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칼럼

 

설득과 신뢰정치

정부와 여당, 즉흥적 표심보다국민마음 얻는 행정 펼쳐야야당도 인기성 입법보다는믿음 우선하는 ‘큰 정치’로 가야국민은 잠시 속을지언정 결국진실을 알고 올바르게 선택한다설득 커뮤니케이션은 인류가 매우 오래전부터 발달시켜 왔다. 설득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서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력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사학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했으며, 설득 기법은 시민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였다. 설득은 권력을 쟁취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했다. 서구에서 20세기 초에 발전한 선전도 설득에 기초한다. 설득은 동양에서도 발달했다.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는 많은 사상가들이 전국을 유세하면서 왕과 백성들을 설득했다. ‘사기(史記)’에는 ‘삼촌지설(三寸之舌)’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치 혀에 불과하지만, 언변이 좋아 외교적 설득 능력이 뛰어난 데서 나왔다. 고려 시대인 993년 거란이 침략했을 때 서희 장군이 적장과 담판을 벌여 전투없이 강동 6주를 차지한 것도 대표적인 설득 성공 사례로 꼽힌다.설득은 단순히 말만 잘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설득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이는 광고·비즈니스·정치 등 여러 분야의 실증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신뢰도의 기본 요소는 전문성과 신뢰성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신뢰가 없으면 설득력은 매우 약해진다. 신뢰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설득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개인 생활은 물론 직장 생활과 비즈니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설득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국민 간에는 더욱 중요하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행정은 어려워지고, 정치권은 권력을 잡기 힘들다.최근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 문제를 언급하고, 야당 최고위원은 이를 위한 입법추진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담배 가격을 2천원 올리면서 세수 확충이 아니라 금연정책이라는 명분을 강조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 문제를 언급하자 애연가들, 특히 흡연하는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사이에는 “정부가 스스로 담배인상 명분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많다. 여야가 올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를 위해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담배 가격의 부담이 커진 애연가들에게는 담배 종류가 다양해져서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상한 지 두 달도 안돼 나온 이 문제로 국가 행정의 신뢰도에 흠집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된다.지난해 말에는 세제개편으로 ‘세금 폭탄’을 맞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급히 4월 임시국회에서 연말정산 공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소급해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반면 이 일로 정부의 세제행정은 두 번 신뢰를 잃게 되었다.정치는 표를 통한 전쟁이다. 일본 정치인 다케시타 노보루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정치인에게는 선거가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표심(票心)사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지나치면 포퓰리즘으로 가고, 결국에는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줘 국민의 신뢰를 잃고, 설득 능력도 상실하게 된다. 이번 개각으로 국무총리와 장관으로 재직하는 현역 국회의원의 수가 6명으로 늘었다. 정부와 여당의 소통이 확대되고, 행정에 국민 여론이 더 반영되는 장점도 있다. 그런 순기능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즉흥적인 표심(票心)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쌓은 행정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오히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야당 역시 인기성 입법이나 정치보다는 신뢰를 우선하는 정치를 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정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큰 정치’다. 국민은 잠시 속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진실을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2-23 오대영

아파트 선분양제도 계속 유지해야 할까?

1970년대 이래 주택난과상가·사무실 공간 부족해결위해 도입한 제도였으나재산권 보장·평등의 원칙 등헌법에 위배되는 위헌적 소지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우리나라 주택공급, 특히 민영 아파트 공급의 주요방식은 ‘선분양 후시공 제도’(선분양으로 약칭한다)와 ‘선시공 후분양 제도’(후분양으로 약칭한다)가 있다. 원론적으로는 아파트를 먼저 시공하고, 이를 토대로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후분양 제도가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종래 선분양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과연 선분양 제도는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인가?선분양 제도는 1970년대 이래 주택난과 상가·사무실 공간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 상가 건물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는 국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른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상가 건물의 공급을 추진하는 분양자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제도가 현재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다.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아파트 후분양을 점진적으로 유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건설사들 입장에선 건설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선분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과연 전세가와 매매가격이 별 차이가 없는 요즘에도 선분양 정책을 계속 고수해야 할 것인가?선분양 제도를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분양은 완성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수분양자와 체결한 분양계약에 따라 수분양자가 내는 분양대금으로 상품을 완성하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제작물 공급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서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민법의 도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집합건물을 완성해야 할 의무라는 점에서 도급의 성격도 있다. 또한 목적물인 아파트의 구분소유권을 이전하고 인도해야 할 의무라는 점에서 매매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선분양 제도에서의 분양계약은 법률상 제작물 공급계약, 매매, 도급 등 여러 전형계약이 혼합된 일종의 혼합계약이다. 선분양 제도에서 분양계약의 법적 성격에 관한 논의는 특히 집합건물의 하자보수책임에 대해서 매매나 도급 중 어떤 하자담보책임을 적용해야 하는지, 하자를 이유로 분양계약의 해제를 인정할 수 있는지 등 중요한 법적 쟁점과 관련하여 논의의 실익이 있다. 선분양 제도는 헌법 제23조 제1항(재산권 보장), 헌법 제11조(평등의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과잉입법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 되는 위헌적인 소지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아파트 공급정책에 대하여 1970, 80년대에는 원활한 주택공급에 초점이 있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2000년 이후에도 과거와 동일한 선분양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는 재고해야 할 것이다. 후분양 제도로 가기 위한 점진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는 후분양을 대비하고, 고령사회를 대비한 주택공급에 대하여 많은 준비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일부 전문가들은 후분양 제도는 주택공급의 감소, 주택가격의 상승, 입주 시 소비자의 자금부담 증가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도입 자체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너무나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다. 아니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 또는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종래 주택공급에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했고, 많은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급자 중심의 정책에서 수요자를 배려하는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후분양 제도는 주택 건설업체의 금융비용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건설업체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후분양제의 도입과 리츠 등의 활성화를 통한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환경개선, 용적률·건폐율이나 인허가 혜택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2-09 소성규

민간 역량 강화와 결집 필요하다

시너지효과 내기 위해선민간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지역사회복지 현장에적극 유입할 수 있는정부와 지자체의 창의적인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최근 연말정산 파동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정책과 제도 운용의 철학적 빈곤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 어떻게 이토록 손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하여 집행하는 기본조차 무시된 듯한 느낌이다.특히 수많은 정부 정책들 가운데서 가장 민감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영역이 국민의 생존과 복지에 관련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복지정책은 아직도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 고착되어 있어 보인다. 무상보육의 예만 보아도 그렇다. 문제가 터져 여론몰이에 따라 정책의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지는 전근대적인 모습이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깊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일이다. 국민의 복지를 공급자인 정부와 지자체 즉, ‘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다행스럽게도 복지정책을 지역사회의 욕구에 부응하도록 ‘민’과 ‘관’이 협력하여 수행하게끔 한 획기적인 제도도 있다. 바로 ‘지역사회복지계획’이다. 지역사회복지계획은 지난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지역사회복지계획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이에 근거하여 ‘제1기(2007~2010년)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시행하였고, 제2기(2011~2014년) 지역사회복지계획’이 실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4년에 제3기(2015~2018년) 지역사회복지계획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지역사회복지계획의 수립 배경은 지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지방분권정책에 의한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과 그에 따른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및 민간부문의 복지 참여 확대를 통해 복지 자원을 체계적이며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 실정에 맞는 복지정책수립을 통해 지역의 복지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역복지 역량을 강화하도록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지역사회복지계획의 수립이 의무화된 것이다.하지만 지역사회복지계획도 형식은 ‘민’과 ‘관’이 협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관’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질적인 지역사회복지 사업의 예산이 대부분 ‘관’으로부터 나오는 실정에서 실제 지역사회복지계획의 수립과 실행에서 ‘민’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민’을 대표하는 사람들 또한 ‘관’ 친화적일 경우가 빈번하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의 역량을 키우고 결집시키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효한 정책과 계획이 개발되고 수립되어도 집행 과정에서 이를 전달하고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의 민간역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민관 협력은 불가능하다. 민간의 힘을 끌어내어서 그 힘을 지역사회복지에 쏟게끔 하는 일은 지역사회를 행복한 공동체로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에서 사고 발생 19일 만에 용의자가 자수하게 된 가장 큰 요인도 네티즌을 비롯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기인하였다.그러므로 민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결집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일이야말로 공급자 중심의 복지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에 기반을 두는 모습으로 발전해 가는 시금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들을 지역사회복지 현장에 적극적으로 유입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청년층을 주 대상으로 낙후된 지역에 일정기간 거주하게 하면서 교육과 생활 인프라, 문화환경 등을 조성하는 지역사회복지실천을 계획해 보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대학 장학금을 지급하고, 거주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최소 수준의 생활비를 지원할 수 있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청년 실업의 문제도 일정 부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청년층이 지역사회복지 일선에서 일정기간 경험하는 일이 향후 자신의 진로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이제 지역사회복지는 민간의 역량을 최대화하여 ‘민과 관’이 진정으로 함께 이루어가야 한다. 종전의 정책 집행 방식이 정부 및 지자체의 ‘일방적 결정과 공표’, 만약 ‘반발’이 있으면 ‘방어적 대응’을 하는 데에서 벗어나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협상-보상’의 접근이 되어야 한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2015-02-02 이준우

사회구조 장벽과 기회·희망 상실

교육·경제 격차로 좌절감 느껴일탈행위 가능성 높은 다문화2세관심 갖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이들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극단행동으로 내 몰리는우리 젊은이들에게도 필요하다프랑스에서 벌어진 언론사 총기 테러 사건으로 프랑스는 물론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세계가 엄중히 비판하고 나섰지만, 문제는 이런 테러사건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테러사건의 범인들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무슬림 2세들이다. 프랑스 무슬림 부모들은 대부분 과거 식민지 시절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민을 왔다. 이들은 매우 어렵게 살면서도 고향보다는 생활이 나아졌기에 비교적 만족했지만, 2세는 생각이 다르다. 이미 프랑스 사회에 익숙하고, 풍족함을 느낀 2세들은 동등한 프랑스 국민으로서 주류사회에 진입하기를 희망한다.그러나 이들은 반대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느끼고, 주류사회와 무슬림사회 간의 커다란 소득격차를 겪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무슬림 청년들의 취업은 더욱 힘들어졌다. 무슬림 지역 실업률은 프랑스 평균의 2배 정도인 20%에 달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의 극우세력들은 이들을 적대시하면서, 무슬림 청년들에게 종교적·인종적인 반항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 결과 무슬림 청년들의 범죄가 급증하고, 무슬림 청년들은 급진주의에 빠지고 있다. 외부의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조직들은 이들에게 유혹의 손실을 보내고 있다. 지하드(성전) 조직에 가담한 프랑스 국민은 1천240명으로, 영국과 독일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난한 무슬림이 차별과 기회 박탈속에서 사회 뒤편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프랑스의 사회 현실"이라며 "이중 속도의 프랑스(two-speed France)'가 이번 테러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프랑스의 테러사건은 우리에게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우리도 이미 다문화사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은 매년 증가해서 지난해는 전체 인구의 3.1%인 약 157만명에 달했다. 특히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혼인귀화자 9만여명, 기타 귀화자 5만5천여명에 이른다. 혼인귀화자의 상당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들이다. 이들의 자녀 중 84%는 아직 초등학생 이하이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1990년대 후반부터 증가했기 때문에 일부는 중·고교생이 됐다.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들도 많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어야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머니는 한국어에 서툴고, 대체로 가정 경제력도 낮은 탓인지, 이들의 교육성취도는 같은 또래의 한국 학생에 비해 낮은 편이다. 부모가 이혼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한국언론의 기사나 드라마에 나타난 다문화가정의 재현방식은 이들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우리보다 낮게 보거나, 아니면 보호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사실 다문화가정의 여성중에는 경제문제로 인해 귀화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삶이 고달파도, 어느 정도는 참고 살아갈 수 있다 해도 2세는 다르다. 이들은 한국인으로서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고,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교육격차가 커지고, 이것이 경제적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생겼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몇년 후 수많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고 정체성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러면 일탈행위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더욱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비단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조의 장벽, 기회와 희망의 상실은 젊은이들을 극단행동으로 몰고 가기 쉽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프랑스 테러사건에서 배워야 하는 실천적 교훈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1-26 오대영

미2사단 잔류와 국가안보, 그리고 동두천

단기적으로 미군잔류로 인한도시개발 계획이 무산된 대가로산업기반시설 확충하는 방안과중장기적으론 정부의 가칭 안보세 도입 통한국가조세체계 재편도 검토 필요지난해 11월5일 동두천 미2사단 앞에서 오세창 동두천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동두천시민 2천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12월에는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동두천 미2사단 잔류와 관련 동두천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정부와 맞서는 분위기다. 올해에도 이런 시위와 항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왜 동두천시장과 동두천시민은 이렇게도 격렬하게(?)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일까? 이들이 왜 이러는지를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동두천시는 도시 전체가 국가안보 때문에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2016년에 미군이 평택으로 전원 철수한다는 소식을 전해 준 것이다. 그래서 동두천시는 지역개발의 청사진을 준비해 왔다. 대학유치를 포함해 산업단지 조성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동두천을 떠나 평택으로 향하는 미군을 위해 '평택지원특별법'까지 제정해 평택지역을 지원해 주었다. 그러나 미군이 일부 떠난 동두천시에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미2사단 잔류소식에 동두천이 크게 반감을 가지는 이유중의 하나는 사전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행해졌다는데 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약속한 미2사단 이전을 동두천시가 신뢰한 점이다. 그리고 개발의 청사진을 준비한 것이다. 신뢰에 대한 실망의 눈물이 이들을 더 아프게 하지 않았나 싶다. 동두천은 도시 한 가운데 자리잡은 거대한 미군기지 때문에 도시 발전이 가로막히고 있다. 지난 63년동안 미군범죄에 시달려 왔던 곳이다. 지금은 빠져나갈 미군은 다 빠져나가고 210포병여단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을 동두천의 공황상태라고 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 미2사단 잔류 결정은 현재의 공황상태를 대책없이 장기화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다.그렇다면 미군잔류로 인한 동두천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동두천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변화가 제일 중요하다. 도시전체가 국가안보를 위한 지역이라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동두천은 한미동맹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국가안보 때문에 동두천의 낙후도를 개선해 줘야 한다는 시각으로 봐서는 안된다. 동두천을 국가안보로 인한 행정법상 손실보상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본은 오키나와를 손실보상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똑 같은 미군주둔에 대해 양국이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이런 점에서 동두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정부는 신뢰위반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단기적으로는 미군잔류로 인한 도시개발 계획이 무산된 만큼 그 대가로 동두천에 산업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그밖에 도시재생특별법과 지역상생 발전기금 및 지역발전 특별회계를 통한 지원도, 동두천 전 지역을 국가지원도시로 지정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가칭 안보세 도입을 통한 국가조세체계 재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담배에 부과하는 담배세, 술에 부과하는 주세와 같이, 국가안보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논리다. 물이용부담금과 같은 것이다. 물이용부담금은 법률에 의해 4대강의 수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사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부담시키고, 이를 상수원지역의 주민지원사업과 수질개선사업에 사용하는 제도다.국가 존립기반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안보라는 혜택은 온 국민이 누리고 있다. 이 혜택을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돌려 줘야 공평하지 않을까? 우리가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 듯이,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닌지? 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주민이 있다면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를 되새겨 보는 2015년 을미년이 됐으면 한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5-01-12 소성규

희망은 있다!

복지서비스 만으론노인문제 해결할 수 없다어르신의 역량 강화와이를 토대로 창업수준의일자리사업 개발과 활성화가현재로선 가장 현실적 대안2015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1주일이 다 돼간다. 활기차고 희망이 넘치기보다는 여기저기에서 힘들다는 아우성만 들려온다.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비장하고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기업 총수들의 한결 같은 신년사들은 오늘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경제적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늘 그랬듯이 국민들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데, 현실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과 '미생'으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미래도 암울하거니와 한평생 국가와 가족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해 왔던 어르신들의 염려 또한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60~70대 어르신들 가운데 2011년 기준으로 볼 때, 국민연금을 못 받는 경우가 289만명이며 소득 하위 20%가구의 절반이 고혈압·퇴행성 관절염 등과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심지어 소득이나 자산이 0원인 어르신들도 무려 201만명으로 추산된다.더욱이 곧 눈앞의 엄청난 현실로 닥치게 될 베이비부머 세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712만명, 전인구의 14.6%로 경제사회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으나 이제는 급격한 시대적 변화앞에서 노동시장에서의 퇴장을 강요받게 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왕성하게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정책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정책을 단지 변화(Change)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탈바꿈(Transformation)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시급하게 혁신적으로 말이다. 무엇보다도 노인복지정책이 노인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이며 당당한 노년에 대한 관점을 받아들인 가운데 재조정돼야 한다. 그들의 생애 족적에 대한 '축하'와 얼마 남지 않은 죽음 너머의 또 다른 세계를 향한 금의환향에 대한 '존경', 그리고 그들이 경험한 삶의 경력과 연단에 대한 '가치부여'로부터 정책이 출발돼야 한다.이것은 흔히 노인복지에서 말하는 '부양'이나 '원조' 또는 '관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이러한 기존의 개념들은 어르신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어르신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말하는 '노쇠' '고독' '소외' '단절' '빈곤' 등과 같은 용어들은 노년을 불쌍한 세대로 낙인을 찍어서 절망과 허무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노년을 설명할 때, "여전히 소중한 존재"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시는 분" "참으로 아름다우신 어르신" "지혜로우신 어르신" "후손에게 꿈을 물려주시는 분"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해 주시는 분" 등과 같은 말들을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이를 기반으로 노인문제는 이제 실질적인 일자리사업으로 풀어내어야 한다. 시혜적인 노인복지서비스만으로는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초연금만 갖고 노인복지를 이야기하는 시대는 끝났다.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요양원 등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을 확장하겠다는 시책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르신이 당당하게 주체가 돼야 한다. 어르신의 역량강화와 이를 토대로 하는 창업수준의 노인일자리사업 개발 및 활성화가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이런 차에 소중한 모델을 보게 된다. 화성시가 지원하고, 노인일자리전담기관 화성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대표사업인 '노노카페 커피앤'이다. 화성시가 장소와 운영할 수 있는 제반 지원을 감당하고, 카페의 내부 인테리어와 기타 필요한 물품 등은 기아자동차·IBK기업은행 등 민간기업이 후원해 실시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근무하시는 어르신들은 당당하게 일하며 자신있게 삶을 펼쳐 간다. 노인일자리창출을 위한 '노노카페 커피앤'은 1호점인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을 비롯 화성시청점·화성종합경기타운점 등 모두 20개소가 문을 열고 약 150명의 어르신들이 실버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지자체와 사회복지기관, 그리고 기업과 어르신이 함께 힘을 합쳐 일구어나가는 새로운 창업형 노인일자리사업이 혁신적인 성공사례로 다가와 있다. 희망은 있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2015-01-05 이준우

재벌 3세와 배려심

경주 최씨 집안은 조선시대부터 300년 이상 만석 부자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배경에는 철저한 가정교육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 있었다. 최씨 집안의 가훈 여섯가지는 첫째 과거를 응시하되 진사이상 하지 말 것, 둘째 만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말 것,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할 것, 넷째 흉년기에는 재산을 모으지 말 것, 다섯째 최씨 가문 며느리는 시집와서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을 것, 여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었다. 골자는 한마디로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을 보면서 경주 최씨 집안이 생각난 것은 재벌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부자 3대 못간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이해한다. 창업해서 대기업이 되기까지는 창업주의 탁월한 능력이외에도 유능한 직원들과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직원들이 진심으로 따르지 않고, 국민들이 외면하는 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창업주들은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 그러나 고생을 모른채 기업을 물려받은 후대들은 돈의 권력 맛에 길들여져 점차 사람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사람 위에 군림하려 든다. '그들만의 절대왕국'을 만들고, 그 안에서 호령하다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기업이 기업가의 절대왕국이 되면, 근로자들은 고객보다는 사주 눈치보기에 급급하게 된다. 그러면서 기업가는 현실에서 점차 멀어지고 환상속에 살게 된다. '땅콩 회항'사건 이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조양호 회장님에게 안타깝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건 보좌하는 임원들 때문에 회사 현실을 제대로 못 보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나 최고 경영층이 탑승할 때는 정비본부에서 비행기 문에 페인트가 벗겨진 곳을 붓펜으로 덧칠한다. 비행후에는 객실부서에서 비행기 사무장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해서 마신 음료를 비롯 작은 것까지 물어 세세하게 정보수집을 한다."이런 문화였기에 법적으로 승객의 한명에 불과한 조현아 부사장의 말 한마디에 기장이 승객 200명 이상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활주로에서 돌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승객들이 손해볼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승객을 완전히 무시한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재벌 3세 경영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어릴때부터 매우 좋은 환경에서 성장해서, 부모의 회사에 입사한 후 초고속으로 승진한다는 패턴을 갖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29살에 임원이 됐고, 몇 달전 한 방송에서는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요즘 같은 취업대란과 경제난의 시대에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시샘의 대상이다. 우리 사회는 창업주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호의적이지만, 재벌 3세들의 초고속 승진 풍토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벌가의 식구들이 많아지면서 2년 전에는 재벌기업들이 영세상인들이 먹고 사는 떡볶이·김밥장사까지 하려다 사회적 비판에 부딪쳐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재벌 3세들에 대한 사회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재벌 3세라고 해서 무작정 비판받아서는 안되겠지만, 재벌 3세들도 사회와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심을 갖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해야 '경주 최씨 가문'이 될 수 있다. '땅콩 회항'사건으로 우리 기업문화가 국제적인 도마에 올랐지만, 우리 기업문화가 개선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전화위복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4-12-29 오대영

집합건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생각하며

법체계 일원화와 사법과 공법 충돌 규율하는 가칭 '집합건물관리기본법'의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며 공동체 생활에서 다툼 생기는'분쟁조정 제도'도 필요하다배우 김부선씨는 최근 자신의 아파트 일부 입주자를 고발했다. 심지어 국회에까지 출석하여 증언했다. 일명 '난방비 0원 사건'이다. 그러나 조사결과 현행 난방계량기의 조작 및 훼손을 하지 못하도록 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규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고, 계량기 조작 행위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김부선씨가 반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고 한다. 그녀가 이 사건을 통해 주장하고 싶은 내용은 아마도 '투명한 아파트 관리비와 감독 시스템 확립'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말대로 이 사안은 그녀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일 수 있다.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아파트 등을 포함한 집합건물(공동주택)에 거주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아님 알면서 그냥 지나치는 것일까? 우리는 집합건물에 관한 많은 분쟁을 경험한다. 왜 이런 분쟁이 일어날까? 분쟁을 해결할 제도는 없을까? 법제도상 문제로 한정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우리나라는 집합건물을 관리하는 종합적 법령이 없으며, 개별 법령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그 법령도 공법과 사법으로 나누어져 있다. 공법상 법령으로는 '주택법', '임대주택법', '건축법' 등이 있다. 사법상으로는 '민법'(제215조)과 '민법'의 특별법으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동일한 집합건물에 대하여 공법과 사법의 입장에서 집합건물 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어떤 경우는 중복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집합건물 관리에 대한 종합적 내용은 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관리문제는 구분소유자 또는 구분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점유자 입장에서 관리가 문제이다. 반면에 '주택법'상의 관리문제는 주택공급 사업주체 문제이기 때문에, 관리의 성질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집합건물 관리내용면에서는 동일한 관리내용인데, 법적 규율이 다르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은 건물의 구분소유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입주자 전원이 조합원이 되는 주택관리조합을 만들어 집합건물의 관리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맨션과 같은 구분소유 건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2000년 12월에는 '맨션관리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 법률을 기초로 관리조합이라는 조직이 사단법인화되어 맨션관리의 주체로 되고, 또한 맨션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법 가운데 우리나라에 유용한 입법적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집합건물 관리의 법체계를 일원화하고, 집합건물에 대한 사법과 공법간 법적 규율의 충돌로 발생하는 집합건물 관리의 법률문제를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가칭)'집합건물관리기본법'의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산하에 집합건물 전담 관리기구인 (가칭)집합건물 관리 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한다. 이를 위하여 2014년 5월 2일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 등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중심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하여 본다.집합건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는 공동체 생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효성 있는 분쟁조정 제도도 필요하다. 아울러 집합건물의 공급단계인 '선분양 후시공 제도'의 근본적 문제부터 시공자 및 분양자의 담보책임,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집합건물 관리정책 등에 관한 법정책적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4-12-15 소성규

국민의 행복을 위한 소통과 화합

가정·직장·사회 등 삶의 현장 삭막한 전쟁터로 변했는데정부·정치권 무기력해 보이기만…서로 마음열고 함께 토론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 위해지금이라도 환골탈태 해야한다국민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온갖 정쟁과 갈등, 반목 등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여야간 싸움은 보편화된 현상이 됐고, 심지어 '찌라시' 파동으로 청와대와 정치권이 초토화됐다. 무기력하고 탐욕스러운 정치권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고, 그 사이 우리네 직장·가정·지역사회 등 모든 삶의 현장들은 삭막한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인정 많고 사람 좋은 삶의 터전들이 천박하고 저급한 이기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경쟁사회로 변질되고 말았다.어느덧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에서 '공동체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사람 사는 곳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며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정겨운 전통은 더 이상 찾기 어렵게 됐다. 과거 가난했지만 적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만큼은 함께 정을 나누는 장소이자 상호의존적이고 호혜적인 사람들의 관계망이었다. '공동체성'이라는 기능이 상실된 도시는 더 이상 행복한 생활현장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꿈꾸고 누리려고 했던 행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삶은 팍팍해지고 이웃 간의 정은 점점 더 메말라가고 있다.2013년 청년실업률은 13.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문제는 2018년까지 이 같은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산율 저하로 아이들의 수는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노인진료비가 1990년 2천403억원에서 2011년 15조4천억원, 2013년에는 노인 한 사람당 평균 322만원의 진료비를 사용해 65세 이상 노인이 쓴 전체 진료비는 무려 18조852억원에 이르렀다. 국민 전체의 1인당 진료비 102만원의 3배를 노인인구가 쓰고 있다. 당연히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비 지원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특히 국민의 정신건강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경쟁 심화, 고용 불안정, 가족의 변화, 빈곤 증대 등과 같은 현실과 더불어 지역사회에는 팽팽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당연히 정신질환·자살·중독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한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2006년 8.3%에서 2011년에는 10.2%로 무려 2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자살실태조사 결과도 살펴보면 자살사망 직전 1년 동안 정신질환으로 인한 의료이용이 무려 50%나 됐다. 더욱이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19세 이상 성인 8명중 1명이 우울증으로 나타났다.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3위, 복지 충족지수는 31위, 자살률은 1위로 보고됐다. 최근 미국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삶의 질'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35개국 중 75위를 기록했다. 이는 내전을 겪은 73위의 이라크보다 낮은 수치다.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무기력해 보인다. 정부와 여야간 소통이 없는 것처럼 비친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마음을 여는 진정한 소통과 화합의 정치는 결코 우리에게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정작 세종이 지금의 우리네 현실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지 염려스럽다. 조선 건국이라는 창업의 어수선한 혼란기를 종결시키고 정치를 안정시켜 행복한 나라를 구축하신 세종의 소통하는 리더십이 그립다. 재상과 여러 신하들 그리고 집현전 학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정치 운영의 방식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세종이 즉위하면서 제일 처음 하신 일이 "함께 논의하자!"였다는 것을 볼 때, 세종의 치적이 가능했던 것은 소통이었을 것이다.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마음을 열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토론하고 함께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해 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한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2014-12-08 이준우

장수사회

한국인 평균수명 '81세'정부와 지자체는기업·사회단체 등과 협력일자리 통한 자립시스템서둘러 구축해 노인들에작은 일터 많이 제공해야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동방으로 사람들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영생에 대한 인간의 꿈과 욕심을 상징한다. 절대권력의 진시황제도 결국 죽었지만, 만약 불로장생 약초를 구해서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프랑스의 철학자였던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시몬느 드 보봐르의 1946년 소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이에 대한 답을 말해준다. 중세 이탈리아의 작은 성의 성주였던 휘스카 백작은 거지 노인으로부터 영생의 약을 얻고 마신다. 그리고 영원히 사는 인간이 돼 수백년을 살면서 자신의 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는 신성로마제국의 성립에 기여하고, 프랑스 혁명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여인이 늙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고통을 겪으면서 영생으로 저주도 함께 받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오래 산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현대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 꿈은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최근 국가통계포털(KOSIS)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81세가 됐다. 불과 40년만에 20년이상 늘어난 것이다.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100세 인생'이라는 말이 나온다.그러나 휘스카 백작의 영생에 고통이 따르듯이, 장수사회에는 그늘과 변화가 뒤따른다. 요즈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노인들이 매우 많아졌다. 동시에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젊은층의 노인 공경의식이 약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노인들이 너무 많아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인 일본에서는 10여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장수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사회의 절대적인 보호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장수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당장 사회보장비·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모두가 젊은 세대의 짐이다. 가정에서도 자녀가 60~70대가 되니, 부모 봉양이 어려워진다. 노인도 자기 책임시대를 맞이한 것이다.과거에는 늦어도 60대 초반에 은퇴하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60대 청년'시대가 됐다. 그러니 은퇴 후에도 인생 2모작, 3모작을 해야 한다. 미국 대학교수인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저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인생을 4단계로 구분했다. 제1 연령기는 '배움' 단계, 제2 연령기는 '일과 가정'을 위한 단계다. 제3 연령기는 4단계 가운데 가장 긴 기간인 서드 에이지(third age)이다. 40~70대이다. 제4 연령기는 '노화'의 단계다. 과거 70세 시대의 40대는 인생의 착륙을 서서히 준비하는 시기였다면, 100세 시대의 40대는 인생의 후반기를 향해 이륙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제는 40대, 50대부터 60대 후반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이 장수사회가 가져온 혜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개인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시스템 구축이다. 우리 정부나 사회에서도 65세이상 노인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는 등 다양한 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이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식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누리사업이나 학생 무상급식이 복지예산의 한계로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장수사회의 사회적 짐을 덜기 위해서는 '생산적 대책'을 많이 세워야 한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노인들의 일거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워크(seinor work)센터'가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 국가재정이나 연금으로는 급증하는 노인들을 지탱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인대책의 순위를 '일자리 창출>연금>직접 지원'의 순으로 두고 '일을 통한 자립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사회단체 등과 협력해서 이런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 노인들에게 작은 일터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차비와 식사 정도를 제공하는 자원봉사 시스템도 좋다. 그래야 장수사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4-12-01 오대영

'통일대박'의 출발지 한반도통일미래센터

내·외국인(청소년 포함)대상평화통일 체험연수 통해한반도통일에 대한공감대 확산됐으면 한다또한 DMZ세계평화공원 조성과대학 유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10월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있었다. 북한 최고의 실세인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이 참석했다. 폐막식행사내내 우리정부 관계자들과 귓엣말을 하는 등 아주 친밀감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들이 폐막식에 참석한 진실이 무엇이든 국민들은 통일의 가능성을 예단하거나, 그래도 "우리는 하나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있지 않아 남북간에는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총격전이 오고가는 등 남북간 긴장고조와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갈등과 함께 5·24(대북제재) 해제조치, 금강산 관광 등을 둘러싸고는 남남갈등까지 보여주고 있다. 통일비용보다 분단비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급진적 통합으로 발생할 민족간 갈등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1국가, 2경제체제를 거친 점진적 통일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통일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런 시점에 지난 12일 연천군 마포리 일원에 한반도통일미래센터가 개관했다. 통일방법론에 대해서는 국제적 시각과 각국의 이해관계 등 다양한 변수와 전략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통일의 의미가 무엇이고, 왜 통일이 중요한지, 전쟁에 대한 역사적 교훈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우리 국민 내부에서의 통일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 특히 초·중·고등학생들에게 과거 역사와 오늘의 현장체험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다.한반도통일미래센터는 원래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실천사업의 일환으로 접경지역 인근에 '남북청소년교류센터'건립사업으로 추진하다가 한반도통일미래센터로 그 규모와 기능이 확대된 것이다. 첫출발도 그러했지만 남북청소년 교류와 통일교육을 위한 곳이다. 우리와 똑같은 통일은 아니지만 독일은 어떠했을까? 독일 역시 2차 대전이후 나치교육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지역사회마다 청소년시설을 건립했다. 전쟁과 분단을 잊지 않으려는 독일인의 노력은 일찍부터 시작됐다. 그러한 노력은 오히려 온 세계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관광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한반도통일미래센터는 남북교류 활성화 및 남북관계 발전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기도 하다. 기존 남북간 교류·접촉의 북한지역 편중문제 등을 감안, 향후 상호방문 확대시를 대비해 남한내 남북교류 지원을 위한 다목적·복합시설로 기능하기 위한 곳이다. 아울러 국민의 통일의식, 특히 청소년의 통일의식 저하 지속추세에 따라 젊은 세대에 대한 통일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통일부와 통일교육원은 통일교육지원법상 각 시·도에 지정된 지역통일교육센터 등과 잘 연계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교육을 위한 충분한 예산반영이 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연천군과 경기도는 북한과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지역대학 및 민간단체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내·외국인(청소년 포함)을 대상으로 한 평화통일체험연수를 통해 한반도통일에 대한 국내외 공감대가 확산됐으면 한다. 그리고 DMZ 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되고, 그곳에 세계평화대학이 유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평화지대로서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그런 곳! 바로 그곳이 한반도통일미래센터였으면 한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4-11-17 소성규

정직·약속에 대한 신뢰 가르칠 수 없는 한국사회

무상급식은 공짜 밥이 아닌우리 아이들 교육의일환이기에 급식비 갖고정치쟁점화 해선 안돼정부·교육청·지자체머리 맞대고 재원 마련해야정신을 못 차려도 한참 못 차렸다. 때늦은 무상급식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 예산안이 편성된 상태에서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화가 치민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여야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 차이도 커 짧은 시간에 합의점을 도출해 내기도 어렵다. 늘 그래왔듯이 무상급식 공방은 성과없는 허망한 논쟁에 그칠 것이다. 적당한 때가 되면 정치권에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논란을 덮을 것이다. 문제는 무상급식은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학교교육에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공짜 밥이 아닌 교육의 일환이기에 학생들의 급식비를 갖고 정치 쟁점화해서는 안된다.정부와 교육청·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시행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증세라도 해야 한다. 생각해 보자.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직'과 '약속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교육의 핵심은 기능적인 지식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아이들의 가슴 속에 오롯이 담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기성세대가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정직과 약속의 가치를 가르쳐야 할 것 아닌가? 어른들이 제도를 만들어놓고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돈이 없다고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말인가?정직과 약속에 대한 신뢰를 삶으로 가르치지 못하는 병리적인 한국사회의 현실로 인해 오늘 이 순간에도 학교를 등지는 아이들은 늘고 있다. 2013년 교육통계에 의하면 2007년 0.9%였던 학업중단율은 2009년 0.94%, 2013년 1.01%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3년 고등학생의 학업중단율은 1.7%에 달한다. 초·중·고 학령인구를 감안할 때, 매년 7만여명 정도의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학업중단의 문제는 단순히 학업을 그만두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업중단이 지속되면 심리적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우울과 자살, 인터넷 중독 등을 유발하며, 청소년 비행과 범죄에 연루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며 점차 사회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또한 학업중단은 학교를 단순히 떠나는 의미 외에 학업중퇴자라는 낙인과 비행이나 범죄로의 접촉 등을 경험하면서 사회부적응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공식적 교육체계를 통한 자원 축적의 기회를 상실함에 따라 노동시장 진출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아지게 되는 불리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단연 최하위였다. 회원국 가운데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무려 94.2점이었고,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루마니아도 76.6점으로 16점 이상 차이가 났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아동결핍지수'도 우리나라는 54.8%를 기록해 OECD 국가 가운데 결핍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높은 헝가리의 31.9%와도 큰 차이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9~11세 아동의 스트레스 수치는 4점 만점에 2.02점, 12~17세는 2.16점으로 5년전의 1.82, 2.14보다 상승했다. 아동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숙제·시험·성적 등 학업과 관련된 항목이었다. 학교생활과 큰 관계가 있는 것이다.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학교를 버리고 떠나지 않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과거 우리네 부모들이 허리띠 졸라매고 아이들 교육과 행복을 위해서 모든 희생과 헌신을 감수했듯이 기성세대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른 부분의 예산을 줄이더라도 아이들에게 돌아갈 돈만은 만들어야 한다. 이참에 국회의원 수를 반쯤 줄이거나 공공기관·산하 단체장들의 수도 삼분의 일로 축소하면 어떨까?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이익단체들도 없애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2014-11-10 이준우

임진왜란과 식인(食人)

임진왜란 발생 직후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개성으로 몸을 피했다. 개성마저 위태롭다고 생각한 그는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피난을 갔고 아예 압록강을 넘어 요동으로 넘어가려고 했다.하지만 군왕이 나라를 버리면 안된다는 신하들의 절규에 선조는 차마 요동으로 가지 못하고 대신 명나라 군대의 지원을 요청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명나라의 국력 역시 최악의 수준이었다. 곳곳에서 민란(民亂)이 일어났고, 여진족 중심의 만주지역에서는 누루하치가 여러 부락을 서서히 통일해 가면서 힘을 기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명나라는 조선에 파병군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것은 일본군이 압록강을 건너 명나라의 국경인 산해관까지 이르게 되면 본격적인 전쟁이 자신들의 땅에서 벌어질 텐데, 자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남의 나라에서 전투를 벌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나라는 마치 조선에 큰 은혜를 주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참전을 결정했다.임진왜란이 발생한 지 7개월째 되는 1592년 11월10일 의주의 용만관에서 선조는 명나라 사신 정문빈(鄭文彬)을 접견한다. 정문빈은 그 자리에서 "조선은 늘 명나라에 공순한 국가이기에 황제가 7만명의 파병군을 보내주기로 했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러면서 "명군이 압록강을 넘어 조선에 당도하는 즉시 모든 식량과 물자는 조선이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조는 어떠한 이의도 달지 않고 모두 수용하면서 '전시작전권'까지 내주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은 명군 5만명에 대한 1개월 분량의 식량밖에 없었다. 결국 명군의 식량마련을 위해 백성들에게 강제로 식량을 걷기 시작했다. 조선 백성들은 일본군에게 수탈당하고 명나라 군대때문에 또 다시 수탈당했던 것이다. 더구나 명군은 조선을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온 나라를 휘젓고 다니면서 여인들을 강간하고 각종 재물을 빼앗아갔다. 이후 농사지을 땅은 황폐화되고 이듬해 기근까지 겹쳐 백성들은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었다. 그러자 마침내 백성들 사이에서 인육을 먹는 사태까지 발생했다.1594년 1월, 사람들이 길가에 쓰러져 있던 한 걸인의 사체에서 살을 떼어내 먹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같으면 정말 엽기적인 일이었겠지만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는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사체의 인육도 모자라 심지어 산 사람을 도살(屠殺)하고 내장과 골수까지 먹는 일도 일어났다. 국왕과 지도층의 무능이 평화로웠던 백성들을 살육의 주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조선은 명나라 참전으로 일본군을 몰아내는데 도움을 받았지만 명군 참전으로 인한 물적·정신적 피해는 너무도 컸다. 그 결과, 조선의 백성들은 침략군인 일본군보다 원군인 명나라 군대를 더 증오했던 것이다.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가 결정됐다. 1년에 북한의 국방비보다 14배가 넘는 39조6천500억원이란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우리 군대가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을 이길 수 없으니 미국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내린 결정이다. 그 대가로 10조원에 이르는 미국의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대명의리론(大明義理論)을 이야기하면서 전시작전권을 포기하고 발생했던 수많은 백성들의 고통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이번 결정을 바꾸지 못한다면 살을 깎는 국방개혁을 통해 전시작전권을 속히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4-11-09 김준혁

9·1 부동산대책의 함정들

단기적 주택가격 상승시킬목적으로 한정된 정책,규제합리화 객관성 부재,서민 범위 뭉뚱그려져주거안정책 문제점 발생,토지비축은 사실상 LH 구제책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9월 1일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큰 틀에서는 첫째, 규제합리화로 국민불편을 해소하고, 과도한 부담을 완화해 시장의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주택시장 활력회복을 바탕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이다. 정부의 대책은 외관상으로는 과거와 달리 매우 폭넓고 깊은 완화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9·1 부동산대책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고 본다.첫째, 단기적 주택가격 상승정책이라는 점이다. 현재 정책은 국가 부동산정책의 방향성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오로지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목적에 한정된 정책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부동산 구매는 돈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재건축기간 완화의 경우 그동안 건축정책을 뒤집는 것이고 국제적 흐름과도 상충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국민들에 빚을 내어 집을 사라고 정부가 독려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둘째, 규제합리화 정책의 객관성 부재다. 합리성이라는 것은 논리의 적합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논리의 적합성은 선행행위와 후행행위 즉 정책의 일관성과 목적 지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번 정책이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이라면 왜 어떤 기준에서 해당규제가 불합리하고 해당기준의 해결을 통해 어떤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정부의 정책안에서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재건축 여부에서 주거환경 평가기준을 40%로 상회시키겠다는 것과 그 안에 주차장·층간소음 등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사실상 더 쉽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과거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촉진시키겠다고 언급했던 기존정책과 상반된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적용범위 등에 대해서도 스스로 혼동속에 있는 것이다.셋째, 서민 주거안정 정책의 문제다. 정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서민은 서민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려질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그 안에는 경제활동을 통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수준의 수익을 받는 국민도 있고 더 낮은 소득계층도 있다. 정부의 대책은 도시근로자 가계의 평균소득을 버는 국민들에게 단순히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 이상의 제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정 소득수준에 의해 저소득자에게 보장되는 보금자리·임대주택 등의 경우 현재 일반 전세자와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고 특혜를 누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계층에서는 소득역전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저소득층 임대주택의 경우 임차인 고정화와 노인인구 등의 증가문제로 복지차원의 문제가 발생하는 등 향후 비용증가가 예상된다. 이를 분담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의 안은 공급중심의 논의만을 하고 있다.넷째, LH의 토지비축 문제다. 토지활용성을 높이고 장래 토지가치의 증가 등에 대비하기 위해 토지비축은행은 LH에 부담이 됨에도 불구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LH가 토지비축을 위해 새로운 토지를 구매한다는 전제다. 현재 활용되고 있지 못한 토지를 비축은행으로 처리하는 경우 사실상 LH에 대한 구제라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부동산대책에 포함돼 논해지는 것 자체가 사실상 의문이며 오비이락이 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한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4-10-20 소성규

최고의 복지가 곧 '일자리'가 되는 사회

사회적 경제조직들에 대한국민의식 전환되도록범 정부적 차원서 홍보하고실제적 어려움 해결하게끔적극 지원과 컨설팅 할 수 있는네트워크도 형성해야'사회복지'라고 하면 모두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퍼주기사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시에 일률적이고 정형화된 현금 혹은 현물 지원에 국한된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서비스를 통해 대상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사회의 생산적인 주체로 설 수 있게끔 하는 데에 있다.그래서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최고의 복지는 곧 일자리'라는 모토는 사회복지의 바람직한 역할과 기능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누구나 다 아는 대로 우리 사회는 이미 고용없는 저성장 시대로 진입해 있다. 당연히 오늘 이 시점에서 일자리 창출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설정됨이 마땅하다.그래서일까? 그간 정부는 끊임없이 재정을 동원한 다양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 왔다. 재정에 기초한 일자리사업은 단기적일 뿐만 아니라 한시적이며 단순 근로를 지향하는 낮은 질의 일자리를 과도하게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확실한 정책인 것도 분명하다.그 결과, 고용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고, 이는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보다 의욕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인 지원을 추진해 오고 있다.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사회적 경제 조직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지나치게 관 주도적이다. 솔직히 그렇다 보니 사회적 경제 조직별로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건비·사업개발비 등이 상이하게 집행되고 있고, 공공부문의 우선적 생산품 구매지원은 공통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대상 지자체 및 기관별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중요한 사실은 고용과 일자리에 있어서 과거와 같은 정부주도적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게 되면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 대다수는 소상공인 수준의 적은 인력과 낮은 매출수준에 머물러 있어 일상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음에도 인력충원을 위한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어서 추가적인 인력확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획기적으로 전환되게끔 범정부적 차원에서 홍보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를 일시적인 경향이거나 정권의 공약이행 차원이 아닌 향후 시장경제의 보완적인 영속성있는 핵심조직으로 인식해 지속적이면서 분명한 정책 실현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다음으로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실제적인 어려움들을 해결하게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컨설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가령 지자체와 정부 간의 정책공조와 역량융합을 통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사회적 경제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시켜야 한다. 나아가 시민과 창업 희망자, 종사자, 관계기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지식전수 수준의 교육만이 아니라 수준별 맞춤형 실무중심 교육을 전문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해야 한다.또한 정부와 지자체·민간기관·대기업 등을 통한 사회적 경제 조직 활성화를 위한 기금을 조성해 지역내 인큐베이팅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동시에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게끔 지원해야 한다.이제 사회복지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줌으로써 서비스대상자가 유능한 사회적 인적자본이 되도록 하는 사회적 서비스로 전환돼 가야 한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2014-10-13 이준우

인천AG가 남긴 문제점 해결방안

막대한 부채 부담과신설 경기장 관리대책 등풀어야 할 과제들정부와 타 지자체도머리 맞대고 공동 대처와시너지 효과 강구해야인천은 근대사에서 수많은 애환이 깃들어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도시다. 1876년 조선은 일본의 압력으로 불평등한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고, 부산·원산·인천을 차례로 개항해야 했다. 이후 인천은 일본·중국은 물론 미국·영국·프랑스 등 식민주의 서구 열강의 조선 진출 무대가 됐다. 1902년에는 인천의 제물포항에서 102명의 선조들이 미국 증기선을 타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민을 떠났다. 최초의 하와이 이민이었다. 한국전쟁때는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풍전등화에 있던 한국이 회생했다. 인천 응봉산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에는 맥아더장군 동상과 인천상륙작전·한미수교100주년기념탑 등이 있어 역사를 전한다. 북쪽에서 자유를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분단 이후 실향민으로 남아있는 곳도 인천이다. 인천에는 외세침략·전쟁 등 불행한 역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왔다.이런 인천에서 지난 4일 제17회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열전 끝에 성대하게 끝났다. 과거 역사때문인지, 인천 아시안게임은 국내에서 열린 어느 국제 스포츠 행사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동아시아의 허브가 된 인천국제공항, 세계가 주목하는 송도국제도시를 갖춘 인천이 과거 역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비전을 아시아와 세계에 선포했다는 인상이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패전과 침략 국가'가 아닌 '성장과 국제협력의 국가'가 됐음을 세계에 알리려 했고,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세계에 '한강의 기적'을 널리 보여준 것과 같은 의미다.인천 아시안게임은 매우 가치있는 국제적인 성과를 많이 남겼다. 제1회 아시안게임이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속해있는 45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했고, 선수단도 1만4천500여명으로 사상 최고로 많았다. 수많은 민족·종교·이념이 있어 갈등이 많은 아시아가 인천에서 단합과 화합을 보여준 것이다. 그 덕분에 세계 신기록 17개, 아시아 신기록 34개, 대회 신기록 116개라는 역대 최대 기록을 올렸다.이런 결실을 맺은데는 인천시의 '나눔과 배려'의 노력이 크게 기여했다. 인천시는 지난 7년간 2천만달러(약 210억원)를 들여 스포츠 약소국의 스포츠 유망주 초청·육성, 스포츠 지도자 파견과 장비 지원 등 '비전 2014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졌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약소국 출신 선수들도 많았다. 대형 안전사고·테러 등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하게 끝난데는 경찰 등 안전관계기관의 노력과 함께 인천시의 국제적인 화합 노력도 큰 배경이 됐을 것이다.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중 배출되는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등 환경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아시안게임으로는 처음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친환경 국제인증을 받았다. 한국이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아시안게임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제시한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최대 '깜짝 선물'은 대회 마지막 날 북쪽에서 찾아온 뜻밖의 손님들이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 3인의 갑작스런 폐막식 참석은 북핵문제 등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서 훈풍이 불 것을 예고한다.그러나 어느 축제든지 끝나면 항상 명과 암이 뒤따른다. 이번에도 미숙한 경기 운영이 지적됐고, 향후 숙제로 막대한 부채 부담, 신설된 17개 경기장의 관리 방안 등이 제기된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인천시의 발전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인천시도 부채 감축 대책과 경제·문화·관광 등 관련 산업과 연계한 시설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천시만의 숙제가 아니다. 인천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도시이므로, 인천의 성패는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다. 국가 차원에서 인천시와 정부·경기도,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공동 대처 방안과 시너지 효과를 찾아야 한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4-10-06 오대영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은 가능할까?

국내외 법적 질서정합성 이루기위해우선 국회에서 논의 필요UN과 주변국 협조도 있어야그러나 분열된 국민들 단합과통일에 대한 의사결집이 더 중요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DMZ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돼야 한다. 세계평화공원을 만들어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평화의 공간에서 함께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일환이다. 이러한 공원조성 계획에 대해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 해당 지자체들은 세계평화공원 유치를 위해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유치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입지선정과 유치전에도 불구하고 과연 현실적으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은 가능한가란 근본적 의문이 든다. 가능하다면 언제 가능한 것일까? 어려운 난제가 있다면 해법은 없을까? DMZ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된다면 남북교류협력을 발전시키고,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DMZ(Demilitarized Zone)는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을 기준으로 남북 각 2㎞ 지점을 연결한 지역이다. 남한의 경기도와 강원도, 북한의 개성직할시와 강원도를 포함해 길이는 248㎞고, 면적은 907㎢다. DMZ는 1953년 7월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근거해 설정됐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DMZ 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되려면 먼저 남한과 북한의 현행법 체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즉, 남한의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 체계상 대한민국은 규범적으로 분단된 것이 아니다. 북한 헌법 역시 한반도 전체가 북한영토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남북한은 DMZ에 대해서 헌법 규범적으로 모두 자신의 영토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한지역과 북한지역에 각각 영토고권을 보유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남북간 대화와 남북간 합의서가 필요한 부분이다. DMZ는 국제법과 국내법이 중층적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법률적 모순과 충돌을 해결하고, 국제법과 국내법의 중층을 해결하는 규범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현재 DMZ에 대해서는 국제법으로서 군사정전협정이 적용돼 국제기구인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권을 가진다. 국내법으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이 군사적 목적을 위해 적용되고 있다. 우선 DMZ에 관한 관할권을 조정해 남북한이 그 사업부지에 대한 관할권 또는 관리권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평화공원의 사업부지에 대한 토지소유권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사업부지와 그 연결통로에 산재해 있는 지뢰 등 군사시설물을 안전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DMZ 세계평화공원에 대한 법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이 남북합의서를 체결해 기본적 사항을 결정하고, 남북합의서가 이행될 수 있도록 그 법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합의서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세계평화공원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지원을 마련하는 특별법도 제정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국내외 법적 질서의 정합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국회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는 UN에서의 논의와 주변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외교적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열된 우리 내부의 단합된 힘과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결집이다./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2014-09-22 소성규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 시급하다

대규모 시설 중심의복지실천에서 하루빨리동단위 소규모 공동체를형성해가는 구조로 바꾸고지역주민 스스로 복지주체가되게끔 의식전환 필요언젠가는 사달이 날 줄 알았다. 재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복지정책을 제시할 때, 알아봤어야 했다.중앙정부의 복지정책만 해도 어림잡아 350여 가지가 넘는다. 지방정부에 위탁돼 시행되는 사업도 족히 300여 가지가 된다. 그 뿐 아니라 지자체 특화사업만도 최소한 100여개에 이른다. 2008년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복지 재원 마련이 지자체의 가장 골치 아픈 현안이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니 보건복지부가 담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올려 2조8천억원을 더 걷기로 한 데 이어 안전행정부가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인상하고 세금감면 혜택을 줄여 1조4천억원을 더 징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필요한 복지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로는 사실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일각에서는 정부가 나라살림에 대한 솔직한 입장표명을 해야 하고, 그런 후에 정교한 세제개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어떻게 해서든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적정수준에서 세금보다는 사회보험 부담률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모두 다 맞는 말이다. 다만 경기가 빨리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되는 처방들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북유럽 복지선진국들과 같이 고부담 고복지로 가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팍팍한데 국민의 복지욕구와 기대치는 과도하게 높아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접근도 여전히 미흡하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 패러다임과 전달체계, 실제적인 사회복지사업 등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할 고민과 성찰이 진지하게 시작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진정한 복지는 국민 스스로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를 복지친화적인 환경으로 다함께 노력해 만들어 가는 모습으로 발전돼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혜적이고 자선적인 복지에서 창조적이며 자립적인 복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지역을 바꾸고, 주민의 삶을 혁신함으로써 지역사회 자체가 행복한 지역공동체가 되게 하는 차원에서 복지의 틀이 재구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사회복지시설 중심의 복지 실천에서 하루빨리 동단위의 소규모 복지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역주민 스스로 복지 주체가 되게끔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와 기존의 사회복지기관들이 바로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소통과 연계의 거점센터로 거듭나야 한다.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혁신돼야 한다. 최소한의 금전적 지원만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됐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이들을 인적자본으로 인식하고 자립의지와 생산능력을 고취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규모 사회복지시설 설치를 지양하고 존재해 있는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복지자원화해 지역의 특성과 실정에 부합하는 소규모 복지공동체들이 생겨나게 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복지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도록 밑으로부터의 욕구에 부응하는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기억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끈끈한 공동체로 변모하게 되면 지역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조건으로 하는 다양한 수준과 차원의 활동들이 자연스레 생겨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협동조합운동이나 사회적기업·공동육아·대안교육·지역화폐 운동 등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품앗이·두레·계·향약 등과 같은 전통이 문화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동체성에 기반한 우리 고유의 접근을 현대적으로 우리식 사회복지 전달체계 모델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복지는 사업이 아니라 생활이다. 복지는 돈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신뢰에 기반한 상생운동으로 펼쳐가야 한다./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2014-09-15 이준우

대한민국은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을 기대한다

국회의원들 뇌물비리검사장 공연음란행위…지도층들의 잇단 일탈사회불안감 더욱 가중시켜국민들에게 희망 주려면매일 자신 돌아보고 욕심 버려야대한민국 국민의 40%가 우리 사회에 대해 불안감이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한국 사회는 지난 50여년간 생존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경제발전에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에서도 10위권의 무역을 하는 주요한 국가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은 지금은 대부분 노인이 된 우리 위 세대의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발전에 초점을 두다 보니 안전관리를 위한 노력들은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연일 발생하는 재난이나 범죄사건들에 대한 시민의 공포와 불안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개탄스러운 것은 국민의 40%가 불안을 느끼고 있는 시점에 사회지도층의 일탈은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국가의 안전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 유병언 사건을 통해 본 검경의 무능력, 국회의원들의 뇌물비리, 차관급인 검사장의 사상 초유의 음란공연행위, 지도층 자녀들의 일탈 등 매일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들만 가득이다.연일 언론에서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쓴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지금도 방송에서는 사회지도층의 일탈에 대한 기사가 빠지지 않는다.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그들이 왜 추잡한 일탈행위에 빠지는지 모르겠다.더욱이 국민을 황당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비리가 밝혀질 때마다 후안무치하게도 결백을 주장하는 뻔뻔한 태도들이다. 뻔한 거짓말로 국민의 눈을 속이고 언론을 호도하려는 이런 작태들을 어떤 인간적 수치심이나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보여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실망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청소년들의 준거집단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에게 놀림감이 되거나 배척당하고 청소년들에게는 혐오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과연 대한민국에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물론 우리 사회에 본받을 만한 사회지도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대한민국에서 사회지도층이 모범이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은 틀린 말이다. 어찌보면 조직과 온정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에서 사회지도층은 개인과 능력을 중시하는 서양보다 더욱 쉽게 국민들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을 사랑하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온정을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직무에 정직하고 충실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는 훗날 존경받을 것이다. 모든 일탈은 결국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이제는 생존의 욕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안전 욕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인다. 아마도 대한민국은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부조리, 그리고 재난이나 범죄와 같은 불안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호되게 채찍을 가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버티면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다. 안전의 욕구를 넘어 타인을 존중하고 조직을 사랑하며, 소속된 행복감을 중시하는 성숙한 정신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사회지도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당부를 드린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훗날 후손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어야 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국민들에게 희망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매일 자신을 점검하고 개인적 욕심을 과감히 버려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을 기대한다./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

2014-08-25 공정식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국가위상 제고 기여

수학 흥미상실과 때이른 포기대입 전공선택 불균형 초래결국 공급·수요 불일치로청년실업 원인이 되고 만다이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나서고청소년들 인식전환에 힘써야인류탄생과 더불어 발생한 수학은 인류문명의 중요한 구성요소며, 그 형성 및 발달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수학의 발자취는 완전한 것으로 향하는 인류지성의 역사며 물질, 도덕, 사회작용, 인간존재문제 해결, 자연에 대한 이해 및 의미체득 등 바로 철학 그 자체다. 인류지성의 축제인 2014 세계수학자대회(ICM: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가 역대 최대 규모인 130여개국 5천여명의 수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서울에서 개최됐다.1897년에 시작해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 수학자들의 올림픽인 이 대회는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Field Medal) 수여식을 시작으로 유명 수학자들의 기조강연과 초청강연을 중심으로 수학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21일까지 열린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최초의 여성 필즈상 수상자(마르얌 미르자카니:Maryam Mirzakhani 스탠퍼드대 교수)가 탄생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기조강연을 맡아 우리나라 수학도 이젠 세계수학계의 중심에 들어섰다는 것이 입증됐다. 국제수학연맹은 회원국 수학수준을 5개 그룹으로 분류하는데 2007년까지 4그룹에 속한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두 단계가 상향돼 2그룹에 진입했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수학자들의 지난 10여년간의 연구실적을 정리, 국제수학연맹에 제출해 재조정을 요청한 포스텍 박형주 교수(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의 숨은 노력에 기인한 것이다.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학실력 또한 이미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를 통해 입증된바 있다. OECD에서 주관하는 PISA는 1998년부터 시작돼 3년 주기로 열린다. 참여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읽기·과학 소양을 평가해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학업성취 지표를 산출하는데, PISA 2012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평균 점수는 OECD 회원국 중 1위, 전체 참여국 중 3~5위를 차지했다.이 같은 국제사회에서의 수학적 위상제고에도 불구하고 사회일각에서는 수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에 대한 경시풍조가 여전하며, 청소년들에게 수학이란 자연계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일 뿐, 학문으로서의 가치나 흥미는 요원하기만 하다.수학에 대한 흥미상실과 때이른 포기는 대학 진학 시 전공선택의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결국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인해 청년실업의 원인이 됐다.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자연계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취업의 질(급여 및 정규직 여부) 또한 열악하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수학교육 개선을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수학포기자를 줄여 전공선택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 수학교육과정, 교수학습연구 활성화를 위한 연구 지원 및 정책 강화를 통해 수학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전환에 힘써야 한다. 수학은 공격적인 학문으로 흥미를 잃으면 급속히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의 흐름과 이론의 탄생동기, 당시 실생활에 이용했던 방법 등에 관해 교육함으로써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수학의 벽을 느끼는 시점은 방정식에 관한 내용이 시작될 때다. 수학이란 원래 자연적인 현상이나 물리적인 상황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저학년에서 기본적인 사칙연산과 구구단 등에 치중해 왔다. 따라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연산에는 능통하지만, 수식화에는 한계를 느껴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우리는 현상과 실험을 수식화하는 과정을 정확히 교육시켜야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다. 수학교육과 수학발전에 대한 지원이 국가의 경제·사회에 튼튼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이견은 없다.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전환점으로 기초학문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필즈상 수상자 배출과 더불어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수·기획조정관리실장

2014-08-18 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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