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의학연구는 의사의 숙명이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들은다양한 원인들의 복합적인상호작용으로 발병하게 된다따라서 지금까지 알고 있는질병개념을 대폭 고칠수도 있어의사는 또다시 고민해야 된다의사라는 직업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하였다고 할 수 있다. 질병과 고통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 알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본능적일 수밖에 없다. 고통을 피하는 방법은 자신이 스스로 수행하는 의료행위에서부터 전문가로부터 시행되는 수 많은 고도의 진료까지 매우 다양한 의료형태가 있다. 현대의학의 발전 수준은 실제로 신의 영역까지 넘나든다는 우려 때문에 종교계와 갈등의 소지도 있다. 의사라는 직업은 매우 단순하게 정의할 수도 있다. "아파서 고통스러운 환자의 고통을 없게 하거나, 경감시키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여기에서부터 의학발전의 역사는 시작된다. 의학의 발전은 환자의 고통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하여, 아픈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된다.근대의학을 정립하는데 질병현상을 가장 구체적으로 실체화시킨 것은 해부학의 발전이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 1514~1564)의 해부학 책인 '사람 몸의 구조에 관하여'는 근대 서양의학의 기초를 만든 가장 큰 업적중 하나이다. 의학 발전은 기초과학의 발전과 함께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만물의 기본 구성성분은 "물, 불, 흙, 공기"라고 하기보다는 여러 원소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체도 육안적인 변화뿐 아니라, 더욱 미시적인 세포수준의 변화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질병진단의 근간이 되는 병리학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세균의 발견은 질병의 원인과 결과를 실험적으로 재현시킬 수 있는 질병연구의 기본틀을 제시하였다. 즉 "세균이 몸안에 있을 때는 고통이 있다가, 세균을 제거하면 고통이 없어지고, 다시 동일한 세균이 침투되면 동일한 고통이 재현된다"는 사실이다.이러한 현상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고통을 해석하고 치료하는 혁명적 변화이다. 의사의 하는 일은 환자의 고통을 제거하거나 경감시키는 것이다. 눈부신 의학 발전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의학적 성과가 있었다. 과거 질병은 세균에 의한 감염질환 그리고 먹을 것이 충분치 못한 영양불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항생제의 발견으로 많은 세균성 감염은 극복이 되었다.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대량생산으로 영양부족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질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더 많은 질병이 있고 더 많은 고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유를 찾아 보아야 한다. 세균성 감염은 항생제에 의하여 완전히 정복되고, 모든 감염은 항생제로 해결될 것이라는 오해로부터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자연에 존재하는 균은 결코 없어지지도 않고, 인간보다 더욱 정교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박멸 또는 제거의 대상으로 하지말고 공존의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균들은 인체에 해롭다는 선입견도 버려야 한다. 우리 주위의 많은 균들은 오히려 이로운 존재이다. 영양부족으로 생기는 질병이 없어지고나니, 현대는 영양과잉 또는 영양불균형으로 생기는 질환들이 사망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대인의 질병 양상은 불과 50년전과도 매우 다르다. 질병을 일으키는 발생기전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하여야 한다. 과거의 질병은 병원균 침입-병원균 확인-병원균 제거라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치료법으로 대부분의 질병은 해결되었다. 그러나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들은 다양한 원인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발병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해하고 있는 질병의 개념을 대폭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의사는 또 다시 고민해야 된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직업이라면, 의사의 의학연구는 일생동안 숙명처럼 즐기고 살아야 한다.※ 오늘부터 '김광원 칼럼' 새롭게 선보입니다약력: 가천길병원연구원장·당뇨내분비센터장, 대한내과학회 회장, 대한비만학회회장저서: 진료도 경영이다, 건강하세요 등/김광원 가천길병원연구원장, 당뇨내분비센터장

2013-05-07 김광원

다문화 사회, 창조경제 그리고 차별금지법

다문화 사회와 창조경제 구현은자유롭게 경쟁하는 열린사회를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차별금지법도 자유민주주의의실현위한 사회적 합의 돌출위해국회가 나서서 다시 논의 해야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주목받게 된 어휘 중 하나는 '다문화 사회'라는 용어이다. 결혼이민과 노동이민의 국내 유입에 따라 현안으로 떠오른 다문화 사회의 문제는 한국사회가 지닌 여러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노출시키게 만들었다. 특정의 관점에서 세계를 통일적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관점 밖에 위치한 모든 것들을 배제하는데 익숙해 있던 한국사회에서, 다문화성과의 대면은, 앞으로 한국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 것인가라는 매우 실천적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게 만들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다문화가 공존하는 현실세계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미 그런 현상을 오래 전부터 경험해 왔던 지역에서는 '용광로(Melting Pot)이론'과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론'이 경쟁하고 있다. 최근의 다문화 사회론은 후자의 입장에서 결혼이민과 노동이민 그리고 이민 2세들의 기성 사회 진입에 대한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샐러드 그릇에 담겨진 여러 가지 야채들은 고유의 속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소스를 활용하는가에 따라 조화로운 맛들을 만들어 간다. 다양한 문화가 용광로에서 녹아 새로운 문화적 통일체를 만들어 간다는 용광로이론이, 사실은 강한 중심문화의 논리로 소수민족의 문화를 억압하는 도구로 이용되었으므로 개별문화의 존중과 조화에 기초한 다문화 사회론이 주목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생물학에서의 종의 다양성이론이 인류문화 이론에도 적용되어, 문화다양성 이론으로 재구성되고, 그러한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화생태학적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인류는, 강압과 배제의 슬픈 역사 속에서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다. 식민지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대규모 살육의 정당화, 주류문화와 대립되는 새로운 문화적 시도에 대한 검열과 억압 등의 강제에 맞선 수많은 선인들의 희생을 치르고서야 인류는 비로소 문화다양성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화해와 공존 그리고 관용이 사회적 문화현상을 이해하는 기초가 되어야 한다.그런데 다문화 사회를 정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사회가 가진 한계를 돌파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러한 다양성이 결국은 다양한 문화들의 상호 참조의 과정에서 창조적인 사회를 출현시킬 것이고, 기성의 특권적 논리에 의해 억압되었던 개인이나 문화적 집단의 창의성을 발현시킴으로써 지금까지 그것을 가로막았던 사회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사실 박근혜정권이 말하는 창조경제란 이러한 다문화성에 기초한 창조적 열정의 발현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들을 제거하면 그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특정의 사회적 문제를 구조적으로 인식하여 해결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단순 명료하게 개념화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그것이 단순한 이름만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학교에서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을 시행하라고 하면 창의성이라는 제목의 교과목을 개설함으로써 그에 대응하는 수준의 인식지평에서는, 창조경제는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니라 창조경제라는 이름아래 국가의지를 특권적으로 표준화하여 강제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다문화 사회 건설과 창조경제의 구현은 결국 다양성이 정당한 규칙 아래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열린' 사회체제를 건설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나갈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논란이 된 '차별금지법 문제'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걸어가야 할 길이 매우 멀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헌법은 사실상 다문화 사회, 다양성에 기초한 개인의 창의적 노력을 격려하는 여러 조항들을 가지고 있다. 차별 금지법은 그러한 헌법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법률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수준의 법조차 국회에서 논의될 수 없는 현실은 한국사회가 다양성과 창조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수준에 와있는지 회의하게 한다. 보다 넓은 시야에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국회는 다시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할 것이다./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2013-04-30 김태승

원칙과 소신… '초심만은 잃지 말자'

지난 해 연말 5급 사무관으로 승진 의결돼 올해 초 '조직의 변화를 선도하는 지방행정 리더육성'을 교육목표로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운영하는 5급 승진리더과정 교육을 수료하고 복귀하면서 흔히 말하는 지방행정의 꽃이라는 '사무관'으로 임용돼 일선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수원 입교 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호국영령들에 대한 참배와 지하 위패실에 모셔진 위패를 보며 나의 존재가치를 생각해봤다.이어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델리노리조트에서 '리더십 함양을 위한 자기변화 촉진훈련'의 일환으로 2박3일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합숙훈련과 워크숍, 전남 장성과 경남 통영에서 실시된 3박4일간의 '민생체험학습'은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전국 각 지자체에서 승진한 신임 사무관 380명(평균 나이 54세) 35과목 192시간의 방대한 교육프로그램과 일정. 1·2차에 걸친 평가는 마치 학생시절의 시험 또는 취업시험·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한 향학열에 불타는듯한 고시원 분위기를 자아낼 정도였다. 이번 5급 승진리더과정 교육과 사무관으로서의 임용은 나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과 새로운 출발선이라는데 내 나름대로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1987년 7월 1일 기술직렬인 지적기원보 시보로 임용돼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6년여가 지나고 이 세상 두려움과 거칠 것이 없었던 청년은 어느새 머리가 희끗한 지천명이 지났지만 공직을 처음 시작할 때 마음가짐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자부한다.더군다나 일반 행정직도 아니고 승진의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는 기술직, 그것도 여타 기술직렬보다 극히 제한적인 소수 한정된 인원의 지적(地籍)직렬이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예 사무관까지의 승진은 희망도, 기대도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머슴처럼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일하다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항상 용기와 일말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내 자신을 부단히 채찍질하며 원칙과 소신으로 묵묵히 꾸준하게 일관해 왔다고 자위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 또한 앞으로도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초심만을 잃지 말 것을 늘 염두에 둬가며 생활하고 있다.논어에 '유지자 사의성(有志者 事意成)'이란 성어처럼 "뜻을 명확히 지닌 사람은 그 일을 기필코 성취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제 인생의 하프라인인 전환점, 새로운 출발선, 신임 사무관으로서 초심때의 각오를 다시 다짐한다./이향범 화성시 동부출장소 건축행정과장

2013-04-22 이향범

4·19혁명 53주년, 혁명세대 예우해야

혁명에서 추구된 민주이념과사회정의 실현은 대한민국이지향해야할 최고가치로 작용한국정치의 획기적 전기마련국가는 민주영령 희생 기리고명예에 걸맞은 보훈혜택 줘야올해는 4·19혁명이 일어난 지 53주년이 되는 해이다. 반세기 전에 일어난 4·19혁명은 제2공화국의 출범을 보게 하는 등 역사적인 전환점이 됐다. 영구집권을 꾀했던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은 4·19혁명으로 12년간에 걸친 장기집권의 막을 내렸다. 더욱이 전 국민이 총궐기해서 국민주권주의를 지켜낸 것으로서 우리의 헌정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러한 4·19혁명 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서 오늘날 우리 헌법에도 명기하여 계승하고 있다. 3·1운동이 일제에 항거해 국권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라면, 4·19혁명은 자유와 민주와 정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혁명이다. 혁명의 서곡인 대구의 2·8의거와 마산의 3·15의거 그리고 서울 등 각지에서 일어난 시위는 주권을 빼앗긴 국민의 울분을 대신해 궐기한 학생들의 순수한 정의감의 발로이며, 부정과 불의에 항거하는 민족정기의 표현으로 4월 혁명정신의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4·19혁명은 처음부터 정권을 탈취할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특정 정치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체제변혁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다. 어떤 정치적 세력이 개입된 것도 아니며, 조직적 투쟁계획이나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 학생들이 불의에 항거해 집단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태가 변화하고 발전된 하나의 결과적 현상이다. 한국의 정치발전사에서 4·19혁명은 역사적 의의를 가진 일대사건이면서도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투쟁사로 보는 이유가 그것이다.4·19혁명이 5·16군사정변의 한 원인이 되었더라도 그것으로 4·19혁명의 역사적 의의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5·16정변으로 인해 '미완의 혁명'이라 할지라도, 3·1독립운동과 6·10만세사건 그리고 1919년의 광주학생사건과 같이 강한 저항의식과 열렬한 애족·애국심의 표현이다. 또한 4·19혁명의 이념과 정신은 그 이후 1964년 한일회담 반대운동으로 일어난 6·3학생운동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처럼 4·19혁명은 한국의 정치발전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혁명에서 추구한 민주이념과 사회정의의 실현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국가발전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대우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민주혁명 53주년을 맞는 지금, 4·19혁명 세대에 대한 보훈혜택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4·19혁명과 관련하여 약 900명을 포상했다고 한다. 4·19민주혁명회 회원은 부상 정도에 따라 보상금을 받고, 혁명희생자유족회 역시 연금을 받는다. 반면 혁명공로자회 회원에겐 아무런 국가지원이 없었다. 4·19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국가유공자예우법 개정을 통해 모든 4·19유공자에게 보훈혜택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따라서 국회는 2011년 12월 30일 4·19유공자 예우법을 통과시켜 혁명공로자회 회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와 4·19혁명공로자회간에 보상금에 대한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약 16개월이 지난 4월 23일 현재까지도 4·19혁명공로자는 한 푼의 연금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는 4·19혁명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명예에 걸맞은 예우를 해야 한다.한편 4·19혁명공로자회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수가 4천명을 넘는 반면, 4·19혁명 유공자는 600여명에 불과하다. 4·19측은 유공자 선정 기준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며 선정 기준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4·19혁명 53주년을 맞게 된 작금에 우리는 혁명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를 구현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 섬김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4·19 민주영령의 희생을 기리고, 보훈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그날의 함성과 발걸음을 되새기며, 4·19혁명 세대에게 그들의 요구대로 적절한 보훈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이며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유영옥 경기대 교수(국가보훈학)

2013-04-22 유영옥

각박해 보이는 사회지만 '따뜻한 세상'

간경화로 사경 헤매는 아버지에간 떼어준 효성 지극한 고교생어머니도 루프스와 류머티스로일도 못하고, 집은 경매처분…딱한사정에 온정손길 줄이어또다른 후원자 기다려져여러 날 전 우연한 기회에 자원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매우 훈훈한 미담 사연을 듣게 되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소재한 효성고등학교 3학년 이영수군이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하여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고 본인도 회복 중에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앞날이 걱정되며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태 속에서 이렇게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을 돕는 것은 어렵고 힘들게 살아 지쳐가는 우리 이웃들에게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임을 알려주는 희망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기존의 사회복지를 위한 자매결연 시스템을 통해 인하대 병원 박승림 원장과 이 병원 원공주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인하대 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이영수군과 그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 가정도 매우 딱한 처지였으리라 사료된다.이영수군의 아버지는 약 1년 전에 간경화 판정을 받아 두 차례나 입원하여 복수천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2월 2일 다시 입원하여 뇌사자 장기이식을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뇌사자 장기이식을 기다릴 여유가 없게 되었을 때, 효성이 지극한 이 군은 그 이전부터 아버지께 자신의 간이식을 깊이 생각해 오던 중인지라 즉시 생각을 실행에 옮겨 지난 3월 8일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이영수군은 비교적 회복이 빨라 이미 퇴원하여 학업에 복귀하고 통원 치료중임을 이때 알게 되었고, 인하대 병원의 병원비 일부 감면과 셀트리온 복지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이영수군의 병원비는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아버지의 병원비는 이보다 훨씬 큰 액수로 이에 대한 도움의 길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인천 새마을금고 협의회와 인하대 병원이 어려운 환자의 병원비를 지원하는 협약을 맺어 1천만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아울러 계양산 장학재단의 사무총장인 이도형 인천광역시 시의원의 관심과 노력으로 자발적 시민참여 봉사단체에서 이영수군에게 자랑스런 효행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원공주 복지사가 전한 최근 소식에 따르면, 이영수군과 아버지의 딱한 소식을 듣고 MBC 방송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ARS 방송후원을 결정하고 지난 목요일 방송을 내보냈으므로 머지않아 후원금이 전달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병세도 많이 회복되어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이영수군의 어머니도 루프스와 류머티스를 앓고 있어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라서 그동안 간간이 해왔던 부업도 불가능해져 앞으로의 가족 생계가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설상가상으로 투병 전 아버지의 사업부도 때문에 거주중인 아파트도 경매 처분되어 이사를 가야하지만, 이 또한 분명한 해답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이다. 다행히도 병원 입원 기간 중에 이 가족의 딱한 사정이 인정되어 국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어 적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되었고, 박형우 계양구청장님의 배려로 계양구에서도 일시적이지만 상당한 지원을 받게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또 다른 후원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장학금도 받고 학자금 대출도 받을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도 해가면서 꿋꿋하게 대학에서의 학업에 정진하면서 가족을 돌보는 이영수군의 누나에게도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효성이 지극한 이영수군과 그 가족들에게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필자는 교육자로서 훈훈한 사연의 도움을 주신 자원봉사자 김미경님과 인하대병원 박승림 원장, 원공주 사회복지사, 황필하 새마을금고 이사장, 계양장학재단 사무총장 이도형 인천광역시 시의원님께 진심어린 마음으로 머리 조아려 이번 기회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학교폭력이다, 교권이 무너졌다 하며 하루가 다르게 힘들고 각박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효행을 주위 사람을 통해 전해 듣고 있노라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정의롭다는 것을 느낀다. 교육의 기본은 효부터 시작해야하고 사랑으로 보살펴져야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이본수 인하대 명예교수

2013-04-15 이본수

T.S 엘리어트에서 노천명까지

죽은땅에 생명 움트는 잔인한달새정부 추천 인사 일그러진 모습북한의 그치지 않는 핵폭탄 위협금융기관 해킹에 혼란스런 정부각종 시위로 얼룩진 사회상 답답희망찬 '4월의 노래' 불렀으면…금년 4월은 T.S Eliot을 생각나게 한다.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T.S Eliot의 '황무지'에 표현된 4월! 이 말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추억과 욕망들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키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하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길러 주었다."(T.S Eliot 황무지 중에서)어느 땐가 필자가 쓴 칼럼 가운데 이 시를 인용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인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금년은 더욱 이 시 구절이 실감난다. 그동안 우리 주위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것이 새로울 줄 알았는데… 소위 국무위원을 뽑는데 추천된 후보들의 일그러진 모습, 또 인상들은 왜 그렇게 밝거나 좀 훤하지 않고 성격배우처럼 생겼는지? 그뿐이랴 좌파, 진보 단체 및 언론 등에서 한 인간과 그 가족을 난도질하는 모습 등등… 자식의 등급이란 유머를 들은 적이 있다. A등급은 공부 잘하는 놈(?), B등급은 성격 좋은 놈, C등급은 건강한 놈, F등급은 지 애비 닮은 놈이란다. 혼란스러운 일들이 좀 지나갔다 싶으니 이번에는 어린 청년, 살찐 돼지 같은 F등급의 배우가 북한에 나타났다.계속적으로 우리나라를 협박하고, 핵폭탄으로 위협하는가 하면, 필자 세대들이 지난 50~60년간 들어온 이를 갈면서 쏟아내는 욕설, 협박, 또 언젠가 필자도 어렸을 적 해본 경험이 있는 궐기 대회 비슷한 불쌍한 북한인들의 민중대회, 높은 사열대 위에서 이들의 사열을 보며 손을 흔들고 격려하는 三代의 똑같은 제스처…. 이제는 그만둘 때도 됐는데… 좀 지나나 했더니 이제는 개성공단(원래 이럴 줄 알아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을 폐쇄하니 어쩌니 하며 익숙하지 않은 '최고 존엄'이니 뭐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북한의 아나운서와 각종 매체들…. 하물며 마치 가장 평화주의자인 것처럼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하고 평화를 운운하는 설익은 진보좌파들…. 해킹당했다고 하며 각종 언론매체가 총동원되어 떠들썩하게 한 KBS, MBC, 농협 등… 누구의 소행인지 갈팡질팡하는 정부당국의 모습….어나니머스(Anonymous, 익명)가 북괴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하여 이곳에 등록한 6천여명의 성명이 공개되고, 이 중 확실치는 않으나 종북좌파, 혹시 간첩은 끼어있지 않은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마디로 어린 김정은이 새롭게 시작하는 봄을 시끄럽게, 또 잔인하게 하고 있다. 또 다른 곳을 본다. 사회가 혼란하다. 세상에 혼란하지 않은 사회가 없겠지만, 특히 공권력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장면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필자는 항상 출퇴근시 덕수궁을 거친다. 그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각종 표어와 플래카드, 그리고 천막, 그곳에 있는 사람들, 꼭 저래야만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또 도대체 공권력은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장황하다. 이런 것들을 쓰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으면 하는데, 필자 뜻과 아무 상관없이 벌어지고 있으니 답답하고 속상하다. KTX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사실 괜히 열내지 않아도 되는데 혼자서 열나는 것이 있다. 소리질러가며 휴대전화 쓰는 사람, 가끔 술 취한 사람이 기차 칸을 지나가기도 한다. 역을 나오면 흡연지역이 아님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가래침을 뱉는 사람들, 분명히 '경범죄'에 대한 법령도 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는 모습에 또 혼자 괜히 흥분하고 화가 난다. 벌금 10만원, 8만원, 해봐야 뭐하나? 신고하고 붙잡는 사람이 없는데….최근의 각종 사태와 주위풍경이 필자마저도 정신이 혼란해서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북한의 어린 지도자가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는 것도 그러지 말라고 똑바로 일러주고 또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질서 속에서 일탈도 눈 똑바로 뜨고 야단치고 고쳐줘야 되지 않을까? 금년 봄은 시작도 얼마 안 됐는데 T.S Eliot의 '황무지'가 노천명의 4월의 노래로 빨리 옮겨 갔으면, "사월이 오면 사월이 오면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중략)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4월의 정령을 드높게 기운차게 불러 보지 않으려나?" (노천명의 4월의 노래 중에서)아끼는 사람의 손을 잡고, 따뜻한 4월의 햇살을 받으며 숲길을 걸으며 '4월의 노래'를 하루 빨리 읊조리고 싶은데…./윤방부 선병원 영훈의료재단 회장·국제의료센터 원장

2013-04-09 윤방부

부패는 망국의 길

일부 권력엘리트들 집단부패국가명운 걸린 심각한 문제신뢰·질서 파괴시키며사회적구조 변화시키기도사익 앞세운 사람들 공직에발 못붙이게 강력한 조치 필요역사적으로 볼 때, 부패 특히 엘리트 집단의 부패는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다. 동아시아의 많은 왕조들이 부패로 몰락했고, 현대 한국의 역대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왕조지배층이건 현대국가의 권력엘리트들이건 간에 그들의 부패는 곧바로 대규모 정치적 혼란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신뢰체제를 붕괴시킴으로써 국가의 위기까지 초래하였다. 한국현대정치사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부정축재자, 부패정치인 청산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은 그러한 역사적 교훈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부패는 우선 공동체에서 유지되는 신뢰의 질서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공적 영역에서는 정부기관의 모든 정책적 판단에 대한 신뢰가 파괴되고, 사적 영역에서는 기업 활동에 대한 시장의 신뢰 역시 파괴된다. 선의를 갖고 정직하게 일한 사람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특정 권력의 이익과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과 기업의 자원을 유용하는 부패한 사람들이 존중받는다면 그러한 공동체는 유지될 수 있겠는가?부패는 신뢰의 질서를 파괴하면서 공동체를 정글사회로 변모시킨다. 사실 자본주의 시장사회는 경쟁과 욕망의 추구를 제도화한 사회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정글사회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약육강식의 동물사회와 구분되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즉 서로가 합의한 공동체적 질서(법, 관습 등)에 의해 욕망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패는 그러한 조절의 질서를 무력화시킨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정글의 논리를 정당화한다.부패는 또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윤리적 차원으로 환원시키는 궤변의 논리를 통해서 건전한 개인의 희망조차도 짓밟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부패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무서운 질병과도 같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도 곤경을 딛고 성공한 사례가 언론에서 인용될 때, 그것은 모든 문제를 개인윤리적 차원으로 환원시킴으로써 개인의 희망을 좌절시키는 무서운 궤변이 된다.아무리 힘들고 가난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너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것 때문이라는 논리가 그 배후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권력엘리트들이나 재벌들의 후예들은 손쉽게 집안의 경제력과 인맥을 이용하여 성공의 사다리에 오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되고, 결과만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부패는 세포분열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는 바이러스와 같이 사회를 오염시킨다.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었고, 다시 국민들은 권력엘리트들의 일상화된 부패와 불법을 보고 좌절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나 권력엘리트 일부는 학습효과 때문인지 그러한 부패와 불법행위를 관대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청와대는 청문절차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대변인이 대독하는' 그들의 사과는 형식적이다. 사실 돈이 중요한 사람은 돈 버는 곳에 있으면 되는 것이고, 공익을 위해 봉사하려는 사람은 그에 알맞은 자격을 갖추면 되는 일이다. 국가기관에 근무하던 자가 로비스트가 되어 법률자문회사나 무기 판매상으로 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또 일단 그런 방향으로 인생을 전환했다면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그렇게 인재가 없을까.부패는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맹자는 이익을 구하는 방법을 묻는 중국 전국시대의 왕에게 "왕이 사사로이 이익을 구하면 온 백성들이 이익을 구하게 되고, 사회전체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면 결국 모두가 이익을 앞세워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익을 앞세운 부패한 자들이 다시는 공직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부패는 사소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병든 이념'보다도 훨씬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타락시킨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2013-04-02 김태승

매 맞는 경찰, 공권력 강화 시급하다

사회분열 조장 '일부 정치꾼들'시위 현장마다 몰려 다니며불법집회 선동하는 '전문 시위꾼'이들부터 해결되지 않는다면대한민국 민주주의 퇴보와사회적 안전망 붕괴 불보듯경찰청에서 발표한 최근 3년 간 공무집행방해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이대로 가다가는 어찌될 것인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통계 내용을 보면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된 경찰의 공무집행방해 사건 및 사범이 작년에는 위계 공무집행 방해, 단체 등의 공무집행방해를 합해 무려 1만307건, 1만2천247명에 이르렀다. 특히 이들 가운데 경찰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등의 심각한 수준의 공무집행방해 사범이 2012년도만 1만531명에 이른다. 한마디로 지난 한 해 동안 매 맞는 경찰이 연간 1만 여명, 즉 하루 평균 30명 가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주한미군까지도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압수수색을 나온 경찰차를 둘러싸고 차량 이동을 못하게 하는 공무집행방해 정도는 사실 그 위법성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애교스러운 시위로 취급된다. 아예 압수수색을 나온 경찰차량을 난폭하게 부수는가 하면, 굴착기를 가지고 지구대로 돌진하는 등 놀라운 장면들이 종종 목격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사건은 지난 달 경찰의 주차단속 등에 앙심을 품고 술에 취해 굴착기로 경찰지구대, 순찰차 등을 부순 중장비 기사 이야기이다.그래도 술 취한 취객들의 난동은 마음이 덜 복잡한 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FTA 반대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11월 26일 수도 서울의 한복판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서장이 시위대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던 상황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분명 단순히 한·미FTA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이 시골로부터 상경해 벌였던 시위가 아니었기에 더욱 그러하다.이미 우리나라 사회분열과 갈등과 불법시위로 이어지는 중심에는 이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일부 정치꾼과 시위현장마다 몰려다니며 상황의 악화를 극대화 시키는 '전문시위꾼'이 존재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일부 좌파 시민단체나 좌파적 정치인들이 불법시위를 조장하고 선동한다면, 정치적 현실과 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조건 '가진 자들의 정권은 싫다'는 식의 반대를 위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사회비판적 계층이 행동대장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한 번 붙잡히면 150만∼200만 원 가량의 벌금만 내면 되기에 벌금이 쌓여가도 아랑곳 않고 계속 집회시위를 전전하면서 때로 경찰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진다. 이러한 불법 시위 현장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참여의 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그런데 하루에 30여건에 달한다는 경찰에 대한 폭행·협박 사건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경찰의 입장은 정작 우리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 TV화면을 통해 그동안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다친 경찰들의 모습만 제대로 집중조명해 주어도 국민들의 경찰의 공권력 실추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이 시위대를 물대포로 대처하면 과잉진압이고, 반대로 시위대가 경찰에게 화염병도 모자라 가스 불까지 퍼부어대도 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미적지근하게 용인하고 만다. 결국 불법공무방해자이자 살인미수에 미치는 폭행을 행한 불법시위대의 주동자들은 민주투사라는 찬란한 감투를 쓰고 또 다른 업적(?)을 쌓기 위해 시위명분과 장소를 물색한다. 이 모든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게다가 불법시위대로부터, 또 술 취한 주정뱅이로부터 원인도 명분도 없이 매 맞는 경찰에게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 치안을 책임지라니 이보다 웃긴 코미디가 있을 수 있을까? 경찰 공권력 강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특히 불법 시위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일부 정치꾼들과 시위현장마다 몰려들어 집회와 시위를 일삼는 전문시위꾼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퇴보와 함께 치안 부재 및 사회적 안정망이 무너진 무법천지가 되고 말 것이다. 대통령은 경찰의 의무와 책임에 걸맞은 권위와 공권력 강화를 위한 대안부터 시급히 마련해야한다./유영옥 경기대 교수(국가보훈학)

2013-03-25 유영옥

수그러들지 않는 학교폭력

적응 어려울만큼 급변하는 시대가정·사회·교육등 방치된 상태교육 백년대계 새틀 짜기위해선각분야 실무자들 대책 마련하고학교현장에선 교사와 학생들간인격적 교감기회 자주 가져야3월 17일 저녁 SBS 방송 뉴스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가 하루 224건에 이르며, 지난 열흘간의 누계 신고건수는 2천3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를 보도한 취재기자는 이러한 현상이 학기초 아이들의 서열 다툼에 기인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폭력이 학교속 교실의 법칙으로 정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무릇 학교 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학교폭력의 발생빈도가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갓 입학한 중학교 1학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지난 1~2년간 학교폭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교, 학부모, 경찰 등 유관기관이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학교폭력이 이미 심각한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해온 반면, 국민 개개인은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농업사회가 해체되고 산업사회가 형성되면서, 농촌사회가 도시사회로 변모되었으며, 3대가 모여 살던 대가족 제도가 겨우 3인이 함께 사는 미니 핵가족 시대로 탈바꿈하였다. 한 동네에 기계식 교환기를 통해 연결되는 전화가 한 대 있는 시대가 어느 샌가 초등학교 입학생 아이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IT 시대가 어느새 지나가고 스마트 시대가 온 셈이다.가정과 사회만 변한 것이 아니다. 학교 및 교육과 관련된 변화도 만만치 않다. 초등학교 의무교육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웠던 시대는 까마득하고, 중학교 의무교육은 물론이고 이제 고등학교 의무교육도 머지 않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한 학급의 학생 수가 60명을 초과하던 콩나물시루 교실은 사라지고 30명 미만의 교실에서 창의인성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한 아이 도시락을 두 개씩 싸느라 도시락 반찬 메뉴에 골머리를 앓았던 시절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며, 무상급식이 얼마나 빨리 고등학교까지 확대될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었다. 대학 진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대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되었고, 지금은 동년배중 80%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로 바뀌어 부모의 맞벌이에도 불구하고 한 자녀의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1~2인의 소수 자녀에 대한 부모의 극단적 과잉보호가 강조되거나, 어쩔 수 없이 극단적 자유방임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가정 교육이 소홀히 되는 청소년이 증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과거의 소규모 농촌지역사회가 감당하던 공동체적 청소년 보호 및 선도 기능이 현재와 같은 도시사회에서 발휘되기는 어렵다. 더구나 청소년들이 인터넷 등 온라인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과 사회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도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등교육의 기회가 확대되었으나 대학 진학에 대한 경쟁심은 더욱 심화되어 학교교육은 교과교육에 치중하게 되었고, 예체능 등 정서교육이 축소되고 과외활동은 폐지되는 지경에 이르러 교사와 학생간의 인격적 교감기회가 상실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오죽하면 담임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반화되기에 이르렀으니 학교 현장에서부터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짐작된다.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사회 전반의 거대한 변화물결을 인정하고 교육백년대계를 새롭게 논의하는 획기적 사업을 일으킬 것을 제안한다. 교육학, 사회학, 심리학, 가족학, 문화인류학, 행정학, 법학 등 각 분야의 전문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함께 모여 장기적으로 연구하여 종합 처방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급한 대로 학교현장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따뜻한 스킨십을 발휘하여 피해학생들을 보듬어 주고 가해학생들은 순화시키는 교사-학생간의 인격적 만남을 강화하기 바란다./이본수 인하대 명예교수

2013-03-18 이본수

어느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보며…

김종훈 내정자 발표에친미주의자·CIA연관자 등그와 가족에 상처줄 온갖 말개인적으로 큰 아픔 느껴비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그들의 인생도 바뀌었으면…"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한때 유행하던 유행가 '하숙생'의 한 소절이다. 물론 필자의 십팔번이다. 왠지 이 노래를 할 때는 순간적으로 인생을 떠올리며 때로는 숙연해지고 진지해진다. 인생에 대한 정의는 수많은 철학자의 설파와 논문, 책, 거창한 '톨스토이'의 인생론, 성경에 나오는 인생의 표현 등 참으로 무수히 많다. 그러나 때로는 인생의 표현 중 심오한 것보다, 철학적 종교적인 것보다,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소위 개똥철학(?)이 더 구수하고 실감나기도 한다. 한 모임에서 잘 아는 친구 하나가 '개똥철학'을 한마디 하겠다 하며 인생은 바로 'C'라고 한다. 간단히 그의 설명을 부연하면 우리의 인생은 B와 D사이에 있는 'C'라고 하며, 인생은 B(birth·출생)로 시작해서 D(Death·죽음)로 끝나는 것이란다. 모든 사람은 B순간부터 D로 한시도 멈추지 않고 돌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다행인 것은 B와 D사이에 인생이라는 C가 있다는 것이란다. 여하튼 인생이란 'C'의 의미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며 매우 단편적이지만 Change, choice, challenge, chance, charity(sharing)로 'C'의 형태가 달라질 수도,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불행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얼마 전 정부 조직의 장관 후보 발표자를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중 어떤 후보는 개인적으로 잘 알기도 하고, 또 그럭저럭 아는 사이인 후보도 있었다. 그중 유난히 전혀 일면식도 없는 미국속의 한국인 김종훈 후보가 있었다.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통해 그의 인생을 조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이지만 괜히 가슴이 아려오고 소위 찡한 느낌이 들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기회의 나라라고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고 냉정하고 공과 사가 확실한 미국이란 나라에서, 우리나라와는 무지하게 다른 다인종 사회에서 찢어질듯이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서 인간의 한계를 넘은, 어찌보면 목숨을 건 과정과정마다의 인생의 처절한 경쟁과 현실을 극복하고 오늘을 존재케 한 인간 김종훈 사장! 그간의 역경과 표현할 수 없는 벅찬 인생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가 된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필자 자신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특히 1970년대의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몸소 경험해 봤기에 더욱 인간 김종훈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물론 미국교포사회에 김종훈 사장만 '인간승리'한 케이스는 아니다. 꽤 많은 한국 출신의 미국인이 각각의 분야에서 칼바람보다 세찬 역경을 이겨내고 미국의 주류 사회에 우뚝 서기도 했다. 변소 청소를 하며, 세탁소를 하며, 하루종일 슈퍼마켓에서 물품에 '펀치'로 구멍을 뚫으며, 짐을 나르며, 택시운전을 하며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애쓴 교포1세대 부모들의 '헌신'이라는 말로 결코 다 표현할 수 없는 희생도…. 그러나 김종훈은 이런 부모의 희생도, 도움도 없이 어린 사춘기 소년때 부터 홀로서기로 그의 오늘을 이루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는 위대하다고 생각된다. 가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때가 있다. 마치 미국에 이민가서 사는 교포들이 한국을 폄훼하고, 더 나아가 멸시도 하고, 애국심이 없는 집단으로 치부할 때다. 필자가 경험한 미국의 교포들은 대부분 한국에 있는 우리들보다 더 한국적이고, 더 고국의 어려움을 안타까워 하고, 그리고 만약 애국심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양이 훨씬 많기도 하다.김종훈 사장이 후보자로 발표되니 친미주의자, 미국 CIA연관자, 국적을 바꾸지 않는 자, 한국에 빌딩을 사서 나쁜 업종을 하는 사람에게 임대했느니 하는, 그와 가족에게 상처를 줄 온갖 낱말들…. 이러한 일말의 사태(사건·일)를 보며, 개인적으로 큰 아픔을 느낀다. 본인은 오죽했으랴? 그런데도 몇몇 매스컴과 소위 종북좌파라 일컬어지는 사람들, 진보진영의 시민단체 사람들, 계속 그의 희생과 헌신을 폄훼하는 것을 보며 정말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인생이라는 얘기를 하다가, B와 D가 어쩌고 C가 어쩌고 하다가 이번 장관 후보에서 사퇴한, 필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김종훈 후보자 얘기를 썼다. 다만 미국에서의 성공과 특히 주류(majority)사회에서의 그의 업적과 성공이 일말의 공감이 되기에… 그 인생 자체만으로도 그까짓 장관보다 더 큰 영향과 모범을 보인 인생이며 또 특히 후세의 한국인에게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줄 수 있기에 그를 찬양하고 싶다. 인생은 'C'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 언론, 또 비판만 좋아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 C를 change(바뀜)했으면 한다./윤방부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대외부총장 겸 석좌교수

2013-03-12 윤방부

박근혜 정부가 처한 동아시아 정치 지형

북한, 핵실험 강행 주변국 위협美, 시퀘스터발동 예산삭감 직면중국, 인도양 연안 영향력 확대아베정권, 제국주의 부활 조짐등위기의 외교환경 대응 위해선朴정부, 국민동의 외교정책 필요3월이 지나면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주요 이해 당사국(6자회담 참석국가) 신정부들의 출범이 완료되게 된다. 2011년 말,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한 '김씨왕조'의 정권 '승계'를 시작으로 2012년 초에는 러시아에서 푸틴이 재등장했고, 그해 연말에는 일본에서 아베정권이 승리했다. 2013년 2월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 그리고 3월 중국에서 각각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됨으로써 6자 회담 참가 국가들의 권력 교체가 완성된다. 국제적으로 신구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는, 지역안보와 관련하여 긴장 조정의 국제적 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되는 위험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정권교체와 국제적 협력체제의 공백기를 활용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국제적 외교협력 체제가 정상적으로 복원된다고 해도, 현재의 동아시아는 외교적 전망을 낙관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선 동아시아 국제 정치적 상황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재정 절벽과 시퀘스터(Sequester) 발동에 따른 국내 정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바마 정부는 시퀘스터 발동에 따른 예산 삭감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서 대외문제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말로 하는 외교'는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큰 변수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다르다. 중국정부는 후진타오 정권이래 국방 강화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왔으며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취역시키는 등 해군 작전 반경을 확대시켜 왔다. 미국 언론이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인도양 연안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동지나해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해양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서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해역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해상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도 중국은 지속적으로 이 지역을 분쟁지역화하는 전략으로 나갈 것이다. 특히 중국정부는 빈부격차와 부패가 원인이 된 대중운동의 확산 등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대외팽창정책은 지속할 것이다.일본은 더욱 심각하다. 일본 수상에 취임한 아베는 일본의 조슈지역 출신으로 이토 히로부미, 데라우치 조선총독 등 한국침략의 정치적 유산을 승계한 인물이고 그의 정치적 스승은 태평양전쟁과 관련한 전범이었으나 미국의 관용정책으로 전후 일본 수상을 지냈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였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아베정부는 '의도적인 엔화평가절하' 정책으로 상징되고 있듯이 자국의 이해를 위해서는 책임있는 문명국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아베정권 등장 이후 일본은 영토문제·역사문제에 대해서도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자신들의 역사적 죄악을 공세적으로 은폐하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아베정권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외교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일본내 양심세력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그 영향력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다. 아베정권은 장기 경제불황에 따른 국내 정치적 위기를 강력한 대외팽창정책과 오도된 군국주의적 애국심에 의탁하여 해결하려 할 것이다.'병영국가' 북한이 핵문제를 이용한 '자해적 외교정책'으로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국제적 상황과 연동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재정위기를 이용한 일본의 급격한 재무장 강화 등, 일본 제국주의 부활조짐과 그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위기의식 고조, 중국의 군비 강화와 인도양 진출 시도에 따른 미·중간의 외교갈등 심화라는 동아시아 외교환경의 위기 속에서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재의 군인출신 일색의 외교안보라인은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많은 약점을 가진,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전적인 동의에 기초한 외교정책이다. 우리의 외교문제는 북핵문제가 다가 아니다.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승적으로 대응할 수있게 되길 기대한다./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2013-03-05 김태승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

핵무기개발 상황·보관장소등정확한 정보수집 분석능력 강화공격징후 보일땐 강력응징 경고미사일 발사되면 공중에서 요격주요 전략표적이나 핵위협 지역방호할수있는 방어망 구축 필요북한은 김정일 사망 2주기를 4일 앞둔 2012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고, 다종화(多種化)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확인됐다"며 핵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자평했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통하여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하는 핵무기나 수소폭탄과 결합된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s) 등의 보유를 과시할 가능성도 커졌다.국제 사회와 북한이 주장하는 다양한 평가들을 종합해볼 때 북한은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봐야 한다. 이제 북한은 '핵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려 들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은 당연히 6자회담을 비롯한 외교적이면서 국제적인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군사적으로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관계는 언제 어떤 이유로 악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이론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이 공격할 경우 강력한 응징보복을 할 것이라는 점을 전달하여 공격을 자제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고자 할 때 선제 타격하여 적지에서 파괴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발사된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interception)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능력은 어떠한가.한국은 전투기 460대, 지대지미사일 30문 등 어느 정도의 비핵무기 응징 보복력은 구비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핵무기 공격을 억제하기는 어렵다. 한국군은 F-15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을 통하여 선제 타격할 능력은 있지만, 북한 핵미사일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어렵고, 북한이 반발할 경우 전면전으로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요격 능력의 경우도 지금까지 한국은 '미사일 방어망 구축=미국 MD 참여'를 인식하여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였다. 최근 '한국형 공중 및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축한다는 방향은 정립하였지만 요격 능력이 불충분한 PAC-22개 대대 확보에 그치고 있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2011년 9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향후 10년 내에 북한의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한국은 이제 냉전시대의 미국인처럼 '핵무기와의 생활'(Living with Nuclear Weapons)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로 한국을 언제나 공격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유효한 대응책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적극적인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정보 수집 및 분석 활동을 강화하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어느 정도로 진전되었고,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정보가 정확해야 올바른 조치를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다음 한국은 상황과 여건에 적합한 응징보복 전략, 예를 들면 북한이 한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은 북한 지도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고, 징후가 명확할 때 즉각적인 선제타격으로 적의 핵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장치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또한 주요 전략표적이나 서울 등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방호할 수 있도록 미사일 방어망을 확고히 구축해 놓아야 한다.자존심이 상할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고, 유사시 함께 응징보복 및 방어할 수 있는 태세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어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3-02-26 유영옥

2013년 1월 30일을 기억하자

나로호 성공적 발사에도국민 호응이 크지 않아 아쉬워그렇지만 기술 자체적 확보해우주 강국에 진입한 한국지금에 만족해 머무르지 말고창조적 진화를 거듭해야한다2013년 1월 30일을 기억하는가? 이날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1)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싣고간 나로 과학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킴으로써 우리나라를 11번째 우주 강국에 등록시킨 날이다.이날을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국가적 자부심을 느끼면서 관련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호응이 별로 크지 않은 듯하여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아쉬운 생각이 든다.이러한 배경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로호가 발사단계에서 두 번씩이나 실패를 거듭하였기 때문이다. 2009년 8월 25일 실시된 1차 발사 시에는 순조롭게 고도를 높여 가던 중 인공위성을 보호하기 위한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였다. 2010년 6월 10일에 실시된 2차 발사에서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내부 폭발로 또 한 번의 실패를 기록하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2013년 1월 30일의 3차 발사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더구나 이보다 앞서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 3호 위성을 실은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이 발사되어 광명성 3호 위성을 지구궤도에 안착시킨 성공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 최초의 발사체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북한 자체 기술의 성공 사례에 비해 한-러 기술협력에 의한 결과에 자존감을 표하기는 어려웠을 듯하다.또한 발사 전후로 있었던 굵직한 국내외 정치적 뉴스 때문에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중대사건이 뉴스의 뒤안에 묻혀버린 면도 없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에 의해 첫 총리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아들의 병역문제, 여러가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시달릴 만하자 로켓발사 하루 전 자진 사퇴하기에 이르러 뉴스의 초점이 흐려진 바 있다. 극히 최근 일이지만 지난 2월 12일에는 북한이 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여 세계를 뒤흔들면서 나로호에 대한 관심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필자는 2012년 여름 전라남도 고흥군 소재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나로호 1·2차 발사의 실패를 거울삼아 3차 발사의 성공을 위하여 휴가도 반납한채 비지땀을 흘리는 연구원과 기술자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3차 발사의 성공을 예견할 수 있었다. 더구나 나로우주센터장인 민경주 박사의 확신에 찬 눈빛이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하였다.1·2차 발사의 실패가 있었다고는 하나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시설을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나로우주센터만은 완벽하게 구축되었음이 이미 확인되었다. 추진기관의 시험, 발사체의 조립시험, 발사대, 발사통제, 레이더 추적 등의 필수 기술과 관련시설이 3차에 걸쳐 확인된 것이다.발사체 제작에 있어서 1단 액체엔진은 러시아 측에서, 2단 고체 킥 모터는 한국 측에서 제작하고 발사체의 조립과 발사 운용은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개발 사업인 관계로 사소한 문제만으로도 발사 실패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어려운 난관을 모두 극복하고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우리나라는 인공위성을 이미 1999년부터 쏘아 올리기 시작하여 다목적 실용위성 4기, 통신 해양기상위성 1기를 다른 나라의 발사체에 실어 우주에 쏘아 올린 바 있으며 이번에 나로호 로켓에 실어 타원 궤도에 올린 나로위성은 궤도진입 검증, 우주환경 관측, 우주과학 연구, 선행 우주기술 시험 등을 우주공간에서 시행하고 있다.이제 우리나라도 우주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우주 강국에 진입하였다. 확보된 기술에 만족하고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으며, 이 기술을 진화시켜 국민경제 발전에 새롭게 기여할 창조적 미래 기술로 성장시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방송, 통신, 기상 기후변화, 제약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첨단기술의 온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하여 박근혜 정부는 우수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인력 양성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3-02-19 이본수

신상털기와 청문회

기품있는 미국 청문회를한국과 비교해 보니 씁쓸했다각 당은 청문위원을 선택할 때품위있는 토의 가능한지 보고청문받는 공직자도 신상 검증을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해야꽤 오래전 일이다. 미국 LA의 라디오 코리아 방송국의 초청으로 미국에 가서 교민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다. 당시 미국의 CSPN(정치케이블방송)에서 소위 장관 청문회가 열리는 것을 중계하고 있었다. '부시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자였다. 처음으로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를 봤다.미국에 살면서 또 의사생활을 하면서 각종 인종의 사람들을 많이 봤고, 직접 진찰도 했다. 소위 아프로 아메리칸(Afro-American), 쉽게 말해 흑인들에 대해서는 편견이 있었다. 6·25전쟁 중에 미군을 통해 나도 모르게 새겨진 잘못된 경험으로 사실 흑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있었던 터였다.청문회가 시작되니 상원외교위원장 등 청문위원이 한 줄로 앉고 그 정면에 국무장관 후보인 라이스가 앉아 있었다. 대화의 내용은 지금 다 기억 못하지만 첫째 청문회 분위기가 기품이 있었고, 둘째 청문회 참석 상원 의원들의 하나하나가 그럴듯하고 여유와 진지함이 있었다. 셋째 라이스도 청문위원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고 당당하고 이지적이며 생김새나 목소리 등도 정말 보기 좋았다.넷째, 서로 토론을 할 때는 이슈에 대해서 조금의 양보도 없이 비판도 하고, 격돌도 하고, 흥분도 하지만 양쪽이 결코 품위를 잃지 않았다. 호칭도 'Senator ○○○', 또 'Dr.Rice'로 부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때 그 청문회와 한국에서 봤던 국회 주최 각종 청문회와 비교해 보면 솔직히 씁쓸함을 느끼고 괜히 열등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미국의 청문위원인 상원의원들의 의연하고, 품위있고, 절제있고, 해박한 지식, 또 답변자의 당당함 등에 찬사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금명간 한국에서 박근혜 정부의 조각이 곧 발표되고, 또 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하게 돼있다. 지금까지의 국회청문회에 대해서 생각(정리)해 보면 이전 이류영화 또는 TV, 드라마에도 못 미치는 삼류저질 드라마다. 앉아 있는 청문위원들은 아무리 봐도 품위가 있거나 머리에 들은 게 있는 것 같지 않다.(너무 평가절하하나?) 또 지명되어 청문받으러 온 각료 후보, 총리 후보, 또 각종 청문대상 공직 후보자들의 모습도 90% 이상 도대체 신망이 가거나 보고 듣고 배울게 있을 것 같지 않았다.우선 국회의원 중에서 청문위원을 선택할 때 각당은 제대로 한번 생각하고 선발했으면 좋겠다. 철면피처럼 말하고도 시침 뚝 떼고, 생긴 인상도 좀 품위가 없고 고압적이고 고함을 질러대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막말로 '까기'잘한다고 뽑아서는 안 되겠다.그리고 고운 말, 품위있는 말, 표정을 연습시키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머릿속에 정책에 대한 식견, 지식, 어느 학자와도 토의할 수 있는 의원들로 구성되면 좋겠다. 국회의원들은 돈도 많이 받는데 매일 돌아다니는 것으로 허송세월 말고 공부, 연구하는 것 등으로 국민들에게 좀 그럴듯하게 보이면 좋으련만….청문회에서 '신상털기'에 대해 청문을 받는 공직자들이 불만이 있는 것도 문제다. '신상털기'는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살고 쓰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무위원 및 총리, 기타 청문 대상자들은 국민의 신뢰와 약간의 존경이 없이는 제구실을 100%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상털기'는 심할수록 좋다. 또 당연하다.가장 중요한 것은 청문 대상자의 삶이 어땠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군대에 갔었는지(병역의 의무), 세금 잘냈는지(납세의 의무), 사회질서를 잘 지켰는지(위장전입, 공공질서 지키기, 각종 범법 등) 또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삶을 살았는지(부동산투기, 뇌물, 공금유용 등). 또 자녀사랑이 지나쳐서 땅(부동산), 돈, 주식 등을 지나치게 물려 줬는지 등등 샅샅이 현미경을 들이댈수록 좋다.그래야 공직을 하려는 사람들, 특히 국민의 세금을 먹는(?) 사람들은 정신을 차릴 것이고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조금이라도 얻지 않을까? 그런 잣대에 맞는 후보가 누가 있을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아주 많다. 다만 찾지 못할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부터 제대로 된 청문회가 이루어져, 필자의 단면이지만 미국의 CSPN을 통해 본 그 청문회 모습이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2013-02-11 윤방부

욕망과 성찰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가 되면서 인류역사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의 하나는 욕망의 긍정일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욕망은 드러내고, 과시해야할 대상이 되었고, 그래서 그것을 조절하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격려하고 조장하는 문화가 사회적 지지를 얻게 되었다.심지어 욕망은 그것의 주어가 무엇이든지 간에 사회적 발전의 원동력으로까지 해석되었다. 이러한 욕망의 긍정이, 어떤 의미에서는 위선의 가면 뒤에 숨은 욕망을 폭로하고, 마땅히 긍정되어야 할 가치들의 억압을 해체시킴으로써 인류사회의 진보에 기여한 측면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찰없는 욕망의 질주가 만들어낸 사회적 결과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헌정질서 유린을 반복한자권력욕에 법질서 말하고…위법기업에서 큰이익 얻은자공직에 나서길 주저않고…뻔뻔함 스스로 성찰 못하면어떻게 한국미래 논할수 있나사실 전통사회에서 욕망은, 칭찬되기 보다는 억제되거나 조절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욕망은 이성적이고 공적인 것이 아니라, 사적이고 감정적인 것으로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종교 지도자나 사상가 철학자들은 욕망의 조절 혹은 욕망의 극복을 통한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인간적 삶의 가치로 생각해 왔다.전환기의 사상가로 근대 시장사회의 이론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아담 스미스 같은 인물조차 시장이 성숙해지면 '보이지 않는 손' 즉 '인간의 윤리의식'이 인간의 탐욕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순수한' 희망이 탐욕에 물든 사람들에 의해서 전혀 그의 의도와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되었던 것은 욕망의 조절이 더 이상 사회적 존중의 대상이 되지 못하게 되었음을 보여 준다. 오히려 욕망의 조절이나 절제는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자기 위로의 수사학쯤으로 치부되게 되었다.사실 절제되지 않은 욕망의 추구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 사회적 집단이 매우 제한되어있다는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확장되어 나간다.사회적 약자가 추구할 수 있는 욕망이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 정도라면, 사회적 강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욕망을 불태우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조절되지 않은, 성찰되지 못한 욕망은 부패를 낳게 된다.최근 한국사회에서 엘리트 집단의 부패 경향과 관련하여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온 공직자들의 청문회 자료들은 그들의 사적 이익 추구가 법, 제도와 사회적 윤리를 초월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개인적 욕망을 법으로 감추고, 관행으로 위장하고 심지어는 거짓을 만들기도 주저하지 않는 '더럽고 치사한' 엘리트들의 모습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부패의 연쇄를 확산시켜 나가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사실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는 것이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엘리트 집단의 행태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심각한 것은 그러한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태도 때문이다. 잘못을 범할 수는 있으나, 자신이 행한 잘못을 잘못으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또 그들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그것은 어려운 말로 하면 한국 엘리트 사회에서의 자기 성찰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고, 쉬운 말로 하면 한국 엘리트 사회가 얼마나 뻔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성찰되지 않은 욕망은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권력욕으로 헌정질서의 유린을 반복해 온 자들이 법질서를 말하고, 위법한 기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자가 뻔뻔하게 공직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고, 대부분의 이익을 중소기업의 고통스런 희생에 기대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자신의 잘못이 국가기관에 의해 폭로되자 이제는 스스로가 심사 혹은 수사하겠다고 나서는 파렴치함을 스스로 성찰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한국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맹자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로 '수치를 알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을 들었다. 우리의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2013-02-05 김태승

참전용사 목숨값 12만원, 국회의원 연금은 120만원

국회의원 연금법과 관련된 소식이 전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국회의원 연금법 관련 예산 128억2천600만원이 올해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었고, 언제나 합의점을 찾는 것이 힘들었던 여야는 이 문제만큼은 힘을 합쳐 신속히 처리해 버린 것이다.단 하루만 배지 달아도유죄를 선고받은 자도65세 이상되면 월 120만원 혜택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인가참전용사 연금은 월 12만원의원들은 부끄럽지 않은가비난 여론이 들끓으며 연금법 폐지 서명운동 등이 급속히 확산되자 새누리당 측에서는 '국회정치쇄신특위 신설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민주당 측에서는 지난 9월 상정한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 관련 개정안의 처리'를 내세우며 민심을 다독여 보려고 하지만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상당수의 여야 의원들이 '외교' 명목으로 국외로 나가있는 상황인데다가 아직까지도 임시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고 보니 이들 양 정당의 설득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국회의원 연금법은 지난 1988년 전직 국회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헌정회의 원로회원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91년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 제정되어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예우를 법적 차원에서 확립하게 되었다.이것은 일부 전직 국회의원 중에는 비록 국회의원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예로운 의정활동을 역임하였다 할지라도 의원직 이후 어려운 생활형편으로 최소한의 품위 유지도 힘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그러나 문제는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예우가 아니라 무조건 헌정회에 소속되어 있는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이라면 월 120만 원을 지급받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 1995년까지는 월 20만원이었던 것이 불과 7년 만에 6배로 증가되었고, 1996년 이후부터는 원래 70세 이상만 해당되던 것이 65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그 결과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필요로 하는 작지 않은 규모가 된 것이다.그 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회의원 연금법이 지닌 비합리성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만일 전직 국회의원 중 국가적 차원에서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적절하게 예우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07년 헌정회 자체 규정에 명시되어 있었던 '국회의원 재직기간 1년 미만인 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항목이 삭제되었다.그 결과 단 하루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도 헌정회에 소속되어 65세 이상만 되면 죽을 때까지 월 12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2010년 국회 본회의에서 191명 의원 중 187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연금법 개정안에서 기존에 '금고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자'는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규정이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는 점이다.이것은 만일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 어떠한 종류의 불법 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120만원의 종신연금수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의 내용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현재 우리나라는 6·25참전용사, 소년병 및 그 유가족, 특수임무수행자, 월남참전용사 등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쟁 혹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 참여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에게조차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걸맞은 예우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지난해 우리를 슬프게 했던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목숨 값 5천원' 사건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의 경제적 수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훈제도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참전용사들이 받는 연금이라는 것이 고작 월 1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품위유지비 120만원을 법적으로 지원받으려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지 않은가 묻고 싶다.

2013-01-29 유영옥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격 논란

21일과 22일로 예정된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매스컴과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동흡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모시기에는 이 후보자의 도덕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의전서열 4위 국가적 중책다수 존경받는 인물이어야위장전입·가족동반 해외출장…제기된 의혹 20가지도 넘어진위 여부 떠나 부덕의 소치문제 없다는 靑, 사퇴 결정해야도대체 헌법재판소가 무엇이길래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도덕성이 높게 요구되고 있는 것인가?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따르면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헌법에 관한 분쟁을 담당하는 헌법상 독립 기관이며, 1987년 제6공화국 때 개정된 헌법에 의해 1988년 출범하였다.헌재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씩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며, 헌재 소장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재가 담당하는 헌법에 관한 분쟁사항은 위헌법률 심판, 탄핵 심판, 정당해산 심판, 권한쟁의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이 있다.헌재 소장은 대법원장과 동일한 국가서열로서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 소장, 국무총리 등 5부 요인 중 의전 서열 4위에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직책이다. 2000년대 들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대통령 탄핵심판과 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을 상기해 보면, 헌법재판소와 헌재 소장의 위치가 얼마나 위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 소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동의를 얻어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만들어 두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헌재 소장은 법률을 위반하는 일은 없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흠집을 갖지 않는 훌륭한 법조인 중에서 선정되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인간적 품성에서도 결함이 없이 다수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분이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회부된 이동흡 후보자에 대하여 각종 언론을 통하여 제기되고 있는 자질과 품성에 대한 논란을 보면, 이동흡 후보자는 헌재 소장은커녕 법원장 자격에도 미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분당 아파트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만 하더라도 퇴임한 전직 헌재 재판관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흠집으로 덮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증여세 탈루 의혹 등 실정법 위반 가능성에 덧붙여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지적대로 '상당히 치졸한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가족 동반 해외 출장 등은 헌재 재판관으로서도 인정하기 어렵지만 헌재 소장으로서는 도저히 인정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항공권 깡'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어느 신문의 타이틀처럼 이동흡 후보자는 '의혹 백화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흡 후보자에 대하여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도 2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쯤 되었으면 이동흡 후보자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장과 헌법재판관을 지낸 분이라면 명예를 제일의 덕목으로 삼아 살아온 분일 것이 틀림없을 것이므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하더라도 그 의혹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부덕의 소치라는 이유로 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염치를 보이는 행동일 것이다.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의 대부분이 이동흡 후보자가 거쳐간 기관 내부자에 의해 제기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비록 법원 식구의 10% 미만이 참여한 조사결과이긴 하지만 참여자의 89%가 이동흡 후보자를 헌재 소장 후보자로 부적합한 인물로 지목한 것도 이동흡 후보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부덕을 반성해야 될 대목이다."헌재 소장은 헌법적 가치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보수적인 철학이 필요하다"면서 이동흡 후보자의 인선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청와대의 견해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도덕한 보수를 감싸면서 마지막 인사까지도 국민에게 실망만 남긴 정부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이동흡 후보자를 사퇴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2013-01-22 이본수

진짜와 가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시험에 합격해서 의사가 되어 연세의대의 조교로 학문의 길을 시작했다. 의과대학은 흔히 일반에서 말하는 과(科)를 교실(敎室)로 부른다. 예를 들어 약리학 교실, 생리학 교실, 예방의학 교실 등등 소위 의사가 되기 위한 기초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기초학 교실, 그리고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교실, 내과학 교실, 외과학 교실 등등.의과대학 기초학 교실(과)의사들만 교수 되는 것 아냐이학박사 등도 Dr. 호칭 붙어명칭이 오해를 불러일으켜자리를 떠나게된 경우도…이런 해프닝 없는 사회가 돼야그리고 의과대학 산하의 여러 병원은 교실이 아닌 과(科)로 부른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내과, 외과, 강남 세브란스 산부인과 등등. 의과대학의 임상교실은 교수들이 전부 전문의인 의사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과대학 기초학 교실은 꼭 의사만이 교수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의사가 아닌 분들도 환자진료를 하지 않는 곳이므로 누구든 교수직이 될 수가 있는 곳이다.물론 전문의 아닌 의사들도 있고, 또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이공)계열에서 박사를 받은 소위 이학박사들도 섞여있다. 흔히 환자를 진료하는 과에서는 교수들은 대부분 Dr.Kim, Dr.Lee 등등으로 부른다. 그러나 기초학 교실의 스태프는 대부분 교수, 조교, 연구원 등으로 호칭된다.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기초학 교실에서 조교를 처음 시작할 때 필자도 Dr.윤이라고 불렸다. 그때는 정말 과문해서 Dr는 무조건 의사인지 알았을 때다. 당시 가족계획을 한참 연구할 때 이를 뒷받침 하는 외국기관이 있었다. Population Council(인구협회)이었다. 이때 담당자 Dr.Ross가 있었다.하루는 이 분이 나에게 감기가 걸렸는데 처방 좀 해달란다. 그래서 당신도 의사인데 왜 내게 부탁하느냐 했더니 얼굴이 이상해지면서 의사가 아니란다. 나중에 설명하기를 자기는 인구학을 전공해서 박사를 가진 소위 Ph.D(이학박사)라고 한다. 그때 아 Dr라는게 의사에게만 붙이는 게 아니구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흔히 명칭은 가끔 이렇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꽤 오래전 일이다. 교수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교수들이 서로 의아해 하며 얘기를 주고받았다. 우리학교에 'H'라는 교수가 있냐? 알기로는 외과의 H교수, 산부인과의 H교수 외에는 그런 성(姓)을 가진 교수도 의사도 없는데….도대체 'H'라고 하면서 TV에서 건강강좌를 하는 사람이 있고 계속 연세의대라고 하던데…. 어떤 교수는 그 친구 사기꾼 아냐? 또 어떤 교수는 신입교수냐? 또 어떤 교수는 심장내과 전문의냐? 반응이 너무나 제각각이다. 필자는 그 당시 그 TV프로를 본 적이 없어서 대화에 끼지 못했다. 그런데 교실 비서가 "윤 교수님!" "왜?" " 교수님 경쟁자가 생겼어요!" "무슨 말이야?" "TV에서 봤는데요. H 교수라고 우리학교 교수라고 하던데 강의가 대박이에요!"… 그 다음 날도 교수 식당에서는 그 정체불명의 H 박사, H 교수가 화제다.또 도대체 누구냐? 그때 선배 교수 한 분이 화가 나고 창피하다는 얼굴로 "아! 글쎄 생리학 교실의 테크니션(Technician)이래! 원 기가 막혀서. 그 TV는 의사도, 교수도 뭐가 뭔지 모르더구만!" 한술 더 뜬다. "왜 서울역에 가면 건강검진 센터 있잖아, 거기서 운동시키는 처방사라고 하더군!" 갑자기 교수 식당이 조용해지면서 모두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선배 의사가 또 한마디 한다. "그 생리학교실 주임교수 Dr.K가 나하고 동기잖아! 화가 되게 났어. 참 세상이 웃겨!" 그때 필자는 이렇게 한마디 했다. "'건강얘기'를 꼭 의사만 하는 것이 아니니까! 뭐 그리 신경쓸 필요 없잖아요!" "그렇긴 해. 개도 소도 다 떠드는 세상이고 또 TV는 시청률만 높으면 되니까!" 문제의 H는 우여곡절 끝에 생리학 교실의 테크니션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당시 왜 학교가 전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정체(실체)를 얘기 안하느냐고 주장하는 일부 교수도 있었다. 당시 홍보위원직이었던 필자는 "뭐 그리 잘못된 것은 없잖아. 비록 의과대학을 안나왔지만 시내 모 대학에서 체육교육학 박사를 받았다니 '박사'는 박사잖아. 또 비록 Technician신분이지만 나이 50이 넘었지만 생리학 교실에서 조교수(助敎授) 직함은 준다니 조(助) 빼면 교수 아닌가?"…2013년 계사년이다. '흑뱀의 해'라고 한다. 이제는 이와같은 해프닝이 없는 사회가 되고 민도의 수준향상이 있기를 기원한다.

2013-01-15 윤방부

보다많이 '문제' 연구하고 보다적게 '주의' 말하라

1919년 5·4운동의 여진이 계속되던 중국에서, 중국 사회의 진로와 관련하여 중요한 논쟁이 진행되었다. 중국 근대 지성사에서 '문제(問題)와 주의(主義)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논쟁은 후일 중국 공산당의 창당에 일조했던 리다자오(李大釗)와 문학혁명의 주창자였던 후스(胡適)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사회가 추구해야할 목표 '주의'반대자 분리위한 논리로 악용돼새정부는 '문제' 해결 위해서라면맞은편 손잡는데도 주저 말아야진영논리 벗어나기 쉽지 않지만그래도 그 길을 가야한다당시 중국에서는, 위기에 직면한 국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담론들이 경쟁하고 있었다. 온갖 말들이 넘쳐나던 정치계를 바라보면서, 후스는 추상화된 '주의'를 앞세우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지적한다.그래서 그는 프랑스 혁명 당시 과격파인 자코뱅당에 의해 처형당했던 로랭부인의 말 - "오 자유여, 세상의 얼마나 많은 죄악들이 너의 이름을 빌러서 수행되었던가!"-을 인용한다. 후스는 현실적 기반이 없이 탁상공론식으로 '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초래할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리다자오 역시 "'근본해결'이라는 말은 현재를 망각하고 노력하지 않게 하기 쉽다"는 이유로 '주의'를 공론(空論)으로 말하는 자들을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주의'를 한 사회가 합의한 이상이거나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문제와 주의는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관점에서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주의'는 중요한 것이었다.사실 두 사람의 관점이 그렇게 대립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후스가 '주의'를 비판할 때 예로 든, 약탈적 군벌정권이 '주의'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사례들-자신들의 정적들을 모두 '주의'자로 단순화시켜버리는-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리다자오 역시 현실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상' 역시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양자는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사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주의' 때문에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고, 역사적으로 어떤 주의의 입장에 서있는가가 중요했던 적도 있었다. 아마도 일제시대의 항일운동가들에게 독립된 자주국가 건설은 의문의 여지없는 '주의'였을 것이다.리다자오 식으로 해석한다면 '주의'는 한 사회가 추구해야할 합의된 목표나 이상이었으므로, 친일파들을 제외한다면 그러한 이상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민족 공동체의 목표였을 것이다.그러나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리다자오가 생각했던 '주의'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현실적 기반과 실천적 당위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주의'들은 상호 영향을 끼치면서 서로를 변화시켜 왔고, 단일의 '주의'는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면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게 되었다.현실 속에서 '주의'는, 후스가 자유주의인 자신을 과격주의자로 몰았던 관리들을 한탄했던 것처럼, 이상을 표현하기 보다는 반대자들을 고립시키고, 분리시켜 배제하기 위한 논리로 더 많이 사용되었다.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끝났고, 2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선거 결과에서 좌절과 슬픔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희망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것이다. 하지만 승자나 패자 모두 더 이상 진영논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는 경제위기, 격동하는 동아시아 국제질서, 남북문제, 대량의 청년실업과 빈부격차의 심화 등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공익적 관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의 길이 있다면 반대파의 손을 잡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이제 '주의'(진영논리)를 가지고 논쟁하고 편 가르고 하는 시점은 지났다. '주의'를 내세워 중국 대륙을 지배하게 되었던 중국공산당의 지도자 등소평조차 '흑묘백묘론'(빛깔보다 쥐를 얼마나 잘 잡는가가 고양이를 판단하는데 중요하다는)을 통해 시장경제 도입에 대한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지 않았는가. 후스는 "아는 것은 어렵고, 행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영논리를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나, 그래도 그 길을 가야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한민족 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2013-01-07 김태승

국가 정체성과 국가 안보에 근거한 국민통합

새해가 밝았다. 대한민국에 새 여성대통령이 탄생되었다. 이제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박근혜 당선자에게 온 국민의 기대와 소망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초지일관 주장해 온 국민통합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대선서 드러난 대립과 갈등은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공정경쟁과 권익보호를 위해통합의 큰틀을 확고히 하고세부적 원칙부터 철저히 점검해불분명한 이념적 혼돈 해결해야물론 국민 통합에 대한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만이 주장한 것은 아니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도 각 후보들은 한결같이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었고, 또 주요 정책의 하나로 선택해 왔었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이번 대선 결과에서도 예외 없이 지역에 따른 정치적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드러났고, 그밖에 빈부격차, 세대차이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이 고스란히 표출되었다. 무엇보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집이 이루어졌으며, 그 대결의 결과가 간발의 차이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과연 어떻게 이러한 한국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해 먼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국민통합이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인가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이것은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라는 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바대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적 대의정치와 시장경제체제가 대한민국 존재의 기반이자 우리가 완성해 가고자 하는 국가이념인 것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합의된 원칙을 이끌어 내고, 이에 근거해 자유로운 경쟁과 권익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질서유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고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이 견지해 온 모습이다.즉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가 정체성이라는 국민통합의 큰 틀을 확고히 하고 이에 근거한 세부적인 원칙을 분명히 해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해 온 불분명한 이념적 혼돈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과거 노예제도로 인한 아픔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미국이 현재와 같은 강력한 국가로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확고한 국가 정체성과 이에 근거한 원칙, 즉 법에 의한 질서유지를 강력하게 이어간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와 관련해 생각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국가안보이다. 물론 국가안보의 책임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부여된다. 이러한 이유로 의무적 군복무제도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존립의 최우선 조건인 국가안보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 강력한 정부의 지도력에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안보문제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독특하고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100여 년 전 동북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열강들의 약소국 침탈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노골화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국들의 행보도 그러하지만, 아직도 전쟁 중임을 시사하고 있는 휴전선의 존재와 그 너머에 있는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 도발 및 핵무기 개발이 그것이다.무엇보다 이러한 북한에 동조하는 종북좌파들이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남한을 전복해 북한식 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국론분열을 자행하고 있다. 그들은 대개 겉으로는 사회주의 장밋빛 복지정책이나, '평화 공존', '민족'을 들고 나오지만, 내면적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철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등 국가 기반을 전면적으로 뒤흔드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상황과 그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먼저 국가 정체성과 국가안보에 근거한 원칙부터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3-01-01 유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