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홍창진 칼럼] 3만원에 마음을 사는 법

김영란법 생겨도 돈 버는 입장에선경쟁자 중 누군가 편법 쓰려할 것이 법은 공직자 위한 것이라고 생각공정한 심판 통해 선수들 희망 갖듯앞으로는 반칙하는 선수들이많이 퇴장하는 모습 보고 싶어팔등신 미녀의 나신 동상이 있고 왼편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다. 이집 주인은 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공무를 보는 고관을 초대하고 그들을 입구에서 유심히 관찰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정원을 자주 쳐다보고, 어떤 사람은 나신 동상을 자주 쳐다본다고 한다. 손님의 관심분야에 따라 접대의 방향을 정한다고 한다. 대략 주인이 정한 방향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정원을 쳐다보는 이는 돈으로 접대하고, 나신 동상을 쳐다보는 이는 성으로 접대하면 원하는 거래를 성공시킨다고 한다. 고대 이탈리아 상인들의 접대문화에서조차도 거래 상대의 마음을 사는 일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우리나라가 일명 김영란법을 통해서 잘못된 접대문화를 크게 개선해 보고자 하고 있다. 식사접대는 3만원, 그 외 접대는 5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다. 주위의 공무원들과 언론인들이 급긴장한 모습이다. 식사야 벌 것 아닌데 이제 골프를 못치게 생겼다고 난리다. 골프장 부킹 현황이 현저히 떨어지고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고 난리다. 법은 참 좋은 것이다. 법으로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한 느낌이어서 참 좋다. 이 정도 법안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반대와 거부에 부딪혔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법이 실현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른이 된 것이다.법이 실행되려면 법에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실행하면서도 그 법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불만 가득한 태도로 일관되면 법은 탈선의 길을 걷게 되고 편법이 나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왕 성숙된 법이 나온 바에야 이번 기회에 이 법에 대한 성숙한 이해와 실천이 동반되었으면 한다.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돈만 있으면 마음에 드는 이성도 가질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실력과 상관없이 교수도 될 수 있고, 돈만 있으면 법도 본인이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는 등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시절 학교에서도 좋은 대학 가는 이유가 돈을 많이 버는데 꼭 필요한 과정 정도로 암암리에 교육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회는 마치 돈 벌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돈 돈 돈만을 외치며 돈 외에는 세상에 어떤 가치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이다.사람이 사는 가치는 돈 이외에도 좋은 가치가 참 많다. 어쩌면 돈은 그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김영란법의 정신은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공정하게 A부터 Z까지 같은 기준으로 보고 판단할 때 이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사라진다. 공직자는 공정한 행위 하나로 이 세상에 희망과 기쁨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정의의 가치를 뒤로 한 채 개인적인 돈벌이가 업체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세상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걱정이다. 눈에 보이는 돈의 가치보다 보이지 않는 정의의 가치를 선택하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 이번 기회에 잘 구현되었으면 좋겠다.그 옛날 폼페이의 상인은 돈과 여자로 공직자들을 능멸하고 개인의 사욕을 채움으로써 사회를 교란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인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아무리 생겨도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경쟁자 중 누군가는 편법에 달려들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우선 공직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공정하면 억울한 선수들이 사라진다. 선수들은 공정한 심판을 통해서 안정감을 누리고 희망을 갖게 된다. 앞으로 반칙한 선수들이 공정한 심판을 통해서 많이 퇴장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09-19 홍창진

[서상목 칼럼] 기본소득보장제, 환상인가? 묘수인가?

퇴직근로자 기본생계 보장으로기업은 구조조정 자유롭고시민의 '사회권' 확실히 보호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도입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막대한 재정 소요되기 때문기본소득보장제도는 영어로 Universal Basic Income(UBI)이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국가가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과거에는 이상주의적인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이 주장한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90년대 이후 IT혁명이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면서 소득분배가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IT혁명은 이의 혜택을 본 산업, 기업 또는 개인에게는 부가가치와 소득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킬 기회이나, 이러한 과정에서 소외된 다수에게는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지난 20년간 소득분배는 지속해서 나빠지고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한국을 포함한 선진 각국의 정부가 나름대로 양극화 해소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는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에는 수출산업이 노동집약적이었기 때문에 수출의 확대가 고용의 증대와 실질임금의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른바 '형평 속의 성장(growth with equity)'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수출산업의 자본 및 기술집약도가 지속해서 높아지면서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장마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됨으로써 임금구조의 양극화와 소득분배의 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상적인 경제정책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본소득보장제도라는 '극단의' 처방이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기본소득보장제도는 나름대로 역사적인 뿌리를 갖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였던 콩도르세(Condorcet)는 계몽주의(enlightenment)와 합리주의(rationalism)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본소득보장제도를 제안하였고, 영국 태생으로 미국의 건국지도자였던 페인(Paine) 역시 계몽주의와 농업정의(agrarian justice) 구현의 방법으로 기본소득보장제도를 주장한 바 있다. 기본소득보장제도의 지지자들은 두 가지 추가적인 이유를 지적한다. 첫째, 이 제도가 실시되면 산업구조조정이 보다 용이 해진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재취업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퇴직근로자의 기본생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기업은 필요에 따라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실시되면 실업자도 최소 수준의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황 시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둘째로 기본소득보장제도는 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정책의 기본목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의 '사회권(social right)'을 확실히 보장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소득보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공부조제도와 최저임금제 등이 실시되고 있으나 시행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야기되는바, 기본소득보장제도는 복잡한 제도를 폐지하고 복지행정을 단순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의 추진을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은 복지제도는 물로 재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임은 틀림없으나, 나름대로 큰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09-12 서상목

[이남식 칼럼] 선택과 결정의 함정

내년 예산중 복지부문 '32.4%'빠른 고령화로 비용 더 늘어날 듯저출산 등 과거사업 살펴보면인지적 착시에 의한 결정으로효과 의심되는 부분 많이 발견함정 알고 있다면 바로 대처해야세로가 가로보다 길어 보이거나 주변의 색깔에 따라 동일한 색이지만 다른 색깔로 보이는 착시현상(visual illusion)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쉽게 이를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에서 인지적 착각(cognitive illusion)에 의하여 범하는 실수는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며 그 결과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의사결정이 어렵고 복잡할 경우 사람들은 정해진 양식에 의해 결정하게 되며 따라서 양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듀크대학의 댄 애리얼리 (Dan Ariely) 교수는 인간의 행동이 이성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여 그간 경제학의 근간이 되어온 인간은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통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예로 역사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 통계 중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한 운전면허 소지자의 비율을 보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은 4~28%로 낮고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등은 86~100%로 높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가정마다 장기기증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후에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28%에 머물렀으나 바로 인접한 벨기에에서는 100%를 보였으며 덴마크는 낮은데 스웨덴은 높고, 영국은 낮은데 프랑스는 높은 등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는 통계치인데 이 같은 결과는 오로지 양식의 차이라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즉 운전면허를 발급 받을 때 양식에 체크하도록 되어있는데 전자의 국가들과 후자의 국가들 양식이 '장기기증에 참여하려면 체크박스에 표시해 주십시오'와 '장기기증에 참여하지 않으시려면 체크박스에 표시해 주십시오'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크들 하지 않았으나 통계의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다른 예로 '이코노미스트'라는 경제신문의 구독 광고에서 온라인 구독 59달러, 인쇄판 구독 125달러, 인쇄판과 온라인 동시구독 125달러에 대하여 MIT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84%가 인쇄판과 온라인 동시구독을 선택했으며 온라인만 구독하겠다는 비중은 16%에 불과했고 인쇄판만 구독하겠다는 사람은 0%였다. 많은 사람이 인쇄와 온라인 동시구독이 혜택이 크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라인 구독 59달러, 인쇄판과 온라인 구독 125달러로 선택의 폭을 좁혔을 때에 그 결과는 68%가 온라인 구독을 원했고 32%만이 인쇄와 온라인을 동시에 구독하겠다고 답했다. 첫 번째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인쇄판만 구독하는 선택 안이 인지적인 착각을 일으켜 동시구독의 혜택이 훨씬 크게 보이도록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외부세력의 영향력을 쉽게 받아드리게 되며, 이러한 여론조사의 결과나 선거의 결과가 중요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착시현상에 비해 인지적인 착각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선택과 결정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이루어지는지 곰곰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예산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게 된다고 한다. 이중 32.4%에 달하는 130조원이 복지 예산으로 앞으로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예산의 비율은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재정의 운영에서 인지적인 착시가 일어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투입된 과거의 예산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그 효과가 의심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는데 인지적인 착시에 의한 결정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결정에 함정이 있음을 알고 바로 대처한다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09-05 이남식

[이영재 칼럼] 지금은 예고편, 내년이 더 걱정이다

대선, 이합집산·합종연횡으로친박·친문의 양자대결 아닌다자대결 될 것 같아 걱정그럴싸한 포퓰리즘으로국민 유혹하게 될 가능성 높기에그저 재미없는 선거 되길 바랄뿐벌써 내년이 걱정이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번째는 올해보다 더 더울까봐서다. 정말 끔찍한 폭염이었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얘기지만, 내년에도 폭염이 확실하다면 올 겨울 집 에어컨을 하나 장만해야 한다. 능력 이상으로 돌려대서 그런지 골골대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10년동안 전기료가 무서워 틀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모셔 두었던 그 놈이 연일 틀어대는 통에 덜컥 고장이 나고 만 것이다. AS를 신청했지만, 기사는 1주일이나 지나서야 수리하러 왔다. 에어컨 없는 일주일은 정말 끔찍했다. 수리비 8만원을 받아 가면서 친절하게 "올 겨울 하나 장만 하세요. 한번 더 고장나면 수리비가 더 들겠어요"라는 기사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이미 달궈질대로 달궈진 지구는 내년에도 폭염을 쏟아낼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아~ 정말 걱정이다.또 하나는 내년 대선이다. 새누리당 대표에 친박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자 '도로 친박당'이 됐다고 조롱하던 더민주는 친문 추미애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면서 '도로 친문당'이 됐다. 덕분에 비박과 비문은 현재까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인은 이정도에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포기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인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은 뒷방에서 가만히 대선판을 쳐다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대선밥상에 숟가락을 올려 놓을 것이고 그 정도 집념이 있어야 대한민국 정치인이라 할수 있다. 사드 설치를 둘러싸고 벌이는 남남갈등,북한의 SLBM 시험발사, 여기에 청년실업,가계부채 등 산적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닌데, 정치인들의 마음은 내년 '대선 밭'에 가 있다.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게 대한민국 정치권이다.그래서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결국 내년 대선은 친박과 친문의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대결이 될 것이다. 그게 걱정이다. 그러다보면 택도 없는 포퓰리즘이 난무해 국민을 '유혹'에 들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외면 할수 없는 그럴싸한 포퓰리즘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전 대표는 '양 극단 세력이 정권잡으면 나라가 분열'이라며 생뚱맞게 '수도이전론'을 들고 나왔다. 한달전인가 김종인 의원이 지나가듯 슬그머니 언급한 '기본소득'도 가히 핵폭탄급이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다. 국민이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처럼 이런 '제살 깎아 먹기' 정책에 열광할까봐, 그래서 대선판이 심하게 요동칠까봐 걱정이다.영화 예고편을 두고 보통 '30초의 미학'이라고 한다. 2시간짜리 영화를 30초로 압축시켜 관객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만든게 예고편이다. 예고편이 재미없다면 본편은 보나마나다. 그래서 예고편은 과장 되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솔직히 작금의 사태가 내년 대선의 예고편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예고편보다 내년에 펼쳐질 본편이 더 재밌을까봐 그게 솔직히 걱정이다. 내년은 6·29 민주화 선언이 일어난지 30년이 되는 해다.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와 평등 사회를 향한 디딤돌이 된 지 30년이 된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나. 정쟁은 더 심해졌고, 국민은 더 피곤해 졌다. 6·29선언의 혜택은 국민 보다, 정치인들이 누리고 있다. 386, 486 세대 하면서 금배지를 단 의원중 상당수는 자신들 때문에 6·29 민주화가 왔다고 착각하고 있다. 아직도 그들은 정권을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년 대선이 재미없으면 좋겠다.예고편보다 본편이 더 재밌으면 어쩌나 하는 나의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본편을 보고 국민들의 입에서 "에이! 시시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빵!빵!터져 나왔으면 좋겠다. 내년 대선은 너무너무 재미없어야 한다. 만일 지금 보여주는 예고편보다 더 재밌으면, 그래서 국민들이 온통 넋 놓고 그곳에 빠져든다면 아~ 정말 걱정이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8-29 이영재

[강은교 칼럼] 빨래너는 여자

한 여자가 삶의 얼룩이비밀스럽게 묻은 빨래를바삭바삭 부서지는 햇볕에말리고 싶어 널고 있다'깨끗한 햇빛마음'으로돌아가는 순간을 보고 싶은 듯 며칠을 벼르다가 오늘에사 빨래를 했다. 그런데 널려고 보니 마땅치가 않다. 햇볕이 사납게 내려쬐는 폭염이라고 야단들인데 말이다. 기껏 그림자 진 베란다에 놓은 빨랫대엔 햇볕은 못쬐더라도 바람이라도 쐬라고 잔뜩 이불이며 요를 펴놓았으니 젖은 빨래를 널 곳이 없는 것이다. 마당이 없으니 그렇지, 나는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나는 결혼해서 집을 떠나온 이후로 아파트에서 산다. 말하자면 일생을 허공에서 사는 모양새다. 인생이라는 것이 허공에서 왔다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니 마땅하다고 자조섞어 생각하긴 하지만, 모처럼 빨래를 한 오늘같은 날엔 마당있는 집이 부럽고 그립다. 그러고 보니 세탁기도 문제다. 아파트에 간단히 들여놓을 수 있으니, 그리고 손이 영 덜 가게 해주니 고마운 물건이기도 하지만, 한 편 생각하면 빨래가 주는 큰 미덕을 세탁기는 빼앗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수돗물을 세차게 틀어놓고 빨래를 세차게 물에 흔들며 헹구는 행위는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다는 말을 어느 심리학 교수에게서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해인 수녀시인의 시에도 빨래라는 시가 있지 않은가.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 울리는/노래를 들으면/마음이 맑아진답니다//……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이해인 '빨래를 하십시오' 중에서>그러고 보니 '다라이'에 빨랫거리를 잔뜩 넣고 세차게 흔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곤 하얗게 부서지는 햇볕 아래 잔뜩 그 빨래를 널었었던 기억도. 산꼭대기 동네였다. 아파트가 아닌, 마당 있는 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살았던 전셋집이 내가 살았던 집중에 가장 넓었던 집이었던 것 같다. 마침 아기들을 막 키우기 시작했을 때였으므로 하얀 기저귀가 하얗게 부서지는 햇볕 아래에 만국기처럼 휘날리던 그 반듯하던 마당! 기저귀들이 마르는 소리가 '바작바작'하고 들리던 속깊은 마당!언제부턴가 도시의 괜찮은 고층아파트에선 빨래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빨래에야말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 들어 있는 그 무엇. 삶의 지극히 개인적인 비밀, 얼룩…… 그런 것이 묻어 있음을 생활형태의 진보와 함께 사람들은 깨달은 것인가. 그래서 그것을 세상에 내미는 일이 새삼스럽게도 몹시 부끄러워진 것인가. 얼마 전 여행한 크로아티아의 드보르브닉엔 빨래널린 골목, 창이 아주 많았다. 아드리아해에 면한 옛 성곽에서 내려다보니, 빨간 지붕들 사이로 빨래들이 햇볕을 쬐며 마구 휘날리고 있었다. 같이 간 사진작가는 그 풍경을 찍느라고 바빴다. 하긴 이국의 그곳도 서민들이 빨래의 비밀스런 얼룩을 부끄러울 새도 없이 마구 내보이고 있는 곳이리라.나의 시 중에도 '빨래너는 여자'라는 시가 있음이 생각난다. 바다에 면한 부산의 감천길을 가면서 본 어떤 옥상 풍경. 한 여자가 삶의 얼룩이 비밀스럽게 묻은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 여자는 삶의 무용을 하듯이 발끝을 한껏 세우고 빨래의 주름을 펴고 있었다.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 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필자의 시 '빨래너는 여자' 중에서>아마 그래서 오래된 '길'이라는 영화에선 마지막 장면을 빨래너는 장면으로 했는가 싶다. 그리고 그렇다면 빗토리오 데시카라는 감독,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빨래와 삶의 비밀스런 얼룩, 하얗게 마르는 그 순수를 잘 보아낸 감독이니 말이다.아무튼 오늘 바삭바삭 부서지는 햇볕 아래 빨래를 널고 싶다. 내 삶의 얼룩을 햇볕에 말리고 싶다. 얼룩이 모두 사라져 '깨끗한 햇빛마음'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을 보고 싶다./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08-22 강은교

[홍창진 칼럼] 혹시 올림픽기가 사륜기 아닌가?

지구상의 모든 인류·국가차별없이 동등한 '올림픽 정신'그러나 아프리카에선 안 열려선수참여 '오륜'이지만 개최 '사륜'스포츠강국 대한민국이 나서서최초개막 하는데 앞장서 줬으면…브라질 리우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이념의 갈등과 재화의 경쟁으로부터 떠나서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축제인 올림픽을 세계인들은 모두 사랑한다. 이 축제 또한 룰을 정하고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것이긴 하지만 일반 갈등과 틀리게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동등한 싸움이기에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보람이 있다. 올림픽으로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인간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 상처가 되고 파멸한다는 상식적인 교훈을 배운다.따라서 올림픽 정신은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그 국민은 서로 차별되지 않으며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하는 일이 게임을 통해서 확인하고 생활에서도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올림픽기에 표시된 오륜이 아직 반쪽 밖에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오륜의 뜻은 다섯 개 대륙을 상징한다. 물론 다섯 개 대륙의 국가가 참여하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지 않았다. 선수 참여는 오륜이지만 개최지 면에서는 사륜이다. 이미 차기 개최지도 아프리카가 아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도 아프리카 대륙은 올림픽 개최가 요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흔히 아프리카를 구호와 원조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고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료활동과 선교활동을 하던 무렵 약 보름 간 그 곳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전 세계의 구호 단체가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고 본인조차도 구호 물품을 가득 싣고 아프리카에 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느낀 것은 그들은 단순히 구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고유의 문화가 있고 예술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록 지금 경제적으로 가난할 뿐 인문학적 환경과 삶을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사람을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구호와 원조를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을 인문학적으로 보면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조는 영원히 해도 부족하지만 교류는 한 번만해도 효과와 보람이 있고 진척이 있다. 그렇다고 물질적 지원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으로 지원하되 그 물질이 문화와 문화가 교류하는 차원에서 하자는 것이다. 여유 있는 나라들이 물질을 나눌 때에도 그저 돈 만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미래를 만드는 방향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 잘 살고 서로 존중해 주는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머지 않은 장래에 올림픽 개최지가 아프리카 대륙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덧 OECD 국가의 대열에도 들었고 스포츠 강국이 된 대한민국이 올림픽 아프리카 대륙 개최에 선봉에 서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포츠 강국이긴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제적으로 약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에 도로를 건설해주고 항만을 건설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각종 스포츠 종목에 선수와 지도자와 스포츠 행정가는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그의 동료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여 스포츠를 가르치고 아프리카의 많은 미래 스포츠 인력을 우리나라에 들어오도록 해서 그들을 각종 스포츠 요원으로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면 좋겠다. 도로 항만보다 돈도 덜 들지만 교류 효과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이 사륜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오륜이 되었으면 한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08-15 홍창진

[서상목 칼럼] 내각제 개헌이 아니면, 개헌 논의 불필요하다

위기 처한 경제·양극화된 사회…한반도 통일 시대적 과제 앞에국민 합의 도출 어려운 상황정치권이 개헌에만 몰두하면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현 시점 부정적인 측면이 더 커최근 개헌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다수가 동의를 하면서도 권력구조 개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개헌에 필요한 국회의원 2분의 2 그리고 국민의 과반수 찬성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권력구조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많은 정치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우선 대통령제는 내각제와 비교해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이 서로 대립된 관계를 형성하여 정국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20대 총선과 같이 이른바 '여소야대' 상황이 전개되면 행정부를 장악한 대통령의 권력과 입법부를 장악한 의회권력이 충돌할 경우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내각제의 경우에서 연정을 통해 행정부 권력과 의회권력을 일치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대통령제에서는 이러한 장치가 없기 때문에 정국불안이 장기화 될 수 있다.대통령제의 또 다른 문제는 정당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당선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소속 정당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한국과 같은 단임제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대통령제의 장점은 대통령이 강력한 힘을 갖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대로 대통령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권당이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이른바 '이원적 민주 정통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경험을 보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비록 과반의석이 있어도 이른바 '정치선진화법' 때문에 60% 이상의 의석이 있지 않는 한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꾼다고 강력한 정부가 탄생한다는 보장 역시 없다. 중임제의 장점은 대통령이 잘하면 5년이 아니라 8년을 집권함으로써 국정의 연속성이 개선될 수 있으나, 재집권을 하려는 대통령 지지세력과 이를 견제하려는 반대세력 간 반목과 갈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국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단임제에서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 연임제의 대안으로 이원집정제를 주장하기도 하나, 이 역시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대통령과 당적이 다른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한 권력구조임에 틀림없으나, 내각제로의 개헌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의 내각제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내각제로의 개헌이 아니라면 개헌논의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헌은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원집정제로의 개헌 역시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대통령과 정당이 다른 경우 심각한 대립과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권력구조 외에 국민의 기본권 등 여러 문제에 대한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진보세력은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기를 원하나, 보수세력은 이 조항이 아예 삭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위기에 처한 경제를 다시 살리고, 양극화된 사회를 바로 세우며,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통일 한반도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개선보다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큼은 물론이고 권력구조 이외의 사항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헌 문제에 몰두하게 된다면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 뻔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08-08 서상목

[이남식 칼럼] 저출산 고령화, 평생 직업교육이 해답

경제적으로 청년부터 노년까지자립할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수명 연장에 의료비 크게 늘고노년기 파산 급증 조짐도 보여일과 학습이 평생 이루어지는교육체제로 하루속히 전환돼야세상의 변화가 빠를수록 멀리봐야 하는데 우리는 1960~70년대에 산아제한 등 인구증가를 막는 단기적인 정책은 탁월하게 성공했으나 미래를 내다보면서 장기적인 정책을 펼치는 데는 큰 오류를 범했다. 지난 10년 출산장려정책에 151조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생아는 42만 명으로 인구통계조사 시작된 1925년 이래 최저가 될 것으로 보고 됐다. 이대로 가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연 소멸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위원회를 강화해 향후 5년간 198조원 (저출산 대책에 109조원, 고령화 문제에 8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대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육아를 쉽게 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책들이며 고령화 대책은 연금, 사회참여 확대, 그리고 주거대책 등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사회 전체적인 문제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없이는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모든 것이 얽혀있는 문제인데 현재는 복지차원의 관점에서 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 성과가 낮은 것이 아닌가 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경제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일자리의 문제가 최우선이다. 즉 청년부터 노년까지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청년층은 교육과소비,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원하는 직업과의 부적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오랜 학업기간과 지나친 기대감 때문에 쉽게 결혼하려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려면 30대 후반이 훌쩍 넘게 된다. 결혼연령이 자꾸 늦어져서 물리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아지고 있으며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이를 제동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 급속히 늘어나는 수명 때문에 의료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노년기에 파산을 맞게 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즉 일과 학습이 평생 이루어지는 교육체제로 하루 속히 전환해야 한다. 전체 교육의 70%는 직업역량을 평생 유지 발전시키고 30%는 우수한 연구역량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거꾸로 돼왔으며 심지어 스펙을 쌓거나 입사시험을 대비하는 과외공부까지 생겨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결혼적령기를 모두 놓치고 있다. 유연한 취업과 일-학습 병행이야말로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결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이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경제 개념을 주택에 도입해 저렴한 임대 주택을 대폭 늘려야하며 여기에는 폐교되는 학교들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적은 연금만 가지고는 노후대책이 될 수 없으며 리버스모기지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국가 전체적인 부실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활동할 수 있는 동안은 일을 하도록 끊임없이 직업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을 하는 것이 훨씬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 커뮤니티칼리지를 중심으로 4천여개의 직업훈련 기관이 있는데 인구비례로 따지자면 우리나라에도 최소 600여개의 기관이 필요하나 현재는 130여개의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도 구조조정에 의해 90여개 정도로 줄어들 판이다. 그간의 평생교육은 교양과 취미 위주였으나 앞으로는 은퇴 후의 모든 국민들이 평생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바뀌어 모든 국민이 일하거나 다음 직업에 대한 직업교육을 받거나 둘 중의 하나인 상태가 돼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완전히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야말로 국가의 100% 복지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전국민의 직업능력체계를 갖추는 생산적 복지야말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위기를 돌파하는 국가적인 대책이 돼야하며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가장 적은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가성비가 높은 대책이 될 것이다./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08-01 이남식

[이영재 칼럼] 레임덕,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대통령·국민 모두 슬프게 만들어박대통령 휴가후 "어!" 할 정도로국정쇄신 위한 확 달라진 새판 기대야권 공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도이 따위쯤은 슬기롭게 극복해야박근혜 정부가 레임덕에 들어섰느냐 아니냐가 논란이 되는 요즘이다. '레임덕 (lame duck)'은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이리저리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 집행을 갈팡질팡한다고 해서 유래된 말이다. 원래는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권력누수현상을 지칭한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레임덕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절대권력'이지만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뜻이지만, 왠지 '권력의 비정함'을 조롱하는 말로 들린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통령의 임기 개시일 이후 30일의 범위까지 존속하는 임시기구다. 박 대통령의 인수위원장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24일 첫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의혹 등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과 5일 만에 낙마했다.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했다. 그의 상처난 도덕성이 기자의 취재망에 우연히 걸린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흔들기 위해 정보를 제공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새 총리 지명자를 찾느라 시간은 허비됐고 조각 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홍원 총리가 발탁됐지만 세월호참사가 터져 자진사퇴한 후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후보자는 법조계 전관예우로, 언론인 출신 문창극 후보자는 역사인식 논란 등에 휩싸이며 연속 낙마했다.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련의 사태들이 '우연'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대통령 집권 후반기 레임덕일 때 일어날 것이 집권 초반에 나타났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나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탁월한 '동물적 감각'에 늘 놀라곤 한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보다 더 놀라운 후각과 청각을, 여기에 미래를 들여다보는 예지력까지 갖추고 있다. 서산으로 떨어지는 권력과 바야흐로 떠오르는 권력에 줄을 서는 결단력은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레임덕'은 공무원 사회에서부터 오는 게 아니라 '정치권'부터 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그래서, 사실, 걱정이다. 아무리 '아니다'라고 부정해도 이미 우리 사회는 레임덕의 어깨를 타고 벌써 대선정국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집권 4년차의 레임덕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래서 대개 차기 대선주자들의 본격 행보를 레임덕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런 면에서 사드 논란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던 지난 14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천500명을 모아 놓고 '대표 2주년 행사'를 치른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라고 특정 예비후보를 협박·회유하는 목소리가 녹음으로 공개돼 벌집을 쑤셔놓은 것도,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마치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솟구쳐 나오면서 청와대를 압박하는 것도 모두 레임덕의 징후들이다.갈이천정 (渴而穿井). '목이 말라야만 그제서야 우물을 판다'는 뜻이지만 '자신에게 닥쳐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심하다가도 막상 급한 일이 발생하거나 필요한 일이 생기면 스스로 나서 해결하게 된다'는 의미다. 병이 깊어진 뒤 약을 쓰는 것은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고, 싸울 때가 돼서야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 아직도 임기는 1년 5개월이나 남았다. 야권은 레임덕이 왔다며 청와대에 정치적 공세를 쏟아붓지만, 레임덕은 대통령만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시기만 달랐을 뿐, 결국 경험했던 레임덕은 우리 국민 모두를 슬프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휴가가 끝난 후 국정쇄신을 위한 새 판짜기가 진행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청와대 집무실로 돌아온 후 국민이 "어?"할 정도로 확~ 달라진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야권의 공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도 이 따위 레임덕은 슬기롭게 극복돼야 한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7-25 이영재

[강은교 칼럼] 볼록어항론

빌린 고급승용차 놓고 사진 찍어여러 직함 넣은 명함 보이면'거대한' 사람이라고 모두 믿어마치 크게 보이는 붕어의아름다운 흰 지느러미처럼…실상은 작디 작은 모습인데아름다운 것들을 꼽아본다. 어느 먼 해안의 아침 햇무리에 반짝이는 이국적인 호텔, 열대의 빨간 꽃들이 가득하던, 그 향기가 진동하던 남미의 어느 나라, 아름다운 동해안의 바위섬, 새벽에 바라보던 그곳의 아침 햇무리, 멀리서 온, 음악소리가 울리는 크리스마스 카드, 그러다 왜 나는 먼 것들만 아름답게 생각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너의 앞에 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유리병 가득 담긴 저 매실의 연초록빛 몸매, 그 택시기사, 오갈 데 없는 장애인 여자를 사랑하는, 그 여자에게 무엇인가 사갈 때 무엇보다 즐겁다는 택시 운전사, 신부님댁의 작은 문 위에 늘어진 능소화, 수련이 가득 핀 그 연못, 빨간 열매 꽃을 단 먼나무, 황혼에 가슴을 잔뜩 오므리고 오두마니 서 있던 버스 정거장, 노오란, 노오란 콩나물, 누구의 머리인가를 가리다가 찢어져 버린 우산, 환히 불이 켜져 있는 손전등, 그러다 나는 나의 주변을 보기 시작한다. 늘 내가 무엇인가를 써주기를 기다리는 종이들, 켜주기를 기다리는 컴퓨터, 알람시계, 저녁이면 나의 지붕을 향해 날아드는 새, 아마 거기 둥지가 있는 모양이지, 나의 벽, 나의 마루, 그러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볼록 어항을 바라본다. 한 마리는 죽어버리고 두 마리의 붕어가 열심히 물을 헤치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물에 길이라도 있는 듯이 물 속을 날아다닌다. 그렇게 확신 있게 헤엄칠 수가 있을까. 붕어는 정말 크게 보인다. 하얀 지느러미가 면사포같이 길게 끌린다. 오물오물 물을 두드려보는 듯한 주둥이도 볼록 유리에 비쳐 아름답게 확대 되더니 뒤쪽으로 돌아가자 아주 작아진다. 붕어는 커질 때는 마치 거인국에서 오기라도 한 듯, 거대해진다. 또는 장자의 물고기 곤(鯤)이 변하여 된 삼천리 날개새 붕(鵬)새?/ 北冥有魚. 其名爲鯤. 不知其千里也 化而爲鳥,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千里也. 怒而飛 其翼若垂之雲, 是鳥也, 海運則將徒於南冥. 南冥者. 天池也 (북녘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리나 되는 지 모른다.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넓이는 몇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기운이 움직여 대풍이 일 때 남쪽 바다로 날아가려 한다. 남쪽 바다란 곧 천지이다) /장자를 생각타가 나는 나를 볼록 어항에 넣어본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나를 너무 볼록어항에 자주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는 누구인가 앞에서 글을 아주 잘 쓰는 듯이 굴었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나를 과시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 앞에서는 얼마나 잘난 척했을까. 그 어떤 광고에서처럼 '너희들이 이런 걸 알아?' 하는 것으로 보였겠지. 다행히도 가끔이었지만, 강연 할 때는 얼마나 많이 아는 척, 확신에 차서 말했을까?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누구인가에게 심한 무안을 주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무시했을 것이다…' 아, 그것들을 어쩌나… 하다가 뉴스를 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거금의 횡령, 사기, 뇌물, 말대꾸한다고, 무시한다고 일어난 살인사건, 자기 자동차를 추월했다고 일어난 보복성 교통사고, 그런데, 오늘은 참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그 관료'가 일을 잘 처리해줄 줄 미리 짐작하고 수억원을 주었으나 그는 결국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뇌물을 준 사람은 물론 분이 나서 고소했고 검찰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모두 사건의 속을 조사해보면 지나친 자기 과시에서 비롯된 것들임이 분명해진다. 언젠가 나는 하숙하는 '고급하숙' 이층집 앞에 렌트한 고급 승용차(연식이 아주 오래되었던 것 같다)를 세워놓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그 사진을 대여섯 개도 넘는 직함을 나열한 명함과 함께 고객이 될 사람 앞에 내놓는다고 한다. 그러면 모두 믿는다고 한다. 순간 그는 '거대한' 사람이 된다. 마치 어느 순간 크게 보이는 붕어의 아름다운 흰 지느러미처럼. 그 아름다운 커단 지느러미가 그 붕어의 본 지느러미의 모습은 아닌데 말이다. 그것의 물을 갈아줄 때 그것은 얼마나 작디 작은가, 그것이 본모습인 것을./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07-19 강은교

[홍창진 칼럼] 위증시대

이우환 화백의 위증논란 계기로우리는 사회를 좀 더 넓게 보는시야를 갖게 됐으면 좋겠다눈앞의 이익은 몇사람이공유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겐큰 불이익이 된다는 사실 알아야이우환이라는 저명한 화가가 위증을 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언론 보도를 하는 기자들도 위증이라는 무게를 두고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만일 그가 위증을 한다면 왜 위증을 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추측이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정황을 판단하건대 무슨 사연에서건 그가 위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조폭들은 두목이 살인을 저지르면 부하가 대신 옥살이를 하는 것을 대단한 의리라고 생각한다고 들었습니다. 회사나 기관에서도 진실을 은폐한 채 누군가가 대신 죄를 덮어쓰면 그 기관에서 의리있는 사람이 되고 영웅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골목에서 의리를 지키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워 보입니다.그러나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골목동네가 아닙니다. 이우환 화백은 훌륭한 예술가입니다. 만일 그가 위증을 한다면 골목대장을 자처하는 꼴이 됩니다. 짧은 생각이지만 이우환 작가는 혹시 "위작도 작가 스스로 내가 그렸다는데 누가 감히 위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 이 한마디로 여러 사람 구했다. 화랑주인들, 위작 소유자들 등등 모두 살아 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증언이 만일 위증일 경우 후배 작가들은 앞으로 막막해집니다. 미술판에 위작이 난무한다는 의심을 갖게 된 이상 수집가들은 이제 미술품을 즐기는 낙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미술 시장을 점점 떠나게 될 것입니다.이 문제는 단순히 검찰과 이 화백이 서로 상반된 의견이 아니라 대중이 생각할 때 검찰 수사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문제가 심각한 것입니다. 모든 정황이 위작인데 뜬금없이 본인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대중들이 인식한다는 게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대중은 이제 검찰수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위증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미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는 작은 집단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위증은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를 위해서라면, 우리 회사를 위해서라면, 우리 조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이 통용되고 인정되는 사회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골목을 빛나게 해줄지 모르지만 국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무서운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작가의 증언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학수사의 기법을 도용해서라도 이우환 작가 증언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진실이다 혹은 위증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으면 합니다.이번 이우환 작가의 위작에 대한 그의 증언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앞에 이익은 몇 사람이 공유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는 큰 불이익이 된다는 사실은 꼭 알아야 합니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07-11 홍창진

[서상목 칼럼] 브렉시트(Brexit)와 신(新)자유주의의 종언(終焉)

英 선거에서 메이가 수상되고美에선 힐러리가 대통령 된다면'자본주의 4.0'은 '3.0'의 폐해를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치고반대결과 나오면 신고립주의와반세계화로 전개될 가능성 높아자본주의와 산업화가 지금까지 몇 단계의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영국은 전환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자본주의 1.0'은 18세기말 제임스 왓트의 스팀엔진으로 상징되는 1차 산업혁명과 아담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양 날개 역할을 하였으며, 그 중심에 영국이 있음으로써 이른바 '팍스 브리타니카' 시대를 열었다. 사회복지와 거시경제 운용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2.0'은 19세기 말 토마스 에디슨의 전기발전소로 상징되는 2차 산업혁명과 유럽에서 복지국가의 태동이 핵심 내용이다. 비록 산업화 과정은 미국이 주도하였으나 원천적 기술은 영국에서 유래되었고, 복지국가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보다는 영국이 선도하였다. 시장경제를 다시 강조하는 '자본주의 3.0' 역시 1979년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집권하여 하이에크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정책으로 옮김으로써 시작되었고, 이듬 해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신자유주의 이론은 금융시장의 세계화와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불황이 없는 지속적 경제성장'이라는 업적을 이룩하였으나, 세계화와 IT기술 혁신은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급기야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라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세계금융위기는 선진국 정책당국자들 간 긴밀한 협력 덕분에 대공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국가들의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EU는 구제금융문제를 둘러싸고 회원국들 간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생기게 되었다. 이에 더해 동유럽 13개국이 EU에 가입하면서 경제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의 이주민들이 급증하자 EU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평소 EU와 다소 거리를 두려는 성향을 갖고 있는 영국이 회원국으로는 처음으로 EU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진화라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영국의 EU 탈퇴 선택은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표명하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 새로 전개될 '자본주의 4.0'의 내용이다. '자본주의 4.0'이 '자본주의 3.0'과는 정반대의 신고립주의와 국수주의로 갈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3.0의 부작용을 수정하는 선에서 그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이번 9월 초에 치러질 영국의 수상 선거와 금년 말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가는 '자본주의 4.0'의 행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브렉시트를 이끈 존슨 전 런던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영국 수상선거는 탈퇴를 주장한 측의 대표주자로 레드섬 에너지 차관과 잔류를 주장한 측의 대표주자로 메이 내무장관의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며, 현재로는 메이 장관의 당선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중도성향의 민주당 힐러리 후보와 극우성향의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양자 대결로 이번 대선이 치러질 것이나, 힐러리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일 다가오는 선거에서 영국에서 메이 장관이 수상이 되고 미국에서 힐러리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자본주의 4.0'은 '자본주의 3.0'의 폐해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 내용이 결정될 것이나,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자본주의 4.0'은 신(新)고립주의와 반(反)세계화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제까지 세계화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국가라고 할 수 있고 앞으로 발전방향 역시 세계화의 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영국의 차기 수상 선거와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화를 부정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07-04 서상목

[이남식 칼럼] 직업의 미래

2020년까지 510만개 일자리 실종미래엔 서비스분야 늘어날 전망우리나라가 서비스강국 되려면디즈니캐스트·K-Pop스타처럼고객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엔터테이닝 스킬로 전환 중요올해 초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20년까지 약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데 대부분이 사무행정직과 같이 단순 반복 작업인데 인공지능과 유연생산시스템, 빅데이터, IoT등 제4차 산업혁명이 생산성은 높이나 생산과 관리의 현장에서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로봇세 즉 로봇을 도입한 숫자만큼 세금을 매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올 만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를 이끌어온 조선, 철강, 건설, 전자,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제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면 제조업 그 이후는 어떻게 준비하여야 할 것인가? 결국 미래에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분야는 서비스업이 아닌가 한다. 관광, 식음료, 컨벤션과 같은 MICE 산업과 휴먼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의료보건이나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르는 환대 (hospitality) 교육과 인력 양성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호텔 (hotel)이나 병원 (hospital)의 어원이 hospitality에서 온 것으로 고객이나 환자를 잘 보살피면서 대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따라서 호텔, 리조트, 카페, 레스토랑, 컨벤션, 관광, 공항 등이나 병원, 요양원, 사회복지기관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되며 외국 관광객의 증가와 더불어 이러한 인력 수요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다만 이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수준은 아시아권에서도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는 물론 태국, 필리핀에 훨씬 못 미친다 할 수 있다. 물론 수많은 호텔, 관광 관련 교육기관이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나 인식 자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 않은가 한다. 이는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 의사소통, 고객 맞춤식의 서비스에 대한 교육이 호텔이나 조리의 기능에 기초하다보니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한다. 하지만 차세대들은 아이돌에 열광하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해외 경험도 많이 쌓으므로 우리 세대에 비하여 훨씬 높은 적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한다. Hospitality 교육은 우선 고객의 즐겁게 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적인 소양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월트디즈니사의 경우 전 세계의 디즈니리조트와 디즈니 크루즈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디즈니캐스트 (즉 디즈니의 배역)라고 부르며 이들을 K-Pop스타를 뽑듯이 오디션을 통하여 뽑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아이돌 발굴 및 훈련 시스템을 가졌다고 본다. 하지만 큰 꿈을 가지고 아이돌에 도전하는 청년들 중 아주 적은 숫자 만이 무대에 서며 성공의 확률 또한 매우 낮은 험난한 과정을 헤쳐가고 있다. 아이돌이 못되는 나머지 도전자들의 미래는?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아이돌 교육과 hospitlaity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엔터테이너로서 재능뿐만 아니라 많은 훈련을 받으므로 최상의 서비스 인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양자의 결합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이 K-Pop 수준으로 격상 된다면 미래에 우리나라가 서비스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실용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서비스 인력에 대한 직업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서비스 스킬 중심에서 고객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엔터테이닝 스킬로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한다.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과 아이돌 발굴 육성시스템의 만남으로 우리나라를 서비스 강국으로 키우는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기를 기원해 본다./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06-27 이남식

[강은교 칼럼] '자서전'小考

어떤 돈 많은 사람들은'남이 쓴 자서전'을 출간해화려하게 출판기념회를 연다20년전이나 지금도 투명하게 쓸배짱있는 사람들은 없고여전히 무서워하고 있는 것일까한 친구가 부탁이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인생을 적은 글을 손주들에게 남기고 싶어서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는데, 나보고 읽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서전하니까, 언젠가의 대화가 떠오른다. '동서양의 자서전 비교연구'라는 논문을 쓰게 되어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한국 작가의 것은 찾기가 힘들다며, 나에게 묻던 한 선생님의 말이었다. 그때, "왜 그럴까요? 서양은 그렇지 않은데…"하고 묻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글쎄요, 조선조의 유교문화 때문일까요?", "그보다 투명하게 자기를 내보이는 것이 습관이 안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네 그래요, 작금의 일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은 아직 멀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군요", "그러고 보니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시도 별로 없군요. 오히려 1930년대의 시인들인 윤동주, 서정주의 시에 좋은 자화상의 시가 있네요."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무서워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서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내가 그리워집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서정주의 유명한 시집 화사집도 자화상으로 시작되죠.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 란다.//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이마 우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느러트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자화상, 서정주>'특히 서정주의 자화상은 자기 자리의 인식에 아주 투철한 그런 자기 성찰의 시죠. 그런데 이들은 모두 일제 강점기에 쓰여진 시라는 공통점이 있네요.오히려 지금 그런 이상, 자기 성찰, 윤동주의 순결성, 투명성같은 덕목들은 없어진 모양예요." 하긴 자기를 그린다는 것, 서민은 그렇지도 않겠지만, '남들을 밟고' 사회의 윗부분으로 올라간 이들의 투명한 자서전을 보기란 이 시대에 지난한 일이리라. "그래요, 요즘 뉴스를 볼라치면 정의도 도덕성도 투명성도 다 사라졌다는 자괴감마저 들어요. 전화 한 통에 몇 억이 왔다갔다 하고, 엉터리 인증서를 국가가 주어서 위험한 화학제품들을 팔고, 내가 입을 열면 여러사람이 다칠걸, 하는 말이 연극 대사가 아닌 사회,, 그러다 보니 금전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자서전'이 없는, 또는 자서전이 무서운 사회, 하긴 이말은 좀 바꿔야 겠다. 어떤 돈많은 사람들은 '남이 쓴 자서전'을 출간하고, 화환이 주욱 늘어선 화려한 출판 기념회를 열고 있으니까. 아,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20년 전과 거의 비슷한 대화를 자서전을 쓰려한다는 친구와 지금 또 펼치는 걸 보니…. 20년 전에도 투명한 자서전을 쓸 뱃장있는 사람들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이야기일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서전을 무서워 하고 있는 것인가?/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06-13 강은교

[홍창진 칼럼] 적당주의

기존 질서에서 '적당히' 하기엔너무 힘들어 새로움을 찾는 것인간은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적당주의 인생의 성적표는중간인 50점이 아니라 '0점''엑달'이라고 불리는 청년이 있습니다. 엑셀이라는 회계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솜씨 때문에 생긴 별명입니다. 좋은 재능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엑달' 때문에 그 청년은 이직을 하고 말았습니다. 왜냐 하면 다른 부서 상사들까지 일을 맡겨서 밤 11시 넘어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이직한 것입니다. 다른 직장에 가서는 '엑달' 임을 감추고 적당히 지낸다고 합니다.'아이디어 뱅크'라고 불리는 청년이 있습니다. 제안 회의 때마다 고민 고민해서 아이디어를 내면 "김 대리 그 건은 자네가 맡아 추진해 봐"라고 떨어진다고 합니다. 처음엔 모르고 5건 연타로 제안했다가 연타로 책임을 떠맡게 되어 휴가도 반납하고 일만 해야 했습니다. 그 후로 이 청년은 제안할 때 핵심 아이디어를 빼고 진부한 아이디어 4개, 기가 막힌 건 1개의 비율로 적당히 제안한다고 합니다.의욕과 열정으로 자기실현을 하려는 청년들이 왜! 적당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일까요? 왜! 이 사회는 "싫어요" 내지는 "아니오"라고 말 못하고 스스로 기가 죽어서 전체 안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일까요! 모두가 각자 개성을 살려 열정을 뿜어 대면 본인도 보람이 있고 이 사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텐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성직자 사회 안에서 적당주의도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의 아픈 마음을 보다 더 잘 보살펴 주기 위해서 종교 조직을 벗어나 길거리 시위도 하고 강연도 다니면 구설수에 오릅니다. "거룩한 종교가 세속 일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공명심 때문에 그러는 거다" 등등 말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 듣기 싫으면 그냥 적당히 주어진 일만 하자는 주의도 많이 있습니다.종교 조직도 회사 조직도 기성 질서에서 적당주의를 탈피하기는 너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기성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새로운 질서에 희망을 두고 저 또한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피 속에 흐르는 열정을 이 질서에다 쏟아붓지 않고는 화병이 나서 못 견디겠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 새 질서가 기존 질서에 상당히 영향을 준다는 면이 힘이 되고 보람이 됩니다.새 질서는 서로 "아니오" 라고 자유롭게 말하기로 약속하고 시작합니다. 각자 역할만 있을 뿐 상사도 부하도 없이 서로 동등합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을 중심으로 이것을 개선하려는 모임이 결성되기도 하고,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들의 이권을 옹호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면서 기존 질서 안에도 속해 있지만 동시에 새 질서에도 소속되어 기존 질서의 활동 보다 더 열정을 쏟아붓는 사람이 많습니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질서에서 까불다가 잘려서 밥줄 끊기면 어떡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자유와 정의를 돈줄에 담보 잡히기에는 우리 피가 뜨겁고 진합니다.인생은 "예"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는 맛에 사는 것입니다. 적당히 산다고 인생 성적표가 중간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의지를 저당 잡히고 무슨 보람과 기쁨이 있습니까! 적당주의 인생의 성적표는 중간인 50점이 아니라 0 점입니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06-06 홍창진

[서상목 칼럼] 역사는 반복하는가? 트럼프의 국수주의와 샌더스의 사회주의

트럼프나 클린턴이 당선돼도우리에겐 불리한 상황 전개될 듯우선 대외경제여건 악화 대비당면한 경제현안 조속 해결하고여야는 한국 국익수호 위해외교·대북정책 한목소리 내야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선과정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매우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경제와 외교분야에서 국수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회장이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는가 하면,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달되고 세계무대에서 국방이나 정치는 물론 경제와 기술 분야를 사실상 주도하는 미국의 대선에서 극우와 극좌를 상징하는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역사는 반복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18세기말 시작된 산업혁명과 이에 따른 세계화의 물결은 그 후 1세기 이상 서방세계를 휩쓸었고, 이는 해당 국가들의 국력 신장과 더불어 국민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경제발전은 결과적으로 부의 양극화와 노동자 계층의 불만을 야기했고, 이는 19세기 말 독일을 중심으로 강성노조와 공산주의 사상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과 서구의 기득권 세력은 사회보험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민간중심의 사회복지사업 전개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슬기를 발휘하지 못한 제정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의 희생물이 되었고, 그 후 공산주의는 동유럽과 중국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 되었다. 1920년대 말 발생한 대공황 역시 그동안 지속 되어온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에 큰 걸림돌 역할을 하였다. 대공황으로 인한 세계경제질서의 파괴와 국제정치적 혼란은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가 태동되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현재 미국의 대선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샌더스의 사회주의와 트럼프의 국수주의는 1세기 전의 공산주의와 나치즘에 비하면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나, 경제위기와 양극화 현상 이후에 정치분야에서 극좌나 극우 세력이 득세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월가를 중심으로 '1% 대 99%' 논쟁이 시작되었고, 이는 사회주의자 샌더스 후보가 젊은 층과 서민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게 된 근본원인이다. 또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불황과 높은 실업률은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 불안해하는 저학력 백인 근로자들로 하여금 개방화를 막아 국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대중인기영합적 발언에 열광케 하고 있다. 결국 시장경제의 위기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와 실업의 증가 현상이, 한편으로는, 적극적 재분배정책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수주의적 차원에서 인종차별과 시장폐쇄를 주장하는 극우적 정치인의 등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로마가 '천년제국'을 유지한 것은 가는 곳마다 길을 만들고 점령국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21세기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이 보다 현명한 길을 모색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고 군사적으로 한미동맹이 필수적 생존요건인 한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외교지식의 결여와 즉흥적 발언으로 국제정치적으로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트럼프 후보보다는 국무장관과 상원의원까지 역임한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의 대중인기몰이 솜씨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의 승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록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내여론을 고려하여 국정운영을 해야 하기에 우리에게는 과거보다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대외경제여건의 악화에 대비하여 구조조정과 경제개혁 등 당면 경제현안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여야정치권이 적어도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국난의 상황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치가 펼쳐짐은 물론, 박근혜 정부 역시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기 말까지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주기 바란다./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 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16-05-30 서상목

[이남식 칼럼] 크루즈 산업과 우리나라

접안·터미널시설 우선 확보와다양한 관광콘텐츠 개발 시급우리 고유의 장점 살린퍼포먼스 만들기 위해선전문기획자 양성과새로운 콘텐츠 디자인도 필요크루즈란 천천히 즐기면서 항해한다는 의미로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관광사업으로 지난해만도 우리나라에 105만 명의 관광객이 크루즈를 통하여 입항했다고 하며 일인당 평균 1천달러 정도를 소비했다고 한다. 최신 크루즈 십의 경우 10만t에 가까운 몸집과 2천500명의 관광객과 1천여명의 승무원, 각종 식당과 바, 공연장, 수영장, 면세점, 카지노등 물위에 떠다니는 5성급 호텔로 건조 비용이 우리 돈으로 5천억 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규모의 국제크루즈 선박이 현재 300여척 취항중이며 항상 50만 명 정도는 해상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세계적인 물동량의 감소와 불리하게 장기적으로 맺은 용선계약 때문에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루즈 산업은 오히려 호황을 맞은 형국이다. 이미 중국에는 3개의 크루즈 회사가 탄생하여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돛을 올린 상태이다. 우리도 크루즈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크루즈가 기항 할 수 있는 접안 시설과 터미널 시설을 다수의 지역에 확보하여야 하며 랜딩투어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하겠다. 최근 중국의 대규모 기업들의 인센티브 투어가 한 번에 3천~4천 명씩 이루어질 때 경제성을 검토한다면 항공기 보다는 크루즈가 훨씬 이색적이고 편리하다 할 수 있다. 크루즈의 최대 장점은 자는 동안에 여러 지역을 이동하므로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여행객 입장에서는 짐을 쌓다 풀었다하는 번거로움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선상에서의 독특한 경험 - 맑은 공기와 강렬한 태양 등을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기도의 경우 현재는 인천에만 크루즈가 들어오지만 덜 붐비는 평택항이나 새만금 신항만 등을 추가할 수 있다면 환황해권에서의 다롄 톈진 옌타이 칭다오 상하이 등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더 많은 기항지를 추가하여 산업기반을 구축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은 관광콘텐츠의 개발이다. 스페인령인 지중해의 마요르카 섬은 지중해 크루즈의 출발점으로 유명한데 이곳의 관광콘텐츠는 음악가 쇼팽이다. 1838년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폴란드의 작곡가인 쇼팽이 연인이었던 당대 프랑스 최고의 여성작가인 조르주 상드와 몇 개월간 발데모사의 카르투하 수도원에 머물렀던 스토리를 가지고 연간 700만명이 방문하는 Exotic Place로 만들어 독일 영국등의 은퇴자들의 로망인 섬으로 탈바꿈 되었으며 스페인의 어려운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자 우리는 어떤 문화콘텐츠로 관광 상품을 만들어 볼 것인가? 실은 유럽의 모든 크루즈 기항지에는 콘서트 홀들이 있고 여기에서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 와이너리들, 미슐렝 스타 레스토랑들이 모두 그들의 주요한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면세점으로만 몰리는 우리의 관광 상품은 비록 매출액은 증가시킬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장기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고양문화단지에 조성되는 K-컬처밸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살려 다양한 퍼포먼스를 포함한다면 다수의 아티스트들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관광문화의 새로운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경기도에 산재한 각종 박물관과 체험관, 기타 문화시설들을 이제는 관광문화콘텐츠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기획자의 양성과 새로운 콘텐츠의 디자인이 시급한 시점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미래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노는 것이 일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이 곧 일자리로 연결된다. 이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때이다./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이남식 계원예술대학 총장

2016-05-23 이남식

[이영재 칼럼] 옛날 내가 살던 작은 동네엔

내 집은 낡았지만 '그대로'이웃과 만날 수밖에 없는'사람 냄새' 나는 골목 구조…우리 주변엔 수많은 아파트로공동체 붕괴·고립된 '섬' 생겨후손에 회색공간만 물려줄순 없다'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고독한 인간 군상을 얘기할 때 늘 인용되는 정현종의 시 '섬' 전문이다. 마침표 두개를 포함해 불과 스무자인 이 시가 오랫동안 꾸준히 애송되는 것은 이 시에 공감하는 외로운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가족이 서서히 해체되고,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외로운 사람도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롭다'고 말하면 눈총을 받는다. 그건 나이 먹은 내 생각일 뿐이다.혼족(나홀로족),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들)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은 요즘이다. 자꾸 이렇게 '홀로 되는 것'에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아파트는 외로움의 상자다. 아파트 천국이 돼버린 우리나라는 대부분 사람들과 그 자식들이 그 상자 속에서 태어나 젊음을 보내고, 결국 그 상자 속에서 생을 마친다. 내 자식만 해도 격자형 간선도로가 뻗은 아파트 숲 속에서 태어나 이웃을 잘 알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다가 이웃을 만나 따듯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별로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다녔다. 혼자 사는 게 익숙하게 된 데는 아파트 영향이 그만큼 크다.우연히 '동네 걷기, 동네 계획'이라는 책이 손에 잡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다가 이웃을 만나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동네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의 책이다. 그 책을 읽은 후, 구불구불한 골목과 따듯한 이웃, 동네 친구들과 쌓았던 넘치는 우정, 친구 부모들로부터 받았던 따듯한 응대. 때가 되면 밥 먹으라며 여기저기서 친구 이름을 부르던 이웃집 아주머니의 목소리. 그런 풍경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곳을 찾아가 그 길을 걷고 싶어졌다. 그런데 연립주택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서 자동차 한 대 드나들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변해있지 않을까? 낡은 차 한대가 입구를 '턱' 막고 있어 총총걸음을 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바뀌었다면? 그럴 바에는 차라리 기억 속에 묻어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선뜻 찾지 못한, 옛날옛날 내가 살던 동네 말이다.하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나는 용기를 내 내가 살았던 동네를 찾아갔다. 그러나 동네 앞에서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낡은 차가 동네 입구를 가로막아서가 아니다. 그 동네가 너무도 완벽하게 그곳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도, 심지어 내가 살던 집도 심하게 낡았을 뿐 그대로였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정확하게 47년 전으로 돌아간 착각에 빠졌다. 병화 병철이 형제가 살던 집도, 학태네 집도, 기봉네 집도 그대로여서, 그들이 금방이라도 대문 밖으로 뛰어 나올 것 같았다. 까르르 거리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듯했다.나는 넋 나간 사람처럼 동네를 마구 돌아다녔다. 그때는 몰랐지만, 가만히 보니 동네는 대문을 열고 나오면 이웃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웃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해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였다. 동네가 그나마 온전하게 살아 남은 건 성곽에 붙어있어 도시개발에서 비켜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후된 지역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덕분에 동네는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건강한 동네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우리 주변에 무수히 널려있던 이런 정겨운 동네가, 이런 골목길이 아파트 개발로 상당수 사라져 버렸다. 공동체 사회는 무너졌고, 이웃과 이웃은 단절됐으며, 여기저기에 고립된 '섬'이 생겼다. 1인가구 급증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남아 있는 '동네'는 보존해서 '왜 지금 우리가 공동체를 다시 논해야 하는지' 그 증거로 남겨야 한다. 우리 후손에게 회색으로 가득한 아파트군락지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다음 주에는 중학교 시절을 보낸 동네를, 그다음에는 고등학교, 그다음은 청년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찾아가 볼 생각이다. 사라지기 전에 눈도장이라도 찍어 둘 생각이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꼭 그래야만 할 것 같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5-16 이영재

[강은교 칼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우리말·외래어가 줄임말과자투리말로 정신없이 범벅되어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는단군이래 최초로 전 국민을작문 공부하게 만들었지만덕분에 잃어버린 말 너무 많아요즘은 '글쓰기'가 두렵다. 나도 모르게 '자투리'말이 튀어나오고, 본래의 단어 뜻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스마트 폰의 '문자 메시지'는 단군 이래 최초로 전국을 작문교실로 만들고 전국민으로 하여금 작문을 공부하게 하고 있지만, 덕분에 잃어버린 말들이 너무 많게 되었다. 놀이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다니는 한 아이가 '생파'에 간다고 한다. 생파가 무어냐고 하니까 생일파티라고 한다. '생선'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생일선물이란다, 우리말과 외래어가 정신없이 줄임말·자투리말로 범벅이 되어 있다. 어떤 말들은 영어인지, 우리말인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어린이날, 내가 저녁을 산다니까 손녀가 "올작에 가고 싶어요"한다. "'올작'이 뭐니? 어디니?"하니까 레스토랑 이름, 올리브-장작이란다. 그 레스토랑의 특징은 이름대로 화덕에 굽는 이태리 피자라고 딸이 설명한다.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 눈은 푹푹 날리고 / 나는 혼자 쓸쓸이 앉어 소주를 마신다 /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 나타샤와 나는 / 눈이 푹푹 싸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눈은 푹푹 나리고 /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백석의 유명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스마트 폰을 열면 나오는 이 시를 새삼 이 귀중한 자리에 인용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우리말, 그러나 '외국어같은'울림을 주는 사투리 때문이다. 특히 2련 7행의 '마가리'. '마가리'란 뭘까, 외국어 지명인가? 그런데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장승욱씨의 '우리말 도사리'를 보니, '마가리'란 집의 종류 중에서 움집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장승욱 씨는 '도사리'에 참 많은 말들을 모아놓았다. 스마트 폰 덕분에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우리말사전도 슬그머니 없어져 버린 요즈음, 그의 '도사리'는 가끔 아주 '어이없는 말 이해'에서 나를 구해주곤 한다. 그에 의하면 집의 이름도 많기도 하다. '도끼집(연장을 제대로 안쓰고 도끼 같은 것으로 거칠게 건목쳐서 지은 집)', '말집(쌀을 되는 말처럼 모양 없게 지은 오막살이집)', '까대기(담이나 벽에 임시로 붙여서 지은 가건물)'. '움파리(움을 파서 만든 움막)', '마가리'도 움막처럼 비바람이나 겨우 막을 수 있도록 간단하게 꾸민집, 심마니들이 쓰는 산막(누게). 이렇게 알고 나니 이 시행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더 밝게 드러난다. '마치 배가 고픈 듯이 울고 있는' 깊은 산골의 가난한 움집, 고독하고 가난하지만, 나타샤와 있으면 전혀 그렇지 않은 곳, 이상향! 이 참에 또 백석의 시 하나를 더 볼까.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 산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즘생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 닭 개 즘생을 못놓는 / 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집 <'가즈랑집' 중에서>이 시에서 '가즈랑집'은 어떤 집일까? '쇠메'는? '깽제미' 소리는 어떤 소리의 비유? 아무튼 시대가 갈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1930년대 백석의 시다. 외래어들에, 자투리말들에 어이없이 눌리고 있는 우리의 말이 새삼 눈부신, 깊은 울림을 얻는다. 눈부신, 깊은 의미가 따라온다. '생파'에 '생선'을 가지고 가는 이 시대에도./강은교 시인강은교 시인

2016-05-09 강은교

[홍창진 칼럼] 흙수저 모여서 노래하자!

가난은 죄도 부끄러운 일도 아냐우리는 잘못한게 하나도 없기에정의롭고 부모를 사랑하는 효자형제 걱정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서로 격려하고 더 사랑하며주어진 행복을 포기하지 맙시다일전에 SNS를 통해서 어떤 실험 하나를 본 일이 있습니다. 미국의 가난한 지역 5세 어린이 3명에게 물었습니다. "본인들이 지금 제일 갖고 싶은 물건이 무엇이냐?" 그랬더니 각각 바비인형, 로봇, 게임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을 그 어린이들 앞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사회자가 "너희 엄마들이 갖고 싶은 물건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각각 커피머신, 대형TV, 청소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물건들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잠시 시간을 보낸 후에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이 물건중에 너희는 하나만 가질 수 있단다. 어느 것을 택하겠니?"라고 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눈물을 글썽이긴 했지만 모두 엄마가 원하는 물건을 선택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사회자가 "어린이 여러분! 두 가지 물건 다 가져도 좋습니다"라고 얘기했을 때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5세 아이들조차도 가난하지만 부모의 가난을 탓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여워하고 안타까워합니다. 하물며 청년들이 부모의 가난을 탓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작금에 흙수저 운운하는 정황은 절대로 부모를 탓하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부자를 시샘해서도 아닙니다. 재산 가진 사람들을 약간 부러워해도 불만은 없습니다. 단지 흙수저의 불만은 벌어도 벌어도 모이지 않는 소득불균형에서 오는 것입니다. 물론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격차가 희망을 포기할 정도라면, 불의, 즉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가난한 젊은이들은 이런 현상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가난이 무슨 죄입니까! 가난은 죄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닙니다. 비록 가난하게 태어났어도, 그래서 학교 교육을 좀 덜 받았어도, 그래서 부자 자녀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시간 외 근무에 휴일도 없이 일해도 소득 격차가 심한 것은 너무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입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잘못한 것이 한 개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한히 정의롭고 부모를 사랑하는 효자이고 형제들을 걱정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나름 자기 계발도 하고 내 인생을 너무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기소침할 이유가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우리 자신 외에 다른 곳에 있습니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 등 여러 가지 이유야 많이 있겠죠! 그러나 먼저 그런 문제에 분석보다는 우리 스스로 활기를 먼저 찾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흘러가는 인생, 이것저것 분석하며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문제 해결도 즐기며 누리며 해야 합니다.적어도 잘못한 거 없고 정의로운 우리끼리 자주 모입시다! 사람은 모여야 기쁜 존재들입니다. 자주 모여서 우리 서로 서로에게 격려하고 기쁨을 나누며 우리의 기상을 드높입시다. 휴일에 집에만 있지 말고 동네 공원에 모여서 족구도 하고 농구도 하면서 일단 신나게 의기투합해야 합니다. 안주가 부실하면 어떻습니까? 막걸리 한잔 하고 으쌰으쌰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임금 격차 줄이자고 목소리 좀 높여도 됩니다. 물론 시간 많이 걸리겠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날이 안 올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잘 난 것은 그 여정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충분히 정의롭고 사랑 가득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이 땅에 흙수저 여러분! 우리 가난하다고 행복을 포기하지 맙시다. 더 정의롭게 살고 더 사랑하며 삽시다./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05-02 홍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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