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노인 나이 65세→70세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는 모두 13개의 정규 앨범(미국기준)을 내놨다. 그중 최고의 앨범으로는 8집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꼽는데 이견이 없다. 이 앨범에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 매카트니가 18세에 작곡했다는 '내 나이 64세일 때(When I'm Sixty-Four)'가 실려있다. 이 곡에 대해 매카트니는 "당시 영국에서 정년은 보통 65세였다. 64세는 은퇴를 준비할 나이다. 그때까지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지 연인에게 묻는 노래"라고 말했다. 78세인 폴 매카트니는 지금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며 노익장을 과시한다.영국은 65세였던 정년제도를 2011년 없앴다. 대신 근로자와 고용주의 합의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일본은 1998년 기업의 정년을 60세로 늘린 데 이어 2013년 65세로 연장했다. 정년의 개념이 없는 미국도 은퇴를 미루고 60세가 넘어서도 일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2010년 연금 적자의 심각성 때문에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췄다가 2012년 사회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60세로 되돌렸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세 시대'에 더는 노인 나이를 65세로 붙잡아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인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정년도 늦출 수 있어 노인 소득은 물론 연금재정에도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이 65세에 맞물려 있어 노인의 저항도 꽤 클 것이다. 또 직업별로 제각각인 가동연한(稼動年限)도 바꿔야 한다.법이 정한 기업 정년은 60세지만 우리 현실은 50대 초중반에 직장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선 62세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상황에서 노인 나이와 연금 수령 나이를 상향하면 노인 빈곤이 심화할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 30%가 일하고 있다. 노인 나이를 상향시키려면 우선 노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럴 경우 일자리를 찾는 젊은 구직자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아울러 포퓰리즘에 닳고 닳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노인 표를 의식해 발목을 잡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7 이영재

[참성단]공포의 스튜어드십 코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일지언정 '집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재벌가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야망, 이들의 비밀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집사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주요 캐릭터다. 사회성 짙은 영화를 주로 만드는 임승수 감독의 '하녀'에서 윤여정이 맡은 역할이 그런 경우다. 타락한 재벌가에서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하녀를 지켜보는 집사 윤여정은 영화의 큰 기둥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집사가 칼을 들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한다면 공포영화나 막장드라마가 되기 십상이다.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 가치 증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재산을 마치 '집사(Steward)'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친구나 삶의 동반자처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주주권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집사가 칼을 빼려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한 이후다.재계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 문 대통령이 삼성·현대차 등의 고충을 경청하며 "내가 수소차 홍보 모델"이라고 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날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해선 안 된다는 재계의 말을 대통령이 경청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반발하자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국민 노후자금 637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에게 당장 스튜어드십 코드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 무엇보다 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5%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손실을 낸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정작 중요한 수익률엔 무관심한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맡겨도 되는지 걱정되는 이유다. 그런 국민연금이 변심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로맨스 영화가 순식간에 공포영화나 막장드라마가 될 우려가 커졌다. 칼은 잘 쓰면 약이 된다. 하지만 잘못 쓰면 회생불능의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것을 정부나 국민연금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4 이영재

[참성단]인공강우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청와대 경내를 25분간 산책했다. 재계와의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였지만 여론의 반응은 뜨악했다. 그날 수도권엔 사흘째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동됐다. 전국이 미세먼지에 갇혔고 거리엔 인적이 사라졌다. 마스크도 없이 산책을 감행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을 지켜보는 여론은 걱정과 실소가 엇갈렸다.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자 대통령도 초조했나 보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인공강우 등 새로운 방안을 연구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질책성 하명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25일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고 발표했다.인공강우의 원리는 간단하다. 아주 작은 물방울인 구름 입자는 100만개 이상이 모여야 빗방울이나 눈이 된 뒤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진다. 구름 입자를 강제로 뭉치게 하는 것이 인공강우의 핵심이다.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입자를 매개로 구름 입자를 모으는 방식이 보편적이다.원리는 간단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중국은 요오드화은 로켓을 발사해 미리 비를 내리는 방식으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날씨를 관리했지만, 황사 피해를 막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본이 갈수기에 댐을 채우려 인공강우를 활용하는 정도다. 무엇보다 구름이 없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다. 또 은(銀)화합물인 요오드화은 자체가 고가인데다 대량살포에 따른 환경오염도 문제다. 특히 미세먼지 대책으로 인공강우가 의미있는지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다.임기내 미세먼지 30% 감축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미세먼지가 자욱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을 것이다. 인공강우 실험이라도 해 보라는 독촉에 담긴 조바심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 이벤트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실천할 근본대책을 만드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혹시 며칠 뒤 서해바다 어디에서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면 대통령의 선물이라 여기면 되겠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23 윤인수

[참성단]명태(明太)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꼬리 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 쯔쯔쯔/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인용이 길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명태에 버릴 부위가 하나도 없듯, 이 시 역시 하나라도 잘라내면 참 맛이 사라져서다. 1연부터 마지막까지 온전할 때, 그리고 노래로 불릴 때 양명문의 시 '명태'는 영롱한 빛을 발한다. 여기에 곡을 붙인 건 '떠나가는 배' 작곡가 변훈이었다.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열린 '한국 가곡의 밤'에 바리톤 오현명에 의해 초연됐다. 관객의 반응은 냉랭했다. 음악평론가 이성삼의 "이것도 노래냐"라는 노골적 비판에 충격받은 변훈은 작곡가의 길을 포기하고 외무부에 들어갔다. 이 곡이 한국 가곡 최고봉으로 우뚝 선 건 70년대 들어서면서였다. 그후 강산에는 이 곡을 모티브로 '명태'를 작곡해 7집 타이틀곡으로 삼고 이렇게 불러 제꼈다. '피가 되고/살이 되고/노래 되고/시가 되고/약이 되고/안주 되고/내가 되고/니가 되고/그댄 너무 아름다워요/그댄 너무 부드러워요/그댄 너무 맛있어요'.어린 시절 어머니는 동태찌개를 질리도록 밥상에 올렸다. 다음 날에도 꽁꽁 언 동태를 내리치던 어머니를 보면서 "또 동태찌개군"이라 푸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지천에 널린 명태는 '시인의 안주'가 될 만큼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런 명태가 우리 근해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2008년이었다. 기후 탓이 크지만 무분별한 남획이 문제였다. 요즘 명태가 관심을 끄는 건 소량이지만 근해에서 다시 잡혀서다. 정부는 모처럼 찾아온 명태를 보호하기 위해 포획을 금지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우리는 당분간 우리 근해에서 잡히는 명태가 그리워도 꾹 참아야 한다. 자연은 우리가 훼손한 그만큼을 어떤 방식으로든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갚는다. 그때 최소한 노가리는 놔뒀어야 했는데 씨를 말렸으니 그 벌을 지금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 명태'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 보자.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2 이영재

[참성단]대한제국 고종황제 100주기

"그대는 나의 신민이 아니다. 허니 명할 수 없고, 명할 수 없으니 잡을 수도 없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고종이 대한제국 무관학교 교관을 거절하는 유진 초이를 보내며 한 대사다. 결국 유진 초이는 교관직을 수락했지만, 역사적 고종의 무기력은 드라마의 고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1864년 조선의 마지막 국왕으로 즉위해 1897년 대한제국 초대 황제에 이르기까지 고종의 43년 재위기간은 망국으로 치닫는 비극으로 점철돼 있다. 12세에 왕위에 올라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아내인 명성황후의 민씨 일족과의 권력투쟁을 벌여야 했다. 왕권을 회복했지만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갑오개혁, 을미사변, 아관파천, 러일전쟁, 을사늑약, 경술국치(망국)로 이어진 역사의 전개는 힘없는 나라의 군주에게는 너무 벅찼다. 아내인 명성황후를 일본 사무라이에 잃고, 일제의 강제로 아들 순조에게 황위를 물려주는 수모를 당했다.고종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대한제국 군대를 한번도 출병시키지 못한 채 일제와 매국노에 휘둘려 망국에 이르게 한 유약한 혼군이라는 냉정한 시선이 대세다. 그러나 헤이그 밀사 파견, 의병 비자금 지원, 블라디보스톡 망명설 등 일제로부터 제국을 지키려던 황제의 행적으로 인해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다만 그의 죽음이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만은 모두가 인정하는 정설이다. 1919년 1월 21일 그가 승하하자 독살설이 전국에 퍼졌다. 지금까지도 '설'이지만 강제로 퇴위당한 황제의 독살설에 격분한 조선민중은 만세독립운동으로 저항했고, 임시정부 수립 등 본격적인 항일투쟁 역사가 시작됐다.어제가 고종황제 승하 100주기였다. 고종과 명성황후가 합장된 남양주시 홍릉에서 대한제국 고종황제 100주기 제향이 봉행됐다. 역사가 흘러 황제의 나라인 '대한제국'은 국민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됐다.그러나 우리 운명에 관여하는 외세의 존재는 여전하다. 제국이나 민국이나 나라를 지키려면 외세의 영향을 압도하는 '국력'이 있어야 한다. 형편없는 군사력과 매국관료의 각자도생, 도탄에 빠진 민심이 대한제국을 침몰시켰다. 남북과 외세가 뒤얽혀 한반도에 격변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을 보존하는데 뭐 하나 소홀함이 없는지 살피고 살펴야 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21 윤인수

[참성단]3년 차 징크스

아이돌 그룹엔 '7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전속계약 권고기간이 7년으로, 이때 팀이 해체되거나 멤버 일부가 탈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여졌다. 실제 씨스타, 레인보우, 포미닛 등 인기 걸그룹도 '7년 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올해 7년째가 되는 EXID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런 이유다. 보이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B1A4는 진영과 산들이 팀을 떠나며 팀 재편이 이뤄졌고 인피니트, 블락비 등도 팀원의 일부와 작별했다. 그렇다고 7년째 팀이 모두 깨지는 건 아니다. 에이핑크는 올해 9년째를 맞는다.스포츠 쪽은 '2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프로 생활 첫해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 상당수가 이듬해 성적이 내림세를 보인다. 징크스가 실제 존재하는지 통계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2년 차에 들어서면 상대 팀의 집중 견제와 주변 기대치에 대한 부담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통령에겐 '6년 차 징크스'가 있다. 재선에 성공한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닉슨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6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던 루스벨트도 6년 차였던 1938년 뉴딜정책의 입법화에 대한 반발 여론과 대공황으로 큰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아이젠하워는 비서실장의 뇌물 스캔들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고전했다. 닉슨은 6년 차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고, 레이건은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다. 클린턴도 6년 차에 '르윈스키 스캔들'로 곤혹을 치렀으며 오바마 역시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며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우리 정치엔 '3년 차 징크스'가 있다. 김영삼 정부는 대구 지하철 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고,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선 실세' 파동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문재인 정부가 올해 집권 3년 차를 맞는다. 늘 그렇듯, 3년 차가 되면 당정이 마찰을 빚기 시작한다. 공교롭게 연초부터 서영교와 손혜원 의원 문제로 민심이 흉흉하다. 경제악화로 지지율 역시 하락세다. '기록과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란 말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3년 차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20 이영재

[참성단]공인의 품격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의회에도 '막말'로 공인(公人)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골치 아픈 의원이 한두 명쯤은 있는 모양이다. 요즘 백인우월주의 발언으로 뉴스의 중심에 있는 9선의 스티브 킹 하원의원이 그런 경우다. 공화당 소속 킹 의원이 지난 10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백인 민족주의, 백인 우월주의, 서구 문명이 어떻게 모욕적인 말이 됐는가"라며 백인우월주의를 편드는 발언으로 미국이 온통 시끄럽다. 그는 지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인 우월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고, 유대인 몰살을 주장하는 책을 홍보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법 이민을 "서서히 진행되는 홀로코스트"로, 백인이 아닌 인종의 이민자 유입을 "백인 학살"이라고 비난한 것이다.미국 내 여론은 킹의 언행이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난으로 도배됐다. 민주당은 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론이 갈수록 험악해지자 공화당도 14일 스티브 킹 의원을 상임위원회 활동에서 배제했다. 그를 후원했던 인텔과 네슬레 자회사 퓨리나 펫케어, 유가공기업 랜드 오 레이크스는 킹의 발언으로 파장이 커지자 후원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요즘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과 서영교 의원의 '판결 청탁' 논란 등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손 의원은 목포시 '문화재 거리'가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일대 건물 10채를 사들여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서영교 의원의 경우, 4년 전 국회로 파견 나온 판사를 불러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미수사건'재판에 청탁을 넣어 벌금 500만원으로 낮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더 조사해야 알겠지만, "공인이 꼭 그랬어야 했나"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숱한 발언으로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란 소리를 들어왔던 의원들이다.조선의 선비들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좌우명으로 삼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매지 않았다. 로마가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번영을 가져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공인으로서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 도덕성에 충실했다.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권력층의 도덕적 해이,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공인으로서 낮은 품격을 국민은 이제 더는 눈감아 주지 말아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17 이영재

[참성단]송영길의 충언

당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가 안시성주 양만춘에게 대패해 군사를 물리면서 "위징이 살아있었다면 원정을 말렸을 것"이라며 뒤늦게 후회했다. 태종의 명재상 위징은 살아생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위징의 직언이 얼마나 심했던지 태종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한다. 그 위징이 죽자 태종은 자신의 허물을 막아주었던 구리 거울, 역사 거울, 사람 거울 중 '사람 거울'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정사의 득실을 가려주었던 위징의 간언을 귀중하게 여긴 당 태종 역시 비범한 군주였다.백제 의자왕은 나당연합군의 침략을 경고한 성충의 충언이 지겨워 귀를 닫은 건 물론 그를 옥에 가두어 굶겨 죽였다. 성충은 죽어가면서도 한 말씀 아뢰겠다며 백제 방어전략을 상소했다. 그의 충언을 물리친 의자왕은 나라를 잃고 전쟁포로로 당에 끌려갔다.직언을 무시해 신세를 망친 최근의 지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자신을 자문하던 새누리당 원로그룹 7인회의 좌장인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으로 부터 '최태민의 그림자를 지우고 정윤회를 멀리하라'는 충언을 듣는다. "이런 말씀 하시려고 저를 지지하셨나요?" 박근혜의 반응을 싸늘했다. 토사구팽 당한 김용환의 예언은 적중했다.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는 비선실세 파문을 일으켰고, 최태민의 딸 최순실은 비선실세로 드러났다. 최태민의 그림자가 박근혜를 몰락시켰다.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충심의 제안'이 화제다. 충언의 핵심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재개 결단이다. 논리는 명쾌하다. 산허리를 깎아 조성하는 태양광 발전은 대체에너지로 한계가 있으니, 석탄화력 발전의 공해를 줄이려면 원자력발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마침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 공포로 인해 송 의원의 '충언'이 더욱 빛났다.그런데 당내는 물론 대통령의 반응이 차갑다. 3선인 우원식 의원은 4선인 송 의원에게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었다"고 비난했다. 충언에 담긴 메시지는 외면한 채 '시대 난독'이라니, 이런 모욕이 없다.송 의원의 충언은 민주당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지표다. 이를 무시하고 모욕한다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위험해진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16 윤인수

[참성단]한국당의 공개오디션

2009년 한 케이블 방송의 '슈퍼스타 K'는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키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2010년 시즌2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오디션 직접 참가자만 130만명이 넘었다. 케이블TV 사상 처음으로 10%대 시청률도 기록했다. 특히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마지막 방송은 시청률이 무려 18%를 넘었다. 케이블 TV가 그것도 드라마가 아닌 음악방송에서 믿기지 않은 기록이 세워진 것이다. 특히 최종 우승자 허각의 인생스토리는 장안의 화제였다. 중학교 졸업생에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그는 "상금으로 아버지, 형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수상 소감으로 전 국민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오디션 프로그램이 감동적인 것은 출연진 개개인의 나름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다. 허각이라는 스타가 탄생하기 2년 전,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폴 포츠'의 성공기가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보잘 것 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던 휴대전화 판매원 폴 포츠는 이 프로에서 푸치니의 가곡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는 오디션 프로 덕분에 꿈에 그리던 테너 가수가 됐다. 여러 가지 이유로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그의 성공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자유한국당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슈퍼스타K를 당협위원장 선출에 접목했다. 15곳의 당협위원장을 사흘에 걸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출한 것이다. 이 과정은 유튜브로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중국 대사를 지낸 3선의 권영세 전 의원이 탈락하는 등 정치 중진들이 고배를 마셨다. 강남, 송파 등 주요 지역엔 30대 초반 후보가 선출되는 등 정치 신인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이를 두고 단발성 이벤트로 유권자를 현혹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그동안 공천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밀실인사' '계파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공개오디션을 통해 그런 악습과 구태를 걷어낸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한국당이 갖고 있던 고질적인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졌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다. 비록 세련미는 없었지만, 잠재력이 풍부한 정치지망생들에게서 건강함도 느껴졌다. 공개오디션이 정착돼 신선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15 이영재

[참성단]스텔스 전투기

미 공군은 2006년 알래스카에서 스텔스 전투기의 위력을 검증했다. 블루포스가 가상적군 레드포스와 모의 공중전을 벌인 것인데, 블루포스에는 막 실전에 배치된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12대가 참가했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랩터들이 수차례 모의 공중전에서 격추시킨 가상적기가 108대나 됐고, 블루포스와 레드포스의 격추대결은 241 대 2였다. 랩터의 피해는 전무했다.F-22 랩터는 한미 연합훈련에도 자주 등장했다. 몇 대만 출현해도 북한은 노발대발했다. 스텔스 전투기가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 시킨 뒤 전략폭격기들이 폭탄세례를 퍼붓는 한미 연합군의 전략은 북한에게 실제적인 위협이다. 70~80년대 김일성 주석은 북한 상공을 안방 처럼 드나드는 미 초음속 정찰기 블랙버드(SR-71)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북한이 대공 미사일 개발에 총력전을 펼친 이유다. 랩터를 비롯한 한미 연합군의 스텔스 전력으로, 김 주석의 노이로제는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졌다.사실 스텔스 시스템은 완벽한 투명망토가 아니다. 레이더 탐지 면적을 최대한 줄여 방공망을 무력화한다. 랩터는 레이더상에 골프공 정도의 흔적은 남긴다고 하니 비행체로 감지하기가 불가능하다. 2017년 북한이 미국의 괌 기지를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일명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비무장지대 최북단 까지 발진시키는 무력시위로 대응했다. B-1B랜서는 초보적인 스텔스 무장만으로도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다고 한다.대한민국도 스텔스 전투기 보유국이 된다. 미국에게 구매한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3월말에 도착해 늦어도 5월까지 실전에 배치된다. 올해 까지 10대, 2021년 까지 40대가 들어온다. 7조4천억원의 국민혈세가 들어간 차세대 공군 핵심전력이다. F-35A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 등 북한의 전략자산을 타격하는 우리 군 전략인 '킬체인'의 핵심전력이다.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한 북한이 미국과 대등한 외교적 위상으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관심사는 핵무기 보다는 ICBM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스텔스 전투기 실전배치는 모처럼 반가운 안보 뉴스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14 윤인수

[참성단]수원의 떼까마귀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있는데 여러분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가우시죠?" 지난해 11월 G20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동포 20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흉조'라 해도 고향에서 날아온 것이라면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는 뜻으로 고향에 대해 한없는 그리움을 문 대통령은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까마귀는 독특한 울음소리 때문에 죽음의 전조(前兆)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길조(吉鳥)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흉조(凶鳥)다. 전쟁터에서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을 가리켜 '까마귀 밥이 됐다'고 한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어 자연을 청소하는 '송장새'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까마귀는 다른 새에 비해 대뇌가 발달해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보다 영리하고 효심도 뛰어나다. '반포보은(反哺報恩)'이라는 말처럼 새끼 까마귀는 자란 뒤에 자신을 키워준 어미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그래서 '반포조(反哺鳥)' '효조(孝鳥)'라고도 한다.울산 태화강 일대에는 10월부터 3월까지 아침저녁으로 수만 마리의 까마귀가 하늘을 날며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그 장관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몰려 온다고 한다. 울산시는 이 까마귀를 '겨울 진객(珍客)'으로 여기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지역경제까지 좋아지니, 진정한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래전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태화강 노을을 배경으로 까마귀 떼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부럽기까지 했다.하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3년 전부터 수원 인계동 권선동 곡선동 일대에 무리를 지어 까마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기했다. 하지만 어스름한 저녁 전깃줄에 무리 지어 있는 까마귀를 보노라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길을 걷다가도 머리나 어깨에 무언가 '툭' 떨어지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가 떠오르기도 한다. 노상에 주차했다가 아침이면 까마귀 배설물을 닦느라 동네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떼까마귀로 인해 수원시민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도 왜 이맘때 수원지역에 떼 까마귀가 나타나는지 원인은 여전히 불명이다.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이 정도면 반갑기는커녕 민폐에 가깝다. 요즘 울산 태화강 까마귀를 부러워했던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13 이영재

[참성단]Mr.Toilet 심재덕

지난달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화장실 개선 사업 박람회'에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 연사로 나섰다. 그의 손엔 인분이 든 유리병이 들려있었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세균이 득실거리는 인분에 그대로 노출된 후진국 위생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급 자족형 화장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게이츠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 세계를 여행하던 중, 더러운 화장실과 오염된 물 등 불결한 위생에 노출된 후진국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물, 위생, 보건 프로그램'을 위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을 만들었다.하지만 게이츠보다 훨씬 앞서 '화장실 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는 확신으로 일생을 깨끗한 화장실 보급에 열정과 노력을 바친 이가 있었다. "내 꿈은 모든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미소 짓는 것"이라고 말했던 '미스터 토일렛'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다. 그의 주도로 2007년 설립된 '세계화장실협회'(WTA)는 저개발국에 화장실을 보급하고 위생 시설을 개선하는 일을 핵심사업으로 삼아 그동안 가나, 케냐, 라오스, 몽골,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 15개국에 현대식 화장실 30개를 만들어줬다.심 전 시장이 화장실 문화 개선에 뛰어든 것은 1996년 '2002 한·일 월드컵 수원경기' 유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누군가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는데 국제 경기를 유치할 수 있느냐?"는 조롱 섞인 말을 던지자, 그날부터 화장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수원 전역의 공중화장실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집안 욕실 바닥만큼이나 깨끗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그때부터다. 당시 그가 얼마나 화장실에 푹 빠져 있었던지 AP통신 버트 허먼기자는 그에게 Mr. Toilet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불행히도 그는 2009년 1월 1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단언컨대 그가 살아 있었다면 WTA는 지금쯤 유엔 산하 하나의 기구가 되었을 것이다. 오는 14일은 심재덕 전 시장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는 두 번의 민선 시장을 거치면서 수원을 크게 변화시켰다. 화성행궁 복원을 비롯해 수원천 생태하천 개발, 수원화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화장장 연화장, 하수종말 처리장, 쓰레기소각장 건립도 그의 업적이다. 수원의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평생 일만 하는 우직한 소처럼 유난히 커다란 눈을 가졌던 미스터 토일렛이 생각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10 이영재

[참성단]김정은의 베이징 생일만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8년 초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찾아 "북·중 관계가 한 집안 관계나 다름없어 이번 방문은 친척 집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덕담을 했다. 류야오밍 중국 대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방문이었는데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자세히 알렸다.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어긋났던 양국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이벤트로 여긴 것이다.북·중 관계가 악화된 결정적 이유는 북한 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한창이던 중 강행한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북한의 대부를 자처하다가 체면을 구긴 중국과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은 서로 외면했다. 앞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2002년 2차 북핵위기 때도 북한과 중국은 대립했다. 중국은 6자회담으로 풀자고 달랬지만 북한은 미국과 담판짓겠다고 맞섰다. 화가 난 중국은 2003년 3일간 원유공급 중단으로 겁박했고, 북한은 꼬리를 내리고 6자회담에 복귀했다.중국에도 북한의 핵무장은 골칫거리였다. 역내 안정을 통해 경제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국가 목표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여겼다.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중국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2017년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에도 중국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거론됐고, 국제사회도 이를 예상했다.하지만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김 위원장을 향한 중국의 태도는 일변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 전후, 6·12 미북정상회담 직후 세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급기야 2019년 새해 벽두, 그것도 김 위원장이 생일에 맞추어 8일 중국을 찾았다. 중국의 환대는 극진했다. 시진핑 주석은 인민대회당 대연회장에 생일만찬을 펼쳤다. 중국 최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10개월 사이에 이루어진 김 위원장의 네차례 방중으로 북·중 관계는 꿀이 흐르는 밀월을 구가하고 있다.시진핑은 김정은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상대로 외교성과를 내려 안달이며, 대한민국 정부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고대한다. 김정은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사실상 핵무장 국가 지도자의 위엄인가? 서늘하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09 윤인수

[참성단]청와대 비서실

1442년 세종은 지금의 청와대 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에 도승지·좌승지·우승지·좌부승지·우부승지·동부승지 등 6승지를 두어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게 했다. 모든 왕명은 승지에 의해 해당 관서에 보내졌고 공문이나 건의사항도 이들을 거쳐 왕에게 전달됐다. 6명의 승지를 둔 것은 경국대전이 규정한 6전 체제에 상응하는 비서조직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각자 맡은 일도 달랐다. 승지들의 공식적인 직위는 정3품 당상관이었지만 이들의 힘은 더 컸다. 정승의 힘을 뛰어넘는 경우도 허다했다. 승지였던 한명회, 김자점, 홍국영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이게 가능했던 건 왕을 가까이서 보필하고 언로(言路)를 독점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정부'로 불리는 것은 비서실 권력이 막강해진 탓이다. 장관보다 청와대 비서관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34세의 1년 차 청와대 행정관이 주말에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군 인사를 논의한 게 가능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상훈은 '청와대 정부'(후마니타스 刊)에서 "대통령을 대신해 자신들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지휘하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강박관념은 '청와대가 권력이 되는 정부'를 낳는다"고 적었다. 지금 청와대가 꼭 그런 모습이다. 부시 정권 때 국방부 장관을 지내 '매파'로 알려진 도널드 럼즈펠드는 포드 대통령 때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그는 공직 생활 중 터득한 행동요령을 모아 '럼즈펠드 원칙'을 만들었다. 첫 문장은 "대통령에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할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자리를 수락하거나 머물지 말아야 한다"로 시작된다. 또 "무슨 일이 있어도 '백악관이 원하고 있다'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고도 적었다. 청와대가 어제 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 비서실장엔 '원조 친문' 노영민 주중 대사가 임명됐다. 집권 3년 차 분위기 쇄신 인사라고는 하지만, 시중엔 '땜질식 회전문 인사' '여론 무마용'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인사 실패 책임과 직권남용 논란에도 조국 민정 수석이 유임됐기 때문일 것이다. 신임 노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친분이 아무리 두텁다 해도 지시에 무조건 동의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면 주저 없이 "아니오"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08 이영재

[참성단]불황의 전조

일본 아사히신문 2012년 3월 13일 '점(占) 중독 주의보'라는 제목으로 "점이라는 마법에 빠진 일본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기불황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2012년은 '잃어버린 10년'으로 유명한 일본 장기불황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지금 일본 경제는 100% 고용으로 불황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웠다.한창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질지 아무도 몰랐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 또한 아무도 몰랐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경제순환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각종 경제지표는 해석 차이 때문에 혼란만 부추긴다. 그렇다고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매일 체감하는 생활지표를 통해 시장을 읽는다. 불행하게도 체감 지표가 모두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불황을 예고하는 대표적인 전조현상이 보험해지 증가다. 중도에 해지하면 무조건 손해인 보험을 깬다는 건 서민경제가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보험해지율이 8% 이상, 해지환급금이 18% 이상 늘었다니, 서민 가계는 이미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렴한 소주의 판매량 증가도 불황의 전조다. 지난해 연말 편의점 소주 판매량이 급증했단다.이 뿐 아니다. 연초 부터 한 대형마트가 초저가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마트가 '국민가격' 프로젝트라며 990원 짜리 전복을 선 보였는데, 경쟁사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일 듯 싶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도 할인경쟁에 뛰어들었다. 백화점들도 불황형 매장인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잇따라 개장하고 있다. 백화점이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헐값에 사들여 직접 판매하는 매장인데 명품을 90%까지 할인해주니 사람들이 몰린다. 연말 달력 품귀 현상도 예사롭지 않은 전조다. 인쇄 업체들은 사라진 달력특수에 울었단다.불황의 전조를 나열하자니 영 내키지 않는다. 경제위기는 공포를 먹고 자란다는 격언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 이미 불황을 체감하는 중이다. 청와대와 여당만 의연하다. 경제위기와 불황경제를 걱정하는 여론을 정권을 겨냥한 적대적 프레임으로 본다. 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를 보기 바란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07 윤인수

[참성단]풍수(風水)

경기도가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는 '굿모닝 하우스'는 옛 경기도지사 공관이었다. 지금은 주변에 차도 다니고 사람의 왕래가 잦지만 공관이 지어진 60년대 만해도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팔달산 북쪽 끄트머리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동네 꼬마들도 가기를 꺼렸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 경사면을 따라 신이 나게 눈썰매를 타다가도 해가 지려고 하면 얼른 장비를 챙겨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왠지 기괴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조때 이곳은 전염병 환자와 시신을 안치하던 터였다. 수원 토박이 어른들은 이곳을 '환자를 수용하는 곳'이라고 해서 '병막(病幕)'이라 불렀다. 이곳을 공관으로 사용한 도지사들은 터의 영향을 받는다는 소문이 들렸다. 이인제를 비롯해 손학규 김문수 등 전 경기도지사는 정치적으로 큰 꿈을 펼치지 못했다. '공관의 저주'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풍수가 조광은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공관 자리가 "산자락을 깎아 인위적으로 터를 다졌기 때문에 여기서 사는 사람이 생기(生氣)를 받기 어렵다"며 "향을 억지로 맞췄지만, 이는 산자락을 왼쪽으로 끼고 있는 형상이어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원칙에도 위배 되고 바람 잘 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청와대 터 풍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4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대통령의 공약 보류를 발표하면서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풍수상 불길한 점의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술 더 떠 "수많은 근거가 있다"고만 답했다. '청와대 터(경복궁 터)가 문제'라는 얘기는 조선 때부터 나왔다. 세종 15년 (1433년) 풍수가 최양선이 처음 '경복궁 터 음지론'을 제기했다. 세종의 지시로 영의정 황희와 신하들, 풍수가가 남산과 북악산에 올라 확인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왕이 직접 북악산에 올라가 '길지'라고 판명했을 정도다.그 후로도 풍수 논쟁은 지속됐다. 서울대 최창조 교수는 "청와대 터는 사람이 살기 힘든 신들의 거처"라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자리"라고까지 했다. 그렇다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청와대 이전'은 일개 대통령 자문위원이란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다. 지금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 1호로 내걸었다가 파기한 대통령의 사과가 먼저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06 이영재

[참성단]유튜브 통한 내부 고발

시작은 미미했다.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 출신 브라이언 포겔은 어느 날 문득, '도핑을 해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약물복용으로 2012년 미국반도핑기구로부터 영구제명된 랜스 암스트롱이 모티브를 제공했다. 암스트롱은 고환암을 극복하고 일궈낸 인간 승리 드라마로 전 세계에 감동을 전한 사이클계의 영웅. 1999년부터 7회 연속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500번에 가까운 도핑 테스트에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처음엔 그저 암스트롱의 약물복용만 다루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도핑 프로그램 책임자 그레고리 로드첸코프를 만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의 입에서 러시아 체육계의 불법적인 도핑테스트 실태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다룬 게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선 진실을 알리는 게 혁명이다'라는 조지 오웰의 글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카루스'다. 내부고발자 그레고리는 살해 위협에 시달리다 미국으로 망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러시아 참가가 금지되고 러시아 국적 선수들이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하는데 '이카루스'의 영향이 컸다. 이 영화는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포겔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을 지금 위험에 처해있는 휘슬 블로어(내부고발자)에게 드린다. 지금은 진실을 말하는 게 중요할 때"라며 조직 내 비리를 용기 있게 폭로하는 내부 고발자들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는 수단으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종종 이용된다. 전달하려는 주장이 분명하고 설득력도 높아서다. 로라 포이트라스 감독의 '시티즌 포'도 그중 하나다. 에드워드 스노든. 그는 NSA(국가 안보국)의 정보분석 요원이었다. NSA가 무차별적인 도·감청을 저지르자 내부고발자가 됐다. 감독은 기밀문서 폭로로 미국정부의 1급 수배자가 된 스노든을 만나 그와 대화한 모든 과정을 필름에 담아 2014년 아카데미상을 받았다.유튜브를 통해 '1인 셀프 폭로'를 한 내부고발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공익 제보자라도 어두운 곳에 숨어다닐 필요없이 얼마든지 즐겁고 유쾌하게 폭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소셜 네트워크의 파괴력은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더 강하다. 내부폭로에 영화처럼 긴 과정도 생략된다. 제작도 신속하고 반응도 즉각적이다. 바야흐로 세상이 바뀐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03 이영재

[참성단]김용민 옹의 100년

한 세기를 살아낸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귀중한 역사다. 역사가가 기술하는 역사는 정치에 의해 비틀어진다. 6·25 전쟁 기원을 놓고도 역사가들의 정의는 흔들린다. 이념과 신념에 따라 김일성의 남침과 남침 유도설로 정치적 시선은 엇갈린다. 북한 입장에서 6·25는 승리한 조국해방전쟁이다. 하지만 사변을 몸으로 기억하는 당대의 민초에게 6·25는 삶을 원하지 않는 격변에 던져버린 비극일 뿐이다.경인일보 2일자에 소개된 김용민 옹의 100년 인생도 역사적 사변에 휘둘린 비극적 개인을 보여준다. 김 옹은 자신의 인생에 개입한 역사적 장면들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1922년 평양 포목상의 자손으로 태어난 김 옹의 첫번째 직장은 국민학교 교사였다. 일본인 교장의 조선인 교사 차별에 시달린 그에게 일제식민시대는 '지독히도 길었다'. '일제 36년'은 다섯에 불과한 글자와 숫자지만, 당대의 식민지 청년교사에겐 하루가 영겁 같았을 것이다. 참혹한 식민지 역사는 교과서가 아니라 김 옹의 기억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홍범도 장군이 전사했다는 오보에 평양시민이 숨죽여 슬퍼한 배경엔 당대의 절망이 있었다.김 옹이 기억하는 김일성과의 첫 대면은 그리스 비극을 닮았다. 항일 운동의 풍찬노숙으로 백발이 성성한 '김일성 장군'을 기대했던 평양집회에 등장한 건 새파란 '김일성'이었다. 평양 시민들의 당혹감은 비극의 전조였다. 환영받은 김일성은 김 옹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을 남쪽에 내팽개쳤다. 명문 평양고보 졸업생 김 옹은 피란지에서 1919년 생으로 거듭났고, 피란민 출신 아내와 함께 남쪽에서 양장점 주인으로 생계를 꾸렸다. 4·19, 5·16, 유신개헌, 광주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가 차례로 흘러갔다."무슨 일이든 좋게 해결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었어. 다투지들 말고 오래들 살았으면 해." 김 옹이 남긴 한마디 말의 여운이 길고 깊다. 크고 작은 역사의 사변들이 할퀴고 지나간 인생이다. '좋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었다'는 조언은 묵직하고, '다투지 말라'는 당부는 곡진하다.세상 모든 권력자들이 내놓은 신년사를 다 합해도 김 옹이 남긴 한마디 말의 무게에 못 미친다. 수원에서 오래 행복하게 사시라. /윤인수 논설위원

2019-01-02 윤인수

[참성단]경기도 첫 여성 부지사

'유리 천장'은 1979년 미국 컴퓨터 정보기술업체 휼렛패커드에 근무하던 캐서린 로렌스가 처음 언급했다. 그녀는 언론자유를 위한 여성기구 연례회의에서 "미국 기업 내 여성의 승진정책에는 제한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유리 천장'이라는 제약에 놓여있다"고 말하면서 이 용어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1986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유리 천장은 여성들이 깰 수 없는 장벽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소개되면서 '유리 천장'은 대중화됐다.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해 '여성의 날' 발표하는 '유리 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25.6으로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주간지가 지수를 만든 2013년 이래 6년 연속 꼴찌다. 이 지수는 고등교육과 임금격차, 기업체 임원이나 고위공직자의 여성 비율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은 '노동시장 참여율 격차'가 22%로 터키를 빼고는 가장 컸고, 기업이사회 여성 비율이 2.1%로 OECD 평균 21.8%에 크게 못 미친다.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여성의 사회진출과 그 이후의 승진을 가로막는 한국사회의 유리 천장은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첫째가는 여성을 일컫는 '알파걸(alpha girl)'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르고, 교직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 시험 성적 등도 남성을 압도하지만, 취업과 승진에서 여성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2019년 새해, 경기도에 '첫' 여성 부지사가 탄생했다. 경기도는 어제 단행한 인사에서 이화순(57)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행정2부지사로 내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성평등 약속에 따른 발탁인사라지만 1천300만의 지자체에 이제야 처음으로 여성 부지사가 배출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음에도 지자체의 '유리 천장'은 그만큼 단단했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이 부지사에 거는 경기도민들의 기대도 매우 크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정기 인사 당시 5급 승진 예정자의 여성 비율이 역대 최고인 35.4%를 기록한 바 있다. 능력 있는 여성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것은 개인적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경기도 공직사회에 '유리 천장'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9-01-01 이영재

[참성단]기해년(己亥年)의 희망

육십간지는 음력을 기준 삼아야 당연하나 양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해마다 간지를 가불해 쓰는 관행은 이제 자리를 잡았다. 오늘 천간인 기(己))와 지간인 해(亥·돼지)가 만나는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올해의 띠 동물 돼지는 방목은 가능해도 유목은 힘든 동물이다. 유목민족에게는 거추장스럽지만 농경민족에게는 수고 없이 키울 수 있는 가축이다.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서 복과 재물의 상징으로 받드는 돼지의 덕목은 다산(多産)이다. 남아메리카에 돼지 몇십 마리를 풀어놓고 귀국했다 몇년 뒤 다시 찾은 스페인 탐험가들은 수만 마리로 불어난 돼지떼에 경악했다고 한다.우리 조상은 자연스럽게 돼지의 다산 능력을 축재(蓄財)와 발복(發福)의 염원으로 동기화했다. 돼지 꿈은 횡재의 전조다. 영국과 미국 기원설이 아니더라도 저금통은 당연히 돼지저금통이었을 것이다. 돼지의 점지에 따라 고구려가 국내성으로 천도하고 고려가 개성에 도읍을 정했다는 설화도 수도 번영의 염원이 담긴 기복(祈福)의 발로일 것이다. 돼지와 관련된 지명이 전국적으로 2천여개에 이르는 것도 한국인의 돼지 사랑을 보여준다.돼지의 효용도 대단하다. 돼지 장기는 인간 장기와 흡사해 인체해부가 금지됐던 고대에는 인체의 신비를 풀어줄 중요한 해부학 재료였다. 지금은 사람의 심장 판막 수술에 돼지 판막을 이식한다. 돼지 장기를 이식용으로 확대하기 위해 무균돼지나, 인간의 면역시스템에 반응하지 않도록 조절된 유전자 돼지 연구가 한창이다.물론 가장 큰 용도는 식용이다. 머리부터 꼬리, 다리, 내장까지 우리 만큼 돼지를 알뜰하게 먹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2017년 국민 1인당 육류 섭취량 중 돼지고기가 24.5㎏으로 닭고기(13.6㎏), 쇠고기(11.5㎏)에 비해 압도적이다. 특히 삼겹살 소비는 유별나서 구제역이라도 발생하면 삼겹살이 금겹살이 되고, 정부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뗄 수 없는 유대를 맺어 온 돼지, 그것도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황금돼지의 능력을 빌려서라도 새해 대한민국이 무탈하기를 기원해 본다. 올해 경제적 시련이 만만치 않을 듯 해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12-31 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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