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교육격차 줄이는 길

미리 공부하겠다는 ‘선행학습’법으로 규제할 대상인지…가난한 학생 학습권 어떻게보상해야 하는지 궁금하다해결책은 현실 정확히 파악하고학교 경쟁력 높이는게 급선무일본 도쿄에 있는 히비야(日比谷)고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200명 가까운 학생이 도쿄대에 입학하는 일본 최고의 공립학교였다. 그러던 히비야고가 1990년대에는 도쿄대 입학생이 1~2명, 때로는 없을 정도로 몰락했다. 일본 정부가 고교 평준화정책 차원에서 고교 입학권역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학생들이 히비야고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고교 지원구역을 매우 작게 쪼개면서, 히비야고에 입학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폭 줄었다. 이런 현상은 다른 공립고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학부모들 사이에 “공립고에 보내면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다”는 공립고 불신감이 확산되면서, 사립고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립고는 공립고나 다름없지만, 일본 사립고는 매우 자율적인 대신 학비가 매우 비싸다. 공립고는 연간 100만원대, 사립고는 연간 2천만원대다. 그럼에도 무리를 해서라도, 사립고를 찾는 학부모들이 늘었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사립고 학생들도 부쩍 증가했다. ‘부모의 경제력=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도쿄대 입학생 학부모의 경제력도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2000년대 들어 공립고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미 부모 경제력에 의한 학력격차가 사회문제가 되었다. ‘부모 경제력-> 학력격차-> 빈부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교육격차 사회’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히비야고 사례는 사회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오히려 해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시장 논리와 맞지 않으면 시장은 반드시 보복한다. 미국에서 1920년대 시행되었던 금주법도 그랬다. 밀주가 성행하면서 범죄가 늘어나고, 마피아 조직만 살찌웠다.갈수록 늘어나는 재수생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사교육을 줄이고, 학생의 학업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에서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를 낮춰왔다. 그런데 ‘물수능’이 될 정도로 문제가 너무 쉽다 보니, 주요 과목에서 한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져 지원가능한 대학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자 아쉬움으로 처음부터 재수하거나, 대학입학 후 휴학하고 재수하는 ‘반수생’이 급증했다. 안민석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3개 대학 신입생 29만여명 중 5만여명이 입학 후 휴학이나 자퇴했다. 대부분 ‘반수생’이라고 한다. 이들이 낸 등록금만 500억원에 이른다. 재수학원 비용과 시간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다. 그래도 시험문제가 쉬울수록, 특히 객관식에서는 풀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재수생은 늘고 있다. 정책 취지와는 달리, 고교 때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재수나 반수를 할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이 있는 학생이 유리한 입시정책인 것이다.정부가 지난해 만든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도 학교의 선행학습만 금지하고, 학원은 풀어놓으니 오히려 학원만 웃고 있다. 교육부 조사결과 지난해 학생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4만2천원으로 2013년보다 늘었다. 값싼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자, 학원을 찾는 학생이 늘고, 학부모 부담은 더 커졌다. 가정형편상 학원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할 곳을 잃어, 학교에서는 걱정과 불만이 많았다. 교육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 3월 ‘방과후 교실 선행학습 허용’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 법은 시행 전부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리 공부하겠다는 것이 꼭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대상인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못하고 사교육도 받을 수 없는 가난한 학생의 학습권은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사회에서 교육격차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 해결책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도의 기본취지에 충실한 데 있다. 입시의 기본취지는 학생 선발에 있고, 그것은 변별력에서 나온다. 그래야 시험의 신뢰도 생긴다. 학교의 기본취지는 학습에 있다.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학교만 다녀도 잘 배운다면, 왜 학원에 가겠는가. 잘 가르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육격차를 줄이는 길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10-05 오대영

스마트폰 이산가족 상봉은 어떨까?

현재 생존이산가족 6만6292명중 절반이상 80세이상 고령자로 상봉 정례화는 아주 절실하다 통일전 동서독 우편·통신 교환했듯 스마트폰 강국인 우리도 상시 통화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지난 8월 DMZ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사과요구와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둘러싸고 남북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남북 긴장이 대치되는 가운데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마치 전쟁이 일어날 듯…. 그러나 지난 8월 25일 새벽까지 무박 4일 43시간 이상 남북 고위급회담 끝에 남북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협상결과 내용 중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후속 작업으로 진행된 실무회의에서는 작년 2월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에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이산가족은 몇 명이나 될까? 통일부 설명에 의하면,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은 2015년 현재 6만6천292명이며, 이중 54.3%가 80세 이상의 고령자라고 한다. 이들 생존자의 사망추세를 보면 1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즉, 2006년에는 사망자가 2만8천997명이었으나, 2015년에는 6만3천406명으로 사망자 숫자가 두배 이상 늘었다. 사망자는 급증하고, 생존자는 초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이산가족이 겪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법률적으로 보면, 가족관계나 상속문제가 제일 큰 문제다. 다시 말하면,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자녀들과 남한에서 정착하면서 결혼한 경우, 남한 측 배우자와 자녀들과의 관계다. 이들 남북한 배우자 내지 자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족관계와 재산에 대한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2월 10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입법적 해결을 시도했다. 이 특별법의 제정으로 말미암아 남북한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유증 등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국가 사이의 관계가 아닌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고려(동법 제2조)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들의 상봉문제다. 정치나 법률관계를 뛰어넘는 인도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북 모두가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제1차(2000년 8월 15~18일)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모두 203가족 1천172명부터 시작해 제19차(2014년 2월 20~25일) 170가족 813명에 이르기까지 총 3천934가족 1만8천799명이 상봉했다고 통일부는 전하고 있다. 면회소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 등이다. 화상 상봉 장소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남북간 관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 개최 시 최대 남북 200가족 1천400명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화상 상봉의 경우 1회 이용 시 최대 13가족 130명 상봉이 가능하다고 한다. 남북간 합의가 성사되고, 위의 시설을 최대한 가동할 경우, 이산가족 당사자의 직접 대면 상봉의 경우는 47회를 개최해야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면 모든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실현이 가능할까? 남북간 당국자들이 잘 협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아주 절실하다고 본다. 절반 이상이 80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봉방법이다. 종래에는 면회소와 화상 상봉이었다. 향후에는 사고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동서독은 1976년 3월에 우편-통신협정을 체결해, 서신과 전화를 자유로이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제품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서신과 통신개방을 통한 스마트폰으로 상시적으로 남북 이산가족이 통화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9-14 소성규

장애인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나라

여행·관광 즐기고 싶은 장애인 현실은 ‘공중누각’ 경우 허다 엘리베이터·휠체어 리프트 등 편의시설 설치 시급하고 숙박·음식점·관광지 관련 정보제공 시스템도 갖춰야 공중누각(空中樓閣)! ‘누각’이란 휴식을 취하거나 놀이를 하기 위해 산이나 언덕·물가 등에 지은 단아하고 조그마한 다락집이다. 이러한 ‘누각’을 보면 고풍스러우면서 여유롭고 품위도 있어서 누구나 올라가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올라가서 앉아보고 누워보고 쉬게 된다. 그러나 이런 누각이 공중에 떠 있다면 어떠한 느낌일까? 하루하루를 불편한 몸으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억눌렸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쉼을 얻고자 하는 욕구는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휴가를 통해 해소하려는 비장애인과도 같을 것이다.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대구·부산 등 주요 광역시에도 지하철 이용이 가능해졌고, 열차이용 역시 KTX에서 무궁화호까지 휠체어 탑승이 가능토록 했으며, 지자체마다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하고 있어서 장애인도 관광을 하는데 조금씩 편해져 가고 있다. 국공립공원이나 문화유적지 같은 곳에서는 입장료 할인 혹은 면제 혜택까지 준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서 결국 장애인에게 여행과 관광은 ‘공중누각’과 같은 경우가 너무도 허다하다. 아직도 장애인들은 함께 여행을 떠날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이 없이는 선뜻 여행을 계획하지 못하거나 갔다가도 헛걸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 연구실 조교인 박사과정 학생 제자는 중증 지체 1급 장애인이다. 얼마 전 이 제자가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가족과 서울 근교 동굴을 찾았다고 한다. 휠체어로 접근과 이동이 가능한 나들이 장소를 찾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동굴테마파크 내 관광열차를 운행한다는 사전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래도 동굴이기에 행여나 휠체어가 입장하는 데 무리가 없을까 싶어 담당하는 사무소에 전화해 문의했으나 ARS로 돌아가는 응답에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한 채, 그래도 혹시나 하고 찾아갔다가 무더위에 역시나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단다. 2012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발간한 ‘전국관광지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부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점수는 70~100점 정도로 높은 점수를 얻은 반면, 매표소나 안내판과 같은 안내시설은 30~60점으로 나타났으며, 다른 연구들을 통해서도 장애인의 관광제약으로 관광활동에 필요한 정보부족이 꼽혔다. 장애인이 마음껏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편의시설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은 물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지원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음성지원 안내 등의 서비스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자연자원(산·바다·동굴 등)을 관광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나 휠체어 리프트의 설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든 관광지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에서는 정확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무장애여행이 가능한 전국 관광지와 숙박업,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제공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보다 많은 정보가 제공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앞에서 언급했던 내 제자의 경험에서도 여실히 나타난 바와 같이 각 관광지에서 홈페이지를 비롯해 전화문의를 통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국가와 각 지자체, 그리고 관광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장애인들이 가고 싶은 곳을 관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사실이다. 장애인이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이면 노인이든 어린아이든 누구나 다 여행할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사회복지기관이나 종교단체의 도움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던 장애인의 여행과 여가가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자유로이 장애인 스스로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9-07 이준우

박대통령의 과감한 외교행보

한·중 정상회담으로 인해 한·미·일 공조체제 흔들리거나 동아시아 안보틀 바뀌지 않아 10월엔 오바마와 회담도 가져 우리의 외교적 입지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정착 큰 도움 기대 8월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날이다. 그날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조선이 어떻게 전쟁 한번 없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외교의 완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이 쇄국정책에 빠져있을 때,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 세력들은 국제사회와 외교를 배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메이지유신 전에 일본을 지배하던 에도(江戶)막부는 1853년 미국의 페리제독이 이끌고 온 흑선의 위력에 눌려 개국하면서 불평등조약을 맺은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메이지 유신세력은 불평등조약을 해소하고, 서구열강의 침략에서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서 국제법인 만국공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국제법 원서들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많은 인재들을 서구로 유학을 보내서 국제법을 공부하게 했다. 서현섭이 쓴 ‘지금도 일본은 있다’에 따르면 1873년 일본이 서구로 유학을 보낸 사람은 373명이고, 문교부 예산의 18%를 썼다. 앞서 일본은 1872년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구 열강에서 387명의 법학자들을 법률고문으로 초빙했다. 일본은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서 외무대신 급료의 2배를 지급했다. 이들은 일본에 서양식 외교술과 국제법 이론을 가르쳤다. 일본 근대법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부아소나드도 1873년 일본에 온 후 1874년 일본의 대만 출병과 1875년 조선과 불평등 조약을 체결한 강화도 사건 등에서 일본을 크게 도왔다. 일본은 국제법을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미국과의 불평등 조약을 개선할 수 있었고,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도 성공했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정책을 공부하면서 조선의 식민지화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일본은 1905년 미국과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영국과는 영일동맹, 러시아와는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해 11월 일본은 조선과 을사늑약을 체결해 조선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은 후에 본격적으로 식민화를 추진했다. 고종황제가 1907년 이준 등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보내서 조선의 독립을 보존하려 했으나, 이미 조선은 세계지도에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흔히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총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외교다. 외교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서독이 동독과 전쟁없이 통일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은 물론 오랜 적이었던 프랑스 등 주변 국가들과 오랜 기간 외교적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금 동아시아가 출렁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맞먹는 대국이 되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시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화가 목전에 다다른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계속 핵개발을 하면서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상황으로 우리의 외교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한때는 우리 외교가 고립돼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다. 미국 우방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외국 원수라고 한다. 역대 한국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다. 반면 중국의 오랜 맹방이던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서 통일 문제까지, 한반도의 미래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이번 방문으로 한국·미국·일본의 공조체제가 흔들리거나, 동아시아의 안보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게다가 남북한 간에는 8·25 고위급 접촉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산가족 상봉 등 교류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0월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도 갖는다. 박 대통령의 과감한 외교적 행보가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한반도에 순풍을 몰고 오기를 기대한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8-31 오대영

광복 70주년에 생각해 보는 통일의 의미

국가안보에 대한 대가온 국민이 부담하는게남남갈등 최소화하는 방법평화통일 논의하면서안보부담금 도입 어떠한지진지한 고민 필요한 때다독일통일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통일이란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토마스 셰퍼 주북한 독일대사는 통일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사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평화로 가는 길을 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의 상황을 보는 시각의 차이일 것이다. 참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이 없어야 평화통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통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남갈등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 남남갈등이 없는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한 국제적 전략과 방법은 별론으로 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현재 통일을 위해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통일교육지원법에는 통일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전쟁이 없는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준비 뒤에는 안보가 숨어 있다.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국가안보 없는 통일이 가능할까? 굳건한 국가안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에 전방과 후방이 따로 있을까? 정도의 차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전방,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은 어떠할까? 경기도 포천시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실사격 훈련장이 있다. 로드리게스 사격 훈련장이다. 총탄과 포탄이 떨어지는 사고로 주민들의 안전대책이 문제 되는 곳이다. 이웃 동두천시에는 미2사단의 주력부대가 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하여 주둔하는 미군부대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우리 안보를 지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군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아들·딸들이 우리의 안보를 위해 청춘을 기꺼이 보내고 있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청춘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분단상황에서 비롯된 국방의 의무 때문이다. 그런데 군 가산점 등은 이런저런 이유로 폐지되었다.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군부대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군부대 훈련 등으로 여러 가지 피해를 입고 있다. 포천시의 경우,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로드리게스 훈련장의 피해 때문에 중앙정부를 향해, 동두천시는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중앙정부를 향해 시위하고 있다. 포천시는 ‘사격장 주민피해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주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입법인 ‘군사시설 주변지역 지원특별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중앙정부 입장은 어떨까? 접경지역을 위해 나름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지역주민들은 지원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항변하면 할 말은 없다. 그렇게 말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남남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물과 공기가 소중함을 모르고 산다고들 한다. 소중함에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바로 물이다. 물로 인해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물이용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강수계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민들이 부담하였다. 지금은 4대강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주민들이 물이용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국가안보도 마찬가지 아닐까? 소중한 안보에 대한 대가를 온 국민이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면서, 물이용 부담금과 같은 조세로서의 가칭 안보세 내지 안보부담금 도입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8-24 소성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우리 사회의 과제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학대무시 당하거나 덮여지기 일쑤그들의 가능성·잠재력 이해하고격려할 과감한 지원과사회의 동등한 인격체로서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 중요지적 능력이 크게 부족하거나 자폐 성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은 경쟁 중심의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감히 경쟁 대열에도 낄 수 없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가장 대표적인 존재들이었다.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회적인 규칙에 의해 자녀양육을 포기해야 했으며, 또한 보호기관의 보호와 관리를 강제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특히 많은 경우 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신체적, 성적 혹은 정서적인 학대를 경험해 왔는데, 이러한 학대는 간혹 이들을 돌보는 보호자 혹은 가족들에 의해 자행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에게 가해지는 학대는 폐쇄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외부로 노출되지 못했다. 피해를 당한 발달장애인들에게 있어 진술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에게 가해지는 학대 내용이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거나 혹은 대부분은 공개되지 않은 채 덮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에 따라 다른 장애유형이나 비 장애인에 비해 취약한 상황에 있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지원법)’이 2014년 4월 29일 제정되어 2015년 11월 2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은 장애인의 인권존중과 권리증진을 실현하고 진정한 사회통합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써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사실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이 세계 속에는 발달장애인들과 관련이 있는 가족, 교사, 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 등이 있다. 발달장애인들을 돕는 이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최대한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이 보다 넓은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게끔 하는 데까지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발달장애인지원법은 발달장애인들의 제한된 세계를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통합하고 확장 시키는데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향후 시행될 발달장애인지원법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이 법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아가 우리 사회 여러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발달장애인의 사회통합과 권리보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과제가 무엇일까? 장애인복지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시민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이미 구축되어 있는 잘못된 장애 개념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일반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장애인복지 전문가들 역시 권리 중심의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전문가들 또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바른이해가 부족하고 그에 따라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서비스 개입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들은 시혜적인 지원의 성격을 띠고 있다.이제는 발달장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전문가들이 솔선수범하여 뛰어넘어야 한다. 그들은 여전히 무능력하고 무가치하다는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단지 도와야하기 때문에 돕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이해하고 그 역량에 비전을 갖고 그들을 격려할 과감한 지원과 우리 사회에서 동등한 인격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일반 시민들도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몇 달 남지 않은 발달장애인지원법 시행을 앞에 두고 전 국민적으로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이해에 대한 교육과 계몽이 적극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전국의 지자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및 인권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이벤트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같은 TV 프로그램이 함께 해 준다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8-17 이준우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 콤플렉스’

반역사적인 인식과 행동에이미 세계는 분노하고 있다진정한 사과·반성 없을땐자신들의 후세가 주변국들과끊임없이 갈등하고 비판 받아 결국 ‘부끄러운 국가’ 만들어“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 1995년 8월 15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일본 총리가 전후 50주년을 맞아 공식적으로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 내용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5년 8월 15일, 전후 60주년 행사에서 자민당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과 이전에 했던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하는 ‘고이즈미 담화’를 발표했다.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사회당 정부였던 무라야마 총리는 물론 자민당에서도 우파 보수로 분류되는 고이즈미 총리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아베 총리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종군위안부 사실을 부정하고, 일제의 과거 침략 사실조차 부인해왔다. 최근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아베 총리가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 초안에 ‘반성’은 포함됐지만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문구는 명확하지 않고, ‘사죄’ 문구는 없다고 보도했다. 사죄가 없는 반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극단적으로는 과거 일제의 ‘패배’에 대한 반성을 한다는 의혹까지 낳는다. 오죽했으면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온 공명당도 “사죄의 의미가 세계 각국에 전해져야 한다. 일본이 왜 반성하는지, 그 대상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우려했을까.아베 총리의 반역사적인 인식과 행동에 대해 이미 세계가 분노했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의 일본 연구학자 187명은 지난 5월 종군위안부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동상도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학계도 동참했다. 일본의 16개 역사연구단체는 지난 5월 ‘군위안부 등에 대한 역사왜곡’ 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일본 언론들, 특히 친아베 성향의 요미우리(讀賣)신문까지 아베 총리가 어떤 형식으로든 전후 70년 담화에 ‘사죄’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이어서 아베 총리가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사죄의 표현을 담을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그것이 문제 해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역사 왜곡 망언을 했던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치, 사회,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더 노골적이고,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현대 일본의 역사 왜곡 모습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제2· 제3의 아베 총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본의 역사왜곡 우파들은 식민지 지배, 침략이라는 잘못된 역사를 표백해서 깨끗하게 하고, 집단자위권을 행사해서 ‘대일본제국’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그러나 역사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어느 민족이나 국가든지 잘못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인종학살을 했던 독일, 흑인을 노예로 삼아 가혹하게 다루었던 미국, 원주민을 탄압했던 호주. 그들은 반성과 사죄를 통해 새로운 발전과 화합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가해자는 잊고 싶을지 몰라도, 피해자는 잊을 수 없는 것이 역사이기에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있을 때 대화합이 가능해진다. 아베 총리는 잘못된 ‘역사 콤플렉스’가 부메랑이 되어서, 자신들의 후세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후세가 끊임없이 주변국들과 갈등하고, 세계의 비판을 받고 살기를 바라는가.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단어 중 하나는 ‘폐’와 ‘수치심’이다. 일본 가정에서 자녀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과 ‘수치심을 알라’는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세계 사람들에게 더 큰 폐를 끼치고, 일본을 부끄러운 국가로 만든다는 사실을 아베 총리는 왜 깨달으려고 하지 않을까./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8-10 오대영

보편적 주거복지가 만능인가?

정부 의욕넘치는 ‘뉴스테이’민간건설사 과도한 혜택 지적입법과정부터 어려움 겪어주거복지도 선택과 집중 통해소외층 공공임대 먼저 늘리고중산층으로 서비스 확대해야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고, 전세 가격과 매매가격이 근접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의 추세가 지속되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주택을 구하기 어려운 전세 수요자들이 주택을 매수하는 쪽으로 변화하였다는 분석이다.정부는 최근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뉴스테이 정책의 핵심은 중산층에게 보편적 주거 복지의 측면에서 분양주택과 유사한 수준의 임대주택을 공급하여 장기간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도록 고급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공적지원 부문과 민간지원 부문을 결합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간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금융, 세제, 택지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민간 건설사에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제도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주거복지는 주거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주거서비스 정책이다. 종래 주거복지의 대상은 주로 사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세가 상승 등의 문제로 중산층 또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가의 주거복지 사업은 시장경제형, 사회주의형, 혼합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장경제형은 주로 사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보완 주거 서비스를 국가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주의형은 중산층까지 국가에서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혼합형은 시장경제형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보완적 지원보다는 시장 서비스와 대등한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105.96%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주택의 양적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2012년을 기준으로 자가 보유율은 61.5%인데 자가 점유율은 45.8%이다. 이는 주거와 소유의 불일치가 15.7% 정도라는 반증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주택보급률과 별개로 주거정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유형별 점유형태를 살펴보면 비아파트는 아파트 거주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현 주택시장을 면밀히 분석하여 바람직한 방향을 먼저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몸이 아플 때 치료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병명을 먼저 찾아야 하는 이유와 같다. 주거복지정책도 마찬가지이다. 현 주택시장의 전세금 상승 현상은 주택의 공급부족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수요자들의 구매능력 부족과 보유에 따른 집값 상승의 기대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시장경제에 맡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주거복지의 방향을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중산층으로 확대하여 보편적 주거복지 정책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 주택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0% 정도의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여 소외계층의 주거복지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 중산층의 보편적 주거복지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정부에서 모든 국민에게 주거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문제 해결을 통하여 국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절대적 소외계층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주거 서비스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고 보편적 주거복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7-27 소성규

중증장애인도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장애인콜택시 운행 방식지자체마다 천차만별시외인접지역 이동 불편국토부, 가이드라인 마련휠체어특장차·일반택시 병행부족하고 번거로움 해결해야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중증지체장애 1급 이모 양은 오전 9시까지 용인으로 출근하기 위해 6시 30분에 눈을 뜬다. 활동보조인이 오기 전에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준비하다 7시에 활동보조인이 오면 간단히 샤워한 후 재빨리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기 위해서다. 머리 말리기, 아침 식사 등의 채비는 콜택시가 연결되는 시간에 따라 생략하거나 간단히 해야 한다. 차로는 30분 거리지만, 8시를 넘겨서 접수하면 2~3시간을 넘게 대기하다 지각하기가 십상이다. 그렇게 전투하듯 출근해서 일과를 보낸 뒤 문득 창밖을 본다. 비가 퍼붓는다. 퇴근하기 위해 용인의 장애인 콜택시에 전화한다. 그러나 즉시콜 접수가 주 운행방식인 성남과는 달리 1주일 전 예약제인 용인의 장애인 콜택시는 “예약이 모두 완료되었다”거나 그나마 몇 안 되는 즉시콜 마저도 “접수자가 많아 오늘은 이용이 어렵다”는 답변들을 접한다. 결국 이모 양은 비바람에 전동휠체어가 다 젖은 채로 전철을 타고 퇴근한다.국내에 장애인 콜택시가 최초로 도입된 것은 2003년으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특장차 100대를 시범 운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천안과 수원 등 몇몇 지자체에서도 운행되었으며, 2005년 1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하는 지자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요금이 일반 요금의 30~50% 수준으로 많은 장애인이 이용한다.그런데 이런 장애인 콜택시의 실제 운영은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르도록 되어 있어 지역마다 운행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예약제와 즉시콜제의 차이, 운행시간, 운행요금, 시외 운행구간 등 기본적인 운영시스템은 물론, 운영하는 기관마저도 시·군의 직접 운영부터 지체장애인협회나 시내버스회사 택시사업부 등의 위탁운영에 이르기까지 각각 달라서 장애인 이용자들이 거주지 외 인접지역을 오가야 하는 경우에는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다.또한 워낙 이용자가 많다 보니 장애인들은 언제 연결될지 모르는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에 부딪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접수 민원에 응대하는 콜센터 직원은 물론 이용자를 대면하고 직접 서비스하는 콜택시 기사들과 이용자들 간의 갈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토교통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약제로 운행되는 차량과 즉시콜제로 운행되는 차량을 병행해 운영하거나 그 비율의 정도, 요금의 적정 수준, 시외운행 요금체계나 운행구간은 어떤 기준과 범위로 정해야 하는지 등을 세밀하게 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조례를 정해 운영하도록 한다면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또한 몇몇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휠체어 이용자용 특장차와 비휠체어 이용자용 일반 택시의 병행 운행’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휠체어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이용욕구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휠체어 장애인이 특장차를 이용할 경우 실제 필요한 시간에 정작 휠체어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특장차와 일반 택시를 병행 운행한다면 현재의 장애인콜택시 부족 현상을 개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제 진정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중증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당사자의 욕구가 잘 반영된 제도를 시행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실무자들은 이용자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불편함과 개선점들을 당당히 요구하되 실무진에게는 “수고한다”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세 박자가 딱 맞아 떨어질 때, 대한민국에서 중증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7-20 이준우

지역 대학과 경제 살리기

제2 판교 테크노밸리에서2017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ICT벤처기업 매년 300개 육성정부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대학·기업·지자체 ‘유기적 협력’생태계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경제연구소들이 한국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우울한 예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내수부진과 수출둔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소비부진과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일본형 저성장’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와 중국 증권시장의 폭락사태는 국제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가능성도 있다.한국 경제의 저성장 위기는 고령화, 심리적 소비위축 등에 따른 소비부진의 영향이 크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겪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중국 등 신흥 경제국들에게 붙잡힐 정도로 약해졌다는 우려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이는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선진국들도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이들을 살린 것은 신기술에 의한 산업구조 개혁이었다. 미국 경제도 20세기 후반에는 일본에 밀렸으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혁명으로 경쟁력을 되살렸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들이 나타나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여러 지역에 벤처밸리를 조성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벤처기업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시켜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벤처밸리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역의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벤처기업들의 지식공급처인 스탠퍼드 대학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트 업(start-up)국가’로 부상한 이스라엘의 수많은 벤처기업들도 대학들의 기술과 지원에서 출발했다.경제가 어려울수록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진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미국 정부는 1992년부터 정부 지원과 대학·지역사회 협력을 통해서 지역재생 모델을 만들자는 ‘커뮤니티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1994~2005년 189개 대학에 8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일본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본부는 2005년부터 ‘대학과 지역의 연계에 의한 도시재생 추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1세기 들어 낙후된 지역에서 새로운 대학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발전에 초점을 맞춘 고등교육을 육성해서 지역경제의 쇠퇴를 막고,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기술과 혁신을 제공해서 노동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지역경제에 맞는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노동력이 1%만 증가해도 생산성이 0.5%씩 증가한다고 한다.우리도 정부가 신기술단지 조성을 적극 추진하면서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2017년에 들어설 ‘제2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매년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판교 창조경제밸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판교에 건설 중인 (가칭)창조경제밸리센터에 들어서는‘그랜드 ICT연구센터’에 입주할 대학들을 신규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경제위기 탈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밸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 대학들과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서, 밸리가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역 대학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7-13 오대영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잘 운영되려면?

미성년자 양육책임 서로 미룰땐법원이 일방 결정할 수 있지만우리 미래세대 주역을 위해선서구처럼 공동양육이나국가가 나서서 양육기관 설립검토해 보는것도 괜찮을 듯# A여자는 이혼 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이혼 당시 딸의 아버지인 전 남편으로부터 매월 양육비를 지급 받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은 이런저런 이유로 딸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문제와 양육비를 두고 어느 이혼 법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로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른 한편 서로 미성년 자녀 양육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이 경우 미성년자 자녀의 양육비와 양육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법상 이혼 당사자는 자녀의 양육문제에 관하여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육에 관한 사항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양육문제를 결정한다(민법 제837조). 2009년 민법과 가사소송법 개정 때는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하여 양육비 부담조서의 작성, 재산명시 및 재산조회 제도, 담보제공 및 일시금 지급명령, 양육비 직접 지급명령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제도 활용률은 아주 낮았다.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음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쪽 입장에서 양육비를 부담하는 채무자의 주소, 재산, 소득, 직장소재지 등을 직접 파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아울러 양육비 채무자의 가정법원을 방문해서 진행되는 양육비 소송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3월 25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원했다. 한번의 양육비 신청으로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상담, 협의성립, 소송, 채권추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한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한부모가족 형태가 전체 가족형태에서 9.0%를 차지하는 현 수준에서 아주 환영할 만한 일이다.그러나 미성년자녀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성년자 양육문제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이혼 당사자 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의 문제라는 인식전환이다.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양육비 결정 또는 이행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비양육친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비양육친의 소재를 파악하다가 양육자가 신청을 취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 등의 자료요청 등을 규정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는 아주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 때문에 실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양육비 이행관리원에서 양육비가 협의 된 경우나 그렇지 않더라도 법원이 양육비 채무자에게 양육비 지급의 이행을 명하였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정부 및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법원으로부터 양육비 이행을 통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한 제재조치 문제이다. 서구사례를 살펴보면, 여권제한과 출국금지, 사회보장 급여압류·이체 등을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시행 초기 단계이지만 운전면허 정지, 여권발급 거부 같은 행정제재, 신용불량자 등재방안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현행 법제도는 부 또는 모 가운데 어느 일방이 미성년자 양육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하에서의 논의이다. 문제는 서로 양육책임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이다. 물론 현행법상으로는 법원이 어느 일방에게 양육책임을 결정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서구의 공동양육이나, 국가 주도하의 양육기관 설립을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미래세대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7-06 소성규

대한민국 미래 담보하는 청년세대에 대한 사회투자

학자금·생활비·병원비 등생계형 청년부채 탕감하거나임대주택·창업·취업 지원을그들 입장에서 전면 재조정해실업문제 스스로 해결토록 하고의견수렴 통로를 만들어 주자요 며칠 사이 청와대와 여당 간의 불협화음이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국민들의 등골은 휘어지는데 정치권은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 사이 꿈과 희망을 안고, 미래를 힘차게 개척해가야 할 청년세대들의 좌절과 낙심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지고 있다.고용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 한 해 동안 자격증 취득과 어학연수 등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한 학생이 무려 44만8천명에 달했으며 졸업 후 취업까지는 평균 1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그나마 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도 대졸 취업자 전체에서 절반(47.2%)에도 못 미치고 있다. 나머지는 취업했다고 해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수밖에 없다. 2015년 2월 청년 실업률은 11%로 사상 최대치를 이미 기록했고, 5월 현재 청년 실업자는 약 41만명, 실업률은 9.3%로 집계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평균 실업률 3.8%를 크게 뛰어넘는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하는 수치는 대체로 최소의 실태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실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층은 3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친 대학 진학률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미스 매치’ 현상을 가속화 시켰고, 이로 인해 청년 실업이 급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략 80%를 상회 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엄청난 수의 대졸 학력자들을 양산했는데 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해서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초래했고 그 결과 대졸자의 구직난이 심화 되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고령층의 정년 연장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자리 시장 확대로 청년층 일자리의 상대적 축소 현상이 청년 실업의 주범이라고 한다.이러한 진단은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청년들에 대해서는 너무 무책임한 원인 분석이다. 현실을 보자. 졸업하고 ‘눈높이를 낮추고 낮춰(?)’ 회사에 취업했더니 월급은 150만원쯤 된다. 그래도 직장이 생겼으니까 쪽방 같은 곳이지만 집은 있어야 한다. 월세로 매달 60만원씩 내고, 왔다 갔다 차비 쓰고, 난방비, 수도와 가스, 전기 사용료를 내고, 매끼 밥 사 먹고 산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은 건 좋은데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고용의 질이 좋은 자리는 벌써 다 차지해버린 기성세대가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이제는 좀 더 큰 틀에서 청년실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실업’이라는 문제 자체에만 몰입하지 말고, 대한민국 청년의 성장 잠재력에 국가와 기성세대가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에 관심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100세까지 살게 되면 현재의 청년들과 싫어도 최소 40~50년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청년의 능력을 강화 시켜서 이들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게 하여 미래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게끔 해야만 우리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당면해 있는 고용 절벽을 최대한 완화하고, 청년들에게 적극 투자해서 그들이 크게 성장해야만 향후 중장년층 고용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세대 간 상생 고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그러므로 사회 투자적인 관점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과감하게 실행하자. 이를 테면 학자금이나 생활비, 병원비 등 생계형 청년부채를 획기적으로 탕감하거나 그 해결을 위한 일정 부분의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모색해보자. 또한 청년 임대공공주택 보급 사업, 청년 창업 지원, 구직활동과 취업알선 지원을 청년들의 관점에서 전면 재조정해보자. 청년층의 실업문제를 청년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보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청년층 실업문제를 담당하는 공공기관마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자. 역사상 가장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의 젊은 세대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지원을 해보자. 그것만큼 미래를 담보하는 투자가 또 어디에 있는가?/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6-29 이준우

중년 아저씨들의 그랜드 투어

영국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실명으로 출연하는 영화다. 1965년생 동갑내기 아저씨 둘은 영국 시인 바이런과 셸리의 200년 전 발자취를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한다. 6일간 바이런이 머물렀던 집, 셸리가 요트사고로 익사한 바다, 셸리를 화장한 해변, 로마에 있는 셸리의 묘지를 방문한다. 그동안 둘은 쉬지않고 먹고 떠들어댄다. 그들이 따라간 바이런의 여행은 ‘그랜드 투어’였다. 그랜드 투어는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 특히 영국의 상류층에서 유행한 유럽여행이다. 영국의 귀족이나 자본가 등 상류계급은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해외여행을 겸해서 자식을 유럽에 보냈다. 당시 영국은 해상권을 장악하고 식민지를 확대하여 나날이 부강해졌지만 실질적 문화대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였다. 과거 로마제국 변방의 촌뜨기라는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영국 상층 계급의 부모는 자식들이 세련된 문화와 유서깊은 역사를 현장에서 배워오길 원했다. 프랑스에서 에티켓을 배우고 이탈리아에서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를 공부하는 것이 기본 코스였다. 2~3년간의 그랜드 투어를 마치고 귀국한 이들은 저서를 남겼다. 에드워드 기번은 1764년 로마를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 바이런은 장시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를 써서 “자고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다.” 한편, 가난한 지식인들은 가정교사 자격으로 그랜드 투어에 동행하여 견문을 넓혔다. ‘리바이어던’의 토마스 홉스,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가 대표적이다. 그랜드 투어는 북유럽에도 유행했다. 그랜드 투어 경험을 알차게 이용한 영국 외 여행객으로는 ‘이탈리아 기행’을 쓴 독일의 괴테, 서유럽의 공장과 박물관, 병원, 조선소 등을 둘러 본 후 서구화 정책을 추진한 러시아의 표트르 1세가 유명하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여행을 많이 하는 영국인’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그랜드 투어는 영국인들에게 의미깊은 전통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묘사된 영국 중년 아저씨들의 여행은 전통적인 영국식 그랜드 투어답지 않다. 이들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도 이탈리아를 보고 말하지 않는다. ‘돌체 비타’, ‘대부’등 자신이 보았던 이탈리아 배경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자신들이 아는 배우들의 성대모사를 즐긴다. 앨라니스 모리셋의 반항적 노래인 ‘All I really want’를 크게 들으며 신나게 시작한 여행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셸리의 죽음을 따라 가고, 폼페이 유적과 묘지를 방문하면서 그들은 죽음을 생각한다. 그들의 머릿속은 현실 문제로 꽉 차 있어서 그랜드 투어에서 새로 보고 듣고 배울 여유가 없다. 그래도 일탈을 꿈꾸며 ‘노팅힐’과 ‘로마의 휴일’의 결말을 비교해 보기도 하지만, 중년의 그들은 이미 바람직한 결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 후에는 얼른 가족과 통화해야 마음이 편하다.가진 것과 아는 것이 너무 많은 나이의 여행이란 이런 것일까. 이제 늙은 제국 영국은 그랜드 투어를 할 필요가 없어서일까. 아름다운 풍경도, ‘먹방’도 자주 등장하는데 왜 이리도 영화가 쓸쓸할까. 아마도 나는 아직은 ‘전망 좋은 방’스타일의 이탈리아 여행에 더 끌리는 것 같다./박신영 작가▲ 박신영 작가

2015-06-28 박신영

안전 넘어 위기관리

‘메르스’로 곤경에 빠진 한국국제적 진단 받을 줄이야…위기가 일상화 된 현 시대정부, 사전 예방·관리 위해서는변화 예측과 대비 능력 키우고국민도 위기관리 의식 높여야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국민이 큰 상처를 입었는데, 올해는 멀리 중동에서 온 바이러스로 20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는 처음부터 잘 대처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형 사고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항상 인재(人災)라는 말을 듣는다. 안전 관리를 잘못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나 관리기관의 문제를 꼬집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안전의식 부재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느낀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 계단이나 큰 도로의 횡단보도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저러다 사고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우리 국민들의 안전 의식이 그리 높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앞만 보고 달려온 것과도 관련이 깊다.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 살면서 남보다 빨리 많은 것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은 무시해왔다. 성장이 가져오는 성과를 위해 안전 비용은 치러야할 대가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전보다는 ‘빨리빨리’를 더 중시했다. 또한 5천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침략을 당하면서 나라를 빼앗겨본 참담함까지 겪었고, 지금도 북한과 대립하는 삶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사건이나 사고에는 무덤덤해진 문화적 배경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안전 관리를 넘어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를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전이 현재 중심적이라면, 위기는 미래지향적이다. 현대에는 국제화, 지구온난화, 자연파괴, 기술의 발달로 예측불가능한 위기가 많아졌다. 지구 한곳에서 벌어진 일로 지구 전체가 순식간에 위기에 몰리는 세상이 되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은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우리도 이미 서구의 금융위기가 발생시킨 국제 금융위기로 수차례 어려움을 당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명저 <총, 균, 쇠>에서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를 서술했지만,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은 2002~2003년에 국제적으로 7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거의 없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예방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2년뒤 한국이 ‘중동 감기’로 심각한 곤경에 처해서 국제적인 진단과 처방을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위기관리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정부 내에 위기관리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대학에서는 위기관리 학문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나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초보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위기관리 부재’로 지적하기도 한다. 위기관리는 미래 예측 능력이다. 위기는 변화에서 나온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면 흥하고, 늦으면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철기, 총포 등 선진문화를 빨리 습득한 민족은 발전했고, 그렇지 못한 민족은 망했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변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위기관리는 정부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위기관리 의식이 높아질 때 우리 사회에 위기관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고령화 시대, 만성화된 실업시대를 맞아 일반인들도 전에 없던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 안전한 노후와 3모작 인생시대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도 뛰어난 위기관리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6-22 오대영

성년후견제도 시행은 잘되고 있는가?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다양한 후견인 지정 예상정부·변호사·사회복지사 등전문가단체와 지자체는노인장기 요양보험과 함께제도 정착위해 유기적 협조 필요“그래서 말인데, 사실은 이번에 어머니 문제로 급히 나왔다 들어가는 길입니다. 부탁 드리고자 하는 일은 저의 어머니와 관련된 것입니다.” “상속이나 증여 사건이로군요?” “그런 게 아니라” “변호사님이 저 대신 가끔 면회를 가 주시고 요양원 측에서 제대로 돌보는지 혹시 요양원이 모르는 새 다른 분들로부터 왕따나 폭행을 당하시지는 않는지, 이런 것들을 챙겨주실 수 있을까 해서 뵙자고 했습니다”. 김진명 장편소설 “싸드(THHAD)”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미국에 사는 아들이 변호사에게 어머니의 후견을 맡기는 대화이다.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하는 제도(민법 제9조)이다.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종류의 후견인 지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런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국민들은 어느 정도일까? 이 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본인과 배우자를 포함한 그 가족들이 많을 것이다. 공익을 위하여 검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년후견 개시 판단은 가정법원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법원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있다. 성년후견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이곳 가정법원만으로 성년후견 판단이 가능할까? 프랑스의 경우 후견판사들의 업무가 폭주하다 보니 제대로 사건을 검토하지 못하여 후견결정을 많이 하게 되어 재정의 부족을 초래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성년후견 사건을 검토하지 못하여 성년후견이 꼭 필요한 치매노인 및 정신적, 지적 장애인들의 성년후견 신청을 기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인력 양성과 중장기적으로 성년후견 전담 법원을 검토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을 이용하려는 치매노인 및 지적 장애인과 그 가족, 후견인, 후견감독인, 법관 등 수많은 사람과 단체가 관련되어 있다.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성년후견인의 업무영역은 재산관리에서 신상보호의 영역까지 확대되어 있다. 기존 사회복지 담당 행정공무원과 성년후견인 사이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은 이 제도시행의 성패를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성년후견제도에서 가장 요소중의 하나는 후견인 양성이다. 성년후견인은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세무사 등 전문적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전문인력 양성에서 공인중개사를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외국의 경우 성년후견제의 소요 비용 절감을 위하여 자원봉사의 시민후견인 양성을 활성화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성년후견제도 시행에서 지방자치단체 상황은 어떨까? 경기도 연천군의 경우 성년후견제도가 알려지면서 장애인에 대하여 2014년 12월말 6명, 2105년 현재 3명에 대하여 후견인 지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기도는 2014년 5월 2일 “경기도 성년후견제도 이용지원에 관한 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했고, 서울특별시 양천구 의회는 2014년 11월 17일 “서울특별시 양천구 성년후견제도 이용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성년후견제 운영을 위한 예산지원 등 성년후견제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복지예산을 따질지 모르겠다.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이념은 본인의 의사와 잔존능력의 존중이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등을 비롯한 중앙정부,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등 각종 전문가 단체, 각 지방자치단체 등은 노인장기 요양보험과 함께 고령사회 복지를 위한 중요한 요소인 성년후견제도 정착을 위해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6-15 소성규

신속·효과적 위기 대처가 그리운 현실

‘메르스 사태’ 정부 대응은질병관리본부 전담인력 확충지역별 병원지정 격리 치료환자 수용병원 고충정책 수립투명한 정보공개로국민불안감 해소 적극 나서야‘메르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 간 소통도 문제거니와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도 못한 채 그야말로 우왕좌왕하는 진면모를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줬다. 무능한 정부의 실상이 고스란히 재연된 것이다. 범국가적인 재난이나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이번에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 때나 2009년 ‘신종플루’ 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해도 해도’ 너무 허술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경우에는 전염성 질환이 확산한다면 엄청난 재앙으로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현행 재난안전관리기본법 등에 의해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국무총리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에서 이뤄지는 정부 차원의 접근은 가동하기까지의 의사결정 소요시간이 과도하게 길어서 실제 문제 해결에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조처를 하려 할 때는 이미 확산일로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더 신속한 대응전략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보다 견고한 ‘전염성 질환 차단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안전망’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보건의료 체계들은 획기적으로 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단지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 수준이 아닌 근본적인 예방과 효과적인 초기 대응이 강력하게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 실제로 ‘사스’와 ‘신종플루’에 이어서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6년마다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반복될지 누구도 알 수 없음에 주목해야 한다. 예방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시에는 신속하면서도 효과적인 초기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처럼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고 실질적인 특단의 대책도 부재하면 결국은 국민의 불안감만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무엇보다도 우선, 현재 2~3명에 불과한 질병관리본부의 전염성 질환 전담인력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문제가 터지고 난 뒤에 수습할 인력으로서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들 인력을 통해 상시적인 예방과 건강관리교육,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 등에 대한 연구조사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각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전염성 질병 예방 및 관리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나가야 한다. 그런 후 이들 전문가가 관할 지역의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계몽과 교육, 다양한 예방사업을 병행해야 한다.다음으로는 지역별로 전염병 대비 전용 병원을 지정하거나 설치함과 동시에 격리병실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이미 이 세상은 촘촘히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차단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전염병이 무서운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전염병은 그 가능성이 아주 낮아도 정부가 신속히 개입해서 격리 등의 조치로 확산을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철저한 격리에 기초한 치료가 요구된다. 하루라도 빨리 격리치료를 위한 시설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이를 위해서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전염병 환자를 수용하는 민간병원의 고충을 염두에 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격리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병원의 경우 다른 환자들이 오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병원 경영에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마지막으로 투명한 정보공개와 발빠른 소통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정직과 신뢰가 깨어진 정부의 말은 그 말의 내용이 아무리 현란하고 결연해도 국민들의 가슴에는 공허함만 가져다준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2015-06-08 이준우

창의적 인재 육성

스펙대신 능력 더 중시하려는사회분위기 조금씩 변화대기업·공기업들도 전문분야 경력 소유자 선호전문가되려는 노력 확산창의적 인재 탄생 기대 가져지금 대학생들에 비하면 50대 세대는 엉터리 대학생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시국 문제로 인해 대학에서 휴강하는 일이 잦았고, 좋은 학점 따거나 영어 공부하는데 열중하기 보다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는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다. 학점 관리부터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쌓아야 하는 스펙의 종류도 계속 늘어서 ‘취업 스펙 9종 세트’라는 말도 나왔다.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 입상·인턴경력·성형수술·사회봉사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마따나 우리 학생들은 실력이 있고, 경험도 많고, 잘 생기고, 인성도 좋은 모범생에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스펙을 만들기 위해 1년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측은하기도 하다.그런데 학생들을 보면서 가끔 “50대 세대는 대학시절, 지금 학생들보다 많이 부족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물론 지금의 대학생들은 50대 세대보다 더 착실하고,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50대 세대에 비해 그들이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넓고 깊게 생각하는 사고력과 자기만의 생각이다. 우리 학생들이 너무 바쁘게, 그리고 동시에 많은 것을 해야 하다 보니 하나를 제대로 해볼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50대 세대는 비록 대학시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다양한 스펙도 쌓지 못했지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할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갖고 있었다. 당시 대학에는 동아리 형태의 각종 학회가 많았고, 많은 학생들은 친구들과 세미나 형태의 독서클럽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서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갔다.깊이있는 사고력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으로 직결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현상 중심의 기술보다는 현상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인재가 더 요구된다.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아무리 현상이 빨리 변해도 쉽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는 사물의 기본 이치를 배우는 철학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자연의 기본 이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현상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주도하는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융·복합을 강조하면서, 특히 인문학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현상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격화된 팔방미인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취업문화가 절실하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특성화 인재를 육성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대학에 대해 당장 써먹을 사람을 키워달라고 요구하고, 학생에게는 스펙쌓기를 ‘강요’한다면 진정한 인재 육성은 어렵다.그나마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스펙 대신 능력을 더 중시하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탈 스펙’을 선언했고,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전국 11개 지역에서 취업박람회를 주관하거나 후원하는데,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도 열린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13년부터 지원자격 기준을 폐지하고 스펙 사항을 면접관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수학강사·의류사업자·핸드볼 국가대표 상비군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뽑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면 우리 학생들이 스펙쌓기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우리 사회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늘어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6-01 오대영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위한 ‘통일경제특구’ 설치

‘통일경제 특구법’은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지자체 차원 특구 유치전너무 과열땐 본말 전도 우려통일정책적으로 해결해야지특정지역지원법 접근하면 안돼‘북한지역 곳곳에 군사분계선 이남지역 ××지역 ○○공단 근로자 모집공고’가 붙었다. 매일 아침 북한에서 남한지역으로 출근하는 근로자가 있다. 이 공단에는 북측 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기숙사가 설치되어 있다. 공단 운동장에는 남북한 근로자가 함께하는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다. 이렇게 남북한 근로자가 함께 하는 공단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북한 개성공단에 대응한 남한지역 공단을 생각해 본 것이다.이런 공단설치를 위한 입법안이 제17대 국회 임태희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되었다. 이후 제18대 국회에서도 4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기상조 등 여러가지 이유로 국회 회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적이 있다.제19대 국회에서는 2012년 6월부터 2013년 8월 사이에 6건의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황진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2. 6. 13), 윤후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2. 7. 6), 김영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교류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3. 5), 정문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일경제관광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5. 16), 김현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화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5. 22), 한기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철원평화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8. 16) 등이다.6건 의원발의 입법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접경지역 및 인근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입법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통일경제특구법으로 불리고 있다. 입법을 발의한 의원들의 지역발전만을 위한 법안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통일은 접경지역만의 문제인가? 라고 반문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통일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각양각색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통일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고 한다. 남북한 주민들의 경제공동체 실현을 미리 준비해 보자는 것이 바로 통일경제특구다.6개 법안의 입법목적은 한결같이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이라고 하고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입법목적이다. 그런데 각론에서 일부 이견이 있다. 즉, 통일경제특구가 만들어질 때 구체적으로 특구지정의 주체 및 운영을 통일부로 할 것인가? 국토교통부로 할 것인가? 남북 근로자의 임금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관리는? 다른 특구와의 차별성은? 접경지역에만 특구를 지정할 것인가? 예산확보는? 군사관련법보다 통일경제특구법을 왜 우선해야 하는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근로자를 남한지역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 북한에 그 정도의 인력은 있을까?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제17대, 제18대 국회와는 달리, 제19대 국회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접점을 찾아 가고 있는 모양새다.통일경제특구법은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법의 대원칙에 따르면 된다. 어느 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는가는 해당 지역에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 차원의 특구유치를 위한 너무 가열된 유치전은 통일경제특구의 본말을 전도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지역 지원입법으로 접근하면 안된다.통일경제특구법은 통일정책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남북한 통합경제 체제로서 한반도 신성장동력 경제특구지역을 조성함으로써 중국의 동북공정 전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통일경제특구로 인해 통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 꿈은 꾸어야,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5-25 소성규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시대

국회의원들은 여야 떠나계류중인 많은 법안빨리 논의해 통과시켜야 한다눈물 흘리는 민초들과 공감하고소통하기 위해서라도정치권이 해야할 책무 이기에…편리한 세상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소통이 가능하다. 금융 결제며 각종 자료 수집도 어렵지 않게 척척 해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나 사고 소식은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으로 움직여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부터 손에 드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사람들은 온통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 국민들만큼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는 ‘불통’, 즉 ‘소통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얼마 전 야당의 최고위원회의 때에 드러난 막말과 퇴장, 생뚱맞은 노래, 빈정대며 쏟아내는 말들은 ‘불통’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여당과 야당,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간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협화음도 가히 요지경이다. 사회 지도층부터 소통이 안 되니까 가정과 개인도 소통이 안 되기는 매한가지가 되고 말았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부부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진정성 있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미안하지만 대한민국은 소통 부재 사회다. 소통을 못 하니까 공감능력 또한 상실하고 말았다. 공감이 없어지니까 그 자리를 냉담함이 채우고 있다. 까칠하고 냉소적인 경향이 커지고 있다.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자기’라는 폐쇄회로 속에 확고히 갇혀 버린 채,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느라 분주하다. 아무도 서로를 향해 걷지 않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광장’의 인물들처럼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가지만 누구를 향해 가지는 않게 되었다. 심지어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 사랑마저도 사랑의 대상을 고통스럽게 한다. 최승호 시인이 ‘오징어 3’에서 한탄했던 내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진정성이 결여된 소통으로 가득 찬 정보사회는 ‘존경’과 ‘배려’를 없애 버린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존경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교수와 교사도, 종교인들도 과거에 비해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존경은 공공성의 초석을 이루는 핵심인데, 이렇게 존경심이 사라지면 공공성도 무너진다. 존경심은 또한 이름과 결부되어 있다. 익명성과 존경은 양립할 수 없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촉진되고 있는 익명의 소통은 존경심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며 조심성 없고 존중할 줄 모르는 무례한 문화를 확산시킨다. 이를테면 ‘악플’의 폭력성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과 존경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름은 존재를 나타내는 유리창이다. 그래서 신뢰란 이름에 대한 믿음으로 정의할 수 있다. 책임을 지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또한 이름에 대한 신뢰로 출발한다.디지털 시스템에 기초한 소통은 사랑의 접촉이 결핍된 기형적인 정보사회를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상대와 이 세계는 더 이상 온전한 대면이 아니다. 화면이라는 중간 매개체를 통해 만나는 접속에 불과하다. 그와 같은 접속에는 인간의 온기도 없고, 생생한 숨소리를 맡거나 들을 수도 없다. 단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의 세계를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가상 세계가 진정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왜 우리가 그토록 애쓰고 노력해서 정보사회를 구축해 왔는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우리가 그토록 몰입해왔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신뢰와 존경이 디지털 매체에 의해 종속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더 이상은 안 된다. 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계는 공감능력이 없다. 공감이 있는 소통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을 사랑으로 연결할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 보자! 그러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것 아닌가? 제발 부탁드린다.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국민의 심정을 공감하고 제대로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그 많은 법안을 조속히 논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공무원 연금도 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눈물 흘리는 민초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에서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는 반드시 해야 한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5-18 이준우

스마트폰 노예가 되어가는 인간

사람 만남과 대화 단절시키는스마트폰 중독 폐해 심각꼭 필요한 문명이지만잠시나마 인간사회 느낄수 있게가정에 ‘수거 바구니’ 비치‘탈 스마트폰 시간’ 만들어 보자스마트폰은 인간의 생활에 대혁명을 가져왔다. 스마트폰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여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기능을 제공한다. 인간은 작은 기계를 통해 세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물론 정보 검색, 게임, 사진과 동영상 촬영, 건강 체크, 금융거래 등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만물상자다.그러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편리함 때문에 인간은 점차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간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먹통 인생’이 되어 불안해한다. 지하철 문화도 스마트폰에 점령당했다. 지하철 안은 스마트폰에 몰입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심지어 러시아워의 만원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복잡한 계단을 다니면서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전 문제가 걱정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중독자도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4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10∼19세 청소년 가운데 3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해있었다. 실상은 더할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 중 하나는 구속과 단절이다. 스마트폰에 사로잡히면 인간이 내면의 세계를 돌아보고, 사람과의 인간적인 만남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온라인 세계는 확장되었지만, 오프라인의 세계는 매우 좁아 들고 있다. 가정에서도 대화 단절의 주범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이런 폐해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2년 전 이스라엘에서 만난 유대인 교수들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안식일 저녁에 모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밤늦게까지 같이 지내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날은 모든 가족이 스마트폰을 집에서 준비한 ‘스마트폰 바구니’에 보관한 뒤 잊고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해외로 자원봉사활동을 갈 기회가 있는데, 그때는 학생들로부터 스마트폰을 수거한다. 목적은 ‘통신료 폭탄’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다른 효과가 더 크다. 학생들이 대화를 많이 하고 친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흥이 생긴다. 당연히 봉사활동의 효과도 높아진다. 어쩌다 스마트폰을 돌려주면 모두가 각자의 세계로 빠져들고, 개인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지도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교수들도 정부기관 등의 외부 심사를 위해 인터넷 사용이 금지된 장소에서 장기 합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 주관기관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부터 가져간다. 하루 이틀은 정보 단절에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끼지만, 사흘째부터는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그리고 모처럼 자신만의 생활, 함께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게 된다.인터넷 중독자였던 독일 기자가 6개월간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고 체험한 이야기를 쓴 책이 있다. 결론은 인간 생활로의 복귀였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온다. 지난달 청주의 미술인들이 디지털 사회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한 ‘로그 아웃’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최근 경의선 열차 안에서 고등학생들과 ‘희망독서 열차’ 독서캠페인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는 학생들로부터 따뜻한 인간사회를 느꼈다는 반응이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스마트폰이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럴수록 잠시나마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지는 ‘탈 디지털 문화’가 더욱 필요해진다. 우선 우리 가정부터 ‘스마트폰 바구니’를 만들고, ‘로그 아웃 시간’을 정해보자.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5-11 오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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