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늙은 都市

2012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추오 고속도로의 사사고 터널에서 두께 8㎝의 콘크리트 천장 상판이 무너져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세계 최고의 안전국가'로 자부하던 일본정부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사고 터널 사고 후 일본 정부는 노후 인프라에 대한 강도 높은 유지보수 투자방안인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전후에 지어진 일본 내 기반시설이 수명을 다해 유지관리 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사사고 터널 사고가 일대 전환의 기회가 된 것이다. 미국도 1966년부터 2005년까지 노후교량 1천500여개가 무너지자 2012년 '성능 평가 기반의 자산관리 법안(MAP-21)'을 수립했다. 영국은 재무부 산하에 인프라사업청(IPA)을 두고 인프라 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프랑스는 국토평등위원회(CGET), 호주는 인프라호주(IA)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수요를 파악하고 재원 조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늙어간 선진국도 시설 노후화라는 심한 몸살을 앓은 후 이런 대책들을 만들었다.시설물 노후로 인한 사고는 사전에 다양한 징후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징후에 애써 눈 감는다. 그렇다고 위기의 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를 '회색 코뿔소(Gray Rhino)' 현상이라고 한다. 위험 신호가 계속되는데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회색 코뿔소가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람처럼 시설물도 나이가 들면 늙는다. 교량이나 하수관, 도로 등 시설물들도 시간이 가면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눈앞에서 사고가 나지 않으면 예산 사용 순위는 언제나 뒤로 밀려나게 마련이다.일산 평촌 분당 등 경기도내 1기 신도시는 30년 된 늙은 도시다. 사람으로 치면 60세를 넘어선 나이다. 사람처럼 인프라 이곳저곳에 동맥경화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노후 인프라 시설 개량을 위한 기본계획은 물론, 노후 인프라 투자 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조차 없다. 그나마 대형 사고가 발생해야 '조금' 정신을 차린다. 이번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던지는 고마운 경고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09 이영재

[춘추칼럼]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왜 읽어야 합니까?" 어느 수감자 물음에내 답보다 '故 최옥정 작가'의 유언이 명쾌"읽는 사람 많은 만큼 세상은 행복해지고타인이 언제나 마음 열고 인생을 보여줘…"서른다섯 살 때인가 교도소에 갔었다. 동행한 두 분은 단풍놀이라도 온 듯 여유로웠다. 대조적으로 나는 도살장 본 황소처럼 떨었다. "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저는 막 춥고 무섭고, 얼빠져 갖고 제정신이 아니네요." 내가 엄벙덤벙 주워섬기자, 환갑의 L이 물었다. "혹시 교도소에 처음 와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L은 대견하다는 듯이 뇌었다. "너, 참 세상 편하게 살았구나. 참 착하게 살았어." 불혹지년의 J는 "난 고향에 온 것처럼 친숙한데!"라고 했다. J는 젊은 시절에 시국사범으로 옥살이를 했었다.가장 먼저 들른 무슨 '실'에서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꺼내놓고 대신 명찰을 받았다. 명찰에 '지도' 혹은 '선도'라고 씌어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그저 '방문'이라고 적혀있었는지도. 몇 개의 철문을 통과했다. 교도소장은 아니었지만, 교도소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차를 마셨다. 그는 좋은 일 하러 오셨다고, 치하해주었다.'글쓰기반' 담당 교도관은 미안해했다. "좀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신청자가 거의 없네요. 훌륭한 분들 모셔놓고 정말 민망하게 됐습니다. 대개 귀찮아하기는 합니다. 종교 하는 분들, 바른 생활이니 도덕 함양이니 정의 실천이니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자주 오거든요. 그분들이야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십니다만, 아이구야, 여기 사는 사람들 귀에는 다 지겨운 설교죠. 초코파이나 사탕이나 군것질거리라도 나눠준다고 하면 좀 신청자가 있을까.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만큼은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쓰기 강좌는 진짜 처음이거든요. 시, 수필, 소설! 말만 들어도 황홀하네요. 글 쓰게 도와주고 좋은 책 얘기 들려주고 얼마나 좋아요. 똑같더라고요. 지원자가 여덟 명밖에 없어서 스무 살 갓 넘은 애들 여섯 우격다짐으로 끌어왔습니다. 너희들은 감옥이 대학이거니 생각하고 하나라도 배워야 한다. 너희들이 언제 문학을 배워보겠냐 하고 강제로 포함시켰습니다."나는 덜덜 떨며 무슨 '실'로 들어갔다. '글쓰기반'에 모인 수인들은 가슴에 숫자를 달고 있었다. 세 자리 혹은 네 자리. 수인들의 얼굴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여유로웠다. 표정으로만 따진다면, 내가 더 수인 같았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수인님? 대놓고 '수인'이라고 호칭할 용기는 없었다. '아저씨?' 갓 스무 살에서 환갑 넘은 게 틀림없는 백발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포진한 사나이들을 '아저씨'로 퉁칠 수 있을까. 열 명은 파란색 옷, 네 명은 황색 옷이었다. '파란색옷님'과 '황색옷님'이라고 부를까."선생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성의 없게 하자니 별 볼일 없는 놈으로 깐볼 것 같고, 공들여 하자니 때와 장소도 가리지 못하고 잘난 체하는 놈으로 오해 받을 것 같았다. 적당히 하고픈데, '적당히'처럼 어려운 게 없었다. 나는 문학이 어쩌고저쩌고, 글쓰기가 이러니저러니, 독서가 이러쿵저러쿵 마구 주워섬겼다.수인 한 분이 불쑥 물었다. "근데요 소설 쓰시는 분이라니까 한번 물읍시다. 소설을 왜 읽어야 합니까?" 나는 문득 넋이 나가버렸다. 중3 때부터 소설이 쓰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씩이나 다녔고 좋다는 소설깨나 읽었고 심지어 '소설은 사람의 지식과 사상과 감정을 문자로 형상화하여, 사람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가능케 하고, 사람의 소양 발전과 인식 확장과 감정 조율 등에 기여한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소설 따위를 왜 읽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알지 못했다.이제 왜 읽어야 하는지 안다. 왜 읽어야 하냐면, 내 말보다, 향년 54세로 올해 9월 이 세상을 떠난 고(故) 최옥정 소설가의 유언이 명쾌하다. "책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소설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나는 믿는다.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가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 인생을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 내년에는 많은 사람이 읽기를."/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2018-12-06 김종광

[발언대]'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 농가 일손문제 해결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부족한 농촌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농번기에 90일간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이다. 법무부가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지자체가 MOU를 맺은 외국 지자체 주민이나 지역 거주 결혼 이민자의 본국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해당 지자체가 법무부에 필요한 인력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90일간 체류 가능한 단기취업(C-4)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도, 일자리가 필요한 현지 외국인들도 모두 반응이 좋다. 결혼 이민자들이 가족 신원을 보증하는 데다가 지자체가 근로자를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어 제도 안정성 또한 높다. 이런 실익 때문인지 지난 11월 행정안전부 주관 '2018년 행정제도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현재 상시 근로자를 공급하는 고용허가제(E9 /E10 비자)가 있긴 하지만 농번기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 농업의 특성상 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보다 농번기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이런 농가 일손의 특성을 잘 반영한 제도이다.계절근로자 사용 농가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숙소를 계절근로자의 숙소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법정 최저임금 및 근로기준법 상의 초과·휴일근무 수당을 반드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고 적정 휴식권 보장을 위해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반드시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 근로자인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는 점 또한 이 제도의 장점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이 90일로 짧아 농업기술의 습득과 전문화에 어려움이 있어 체류기간을 최소 180일 이상으로 확대도 고려해 본다면 더욱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정정식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정정식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2018-12-06 정정식

[풍경이 있는 에세이]영어 문항이 불편하다

독해하면 영어 잘할 수 있는 걸까?의사소통력 향상 목표와 거리 멀어배우는 근본 목적 다시 생각해 봐야'수능: 한국에 침묵이 가라앉는 날'BBC기사 '괴상한 시험' 의미심장지난달 치른 수학능력평가의 결과가 학생들에게 통보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늘 말이 많은데, 올해는 너무 어렵게 출제되어 소위 '불수능'이라 떠드는 걸 들었다. 문제가 조금만 쉬우면 '물수능'이라고, 조금만 어려우면 '불수능'이라고 비난한다. 물과 불의 그 가운데 절묘한 수준을 예측해 문제를 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아니 그런 가운데 지점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문제 난이도란 상대적이어서 출제자뿐 아니라 수험생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국제적 공신력을 가진 토익 같은 경우, 전체 수험생의 성적을 상대평가로 재배열하여 점수를 부여한다. 수능에서 등급을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이번에 난도가 높다고 지적받은 영어 문항을 관심 있게 읽어보았다. 학생들이 낯설어하는 과학철학 사고 과정을 다루는 지문이었다. 그런데 어휘가 다소 어렵고 문장이 길어서 그렇지, 문제 자체는 쉬운 것이었다. 나는 영어 선생으로 현장에 있을 때 이런 유형의 문제를 수없이 보았고 또 학생들에게 대처 방법을 가르쳤는데, 아직도 그 유형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출제된다는 데 우선 놀랐다. 더구나 이런 지문을 읽어냈다고 해서, 이게 수험생의 영어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지 사뭇 의심스러웠다. 이걸 독해하면 영어를 잘하는 걸까? 영어교육의 목표는 영어를 이용해 의사소통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 관점으로는 이 교육 목표와도 거리가 먼 문제 같았다.나는 이 영어 지문을 '구글' 번역기와 '파파고' 앱에 넣고 돌려보았다. 둘 다 번역이 깔끔하지 못하고 의미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대충의 뜻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걸 독해하려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의 학생이라 해도 1분 이상 걸릴 터인데, 스마트폰은 단 1초도 안 걸려 해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순식간에 번역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 사람이 이 수준에 이르려고 초중고 12년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더구나 기계는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하게, 영어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언어를 번역할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영어 교육에 대한 우리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언어 교육은 말을 배우는 것이다. 즉,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단순히 문자가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까지 익히는 것이다. 글자를 읽고 그것을 우리말로 옮기는 게 물론 첫 단추이긴 하지만, 사회적 담론을 이해하지 못하면 언어는 의미를 잃는다. 예를 들어, 위 문항의 지문에 나오는 'refining ignorance'라는 어려운 어휘보다, 지하철을 어디에서는 'metro', 또 어디에서는 'tube'라고 쓰는지 아는 게 급한 것 아닐까? 아프리카계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거리낌 없이 '흑인'이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 'black people'이라고 썼다간 심히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배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영어를 배우면서 셰익스피어나 예이츠의 작품 한두 편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영화 대사를 들으며 문어체와 구어체가 어떻게 다른지 토론해봐야 하지 않을까. 왜 영어가 지금 세계 공용어가 되었는지 그 역사를 조금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이 지점에서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근본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우리나라 수능이 끝난 직후, BBC에서는 '수능: 한국에 침묵이 가라앉는 날'이라는 제목의 의미심장한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그들 눈에 우리 수능은 정말 '괴상한' 시험인 듯했다. 12년간 준비해서 하루에 평가한다고? 항공기 이착륙도 통제하고 증권시장 개장도 늦춘다고? 시험 일정에 맞춰 교회나 절에 가서 부모가 기도한다고? 겨우 2%만 들어가는 SKY에 모든 진학 희망자가 목을 맨다고? 그 대학에 들어가야 겨우 사람대접을 받는다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에서 압도적 1위라고? 나는 이 기사의 제목이 섬뜩했다. '침묵이 가라앉는 날'에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떠올렸기 때문이다./정한용 시인정한용 시인

2018-12-06 정한용

[참성단]대법관 수난시대

지난 봄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던 산드라 데이 오코너가 1981년 미국 최초 여성대법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대법원 판결문 서명란은 '미스터 저스티스(Mr. Justice)'였다. 그녀가 오면서 '저스티스'로 바뀌었다. 남성 중심에 빠져있던 미국 대법원에 오코너는 중도 보수의 신념에 따른 판결로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미국법에서 '9'는 신의 숫자다. 9명의 종신 대법관이 내리는 판결이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혜의 아홉 기둥'에 비유되는 것은 견제와 균형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연방대법원의 근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저스티스'라고 불러 주는 것은 미국 사람들의 대법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정의를 선언하는 최종 판단자로서 대법관은 한 점의 흠도 없어야 한다는 뜻도 된다. 하급심 판사가 자칫 지나칠지 모르는 '정의'를 대법관은 반드시 봐야 한다는 미국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대법관 외 나머지 판사들은 그냥 '저지(Judge)'로 칭한다. 물론 야구 심판도 '저지(Judge)'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모두 '판사'라고 한다. 대법관에게선 그만큼 권위가 묻어난다. 그들이 있는 대법원은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20개가 넘는 국회 인사청문 대상 중에 대법관 후보자의 통과율이 제일 높았던 것은 고도의 도덕성과 자질이 요구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훌륭한 후보자들이 추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법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은 청문회를 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 안철상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은 3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그제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김 후보자는 3번의 위장전입으로 실정법을 위반하고, 두 차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탈세를 저질렀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했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을 가슴으로 들었다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 사법 농단에 연루된 박병대·고영한 등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대법원장 차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법원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법관 수난시대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06 이영재

[자치단상]인구 1위 서구, 브랜드 가치를 찾자

1988년 개청후 30년간 비약적 발전명실상부 인천 중심지로 떠올랐지만이미지에 걸맞은 앵커시설 부족루원시티·검단신도시 개발 순조내년엔 세계 불꽃축제도 유치 계획'보존'과 '창조. 전 세계 수많은 도시들이 다시 활력을 찾은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더한 경우다. 이른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불리는 스페인 빌바오, 프랑스 릴, 영국 리버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특히 도시를 살리는 근간으로 문화를 활용했다는 점도 도드라진다.1988년 15만4천명으로 시작한 인천 서구는 12월 말이면 인천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게 된다. 30년 만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면적도 인천 내륙 면적의 40%, 재정규모는 1조원을 바라본다. 이제 서구는 명실상부한 인천의 중심으로 출발이다.이런 외형과 달리 도시 인프라 및 환경안전은 열악하다. 안전한 환경·교통·복지·교육·문화체육이 도시 인프라를 구성하는데 이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작동해야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 이중 환경문제는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가 높은데 서구의 경우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생활환경 주변에 수도권매립지, 발전소, 소각장 등 환경유해요소가 많다. 동네마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악취,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달 '클린서구 추진단'을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클린서구 추진단은 무단투기 쓰레기 제로화 및 쓰레기와 재활용품 분리를 체계화하는데 조력자로 역할하게 된다. 이에 앞서 인천시와 함께 서구의 현안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고 공동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서구에 위치한 주물공단, 아스콘 공장 등을 이전하고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클린서구 환경시민위원회'를 이달 말까지 조직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내년을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인구나 재정규모에 비해 낮은 도시브랜드 가치도 서구의 약점이다. 88년 개청 이후 지난 30년간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인천의 변방, 수도권매립지, 발전소 등이 있는 회색빛 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서구 브랜드에 걸맞은 앵커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10년간 표류하다 첫 삽을 뜨게 된 루원시티가 화려하게 부활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기도 하다.인천지방국세청 유치가 도화선이 될 것이고, 교육청, 인천시 제2청사까지 유치되면 루원시티는 인천 서북부의 중심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 검단신도시도 개발을 시작했다. 주거지와 함께 이곳에도 앵커시설 유치를 추진하고자 한다. 인천지방법원 서북부지원 및 검찰지청이 검단에 설치될 경우, 지역주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랜드마크가 있고 사통팔달 도로가 연결된다고 살맛 나는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함평의 '나비축제'가 함평을 말해 주듯이.지난 9월 제1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공연이 청라호수공원에서 있었다. 클래식을 편안하게 가족들과 소풍 나온 양 편히 즐기는 공연이었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민들이 얼마나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지 확인한 시간이었다. 주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내년에는 세계적인 불꽃축제를 유치하려고 한다. 정서진, 경인아라뱃길 등 서구의 자산을 불꽃과 잘 조합하면 분명한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열리는 세계불꽃축제가 이곳, 서구에서 열린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이제 서른 살이 된 서구는 미래 30년을 향해 계획된 일들을 하나씩 하고자 한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중심이 될 것이다./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2018-12-06 이재현

[데스크 칼럼]이재명·김경수 지사 그리고 출당

李지사 둘러싸고 당내 세력 '공격' vs '엄호'金지사 사례와 비교땐 적잖이 '고개 갸우뚱'야권 '친문-비문 권력 투쟁' 프레임 공세경제문제와 함께 여권 전반 '불신' 이어져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출당·탈당을 촉구하는 더민주 당원연합'이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민주당은 각성하고 이재명을 출당하라' 등이 적힌 종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비슷한 시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지지자 연대'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이재명은 죄가 없다! 정치 검찰 반대한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팻말이 들려 있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집권 여당 세력 내의 논란·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비판하고 공격하며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엄호하며 수사 당국을 비판한다. 이들은 대개 민주당원이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사람들이다. 이재명 지사의 출당·탈당을 요구하는 세력은 각종 의혹에 노출된 이 지사 문제가 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견 일리도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례와 비교하면 적잖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꾸려졌고, 김경수 지사의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물론 김경수 지사의 사건과 이재명 지사의 사건은 내용 등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재명 지사나 김경수 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면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가해지고 있는 출당·탈당 논란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의 경우 기소돼 재판과정에 놓여 있지만 출당·탈당 요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소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 출당·탈당 주장이 먼저 분출됐다. 최소한 집권 여당 세력 내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이재명·김경수 지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주지하다시피 김경수 지사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도지사 선거에서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과 각각 경선을 벌였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도지사 선거 때 친문 핵심 지지세력들에 의해 불거졌다. 야권은 집권 여당을 분열시킬 호재로 '이재명 프레임'을 설정하고 대여 공세 도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탈당을 하든, 출당을 시키든 서로 고소·고발을 하든 집안싸움은 적당히 하고 그 정성으로 경기도정과 국정 운영 등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친문과 비문 간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지금 이대로 두면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했다. 많은 국민도 야권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말해 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8.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 등의 문제와 함께 '이재명 논란'(여권 전반에 대한 불신 확대로 그동안 약하게 결집해 있던 주변 지지층 이탈)을 꼽았다. 각종 현안이 널려 있는데 집권 여당은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있다는 '이재명 프레임'은 다른 여러 사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런 세력들이 만들어 내는 정책'이라며 국정에서부터 도정에 이르기까지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선이 먼저 앞선다. 민주당 지지세력까지 냉소적으로 만드는데 중도층이나 보수층은 오죽할까. 많은 국민은 집권 여당 세력에게 묻는다. "뭣이 중헌디…"라고./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12-05 김순기

[오늘의 창]인천 해안선을 시민의 품으로

인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다. 하지만 부산이나 강원도, 남해 지역 등 다른 해안도시처럼 시민들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은 거의 없다. 바로 도심 해안가를 가로막고 있는 철책선 때문이다. 항만과 공항, 발전소, 군부대 등이 도심 해안가에 자리 잡으며 시민들의 바다 접근이 힘들어졌고, 이들 시설의 보호 명분으로 철책이 쳐졌다. 인천시는 그동안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민들에게 바다를 돌려주겠다는 구호 아래 여러 친수공간 확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군(軍)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천 바다가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최근 국방부는 인천 도심 해안가를 둘러싸고 있는 해안철책 44㎞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 지역 전체 해안 철책 길이의 70%가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해안친수공간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국방부는 2021년까지 인천 지역 해안 철책선 44㎞를 포함해 전국 해안가를 가로막고 있는 철책 284㎞를 철거한다는 방침이다.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도심 지역의 해안선 길이는 212㎞로 이 중 63.6㎞가 군(軍) 철책으로 막혀 있다. 국방부가 63.6㎞의 인천 해안철책선 중 70%에 해당하는 44㎞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박남춘 인천시장 취임 이후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추진하고 있는 해안친수공간 조성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국방부가 철책 철거 의지를 밝힌 만큼 인천시도 앞으로 인천의 바다를 어떻게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킬지 무게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해안선 개방에 따른 친수공간 조성이 다가 아니라 매립으로 사라져 버린 과거의 해안선을 복원하고 체계적으로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사업 등 외연을 넓혀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정권이 바뀌고 모처럼 찾아온 남북 훈풍이 인천 해안을 새롭게 탈바꿈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인천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해양 도시 인천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8-12-05 김명호

[경제전망대]국어시험에 국어문제를, 경제문제는 다함께 풀기

논란 많았던 수능 '국어 31번 문제'방향은 옳았으나 강도는 지나쳤다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경제문제'올바르게 내고 제대로 채점하는지올해 마지막 한달 남기고 생각해야명실상부 국어의 신이라는 녀석이 그 문제를 틀린 건 물리를 몰랐기 때문이다. 만유인력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지문을 읽지 않아도 손쉽게 답을 고를 수 있었다고 한다. 행여, 의대 정시합격자를 가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필요했던들 국어시험에 과학 문제를 냈다는 건 믿거나 말거나 야사거리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이번에 치러진 수능 국어 31번. 어떤 문제인지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기를 바란다. 힘들고, 모르겠고, 짜증이 난다. 이런 문제라면 틀려도 부끄럽지 않다는 뻔뻔함이 치솟는다.아마존의 열대우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조직한다고 할 때 여러분은 누구를 어떤 이유로 참여시킬 것인가? 수시 서류합격자 발표 몇 시간 전부터 논술학원에 등록하려 줄을 섰고, 일 년에 한 번 대목, 변호사 강사까지 나와서 화려한 말발로 기묘한 문제를 풀어 보이고, 한 번에 10만원씩 하는 수강료를 못 내서 야단이고. 이리 난리를 치고 중무장을 했는데, 기껏 이리 평범한 문제? 라고 할지 몰라도, 학원과 기출문제 중심으로 준비한 수험생에게는 당혹스러운 문제였다. 지문의 형식이 예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치러진 서울대 사회과학 오전 구술고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거다.국어 31번 문제가 애초 의도한 국어와 물리의 융합적 독해력을 시험하는 것이 아닌 국어 공부 자체를 무시한 것이라면, 서울대 구술문제는 기교는 없되 뚝심이 있지 않을까? 몇 가지 지문을 연계하여 비교하고 적용하는 기존의 방식에 맞추는 테크닉을 학원에서 몰입하여 배운 수험생을 걸러내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고 자기 논리를 만들어 온 수험생에게 익숙하고 편한 문제를 출제자가 의도했다면, 성공이다. 교육적 명분이 있는 변화를 시도한 것이니, 박수.이제 수능 성적표를 받았고, 곧이어 수시 결과가 마무리되고 정시를 끝으로 2019학년도 대입이 정리된다. 인생 성적. 부모 입장에서는 12년 자식 농사를 수확하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치열하고 보편적인 욕망이 부모의 자식 성적이 아닐까 싶다. 아쉬운 점, 너무 걱정한 것들, 안 해도 되었던 것들, 그걸 안 했으면 낭패를 볼 뻔했던 행운. 자식이 틀린 걸 문제 탓으로 돌리며 구시렁거리던 부모들도 이제 성적표가 나왔으니 수긍을 하고 그것에 맞추어 최적의 길을 찾으리라.올 수능부터 특히 정치적인 인물들의 현수막이 거리마다 채워졌다. 직원 자녀의 수능을 챙기지 않는 기관장은 소통을 모른다는 핀잔을 듣는 판이다. 하지만 어떡하든 등수를 매기고 불합격을 시켜야 하는 수능과 대입 제도를 만든 우리가 '에브리바디 수능 대박'을 외쳐대는 건 블랙코미디다. 수능과 달리 경제나 일자리는 '에브리바디 해피'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나라 돌아가는 걸 보면 아, 말을 하지 말자. 모두가 만점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수능 출제의 안타까운 목표라면, 모두를 만점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책목표이자 경제정의인 것을. 국어 31번 문제는 방향은 옳았으되 강도가 지나쳤다. 소득주도성장, 방향은 옳지만, 그 수단인 최저임금은 인상 폭과 속도가 과하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머쓱하게 하면서 부드럽고 살그머니 제대로 된 입시 길을 텄다 할 서울대 구술문제 같은 경제정책은 어떻게 마련할까.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경제문제는 경쟁과 등수 매기기가 아니다. 한쪽을 이겨야 내가 생존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 아니다. 다 함께 마음을 내어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그럴 때 풀리는 것이고, 그리하여 각자도생할 때 보다 풍성하고 마음 편한 몫이 우리 앞에 보답으로 주어질 것이다.삼한사미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는 낯선 겨울. 털옷과 함께 미세먼지 마스크를 챙긴다. 국민들은 이렇게 묵연히 세상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 한다. 우리는 지금 올바른 문제를 내고 있고 제대로 채점을 하고 있는지. 한 해의 마지막 한 달을 남기고 생각해 볼 일이다. 국어시험에 국어 문제를, 경제문제는 다 함께 풀기./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2018-12-05 조승헌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월래무영: 달이 비추어도 그림자가 없다

16세기 조선시대의 휴정(休靜)선사는 우리에게 서산(西山)대사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아무리 뛰어난 도인이라도 모함과 질시는 피할 수 없는 법이다. 무업(無業)이라는 중이 서산대사의 시 등향로봉(登香爐峰)의 내용을 트집 잡아서 역심을 품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만국의 도성은 개미집과 같고 천가의 호걸들은 파리와 같구나. 창가 밝은 달은 맑은 허공을 베개 삼고 그칠 줄 모르는 솔바람 소리 가지런하질 않네. 여기에서 임금이 사는 도성(都城)을 개미가 사는 굴에 비유한 것을 트집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선조임금이 대나무 그림을 곁들여 묵죽시를 내렸다. 그 시에 이르길, 잎은 붓끝에서 나왔고 뿌리도 땅에서 나오지 않았네. 달이 비추어도 그림자가 보이질 않고 바람이 불어도 소리가 들리질 않네. [葉自毫端出(엽자호단출)根非地面生(근비지면생)月來無見影(월래무견영)風動不聞聲(풍동불문성)] 그림에 묘사된 대나무의 잎과 뿌리 그리고 달과 바람은 모두 실제가 아닌 그림일 뿐이라는 뜻으로 서산대사의 실제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마음을 그림과 그에 관한 시로 전한 것이다. 신뢰하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풍류가 느껴진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12-05 철산 최정준

[참성단]'윤장현의 해명'

역대 최악의 국내 사기범은 의료기기 임대업을 가장한 다단계 투자사기로 유명한 조희팔이다. 거액의 배당이나 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아 돈을 챙기는 '폰지 사기'는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 국졸의 조희팔에게 당한 피해자가 3만명에 피해액은 5조원대로 추산된다. 조희팔 가족들은 그가 중국에서 사망했다며 장례식 장면을 공개했지만, 피해자들은 이마저 사기로 여긴다. 여전히 그를 추적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사기는 사람의 욕망에 기생한다. 부(富)를 향한 집착은 각종 금융사기의 발판이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의 다단계 금융사기가 드러났을 때 미국은 경악했다. 수십년에 걸친 650억 달러 규모의 사기행각에 스티븐 스필버그, 프로야구팀 구단주, 상하원 주요 정치인이 피해를 봤다. 초강대국 상류계층도 수익에 눈멀어 사기를 눈치채지 못했다.정치분야도 사기범이 활동하기 좋은 무대다. 권력 자체를 향한 욕망과 권력이 배분하는 이권을 향한 경쟁에 눈 먼 사람들이 많아서다. 특히 대통령과 권력자의 측근을 사칭해 공직과 이권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사기는 역대 정권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자유당 시절 사기범 강성병은 권력자 이기붕의 양아들 이강석을 사칭해 전국을 돌며 향응과 뇌물을 챙겼다. 권력을 조롱하는 제2, 제3의 강성병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청와대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를 사칭한 사기범죄에 경보음을 울렸다.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 모 여인에게 4억5천만원을 뜯긴데 이어 김 여인의 두 자녀 취업까지 알선한 사실이 밝혀져 곤경에 처했다. 경찰은 지난 지방선거 공천 전에 돈이 전달된 점에 주목해 윤 전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전환했다. 사기녀의 자녀 취업알선은 직권남용 혐의가 짙다.윤 전시장은 5일 침묵을 깨고 한 매체에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걸 막기위해 돈도 주고 취업도 도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석연치 않다. 권 여사를 직접 만나기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단이었다. 정치권력의 부패에 민감한 민심을 설득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12-05 윤인수

[수요광장]현실 탐색과 지향으로서의 시

권력의 부당한 간섭 '저항' 일반화'억압' 현대시 중요 관심사 돼버려다양한 문제들과 끝없이 싸우면더욱 강력한 창작 모티브로 작용詩 역사뒤로 넘어야 할 산 아직 많아다시 현실의 시대다. 원래 '현실'이란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나 상태를 뜻한다. 그리고 '이상(理想)'이나 '허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가령 "대학생들의 취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든지 "우리는 교육 현실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같은 표현에서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미학에서 그것은 사실로서 부여되어 있는 것 또는 실제로 존재하며 활동하는 것, 곧 상상이나 허구가 아닌 실제로 성립되어 있는 상태를 이른다.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읽고 쓰는 시(詩)는 현실의 정보 전달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물론 시라고 하여 현실의 정보나 사실을 전해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서양 문학사 최초의 작품으로 알려진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Odysseia)'는 기원전 8세기 무렵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귀중한 정보들을 제공해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공주는 하녀들이 빨래하는 것을 손수 도와주고, 오디세우스 왕 또한 농사 때가 되면 밭갈이를 하고 목수 일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인다. 호메로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왕족 또한 육체노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이로써 알 수 있다.하지만 시의 기능은 이러한 현실의 사실적 세부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의미 있는 현실적 경험을 미학적으로 가공하여 그것을 정서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 현실을 그대로 인지하기 위해서라면 시보다 차라리 다른 문헌을 살피는 편이 한결 더 나을 것이다. 물론 시가 인간이 살아가는 구체적 현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흔히 시를 '현실의 거울'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현실의 구체적 경험이 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시가 다루는 현실 속에는 수많은 권력의 양태들이 존재한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개재하는 국가 간 권력 위계로부터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권력에 이르기까지의 거시적 권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서 행사되는 미시적 권력 또한 적지 않다. 그런데 권력 주체들은 언제나 자신의 지배 아래 있는 세력을 위해 자신의 힘을 행사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권력이란 본래적인 자기 집중성 때문에 타자들에 대해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자기 동일성을 띨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권력이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자체는 물론, 법률이나 제도, 암암리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관념, 여론이나 유행 심지어는 사소한 생활적 관행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억압할 수 있다. 물론 인간 사회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과 충돌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수단으로서의 권력의 순기능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인간의 삶에 지속적이고 전면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러한 권력의 양상들은 우리의 현대시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온 문제 가운데 하나다. 시는 우리의 삶 속에 편재한 권력의 폭력성에 우회적으로 저항한다. 폭력이 남긴 환부를 드러내고 그에 대한 치유의 상상력을 발휘함으로써 부당한 권력의 숨겨진 속내를 폭로하고 야유한다. 그리고 한쪽에 떠밀려 있는 소외 그룹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적 타자들을 적극적인 주체로 옹립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주체와 객체가 타자성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돕는 평화의 상태가 회복되기를 역설적으로 꿈꾼다.특별히 근대 이후 각성된 개인들이 자기 권리의 영역을 확보하고 권력의 부당한 간섭에 저항하는 분위기가 일반화되면서 생활 세계에서 행해지는 미시적 권력의 억압이라는 문제는 현대시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가부장적 권력, 남성 중심주의 문화,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유형무형의 폭력, 어쩌면 기억에 가해지는 폭력까지 우리가 겪어야 하고 넘어야 할 의제들은 무수히 많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군(群)과 끝없는 분투를 치러야 하는 우리 시대에, 시의 현실 탐색과 지향의 속성은 더욱 강력한 창작 모티프로 작용해갈 것이다. 오도된 권력과 오래도록 싸워온 우리 시의 역사 뒤로,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8-12-04 유성호

[기고]오늘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

주변엔 도움 손길 필요한곳 많아더불어 건강한 세상 만들기위해땀 흘리며 즐거워하는 모습 보면나도 모르게 행복감에 취한것 같아'12월 5일'은 봉사의 주인공이 되자12월 5일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이다. 1985년 UN총회에서는 UN에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기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12월 5일을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로 지정했다.상부상조를 미풍양속으로 가지고 우리나라도 2005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을 제정하고 '자원봉사자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데 12월 5일부터 일주일간을 자원봉사 주간으로 규정하고 이 기간 동안 정부, 지방 자치 단체, 자원봉사 단체 등은 기념행사, 우수사례 발표, 국제 교류 행사, 유공자 표창 등 다채로운 행사로 자원봉사자의 사기를 진작한다.필자가 자원봉사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1년 전 이맘때다. 2007년 12월 7일 내 고장 평택과 가까운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 해상에서 선박 충돌로 초대형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그 당시 기름 제거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총 207만명, 이 중 자원봉사자가 123만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필자도 평택시의회 의원들과 의회사무국 직원 30여 명과 함께 태안군 소현면을 찾아 남아있는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기름 제거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기억 한 자락이 있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죽음의 바다, 매서운 칼바람 속 영하의 날씨, 검은 기름 파도가 쉼 없이 몰아쳐 봉사활동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동료의원들과 공직자들은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땀으로 몸을 적셔가며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했고 그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과 만날 때면 그 겨울 이야기로 추억을 나눈다.당시 세계 각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사고해역에서 장기적인 생태·환경 파괴를 우려하고 수십 년이 흘러도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안을 가득 메운 자원봉사자의 모습은 세계인의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생계도 뒤로한 채 검은 재앙과 사투를 벌인 결과 서해안은 빠르게 회복했고 청정 바다를 되찾았다. 절망 속에서 빠르게 해양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123만 자원봉사자의 힘이 절대적이었다.10여 년 세월이 흘러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인원이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좋아졌다. 하지만 간혹 병역혜택을 받았음에도 봉사활동 시간을 조작한다거나, 인사고과를 위해 마지못해 참석하거나, 궂은일은 마다하고 쉬운 일만 하려는 모습을 접할 때면 마음 한편 안타까움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우리 주변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나도 많다. 노숙자에게 급식과 따뜻한 인사말 건네기, 노숙인 자살예방, 용기 드리기, 공동체에서 설거지, 반찬거리 다듬기 등 주방봉사, 병원시설에서는 빨래, 청소, 공부방에서는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식사활동, 독거노인에게는 도시락배달, 목욕 등 자원봉사의 영역과 활동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차다.자원봉사는 땀 흘리는 수고로움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더불어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봉사하며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감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때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행복감에 취한 것을 알 수 있다. 자원봉사자는 봉사를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고, 그 봉사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되기도 하고 또는 '선물 같은 날'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가슴으로부터 시작된 선물 같은 자원봉사를 주변의 필요로 하는 이웃과 나눌 수 있다면, 여러분은 12월 5일 본인의 자리에서 자원봉사를 연출한 주연배우가 될 수 있다. 행복을 나누고 보람된 삶을 사는 자원봉사자가 많을수록 웃음이 많아지고 즐거움이 가득한 날, 12월 5일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이요 자원봉사자의 세상이다./양경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평택1)양경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평택1)

2018-12-04 양경석

[참성단]손창근 옹의 통 큰 기증

1851년 66세 추사 김정희는 함경도 북청으로 귀양을 떠났다. 거기서 달준이라는 시동(侍童)을 만났다. 추사가 글을 쓸 때 옆에서 먹을 갈기도 해 '먹동이'라고도 불렀다. 이듬해 귀양에서 돌아와 과천에 은거할 때도 달준이는 따라와 추사를 모셨다. 그런 그가 고마웠던지 추사는 그를 위해 '난'을 쳤다. 그런데 완성된 그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추사 자신도 그림을 보고 놀랐다. "다만 이런 그림은 하나만 있으면 족하지 둘은 있을 수 없다"고 자화자찬했을 정도다. '세한도(歲寒圖)'와 함께 조선시대 문인화의 걸작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는 그렇게 탄생했다.추사는 그림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제시와 발문을 네 번이나 적었다. '내가 난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 우연히 하늘의 본성을 그려냈다. 문을 닫고 깊이 찾아드니 이 경지가 바로 유마의 불이선일세. 누군가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강요한다면 마땅히 비야리성에 살던 유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절하겠다. 만향.'이라고 그림 상단에 적었다. 낙관은 무려 17개나 찍혔다. 추사 본인 것과 소장가와 감상자의 인장이다.추사가 평생 지향했던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준 '불이선란도'가 국립미술관의 품에 안겼다. 지난달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손창근(89)옹이 소유하고 있던 유물 202건 304점 기증식이 열렸는데 그 안에 '불이선란도'가 포함된 것이다. 이날 기증된 유물은 지정문화재급으로 그중에는 국보·보물급도 상당수다. 추사의 작품 중 '잔서완석루'와 청나라 문인과의 교유관계를 보여주는 '함추각행서대련'도 포함돼 있다. 돈으로 따질 수도 없는 귀한 것들이다.용인시 기흥구에 거주하는 손창근옹은 '세한도'의 소장자이기도 하다. 손 옹은 기증식에서 "한 점 한 점 정도 있고, 한 점 한 점 애착이 가는 물건들이다.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 고민하다가 박물관에 맡기기로 하였다.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 주시길 부탁한다. 작품 아래 손아무개 기증이라고만 붙여달라.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부자들이 소장 미술품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록펠러와 에스티 로더 콜렉션이 대표적이다. 여러모로 어지럽고 팍팍한 지금, 평생 모은 소장품을 우리 사회에 아낌없이 내놓은 '한국의 록펠러' 손창근옹의 통 큰 기증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12-04 이영재

[경인칼럼]지지율 하락의 함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자영업자들 어려움상·하위 소득격차 더 벌어져 양극화 심각개혁 지체로 진보진영과의 대립구도 형성공직기강 해이 등… 대처 안하면 반전 없어내년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통합과 연대 등 정당구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개혁지향적 정당재편성을 결과할지, 보수·진보 양 극단의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통한 거대양당의 카르텔 체제로 귀결될지 알 수 없다. 정당재정렬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대 여소야대 국회는 촛불민심과 친화적이지 않다. 문재인 집권 1년 7개월이 지났으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한 사법처리를 제외하고 사회구조적 혁신을 펼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한국정당체제는 집권당이 의석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여소야대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는 대통령과 의회의 충돌로 인한 국정 교착을 야기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타개할 합의의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정당문화는 이를 더욱 강화시킨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들의 지지율 정체에 안주하여 개혁과 협치에 소극적이다. 임기 초 80%를 넘던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연 9주째 하락세다. 특기할 현상은 특정 계층, 지역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서고,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세대도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수렴한다는 사실은 집권 2년 차 시점에서 총체적인 국정 로드맵을 재설정하라는 강력한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의 경우 집권 측에 대한 피로감과 집권세력의 안이함 등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적신호를 간과한 결과는 임기 말 극심한 레임덕 현상이다. 국정 난조를 거쳐 임기 말 권력누수로 이어지는 한국정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지율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일자리와 투자, 고용 등의 거시지표의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다른 관점의 분석도 가능하다. 통계청 발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상위 20%의 소득과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력 집중 완화 등의 정책 부재,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와 탄력근로제 확대 등 개혁 지체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진보진영과의 대립구도는 화물연대의 파업 등에 대처하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를 떠올리게 된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같지 않지만 집권 후 국정운영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딜레마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보수·진보 양쪽으로부터 협공받는 구도는 지지율의 하락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경남·부산 지역 등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의 표심도 집권 초와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수구적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며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촛불세력 대 촛불정부의 대립구도마저 읽힌다. 청와대와 공직 기강의 해이 등 정권의 위기가 의외로 빨리 오고 있다. 이러한 경고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반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핵심은 촛불이 지향했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를 제도화할 수 있는 동력의 상실이다. 경제 난맥 상황에서 개혁 의제가 추동되기 어렵고 지지율마저 난조를 보이고 청와대 기강 해이마저 노출된다면 마치 임기 말의 레임덕을 보는 것 같은 착시도 생긴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제도화하고 조직화함으로써 사회적 균열을 드러내고 이를 조율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사심 없이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경제도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 내의 친문이니 비문 등의 권력분화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역사엔 항상 반동과 수구가 있다. 새로운 '반동'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격의 일격을 노리는 수구세력의 정치사회적 퇴행이 명분과 전의를 상실하게 하려면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공학도 그때 생각해 볼 일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12-04 최창렬

[노트북]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

지난해 16건 이었던 경기도내 사립유치원 폐원 수가 올해 24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 수치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것이다. 대부분 원아 모집을 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앞으로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전망이다. 유치원 입학 대상인 만 3~5세 유아 수는 올해 135만 명에서 2021년 112만 명으로 감소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실제 2021년 취원 예정인 2017년 출생자 수는 35만7천771명으로 2016년(40만6천243명)보다 4만8천여 명 줄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이후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학부모들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늘자 사립 대신 비리 발생의 소지가 적은 국공립을 짓겠다는 이유에서인데, 과연 아이들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원을 늘리는 것이 옳은 정책인지는 의문이다.지금의 유치원 취원율(50%)이 유지됐을 때 국공립 비율을 2021년까지 40%로 늘렸을 경우 사립유치원 1천20곳이 필요 없게 된다.사립유치원의 자리를 국공립유치원으로 메꾼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게 되는 것이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국공립의 유아 1인당 월평균 지원 예산이 사립의 2배 이상인 걸 감안하면 국공립이 늘어날 경우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더욱이 국공립유치원은 사립보다 운영시간이 짧아 맞벌이 가정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그렇기에 급격한 국공립 확대 대신 사립을 잘 관리하는 게 비용·효과 측면에서 더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물론 사립유치원의 반성이다. 정부의 정책에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점을 파악해 더 좋은 육아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준석 사회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사회부 기자

2018-12-04 이준석

[노트북]구더기 무서워도 문화재단이라는 장 담그자

2017년 11월에 출범한 여주세종문화재단이 1주년을 맞이했다. 1주년이 됐음에도 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아직 지역여론은 반신반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더기가 무서워도 문화재단이라는 장을 담그자. 출범 초기부터 진통이 따랐던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여주도자기축제 시 도자기조합과의 갈등, 직원 채용에 허위경력 문제, 세종대왕문화제 사업비 반납, 직원들의 사직, 이사진의 퇴진 등 악재가 잇달아 현재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무엇이 문제였고, 우리가 잃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임기 말에 원경희 전 시장이 너무 무리하게 재단설립을 추진한 부분이다. 재단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에서 이관된 축제·행사 포함 총예산 58억원(재단 순수 증가분 10억원)의 막대한 예산운영과 원 전 시장의 측근이 상임이사에 내정되면서 재단 사업은 공직사회로부터 외면받았고 다양한 문제점을 낳았다. 민선 7기가 들어오면서 지난 9월 여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영자 부의장은 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문제 제기했고, 한편에선 이항진 여주시장도 재단의 존립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는 말이 나돈다. 김영자 부의장과 이항진 여주시장은 재단의 설립을 승인할 당시 시의원들이었다. 몸통은 간데없고 깃털만 가지고 근본을 흐트리는 꼴이다. 설립 초기 아직 여주시는 하드웨어가 부족한데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일을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여주시는 천혜의 자연과 창작의 욕구가 넘치고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다. 이만한 하드웨어는 2천500만 수도권 내 여주시가 가장 으뜸일 것이다. 이를 잘 기획하고 창작·교육하면서 즐길 수 있는 시민의 대동 잔치 마당을 만드는 곳이 여주세종문화재단이다. 최근 오곡나루축제의 성공적 개최와 세종국악당 기획공연 '전석 매진' 등 축제·공연사업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의 창착과 시민들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재단은 여주만의 색과 콘텐츠를 담은 공연과 문화 예술 참여로 여주시민들에게 문화의 즐거움과 함께 여주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사업을 추진 중이며, 내년 하반기 문화적 기반과 역량을 갖춘 지자체를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의 '문화도시'를 지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런데도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말 것인가.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2018-12-03 양동민

[기고]인천시, 테마파크조성 사업 앞장서라

'쓰레기 매립 종료' 약속 반드시 지키고25년간 고통받은 주민들 피해 보상 차원중단된 '매립지 테마파크' 건설계획 실행재정자립도 향상·일자리 창출 효과 내야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내 전처리시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5년 동안 쓰레기매립지로 인해 고통을 받아온 피해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안타깝게도 2016년 매립종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매립지 내 3-1공구 103만㎡ 규모의 면적에 2025년까지 앞으로 7년간 수도권 폐기물 1천450만t을 처리하기로 하고 9월부터 폐기물 반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또다시 3-2공구로 연장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3-1공구를 끝으로 쓰레기매립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에 대해 서구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앞으로 인천시가 영원한 회색 도시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3-1공구 매립을 끝으로 반드시 '매립 종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서구 피해지역 주민들은 쓰레기매립 고통을 다음 세대까지 물려줘야 하는 아픔을 되풀이해야 한다.세계 최대 쓰레기매립지로 인근에서 25년간 고통받고 살아온 피해지역 주민이 보상받을 수 있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는 '테마파크' 건설이다. 용인 에버랜드보다 3배가량 넓은 부지에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가 조성되면 인천시의 예산을 쓰지 않아도 재정자립도가 늘어나고 130만명의 일자리 창출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한다. 3조4천억원의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테마파크 조성 약속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은 매립종료에서부터 시작한다.인천시 서구 주민들은 25년 동안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하루 평균 1만5천t을 처리키 위해 드나드는 청소차량으로 인한 비산먼지와 악취 등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해를 겪으며 살아왔다. 인천시는 앞장서서 쓰레기매립장을 테마파크로 조성, 고통의 땅을 하루빨리 황금의 땅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25년간 쓰레기 매립으로 고통받아온 피해지역 주민을 위하는 길이다.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1998년 12월 김포매립지 당시 이미 사업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25년 전 사업승인이 난 이 사업에 대해 환경부는 약속을 지켰어야 했고, 벌써 시작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매립기간 연장에만 매달리고, 당초 약속한 테마파크 건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결할 기회가 늦어지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25년간 매립지로 인해 재산권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주변 지역 주민을 위한 보상도 될 수 있고, 수도권 시민들의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 해소 목적도 있다.인천시는 지역주민에게 이익이 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많은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매립지 테마파크 조성은 환경부와 매립지관리공사가 제시한 정책인 만큼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역 발전과 수도권, 피해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실행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최규술 인천광역시 서구의회 부의장최규술 인천광역시 서구의회 부의장

2018-12-03 최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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