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마크롱 선풍

지난달 7일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Macron)은 1977년 12월생으로 39세다. 그런 그가 한 달 만에 프랑스 정계에 두 번째 토네이도 급 선풍을 일으켰다. 의원 0명인 그의 집권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Republique En Marche→전진하는 공화국)가 중도 민주운동당과 합세, 총선을 휩쓸어 제1 다수당이 된 건 세계 의회정치사상 유례가 없는 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마크롱의 승리를 victory explodes(승리 폭발)라고 했고 중국 인민일보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1차 투표에서 획승을 했다(法國總統馬克龍 首輪投票獲勝)'고 보도했다. 그 39세 청년이 대선과 총선 두 차례 기적을 창출한 비결이 뭘까. 우리 언론은 지난달 G7정상회의 때 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악수에서 악력(握力)을 과시하는 등 기죽지 않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프랑스의 자존심을 과시한 점을 들었지만 다르다.지난 1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마크롱이 그 날 즉시 파리 엘리제궁에서 TV 연설을 했다. 연설 제목은 '지구를 다시금 위대하게 만들자'였고 전 세계를 겨냥, 영어 연설을 했다. "트럼프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도대체 지구의 장래를 외면하다니, 극심한 유감"이라고 비난했고 미국 과학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프랑스에 오시라. 함께 지구의 장래에 관해 논의하고 지구를 위대하게 만들자"고. 그러자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언론의 찬사가 빗발쳤다. '혜성처럼 등장한 엘리제궁의 UFO'라느니, (왜 모차르트인지는 몰라도) '엘리제궁의 모차르트'라는 등. 39세 마크롱 대통령의 그 날 TV 영어 연설이 바로 총선 석권까지 더블 미러클(겹친 기적)을 창출한 거다.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세상을 석권한다. 영국의 캐머런은 2010년 44세 총리였고 오바마는 2009년 48세에 44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캐나다의 트뤼도(Trudeau) 현 총리도 46세고 아일랜드의 리오 바라드카(Varadkar)도 지난 2일 집권당 당수가 됐고 곧 총리에 오른다. 바라드카는 마크롱보다도 한 살 적은 38세다. 아무튼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엘리제궁의 UFO가 어떻게 계속 번쩍거릴지 주목거리고 부럽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6-12 오동환

[참성단]대통령의 두뇌건강

대통령이 탄핵사태까지 부르는 원인은 두뇌건강 부조(不調)로 인한 판단력 마비다. 2015년 4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우마 호세프(Rousseff)와 박근혜 두 여성 대통령만 해도 그렇다. 그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작년 8월 탄핵당한 이유는 정부 회계분식이었다. 어떻게 언감생심 정부 회계분식까지 그녀의 두뇌가 용인했던 것인가. 지난 3월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역시 마녀 같은 최순실과의 관계, 그 한계를 분별 못한 두뇌건강 탓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고도 놀라운 나라가 브라질이다. 호세프 대통령 권좌를 물려받은 현 미셰우 테메르(Temer·77) 대통령이 '탄핵 바통'까지도 이어받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가 취임 3개월부터 탄핵 위기에 몰린 채 오늘까지 이른 이유는 오직(汚職)사건 수사방해 의혹이고 드디어 브라질 대법원이 메테르의 수사방해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 개시를 지난달 18일 결정한 것이다.공교롭고도 별난 건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위험 사유도 그의 대선 관련 '러시아게이트' 수사방해 사법방해 의혹 아닌가. 트럼프가 퇴진시킨 코미(Comey) 전 FBI(미연방수사국) 국장은 지난 8일 미 상원 정보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작심한 듯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트럼프의 말인즉슨 'I hope this…'였지만 hope를 '요청'보다는 '명령'으로 이해했다는 거다. 그런 코미를 트럼프는 '국가기밀 누설자'라고 비난했고 10일자 중국 인민일보는 '코미(科米)가 기밀누설자(泄密者)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지지율은 34%까지 추락했고 '스스로 탄핵 무덤을 팠다'는 게 세론이다. 하지만 탄핵 확률은 낮다. 결정적 증거 부족에다가 상·하 양원엔 공화당 의원이 다수다. 설혹 미국 대통령 최초로 탄핵된다 해도 트럼프 뺨치는 보수파 펜스(Pence) 부통령이 인계하면 그만이지만 뭣보다 궁금한 건 트럼프의 두뇌건강이다. 문재인 대통령 두뇌건강은 어떨까. 미국 언론이 보도한 'moonlight 정책, Moon plays'와 일본 매체의 'ムンジェイン→문제인' 표기가 왠지 걸린다. 그의 연설 톤은 점점 강해지지만 그의 안보관, 경제관도 걱정이고 광신도 같은 지나친 열성 팬도 우려스럽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6-11 오동환

[참성단]대마초

1975년 말 이장희와 윤형주를 비롯해 당대 유명 가수 8명이 구속된 것을 필두로 1976년 초까지 100여 명의 연예인이 대마초 연예인으로 분류돼 입건됐다. 그 가운데 수십 명은 구속됐고, 대마초 파동에 연루된 신중현은 물고문을 받고 수감 되기도 했다. 신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수감된 정신병원에서 서대문 구치소로 이감되자, '차라리 여기는 극락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전 세계적으로 대마초가 마약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대마초의 규제와 처벌을 엄격히 집행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대마초 흡연이 불법이 된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섬유용(삼베)으로만 재배되던 대마가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5년께부터 '도취감을 일으킨다'는 물질로 전파돼 대마초 흡연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기지촌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마초 사용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속법규가 없어 단속을 하지 못했고, 1976년 '대마관리법'이 본격적으로 제정된 이후 정부가 대마 흡연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전개, 대마 흡연자 1천460명을 적발하는 등 단속을 강화했다. 그러자 1980년부터는 대마초 사범이 대폭 감소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필로폰 밀제조량이 급증하기 시작해 연간 수십 kg 미만이던 국내 압수량이 1975년도에는 104㎏에 이르렀다.연예계 대마초 사건은 한동안 잠잠해 졌다가도 다시 터지곤 한다. 최근 인기그룹 빅뱅의 탑(최승현)이 대마 흡연 혐의로 의경 복무가 정지되자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의식까지 잃는 일이 발생했다. 가수 가인은 대마초를 권유한 지인이 있다며 이를 SNS에 폭로하기도 했다. 대마초에 손을 대는 연예인들은 연예계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인기가 치솟을수록 공허감도 커지는데 이를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토로한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는 소속 연예인들의 몸매 관리만 시킬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주치의를 둬서 이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 지속적이고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6-08 김선회

[참성단]현충일과 애국자들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의 이야기다. 2014년 12월 개봉해 이듬해 상반기까지 누적 관람객 1천426만2천명으로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청년 가장 덕수는 독일 광부를 자원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의 역경을 이겨내고 같은 처지의 파독 간호사(김윤진 분)와 함께 귀국한다. 갱도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생환하는 장면이 짠하다.노동운동가 전태일은 1960년대 평화시장 봉재공장의 재봉사, 재단사로 일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했다. 청계천 공장단지 노동자들의 노동운동 조직 바보회를 결성했다. 서울시와 노동청을 찾아가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으나 전달되지 못했다. 1970년 근로조건 시위를 주도하다 11월에 근로기준법 화형식과 함께 평화시장 입구에서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라이터로 분신 자살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11월 27일 청계피복노동조합이 결성되었고, 노동 운동이 재확산됐다.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 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 간호사, 그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추념사를 들으면서 파독 광부·간호사들과 청계 노동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파독 간호사들은 '조국이 우리를 잊지 않고 제대로 대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태극기가) 새겨졌다고 말했다. 파독 광부와 서해 바다 용사를 애국자라고 불렀다. 대통령 후보 문재인과 대통령 문재인은 분명 다른 모습이다. 새 정부에서는 애국도 편 가르는 구태(舊態)가 종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정표 논설실장

2017-06-07 홍정표

[참성단]치매 국가책임제

영어 dementia(백치·치매) 앞엔 수식어가 붙는다. 'senile dementia(노인성 치매)'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무가베(Mugabe) 대통령은 재작년 9월 의회 개막연설 때 그 이전(8월)에 읽었던 일반교서 연설 원고를 반복해 읽은 망발을 연출했다. 그 때가 91세. 올해로 30년째 집권이다. 지난 1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도 치매 아닐까. 미국 국민은 그를 '국가적인 수치'라고 했다. 그럼 60대 치매는 중년성 치매일까. 1970년대 미국의 아이돌(우상)이었던 가수이자 배우 데이비드 캐시디(Cassidy)가 자신의 치매증세를 고백한 건 지난 2월 예능잡지 'People' 인터뷰였고 67세다. 그는 70년대 TV 홈드라마 '파트리지(partridge) 패밀리'에서 장남으로 연기, 일약 유명세를 탔다. 파트리지는 '반시(半翅)'라는 새다. 그런데 그의 조부모도 치매였고 모친인 배우 이브린 워드도 치매를 앓다가 2012년 89세로 작고했다. 치매(癡매)란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자다. 말뜻의 범위야 넓다. 그런데도 일본에선 이 말을 기피해 엉뚱하게도 '인지증(認知症:닌치쇼)'으로 바꿔버렸고 중국에선 '어리석을 매'자가 아니라 '태'자다. 따라서 '치매'가 아닌 '치태'고 '치태'라는 말을 거꾸로 '태치(매癡:따이츠)'라고도 부른다. 어쨌거나 70~80대에도 사진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두뇌 능력을 유지할 수는 없을까. 그걸 정신의학에선 '포토그래픽 메모리'라고 일컫지만 그런 뇌 혁명을 겨냥한 연구는 활발하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 연구팀은 타액으로 알츠하이머 증상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했고 미국 바이오의약계의 바이오젠(Biogen)사는 뇌의 유해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작년 9월 영국 과학지 'Nature'에 발표했다. 물리적인 뇌 청소가 가능하다는 거다.문 정권이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며 본인 의료비 부담을 10%선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 고무적인 국가 보건정책 낭보를 간호하는 가족은 물론 치매 환자 본인들까지 지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랴. 하지만 치매 환자의 뇌 속은 칠흑처럼 캄캄하다. 그 어두운 머리 속들을 명도(明度) 높게 밝혀줄 세상은 도래할 수 있을까. 금세기 안엔 그리 될지도 모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6-06 오동환

[참성단]가뭄과 홍수

같은 아시아 땅이지만 한반도는 극심한 가뭄인데 반해 스리랑카와 대만, 중국 남동부는 끔찍한 홍수가 휩쓸었다. 인도 남녘 끝인 방갈로르(Bangalore)와 마드라스(Madras) 건너편 인도양에 눈물방울처럼 떠 있다고 해서 속칭 '인도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나라가 스리랑카다. 하지만 Sri는 현지 토속어로 '훌륭한, 경건한', Lanka는 '휘황찬란한'이라는 뜻이다. 그런 'Sri Lanka' 6만5천여㎢ 국토를 무색하게 만든 건 지난달 하순의 대홍수다. CNN은 지난달 29일 스리랑카 남서부 폭우로 151명이 죽고 111명이 행방불명, 50만명이 고지대로 피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수도 콜롬보 남동 100㎞, 보석 가공 중심지로 유명한 라트나푸라(Ratnapura)의 피해가 극심해 주택과 도로가 거의 황톳물에 잠겼다. 그건 2003년 이래 최악의 스리랑카 홍수 피해라고 했다.3만6천㎢ 땅의 대만도 17년만의 홍수에 휩쓸렸다. 지난 3일까지는 타이베이(臺北) 북동쪽 대만 제일의 문호(門戶)인 지룽(基隆)을 비롯해 대만 철도와 도로교통 요충지이자 국제상항(商港)인 화롄(花蓮), 그리고 진먼다오(金門島)의 피해가 심했고 4일엔 대만 중남부 까오슝(高雄)과 차오저우(潮州) 등도 가옥과 교량 붕괴,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막심했다. 그런 대만 폭우를 지난 3일 중국 CCTV는 '홍수 광습(狂襲)'→'홍수가 미친 듯이 습격했다'고 했고 '재앙이 심하다(災情嚴重)'고 보도했다. 중국 남부 역시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폭우 피해가 심했다. 3일 낮까지 푸졘(福建)성 성도(省都)인 푸저우(福州)와 룽옌(龍岩), 장시(江西)성 지안(吉安) 등이 홍수에 잠겼고 후난(湖南)성의 유명한 과일농사도 폭우 피해로 망쳤다.모스크바는 또 폭풍우 피해가 심했다. 지난달 30일 폭풍우로 모스크바 시내 가로수 등 수목 3천500 그루가 쓰러지는 바람에 차량 1천500대가 깔려 찌그러졌고 16명이 사망, 168명이 부상했다고 CNN 뉴스가 지난달 31일 전했다.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자기 생애 최악의 폭풍우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늘 우리 땅엔 비가 온다는 예보다. 단비가 내린다면 그건 필시 조국을 수호하다가 비명에 가신 아아, 현충일 영령들 음덕일 게다./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6-05 오동환

[참성단]'국가적 수치' 대통령

대통령이 '국가적인 수치'라면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은 뭔가. 그 역시 '국민적인 수치' 아닌가. 미국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을 국가적인 수치라고 했다. 그가 지난 1일 오후(한국시간 2일 새벽)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그날 당장 국민들이 벌 떼처럼 반기를 들었고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아우성을 쳤다. 특히 워싱턴 주 인즈리 지사는 "온전한 지구를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 어른들이 부끄럽다. 미국은 이제 지구상에서 '파리기후협약'에 가입 안 한 단 두 나라(시리아, 니카라과) 수준으로 추락해 버렸다"고 한탄했다. 2일 현재 뉴욕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 이미 10여개 주와 LA 보스턴 시애틀 등 177개 대도시가 트럼프를 비난했고 '미국 기후연합을 결성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6~28%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미국은 일찍이 1992년 5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 서밋'에 맞춰 부시(父) 대통령이 그 해 10월 비준한 게 '지구기후변동조약'이었다. 그 이듬해엔 클린턴 대통령이 교대해 94년 그 조약을 발효시켰고 97년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조약체결국회의(COP3)에서는 엘 고어 부통령이 주도, '교토의정서(京都議定書)'를 채택했다. 그는 그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1년 부시(子) 대통령은 그 '교토의정서'로부터의 이탈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 43대 부시 대통령의 '거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포함,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협약(2015년 12월) 체결을 적극 주도했다. 미국 대통령들의 훼예(毁譽)가 그렇게 엇갈린 거다.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은 전 세계 언론의 비난은 물론 특등 동맹국 일본까지도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야마모토 코이치(山本公一) 환경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인류의 영지(英智)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보짓이라는 소리다. 중국의 巴黎(파려→파리)협약 비난이야 말할 것도 없다. 신기한 건 일본과 중국의 국제문제 견해가 천재일우(千載一遇)로 일치했다는 끔찍(?)한 사실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6-04 오동환

[참성단]브라운 백 미팅

유럽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보면 빵집 앞에 사람들이 즐비하게 줄을 서 있고, 빵을 구입한 사람들은 갈색 봉투에다 기다란 바게트 빵을 담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갈색 봉투 안에는 빵 말고도 간단한 채소나 과일도 같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최근 환경문제 때문에 비닐 봉투(Plastic bag)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마트에서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이런 갈색 종이봉투를 미국에서는 브라운 백(Brown Bag)이라고 하는데 몇 해 전부터 정부기관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브라운 백 미팅'이 많이 열리면서 이 용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운 백 미팅은 말하자면 간단한 점심식사를 곁들인 토론으로,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을 브라운 백에 담아 가지고 와서 격식 없이 진행하는 회의를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꼭 갈색 봉투가 등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브라운 백 미팅은 번다한 식사 대신 시간 절약은 물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할 수 있어 조직 내 의사소통이 활성화되고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도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구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캐주얼 토론회'라고 불리기도 한다.문재인 정부의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동연 후보자는 아주대 총장 시절 학생들과 브라운 백 미팅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매월 첫 번째·세 번째 수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전 신청한 2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샌드위치·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화의 주제는 정해져 있지 않고 현장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가치관과 신념, 취미와 최근의 관심사 등을 질문하고 이에 김 후보자는 자신의 가난했던 청소년기와 유학시절·공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진솔하게 대답했다고 한다.그가 브라운 백 미팅을 자주 열었다는 것은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소통·서민적 행보를 중시했다는 뜻일 것이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부총리 자리에 오른 뒤에도 공무원·시민들과 그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기 바란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6-01 김선회

[참성단]롤랑가로스

세계 4대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는 매년 5월 열린다. 올해 대회 총상금은 3천600만 유로(452억원)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클레이코트(흙 코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이변(異變)이 유난히 많다. 1891년 프랑스테니스클럽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시작해 1925년 모든 국적의 선수들로 문호가 개방됐다.이 대회에는 특이하게도 '롤랑가로스(Roland Garros)' 라는 명칭이 따라다닌다. 프랑스오픈의 홈페이지와 SNS도 모두 롤랑가로스로 표기되어 있다. 파라솔, 모자, 가방 등 기념품들에도 모두 롤랑가로스가 새겨져 있다.유래는 이렇다. 1927년 미국에서 열린 데이비스컵(국가대항전)에서 프랑스 대표팀이 우승하면서 정부가 파리시 서부 근교에 새로운 테니스장을 건설했는데, 명칭을 비행사인 롤랑가로스를 딴 것이다.그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공군에 입대해 서부전선에서 복무했다. 같은 해 8월 독일 전선을 날며 독일 비행기를 추락시키고 두 명의 독일 비행사를 쓰러뜨리며 세계 역사에서 최초의 비행 전투를 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1915년 4월 비행기가 추락해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1918년 탈출에 성공했다.스타디움 건설 당시 책임자였던 에밀 레저는 경기장의 이름을 그의 친구이자 전쟁영웅인 롤랑가로스로 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사실 롤랑가로스는 테니스의 '테'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대한민국 축구가 U-20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완패한 바로 뒤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정현 선수가 세계랭킹 28위인 샘 퀘리(미국)를 3-1로 물리쳤다. 퀘리 선수는 한때 세계랭킹 17위에 올랐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에서 9번이나 우승한 강자다. 10년 전, 이형택 선수는 2007 US오픈에서 4회전인 16강까지 올랐다. 정현이 2회전에서 승리하면 일본이 자랑하는 니시코리 선수(세계랭킹 9위)와 한·일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현은 전담 코치도 감독도 없다. 대한민국의 명예를 짊어지고 고군분투하는 정현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홍정표 논설실장

2017-05-31 홍정표

[참성단]G7과 미국

'아메리카 퍼스트'보다도 '머니 퍼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G7이 삐걱거렸다.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G7 정상회의에서 불거진 트럼프의 행동거지(擧止)가 유럽 언론의 집중 성토와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만방자, 독불장군이었다. 그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자 G6 수뇌들은 하나같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시큰둥한 채 외면했고 특히 유럽의 맹주(盟主)인 독일 메르켈 총리는 '낼만큼 내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런데 나토 방위비 인상에 이어 기후변화 문제 등 의제를 놓고 메르켈이 계속 반대의견을 제시하자 트럼프는 대놓고 '못됐다(bad!)'며 면박까지 줬다는 거다. 트럼프의 기고만장 자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G7 정상 기념촬영 때는 앞에 가로걸리는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확 밀쳐버리고 한가운데에 섰다는 거 아닌가. 다른 수뇌도 아니고 그날 G7회의 호스트(주최자)를….그런 트럼프에 질려버린 메르켈이 드디어 28일 '미국 의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EU를 탈퇴중인 영국의 더 타임스는 같은 날 'G7의 거리(相距)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유럽과 미국은 '구미(歐美)'로 불린다. 특히 서유럽(西歐)은 미국과 더불어 선진국 그룹의 대명사다. '美歐'가 아닌 '歐美'다. 유럽(서유럽)이 미국보다 까마득히 선진국 군단(群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구미를 일본에선 '歐米(오베이)'로 불러왔고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 이래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등 일본 선각자들이 외친 구호가 '오베이 따라잡자, 제쳐놓자'였다. 그만큼 지구상의 지존국가 집합체가 서구다. Europe는 라틴어 Europa에서 왔고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넓다'는 뜻이다. 그런데 드디어 서유럽이 분열하고 구미도 갈라서는가.중국 언론은 G7 보도에 열을 올렸다. 미국의 특랑보(特朗普→트럼프)와 독일의 묵극이( 克爾→메르켈)가 충돌해 G7이 깨지고 '北大西洋公約組織(NATO)도 힘이 빠질 것'이라고. 그런 중국이 무섭고 고립돼 가는 미국도 걱정이다. 메르켈 총리의 선언처럼 한 나라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는가. 그럼 한국은 어디로 가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5-30 오동환

[참성단]인물과 인재

'인물(人物)'이란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지만 왜 '人+物(사람과 물건)'인가. 어떤 때는 인격체인 사람답다가 어떤 때는 한낱 물건에 지나지 않는 몰인격(沒人格)체로 전락하기 때문인가. 일본어 중국어의 '人物' 뜻도 마찬가지다. 더욱 웃기는 건 일본에선 같은 '자루 병(柄)'자를 써 사람 몸뚱이는 '신병(身柄→몸 자루)'이지만 인품, 사람됨을 가리킬 때는 '인병(人柄:히토가라)'→'사람 자루'라는 거다. 또한 한국에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人才,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人材지만 중국에선 人才(런차이)도 人材와 같은 뜻이다. 별난 건 또 본받을 만한 전형적 인물은 '인판(人版:런반)'이고 뛰어난 인물, 특출한 인재는 '뾰족한 첨'자를 써 '인첨자(人尖子)'라고 한다는 점이다. 뛰어난 인재에다 인격까지 고매한 사람은 '사람 중의 용(人中龍)'으로 우러르고….정부 주요인사 청문회 때마다 인물 인재난이 심한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천하의 명 속담인가, 아니면 아무리 두들겨 패듯 털어대도 먼지 한 점 날리지 않는 사람도 쌔고쌨건만 그런 인재를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인가. 다시 말해 하늘 아래 명마(名馬) 준마(駿馬)는 얼마든지 있건만 그런 말 감정을 제대로 해내는 백락(伯樂)과 같은 눈을 갖추지 못한 탓인가. 도대체 인물 인재에 무슨 흠결이 그리도 많고 결격 사유가 그리도 가지가지인지 청문회에 모셔진 영예로운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반칙을 안 하고 파울을 하지 않고서는 행세를 못하나. 스포츠 경기에서 고의적인 파울은 옐로카드, 두 번째는 레드카드(축출) 아닌가. 문 정권이 인사 원칙에서 배제시킨다는 5대 사유(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만 해도 보통 선량한 시민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문 정권이 고위공직자 임용 새 기준을 마련한다니까, 본인 외에 가족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게 어떨까. 평소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수신(修身) 여하까지만 검증하고 제가(齊家) 여부는 배제시키자는 거다. 장차 치국평천하까지 할 인물도 아니고 나라의 운명(國步)을 좌지우지할 인물도 아닌 바에야….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5-29 오동환

[참성단]文정권의 대북지원

문재인 정권 11일 만인 지난 21일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즉각 강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지만 대북 추가제재 합의엔 실패했다. 중국이 반대한 탓이다. '왜 대북 대화는 못 하느냐'며 류지에이(劉結一) 중국 유엔대사가 반기를 든 거다. 26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타오르미나(Taormina)의 G7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위협 대처에 의견이 일치했지만 만약 그 날 중국이 G8 또는 G9 멤버였다면 어땠을까. 대북 대처의견은 또 어긋났겠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강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pretty smart kooky(꽤 똑똑한 녀석)라고 했지만 속어 kooky는 '괴팍한, 머리가 돈, 별난 사람의…' 그런 뜻이다.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12일 대북전문조직 부서인 'Korea mission center(한반도 담당 센터)'까지 신설했다. 그런데 왜, 왜 North Korea가 아닌 'Korea 담당'인가. 마이크 폰페오(Ponpeo) CIA 국장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그치지 않는 북한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고 CIA 고관 존 닉슨은 '24시간 북한을 감시, 1일 2회 트럼프 정권과 기타 정보기관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총성(국방부)은 또 지난 26일 '오는 3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지상 요격미사일 실험은 태평양 마셜제도 퀘제린 환초(環礁)에서 발사, 약 8천㎞ 떨어진 캘리포니아 주 반딘버그 공군기지에서 요격하는 거다. 북한의 ICBM에 대한 경고다.한편 중국은 문재인 정권 출범이 달가워 안달이 났다. 27일 저녁 CCTV는 '남북이 따뜻해졌다(南北回暖)'고 했다. 그것도 북한이 먼저인 '朝韓'이 아닌 '南北'이라고 했고 '한국정부가 민간단체 대북접촉을 비준했다(韓政府批准 民間團體與朝接觸)'며 상세히 보도했다. 또한 문대통령(文總統)이 지난 22일 경호(警衛)차량 대동도 없이 25인승 버스(25座的巴士)를 타고 부산 영도의 모친 강한옥(姜漢玉·90)여사를 방문했다는 등 찬사가 넘쳐났다. 그런 문총통이 다음달 방미,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대미(對美) 대중(對中)관계 각도가 어떻게 엇갈릴지 아닐지 자못 관심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5-28 오동환

[참성단]제임스 본드

영국의 소설가 이언 플레밍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명문 이튼 칼리지와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를 다녔지만 여자 문제로 모두 중퇴했다. 이후 모스크바 주재 로이터 통신기자로 일했으며 후에 주식 중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해군의 정보부에서 특공대를 파견·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플레밍은 해군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첩보원 '제임스 본드'에 관한 아이디어에 착안, 자메이카에 있는 자신의 별장 '골든 아이'에서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한 첫 소설 '카지노 로얄'을 완성해 1953년에 출간한다. 카지노 로얄은 한 달 만에 초판이 매진되는 성공을 거두고 플레밍은 12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이어나간다.사실 우리에게 제임스 본드는 소설보다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총 24편이 제작된 영화 '007시리즈'로 훨씬 더 많이 알려졌다. 제임스 본드의 첩보원 명인 007의 '00'은 영국 비밀 정보국인 MI6에서 허가해 준 살인면허이며, '7'은 '살인면허를 가진 일곱 번째 요원'이라는 뜻이다. 플레밍 소설에 따르면 제임스 본드는 1922년생으로 영국의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를 졸업하고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한다. 사격술·격투기에 능해 첩보원으로서의 자질도 뛰어난 데다 매력적인 외모와 화술을 가졌다.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은 당시 플레밍이 탐독한 조류관련 서적 '서인도제도의 새들'의 저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는 숀 코너리를 포함해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총 7명이다. 이중 007시리즈의 황금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죽느냐 사느냐(1973)'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1974)' '옥토퍼시(1983)' '뷰 투 어 킬(1985)' 등 12년 동안 7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로저 무어(89)가 지난 23일 스위스에서 암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나 2차 대전 중 영국군 장교로 복무한 뒤 제대 후 배우가 됐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액션과 로맨스 장면 모두 충족시켰던 그는 아마도 소설 속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가장 근접한 배우가 아니었을까. /김선회 논설위원

2017-05-25 김선회

[기고]사라진 효, 추구할 효문화

많은 사람들이 효가 '사라졌다', '무너졌다' 말하며 한탄한다. 실제로 상당부분 사라지고 무너졌다. 이 때 어떠한 효가 사라지고 무너졌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또 왜 그런가에 대한 반성과 자각도 중요하다. 먼저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의 팽배가 그 원인이라고들 말한다. 틀리지 않다. 농경사회 노동집약적 공동체 가족주의의 산물 효문화가 20세기 후반 산업사회까지만 해도 설득력이 있었다. 나와 가족, 나아가 이를 포괄하는 공동체가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던 시대이다. 공돌이, 공순이가 되어 어떤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또 어떤 수모를 당한다 하더라도 가족의 생계와 공동체의 장래를 염려하며 감내했다. 나보다는 가족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했다.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나를 희생하던 시대이다.하지만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 오면서 이런 생각은 점차 희석되고 사라졌다. 내가 있어야 가족도 공동체도 있다는 자아의식의 자각이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당연한 흐름이자 귀결이다. 농경·산업시대의 전통적 사고로 보자면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비춰진다. 그런 가운데 전통적 효문화는 설 자리를 잃어만 갔다. 3D업종(Dirty, Dangerous, Difficult)의 기피와 맞물려 사전에서 말하는 '부모에게 잘하는 것'을 효라고 생각하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 과거 모범적인 효행사례도 전설이 되었다. 부모 공경을 위한 자신과 자녀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효행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근대화 시절 이런 효행을 '허위도덕(虛僞道德)'이라 비판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과거의 효행 사례들은 이제 박물관 한 구석의 전시물에 지나지 않다. 사라질만한 효행이 사라졌으니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다.문제는 당연히 지켜야할 자녀의 기본 도리조차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 부모와 어른을 위한 작은 희생과 봉사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그래서 장년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녀가 늘고 있는 것은 이 시대가 점점 효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받은 사랑 돌려드리는 것을 효라고 한다면, 효는 사라지고 내내 내리사랑만 존재하는 격이다. 사랑을 받았다면 당연히 갚아야 하는데, 갈수록 갚는 것은 어려워지고 내내 받기만하는 상황이다. '부자자효(父慈子孝)'가 정상적인 모습이라면, '부자(父慈)'만 남고 '자효(子孝)'는 사라진 형국이다.거기에는 복지사회도 한 몫 한다. 복지를 강화할수록 노인은 풍요롭게 되고 청년층은 상대적 빈곤에 시달린다. 서구 복지국가들이 보여준 경험사례이다. 우리사회가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복지는 제도이고 효는 정신이다. 제도는 경제적 기반이 필수이고, 정신은 의지의 문제이다. 가난해도 가정과 사회를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한 효문화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했어도 노인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 효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효와 복지는 상호보완관계이지 대체항목은 아니다. 효 대신 복지로 이 시대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복지에는 분명한 한계와 문제가 있다. 복지사회로의 지향은 오늘날 바꿀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지만, 그것은 강력한 재정적 뒷받침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효문화를 활용한다면 상당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서구사회와 비교해서 넉넉지 못한 한국사회가 추구할 복지모델이 효복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복지의 한계를 메워줄 효교육의 강화가 요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월 한 달 반짝하는 효가 아닌 매일매일 되뇌이는 효문화 정착은 세계가 부러워할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김덕균 성산효대학원대학교 효문화학과 교수김덕균 성산효대학원대학교 효문화학과 교수

2017-05-24 김덕균

[참성단]인공지능 알파고의 진화

"알파고는 약점이 없다. 점점 더 바둑의 신(上帝)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23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1국서 인공지능 전사 알파고와 대국한 인간 대표 커제의 소감이다. 결과는 백을 쥔 알파고의 1집 반 승리였다. 현역 세계 2관왕 커제와 맞선 알파고는 초반부터 끝내기까지 완벽하게 압도했다. 우세가 확연해진 중반 이후에는 커제의 도발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신기(神技)의 내공을 보여줬다.생중계 해설을 맡은 목진석 9단은 "놀랄만한 수도 화려한 행마도 없었지만 커제를 처절하게 무너뜨렸다"면서 "자존심이 센 커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내 프로기사들도 더 세진 알파고를 보면서 "이제는 인간이 이길 방법을 찾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올 초 인터넷 대국에서 알파고에 진 박정환 9단은 "지금의 룰대로는 이길 수 없고, 흑 정선(백에게 공제하지 않는 것)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했다. 다른 기사들은 이마저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한다.지난해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대결' 5번기를 가진 알파고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면모를 보여줬다. 4대1로 승리했지만 허수도 나왔고, 흔들림도 있었다. 커제와의 대국에서는 인간계와 멀어져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국시간을 늘렸지만 승부에는 변수가 되지 않았다. 커제보다 2배 빠른 착수를 하면서도 시종 앞서나갔다. 인간과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고, 영원히 넘지 못할 태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바둑팬들은 커제가 백을 잡는 2국에 기대를 건다. 인간 고수들은 백을 잡은 커제를 이기기 힘들다. 프로바둑계는 '그래도 승자는 알파고가 될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는다.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이 대국의 의미는 AI(인공지능)가 세계 최고 프로기사에게 이기는 게 아니라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기술을 통해 방법을 습득하는 데 있다"면서 "결과에 관계 없이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압도당하는 인간계의 충격은 공포에 가깝다. 인공지능 진화의 끝은 무엇인가. 궁금하고도 두렵다. /홍정표 논설실장

2017-05-24 홍정표

[참성단]문재인의 恩人?

누구든 은인은 있다. 하늘처럼 넓고 크다는 호천망극(昊天罔極)의 부모 은혜를 비롯해 성장과정 또는 직장과 출세에 결정적 도움을 준 은인도 있고 몰락과 죽음에서 건져준 재생의 은인, 생명의 은인도 있다. 안드로메다(Andromeda)의 경우는 어떤가. 그리스신화의 안드로메다는 에티오피아의 왕녀로 바다의 괴물에 잡혀 절벽에 매달려 있는 걸 페르세우스(Perseus)가 괴물을 죽이고 구출, 아내로 삼았다. 그 경우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의 생명의 은인이자 사랑의 은인이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양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울만한 은인이라면 누구일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를 '노무현의 그림자(盧武鉉之影)'라고 했다. 그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특등 은인이자 가문의 은인이다. 그런 노무현의 어제 8주기 추도식에 간 문 대통령의 감회는 남달리 사무쳤으리라.하지만 노무현은 문재인을 대통령이 되게 하지는 못했다. 문재인을 대통령 옥좌(玉座) 보좌(寶座)까지 밀어 올려 준 일생일대 단 한 사람의 은인이자 가문의 은인이 있다면 누구일까? 공교롭게도 그 1등~특등 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야말로 철천지원수의 반대인 철천지은인이 아니고 뭔가. 단연 박근혜 은공이고 은덕이다. 문 정권에 발탁된 고관들의 은인도 다를 바 없다. 박근혜다. 지난 3월 10일 탄핵, 31일 구속된 지 53일 만에 수인번호 503번으로 어제 첫 재판정에 나선 그녀의 주검 같은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의 감회가 어땠을까. 세상만사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세간의 은혜에 보답까지는 몰라도 헤아릴 줄 아는 게 도리다. '은반위구(恩反爲仇)'라는 말이 있다. '은혜가 도리어 원수가 된다'는 뜻이지만 '은혜를 원수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는 자서전에서 4대강이 국토를 망쳐놨다고 했다. 그럼 모두 철거할 건가. 치산치수는 국정의 기초고 인류역사는 치수의 역사다. MB의 명품인 서울 청계천도 메우자고 할 건가. 국정교과서도 오래된 폐단(積弊)이 아니라 금년에 마무리된 새 교과서다. 5·24 조치도 개성공단 폐쇄도 적폐인지 은인 박근혜에게 물어보라.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5-23 오동환

[참성단]영부인

'영부인'이 무슨 뜻인지 언론에서도 모른다는 건 비극이다. 영부인이란 대통령 부인→퍼스트레이디만이 아니다. 앞집 먹쇠 부인이든 뒷집 밤쇠 부인이든 동네 돌쇠 떡쇠 부인이든 남의 부인에 대한 존칭어가 영(零)부인이 아닌 令夫人이다. 그래서 옛날 결혼식 청첩장 등엔 '아무개 귀하' 옆에 '同 영부인'이란 말이 꼭 따라붙었다. 부인과 함께 오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작년 6월 8일 모 대표적인 신문은 힐러리 클린턴이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외에 하나(대통령)만 남았다'는 제목을 달았다. 퍼스트레이디를 '영부인'으로 잘못 쓴 거다. 모 종편 TV는 작년 9월 17일과 지난 1월 28일 '5대 영부인 후보들' '파란만장한 영부인 후보들'이라고 했고 지난 2월 11일 어느 종편 TV도 안철수 부부를 출연시켜 '대통령 되시면 영부인 되실 텐데…' 따위 망발을 했다. 그 날 그 때도 어엿한 영부인이었건만. 바로 이번 6월호 모 월간지 목차에서도 '영부인 사업 펫(pet)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보였고….잘 어울리는 부부든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부부(ill-matched couple)든 남의 부인은 모두 영부인이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모든 남의 부인을 부르는 존댓말이 令夫人이다. 중국에선 令夫人(링푸런) 외에도 영각(令閣), 영태태(令太太), 영정(令正)이라 하고 일본에선 令夫人(레이후진) 또는 令室(레이시쓰)이라 부른다. 그런데 '夫人'에만 '영 내릴 영(令)'자가 붙는 건 아니다. 남의 집 아들은 영식(令息) 영랑(令郞)이고 딸은 영애(令愛) 영원(令媛)이다. 중국에선 남의 딸을 '영천금(令千金)'이라고도 한다. 남의 집 아버지도 영대인(令大人) 또는 영존(令尊)이고 남의 어머니도 영당(令堂) 영자(令慈)다. 모든 남의 가족 호칭에 존칭 접두사 令자가 붙는다. 중국과 일본에선 '영부인'도 아닌 '령부인'이다.취임 열흘을 넘긴 문재인 대통령이 스타 대통령으로 떠오른 채 우러르는 대중의 찬사와 칭송이 대단하다 싶더니 영부인 김정숙 여사 인기도 높다. 발랄 쾌활한 성격에다 평소 '요리 내조'의 솜씨를 과시하는 등 초장 점수가 부부 함께 드높다는 거다. 왜 아니 좋을 손가! 승승장구 비상의 날개가 꺾이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5-22 오동환

[참성단]대통령 초장 지지율

대통령 초장(初場) 지지율은 거의가 높다. 신선함과 기대치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 18일 취임한 39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지율이 45%에 불과, 역대 최저였다. 이유가 뭘까. 결선 투표에서 르 펜을 압도했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젊고 잘 생긴 외모에다가 국방장관을 비롯해 여성 장관도 11명이나 임명, 남성 장관 수와 똑같이 배려했건만 여성 쪽 지지조차 신통치 않다는 건가 뭔가. 2012년 올랑드 지지율은 58%, 2007년 사르코지는 59%, 시라크는 1995년 61%와 2002년 53%였건만…. 취임 4개월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떤가. 20일 공개된 로이터와 입소스(Ipsos) 공동조사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38%로 그 또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저지만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선 그의 탄핵 예상치가 급상승, 지난 17일 이미 33%였다. 이른바 러시아게이트 의혹 탓이다.트럼프가 전격 사임시킨 코미(Comey) 전 FBI 국장, 그 꺽다리(2m) 사내의 메모가 문제였다. 사임한 플린(Flynn) 전 백악관 보좌관과 러시아와의 관계, 즉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고 (트럼프가) 자신에게 요청했다'는 메모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같은 탄핵 감이라는 거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지난 10일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주미대사 키스랴크와의 회담에서 코미 국장을 가리켜 '머리가 돈 친구'라고 했고 오바마는 그런 트럼프를 일러 18일자 피플(People)지 인터뷰에서 '어리석은 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프레지던트 트럼프! 쿠오바디스?'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그는 18일 한국 대통령 특사단도 만났고 19일 중동 유럽 순방길도 떠났다.그런데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잘 할 거라는 답은 87%였다. MB와 박근혜의 초장 지지율은 각각 79%·71%였다는데….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와 소통, 협치 강조 등 칭송도 자자하다. 놀라운 건 진보계 지지율 96%, 보수계도 76%라는 거다. 문제는 짙은 진보 성향의 특정지역 편중 인사고 '태극기파'가 염려하는 이념적 문제, 그 탈색과 중화(中和) 노력 여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5-21 오동환

[참성단]MP3의 몰락과 카세트의 부활

1990년대 이후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압축포맷이었던 MP3 파일이 최근 '사망선고'를 받았다. MP3 기술을 개발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이 기술의 실시권을 갖고 있던 테크니컬러 간의 특허 및 소프트 웨어 사용권 계약이 지난달 23일 종료된 것이다. MP3 특허권은 유럽연합에서 2012년 소멸된 데 이어 지난달 16일 미국에서도 만료됐다. MP3는 1990년대 말부터 MP3 플레이어의 보급과 인터넷 파일 공유 등에 힘입어 소비자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어 사실상 표준 포맷의 지위를 얻었으나, 최근에는 AAC 등 기능이 더 많고 압축 효율도 더 높은 새 포맷에 밀리는 추세다. 이에 따라 MP3 파일은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에 밀려난 카세트테이프의 경우 요즘 소비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12만9천장의 카세트테이프가 팔렸다고 한다. 카세트 시장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74% 증가한 것이다. CD·LP 등 모든 음악 재생매체를 통틀어 성장률 1위가 카세트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서 남자 주인공이 '워크맨'을 통해 음악을 듣는 장면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고 하겠다.이는 사용하기 편하고 복제가 쉬운 디지털 음원에 소비자들이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비록 음질은 디지털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창작물에 대한 '소유'의 의미가 강하고,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 정성을 들이며 옛날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젊은 소비자들이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5집 '1 of 1'을 테이프로 발매해 전량을 팔아치웠다. 국내 인디밴드인 '푸르내' '밤신사'는 CD나 MP3 음원보다 테이프로 먼저 신작을 공개해 초판을 매진시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인터넷에서는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동호회를 개설하고 중고 테이프 및 플레이어 등에 대한 정보교환 및 판매 등을 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디지털에는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 '무엇'이 없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5-19 김선회

[참성단]PGA 김시우 선수

호주 출신의 아담 스콧 선수가 지난 2004년 PGA 투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 역대 최연소(만 23세 8개월)다. 이 기록을 지난 14일 대한민국 김시우 선수(만 21세 3개월)가 갈아치웠다. 미국 골프 해설가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고, 미국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뽑은 것 만큼 놀라운 일이다"고 했다.제5의 메이저로 꼽히는 이 대회에는 PGA 투어 세계 랭킹 1~3위 선수를 비롯, 50위권 이내 선수 대부분이 참가했다. 우승상금은 21억3천만원에 달한다. 김 선수의 PGA 투어 랭킹은 75위였다. 2011년 마흔 나이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최경주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에 묵묵히 하는 선수라 대성할 줄 알았다"며 후배의 쾌거를 기뻐했다.김시우는 이 대회에서 경이로운 쇼트게임 능력을 보여줬다. 마지막 날 선두권 선수들이 줄 보기로 주저앉는 난코스에서 노 보기로 마쳤다. 최종라운드에서 3m 이내 퍼팅을 15차례나 모조리 성공한 것은 백미(白眉)였다. 한달 전 바꿨다는 집게 그립이 효험을 봤다. 어릴 적 좋아했던 스페인 세르히오 가르시아 선수가 이 그립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다고 한다.김시우는 살아있는 전설 타이거 우즈와 비교된다. 우즈의 통산 메이저 14승, PGA 투어 79승은 현역 선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업이다. 만 21세 3개월에 마스터스 대회를 제패했다. 21세 3개월인 김시우도 벌써 PGA 투어 2승이다. 섣부른 감이 있지만 대한민국 골프팬들을 들뜨게 한다.우리에겐 그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왕정훈(22)과 안병훈(25) 선수도 있다. 이들 영건이 서로 경쟁하면서 대한민국을 PGA 투어의 중심국으로 견인하기를 기대해 본다. 국내 팬들은 이제 LPGA뿐만 아니라 로리 맥길로이나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등 PGA 월드스타들과 우승을 다투는 대한민국 영건들을 보게 됐다. LPGA와 격이 다른 게 PGA다. 골프팬들의 월요일 새벽이 고단하게 됐다. /홍정표 논설실장

2017-05-17 홍정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