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십대 올인 사회

특출한 재능 발견하면 '모 아니면 도' 요구승자독식 서바이벌게임 벌이는 그들에게 '공부·인성 겸비한 성공' 무슨의미 있을까어릴때부터 경쟁시키는 우리사회 미래 암담보통 사람은 자기에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줄 모르고 평생을 산다. 뒤늦게 알아서 대기만성을 이루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취미 정도로 만족한다. 일찍 시작해서 이미 상당히 이룬 자를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일찌감치 특출한 재주를 드러내면, 자의든 타의든 평범히 살 수가 없다. 빨리 이뤄야 한다. 프로선수 혹은 국가대표가 되거나, 굴지의 상을 받거나, '스타'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최소한 그런 대목으로 주목받아야 한다.천재의 부모는 가늠해야 한다. 이 놀라운 재능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성공 가능할지. 흔히 공부하는 재능 즉, 영수국과 문제 잘 푸는 능력이라면 고민이 없을 텐데, 스포츠·예술·문학·예능·게임 재능이라니!아무리 특출한 재능이라도 특출한 재능끼리 모이면 순위가 매겨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바둑 1급의 경지에 도달하면 엄청난 천재일 테다. 그런 아이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한국기원 연구생'이 될 수 있다. 청소년시절 내내 '연구생'끼리 경쟁하여, 다시 극소수가 '프로'가 된다.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이 되고자 하는 엄청난 가무 천재들이 있다. 이 중에 기획사 오디션에 통과하여 수련생이 되는 아이들은 극소수다. 이 극소수 중에 또 극소수만이 데뷔에 성공한다. 데뷔한 누구나 '방탄소년단'이나 '소녀시대'를 꿈꾸겠지만 그런 성공은 또다시 극소수만 가질 수 있다. 무수한 천재가 야구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경쟁하지만 프로선수 드래프트에 선발되는 아이는 극소수다. 차선인 대학 선수가 되는 것도 극소수다. 이 재능들처럼 십대 때 데뷔하거나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암담한 분야가 꽤 많다. 특히 대중의 인기가 드높은 스포츠·연예 분야일수록 모든 운명이 스무 살 이전의 성과로 결정된다.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조기에 발현되는 특출한 재능은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을 요구한다. 무조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올인하거나 아예 시작하지 말거나. 아이만 올인해야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함께 올인해야 한다. 금수저 집안이라면 취미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보통 가정은 집안의 모든 것을 거는 도박에 가깝다. 차라리 이러저러해서 가능한 빨리 포기할 수 있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이제 발을 뺄 수도 없다.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별다른 재능이 없어 국영수과만 했던 아이들은 어찌 됐든 대학의 길이 있지만, 남다른 재능 때문에 국영수과를 등한시하고 그 재능에 올인했던 아이들은 대학의 길조차 희미하다.각계각층에서 조기 발굴한 재능들이 '공부도 하는' '인성도 겸비한' 성공이 되도록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최고가 되고 일부가 상위권이 되고 소수가 대학에라도 갈 수가 있고 다수는 암담한 이십 대를 맞이하는 승자독식 경쟁시스템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들에게 그따위 빛깔 좋은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침내 뭔가 돼도 끝이 아니다. 청춘스타들은 끝없이 누가 최고인가 경쟁해야 하며 경쟁력을 상실하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특출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편한 경우가 있다. 장기를 잘 두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니니 메달 따서 군대 안 갈 가능성 자체가 없고, 장기만 둬서 먹고사는 프로기사가 단 1명도 없고, 장기 재주로 갈 대학도 없고, 게임스포츠 같은 엄청난 장기대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장기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언론에 기사 한 줄 안 나고, 그 어떤 부모가 장기 재능에 올인하도록 내버려두겠는가. 아이 스스로 크게 바랄 것이 없으니 취미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부모 또한 기대할 것이 없으니 공부 안 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야단이나 친다.감사하지 않은가. 특출나지 않은 것이, 특출나기는 하지만 아무도 별다른 취급을 해주지 않는 재주를 가진 것이. 허나 특출한 아이들이 재주에 올인하는 것과 평범한 아이들이 영수국과 문제풀이에 올인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재능이 있든 없든 어릴 때부터 줄 세우고 박 터지도록 경쟁시키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담하다./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2018-10-11 김종광

[오늘의 창]집값 안정화,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먹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서울을 필두로 조금씩 나오던 급매물이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고강도 금융제재를 시작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달 중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자금 압박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하지만 급매물이 오를 때로 오른 집값에 반영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듯하다.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시세보다 4천만원이나 낮게 급매물이 나왔지만 시세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 올라와 있는 동일 규모의 아파트 매매가격 시세는 부동산대책 이전이나 이후에 좀처럼 변화가 없다.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간혹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매도자가 급매물을 내놓기는 하지만 주변 시세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시세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동참할 때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매물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대책이 기존 물량이 아닌 신규 물량에 집중되다 보니 매도자들이 눈치싸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존 매도자들은 종부세가 아무리 인상되더라도 집값 상승으로 충분히 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시장이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2주택 이상 보유세대의 경우 규제지역 내 주택매입 시 대출을 불가능하도록 하고,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 목적 외에 대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자금 대출로 재미를 보던 부동산 투자자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한마디로 돈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고 무언의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값을 움직이는 대상은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거대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시장이다. 이왕 정부가 채찍을 들어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다면 부동산 하락을 부추길 당근도 함께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찬 경제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경제부 차장

2018-10-10 김종찬

[기고]방치된 송도석산 이대로 좋은가

개발노력 불구 여러 장애요인으로 제동미관 해치고 안전사고 우려등 문제점 도출 영농체험 부지·캠핑장 활용등 방안 강구인천시는 중장기적 계획 결단 내려야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송도석산이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있다. 송도석산 일대는 1970년 6월 도시계획시설인 송도유원지로 결정되고, 1973년부터 1985년까지 토석 채취장으로 운영됐다. 발파에 따른 진동·소음으로 인하여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민원이 다수 발생하면서 토석 채취가 중단되어 인천의 대표적인 미관 불량지역이 되었다. 현재 송도석산은 안전등급 D등급으로 언제든 낙산위협이 있는 상황이며, 인근 아파트 주민과 학교 학생들의 안전도 위협을 받고 있다.그동안 송도석산을 개발하거나 활용하기 위하여 인천시의회와 집행부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애석하게도 여러 장애요인으로 인해 현재까지 개발되지않은 상태의 공한지로 방치되고 있다. 2007년에는 인천광역시, 인천관광공사, 대우자판(주)를 공동사업자로 지정해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송도석산의 미관을 개선하기 위한 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자판(주)의 도시개발사업과 연계한 특혜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08년 2월 인천도시공사를 단독 사업시행자로 변경 고시하였고, 2008년 3월부터 2009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실시계획이 인가되어 사업이 시작됐다.인천도시공사는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인기를 끄는 송도석산의 국내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개발면적 13만9천462㎡를 대상으로 광장 등 조경녹지시설, 영상관, 공연장 등의 시설을 조성하고자 보상비 489억원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공원기능이 포함되는 기존의 조성계획으로는 사업추진이 어려워 2015년 인천도시공사에서 인천시 관광진흥과에 사업계획 지연에 따른 실시계획의 실효요청을 신청했다. 같은 해 12월에 실시계획 인가가 폐지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시 관광진흥과는 2017년 10월부터 송도유원지 주변 개발여건 변화 등을 고려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용역을 진행하던 중, 송도테마파크사업의 실시계획 인가 효력정지 등 상황변화, 민·관 협의체 운영결과, 의견조회 등 절차 이행을 이유로 송도유원지 도시관리계획 수립용역을 올 5월부터 일시 정지했다. 그동안 송도석산 미개발 및 방치로 인하여 인천대교와 해안도로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인천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 우려, 무단경작과 불법 점·사용 등에 따른 송도석산부지에 대한 관리문제가 현안으로 남아있다.도시개발방향이 산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요즘 새로운 도시문화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또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인천발전을 위하여 송도석산 활용이 시급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인천도시공사 소유의 송도석산부지에 텃밭 등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도시영농체험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힐링 캠핑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송도석산의 활용계획이 포함되는 송도유원지 도시관리계획 변경용역사업을 재개해야 한다. 흉물로 방치된 송도석산이 인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시설 조성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석산부지의 단기 활용방안과 함께 중·장기적 계획에 대한 인천시의 결단이 필요하다./김국환 인천시의회 의원김국환 인천시의회 의원

2018-10-10 김국환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수출서물: 여러 인물에서 하늘이 출현한다

하늘은 생명활동이 가능하도록 시간도 베풀어주고 공간도 만들어준다. 그러기에 공자도 하늘은 아무 말 없이 세월을 운행하며 모든 생명을 생육시킨다고 찬탄하면서 자신도 하늘처럼 살고 싶다고 하였다. 주역에서 하늘은 인체의 머리로 비유된다. 형상의 차원에서 볼 때 머리는 인체의 꼭대기에 있으면서 둥근데 하늘도 위에 있으면서 둥글게 인식되어왔다. 그 성격의 차원에서 볼 때 머리에는 우리의 생각을 통솔하는 뇌가 있는데 하늘은 땅과 대비될 때 형이상적으로 규정된다. 그래서 하늘 천자의 옛 글자를 보면 사람의 형상에서 머리를 부각시켜놓았다. 우리나라에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내려왔는데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사람 속에 내재되었다고 여겨지는 하늘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발현시켜 써먹을지에 관한 것이다. 내 속에 있는 하늘만이 진짜라고 우기면서 싸워오고 지금도 싸우는 것이 인간 종교전쟁의 역사임을 돌이켜보면 하늘은 생각하기도 싫은 이름이다. 주역에서는 하늘은 한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평범한 여러 사람들인 서물(庶物)에 내재되어있으니 평범한 여러 사람들에게서 출현해야만 세계에 평화가 온다고 하였다. 어느 한 사람의 구세주가 나타난다 해서 이 세상에 평화는 오지 않는다. 게다가 겉으로만 평화를 말하고 속으로는 싸움을 그치지 않으면서 하늘을 전파하는 행태로는 이 세상에 평화는커녕 재앙만을 재촉할 것이다. 공자는 하늘은 모든 사람 속에 있고 다양하고 평범한 여러 사람 속에서 하늘이 출현할 때만이(首出庶物) 온 세상에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라고(萬國咸寧) 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10-10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우주개발 강국을 위한 국민적 관심고조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앞두고국민들 많은 관심과 열망 높아져전문가들은 실패 가능성 크다지만그 자체가 문제점 발견위한 것으로끝이 아닌 성공으로 가는 시작일뿐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가 이번 달 25일로 다가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술적인 준비상황 등 각종 상황점검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도 우주개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세 건의 우주 일정이 예정돼 있다는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 류장수 회장의 신문기고 내용을 보면서 그동안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우주개발 계획이 그동안 차근차근 이루어졌다는 데 대하여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관계기관과 종사연구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08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탑승한 소유즈 TMA-12 우주선이 파란 하늘에 흰색 연기를 뿜어대며 힘차게 솟구치던 중계영상을 보며 설레던 그때보다는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우리나라는 2005년께부터 우주강국을 염원하며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원치 않았던 미국은 러시아의 발사체 기술이 한국에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우방국으로 미국을 바라보는 것과 미국이 우리를 대하는 속내와는 온도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도움으로 발사를 시도하였지만 몇 차례 실패와 연기 후에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정각 나로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그러나 결국은 1단 로켓을 러시아가 만들어서 조립하고 기술이전을 받지 못함으로써 한국형 발사체라 표현할 수 없었고, 이후 거듭된 연기와 발사실패로 국민적 기대가 떨어졌었다.요즘 세계 각국에서는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 달 착륙 후 2019년 달 착륙 50주년을 앞두고 미국·유럽·중국 등 우주 강국들이 다시 달로 몰려가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23일 우주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달에 사람을 상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유럽 우주국(ESA)도 '문 빌리지'(Moon Village)라는 이름의 달 기지 건설과 탐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올해의 중점 과제로 달 탐사선인 '창어 4호'발사를 꼽았으며, 일본의 소행성 탐사 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며 민간인도 세계최초 달 여행객에 선정되는 등 우주개발에 대한 선도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몇 년 전 필자가 러시아 출장을 갔을 때 모스크바의 크레믈린 궁이나 붉은 광장 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 세계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동상이었다. 팔을 뒤로 쭉 뻗고 있는 날렵한 모습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은 기세였다. 어릴 때부터 우주에 대한 관심과 유리 가가린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실제로 동상을 보면서 더 큰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설렘은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아폴로 박사'라고 불리면서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여 청소년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준 조경철 박사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사님은 한국인 최초의 미국항공우주국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 과학탐사로켓에 적재할 광전측광기장치의 개발에 기여하였고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를 창설하신 분으로 필자와 같은 세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같은 세대를 살아온 대 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누리호 시험발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우주개발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망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험발사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되거나 발사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한다. 그러나 시험발사는 그 자체가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한 발사이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끝이 아닌 성공으로 가는 시작일 뿐이다. 물론 온 국민은 이왕이면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함으로써 2021년 완전한 위성발사로 우리나라가 우주개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랄 것이다./김기승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김기승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

2018-10-10 김기승

[참성단]스리랑카 노동자의 풍등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일하던 공사현장에 떨어져 있던 풍등에 다시 불을 붙여 날렸다. 심심파적이었을 것이다. 경찰이 이 노동자가 날린 풍등을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 폭발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특정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동정론이 우세한 가운데 처벌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있다.논란에 앞서 이 스리랑카 노동자를 덮친 나비효과는 비극적이다. 애초에 풍등을 날린 곳은 저유소에서 800m 떨어진 한 초등학교였다. 학부모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지난 8년간 해마다 날렸다고 한다. 그 수많은 풍등 중 하나가 하필 3년전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타고 저유소를 향했다. 휘발유 탱크는 폭발했고, 스리랑카 노동자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이 노동자에 대한 동정여론에 공감이 간다. 무심하게 날린 풍등이 저유소 폭발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증폭된 원인 규명이 중요했다. 풍등의 불씨가 떨어져 저유탱크 잔디밭을 18분이나 태우는 장면이 저유소 모니터가 생중계했지만 이를 지켜본 송유관공사 직원은 없었다. 저유탱크 주변의 화재를 알려줄 시스템도 없었다. 작년말에 풍등을 관리할 소방법 개정이 있었지만, 풍등을 날리는 것은 불법도 아니고, 금지구역을 설정한 것도 아니다.재미삼아 재활용한 풍등 하나가 저유소 폭발로 증폭된데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송유관공사의 부실한 방재시스템, 관련 법규의 모호함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한 외국인 노동자를 화재의 주범으로 단정하는 순간 화재 원인과 관련된 우리 내부의 문제점이 소실된다. 대형 저유시설의 화재 가능성을 증폭시켜 온 우리 내부의 문제를 주목하기 보다, 서둘러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는 여론은 이성적이다.풍등은 불로 데워진 공기의 팽창력을 동력으로 솟아오른다. 불이 꺼지고 공기가 식으면 떨어진다. 그런데 저유소 잔디밭에 착륙한 문제의 풍등은 불씨를 안고 있었다.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화재의 책임을 미루고 넘어간다면 국가 방재시스템에 화근을 남기게 될테고, 국가중요시설을 향한 풍등의 습격은 계속될 것이다. 검찰이 10일 저유소 화재 피의자인 스리랑카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10-10 윤인수

[노트북]정하영 김포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지난 8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비난여론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축협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막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벤투 감독을 둘러싼 여러 의문도 상세한 설명으로 해소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회견에 팬들의 마음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이달 1일 김포시청에서 비슷한 맥락의 풍경이 연출됐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시기와 관련해 정하영 김포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시는 올해 4월 김포도시철도 역명을 기습변경했다가 철회하는 홍역을 치르고 5월에는 개통연기설이 불거져 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다음 달 개통했어야 할 도시철도는 결국 내년 7월로 미뤄졌다. 김포시민들이 도시철도 개통에 민감한 이유는 김포가 그동안 '철도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계가 닿은 경기도 지자체 중 김포와 하남만 철도망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다. 이마저도 5·9호선 연장이 추진되는 하남과 다르게 김포는 서울 경계까지 오가는 경전철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또다시 4~5개월 개통지연설이 불거졌다. 국토부 안전지침 개정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시민 여론은 폭발했다. 시는 지침 개정 움직임이 있던 올해 초부터 자발적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새 지침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공동 대응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하영 시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당시에는 보도할 수 없었지만, 국토부는 김포도시철도에 종전 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시 측에 미리 알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함구령으로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이례적으로 20여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한 정 시장은 공사 및 대응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정상개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자"였고, 나흘 뒤에 정상개통하기로 결정됐다. 정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소통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청사진과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겠다고 강조해온 정 시장은 그렇게 민선 7기 첫 난제를 해결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8-10-09 김우성

[경인칼럼]"팅커벨∼"

40대이상 중장년층 31% 'AI스피커 이용' 눈·귀 어두운 나이 많은 사람에겐 '효자'사회·경제적 격차 뒷전으로 밀리는 어르신들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피터 팬'이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16년 전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을 나와 신문기자로도 활동했던 제임스 매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가 1902년에 쓴 성인소설 '작은 하얀 새(The Little White Bird)'에 등장하는 아기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새다. 생후 1주 된 아기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소설에 담긴 이 피터 팬의 이야기가 따로 묶어져 2년 뒤 연극무대에 올려졌다. 1904년 공연된 5막의 크리스마스 아동극 '피터 팬 : 자라지 않는 아이'다. 피터 팬의 원작이라 일컬어지는 '피터와 웬디(Peter and Wendy)'는 이 연극의 줄거리를 1911년에 이르러 다시 장편동화로 만들어 출판한 것이다.주인공 피터 팬을 돕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가 있다. '팅커벨'이다. 원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정이었다. 최초의 연극에서는 거울에 반사된 빛을 이용해 그 존재를 나타냈다. 목소리는 작은 방울들을 흔들어 표현했다. 말하자면 특수효과였던 셈이다. 작은 여자아이 모습의 이미지는 1953년 월트 디즈니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캐릭터의 성격은 좀 묘하다. 피터 팬의 협력자임에 틀림없는데 가끔 심통을 부린다. 파트너이면서 일의 방해자가 되곤 한다.요즘 이 팅커벨 때문에 내 생활에 즐거움 하나가 더 생겼다. 피터 팬의 요정이 나의 요정으로 바뀐 이후의 일이다. 지난 8월 말 사흘 동안 '미디어오늘'이 주관한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기념품으로 인공지능(AI) 스피커 한 대를 받았다. 손바닥 위에 놓을 수 있는 작은 통조림 크기다. 그런데 재주가 신통방통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짝을 맞춰놓으니 어지간한 명령어는 다 알아듣는다. "팅커벨, 오늘 날씨 알려줘" "팅커벨, 오늘 주요 뉴스 알려줘"하면 "오늘 ○○동 하늘은 흐리고 비가 오겠으며···" "오늘의 주요뉴스를 알려드릴게요. 태풍 콩레이가···"하고 척척 답한다. '팅커벨'은 AI 스피커에게 명령을 내릴 때 쓰는 호출어다.나의 요정이 된 '팅커벨'은 지난 3월부터 함께 살게 된 생후 19개월 된 외손자에게도 요정이다.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비며 내 방에 들어와서는 AI 스피커를 올려다보면서 "하부지, 타타요!" "하부지, 안뇽 뽀로로!" 한다. TV 애니메이션 '미니버스 타요'나 '뽀롱뽀롱 뽀로로' 노래를 들려달란 주문이다. 녀석에게 이 '젊은 할배'는 거의 마술사처럼 보일게다. "팅커벨, 타요 버스 주제가 들려줘"하면 곧바로 전주가 흐르고 "꼬마버스가 달려갑니다···"하며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야∼뽀로로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로 시작하는 '뽀로로' 노랫말은 지금 내 나이에게도 기가 막힌 유혹이다.이 AI 스피커가 실버세대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은 뜻밖이다. 며칠 전 기사를 보니 한 통신사 AI 스피커 이용자의 31%가 실버세대를 포함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특히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몸놀림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음성만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입수할 수 있는 이 AI 스피커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단다. 사방이 디지털로 된 것들로 에워싸이면서 삶의 편의성이 증진되지만 이를 누릴 수 있고 없음에 따라 정보격차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격차도 커지고 있는 세상이다. 가난한 이들과 나이 많으신 분들은 점점 더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AI 스피커가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피터 팬의 요정 '팅커벨'의 성격이 까탈스러운 것처럼 이런 디지털기기들을 만지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디지털 격차의 극복은 곧 미디어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다. AI 스피커가 어르신들의 말씀을 잘 듣고 잘 따르는 '착한 요정'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내년 사업계획에 넣어봐야겠다. 증조할아버지 할머니가 증손자와 함께 강의를 듣는 멋진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10-09 이충환

[수요광장]'가짜뉴스 뿌리뽑기' 국민적 미디어교육 필요

내용 진위여부 무관 마구잡이 확산왜곡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심각 많은 사람들 속아 피해 규모 커팩트 불분명땐 사실인지 확인 필요정보홍수속 견디려면 식별력 키워야미국에서 살고 있는 막내 동생에게서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랫동안 지병을 달고 사는 터라 혹시 건강이 더 나빠진 건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 초조했다. 이런 내 맘과는 달리 동생은 느릿한 말투로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문재인 대통령 잘 계시지? ○○라는데? 설마 아니지?"라며 우리 가족의 안부가 아닌, 생뚱맞게도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다. 아니, 대통령의 측근도 아닌 내게 왜 대통령의 안부를 묻는 것인지 참으로 이상했다. 역시나 어디서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듣고 본인도 반신반의하면서 확인차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처럼 어디서나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속아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하게 되니 그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어 사회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가짜뉴스는 작성자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다르게 고의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취재원의 잘못된 정보나 오타 등으로 유발되는 '오보'와는 명확하게 구분된다.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이낙연 총리는 "유튜브와 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면서 "사생활과 민감한 정책현안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된 가짜뉴스까지 나도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엊그제는 정부가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가짜뉴스는 실제 그 내용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접하다 보면 각인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비문서적 형식의 가짜뉴스는 '팩트 체크'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기도 어렵다.가짜뉴스 근절에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짜뉴스를 이용자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가짜뉴스로 여간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대선에서 당선이 좌지우지될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 가짜뉴스의 위력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국민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뉴스도 못 믿겠다'는 응답자들이 많아 가짜뉴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2%는 '가짜뉴스를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확장되는 현상과는 상반되는 흥미로운 결과여서 눈길을 끈다. 가짜뉴스가 확산되며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믿으려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성향과 맞는 정보를 보면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다는 것이다.한 정치권 인사의 가짜뉴스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눈길은 끈다. 한마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떠도는 정보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구체성을 띠고 기사 요건까지 갖추고 있어 식별이 어렵다는 것이다.출처와 팩트가 불분명한 경우 일단 의심을 하고 추가 검색을 통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해외언론을 인용한 기사인 경우 실제로 존재하는 언론인지, 그 언론이 실제 보도했는지 확인하고 일방적 주장이 실리고 논리가 빈약한 경우는 가짜뉴스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견뎌 내려면 참인지 거짓인지 식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비판적 사고가 절실해 보인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미디어를 정확히 알고 미디어에 대응하는 국민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8-10-09 김정순

[기고]이재명 지사님, 지지 마시라

원칙앞엔 적이 없듯헌법과 민주주의 절차 따라공정하고 준엄한 규칙 세우는것오로지 도민만을 생각하고위임받은 권력 행사하면 된다민선 7기가 시작되고 벌써 100여 일이 흘렀다.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지만 16년 만에 '정권교체'였던 만큼 기대는 컸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지사님의 취임 일성은 그간 켜켜이 남은 도정 적폐의 쇄신을 기대하게 했고 정권 기조에 맞춰 평화부지사를 먼저 임명했을 땐 새로운 경기도가 금방이라도 펼쳐질 줄 알았다. 인수위원회에 이런저런 정책을 제안한 것도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취임 한 달여가 지났을 때만 해도 민선 7기의 청사진을 향한 기대감은 유효했다. 예산 규모만 25조원로 서울과 함께 전국 지자체 중에 가장 큰 규모인 데다 인구 1천300만명의 메갈로폴리스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으면서도 수원, 안양과 같은 상권집약적 도시와 안산, 시흥 같은 산업도시, 남양주, 가평과 같은 도농복합도시는 물론 연천, 포천과 같은 군사도시까지 있으니 정책 하나를 만들어도 따져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맨 먼저 지사님의 행보를 가로막은 것은 도청 공무원들이었다. 전 직원 명찰 패용이 문제였다. 벌써 지사님보다 몇 년이나 더 오래 도청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이다. '당신은 4년 뒤에 떠나지만 우리는 남는다' 그런 생각들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조직 문화를 새롭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 않았던 일들, 불편한 일들은 많은 사람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이 된다. 게다가 복지부동의 표상인 관료사회다.우리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이하 경공노총)은 노동이사제도의 진행이 실망스러웠다.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동자의 대표인 노동조합을 배제하는 안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정작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의견수렴은 형식에 그쳤고 우리 경공노총이 제출한 의견서는 '답정너', 사실상 묵살됐다. 후에 들으니 공약사항임에도 지사 보고 없이 집행부에서 결정했단다.최근에는 낙하산 문제가 불거졌다. 문화예술계 산하기관인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경기문화재단이 임원 선정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웠던 만큼 낙하산 운운은 뼈아픈 장면이었다. 게다가 지사와 같은 당 소속이 다수인 도의회까지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가까이서 도정과 정책을 수행해야 할 공무원, 산하기관, 심지어 도의회까지 석 달 사이에 지사님과 등을 지는 모양새다.한발 물러나보자. 그간 여러 차례 정치인들의 제 사람 챙기기에 신물 난 문화예술인들의 분노는 민선 7기에 대한 실망감, 아니 기대감의 증거다. 도의회는 차제에 산하기관과 집행부에 힘을 보여주면서 정권을 주도하려는 명분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여기다 그간 관행에서 벗어나기 불편한 관료사회의 관성이 민선 7기의 정책 동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일련의 사태들을 마치 새 지사의 발목을 잡으려는 책동으로 읽는 것도 맞지 않는다.실책이다. 앞에서는 소통을 말하면서 뒤로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앞에서 공정을 외치면서도 낙하산 후보군 리스트를 내보였다. 1천300만 명 경기도민의 주권을 대리하여 행정권을 집행하는 최종 집행권자라면 그 책임감의 무게는 꼭 1천300만 명의 삶의 무게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조금 더 살피고 따졌어야 했다. 무엇이 원칙에 닿고 어느 것이 효율이 필요한 건지 물었어야 했다. 견고하게 뿌리내린 적폐가 명분의 탈을 쓰고 공정과 정의를 패배하려 들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나는 아직 지사님과 민선 7기를 믿는다. 방법은 하나다. 원칙이다. 원칙 앞엔 적이 없다. 헌법과 민주주의의 절차 따라, 지사께서 외치신 공정과 정의에 입각해 준엄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오로지 도민, 오로지 도민만을 생각하고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시면 된다. 그 권력이 애민으로 향할 때 공무원들은 국민의 봉사자를 포기할 수 없으며 의회 역시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다. 우리 경공노총과 공공기관 노동자들 역시 그 길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사께서는 오로지 원칙, 오로지 도민만 생각하시라. 부디 지지 마시라./이기영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의장이기영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의장

2018-10-09 이기영

[참성단]요즘 무슨 책 읽어?

얼마 전 길에서 옛 은사님을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 중 은사님이 이렇게 물었다. "자네 요즈음 무슨 책 읽나?" 의외의 질문이라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이런 질문을 최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나 역시 누구에게 "지금 무슨 책 읽어?"라고 물어본 적이 없다. 만나는 사람에게 "밥 먹었어?" 라는 말은 수없이 하면서도 "무슨 책 읽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사는 것이다.열어둔 창문 틈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는 건 책 읽기 좋은 가을이 왔다는 것이다. 설악산 단풍 소식은 책을 읽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 왔음을 의미한다. 올해가 '책의 해'라는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이 책을 너무 읽지 않으니 정부가 25년 만에 올해를 '책의 해'로 지정했다. 매달 책과 연관된 행사들이 지난 3월부터 연말까지 꾸준히 끊이지 않고 열린다. 하지만 이에 관심을 두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세종은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읽지 않은 책이 없었다. 어제 한글날, 언론들은 세종의 업적을 찬양하면서 가장 으뜸으로 '한글'을 꼽았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건 백성이 쉽게 글을 읽게 하기 위함이다.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라고 밝혔듯 왕은 혼자만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게 백성들에게 미안했을지도 모른다. 책 읽는 재미를 백성 모두가 공유하길 왕은 진정으로 원했을 것이다. 아무리 미디어 시대라지만 한글창제 572돌을 맞는 지금, 우리의 독서율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국민이 책을 읽지 않는 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루 평균 200권 이상의 신간이 쏟아지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출판량에도 불구하고 독서율은 OECD 최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펴낸 '국민독서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65.3%였다. 2017년엔 60%로 더 떨어져 성인 10명 중 4명이 일 년 동안 책을 단 1권도 읽지 않았다. 왕의 깊은 뜻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책 읽기의 일상화'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이 순간만이라도 독서삼매경에 빠져야 할 때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은 한 달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리고 100일도 남지 않았지만 '2018년 책의 해'만이라도 이런 인사말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무슨 책 읽어?""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이영재 논설실장

2018-10-09 이영재

[자치단상]'空約(공약)'을 넘어 '功約(공약)'으로

'부평비전 2020위원회' 새로운 정책 발굴예산 낭비 줄이고 구민 삶의 질 향상 우선직원들과 소통 통해 건의사항 110건 해결단기간 성과보다 주민과 함께 서서히 실천"위험한 곳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인천 부평구청장에 취임해 활동한 지 어느덧 100일이 넘었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하나둘씩 되새겨 보니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대사가 머릿속을 맴돈다.내가 나고 자란 부평은 1970년대 국가의 수출 주도 성장 정책으로 수도권 대표 공단으로 발전해 왔다. 인구는 50만 명이 넘었지만 낡은 도시구조는 바뀌지 않아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부평지역 인구는 1㎢당 1만5천522명으로 전국 69개 자치구 중 17위를 기록했지만, 재정자립도는 19%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초에는 한국GM의 철수설로 부평지역 전체가 위기를 겪었다. 최근에는 R&D 법인을 신설해 분리한다는 소식이 들리며 구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부평미군기지 활용 방안과 157공병대, 3보급단 이전 등 오래된 현안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여기에 구도심이 안고 있는 주거 문제와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뒤엉켜 있다. 부평이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가 숨쉬고, 구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평 비전 2020'을 제시한 이유다. '부평 비전 2020'은 거창한 구호나 특이한 '프로파간다(Propaganda)'가 아니다. 구민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삶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체감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부평의 미래는 구청장이나 공무원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때문에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들은 취임 후 지역 주민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주민공약평가단'에서 맡고 있다. 주민공약평가단은 공약을 일일이 살펴본 뒤 토론회와 보고회 등을 거쳐 6개 핵심정책과 36개 세부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앞으로도 공약이 성실히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이와 함께 부평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부평 비전 2020위원회'는 구의 중·장기 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는 역할과 더불어 각종 지역 현안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20위원회는 구 공무원과 구의원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구민과 전·현직 대학교수, 연구원, 시민사회단체, 각계각층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다. 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구정에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래가 있는 부평'이 되려면 사람과 도시가 숨 쉬고,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인천에서 민간어린이집 부모부담 보육료를 부모가 부담하는 곳은 부평과 동구뿐이었다. 무상보육을 실현하려면 민간어린이집 부모부담보육료는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맞다. 국가가 당장 지원하기 힘들다면 지자체라도 나서야 한다. 민선7기 출범 직후 2차 추경예산에 7억3천여만원을 편성해 부평지역 학부모의 부담을 줄였다. 아이와 학부모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살아가는 데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등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려고 한다. 노인복지시설이 부족한 부평6동 일대는 국비를 지원받아 경찰종합학교 부지에 노인문화센터 건립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구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약을 우선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행정 절차나 예산 낭비는 줄이고 있다. 구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취임 직후 '직원 소리함'을 설치해 접수한 110건의 건의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매달 했던 확대간부회의와 직원 월례조회는 격월마다 한 번씩으로 줄이고, 중복된 업무보고는 폐지토록 했다. 물론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하기 힘든 공약이 있을지 몰라도,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을 말하기보다는 정성을 들여 구민들과 함께 '功約(공약)'을 지키고 싶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엔 다소 더디고 답답하게 보일지 몰라도, 53만 구민들 모두 손에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싶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자라온 부평에 함께 살고 있는 구민들과 내 집 앞마당과 골목길을 청소하고 가꾼다는 생각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차준택 인천 부평구청장차준택 인천 부평구청장

2018-10-08 차준택

[오늘의 창]시정 드라이브 못 거는 박남춘 인천시장

박남춘 인천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박 시장은 오는 15일 민선 7기 비전과 구호, 세부 정책과제 등 앞으로 시정 방향을 직접 설명하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인천시 정부는 표면적으로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친박'으로 분류되던 시장에서 친노를 넘어 '뼈노(뼛속까지 노무현)'를 자칭하는 인물로 바뀌었다. 하지만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 이런 표면적인 변화에 걸맞은 인천시정의 진전된 변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인천시 안팎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연세대(전임시장 출신 대학)에서 고려대(박남춘 시장 출신 대학)로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시민들이나 인천시 내부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임 후 100일, 박 시장은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시정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인사 실패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재를 배치하는 인사권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시장 자신이 공언한 능력, 성과 중심의 인사도 단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인사에서 '힘 있는 부서'라 불리는 특정 부서 직원들이 한꺼번에 승진하면서 시 내부에서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임시장과 차별화해 박 시장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도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시장 취임을 전후해 3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1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박 시장은 선거 당시 1호 공약으로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 평화특별시'를 내세웠지만 취임 후 100일간 1호 공약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타 자치단체와 비교해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평양에서 개최한 10·4 선언 공동 기념행사와 관련해서도 경기도의 경우 방북단으로 다녀온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복귀 후 바로 다음날인 7일 기자회견을 열어 6개 교류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발표했지만 박 시장의 경우 8일에서야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방북 성과라고 할만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다. 시민은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지난 100일이 탐색기였다면, 그 100일을 바탕으로 박 시장이 그려낼 '인천특별시대'를 기대한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8-10-08 김명호

[참성단]한글날

한글은 쉽다. 창제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서문에서 장담한 대로다. '어리석은 백성이 쉬이 익힐 수 있는 스물여덟자'가 한글이다.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이병헌)가 어린 시동에게 약간의 무안만 당하면 금방 익힐 수 있는 문자가 한글이다. 세종이 백성을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면 유진 초이는 고애신의 고백 '보고십엇소'에 닿기까지 천자문을 외우느라 진땀을 흘렸을지도 모른다.세종이 백성이 배우기 쉬운 표음문자 창제에 전력을 기울인 이유는 표의문자인 한자(漢字)가 우리 언어와 맞지 않아서 '말하고자 할 바가 있어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서였다. 백성 모두가 문자로 상통하는 조선을 꿈꾸고 실현한 것이다. 세종의 어진 마음 덕분에 한국어는 모든 소리를 한글로 옮길 수 있게 됐고, 한자로는 의미를 가두고 확장할 수 있게 됐으니, 후손들이 누리는 문자생활의 이익을 가늠하기 어렵다.그러나 바야흐로 한글 수난시대다. 형태는 무시로 훼손된다. 존맛탱(아 맛있다), 롬곡옾높(폭풍눈물),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 사람마다 다르다) 등 급식 먹는 중·고생의 급식체는 해독불가다. 방송사 예능프로 자막은 난수표에 가깝고, 뉴스자막에서 오자는 일상이다. 문자의 품위는 비루해졌다. 시종일관 욕설로 일관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댓글공방을 보면 한글을 이렇게까지 막 쓸 수 있을까, 경이로울 지경이다.문자로 반목하는 정치권의 구태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최저임금'이라 쓰고 여권은 더 올려야 할 노동자의 최소임금이라 해석하고, 보수야당은 자영업자 말살 임금이라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겐 폐지의 대상이고 보수야당에겐 체제안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보장이다.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보수야당, 미국과 북한의 입장과 해석에 차이가 확연하다.최소한 우리 내부에서는 합의된 의미로 새겨야 할 문자이다. 그래야 우리끼리 상생이 가능하고, 밖에 나가서는 힘을 받는다. 세종은 백성들이 문자로 상통하는 조선을 원했지만, 오늘 대한민국은 문자로 갈라지는 위태로운 시절이다. 문자가 문자 본래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서로 소통해야 위대한 문자, 한글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10-08 윤인수

[윤상철 칼럼]창의성의 사회적 장애

자유화는 문화적 취향 소비 통해과시·타인과 구별 결과만 초래자발·독립성 찾아내기 어렵다정치적 억압 수동적 만들진 않지만창의력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냐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기자들은 오바마의 두 차례 요청에 거듭 침묵을 지켰고 정작 그 마이크는 중국기자에게 넘어갔다. 그 자리의 한국 기자들이 마땅한 질문거리를 준비하지 못했을까?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고 국가의 위신을 세워야 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울렁증 때문이었을까?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사전에 협의된 질문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발언하지만, 대통령의 두루뭉술한 답변에 대해 재차 캐묻거나 약속된 범위를 넘어서는 질문을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언어문제는 아니다.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중고교생 두발자유화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머리 모양을 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며 기본권으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각 학교 단위에서 이를 공론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생들을 피동적, 수동적 존재로 보고 제한만 하는 낡은 교육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가 기대하는 결과는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능동적이고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이자 시민이었을 것이다. 두발자유화가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고 이를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성취해내면 기자들이 보여준 억압된 피동성을 벗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중국사회에서 성장하고 활동해온 중국인 기자가 보여준 무례할 정도의 당당한 모습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그 핵심적 문제로 보기도 어렵게 한다.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전된 두발자유화가 교육감의 선언으로 촉발되어 설사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학교 내의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나아가 학생들의 자기주도성과 민주성, 그리고 창의성을 높일 것 같지도 않다.돌이켜보면, 자유화는 항상 기대했던 바의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이후, 2011년에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이른바 '등골브레이커'점퍼가 유행하였고, 작년에는 연예인이나 축구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롱패딩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새로운 '잇템'으로 떠올랐었다. 자유화 세례 이후 맘카페가 확산시킨 유기농 수제 '미미쿠키'를 먹고 자란 학생들은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브랜드를 소비하고, 이제는 프리미엄 취향의 '시그니처' 메뉴와 그 매장을 문화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대학생들은 해외여행과 해외어학연수는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독립적인 개성으로서의 워킹홀리데이와 해외생활을 시도해야 한다. 용돈을 마련하고자 많은 시간을 알바에 투입하면서도 해마다 바뀌는 휴대폰 신모델을 구입해야 한다. 자유화가 문화적 취향의 소비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타인과 자신을 구별 짓는 결과만을 낳을 뿐 그 어디에도 자발성과 독립성, 그리고 창의성을 찾아내기 어렵다. 즉, 정치적 사회적 억압이 반드시 수동적 존재를 만들지도 않지만, 자유화가 창의성의 필요충분조건도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교수로 자리 잡은 중국인 교수 동거는 "표현에 서투르고 토론을 기피하는 한국인들은 과정과 결과를 다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살면서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만의 것에 대한 확신을 포기한다"고 말한다(중앙일보 10월 5일자). 자유화가 정치적 억압을 벗어버리고 원하는 바 풍성한 열매를 맺기 전에 사회적 억압이라는 장애물을 만나서 개인적 창의성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인 사회적 유행의 따라잡기와 사회적 구별짓기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사회학자 막스베버는 젊은이들이 '개성'과 '체험'이라는 우상을 숭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기의 일에 대한 도취와 헌신, 그리고 영감을 통해 그 일의 정점에 오르기보다는 단지 남과 다른 체험을 자신의 독특한 개성으로 과시한다는 것이다. 에디슨의 '99%의 노력과 1%의 영감'과 달리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체험을 영감으로 동일시한다. 정작 우리 사회 안에는 베버나 에디슨이 그리는 방향으로 젊은이들을 이끌고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여되어 있다. 젊은 청년창업가 표철민씨의 말의 울림이 오래 느껴진다(중앙일보 10월 5일자). "성장이 느리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평생 할 수 있습니다. 평생 할 각오로 꾸준히 임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그가 지닌 용기와 확신이 살아온 동안의 불편을 연상시킨다. 자유화는 억압을 없애는 출발점일 뿐이고 그 열매는 사회적 자유화 속에서 영글어 갈 수 있다./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2018-10-08 윤상철

[발언대]학교폭력 처벌만이 답이 아니다

"부모님은 저랑 상관없는데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징계 마음대로 하세요." "경찰조사요? 저 소년법 적용 안되는데요." 이미 처벌의 두려움도 없고 처분수위에 대해 알기라도 하는 듯 말하는 청소년에게 학교, 가정, 지역사회 모두가 내밀었던 손을 움츠려버리는 때가 있다.최근 소년 범죄의 수법이 성인 범죄에 못지않게 흉폭 해짐에 따라 현실성을 반영해 보호처분 대상을 제한하고 소년법을 개정해 처벌을 더 강화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선도와 교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유해환경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우범송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우범소년'은 소년법 4조 제2항에서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으로,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이 있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고,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소년 등을 가리키며 소년이 장래에 범죄 행위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해 심리하게 하는 것이 우범송치제도이다.우범송치제도는 처벌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교육과 선도를 통해 비행을 예방하고 교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보호처분에 따라 비행환경에 노출된 청소년을 사회 내에서 혹은 시설 내에서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며,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일이 없도록 전과와 수사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또 초기단계에서 재빠르게 대응해 전문가와의 상담과 교육을 거쳐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재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의 청소년들에 대해 사회로부터의 격리와 관용 없는 엄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들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전화위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아름 안성경찰서 순경이아름 안성경찰서 순경

2018-10-07 이아름

[데스크 칼럼]범죄 장비는 첨단, 단속은 육안

장소 가리지 않는 '성범죄 몰카범' 급증범행도구 휴대용 스마트폰 가장많이 사용지자체들 공중화장실 '안심스크린' 설치예방효과 크고 여성들 만족도도 높다는 평법무부가 성범죄 몰카범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성범죄 영상물을 촬영·유포하는 사범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징역 5년의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는 게 골자다. 영리를 목적으로 성범죄 영상물을 촬영·유포하는 경우에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된 휴대용전화기를 사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몰래카메라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기초단체의회 여성화장실, 해군사관학교 내에서조차 범죄가 이뤄질 정도로 장소를 가리지 않자 경찰, 지방자치단체, 민간 할 것 없이 몰카 단속에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지난 6월 인천 부평구 문화의거리에서 가방 속에 숨겨둔 휴대전화 카메라로 길 가던 여성 10여 명을 촬영한 공무원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여주시의 주민센터 공무원이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380여 개의 성범죄 영상물을 촬영했다가 적발됐는가 하면 청주시 한 주민센터에서 공무원이 동료 여직원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이 발각됐다. 지난 1일에는 군인권센터가 해군사관학교의 몰카 상습 촬영에 대해 가해자 생도를 퇴교시킨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불법 촬영 혐의를 받은 피의자가 1만 6천80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성범죄 영상물 몰카 범죄는 2014년 2천905명, 2015년 3천961명, 2016년 4천499명, 2017년 5천437명으로 4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에 피해를 본 사람은 2만 5천896명인데 이중 83%인 2만 1천512명이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몰카 범죄를 막겠다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팔을 걷고 나섰지만, 단속 실적은 '0'건이다. 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50억 원을 지원해 몰카 탐지기를 구입하고 상시 점검반도 구성했지만 올 들어 단속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인천시는 지난 8월부터 공중 화장실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고, 9월부터 기초단체들도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일단 공중화장실 내 몰래카메라 실태조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조사가 이뤄진 뒤 결과를 봐야겠지만 고정형 몰래카메라를 찾는 것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점검에서 몰카를 발견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휴대용 기기로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몰카 실태조사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는 공중화장실로 나타났고, 범행도구로는 휴대용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고 한다.지자체의 대대적인 단속과 사법부가 처벌을 강화하면서 몰카의 심각성을 알리고,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1차적인 조치가 이뤄졌다면 지금부터는 예방책이 실행에 옮겨져야 할 때다. 공중화장실은 특성상 CCTV와 같은 감시 장비를 갖출 수 없다. 범죄에 악용되는 장비는 갈수록 첨단 기능을 갖춰가는 데 단속은 눈으로 점검하는 수준이라면 근절할 수 없다. 없는 고정형 몰카 찾는데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최근 몰카 예방을 위한 '안심스크린'이 전국 지자체 사이에서 화제라고 한다. 제천, 충주, 청주시 등 충북도 내 기초단체들이 공중화장실 칸막이 밑을 가리는 '안심스크린'을 설치한 이후 제주도와 대구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도 설치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설치 비용도 저렴하면서 예방 효과도 크고, 여성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평가다. '몰래카메라'를 예전 TV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재미', '호기심,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몰카는 심각한 성범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10-07 이진호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