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중증장애인도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장애인콜택시 운행 방식지자체마다 천차만별시외인접지역 이동 불편국토부, 가이드라인 마련휠체어특장차·일반택시 병행부족하고 번거로움 해결해야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중증지체장애 1급 이모 양은 오전 9시까지 용인으로 출근하기 위해 6시 30분에 눈을 뜬다. 활동보조인이 오기 전에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준비하다 7시에 활동보조인이 오면 간단히 샤워한 후 재빨리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기 위해서다. 머리 말리기, 아침 식사 등의 채비는 콜택시가 연결되는 시간에 따라 생략하거나 간단히 해야 한다. 차로는 30분 거리지만, 8시를 넘겨서 접수하면 2~3시간을 넘게 대기하다 지각하기가 십상이다. 그렇게 전투하듯 출근해서 일과를 보낸 뒤 문득 창밖을 본다. 비가 퍼붓는다. 퇴근하기 위해 용인의 장애인 콜택시에 전화한다. 그러나 즉시콜 접수가 주 운행방식인 성남과는 달리 1주일 전 예약제인 용인의 장애인 콜택시는 “예약이 모두 완료되었다”거나 그나마 몇 안 되는 즉시콜 마저도 “접수자가 많아 오늘은 이용이 어렵다”는 답변들을 접한다. 결국 이모 양은 비바람에 전동휠체어가 다 젖은 채로 전철을 타고 퇴근한다.국내에 장애인 콜택시가 최초로 도입된 것은 2003년으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특장차 100대를 시범 운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천안과 수원 등 몇몇 지자체에서도 운행되었으며, 2005년 1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하는 지자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요금이 일반 요금의 30~50% 수준으로 많은 장애인이 이용한다.그런데 이런 장애인 콜택시의 실제 운영은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르도록 되어 있어 지역마다 운행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예약제와 즉시콜제의 차이, 운행시간, 운행요금, 시외 운행구간 등 기본적인 운영시스템은 물론, 운영하는 기관마저도 시·군의 직접 운영부터 지체장애인협회나 시내버스회사 택시사업부 등의 위탁운영에 이르기까지 각각 달라서 장애인 이용자들이 거주지 외 인접지역을 오가야 하는 경우에는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다.또한 워낙 이용자가 많다 보니 장애인들은 언제 연결될지 모르는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에 부딪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접수 민원에 응대하는 콜센터 직원은 물론 이용자를 대면하고 직접 서비스하는 콜택시 기사들과 이용자들 간의 갈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토교통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약제로 운행되는 차량과 즉시콜제로 운행되는 차량을 병행해 운영하거나 그 비율의 정도, 요금의 적정 수준, 시외운행 요금체계나 운행구간은 어떤 기준과 범위로 정해야 하는지 등을 세밀하게 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조례를 정해 운영하도록 한다면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또한 몇몇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휠체어 이용자용 특장차와 비휠체어 이용자용 일반 택시의 병행 운행’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휠체어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이용욕구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휠체어 장애인이 특장차를 이용할 경우 실제 필요한 시간에 정작 휠체어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특장차와 일반 택시를 병행 운행한다면 현재의 장애인콜택시 부족 현상을 개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제 진정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중증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당사자의 욕구가 잘 반영된 제도를 시행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실무자들은 이용자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불편함과 개선점들을 당당히 요구하되 실무진에게는 “수고한다”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세 박자가 딱 맞아 떨어질 때, 대한민국에서 중증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7-20 이준우

지역 대학과 경제 살리기

제2 판교 테크노밸리에서2017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ICT벤처기업 매년 300개 육성정부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대학·기업·지자체 ‘유기적 협력’생태계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경제연구소들이 한국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우울한 예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내수부진과 수출둔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소비부진과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일본형 저성장’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와 중국 증권시장의 폭락사태는 국제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가능성도 있다.한국 경제의 저성장 위기는 고령화, 심리적 소비위축 등에 따른 소비부진의 영향이 크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겪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중국 등 신흥 경제국들에게 붙잡힐 정도로 약해졌다는 우려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이는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선진국들도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이들을 살린 것은 신기술에 의한 산업구조 개혁이었다. 미국 경제도 20세기 후반에는 일본에 밀렸으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혁명으로 경쟁력을 되살렸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들이 나타나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여러 지역에 벤처밸리를 조성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벤처기업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시켜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벤처밸리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역의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벤처기업들의 지식공급처인 스탠퍼드 대학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트 업(start-up)국가’로 부상한 이스라엘의 수많은 벤처기업들도 대학들의 기술과 지원에서 출발했다.경제가 어려울수록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진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미국 정부는 1992년부터 정부 지원과 대학·지역사회 협력을 통해서 지역재생 모델을 만들자는 ‘커뮤니티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1994~2005년 189개 대학에 8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일본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본부는 2005년부터 ‘대학과 지역의 연계에 의한 도시재생 추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1세기 들어 낙후된 지역에서 새로운 대학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발전에 초점을 맞춘 고등교육을 육성해서 지역경제의 쇠퇴를 막고,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기술과 혁신을 제공해서 노동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지역경제에 맞는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노동력이 1%만 증가해도 생산성이 0.5%씩 증가한다고 한다.우리도 정부가 신기술단지 조성을 적극 추진하면서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2017년에 들어설 ‘제2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매년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판교 창조경제밸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판교에 건설 중인 (가칭)창조경제밸리센터에 들어서는‘그랜드 ICT연구센터’에 입주할 대학들을 신규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경제위기 탈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밸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 대학들과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서, 밸리가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역 대학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7-13 오대영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잘 운영되려면?

미성년자 양육책임 서로 미룰땐법원이 일방 결정할 수 있지만우리 미래세대 주역을 위해선서구처럼 공동양육이나국가가 나서서 양육기관 설립검토해 보는것도 괜찮을 듯# A여자는 이혼 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이혼 당시 딸의 아버지인 전 남편으로부터 매월 양육비를 지급 받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은 이런저런 이유로 딸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문제와 양육비를 두고 어느 이혼 법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로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른 한편 서로 미성년 자녀 양육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이 경우 미성년자 자녀의 양육비와 양육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법상 이혼 당사자는 자녀의 양육문제에 관하여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육에 관한 사항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양육문제를 결정한다(민법 제837조). 2009년 민법과 가사소송법 개정 때는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하여 양육비 부담조서의 작성, 재산명시 및 재산조회 제도, 담보제공 및 일시금 지급명령, 양육비 직접 지급명령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제도 활용률은 아주 낮았다.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음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쪽 입장에서 양육비를 부담하는 채무자의 주소, 재산, 소득, 직장소재지 등을 직접 파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아울러 양육비 채무자의 가정법원을 방문해서 진행되는 양육비 소송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3월 25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원했다. 한번의 양육비 신청으로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상담, 협의성립, 소송, 채권추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한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한부모가족 형태가 전체 가족형태에서 9.0%를 차지하는 현 수준에서 아주 환영할 만한 일이다.그러나 미성년자녀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성년자 양육문제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이혼 당사자 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의 문제라는 인식전환이다.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양육비 결정 또는 이행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비양육친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비양육친의 소재를 파악하다가 양육자가 신청을 취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 등의 자료요청 등을 규정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는 아주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 때문에 실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양육비 이행관리원에서 양육비가 협의 된 경우나 그렇지 않더라도 법원이 양육비 채무자에게 양육비 지급의 이행을 명하였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정부 및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법원으로부터 양육비 이행을 통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한 제재조치 문제이다. 서구사례를 살펴보면, 여권제한과 출국금지, 사회보장 급여압류·이체 등을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시행 초기 단계이지만 운전면허 정지, 여권발급 거부 같은 행정제재, 신용불량자 등재방안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현행 법제도는 부 또는 모 가운데 어느 일방이 미성년자 양육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하에서의 논의이다. 문제는 서로 양육책임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이다. 물론 현행법상으로는 법원이 어느 일방에게 양육책임을 결정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서구의 공동양육이나, 국가 주도하의 양육기관 설립을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미래세대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7-06 소성규

대한민국 미래 담보하는 청년세대에 대한 사회투자

학자금·생활비·병원비 등생계형 청년부채 탕감하거나임대주택·창업·취업 지원을그들 입장에서 전면 재조정해실업문제 스스로 해결토록 하고의견수렴 통로를 만들어 주자요 며칠 사이 청와대와 여당 간의 불협화음이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국민들의 등골은 휘어지는데 정치권은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 사이 꿈과 희망을 안고, 미래를 힘차게 개척해가야 할 청년세대들의 좌절과 낙심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지고 있다.고용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 한 해 동안 자격증 취득과 어학연수 등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한 학생이 무려 44만8천명에 달했으며 졸업 후 취업까지는 평균 1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그나마 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도 대졸 취업자 전체에서 절반(47.2%)에도 못 미치고 있다. 나머지는 취업했다고 해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수밖에 없다. 2015년 2월 청년 실업률은 11%로 사상 최대치를 이미 기록했고, 5월 현재 청년 실업자는 약 41만명, 실업률은 9.3%로 집계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평균 실업률 3.8%를 크게 뛰어넘는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하는 수치는 대체로 최소의 실태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실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층은 3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친 대학 진학률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미스 매치’ 현상을 가속화 시켰고, 이로 인해 청년 실업이 급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략 80%를 상회 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엄청난 수의 대졸 학력자들을 양산했는데 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해서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초래했고 그 결과 대졸자의 구직난이 심화 되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고령층의 정년 연장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자리 시장 확대로 청년층 일자리의 상대적 축소 현상이 청년 실업의 주범이라고 한다.이러한 진단은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청년들에 대해서는 너무 무책임한 원인 분석이다. 현실을 보자. 졸업하고 ‘눈높이를 낮추고 낮춰(?)’ 회사에 취업했더니 월급은 150만원쯤 된다. 그래도 직장이 생겼으니까 쪽방 같은 곳이지만 집은 있어야 한다. 월세로 매달 60만원씩 내고, 왔다 갔다 차비 쓰고, 난방비, 수도와 가스, 전기 사용료를 내고, 매끼 밥 사 먹고 산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은 건 좋은데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고용의 질이 좋은 자리는 벌써 다 차지해버린 기성세대가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이제는 좀 더 큰 틀에서 청년실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실업’이라는 문제 자체에만 몰입하지 말고, 대한민국 청년의 성장 잠재력에 국가와 기성세대가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에 관심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100세까지 살게 되면 현재의 청년들과 싫어도 최소 40~50년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청년의 능력을 강화 시켜서 이들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게 하여 미래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게끔 해야만 우리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당면해 있는 고용 절벽을 최대한 완화하고, 청년들에게 적극 투자해서 그들이 크게 성장해야만 향후 중장년층 고용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세대 간 상생 고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그러므로 사회 투자적인 관점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과감하게 실행하자. 이를 테면 학자금이나 생활비, 병원비 등 생계형 청년부채를 획기적으로 탕감하거나 그 해결을 위한 일정 부분의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모색해보자. 또한 청년 임대공공주택 보급 사업, 청년 창업 지원, 구직활동과 취업알선 지원을 청년들의 관점에서 전면 재조정해보자. 청년층의 실업문제를 청년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보자.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청년층 실업문제를 담당하는 공공기관마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자. 역사상 가장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의 젊은 세대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지원을 해보자. 그것만큼 미래를 담보하는 투자가 또 어디에 있는가?/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6-29 이준우

중년 아저씨들의 그랜드 투어

영국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실명으로 출연하는 영화다. 1965년생 동갑내기 아저씨 둘은 영국 시인 바이런과 셸리의 200년 전 발자취를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한다. 6일간 바이런이 머물렀던 집, 셸리가 요트사고로 익사한 바다, 셸리를 화장한 해변, 로마에 있는 셸리의 묘지를 방문한다. 그동안 둘은 쉬지않고 먹고 떠들어댄다. 그들이 따라간 바이런의 여행은 ‘그랜드 투어’였다. 그랜드 투어는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 특히 영국의 상류층에서 유행한 유럽여행이다. 영국의 귀족이나 자본가 등 상류계급은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해외여행을 겸해서 자식을 유럽에 보냈다. 당시 영국은 해상권을 장악하고 식민지를 확대하여 나날이 부강해졌지만 실질적 문화대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였다. 과거 로마제국 변방의 촌뜨기라는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영국 상층 계급의 부모는 자식들이 세련된 문화와 유서깊은 역사를 현장에서 배워오길 원했다. 프랑스에서 에티켓을 배우고 이탈리아에서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를 공부하는 것이 기본 코스였다. 2~3년간의 그랜드 투어를 마치고 귀국한 이들은 저서를 남겼다. 에드워드 기번은 1764년 로마를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 바이런은 장시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를 써서 “자고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다.” 한편, 가난한 지식인들은 가정교사 자격으로 그랜드 투어에 동행하여 견문을 넓혔다. ‘리바이어던’의 토마스 홉스,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가 대표적이다. 그랜드 투어는 북유럽에도 유행했다. 그랜드 투어 경험을 알차게 이용한 영국 외 여행객으로는 ‘이탈리아 기행’을 쓴 독일의 괴테, 서유럽의 공장과 박물관, 병원, 조선소 등을 둘러 본 후 서구화 정책을 추진한 러시아의 표트르 1세가 유명하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여행을 많이 하는 영국인’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그랜드 투어는 영국인들에게 의미깊은 전통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묘사된 영국 중년 아저씨들의 여행은 전통적인 영국식 그랜드 투어답지 않다. 이들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도 이탈리아를 보고 말하지 않는다. ‘돌체 비타’, ‘대부’등 자신이 보았던 이탈리아 배경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자신들이 아는 배우들의 성대모사를 즐긴다. 앨라니스 모리셋의 반항적 노래인 ‘All I really want’를 크게 들으며 신나게 시작한 여행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셸리의 죽음을 따라 가고, 폼페이 유적과 묘지를 방문하면서 그들은 죽음을 생각한다. 그들의 머릿속은 현실 문제로 꽉 차 있어서 그랜드 투어에서 새로 보고 듣고 배울 여유가 없다. 그래도 일탈을 꿈꾸며 ‘노팅힐’과 ‘로마의 휴일’의 결말을 비교해 보기도 하지만, 중년의 그들은 이미 바람직한 결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 후에는 얼른 가족과 통화해야 마음이 편하다.가진 것과 아는 것이 너무 많은 나이의 여행이란 이런 것일까. 이제 늙은 제국 영국은 그랜드 투어를 할 필요가 없어서일까. 아름다운 풍경도, ‘먹방’도 자주 등장하는데 왜 이리도 영화가 쓸쓸할까. 아마도 나는 아직은 ‘전망 좋은 방’스타일의 이탈리아 여행에 더 끌리는 것 같다./박신영 작가▲ 박신영 작가

2015-06-28 박신영

안전 넘어 위기관리

‘메르스’로 곤경에 빠진 한국국제적 진단 받을 줄이야…위기가 일상화 된 현 시대정부, 사전 예방·관리 위해서는변화 예측과 대비 능력 키우고국민도 위기관리 의식 높여야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국민이 큰 상처를 입었는데, 올해는 멀리 중동에서 온 바이러스로 20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는 처음부터 잘 대처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형 사고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항상 인재(人災)라는 말을 듣는다. 안전 관리를 잘못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나 관리기관의 문제를 꼬집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안전의식 부재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느낀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 계단이나 큰 도로의 횡단보도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저러다 사고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우리 국민들의 안전 의식이 그리 높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앞만 보고 달려온 것과도 관련이 깊다.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 살면서 남보다 빨리 많은 것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은 무시해왔다. 성장이 가져오는 성과를 위해 안전 비용은 치러야할 대가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전보다는 ‘빨리빨리’를 더 중시했다. 또한 5천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침략을 당하면서 나라를 빼앗겨본 참담함까지 겪었고, 지금도 북한과 대립하는 삶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사건이나 사고에는 무덤덤해진 문화적 배경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안전 관리를 넘어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를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전이 현재 중심적이라면, 위기는 미래지향적이다. 현대에는 국제화, 지구온난화, 자연파괴, 기술의 발달로 예측불가능한 위기가 많아졌다. 지구 한곳에서 벌어진 일로 지구 전체가 순식간에 위기에 몰리는 세상이 되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은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우리도 이미 서구의 금융위기가 발생시킨 국제 금융위기로 수차례 어려움을 당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명저 <총, 균, 쇠>에서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를 서술했지만,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은 2002~2003년에 국제적으로 7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거의 없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예방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2년뒤 한국이 ‘중동 감기’로 심각한 곤경에 처해서 국제적인 진단과 처방을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위기관리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정부 내에 위기관리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대학에서는 위기관리 학문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나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초보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위기관리 부재’로 지적하기도 한다. 위기관리는 미래 예측 능력이다. 위기는 변화에서 나온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면 흥하고, 늦으면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철기, 총포 등 선진문화를 빨리 습득한 민족은 발전했고, 그렇지 못한 민족은 망했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변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위기관리는 정부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위기관리 의식이 높아질 때 우리 사회에 위기관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고령화 시대, 만성화된 실업시대를 맞아 일반인들도 전에 없던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 안전한 노후와 3모작 인생시대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도 뛰어난 위기관리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6-22 오대영

성년후견제도 시행은 잘되고 있는가?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다양한 후견인 지정 예상정부·변호사·사회복지사 등전문가단체와 지자체는노인장기 요양보험과 함께제도 정착위해 유기적 협조 필요“그래서 말인데, 사실은 이번에 어머니 문제로 급히 나왔다 들어가는 길입니다. 부탁 드리고자 하는 일은 저의 어머니와 관련된 것입니다.” “상속이나 증여 사건이로군요?” “그런 게 아니라” “변호사님이 저 대신 가끔 면회를 가 주시고 요양원 측에서 제대로 돌보는지 혹시 요양원이 모르는 새 다른 분들로부터 왕따나 폭행을 당하시지는 않는지, 이런 것들을 챙겨주실 수 있을까 해서 뵙자고 했습니다”. 김진명 장편소설 “싸드(THHAD)”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미국에 사는 아들이 변호사에게 어머니의 후견을 맡기는 대화이다.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하는 제도(민법 제9조)이다.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종류의 후견인 지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런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국민들은 어느 정도일까? 이 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본인과 배우자를 포함한 그 가족들이 많을 것이다. 공익을 위하여 검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년후견 개시 판단은 가정법원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법원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있다. 성년후견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이곳 가정법원만으로 성년후견 판단이 가능할까? 프랑스의 경우 후견판사들의 업무가 폭주하다 보니 제대로 사건을 검토하지 못하여 후견결정을 많이 하게 되어 재정의 부족을 초래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성년후견 사건을 검토하지 못하여 성년후견이 꼭 필요한 치매노인 및 정신적, 지적 장애인들의 성년후견 신청을 기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인력 양성과 중장기적으로 성년후견 전담 법원을 검토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을 이용하려는 치매노인 및 지적 장애인과 그 가족, 후견인, 후견감독인, 법관 등 수많은 사람과 단체가 관련되어 있다.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성년후견인의 업무영역은 재산관리에서 신상보호의 영역까지 확대되어 있다. 기존 사회복지 담당 행정공무원과 성년후견인 사이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은 이 제도시행의 성패를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성년후견제도에서 가장 요소중의 하나는 후견인 양성이다. 성년후견인은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세무사 등 전문적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전문인력 양성에서 공인중개사를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외국의 경우 성년후견제의 소요 비용 절감을 위하여 자원봉사의 시민후견인 양성을 활성화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성년후견제도 시행에서 지방자치단체 상황은 어떨까? 경기도 연천군의 경우 성년후견제도가 알려지면서 장애인에 대하여 2014년 12월말 6명, 2105년 현재 3명에 대하여 후견인 지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기도는 2014년 5월 2일 “경기도 성년후견제도 이용지원에 관한 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했고, 서울특별시 양천구 의회는 2014년 11월 17일 “서울특별시 양천구 성년후견제도 이용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성년후견제 운영을 위한 예산지원 등 성년후견제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복지예산을 따질지 모르겠다.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이념은 본인의 의사와 잔존능력의 존중이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등을 비롯한 중앙정부,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등 각종 전문가 단체, 각 지방자치단체 등은 노인장기 요양보험과 함께 고령사회 복지를 위한 중요한 요소인 성년후견제도 정착을 위해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6-15 소성규

신속·효과적 위기 대처가 그리운 현실

‘메르스 사태’ 정부 대응은질병관리본부 전담인력 확충지역별 병원지정 격리 치료환자 수용병원 고충정책 수립투명한 정보공개로국민불안감 해소 적극 나서야‘메르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 간 소통도 문제거니와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도 못한 채 그야말로 우왕좌왕하는 진면모를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줬다. 무능한 정부의 실상이 고스란히 재연된 것이다. 범국가적인 재난이나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이번에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 때나 2009년 ‘신종플루’ 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해도 해도’ 너무 허술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경우에는 전염성 질환이 확산한다면 엄청난 재앙으로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현행 재난안전관리기본법 등에 의해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국무총리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에서 이뤄지는 정부 차원의 접근은 가동하기까지의 의사결정 소요시간이 과도하게 길어서 실제 문제 해결에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조처를 하려 할 때는 이미 확산일로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더 신속한 대응전략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보다 견고한 ‘전염성 질환 차단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안전망’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보건의료 체계들은 획기적으로 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단지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 수준이 아닌 근본적인 예방과 효과적인 초기 대응이 강력하게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 실제로 ‘사스’와 ‘신종플루’에 이어서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6년마다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반복될지 누구도 알 수 없음에 주목해야 한다. 예방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시에는 신속하면서도 효과적인 초기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처럼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고 실질적인 특단의 대책도 부재하면 결국은 국민의 불안감만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무엇보다도 우선, 현재 2~3명에 불과한 질병관리본부의 전염성 질환 전담인력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문제가 터지고 난 뒤에 수습할 인력으로서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들 인력을 통해 상시적인 예방과 건강관리교육,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 등에 대한 연구조사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각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전염성 질병 예방 및 관리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나가야 한다. 그런 후 이들 전문가가 관할 지역의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계몽과 교육, 다양한 예방사업을 병행해야 한다.다음으로는 지역별로 전염병 대비 전용 병원을 지정하거나 설치함과 동시에 격리병실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이미 이 세상은 촘촘히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차단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전염병이 무서운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전염병은 그 가능성이 아주 낮아도 정부가 신속히 개입해서 격리 등의 조치로 확산을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철저한 격리에 기초한 치료가 요구된다. 하루라도 빨리 격리치료를 위한 시설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이를 위해서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전염병 환자를 수용하는 민간병원의 고충을 염두에 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격리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병원의 경우 다른 환자들이 오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병원 경영에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마지막으로 투명한 정보공개와 발빠른 소통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정직과 신뢰가 깨어진 정부의 말은 그 말의 내용이 아무리 현란하고 결연해도 국민들의 가슴에는 공허함만 가져다준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2015-06-08 이준우

창의적 인재 육성

스펙대신 능력 더 중시하려는사회분위기 조금씩 변화대기업·공기업들도 전문분야 경력 소유자 선호전문가되려는 노력 확산창의적 인재 탄생 기대 가져지금 대학생들에 비하면 50대 세대는 엉터리 대학생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시국 문제로 인해 대학에서 휴강하는 일이 잦았고, 좋은 학점 따거나 영어 공부하는데 열중하기 보다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는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다. 학점 관리부터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쌓아야 하는 스펙의 종류도 계속 늘어서 ‘취업 스펙 9종 세트’라는 말도 나왔다.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 입상·인턴경력·성형수술·사회봉사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마따나 우리 학생들은 실력이 있고, 경험도 많고, 잘 생기고, 인성도 좋은 모범생에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스펙을 만들기 위해 1년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측은하기도 하다.그런데 학생들을 보면서 가끔 “50대 세대는 대학시절, 지금 학생들보다 많이 부족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물론 지금의 대학생들은 50대 세대보다 더 착실하고,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50대 세대에 비해 그들이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넓고 깊게 생각하는 사고력과 자기만의 생각이다. 우리 학생들이 너무 바쁘게, 그리고 동시에 많은 것을 해야 하다 보니 하나를 제대로 해볼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50대 세대는 비록 대학시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다양한 스펙도 쌓지 못했지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할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갖고 있었다. 당시 대학에는 동아리 형태의 각종 학회가 많았고, 많은 학생들은 친구들과 세미나 형태의 독서클럽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서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갔다.깊이있는 사고력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으로 직결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현상 중심의 기술보다는 현상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인재가 더 요구된다.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아무리 현상이 빨리 변해도 쉽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는 사물의 기본 이치를 배우는 철학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자연의 기본 이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현상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주도하는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융·복합을 강조하면서, 특히 인문학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현상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격화된 팔방미인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취업문화가 절실하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특성화 인재를 육성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대학에 대해 당장 써먹을 사람을 키워달라고 요구하고, 학생에게는 스펙쌓기를 ‘강요’한다면 진정한 인재 육성은 어렵다.그나마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스펙 대신 능력을 더 중시하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탈 스펙’을 선언했고,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전국 11개 지역에서 취업박람회를 주관하거나 후원하는데,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도 열린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13년부터 지원자격 기준을 폐지하고 스펙 사항을 면접관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수학강사·의류사업자·핸드볼 국가대표 상비군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뽑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면 우리 학생들이 스펙쌓기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우리 사회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늘어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6-01 오대영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위한 ‘통일경제특구’ 설치

‘통일경제 특구법’은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지자체 차원 특구 유치전너무 과열땐 본말 전도 우려통일정책적으로 해결해야지특정지역지원법 접근하면 안돼‘북한지역 곳곳에 군사분계선 이남지역 ××지역 ○○공단 근로자 모집공고’가 붙었다. 매일 아침 북한에서 남한지역으로 출근하는 근로자가 있다. 이 공단에는 북측 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기숙사가 설치되어 있다. 공단 운동장에는 남북한 근로자가 함께하는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다. 이렇게 남북한 근로자가 함께 하는 공단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북한 개성공단에 대응한 남한지역 공단을 생각해 본 것이다.이런 공단설치를 위한 입법안이 제17대 국회 임태희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되었다. 이후 제18대 국회에서도 4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기상조 등 여러가지 이유로 국회 회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적이 있다.제19대 국회에서는 2012년 6월부터 2013년 8월 사이에 6건의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황진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2. 6. 13), 윤후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2. 7. 6), 김영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교류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3. 5), 정문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일경제관광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5. 16), 김현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화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5. 22), 한기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철원평화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2013. 8. 16) 등이다.6건 의원발의 입법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접경지역 및 인근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입법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통일경제특구법으로 불리고 있다. 입법을 발의한 의원들의 지역발전만을 위한 법안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통일은 접경지역만의 문제인가? 라고 반문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통일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각양각색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통일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고 한다. 남북한 주민들의 경제공동체 실현을 미리 준비해 보자는 것이 바로 통일경제특구다.6개 법안의 입법목적은 한결같이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이라고 하고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입법목적이다. 그런데 각론에서 일부 이견이 있다. 즉, 통일경제특구가 만들어질 때 구체적으로 특구지정의 주체 및 운영을 통일부로 할 것인가? 국토교통부로 할 것인가? 남북 근로자의 임금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관리는? 다른 특구와의 차별성은? 접경지역에만 특구를 지정할 것인가? 예산확보는? 군사관련법보다 통일경제특구법을 왜 우선해야 하는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근로자를 남한지역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 북한에 그 정도의 인력은 있을까?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제17대, 제18대 국회와는 달리, 제19대 국회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접점을 찾아 가고 있는 모양새다.통일경제특구법은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법의 대원칙에 따르면 된다. 어느 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는가는 해당 지역에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 차원의 특구유치를 위한 너무 가열된 유치전은 통일경제특구의 본말을 전도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지역 지원입법으로 접근하면 안된다.통일경제특구법은 통일정책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남북한 통합경제 체제로서 한반도 신성장동력 경제특구지역을 조성함으로써 중국의 동북공정 전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통일경제특구로 인해 통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 꿈은 꾸어야,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5-25 소성규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시대

국회의원들은 여야 떠나계류중인 많은 법안빨리 논의해 통과시켜야 한다눈물 흘리는 민초들과 공감하고소통하기 위해서라도정치권이 해야할 책무 이기에…편리한 세상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소통이 가능하다. 금융 결제며 각종 자료 수집도 어렵지 않게 척척 해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나 사고 소식은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으로 움직여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부터 손에 드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사람들은 온통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 국민들만큼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는 ‘불통’, 즉 ‘소통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얼마 전 야당의 최고위원회의 때에 드러난 막말과 퇴장, 생뚱맞은 노래, 빈정대며 쏟아내는 말들은 ‘불통’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여당과 야당,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간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협화음도 가히 요지경이다. 사회 지도층부터 소통이 안 되니까 가정과 개인도 소통이 안 되기는 매한가지가 되고 말았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부부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진정성 있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미안하지만 대한민국은 소통 부재 사회다. 소통을 못 하니까 공감능력 또한 상실하고 말았다. 공감이 없어지니까 그 자리를 냉담함이 채우고 있다. 까칠하고 냉소적인 경향이 커지고 있다.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자기’라는 폐쇄회로 속에 확고히 갇혀 버린 채,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느라 분주하다. 아무도 서로를 향해 걷지 않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광장’의 인물들처럼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가지만 누구를 향해 가지는 않게 되었다. 심지어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 사랑마저도 사랑의 대상을 고통스럽게 한다. 최승호 시인이 ‘오징어 3’에서 한탄했던 내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진정성이 결여된 소통으로 가득 찬 정보사회는 ‘존경’과 ‘배려’를 없애 버린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존경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교수와 교사도, 종교인들도 과거에 비해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존경은 공공성의 초석을 이루는 핵심인데, 이렇게 존경심이 사라지면 공공성도 무너진다. 존경심은 또한 이름과 결부되어 있다. 익명성과 존경은 양립할 수 없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촉진되고 있는 익명의 소통은 존경심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며 조심성 없고 존중할 줄 모르는 무례한 문화를 확산시킨다. 이를테면 ‘악플’의 폭력성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과 존경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름은 존재를 나타내는 유리창이다. 그래서 신뢰란 이름에 대한 믿음으로 정의할 수 있다. 책임을 지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또한 이름에 대한 신뢰로 출발한다.디지털 시스템에 기초한 소통은 사랑의 접촉이 결핍된 기형적인 정보사회를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상대와 이 세계는 더 이상 온전한 대면이 아니다. 화면이라는 중간 매개체를 통해 만나는 접속에 불과하다. 그와 같은 접속에는 인간의 온기도 없고, 생생한 숨소리를 맡거나 들을 수도 없다. 단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의 세계를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가상 세계가 진정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왜 우리가 그토록 애쓰고 노력해서 정보사회를 구축해 왔는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우리가 그토록 몰입해왔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신뢰와 존경이 디지털 매체에 의해 종속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더 이상은 안 된다. 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계는 공감능력이 없다. 공감이 있는 소통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을 사랑으로 연결할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 보자! 그러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것 아닌가? 제발 부탁드린다.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국민의 심정을 공감하고 제대로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그 많은 법안을 조속히 논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공무원 연금도 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눈물 흘리는 민초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에서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는 반드시 해야 한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5-18 이준우

스마트폰 노예가 되어가는 인간

사람 만남과 대화 단절시키는스마트폰 중독 폐해 심각꼭 필요한 문명이지만잠시나마 인간사회 느낄수 있게가정에 ‘수거 바구니’ 비치‘탈 스마트폰 시간’ 만들어 보자스마트폰은 인간의 생활에 대혁명을 가져왔다. 스마트폰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여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기능을 제공한다. 인간은 작은 기계를 통해 세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물론 정보 검색, 게임, 사진과 동영상 촬영, 건강 체크, 금융거래 등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만물상자다.그러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편리함 때문에 인간은 점차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간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먹통 인생’이 되어 불안해한다. 지하철 문화도 스마트폰에 점령당했다. 지하철 안은 스마트폰에 몰입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심지어 러시아워의 만원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복잡한 계단을 다니면서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전 문제가 걱정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중독자도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4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10∼19세 청소년 가운데 3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해있었다. 실상은 더할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 중 하나는 구속과 단절이다. 스마트폰에 사로잡히면 인간이 내면의 세계를 돌아보고, 사람과의 인간적인 만남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온라인 세계는 확장되었지만, 오프라인의 세계는 매우 좁아 들고 있다. 가정에서도 대화 단절의 주범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이런 폐해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2년 전 이스라엘에서 만난 유대인 교수들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안식일 저녁에 모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밤늦게까지 같이 지내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날은 모든 가족이 스마트폰을 집에서 준비한 ‘스마트폰 바구니’에 보관한 뒤 잊고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해외로 자원봉사활동을 갈 기회가 있는데, 그때는 학생들로부터 스마트폰을 수거한다. 목적은 ‘통신료 폭탄’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다른 효과가 더 크다. 학생들이 대화를 많이 하고 친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흥이 생긴다. 당연히 봉사활동의 효과도 높아진다. 어쩌다 스마트폰을 돌려주면 모두가 각자의 세계로 빠져들고, 개인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지도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교수들도 정부기관 등의 외부 심사를 위해 인터넷 사용이 금지된 장소에서 장기 합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 주관기관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부터 가져간다. 하루 이틀은 정보 단절에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끼지만, 사흘째부터는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그리고 모처럼 자신만의 생활, 함께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게 된다.인터넷 중독자였던 독일 기자가 6개월간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고 체험한 이야기를 쓴 책이 있다. 결론은 인간 생활로의 복귀였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온다. 지난달 청주의 미술인들이 디지털 사회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한 ‘로그 아웃’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최근 경의선 열차 안에서 고등학생들과 ‘희망독서 열차’ 독서캠페인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는 학생들로부터 따뜻한 인간사회를 느꼈다는 반응이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스마트폰이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럴수록 잠시나마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지는 ‘탈 디지털 문화’가 더욱 필요해진다. 우선 우리 가정부터 ‘스마트폰 바구니’를 만들고, ‘로그 아웃 시간’을 정해보자.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5-11 오대영

발전소-주변지역 주민 지속가능한 상생방안

전력난 해소위해 지역별 추진주민 기피심해 지원사업 활발심의회 매년 투명한 재원배분 지자체 갈등중재자 역할 중요정보공개·주민참여 확대할땐민주적 로컬거버넌스로 ‘윈윈’최근 전력난 해소를 위해 지역별로 여러 종류의 발전소가 건립되거나, 추진 중에 있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선호시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는 존재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주법)에서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발주법에 의한 지원사업에는 기본지원사업, 특별지원사업, 홍보사업, 그 밖에 주변지역의 발전, 환경·안전관리와 전원개발의 촉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조사·연구 활동을 포함한다) 등이 있다(발주법 제10조).기본지원사업은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거나 설치될 시점으로부터 반지름 5㎞ 이내의 육지 및 섬지역이 속하는 읍·면·동”으로 한정하고 있다. 1989년 법 제정당시에는 민원이 주로 발전소 반경 4~6㎞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변지역의 범위를 5㎞로 결정했다. 그러나 5㎞ 주변지역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입법이 논의중이다. 하지만 전기요금 상승과 맞물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특별지원사업은 “발전소가 건설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주변지역과 그 특별자치도·시·군 및 자치구 지역에 대해 시행하는 지원사업”이다. 발전소 주변지역 5㎞에 한정하지 않고, 주변지역이 속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지역에 대해 시행할 수 있다.이런 발전소별 지원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발전소별로 주변지역 지원사업 심의 지역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주민복지지원사업과 소득증대사업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원사업 결정에서 모든 지역주민들이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관이나 지역주민 협의회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수립된 장기계획하에서 매년 심의회서 사업별로 재원을 배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이 선호하는 사업중의 하나는 전기요금보조사업과 육영사업이다. 기본지원사업중 전기요금보조사업과 육영사업은 발전사업자가 시행한다(발주법 시행령 제19조).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시행요령’ 제14조에 의하면, 전기요금보조사업은 연간 총 기본지원사업비가 20억원 이상인 발전소 주변지역에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지역에 다수의 발전소가 입지하게 됨에 따라 해당지역이 중첩적으로 발전소 주변지역으로 지정되어 기본지원사업비의 총액이 20억원을 상회하는 경우에도 전기요금보조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지원사업에서 보다 중요한 것의 하나는 발전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자세전환이다.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문제 또한 정부의 전력산업 정책과 맞물려 진행된다. 사실상 지방정부의 역할은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역차원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갈등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만으로도 미연에 최소화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편에서 발전사업자와의 관계를 재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통 발전사업자는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실질적인 이해관계자인 주민 보다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많다. 그 이유는 추진과정에서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화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단체장과의 대화가 손쉽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종종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편이 아니라 사업자의 편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발전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와 조직, 자금 등이 취약한 지역주민들에게 지방정부가 행·재정적, 법률적 지원 등을 통해 함께 하는 적극적인 자세전환이 필요하다. 단체장의 의지가 맞물리면 실질적 상생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 정보공개 확대, 능동적 주민참여 보장, 지방의회의 다양한 소통과 혁신 노력, 발전회사의 지역친화형 기업모형 개발을 통한 민주적 로컬거버넌스가 구축된다면 발전소와 주변지역 주민간의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방안이 될 것이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5-04 소성규

장애인복지를 통해 통일의 물꼬 트기

평양에 장애인복지관과직업재활시설을 설치남한의 우수한 복지프로그램북한 전문가에 전수하는장애인복지 지원사업으로꽉막힌 남북관계 개선 어떨까통일은 구호나 정치적인 수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강력한 열망을 한반도라는 삶의 현장에서 풀어내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삶의 어떤 영역이든, 그곳이 크든 작든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고 현실화시켜야만 한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조국이 분단된 지가 벌써 7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과 남한으로 쪼개졌으나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한민족이다. 비록 정치와 이념, 언어, 문화 등 삶의 모습들이 점점 더 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말이 통하고 아직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생활방식도 일정 부분 유사하다.당연하지만 숙고해 보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북이나 남측 모두 사회적 취약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열악한 삶에 처해 있는 장애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남북한 모두 청각 장애인은 수화를 언어로 쓰고 있고,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사용한다.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지적장애인의 외형적 모습과 사회성도 유사하다. 그동안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북녘 장애인들의 실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장애인복지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테면 1998년에 조선불구자지원협회라는 장애인단체가 설립되어 장애인 실태조사, 재활용품 지원, 재활치료 등을 실시하였으며, 2003년에는 장애인 존중과 권익보장을 규정한 ‘장애자보호법’을 채택하여 국제사회에 장애인용품 지원을 요청하는 등 과거의 일방적인 장애인 억압정책에서 다소 탈피하여 장애인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더욱이 2013년 7월 3일에는 ‘장애인권리협약’에도 서명하였다. 이유야 어쨌든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다는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장애인 문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다른 문제들에 비해 장애인 문제가 정치적인 영향을 덜 받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애인의 인권 문제에 대한 조치들이 대외적으로 인권 존중이라는 선전 효과를 높이면서 내부적으로도 북한 체제 유지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북한의 장애인권리협약 서명 이면에는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숨어 있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은 오히려 이를 북한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적게는 78만명에서 많게는 200만명이나 되는 북한 장애인들의 삶은 매우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북한 장애인들에 대한 권리 보장과 사회 복지적인 지원은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과 함께 북한 장애인들의 인권 개선 및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장애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민족으로서 언젠가는 통일을 이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남북한 모두 장애인 문제는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하는 민족의 사명임을 인식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남북한 간의 정치 상황 변동과 무관하게 북한 장애인들의 생존권,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장애인 지원 사업을 꾸준히 감당해 온 몇몇 선구적인 NGO들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 NGO를 적극 활용하여 북한 장애인을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대북지원 사업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박근혜 정부는 통일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가진 것으로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취해지는 구체적인 행동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장애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민심을 통일을 향한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북한 사회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에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은 그 어떤 명분보다도 중요하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장애인복지 지원 사업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평양에 장애인복지관과 직업재활시설을 설치하고 남한의 우수한 장애인복지 프로그램을 아낌없이 북한의 전문가들에게 전수해주면 어떨까? 북한도 장애인을 지원하겠다고 하면 마음을 열지 않을까? 너무 순진하다고? 조건 없이 장애인을 지원해 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 방산 비리 등으로 술술 새어나가는 국민의 혈세만 막아도 이건 해 볼만한 일이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4-27 이준우

정조(正祖)의 대동론(大同論)

대동(大同)이란 무엇인가? 이는 모든 백성이 크게 하나가 된다는 말이다. 백성에게 있어 대동이란 말은 신분과 경제의 차별을 극복하여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와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이다. 대동(大同)의 이념을 확대하여 사회적 실천으로 확대한 대동사회(大同社會) 구현은 조선시대 내내 주요한 이념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념적으로 우선이었지만 실질적 정책의 우선과제는 아니었다. 그런 사회에서 대동사회를 위해 노력한 국왕은 단연 정조(正祖)였다. 정조는 자신의 애민정신을 그의 좌우명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정조 좌우명의 첫째는 입지(立志)이다. 뜻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목표를 정하여 나아가는 것이고 기(氣)를 통솔하는 것으로, 모든 근간(根幹)이 되는 것이다. 그 뜻이 있는 연후에야 그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지를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둘째는 이치를 밝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만물에 대한 이치를 밝히는 것이 바로 군주가 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였다.셋째는 거경(居敬)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경(敬)으로 자신의 행동을 연마하여 백성들을 편안하게 한다’ 하였고, 자사(子思)는 말하기를, ‘공경을 돈독히 하면 천하가 태평하여진다’ 하였다. 그래서 정조는 학문과 역사 즉 세상에 대한 공경을 높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넷째는 하늘을 본받는 것이다. 하늘은 그것이 바로 도(道)인데, 중정(中正)하고 순수(純粹)한 것이 하늘의 도라고 할 수 있다. 정조는 ‘역경(易經)’의 ‘하늘의 운행은 꾸준한 것이므로 군자(君子)가 이를 본받아 쉬지 않고 스스로 노력한다’고 했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하늘을 본받는 것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다섯째는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조는 간언을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다스리고 천하의 선한 말을 나오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상서(商書)’에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임금은 간언을 따르면 성스러워진다’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간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여섯째는 학교(學校)를 일으키는 것이다. 학교를 다시 일으켜 백성을 똑똑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백성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일곱째는 인재를 기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국왕이 총명하고 국정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혼자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조는 인재 육성의 중요성과 훈련된 그들을 기용하여 나라를 위해 쓰는 것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여덟째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국왕은 곧 백성의 부모이니 백성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홉째 검소를 숭상하는 것이다. 정조는 ‘역경(易經)’의 ‘절제에 의거 법도를 만들어서 재화(財貨)를 낭비하지 않으며 백성을 해치지도 않는다’ 는 말과 ‘사치로 인한 폐해가 천재(天災)보다도 더 심하다’는 말의 의미를 늘 가슴 깊이 생각하고 검소함을 추구하였다. 그가 무명옷을 입은 군주, 반찬 3가지 이상을 먹지 않은 군주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검소함을 숭상해야 한다는 좌우명을 실천하였기 때문이다.이와 같은 정조의 좌우명은 국정운영자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국가 지도자들이 정조의 좌우명을 본받아서 실천하여 억울함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란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5-04-26 김준혁

전후세대 일본정계의 우경화

동아시아 화합 해치고갈등·불신 확산시키는 요인한·중은 물론 미국과 독일까지일본의 역사인식 우려하는 이유우리는 더욱 지속적인 대응과치열하고 전략적으로 맞서야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産經) 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총리 관저에서 면담하고 위로했다. 가토 전 서울지국장은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칼럼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독신인 박 대통령이 ‘국정개입 문건 의혹 사건’으로 유명해진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출국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최근 출국정지 해제로 귀국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고생했다. 재판이 계속되니 앞으로도 건강을 조심하라”며 그를 위로했다. 한국 정부의 출국정지 조치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던 일본 정부의 수장으로서는 그를 불러서 위로하는 퍼포먼스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행동에서 한국에 매우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인상을 받은 사람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일본 언론에서 산케이 신문의 위상은 매우 약하다. 일본의 3대 신문에도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산케이 신문이 우리나라에서 악명높은 이유는 매우 우파적이고, 때로는 극우적인 태도로 일본 극우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종군위안부를 비롯한 역사문제에서 왜곡 주장을 일삼고, 독도 문제에서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는다. 그런 산케이 신문의 가토 전 지국장은 이웃나라의 원수에 대해 흑색선전 수준의 소문을 썼다. 그가 이런 칼럼을 쓴 이면에는 역사와 독도 문제로 아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망신주고 싶은 산케이 신문의 의중이 담겨있었을 것이다.그런 가토 전 지국장을 아베 총리가 직접 만나서 위로하고, 일본 언론에 보도까지 했다는 것은 산케이 신문을 지지하고,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를 갖는다. 향후 아베 총리가 산케이 신문과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더욱 저돌적인 행보를 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1954년생인 아베 총리는 일본 역사에서 태평양 전쟁 이후에 출생한 첫 총리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이웃나라와 세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억지 주장으로 영토분쟁을 일으키려는 아베 총리의 행동은 상당한 우려를 낳는다. 아베 총리의 행동은 이전 총리들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에도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왜곡 망언과 행동은 많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비판하면 일본의 총리들은 자중하고, 비교적 이웃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역사 왜곡 막말을 하는 장관은 사임하는 경우가 많았다.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대부 역할을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는 총리였던 2001년 8월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대표적 종교기관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중국이 거세게 비판하자, 그해 10월 한국을 방문해서 냉각사태를 풀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과거 일제 침략전쟁 시대에 태어나서 한국·중국에 대해 나름대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관계를 중시하는 정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일본 정계는 전후(戰後)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일본 전후 세대에서는 “왜 할아버지, 부모 세대의 잘못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 “이만큼 사과하면 됐지, 어디까지 사과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잘못된 역사 교육과 일본 우파들의 영향이다.아베 총리는 전후 세대의 선두 주자지만, 그의 뒤에는 더 많은 전후 세대가 있다. 그들 중에는 ‘또 다른 아베’, 어쩌면 ‘아베보다 더한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국민들도 전후세대가 주류가 되면서 우경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계의 이런 분위기는 동아시아의 화합을 저해하고, 갈등과 불신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중국은 물론 미국·독일 등까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우려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역사문제에 대해 지속적이고, 치열하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부딪쳐야 한다. 불행한 역사를 망각하면 불행한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되기 때문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4-20 오대영

구제역 해법, 살처분 위주 방역방법 적절한가?

공무원 과로·스트레스로 사망예기치 못한 사태 발생매몰로 지하수오염·악취 등2차 환경문제도 야기철저한 검증 통해효율적 방역체계 구축해야지난해 말부터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장기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로인해 3월까지 경기지역 8개 시 50여개 농가에서 돼지 약 3만5천마리가 살처분 되었다. 같은 기간 경북에서도 5개 시·군 약 4만마리의 돼지를 매몰 처분하였다.행정자치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구제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백서’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전국적으로 전파된 구제역으로 인해 소 약 15만마리, 돼지 약 330만마리, 기타 사슴과 염소 등을 합쳐 약 350만 마리를 살처분하였다. 살처분 보상비를 비롯한 농가 지원금액 등을 포함하여 정부재정에서 직접 지출된 비용만 3조1천759억원에 달한다.사람에게도 전염성을 지닌 조류독감(AI)과 달리 구제역은 사람에 전파되는 질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과 관련하여 이토록 많은 개체를 살처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병의 전파를 조속히 차단하고자 500m 또는 3㎞ 이내의 가축에 대해서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살처분을 통한 규제방식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논란, 대량 매몰에 따른 침출수 등 환경오염 문제, 보상비용의 적절성 문제, 동물복지 및 윤리적 차원의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가축의 살처분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등 가축전염병의 발생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전염력이 매우 높아 대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될 때 확산 방지 및 조기 근절을 위해 감염동물과 감염의 위험을 지닌 가축을 사전에 도살하는 조치이다. 이처럼 질병에 걸린 가축을 살처분하는 방역방법은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란치시 칙령(Lancisi’s Recommandation)’이라고도 불리는 살처분은 18세기 당시 로마 교황이었던 클레멘트 11세(Papa Clemente XI)가 전염병으로 인해 소가 떼죽음을 당하자, 자신의 주치의였던 란치시(G. M. Lancisi)에게 그 해결책을 찾으라고 지시한 데서 유래하였다. 당시 란치시는 가축의 전염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의 하나로 병든 가축을 도살하여 석회를 뿌려 매장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당시 비교적 빠르게 전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축전염병예방법 역시 제1종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의심되는 경우, 살처분 및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폐사한 가축을 매몰 또는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 발병 현황을 보며, 일정 거리 내의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는 현행 방법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초기에는 유효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빠른 속도로 국내 곳곳에 확산 된 상황에서는 유효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발생농가 인근에 매몰지를 선정하고, 살처분 보상금의 지급 지연이라든가 매몰비용을 농가가 부담토록 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치 등 여러 부담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은폐나 불성실 신고 시에는 방역의 효과를 사실상 얻기 어려울 수 있다. 2011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전파되어 살처분 업무가 가중됨으로써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사망하는 등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일부 환경단체는 생매장 등 살처분 방법에 비윤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살처분한 가축을 대규모로 매몰함으로써 발생하는 지하수 오염이나 토양오염, 악취 등 2차적인 환경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환경부가 조사한 구제역 매몰지 주변 지하수 모니터링 결과 전체 4천500여개의 구제역 매몰지 가운데 약 30%가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등 오염우려지역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가축전염병예방법상 가축 매몰지는 3년간 발굴 금지되지만 3년이 지난 후에는 이들 부지를 활용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기존 방역대의 적정성, 살처분의 경제적·윤리적 타당성, 매몰방식의 환경적 타당성, 소독약품의 효과 등에 대한 검증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방역 체계 구축을 논의할 때이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4-06 소성규

청년이 다시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

성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잘 산다는 것, 행복한 삶이어떤 것인지 고민할 때다젊은이들이 하고 싶은것할 수 있도록 기회 주고투자해야 미래가 보인다울적해 졌다. 연구실에 있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동네 목욕탕에 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한참이나 담갔다가 나왔는데도 영 개운치 않다. 자꾸만 자식 같은 내 제자들이 아른거린다. 졸업을 앞둔 학부 4학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박사과정에서 죽으라고 학위논문 쓰고 있는 풀타임 대학원생 제자들이 가슴에 짠하게 들어온다. 온갖 정성으로 가르쳤던 내 아이들이 졸업한 후에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만들어 주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마음에 속이 타들어 간다. 보내고 싶어도 보낼 곳이 마땅찮은 현실에서 한숨만 터져 나온다.비약적인 경제성장에 비해 사회구성원들에게 성장의 결실이 골고루 분배되는 데에는 여전히 미흡한 우리 사회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의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뜩이나 더 암울하게 하고 있다. 단지 체감하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청년 실업률은 11.1%로 1999년 7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이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 대기업만 선호한다고 투덜댄다. 한 발 더 나가 스펙이나 학력은 좋은데도 정작 직장에서 요구하는 업무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말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년이 연장되어야 하고, 고령사회에서 노인 일자리사업이 더 크게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임금 피크제 없이 정년 연장을 하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청년실업을 가중한다는 고민까지 함께 논의하는 경우는 드물어 보인다.결과적으로 지금 한국사회의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청년들의 희생을 담보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은 철저하게 성장의 시대를 살아왔다. 강박관념에 가까운 성장 중심의 경제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장만 말했고, 그 대가로 오늘날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손에 쥐었다. 악착같이 일해서 경제성장에 이바지하였다. 문제는 지금은 성장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향후 급격한 경제성장은 가능하지 않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도 여전할 것이다. 오히려 삶의 질도 점점 더 나빠질 수 있다. 성장 없는 사회가 꽤 오랫동안 지속할 전망이다.그런데도 성장만을 강조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범하는 큰 죄악이다. 이제는 성장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을 성찰해야 할 때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한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의과대학’에 가고, 로스쿨이나 좋은 대학에 가거나 대기업에 취업해야만 성공했다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 신명 나게 할 수 있는 것을 꿈꾸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삶은 열정을 찾는 것, 모험에 나서는 것, 새로운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것임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한다. 청년들의 꿈과 비전을 세워 줄 미래에 대한 삶의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청년들이 시도하고 실현해 내도록 격려해야 한다.청년들의 내면에 미처 있는 줄도 몰랐던 가능성이 한계 앞에서 드디어 꽃으로 피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고작 200만~300만원 지원할 요량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고 생색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청년 창업 지역사회’ 같은 커뮤니티를 ‘세종시’ 정도 규모로 조성하고, ‘안심대출’과 같은 청년 창업자금을 유망한 청년 창업자 1인에게 최소한 2억~3억원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물론 대출기준도 잘 정해야 하고, 창업 및 경영 컨설팅도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1만명 청년 창업가를 양성해 보자.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와 대학이 손을 맞잡고 우리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최선의 투자를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삼성이나 LG·SK 등과 같은 대기업에서 대략 1천억원 정도씩 내놓으면 어떨까? 경제위기에 금가락지 다 꺼내던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이러한 사회적 시너지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투자하면 미래는 그들이 책임진다. 생각보다 우리 청년들, 잘할 수 있다. 돈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남는 사업일 것이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5-03-30 이준우

김영란법과 학교 촌지

정치인들 교육문제 지나치게포퓰리즘적 대처한다는 느낌촌지문제 해결하는데교사와 학부모 잡범 수준으로몰아 가는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 범하는꼴예로부터 가르치는 사람은 ‘스승’으로 많은 존경을 받았는데, 요즘은 선생님이 ‘잠재적인 범죄집단’이 된 느낌이다. 정치인들이 통과시킨 ‘김영란 법’에서는 처벌 대상에 언론인과 선생님들을 공적인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포함시켜 위헌 논쟁이 한창이다. 언론인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언론 탄압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지만, 선생님을 위한 옹호의 목소리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더니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발표한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에서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교사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교사가 촌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수수액의 10배, 최고 1억원까지 포상금을 준다고 한다. 포상금을 노리고 선생님을 감시하는 파파라치도 등장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대해서는 찬성론과 반대론이 있다. 찬성론자들은 학교의 촌지문화 척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반대론자들은 교사 집단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간다고 비판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교육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촌지 문제는 올바른 교육을 왜곡시키는 학교 현장의 비리이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찬성한다. 그럼에도 김영란법과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을 보면 정치인들이 교육문제를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울시교육감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선출직이기 때문에 실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인들과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1분짜리 청렴 서울교육 홍보 동영상을 배포했다. 여자 어린이가 교실에서 울고 있는데, 그때 학교 안 곳곳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음흉스럽게 웃으면서 촌지와 선물을 주고받는 동영상이다. 어린이는 촌지 문제로 상처 입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나치다는 비판 논란이 일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 언론에서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과 같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운전이 존경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남을 가르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든지 존경을 받는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듯이, 가르치는 일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의 인생도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아직도 부모 말은 믿지 않아도 선생님 말은 믿는 학생들이 많다.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일부 있을지는 몰라도,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은 어린 제자들을 위해 밤낮으로 애를 쓰고 있다. 최근 헬기사고가 난 가거도와 같은 낙도나 산골에서도 선생님들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선생님들의 교육력은 자긍심과 교육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 그런 선생님들을 모두 ‘예비 범죄인’으로 묘사해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에 무슨 도움이 될까. 그것을 본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부모를 어떻게 생각할까. 선생님에 대한 학생의 신뢰도가 없으면 교육효과는 매우 낮아지거나 없어진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생각하는 어린 학생들의 실망감이 가져올 폐해는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오래 전부터 촌지문제가 두려워 스승의 날에 문을 닫는 학교가 많은 나라에서, 자긍심을 빼앗기고 자괴감만 갖게 된 선생님들이 과연 정성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을까.촌지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해도, 교육문제를 일반적인 잡범 수준의 사회문제로 접근하는 정치인들과 서울시교육청의 대처 방식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처벌 대상에서 자신들은 빼놓고, 선생님들을 끼워 넣은 김영란법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포퓰리즘적인 대증요법보다는 조용하고, 치밀하게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촌지 부담 없이 자유스럽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나 문화, 제도를 만들어야 교육이 산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3-23 오대영

지역사회 갈등해결 법·제도적 대안은?

사회갈등 시설을철저한 계획사업으로전환시킬 현행법개정이 절실하며인허가 의제 제도의개선도 필요하다최근 경기북부지역에 장사시설, 쓰레기 매립장, 병원적출물 소각장, 발전소 등 사회갈등시설의 설치나 유치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숨기고 싶은 얼굴이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는 꼭 있어야 할 시설이지만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는 논리다. 왜 이런 갈등이 있을까?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우선 법·제도적 측면에서 사회갈등시설 설치를 위한 인허가 상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행법상 사회갈등시설은 기본적으로 인허가 절차를 통해 설치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순수한 인허가 절차로 규정된 것은 아니고 대체로 허가절차와 계획절차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들 절차의 기본적인 문제는 계획수립절차나 승인절차에 이해관계인들의 집중적인 참여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허가 의제에 따른 문제도 있다. 인허가 의제 제도는 절차 간소화를 통한 절차촉진에 부응한 제도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허가 의제와 관련해 인허가의 효력 범위와 관련 기관의 역할 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민의 권리침해 등 문제점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환경영향평가 절차상의 문제도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주체를 일차적으로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사업자가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긴 하다. 그러나 사업자 자신이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과 관련해 볼 때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사업자에 의해 선정된 평가대행자가 작성하는 평가서도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주민참여 절차상의 문제도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일정 범위의 주민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공청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공청회의 주관자를 사업자로, 주재자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행정절차법 제39조가 공청회의 주재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행정청이 지명 또는 위촉하는 자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공청회의 주관자가 사업자인 것은 공정성을 의심케 할 소지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사회갈등시설의 설치는 주민참여(공청회, 설명회, 정보공개 등)가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안의 주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생태계 보전가치가 큰 지역의 경우 전문가 등 주민이 아닌 자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제한적이다. 또한 참여주민 사이에도 자기계층의 이익만 주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주민참가의 성과가 저하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도 일반 주민들의 협조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이런 지역사회 갈등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방자치법에서 규정(제14조)하고 있는 주민투표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민투표를 시행한다고 하여 사회갈등시설 입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갈등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수는 있다. 그리고 사회갈등시설을 철저한 계획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현행법을 개정해 철저한 계획사업으로 전환시킬 필요성이 있다. 인허가 의제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업자의 신청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한 환경전문기관에 의해 작성하도록 하고, 이에 소요된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무엇보다도 사회갈등시설에 대해 정확한 정보제공과 주민참여를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설치 주변 지역이나 유치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다액의 지원금을 제공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이다. 지원금 제공이 신념의 순수함을 해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가칭 ‘사회갈등 해결을 위한 기본법’ 또는 ‘사회통합기본법’을 제정해 실질적인 갈등해결의 기본법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3-09 소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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