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송민순 홍준표 회고록

영어 reminiscence(레미니슨스)를 한국에선 회고록(回顧錄), 일본에선 회상록(回想錄), 중국에선 회억록(回憶錄)이라고 하지만 '되돌아보고 생각하고 기억해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런 회고록을 젊은 나이에 출판한다는 것처럼 웃기는 예도 드물다. 뭘 뒤돌아 생각하고 기억해낼 건더기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도 리비아의 카다피는 27세 육군대위 때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 올랐고 34세에 회고록 '그린 북'을 냈다. 35세에 이슬람 국가 최초 여성 총리가 된 파키스탄의 부토도 취임 전에 이미 회고록을 썼다. 미국 가수 마돈나와 배우 커크 더글러스는 각각 33세와 44세에, 이탈리아 출신 미국 여우 소피아 로렌은 55세에 회고록을 냈고 세기적인 이탈리아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60세에 냈다. 미국과 프랑스 여우 캐서린 헵번과 브리지트 바르도도 약속이나 한 듯 62세에 회고록을 출간했고….대통령들도 뒤질세라 젊은 나이에 회고록을 냈다. 미국의 빌 클린턴 힐러리 부부와 오바마 미셸 부부도 50대에 자서전―회고록을 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55세 때 낸 회고록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가 중국에서도 '絶望鍛鍊了我(절망단련료아)'라는 제목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유명인 회고록은 말이 자서전이지 90%는 전문 글쟁이 등이 대필해준 '타서전(他敍傳)'에 불과하다. 아돌프 히틀러와 흐루시초프는 거실을 왔다갔다 중얼중얼 구술을 받아 적게 했다는 거 아닌가. 명사들이 회고록을 내겠다고 자청하는 경우도 드물다. 거의가 대박을 노리며 달라붙는 출판사 등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다는 거다. 오바마 부부 회고록만 해도 지난 3월 출판 계약금이 무려 680억원이었다.회고록이란 인생 황혼에 쓰는 게 정상이다. 2016년 67세에 낸 송민순 회고록도 성급했고 12년 전 51세에 출판한 홍준표 회고록은 더욱 조급했다. 또한 숱한 타인과 얽혀온 삶의 회고록이라는 게 말썽의 소지를 품기 쉽다는 걸 그들은 몰랐나. 북한에 여쭤보고 뭘 결정했다면 국기문란 정도가 아니라 국기포기 행위였고 뭐, 돼지 흥분제라니! 듣기만 해도 윽―구역질나는 소리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24 오동환

[참성단]北·中과 트럼프

북한의 눈엔 보이는 나라가 없다. 하물며 호주쯤이랴. 비숍(Bishop) 호주 외상이 지난 20일 일본 외상과의 회담에서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자 북한 외무성 보도관은 '호주가 미국을 추종한다면 그 역시 우리 핵무기 조준경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협박했고 '미국이 조선반도 긴장을 조성해도 끽 소리 없이 어울려 놀아나는 주변국도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조차 비난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보도관은 또 21일 '남조선은 일격에 재가 되고 일본열도는 침몰하며 미 본토엔 핵 우박이 쏟아질 것'이라고 공갈을 쳐댔다. 그런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는 중국을 믿는다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 트럼프고 엊그제 젠티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AP통신도 22일 '북한 주유소가 원유 제한판매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원유공급을 줄인 결과라는 거다.과연 중국이 트럼프의 신뢰 그대로일까. 관영 環球時報(환구시보)의 그저께 보도를 트럼프가 봤을까. '6차 핵실험을 하면 중국은 원유공급을 감축하겠지만 마지노선이 있다'고 했다. '무력에 의한 정권 전복과 인도적 재앙까지 부르는 경제제재'는 안 된다는 거다. 쉽게 말해 북한이 망할 정도의 제재는 않겠다는 소리다. 게다가 '북핵의 근본 원인과 핵무기 개발은 그 원인이 북한과 한·미 양측에 있다'고 했다. 그런 중국이 고도의 군사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건 CNN이었다. 북한의 피침(被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961년 김일성과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체결한 게 中·朝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이고 '체약 일방이 어떤 국가 또는 국가련합의 무력침공을 당할 경우 체약쌍방은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제2조를 지키기 위해서다.북한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는데도 '북한 석탄 선박 6척이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항에 입항했다'고 22일 보도한 것도 CNN이었다. 미사일 기술을 은밀히 북에 전도한 쪽도 중국이었고…. 북한군 창건일인 내일 6차 핵실험 징후가 농후하다고 미국 북한매체 38노스(North)가 내다봤다. 트럼프가 북·중 관계 실체를 깨닫는 시점이야말로 중요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23 오동환

[참성단]유세차(遊說車)

지난 2013년 10월 22일, 화성갑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민주당 오일용 후보의 유세 차량이 화성 봉담읍사무소 앞 육교 하단을 들이받았다. 유세 차량 적재함에 실린 LED 전광판과 스피커가 육교의 통과제한 높이(4.8m)보다 높아 발생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선거운동원이 다쳐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차량 파손도 컸는데, 당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무엇보다 오 후보의 포스터가 담긴 패널이 두 동강 난 채 바닥에 뒹굴고 있는 모습 때문에 후보 자신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참으로 안타까워 했을 것 같다. 불행한 전조(前兆) 때문이었을까. 오 후보는 당시 국회의원 6선을 지낸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에게 결국 참패하고 만다.버스나 트럭 등을 개조한 유세차는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때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 등은 45인승 고속버스의 좌석을 20석으로 줄여 좌석 공간을 넓힌 후 움직이는 선거본부를 만들기도 했고, 트럭에 고성능 스피커 등을 싣고 다니며 군중 앞에서 즉석연설을 했다. 30년 전인데도 일부 후보는 소형냉장고와 세면대까지 갖춘 특장차를 이용해 유세를 다니기도 했다.요즘 유세 차량은 기동성이 좋은 1t트럭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세 차량은 선거운동 기간만을 위해 용달 차량을 개조한 것이어서 부속장치들이 견고하지 않고, 고출력 스피커, 발전기, 영상 스크린 등을 싣고 다니기에 과적(過積) 등 안전에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실제로 유세 차량의 사고는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유세에 사용될 예정이던 차량이 양평에서 한 오토바이와 충돌,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7일에는 전남 순천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유세 차량이 지하차로를 지나다가 뒤에 실은 홍보물이 고가 상판에 부딪쳐 차량이 파손됐다. 양당 선거 캠프에서는 이번 사안을 놓고 갖가지 의미와 추측을 부여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중에서 유세차의 저주(?)를 깨고 19대 대통령에 당선될 인물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김선회 논설위원

2017-04-20 김선회

[참성단]대권 주자 15명

대권(大權)이란 국가 통치 권한이자 국토와 국민을 지배하는 권리다. 그래서 '권병(權柄)을 잡는다' 또는 '정병(政柄)을 잡는다'고 했다. 그렇게 제왕의 자리, 즉 대권 권좌를 차지하려 다투는 게 '중원축록(中原逐鹿)'이었고 가장 높은 권력을 죄다 잡는 게 '총람권강(總攬權綱)'이었다. 또한 나라 권력을 잡은 자가 경솔하게 정사를 희롱 번롱(번弄)하는 짓을 가리켜 '조롱국병(操弄國柄)'이라고 일컬었다. 그런데 다음달 9일 대권 결승점을 노려 경주 트랙에 뛰어든 주자가 역대 최다인 15명이라고 했고 투표용지 길이만도 28.5㎝라는 거다. 그 15명 중 앞의 대권 용어들을 들어본 후보가 있을까. 처음 듣는 이름의 후보까지도 몇 명이나 경주에 뛰어들었다. 23일이 1차 투표일인 프랑스 대선 후보 11명보다도 4명이나 많다. 모두가 대권병 환자가 아닐까. 권력 도착 환자, 벨리슴(beylisme)이라 부르는 권력숭배 증상 말이다. 마치 대통령 탄핵을 '얼씨구나' 하는 사람들 같지 않은가.역대 대선 후보 중에도 별의별 괴짜가 다 있었다.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에선 카이저수염이 양 볼 끝까지 뻗쳐 올라가 독일 황제 빌헬름(Wilhelm) 2세 수염을 닮은 진복기가 박정희 김대중에 이어 5명 중 3등을 했고 박근혜와 비밀리에 맞선을 봤다고 주장하던 허경영은 자칭 IQ가 430이었다. 공중부양에다 축지법까지 익혔다는 그는 이른바 '허 본좌' 바람을 일으켰고…. 15대 대선의 신정일은 DMZ에 제3의 국가를 건설한 후 통일을 하겠다고 했고 남장여성 국회의원 김옥선도 14대 대선에 출마했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 후보 15명의 선관위 기탁금이 3억원이다. 전에는 5억원이었는데 3억원으로 줄었다는데도 돈이 없어 집 담보대출을 한 후보가 다수라는 거다. 10% 득표를 못할 경우 고스란히 떼인다는 돈이건만….TV토론도 프랑스는 11명 전원이 참가, 왈가왈부 중구난방 도떼기시장 같다는데 우리도 15명 전원을 TV토론에 참가시켜야 공평한 거 아닐까. 후보 기탁금도 똑같이 3억원이거늘 왜 5명만 세우나. 어쨌건 15명의 대권 주자, 가히 볼만하다. 과연 누가 중도 탈락하고 누가 최종 대권 권병을 움켜쥘지가 주목거리다./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19 오동환

[참성단]592억 뇌물죄

일본 언론이 이달 초 '수첩공주(手帳姬)' '1인족(一人族→나홀로족)의 선구자'라고 보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지 17일 만인 17일 정식기소, 재판 절차만 남겼다. 핵심 죄는 삼성, 롯데 등 재벌들로부터 받은 592억원의 뇌물이라고 했다. 그밖에도 최순실 개인회사 등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문건 47건 제공 등 혐의가 모두 18가지란다. 그런데 왜 박근혜 재판을 대선 후로 미루는 건가. 대선은 대선이고 재판은 재판이거늘 그건 사법 독립성 훼손과 모독 아닌가. 어쨌건 재판 과정에서 592억원 뇌물이 사실로 확정될 경우 확 까무러칠 사람은 김영란법의 김영란이 아닐까. 공직자는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넘는 선물만 챙겨도 걸려든다는 판에. 부산 건설업체 LCT로부터 50억원짜리 수표를 뇌물로 받아 작년 12월 구속된 전 청와대 정무수석 현 모씨라면 또 어떨까. '592억원! 별것도 아닌데!' 할지도 모르고….592억원 뇌물죄 등 18가지 죄목의 박근혜와 연루된 구속자만도 42명이란다. 하지만 박근혜 죄가 대한민국과 국민에 끼친 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국격(國格)을 여지없이 땅바닥에 떨어뜨린 죄, 전 세계 외신에 흥밋거리 기사 감을 왕창 제공한 죄, 탄핵(3월 10일)으로부터 60일 이내에 보궐대선을 치르도록 함으로써 대 정치적 혼란을 일으킨 죄, 그리고 전 국민을 오랜 기간 창피하게 만들고 실망 분노 낙담 좌절 한탄케 하는 '大恨民國'으로 만든 죄, 침체된 분위기가 경제까지 덮쳐 숱한 실업과 파업, 파산 등 '恨國 窮民(한국 궁민)'으로 몰아간 죄 등은 상상조차 버겁다. 그 592억원 뇌물죄로 최종판결이 날 경우 형량은 무기 등 중형이 될 거라는 게 법조계 예상이다.중국에선 1억 위안(약 170억원) 이상 뇌물죄는 사형이고 그 집행도 지체하지 않는다. 시장 부시장이 뇌물죄로 사형집행을 당한 예도 여러 명이다. 나지브 라자크(Najib Razak) 말레이시아 총리의 7억 달러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건 2015년 7월이었다. 그 정도에 비하면 592억원은 약소한가? 지겨운 대선부터 빨리 끝나고 박근혜 재판도 신속히 진행되기를 고대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18 오동환

[참성단]트럼프 독트린

'미국 제일주의'라는 트럼프의 강력한 주의(主義) 주장이 '트럼프 독트린(doctrine)'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미국 대통령 독트린은 전통으로 이어진 지 오래다. 1947년 트루먼 독트린은 소련에 대한 강력한 외교정책이었고 1957년 아이크(아이젠하워) 독트린은 과감한 중동정책이었다. 1970년 닉슨 독트린은 또 미국의 평화전략이었고 조지 부시 독트린은 2001년 9·11 테러 후 대(對)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선제공격 전략이었다. '먼로 독트린'도 있었다. 미국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Monroe)의 식민지화 반대와 내정불간섭 원칙주의였다. 그런데 트럼프 독트린은 강력한 실행이 특징이다. 엊그제 아프가니스탄 동부 IS 근거지에 강력한 폭탄 GBU-43을 투하하자 워싱턴포스트가 14일 즉각 'Can He Do That(그는 그걸 할 수 있다)'고 강조했듯이 대북 선제공격도 예외가 아니라는 거다.미군이 아프가니스탄 IS를 때린 폭탄은 별칭이 MOAB(mother of all bombs)―'폭탄의 어머니'로 한 방에 반경 500m 사방이 박살이 난다는 거다. 그런데 왜 '폭탄의 두목'도 아닌 '폭탄의 어머니'인지는 몰라도 그걸 실전에 처음 사용케 한 것도 트럼프 독트린이다. 그 1주일 전 미·중 정상회담 때는 '시진핑아 보라!'는 듯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59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한다면 한다'는 그 강력한 트럼프 독트린이 '앨라이(ally→동맹) 독트린'으로도 이어질까. 다시 말해 대북 선제공격도 가능할까. 16일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흰소리 땅땅 쳤다. 'Ready for war if Trump wants it(트럼프가 원한다면 전쟁 준비는 돼 있다'고. 그는 그 이틀 전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嘉手納) 미공군기지에 4열종대로 늘어선 신예 전투기 편대 위용을 봤을까.하지만 트럼프 독트린이 중국이라는 장벽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저께 펜스(Pence) 미 부통령을 따라온 백악관 고문이 '사드배치 연기 운운'했다가 취소됐지만 미국이 중국 눈치보다는 국익 '빅 딜'로 설마 사드배치를 취소하지는 않겠나? 미·중 틈새서 눈치나 봐야 하는 신세가 한심하다 할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17 오동환

[참성단]북한 태양절과 미사일

북한이 왜 탄도미사일을 김일성 생일인 그저께가 아닌 어제 쐈을까. 만약 발사에 실패할 경우 축포가 아닌 '화포(禍砲)'가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실패했다. 그런데 김일성 생일이 언감생심 감히 '태양절'이다. 예수교 신도들에겐 12월 25일이 성탄절이고 불교 신자들에겐 음력 4월 초파일이 부처님오신 날 성탄절이듯이 김일성교 신자들에겐 그의 생일인 4월 15일이 성탄절이다. 그것도 보통 성탄절이 아닌 태양절인 건 예수 석가모니 공자 마호메트보다도 김일성이 더 위대하다는 뜻일 게다. 하기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생일도 성탄절 반열에 올랐다. 그 신도들이 2012년 2월 24일 뉴욕 5번가에서 첫 잡스 성탄절 행사를 요란스레 벌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김일성보다 위대한 위인은 역사상 없다는 게 김일성교 신도다. 사망 120만, 부상 300만~400만 명의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 김일성이 그들의 태양이라는 거다.'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고 했다. 쓸데없는 짓거리다. 그런데도 해마다 김일성 태양절엔 광란의 축제가 요란하기 짝이 없다. 이번엔 김일성광장 군사퍼레이드까지 벌였고 밤엔 불꽃놀이까지…. 도대체 그 비용이 얼마나 될까. 중국에선 매년의 생일을 '작은 생일(小生日:샤오성르)' 또는 '흩어진 생일(散生日:산성르)'이라 하고 영어 big four(40세) big five(50세)처럼 10단위 큰 생일을 '정생일(整生日)' 또는 '정수(正壽)'라고 한다. 축하 의의가 더 크다는 거다. 그들은 '음수(陰壽:인서우)'라고 해서 저승의 부모 생일까지 챙긴다. 김일성 태양절 등 성탄절이 모두 '음수 축일' 격이다. 1994년 82세에 사망한 김일성은 2002년 생일이 90세 음수 태양절 하고도 整生日 正壽였다. 그날 기념금화 은화를 발행했고 중국은 5천만위안(약 80억원)의 축하금을 보냈다. 100세 생일엔 얼마를 보냈을까. 이번 105세 태양절엔 중국이 어떻게 했을까. 그 요란한 축하 행사를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상세히 보도만 했을까 아니면 은밀히 조위금 아닌 축의금을 듬뿍 전달했을까. 북한은 중국에 달렸다. 그런 중국과 북한 태양절에도 쓴 소리 한 토막 없는 대선 주자들이라니, 소름이 돋는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16 오동환

[참성단]성명학과 훈민정음 해례본

사람은 누구나 좋은 이름을 갖기 원한다. 예전엔 항렬 등을 따져 한자에 밝은 집안 어른들이 신생아의 이름을 짓곤 했지만, 요즘은 종교에 상관없이 작명소를 찾는 부모들도 많아졌고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부모들이 직접 성명학을 공부해 짓는 경우도 있다. 성명학 이론은 학파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주류를 이루는 것은 한자와 한글의 오행(五行)을 따져 짓는 방법이다. 그러니까 일단 신생아의 사주를 오행으로 분석한 후 넘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방법이다. 가령 어떤 아이가 한 여름에 태어나 화(火) 기운이 넘친다면 열기를 식혀줄 수(水) 기운이나 열기를 빼주는 토(土) 기운이 담긴 글자를 이름으로 쓰는 것이다. 반대로 목(木) 기운이나 금(金) 기운이 부족하다면 오행상 그것이 포함된 글자를 넣어서 중화(中和)를 맞춰주는 것이 성명학의 핵심이다.하지만 시중에 돌아다니는 작명책은 한글의 오행이 엉터리로 표기돼 있는 것이 허다하다. 현재 역술계에서 유통되는 상당수 작명책에는 'ㄱ(木)·ㄴ(火)·ㅇ(土)·ㅅ(金)·ㅁ(水)'으로 표기가 돼 있다. 이는 신경준이 1750년(영조26)에 작성한 '훈민정음운해(訓民正音韻解)'라는 책에 그렇게 표기돼 있고, 1938년 조선어학회에서 이를 단행본으로 만들어 공개하면서 이런 이론이 굳어지게 됐다. 그런데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이 안동에서 발견됐는데 여기에는 'ㄱ(木)·ㄴ(火)·ㅇ(水)·ㅅ(金)·ㅁ(土)'로 돼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ㅇ'과 'ㅁ'의 오행이 뒤바뀐 것이다. 한글을 직접 만든 사람들이 한글의 오행은 '이것이다' 라고 정의를 해놨는데, 신경준이 임의로 바꾼 것이다. 문제는 해례본이 발견됐으면 뒤늦게라도 작명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고치지 않은 책이 엄청나게 유통됐고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성명학 공부에 몰두, 다른 사람 이름을 잘못 지어주는 역술인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렇듯 한글의 창제원리를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의 생활과도 너무나 밀접한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그런데 2008년 해례본(상주본)을 우연히 손에 넣은 한 사람이 그 가치를 '1조원'이라고 주장하며 꼭꼭 숨겨 놓고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실물을 공개하겠다"고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4-13 김선회

[참성단]봄꽃 만발

온 산야에 만발한 봄꽃. 그 중에서도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과 목련이다. 노래만해도 얼마나 많은가.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을 비롯해 '꽃피는 4월이면 진달래 향기…' '산에는 진달래 들엔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등. 소월의 시는 또 얼마나 짠한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하얀 달 소월(素月)의 고향은 그 영변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평안북도다. 그는 일제해방의 기쁨도 분단의 비극도 모른 채 1934년 32세로 저승에 갔고 그 진달래꽃 영변은 핵 구덩이 죽음의 땅이 돼버렸다. 그의 영혼이 있다면 얼마나 슬플까.봄꽃의 여왕 목련, '나무에 핀 연꽃' 목련의 자태를 두고 가곡 '목련화'는 또 뭐라고 했던가.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佳人)과 같고…'처럼 내 사랑 가인이 목련이다. 이 땅의 봄꽃은 제주도 유채꽃→진해 벚꽃→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로 절정을 이룬다. 저 영변 약산까지도 지금쯤은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만개했으리라. 그런데 벚꽃 하면 좋아 못 견디는 게 일본인이다. 국화(國花)부터 벚꽃(사쿠라→櫻花:앵화)인데다가 일본열도의 벚꽃 축제는 요란하다 못해 거의 광적(狂的)이다. 다수 가수가 벚꽃 노래를 불렀고 지명에도 사쿠라이(櫻井) 시, 사쿠라지마(櫻島) 등이 있는가 하면 '櫻'씨라는 성씨까지 있다. 심지어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까지도 그들은 아키 사쿠라(秋櫻)→'가을 벚꽃'이라고 부를 정도다.중국 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몰려와도,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시끄러워도 막무가내 만개하는 봄꽃이라니! 저 신성한 부활, 저 어김없는 지상과의 봄 재회 약속 실현, 저 굽힘 없는 기개와 용기가 얼마나 가상한가. 부디 T S 엘리엇의 '잔인한 4월'도,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위기의 4월'도 되지 않게 하마고 산야에 만개한 봄꽃들을 향해 맹세할 수는 없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12 오동환

[참성단]左 vs 右

좌우 협력은 안 할 수가 없다. 신체 기능만 해도 좌우 두 눈으로 보고 좌우 두 귀로 듣는다. 좌우 콧구멍도 필요하니까 그리 뚫렸고. 숨도 좌우 폐로 쉬고 콩팥(신장) 두 쪽도 두 개라야 기능이 온전하다. 손과 발도 마찬가지다. 동양에 많은 오른손잡이와 서양에 흔한 왼손잡이는 좌우 한 쪽 기능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좌우 협력은 불가결이다. 고환조차도 필요하니까 두 쪽일 것이고…. 중요하지 않은 듯 중요한 건 또 좌뇌와 우뇌 구실이다. 새도 한 쪽 날개로는 날지 못하고 새를 흉내 낸 비행기도 그렇다. 차도(車道) 역시 우측통행 또는 좌측통행 나라가 다르지만 그 반대쪽은 좌 또는 우다. 그런데 정당, 이념적 좌파와 우파―좌익과 우익만은 왜 반목, 헐뜯기만 하는 건가. 18세기 프랑스혁명 때 급진적 공화파인 자코뱅(Jacobin)당 의원들이 의석 왼쪽에, 온건 공화파인 지롱드(Gironde)당이 오른쪽에 앉았대서 생긴 말이 우익과 좌익이라지만 별나고 괴이하다.영어부터 웃긴다. leftish(좌경적인), leftism(좌익주의), leftist(좌파, 좌익)는 그렇다 치고 왜 left-footed(왼발잡이) 뜻이 '서투른'이고 left-handed(왼손잡이) 역시 '서투른, 어정쩡한, 애매한, 성의 없는'이라는 뜻인가. 고어(古語) left는 불길하다는 뜻도 있고 fell left out은 '소외감을 갖다'는 뜻이다. 심지어 left-off는 '내버린, 그만둔'이고 leftover는 '나머지, 찌꺼기'다. 식당서 먹다 남은 음식이 바로 leftover다. 그런 左와는 반대로 right(右)는 '옳다, 정의'고 right place는 '착한 사람'이다. 중국어도 左道(쭈어따오)는 '사도(邪道), 나쁜 길'이고 左的(쭈어더)은 '나쁜 짓, 가짜, 조악품'이다. 左見은 '잘못된 편견', 左計는 '잘못된 계획, 오산, 실책', 左癖(좌벽)은 '나쁜 버릇'이고. 일본어 左黨(히다리토)은 또 엉뚱하게도 '술꾼, 주당'이고 左官(사칸)은 미장이다.나쁜 뜻은 左자 돌림 어휘에 많고 거의 전부다. 그런데 왜 읽는, 부르는 순서는 '右左'가 아닌 '左右'로 左가 먼저고 '우좌대립'이 아닌 좌우대립인가. 왜 또 右는 보전하려는 '보수'고 左는 나아가려는 '진보'인가. 우파가 괴멸, 좌파 세상이 코앞이다. 김정은만 숭앙 안하면 다행이련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11 오동환

[참성단]아사드와 김정은

IS보다도 더한 살인마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Assad·52)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때 시리아에서도 반독재 투쟁이 번지자 탱크와 장갑차로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깔아뭉갰다. 그 후 반정부 세력은 확산, 오늘까지 내전으로 이어졌고 초기 희생자만 30만명이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또 2011년 3월 이후 고문으로 인한 시리아 옥사자만도 1만7천723명이라고 작년 6월 밝혔고 아사드는 생화학무기까지 사용했다. 지난 주말 미·중 정상회담 때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퍼부은 것도 생화학무기로 무고한 시민과 어린이들이 거품을 물고 눈이 뒤집히며 죽어가는 모습에 격분한 결과였다. 시리아는 2013년에도 반군지역을 사린가스로 공격, 1천400명이 숨졌고 2014~15년에도 몇 차례 화학무기를 썼다고 작년 8월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보고했다.하지만 북한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쓴 VX는 시리아가 툭하면 살포하는 사린가스보다도 백배는 독하다. 아사드와 김정은은 닮았다. 아사드는 35세인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이 급사하자 1인 후보로 출마, 97.2% 지지율로 당선돼 오늘에 이른 영구 독재자다. 문제는 러시아다. 중국이 북한 핵을 감싸듯이 러시아는 아사드의 뒷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동에 세력 확장을 꾀하는 푸틴을 위해 시리아 서쪽 지중해 연안 타르투스(Tartous)항에 러시아 해군기지를 확보, 한 패가 된 거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극악무도한 아사드 정권에 동조하다니! 러시아어로 '뽀들라'→비굴하기 짝이 없다. 그런 러시아는 2013년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을 터키 정부가 시신 부검으로 확인했는데도 근거 없는 비판이라고 했고 미국의 이번 시리아 미사일 공격도 '주권 국가 침략'이라고 비난했다.Syria 어원은 빛과 일출이다. 그 빛과 해돋이를 전쟁 먹구름으로 뒤덮고 있다면 김정은은? 6차 핵실험 준비에 미쳐 있는 그를 엊그제 미국 의회에선 maniac(미치광이), crazy fat kid(미친 뚱보 아이)라고 질타했듯이 그의 광기(狂氣)는 언제까지 뻗칠 것인가. 토마호크 미사일 없이 그의 광기를 차단하는 방책은 없는 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10 오동환

[참성단]'겨울 백악관' 정상회담

미국 남동쪽 끝, 젖소 유두(乳頭)처럼 불거진 땅. 한반도 크기의 3분의 2인 그 플로리다 주는 바다와 호반에다 아열대 과일이 넘쳐나는 숲의 평야로 요새 기온이 30도 정도인 천혜의 땅이자 세계적 관광지다. 팜비치(Palm Beach)는 그 주에서도 남단이고 그곳 트럼프 대통령 별장 '마라라고(Mar-a-Lago)'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겨울에 자주 찾는 곳이라 해서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다. 지난 주말 이틀 간 트럼프와 시진핑 미·중 정상이 역사적 회담을 한 곳도 거기였다. 패션 잡지 보그(Vogue)는 그들 옷차림부터 조명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는 빨간 넥타이와 같은 색 드레스로 '중국의 색깔'을 존중한 것이라고 했고 시진핑 내외는 청색 넥타이와 남색(藍色) 드레스였다고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시종 웃음을 띤 채 시진핑보다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부터 칭찬했다. '중국의 수뇌와 위대한 가수 부인을 맞아 영광스럽다'고. 하지만 시진핑 표정은 딱딱했다.공동성명과 기자회견도 없는 그 G2 최강국 정상회담 성과는 뭘까. 미국 언론은 '성과 없는 회담이었다'며 부정적이었고 일본 언론도 '북핵 억제책 등 구체적 성과 없이 그 심각성에만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더 부정적이었다. '트럼프가 북조선에의 압력 강화를 요청했지만 시진핑은 동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엔안보리 결의에 협력하자. 미국의 대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상투적 원론만을 강조했을 뿐…. 그런 중국의 정상회담 평은 달랐다. '플로리다 주 중·미 원수 회담은 양국관계의 정층설계(佛羅里達州 中美元首會晤 兩國關係頂層設計)였다'는 게 8일 인민일보 논평이었다. 기타 언론도 긍정적이었고 마라라고 별장(海湖庄園)의 수려한 경관도 소개했다.트럼프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미·중 수뇌회담 결과를 전화로 알렸고 사드 문제도 언급했다지만 중국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드 보복을 멈추지 않는 중국의 속셈은 뭘까. 북한 핵을 부정할 게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그 거다. 든든한 깡패 아우국가 북한을 중국의 동북아 패권의 전략상 필요불가결한 바디가드 쯤으로 여기는 거다. 북한보다 더 무서운 게 중국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09 오동환

[참성단]레일라(Layla)

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에게는 금발의 패션모델인 아내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패티 보이드. 조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에릭 클랩튼은 패티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에릭은 친구의 아내라는 것도 잊고, 노골적으로 패티에게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다. 이후 에릭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술과 마약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릭은 어렵게 조지를 만나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놨는데, 의외로 조지는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조지는 자신의 아내보다 인도 음악에 푹 빠져서 인도의 전통 악기인 시타르(sitar) 연주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그의 이런 태도에 더욱 용기(?)를 얻은 에릭은 패티에게 끊임없이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고, 어느 날 '당신을 위해 만든 노래'라며 데모 테이프에 담긴 노래를 들려준다. 그 곡이 바로 '레일라(Layla)'다. 이 곡은 페르시아 문학 작품인 '레일라와 마즈눈(Layla wa-Majnun)'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아름다운 여인에게 빠졌지만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자 미쳐버리게 되는 한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1970년 정식 공개된 레일라는 대중은 물론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1992년에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돼 이듬해 그래미상을 차지하기도 했다.에릭의 절박한 구애에 감동했는지 패티는 1977년 조지와 이혼하고 1979년 에릭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여기서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데, 에릭의 결혼식에 조지가 참석해 축가까지 불러준 것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가라니…. 하지만 에릭과 패티의 사랑도 1989년 파국을 맞게 된다. 에릭의 외도와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다.비틀스의 수많은 명곡을 만든 조지와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에릭의 아내로 살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던 패티(73)가 한국을 찾아 사진전(ROCKIN' LOVE·4월 28일~ 8월 9일)을 연다. 1960년대 영국 런던의 풍경에서부터 조지·에릭과의 만남과 헤어짐, 일상을 담은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는데 그녀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싶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4-06 김선회

[참성단]안철수 토네이도

까마귀 싸우는 골의 백로, 여우 굴의 토끼 같던 안철수였다. 말도 조곤조곤 조심스럽고 고상한 남산골 선비 같았고 포은 정몽주 모친의 시조처럼 '청강(淸江)에 기껏 씻은' 귀하신 몸 기풍이었다. 2011년 박원순에게 서울시장을, 그 다음해 문재인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하던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런 그가 작년부터 확 달라졌다. 몸짓 태깔은 물론 말투와 스피치부터 바뀌었다. 목소리 톤이 올라갔고 강세 억양이 자유자재 아닌가. 뭔가 확 파겁(破怯)한 듯한 기백의 사나이가 된 거다. 이번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과 후보로 확정된 그는 더욱 무섭게 변했다. 변모 변성(變聲)이 과시 파격적이다. 안철수→강(强,剛)철수→독(毒)철수가 됐다고 했듯이 독기 뿜는 대 웅변가로 표변했고 '(문재인에게 양보하던) 5년 전보다 백만 배 천만 배 강해졌다'고 자처하듯이 포효하는 사자후가 놀랍다. 무섭도록 인간 진화를 한 것인가, 아니면 냅다 속물 정치가로 타락한 것인가. 아무튼 안철수 돌풍은 가히 토네이도(tornado)급이다. 저 멀리 지평선으로부터 시커먼 버섯구름을 비틀어 뿜어 올리며 다가오는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이라니! 그런 바람이 우리말로 '용오름'이지만 일본에선 '다쓰마키(龍卷)', 중국에선 '룽쥐엔(龍卷)' 또는 '룽페이(龍飛)'다. 이무기가 용이 돼 하늘로 오르는, 곧 제위(帝位)에 오를 모습 아닌가. 우화등선(羽化登仙)-몸에 날개가 돋쳐 승천하는 신선이 아니라 용(제왕)이 되는 거다. 이 번엔 끝까지 철수 안한 안철수가 정말 그리 될 것인지 궁금하다. 그가 첨부터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 절규도 맞을 듯싶다. '더 미운 후보냐 덜 미운 후보냐'의 별난 선택지도 이채롭고….그런데 문재인도 안철수도 당 후보 확정 연설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국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 말만은 좀 그렇다. 너무 잘난 대통령이든 그렇지 못한 대통령이든 국민이 뽑지 않은 '비(非)국민 대통령'이라도 있었다는 소린가. 국민 타자, 국민 배우, 국민 가수, 국민 오빠와 여동생에다가 국민 대통령? '국민'은 best만의 수식어가 아니다. 도둑과 사기꾼 등 'worst 인간'도 국민 도둑과 사기꾼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05 오동환

[참성단]조현병

뜻도 모르고 하는 말을 들어주기란 역겹다. 어제 아침에도 TV에선 '검찰이 아무개 소환일자를 조율 중'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 중' 따위 말이 들렸다. '조율'이 뭔가? 악기의 소리를 표준음에 맞게 고르는 조음(調音)이 '調律'이고 오케스트라 막이 오르기 직전 무대 뒤에서 삑 빽 뿡 빵 음을 조정하는 게 조율이다. 律은 '법률 률'자지만 '音'이라는 뜻도 있어 '율려(律呂→音律)'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고 예부터 음의 고저를 결정하는 표준으로 육률(六律)과 육려(六呂)가 있다. 그런 '조율'이라는 말이 엉뚱하게 잘못 쓰이고 있는 거다. 검찰이 아무개 소환 날짜를 조율하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다니! 조율이 아니라 '조정(調整, 調定)'과 '조절'이 적절한 말이다. 중국어엔 '조해(調解:탸오지에)'라는 말도 있다. 조정하고 중재한다는 뜻이다.또 하나 잘못 쓰이는 말이 '조현병(調絃病)'이다. 어제 TV에서도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 참극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고 엊그제 동네 여자아이(8)를 자기 집으로 유인해 살해, 시신훼손까지 하고서도 죄를 모르는 인천의 17세 김 모 양도 조현병이라는 거다. 작년 5월 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34세 청년도 같은 병이었고…. 조현병이 대체 무슨 병인가. TV에선 '환자의 정신상태가 현악기처럼 조율이 안 되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현악기 음률을 고르는 게 調絃이다. 絃은 악기의 줄이지만 '시위 현'자다. 활시위 弦(현)과 같은 글자다. 활시위가 너무 팽팽해도 느슨해도 안 되듯이 현악기 현도 같다. 그런데 그런 '調絃'에 어떻게 '病'자가 붙는가. 조현병이 아니라 '조현불능병, 조현불가증'이다. 정신분열증이 '조현병'으로 병명이 바뀌었다는 건 난센스다.세상은 정신질환자로 넘쳐난다. 정신병 인정 범위가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북한 사이비 종교 광신도는 거의가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trauma) 환자고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정신적 반추(rumination)' 환자도 흔한가하면 무책임 무기력 무관심의 3無를 가리켜 정신의학에서는 '정신적 암(spiritual cancer)'이라고 한다. 이번 대선 당선자는 최소한 그런 환자는 아니기를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04 오동환

[참성단]'수첩공주'

도쿄신문이 지난 1일 '수첩공주(手帳姬)' 기사를 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주요 죄목이 삼성그룹 등 재벌 관련 뇌물죄고 그 결정적 증거가 바로 대통령 비서관의 수첩 기록이었다는 거다. 박(근혜) 용의자는 대통령이 되기 전 평소에도 회의나 면담 때마다 그 내용을 깨알처럼 수첩에 적는 습관이 있어 '수첩공주'라 불렸고 그런 습관을 이미 직권 난용(亂用→濫用)죄 등으로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부(府→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이 그대로 따라해 열심히 메모해 왔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이 각하됐다가 다시 발부된 것도 39권에 달하는 안종범 메모 수첩이 증거였다는 거다. '그러니까 수첩공주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맨(자기 도끼에 발등 찍힌) 결과를 불렀다'고 그 신문은 평했다. 그런데 구치소 수첩공주의 심경은 지금 어떨까.아사히신문은 또 지난달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1인족(一人族)의 선구자'라고 했다. '나 홀로 족' 선구자라는 거다. 요즘 한국에선 혼자서 파푸(밥)를 먹는 '혼파푸族'은 물론, 혼자서 수루(술)를 마시는 '혼수루족' 등 신조어가 생겼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혼자 요헹(여행)하는 혼헹족, 홀로 캰푸(캠핑)하는 1인족을 위한 비지네스(비즈니스)도 성업 중이라는 거다. '한국의 취직 사이트 죠부(Job)코리아가 작년 12월 성인남녀 1천884명을 대상으로 1인 생활이 좋은 이유를 물었더니 40.6%가 타인 의식 없이 100%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고. 박근혜가 '나 홀로 족 선구자'라면 평소의 '나 홀로' 단련으로 수인(囚人)번호 503번 생활도 그리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일 '한 끼 1,140원짜리 음식과 차디찬 마루방 매트리스의 감옥생활이 시작됐다'고 했지만.오늘 구치소 첫 검찰 조사다. 중국 CCTV도 어제 '한국 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체포 후 첫 조사(韓檢方 朴槿惠前總統 拘捕后首次調査)'라고 전했다. 이제 곧 재판에 넘겨진다면 처벌은 어느 정도일까. 뇌물죄가 확정된다면 중벌일 수도 있다. 독재자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무죄 확정으로 지난달 24일 수도 카이로 군병원에서 퇴원, 귀가했건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03 오동환

[참성단]미치광이 김정은

엊그제 미국 의회에선 '김정은이 미치광이(狂人)'라는 견해로 갑론을박을 벌여 강경파 의원 전원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는 뉴스다. 궁핍한 인민을 강제노역에 내몰고 이복 형 등 가족까지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등 인권말살에다가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준비에만 미쳐 있는 김정은을 미국 의원들은 'maniac(미치광이), madman(미친 인간), crazy fat kid(미친 뚱보 아이), insane man(정신 빠진 사람)' 등 맹비난했다는 거다. 가장 관용적인 의원은 '미친 건 아니지만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고…. 그런데 그 미치광이를 떠받들어 맹종(盲從)하는 광신도들 광기는 또 어떤가. 하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치도 중국은 '미친 정치(狂政:쿠앙정)'라고 비하했고 매티스 국방장관 별명도 '미친 개(rabid dog)'였다지 않던가.역사 속 광인도 흔했다. 나치스 히틀러부터 광기 뻗친 광인이었고 연산군은 자다가도 정원으로 뛰쳐나가 괴성을 질러댔다. 모차르트도 폭음에다 광기가 번뜩였고 네덜란드 화가 고흐(Gogh)는 미쳐서 스스로 귀를 자르는가 하면 결국 자살했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Munch)의 '절규(The Scream)' 또한 광기의 표출이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狂炎) 소나타'나 헝가리 광시곡(狂詩曲), 스페인 광시곡 광상곡(狂想曲)만 해도 '미칠 狂'자의 광시, 광상 아닌가. 그런데 광기와 우울증이 예술가의 창조적 천재성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건 거의 정설이다. 미국의 인지(認知) 과학자 스코트 카프만,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대학 정신과학자 안드레아스 핀크, 스웨덴 카로린스카 연구소의 시몬 크야가 등의 최근 연구 발표만 봐도 광기와 창조적 천재성과는 DNA 등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게 공통적 결론이다.하지만 천재든 아니든 독재자가 미치면 사정은 전쟁의 광기로 표출된다. 미 의회 의원들이 염려하는 것도 '일반 정상인이 핵무기를 함부로 사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지만 김정은이라면 혹시 모른다'는 바로 그 점이다. 금지된 생화학 무기도 마찬가지다. 북이나 남이나 지금 한심한 형편이지만 김정은이 전쟁만은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4-02 오동환

[참성단]스타크래프트의 귀환

전쟁에서 '3'이라는 숫자는 참 매력적인 수(數)다.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균형과 견제를 절묘하게 맞출 수 있어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물고 물리는 장기전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극대화한 컴퓨터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트(Star Craft)다. 1998년 발매된 이 게임의 배경은 먼 미래의 우주로, 지구에서 버림받은 범죄자 집단인 테란(Terran)과 집단의식을 가진 절지동물 저그(Zerg), 고도로 발달한 외계 종족인 프로토스(Protoss) 사이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전투화면과 절묘한 균형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CD는 전 세계에서 1천만 장 이상이 판매됐으며, 이 중 40%인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한국 게임사는 단연코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그전까지 게임하는 아이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게임 하는 어른들은 "애들처럼 게임이나 하느냐"며 핀잔 듣기 일쑤였다. 스타크래프트의 출현으로 인해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PC방이 노래방 개수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프로게이머가 생겨났고, 장기나 바둑처럼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중계하는 전용 방송사까지 생겨났다. 게임 하나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그런 스타크래프트가 발매 19년 만에 초고화질(UHD)판으로 돌아온다. 미국 게임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올여름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리마스터 버전은 18 대 9 와이드 스크린이 가능한 4K UHD 지원, 한글패치 대신 정식 한국어 지원, 음향 성능 향상 등으로 기존보다 생생한 전투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소식에 30~40대 게임 마니아들은 요즘 밤잠까지 설치며 인터넷 상에서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그렇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게이머들은 요즘 무엇을 하고 있을까? '테란황제' 임요환(37)과 '폭풍저그' 홍진호(35)는 방송인으로 변신해 맹활약 중이고, '쌈장' 이기석(37)은 유학을 통해 익힌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김선회 논설위원

2017-03-30 김선회

[춘추칼럼]바른정당 미스터리

합리적 보수 거듭나겠다는데 배신자 규정정치인들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져야 하듯유권자도 제대로 된 정치위해 책임을 지자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숱하게 있었지만, 그 증거가 세상에 알려진 건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최초였다. 더 이상 발뺌할 수 없었던 대통령은 그 다음 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며 올림머리를 숙였다. 그날부터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기삿거리는 차고 넘쳤고, "최순실이 이런 일도 했다니!"라며 놀라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졌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들은 국정농단의 공범인 박근혜를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에, 광장으로 나가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이 외침에 놀란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다. 문제는 의석수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쳐도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석에 미치지 못했기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최순실게이트에 새누리당이 책임질 부분도 많았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새누리당도 탄핵안에 찬성하는 게 옳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건전한 보수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세력은 전혀 그럴 뜻이 없었던 모양이다. 소위 비박세력의 도움으로 탄핵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친박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싸고돌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은 추태를 일삼았다. 제정신이 박힌 의원들은 결국 새누리당을 나와 새로운 당을 만드는데, 그게 바른정당이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맹활약한 이혜훈·장제원·김성태· 하태경이 포진한 바른정당, 김진태와 성주의 이완영이 있는 새누리당, 구성원의 면면으로 보면 후자의 몰락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추가 탈당이 이어지지 않는 바람에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33석에 그친 반면 새누리당, 즉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의석수 93의 거대정당이다. 게다가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창당 초기보다 오히려 떨어졌는데, 현재 4.9%의 지지율로 정의당의 5.2%보다 낮을 정도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13.7%로 국민의 당과 함께 공동 2위다.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이 훨씬 더 잘나가고, 정의의 편에 선 이들이 잘 안되는 이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대선주자의 지지율을 봐도 한숨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3월 27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의 지지율은 2.2%에 불과한 반면, 자유한국당 후보경선에 나선 홍준표는 9.5%, 김진태는 5.0%를 기록하고 있다. 유승민은 진보에 속하는 유권자들까지 매우 합리적인 보수로 판단하는 후보다.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나온 이해찬 전 총리도 유승민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여러 가지 품성으로 보나 정책으로 보나 유승민 후보는 상당히 좋은 보수진영의 후보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 성과가 없어서 국민들에게 각인이 안 되었는데…." 반면 홍준표는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고, 김진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대선에 뛰어든 인물이다. 국민에 의해 파면당한 분을 지키겠다는 분의 지지도가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은 이 현실을 아이러니 말고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사람들은 입만 열면 정치를 욕한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정치가 진흙탕인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자질이 외국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지는 탓이다.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세력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정치가 발을 붙일 수 있을까. 유승민의 몰락과 홍준표·김진태의 선전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에 유권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걸 잘 보여준다. 정치인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듯, 유권자도 자신의 지지에 책임을 지자.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서 말이다./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2017-03-30 서민

[참성단]2만7천500$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천500 달러로 2만 달러 대에서 허우적거린 지가 10년째인데도 아직도 3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3만 달러 선이 선진국 여부 바로미터인가. 금년 1월 현재 1인당 국민소득 랭킹 10은 1위가 룩셈부르크로 10만6천 달러고 2위가 리히텐슈타인 9만 달러, 그리고 스위스(8만)→노르웨이(7만2천)→모나코(7만)→아일랜드(6만6천)→카타르(6만1천)→아이슬란드와 미국이 5만8천, 덴마크가 5만4천 달러 순이다. 그렇다면 스위스~오스트리아 사이의 인구 9만인 입헌군주국 리히텐슈타인도 선진국이고 1.5㎢ 국토에 인구 7만인 모나코와 1만2천㎢의 석유 생산국 카타르도 선진국인가. 기타 이탈리아 반도 중부 산마리노(San Marino)와 유럽 남서부 안도라(Andorra) 등 소국도 국민소득은 높다. 그들 나라도 선진국이고?헷갈리는 게 있다. GNP와 GDP, GNI의 구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바로 GNI(Gross National Income)라는 것이고 국민총생산이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내총생산이 GDP(Gross Domestic Product)다. GNI는 일정기간 생산한 총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소득지표고 GNP는 거주하는 나라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산 활동이다. GDP는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안에서 이뤄내는 생산 활동을 뜻하고. 그런데 우리는 왜 GNI 3만 달러 아래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가. 오랜 경제 불황 탓이다. 소득이 줄어 위축된 소비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저하로 이어지고 다시 소득 감소로 돌아오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거다. 가계 빚만도 1천344조원으로 늘었고. 그런데 괴이한 건 주식시장의 상승하는 코스피 지수고 미국의 금리가 올랐는데도 환율은 하락하는 거다. 부자들과 대기업은 투자를 꺼려 돈을 쌓아 두고….총체적 위기다. 경제가 그런 데다가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로 인구절벽이 코앞이고 노인 자살률 또한 부끄러운 세계 1위인 데다가 극심한 안보 불안 등. 그래도 유력 대선 주자는 정권교체와 적폐 청산만을 부르짖을 뿐 경제를 어떻게, 안보 불안을 어쩌겠다는 소리는 없다. 저 세월이 무섭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7-03-29 오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