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손경년의 '늘찬문화']지역문화의 중요성과 양적성장 속의 지역문화재단 역할

전국 75개 기초문화재단 운영중지역 기반의 중요 시책 심의·지원수요 많아지는 만큼 성장 가속화운영 전문성 요구되는 '대표이사'고도화된 리더십 요구 부응해야2014년 46개였던 기초문화재단이 2019년 2월 현재 서울 15개, 부산 1개, 인천 2개, 대구 6개, 울산 1개, 경기 14개, 강원 9개, 충북 3개, 충남 4개, 경북 6개, 경남 6개, 전북 3개, 전남 5개 등 총 75개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는 전국 226개 시군구 중 33.2%에 해당한다. 광역단위에서는 경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등 16개 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초문화재단들은 '사단법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전지연)'를, 광역문화재단들은 '사단법인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한광연)'를 구성하여 전국적인 협력망을 형성,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알다시피 재단의 설립은 정부, 기업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 가능하며, 그 역할과 임무는 다양하다. 한 예로 국가와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정부행정체계 내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혹은 수행한다 하더라도 효율적이지 못한 임무나 역할을 준 민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또한 공공의 목적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여기기도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역사회 및 지방자치정부가 공공서비스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지역재단의 개념을 도입하는 사례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지역문화재단의 경우를 보면 설립목적과 역할 등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다소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 제19조와 20조에 의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지원' 등의 규정과 [지방자치법] 제2조와 19조의 규정을 근거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의 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지원하고 그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문화재단'의 개념을 준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각 지자체의 조례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출연기관이며,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민의 문화욕구 증가와 새로운 삶의 방식 등장, 미래가치의 수용 및 시민의 문화권 확장요구가 커짐에 따라 이를 담아 낼 지역단위의 기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문화재단의 양적 성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지역문화재단의 수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재단의 질적 역량 또한 함께 상승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올 초, '전지연'에서는 기초문화재단을 대상으로 [기초문화재단 설립 실태조사 및 지역문화재단 역량강화를 위한 전략과 방향 연구](연구책임 디자인 자리)를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초문화재단의 정규직 성비 분포는 남성 55%, 여성 45%이며, 임원(이사)의 구성은 남성 80%, 여성 20%로 조사되었다. 조사대상 기초문화재단 중 16%는 임원에 여성 구성원이 전혀 없었다. 운영되고 있는 사업의 범위는 기초지자체의 행정업무 분산, 문화시설운영 및 지역축제운영 등 행정 필요에 의한 사업 및 기초지자체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표이사 인사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었다. 지역문화재단 설립 시 기본 요건으로 문화예술의 특성 및 전문성이 반영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의 보장, 즉 '팔길이 원칙'이 지켜지기를 기대하는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지역문화재단의 질적 역량 향상을 위해서 독립성과 자율성은 필요한 요소이다. 이를 근간으로 지역이 가진 특성과 주민들의 삶의 여건을 반영한 재단비전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고 동시에 지역의 문화정책수립과 사업추진의 투명성·공정성을 위한 재단운영의 민주화, 권력형 위계문화의 타파, 성 평등 문화의 정착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몇몇 지역의 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 후의 뒷말들이 무성한 것 같다.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기구로서 운영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이니만큼 기관장의 자질 및 리더십에 대한 지역사회의 상당한 수준의 요구는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모든 사회문제로부터의 고립이 아닌, 시대정신과 사회적 이슈로부터 균형을 유지하고 정치적, 행정적 간섭과 사적지배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문화재단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지역문화재단은 고도화된 리더십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9-03-10 손경년

[월요논단]위선을 넘어 성찰로

반성않는 일상 우리사회 퍼져 있어5·18 망언·한유총 사태·사법농단불의 용납하면 되풀이 하게 만들어아프지만 '치욕·모순' 성찰하는 일우리를 충만함·행복으로 이끌어18세기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세계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유럽이 세계 문명의 방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으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과학기술 혁명의 결과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세계는 그야말로 인간의 시간과 공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는 그 이전의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폭력과 야만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 모두는 17세기 이래 유럽이 이룩한 근대의 혁명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은 이 근대 혁명을 누구보다 빨리 습득함으로써 유럽 밖에서는 유일하게 그 문화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데 성공했다. 아쉽게도 그들은 유럽의 죄악조차 답습했다. 이 모든 역사의 격동을 겪어낸 것이 우리의 지난 100년이었다. 그 야만과 폭력의 시간을 버티고 견디면서 그럼에도 인륜과 자주를 갈망했으며 나름의 물질적 풍요와 성공을 이룩한 시간이 또한 지난 100년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지난 시간은 역사에서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변화와 전환을 경험한 때였다. 그 역사와 그 삶을 되돌아보는 작업은 지금의 삶과 내일의 시간을 위해서는 결정적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과 전망에 있다. 뼈저린 후회와 자괴감이 들지언정 잘못된 역사를 성찰하는 작업, 직면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나아갈 길을 위해 차디찬 지성과 열망으로 전망하지 않을 때 우리 삶은 다시금 나락으로 빠져들지 모른다.청산하지 못한 역사와 반성하지 않은 일상이 우리를 옥죄는 현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5·18 광주에서의 학살을 부정하는 망언은 결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반인륜적이며 야만적인 부정을 정략적인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다시금 이런 패륜과 폭력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우리 삶이 왜 지옥 같을까. 이런 야만과 불의를 용납했기에, "여기서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벌써 사라졌어야 할 정치적 모리배가 국회란 배경을 무기로 앵벌이 노릇을 계속하고 있다. 한유총 사태는 조기에 수습되어 사안이 해결된 듯이 보이지만 이 사태 뒤에는 맹목적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립이 자리한다. 교육의 공공성은 물론, 재산권의 자유를 공동선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립해야 할 기회임에도 단순히 한유총 해체만으로 이 사태를 덮어두어서는 안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사법농단 문제는 법치국가라는 우리 사회의 본질을 부정하는 일임에도 지금의 대응을 보면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는가.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정략적 보도를 일삼은 언론의 반사회적 태도와 의도적 무지를 넘어서지 않은 채 어떠한 밝은 미래도 전망할 수 없다. 지금처럼 부서지고 망가진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공정한 사회와 미래를 바라는 엄청난 착각이 어떻게 가능할까. 각자가 원하는 삶의 의미와 행복은 물론, 최소한의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면서 지금의 교육체계와 폭망한 학문을 방치하는 현실은 거대한 위선에 불과하다. 경제성장이란 주술에 사로잡혀 우리 삶을 몰아가는 망상을 깨지 않은 채 어떻게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가. 거짓이다. 저출산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그 맹목적 대응에 헛웃음이 나온다.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2번째 국가에서 에너지는 펑펑 쓰고 환경은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미세먼지는 없기를 바라는 모순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100년 서구 근대에 의해 침탈되고 강요되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역사와 삶을, 사회와 문화를 성찰하고 전망함으로써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할 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주하기엔 너무도 아프지만 그럼에도 직시해야 할 과거의 치욕과 현재의 모순을 성찰하는 일이다. 힘겹지만 일상의 위선을 깨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우리의 지성적 정직함에 달려있다. 지성적 성찰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의무다. 지성은 가방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우리가 직관과 감정을 넘어 성찰과 전망의 지성을 수행한다는 데 있다. 그 길에 들어설 수 있을 때 우리 삶과 존재는 의미를 지니며, 그 해명의 작업이 우리를 충만함과 행복으로 이끌어간다. 결단 없이 바뀌는 것은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3-10 신승환

[참성단]야구에서 '1'의 의미

선동열의 손은 손목에서 중지까지의 길이가 18㎝다. 손가락만 따지면 중지가 7.7㎝로 한국 성인 남자의 평균치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에이스 정민철의 23㎝에 비하면 무려 5㎝나 짧다. 최전성기 시절에도 포크볼을 던지지 못한 것은 짧은 손가락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KBO 통산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했다. 이런 위력 투구로 선수시절 내내 검지와 중지 사이를 째서 손가락 길이를 늘렸다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야구에서 '1'의 의미는 매우 크다. 선동열의 손가락 길이가 실제 1㎝만 길었다면 한국야구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야구장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가 1m 길거나 짧다면 홈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야구공이 1㎜ 크거나, 작다면 야구 경기의 흐름도 바뀔까. 아마 그럴 것 같다. 2018년 프로야구는 뚜렷한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을 보였다. 정규리그 702경기에서 터진 홈런은 1천756개로 프로야구 사상 최다였다. 40홈런 타자도 5명이 나왔다. 이유가 있었다. 공의 반발계수(공이 튀는 정도)가 원인이었다. 반발계수가 0.01 높아지면 평균 비거리는 2m 정도 늘어난다. 공 때문에 지난 시즌 게임마다 예기치 않은 홈런이 쏟아져 나와 재미보다는, 수준 이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야구의 묘미라는 '팽팽한 투수전'도 사라졌다.여론에 못 이긴 KBO가 올 시즌부터 공인구 둘레를 1㎜ 크게, 무게도 1g 정도 늘렸다. 특히 실밥 폭도 1㎜ 커졌다. 이 때문에 반발계수가 0.4034∼0.4234로 0.01 낮아졌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에겐 희소식이다. 실밥이 커 '채는 맛'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어 던지는 포크볼 투수는 불리해졌다. 공이 커져 '꽉 죄는 맛'이 없어져서다. 직구 위주의 투수도 불리하다.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이 고작 1㎜ 1g 바뀐 공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미세한 변화에도 투수들은 그만큼 민감하다. 야구는 그런 경기다.내일부터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예전보다 시즌이 1주일 이상 앞당겨졌다. 겨우내 야구를 기다린 열성 팬은 "반갑다! 야구야"를 외치지만, 초미세먼지라는 복병도 만났다. 투수는 1㎜ 커지고 1g 무거워진 공과, 타자는 0.01 낮아진 반발계수와 그리고 관중은 초미세먼지와 신경전을 벌여야 할 2019시즌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3-10 이영재

[춘추칼럼]대북강경론을 경계한다

북·미, 어느 누구도 '회담 실패' 판단 안해양측 파이 '공정 배분' 심판役 우리가 해야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문제 '분리' 바람직 '한반도 비핵화' 中역할 견인위해 소통 중요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것에 대한 분석과 후속작업들로 분주하다. 우리 정부는 북미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떠났고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의 대응책을 논의하였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지만 북미가 진정으로 중요시하는 부분에 대한 협상카드가 분명해졌다. 미국은 북한이 전체 핵프로그램을 꺼내놓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으며,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교환방식이 아니고서는 핵프로그램 모두를 꺼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측의 차이는 지난 30년 북핵협상의 핵심 사항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담판이 벌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비핵화 과정과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렇다고 실패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어느 누구도 이번 회담이 실패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북한 언론은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보다는 양 정상 간의 건설적인 논의에 맞춰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자회견과 트위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변함없으며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축소되었고 북한도 핵능력과 관련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대북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과거에도 협상이 실패를 하면 늘 핵포기불가론, 협상무용론, 선핵포기론 등이 자리를 잡았다. 실패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이뤄진 것처럼 다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와 성공을 규정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고 더 좋은 합의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협상은 크기가 정해져있는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다. 파이가 같은 비율로 나눠지지 못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협상 당사자 모두가 그 결과에 만족하면 협상은 '잘' 된 것이다. 또한 양측이 파이의 배분에 있어 문제가 생기면 협상을 잠시 중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협상의 파이가 작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협상 당사자 간 협상의 파이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협상은 현재 이번 북미회담의 논의구조를 넘어 파이를 키우는 협상이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최대한 파이를 키워 모든 핵프로그램과 대북제재 해제를 일괄 타결하고 신속히 동시병행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번 회담을 두고 Top-down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으나 사실 이번 협상은 Top-down과 실무협상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다. 다만 최고지도자들의 결정 부담을 덜고 합의 없이 종료되지 않도록 다음번 협상에서는 대부분의 사항이 타결된 이후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양측간 파이가 최대한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는 심판의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유도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심판은 한쪽이 소극적으로 공격을 할 경우 주의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양측의 샅바가 헐렁해지면 타이트하게 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를 포함한 경제보상조치가 북핵협상의 핵심이 되는 만큼 양측의 신뢰를 조성하기 위한 밑바탕을 우리가 조성해야 한다. 지난 스웨덴의 사례처럼 남북미 3자 실무협의체가 지속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무협의의 결과가 남북미의 정상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재개를 본격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들의 현장확인 수준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비록 제재의 프레임웍에 속해있지만 또한 남북관계 차원의 사안이기도 하다. 비핵화 협상에 이 문제들이 연동되어 버리면 남북관계 차원에서 우리의 레버리지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신속히 유도하고 우리의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중국 또한 이번 북미회담이 협상 없이 종료된 데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중국과 우리가 다른 것이 없는 만큼 전략적 소통을 통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는 방법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처럼 뿌연 한반도 정세이지만 우리가 이번 회담 결과만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더 큰 합의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성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9-03-07 양무진

[발언대]사랑으로 포장된 범죄행위 '데이트 폭력'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을 때리거나 감금하는 데이트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일상 속에서 물리적·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실질적 폭력 없이도 연인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는 것 또한 데이트폭력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을 이유로 연인의 모든 일에 간섭하고 사랑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고 통제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가려진 명백한 범죄 행위다.실제로 데이트폭력 사건 현장에 나가면 가해자는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 내가 사랑하는 연인과 둘만의 문제니까 간섭하지 말아 달라"고 정당화시킨다. 반면에 신고한 피해자는 신고를 빌미로 한 2차 가해 우려와 연인과의 정 때문에 처벌을 주저한다. 하지만 이러한 머뭇거림은 더 큰 강력범죄로 이어진다. 헤어지고 난 후 연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연인시절 나눴던 은밀한 생활을 온라인에 유포시키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까지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연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육체적 피해뿐 아니라 '나와 관련된 가족 등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수반하기 때문에 초기에 피해를 줄이고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우선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112신고, 여성긴급전화 1366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 폭행 피해와 관련된 흔적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상대에게 싫다는 의지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경찰은 보호시설 연계, 임시숙소 제공을 통해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고, 주거지 및 직장 주변 순찰, 스마트워크 지급 등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이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 사랑하는 연인은 소유물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연인이 아니라 '가해자 또는 범죄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노현성 용인동부경찰서 고매파출소 경사노현성 용인동부경찰서 고매파출소 경사

2019-03-07 노현성

[기고]인천지역 장애인체육 인프라 확충 시급

현재 인천시의 장애인 인구는 13만8천여명으로 인천의 전체 인구 가운데 4.5%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체육시설 대비 장애인의 체육시설 빈도도 대략 이와 비슷한 비율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살펴보면 인천시의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관내 체육시설은 약 1천곳에 달하며 이에 비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단 2곳, 선학동 소재의 장애인 국민체육센터와 동춘동 소재의 장애인체육관뿐이다. 2017년 비장애인의 주당 1회, 30분 이상의 생활체육 참여빈도는 59.2%인데 비해 장애인의 경우는 20.1%에 불과하다. 이는 장애인이 운동을 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의미다. 당연한 결과다. 장애인은 일반인에 비해 심신의 활동에 있어 제약이 많아 2차 질환의 발생 빈도도 높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운동은 필수다. 이렇듯 운동이 장애인에게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장애인 단명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전문체육시설이 아니더라도 일반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하지만 비장애인의 불편한 시선, 잘못된 인식 등으로 발달장애인은 쉽게 일반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즉, 그들의 권리가 쉽게 외면되고 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8년 평창 패럴림픽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처럼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2018년 3월 20일)를 통해 '장애인 체육 활성화' 방안을 지시하였다. 이후 문체부를 중심으로 5개 권역별(수도권, 호남권, 중부권, 영남권, 제주도) 포럼과 총 40회 이상의 간담회, 합동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의 의견 수렴을 통해 3대 추진전략을 내세웠다. 즉 장애인이 주도하는 체육, 장애인이 즐기는 체육, 장애인과 함께하는 체육을 설정했고, 8대 핵심과제로 반다비 체육시설 150개소 신규 건립,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바우처) 도입,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 1천200명 확대 배치 등을 구체적 목표로 정했다. 이러한 사업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예산을 전년도 273억원 대비 145% 증액된 669억 원을 확정하였다. 장애인이 운동에 참여하려면 그들만의 시설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9년 30개의 반다비 체육센터를 세울 예정이며, 5년간 매년 30개씩 2025년까지 150개의 장애인전용체육관을 지을 계획이다. 더불어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를 2018년 577명에서 2022년까지 1천200명으로 늘릴 예정이며,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을 제공하면서 장애인체육 참여율을 현재 20% 대에서 3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장애인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체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장애인 생활체육 교실과 동호회에 대한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이와 같은 정부의 계획에 맞춰 인천시에서도 인천서구 아시안게임경기장 부지에 반다비 체육관 1개소를 건립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계획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그러나 해당 계획이 반영되어 체육관이 설립되더라도 인천의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운동참여율을 보다 능동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인천시와 인천시설관리공단, 인천장애인체육회가 유기적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비장애인만이 이용하는 그들만의 체육시설을 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목표로 비장애인의 체육시설을 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두 번째로는 학교체육에서 비장애인 학생과 장애인 학생이 함께 어울려 체육 프로그램을 동시에 참여하는 장애인을 위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후천적 장애 발생 빈도가 88.1%에 달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도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장애인과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인천시 장애인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선수만이 아닌 인천시 장애인의 건강을 위한 현실적인 인프라 구축, 지금 우리의 과제이다./이중원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이중원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

2019-03-07 이중원

[풍경이 있는 에세이]불국사와 왕릉, 천년의 시간을 걷다

차분하고 아담한 '선덕여왕릉'…다보탑에 비해 군더더기 없고라인이 정갈한게 특징인 '석가탑'보수중 나무 인쇄물중 가장 오래된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 발견되기도철이 들고 어른이 되면 언제든 한 번은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경주라는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경주는 늘 그리운 곳이고 살아보고 싶은 도시니 매번 부산에 갈 때마다 경주를 떠올리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해운대에서 보내는 며칠 중 하루쯤 시간을 내어 경주에서 숙박을 하고자 했으나 이번에도 불발로 끝났다. 그날, 해운대에서 경주로 가던 날은 바람 때문에 걷기 좋은 날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차에서만 지내다 올 수 없는 일이니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황룡사지에서 들머리 시작점을 찍었다. 황룡사지는 진흥왕에서 선덕여왕까지 신라 전성기 약 100년에 걸쳐 세운 사찰이지만 지금은 허허벌판에 빈터만 남아있다. 황룡사 구층목탑은 높이 80m로 바닥 한 면의 길이가 22m다. 우뚝 솟아 경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았을 목탑은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입으로 전소되기까지 각지에서 많은 스님들이 그 탑을 보기 위해 신라를 찾을 만큼 세계적인 보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경주는 통일신라시대의 4분의 1정도도 채 안 되는 인구가 도시를 지키고 있다니 한때지만 얼마나 번성했는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경주는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고대도시답게 기품 있고 진중해 보인다. 그건 도시 곳곳에 고려시대 유물과 왕릉이 있어서일 텐데 나는 볼 때마다 능의 풍성하고 여유로운 선에 매료되곤 했었다. 무덤과 무덤사이를 걷는 일, 이생과 저 생이 교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바람이 말달리는 황룡사지 빈 들판을 가로질러 선덕여왕릉을 찾아 나섰다. 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삼국 통일의 기초를 닦은 선덕여왕 능은 그의 유언에 따라 낭산 꼭대기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 있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작은 이정표를 놓치지 않고 오르는 길엔 세월의 풍상을 겪은 소나무들의 군무를 보는 듯 멋진 송림이 기다린다. 숲을 따라 낭산에 오르면 거기 하늘의 호위를 받으며 정상 가운데 우아한 품새의 능이 있다. 여왕이라서 그런가. 다른 능에 비해 차분하고 아담해 보인다. 선덕여왕은 아들이 없던 진평왕의 장녀로 태어나 신라 최초 여왕이 되었다. 재위 16년간 분황사와 첨성대, 불교건축의 금자탑이라는 신라 최대인 황룡사 구층목탑을 세우기도 하였다. 또한 뒷날 태종무열왕이 된 김춘추와 명장 김유신 같은 영웅호걸을 거느리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데 기초를 닦은 덕망 있는 왕이다. 경주는 신라인의 공동묘지라 불릴 만큼 도처에 왕릉들이 있어 방문자의 걸음을 붙잡는다. 특히 7번 국도를 따라 불국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길 왼쪽 낭산 자락 아래 왕릉들이 줄지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간간이 방문하긴 했어도 여전히 경주에 간다는 건 불국사에 간다는 것이고 불국사에 간다는 건 나이가 몇이든 수학여행 가는 기분을 벗어날 수 없을 듯, 불국사 경내로 들어서서 마당을 한 바퀴 돈 다음 석가탑과 다보탑을 찾아 안으로 들었다. 이 두 탑은 누가 봐도 단순과 복잡, 절제와 화려, 고전과 낭만 등 배치되는 두 개념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불국사 창건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직 이런 시도는 전무후무하다고 하니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이렇게 반대 개념의 이질적인 작품을 같은 공간에 배치했다는 사실은 이채롭다. 불국사를 찾아간 날은 기온이 영하였고 사찰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사람들은 서둘러 퇴장하고, 홀로 하루의 마지막 햇살이 탑의 난간을 서성대던 그 순간이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웠는지, 시대를 초월, 많은 불자들의 기도와 정성이 그 탑에 새겨졌다고 생각하니 탑은 그냥 탑이 아닌 듯하다. 다보탑에 비해 석가탑은 도무지 군더더기가 없고 그 라인이 감탄스러울 만큼 정갈한 것이 특징이다. 다보탑과 석가탑이 없는 불국사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이 두 탑은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나는 좀 더 석가탑을 편애하는 듯하다. 그래서 사랑은 하나라고 했을까. 이 두 개의 탑을 보고 있자니 영원한 것도 영원하지 않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국사의 석가탑은 통일 신라의 돌탑으로 다보탑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돌탑이다. 정식 이름은 '불국사 3층 석탑'으로 국보 제21호로 지정, 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해 놓은 불교 정전)이 발견되었다.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사람이 나무로 만든 인쇄물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김인자 시인·여행가김인자 시인·여행가

2019-03-07 김인자

[참성단]회전문 인사

'관직을 얻으려고 갖은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을 '엽관(獵官)'이라고 한다. 사냥 렵(獵)에 벼슬 관(官). 거칠게 직역하면 '관직을 사냥하는 것'으로 썩 유쾌하진 않다. 하지만 엽관에 제도가 붙어 '엽관 제도'가 되면 '권력자나 정당이 관직을 독점하는 정치적 관행'이 된다.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은 마시 상원의원의 '전리품은 승리자에게 속한다'는 말을 듣고 이를 제도화 시켰다. 우리가 귀아프게 듣고 보았던 '회전문 인사'나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가 이 제도의 산물이다.주중대사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정되자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흠집을 내고 물러났다. 불과 얼마 전 고대 졸업식장에서 "나는 무지개를 쫓는 이상주의자"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4강 대사 중 하나인 주중대사에 임명되면서 청와대 인재풀에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회전문 인사는 이번만이 아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퇴임 한 달 만에 UAE 외교 특별보좌관에,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실패로 물러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소득 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돌아왔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담당 행정관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에 다시 임용됐다.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는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꼽힌다. 신 교수는 생전에 '70%의 자리론'을 강조했다. "나는 그 '자리'가 그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신 교수는 70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100의 능력을 요구받는 자리에 앉을 경우, 그 부족한 30을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된다고 우려했다.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면서도 높은 자리를 가고 싶어하는 세태를 꾸짖은 것이다.오늘중 개각이 있을 예정이다. 역량이 출중해 그 자리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면 회전문이 아니라 회전목마 인사라 해도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몇몇 인사의 면면을 보면 업무에 탁월한 식견을 갖췄거나 뛰어난 공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검증된 인사를 주요 대사와 부처 장관으로 채우겠다는 문 대통령 의중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낯부끄러운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신 교수의 '70% 자리론'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3-07 이영재

[기고]준비된 병력동원훈련으로 '국민이 안전한 나라' 만든다

지난 1월 경인병무청에 부임하여 가장 먼저 지시했던 사항 중 하나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병력동원훈련이나 사회복무요원 집단수송 등 근무 중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미리 훈련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응급처치법은 한번 배워서 몸에 익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 훈련을 통해 익힘으로써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사태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리 청 전 직원은 수원소방서와 협력하여 매년 반복 훈련을 할 계획이다. 올해 첫 병력동원훈련이 이번 주 4일 시작되었다. 병력동원훈련소집이란 현역복무를 마친 예비군을 전시 소집대상자로 지정하고 국가동원령이 선포되면 지정된 소집부대에 입영하도록 평시에 준비하는 훈련이다. 병력동원소집대상자로 지정된 예비군은 전시 등 유사시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평시에 소집부대별로 2박 3일 동안 현역과 같은 전투력을 즉시 발휘할 수 있도록 동원절차와 전시임무를 체득하기 위한 훈련을 받게 된다. 동원훈련도 응급처치법을 배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훈련이며, 초기 빠른 대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고, 반복 훈련을 통해 몸으로 체득해야 상황이 발생할 때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수행해야할 임무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병력동원의 핵심은 군에서 필요로 하는 병력을 적기에 충원하여 완벽한 동원 태세를 갖추는데 있으며, 이러한 신속·정확한 병력동원은 전쟁초기 국가의 운명을 좌우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최첨단의 강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병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가안위에 큰 차질이 초래될 수밖에 없으니 평시에 병력을 동원해 훈련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군대를 마치고 나서 생업에 매진하다 짧지 않은 2박 3일간의 동원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꾸준한 훈련만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내 가족, 내 이웃들을 지키고 국가를 수호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기에 이를 수행하는 모든 동원예비군들이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란다.병무청은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동원예비군들을 위해 최대한 편리하고 편안하게 동원훈련을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꾸준히 업무 혁신을 하고 있다.올해부터 동원훈련 통지서가 스마트폰 모바일 앱으로 교부되며, 종전과 같이 전자우편(e-mail)과 등기우편으로도 입영일 7일 전까지 받을 수 있다. 물론 동원훈련통지서를 모바일 앱 또는 전자우편으로 교부 받으려면 수신동의를 신청해야 한다. 개인별 동원훈련 일자와 훈련부대 교통편은 본인 인증 후 병무청 누리집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으며, 본인 인증은 휴대폰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동원훈련 보상비를 전년 대비 100% 인상된 3만2000원을 지급하고 보상비가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매년 인상될 방침이다. 훈련부대가 멀리 있거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위치해 있을 경우 예비군들을 차량으로 수송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동원훈련 중에 부상 등 재해를 입은 경우 국가부담으로 보상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훈련 참가자의 직장 및 학업보장을 위해 고용주나 학교의 장이 훈련참가를 이유로 휴무 또는 결석 처리 등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예비군 권익을 보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병무청은 어떠한 비상사태에도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며, 동원예비군이 사명감을 가지고 훈련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김용무 경인지방병무청장/김용무 경인지방병무청장

2019-03-07 김용무

[오늘의 창]각자도생 인천교육

도성훈 인천시교육감님, 인천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또 거리로 나서야 했답니다. 이들은 새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미뤄둬야 했습니다. 집 앞에 생긴다고 믿어왔던 초등학교 건립이 도시개발사업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인천시교육청 소통도시락과 시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수차례 글을 올리고 기자회견도 열었던 이들의 마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아니었겠습니까.2㎞ 가까운 위험천만한 통학 길에 매일 몸을 맡겨야 하는 어린아이들과 그걸 지켜봐야 하는 부모 마음이 어떨지는 교육감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동춘1구역 도시개발구역 내에 학교 건립이 무산된다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 가운데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와 아이들의 삶은 이사한 순간부터 지옥 같은 나날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교육청은 '플랜B'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간 교원 수급이나 학교시설 같은 교육 여건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해 실행하라고 적혀 있습니다.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조치를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드네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만 믿고 자칫 정보확인을 소홀히 해 치러야 하는, 학부모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너무 커지는 현실을 인천 여기저기서 목격합니다.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인천 학부모들은 특히나 몇 배는 더 이사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천이 적어도 학부모들에게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도시가 된 것 같습니다. 학부모로서 각자 살 길을 도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보입니다. 도성훈 교육감님, 부모 노릇하기 참 어려운 도시 인천입니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9-03-06 김성호

[기고]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어야

청소년기는 체험 통해 직업의 의미 찾고성인이 되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돕는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교육 생태계 필요명문대·대기업으로 행복의 가치 못 채워올 1월 실업자 수가 122만4천명으로 집계되면서 동월 기준 실업자 수가 19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더군다나 대학 졸업생 모두가 취업에 성공하거나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는 것도 불투명하다 보니 대학 진학 자체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 10명 중 1명만이 정규직으로 취업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니 피부로 느껴지는 취업 벼랑의 끝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끝 모를 취업난 속에서 지난해 장기간 실업 상태에 있거나 취업을 포기한 인구도 25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해를 넘어가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은 비단 제도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교육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부모님들이 자녀 교육의 성과를 가늠하는 척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자녀교육 성공의 기준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수가 '자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것(50.6%)'이라고 응답했고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34%)'가 그 뒤를 이었다. 명문대 합격과 대기업 취직만을 따지던 예년과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지금까지의 교육은 명문대를 진학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명문대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는 대기업과 공기업에 좀 더 쉽게 들어가기 위해서였으며, 그곳에 취업해야 하는 이유는 더 많은 연봉과 복지 그리고 안정된 직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육의 목적에 '직업'이라는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성적에 맞추어 명문대에 진학하고 대기업과 공기업이라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굳이 상관하지 않는 공공연한 사회적 분위기가 현재의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청년들의 가치가 단지 출신 대학명과 회사명으로 판가름 나는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이 진정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면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불안정한 미래를 안겨줄 뿐이다. 청소년기에는 체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과 인생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직업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 교육을 통해 배움 자체를 즐겁게 여기며 사회에 나가서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미 많은 직업전문학교와 평생교육기관에서는 본인의 적성과 흥미가 가장 우선시 되는 체험 기회 및 현장에 바탕을 둔 취업 위주의 집중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지 지금 확신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지금과 같은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끝 모를 취업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독창성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많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 생태계가 제대로 움직일 때 실업률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 행복의 가치는 명문대와 대기업 같은 획일화된 선택으로 채워질 수 없다. 행복의 가치는 스스로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다양함 속에 있다. 올 한해 부모님들이 자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귀 기울여 자녀의 선택을 지지하고 지원해 준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을 이겨내고 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우영 (재)로이교육재단 이사장·교육학 경영학 박사이우영 (재)로이교육재단 이사장·교육학 경영학 박사

2019-03-06 이우영

[참성단]미세먼지 소행성

"잠든 봄은 흑백으로 오고/깨어있는 봄은 총천연색으로 오리라."'봄의 예언'(강효수)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의 표현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봄은 잠들어 있다. 국토가 온통 잿빛이라 총천연색하고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경칩(驚蟄)에 잠이 깬 개구리가 숨이 막혀 다시 땅굴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나 왕년에 올챙이 적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하면서. '미세먼지 가득한 소행성'이라는 제목으로 경인일보에 게재된 인천 송도의 모습(사진)은 이처럼 미세먼지에 갇힌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 미세먼지에 큰 책임이 있는 중국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영 마뜩잖다.비유를 하나 들어본다. 한 아파트에 층간소음으로 악명높은 집이 있다. 그런데 아파트 부녀회장이 그 집만 빼고 아이가 있는 집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소음을 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중국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면서 자국민에게 차량 2부제나 독려하는 정부가 그 모양새다. '중국'을 적시하지 않고 '국외 미세먼지'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살인사건 현장에 투입된 경찰이 마피아 보스의 총구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것은 애써 외면한 채 바닥에서 증거를 찾는 척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주범으로는 중국 동안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업스모그가 꼽힌다. 이 스모그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이다. '스모그'를 얘기하니 그 악명높았던 '런던 스모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52년 12월 석탄 연소로 배출된 연기가 대기로 확산하지 못하고 지면에 정체하면서 1만2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환경 참사가 런던스모그 사건이다. 물론 67년 전의 런던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단순한 비교는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국외에서 초미세먼지가 지속해서 유입됐고, 국내 발생 오염물질이 퍼지지 못하고 국내에 머물면서 고농도 현상이 이어졌다'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분석에서 뭔가 교집합의 빗금이 엿보인다. 정부는 이제라도 중국이라는 문패가 달린 집의 초인종을 거세게 눌러야 한다. 이어 주인이 문을 열면 "댁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못 살겠어요!"라며 거세게 항의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외교 보다 중요한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봄의 예언'의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침묵하는 봄은 기어 오고/행동하는 봄은 뛰어 오리라." /임성훈 논설위원

2019-03-06 임성훈

[경제전망대]복지 정책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일부 지자체 현금복지 경쟁 과열같은 처지 국민들 '형평성 문제'지역별 대상·재정여건 차이도 커서비스 전달 지방정부에 맡기고중앙은 예산 늘리고 간섭 안해야재정 여건이 좋은 일부 지자체의 현금 복지 사업이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책값 지원, 청년 배당, 어르신 공로 수당, 무상 교복, 청소년 수당, 육아 기본수당 등 종류도 많다. 지자체가 복지 사업을 확대하려면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지난해 협의 대상에 오른 복지 확대 사업은 천 건이 넘는다. 이렇듯 복지 사업을 늘리려는 지자체도 많지만, 과중한 부담을 이유로 현금 복지 경쟁을 멈추자고 주장하거나 대통령에게 재정위기를 호소하는 단체장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복지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되고 정부가 정책과 예산 모두 책임지는 게 옳다.첫 번째 이유는 지자체 주민들 간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같은 복지 서비스를 받는 것이 규범적으로 옳다. 부자 동네에 산다고 복지 혜택을 더 받고 가난한 동네에 산다고 복지 혜택을 덜 받아서는 안 된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복지 정책을 결정하면 지자체 간 재정 여건에 차이가 없어도 복지 제도가 다를 수 있는데,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조건을 갖춘 주민이 특정 복지 혜택을 받거나 못 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복지 정책을 정부가 수립해서 지역별 차이 없이 균등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주민이 주거지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동부 지역은 가난한 사람이 많다. 복지 지원을 강화했더니 세인트루이스 서부 지역 빈곤층이 동쪽으로 많이 이주했다. 당연히 동서 간 빈부격차가 커졌고, 복지 대상자가 늘어난 동부 지역 재정은 더 어려워졌다.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이다.세 번째로 지자체 간 재정여건의 차이도 정부가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부자 지자체는 복지 대상자가 적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이 많이 사는 지자체는 복지 대상자가 많다. 특정 지역에 잠재적인 복지 대상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지역의 세수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지자체가 자기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복지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지자체가 예산을 부담하도록 맡기면 복지 예산과 복지 대상자의 부조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주민 간 그리고 지자체 간 형평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균일한 복지제도를 운영해야 하고, 그러려면 당연히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도 책임져야 한다.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하는 현금 복지는 지자체가 재원을 책임지지만 일반적인 복지 서비스는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 예산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자체가 더 어렵다. 정부가 복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때는 지자체도 부담하게 한다. 그런데 지자체의 사회복지 재정 증가율이 정부보다 높다. 정부 정책으로 지자체 살림이 더 빠듯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100% 책임을 질 수는 없겠지만, 지자체 간 재정여건 차이와 상대적으로 높은 지자체 복지 예산 증가율을 고려하면 정부가 부담하는 몫을 크게 늘려야 한다.정부가 정책과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고 해서 복지와 관련된 지자체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복지 대상자를 선별하고 복지 서비스를 전달하는 일은 정부가 직접 하기 어렵다. 각 지역에 있는 지자체는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고 접근성도 좋다. 세종시에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이 직접 대면 조사를 하고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수 없다. 전국 각지 주민이 세종시 청사를 찾아가서 문의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복지 서비스를 직접 전달하려면 전국 지자체별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복지 서비스의 전달체계는 지자체가 맡는 것이 옳다. 전달체계는 복지 서비스의 효율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정책 수립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지방자치를 내세워 정부가 지자체의 복지 정책을 통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번지수가 틀린 지적이다. 정부가 할 일, 지자체가 할 일을 가려서 지자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지방자치다./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

2019-03-06 허동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근묵자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최근 연달아 어두운 먼지가 창공을 뒤덮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흙먼지로 둘러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실이 곧 닥칠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 동안 목이 불편하더니 집에서 나올 때도 마찬가지이다. 취약한 아이들이나 노인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겐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방송을 들어보니 전문가들에게 원인과 처방을 요구하지만 딱히 속 시원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중국의 문제가 크고 국내에서도 원인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으로는 하나같이 중국은 거시적이고 우리나라가 아니니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정답이라고들 한다.그러나 중국의 산업화와 그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라 그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른바 어쩔 수 없는 지정학적 근묵자흑이다. 중국에 가까운 나라이고 매년 중국에서 기류가 봄철이면 우리나라를 향해 유입된다. 사람이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는 기술력을 자랑하면서도 당면한 기후변화에는 쩔쩔매고 있다. 사람의 기술력이 위대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사람의 인문학적 정신력은 기술의 뒤꽁무니를 따라가기 바쁘다. 지금까지의 과거는 어쩔 수 없다 치고 향후 기술력의 방향을 기후변화에도 집중하면 어떨까? 우주를 항해하는 기술력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사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면서도 동시에 당장 필요한 인공강우 등의 기술에 적극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의 원인에 대한 인식과 개선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주어진 근묵자흑이기 때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3-06 철산 최정준

[수요광장]북·미 하노이회담에 가려진 3·1절 100주년을 보내며

매체들 회담결과 갑론을박 호들갑'100주년 의미·과제' 보도엔 인색비폭력으로 더 빛난 헌신·애국정신공유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 중요'기념비적 축일' 덮는 일 없어야지난 3·1절,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늘 그렇듯이 3·1절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하루 반짝 기념행사를 한다. 언론 매체들도 이날을 전후해 기념행사를 다루거나 자체 특집 보도를 하곤 했다. 그리곤 끝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마저도 하노이회담에 가려 조명받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매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북·미 하노이 회담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 호들갑스럽게 논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3·1절 100주년의 의미와 과제에 대한 보도엔 매우 인색했다. 심지어 어느 유력 일간지는 3·1절 당일 1면에서 12면을 모두 회담 내용으로 채우고도 성이 안 차는지, 노딜이 여권의 실책 인양 비판적 논조로 일관했다. 물론 '논평은 자유다. 그러나 사실은 신성하다'고 했던 영국 가디언의 편집장 찰스 스콧의 말이 떠오른다.사람은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인지 심리학 연구 결과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언론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리고 싶은 것만 관심갖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는 경계와 성찰이 필요하다. 100주년이 되는 3·1절을 눌러가며 매체에 도배된 그 많은 하노이 회담 논평들은 사실을 잘 전달한 것일까? 넘쳐나는 정보로 사실을 왜곡시키지는 않았을까 의문이 들면서 이번 100주년 3·1절은 특별한 언론 보도를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 또한 크게 다가왔다.필자는 돌아가신 애국지사 아버님 때문에 유독 더 3·1절이나 8·15처럼 특별한 날 언론의 보도나 논평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필자의 부친처럼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되고 일생을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떠난 모습을 지켜본 가족이라 느껴지는 기대일 수도 있겠다. 3·1절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끔 선조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가치를 일깨워 줄 것을 기대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발굴, 존경과 추모하는 국민적 분위기를 기대했다. 그날의 함성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했다는 공허한 말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기대했다. 물론 북·미 회담 성과 여부는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기대하는 세계적인 열망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만큼 더없이 중요한 순간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비핵화와 비폭력은 세계적인 관심사이자 우리 국민의 열망인데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다만 전 세계가 비폭력을 열망하며 회담에 관심을 보내는 이때, 3·1운동이 비폭력 투쟁이었다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리고 부각시킬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짚고 싶은 것이다. 비폭력으로 더 빛난 3·1 운동의 헌신과 애국정신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공유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 형성 또한 언론의 중요한 책무일 것이다. 언론은 적어도 3·1 운동이 세계사적 비폭력의 원형이라는 관점에서 더 관심을 보였어야 했다.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한 보도가 3·1절 10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역사의 축일을 간단히 덮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했다. 문득 오래전 필자가 일본 히로시마 시에 소재한 한 대학의 객원교수 시절, 경험한 일본의 8·15와 이번 우리의 3·1절이 오버랩 되며 그들의 추모행렬이 떠오른다. 덥고 습한 여름날, 종일 이어지는 검은 정장 차림의 긴 상복 행렬은 신기하다 못해 기이하게 보일 정도였다. 원폭에 희생된 슬픔과 그날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히로시마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치 한 대 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반면에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된 애국지사들을 추모하는 우리 국민들의 추모 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애국지사들의 이름을 몇 분이나 알고 있을지….이번 3·1절 관련 언론만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서울 탑골공원은 국민 모두가 기념할 역사적인 장소임에도 빈곤 노인들의 슬럼가처럼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게 바로 100주년을 맞는 3·1운동의 현주소이자 3·1운동의 이중적 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어느 교수의 탄식이 깊게 와 닿는다. 언론도 국민도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03-05 김정순

[기고]평택의 민족혼과 항일운동

경기남부 최초 3월 9일 횃불시위수많은 지역출신들 독립운동 헌신'3·1운동 100년' 새로운 시작 위해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 되새기며한마음 한뜻으로 지혜 모아야할 때"한 사람의 열 발자국 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큰 것이고 그것들이 모여 비로소 조선 독립이 되는 것이다." 어느덧 3월, 따스한 봄기운을 시샘하듯 가끔 추위도 느껴보는 이맘때 불현듯 생각나는 영화 속 대사다. 지난겨울,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던 1940년대 까막눈 김판수(유해진 분)가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 분)을 만나 말모이(사전)를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우리말을 모으며 관객의 마음까지 웃음과 감동으로 모아준 영화 '말모이'의 대사로, 신분의 높고 낮음, 부자와 가난한 자, 나이와 성별, 지식 유무를 떠나 한민족이기에 민족혼을 불사르며 '말모이'에 마음을 모았다는 내용을 품고 있다. 영화는 망국의 한으로 우리말은 사용할 수 없는 일제강점기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한편 시간의 절박함, 침이 마르도록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우리 글의 소중함을 전하는 모습으로 민족혼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조국 독립을 위해, 민족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선조들 덕분에 우리가 한글로 생각을 나누고 얘기하고 한글로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3·1운동 100주년인 지금 그 의미가 더 뜻깊게 다가온다. 마치 100년 전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대한 독립 만세' 함성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며 독립과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일제에 맞섰던 조상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역사라도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통해 배우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그 아픔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순국선열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미래세대가 이어가기 위해서는 3·1독립정신과 위국헌신의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내 고장 평택의 3·1운동은 경기남부 최초로 3월 9일 계두봉과 옥녀봉 일원에서 횃불시위로 발원하여 포승읍, 청북면, 서탄면, 오성면, 평택역, 진위면 등 평택 전 지역으로 전파되며 "대한독립만세"소리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4월 1일 평택역에서 울려 퍼진 3천여명의 만세시위에 일제는 군대를 동원, 총칼로 위협하며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는데 일부 기록에는 64명이 사망했다는 기록도 있다.만세운동 이후 오성환, 김영오 선생처럼 많은 평택 출신 항일 운동가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하셨다. 우선 오성환 선생은 1919년 '형평사'를 창립하여 사회개혁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전라, 경기, 강원, 평안도의 동지를 모아 '형평사혁신회'를 발기했다. 사회개혁운동을 지속하다 만주로 망명하여 고려혁명당을 조직하여 무장항일투쟁을 전개하다 1926년 만주 장춘 동아정미소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김영오 선생은 1944년 중국 북경에서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하고 반정공작 활동을 전개했다.이외에도 광복군 제3지대에서 활동한 김만진 선생, 광복군 제3지대에서 대적선전공작 및 적지에서 인원을 끌어들이는 초모공작을 펼진 김하진 선생, 광복군 징모제3분처에서 지하공작 책임자로 초모공작 및 항일활동을 전개한 신순우 선생 등 수많은 평택 출신 항일 운동가들이 조국독립에 헌신했다.일제의 피바람 속 총칼에도 꺼지지 않은 민족혼으로 선열들께서는 8·15 광복을 이룩하고 내 나라 대한민국에 자유와 풍요를 누리게 했다. 3·1독립운동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시절, 우리는 갈등과 불통의 벽을 허물며 한마음 한뜻으로 새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반을 새롭게 구축하는 역사적 변혁기, 과거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들과 독립유공자분들의 애국충절의 희생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 속에 새겨보고 우리 민족의 화합과 번영을 일궈나가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양경석 경기도의원(민주당·평택1)양경석 경기도의원(민주당·평택1)

2019-03-05 양경석

[참성단]개구리도 놀랄 경칩(驚蟄)

한국인의 보양식에 대한 집착은 참 유별나다. 몸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내 몸이 좋아진다면 남이야 뭐라 하든 말든 일단 잡아서 먹고 본다. 한때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고 하니까 마리당 무려 30만원에 거래된 적도 있었다. 개구리는 이들의 늘 1차 표적이다.2006년 출간된 박지성 선수의 자전에세이 '멈추지 않는 도전'에 수원공고 시절 자신의 작은 키를 걱정한 아버지가 보양식으로 해 준 '개구리 즙'을 먹고 큰 효과를 봤다는 내용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보도 후 실제 전국적으로 개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산개구리 싹쓸이 현상마저 일어났었다. 청주지역 환경단체들이 2012년 경칩을 맞아 박 선수에게 개구리 보호활동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선수가 개구리 보호에 나서면 개구리가 보양식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야생 개구리 포획은 2005년 야생동식물보호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줄지 않는다. 정력 부족으로 기가 약하거나 폐가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적시한 '동의보감'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얼마 전 어느 연예인이 TV에 나와 실제 효과를 봤다고 개구리 즙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터무니 없었던 '박지성 효과'가 생각 나서다.개구리 즙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으로 산개구리들이 여전히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자연산 개구리 1㎏에 10만원을 호가한다는 말도 들린다. 인터넷에서 개구리 즙 판매광고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판매업자들은 양식 개구리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나 산란하러 이동하는 산개구리들을 대량으로 포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 식용개구리 사육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탓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100년 후엔 개구리가 지구 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개구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양서류가 아주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오늘은 '경칩(驚蟄)'이다. 24절기 중 세 번째로, 땅속에서 동면하던 벌레가 봄기운에 놀라 나온다는 날이다.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봄기운에 놀라 땅 위로 뛰쳐나온 개구리가 지독한 미세먼지에 '경악'하고, 인간의 학살에 또 한 번 놀라 벌벌 떠는 '경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3-05 이영재

[경인칼럼]실리콘밸리의 캠핑 트레일러

마운틴뷰, 부자도시 반열 집값·임차료 껑충高연봉 신입사원들 '잠자리 해결' 짠하기만젊은층 판교밸리서 송도·청라로 이전 대비인천시 일자리委 '청년친화도시 청사진' 기대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프리웨이를 따라 남쪽으로 30분쯤 내려오면 마운틴뷰(Mountain View)라는 작은 도시에 이르게 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제법 높고 부드러운 산 능선이 눈에 들어오는데 도시 이름이 거기서 연유했음직하다. 옆에는 샌프란시스코 만(灣)이다. 태평양 바닷물이 금문교를 지나 격랑을 일으키며 내륙으로 들어온 뒤 흉악범들을 가둬놓았던 앨커트래즈 섬을 끼고 남으로 방향을 틀어 깊숙이 내려온 해역이다. 이 만의 남측지대를 따라 쭉 펼쳐지는 지역이 전 세계 기술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다. 마운틴뷰는 이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해당된다. 101번 프리웨이의 마운틴뷰 인터체인지 위쪽엔 '구글'이 자리 잡고 있고 아래쪽 쿠퍼티노는 '애플'의 본거지다.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 등 우리가 알만한 세계적인 IT기업과 혁신기술기업들이 차로 30분 거리 안에 다 몰려있다. 실리콘밸리의 심장이자 두뇌인 스탠퍼드 대학이 위치한 곳도 차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일대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미국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주는 회사들이다. 고연봉자들의 동네인 만큼 도로 가장자리에는 '카라반'이라고도 하는, 컨테이너 크기의 캠핑트레일러들이 줄지어 서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들 갖고 있으면 저렇게 길거리에까지 즐비할까 싶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게 참 딱한 얘기다. 마운틴뷰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마을들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반열에 오르면서 집값과 주택임차료가 껑충 뛰었다. 우리 돈으로 20억원 미만이던 타운하우스가 불과 몇 년 만에 3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좀 깨끗하고 조용한 곳의 방 1개짜리 아파트 평균월세는 350만원에 육박한다. 우리 돈으로 방 한 칸에 매월 350만원의 월세를 낸다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지난해 9월 USA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평균연봉이 10만달러가 넘는 고액연봉 기업들일지라도 신입사원들의 초임은 평균 4만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했으니 연봉을 모조리 방값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근처에 있는 스탠퍼드대학 졸업생들의 평균초봉이 7만6천500달러(www.payscale.com) 정도인데 그들의 수입으로도 숨이 턱에 차는 수준이다. 도로가에 주차해있는 캠핑트레일러는 그런 형편의 청년들이 택한 마지막 대안이다. 아침밥은 대부분 회사에서 제공되니까 임대한 캠핑트레일러로 잠자리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당장의 의식주 고민은 덜게 된다. 듣고 보니 짠하다. 우리 청년들의 사정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나마 그곳은 사실상 완전고용상태라도 되지만 여기 이 땅에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네들처럼 내 연봉을 방 한 칸 월세에 다 털어 넣어도 좋으니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갖는 게 일생의 소원이라고 청년들이 절규하고 있다. 그런데 일자리를 갖게 되면 정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실리콘밸리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자리만도 해결하기 벅찬 판에 무슨 사치스러운 소리냐고 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일자리만 만들어준다고 해서 우리의 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현재 보이는 지점만 응시하면 내일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없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마련해주더라도 그곳에 온전하게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일자리 만들기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고, 머물며,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늙어서도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세대의 삶을 지원하고 미래를 후원하는 우리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야 된다. 분당 판교밸리의 볶음우동 한 그릇 값이 1만4천원이라고 한다. 이래선 청년들을 언제까지고 붙들어 둘 수 없다. 판교밸리를 등진 청년들이 '송도밸리'나 '청라밸리'로 옮겨올 때 인천은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숙고와 고심 끝에 인천시장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출범했다. 5개의 분과위원회도 둔다고 한다. 청년친화도시의 종합청사진을 함께 그려주길 기대한다. 도로변에 캠핑트레일러가 보이지 않는 그런./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9-03-05 이충환

[노트북]인천화장품 '어울' 반등위해 필요한 것은

인천 공동화장품 '어울'이 출시 5년이 됐다. 그동안 제조사와 운영사가 각각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운영사 계약 기간 만료에 맞춰 제조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 방식 변경이 추진된다. 어울은 인천시와 인천 지역 화장품 제조기업이 공동으로 만들었으며, 전국 최초의 '지자체 공동브랜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인천시는 어울이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집적돼있는 화장품 기업을 성장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어울은 2017년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출시 이후 상승세였으나 지난해에는 22억원을 기록하면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인천시는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을 꼽았다. 이 기간 낮아진 매출액은 28억원이지만 중국 매출 하락은 15억원 수준이다. 사드 논란이 중국 매출 하락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인천시는 매출 하락과 관련해서는 중국과의 갈등 외에 이렇다 할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이번 운영 방식 변경으로 '어울'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조사가 중심이 된 협동조합 또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유통·판매·홍보 등의 업무를 함께 맡으면 제조부터 판매까지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홍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인천시가 어울을 중심으로 인천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과 같이 다른 지자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부산과 충북, 제주 등 많은 지자체가 화장품 산업과 관련해 여러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원액 기준으로 보면 인천보다 몇 배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는 곳도 있다. 인천이 단순히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활성화를 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화장품 산업이 성장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는 데에는 최소 5~10년 걸린다고 한다.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인천시와 기업 지원 기관인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화장품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03-05 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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