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트럼프 부부

비는 몇백㎜만 와도 대홍수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엔 태풍 하비(Harvey) 영향으로 무려 1천300㎜의 비가 쏟아져 38명이 죽고 엄청난 수해를 당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수해지역을 위문했는데 백악관을 나서는 24세 연하 멜라니아(Melania) 부인(47)의 복장이 기괴했다. 비가 오는데 시커먼 선글라스를 썼고 빳빳하게 줄선 바지에다 검은 하이힐을 신었기 때문이다. 상식과 예의, 통념 밖이었다. 텍사스에 도착, 에어포스원(전용기)에서 내릴 때도 하이힐은 벗었지만 여전히 선글라스를 꼈고 하얀 운동화에 검은 야구 모자를 썼다. 주변에서 말리고 일러주는 사람 하나 없었나. 머리가 얼마나 무념무상(無念無想) 무개념인지 알만하다. 유고 출신인 그녀는 키 180㎝의 패션모델이었고 보석과 시계 디자이너였다. 미국 영주권을 얻어 트럼프의 3번째 부인이 된 건 31살 때였고….트럼프는 개인 돈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수재 의연금으로 냈지만 지지율은 30%대다. 작년 대선에서 그를 승리로 이끈 경합 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주민까지도 60%가 '대통령이 부끄럽다'고 여론조사에 답했다. 그런 그가 한·미 FTA 개정에 이어 4일엔 아예 폐기 검토를 지시했다. 북한이 화성12 탄도미사일을 일본 상공으로 쏴대고 6차 핵실험까지 한 와중에 한 지시다. 그의 부창부수는 夫唱婦隨, 婦唱夫隨인가. 하긴 2011년 11월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통과 직전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반대 시위대에게 '국회를 에워싸 통과를 막아 달라'고 했고 끝내 통과되자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이다, 나라 팔아먹은 짓'이라고 악을 썼다. 모 판사도 같은 말을 했고 김선동 민노당 의원은 의사당 단상에 최루탄을 터뜨렸다.하지만 한·미 FTA로 인해 한국 농업은 망하지 않았고 한·미 양측 모두 이득이 되지 않았던가. 북핵 소용돌이 속에 또 북한과 미국에 특사를 보내자고 국회 연설을 한 여성 당 대표도 있다. 한·미 정상이 40분 50분씩 전화 통화를 해대는 판에 특사 파견이라니! 북측은 또 뭐라 할까. 얼빠진 소리라고 할 게다. 한·미 FTA 반대 때처럼 북측이 찬성, 반기리라고 여기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9-05 오동환

[참성단]북핵·미사일 완성

북핵과 미사일 완성까지는 멀었고 몇 년 더 걸릴 거라고 했었다. 작년까지도 그랬다가 북한이 남태평양 미국 땅 괌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까부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자 미국도 금년 들어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리고 북한은 수소폭탄까지 개발, ICBM에 그 핵탄두를 탑재하는 과정만 남겼다. 1메가톤 수소폭탄은 TNT 100만t, 50메가톤은 원자폭탄의 무려 1천배 위력이다. 이제 북한은 6차까지 핵 개발을 끝내고 미국 본토까지 칠 수 있는 ICBM 실험 두세 차례만 남겼다. 그런데 6차 핵실험을 아직도 수폭실험 전 단계인 '증폭형핵분열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3일 오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직후 "북조선 수폭실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고 마쓰모리(松森敏幸) 기상청 지진쓰나미감시과장은 "5차 때의 10배 이상 진도로 수폭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5천만 한국인과 20만 재한 미국인의 목숨을 인질로 미국과 막판 담판을 벌일 참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 핍박을 거두고 북·미 평화협정이나 체결하자'고. 그럼 중국은 어떻게 나설까. 이번 6차 핵실험에 중국 외교부는 '결연히 반대, 강력 견책한다'고 했지만 시 주석은 외마디 언급도 없었다. 그는 3일 그날 푸젠(福建)성 아모이(Amoy)시(厦門:샤먼)에서 개막된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수뇌회의를 주재, 브릭스 인프라 투자 및 금융완화 문제 등을 논의 중이었고 어제 중국 TV도 종일 브릭스 소리뿐이었다. 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협약(1961년)만 체결한 게 아니다. 경제기술협력협정조인까지 했다. 저우융캉(周永康)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2010년 10월 평양에서 김정일과 체결했다. 유엔안보리는 대북 제재 마지막 단계로 '중·러 대북 송유관을 틀어막자'고 제의할 거다. 그러나 중국이 동의할까. 중국이 '어루어쓰(俄羅斯)'라 부르는 러시아는 어떻고. 러시아는 지난 8월 하순 북한 '만경봉'호의 블라디보스토크 입항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건 대북 제재가 아니라 항만 사용료를 안 냈기 때문이었다. 중·러야말로 난감하다.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는 청와대 하며….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9-04 오동환

[참성단]북한 6차 핵실험

북한이 어제 낮 12시 29분 6차 핵실험을 했다. 2006년 10월의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2차, 2013년 3차, 작년 1월과 9월 4차와 5차에 이어 6번째다. 장소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 일본서 감지한 인공지진파는 6.1, 한국서는 5.7인데 중국서는 별나게도 4.6 규모였다. 그저께 북한 중앙통신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보도한데 이어 어제는 6차 핵실험을 단행한 거다. '큰형(大哥:따꺼) 국가' 중국의 잔칫날이고 뭐고 개의치 않고 핵을 터뜨린 거다. 바로 어제 중국 푸젠(福建)성 아모이(Amoy)→중국 명 샤먼(厦門)에서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가 개막됐다. 주도국 중국이 중요시하는 회의로 '금전(金전:진좐)국가 정상회의(峰會)'라고 부른다. 바로 '금 벽돌 잔칫날'에 6차 핵실험을 한 거다. 중국에 묻고 싶다. 흉포한 아우 북한을 그래도 그냥 둘 것이며 대화로 해결하라고 할 거냐고.핵무기 한 개를 실험하기까지는 3억~4억 달러가 든다고 했다. 핵 실험장 시설비용부터 어제 6차 핵실험까지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6년 대포동 2호 로켓 제작과 발사에도 400억원이 들었다. 그러니 툭하면 쏴대는 미사일 발사 비용이 총합 얼마였겠는가. 저런 북한을 이제 미국이, 유엔이 어찌할 것인가. 화성 12호 발사 바로 이튿날인 지난 30일 북한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상공을 통과한 미사일은 태평양을 목표로 한 군사작전의 제1보였고 그건 괌 봉쇄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2일엔 또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해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대북 제재를 하면 할수록 거북 등처럼 거죽만 단단해지는 게 아니다. '내부 역시 잔뜩 독을 품은 채 단단해지고 있다'는 게 지난 30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였다.미국은 지난 30일에도 하와이 앞바다에서 북한 미사일 요격실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요격 실험만 할 때는 지난 듯싶다. ICBM에 소형 핵탄두 장착을 하는 짓만이 레드라인은 아니다. 6차 핵실험이야말로 북한이 레드라인을 확실히 밟아 뭉갠 거 아닌가. 푸젠성 브릭스 회담의 시진핑이 말해 보라!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9-03 오동환

[참성단]장안문(長安門) 현판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에 위치한 장안문(長安門)은 수원 화성(華城)의 북문(北門)이자 정문이다. 장안(長安)은 원래 중국 당나라의 수도였기에 '또 다른 서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 '4대문'하면 서울의 숭례문(崇禮門)처럼 남문(화성에서는 팔달문에 해당)이 중시되게 마련이지만, 정조 임금이 수도인 한양에서 수원으로 행차할 때는 우선 장안문을 거쳐서 들어오기 때문에 북문인 장안문이 정문 역할을 했던 것이다.그런데 이 장안문의 현판(편액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썼다는 주장이 제기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앙일보 2015년 8월 14일 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에는 장안문이 있는데 화성을 복원할 당시 이병희 의원이 권유해 '장안문(長安門)' 현판을 내가 써서 걸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의 말이 과연 사실일까?지난 4월에 출간된 '수원야사(이창식·한동민 지음)'에 따르면 김 전 총리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장안문 현판은 영·정조시대의 문신인 조윤형이 썼다. 화성의 남·북문인 팔달문(八達門)과 장안문 현판을 그에게 쓰게 할 만큼 정조는 조윤형의 글씨를 무척 좋아했다. 참고로 동문인 창룡문(蒼龍門)은 유언호가 썼고, 서문인 화서문(華西門)은 채제공의 글씨다.1975년 6월 7일 화성 복원공사 기공식이 개최됐고, 1단계 사업의 핵심은 장안문의 복원이었다. 당시 화성 복원을 담당하던 경기도청에서는 장안문 현판 글씨를 김종필 국무총리에게 의뢰하기로 했다. 경기도지사가 국무총리의 서류 결재를 받는 날 글씨 부탁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비해 화성 복원의 실무책임자였던 이낙천은 먹물과 종이까지 준비했는데 하필 그 전날 강화도로 출장을 가게 됐고, 폭설로 인해 제때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도지사만 서울에 올라가 김 총리의 결재만 받았고 글씨부탁은 하지 못한 채 내려오고 만다. 이후 국무총리를 대신해 조병규 경기도지사가 직접 장안문 현판을 쓰게 됐는데, 그가 썼던 글씨가 작고 필획에 문제가 있어 도청에서 근무하던 필경사(직업으로 글씨 쓰는 사람) 양근웅이 도지사의 글씨를 개작했다고 한다. 조병규와 양근웅의 합작품인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8-31 김선회

[참성단]독일 간병인의 연쇄살인

세계를 경악시킨 연쇄 살인마는 남녀가 따로 없다. 직업군도 다양해 종교 지도자에 평범한 회사원도 있다. 놀라운 건 의사와 간호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얼마 전, 국내 방송이 소개한 '세계의 사이코패스 톱 10' 명단에는 '죽음의 간호사'로 불리는 '지닌 존스'(미국)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5개월간 18명의 영유아를 살해했다. 병원을 옮겨가며 약물을 이용해 아이들을 죽인 것으로 밝혀졌다.의사인 헤럴드 시프먼(영국)도 포함됐다. 2002년 조사위원회는 시프먼이 살해한 환자가 모두 215명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가 살해했을 것으로 의심이 드는 환자 45명을 포함하면 희생자가 최대 26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2005년 목을 매 자살했다.독일의 한 간병인이 약물을 이용해 90명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이다. 올해 40살인 닐스 회겔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 6명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2015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약물을 과다 주입하는 수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독일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그가 최소 84명을 더 살해한 사실을 밝혀냈다. 2001년 이후 90명의 환자를 약물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됐다. 회겔은 '약물을 주입한 뒤 본인이 직접 환자를 소생시키며 도취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병원은 그가 환자를 소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사망자 수도 증가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검찰은 130여 구의 시신을 대상으로 약물 검사를 시행한 결과 증거를 확보했다. 시신에 대한 약물 검사가 여전히 끝나지 않아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언론은 2차대전 후 최악의 인명 피해 사건에 독일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의사·간호사·간병인의 사이코패스 행각보다 더 충격인 건 미국의 법(法)이다. 텍사스 주(洲) 교도소에 수감 중인 지닌 존스는 2018년 출소할 예정이다. 텍사스 주는 감형제도를 두고 있는데, 모범 생활로 형기가 3분의 1로 줄어든 때문이라고 한다. 간호사가 연쇄살인을 한 것보다 그를 풀어주는 법이 더 황당하고 놀랍다. /홍정표 논설실장

2017-08-30 홍정표

[참성단]일본상공 통과 미사일

북한이 어제 6시경 또 미사일을 쐈다. 지난 26일의 단거리 미사일 3발에 이어 사흘 만이고 이번엔 고도 550㎞로 2천700㎞를 날아가 일본 상공을 통과한 채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지난번엔 동녘 깃대령(旗對嶺)에서 쐈고 어제는 평양 순안(順安)공항 부근에서 쐈다. 북한은 이제 이동식발사체로 언제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장·중·단거리 미사일을 쏴댈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어제 29일은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이다.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나라를 강탈당한 바로 그날을 북한이 알고 날짜를 맞춰 일본 상공을 관통하도록 쐈을까 우연일까. 당찬 여성 방위상(국방장관) 이나타 토모미(稻田朋美)는 "만약 북조선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통과하면 영격(迎擊→요격)하겠다"고 했고 신임 방위상 오노테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도 그랬다. 그런데 왜 요격을 안했나 못했나.일본이 죽을 맛이다. 전쟁을 못해 근질근질한 나라가 일본이다. 북한 미사일이 툭하면 일본 영해 또는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져 조업 중인 황금어장 어민들이 늘 불안에 떨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엔 요격하겠다고 별렀던 일본 상공을 드디어 통과했고 홋카이도(北海道) 아오모리(靑森) 등 12개 지역에 대피방송까지 했다. 북한은 을지훈련 중인 한·미 연합군도 무시했다. 저 미쳐 날뛰는 흉악범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 미국에선 북한을 용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바마 때 여성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지낸 수잔 라이스(Rice)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 기고문 '북한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다'에서 '과거 미·소간 핵문제 처리 방식처럼 북한 핵도 인정,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제 불가라는 건가. 트럼프 정권의 잦은 '대화 해결'설 또한 심상치 않다.그런데 북한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 또는 '집권자'라고 부르면서 연일 비난은 왜 하나. 레드라인 언급을 '주제넘은 망동'이라고 했고 '운전석에… 운운'도 '헛소리 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는 게 현명한 처사'라며 무시했다. 왜 문재인 실명 호칭은 피하나? DJ 노무현의 대북 노선을 따르겠다는 선언만은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29 오동환

[참성단]권력 甲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함께 국어사전에 올려야 할 속어가 '갑질'이다. 그런데 상관, 상사, 고용주 등 갑들의 폭언과 횡포가 갑질이라면 갑은 1등, 을은 꼴등인가. 그게 아니라 A, B처럼 갑 다음 을은 2등이다. 갑을병정 갑자을축이고 군 입대 신체검사의 갑종합격과 옛 과거(科擧)의 갑과(甲科) 급제(합격)가 1등 합격이라면 을종합격 을과급제는 2등이다. 순서와 순리가 그렇다. 그래서 일이 제대로 안되고 순서가 뒤바뀌는 걸 가리켜 '갑자을축'이 아닌 '을축갑자'라고 하지만 아무튼 갑 바로 밑인 을에게까지 갑질을 해대는 건 갑뿐이다. 중국에서도 乙等(이덩)은 2등, 乙級(이지)은 2급이지만 별난 건 A형간염이 甲肝(갑간), B형간염이 乙肝(을간)인 건 그렇다 쳐도 짐승의 발톱은 甲爪(갑조), 일본뇌염은 乙腦(을뇌)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웃기는 건 또 일본에선 목소리가 날카롭고 드높은 걸 '갑으로 높다(甲高い:칸다카이)', 손등 발등이 튀어나온 걸 '甲高(코다카)'라고 하면서 乙女(오토메)는 소녀, 乙姬(오토히메)는 '용궁의 미녀(龍女)'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어쨌든 가정이든 사회조직이든 상하관계 주종(主從)관계 종속(從屬)관계 노사관계로 얽히게 마련이고 어느 정도 상명하복은 필수다. 그래야 질서는 유지되고 조직은 안정된다. 다만 정도를 벗어난 무리하고 불합리한 상식 밖의 갑질이 문제다. 그런 저질 갑질 행태가 '갑질 문화'로 정립될 수는 없고 '갑질+문화' 결합 자체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어느 4성장군의 공관병(公館兵) 갑질을 언급하면서 "갑질 문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뭣보다 무서운 건 권력 갑질이다. 적폐 청산 1순위가 바로 권력 갑질이다. 삼성의 돈도 뺏고 이재용 부회장을 감옥에 넣는 권력 갑질, 그 이름(在鎔)처럼 '녹여 버린' 짓이 그렇다. 현 정권도 다를 바 없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시시콜콜 죽은 정권 무덤을 파헤치는 갑질 행태가 얼마나 한심한가. 더구나 태극기집회자까지 내란선동 혐의로 수사한다는 거다. 그럼 내란음모죄 이석기도 '양심수'라며 석방하라고 외친 촛불집회도 수사해야 형평성이 맞지 않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28 오동환

[참성단]'단숨에 서울 점령'?

북한이 26일 미사일 3발을 또 쐈다. 이번엔 괌과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이 아니라 한·미 을지훈련(UFG)에 불만, 쏴댄 단거리 미사일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금년 2월 이후 20발이 넘었다'고 했고 '이번엔 3발 모두 실패(failed in flight)'라고 발표했다가 곧 수정했다. '두 발은 성공했다'고. 그런데 동부 깃대령(旗對嶺) 발사 시점이 묘하다. '북한이 도발 자제 행동을 보였다'며 미 틸러슨 국무장관이 대화 기대감을 표명한 지 4일 후였고 '괌 도발을 멈춘 건 현명한 판단이다. 김정은이 미국을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칭찬한 지 3일만이다.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언급했다. '대북제재 국면에 변화가 온다면 개성공단부터 풀 것'이라고. 그 소리는 못 들었는지 무시했는지 바로 이튿날 미사일 3발을 쏴댔다. 김정은은 26일 그날 인민군의 서해 기습훈련을 참관, '서울을 단숨에 점령하라'고 했고 남측으로 비난 협박 전단을 뿌렸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일 여당 의원 전원을 초청, 오찬을 만끽했고 그날 발사된 미사일은 '미사일이 아닌 300㎜ 방사포 같다'고 했다. 그런 한국측 평가를 CNN 등 미국 언론이 즉각 전했다. 'Artillery Rockets(대포 로켓)같단다'고. 그런데 북한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하는가. 아직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인가. 그런 북한에 더 긴장하는 쪽은 한국보다 일본이다. '이번엔 우리 EEZ(배타적 경제수역)를 벗어나 다행'이라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말했지만 지난 5월 29일 미사일은 일본 황금어장인 동해 중앙부 야마토타이(大和堆:대화퇴) 서쪽에 낙하했고 250㎞ 떨어진 곳에서 일본 어선들이 조업 중이었다. 지난 2차 ICBM도 일본 영해에 떨어졌고…. 이번 미사일 발사 전날인 25일 CNN은 우크라이나의 ICBM 기술을 훔치려던 북한 스파이 2명을 체포하는 영상을 우크라이나 지토미르(Zhitomir)발로 독점 보도했다. 왜 중국,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였나. 지난 24일 러시아 신예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polev)95MS가 동해 상공에 뜨자 한·일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고 그 러시아에 북한 전문여행사도 설립됐다. 중·러가 더 두렵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27 오동환

[참성단]짝퉁 어보(御寶)

조선시대에 사용됐던 임금의 도장은 외교문서나 행정에 쓰였던 '국새(國璽)'와 의례용인 '어보(御寶)'로 구분된다. 임금의 집무용·대외적으로 사용되는 도장인 국새와 달리, 어보는 왕실의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에서 시호·존호·휘호를 올릴 때 제작돼 일종의 상징물로 보관하던 것이다. 왕과 왕비뿐 아니라 세자와 세자빈도 어보를 받았고, 왕과 왕비의 어보는 왕실의 사당인 종묘에 안치됐다.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지난 7월 대통령 전용기편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온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가 최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됐다. 그런데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 공개되던 당일, 문종·현종 어보와 함께 선을 보인 덕종 어보 1점과 예종 어보 3점이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위 '짝퉁 어보' 논란이 불거졌다.어보의 진위 논란에 문화재청은 "1471년, 1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던 덕종 어보와 예종 어보 등 4점이 일제강점기인 1924년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어보들은 종묘에서 도난돼 당시 조선왕실의 업무를 맡아보던 관청인 이왕직(李王職)이 조선미술품제작소에 제작을 지시, 다시 만들어진 후 종묘에 안치됐으며 원품은 아니지만 모조품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가짜는 아니다'라는 논리다.더 큰 문제는 문화재청이 일제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어보들이 원품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심사에 등재 신청을 했다는 점이다. 조선왕실 어보 331점과 왕이 직위를 하사할 때 내리는 교서인 어책(御冊) 338점을 묶어서 신청한 것인데, 우리나라 문화기관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게 생겼다. 더구나 '종묘일기'를 보면 1924년 5월 6일 짝퉁 어보를 종묘에 봉안을 한 자가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라는 기록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립고궁박물관은 최근까지 덕종어보 모조품이 '1471년 제작된 조선왕실 어보'라며 홍보했고, 올 초 모조품임을 파악하고도 8개월 넘게 쉬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유산 등재는 차치하고라도 낯이 뜨거워 조상들 뵐 면목이 없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8-24 김선회

[참성단]여름방학과 곤충 채집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끝나갈 즈음에는 산으로 들로 나서야 했다. 곤충을 잡아 모으기 위해서다. 1970년대 시골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의 여름방학 숙제는 일기 쓰기와 곤충채집이 단골 메뉴다. 방학 내내 퍼질러 놀다가 개학 날이 가까워지면 산수 문제풀이에 밀린 일기장 채우는 게 걱정이 되는데, 곤충채집이 제일 난감했다.지금이야 잠자리채를 쉽게 살 수 있지만 그때는 직접 만들어야 했다. 망으로 쓰기에는 모기장 쪼가리가 딱 좋은데, 여간 귀한 게 아니었다.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어가며 잠자리채를 만들었어도 날개 있는 곤충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나비와 잠자리, 벌 정도는 쉽게 볼 수 있는데, 10종이 넘는 곤충을 다 잡으려면 2~3일은 쏘다녀야 했다. 다가가면 도망치고 또 날아오는 잠자리 때문에 약이 올라 꼭 잡고야 말겠다며 날뛰기도 했다. 끝내는 형이나 누나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숙제를 할 수 있었다.곤충은 4억 년 전 고생대 데본기에 처음 등장한 뒤 지구촌 전역에서 번성했다. 인간의 조상은 고작 200만~300만 년 전이니 선배도 이런 대선배 종(種)이 없다. 같은 모양의 벌과 나비인 것 같아도 이들의 진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무려 120만 종류나 된다. 그 숫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무수하다. 지구촌 전체 동물은 125만 종이다. 갑각류가 지배하는 바다를 제외하면 수와 종류에서 지구별을 지배하는 동물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1만2천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분류되지 않은 미확인 종도 많다고 한다.다 큰 아이들이 귀뚜라미를 보고도 징그럽다고 소란이다. 푸른 숲과 개천이 없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나고 자란 까닭이다. 곤충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복잡하고 조화롭다. 징그러운 번데기가 우아한 나비로 변신하는 우화는 경이롭다. 모기와 진드기 등 해충(害蟲)들도 생태계의 당당한 주역이다. 자연 생태계의 하부 구조를 튼튼하게 떠받치는 게 곤충 세계다. 인간은 살충제를 뿌려가며 없애려 하지만 정작 곤충들이 사라지는 건 도시화와 서식지 환경 악화 때문이다. 무려 75만 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곤충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인간은 어찌 될까. /홍정표 논설실장

2017-08-23 홍정표

[참성단]파격 코드인사

정권 교체기의 인사태풍이 스포일스 시스템(spoils system), '엽관(獵官)제도'다. spoil은 전리품, 노획품이지만 '망치다'라는 뜻도 있다. 그만큼 인사가 엉망이기 일쑤다. 끼리끼리 동류끼리 따르고 어울리는 '유유상종(類類相從)' 틀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류(引類)'라고 했다. 능력과는 관계없이 끼리끼리 끌어주고 당겨준다는 거다. '유유상종' 비슷한 용어는 다수다. '초록동색'이나 '오비일색(烏飛一色→까마귀 나는 것처럼 같은 색깔)' 말고도 '동성상응(同聲相應)' '동기상구(同氣相求)'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말도 있다. 같은 무리끼리 서로 응하고 통하는 게 동성상응 동기상구고,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뜻 맞는 사람끼리 한 패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하는 게 당동벌이다. 그 결과 엉망이 된 인사의 상징어가 '연안대비(燕雁代飛)'다. 제비와 기러기가 뒤죽박죽 난다는 거다.인사권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말이 또 '추경정용(椎輕釘聳)'이다. 마치(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도로 솟는다는 뜻이다. 즉 윗사람이 약하면 아랫사람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꼴, 갑자기 앞지른 낙하산 인사의 얼굴을 피해 줄줄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 선배 고참들의 심사가 오죽이나 부글부글 뒤틀릴까. 위계(位階)라는 건 벼슬의 품계고 위치와 계단이다. 위계질서는 바로 사다리, 층계와 같은 질서고 한 단계 한 계단 한 층계씩 딛고 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런 질서의 모범적인 조직이 경찰과 군대다. 높이뛰기 육상선수도 아닌 경장, 경사가 경위 경감 경정을 뛰어넘어 단박에 총경(경찰서장 급)으로 뛰어오를 수는 없고 하사, 중사가 위관을 넘어 영관급으로 날아오를 순 없다. 대단한 무공을 세우거나 전사를 해도 1계급 특진이 고작이다. 그런데 법조계만은 중뿔나게 예외다. 최근만 해도 대전고검 검사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됐고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파계(破階) 도약했는가 하면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일약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대법관도 안 거친 채 대법원장에 지명된 건 전례가 없다는 거다. 대법관 13명 중 선배 9명도 모두 옷을 벗을 참인가. 코드 인사가 가관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22 오동환

[참성단]로동신문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18일 취임 100일의 문 정권을 가리켜 '상상 외로 실망이다. 특히 북남 관계는 동정의 여지도 없이 낙제'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당선되면 북한부터 가겠다고 했고 사드 반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언했다. 당선 후에도 '조건만 허락하면 방북하겠다'고 했고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제의하는가 하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자고 누차 강조했다. 그래서 군사실무자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지난달 '베를린 선언'에선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도 제의했다. 게다가 '한국의 허락 없는 대북 군사 제재는 없다'고 못 박아 마치 '북을 때리면 용서치 않겠다'는 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DJ 노무현 노선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얼마나 달가운 소리일까. 그런 문 정권을 마구 헐뜯다니!20일자 로동신문은 또 이번 한·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훈련도 맹비난했다. '조선반도 정세에 기름을 끼얹는 격' '자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행태'라고. 하지만 내심 웃을지도 모른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명분을 한·미 군사훈련이 제공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방패를 먼저 드니까 창을 겨눈다는 억지다. 그런데 조셉 던퍼드(Dunford) 미 합참의장의 지난 주 방한에 이어 20일엔 해리 해리스(Harris) 태평양사령관, 존 하이텐(Hyten) 전략사령관 등 미군 핵심 지휘관이 줄줄이 내한했다. 로동신문은 또 뭐라고 악담을 퍼부을 것인가. 던퍼드 합참의장은 지난 19일 일본 자위대 최고지휘관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에게 미·일 동맹을 강조, '대북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정권만 사방에서 '패싱'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청와대 개방과 소통이야 좋다. 그런데 문 정권은 '직접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지율 80%의 촛불만 밀어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럼 국회부터 해산, '2권 분립' 체제로 가자는 건가. 그는 자신의 별명 '이니'도 맘에 든다고 했다. 중국엔 火자가 4개 붙은 글자가 있다. '불타는 모양 일'자고 발음이 '이'다. 거기 '니( :너)'가 붙은 '이니'는 '불타는 모양의 너'라는 뜻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21 오동환

[참성단]푸드 포비아

부정식품 불량식품도 흔하고 먹는 게 겁난다고 해서 '푸드 포비아(food phobia→식품 공포증)'라는 말까지 생긴 지 오래다. 이 달 들어서만도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 익은 고기를 먹은 네 살짜리가 신장장애 판정을 받았고 천안시의 한 초등학생은 입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른바 '용가리 과자'를 먹은 후 위장에 5㎝ 구멍이 뚫렸는가 하면 이번엔 또 살충제 달걀로 난리다. 피프로닐(Fipronil), 비펜트린 등 유독성 살충제에 달걀이 오염됐고 그런 살충제만도 27가지나 된다니 놀랍다. 연례행사인 조류인플루엔자로 숱한 닭을 생매장하는 것도 모자라 달걀까지 무수히 깨버리다니. 달걀이 중국에선 '계단(鷄蛋:지딴)'이다. 蛋은 '새알 단'자로 단백질(蛋白質)이라고 할 때의 그 蛋자고 단백질의 왕이 달걀이다. 또한 지상의 모든 알이 egg고 그 대표도 달걀이다. 육신도 알도 깡그리 인간에게 바치는 눈물겹도록 고마운 닭! 인간의 죄가 크다.2008년 미국에선 9명이 죽고 714명이 집단식중독을 일으킨 사건이 터졌다. 그런데 2015년 9월 21일 조지아 주 올버니(Albany) 연방법원은 그 오염된 땅콩 식품 메이커(PCA)의 전직 CEO인 스튜어트 파넬 피고인에게 무려 금고 28년을 선고했다. 부정식품에 대한 징벌로는 미국사상 가장 엄중했다. 그는 살모넬라균이 혼입(混入)된 사실을 알면서도 오염된 땅콩 제품을 묵인, 판매했다는 죄였다. 2013년 중국에선 1~4월 네 달 동안 무려 3천576명의 부정식품 사범을 구속했다고 그 해 5월 3일자 신경보(新京報)가 보도했다. 병사한 동물을 식육으로 판매했고 심지어 죽은 쥐 고기까지 위장 판매했다는 거다. 그래서 사형까지 징벌을 강화한 게 중국의 부정식품 사범이다. 살충제 달걀을 먹어도 한 달이면 독기가 다 빠진다는 게 대한의사협회의 권위 있는 변설이지만 19일자 중국 인민일보는 한국의 살충제 달걀 파동을 '독계란(毒鷄蛋) 파동'으로 보도했다. '독 달걀'이라는 거다. '독'까지야 좀 그렇지만…. 아무튼 '푸드 포비아'를 유발하는 부정식품 사범에겐 추상같은 엄벌이 따라야 한다. 특히 '농피아(農마피아)'에겐…. 살충제 폐해가 어떤 건지 뻔히 알고서도 그랬다면 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20 오동환

[참성단]명성황후의 얼굴

광복절을 앞둔 지난 14일 한 갤러리에서 명성황후(1851∼1895)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초상화를 공개했다. 두건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이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양식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림인데, 족자 뒷면에는 '부인초상(婦人肖像)'이라는 글자가 세로로 적혀 있다. 해당 갤러리 측은 적외선 촬영 결과 부인이라는 글자 위에 '민씨(閔氏)'라는 글씨가 있었으며, 여성이 착용한 신발이 고급 가죽신인 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독립정신'에 등장하는 명성황후 추정 사진과 용모·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명성황후의 초상화가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한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거나 "옷차림이나 용모를 보면 왕비의 초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명성황후로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다.안타깝게도 우리는 명성황후의 제대로 된 얼굴을 알지 못한다. 조선시대에는 공식적으로 왕의 얼굴이 담긴 어진(御眞)만 그렸을 뿐 왕비에 대한 초상화를 남기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1890년대부터 조선 왕실 인물들의 사진이 신문과 잡지, 엽서 등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나라를 지키려다 시해 당한 왕비, 혹은 시아버지와 대립하며 국정을 좌지우지한 여걸로 각인된 명성황후의 생전 모습을 상당히 보고 싶어 했다.대중들의 끊임없는 '명성황후 사진' 요구에 그의 사진이라고 유통됐던 것은 총 3점인데, 첫째는 평복 차림의 젊은 여인, 둘째는 원삼(예복)을 입고 어여머리(상류층 부인들이 예장용으로 하던 머리모양)에 떠구지(떠받치는 비녀)를 한 여인, 셋째는 모시옷에 부채를 들고 찌푸린 얼굴로 앉아 있는 여인이다. 이 사진들은 1890~1900년 사이 여러 외국의 잡지와 저서, 사진첩들에 서로 다른 제목들이 붙여진 채 유포됐다. 하지만 이 사진들 모두 명성황후의 실제 모습으로 공인되지 못했다. 학자들은 흥선대원군 추종 세력에 의해 명성황후의 친척들이 암살당하면서 그의 대인기피증, 암살 공포증이 매우 심했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러 초상화를 남기거나 사진을 찍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무튼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명성황후 얼굴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8-17 김선회

[참성단]'단발머리'와 '택시운전사'

1980년, 고2 때 일이다.반(斑) 친구가 시도 때도 없이 '엄마야, 엄마야'라고 해 웃음을 샀다. 그가 내지르는 '엄마야'는 경박한 고음이어서 더 거슬렸다. 1979년 하반기 출시된 조용필의 새 히트곡 '고추잠자리'의 후렴구라는 걸 얼마 뒤 알았다.'가왕(歌王)'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수록된 음반에는 '단발머리'란 곡도 있다. 경쾌하고 빠른 리듬에 특유의 가성이 더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로 시작되는 대중가요에 이 땅의 청춘들은 열광했다.이후로도 세기를 넘어 사랑을 받아온 '단발머리'가 영화 '택시 운전사' 초반부에 등장한다. 택시 운전사로 분한 배우 송강호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가사를 따라 부른다.영화에서 그가 운동가도 아닌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8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가요라는 점에서 적절해 보인다. 앞서 발표된 혜은이의 '제3 한강교'가 종반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이 장면을 보면서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상징되는 80년대 초반 격동기를 떠올릴 것이다.고교 시절, 동급생 모두 해바라기가 되는 단발머리 소녀가 있었다. 배우 황신혜(예명) 씨다.그가 다닌 인천학교의 여고생들은 까만색 동복에 리본을 단 흰색 하복을 교복으로 입었는데, 모두가 단발머리를 했다. 그도 같은 교복에 같은 머리였는데, 눈에 확 띄는 미모였다. 날씬하고 늘씬했다. 큰 눈에 시원시원한 서구적 이미지로 남학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마침 집이 모교 뒤여서 어쩌다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그가 오가는 길목에 자리한 분식집은 저녁 무렵에 장사가 더 잘 됐다. 황신혜 프리미엄이다. 20대 초반 TV 브라운관에 데뷔하고 뜰 무렵 들렀다는 인천 신포동의 나이트클럽이 한동안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40년 가까운 풍상(風霜)이 지났다. 여배우는 사춘기 지난 딸을 가진 주부가 됐다. '~못 잊을 그리움 남기고,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경쾌한 리듬의 '단발머리'가 왠지 쓸쓸해졌다. /홍정표 논설실장

2017-08-16 홍정표

[참성단]북핵 평화적 해법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일부터 부정한다. 14일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2년 뒤인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했다. 국가 성립엔 네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는 국민이다. 그렇다면 1919년 상하이에 우리 국민이 몇이나 있었나. 둘째 요건은 영토다. 1919년 당시 상하이가 우리 영토였나? 셋째는 정부, 넷째 요건이 주권이라면 그 또한 아니다. 정부는 '임시'정부였고 일제에 의한 망국으로 주권이라는 것도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 네 가지 국가 성립 조건을 갖췄던 게 1948년 8·15 건국이었다. 그런데도 작년 8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맞이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했다는 거다. 착각도 미망(迷妄)도 이만저만 아니다.문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을 제의했고 대화를 강조했다. 그 제의, 그 강조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게다. 국제사회도 다를 바 없겠지만 문제는 어떻게 무슨 방책으로 평화적 해결이 가능한가 그 점이다. 북한은 '핵은 국보, 생명 줄'이라며 수도 없이 절규했다. 그렇다면 반복하는 유엔의 북핵 폐기 결의와는 반대로 그대로 인정하자는 건가. 문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 G20 정상회의 때 평화협정 체결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그건 북한의 고소원(固所願)이다. 하지만 북한이 바라는 평화협정 상대국은 미국이다. 그래야 주한미군이 더 이상 주둔할 명분이 없어지고 남북연방제→사회주의체제 통일이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중국도 그리 되기를 바라고…. 평화협정이란 깨기 위해 존재한다. 헨리 키신저가 주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1973년 베트남 평화협정만 해도 유엔안보리 이사국(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까지 보장 서명을 했지만 결과는 공산화, 패망이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The Sane Society(건전한 사회)'에서 '기원전~19세기 약 8천 건의 평화협정(조약)이 체결됐지만 효력은 2년에 불과했다'고 증언했다. 남북 평화협정이 그리 돼도 좋다는 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15 오동환

[참성단]8·15 광복절

일제 36년 압제(壓制)로부터 해방, 광명을 되찾은 1945년 8월 15일 그 날의 기쁨이 어떠했는지는 노래가 증명한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는 광복절 노래부터 그 환희의 무게를 증명했고 이어 쏟아진 노래들도 그 흔희작약(欣喜雀躍)의 부피를 말해줬다. '사대문을 열어라 인경을 쳐라/ 삼천리 곳곳마다 물결치는 이 기쁨…(사대문을 열어라)'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 꽃을/ 얼마나 외쳤던가 태극 깃발을/ 갈매기야 웃어라 파도야 춤춰라…(귀국선)' '은 마차 금 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울어라 은방울아 세종로가 여기다…(울어라 은방울)' 등. 그러나 3천리 곳곳마다 물결치던 기쁨은 이내 두 토막으로 잘려버렸다. 그 또한 일제 탓이다. 한반도가 일제 식민지가 아니었다면 2차대전 종전 후 연합군의 한반도 처리 과정에서 '분단'으로 결정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초의 제의일지 모르지만 '광복절'→'복광절(復光節)'로 바꿔야 한다. 복교(復校) 복학(復學) 복습(復習) 복간(復刊) 복권(復權) 복고(復古) 복귀(復歸) 복구(復舊)…처럼 復자가 먼저기 때문이다. 언어 구조의 순리가, 합리가 그렇다는 거다. 일본어엔 '光復'이라는 말도 없다. 우리 8·15 광복절이 그들에겐 패전기념일이다. 미국이 사상 최초로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에 원폭을 투하, 2차대전 종지부를 찍은 그 히로시마(廣島) 나가사키(長崎)엔 평화 기념공원이 세워졌지만 사실상 '패전 기념공원'이다. 그런데 그 히로시마 5만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일본 정당 대표가 지난 6일 처음으로 헌화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소속 의원 20여명과 함께 꽃을 바쳤다는 건 엄청난 변화다. 한·일은 동맹국 아닌가.문제는 북한이고 우리 내부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인정하지 않는 무리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3일이 건국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건국과 부흥, 전 세계가 찬탄한 한강의 기적도 부정한다. 깡패 범죄 국가로 전락한 북한도 어처구니없지만 그런 북녘을 향해서는 고요하기 그지없는 촛불 정신도 문제다. 광복절이 서글프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14 오동환

[참성단]괌

괌(Guam) 섬은 필리핀 동쪽 2천400㎞, 일본 남쪽 2천160㎞의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Mariana Islands) 중 하나다. 괌을 비롯해 사이판 등 15개 섬이 마리아나 제도고 괌은 미국령, 기타 섬은 미국의 신탁통치령이다. 괌 섬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521년 마젤란이었고 1565년 스페인 영토를 거쳐 1898년 미국 땅이 됐다. 2차대전 중엔 일본군이 점령하기도 했지만 1944년 미군이 탈환했다. 면적은 543㎢니까 제주도의 약 3분의 1이고 수도는 아가냐(Agana)다. 그 작은 섬 괌에 갑자기 전운(戰雲)이 뒤덮였다. 북한이 지난 11일 미 앤더슨공군기지가 있는 괌에 중거리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괌이 발칵 뒤집혔고 지사는 곧바로 전시 행동요령을 공표했다. '실명할 위험이 있으니 (요격 시) 미사일 불꽃과 섬광을 쳐다보지 말 것, 즉각 뭐든 지형지물 뒤로 몸을 숨길 것, 방사능 물질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옷을 벗을 것, 피난 비상용품을 준비할 것' 등이다.바나나 파파야 멜론 주산지인 천혜의 섬 괌을 '핵 보검으로 까부수겠다'고 위협한 북한은 지금 어떤가. 각 지역 직장별 전시 대비령이 내려졌고 로동신문은 12일 '새로운 유엔제재결의 발표 후 3일 간 전국에서 대학생과 여성을 포함한 347만5천명이 우리 조선인민군 입대를 탄원했다'고 보도했다. 좀 과장된 숫자인 듯싶지만 북한 당국이 그토록 군 입대를 부추기는 속셈은 배급제도가 충실한 평양시 인구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불만분자, 출신성분이 나쁜 시민을 일소하기 위함이라고 12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이 밝혔다. 북·미간의 험악한 전쟁 위협 발언으로 뉴욕 주식시장 주가는 지난 10일의 200달러 폭락에 이어 연일 하락 중이고 유럽 증시도 내리막이다.오노테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방위상도 지난 10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북조선 미사일이 일본 영공으로 날아오면 격추할 수도 있고 집단자위권 행사 등 존립위기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땅은 태평이다. 사드 배치 '결사반대'엔 일편단심이고 그저께 서울 용산역 앞 광장에선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이 있었다. 지금 그런 거나 할 때 맞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8-13 오동환

[참성단]의사, 변호사, 검사… 그리고 외계인

검찰 내부의 암투와 정관계 연결고리를 생생하게 묘사해 숱한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검찰총장(선우재덕)이 반부패 수사를 맡게 된 특임검사(조승우)에게 "흔히들 검사나 의사나 같은 '사'자를 쓰는 줄 아는데 의사는 '스승 사(師)'자를 쓰고 변호사는 '선비 사(士)'자를 쓰는데 유독 검사만 '일 사(事)'자를 쓴단 말이야. 그래서 검사는 사람이 아닌가 했는데 깃발을 높이든 모양이라고 하더군, 일 사자가. 우린 그래야 돼…."한자 연구가들에 따르면 일 사(事)자는 원래 역사의 뜻을 가진 史 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역사란 사실(事實)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후대에 와서 일과 역사의 의미를 구별하기 위해 史 자의 위·아래에 획을 하나씩 더 그어 事 자를 만든 것으로 본다. 참고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判事)도 '일 사'자를 쓴다.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醫師) 출신인 안철수 전 대표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義士)에 자신을 빗댔다는 것이다. 의사(醫師)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고, 의사(義士)는 타인에게 무력(武力)으로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람이기에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안 전 대표가 당을 살리는 의사(醫師), 혹은 의사(義士)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이제 '외계인'으로까지 불린다는 사실이다. 당 대표 출마를 만류했던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안 전 대표를 향해 "외계인과 대화한 것 같다", "벽에 대고 얘기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한국말을 써서 소통이 안 된다"며 푸념한 것이다. 사실 이에 앞서 전조(前兆)가 있었다. 지난 5월 대선에 출마해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을 실천한 안 전 대표에게 지지자들이 그가 메고 다니던 백팩에 선물로 인형 두 개를 달아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눈 세 개 달린 초록색 '외계인 인형'이었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8-10 김선회

[참성단]한국 육상의 퇴보(退步)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은퇴했다. 그는 지난 6일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3위에 그쳤다. 우승자인 게이틀린(미국)은 무릎을 꿇고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종목 대한민국의 자존심 김국영은 아깝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준결승에서 10초40의 저조한 기록으로 꼴찌에 그쳤다. 그래도 처음 준결승전에 나선 게 위안이다.한국은 세계 육상의 변방이다. 여러 종목의 기록이 몇십 년째 제자리다. 일부 종목은 뒷걸음질 친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 17명만 출전했다. 마라톤 6명, 경보 6명을 빼면 트랙과 필드는 5명이 전부다. 선수들을 많이 내보내 경험이라도 쌓게 하고 싶지만 이마저 안된다. 대회 규정이 정한 종목별 최저 기록을 넘어서야 출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대회 성적은 더 초라하다. 남자 마라톤 김효수 선수는 2시간25분08초로 59위다. 여자 마라톤은 임경희(35·구미시청)가 2시간38분38초로 34위에 그쳤다. 남자 마라톤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퇴보에 횡보다. 김효수 선수의 2시간25분08초는 80년도 넘은 고(故) 손기정 선수의 기록에도 못 미친다. 마라톤 강국이 어느 새 꼴찌를 다투고 있다.다른 종목도 기대할 게 없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야 결선 진출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메달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1980년대 장재근 선수가 세운 200m 20초41과 1990년대 초 이봉주 선수가 세운 하프마라톤 1시간1분4초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전문가들은 한국 육상이 부진한 본질적 이유로 재능 있는 선수들의 부족을 꼽는다. 고등부 야구 선수는 2천795명인데 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된 남녀 고등부 육상 선수는 1천956명에 불과하다. 육상 선수들은 텅 빈 관람석과 불투명한 앞날에 좌절한다. 우리는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가 육상에서도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그건 신기루를 꿈꾸는 거다. '한국 육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연일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는 지구촌 젊은 건각(健脚)들을 보면서 나오는 한숨이다. /홍정표 논설실장

2017-08-09 홍정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