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손경년의 '늘찬문화']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요건, 시민문화주권

오래전 모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학기 초,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인기 있는 과목은 접속이 몰려서 신청에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신청마감이 된 날, 당사자인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 중 한 분이 학과사무실에 전화를 하여 '접속을 하지 못해 수강신청을 못했으니 방법을 찾아내라'고 큰 소리를 쳤는데 그때 무척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에서의 수강신청은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지 이를 부모가 대신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집약해 놓은 소위 '핫'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면 이보다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에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코디선생님'은 학생의 수강신청을 대신하는 정도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코디'해 준다. 이에 따라 학생은 '시키는 대로' 공부하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체적으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이렇게 '코디'를 통해 원하는 해답만 손에 넣은 학생이 과연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자존과 참여,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을 가진 삶을 구성할 수 있을까 싶다. 또 세월이 흘러 이들이 사회의 주요한 위치에 도달했을 때도 선택과 판단을 위해 '코디'를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미리 걱정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우리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도록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대통령의 신년사는 한 해의 국정방향을 가늠하는 좋은 잣대가 된다. 문재인대통령은 2019년 신년사에서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를 통해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특히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 마련, 아이들에게 과감히 투자, 안전문제, 혁신적인 인재양성, 국민경제의 근간으로서 소상공인과 자영업, 농업, 그리고 우리 문화의 성취를 누구나 누리고 문화가 미래 산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6가지 지향점에 대해 정치적 수사에 머무르지 않고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는 새해가 시작되거나 혹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삶의 질의 향상과 고질적인 사회문제해결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새로운 정책을 기대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숱하게 만들고 부수었던 정책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멋있게 등장하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정책들이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데 그리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즉,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출발한 정책담론과 프로그램일지라도 개개인의 자율성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제약 속에 가두어 지배의 익숙함에 빠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신년사 내용 중 '누구나 누리는 문화'에 눈길이 간다. 문화와 예술은 '사람중심'의 사회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바라 크룩생크의 "시민은 타고나지 않고 만들어진다"는 견해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방향을 담은 각종 실천프로그램이 시민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코디'선생님 기획방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자신이 되는 길이야말로 타인에게 가장 유용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는 '언제나 당신이 옳다'의 저자 자크 아탈리의 주장처럼, 우리 스스로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 나가는 '시민문화주권'의 획득을 통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행복을 위해서는 얼마나 작은 것으로도 충분한가! 정확히 말해 최소한의 것, 가장 부드러운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의 살랑거리는 소리, 하나의 숨소리, 하나의 날갯짓, 하나의 눈짓… 작은 것들이 최고의 행복을 이루고 있다"고 설파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고통과 환희의 교차 속에서 한 개인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래서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할 때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러니 '사람중심'의 사회란 타율적으로 '코디'된 인간구성이 아닌, '주체로서의 시민'이 다수여야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9-01-13 손경년

[춘추칼럼]북중정상회담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네번째 방중… 북미회담 임박 암시밀착관계 포석등 향후 전략들 가늠 가능해두번째 만남에 '한반도 비핵화' 명운 달려한미간 조율 중요… 입장 전달할 수 있어야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였다. 지난해에 3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올해 첫 방문이면서 총 4번째 방중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협상을 전후하여 중국을 방문하였다. 첫 번째 방중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3월이었다. 5월의 2차 방중에서는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회담 전략을 논의하였다. 6·12 센토사 회담 직후 단행된 3차 방중에서는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연속 선상에서 현재의 네번째 방중을 통해 향후 북한의 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다.첫째, 올해 벽두부터 단행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지난해 북미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이렇다 할 북미 간 실무협상이 전개되지 못했다.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완화를 유보하는 미국에 대해 북한은 상응조치를 요구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신년사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제재와 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이러한 교착국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만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도 긍정적으로 화답하였다. 며칠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에 정상회담을 위한 장소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짧은 기간 안에 발표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북미 간 일정부분에서 조율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둘째,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한은 핵동결을 토대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최우선 목표로 둘 것이다. 한편 신년사에서 제안한 바 있는 평화체제 다자협상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와 다자를 병행할 경우 체제보장을 위한 안전판을 보다 신속하고 정교하게 짜나갈 수 있다. 북한이 상응조치로서 요구해 왔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도 동시에 다룰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참여를 공식화할 수 있다. 그간 미국과의 협상에서 부침을 느껴왔던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적절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번 방중 수행원으로 김영철, 리수용, 리용호 등 북미 협상팀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로드맵을 중국과 협의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셋째, 지난해 3차례의 중국 방문은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배려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번 북중정상회담은 중국과의 밀착관계를 더욱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중 간 무역협상을 앞둔 틈새의 시점에 방중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또한 미중 간 무역협상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협상 전략이 휘둘리지 않도록 중국 측에 당부를 요청할 필요도 있다. 올해는 북중수교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김 위원장은 많은 문제들을 중국과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결론적으로 북한은 이번 중국과의 협의 이후 바로 북미정상회담 준비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도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나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기대하고 있으나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 전에 열릴지 후에 열릴지 불투명하지만 각기 장단점이 있다. 만약 북미회담 전에 열릴 경우 북미정상회담에 우호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그 이후에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약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가 중재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면 지난해 5월 판문점 2차 남북정상회담과 같이 비핵화에 한정하여 약식으로 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이번 북중협의가 북미정상회담에 동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김영철 통전부장의 방미나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여타 고위급·실무급회담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정말 중요하다. 비핵화 협상이 계속되느냐 지지부진하느냐의 분수령이 된다. 한반도 비핵화의 명운이 달려있다. 우리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협상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마지막까지 한미 간 조율이 중요하다. 특사 방북 등을 통해 북한과도 소통채널을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9-01-10 양무진

[발언대]부강하고 안전한 우리 사회 만들자

다사다난한 2018년이 지나가고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우리 주변과 지역사회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일상과 수많은 정보매체에서 사건·사고를 접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어 감정이 무뎌진다. 급격히 발전하고 변해가는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니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으면 간과하고 지나친다.세계는 갈수록 여러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하지만 슬기롭게 이해관계를 풀어가고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사회는 한 치의 양보 없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과 자신들의 영리만 추구하는 개인과 이익집단의 갈등으로 어지럽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누구도 먼저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개인의 이익, 집단의 이익,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슬프고 냉엄한 현실이다.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무역전쟁과 경제전쟁으로 강대국에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한 피해를 잊어선 안 된다. 세계 초일류 강국들의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는 휘청거린다. 바닥으로의 경주인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우리 국민 모두 같이 잘 사는 평등한 사회, 세계가 하나 되는 글로벌 사회를 위해선 사사로운 감정이나 온정에 얽매이지 않고 냉엄한 현실을 이해하고 냉정하고 냉철하게 자각해야 한다.경찰은 대한국민 국민이 가장 안전하게 생활하고 생업에 전념하도록 '우리동네 안심순찰' 등 공동체 치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치안 파수꾼 역할을 다할 것이다. 경찰력만으로 모든 치안을 완벽하게 확보하고 감당하기 어렵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지원이야말로 경찰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천재겸 수원남부경찰서 권선파출소 순찰2팀장천재겸 수원남부경찰서 권선파출소 순찰2팀장

2019-01-10 천재겸

[기고]내항과 인천 앞바다를 시민 품으로

인천시 '재개발 마스터플랜' 발표다른 해양과 연결 친수공간 조성근대건축물등 역사자원 보존·복원시민·관계자 논의로 만들어낸 그림앞으로 100년 시민 삶 속 스며들길인천광역시는 지난 9일 해양수산부, LH, IPA와 공동으로 인천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1918년 10월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식 갑문이 인천항에 설치된 이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끈 내항이 100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게 된 것이다.이번에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보여드린 내항의 미래비전은 크게 3가지이다.첫째는 내항을 인천의 다른 해양공간들과 연결해 해양친수도시로 조성하는 것이다. 각종 철책과 공장에 가로막혀 별개의 공간으로 단절되었던 내항·개항장·북성포구 등을 연결하고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친수공간을 조성해 인천 시민과 국민,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랜드마크로 꾸밀 계획이다.둘째는 내항과 개항장 등의 역사자원을 보존하고 복원해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항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철도 등 기초현황을 파악해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지도록 청사진을 그렸다. 1부두의 축항과 지금은 자취를 감춘 최초의 갑문도 시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재생한다.마지막으로 내항과 원도심이 하나로 연결되어 자유롭게 오가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도록 통합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나, 모든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지름길과 소통길'을 늘려갈 것이다. 지상은 오롯이 보행자에게 내어주고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을 연계해 개항장과 내항에 활력이 끊이지 않게 방안을 마련했다.여기에 내항 5개 지구 계획인 해양문화지구(1·8부두 일대), 복합업무지구(2·3부두 일대), 열린주거지구(4부두 일대), 혁신산업지구(5부두 및 배후부지 일대), 관광여가지구(5·6·7부두 일대) 비전이 더해지면 내항은 대한민국을 넘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양친수도시로 거듭날 것이다.이러한 마스터플랜이 처음부터 쉽게 마련된 것은 아니다. 내항 재개발은 2007년 7만2천여명의 청원으로 시민들의 오랜 노력 끝에 2015년 8부두 일부가 개방되며 시작됐다. 1·8부두 재개발에 참여할 민간투자자를 찾지 못하는 사이, 내항 물동량은 50%수준까지 낮아지고 원도심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후 공공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1·8부두 용역 추진과 동시에 시민단체·항운노조·물류협회·전문가·언론·시의원 및 공무원 등이 함께하는 '인천내항 재개발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지혜를 모았다. 이를 통해 인천 내항 전체 비전 마련, 원도심 및 내항 주변을 함께 살리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국제공모를 거쳐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시민과 관계자들이 함께 30여 차례 논의하며 지혜와 인내로 만들어낸 그림이다. 2019년은 내항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내항 재생의 마중물 사업인 '상상플랫폼'이 연 내 복합문화관광시설로 재탄생하고, 이번 마스터플랜에 맞춰 1·8부두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내항과 인천 앞바다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사업인 만큼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오랜 시간 살아온 시민의 지혜에 답이 있을 것이다.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목소리를 내는, 시민 중심의 내항 재생 사업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아 추진한다.지난 100년 간 대한민국 무역의 전진기지였던 내항을 앞으로 100년은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민의 내항'으로 돌려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구혜림 인천시 재생콘텐츠과장구혜림 인천시 재생콘텐츠과장

2019-01-10 구혜림

[참성단]Mr.Toilet 심재덕

지난달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화장실 개선 사업 박람회'에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 연사로 나섰다. 그의 손엔 인분이 든 유리병이 들려있었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세균이 득실거리는 인분에 그대로 노출된 후진국 위생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급 자족형 화장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게이츠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 세계를 여행하던 중, 더러운 화장실과 오염된 물 등 불결한 위생에 노출된 후진국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물, 위생, 보건 프로그램'을 위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을 만들었다.하지만 게이츠보다 훨씬 앞서 '화장실 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는 확신으로 일생을 깨끗한 화장실 보급에 열정과 노력을 바친 이가 있었다. "내 꿈은 모든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미소 짓는 것"이라고 말했던 '미스터 토일렛'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다. 그의 주도로 2007년 설립된 '세계화장실협회'(WTA)는 저개발국에 화장실을 보급하고 위생 시설을 개선하는 일을 핵심사업으로 삼아 그동안 가나, 케냐, 라오스, 몽골,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 15개국에 현대식 화장실 30개를 만들어줬다.심 전 시장이 화장실 문화 개선에 뛰어든 것은 1996년 '2002 한·일 월드컵 수원경기' 유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누군가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는데 국제 경기를 유치할 수 있느냐?"는 조롱 섞인 말을 던지자, 그날부터 화장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수원 전역의 공중화장실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집안 욕실 바닥만큼이나 깨끗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그때부터다. 당시 그가 얼마나 화장실에 푹 빠져 있었던지 AP통신 버트 허먼기자는 그에게 Mr. Toilet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불행히도 그는 2009년 1월 1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단언컨대 그가 살아 있었다면 WTA는 지금쯤 유엔 산하 하나의 기구가 되었을 것이다. 오는 14일은 심재덕 전 시장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는 두 번의 민선 시장을 거치면서 수원을 크게 변화시켰다. 화성행궁 복원을 비롯해 수원천 생태하천 개발, 수원화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화장장 연화장, 하수종말 처리장, 쓰레기소각장 건립도 그의 업적이다. 수원의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평생 일만 하는 우직한 소처럼 유난히 커다란 눈을 가졌던 미스터 토일렛이 생각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10 이영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나의 동네 친구들

예전엔 가게 주인이 알아보면 불편자주 가다보니 인사 나누는 사이로인천 역외소비율 52.8% '전국 최고'동네로 여기는 사람 많아져야 해결친구 가게 자주 팔아주고 싶을테니김치가 잔뜩 생겼다. 자주 가는 술집 사장님의 특별 서비스다. 김장 담그는 김에 총각김치 좋아하는 게 생각나서 따로 담그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니 염치 불고하고 넙죽 받아왔다. 아삭아삭한 총각김치에 알맞게 익은 배추김치까지 냉장고가 꽉 찬다. 옛날 어른들이 겨울나기를 준비하면서 쌀과 연탄을 들여놓고 김장까지 하고 나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고 하던데, 쉽게 김치를 사 먹을 수 있는 요즘인데도 사 먹는 김치와 달리 마음이 든든하다. 라면 하나를 끓여 먹을 때도 김치를 두 종류나 놓고 먹을 수 있으니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워낙 김치가 맛있기도 하지만 일부러 생각해서 김치를 더 담가 나눠주신 그 마음 씀씀이 덕분이다. 자주 들르는 식당 사장님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나? 못 본 지 오래됐음~"이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음날 겸사겸사 저녁을 먹으러 갔더니 시킨 메뉴 외에도 김치전이 한 접시 나오고, 밥을 다 먹어가니까 마카롱을 서비스로 주신다. 오랜만에 갔더니 할 이야기도 많다. 주위에 새로 연 가게 때문에 애먹은 이야기며, 어디 식당 주인이 바뀌었다더라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동시에 새로운 동네 소식도 듣게 된다. 회사가 중구로 이사 온 지 벌써 10년, 처음에는 백반집만 가득한 동네 분위기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메뉴판에 없는 술을 특별히 내주는 가게도 있고, 얼굴도장만으로 외상을 할 수 있는 가게도 생겼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예전에는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는커녕 주인이 아는 척하는 것조차 불편했다. 김애란의 소설 '나는 편의점에 간다'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녀는 물건을 사러 갈 때마다 말을 걸어오는 편의점 사장이 불편해 아예 발길을 끊어버린다. 대신 꼭 필요한 말만 건네는 알바생이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말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큐마트를 애용한다.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같이 온 사람은 누구냐"고 묻는 동네 카페 대신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하면 그만인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애용했던 것처럼….이런 변화에 극적인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동네에 있다 보니 자주 가는 가게가 생겼고 그러다 보니 주인과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면서 '아는 사람'이 '동네 친구'가 된 것 뿐이다. 아무리 자주 가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알바생이 바뀌면 그만인 프랜차이즈가 대부분이던 구월동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동네 가게' 인심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정작 사는 동네에서는 알고 지내는 가게 주인 한 명 없지만, 신포동이 '동네'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동네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 사람들이 인천 밖에서 돈을 쓰는 비율인 역외소비율이 52.8%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인천에서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인천e음카드'를 만들고 홍보도 한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관건은 인천을 동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가까이에 있어서 편하게 자주 들를 수 있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동네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다면 자주 가서 팔아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꼭 인천에 거주하고 있지 않더라도 인천을 동네라고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더 좋겠다. 중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돈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있지만 나처럼 여기서 직장을 다니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은 중구 구민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산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동네'란 무엇인지 여전히 생각해볼 지점이 많다는 이야기다. 인천의 민선 7기 시정 슬로건이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라고 한다. 살고 싶은 도시야말로 혼자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느낌이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의 풍요로움에서 행복을 느낀다"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중요한 것은 맛있는 것을 나눠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의 존재라는 주위 어른들의 충고가 새록새록 하다. '오지랖' 대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동네 친구들과 올해는 또 어떤 일상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일단 오늘 저녁에 술과 음식만이 아닌 주인장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네 친구'의 가게에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해야겠다./정지은 문화평론가정지은 문화평론가

2019-01-10 정지은

[오늘의 창]방학 중 근무 논란 끝내자

방학 중 선생님이 학교에 있어야 하느냐, 아니면 없어도 되느냐.방학마다 논란이 됐던 이 문제는 이번 겨울방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천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갈등이 빚어졌다고 한다.방학이라고 해도 학교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돌봄교실, 학교도서관이 운영되니 이를 책임지고 감독해야 할 교사가 있어야 하는 입장과 교장·교감과 행정실 직원, 실무원 등 학교 내 많은 인원이 있으니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 주된 갈등이다.그런데 인천시교육청은 이러한 학교 현장의 갈등을 조율하고 봉합하기보다는 한쪽 편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교육청은 지난해 여름방학을 앞둔 7월 방학 중 근무조 폐지를 권장하는 공문을 보냈고, 지난달에도 일직성 근무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안내했다.학교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을 교육청이 나서서 한쪽 편을 드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됐다.하지만 정작 이러한 문제를 두고 인천시교육청이나 일선 학교들이 학생·학부모 등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와 충분히 소통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학생과 학부모 의견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방학 동안 학교 문을 잠그고 모든 업무를 중단한다면 이러한 문제나 갈등, 논란은 없어지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인천시교육청이 방학 중 근무 문제에 개입하기로 했다면, 지금처럼 애매한 방식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취했으면 좋겠다.그리고 인천시교육감이 명쾌하게 답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학 중에 학생을 학교도서관이나 돌봄교실에 보내도 아무 탈 없이 안전하고 건강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믿으라고, 교육감이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말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9-01-09 김성호

[데스크 칼럼]재래시장, 전통시장

특별법 변경되면서 '전통'으로 이름 바뀌어지자체 관심 부족… 상인 겪는 고충 무거워문학경기장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 논란市·SK와이번스 책임 전가… 사태 더 커져얼마 전 우연히 인천의 한 전통시장 상인 대표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재래시장'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문을 꺼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는데 상인 대표한테 "재래시장이라 하지 마시고, 전통시장이라고 해주세요. 언론에 계신 분이 자꾸 재래시장이라고 하시니…"란 지적을 받았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재래시장'과 '전통시장'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얘기를 나누면서도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이 계속 튀어나왔다. 상인 대표는 그럴 때마다 '전통시장'이라고 지적했고, 그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부동산 용어사전을 찾아보니 "전통시장은 상업기반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개수, 보수 또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유통기능이 취약해 경영 개선 및 상거래의 현대화 촉진이 필요한 장소를 말한다. 전통시장은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변경되면서 종전의 재래시장이 변경된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것도 2011년 5월에 정해진 것이라고 하니 무려 8년 가까이 전통시장을 재래시장이라고 떠들고 다닌 셈이다. 핀잔이 아니라 야단을 맞아도 시원치 않겠다 싶었다.대화를 나누는 동안 전통시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인 대표는 "가게에 최소 2명의 종업원을 써야 하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다 보니 직원 1명을 줄이고, 모자라는 인력을 가족들이 나와 대신하고 있다. 이러다가 1년도 못 가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는 하소연부터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쏟아냈다. 오랜 세월 전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 대표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상인 대표는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찾아오고 싶어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못 오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다. 상인과 고객의 안전을 위한 화재예방 정책과 시설 지원에 대해 시나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터무니없이 적다고 했다. 전통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상인들이 겪는 고충은 평소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무거웠다.새해를 맞아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저마다 신년사에 '지역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단체장 신년사의 단골 메뉴다. 그만큼 먹고사는 게 중요한 얘기라 중요하게 다루는 정책이지만, 실제로 지역경제를 얼마나 살렸는지 얼마나 활성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얘기하는 단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 대표는 "선거철이면 정치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전통시장을 찾는다. 이것저것 물건값을 물어보고 상인들과 함께 홍보 사진을 찍고 관심을 두는 척하지만 당선되면 고맙다고 찾아오는 정치인들은 열의 한 명도 안 된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문학경기장 내에 경북 영주시 생산자연합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을 맺어 논란을 빚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전대계약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고, 시가 계약 해지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영주시 생산자연합 측은 매장 개장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SK와이번스가 시정명령을 이행할지 이의를 제기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SK와이번스 측은 불법 여부,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한 후 대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애초에 잘못된 계약이었음에도 인천시와 SK와이번스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할인매장 개장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1-09 이진호

[경제전망대]오늘 힘듦 그러나 희망

맞벌이 회사원 사표 내던 IMF 시절사회적 약속 믿고 결혼 패물도 꺼내그 때 버금간다는 한국경제 상황나의 양보·선택으로 득 보는 누구손해 아깝지 않은 가치 있는 것인가내가 희희낙락 귀국하던 그해, 그는 숯검정이 가슴으로 산에 들어갔다. 1998년 나는 고국에 돌아왔으되 환영을 받지 못했다. IMF 외환위기니 국가 부도니 하는 변고를 맞은 얼굴얼굴은 온통 회색 석고상뿐이었다. 왜 이리되었을까, 한 달여 여행해 보니 곳곳마다 공통점이 있었다. 공공기관 청사마다 새롭고 크게 짓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갈빗집, 러브호텔이 왜 이리 많은지. 게다가 도로, 인도, 골목골목을 다 파헤쳐 전국이 공사판이었다. 주지육림에 빠져있던 변 사또가 어사출두를 맞듯, 한국은 구제금융을 받아들였다. 이대로 가면 다 죽으니 당신들이 양보하고 우리가 되살아나면 같이하자 했다. 구조조정과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이 줄어들고, 맞벌이 회사원이 사표를 냈고, 하청회사가 문을 닫았다. 과장, 사장, 회장이 그리 달랬고 대통령도 그랬다. 1997년 12월 3일에 시작된 IMF 관리체제는 2001년 8월 23일 서류상으로 끝났다.얼마 전, 희망제작소에서 '2018 시민희망지수'를 발표했다. 소득과 부의 격차가 해소될 가능성에 답변의 70%가 부정적이라 했다. 불공정한 사회가 개선될 전망도 부정적이 50%, 긍정적은 10%가 되지 않는다. 세상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세상이 바뀐들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으로 단정하는 기류가 강한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신뢰가 낮을수록, 나 먼저 챙겨야 하고 믿을 건 피붙이뿐이라는 처세가 득세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얻으려면 먼저 자기 것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시대적 지혜라고 배웠다. 그래서 20년 전에 우리는 자식 돌 반지와 결혼 패물을 기꺼이 꺼냈다. 곧 다시 만나자며, 보냈고 믿으며 떠났다. 그런 사회적 약속, 지켜졌는지! 한국 경제와 사회가 20년 전 IMF 위기에 버금간다는 주장이 나온다. 평가는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항시적 위기론은 경영진의 영악한 엄살일 뿐, 닥치고 부정하는 건 정략과 진영의 케케묵은 논리, 조금만 기다려라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드러날 것이라는 대기론, 달라진 게 뭐냐 우리는 여전히 배고프고 힘들다 등등. 하지만 한결같이, 나의 금붙이는 내놓지 않을 거고, 너희들이 양보하라는 것. 이번에 뒤지고 내쳐지면 향후 20년 이상 30% 뒤처진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경계와 결기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진정 청산해야 할 적폐?"자승자박, 어리석은 판단과 행위가 자신을 옭매이게 하는군요."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토굴로 들어갔다.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고 길이 얼어 찻길이 막힐 것이니 새봄을 기약할밖에. 지난가을 그렇게 그와 헤어졌다. 유난히 추웠던 요 며칠 안부 전화를 걸었다. "산생활 20년인데 익숙해졌지요. 여긴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생활이 되지요. 거기처럼 불확실하거나 배신에 마음 아프지 않아도 되고." 각자도생. 지금 맥락에서 해석하자면, 누군가와 힘을 모으되 낭만적이고 형식적이며 무차별적인 같이하기와 근거 없는 기대는 헛되다는 의미이다. 경제위기론, 소득주도성장론이 나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와 영향이 있는가. 행여, 부화뇌동은 아닌가, 집단적 가학적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방청석에 앉아 피디의 손짓에 손뼉 치고 환호하는 도구적, 하지만 자발적 즐거움에 빠진 방청객이 내가 아닐까? 그를 찾아가련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동쪽 시골로 가서, 하루에 두 번 있는 시내버스 종점에 내려서 오르막 눈길 시오리를 가면 골이 깊어지면서 두물머리가 나온다. 곧추선 산 등에 가려 손바닥만치 내비치는 햇살, 쨍쨍한 얼음장 밑 물고랑, 언 눈이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에 뒤섞여 한동안 오르다 보면 빼꼼한 굴뚝에 창 하나 기대어 있다. 그날 밤 부르튼 발바닥, 물집 걷힌 생살에 굵은 소금 뿌리는 심경으로 그에게 물을 일이다.나의 양보와 선택으로 득을 보는 그 누구는, 내가 손해를 아까워하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는 누구인가. 그리하여야 비로소 얻게 되는 것, 오늘 힘듦 그러나 희망./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2019-01-09 조승헌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이시척촉: 마른 돼지가 뛰고 또 뛴다

민속이나 역학에서 돼지는 용과 미워하는 사이라고 한다. 용이 돼지의 얼굴이 검다고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돼지를 면흑랑(面黑郞)이라고 한다. 또 뱀과는 상충의 관계라 하여 서로 피한다. 돼지는 꿈해몽을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이에 대해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돼지꿈을 꾸고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해몽하길 먹을 것이 생기겠다고 하였는데 그날 먹을 것이 생겼다. 다음에 똑같이 돼지꿈을 꾸고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는 입을 것이 생긴다고 해몽하였는데 그날 입을 것이 생겼다. 세 번째 또 돼지꿈을 꾸고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는 몽둥이찜질을 받겠다고 했는데 그날 몽둥이로 얻어맞았다. 돼지꿈을 꾼 사람이 신기하게 여겨 해몽의 대한 근거를 물었다. 그러자 꿈풀이한 사람이 대답해주었다. 돼지가 처음 꿀꿀 거리면 배고픈가보다 하고 먹을 것을 주고, 다음 또 꿀꿀 거리면 추운가 보다하고 우리 안에 추위를 막을 지푸라기 같은 것을 넣어 준다. 그런데도 다시 또 꿀꿀 거리면 이제는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막대기로 두들겨 팬다는 것이다.주역의 천풍구괘에 돼지이야기가 나온다. 구괘는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처음에 만나는 인연이 중요하니 좋은 인연을 잘 만나야한다는 메시지이다. 만약 좋지 않은 인연을 만나게 되면 향후 일정에 힘들고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생기니 처음 만남을 주의하라는 뜻이다.마치 성질이 급한 마른 돼지가 날뛰며 돌아다니게 되면 처리하기 힘들어지니 좋지 않은 인연과의 만남은 돼지를 쇠말뚝에 단단히 묶어두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해 시작할 때 시절인연과 사람인연을 생각해보라는 의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09 철산 최정준

[참성단]김정은의 베이징 생일만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8년 초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찾아 "북·중 관계가 한 집안 관계나 다름없어 이번 방문은 친척 집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덕담을 했다. 류야오밍 중국 대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방문이었는데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자세히 알렸다.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어긋났던 양국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이벤트로 여긴 것이다.북·중 관계가 악화된 결정적 이유는 북한 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한창이던 중 강행한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북한의 대부를 자처하다가 체면을 구긴 중국과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은 서로 외면했다. 앞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2002년 2차 북핵위기 때도 북한과 중국은 대립했다. 중국은 6자회담으로 풀자고 달랬지만 북한은 미국과 담판짓겠다고 맞섰다. 화가 난 중국은 2003년 3일간 원유공급 중단으로 겁박했고, 북한은 꼬리를 내리고 6자회담에 복귀했다.중국에도 북한의 핵무장은 골칫거리였다. 역내 안정을 통해 경제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국가 목표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여겼다.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중국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2017년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에도 중국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거론됐고, 국제사회도 이를 예상했다.하지만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김 위원장을 향한 중국의 태도는 일변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 전후, 6·12 미북정상회담 직후 세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급기야 2019년 새해 벽두, 그것도 김 위원장이 생일에 맞추어 8일 중국을 찾았다. 중국의 환대는 극진했다. 시진핑 주석은 인민대회당 대연회장에 생일만찬을 펼쳤다. 중국 최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10개월 사이에 이루어진 김 위원장의 네차례 방중으로 북·중 관계는 꿀이 흐르는 밀월을 구가하고 있다.시진핑은 김정은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상대로 외교성과를 내려 안달이며, 대한민국 정부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고대한다. 김정은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사실상 핵무장 국가 지도자의 위엄인가? 서늘하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09 윤인수

[수요광장]시간이라는 절대권력

흥분했던 새로운 세기 벌써 20년째여전히 한해 소망·베풀 자비 기원빠름은 '창조' 동시에 '폭력' 되기도우리사회 점점 맹목적 가속만 붙어올해엔 세심함·사려 깊음 빌어본다공자는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흘러감이란 과연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구나(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말했다. 그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감을 강물의 비유를 들어 강조한 것인데, 아마도 공자는 인생에서 시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 이로서 첫 손에 꼽히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콜롬비아 소설가 마르케스는 "흐르는 시간은 모든 것을 황폐화한다"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흘러간 시간 뒤에 남는 것은 절대적 무상(無常)이요 폐허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속도의 양감(量感)을 통해 차가운 잔해를 남기면서 흘러갈 뿐이다. 영화로 만들어져 설경구의 빛나는 연기를 기억하게 해주었던 김영하의 장편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주인공은 "무서운 건 악(惡)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것을 이길 수 없거든"이라고 말하는데, 이 역시 시간만이 가진 절대권력을 고백하는 순간인 셈이다.한 해가 가고 오는 것은 매번 맞는 평범한 이치이겠지만, 새로운 세기가 왔다고 흥분했던 시간도 벌써 20년째를 맞으니 감회가 없을 수 없겠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던 자유와 평화와 이미지로부터 인류는 여전히 역주행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한 해의 소망을 마음에 품고 저 냉혹한 시간이 베풀 자비를 염원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른바 '파시스트적 속도'를 동반한 숨 가쁜 성장 리듬을 통해 비약적으로 전진해왔다. 뒤돌아볼 겨를 없이 질주해온 이러한 아폴론적 활력은, 문명과 테크놀로지의 획기적 발전과 함께 인류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견까지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남긴 어둑한 그늘도 만만치 않아, 우리는 깊은 존재론적 소외와 상실을 목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디오니소스적 이면을 꿰뚫는 혜안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사유를 생성해온 역사를 가지기도 했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은 공간이 동질적이고 정적이고 단일한 데 비해 시간은 그 움직임으로 인해 다양의 이질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는데, 우리는 그러한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시간을 앞으로도 숱하게 경험해갈 것이고, 그 점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는 시간관을 첨예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속도감에 반비례할 줄 아는 성찰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부여해가야 할 것이다.얼마 전 나는 옛 학교의 한 제자로부터 새해 인사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답신을 했더니 이런 문자가 다시 왔다. "새해 첫날 문자가 오늘 도착했나 봐요. 그날 문자가 잘 안 가서 여러 번 전송했거든요.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신기하네요." 요즘 같은 광속의 시대에 새해 첫날 보낸 문자가 일주일 만에 도착하다니! 그의 밝고 따뜻한 메시지는 그렇게 오래도록 시간의 궤도를 그리다가 늦게 도착하여 조금은 느리게 주위를 돌아보며 사는 것의 신비로움을 말해주는 듯했다. 어쩌면 시간의 핵심은 빠르기가 아니라 깊이에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면서, 나는 뜻하지 않은 '달팽이'의 형식을 실감 있게 받아들였다. 그 메시지의 형식은, 느리면서도 선명하게 각인되는 마음씀을 올 한 해 간직하라는 부드러운 권면을 담고 있었다.'시간'이라는 명저를 쓴 칼 하인츠 가이슬러는 "빠름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곳에서 느림은 경시된다. 속도는 창조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파괴하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점점 가속이 붙으면서 세심함, 부드러움, 사려 깊음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안에는 우리가 빠른 기차를 타고 가면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지 못하는 이치 같은 것이 담겨 있다. 결국 속도의 효율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속도가 가져다주는 맹목의 성취 제일주의를 비켜서려는 이러한 태도만이, 시간이라는 절대권력에 저자세로 투항하지 않고 그것에 무모하게 저항하지도 않으면서, 예정된 소멸의 덧없음을 향해 친화해가는 마음 자세일 것이다. 한 해 내내, 한정된 시간 속에서 누리는 세심함, 부드러움, 사려 깊음을 빌어본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01-08 유성호

[기고]지금 우리 이웃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인천 곳곳서 추진중인 재개발사업아파트 분양신청 조합측과미신청 주민들간 '보상금 갈등'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다정함 깨져 윈윈할 수 있는 정부 인식 변화 절실인천시내 곳곳에서는 재개발이 한창 추진 중이다. 또한 이러한 지역은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민들이 재개발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갈라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구상의 모든 사물은 변증법적인 찬반논리의 지배를 받지만, 재개발의 경우는 그 성격이 좀 다르다. 일부 주민들은 구도심 지역에 산다는 불명예를 벗어나서 현대식 시설을 갖춘 초고층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찬성하는 반면에 시공사의 배만 불릴뿐 주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며 적극적으로 반대 투쟁을 하는 주민들도 있다. 그러고 보니 동네 곳곳은 어디나 냉기류가 돌며 서로 마주쳐도 말도 인사도 없다. 이것은 겉으로만 보는 시각이다. 좀 더 속을 들여 다 보면 주민 상호 간 갈등의 요인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사업시행인가가 구청에서 떨어지고 한 달 정도 지나면 아파트 분양신청에 들어가게 된다. 분양신청기간은 두 달 정도 주어지는데, 이때 주민들은 분양 신청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아주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할 경우에는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에 입주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분양신청을 안 할 경우에는 조합원에서 제외되며 청산자로 분류되고 감정가로 땅값을 보상받고 싫든 좋든 부동산을 조합에 넘겨주고 떠나야 한다. 여기까지는 주민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문제라고까지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토지보상법 제48조에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청산절차에서 청산금액은 조합과 토지 등 소유자가 협의하여 산정한다고 되어 있어 분양 신청 후 청산과정에서 조합과 주민 사이에 다툼이 시작된다. 미분양 신청 주민들은 조합으로부터 보상금을 더 받아내기 위한 방법이 단합하여 투쟁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구청과 시는 조합 쪽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에는 조합만을 상대하지 않고 구청으로 시청으로 국토부로 시위를 확대한다. 종당에는 법정 행정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간다. 이러한 소요가 일어나게 되면 시공사 측에서는 공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이들 주민과 타협할 것을 조합에 요구한다. 시공사가 결정이 되고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그동안 자금 압박에 시달려 왔던 조합은 시공사로부터의 운영비 차입금으로 인하여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시공사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은 어느 정도 선에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문제가 불거진다. 그렇게 되면 조합의 사업비는 늘어나게 되고 이 증액된 사업비는 분양 신청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추가부담금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분양신청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분양신청자의 추가 부담액은 증가하는 연동 현상을 띠게 된다. 정부나 인천시의 지원 없이 시행되는 재개발 사업은 모든 것이 해당 지역 주민 손에서 해결되어야 하므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이다. 지금 재개발 지역에서는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다정한 이웃의 관계가 깨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마을이 재개발 결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하더라도 예기치 않고 벌어지는 주민 간 갈등 조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주민들 모두 다 윈윈할 수 있는 정부의 재개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노영준 재능대학 명예교수노영준 재능대학 명예교수

2019-01-08 노영준

[참성단]청와대 비서실

1442년 세종은 지금의 청와대 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에 도승지·좌승지·우승지·좌부승지·우부승지·동부승지 등 6승지를 두어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게 했다. 모든 왕명은 승지에 의해 해당 관서에 보내졌고 공문이나 건의사항도 이들을 거쳐 왕에게 전달됐다. 6명의 승지를 둔 것은 경국대전이 규정한 6전 체제에 상응하는 비서조직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각자 맡은 일도 달랐다. 승지들의 공식적인 직위는 정3품 당상관이었지만 이들의 힘은 더 컸다. 정승의 힘을 뛰어넘는 경우도 허다했다. 승지였던 한명회, 김자점, 홍국영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이게 가능했던 건 왕을 가까이서 보필하고 언로(言路)를 독점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정부'로 불리는 것은 비서실 권력이 막강해진 탓이다. 장관보다 청와대 비서관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34세의 1년 차 청와대 행정관이 주말에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군 인사를 논의한 게 가능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상훈은 '청와대 정부'(후마니타스 刊)에서 "대통령을 대신해 자신들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지휘하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강박관념은 '청와대가 권력이 되는 정부'를 낳는다"고 적었다. 지금 청와대가 꼭 그런 모습이다. 부시 정권 때 국방부 장관을 지내 '매파'로 알려진 도널드 럼즈펠드는 포드 대통령 때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그는 공직 생활 중 터득한 행동요령을 모아 '럼즈펠드 원칙'을 만들었다. 첫 문장은 "대통령에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할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자리를 수락하거나 머물지 말아야 한다"로 시작된다. 또 "무슨 일이 있어도 '백악관이 원하고 있다'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고도 적었다. 청와대가 어제 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 비서실장엔 '원조 친문' 노영민 주중 대사가 임명됐다. 집권 3년 차 분위기 쇄신 인사라고는 하지만, 시중엔 '땜질식 회전문 인사' '여론 무마용'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인사 실패 책임과 직권남용 논란에도 조국 민정 수석이 유임됐기 때문일 것이다. 신임 노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친분이 아무리 두텁다 해도 지시에 무조건 동의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면 주저 없이 "아니오"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08 이영재

[노트북]시민의 행복한 새출발을 위하여

의왕시는 이사준비로 설레고 부산한 새해를 맞았다. 지난 2016년 첫 삽을 뜬 백운지식문화밸리와 장안지구 내 공동주택에 5천여 가구가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오전동 서해그랑블까지 더하면 6천여 세대가 새집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다.백운지식문화밸리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부지에 들어서 공원·녹지 비율이 20%가 넘는 자연친화적 주거단지다. 의왕~과천 고속화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부·영동·서해안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되는 교통망도 갖추고 있으며 인근에 대형 쇼핑몰도 들어설 예정이라 분양 당시 인기가 높았다. 장안지구는 의왕역과 영동고속도로 등 편리한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의왕 ICD주변 산업단지, 철도관련 특구시설 등의 직주근접형 친환경 배후도시로 관심을 모았다.의왕시에 이처럼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는 것은 오랜만이지만, 들뜨기보다는 걱정이 많다. 당분간은 입주자들의 생활 불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천여 세대가 입주하는 백운밸리는 버스노선 및 도로 등 교통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이다. 생활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장안지구는 초등학교 증축공사가 3월에야 시작될 예정이라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시는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관계자 합동회의를 열어 백운밸리 관련 민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을버스 및 광역버스 노선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도로 및 기반 시설 마무리 공사 등을 입주 전까지 마친다는 계획을 입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조만간 입주민 불편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원활한 입주를 위해 공무원들과 입주민들이 함께 점검하고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김상돈 의왕 시장도 신년사 가장 첫머리에 백운지식문화밸리 및 장안지구 개발 등 진행 중인 각종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 입주하는 모든 세대들이 걱정 없이 새 출발 하기를 바란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2019-01-08 민정주

[경인칼럼]사회개혁은 정치개혁에서 출발해야

국민들 국회의원수 늘리는데 부정적 입장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변화 인식 낮아기득권동맹 방치땐 지속가능한 발전 불가능선거제 획기적 개혁만이 한국 바꿀 수 있어 올해 정치의 키워드는 내년 총선과 한반도 평화 의제, 경제 등이다. 여권으로서는 경제지표의 개선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위기는 깊어질 수 있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위기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일 수 있다. 지지율이 반등 국면으로 가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변화는 정치 패러다임이 바뀔 때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의 작동구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현재 권력도 결국은 기존의 정치문법에 따라 움직인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불편하지만 현실을 보는 인식과 사고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시각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결 구도는 정치부재를 가속화하는 구조적이며 결정적 요인이다. 이러한 정치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한국사회가 보다 진전된 사회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반정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적대와 대립에 입각한 지지층 결집이라는 아날로그식의 정치의 생존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정당의 생성과 존재양태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결국 선거제도의 혁신으로 귀착된다. 국민들은 선거제도 개혁엔 동의하지만 국회의원 증원에는 부정적이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대체로 내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 때문이다. 이 제도는 불가피하게 국회의원 정수의 확대를 동반한다. 정치에 대한 무한불신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은 의원 정수 확대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에게 소요되는 예산을 동결하기 위하여 의원 1인당 경비를 줄인다고 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기득권 동맹의 공고화를 방치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지만 절차적 차원의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진화는 요원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방관하고 일자리와 고용만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수구야당의 태도는 반시대적이다.소수와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가 정당체제 내에서 반영되지 않는 지금의 구도에서 사회적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은 실질적으로 가능한가. 연동형 비례제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어떠한 제도도 완벽하게 순기능적인 제도는 없다. 그러나 촛불혁명 때 주권자의 일반 의지를 담보했던 시민들의 요구와 주장은 현행 정당구도에서 수렴되거나 반영될 수 없다. 시민사회의 균열과 갈등이 조직화되지 않는다면 정당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서구의 부르주아 혁명을 가능케 했던 동인은 16~18세기에 발흥한 신흥 상공업 계급의 이해를 직접 정치영역에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부르주아지들은 노동계급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구체제를 타파하고 기본권의 보호와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소외된 프롤레타리아도 그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영역에서 대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보통선거다. 이러한 선거권의 확대가 바로 민주주의의 역사다. 정당은 PART라는 어원에서 보듯이 부분을 대표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어느 계층도 대표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대표성·책임성· 참여성이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어떠한 원리와도 친화적이지 않다.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영역에서 대표되지 않는 계층의 이해는 관철될 수 없다. 유치원 3법은 결국 말뿐인 패스트 트랙으로 넘어갔다. 그것도 1년의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여야 합의가 없다면 2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민생은 결국 정치영역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소수와 약자들의 이익은 대표되지 않을 것이다. 선거제도의 획기적 개혁만이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9-01-08 최창렬

[자치단상]'3기 신도시' 보상·지원 대책 최우선

'이주민 주거·재산권 보호' 불안감 해소 최선사업시행자 주민의견 적극 수용토록 나설것자연친화적·첨단산업 유치 4차산업기지화교통·의료·문화등 자족기능 명품도시 조성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서 제3기 신도시로 하남 교산(649만㎡), 남양주 왕숙(1천134만㎡), 과천 과천(155만㎡), 인천 계양(335만㎡) 4곳을 지정했다. 이에 3기 신도시에 포함된 천현동, 교산동, 춘궁동 일대 시민들께서 놀라셨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정부정책에 따라 부득이하게 지구에 편입된 주민분들께 죄송하고 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주민분들께서 놀라시고 힘드시겠지만, 시와 함께 더 좋은 대안과 대책을 만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이번 3기 신도시를 협의함에 3가지 원칙을 강조했다.첫 번째가 이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포함한 지원 대책이 최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민들의 주거권과 재산권이 보호받지 않고서는 본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두 번째는 자족용지 공급뿐 아니라 공급된 자족용지를 4차 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지하철 3호선 연장 등 획기적인 교통대책과 하남시의 다양한 현안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신도시 형성과정에서 지구 내 편입되는 주민들이 불가피하게 이전해야 하므로 기존 생활기반이 상실됨에 따라 불안감이 가중될 것이다. 시는 주민과 함께 이주대책을 최우선적으로 수립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정부에 지구 내 편입되는 주민들을 위한 이주대책 수립 및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는 기존 도시개발 패턴과 달리 광역교통개선 대책이 주민 입주 시기에 맞춰 시행되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다.또한 그간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인 LH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정부에서는 지구 지정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며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토록 나설 것이다.하남 교산지구는 면적 649만㎡에 3만2천여 호가 공급되며, 교산지구의 콘셉트는 역사·문화·자연·일자리가 함께하는 '역사문화 자족도시'이다.고골 밸리의 특성을 살려 공원, 녹지 등의 공공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한옥마을 조성과 백제문화박물관 건립, 고급단독주택, 청년창업주거타운, 공동주택 등이 어우러진 역사와 문화가 있는 자연 친화적인 명품도시를 만들 계획이다.이번 신도시 건설을 통해 하남시는 서울의 주거용 배후도시가 아닌, 수도권의 중심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약 90만㎡의 부지에 첨단산업 융·복합단지를 조성, 판교의 1.4배에 이르는 산업단지를 유치 4차 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 것이다.중부고속도로와 만남의 광장을 활용한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하고, 친환경산업, 바이오 헬스 산업을 육성해 뷰티전문시설과 의료기관을 유치할 예정이다.교통여건도 지하철 3호선의 연장(감일지구 역사신설, 지구 내 역사 2개 신설, 5호선 환승)으로 25분내 강남권 진입이 가능하게 했으며, 서울 양평고속도로 선 시공으로 송파까지 10분대 도달, 미사강변도시 황산일대 교통난 해소를 위해 현안 1지구에서 초이동 방향 도로 2.2㎞ 신설, 춘궁동에서 강동 보훈병원 방향 도로 4㎞를 신설할 계획으로 하남시는 사통팔달의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할 것이다.신도시 건설은 자족기능 구비, 균형발전, 문화·레저도시로의 발돋움이라는 하남시 숙원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선택으로 고통받을 분들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면서 진정한 명품도시, 시민과 함께하는 빛나는 하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김상호 하남시장김상호 하남시장

2019-01-07 김상호

[오늘의 창]제갈량과 사마의

중국 역사 속에서 수많은 영웅들과 함께 눈부신 활약을 하던 책사(策士)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역시 제갈량(諸葛亮)이 아닌가 한다. 제갈량은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촉한(蜀漢)의 유비(劉備) 군을 연전연승케 하며 삼국지를 읽는 독자들에게 수많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그에 반해 제갈량의 최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위(魏)나라의 사마의(司馬懿)는 제갈량의 지략에 2% 부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주요 전투에서 번번이 패배하곤 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나라의 조조, 촉의 유비, 오나라의 손권 중에서 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룬 사람은 없다. 세명 모두 평생 동안 천하 통일을 꿈꿨지만 모두 뜻을 이루지 못 한 채 눈을 감았고, 제갈량 역시 전장에서 죽도록 일만 하다가 결국 병사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삼국을 통일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은 진(晉)나라를 세운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司馬炎)이다. 사마염이 명목상으로 3국을 통일하긴 했지만 그 기틀을 만든 사람은 단연코 사마의라 할 수 있다. 제갈량과 사마의 둘 다 각자의 나라에서 잘나갔기 때문에 정적들의 시기와 모략이 난무했다. 제갈량은 그럴 때마다 말로써 자신의 무결함을 증명해 보였고, 반대로 사마의는 수차례 권력을 박탈당하는 수모 속에서 병환 등을 핑계로 은거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쿠데타를 일으켜 조조의 후손들을 평정한 뒤 위나라의 권력을 잡았고, 결국 사마(司馬) 씨 집안은 위·촉·오 3국을 집어삼키며 천하를 통일했다. 사마의의 최대 장점은 정적들의 간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수십 년간 내공을 쌓으며 끝까지 버틴 데 있다. 새해 대부분의 기관과 조직에서 인사가 이뤄졌다. 승진이 되지 않거나 원치 않는 인사발령이 난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남 탓으로 돌리며 서로 헐뜯기 바쁘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아직 자신의 때를 만나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사마의처럼 끝까지 버틴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ksh@kyeongin.com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9-01-07 김선회

[이남식 칼럼]CES 2019를 관전하기

미래엔 4차산업혁명 스마트시티화아마존·구글, 인공지능 경쟁 치열스마트폰·TV 화면 접고 펴는 기능혁신적 변화 이끌 한국기업들 주목메모리반도체 수요 '더 급증' 예측새해가 시작되면 한 해의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들이 열리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가전협회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는 가전쇼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이다. 올해도 1월 8일에서 11일까지 개최되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도 TV 오디오 비디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중심이었으나 컴덱스가 쇠퇴하면서 첨단 IT(정보통신) 제품의 소개장으로 성장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행사로 주목받아 자율주행자동차나 드론과 같은 분야의 전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 삼성이나 LG 또한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이 행사를 통하여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해 오고 있다. 오늘은 CES를 관전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바뀌게 될 우리들의 미래와 영역은 어디일까? 우선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모빌리티를 포함하는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스마트 시티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urbanization)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2030년경에는 전체 인구의 60~7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는 효율적인 인프라와 상생효과 및 자원의 집중화로 경쟁력이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므로 거주인구가 계속 늘어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에너지 물류 리테일 교통 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를 효율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5G 초고속이동통신이 상용화되는 첫해이기도 할 것이다. 5G의 최고속도는 20Gbit/s에 달하고 사용자가 경험하는 데이터 속도도 1Gbit/s에 달하여 그야말로 HD영화 한편을 수 초 내에 다운로드할 수 있어 요사이 우리가 사용하는 4G LTE 등에 비하면 10~20배 더 빨라지게 된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를 위한 주행여건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5G가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아마존과 구글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에서 출발하여 물류, 클라우드 서비스의 세계적인 강자로 부상하였으며 이제는 오프라인의 매장 또한 확장하여 아마존고 (Amazon Go)와 같이 상품을 장바구니에 고르면 자동적으로 결제되는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 (Alexa)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음성을 인식하고 작동시키는 인터페이스로 에코 (Echo)라는 스마트 스피커를 제공하므로 모든 가정의 기기를 음성으로 제어하고 필요한 물건을 음성으로 주문하는 그야말로 스마트 홈의 허브(Hub)를 장악하고자 하고 있다. 서치엔진에서 시작한 구글사 또한 인공지능기반의 구글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출시 한 구글 홈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에코 31.9%대 구글 홈 29.8%). 올해에는 양사가 다양한 분야(예를 들면 자율주행자동차에서의 차량과 승객사이의 대화등)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많은 주목을 받는 분야가 스마트 폰이다. 화두는 접히는 화면을 갖는 스마트폰으로 접을 때는 기존의 사이즈이나 펼치면 패드사이즈로 확장 되는 폰으로, 지난 수년간 스크린사이즈를 키우고 카메라의 개수나 처리속도를 늘리고 메모리를 키우는 등 아주 혁신적인 변화는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화면이 말려 접히는 OLED TV 또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TV 사이즈가 커질수록 인테리어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대형스크린이 접혔다 펴졌다 할 수 있다면 극장과 같은 효과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꺾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지만 CES의 추세를 감안해 볼 때 향후 메모리 수요는 더욱 급증하지 않을까 예측해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대형화, 고해상도화, 고속화, 클라우드화 등이 모두 기하급수적인 메모리 수요를 촉발하고 있다. 요사이 웬만한 스마트폰은 기본이 512G의 메모리를 가지고 있다. 이제 모바일 환경을 통하여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집적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실제 생활환경의 효율을 높이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이번 CES의 관전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이남식 국제미래학회 회장이남식 국제미래학회 회장

2019-01-07 이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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