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강은교 칼럼]집, 골목 그리고 광장

골목의 자유 꿈꿀 수 있는 광장다음 세대의 출렁임과일어섬이 들어있는 불빛거기엔 무수한 꿈의 불이 켜질 것오로라 같은 빛이 집 가는길을,집의 자유로 가는 길 밝혀 줄 것나는 골목을 좋아한다. 골목에는 참 많은 것이 들어있다. 비록 싸구려라 할지라도 내 안의 걸음이 골골이 새겨져 있는 구두, 혹은 운동화의 흙먼지들이 들어있으며 골목 밖에 대한 설렘이 들어있으며, 큰 길에의 희망이 들어있다. 저녁에 그리로 돌아와 보자. 설사 막다른 골목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 날의 종착역에 도착한 안도감으로 당신 집의, 또는 당신 방의 문을 열게 할 것이다. 아뜩하게 높은 아파트의 23층 혹은 43층이 당신의 집이라 할지라도 아파트가 서있는 가파른 골목으로 들어설 때면 안전한 곳에 당도했다는 안도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목은 당신의 집이며 당신의 방이다. 거기 당도하면 당신은 얼른 벗어버릴 것이다. 낮에 입었던, 낯선 이들의 눈길이 무수히 묻어있는 딱딱한 옷들을. 당신의 맨살이 마음대로 숨쉴 수 있는 펑퍼짐한 옷을 입고 맨발로 걸어다닐 것이다. 헐렁한 슬리퍼를 신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머리칼을 흐뜨릴 것이다. 그뿐일까. 모든 골목은 큰 길에의 희망을 품고 있다. 모든 골목은 큰 길로 이어진다. 그리로 가는 중에는 차들이 엉켜있기 쉬운 회전로터리를 빠져나가야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버스 정류장을 먼지를 뒤집어쓰며 지나가야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오늘은 또 누가 내 팔에 매달려 지하로 지하로 내려갈 것인가'하는 생각에 골똘히 잠겨 가끔씩 푸르르 떨기까지 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지하철 역도 있을 것이지만. 그러다 아마 지하철 입구는 광장으로 이어지기도 할 것이다. 당신의 골목보다 더 많은 골목이 광장엔 모여들고 있을 것이다. 광장은 수많은 골목이 한데 모여 만드는 땅의 바다 같은 곳이다. 그러기에 광장엔 모든 삶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는 계단도 있을 것이다. 아까 집을 나오는 골목을 걸으면서 만났던, 키큰 시다나무가 늦가을 또는 초겨울 황금빛으로 물든 잎을 맨 몸에 달고 가상이에 묵묵히 서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 밑에 앉을 것이다. 거기 앉아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오늘 광장은 그런 의미에서 꿈인지도 모른다. 집을 꿈꾸는, 모든 자유로운 방을 꿈꾸는, 아무렇게나 질질 끌어도 괜찮은 슬리퍼를 신거나, 유행이 한참 지난 신발이나 옛날 검정고무신을 신장 한구석에서 끌어내 뒤꿈치를 꺾어 신어도 아무도 웃지 않을 자유를 주는 집의 꿈일 것이다.마다가스카르 정글에는 연록빛 녹빛의 날개를 속에 감추고 있는 극락조가 있다고 한다. 짝짓기 철이 오면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하여 날개 펼치기를 한다. 물론 덤불을 편편하게 정리한 작은 집을 마련하고, 정성스레 소제까지 한다. 그런데 그 장소는 키큰 정글의 나무 사이로 빛이 비쳐들어오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극락조는 날개를 몸속 깊은 곳에서 꺼내 마치 빛나는 오로라처럼 넓게 펼쳐 출렁이며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글의 곳곳에서 비슷한 광경이 벌어진다. 그래서 정글은 오로라같이 녹색으로 빛나는 날개들로 밤을 밝힌다. 그러면 그 불에 끌려 암컷들은 서서히 노래부르며 다가온다. 집이 깨끗한지, 바닥이 가지런한지, 어떤 날개가 가장 빛나는지 살피며 멈칫멈칫. 그러면 그날의 빛 정글엔 다음 세대가 출렁이며 일어서는 것이다.광장으로 가라, 골목의 자유를 꿈꿀 수 있는, 다음 세대가 일어서는 광장으로 가라. 가장 가까운 것에 가장 큰 것이 눕는다. 집의 그리운 불을 켜라. 그건 아마 가장 작은 촛불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것은 다음 세대의 출렁임과 일어섬이 들어있는 불빛일 것이다.우리들의 광장, 무수한 골목이 강물처럼 모여들어 이루어진 아름다운 광장, 거기에는 무수한 꿈의 불이 켜질 것이다. 오로라같은 빛이 집으로 가는 길을, 집의 자유로 가는 길을 밝힐 것이다. 오늘 당신이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는 환한 광장의 불빛이 당신의 집 문을 비추고 있다. 당신은 문을 연다. 돌아옴을 위하여 매일 우리로 하여금 골목을 떠나게 하는 꿈의 침대가 누워있는 광장을 연다. 맨살, 맨발의 자유를 위하여, 허식이 없는 자유를 위하여, 가장 따뜻한 꿈을 위하여. '썩은 끈 잘라버리고/그대 자유로운, 오, 영혼이여'하고 외치는 휘트먼의 시구처럼 자유의 커튼이 펄럭이는 당신 집 속의 광장을./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12-05 강은교

[홍창진 칼럼]집단 우울

부정시스템으로 운영된 나라이 사실 안 국민들 우울증에 빠져촛불집회로 '대통령 하야' 외침은건강한 의사표시라고 생각된다증상 제거하려면 최선 다해청렴한 사회 만드는데 앞장서야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의 원수가 국가의 헌법을 송두리째 농단하고 반성과 사과는커녕 대통령직에 보장된 불기소특권을 누리면서 법 뒤에 숨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상식도 없고 심지어 부끄러움도 모르는 대통령을 대하는 국민은 짜증을 넘어 집단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의욕은 모든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고 삶을 지탱하는 기둥인 것이다. 우울증은 이 기둥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일상의 삶을 하루하루 어렵게 지탱해 온 서민들이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일 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축구선수가 하루에 12시간씩 땀 흘리며 연습을 하고 시합에 나갔는데 심판이 공정한 규칙에 따라 집행을 하지 않고 상대방 편만 들어 주어서, 알고 보니 상대방 감독에게 거액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해 동안 이런 부정 판정이 지속되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축구 연습 할 맛이 나겠는가? 그래서 연습할 의욕이 생기지 않고 온 몸에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축구라는 한 분야가 아니라 나라가 송두리째 부정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인지해 버렸으니 전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버린 것이다. 매 주말마다 계속되는 촛불집회는 이 집단 우울증을 해결하려는 국민 스스로의 대단한 노력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첫째, 그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물론 법리적으로야 증거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난리들을 피우지만 이 사회는 법리로만 인지되는 사회는 아닌 것이다. 이 사회는 법리라는 좁은 범위보다 훨씬 커다란 도덕과 상식이라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게 되어있다. 따라서 우리가 작금에 겪고 있는 집단 우울증의 원인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대중 집회를 통해 하야를 외치는 것은 건강한 의사표시라고 생각한다. 이 의사표시는 어떤 형태로라도 만족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되리라고 생각한다. 둘째, 우울증의 원인을 알았으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제거의 방법은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를 가꾸는 일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대의정치에 입각한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정치인이 아닌 이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집단 의사표시와 선거를 통한 직접 항의 밖에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또 우울해진다. 정치인이 우리를 대신해서 잘 해 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질 수는 없다. 우울증 극복의 마지막 시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이다. 이 사건이 내 잘못으로 비롯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최선을 다 한 이상 나머지는 神에게 맡기고 내 삶을 유쾌하게 진행해야 한다. 어쩌면 흉한 진실을 본 사건이지만 신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진실도 세상에 영원히 묻혀 질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 세상 돌아가는 현상은 선과 악이 항상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세상은 어쩌면 악의 어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선이 그 어둠을 뚫고 선한 역사를 만들어왔다. 선이 자라는 와중에도 악은 다시 똬리를 틀고 선을 농락하고 짓밟으면 다시 선이 그것을 극복해 올 것이다. 악의 연대가 커질 때 우리는 저마다 무관심이라는 태도로 그 연대에 가담해 온 것도 사실이다. 내 가족의 생계 앞에 어쩔 수 없이 눈 감아야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작금의 현실과 같이 사회적 대재앙이 닥쳐왔을 때 우리의 소심함도 둘러보고 비록 우울함의 찌꺼기가 내 맘을 긁고 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툭툭 털고 유쾌하게 내 길을 가야 한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11-28 홍창진

[서상목 칼럼]경기도 '무한돌봄센터'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자

취약계층 개개인을 상대로민간복지·공공기관 협력 통합관리한국최초 '사회복지전달 체계'시·군 크기따라 3~10개센터 운영추가 비용만 道가 부담 '예산 절약'민관 협치·개인별 맞춤관리 장점박근혜 정부는 선거 전 '생애주기별 맞춤복지'를 공약으로 제시하였고, 정부 출범 후 몇 년간의 숙고 끝에 2015년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읍·면·동을 '복지허브화'하는 내용의 공공전달체계 방안을 확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현장의 상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서비스의 대부분을 민간복지기관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전달체계만을 언급한 2015년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은 '미완성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사회복지정책의 기본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완성하려면, 현재 경기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한돌봄센터'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하면 된다는 것이 '무한돌봄센터'를 구상하여 추진한 필자의 생각이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무한돌봄센터'는 취약계층 개개인을 상대로 지역단위로 민간복지기관과 공공기관 간 협력을 기반으로 통합적 사례관리가 이루어지는 한국 최초의 사회복지전달체계이다. 시·군별로 크기에 따라 3~10개의 무한돌봄센터가 운영되고, 한 지역에 여러 개의 복지기관이 있는 경우 연락 및 업무조정 역할을 담당할 간사기관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가 예산지원을 하고 경기복지재단이 사례관리 등 전문적 자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 운영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만 경기도가 부담하기 때문에, 지원예산 규모 역시 연간 100억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이다. 한 마디로 예산절약적이고, 민간과 공공이 협치를 하면서, 수요자 개개인에 맞는 총합적 사례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역사는 1981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전달체계가 확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81년 필자가 연구팀장이었던 '영세민종합대책' 보고서에서 전문적 전달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사회복지사무소' 체계를 구축할 것을 건의하였으나,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전두환 정부의 당위론으로 인해 추진되지 못하고, 읍·면·동에 사회복지전문요원을 배치하는 절충안이 1988년부터 시행되었다. 1995년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중도에 필자가 장관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전국적으로 시행되지는 못했다. 그 후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으나, 행정자치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주민자치센터' 안이 정부방침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전문적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됨으로써, 앞에서 지적한 대로, 2015년 '읍·면·동 복지허브화' 방안이 다시 마련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사회복지업무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업무로 확정된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현장의 상황과는 달리, 전달체계에서 민간부문의 기능과 역할은 무시되고 공공 중심의 전달체계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행정을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것은 세계적 지방화 추세로 미루어 타당하다고 사료되나, 민간부문의 역할이 도외시된 전달체계는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사회복지계를 대표하면서 민간과 공공의 가교역할을 하라고 '사회복지사업법'에서 법정단체로 지정된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설치를 의무화함과 동시에, 사회복지협의회로 하여금 민간복지부문을 대표하여 민·관 협력의 주체가 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금과 배분과정에서 협력할 것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이 개정된다면, 사회복지전달체계가 완성됨은 물론, '나눔문화'가 활성화되고, 모금과 배분과정에서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11-21 서상목

[이남식 칼럼]국가 비전의 일관성

국민 합의로 선택된 국정어젠다훼손되지 않게 정부·여당은끝까지 책무 다하는 모습 보여야국가비전 실행 탈정치화 되고전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일관성 지켜나가는 '지름길'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가발전을 이끄는 국정 비전이 제시되곤 했다. 참여정부의 경우 국가균형발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같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아닌가 한다. 모든 비전은 많은 토론을 거쳐서, 그리고 시기와 형편에 맞추어 잘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시의 적절한 방향제시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많은 국민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러한 중차대한 국가 정책이 대통령 주변의 몇몇 사람에 의하여 주도되고 제멋대로 재단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이러한 정책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추구했다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엄청난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주변의 보좌진과 정책을 담당한 부처의 책임자들이 수수방관하고 방조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따지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태로 말미암아 창조경제나 문화융성이 이 정부의 독점적인 트레이드 마크인 양 인식되어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그러질까 하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이나 녹색성장도 정권이 바뀌자 퇴색되어 예산과 부처의 담당관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바뀌는 바람에 5년간 투자한 수많은 예산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안타깝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하게 이번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항상 잘 못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해결하고 풀어가는 과정이라 본다. 결국 국가와 국민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를 위하여 처벌해야 할 대상과 또 지켜가야 할 것들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숙된 사회로 도약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수많은 중소기업의 미래가 풍전등화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기존의 중소기업과 접목되어서 새로운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야 다시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정의 비전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가 너무나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헝클어진 추진체계와 과정을 추스르고 참여자들을 바꾸고 제대로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챙기지 않으면 사건의 시작보다 더 큰 피해를 국민 전체가 입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할 때는 개인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보고 뽑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적 합의를 통하여 선택된 국정어젠다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키는 마지막 책임을 다해는 것을 현 정부와 여당이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국민 전체에게 타산지석이 되어 그간 모든 대통령이 임기 말에 엄청난 시련을 겪은 모습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도 이번 11월 말에 4년간의 대학총장 임기를 마치게 되면서 이러한 소용돌이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 대학 또한 사회의 축소판인지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지는 터라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대통령의 직책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동시에 더욱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향후 어떤 리더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 투철한 평가, 그리고 책임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해야 하겠다. 또한 많은 분야가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정치적인 힘으로 해결하려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 또한 문제이다. 모바일이나 SNS로 인하여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직접민주주의는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인데 이러한 개인의 힘이 정치화되어 이제는 전문가의 경험이나 판단이 힘을 잃어가다 보니 정치가 모든 결정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가 비전의 수행이 탈정치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이야말로 국가 비전의 일관성을 지켜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11-14 이남식

[이영재 칼럼]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떠 오른다

매일 터지는 의혹 국민들 허탈대권 잠룡들 혼란 정국 수습보다부산하게 주판알 튕기는 소리만거리에 나선 민심 등에 업고권력 잡으려는 정치인 주변 가득국민들 지혜롭지만 냉철하기도세살짜리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내일이 언제야?" 엄마가 말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내일 이란다"다음날,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갔다."엄마, 오늘이 내일이야?" 엄마는 "아니 얘가 요즘 왜 이러지?"라며 약간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오늘 밤이 지나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다음날은 모레, 그 다음날은 글피…." 다음날 아침, 아이는 또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오늘이 진짜 내일이지?" 엄마는 이제 더 참을 수 없다는듯이 "아니, 없어! 내일은 없어, 없다구!"라고 소리쳤다.이 말을 들은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중얼거렸다. "아! 내일은 없는거로구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었어." 그러면서 밖으로 뛰어나간 아이는 놀이터에서 모여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엄마가 그러는데 우리에겐 내일은 없대. 그러니 오늘 실컷 놀자!"웃자고 한 얘기다. 너무 답답해서 말이다. 토요일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만 나온다. 그곳에 있던 시위대의 함성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없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이 섞여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말 내일은 없을 것 같다. 한국사에 제법 굵직한 사건을 모두 겪었던, 50·60대들에게도 이번 사태가 큰 충격이었는데 '헬조선'이 몸에 밴 청춘들의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은 이를 잘 수습하곤 했다. 10·26도 그렇고 5·18도, 6·10도 그리고 IMF가 터졌던 그날도, 마치 그때 세상이 모두 끝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잘난 정치인들 때문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현명해서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그 '유연함' 그게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은 늘 그랬다.1979년 10월27일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리에는 온통 신문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有故'라는 제목의 호외였다. '유고'라는 생판 처음 본 단어.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음'이지만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지나가는 어른이 얘기해 줘서 알게 됐다. 장기집권하던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며, 호외까지 발행했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 박 대통령의 죽음은 충격이었지만 우리는 잘 극복했다.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건, 그렇지 않건 매일 터져 나오는 의혹 때문에 국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5%라는 지지율은 여론 조사기법의 신뢰성을 차치하고라도, 이는 박 대통령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치권의 목소리가 늘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정치권이 요동을 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보다, '대권'을 잡기 위해 잠룡들이 부산하게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로 요란하다.세상사 별일 다 겪은 50·60대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그리 크게 믿지 않는 편이다. 어렵게 얻어냈던 '80년의 봄'을 정권욕에 불타는 3金 때문에 군인들에게 그냥 내준 꼴이 됐다. 6·29는 정치인이 얻어 낸 성취물이 아니라 국민의 손으로 쟁취한 민주화였다. 그럼에도 전두환의 연장선에 있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건, 또다시 두 명의 金씨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IMF때도 고사리 같은 국민의 손가락에서 빼낸 금반지가 나라를 구했지, 그때 정치인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국 안정 보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 끌고 가고 싶을 것이다. 벌써 그런 전조(前兆)가 보인다. 거리에 나선 민심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인만 주변에 가득하다. 민심은 내 편이며 차기 정권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민은 냉철하다. 여권의 지지율이 폭락해도 야권의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정치인이 아니어도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른다. 세 살짜리 꼬마가 내일이 없다고 소리쳐도, 내일은 소리 없이 왔으니까. 어수선한 난국을 스스로 헤치고 극복해 나가는 우리 국민의 지혜를, 나는 믿는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11-07 이영재

[강은교 칼럼]멘델스존의 가계부와 가마우지

멘델스존은 부유했음에도 불구스타킹 한 켤레 값도 꼼꼼히 기록나랏돈으로 수백억 빌딩들 소유돈세탁 여부 수사 '기막힌 소식''사회적 약자' 가마우지 풀어고기잡는 '어부 주인' 용서 안된다책장 정리를 하다가 한구석 다른 책들에 수줍게 끼어 서 있는 공책 같은 책 하나를 발견했다. 겉장이 뜯어져 나가 있었다. 뭘까, 의아하게 생각하며 첫 장을 넘기니 아뿔싸, 깨알만 한 글씨들이 꼭꼭 눌러 쓰여진 첫 페이지가 나타났다. 잉크가 번져 잘 읽은 수 없는 글씨들은 고등어 한 마리, 꽁치 세 마리 , 마른멸치, 배추, 무 1개, 파 한단… 심지어는 접착제, 자, 칼, 풀한 개라는 글씨들이 쓰여 있었다. 총계도 있었고 메모란에는 "은행에 갈 것" 이라고도 쓰여있었다. 택시 한 번이라는 글씨도 쓰여있고, 어떤 날은 냉장고-금성이라고 쓴 글씨에 밑줄도 그어 있었다. 영화, 우체국… 그런 글자들도 보였으나 숫자들은 거의 지워져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 연립주택 지하실에 물이 찼던 때문인 것 같았다. 가계부였다. 어떤 여성지 1월호에서 부록으로 만든 듯, 금박 꽃 모양 무늬가 찍힌…. 아, 이렇게 절약했다니 총계 밑에 있는 메모난에는 '좀 더 아낄 것 !'이라고도 쓰여있다.그러고 보니 멘델스존의 가계부가 한때 화제가 되었었다. 멘델스존의 집은 부유했음에도, 그는 당시 귀족 남자들이 신곤 했던 스타킹 한 켤레 값도 적었다는 것이었다(하긴 베토벤도 그 비슷했다지).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쓴 멘델스존의 손가락에서, 베토벤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스타킹 한 켤레의 값.하긴 요즘 뉴스의 얘기를 들으니, 모 씨가 소유주로 되어있는 서울 강남의 빌딩 한 채 값이 300억원이라고 한다. 그런 빌딩이 몇 채 되는지, 아무도 모를 뿐 아니라, 해외에도 호텔 등 빌딩이 몇 채나 있다는 것이다. 그걸 국가에서 예산을 세워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그 '강남 빌딩', '해외빌딩'의 계단 하나는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유령 소유이긴 하지만. 요즘은 해외의 그 나라에서 돈의 자금세탁 여부를 수사한다는 '기막힌' 소식도 들린다.아무튼 가계부를 그렇게 열심히 썼는데 그런 빌딩의 계단 하나 값도 못 벌었다니…. 나도 참 무능하긴 무능하다.얼마 전 어떤 '역사문학관' 설립, 발기인 모임에 참석하였다. 그 모임은 아무 곳에서도(정부기관은 물론) 지원을 받지 않은 채 '순수히' 시민 모금에 의한 설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에 그런 운동을 한 경험이 많은 한 분이 말씀하셨다. "자발적 시민 모금운동으로 빌딩값을 모은다구요? 3년 걸려서 13억을?, 그런데 13억으로 무얼 하려고요?!"그러면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시민 모금 운동'은 결국 무산됐다는 말씀이었다.' 이렇게 순진들 하다니, …몇 십억원으로 지금 어떻게 문학관을 지어요? '가마우지라는 슬픈 새의 다큐멘터리가 가끔 TV에 비친다.알다시피 그 방법은 일본 어느 해안 어부들이 주로 쓰는 방법인데, 어부들은 새벽에 가마우지를 줄에 매어서 끌고 바다로 간다. 횃불을 환히 켜고 바다를 비추며 줄을 풀어놓으면 가마우지는 열심히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면 어부는 줄을 잡아당겨 가마우지의 입을 벌려 손을 목 속으로 깊숙이 집어넣어 물고기를 꺼낸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뺏기고 꽥꽥거린다. 어부주인은 다시 줄을 풀고 가마우지를 바다로 몰아넣는다. 가마우지는 불 밝힌 바다를 들여다보며 솟구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주인은 다시 줄을 잡아당겨 가마우지의 목 속에 손을 집어넣어 물고기를 빼앗고…. 그런 뒤 주인이 던져 준 작은 물고기들을 아침 식사 삼아 배 한구석에서 먹는다. 주인은 그런 가마우지들의 목을 쓰다듬어준다. 가마우지들은 목을 길게 빼서 주인의 손길을 받는다. 어부들은 만선의 기쁨을 안고 검은 바다를 헤치며 돌아온다. 가마우지들도 꽥꽥거리며 줄에 매인 채 돌아온다. 그래서 그 지역에선 가마우지를 몇 마리 소유했는가를 부(富)의 척도로 삼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가마우지들에게 줄을 맸는가에 따라서, 얼마나 그 새들의 먹이를 목 속 깊이 손을 집어넣고 뺐었는지에 따라서.가마우지들은 그런 '어부 주인'을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용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용서는 바다만이 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그런데, 정말 용서란 무엇일까. 줄을 용인하는 것일까?아, 그 바다 위 약자, 아니 어부와 물고기 사이에서 말하자면 '사회적 약자'인 그 가마우지들.제발 '어부 주인'을 용서 하지말라. 사회적 약자인 가마우지들아!/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10-31 강은교

[홍창진 칼럼]'비밀 없는 사회'

사회 큰 범죄는 큰 권력에 의해은폐·조작 되는 경우가 많지만역사는 놀랍게도 세월이 지나폭로되게 된다는 사실 가르쳐잘못했다면 시인하는게 좋겠다살기좋은 사회 우리가 만드는 것9·11테러가 있고 그 해 크리스마스를 지날 무렵 보스턴글로브 신문은 빅뉴스를 터트렸다. "보스턴지역의 천주교 사제들의 6%가 아동 성추행범으로 입건되었으나 천주교 측과 권력이 이 사실을 계속 은폐해 왔다"는 것이다. 입건된 사제의 숫자만도 87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입건되지 않은 건수를 포함하면 엄청난 사건이다. 신문에 이 기사가 발표되자 수만 통의 제보전화가 신문사에 걸려왔고 후속 기사로 다룬 건수만 600여 건이나 되었다.최근 대구시에 '희망원'이라는 시설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각종 비리가 폭로되었다. 시설 안에 있는 사람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와 회계의 비리까지 총체적인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교적 비리 없고 정의로운 종교조직으로 알려졌던 한국천주교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김수환 추기경은 "언론이 진실을 말하면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고, 진리를 은폐하고 왜곡하면 우리 사회도 불행해진다"고 말했다.언론과 같이 사회 구성원을 이루는 정부, 교회, 사회단체가 잘못된 사회현상에 대하여 자기 집단의 이기주의 때문에 진리를 은폐하거나 왜곡하면 이 사회는 불행해진다. 그래서 가장 먼저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비교적 최근 발생한 미국 천주교 보스턴교구에서 일어난 엄청난 범죄를 먼저 반성하고 싶다. 그 당시 천주교회는 교회의 이미지를 정의보다 더 중요시하였다. 교회의 이미지는 진실 위에 존재해야 그 빛을 발한다. 그러나 진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였다. 검찰과 법원을 회유하고 정치인과 손잡고 교묘히 은폐하고 왜곡하였다. 심지어 대부분 가난한 피해자 가정의 부모를 금전이나 엉뚱한 신앙심을 강조하는 식으로 조직적으로 회유시킨 점은 큰 범죄에 해당한다. 또 이런 천주교회의 조직적 범죄가 횡행하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눈감고 피해갔다. 현재 대구에서 발생한 희망원 사건도 정의로운 자세로 철저히 반성하고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 했다가는 다시 또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사람은 누구나 잘못 할 수 있다. 종교인이라도 이것은 예외가 없다. 모두 잘못 할 수 있는 것이 신의 뜻인데 종교인들이 마치 잘못 안 한 것처럼 꾸미면서 거짓 명성과 명예를 유지하는 것은 제일 나쁜 죄이고 신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잘못은 그 즉시 잘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옳다. 역사는 이런 판단을 지지해 왔다. 그런데 가장 솔직하고 순수함을 유지해야 할 종교가 거짓을 모사하고 세상에 발각되어 그 명예를 실추시켜야 할까? 성폭행 아동 피해는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피해를 겪고 있는데 그 사실을 은폐하는 종교는 큰 죄를 범한 것이다.우리 사회에서 범죄가 벌어지고 큰 권력에 의해서 은폐되는 일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흔히 큰 범죄는 큰 권력에 의해서 은폐, 조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역사는 놀랍게도 세월이 지나 이 모든 일이 폭로되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왔다.우리는 이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기억해야 한다. 내 주위에 비리와 범죄를 나 하나의 신상을 위해서 피해간다고 역사 앞에서도 피해 가는 것은 아니다. 더더욱 신 앞에서 자기 양심을 저버리면 마음의 밸런스가 깨져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가장 살기 좋은 사회는 국가청렴도가 높은 사회다. 잘못 했으면 잘못 했다고 시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측근이 범죄를 범하면 눈 감지 말았으면 좋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노래 BLOWING IN THE WIND… 노래의 가사말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까?" 이 단순한 진리를 아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살기 좋은 사회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10-24 홍창진

[서상목 칼럼]출산율 제고를 위해 '한국형' 아동수당제 도입하자

기존의 무상보육제도를보육서비스 수요자 중심 전환제도 실행후 출생아 모든 엄마에출산장려금 자녀수 따라 지원일정 연령에 이를때 까지해마다 정해진 양육수당도 지급최근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금년 9월 초 구성된 국회 저출산·고령화 특별위원회에서 아동수당제가 처음으로 논의된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는 아동수당제도가 많은 재원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제고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이유로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동수당을 도입하자는 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저출산 해소를 위해 많은 대책들을 쏟아냈으나, '선택과 집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을 선도함으로써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인 출산에 따른 경제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보자는 국가정책의지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아동수당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계기로 저출산 관련 정책들을 통합하여 정책들의 중복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무상보육정책을 아동수당제도로 통합한다면, 보육서비스에 대한 과수요 문제 등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로자의 절반이 소득세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세 가족공제제도 역시 아동수당으로 통합된다면, 현행 제도의 소득계층 간 역진성 문제를 개선함은 물론 정책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효과성 측면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아동수당제도 도입을 위해 목적세를 신설함으로써 새로운 제도 도입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세는 도입 취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70년대 방위세, 1980년대 교육세, 그리고 1990년대 농촌발전세 등 시대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 목적세를 도입한 경험을 갖고 있다.그러나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오래 전부터 아동수당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 아동수당제도 실시에 따른 출산율 제고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를 지적하고 있다. 아동수당제도는 1926년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현재는 OECD 34개국 중 미국, 한국, 멕시코, 터키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실시할 정도로 보편화된 사회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수당제도는 대다수의 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부각되기 이전에 시행되었기 때문에 그 목적이 출산 장려보다는 다자녀 가구의 빈곤화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복지시책으로 추진되어 왔다. 따라서 빈곤 예방보다는 출산율 제고가 시급한 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선진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선, '한국적 아동수당제도'의 첫 번째 내용은 기존의 무상보육제도를 보육서비스 수요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제도도입 이후 탄생하는 모든 아동의 어머니에게 출산장려금을 출산자녀 수에 따라 증가하도록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제도도입 이후부터 출생하는 아동에게는 출산장려금 지급에 더해 일정 연령에 이르기 까지 매년 일정 금액의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가 보육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면 추가적 예산지원 없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을 위한 추가 재원은 목적세 형태로 '출산장려세'를 신설하고 이를 소득세, 법인세, 담배소비세 등에 적절히 배분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면서 필요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새로운 출산장려제도의 도입과 목적세의 신설은 현재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저출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10-17 서상목

[이남식 칼럼]다큐멘터리의 힘

식품시장에선 지방 경각심으로탄수화물 대체 섭생의 균형 깨져호르몬을 비롯 체내 대사에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로 변했고그 결과 세계적으로 비만이 확산이로인한 사회적 비용 심각해져최근 방영된 다이어트에 관한 다큐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지금까지 비만해지는 이유는 섭취하는 칼로리에 비하여 사용하는 칼로리가 적기 때문이며 결국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고 운동을 하여 칼로리를 많이 사용하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통념으로 살이 찌는 것은 개인 습관의 문제이고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이나 운동량을 조절해야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방이나 칼로리 섭취가 살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섭취하는 음식물의 내용 특히 설탕과 같은 고탄수화물을 통한 에너지 섭취가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지방 위주의 섭취가 오히려 비만을 줄일 수 있다는 다큐였다. 특히 지방은 그 동안 비만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 대사질환, 특히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혈관계의 질환을 유발시킨다고 들어와 가급적 기름을 떼어내고 먹는 분들이 많은데 이에 대하여 전혀 다른 견해를 많은 자료와 실증을 통하여 보여 주었다. 특히 단순히 칼로리만 아니라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이 비만과 상관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섭취후 혈당치를 급격히 높이는 액상과당 (옥수수시럽에서 만들어지며 모든 청량음료에 단맛을 내는 성분)을 먹을 경우 체내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하여 몸속의 탄수화물 (당류)을 간에서 지방으로 합성하여 체내에 축적하도록 하므로 단순히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라 체내에 얼마나 인슐린이 분비 되는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즉 고지방식만 할 경우에는 인슐린이 덜 분비되고 지방을 분해하여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드가 작동되어 오히려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 분해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였던 내용인데 이미 스웨덴에서는 아니카 돌크비스크라는 의사가 이제까지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보건당국에서도 이를 인정하여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2014년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FED UP"(진절머리나)이라는 소아비만의 심각성과 설탕의 지나친 섭취가 이러한 원인임을 고발하는 다큐를 통하여 1950년대부터 폐암과 각종 암의 원인으로 흡연이 제기 되었지만 50년이 걸려서야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설탕이나 당류의 지나친 섭취가 흡연 못지않은 심각한 위험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방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현재의 문제는 식품시장에서 지방에 대한 지나친 경각심으로 비어진 자리를 탄수화물이 채우면서 우리 섭생의 양과 균형이 깨어져서 호르몬을 비롯한 체내대사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정도로 변했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확산되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큰 흐름을 바꾸는 일을 잘 준비 된 한편의 다큐가 할 수 있다면 이는 진정한 다큐의 힘이 아닌가 한다./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10-10 이남식

[이영재 칼럼] 韓國, 외로운 나라

정치권·국민 여러 갈래 갈라져사람들은 '구한말' 같다고 한다답 찾지 못하면 민족 결말 뻔해냉혹한 국제정세 살아남으려면갈등과 분열 있어선 절대 안돼'별일 있겠어?' 허송세월 하다간…오스트리아 출신 여행가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이 남 북 아메리카 두루 돌아보고 일본을 거쳐 조선 땅을 밟은 것은 1894년 여름이었다. 그는 이미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 들여 서구화된 일본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상태였다. 그러면서 조선으로 가는 증기선 켄카이마루 선상에서 곧 마주할 '조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큰 기대를 걸었던것 같다. 하지만 부산, 제물포를 거쳐 도착한 그는 500년 왕조의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도 초라한 한성의 모습을 목도한다. '집들은 단순하고 황량한 황무지나 다름없다. 땅바닥과 거의 구분이 안되는 납작한 잿빛 오두막의 초가지붕 1만여개가 마치 공동묘지의 회색 봉분처럼 다닥다닥 늘어서 있다. 도로도 없고, 눈에 띄는 건물이나 사원 또는 궁전도 없고,나무와 정원도 없다. 형언할 수 없이 슬프면서도 기묘한 이 광경은 넓게 펼쳐진 도시와 야성적으로 솟아 있는 주변 산들로 인해 조금은 숭고한 인상을 준다.'1894년, 조선은 암울하고 통탄스런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한 한 해였다. 2월 일어난 동학 혁명은 진행 중에 있었고 6월 갑오 개혁, 7월 청일 전쟁 그리고 마침내 12월 농민군 지도부 분열로 전봉준의 혁명은 실패했다. 이런 1894년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이 훗날 나라를 빼앗기는 빌미가 되고, 우리의 역사가 '통한과 비극의 역사'로 끊임없이 점철 한다는 것을 그 역시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894년 여름 조선땅을 밟았던 이 파란 눈의 이방인에게도 당시 조선은 촛불앞에 놓인 '불안한 나라', 호시탐탐 노리는 주변국가에 갇혀 있으면서도, 정쟁과 부패에 빠져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한심하지만, 어찌보면 '외로운 나라'로 비쳐졌다. 그래도 그는 모든 낭만적인 여행가들이 그렇듯 열강속에 갇혀 숨도 못쉬는 조선에 대해 나름대로 애틋한 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최악의 야만국가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이 반도국'에 탐관오리들의 학정에 저항해 농민의 난이 일어나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비겁한 조정은 청나라 군대 파견을 요청하고, 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군대가 들어와 남의 땅에서 전쟁을 치르는 꼴이 그에겐 불쌍하고 측은하게 보였을 것이다.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백성의 반란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넓은 지구상에서 조선만큼 백성이 가난하고 불행한 반면, 지배층은 거짓되고 범죄적인 곳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기행문 '조선 1894년 여름'을 읽으면서 시종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어줍잖은 외교전을 벌이다 나라를 빼앗긴 당시 무능했던 조정과, 사드 배치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묘하게 겹쳐서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두나라 외에도 러시아, 일본, 그리고 북한에 포위되어 있다. 사면초가다. 그러면서도 어쩌지도 못하는 '외로운 나라', 딱 그꼴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 답답한 것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서로가 서로에게 조롱과 야유만 남발하는 '분열'을 보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1894년 조선은 주인이 없는 나라였다. 먼저 먹는게 임자였다. 있으나 마나 한 무능한 왕은 백성이야 어찌됐건 청나라나 일본 눈치를 보며 의미없는 권력을 유지하는데 급급했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을 필두로 맺어진 수많은 조약들은 우리 땅을 먹기 위한 열강들의 야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 조약에는 늘 '불평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 '불평등 조약'으로 인해 결국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다. 그 누구도 우리 편이 돼주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누가 우리 편인가.사람들은 지금 우리의 처지를 이구동성으로 구한말(舊韓末)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말만 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해야 할지 답을 찾아야 한다. 역사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하는 민족의 결말은 뻔하다. 냉혹하기 이를데 없는 국제정치, 그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갈등과 분열이 있어서는 안된다. '별일 있겠어?'라고 허송세월하다간 1894년 조선의 여름이 그랬듯, '외로운 나라'로 살다가 결국 망국(亡國)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10-03 이영재

[강은교 칼럼] 가을, 결혼, 청첩장

크지 않아도 포근한 집명품 아니어도 잘 맞는 편한 옷작은 꿈으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씨알과 꽃이 맺는 아름다운 계절'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 하면서걸어가는 이들에게 행복 있기를살기 좋은 집처럼 / 포근한 남편이 되겠습니다. / 몸에 맞는 옷처럼 / 편안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 ……… // ○○○, ○○○의 장남 ○○ / ○○○, ○○○의 장녀 ○○추분도 지났다. 아마 본격적인 가을이 오는 모양이다. 가을이 되면 몇 장쯤 오게 마련인 청첩장, 이번 가을에도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이 왔다. 그런데 그 문구가 재미있다. 물론 요즘엔 젊은이답게 개성적인, 두 젊은이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한 끝에 쓴 것이 분명한 청첩의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모두(冒頭)에 소개한 청첩의 구절은 이 가을에 부는 바람처럼 옷깃을 새삼 여미게 하고 뒤이어 일어서는 많은 생각의 가지를 가을바람에 흔들리게 한다. 과연 결혼이란 뭘까. 이 철없다고만 생각했던, 화려한 아파트만 바라보고 화려한 명품의 옷, 그러한 화려함의 명품 소도구들만 따를 거라고 짐작했던 멋쟁이 젊은이들이 '포근한 집, 편안한 옷'이라는 표현을 쓴 결혼이란…. 흔히 '결혼을 해도 후회할 것이요, 결혼을 안해도 후회할 것'이라는 서양 작가의 말이 금박의 모자를 쓰고 떠도는 이 화려한 세상에서 이렇게 고전적인 그리고 예의 바른, 소박하기까지 한 청첩의 글을 젊은이들이 쓰다니….결혼이란 어찌 보면 '세상에의 굴복'이다. 그래서 온갖 꿈이 생활 속에 내팽개쳐지기 전에 되도록 화려한 결혼식이란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일 거다. 그 이벤트는 그러니까 속임수의 커튼인지도 모른다. 그 커튼을 걷고 나면 마치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이란 단편에 박힌 구절들처럼 가득 안개가 낀 그런 세월 속으로 떠나는 것일거다. 그래서 그 안갯속으로 떠나가는 아들을 향하여, 또는 딸을 향하여 부모는 눈물을 훔치는 것일 거다. 그렇다. 결혼이란 결혼 전에 꾼 꿈에의 굴복이며 도전에의 굴복이며 지성적 가치에의 굴복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닌 도덕에의 굴복이며 교양만으로는 헤쳐나가기 힘든 굴복이다. 그러나 이 청첩장의 젊은이들은 그런 추상적이기만 한, 또는 관념적이기만 한 환상의 면사포를 그 결혼이란 하늘에 드리우지 않을 뿐 아니라, '포근한 남편, 편안한 아내' 그런 확실하고 낮은 토대를 그들의 꿈의 첫 계단에 싣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그들의 나무를 자라게 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그들의 결혼은 굴복이 아니라, 금박의 꿈도 아니라, 그들의 작은 꿈의 긍정인 것이다. 모든 기성의 결혼이 부정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그들의 결혼은 긍정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언젠가, 어떤 잡지로부터 한 청탁을 받았던 것을 아직도 씁쓸하게 기억한다. 그 청탁서는 '시적인 남편과 시적인 아내'라는 제목이었다. '부연해서 설명 하자면요…', 하면서 그 청탁을 했던 기자가 좀 계면쩍은 듯이 목소리를 잔뜩 가라앉히고 말하던 것을 기억한다. '시적인 환상이 깨졌을 때 어떻게 하세요? 그런 경험을 중심으로 재미있게 써주시면 돼요… 두 분은 시인이시니까… ' 그 질문은 마치 '깨지지 않을 수 없다'는 전제를 강조하면서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깨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그 지점에서 시작하고 있었고, 또 거기서 끝나고 있었다. 그러나 '젊음은 아름다운 환상의 꿈을 꾸는 것이다, 그래서 젊음의 꿈은 난해하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 꾸는 꿈은 나이가 먹으면 곧 깨질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다' 라고 말하는 어른들이야말로 '너무 큰 것만 생각하는, 금박의 높은 대문, 또는 우람한 담을 그 무엇보다 다가가야 할 가치라는 생각을 눈부신 실크 커튼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 '크지 않아도 포근한 집, 명품이 아니어도 몸에 잘 맞는 편안한 옷'이라는 그런 작고 구체적인 꿈에서부터 우리의 사회를 길러 나가려 하는 젊은이들, 얼마나 건강한가. 이 아름다운 계절, 씨알과 꽃이, 바람과 햇빛이 결혼하는 이 계절, 리스트의 노래제목처럼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면서 걸어가는 이들에게 행복 있으라./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09-26 강은교

[홍창진 칼럼] 3만원에 마음을 사는 법

김영란법 생겨도 돈 버는 입장에선경쟁자 중 누군가 편법 쓰려할 것이 법은 공직자 위한 것이라고 생각공정한 심판 통해 선수들 희망 갖듯앞으로는 반칙하는 선수들이많이 퇴장하는 모습 보고 싶어팔등신 미녀의 나신 동상이 있고 왼편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다. 이집 주인은 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공무를 보는 고관을 초대하고 그들을 입구에서 유심히 관찰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정원을 자주 쳐다보고, 어떤 사람은 나신 동상을 자주 쳐다본다고 한다. 손님의 관심분야에 따라 접대의 방향을 정한다고 한다. 대략 주인이 정한 방향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정원을 쳐다보는 이는 돈으로 접대하고, 나신 동상을 쳐다보는 이는 성으로 접대하면 원하는 거래를 성공시킨다고 한다. 고대 이탈리아 상인들의 접대문화에서조차도 거래 상대의 마음을 사는 일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우리나라가 일명 김영란법을 통해서 잘못된 접대문화를 크게 개선해 보고자 하고 있다. 식사접대는 3만원, 그 외 접대는 5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다. 주위의 공무원들과 언론인들이 급긴장한 모습이다. 식사야 벌 것 아닌데 이제 골프를 못치게 생겼다고 난리다. 골프장 부킹 현황이 현저히 떨어지고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고 난리다. 법은 참 좋은 것이다. 법으로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한 느낌이어서 참 좋다. 이 정도 법안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반대와 거부에 부딪혔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법이 실현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른이 된 것이다.법이 실행되려면 법에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실행하면서도 그 법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불만 가득한 태도로 일관되면 법은 탈선의 길을 걷게 되고 편법이 나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왕 성숙된 법이 나온 바에야 이번 기회에 이 법에 대한 성숙한 이해와 실천이 동반되었으면 한다.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돈만 있으면 마음에 드는 이성도 가질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실력과 상관없이 교수도 될 수 있고, 돈만 있으면 법도 본인이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는 등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시절 학교에서도 좋은 대학 가는 이유가 돈을 많이 버는데 꼭 필요한 과정 정도로 암암리에 교육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회는 마치 돈 벌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돈 돈 돈만을 외치며 돈 외에는 세상에 어떤 가치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이다.사람이 사는 가치는 돈 이외에도 좋은 가치가 참 많다. 어쩌면 돈은 그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김영란법의 정신은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공정하게 A부터 Z까지 같은 기준으로 보고 판단할 때 이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사라진다. 공직자는 공정한 행위 하나로 이 세상에 희망과 기쁨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정의의 가치를 뒤로 한 채 개인적인 돈벌이가 업체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세상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걱정이다. 눈에 보이는 돈의 가치보다 보이지 않는 정의의 가치를 선택하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 이번 기회에 잘 구현되었으면 좋겠다.그 옛날 폼페이의 상인은 돈과 여자로 공직자들을 능멸하고 개인의 사욕을 채움으로써 사회를 교란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인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아무리 생겨도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경쟁자 중 누군가는 편법에 달려들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우선 공직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공정하면 억울한 선수들이 사라진다. 선수들은 공정한 심판을 통해서 안정감을 누리고 희망을 갖게 된다. 앞으로 반칙한 선수들이 공정한 심판을 통해서 많이 퇴장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09-19 홍창진

[서상목 칼럼] 기본소득보장제, 환상인가? 묘수인가?

퇴직근로자 기본생계 보장으로기업은 구조조정 자유롭고시민의 '사회권' 확실히 보호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도입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막대한 재정 소요되기 때문기본소득보장제도는 영어로 Universal Basic Income(UBI)이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국가가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과거에는 이상주의적인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이 주장한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90년대 이후 IT혁명이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면서 소득분배가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IT혁명은 이의 혜택을 본 산업, 기업 또는 개인에게는 부가가치와 소득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킬 기회이나, 이러한 과정에서 소외된 다수에게는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지난 20년간 소득분배는 지속해서 나빠지고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한국을 포함한 선진 각국의 정부가 나름대로 양극화 해소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는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에는 수출산업이 노동집약적이었기 때문에 수출의 확대가 고용의 증대와 실질임금의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른바 '형평 속의 성장(growth with equity)'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수출산업의 자본 및 기술집약도가 지속해서 높아지면서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장마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됨으로써 임금구조의 양극화와 소득분배의 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상적인 경제정책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본소득보장제도라는 '극단의' 처방이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기본소득보장제도는 나름대로 역사적인 뿌리를 갖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였던 콩도르세(Condorcet)는 계몽주의(enlightenment)와 합리주의(rationalism)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본소득보장제도를 제안하였고, 영국 태생으로 미국의 건국지도자였던 페인(Paine) 역시 계몽주의와 농업정의(agrarian justice) 구현의 방법으로 기본소득보장제도를 주장한 바 있다. 기본소득보장제도의 지지자들은 두 가지 추가적인 이유를 지적한다. 첫째, 이 제도가 실시되면 산업구조조정이 보다 용이 해진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재취업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퇴직근로자의 기본생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기업은 필요에 따라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실시되면 실업자도 최소 수준의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황 시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둘째로 기본소득보장제도는 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정책의 기본목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의 '사회권(social right)'을 확실히 보장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소득보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공부조제도와 최저임금제 등이 실시되고 있으나 시행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야기되는바, 기본소득보장제도는 복잡한 제도를 폐지하고 복지행정을 단순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의 추진을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은 복지제도는 물로 재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임은 틀림없으나, 나름대로 큰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09-12 서상목

[이남식 칼럼] 선택과 결정의 함정

내년 예산중 복지부문 '32.4%'빠른 고령화로 비용 더 늘어날 듯저출산 등 과거사업 살펴보면인지적 착시에 의한 결정으로효과 의심되는 부분 많이 발견함정 알고 있다면 바로 대처해야세로가 가로보다 길어 보이거나 주변의 색깔에 따라 동일한 색이지만 다른 색깔로 보이는 착시현상(visual illusion)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쉽게 이를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에서 인지적 착각(cognitive illusion)에 의하여 범하는 실수는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며 그 결과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의사결정이 어렵고 복잡할 경우 사람들은 정해진 양식에 의해 결정하게 되며 따라서 양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듀크대학의 댄 애리얼리 (Dan Ariely) 교수는 인간의 행동이 이성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여 그간 경제학의 근간이 되어온 인간은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통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예로 역사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 통계 중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한 운전면허 소지자의 비율을 보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은 4~28%로 낮고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등은 86~100%로 높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가정마다 장기기증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후에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28%에 머물렀으나 바로 인접한 벨기에에서는 100%를 보였으며 덴마크는 낮은데 스웨덴은 높고, 영국은 낮은데 프랑스는 높은 등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는 통계치인데 이 같은 결과는 오로지 양식의 차이라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즉 운전면허를 발급 받을 때 양식에 체크하도록 되어있는데 전자의 국가들과 후자의 국가들 양식이 '장기기증에 참여하려면 체크박스에 표시해 주십시오'와 '장기기증에 참여하지 않으시려면 체크박스에 표시해 주십시오'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크들 하지 않았으나 통계의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다른 예로 '이코노미스트'라는 경제신문의 구독 광고에서 온라인 구독 59달러, 인쇄판 구독 125달러, 인쇄판과 온라인 동시구독 125달러에 대하여 MIT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84%가 인쇄판과 온라인 동시구독을 선택했으며 온라인만 구독하겠다는 비중은 16%에 불과했고 인쇄판만 구독하겠다는 사람은 0%였다. 많은 사람이 인쇄와 온라인 동시구독이 혜택이 크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라인 구독 59달러, 인쇄판과 온라인 구독 125달러로 선택의 폭을 좁혔을 때에 그 결과는 68%가 온라인 구독을 원했고 32%만이 인쇄와 온라인을 동시에 구독하겠다고 답했다. 첫 번째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인쇄판만 구독하는 선택 안이 인지적인 착각을 일으켜 동시구독의 혜택이 훨씬 크게 보이도록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외부세력의 영향력을 쉽게 받아드리게 되며, 이러한 여론조사의 결과나 선거의 결과가 중요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착시현상에 비해 인지적인 착각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선택과 결정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이루어지는지 곰곰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예산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게 된다고 한다. 이중 32.4%에 달하는 130조원이 복지 예산으로 앞으로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예산의 비율은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재정의 운영에서 인지적인 착시가 일어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투입된 과거의 예산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그 효과가 의심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는데 인지적인 착시에 의한 결정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결정에 함정이 있음을 알고 바로 대처한다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09-05 이남식

[이영재 칼럼] 지금은 예고편, 내년이 더 걱정이다

대선, 이합집산·합종연횡으로친박·친문의 양자대결 아닌다자대결 될 것 같아 걱정그럴싸한 포퓰리즘으로국민 유혹하게 될 가능성 높기에그저 재미없는 선거 되길 바랄뿐벌써 내년이 걱정이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번째는 올해보다 더 더울까봐서다. 정말 끔찍한 폭염이었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얘기지만, 내년에도 폭염이 확실하다면 올 겨울 집 에어컨을 하나 장만해야 한다. 능력 이상으로 돌려대서 그런지 골골대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10년동안 전기료가 무서워 틀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모셔 두었던 그 놈이 연일 틀어대는 통에 덜컥 고장이 나고 만 것이다. AS를 신청했지만, 기사는 1주일이나 지나서야 수리하러 왔다. 에어컨 없는 일주일은 정말 끔찍했다. 수리비 8만원을 받아 가면서 친절하게 "올 겨울 하나 장만 하세요. 한번 더 고장나면 수리비가 더 들겠어요"라는 기사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이미 달궈질대로 달궈진 지구는 내년에도 폭염을 쏟아낼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아~ 정말 걱정이다.또 하나는 내년 대선이다. 새누리당 대표에 친박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자 '도로 친박당'이 됐다고 조롱하던 더민주는 친문 추미애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면서 '도로 친문당'이 됐다. 덕분에 비박과 비문은 현재까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인은 이정도에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포기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인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은 뒷방에서 가만히 대선판을 쳐다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대선밥상에 숟가락을 올려 놓을 것이고 그 정도 집념이 있어야 대한민국 정치인이라 할수 있다. 사드 설치를 둘러싸고 벌이는 남남갈등,북한의 SLBM 시험발사, 여기에 청년실업,가계부채 등 산적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닌데, 정치인들의 마음은 내년 '대선 밭'에 가 있다.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게 대한민국 정치권이다.그래서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결국 내년 대선은 친박과 친문의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대결이 될 것이다. 그게 걱정이다. 그러다보면 택도 없는 포퓰리즘이 난무해 국민을 '유혹'에 들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외면 할수 없는 그럴싸한 포퓰리즘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전 대표는 '양 극단 세력이 정권잡으면 나라가 분열'이라며 생뚱맞게 '수도이전론'을 들고 나왔다. 한달전인가 김종인 의원이 지나가듯 슬그머니 언급한 '기본소득'도 가히 핵폭탄급이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다. 국민이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처럼 이런 '제살 깎아 먹기' 정책에 열광할까봐, 그래서 대선판이 심하게 요동칠까봐 걱정이다.영화 예고편을 두고 보통 '30초의 미학'이라고 한다. 2시간짜리 영화를 30초로 압축시켜 관객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만든게 예고편이다. 예고편이 재미없다면 본편은 보나마나다. 그래서 예고편은 과장 되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솔직히 작금의 사태가 내년 대선의 예고편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예고편보다 내년에 펼쳐질 본편이 더 재밌을까봐 그게 솔직히 걱정이다. 내년은 6·29 민주화 선언이 일어난지 30년이 되는 해다.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와 평등 사회를 향한 디딤돌이 된 지 30년이 된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나. 정쟁은 더 심해졌고, 국민은 더 피곤해 졌다. 6·29선언의 혜택은 국민 보다, 정치인들이 누리고 있다. 386, 486 세대 하면서 금배지를 단 의원중 상당수는 자신들 때문에 6·29 민주화가 왔다고 착각하고 있다. 아직도 그들은 정권을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년 대선이 재미없으면 좋겠다.예고편보다 본편이 더 재밌으면 어쩌나 하는 나의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본편을 보고 국민들의 입에서 "에이! 시시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빵!빵!터져 나왔으면 좋겠다. 내년 대선은 너무너무 재미없어야 한다. 만일 지금 보여주는 예고편보다 더 재밌으면, 그래서 국민들이 온통 넋 놓고 그곳에 빠져든다면 아~ 정말 걱정이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8-29 이영재

[강은교 칼럼] 빨래너는 여자

한 여자가 삶의 얼룩이비밀스럽게 묻은 빨래를바삭바삭 부서지는 햇볕에말리고 싶어 널고 있다'깨끗한 햇빛마음'으로돌아가는 순간을 보고 싶은 듯 며칠을 벼르다가 오늘에사 빨래를 했다. 그런데 널려고 보니 마땅치가 않다. 햇볕이 사납게 내려쬐는 폭염이라고 야단들인데 말이다. 기껏 그림자 진 베란다에 놓은 빨랫대엔 햇볕은 못쬐더라도 바람이라도 쐬라고 잔뜩 이불이며 요를 펴놓았으니 젖은 빨래를 널 곳이 없는 것이다. 마당이 없으니 그렇지, 나는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나는 결혼해서 집을 떠나온 이후로 아파트에서 산다. 말하자면 일생을 허공에서 사는 모양새다. 인생이라는 것이 허공에서 왔다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니 마땅하다고 자조섞어 생각하긴 하지만, 모처럼 빨래를 한 오늘같은 날엔 마당있는 집이 부럽고 그립다. 그러고 보니 세탁기도 문제다. 아파트에 간단히 들여놓을 수 있으니, 그리고 손이 영 덜 가게 해주니 고마운 물건이기도 하지만, 한 편 생각하면 빨래가 주는 큰 미덕을 세탁기는 빼앗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수돗물을 세차게 틀어놓고 빨래를 세차게 물에 흔들며 헹구는 행위는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다는 말을 어느 심리학 교수에게서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해인 수녀시인의 시에도 빨래라는 시가 있지 않은가.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 울리는/노래를 들으면/마음이 맑아진답니다//……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이해인 '빨래를 하십시오' 중에서>그러고 보니 '다라이'에 빨랫거리를 잔뜩 넣고 세차게 흔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곤 하얗게 부서지는 햇볕 아래 잔뜩 그 빨래를 널었었던 기억도. 산꼭대기 동네였다. 아파트가 아닌, 마당 있는 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살았던 전셋집이 내가 살았던 집중에 가장 넓었던 집이었던 것 같다. 마침 아기들을 막 키우기 시작했을 때였으므로 하얀 기저귀가 하얗게 부서지는 햇볕 아래에 만국기처럼 휘날리던 그 반듯하던 마당! 기저귀들이 마르는 소리가 '바작바작'하고 들리던 속깊은 마당!언제부턴가 도시의 괜찮은 고층아파트에선 빨래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빨래에야말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 들어 있는 그 무엇. 삶의 지극히 개인적인 비밀, 얼룩…… 그런 것이 묻어 있음을 생활형태의 진보와 함께 사람들은 깨달은 것인가. 그래서 그것을 세상에 내미는 일이 새삼스럽게도 몹시 부끄러워진 것인가. 얼마 전 여행한 크로아티아의 드보르브닉엔 빨래널린 골목, 창이 아주 많았다. 아드리아해에 면한 옛 성곽에서 내려다보니, 빨간 지붕들 사이로 빨래들이 햇볕을 쬐며 마구 휘날리고 있었다. 같이 간 사진작가는 그 풍경을 찍느라고 바빴다. 하긴 이국의 그곳도 서민들이 빨래의 비밀스런 얼룩을 부끄러울 새도 없이 마구 내보이고 있는 곳이리라.나의 시 중에도 '빨래너는 여자'라는 시가 있음이 생각난다. 바다에 면한 부산의 감천길을 가면서 본 어떤 옥상 풍경. 한 여자가 삶의 얼룩이 비밀스럽게 묻은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 여자는 삶의 무용을 하듯이 발끝을 한껏 세우고 빨래의 주름을 펴고 있었다.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 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필자의 시 '빨래너는 여자' 중에서>아마 그래서 오래된 '길'이라는 영화에선 마지막 장면을 빨래너는 장면으로 했는가 싶다. 그리고 그렇다면 빗토리오 데시카라는 감독,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빨래와 삶의 비밀스런 얼룩, 하얗게 마르는 그 순수를 잘 보아낸 감독이니 말이다.아무튼 오늘 바삭바삭 부서지는 햇볕 아래 빨래를 널고 싶다. 내 삶의 얼룩을 햇볕에 말리고 싶다. 얼룩이 모두 사라져 '깨끗한 햇빛마음'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을 보고 싶다./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08-22 강은교

[홍창진 칼럼] 혹시 올림픽기가 사륜기 아닌가?

지구상의 모든 인류·국가차별없이 동등한 '올림픽 정신'그러나 아프리카에선 안 열려선수참여 '오륜'이지만 개최 '사륜'스포츠강국 대한민국이 나서서최초개막 하는데 앞장서 줬으면…브라질 리우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이념의 갈등과 재화의 경쟁으로부터 떠나서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축제인 올림픽을 세계인들은 모두 사랑한다. 이 축제 또한 룰을 정하고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것이긴 하지만 일반 갈등과 틀리게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동등한 싸움이기에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보람이 있다. 올림픽으로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인간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 상처가 되고 파멸한다는 상식적인 교훈을 배운다.따라서 올림픽 정신은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그 국민은 서로 차별되지 않으며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하는 일이 게임을 통해서 확인하고 생활에서도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올림픽기에 표시된 오륜이 아직 반쪽 밖에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오륜의 뜻은 다섯 개 대륙을 상징한다. 물론 다섯 개 대륙의 국가가 참여하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지 않았다. 선수 참여는 오륜이지만 개최지 면에서는 사륜이다. 이미 차기 개최지도 아프리카가 아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도 아프리카 대륙은 올림픽 개최가 요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흔히 아프리카를 구호와 원조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고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료활동과 선교활동을 하던 무렵 약 보름 간 그 곳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전 세계의 구호 단체가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고 본인조차도 구호 물품을 가득 싣고 아프리카에 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느낀 것은 그들은 단순히 구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고유의 문화가 있고 예술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록 지금 경제적으로 가난할 뿐 인문학적 환경과 삶을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사람을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구호와 원조를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을 인문학적으로 보면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조는 영원히 해도 부족하지만 교류는 한 번만해도 효과와 보람이 있고 진척이 있다. 그렇다고 물질적 지원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으로 지원하되 그 물질이 문화와 문화가 교류하는 차원에서 하자는 것이다. 여유 있는 나라들이 물질을 나눌 때에도 그저 돈 만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미래를 만드는 방향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 잘 살고 서로 존중해 주는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머지 않은 장래에 올림픽 개최지가 아프리카 대륙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덧 OECD 국가의 대열에도 들었고 스포츠 강국이 된 대한민국이 올림픽 아프리카 대륙 개최에 선봉에 서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포츠 강국이긴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제적으로 약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에 도로를 건설해주고 항만을 건설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각종 스포츠 종목에 선수와 지도자와 스포츠 행정가는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그의 동료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여 스포츠를 가르치고 아프리카의 많은 미래 스포츠 인력을 우리나라에 들어오도록 해서 그들을 각종 스포츠 요원으로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면 좋겠다. 도로 항만보다 돈도 덜 들지만 교류 효과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이 사륜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오륜이 되었으면 한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08-15 홍창진

[서상목 칼럼] 내각제 개헌이 아니면, 개헌 논의 불필요하다

위기 처한 경제·양극화된 사회…한반도 통일 시대적 과제 앞에국민 합의 도출 어려운 상황정치권이 개헌에만 몰두하면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현 시점 부정적인 측면이 더 커최근 개헌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다수가 동의를 하면서도 권력구조 개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개헌에 필요한 국회의원 2분의 2 그리고 국민의 과반수 찬성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권력구조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많은 정치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우선 대통령제는 내각제와 비교해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이 서로 대립된 관계를 형성하여 정국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20대 총선과 같이 이른바 '여소야대' 상황이 전개되면 행정부를 장악한 대통령의 권력과 입법부를 장악한 의회권력이 충돌할 경우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내각제의 경우에서 연정을 통해 행정부 권력과 의회권력을 일치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대통령제에서는 이러한 장치가 없기 때문에 정국불안이 장기화 될 수 있다.대통령제의 또 다른 문제는 정당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당선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소속 정당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한국과 같은 단임제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대통령제의 장점은 대통령이 강력한 힘을 갖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대로 대통령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권당이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이른바 '이원적 민주 정통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경험을 보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비록 과반의석이 있어도 이른바 '정치선진화법' 때문에 60% 이상의 의석이 있지 않는 한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꾼다고 강력한 정부가 탄생한다는 보장 역시 없다. 중임제의 장점은 대통령이 잘하면 5년이 아니라 8년을 집권함으로써 국정의 연속성이 개선될 수 있으나, 재집권을 하려는 대통령 지지세력과 이를 견제하려는 반대세력 간 반목과 갈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국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단임제에서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 연임제의 대안으로 이원집정제를 주장하기도 하나, 이 역시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대통령과 당적이 다른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한 권력구조임에 틀림없으나, 내각제로의 개헌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의 내각제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내각제로의 개헌이 아니라면 개헌논의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헌은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원집정제로의 개헌 역시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대통령과 정당이 다른 경우 심각한 대립과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권력구조 외에 국민의 기본권 등 여러 문제에 대한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진보세력은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기를 원하나, 보수세력은 이 조항이 아예 삭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위기에 처한 경제를 다시 살리고, 양극화된 사회를 바로 세우며,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통일 한반도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개선보다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큼은 물론이고 권력구조 이외의 사항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헌 문제에 몰두하게 된다면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 뻔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08-08 서상목

[이남식 칼럼] 저출산 고령화, 평생 직업교육이 해답

경제적으로 청년부터 노년까지자립할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수명 연장에 의료비 크게 늘고노년기 파산 급증 조짐도 보여일과 학습이 평생 이루어지는교육체제로 하루속히 전환돼야세상의 변화가 빠를수록 멀리봐야 하는데 우리는 1960~70년대에 산아제한 등 인구증가를 막는 단기적인 정책은 탁월하게 성공했으나 미래를 내다보면서 장기적인 정책을 펼치는 데는 큰 오류를 범했다. 지난 10년 출산장려정책에 151조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생아는 42만 명으로 인구통계조사 시작된 1925년 이래 최저가 될 것으로 보고 됐다. 이대로 가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연 소멸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위원회를 강화해 향후 5년간 198조원 (저출산 대책에 109조원, 고령화 문제에 8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대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육아를 쉽게 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책들이며 고령화 대책은 연금, 사회참여 확대, 그리고 주거대책 등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사회 전체적인 문제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없이는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모든 것이 얽혀있는 문제인데 현재는 복지차원의 관점에서 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 성과가 낮은 것이 아닌가 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경제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일자리의 문제가 최우선이다. 즉 청년부터 노년까지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청년층은 교육과소비,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원하는 직업과의 부적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오랜 학업기간과 지나친 기대감 때문에 쉽게 결혼하려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려면 30대 후반이 훌쩍 넘게 된다. 결혼연령이 자꾸 늦어져서 물리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아지고 있으며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이를 제동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 급속히 늘어나는 수명 때문에 의료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노년기에 파산을 맞게 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즉 일과 학습이 평생 이루어지는 교육체제로 하루 속히 전환해야 한다. 전체 교육의 70%는 직업역량을 평생 유지 발전시키고 30%는 우수한 연구역량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거꾸로 돼왔으며 심지어 스펙을 쌓거나 입사시험을 대비하는 과외공부까지 생겨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결혼적령기를 모두 놓치고 있다. 유연한 취업과 일-학습 병행이야말로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결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이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경제 개념을 주택에 도입해 저렴한 임대 주택을 대폭 늘려야하며 여기에는 폐교되는 학교들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적은 연금만 가지고는 노후대책이 될 수 없으며 리버스모기지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국가 전체적인 부실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활동할 수 있는 동안은 일을 하도록 끊임없이 직업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을 하는 것이 훨씬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 커뮤니티칼리지를 중심으로 4천여개의 직업훈련 기관이 있는데 인구비례로 따지자면 우리나라에도 최소 600여개의 기관이 필요하나 현재는 130여개의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도 구조조정에 의해 90여개 정도로 줄어들 판이다. 그간의 평생교육은 교양과 취미 위주였으나 앞으로는 은퇴 후의 모든 국민들이 평생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바뀌어 모든 국민이 일하거나 다음 직업에 대한 직업교육을 받거나 둘 중의 하나인 상태가 돼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완전히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야말로 국가의 100% 복지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전국민의 직업능력체계를 갖추는 생산적 복지야말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위기를 돌파하는 국가적인 대책이 돼야하며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가장 적은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가성비가 높은 대책이 될 것이다./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08-01 이남식

[이영재 칼럼] 레임덕,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대통령·국민 모두 슬프게 만들어박대통령 휴가후 "어!" 할 정도로국정쇄신 위한 확 달라진 새판 기대야권 공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도이 따위쯤은 슬기롭게 극복해야박근혜 정부가 레임덕에 들어섰느냐 아니냐가 논란이 되는 요즘이다. '레임덕 (lame duck)'은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이리저리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 집행을 갈팡질팡한다고 해서 유래된 말이다. 원래는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권력누수현상을 지칭한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레임덕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절대권력'이지만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뜻이지만, 왠지 '권력의 비정함'을 조롱하는 말로 들린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통령의 임기 개시일 이후 30일의 범위까지 존속하는 임시기구다. 박 대통령의 인수위원장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24일 첫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의혹 등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과 5일 만에 낙마했다.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했다. 그의 상처난 도덕성이 기자의 취재망에 우연히 걸린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흔들기 위해 정보를 제공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새 총리 지명자를 찾느라 시간은 허비됐고 조각 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홍원 총리가 발탁됐지만 세월호참사가 터져 자진사퇴한 후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후보자는 법조계 전관예우로, 언론인 출신 문창극 후보자는 역사인식 논란 등에 휩싸이며 연속 낙마했다.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련의 사태들이 '우연'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대통령 집권 후반기 레임덕일 때 일어날 것이 집권 초반에 나타났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나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탁월한 '동물적 감각'에 늘 놀라곤 한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보다 더 놀라운 후각과 청각을, 여기에 미래를 들여다보는 예지력까지 갖추고 있다. 서산으로 떨어지는 권력과 바야흐로 떠오르는 권력에 줄을 서는 결단력은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레임덕'은 공무원 사회에서부터 오는 게 아니라 '정치권'부터 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그래서, 사실, 걱정이다. 아무리 '아니다'라고 부정해도 이미 우리 사회는 레임덕의 어깨를 타고 벌써 대선정국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집권 4년차의 레임덕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래서 대개 차기 대선주자들의 본격 행보를 레임덕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런 면에서 사드 논란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던 지난 14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천500명을 모아 놓고 '대표 2주년 행사'를 치른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라고 특정 예비후보를 협박·회유하는 목소리가 녹음으로 공개돼 벌집을 쑤셔놓은 것도,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마치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솟구쳐 나오면서 청와대를 압박하는 것도 모두 레임덕의 징후들이다.갈이천정 (渴而穿井). '목이 말라야만 그제서야 우물을 판다'는 뜻이지만 '자신에게 닥쳐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심하다가도 막상 급한 일이 발생하거나 필요한 일이 생기면 스스로 나서 해결하게 된다'는 의미다. 병이 깊어진 뒤 약을 쓰는 것은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고, 싸울 때가 돼서야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 아직도 임기는 1년 5개월이나 남았다. 야권은 레임덕이 왔다며 청와대에 정치적 공세를 쏟아붓지만, 레임덕은 대통령만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시기만 달랐을 뿐, 결국 경험했던 레임덕은 우리 국민 모두를 슬프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휴가가 끝난 후 국정쇄신을 위한 새 판짜기가 진행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청와대 집무실로 돌아온 후 국민이 "어?"할 정도로 확~ 달라진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야권의 공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도 이 따위 레임덕은 슬기롭게 극복돼야 한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7-25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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