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참성단]축구와 도박사

도박사의 눈은 매처럼 예리하다. 감정에 휘둘리는 법이란 없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축구 도박사들은 더욱 그렇다. 특히 축구 승패와 관련한 그들의 예측은 논리와 경험이 바탕이 돼 신중하고, 그래서 적중률도 높다. 잘못된 예측은 파산을 의미한다. 유럽 최대 스포츠 베팅 사이트 bwin은 이번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의 승리에 1.2배를 책정했다. 반면 한국이 승리할 경우 배당은 12.5배였다. 1만원을 베팅하면 독일이 승리할 경우 2천원, 한국이 이길 경우는 11만5천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영국 최대 스포츠 베팅사이트 베트 365와 레드 브룩스는 한술 더 떴다. 한국의 2대0 승리엔 80대1, 독일의 7대0으로 이기는 경우 66대1로 배당을 책정했다. 모두 불가능한 점수라는 뜻이지만, 한국이 2대0으로 이기는 것보다 독일이 7대0으로 이길 확률을 더 높게 본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는 징크스라는 게 있다. 월드컵 축구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우승팀은 그다음 월드컵의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다'는 게 그것이다. 이른바 '우승팀 징크스'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2무 1패로, 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예리한 도박사들이 이런 징크스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세계 축구에는 두 종류가 있다. 독일 축구와 그 외 나라의 축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지역 예선 10전 전승을 기록했던 독일 만큼은 징크스를 피해갈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스웨덴, 멕시코와의 두 경기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던 한국축구가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에 진출한 것을 뛰어넘는 대이변이다. '역시 공은 둥글다'는 게 다시 입증됐다. 경인일보 인터넷판에는 '손흥민·조현우·김영권, 눈물씻어낸 드라마 주인공'이라는 제목을 달아 선수들의 투혼에 찬사를 보냈다. 잘 싸웠다! 한국 축구. 蛇足-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우리 국민 모두 한국의 2대0 승리에 1만원씩 걸었다면, 오랜 역사의 베트 365와 레드 브룩스는 이번에 파산했을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28 이영재

[참성단]법대로 가는 '악연'

법원 송사에 휘말려 본 사람들은 살면서 절대 법원신세 지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송사에 돈과 시간은 물론 인생까지 잃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홧김에 제기한 이혼소송이 부부를 원수로 만들기 일쑤라 도입한게 이혼숙려제도다. 법대로 하기 전에 화를 가라앉히라는 배려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라는 선언과 같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실제로는 억울한 일을 무수히 참아낸 사람이기 십상이다. 법에 의지하는 일이 험하고 멀다보니 주먹으로 풀려다 법신세를 지는 사람도 허다하고.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배우 김부선씨,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도지사후보가 험난한 법적 공방에 돌입했다. 이재명 캠프 가짜뉴스대책단이 26일 '김 전후보가 지난 지방선거 도중 이 당선인과 김씨의 '옥수동 밀회'를 주장한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는 요지의 해명과 함께 김 전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김 씨를 공동정범으로 고발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이 김 씨와의 스캔들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이 후보를 역시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했으니, 법대로 가리고 밝히지 않고는 못배길 사안이 됐다.양측이 법을 통해 가리자는 진실의 주제는 다르다. 이 당선인측은 김 전후보가 주장한 밀회의 시기에 관련해 김 씨와 이 당선인의 동선과 기상상황을 제시하며, '옥수동 밀회'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김씨는 "날짜를 헷갈렸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핵심은 옥수동 밀회가 아니라 자신과 이 당선인 관계의 진실여부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심리가 어떻게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인연의 성격에 대해 서로 주장이 다르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오늘 같은 처지에 설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자에는 자로(measure for measure)'에서 "판사의 법복도 결코 자비의 절반만큼도 위대하지 않다"고 했다. 법으로 실현된 정의도 인간적 용서만 못한 법이다. 이 당선인과 김 씨는 서로에게 용서할 수 없는 악연이 됐다. 법정은 결론을 내리겠지만 판결로 악연이 끝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27 윤인수

[참성단]JP 국민훈장 추서 논란

훈장제도는 12세기 십자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예루살렘으로 몰려드는 수십만 명의 십자군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한 표장(標章)이 그 시작이었다. 기사단 특성에 따라 군장의 모양과 색깔을 달리했고 십자가를 독특하게 디자인한 표장을 옷에 달았다. 전쟁 후에도 표장은 국가 또는 왕에 충성을 바친 사람에게 수여하는 명예의 상징이 됐다. 그게 훈장으로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다.우리나라 최고의 훈장은 무궁화 대훈장으로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받는다. 그 다음이 건국훈장, 국민훈장, 무공훈장, 근정훈장, 보국훈장, 산업훈장, 문화훈장, 체육훈장, 과학기술훈장 순으로 훈장 종류만도 11개에 이른다. 무궁화 대훈장을 빼고 각 훈장마다 5등급이 있어 훈장 수는 모두 51개나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때 무궁화 대훈장을 받았다. 단 하루도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않고 훈장을 받는 것이 모순이라는 여론이 일자,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이 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셀프 수여라고 해서 잡음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퇴임 직전인 2013년 2월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이틀 뒤인 2013년 2월에 각각 셀프 수여해 비난에 직면했었다.훈장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개정된 상훈법에 따라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서훈을 모두 취소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공로로 받은 태극무공훈장은 물론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등 10여 개 훈장도 포함됐다."상과 벌이 모든 사람들이 공인하는 공과 죄에 따르지 않고 한 개인의 기쁨과 노여움에서 결정된다면, 상을 주어도 권장되지 못하고 벌을 준다 해도 징계하지 못할 것이다. 상과 벌은 공적인 데서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정도전은 삼봉집 14권 조선경국전 정전(政典) 상벌(賞罰)에 상과 벌은 주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조선을 건국하며 상이 제 가치를 갖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정부가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은 DJP 연합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내 국가적으로 예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5·16 쿠데타 주역이라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도 높다. 만일 생전에 이 상을 주었다면 JP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 성격상 분명 고사(固辭)했을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26 이영재

[참성단]월드컵과 희생양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은 마라카낭의 비극에서 탄생했다. 1950년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은 7월16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결승리그 선두를 가리는 사실상의 결승전을 가졌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인데다, 앞선 결승리그 전적상 브라질의 압도적 경기가 예상됐다. 브라질의 우승을 단정한 FIFA도 우승 트로피인 쥘 리메 컵을 미리 브라질 월드컵 조직 위원회 측에 넘겨줬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2대1. 우루과이의 역전 우승으로 끝났다.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숨막히는 정적에 휩싸였고 20만에 이르는 관중들은 비탄에 잠겼다. 2명이 심장마비로, 2명이 권총자살로 관중 4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전국에서 폭동과 자살이 속출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상하의 하얀색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수거해 불태운 뒤 유니폼 색깔을 새로 정했으니, 현재의 디자인이다. 2골을 먹은 골키퍼 모아시르 바르보사는 공공의 적이 됐다. 그는 79세로 임종하면서 "그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50년을 죄인처럼 지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국가 혹은 민족대항전으로 비화하기 일쑤인 월드컵에서 패전의 희생양이 된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1994년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고향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하석주가 멕시코전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뒤 곧바로 백태클 반칙으로 퇴장당해 몇분 사이 영웅에서 역적으로 전락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차범근 감독을 찾아보지 못한다니 안쓰럽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축구 국가대표 장현수를 비난하는 청원이 쇄도하는 모양이다. 24일 멕시코 전에서 태클 실패로 페널티킥을 내준데 대한 화풀이성 청원인데 짐승만도 못한 언어폭력에 귀를 씻고 싶을 지경이다. 장 선수의 신체훼손에서 살해협박도 모자라 가족의 해외추방을 거론하니 일일이 찾아내 엄벌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선수를 쥐잡듯 해놓았으니 장 선수가 독일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축구팀의 패전 보다, 희생양을 찾아 짓밟아대는 익명의 야차들로 인해 더 우울하다. 이런 야차들이 국격의 상징인 청와대의 청원게시판에서 버젓이 활개치는 것도 가관이고….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25 윤인수

[참성단]'잊혀진 전쟁' 6·25

2013년 7월 27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에 현직으로는 최초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해 기념사를 낭독했다. "여기 미국에서는 어떤 전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과 헌신은 결코 약화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동맹은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세력으로 유지될 것이다." 미국에서 6·25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미국에선 6·25전쟁을 '역사의 고아'라고도 부른다. 3년1개월2일 동안 연인원 178만9천명의 미군이 참전해 3만6천여명이 전사했지만 2차대전과 베트남 전쟁보다 역사적인 평가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있다. 6·25전쟁이 승전도 아니고 패전도 아닌 '정전'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비문에는 '미국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 전혀 알지도 못했던 나라의 자유를 위해 달려갔던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글귀와 함께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라고 적혀있다.오늘은 6·25가 발발한 지 68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올해 6·25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오히려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전환 시켜야 한다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똑똑한 터프가이이자 위대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의 넋은 더욱더 존중되고 기억되어야 한다.모윤숙은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에서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산맥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고 노래했다. 한국군 전사자 14만9천5명, 실종자 13만2천256명, 부상자 71만783명 등 목숨을 걸고 자유를 지킨 용사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젊은 세대에게도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그래서다. '호국 보훈의 달'이기도 한 6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24 이영재

[참성단]태양광 시대

우리도 '황금광 시대'라는 게 있었다. 금을 찾는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그런 시대 말이다. 발단은 1930년 1월 일본의 금 수출 재개 선포였다. 준비 없이 화폐와 금의 가치를 연계시키는 금본위제도를 시작한 일본은 오히려 금이 해외로 급속하게 유출되자 당황했다. 끔찍한 대공황을 겪던 전세계 모든 국가가 "역시 금이 최고!"라며 금 확보에 혈안이 된 걸 몰랐다. 일본은 10개월 실시하다가 금 수출은 물론 수입마저 금지했다. 그리고 금 확보에 나섰다. 식민지시대 조선의 골드 러시, 황금광시대는 그렇게 시작됐다. 금을 수입할 수 없으니 온 산하를 까뒤집어서라도 금을 찾아야 했다. 금이 나온다는 소문만 들리면 지식인 농민 할 것 없이 몰려들어 산이건 농지건 하천이건 모두 파헤쳤다. 살인, 도박, 패가망신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오죽하면 일확천금을 노리며 금광으로 떠났던 김유정과 한때 금광 브로커 노릇을 했던 채만식이 각각 소설 '금 따는 뽕밭' '금의 정열'을 써서 식민지 시대의 금광 열풍을 비판했다. 지금 대한민국 온 산하가 태양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수지, 농지, 건물 옥상 등 가릴 것 없이 태양광 설비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한다며 온·오프라인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연 수익률 10~20%를 장담하는 전화가 투자자를 유혹한다. 땅 투기를 노린 '태양광 떴다방'도 성행하고 있다.이런 열풍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더 뜨거워졌다. 탈 원전을 선언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48.7GW 확충키로 했다. 이를 위해선 여의도 면적의 168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특히 공기업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한국전력이 의무적으로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최대 20년간 사주기로 했다.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저수지 4천여 개를 관리하는 농어촌 공사, 전국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까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한때 소나무가 울창했던 곳에 수백 수천 개의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가 하면, 20일 경인일보에 보도된 안성 금광저수지는 태양광이 설치되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름다운 풍광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지금을 가리켜 '황금광 시대' 뺨치는 '태양광(狂) 시대'였다고 말 할지도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21 이영재

[참성단]평택항 붉은불개미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1천여마리가 발견돼 소동을 일으켰던 붉은불개미가 지난 18일 평택항컨테이너터미널에서 출현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부산항 붉은불개미 발견 직후 전국의 내륙컨테이너기지를 수색했지만 종적이 묘연했었다. 정부는 올해 1월 3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붉은불개미 군단의 상륙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2월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산 고무나무 묘목에서 1마리, 5월 부산항 수입 건조대나무 컨테이너에서 2마리 등 군단의 척후병들이 출몰하더니 급기야 평택에서 7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소동의 이유는 붉은불개미의 악명 때문이다.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엉덩이의 독침으로 솔레놉신이라는 독성물질을 주입한다. 독침에 쏘이면 솔레놉신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사망할 수도 있어 '살인개미'로 불린다. 북미에서만 한해 8만명 이상이 독침에 쏘여 100여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도시의 건축물에 집을 지어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붉은불개미로 인한 미국의 경제손실 추산액이 60억 달러에 이른다니 만만히 볼게 아니다.더 큰 문제는 무자비한 공격성으로 상륙지의 토종 개미를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는데 있다. 식용자원으로 도입했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배스, 블루길이 토종 생물을 말살해 하천 생태계가 초토화된 실정을 상기하면 심각한 일이다. 붉은불개미는 불청객을 넘어 침략군에 가깝다.우리 문화에서 개미는 근면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대붕의 꿈을 꾸되 개미처럼 살라는 붕몽의생(鵬夢蟻生)은 큰 꿈을 이루려면 하루하루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경구다. '개미 금탑 모으듯 한다'와 같이 미약한 업(業)의 누적이 이루어내는 커다란 업적을 개미의 노고에 빗댄 속담도 많다. 반면에 주식시장의 개미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보상을 누리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로 치부되기도 하니, 이 땅의 개미는 이 땅의 보통사람을 닮았다.그런데 붉은불개미가 토종개미를 몰아내면, 서민을 위로할 개미의 우화는 사라지고 살인개미의 공포만 남을테니 인문자산의 상실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나마 붉은불개미는 다른 개미 보다는 박멸이 쉽다고 하니 다행이다. 방역당국의 선전을 기원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20 윤인수

[참성단]스마트 패스 인천공항

지난 5월 21일 중국 공안은 저장성 자싱시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학우 콘서트장에서 수배 중인 용의자를 CCTV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체포했다. 현장엔 팬 약 6만 명이 모여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중국 인공지능회사 '이투커지'의 안면인식기술은 이런 악조건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달 영국 윈저성에서 열린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세기의 결혼식에는 아마존의 안면 인식 기술 프로그램 '레코그니션'이 이용됐다. 이 기술로 하객으로 참석한 전 세계 유명 인사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SF영화가 그리는 미래사회는 신분증이 필요 없다. 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1990)엔 우주정거장에서 화면에 얼굴을 대면 얼굴 형태나 홍채로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그려낸 2054년 미래사회 역시 집과 사무실의 출입문 잠금장치, 지하철 요금 지불 등 모두 안면인식과 홍채인식이 대신한다. 상영 당시 '영화가 너무 오버한다'고 여겨졌던 이런 풍경이 이젠 어두운 콘서트장에서 범인을 잡고, 수천명이 모인 결혼식 하객들의 신원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평범한 일상사가 돼가고 있다. 중국과학원이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의 보안검사 보조 검증 시스템'은 13억 중국인 얼굴을 단 3초 만에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라는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반체제 인사 동향 감시나 소수민족 탄압 등에 쓰일 수 있지 않느냐는 '빅 브라더'의 우려가 괜한 게 아니다.이르면 내년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권이나 여권 없이 출국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 서비스가 시범 도입된다고 한다. 사전 등록된 안면인식 정보 프로그램 덕분이다. 또 2020년부터는 지문, 얼굴 등 정부가 관리 중인 생체정보를 활용해 사전등록 없이도 전 국민이 스마트 패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세상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우리의 삶이 편해질수록 사생활은 누군가에 의해 노출되게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날마다 늘어나는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누군가 지켜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인천공항의 놀라운 변신 같은 일상의 편리함을 외면할 수도 없다. '감시에 길든 일상'과 '편안함'. 거부할 수 없는 이 둘 사이에서 우리는 늘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19 이영재

[참성단]정당의 흥망성쇠

일본에서는 2차세계대전 패배와 군부정권 몰락 이후 정계혼란이 지속됐는데 1955년 보수우파 자유당과 보수좌파 민주당이 합당한 자유민주당의 등장으로 1당 장기집권시대를 열었다. 이후 1993년 8월부터 1996년 1월(2년 5개월), 2009년 9월부터 2012년까지(3년 3개월)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총리를 만든 집권여당으로 군림 중이다. 자민당 천하의 일본은 눈부신 경제부흥을 이루었지만, 천박한 역사의식과 평화헌법개정 추진 등 1당독주의 폐해도 심각하다.한국 정당사에도 자민당의 사례가 떠오르는 전대미문의 정치사건이 있었다. 1990년 노태우 전대통령의 민주정의당,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JP) 전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을 선언한 1·22 3당합당이다. 이렇게 탄생한 민주자유당은 국민이 13대 총선에서 결정한 여소야대를 단숨에 뒤집어 218석의 초대형 1당으로 등장했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과 민주당 탈당파로 창당한 꼬마민주당으로 구성된 야당 진영은 초토화됐다. 합당의 동력은 내각제개헌을 통한 계파간 정권 돌려먹기였지만, 철들 무렵 부터 대통령이 꿈이던 YS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알려진대로 애초 노 전 대통령의 보수대연합 대상은 YS 보다 DJ였다. 하지만 호남의 적자인 DJ는 광주를 짓밟은 5공 정권의 후신들과의 연합을 상상할 수 없었고, 대신 YS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며 덥석 물었다. 이후 YS는 호굴(虎窟)을 접수했고, DJ는 내각제개헌을 배신당한 JP와 연합해 대권을 차지했다. 꼬마 민주당에 잔류했던 노무현은 간난신고 끝에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으니, 3당합당은 사건으로서도 충격적이었지만 영웅(?)들의 영고성쇠가 압축적으로 전개된 정치 대하드라마의 배경이기도 했다.민자당은 이후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존속되다가 지금의 자유한국당에 이르렀지만, 6·13지방선거로 궤멸적 타격을 입어 폐당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민자당 창당 26년만에 국민투표로 대구·경북에 강제고립됐으니,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호남을 고립시켰을 때 상상할 수 없었던 3당합당체제의 허무한 종말이다. 그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의 장기집권론이 메우고 있다. 역사의 안목으로는 이 또한 흥망성쇠의 일부일 것이나, 보수정당이 다시 태어나고 말거나 민주당이 장기집권할지는 서로의 처신으로 결정될테니 두고 볼 일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18 윤인수

[참성단]공은 둥글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축구 세계 최강은 헝가리였다. 전쟁이 끝난 후 어렵게 경기에 출전한 대한민국은 예선에서 이런 헝가리에 0대9로 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서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선에서 헝가리에 3대8로 졌다. 서독은 결승에서 헝가리와 다시 만났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서독의 제프 헤어베어거 감독은 명언을 남긴다. "공은 둥글고, 축구는 90분 동안 계속된다." 서독은 헝가리를 3대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에서 '이변'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공은 둥글다'는 이렇게 유래됐다.월드컵에서 '이변'은 자주 일어난다. 그중 1966년 영국 월드컵의 북한과 이탈리아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북한 팀이 영국에 도착했을 때 언론은 북한팀에 '알 수 없는 사내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런 팀이 16강에서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격파했다. 이 일로 이탈리아 선수들은 성난 축구 팬들이 던지는 썩은 토마토 세례를 받고 귀국해야 했다.월드컵 사상 최대'이변'으론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를 꼽는다. 잉글랜드는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대1로 패해 월드컵 경기사상 최대 '이변'의 희생물이 됐다. 1대0 패배 소식이 전신을 타고 전해지자 영국 신문 체육면 편집자들은 오타가 난 걸로 알았다고 한다. 10대0 승리인데 '0'자가 빠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럴만한 건 미국 선수들의 면면 때문이었다. 축구가 비인기 종목이었던 미국에선 프로팀이 하나도 없어 선수를 구성하는 게 어려웠다. 결국 볼 좀 찬다는 아르바이트 식당종업원, 견습 회계사, 우체부, 교사 등으로 팀을 꾸렸다. 이런 팀에게 패했으니 축구 종가 영국은 초상집이 됐다. 하지만 정작 미국 팀이 귀국했을 땐 이들에게 관심을 둔 언론과 미국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북미회담, 지방선거 이슈에 묻혀 우리가 무관심했던 사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됐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같은 조에 속한 우리는 전력 면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3전 전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좌절할 건 없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제 아이슬란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도 무승부로 '이변'이 연출됐다. 축구의 '이변'은 팀워크와 정신력에서 나온다. 오늘 밤 대한민국은 스웨덴과 첫 경기를 가진다. 신태용의 마법을 기대해 보자.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17 이영재

[참성단]북극곰 '통키'

2006년 12월 5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북극곰 두 마리가 태어났다. 다년간 교배와 연구 끝에 어렵게 결실을 본 것이다. 하지만 스무 살의 어미 토스카는 새끼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한 마리를 돌덩이에 내팽개쳐 죽이기까지 했다. 겨우 목숨을 건진 동생 크누트는 사육사의 극진한 보호 아래 자랐다. 커가면서 예쁜 짓만 하던 크누트는 금세 동물원의 자랑이 되었다. 크누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동물원을 찾았다. 언론에 보도된 '고아 분투기'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눈물까지 흘렸다. '크누트 :작은 북극곰 한 마리가 어떻게 세상을 사로잡았나'라는 책도 출간됐다.크누트가 4년 3개월이 되던 2011년 3월 어느 날 아침, 크누트는 좋아하는 크루아상을 던져 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 크누트는 제 자리에서 몇 바퀴를 돌더니 뒤쪽 연못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크누트의 죽음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동물은 자연에 있어야 한다' '동물원이 크누트를 스타로 만들려다 스트레스 받아 죽게했다' 등등. 수많은 질책과 책임 전가 끝에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때 왜 어미 토스카는 크누트를 버린 거지?" 그 누구도 토스카가 왜 크누트를 버렸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무관심했던 것이다. 심지어 토스카에 대한 기록도 없었다. 다만 토스카가 동물원에 오기 전 북극의 빙하 속에서 바다표범을 잡아먹고 살았던 것이 아니라,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며 살았다는 것만 알려졌다.용인 에버랜드가 우리나라 유일한 북극곰 '통키'를 영국 요크셔 야생 동물공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1995년 마산의 동물원에서 태어난 통키는 올해 24살, 인간 나이로는 75살 고령이다. 에버랜드는 홀로 외롭게 살았던 통키를 위해 북극곰 추가 도입과 해외 이주를 고민하다 이런 결정을 내렸다. 동물들은 늘 환경단체의 표적이다. 우리에 두지말고 그들이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라는 것이다. 야생에 적응 못해 죽든 살든 그건 차후 문제라는 것이다. 어린이 대공원 돌고래 '제돌이'가 그런 경우다. 이견도 있다. 철학자 브라이언 노턴은 환경론자들의 야생 방사에 대해 "동물원에서 자란 동물을 야생으로 보내는 것은 현대인을 18세기 오지에 내버려두고 '어떻게 하나 보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통키가 가는 곳이 야생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이영재 논설실장

2018-06-14 이영재

[참성단]김정은의 주유천하

공자는 자기 인생을 기준으로 30대를 이립(而立)이라 칭했다. 자립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기 한몸 겨우 일으킬 무렵인 30대에 역사를 바꾼 영웅들이 적지 않았다. 1769년 생인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때가 1804년이니 만35세에 이룬 영광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56년에 태어나 20세에 도시왕국 마케도니아를 물려받았다. 이를 밑천으로 동방정벌에 나서 나이 서른에 대제국을 이루고 페르시아의 샤한샤(왕중왕), 이집트의 파라오를 겸임했다. 그마저도 성에 안찼는지 스스로 아시아의 군주라 칭했다.조(趙)씨인지 여(呂)씨인지 불분명한 진시황이 나라를 물려받아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한 건 39세 때의 일이었다. 온라인 세상을 열어젖힌 IT기업가들의 출세가도는 한 술 더 뜬다. 1984년 생 유태인 마크 저커버그는 34세에 시가총액 5천억 달러의 페이스북 지배자가 됐다. 지난해 860억 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갑부 1위에 오른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했을 때 나이가 만 스무살이다.2018년 6월 12일 세계는 국제외교무대 중심에 당당하게 진입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목격했다. 그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며 3대세습을 개시한 때가 27세였던 2011년의 일이다. 북한의 청년 지도자는 섭정인 줄 알았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연이어 핵실험을 강행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철부지의 망동을 경계하는 미국의 군사위협과 경제제재로 한반도 긴장은 높아졌다.저커버그와 동갑인 김정은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세계로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전격 파견하더니 순식간에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트럼프가 눈을 부릅뜨니 문재인 대통령을 불러 2차 정상회담을 열어 달래고, 시진핑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두번이나 중국을 찾아 달랬다. 문 대통령과 판문점 도보다리를, 시진핑과 해변을, 트럼프와 호텔을 산책할 때 마다 국제적 위상이 일취월장했다. 부친 뻘인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최고의 헌사로 상찬했다. 김정은의 주유천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북미정상회담으로 김정은 행보의 종착지를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정말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봐야 하는 건지, 답답한 시절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13 윤인수

[참성단]성공한 회담과 실패한 회담

20세기 초 '협상'은 겁쟁이들이 '선택'하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협상하자고 손을 내밀면 그것은 곧 '굴복'을 의미했다. 희생이 담보되는 전쟁을 치러 상대방 무릎을 꿇리는 것이 '갈등의 끝'이라고 믿었다. 협상하고 타협했다면 무고했을 많은 사람들이 권력자의 정치 놀음에 목숨을 잃었다. 21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갈등을 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상'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세계 외교사에 협상의 중요성을 알려준 건 '13일의 교훈'이었다. 1962년 10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하면서 미·소간은 핵전쟁 직전까지 갔다. 13일 동안 전 세계를 긴장시킨 이 세계사적 사건은 위기 극복에 있어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소련과의 협상을 슬기롭게 끝낸 존 F 케네디의 나이는 불과 47세였다. "무능한 지도자는 위기를 만들고, 유능한 지도자는 위기를 해결한다"는 말이 그때 나왔다. 1978년 9월 열린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의 '캠프 데이비드 중동평화 회담'은 겉만 화려할 뿐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는 협상이었다. 회담 중재자는 집권 내내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지미 카터 미 대통령. 그는 이 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무능하다는 오명을 벗고 싶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실제 회담 내내 두 사람은 상대를 인정하지도, 자국의 이익을 양보하지도 않았다. 카터는 회담을 빨리 끝내려고 서둘렀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는 평화조약에 서명했고 사다트와 베긴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지금까지 중동에는 평화가 오지 않았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요르단 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과 가자지구 문제를 해결했다면 중동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카터 대통령의 이름도 중동사에 길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로켓맨' '불망나니, 늙다리 미치광이' 라며 저열한 말 폭탄을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 위기까지 갔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어제 각각 6개의 성조기와 인공기 앞에서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 말고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내용은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은 게 없다'는 속담대로 세계 최대 리얼리티 쇼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12 이영재

[참성단]'김부선 사태'

배우 김부선 씨가 지난 10일 공영방송 저녁 메인뉴스 인터뷰에 등장하는 등 6·13 지방선거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사적관계'가 사실이라고 밝혔고 이 후보는 이를 재차 부인했다. 하지만 도지사 후보들의 '정치공방'이 김 씨와 이 후보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려야하는 '진실규명' 수순으로 비화한 건 틀림없어 보인다.애초에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를 겨냥해 소위 '형수욕설 파일'을 공개하고, 바른미래당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두차례 TV토론에서 김 씨와 이 후보의 '사적관계 의혹'을 제기할 때 만 해도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이 후보가 출마한 성남시장 선거와 민주당 대선후보경선 과정에서 검증된 스캔들이어서, 열세인 야당 후보들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치부됐다. 표만 되면 악마하고도 손을 잡는다는 선거 격언을 떠올린 것이다.문제가 복잡해진 건 한 언론인이 김 씨에게 이 후보와의 관계를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로 정리해 SNS에 게재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작가 공지영이 언론의 금도를 거론하며 김 씨를 옹호하고 나서면서다. 파문이 진실게임 사태로 번졌다. 또 영화감독 정윤철은 공 작가를 향해 "김부선 스캔들을 미투 프레임에 엮으려는 건 번지수가 한참 어긋나는 과욕"이라고 비판해 장외공방의 외연을 확산시켰다.딱해진 건 경기도다. 만만치 않은 선거후유증이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를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한데 이어, 선거불복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후보 또한 수차례 선거 후 일괄 법적대응을 공언했으니 법정공방이 불가피해졌다.더 딱한 건 김부선 씨와 그의 딸 이미소 씨다. 김 씨는 "딸 혼삿길까지 막을 수 없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딸 이 씨는 공개서한에서 "(스캔들을 알고) 엄마에게 손편지를 써 함구해달라 부탁했다"며 "더 이상 선거잔치에 저희를 초대하지 않기 바란다"고 논란의 종결을 희망했다. 이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여론의 한 복판에 노출되는 모녀의 잔인한 세월을 짐작케하는 하소연이다. 사실 '김부선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 씨 모녀이지 싶다. 모녀가 잔인한 시간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사태가 너무 심각해졌다. 선거가 이처럼 잔인하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11 윤인수

[참성단]세기의 담판

TV 리얼리티 쇼의 원조로 전문가들은 1999년 네덜란드방송에서 선보인 '빅 브라더'를 꼽는다. 9명이 출연해 100일 동안 한집에 사는 모습을 24대의 카메라와 60여개의 마이크를 통해 제작 방영됐는데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사람이 구경거리가 될 수 있는가', '관음증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에도 리얼리티 쇼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미국에선 2000년 2월 폭스 TV의 '누가 백만장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가', 8월 무인도에서 16명의 사람이 생존 투쟁을 벌여 최종 승자가 100만 달러를 차지하는 CBS TV의 '서바이어'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무한경쟁과 승자 독식 형태의 생존 리얼리티 쇼가 예능프로의 주류를 이루면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미국인들에게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는 미국 NBC 리얼리티 비즈니스 쇼 '수습사원(Apprentice)'이었다. 2004년 시작된 이 프로는 참가자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은 한 명이 연봉 25만 달러를 받고 트럼프 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는 내용이다. 이 프로에서 트럼프는 한 명씩 떨어뜨릴 때마다 "넌 해고야! (You are fired)"를 마구 내뱉었고 이 말은 유행어가 됐다. 이 리얼리티 쇼가 트럼프의 대중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가 대통령에 출마한 뒤였다. 내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형 리얼리티 쇼가 될 전망이다. 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시작된 이 리얼리티 쇼는 내일 두 사람이 만나 회담을 가짐으로써 사실상 시즌 1이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리얼리티 쇼의 '극적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즌 2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전 세계 미디어가 이 회담을 주목하고 있으니 흥행은 일단 '대박'인 듯 보인다. 다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트럼프 김정은 두 사람에게 집중돼, 한반도 평화의 운전대를 잡으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이 크게 약화 된 건 아쉽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를 논하는 장소에 주인이 없는 셈이 됐다. 그래도 이번 회담이 지구 상 유일한 냉전체제 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가는 어려운 첫 발을 떼었다는 상징성은 '역사상 최대의 쇼'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진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10 이영재

[참성단]다시 보는 영화 '강철비'

뤼미에르 형제의 세계 최초 영화 '기차의 도착'은 1895년 12월 28일 개봉됐다. 입장료는 1프랑, 관객은 33명.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2분짜리 동영상에 관객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불가사의한 일을 목격할 때 이제 사람들은 '영화같다'고 말한다.CG 작업 하나 없이 놀라운 이미지들을 영화 속에 가득 채워놓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딛기 1년 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기 13년 전인 1968년 개봉됐다. 영화 속 우주선 이름이 '디스커버리'였다는 것 외에도 NASA의 천재들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었는지는 이미 증명됐다.토니 스콧 감독의 1998년 작 '에네미 오브 스테이트'는 평론가들에게 '상상력의 과잉'으로 '만화같다'는 조롱 섞인 지적을 받았다. 토니 스콧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이 전 세계에서 저지르는 도·감청, 도촬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문제를 고발하고 싶어 했다. 지금 미국은 전 세계 CCTV, 위성 시스템 등이 결합한 감시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방국 정상들의 은밀한 대화까지 도·감청하며 세계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지도자가 개성공단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비우자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핵을 갖고도 사용하지 않는 지도자에 불만을 품은 정찰 총국장이 주도했다. 다연장 로켓포탄에 치명상을 입은 지도자는 남한으로 극적으로 탈출하고, 쿠데타 세력은 남한에 선전포고를 한다. 남한 정부는 지도자를 치료해 북한으로 돌려보낸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 줄거리다. 남·북한 긴장이 최고조였던 지난해 말 개봉 당시 '상상력의 지나친 과잉'이란 소릴 들었던 이 영화가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앞둔 지금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폭스TV 뉴스는 5일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으나 군부와 당 지도부 고위층들의 내부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는 또 "김정은 부재 시 평양에서의 쿠데타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6일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보안과 암살 시도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영화감독들의 상상력은 언제나 늘 경이롭다. 그래도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07 이영재

[참성단]폭염의 계절

진시황은 마지막 '순행'길에 객사한다. 순행은 황제의 권력을 제국 전체에 시위하는 통치행위였다.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려 통일천하 곳곳을 누빈 카퍼레이드이자 로드쇼였던 셈이니 순행의 규모와 화려함은 엄청났다. 암살에 대비해 밀폐된 금속 마차를 탔고, 진시황 본인은 황제의 장엄한 복식으로 치장했다. 하지만 이게 독이 됐다. 마지막 순행은 한여름이었고, 황제의 복식을 갖춘 진시황은 찜통 같은 방탄마차 안에서 열사병에 걸려 급사한 것이다.대표적인 폭염질환이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체내의 염분과 수분이 더위로 소진돼서 발생한다. 피부가 차가워지고 축축해지며 체온은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 서늘한 곳에서 쉬고 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 호전되고, 심하면 병원에서 수액으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된다. 무서운 건 열사병이다. 외부의 열 스트레스로 체온조절 중추가 기능을 상실하는 현상이다. 땀 배출 기능이 망가져 체온이 40도 이상 높아진다. 체내의 장기들이 기능을 상실하고 의식은 혼미해진다. 당장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그런데 폭염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생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 6대도시의 폭염과 정신질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정신질환 응급환자 7명중 1명, 특히 불안증상 입원환자 3명 중 1명은 폭염 때문이란다. 불안증상의 31.6%, 치매의 20.5%, 조현병의 19.2%, 우울증의 11.6%는 폭염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고온에 노출된 신체가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설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살인의 동기로 '태양'을 지목한 것은 카뮈의 문학적 레토릭이지만, 이제 과학적 근거가 나온 만큼 '이방인' 해석은 한층 다양해질 듯 하다.폭염의 계절이 왔다. 기상청은 이달부터 장마 전까지 건조한 불볕더위가, 장마 이후에는 습기 가득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했다. 구태여 과학적 연구와 전문가의 설명이 없어도 더위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더욱이 체감경기 악화로 울화(鬱火)와 심화(心火)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샐러리맨, 청년실업자, 빈곤 노인들이 즐비한 시절 아닌가. 폭염에 더위먹고 열받으면 분통이 언제 어떻게 어디로 터질지 모른다. 내 몸, 내 정신 지킬 자구책 하나 쯤 미리 예비해 둘 필요가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06 윤인수

[참성단]대통령 패션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생전에 쿠바산 시거를 피우며 군복을 즐겨 입었다. 양복은 서구 자본주의 냄새가 난다고 멀리했다. 그러던 그가 2006년부터는 세 줄이 선명한 아디다스 운동복만 입었다. 외국 국가 원수는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때도 늘 그 '추리닝'이었다. 아디다스가 쿠바 올림픽 대표팀을 후원하기 때문에 입는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카스트로는 "군복보다 편하고 사진도 잘 나와서 입는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2009년 타임지는 그런 카스트로를 '옷 못 입는 지도자' 7위에 올렸다.그런 타임지가 2011년 3월엔 '카다피의 패션: 황제에게는 일부 미친 의상(Crazy Clothes)이 있다'는 특집기사를 통해 이젠 고인이 된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패션을 분석했다. 카다피는 공식 석상에 늘 루이뷔통 선글라스를 쓰고 전통의상을 입었다. 갈색 계통을 선호했지만 황금색이나 보라색 의상도 자주 입었다. 그는 드러내고 싶은 메시지를 옷으로 표현하는데 매우 능했다. 2009년 이탈리아를 방문해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는 전통의상 대신 제복을 입었는데 그 가슴엔 오마르 무크타르 리비아 독립운동가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20년간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점령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1974년 11월 야세르 아라파트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은 체크무늬 터번에 군복, 그리고 권총집을 허리에 차고 "한 손에는 올리브나무 가지를, 다른 한 손에는 자유를 위한 싸움에 나선 전사의 총을 들고 나는 오늘 이곳에 왔다. 내 손에서 올리브 가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연설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의 군복 패션은 국제테러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아라파트가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민족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변신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한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파격적인 패션이 화제다. 검은 가죽 재킷 차림으로 공항 패션을 한껏 뽐내더니 '필리핀 동포와의 만남' 행사에선 위 단추를 풀어헤친 짙은 남색 셔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마다 그의 파격적인 옷차림은 늘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그가 터무니없이 옷을 입는 게 아니다. 두테르테 대통령 패션에는 부패를 척결할 강력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지도자의 패션을 가리켜 '패션 정치'(Fashion Politics)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두테르테는 만만한 대통령이 아니다./이영재 논설실장

2018-06-05 이영재

[참성단]환경의 날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13개국 1천200명의 정부 대표가 모여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엔환경회의를 개최해 인간환경선언(스톡홀름 선언)을 채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를 기념해 6월 5일을 세계환경의 날로 정해, 해마다 주제를 정해 대륙별로 돌아가며 기념행사를 갖는다. 올해 인도에서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으로 부터의 탈출'이다.하지만 미국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의 '플라스틱 사회'를 읽다 보면 플라스틱으로 부터 인류가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책은 빗, 의자, 신용카드 등 8가지 친숙한 플라스틱 제품을 통해 인류가 플라스틱빌(Piasticville·플라스틱 도시) 거주자임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느 하루 접촉한 플라스틱을 모두 기록해보니 196개나 됐다.통칭해서 플라스틱이지만 종류는 다양하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 폴리우레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페놀수지,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등등. 젖병, 기저귀, 의류, 신용카드, 자동차, 콘돔, 인공수정체, 아스피린병 등등 용도는 무궁무진해 전능의 경지다. 인류는 플라스틱 중독자이자 플라스틱 도구의 노예로 사는 셈이니 플라스틱빌 탈출은 언감생심이다.문제는 플라스틱에 섞인 화학물질들이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이 물질들은 유사 호르몬으로 위장해 생명체를 공격한다. 비스페놀A는 비만,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간기능 이상에 영향을 미친다. 프탈레이트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반작용으로 남자 아이의 생식기관 발달을 방해하고, 노닐페놀은 에스트로겐으로 위장해 생식기관의 기형을 초래한다. 플라스틱에서 용출된 환경호르몬은 모든 생물에게 재앙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재앙의 피라미드 꼭짓점에 위태롭게 서있고….스톡홀름 선언 20년 뒤인 1992년 브라질에서 지구인 행동강령인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 서명했다. 리우 선언의 1원칙이 "인간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 논의되어야 한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향유하여야 한다"였다. 그러나 이기적 인간은 여전히 '인간 중심의 개발'에만 몰두한채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는 외면한다. 이미 시작된 자연의 역습이 어디에 이를지 짐작조차 못하겠다. /윤인수 논설위원

2018-06-04 윤인수

[참성단]김동연 패싱

5월 29일 청와대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들이 참석했다. 회의 후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라는 문구가 논란을 불렀다. 청와대는 뒤늦게 "장하성 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라고 문구를 수정했지만, 누가 봐도 장 실장이 경제정책 추진의 전면에 나서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패싱'당한 것으로 '읽혔다'. 5월 30일 기획재정부 간부회의. 김 부총리는 "저소득층의 소득향상과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소득이전지출 등 대책도 중요하지만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북돋울 수 있는 혁신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전날 문 대통령의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청와대 의견을 뒤집은 것으로 '해석됐다'.5월 31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이 말에 모두 놀랐다. 경제학자, 영세자영업자 등 여론은 임시직과 일용직이 급격하게 줄어든 원인으로 '최저임금'을 지목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 실세들을 옹호하고 기재부와 김 부총리를 질책하는 소리로 '들렸다'. 6월 1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경제 전반에 대한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 부총리라고 한 것이다. 김 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라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 타워 논란이 점점 커지자 청와대가 김 부총리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동안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현안에서 김 부총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이뿐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민주화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규제 개혁과 혁신성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전담하는 등 대한민국엔 경제 부총리가 3명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실제로 국민들 눈엔 그중 김 부총리의 입지가 가장 취약하게 '보인다'. /이영재 논설실장

2018-06-03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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