제를 우리말로 옮기면 '좀도둑 가족' 정도가 된다. 제목만 놓고 보면 가족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가족파괴 영화라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직업으로 간주할 수 없는 도둑들의 이야기가 어찌 가족 영화일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주인공들 중 사회가 용인하는 정상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가족 구성원 중 남편 역할을 하는 오사무는 아이를 시켜 가게의 물건을 훔치게 하고 때로 자동차의 창문을 부수고 직접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아내 역할을 하는 노부요는 세탁소에서 일하지만 세탁물에 잘못 딸려온 고객의 물건을 수시로 훔친다. 딸 역할을 하는 아키는 유사 성행위 업소에서 일하며 돈을 번다. 할머니 하츠에는 전 남편이 남겨준 연금으로 생활하지만 생전의 남편과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아들 역인 쇼타는 책가방을 메고 다니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으며 책가방 안에는 책 대신 훔친 물건이 들어있다. 새로 가족의 일원이 된 유리는 오빠인 쇼타를 따라 가게에서 물건 훔치는 법을 배운다.이들은 혈연 유대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따라 함께 살게 된 것일 뿐이다. 할머니는 돌봄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은 할머니의 연금에 의지하여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함께 모여 살게 된 이유는 가출이나 버려짐 또는 유괴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이들을 가족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들이 세상 사람들이 '내다 버린' 가족의 가치를 가장 잘 지키고 있다면?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할머니 하츠에가 죽자 두 부부는 연금을 계속 타기 위해 할머니의 시신을 몰래 땅속에 파묻는다. 나중에 경찰이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추궁하자 노부요는, 자신들은 '버린 것'이 아니라 '주운 것'이라며 버린 사람은 따로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관객에게 그대로 꽂힌다. 내가 바로 노부요가 말하는 그 '버린 사람'은 아닌가.주인공들이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다. 그들은 불꽃은 보지 못하고 지붕 너머로 폭죽 소리만 들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느 가족보다 더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 장면은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가족은 그런 것이다.할머니가 해변에서 놀고 있는 다섯 명의 가족을 바라보며 입술만 움직여 말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물론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쇼타가 입술을 움직이는 장면과 함께, 들리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가족은 그런 것이다.영화의 막바지에서 두 부부는 자신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쇼타에게 내어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의 아들로 여겼던 쇼타 그 자신이다. 노부요는 쇼타에게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알려준다. 그리고 오사무는 자신의 본명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준 아들 쇼타에게 이렇게 말한다."아빠는 이제 아저씨로 돌아갈게."주인공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준 것이다.'어느 가족'은 '훌륭한' 가족 영화가 아니라 내가 본 '유일한' 가족 영화였다./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8-08-13 전호근

[데스크 칼럼]논란되고 있는 학생선수 학습권보장

최저학력제 채우기 위해 낯선 환경서 수업선수들에 도움 안되고 학부모들 반발만 사그들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도입된다면 어렸을때부터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학생 선수들의 운동권 보장 문제는 수년 전부터 체육계와 교육계의 공통된 관심거리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선수들의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최저학력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최저학력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중 한 과목이라도 소속 학교의 해당 학년 교과별 평균성적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초등학생은 평균 성적의 50%, 중학생은 평균성적의 40%다. 고등학생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강좌를 들으면 학교장의 판단하에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사실 최저학력제 도입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운동선수가 꿈인 청소년들 간에 학습차를 사실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모든 일반학생들에게 적용될 수는 없지만 많은 학생들이 영어와 수학은 학교 수업 외에도 추가적인 교육을 위해 사설기관의 강좌를 듣는다. 이런 사설기관에서 또는 학교 수업 외에도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같은 평가 기준으로 서열을 매겨 결정하는 최저학력제는 운동하는 청소년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인성이 바른 청소년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면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 중 몇몇 과목 대신 인성 교육을 위해 윤리나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알 수 있도록 역사와 같은 과목을 추가하는 것을 어떨까 제안해 본다.2 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위해 국가대표로 발탁된 청소년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합류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수업 참여 문제였다. 지금도 학생 선수들은 정규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진천선수촌 부근의 학교에 등교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오로지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배워왔던 교육 과정과 다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수업 참여가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과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학생 선수들과 부모, 지도자들은 교육당국의 최저학력제를 비롯한 학습권 보장 방침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 선수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는 교육 정책이 아닌 일반 학생과 똑같은 시각에서의 정책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교육계는 그렇지 않다. 대학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있듯 운동선수는 운동선수에 맞는 교육과정을,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에게는 그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이 도입된다면 어렸을때부터 좀 더 체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육정책은 정책 수혜자인 학생 선수와 부모 모두에게 반발을 사고 있다.보편적인 시선에서 학생선수들을 바라보지 않고 학생선수의 입장에서 이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바라봐준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지 의문이 든다.운동선수도 학생이라면 교육에 참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꿈인 학생들에게 그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이 제시됐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김종화 문화체육부장김종화 문화체육부장

2018-08-12 김종화

[열린글밭]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도와 개항장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도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응축이다. 유리한 자연환경에 복잡한 사회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온갖 것들이 뒤섞여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장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룬다. 인천광역시 중구는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감 있게 공존한다.중구는 오늘날의 모습과 근대의 모습이 함께 있다. 바다를 사이로 영종하늘신도시와 인천역 일대 원도심이 마주한다. 인천국제공항은 화려하고 인천항은 세월이 느껴진다.지나간 역사대로 중구에는 중국과 일본의 흔적이 남겨져 있고 그 속에 서양의 양식도 함께 있다. 차이나타운과 개항장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근대에 제각기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인천을 개항했고 은행과 관청을 지었다. 식량과 자원이 배에 실리고 바다를 건너갔다. 그리고 서양문물과 공산품이 도착했다.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무리를 짓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다. 우리나라는 조금씩 설자리를 잃어갔다. 부산하고 첨예한 시간들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이 남았다. 잘 보존된 건물들은 나름의 용도를 찾아서 전시관, 사무공간으로 쓰인다. 그리고 한국전쟁이나 화재로 그렇지 못한 건물들도 있다. 중구의 편치 못한 역사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이어진다. 인천광역시의 내부와 외부의 상황 때문에 중구는 다시금 변화해야만 한다. 새로운 항구의 건설은 중구가 기존의 인천항이 만들어준 정체성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중구에 여가를 즐기러 오던 사람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더 먼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영종하늘신도시가 성공적이라면 고급화된 신도시와 침체된 원도심으로 분열된 도시가, 그렇지 못하다면 쇠락하는 도시가 중구의 미래일지 모른다.지금의 중구에는 올바른 도시 변화의 방향과 속력이 필요하다. 이익만을 노리는 투기, 무관심한 방치, 서투른 재개발은 모두 피해야 할 장애물들이다. 성숙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중구에 올바른 변화를 부를 수 있다.근대에 들어서며 우리나라와 인천이 겪은 변화는 갑작스러웠고 외부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구는 혼란스러운 역사를 다양성으로 바꾸고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 어우러지는 문화와 자연이 중구를 지탱하고 돋보이게 할 역량이다. 이제는 그곳에서 주체적인 역사가 쓰일 차례이다./최준규 부천시 원미구최준규 부천시 원미구

2018-08-12 최준규

[참성단]바닥신호등

지하철을 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목을 내밀어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가 마치 거북이 같다. 오랜 시간 이런 자세를 취하다 보니 거북이 목처럼 목이 앞으로 구부러져 '거북목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도 꽤 많다. 이들을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족'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에 정신 팔려 주변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걸어가는 좀비에 빗댄 말이다. 스몸비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육교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지하철과 플랫폼 사이에 발이 끼여 골절되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요즘은 '로드 킬' 당하는 고라니를 빗대 스마트폰을 보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스몸비족을 '폰라니(스마트폰+고라니)'라고 부른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시는 건널목을 건너면서 스마트폰을 보다 적발되면 15달러에서 최대 99달러까지 벌금을 물린다. 수원시와 용인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사거리 건널목에 바닥 신호등을 시범 설치했다. 스몸비족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에 정신 놓지 말고 바닥신호등을 보고 길을 건너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문제가 된 마당에 많은 예산까지 들여가며 바닥신호등까지 설치하는 친절을 베풀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가 스마트폰 중독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하철에는 시력보호를 위해 조명등을 설치하고, 덜컹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완충용 좌석까지 설치해주라는 조롱 섞인 말도 들린다.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은 많은 연구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2011년 데이비드 레비 미 워싱턴대 교수는 SNS 등 디지털에 중독됐을 때 사람의 뇌는 생각 중추인 회백질이 줄어들어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술과 담배의 중독성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서구에선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여 오프라인의 여유를 찾자는 '디지털 디톡스(detox·해독)운동'이 확산일로다. '스마트폰을 두고 떠나자'는 디지털 디톡스 여행도 유행이다. SNS는 편리한 의사소통의 한 수단일 뿐, 삶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나름의 절제와 경각심이 필요하다. 일과가 끝나면 일체의 정보화 기기를 꺼버리는 '디지털 다이어트'를 해보면 어떨까.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12 이영재

[월요논단]강물이 흘러가도록

인명피해 컸던 라오스댐 붕괴사고제주도의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새로운것 만들려는 인간의 욕심지구 아프게 해 결국 재앙 몰고 와이젠 개발보다 보전에 힘써야 할 때라오스라는 나라와 인연이 닿아 3년째 라오스 산골마을 초등학교 한 공간을 그림책도서관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한 주 전에 사전답사로 라오스를 방문해야 했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이번 라오스 방문은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7월에 일어난 댐 붕괴 사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하나가 집중호우와 맞물려 무너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는 등 큰 어려움에 놓였다. 라오스의 남동부 아타파 주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댐은 다섯 개의 보조댐과 두 개의 본 댐으로 지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새들 댐'으로 불리는 보조댐 중 한 곳이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한국의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태국의 라차부리전력 등이 합작법인(PNPC)을 구성해 수주했다. 2013년 착공됐고, 내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라오스에서 현재 가동 중인 수력발전소는 모두 46개에 이른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의 80%는 태국 등 인접국가에 수출한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라오스는 전력이 주요 수출품목이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전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동남아의 배터리'가 되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댐의 붕괴 원인이 부실 공사로 인한 것인지, 자연 재해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인간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라오스 댐 붕괴사고를 접하면서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그림책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 훼손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많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1900년대 초기에 미국 뉴잉글랜드의 쿼빈에서 댐을 만들어서 아름다운 고향이 물에 잠겨야 했던 이야기가 그려진 < 강물이 흘러가도록 / 바버러 쿠니 그림. 제인 욜런 글/ 이상희 옮김/ 시공주니어> 그림책이다. 좋은 물, 맑은 물, 깨끗한 물, 차가운 물이 낮은 언덕 사이를 쉬지 않고 흐르고, 자연이 아름다웠던 그 마을에도 개발이라는 검은 손이 다가왔다.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면, 대신 돈을 주고, 새로운 집을, 지금보다 더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자연이나 아이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댐을 만들었다. 댐은 아름답던 작은 마을 여럿을 삼켜버렸다. 오랜 세월이 지나 어렸을 적 살았던 마을을 가보지만 추억도 친구도 자연도 물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없다. 이 책 속 주인공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놔 주렴, 샐리 제인."개발이란 무엇을 위해 행해지는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제주도의 비자림로 확장·포장공사로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제주 삼나무 숲길인 '비자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이익과 편리라는 목적으로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간이 얻게 되는 이익과 편리함이 오랜 세월을 안고 만들어진 저 숲보다 더 큰 걸까? 우리는 왜 가만히 놔 두지 않을까? 무엇이든 쉽게 부숴버리고, 잘라버리고, 새로운 것을 쌓아 올려 흘러가는 물을 막을까? 좀 성숙하고 알맹이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경솔하고 망령된 행동들이 우리를, 지구를 힘들고 아프게 하고 있다. 이제는 개발보다는 보전에 힘을 쏟아야 할 때가 되었다.올 여름은 지구 전체가 이상기온으로 여느 해보다도 더 불볕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빚은 재앙은 다시 우리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닐까?/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8-12 최지혜

[손경년의 '늘찬문화']공공서비스 제공과 노동권의 균형점

'휴식 있는 삶' 구성하기 위해선법 작동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고근로자의 '노동권' 지킬 수 있도록문화예술기관의 관리자는균형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는 2003년 새로운 앨범으로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를 비꼰 표현으로 알려진 '도둑찬가(Hail to the Thief)'를 내놓는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의 하나인 '우리는 젊은 피를 빨아먹다(we suck young blood)'의 가사는 '배고프니? 아프니? 쉬고 싶어 죽겠지? 넌 달콤하니? 넌 신선하니? 손은 묶여있지? 우리는 젊은 피를 원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랫말을 곰곰이 새기다 보면 지금의 우리들이 비록 스스로 직업을 선택했다고 여길지라도 과연 계약으로부터 자유롭고 얼마만큼의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어진다. 라디오헤드의 노랫말처럼, 또는 "자본은 죽은 노동인데 이 죽은 노동은 흡혈귀처럼 노동자의 살아 있는 노동을 더 많이 흡수할수록 점점 더 활기를 띤다"고 말한 마르크스의 말처럼 우리는 '일이 즐거운 인생'이라기보다는 자각하지 못한 채 상품 소비를 위해 '즐거움을 저당 잡힌' 삶을 살아 온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워라밸(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이나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많아지는 것을 보면 '뭔가 아닌 것 같다'는 문제의식과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욕구는 분명 있는 것 같다. 2015년에 제정, 2016년 12월에 일부 개정된 뒤, 2017년 3월21일부터 시행된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과 국회의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18년 2월 28일 통과된 뒤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내용은 어쨌거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시행시기가 다르기는 하나 주 40시간의 기준근로시간과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의 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은 '여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켜 일과 여가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총 17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여가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추진해야 하며, 국가와 지방정부는 조사 및 연구, 여가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 여가정보의 수집 및 제공, 여가교육의 실시, 여가시설과 공간의 확충, 여가전문인력의 양성, 사회적 약자의 여가활동 지원 민간단체 등의 지원, 우수사례 발굴 및 시상, 여가산업의 육성 등에 대한 필요한 시책의 강구, 지원해야 한다. 법을 근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5일 '국민여가활성화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국민들이 '여가를 통한 휴식 있는 삶을 기본권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삶의 시간을 회복'시키기 위해 제시된 기본계획에서는 여가참여 기반 구축, 여가 접근성 개선, 여가 생태계 확대 등을 기본 방향으로 8개의 추진 전략과 32개의 중점 과제를 담고 있다. 특히 2022년을 목표도달기준으로 여가참여율은 현재의 42.7%에서 55%로, 문화활동공간 이용률은 64.85%에서 70%로, 여가서비스 일자리 창출은 3만 6천 명에서 5만 6천 명으로 잡고 있다. 법의 이상과 현실과의 간격을 좁혀야 하는, 다시 말해 국민들의 '휴식 있는 삶'을 구성하기 위해 내용을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이 문화예술분야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치를 도달하려면 넘어서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하나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이제 출발한 기본권으로서의 여가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법의 작동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려면 국민이 요구하는 공적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짐과 동시에 즐겁게 일하는 근로자로서의 '노동권'을 지켜야 하는 문화예술기관의 관리자는 이 둘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8-12 손경년

[기고]자연재해 극복을 위한 쉼 없는 전진

대한민국이 덥다.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가 한반도를 점령했다. 폭염(暴炎)은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 북유럽 국가 등 세계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폭염은 인명피해는 물론 식량문제와 교통문제 등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자연재해 중 하나이다. 역대 최악이라는 1994년보다 더 덥고 폭염 기간도 길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폭염은 시민들의 일상까지 바꾸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지하상가나 커피 전문점, 서점, 영화관 등 '피난처'로 인파가 몰리고 해수욕장에는 상대적으로 피서객이 줄고 있다는 보도다.폭염으로 가장 힘든 사람은 야외에서 활동하는 현장근로자, 농수산업 종사자, 어르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천시와 군·구에서는 폭염 취약자를 위하여 살수차 운영과 무더위쉼터(686개소) 지정, 횡단보도 그늘막(273개소) 설치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예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폭염 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 10개 관련 부서와 협업을 강화하여 공동대응체계를 갖추었고 피해상황점검 등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응급의료기관 21개소도 지정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촘촘히 갖추고 있다. 쪽방촌, 공사현장 등 취약시설 예찰·관리를 강화하고, 전광판 예·경보시스템을 활용한 폭염 행동요령 홍보 강화, 횡단보도 그늘막, 쿨링포그 추가 설치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정부에서 이번 폭염과 관련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추가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반가운 일이다. 신속한 법 개정을 통하여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시민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신성한 의무로 법 개정을 통하여 국가 차원의 체계적 폭염관리와 장기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폭염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인간의 탐욕에 대해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끊임없는 경고다. 독일 포츠담 기후충격연구소의 스테판 람스토르프 교수는 "지금 우리는 일종의 기후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으며 미국의 기상학자 에릭 홀트하우스는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무서운 상황"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실제로 자연재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큰 피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그동안 각종 재해를 효율적으로 예측하고 예측결과에 따른 적극적 대응에 미흡했던 것 또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위험도와 발생도가 낮은 사건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폭염이라는 이상기후에 맞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빅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지역별 취약계층 폭염 지수, 도시별 폭염 적응력 지수 등을 개발하고 이에 따라 효율적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를 바탕으로 시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인천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여 '시민이 우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민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맞춤형 폭염대응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위기는 과거의 낡은 시스템과 가치관으로는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갈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폭염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현재의 폭염은 분명 위기상황이지만, 시민과 함께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 나아간다면 인천은 자연재해를 넘어서는 안전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지금은 과거의 낡은 시스템과 가치관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새로운 사고와 패러다임으로 재난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야 할 때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천특별시대가 열리고 있다. 폭염을 비롯한 자연재해로부터 보다 안전한 인천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쉼 없는 전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한길자 인천시 재난안전본부장한길자 인천시 재난안전본부장

2018-08-09 한길자

[참성단]김상곤의 교육 실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경기도교육감 재직 시절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시행, 혁신학교 도입 등 보편적 교육 복지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나름 혁신이라 생각했겠지만, 경기도는 하나의 거대한 교육 실험장이 됐다. 그 결과 '2012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김 교육감이 그토록 공을 들였던 경기도 혁신학교의 성적은 다른 학교들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의 반발이 컸다.문재인 정부와 함께 출범한 '김상곤 교육부'호의 다양한 교육실험은 이미 예견됐었다. 올 초 교육부가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을 꺾겠다며 느닷없이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발표한 게 그 좋은 예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 1, 2학년 영어수업이 금지됐으니 일관성 있게 진학 전 유아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교육부는 시행 1년 유예를 발표하고 문제를 덮었다.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했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당시 언론은 민감한 사안일수록 충분한 의견 수렴으로 공감대를 넓히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불쑥 대학입시개편안 공론화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관심이 많은 대학입시의 키를 국가교육회의에, 또다시 공론화위원회에 넘기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하청-재하청'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공론화 작업은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혼란만 더 부추긴 꼴이 됐다. 최종 결론은 이달 중 교육부의 대입확정안이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사안은 더 복잡해졌다. 그러자 김상곤 교육부의 무능, 나아가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김상곤 자진 사퇴' 요구가 나왔다.그럼에도 '김상곤 교육부'는 '학교폭력 개선안' '유치원 방과 후 영어학습금지' 등도 또 공론화할 예정이다. 그것이 책임회피 차원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능력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교육부가 중대사안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공론화 뒤에 숨는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그러나 여론 수렴이란 미명 아래 자행되는 공론화 실험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우리의 교육의 미래는 캄캄하다. 누가 뭐래도 이번 혼란은 '김상곤 교육부' 탓이다. 하지만 책임추궁은 나중 문제다. 당장 지금의 혼란을 잠재울 입시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의 교육실험은 참아주기 어렵다. 김상곤 부총리는 직을 걸고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8-09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걷기 예찬, 영축산 통도사

시간의 결 고스란히 전하는 고찰서마음속 평정심 찾아주는 숲 발걸음두 발로 걷기 멈출땐 내 삶도 정지감정이입 배제 생명순환 지켜볼뿐속도·방향 동시 탐하는건 어리석어부산 해운대에서 며칠을 보내고 귀경길에 찾아간 곳이 양산 통도사다. 사찰 분위기는 여전히 차분하고 고즈넉했다. 21세기 최첨단 문명을 누리는 우리에게 시간의 결을 고스란히 전하는 고찰의 무게감은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담담하다. 특히 도로에서 사찰로 이어지는 들머리 소나무 숲은 가히 조선소나무의 미적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주어 절로 걸음이 가볍다.한국 3대 사찰 중 하나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 대신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통도사는 대웅전, 대광명전, 영산전, 극락보전 등 12개의 법당과 보광전, 감로당 외 6방과 비각, 천왕문, 불이문, 일주문, 범종각 등 65동 580여 칸에 달하는 대규모 사찰이다. 이 건물들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두 차례에 걸쳐 재건축하였으며 대광명전을 제외하면 모두 근세의 건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소속암자가 13개나 된다고 하니 사찰의 규모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목탁소리에 묻혀 한나절 경내를 둘러보고 영축산 자락으로 들었다. 비 갠 후라 풀냄새가 진하다. 계절과 더불어 초록이 깊어지니 계곡의 물소리도 깊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기억장치에 오류가 생겼는지 눈에 보이는 꽃보다 향기로 느끼는 꽃이 더 강하게 각인되는 이유가 뭘까. 본시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은 없는 것이라 했지만 꽃이 좋은 건 감출 수 없는 인간의 간사한 마음이라 해두겠다. 복잡한 생각들을 끝내 내려놓지 못한 채 그것이 조금씩 정리되고 그러다 마음의 평정심 즉 무심이 찾아들 때 떠오른 것이 바로 지금과 같은 숲에서의 걷기가 아니었던가. 오래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롱라를 넘어 신성의 불국정토 묵디나트에서 바라본 메마른 풍경, 산 하나만 넘으면 있을 불국정토 무스탕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오래된 미래 라다크 땅을 어찌 잊으랴. 얼마 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을 읽으면서 내면의 성찰과 걷기라는 인문학적 연관성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가."당신의 내면으로 가는 문을 다시 열어 보라. 걷는 것은 자신을 열어 놓는 것이다. 우리 발에는 뿌리가 없다. 보행은 가없는 넓은 도서관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기는 침묵을 횡단하는 것이며 주위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즐기고 음미하는 것이다. 침묵은 어떤 저울의 균형 같은…."브르통의 인상 깊은 제언은 몸과 내면과 실존과 언어라는 단어를 길항으로 퍽이나 오래 내 정신의 버팀목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삶의 정지는 숨이 멎는 순간이 아니라, 두 발로 걷기를 멈추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두 발이 오래 묶여 있었으므로 행여 내 발이 땅을 겁내지 않을까 두렵긴 하나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남았으니 게으름은 거두어야겠다. 수많은 것이 존재하는 지구에 우리가 마음을 나누고 익숙해져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영원에 기댄 자연이라면, 거의 모든 존재감을 영영 알아채지 못한 채 인생이 끝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내가 숲에 들 때마다 느끼는 그 작은 변화들에 대한 알아차림도 어쩌면 아는 게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다만 감정 이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조용히 생명의 순환을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힐 뿐. 어려움을 넘어서는 건 쉬운 곳에 닿으려는 열망이라 했다. 외로움을 넘어서려면 외로움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지만 감추는 법도 없다. 작아도 부끄럽지 않고 커도 자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속도와 방향을 동시에 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수치스럽고 두렵다. 이 실수투성이인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갈망이나 의심이 없는 사람은 퇴보한 사람이라 했다. 나는 누구든 만나고 돌아서는 순간 외롭고 애틋한 게 아니라 헤어지기 직전이 가장 절망적으로 애틋한데 통도사도 그랬다.통도사 일주문 돌기둥에 새겨진 글이다. 方袍圓頂常要淸規(방포원정상요청규) 異性同居必須和睦(이성동거필수화목)' 삭발염의한 수행자들은 늘 청규를 중요하게 여겨야 하고, 서로 성격이 다른 대중이 모여 사는 데는 반드시 화합하고 우애롭게 지내야 한다는 뜻이란다. 그러므로 그대와 나와 우리는 다르지만 하나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김인자 시인·여행가김인자 시인·여행가

2018-08-09 김인자

[발언대]반복되는 아동학대, 근본적인 대책 필요하다

하루에도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들이 수십 개씩 나오고 있으며, 매년 학대로 인한 아동사망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에서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마련하였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활성화되었고, 올해부터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해 지원하는 위기아동조기발견시스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학대피해아동이 원가정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대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해 피해아동과 가족을 위한 전문적인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아동학대의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서비스 등 전반적인 아동학대예방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조사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2012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7년 속보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2012년 1만943건에서 2017년 3만4천185건으로 312% 가량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수는 2012년 6천403건에 불과하였으나 2017년 2만2천157건으로 5년 사이 346%가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년 동안 14개소 증설에 그쳤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를 신속하게 구해내는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따르면 전국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포함한 62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 228개 지자체를 담당하다 보니 1개 기관이 4~5개 지자체의 아동학대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학대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현장에서 폭행, 폭언, 협박, 기물파손, 성추행 등 신변위협을 당하는 일이 잦아 1년 이상 버티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한다. 또한 2018년 아동학대예방 및 사후관리에 재정확보가 불안정한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 예산으로 254억원이 책정되어 있고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아동학대예방사업 예산은 고작 10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근절 대책에 따르면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업무 주체를 변경하고 해당 업무에만 다수 인력이 투입됨에 따라 조사 업무는 강화되겠지만, 피해아동과 가정에 대한 전문서비스 개입은 배제되거나 축소되는 방향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의 국가정책은 조사업무 강화와 사례개입 축소로 인해 절름발이 아동학대예방정책으로 전락될까 우려되며 결국 아동학대가 근절되기보다 아동학대가 재발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동의 몫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동학대는 개인, 가족, 사회의 복잡-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아동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아동학대 발생 요인에 대해 개인, 가족,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하고 학대피해아동과 가족을 전담하여 개입할 수 있도록 인적, 경제적, 사회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전문적이고 사회통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 개입시스템을 정비하여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김준미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김준미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2018-08-09 김준미

[춘추칼럼]대학과 지역

'내부의 보수화' 새 시대·문화 못담는 대학인구절벽·청년실업 환경 변화에 존립 위기학문·생활·문화·노동 등 최적 공동체 대안지역사회 연계 '캠퍼스타운' 실질적 노력을대학이 위기이다. 위기의 원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먼저 외적 요인으로는 '인구 절벽'이라는 환경변화에 따른 문제이다. 대학을 구성하는 핵심인 학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은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내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청년실업 문제도 대학 위기의 외적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대학이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적 요인으로는 대학 내부의 보수화다. 사학 비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문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교육 내용으로 인해 대학은 더 이상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변해야 하지만 가장 느리게 대응하는 곳이 대학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차원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로는 대학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 직원의 관계가 파편화되고 무너진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학공동체의 붕괴이다. 이는 2000년을 전후로 신자유주의 논리가 대학사회에 빠르게 전파된 결과로서 학생과 교수, 직원이 대학공동체 차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간 결과이다. 학생은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고, 교수는 평가와 연봉에 매달렸고, 직원들은 경영 관점으로 수익 관리를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학에 대안은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대학공동체의 복원이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취업 등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대학은 최소한 몇 년 동안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공동체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함께 교수와 직원이 함께 대학사회를 일종의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면 이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모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청년 세대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이미 사라진 공동체의 경험을 대학에서 수 년 동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공동체는 학문과 생활과 문화와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 분야로 분절되어 있는 대학 내부의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방치한 채,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지역과 별개로 존재해왔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상권 정도에 기여할 뿐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하더라도 대학이 별다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학과 지역은 상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역은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해서 어떻게 하면 대학자원이 지역자원으로 연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며, 대학 역시 단순한 취업 차원의 고민을 넘어 대학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고 수업과 활동, 공간 등을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대학을 사고하게 만드는 일이다. 취지는 좋지만 여전히 현실은 멀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성과주의와 대학 이기주의 등이 맞물려서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협력과 연계는 가능하지 않다. 대학과 지역이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캠퍼스타운이 되려면 기존 행정과 대학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관점과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현재 한국사회의 대학은 일종의 섬으로 존재한다. 대학이 외로운 섬으로 남지 않으려면 대학과 지역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력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취업을 넘어 산업과 경제, 문화와 예술, 마을, 공동체, 일상 등 모든 영역에서 연결될 수 있는 지역과 대학의 관계를 상상해본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8-09 권경우

[참성단]미투(Me Too) 열풍 그 이후

올해 1월 현직 검사 서지현이 검찰 내부의 성폭력 실상을 폭로하면서 미투운동 열풍이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덮쳤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상징인 검사마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서 검사의 폭로가 도화선이 돼 사회 각계각층의 미투 폭로로 들불처럼 번졌다.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먼저 문화계가 거덜났다. 시인 최영미의 시 '괴물'의 'En 선생'이 재조명되면서 문단의 거목 고은 시인은 수원시가 제공한 광교 집필실에서 물러나는 한편 문학관 건립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연극계 대부 이윤택, 오태석을 비롯해 영화계의 김기덕, 조재현 등이 차례차례 피해자에게 호명됐다. 정치권에선 여권의 피해가 컸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수행여비서의 미투로 정치자산을 모두 잃었고, 서울시장 도전에 나섰던 정봉주 전 의원은 수많은 알리바이를 내세워 버티다가 결정적 증거 앞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성추행 의혹을 받은 민병두 의원은 의원직 사퇴서를 던졌다.미투운동은 부수적인 논란도 많았다. 배우 조민기의 불행한 죽음으로 여론재판에 의한 사적 제재의 적정성 논란이 일었고, 진보진영을 강타한 미투운동의 적폐세력 음모설로 시끄러웠다.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의 선교지 성폭력사건은 교계 일각에서 그를 두호하는 바람에 교계 전체를 힘들게 했다.하지만 뜨거웠던 미투운동 열기는 남·북·미 정상회담, 6·13 지방선거를 거치며 급격히 시들었다. 사퇴 의사를 철회한 민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장이 됐다. 고은 시인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명예회복에 나섰고,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 검사는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법정 공방 중이다. 엊그제 한 방송에서 배우 조재현의 새로운 성폭력 의혹을 방영했으나, 그동안 죄인을 자처했던 조씨도 이번엔 적극적으로 맞서고 나섰다.열풍은 가라앉고 가해와 피해의 실체를 가리는 일이 차분하게 진행중인 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권력에 의한 성폭력 근절을 위해 국회에 넘긴 미투 관련법 대부분이 국회에 계류중인 건 이해하기 힘들다. 들끓는 여론에 놀라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던 여야 정당이 정작 법 통과에 미적거리니 그렇다. 여론에 반응했다 여론에 무심해지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8-08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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