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심야영업 제한

해방 뒤 시작된 야간통행금지는 1982년 초까지 이어졌다. 통금 시간대는 세상이 조용했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집 밖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후 11시부터 12시 사이, 서울은 귀가 전쟁이 극심했다.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 이브, 12월 31일은 예외였다. 이런 날, 명동·종로통은 자유를 찾아 나선 청춘들로 들끓었다.밤 12시 사이렌이 울린 뒤 거리에 남은 시민은 경찰서에 구금됐다, 오전 4시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학원도 교습 시간을 줄여 야간 통금에 맞추었다. 당시 김포공항에 착륙하지 못한 국제선 비행기는 일본이나 홍콩, 타이완 등지로 회항해야 했다.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통금을 해제한 건 전두환 군사정부 초기 시절이다. 안보와 사회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한 조치를 군사정부가 끊어냈다. 대민(對民) 유화책이다. 국민 생활은 확 달라졌다. 술집과 식당의 심야 영업이 일반화됐다. 젊은이들은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의 밤을 보냈다.1990년, 노태우 정부는 유흥업소의 영업을 자정까지 제한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다. 시간 제한이 없는 길거리 포장마차가 애주가들의 발길을 잡았다. 노래방에서 문을 잠그고 망을 보면서 영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탈·불법의 온상이 된 심야영업 제한은 95년 자율화됐고, 99년 폐기됐다.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음식점 영업이 밤 9시까지 제한됐다.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배달주점, 호프집, 치킨집, 분식점, 패스트푸드점, 빵집 등이 같은 지침을 적용받는다. 헬스장, 골프연습장, 당구장, 볼링장, 수영장, 무도장, 탁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죄다 문을 닫았다.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진다. 빵집은 되고 카페는 안되는 이유가 뭐냐는 불만도 있다. 힘들다 보니 짜증이 나고, 불만이 폭발하면서 엉뚱한 사고가 잇따른다. 마스크 때문에 지하철에서 난투극이 벌어지는 '웃픈' 나라가 됐다.'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세상이다. 범죄와의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9시 영업제한'은 낯설고 어색하다. 90년대, 영업시간이 지난 술집에서 '단속 나오라 해'라고 호기를 부렸다. 헛웃음 짓게 만드는 젊은 날의 추억이다. 인간사(人間事) 잠깐일 뿐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31 홍정표

[참성단]시무7조 신드롬

지난 달 한 국내 신문이 다이쉬(戴旭)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교수의 강연, '중국이 미국에 대해 생각 못한 네 가지와 10대 새로운 인식'을 소개했다. 미국의 경제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향한 트럼프의 경제보복이 상상을 초월하자, 중국의 대미(對美)인식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도 경청할 만하다는 취지였다.비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원한이 이렇게 깊고, (보복) 수법이 이처럼 악독할 줄 몰랐는데,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고,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여야가 하나가 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오판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을 새롭게 볼 10대 인식을 제안하는데 그 중 세 가지를 연결하니 '미국은 종이 호랑이가 아니라 사람 잡아먹는 진짜 호랑이라는 점을 깨닫고', '세계의 큰 형님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미국과 끝까지 붙어보겠다고 순진하게 생각해선 안된다'이다. 트럼프의 강공에 허둥지둥 하는 중국 지도부를 향한 '대미정책 시무 10조'쯤으로 볼 수 있다.지난주 '진인(塵人) 조은산'이 폐하(문재인 대통령)께 바친 '시무7조'가 시중의 화제였다. 정권을 향한 비판과 조언이 직설과 은유, 풍자와 해학으로 버무려져 술술 읽힌다. 정권은 뼈아팠겠지만, 대중들은 앞다퉈 돌려 읽으며 열광했다. 청와대는 27일 뒤늦게 청원 게시판에 공개했는데, 나흘만인 30일 오후 청원동참자가 40만 명에 육박한다.야당은 '폐하의 답변'을 궁금해 하지만, 여당의 입은 셧다운을 유지 중이다. 여당은 시무7조에 대해 언급하고 대응할수록, 진인 말씀의 영향력과 파장만 키울 것을 우려하는 모양이다. 무시하고 외면하면 먼지(塵)는 가라앉고 '조은산'이라는 사람(人)은 잊힐 것이다. 시무7조에 대한 폐하의 하교(下敎)는 당금 정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늠자일테지만, 하교가 내려올지 확신하기 힘들다.'시무(時務) 상소'는 왕이 반응해야 의미 있다. 그러려면 진지해야 하고 권력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 다이쉬의 강연이 의미 있었던 건, 중국 군부내 대표적인 매파이자 주목받는 공산당 권력자인 그의 지위 때문이다. 공산당 내부 자아비판이자 대안이라서 권위가 섰다. 만일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을 향해 웃음기 싹 뺀 시국건의문이 나온다면 어떨까. 적어도 '진인 조은산의 상소문'은 먼지처럼 흩어질 듯 싶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30 윤인수

[참성단]'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의 전쟁

"코로나로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찬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지난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다.그는 "여러분이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겠지만,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미국 언론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처음 나왔다"고 평가했다. 앞선 연설에서 남편과 두 아들, 딸 티파니는 코로나를 무시하거나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그녀가 입은 군복 스타일의 카키색 의상도 주목받는다. '패션모델 출신인데 너무 평범한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단아함과 절제, 결연한 의지를 담은 '패션 메시지'란 거다.앞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부인 질 바이든의 지지 연설도 호응을 받았다. 전당대회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국민을 위로하고 질곡의 가정사를 극복한 면모를 부각했다. 그는 지난 18일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 고등학교의 텅 빈 교실에서 연설했다. 1990년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곳이다. 그는 "새로운 공책의 종이나 왁스칠이 된 복도의 냄새는 여기 없다. 학생들은 네모난 컴퓨터 스크린에 갇혔고 교실은 어둡기만 하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문을 닫게 된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질 여사와 함께 화면에 등장해 활짝 웃었다. 미 언론은 대선 도전 삼수에 나선 바이든이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다고 했다.미 대선은 후보뿐 아니라 '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의 경쟁도 관심거리다.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은 현모양처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다. 힐러리 클린턴은 뛰어난 명석함과 뛰어난 언변으로 남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미셸 오바마는 털털한 언행으로 친근한 이웃 아줌마가 됐다.국내 정치에서 대선 후보 부인의 찬조연설은 여전히 낯설다. 선거 기간 남편을 따라다니거나 전통시장, 불우이웃 시설을 찾는 게 일상화됐다. 대선후보 수락 연설회장에서 '예비 영부인'이 대중연설에 나선 장면을 보지 못했다. 흐름 상, 차기 대선에서도 대선 후보 아내의 연설은 보기 힘들 거 같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27 홍정표

[참성단]정은경의 '국무회의 참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죽다 살아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맸다. 그는 백신 예방접종을 부정하는 등 현대의학에 냉소적이었단다. 팬데믹이 한창인데도 "손만 잘 씻으면 된다"며 면담자들과 악수하고 다녔다. 회복된 이후 태도가 싹 달라졌다. 의료진을 영웅으로 치켜세웠고, 총리 업무 복귀 연설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봉쇄조치 유지를 천명했다.코로나19와의 세계대전, 최일선에 방역전문가들이 있다. 정략적 이해에 민감한 정치인들도 방역전문가들의 전문적 권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스웨덴은 방역대책으로 전국민 집단면역을 시도했다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집단면역 시도 탓에 유럽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한 때문이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와 국민은 집단면역 정책을 지휘한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일부 실패를 인정했지만 "옳은 길을 택했다"고 반박했고, 방역대책은 여전히 느슨하다. 스웨덴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장기전으로 보고, 텡넬 청장의 '방역과 일상의 균형' 정책을 신뢰한다.방역전문가들의 뚝심은 미국에서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FDA(식품의약국)의 딥스테이트(숨은 권력)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실험을 지연시킨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전에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도 터졌다. 대선을 의식한 정략이다. 방역행정가들은 즉각 대응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안전성과 효능 검증 없는 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은 없다고 천명했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FDA 내에 딥스테이트로 여길 어떤 것도 본 적 없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대한민국에도 방역전문 행정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있다. 그의 성실하고 솔직한 일일브리핑은 코로나 국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지금의 대유행을 경고했다. 당시 정부가 그녀의 견해를 존중하고 대대적인 대책을 수립했으면 어땠을까 싶다.정 본부장을 국무회의 배석자로 참석시켰으면 한다. 2차 대유행의 원인 분석 및 대응,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에 대한 그녀의 견해가 정부의 입장과 정책에 반영된다면 정당 간의 비과학적이고 무의미한 공방 대부분이 사라질 것 같아서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26 윤인수

[참성단]마녀사냥엔 마녀가 없다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싸인 유럽인들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이라는 신학서적을 마녀사냥 지침서로 활용했다고 한다.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쯤으로 해석된다는데, 이 책에 실린 마녀 감별법이 기가 막히다.먼저 '물의 길'이다. 마녀 혐의자를 물에 빠트린다. 가라앉으면 무죄이고 떠오르면 유죄이다. 떠오르지 않아도 죽고, 떠올라도 유죄이니 화형당해 죽는다. '불의 길'도 있다. 불에 달군 쇠판 위를 걷게 해서 사망하면 무죄이고, 살아나면 유죄이다. 아무튼 죽는다. 물에도 불에도 죽지 않으니 마녀라는 논리인데, 그런 마녀들이 화형에 꼼짝없이 죽어나갔으니, 결국 유죄판결을 받는 마녀들도 죽음으로 무죄를 증명한 셈이다. 이정도면 희생자들이 마녀인지, 이 책을 쓴 가톨릭 수도사들과 마녀사냥꾼들이 마귀인지 헷갈린다.마녀사냥은 의심과 지목만으로 인간, 인간성을 말살하니 야만적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마녀사냥'에 대한 두번째 주석은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돼 있다. 문명사회는 마녀사냥을 혐오하고 금기한다. 인간의 양심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를 '공적(公敵)'으로 지목할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최근 여권 인사와 여당 의원들 사이에 '공적'을 지목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야당 도지사 2명과 야당의원 4명을 지목해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민족반역자를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패역의 무리"라고 했다. 또 미래통합당을 통째로 지목해 "친일 비호세력과 결별하지 않는 미래통합당은 토착왜구와 한 몸"이라고 단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코로나 2차 유행의 책임자로 보수당을 지목한다. "종교의 탈을 쓴 일부 극우세력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여권은 통합당에 대한 친일 프레임과 코로나 프레임 공세로 대정부 비판여론을 흩어버리고 추락하던 지지율도 복구한 모양새다. 하지만 마녀사냥에 마녀가 없듯이, 지금 세상에 친일파가 있을 리 없고 바이러스 테러범과 방조범은 주장일 뿐이다. 최근 여권의 정치에 대해 '마녀사냥식'이라는 비판이 잦아졌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25 윤인수

[참성단]'폴로늄' 암살과 러시아

스파이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메뉴는 요인(要人) 암살이다. 특수 요원이 표적물에 접근해 총으로 저격하거나 독극물을 투입하는 과정이 정밀하게 묘사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단골 메뉴다. 2006년 러시아 출신 전직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살해사건은 영화보다 흥미롭다. 영국으로 망명한 후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활동을 하던 리트비넨코는 그 해 11월 FSB 동료를 만난 후 사망했다. 그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찻잔에서 '폴로늄'이라는 인공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사건 개입을 부인한다.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2일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발작하다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와 동행한 측근은 '나발니가 여객기 탑승 전 공항에서 입에 댄 것은 차(茶)밖에 없었다'며 독살(毒殺) 기도 가능성을 주장했다. 정부 공작 세력이 나발니에게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나발니는 지난해 7월에도 모스크바의 한 구치소에서 성분 불명의 화학물질에 중독돼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해야 했다. 당시 그는 푸틴 대통령이 유력한 무소속 후보들의 입후보를 막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됐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강의 정적으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다. 러시아는 반체제 인사와 배신자에 대한 무자비한 응징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배신자를 망명지까지 추적해 살해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대체로 치명적인 독극물을 사용하나 여의치 않으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가 총격으로 숨졌다. 연인과 함께 모스크바 강 다리를 걷던 그는 차량을 탄 괴한들이 쏜 총에 4발을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반(反)푸틴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테러 배후에 러시아 정보부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독극물 표적이었다고 한다. 암살 사건에 대해 러시아는 이중 태도를 보인다. 심중은 의도적으로 드러내지만, 물증은 끝까지 부인하는 것이다.'스트롱 맨' 푸틴의 근육 자랑은 노골적이다. 외교는 무력으로, 내치(內治)는 정적에 대한 탄압으로 군기를 잡는다. 서방세계의 외톨이일 수밖에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24 홍정표

[참성단]독일의 실험, 한국의 손가락질

어제 국내 언론에 소개된 독일 한 의과대학의 실험이 눈길을 끌었다. 라이프치히 할레 의과대학 연구진이 실내 콘서트가 가능한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2천200명의 건강한 자원자들을 모아 방역조건을 달리한 세차례 실험 콘서트를 진행했다. 첫번째는 거리두기 없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같은 상태로, 두번째는 그룹별로 지정된 출입구를 정해줬고, 세번째는 절반으로 줄인 관람객을 사방 1.5m 간격으로 앉혔다. 마스크를 착용한 자원자 전원이 추적기를 달고 형광소독제를 발라 이동 경로와 접촉 물체를 기록으로 남겼다.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댄 이 실험의 목적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마비된 이벤트 산업을, 코로나 종식 전에 재개할 수 있는 최적의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방역행정이 아니라, 가능한 조건을 탐색하는 실험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독일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따라 대형 콘서트는 계속 금지될 수도, 개최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은 대중을 설득할 근거로 정치가 아니라 과학을 선택한다.전 국민이 수도권 팬데믹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대구 팬데믹보다 충격적인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미 두달 전 여름철 2차 대유행을 예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6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자가 누적되면서 큰 유행이 가을철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밝혔다. 이태원발 n차 감염자의 전국 확산과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방역지침 완화에 대한 우려였지만, 정치권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는 잊혀졌고 수도권 팬데믹의 책임자를 지목하는 손가락질만 난무한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의 책임은 명백하지만, 팬데믹 원인의 전부라 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통합당 책임론의 근거는 과학이 아니라 정략이다. 집회 허가 판사를 향한 비난에도 법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과정은 면도칼에 잘려 나갔다.2차 재난지원금을 풀어 국민을 소비현장에 내모는 것이 방역에 도움이 될지, 추석 연휴 대이동 제한은 필요한지, 정치권이 전문가들의 충고를 경청해야 할 시기다. 손가락질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갈등하는 사회야말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23 윤인수

[참성단]장관들의 자화자찬

자화자찬(自畵自讚)은 자신이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칭찬하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신이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말하고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한다는 자화자찬(自話自讚)으로 아는 경우가 있다. 중국의 유명 서화를 보면 쓰거나 그린 사람의 낙관이 아닌 소유자의 낙관을 볼 수 있다. 황제나 유명인사의 낙관이 많으면 가격을 후하게 쳐준다고 한다. 그림의 여백(餘白)에 칭송하는 글을 써넣는 데 이를 찬(讚)이라 한다. 따라서 자화자찬은 스스로 자기 얼굴을 그리고 자기 업적을 자랑삼아 얼굴 두껍게 썼다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겸손이나 겸양과는 정반대인 개념이다.코로나 19와 관련,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재정 투입으로 가장 선방하는 성과를 올린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국가채무 급증 현상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다. 그는 급증하는 국가채무와 관련해서는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중 110%에 비하면 약 3분의 1(43.5%)로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재정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했다. 원고지 22장 분량의 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여러 재정투입 사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반성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또다시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부동산) 정책은 종합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집값 논란이 많은데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원 질의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역시 자화자찬이라는 말이 나왔다.자신감으로 충만한 마음을 갖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 다만 다른 사람을 보잘것없이 여기거나 자아도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마저 합리화해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하는 독단(獨斷)으로 흐를 수 있다.정부 고위 인사 가운데 자찬론자가 여럿 보인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말과 행동으로 빈축을 사기 일쑤다. 자기 자랑은 꼴불견이다. 공인(公人)의 자아도취는 정책의 독선을 낳는다. 이로 인한 참담한 역사는 굳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20 홍정표

[참성단]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저격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종신독재관 취임은 누구의 독재도 허용하지 않았던 로마 공화정 역사에 전례 없는 정치사변이었다. 원로원내 공화정 세력이 반발했다. 그 중엔 카이사르의 총애를 받던 브루투스도 있었다. BC 44년 3월15일 원로원에 출석한 카이사르는 브루투스 일당의 칼날을 23번이나 받고 숨진다.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로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 브루투스의 변명이다.조 바이든의 대선 출정식인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판 브루투스가 속출하고 있다. 공화당원들이 잇따라 조 바이든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난 오래 공화당원이지만 당적은 나라에 대한 책임감 보다 후순위"라며 "트럼프가 4년 더 하면 나라가 결딴난다"고 트럼프를 저격했다. 미국판 브루투스의 변명이다. 18일엔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고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이 조 바이든 지지영상에 등장했다.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독설도 넘쳤다. 버니 샌더스는 코로나19 시국에서도 골프 친 트럼프를 네로 황제에 비유했고, 미셸 오바마는 "우리가 (백악관에서) 얻는 것은 혼돈과 분열, 완전한 공감 부족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초들도 동참했다. 코로나로 아버지를 잃은 크리스틴 우르퀴자는 "건강했던 아버지의 유일한 기저 질환은 트럼프를 믿었다는 것이고 목숨으로 대가를 치렀다"고 울분을 토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공화당원들의 저격은 뼈 아픈 대목일 것이다.트럼프도 24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다. 이미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백악관에서 할 뜻을 밝혀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연방정부 공무원의 연방정부 건물내 정치활동을 금지한 '해치 법' 위반이라고 한다. 트럼프에겐 법 위반이나 당내 반발보다 골수 트럼프 마니아들의 결집이 더 중요한 듯하다. 백악관을 사수하겠다는 대통령의 재선 도전선언은 지지자들에게 절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볼턴을 비롯해 측근들의 잇단 자서전 공세와 공화당내 중도세력의 비판이 거셀수록 트럼프는 골수 지지층에 집착한다. 당내 비판세력의 합리적 충고는 '차라리 당을 떠나라'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합창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미 대선이 '공화당 대 민주당'이 아닌 '트럼프 대 민주당'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19 윤인수

[참성단]'김원웅'과 '전광훈'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가 4절을 모두 제창했다. 마스크에 가렸지만 광복절에 임해 국가를 완창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의연했다. 하지만 곧 무참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 파묘법 통과도 촉구했다. 보수세력과 친일세력을 동격으로 표현하기도 했다.이후 친일 논란이 점화됐다. 제주, 경북 광복절 기념식은 야당 지사들이 광복회장 기념사를 비판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김 회장의 기념사가 일방적이라는 통합당의 비판도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김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옹호 논리는 단순하다. '김원웅 기념사'에 동의하면 반일이요, 비판하면 친일이다. 김 회장은 거침이 없다. "백선엽은 사형감"이라고 단언했다. 10년 전 정계를 은퇴한 '김원웅'이 대통령을 제치고 광복절 주인공이 되더니 정국을 주도하는 형국이다.전광훈 목사가 광장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건 미스터리에 가깝다. 전 목사는 2019년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으로 대중 앞에 등장했다. 결정적으로 그 해 여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규탄 집회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스타가 됐다. 조국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에 대응하는 광화문 집회를 성공시키면서, 광장 보수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주장 등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는 등 보수진영의 정치적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다 이번 광복절 정부규탄집회를 강행했다가 코로나19 방역 민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광복절 직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수도권 대확산 기세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위해 방역협조를 회피한 증거와 정황들이 드러나자, 그를 재구속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 통합당은 그의 방역 비협조를 비판하면서도, 광화문 집회의 정권 비판여론은 의미 있다고 한다. 전광훈은 부담스러운데 그가 모은 광장 인파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다.김원웅과 전광훈이 주도하고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통합당이 뒤를 따라가는 정국은 비정상적이다. 이러다간 대통령이 애국가 폐기와 백선엽 파묘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에 몰리고, 통합당은 전광훈의 광장정치에 끌려다닐 수 있다. 정당이 이 정도로 망가져도 되는 건지, 개탄스러운 시국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18 윤인수

[참성단]사라진 삼복 더위

여름철 폭염의 절정은 '삼복(三伏)'이다. 초복·중복·말복은 10일 간격인데, 올해처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인 해가 있다. 월복(越伏)이라 한다.중국 진나라에서 유래한 삼복 절기는 동양 철학 사상인 '오행설'에 바탕을 둔다. 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에 해당한다. 금 기운이 대지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기간이 '삼복'이라는 것이다. '엎드릴 복(伏)' 자를 쓰는 까닭이다.어린 시절, 어느 복날에 친척들과 함께 개천가로 천렵을 갔다. 형들이 끄는 손수레에는 냉동 삼겹살과 생닭 몇 마리, 수박, 참외 등 먹거리가 채워졌다. 다리 밑 응달에 솥을 걸어 닭죽을 끓이고, 돌판에 삼겹살을 구웠다. 물놀이를 하다 지치면 쉬고, 먹기도 하면서 냇가에서 놀았다.스무 명 넘는 일가족이 종일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모두가 힘든 시절, 친족이 정을 나누는 유쾌한 연례행사였다. 난간도 없는 콘크리트 다리는 부서지고 넓고 높은 새 교량이 만들어졌다. 즐거웠던 동심(童心)의 추억만 희미하게 아른거린다.복달임은 복날 더위를 피하려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다. 궁중에서는 신하들에게 빙과(氷菓)를 주고, 궁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나눠 주었다 한다. 민간에서는 더위를 막고 보신을 위해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을 먹는다. 금이 화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 하여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고, 씨앗뿌리기, 여행, 혼인, 병의 치료 등을 삼갔다고 한다.말복(15일)이 지났다. 올해는 월복인데도 중부지방에 이렇다 할 더위가 없었다. 54일 장마에 햇볕보기가 힘든 이상기후에 비 피해가 잇따랐다. 중부지방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반짝 특수를 기대한 피서지와 식당은 비명이다. 복날 삼계탕집에 줄 서는 광경이 사라졌다. 중복과 말복은 주말과 겹쳤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삼복 다 지나 폭염이 시작됐다. 그런데 낭패다. 이제 햇볕 좀 보나 하는 찰라에 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 공포가 퍼지고 있다. 정부의 외식 쿠폰도 없던 일이 됐다. 삼복 더위를 못 느끼고 지나서인가, 코로나 폭염이 더 힘겨울 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17 홍정표

[참성단]홍콩시민들의 '애국 투자'

1972년 10월 비상 계엄령과 국회 해산을 포함한 유신 헌법이 발효됐다. 지식인과 종교인, 언론인들이 저항했고, 정부는 긴급조치로 대응했다. 언론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와 탄압이 자행됐다. 1974년 12월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기로 했던 회사들이 무더기로 해약했다. 광고를 채우지 못한 부분을 백지로 내보내거나 전 지면을 기사로 채웠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다.계열사인 동아방송에도 영향을 줘 광고 없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공개녹화를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이 연속으로 폐지됐다. 방송시간마저 단축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백지광고 사태는 이후 7개월간 이어져,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시민들은 언론과 언론인이 탄압당하는 현실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자발적인 격려 광고가 쇄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언론을 지키자'라는 제목과 함께 지면 광고를 냈다. 물론 본인의 이름이 아닌 차명이었다. 정권은 언론의 굴종을 강요했지만 꿋꿋했고, 시민이 힘을 보탰다.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회장이 홍콩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빈과일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다.그의 체포는 홍콩 당국이 새로 시행된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한 인신구속 사례다.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언론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의 신호로 해석된다.그가 체포되자 시민들은 '애국 투자'로 맞섰다. 그가 체포된 후 홍콩증시에서 빈과일보의 모기업인 '넥스트 디지털' 주가가 연일 치솟았다. 지난 10일 직전 거래일 대비 183% 상승한 0.25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11일에도 급등세가 이어져 장중 50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시민들이 빈과일보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길에 줄을 서는 장면도 목격됐다. 신문 발행 부수를 8배 정도 늘렸으나 전량 매진됐다. 빈과일보의 일일 발행량은 7만 부 정도지만 11일에는 55만 부를 발행했다. 시민들은 빈과일보를 사서 SNS에 릴레이 인증하고 있다. 그가 창업한 의류 기업 '지오다노(Giordano)' 브랜드도 주목받는다.시민은 권력에 맞서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언론을 응원한다. 독재와 반민주 세력에 '할 말 하는 언론'은 가장 두려운 적이다. 애국 투자로 정부에 맞선 시민들이 라이 회장을 이틀 만에 풀려나게 했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13 홍정표

[참성단]최장기 장마와 '4대강 사업'

역대 최장기 장마로 난데 없이 '4대강 사업'이 정쟁으로 소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체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현대 출신 대통령답게 속도전을 펼쳐 착공 2년 만인 2011년 10월 준공했다. 22조2천억원이 들었다.이후 4대강은 정치권의 단골 정쟁거리가 됐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수해예방,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수변지역 개발 효과가 있는 역사적 치수사업으로 자찬한다. 반면 진보정당과 환경단체들은 역대급 환경파괴사업으로 규정했다. 녹조라떼 논란이 해마다 벌어졌고,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洑) 주변 농민들의 이해도 엇갈렸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홍수조절능력에 대해서는 여야, 시민단체, 학계가 예측과 추측만으로 논란을 이어왔다. 그러다 이번에 섬진강이 범람하고 낙동강 제방이 무너졌다.야당이 섬진강 범람을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탓으로 돌린 건 문제였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천 명이 길바닥에 나앉은 판에, 약 올리자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망발인가. 그런데 여당이 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 제방도 무너졌다고 받아치고,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홍수조절 효과 분석을 지시했다. 야당의 설화는 마법 처럼 여야 정쟁으로 변했다.이번 수해는 대통령 말대로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인 건 맞다. 문제는 누가 할 것이냐이다.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은 감사원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때마다 각기 다른 4대강 감사결과를 내놓아 공신력을 잃은 상태다. 특히 여당은 원전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에 불만을 품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에서 조리돌림까지 한 마당이니, 감사원에 일을 맡길 분위기가 아니다.그래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하지만 여야는 섬진강 범람과 낙동강 제방 붕괴의 원인을 단정하고 있다. 고분고분 결과를 수용할 리 없다. 아마 제3국 전문가 조사단에게 맡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장 복구가 시급한 섬진강과 낙동강 수해 국민들에겐 어이없는 상황이다.여야 정치권의 진심은 4대강의 진실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수해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12 윤인수

[참성단]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민주정의 발원지인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새해 초에 열리는 민회에서 공직자 추방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했다. 선출된 권력자들이 독재할 기미가 보이면 선거를 결정하고, 투표를 통해 추방 여부를 확정했다. 추방이 확정되면 국경 밖으로 10년간 추방된다. 추방 후보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적어냈다 해서 도편추방제다. 선출직 권력자들의 독재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였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권력자들은 정적들을 도편추방제로 제거했다. 살라미스 해전 승리로 페르시아로 부터 그리스 전체를 구한 테미스토클레스도 권력 다툼 끝에 도편 추방됐을 정도다.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유권자의 통제는 민주주의에서 큰 숙제다. 뽑아 놓고 보니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거나, 범법을 자행하거나, 인격 파탄자이거나, 무능한데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헌법이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보장한 이유다. 국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법관, 검사를 탄핵소추 할 수 있고,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최고위 선출직인 대통령과 고위 임명직들이 헌법상 의무에서 일탈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의기구인 국회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그런데 정작 선출직인 국회의원 300명은 유권자의 통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국회 제명과 선거법 등 범법으로 인한 유죄판결 이외에는, 유권자가 중간 심판이 불가능하다. 반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지방선출직들이 주민소환제의 대상이다. 실제 2007년 하남시의원 2명이 주민소환 투표로 직을 잃었고, 단체장들은 중대한 행정과실이 발생할 때 마다 주민소환 압박에 시달린다. 오직 국회의원들만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누리는 탓에 막장 국회가 됐다는 개탄도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총선공약이라며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부동산 관련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슈퍼 여당과 자매당의 뜻이 일치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국회 통과는 문제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제안한 헌법개정안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담았다. 지난해엔 국민 80% 이상이 국민소환제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미래통합당도 딴지를 걸어 미운 털 박힐 이유가 없다.지금 여야엔 국민 눈높이와 상식과 법에서 벗어난 국회의원들이 널렸다. 국민 손에 소환당해봐야 정신 차릴 수 있다면 부작용을 우려할 일은 아니지 싶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11 윤인수

[참성단]원피스와 반바지 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다. 카메라가 그에게로 집중됐다. 네티즌 사이에 '술집 도우미'에 '새끼 마담'이란 비난이 나왔다. 지난 2003년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새로 등원한 유시민 전 의원을 연상케 하는 소동이다. 초선인 류 의원의 인지도가 급상승해 상한가다.그는 방송에 나와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료 의원들의 응원메시지가 이어진다. 국회 밖은 반응이 갈린다. 대체로 중·장년과 청년세대가 다른 목소리다. 이번에도 중년세대는 '꼰대'로 몰리는 양상이다.'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유래한 골프는 복장이 까다롭다. 재킷 차림이 아니면 클럽하우스 출입을 막는 수도권 골프장이 있다. 남성들의 반바지 라운딩이 허용된 게 얼마 전이다. 무릎까지 내려와야 하고 목이 긴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수년 전 경비행기 사고로 숨진 '필드의 신사' 페인 스튜어트가 표준 모델이다.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반바지 예찬론자로 불린다. 그는 2년 전 여름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해 화제를 모았다. '반바지 시정'이란 명칭이 붙었다. 한동안 시청에서 반바지 복장이 흔했다. 지난해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반바지 패션쇼가 열렸다. '발상의 전환', '반바지가 단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등 긍정 반응이 잇따랐다. 그래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 표심을 공략 중인 염 시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나서지는 못할 듯하다.류 의원 소동에 공직사회도 출렁인다. 반바지 논란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7~8월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여론 조사결과 도민 81%, 도청 직원 79%가 찬성했다. 첫날인 지난해 7월 1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공무원들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올 여름, 반바지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루한 장마에 무더위가 덜하니 필요성이 덜하다. 여기에 보수적인 공직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듯하다. 때로는 말이 아니라 눈초리가 더 무서운 법이다.40줄에 선 조카가 대학생 때 붉은 머리 염색을 했다. 공무원 형님은 말 거래를 끊었고, 용돈을 줄였다. 조카는 두 달 만에 스스로 검은 머리가 됐다. 빨간 원피스 등원과 반바지 출근이 어색하지 않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10 홍정표

[참성단]짖지 않는 개

한자는 다양한 언어유희가 가능한 표의문자다. 파자(破字) 유희가 대표적이다. 조선 중종 때 일어난 기묘사화는 '주초위왕(走肖爲王)'으로 압축된다. 주초(走肖)는 조(趙)의 파자인데, 즉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역모사건이다. 훈구파가 사림파의 영수인 조광조를 제거하기 위해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이라고 쓴 뒤 벌레가 갉아먹게 만들어 역모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선 벌레가 꿀만 먹고 글자를 새기지 못했다고 한다. 야사인데 정사보다 명징하다.동음이의어로 본래의 뜻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풍자도 한자에선 무궁무진하다. 최근 법조인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대한문국(大韓文國) 법률 용어집'이 화제다. 백성의 나라 민국(民國)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성을 딴 문국(文國)이라니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사법부(死法腐):법이 죽어 썩고 있다, 법원(法遠):법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獻法): 법을 권력 앞에 갖다바침, 법무부(法無腐):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었음, 법무부 장관(法無腐 壯觀): 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어버린 꼴이 볼만하다….정권에겐 불편하고 편파적일지 몰라도 최근 검찰과 법원 발 사건, 사고, 사태와 관련해선 의미심장한 시국풍자다. 지난 주말 검찰인사로 '추(秋)미애' 법무부장관 사람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측근들이 추풍(秋風)에 모조리 날아가고 사면추가(四面秋歌) 신세가 됐다. 그런데 최근 추 장관의 무리한 수사권지휘와 검찰인사로 중도적인 민심의 의구심은 짙어지고, 표적이 된 윤 총장은 도리어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추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시중의 부정적 여론, 윤 총장에 대한 동정 여론을 '오캄의 빗자루'(대니얼 데닛,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로 모아 '검찰 개혁'이라는 양탄자 밑에 쓸어넣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외면한다고 보고 있다. 셜록 홈즈는 주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는데도 짖지 않은 개를 단서로 면식범의 범죄를 추리했다(코난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검찰은 늑대로부터 양을 지키는 양치기 개다. 양을 지키기 위해선 어느 산의 늑대든 가리지 않고 짖어 쫓아내야 한다.양치기 개가 이 산과 저 산 늑대를 가려 짖거나 아예 짖지 않으면 양도 죽고 최악의 경우 주인도 잘못될 수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09 윤인수

[참성단]인천 야구 영웅 김진영 감독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리그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전환점이다. MBC 청룡 이종두 선수의 개막전 역전홈런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군사정부의 우민화 정책이란 비판에도 관중이 몰렸고, 프로스포츠 시대를 활짝 열었다. 실업야구 수준인 첫해에는 믿지 못할 기록이 쏟아졌다. 백인천 감독 겸 선수의 타율 4할2푼1리는 여전히 경이롭다. 홈런 타자 김봉연에, 투·타 겸업 오리궁뎅이 김성한까지. 시합이 진행되는 시간엔 짜장면 배달이 멈췄다고 당시 언론은 전한다.모두가 즐겁지는 않았다. 꼴찌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극성 팬들을 피해 다녀야 했다. 첫 희생양은 삼미슈퍼스타즈였다. 연패가 이어지자 구단은 박현식 감독을 경질하고 김진영 감독으로 교체했다. 그 해 15승68패를 기록한 삼미는 다음 해 믿기 힘든 반전에 성공한다.일본에서 온 '너구리' 장명부는 현란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30승을 거뒀다. 임호균 투수가 12승을 보태 그해 56승 가운데 47승을 합작했다. 전반기 2위, 후반기 2위에 올랐다. 김진영 감독은 청룡과 경기에서 격하게 항의하다 구속됐다. 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다.슈퍼스타의 위용은 그해뿐이었다. 이듬해 다시 꼴찌팀이 됐고, 구단은 매각됐다. 5시즌 통산 1승을 거둔 비운의 투수 감사용은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다. 삼미는 청보 핀토스가 됐고, 태평양 돌핀스로 진화했다. 연고지를 떠나버린 수원 유니콘스와 목동 돔구장 히어로즈는 후계로 보지 않는다. 슈퍼스타가 얼룩말로 변신하면서 김 감독은 물러났다. 1990년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해 8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야구 영웅은 이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지난 3일 김 감독이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별세했다. 1935년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인천고를 3번이나 우승시켰다. 국가대표 유격수를 지낸 인천이 낳은 최고 야구스타였다. 감독직을 물러난 뒤 미국으로 떠났다. 고인의 아들은 '미스터 인천' 김경기 선수다. 아버지보다 한 뼘 더 큰 키와 덩치로 태평양 돌핀스 타선을 이끌었다. 현재는 공중파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한다. DNA의 대물림이다.김 위원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이다. 한국 야구의 별을 잃었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06 홍정표

[참성단]'탐정 시대'에 대한 우려

탐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셜록 홈즈다.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1887년 '주홍색 연구'로 시작한 추리 소설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파이프 담배를 태우며 박물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단번에 추리해내는 홈즈에 영국 독자들은 열광했다. 코난 도일이 1894년 홈즈가 사망하는 '마지막 사건'으로 시리즈를 끝내자, 영국 전역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홈즈를 살려내라는 청원이 쏟아졌단다. 심지어 모친마저 "셜록은 왜 죽인거냐"고 따지고 나서는 바람에, 코난 도일은 홈즈를 살려내 시리즈를 이어가야 했을 정도다.어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업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1977년 제정된 신용정보법의 탐정 명칭 및 탐정업 금지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이제 거리 곳곳에 '탐정 사무소' 간판이 내걸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미제사건을 해결해 정의를 실현하는 셜록 홈즈와 같은 명탐정의 시대가 열릴까. 그건 아니다.현행법상 탐정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사나 재판 중인 민·형사 사건의 증거 수집, 피의자 소재 파악은 관련법에 따라 제재받는다. 국가가 소추권을 독점한 법체계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탐정을 고용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면, 탐정은 변호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릴 수 있고 의뢰인은 교사범으로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대신 탐정에게 실종가족 찾기, 소송자료 수집 대행, 보험사기 조사 서비스 의뢰는 가능해진다. 그래서 경찰만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피해 당사자에겐 절실하지만, 경찰에겐 골치 아픈 민원이었던 소소한 사건들을 탐정들이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탐정업은 퇴직 경찰의 노후 대책이 될 수 있어 경찰의 오래된 숙원이 풀렸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기나 불륜 피해자들에게는 공권력의 서비스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상한 시장이 열린 셈이다.탐정 자격증 발행을 민간단체가 하는 것도 문제다. 공신력을 담보하기 힘들다. 기왕의 흥신소들이 탐정 사무소로 변신하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법적으로 탐정시대가 열렸지만 셜록 홈즈는커녕, 억울한 범죄피의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사이비 탐정이 넘쳐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국가공인탐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05 윤인수

[참성단]논리와 억지

문재인 정부 들어 좌우 진영의 대립은 치유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됐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좌우익 소통과 공존의 논리 대신, '새는 한 날개로도 날 수 있다'는 억지가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정치권의 논리 실종과 억지 만연이 심각하다. 맞는 말은 맞다고 하는 논리적인 대화가 이어져야 타협이 가능해지고 결론에 합의할 수 있는데, 작금의 정치는 비논리적 억지로 맞는 말도 틀렸다거나 불순하다고 낙인찍고 상대를 진영에 가두고는 끝내기 다반사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례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진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후배 검사들을 격려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언론의 해석은 분분했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당의 한 의원이 "윤 총장이 사실상 반정부 투쟁선언을 했다"고 맞받아쳤다.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일'이 '반정부 투쟁선언'이라면, 현 정부가 그런 정부라는 얘기인지 아리송해진다. '맞는 말인데 뜬금 없다'는 반응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제 서울·부산 시장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인지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을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실상 검언유착 범죄로 단정했다. 같은 정부의 장관들이 법리를 두고 다른 언행을 하니 법 집행의 논리가 무너진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면 안된다는 맞는 말을 했다가 '동지'들의 비판에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이 절친인 조국 전 장관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조만대장경'의 앞장과 뒷장의 논리가 일관성을 상실한데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정부 여당의 사례만 든건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여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논리가 정연한 맞는 말이면 정적의 말도 포용하고, 말도 안되는 억지면 동지의 말도 내쳐야 국정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억지는 결국 논리 앞에서 힘을 잃는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이 각광받은 이유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0-08-04 윤인수

[참성단]기상청은 '중계청'

1949년 서울 종로에 국립중앙관상대가 설치됐다. 기상청의 효시다. '관상대'라는 명칭은 조선 시대 천문대 및 기상청 역할을 한 관상감에서 유래한다. 1982년 중앙관상대가 중앙기상대로 변경됐고, 1990년 기상청으로 바뀌었다. 1998년에는 서울 동작구로 이전했다.1970~80년대 지상파 방송 기상예보는 국민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김동완 통보관은 웬만한 가수, 탤런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저녁 9시뉴스 말미 시그널뮤직과 함께 등장하는 그를 보며 국민들은 일상을 마감했다. 온화한 인상에 자상한 설명으로 20년 넘게 믿음과 사랑을 받았다.막바지 장맛비와 함께 기상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계청'에 '오보청' 이란 조롱이 넘친다. 예보로는 맑다는데 몇 시간 뒤 비가 오기도 하고, 한때 소나기가 폭우로 돌변한다. '무속인에게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기상청은 올여름 장마를 전망하면서 7월 말 물러난 뒤 열대야를 동반한 무더위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엊그제 기상청은 중부지방 장마가 8월 10일께나 끝날 것이라고 수정했다. 장마 기간은 무려 48일로 예상돼 사상 최장기록(49일)을 갈아치울 기세다. 중부지방에 10명 넘는 인명피해를 낸 집중호우도 예상을 벗어났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달 초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지역에 호우가 예상됐다. 하지만 2일 오전 경기 남부와 충북 등지에 폭우가 내렸다. 1일 오전까지도 폭우가 내리는 지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실제 인명피해가 난 지역은 예상하지 못했다.기상청은 예년과 달라진 기상환경 때문에 예보와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시베리아 기압대가 맹위를 떨치면서 북태평양 기압의 북상을 막아 장마가 길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슈퍼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기상 전문가 집단이 왜 이리 자주 틀리는지 궁금하고 답답하다.폭우가 내린 중부지방에 또 물 폭탄이 예고됐다. 습기 가득한 구름대에 태풍 '하구핏'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수해를 최소화하려면 정확한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만큼은 척척 들어맞는 예보로 땅에 떨어진 위상을 되찾았으면 한다. 참다 못한 국민들이 매를 들지 모른다. 마침 한반도에 상륙할 '하구핏'은 필리핀어로 '회초리'를 뜻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0-08-03 홍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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