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왕불복: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

한 번 가버린 청춘은 돌아오지 못하고 사람이 죽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반면에 무더웠던 여름은 다시 돌아오고 추웠던 겨울도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돌아오지 못함을 한탄하는 것은 무상(無常)을 읊조리는 것이고 돌아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유상(有常)에 익숙함이다. 무상은 일정함이 없음이고 유상은 일정함이 있음이다. 부처님도 모든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이 늘 변화하기 때문에 일정함을 기약할 수 없다고 하여 무상을 설파하셨다. 무상이 깊은 진리의 차원에서 보면 가까운 것 같다.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나면 받아들이기 힘든 것처럼 무상은 진리이지만 우리는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반면에 늘 돌아오는 계절과 같이 사람들이 나고 죽은 일은 당연하게 여기고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똑 같이 사람이 죽는데 한 사건은 무상으로 다가오고 한 사건은 유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무상과 유상은 주관적인 심사와 연관을 가지고 체감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절대 돌아올 수 없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반드시 되풀이 된다. 사랑하는 이가 살아 돌아오길 바라나 불가능하고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질 않길 바라나 반드시 되풀이 되곤 한다. 이는 우리의 의식이 무상의 진리를 못 본 체하면서 유상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무더위가 갔나 싶었는데 다시 돌아온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주역에서는 이런 생각을 아픈 역사의 되풀이에 대해 적용해보라고 한다. 힘이 없어 강국의 침탈을 받은 역사를 포함하여 아픈 역사는 되풀이되니 대비를 하는데 이 아이디어를 쓰라고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6-03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칸나는 붉다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바로 당신의 것이었던 모든 열정들은그러니까 당신하고는 말이 안 통해를 통과하면서급격하게 냉각된다.마치 적대와 분노가 얼굴을 굳게 하듯사후경직 같은 감정의 시멘트.나는 굳어 생각한다.무슨 뜨거운 것을 삼킨 것인가. 무엇과 뒤섞이고 있었는가.세상이 이렇게 더운데 오들오들 떠는 사람이 있듯우리의 적대가 우리의 열정의 다른 근원이다.약국 가서 몸살감기약 사먹고 오면서 보았던 근처 화단의 칸나그러니까 칸나는 한없이 붉게 피어그 붉음은 마치 모든 색을 빨아들일 듯이 검다. 이현승(1973~) 꽃은 꽃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표상되는데 대부분 마음을 전할 때 쓰인다. 홍초라고도 불리는 파초의 일종인 칸나는 존경과 행복한 종말이라는 꽃말을 가진다. 다년생 식물인 이 꽃은 빨간색·노란색·보라색·오렌지색·흰색 등의 꽃을 6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우는데 거기엔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바로 당신의 것이었던 모든 열정들"에 대한 존경이 헌시와 같이 담겨있다. 그러나 우러러 보는 마음이 생기기까지 '그러니까 당신하고는 말이 안 통해를 통과하면서 급격하게 냉각'되어 갔을 서로의 갈등 또한 생겨났을 것이다. 칸나가 경직된 자세로 자라나 붉은 얼굴을 보여주기까지 '감정의 시멘트'로 얼마나 자신을 치장해야 했을까. 알고 보면 "우리의 적대가 우리의 열정의 다른 근원"을 만드는 것일 뿐. 이것을 깨달을 때까지 초여름 피어난 칸나는 늦가을에도 '한없이 붉게 피어 그 붉음은 마치 모든 색을 빨아들일 듯이 검'게 서 있는 것은, 삶에 지쳐버린 당신과 함께 행복한 종말을 맞이하고 싶은데 있다./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이현승(1973~)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6-01 권성훈

[주종익의 '스타트업']Untact(비대면)에서 Ontact(온라인 대면)로

웬만한 사무 원격으로 되는 시대비대면 산업, 일자리 먹어 치워실직노동자 대책 사회문제 될것돈만 받으면 좋다는 사람 걱정공짜가 주는 꿀맛은 죽음이다변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낸다.코로나 19로 새로 등장한 단어 중에 'untact (비대면)'만큼 많이 회자되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 만나고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체취를 느끼면서 모여 살게 되어 있는데 그것이 힘든 사회가 되었다.이런 현상은 이미 인터넷의 등장과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오래전부터 표현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말해왔었다. 거리가 없어지고, 시차가 없어지고 세대 차가 없어지고 국경이 없어지고 하는 'Less society(~없는 사회)'나 '초연결사회(connected society)' 같은 변화들이 그것이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전 세계가 모두 한자리 한 시간대 있게 됨을 의미한다.이제는 교육, 의료, 유통, 금융, 회의, 세미나 등의 웬만한 사무형 서비스는 모두 직접 만나지 않아도 원격으로 되는 시대가 됐다. 그중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 교육과 의료 금융 유통 재택근무 등이 될듯하다.지난 5월7일 뉴욕 타임스가 'Zoom, Xoom, Zum'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Zoom(줌: 원격교육, 회의용 프로그램)'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가장 주목받고 돈을 많이 번 회사가 되었다. 존재감이 그리 높지 않았던 이 회사가 갑자기 뜨게 된 것은 손쉽게 비대면 교육이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대학 원격 강의도 거의 'Zoom'을 사용한다. 실제로 대학생들과 줌을 통한 수업에 참여해 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제까지의 어떤 도구보다 사용할만했다.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빨리빨리 움직이는 스타트업 속성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Zoom'과 시각적으로나 발음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 회사 이름들이 쏟아졌다. 자그마치 'Zoom'의 냄새를 풍기는 회사명 또는 서비스 명칭의 120여 개가 인터넷에서 검색이 될 정도로 재빠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빨리 빨리는 대한민국이 주특기인데 오히려 한국은 뭉그적대고 있다.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되어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정신과 육체)으로 근대가 시작되었고 니체가 욕망과 감성이 인간의 본성임을 주장하면서 현대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비대면이 또 다른 시대를 만들어 낼는지 모르겠다. 'Untact'가 'Ontact'로 변했다.한 달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생겼다. 언택트는 육체적 자유를 속박한다.자유는 산소와 같은 것이다. 자유는 또 하나의 자연이며 인간에게 자연은 생명의 원천이다. 스피노자는 자연은 신이라고 했다. 앞으로 육체의 자유를 잘 응용하는 사업이 뜰 것이다.AI, 빅데이터, 모바일, 로보틱스, 블록체인, 3D 프린터, 5D 무선통신, 자율주행, 드론, 전기자동차, 바이오와 같은 과학기술은 비대면 산업을 가속화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급속히 먹어 치울 것이다.에어컨이 나와도 선풍기는 남아있고 자동 세차기계가 나와도 손 세차는 남아 있지만 사무 단순직의 일자리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은행원, 교수, 선생도 마찬가지고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새로운 분야로의 전환과 준비를 고민할 때가 되었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은 금물이다.실직 잉여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아마도 생각보다 빨리 사회적 문제가 될 것 같다. 코로나로 긴급 재난 지원금이니 전 국민 고용보험이니 하는 단어에 익숙하다 보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돈만 받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걱정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야 세금도 잘 걷히고 잉여 노동자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다. 공짜면 좋다고 생각하는 풍조는 우리 후손과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톨스토이가 그의 참회록에도 인용한 불교의 '안수정등(岸樹井등)'이란 우화가 있다. 뒤에서 쫓아오는 맹수를 피해 간신히 잡은 우물 안 등나무 밑에는 뱀이 우글거리고 붙잡고 있는 나무 위에는 쥐새끼가 나무를 갉아 먹는데 위에서 꿀이 떨어지니 꿀 받아먹는 맛에 낼모레 죽는 줄도 모르고 꿀맛에 취해 몽롱한, 한심한 상태를 풍자하는 우화다. 공짜가 주는 꿀맛은 죽음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2020-05-31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지종시: 사람의 마침과 시작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10.1% 줄었고 이는 3월 기준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래 최소치라고 한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부터 48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대비 최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집계 이래 가장 적다고 한다.주역에 시집가는 괘로 점괘(漸卦)와 귀매(歸妹)괘가 있다. 점괘는 육례(六禮)를 치르면서 시집을 가는 상황이고 귀매괘는 그런 절차 없이 가거나 첩(妾)으로 갔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길흉을 따지자면 점괘는 길하고 귀매괘는 흉하다. 그러나 그런 귀매괘에서도 인지종시(人之終始)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시집을 기준으로 여인의 일생을 따져보면 시집가는 것은 처녀시절을 마치는 일이자 동시에 아내의 일생을 시작하는 일이다. 한 개인뿐 아니라 한 세대가 마치고 한 세대가 이어지는 인류의 종족보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앞으로 다가올 후천은 비유하자면 가을이라서 하나의 열매로 수렴되어 자식을 하나씩만 두게 된다는 말을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식을 낳는 일은 둘째 치고 아예 혼인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설문을 보면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차원의 고민이 크기도 하고 또 생각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이 또한 하나의 흐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27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자동차와 건물

백수인 동생이 돈 한푼없이 중고차를 구입하는 사고를 친 일이 있다. 캐피탈에서 450만원을 대출받아 250만원짜리 중고승용차를 구입하고 200만원은 다른 백수 친구들과 놀고 다니며 탕진하고 차를 집에 가져왔다.250만원짜리 차량에 450만원을 근저당 설정하고 돈을 빌린 것이 의아했다.건물은 건물가치를 초과해 설정하고 돈을 빌리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건물은 압류나 근저당 설정이 있다 하더라도 멸실시키고(부수고) 건축물대장 및 건물등기를 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설정이나 압류가 자연히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토지와 건물을 합해 근저당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래된 건물만 설정하고 돈을 빌려 주지 않는다.그런데 자동차와 선박은 동산이기는 하나 그 권리 변동에 있어서는 부동산(건물)과 유사하게 등록이 효력 발행요건으로 돼 있고 강제집행도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의 규정을 따른다. (이륜자동차나 기관을 설치하지 아니한 5t 이하의 선박은 유체동산으로 취급)그런데 소유권 이전등록이나 말소등록에서 자동차와 건물은 전혀 다르다. 자동차는 압류, 저당이 있으면 이전이나 말소 등록이 안된다.(실물이 존재하고 차령이 초과된 자동차만 가능)건물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압류, 설정이 있어도 얼마든지 소유권 이전(매수자가 제한등기를 부담)과 말소 등기를 할 수 있다.자동차는 대출받아 사놓고 할부금을 갚지 못하면 자동차세, 주정차위반, 속도위반 등의 과태료가 점점 쌓여 차량값보다 빚이 많아져도 폐차시키지 못해 애물단지가 된다. 그래서 가족들이 해결해 주는 것을 노리고 자동차시세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 주는 것 같다. 필자도 동생이 사온 중고차를 230만원에 팔고 나머지220만원을 마련해 대출금액을 갚았다./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5-26 이상후

"원형탈모 심근경색 위험 최대 4.5배… 한국인 480만명 분석"

원형탈모가 있는 경우 심근경색 위험이 최대 4.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 연구팀이 원형탈모 환자를 포함한 한국인 약 480만명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원형탈모와 심근경색 간의 관계를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으로 전 세계 피부과학 저널 중 최고 권위로 손꼽히는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또 영국 로이터 통신에 관련 기사가 실리며 외신의 조명을 받았다. 신정원 교수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연구팀과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원형탈모를 진단받은 국내 30세~89세 환자 22만8천886명과 나이 및 성별을 짝지은 대조군 457만7천720명을 대상으로 급성 심근경색증의 발생위험을 12년간 추적 관찰했다. 원형탈모 환자들의 평균나이는 44세였으며 남성이 12만7천564명으로 55.7%에 달했다. 분석 결과 원형탈모 환자들에서 흡연자 비율은 높았지만 그 외 다른 심혈관계 위험인자인 혈압, 혈당, BMI, 고지질혈증 등은 오히려 더 우수한 상태였다. 다른 위험인자들을 모두 보정해 분석한 결과 초기 관찰 단계에서는 원형탈모 환자의 심근경색 위험이 대조군의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역전됐다. 원형탈모 환자의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 관찰 8~10년 째에는 대조군의 1.37배였으며, 10~12년 째에는 4.51배까지 높아졌다. 이런 경향은 특히 남성, 흡연자, 50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정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원형탈모가 단순히 피부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적 영향을 주는 질환임을 밝혔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크다"면서 "원형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금연 캠페인 등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통해 심근경색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시간의 흐름에 따른 심근경색 누적발생률. (시간이 지날수록 원형탈모 환자에서 급성심근경색증의 누적발생률이 증가함을 나타냄)

2020-05-26 김순기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박장대소(拍掌大笑)

사람들 난관 봉착하면 의기소침목 놓아 절규하고 싶은 마음도한치앞 알 수 없는 한번사는 인생자신만의 열정·웃음은 곧 '행복'이왕이면 일부러라도 크게 웃자박장대소(拍掌大笑)는 손뼉을 치며 크게 웃는다는 뜻이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다. 웃으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박장대소는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전 세계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소녀시대가 부른 '하하하 송'(작사·작곡:KENZIE) 노랫말은 큰 웃음이 만병통치약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사람은 난관에 봉착하면 의기소침 한다. 때로는 목 놓아 절규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루의 삶이 녹록지 않거나 세상이 요지경일 때 속이 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할 때 '하하하 송'의 화자는 '모두 함께 하하하' 웃어보라고 적극 권면 한다. '힘들다면 하하하/모두 함께 하하하/웃어 봐요 그래 그래 더 크게요/하하하하 하하 하'. 세상은 갈수록 한시도 조용하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래서 세상은 '들썩 들썩' 시끄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고민만 하고 있으면 될 일도' 되지 않는다.화자는 이 같은 위기에 처한 현대인에게 응급처방을 한다. '자 툴 툴 털고 일어나/저 문을 열면 One Two One Two Three Four/하늘 빛 무대 위에 주인공/그건 바로 우리야/그대야'. 위기의 문을 열고 나아갈 때 '하하하' 박장대소하면 세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와 '그대'임을 천명한다. 또한 7전8기 정신으로 무장해서 일곱 번 넘어지면 또 일어나서 파안대소하며 힘차게 기지개 펴라고 제안한다. '걱정만 하고 있음 어떡 하나요/자 기지개 한 번 펴고 다시 해봐요'. 아울러 화자는 그냥 눈으로만 '씩' 웃지 말라고 말한다. 오히려 껄껄대며 함께 함박웃음을 터뜨리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각종 '고민'이 희망과 긍정 그리고 열정과 온정으로 바뀌게 된다. 같이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자우림이 부른 '하하하 쏭'(작사·작곡:김윤아)노랫말을 통해 한 바탕 웃음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곡목 '하하하 쏭' 노랫말에는 '우울', '후회', '비굴' 그리고 '비겁' 등 부정적 이미지 단어들로 가득 차있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게/그대를 우울하게 만드는 날이면/이 노래를 불러보게'. 누구에게나 '모든 게' 울적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 일 년 내내 마냥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자는 '우울'한 날이 오면 '하하하 쏭'을 부르면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높은 하늘에 날려 보내기를 강조한다. 더 나아가 깊은 곤경에 빠진 '친구'에게 거듭나라고 진심으로 권면한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완전 탈바꿈의 출발점은 당당한 웃음이다. '라라라라라라/친구여 마음껏 웃어보게/하하하하하~/하하하하~/'.웃음이 점점 사라지는 현대인의 삶은 주변의 눈초리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노랫말의 화자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길에 신경을 끊으라고 말한다. 그 대신 웃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마음을 꽃' 피우기를 전격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보다 더 희망찬 내일이 '찬란히' 빛나며 밝아 온다. 활짝 열린 가슴으로 함박웃음 꽃을 피울 때 미래는 가슴 속에서 태양처럼 영원히 빛이 난다. '친구여/가슴을 열어두게/라라라라라라/태양이 그 가슴에서 빛나게'. 붉은 태양이 가슴에서 타오르는 것을 상상해보자. 주위의 '시선'에 아랑 곳 하지 않는 자신만의 뜨거운 열정과 웃음은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 즉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다.박장대소는 돈이 들 이유가 없다. 엔도르핀 촉진과 진통 감소 효과도 있다. 박장대소를 안 할 이유도, 못 할 이유도 없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한 번 사는 인생이다. 까뮈는 명저 '페스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들 속에는 경멸할 것보다도 찬탄할 것이 더 많이 있다." 웃음은 인간이 지닌 '찬탄할 것' 중의 하나다. 이왕이면 일부러라도 크게 웃어보자. 웃음은 세상의 힘들고 어려운 문제 해결의 묘약이 될 수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5-24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소두무족: 머리는 작은데 발이 없다

남사고가 신인(神人)을 만나 받아서 전했다는 비결인 격암유록(格庵遺錄)은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와 비견된다. 미래의 일을 인간은 알 수가 없지만 신은 알 수가 있다고 믿어왔다. 실제로 미래를 아는 문제인 지래(知來)에 대해서는 주역에서도 신이지래(神以知來)라 하여 신(神)을 써야 미래를 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일정한 영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신은 상대적 세계 안에 일정하게 가두어놓을 수 없는 변화의 작용이다. 그래서 신은 일정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우주적 시간거리로 표현하는 상당한 거리일 수 있지만 인간이 그 통증을 동시적으로 느끼듯 신에게 현재와 미래도 그렇다는 것이다. 남사고는 조선시대 천문학 교수였는데 아버지의 묘를 명당으로 잡기 위해 아홉 번이나 터를 옮겨 구천십장(九遷十葬) 남사고라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신인이 전해주었다는 비결서 격암유록은 비유적으로 되어있어 난해하다. 미래의 일을 말할 때 비유로 하는 이유가 있다. 미래가 확정되지 않아 상징적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천기를 누설하면 누설한 이의 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아는 이들이라면 예로부터 모든 비결은 비유이며 상징이고 또 발설하길 꺼려하기 마련이다. 그 남사고 비결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자(殺我者)는 소두무족(小頭無足)이니 신부지(神不知)라." 풀자면 "나를 죽이는 자는 작은 머리에 발이 없으니 신도 알지 못한다"이다. 요즈음 이 비결을 두고 코로나19라고들 하는 의견이 나온다. 생김새가 꼭 머리만 있고 발은 없으며 또 극소의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비결이란 상징이라서 그와 비슷한 현실이 전개되면 이현령비현령이 될 수도 있으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20 철산 최정준

[의학칼럼]'집콕'으로 스마트폰 사용 급증, 척추 건강 위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야외활동은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이와 함께 스마트 기기를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사용해 목, 어깨,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목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 한쪽으로 비스듬히 앉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 한손으로 턱을 괴는 자세 등은 많은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잘못된 자세들이다. 신체불균형과 만성통증, 디스크 등 각종 척추질환은 바로 바르지 못한 자세로부터 시작한다. ■잘못된 자세, 디스크 질환으로 이어져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은 각각의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있는 구조물이다.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디스크가 손상, 돌출되면 신경이 눌리고 통증이 발생하게 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중심으로 엉치뼈 주위까지 넓은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이 동반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증상이 심해지면 감각이 저하되고 하지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디스크는 목 주변 통증과 팔, 손목, 손가락 저림 등의 증상이 있다. 목 주변에 통증이 있는데 40대 미만이라면 일자목, 거북목일 가능성이 높으며 40대 이상이라면 목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 목디스크를 방치하면 만성 어깨통증, 두통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허리·목디스크, 비수술 '도수치료'로 개선 허리나 목디스크가 의심된다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도수치료'가 있다. 도수치료는 전문치료사가 손이나 신체일부를 이용해 척추, 관절, 근육, 인대 등을 이완하고 교정시켜 통증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수술적인 요법이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감을 크게 덜어주며 치료범위가 넓고 자세교정에 효과적이다. 도수치료의 효과는 도수치료사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계획에 따라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한 전문 치료사에게 시술받는 것이 좋다.■도수치료는 운동치료와 병행해야 재활치료 프로그램에서 도수치료와 운동치료는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꼽힌다. 허리· 목디스크 같은 척추질환은 환자 스스로 잘못된 자세를 고치고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통증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때문이다. 운동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재발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운동치료사는 개개인의 자세, 체형, 특징을 파악해 기능적 운동치료, 슬링 운동치료, 소도구 운동치료 등 환자에 맞는 운동법을 제시하며 그로 인해 통증이 감소하고 기능이 개선되도록 돕는다. 디스크 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바른 자세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하며 스마트 기기를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해야 할 경우에는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목과 어깨, 허리 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 /안경모 안경모재활의학과의원 원장안경모재활의학과의원 / 안경모 원장

2020-05-19 경인일보

[시인의 꽃]새가 날고 꽃이 피다

지구는 인간이 남기고 간 진실의 자리이다바이러스가 지나간 곳곳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죽음을 배우러 가는 행렬처럼미동도 않고 걸어가는 하얀 마스크들 사이로고개 떨군 꽃대처럼산 자들이 하나씩 쓰러져간다//혼자서 살아남는 것은 벅찬 일인 듯모두 조용히 숨을 죽이고살아남은 자들에게 희미한 미소를 보내고한 순간 떨어진 목련 꽃잎들을 응시한다//어둠 속에서도 매 순간은 태양을 향하고꽃잎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돋듯이//깊은 하늘 속 밤이 끝나는 자리죽은 자들이 떠난 자리에새가 날고 꽃이 필 것이다김구슬(1953~)우리는 최대한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면서 최소한의 적은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 인간과 달리 작은 몸짓으로 큰 것을 보여주는 꽃은 한겨울을 보낸 외로운 시간의 끝에서 잠시 피어나기에 더욱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고귀함'이란 꽃말을 가지고 부푼 가슴을 하얗게 3~4월에 개화하는 목련같이. 그 '진실의 자리'에서 생명의 고결함을 나뭇가지에 매단 목련은 욕망의 바이러스로 '고개 떨군 꽃대처럼' 허망하게 가는 '산자들'의 행렬에 '희미한 미소'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꽃이 다 진 후에 '어둠 속에서도 매 순간은 태양을 향하고' 있는 희망이 있기에 '꽃잎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돋듯이' 우리도 이제 깨달아야 할지니. '밤이 끝나는 자리'에서, '죽은 자들이 떠난 자리'에서 '새가 날고 꽃이 필 것'이라고 믿는 당신, 적은 것을 소유하지만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꽃을 피어내야 할 때가 아닌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5-18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우리 아이는 왜 이리도 고집이 센거야

사람 인성·성격의 근본 틀은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다고 한다그러나 후천적 노력으로 변화 가능아이 성향을 알면 키우는데 도움눈의 모양·크기따라 다른 습성한 사람의 인성이나 성격 등은 부모나 환경에 따라 형성과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가치기준을 규정하는 근본 틀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다고 한다. 내성적인 사람도 있고 적극적인 사람도 있고, 순종적인 사람도 있고,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도 있고, 양보심이 많은 사람, 욕심이 넘쳐나는 사람도 있다. "어째 하는 짓이 지 아빠와 똑같아?"란 말을 흔히 듣게 되는데 부모의 유전적 배합 구조와 얼굴의 짜임새에 따라 행동유형의 길이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관상학의 이론이다. 사람의 자아는 이미 정해진 틀을 기준으로 환경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게 되는데,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뀌고 달라지는 경우도 많지만 급작스런 환경의 변화나 충격 등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따라서 아이의 성격 성향 주체에너지의 근본적인 틀을 알면 키우고 다스려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늘은 눈을 통해서 아이의 성격 성향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남아의 경우 왼쪽 눈이 자신이고 오른쪽 눈이 환경·타인이며 여아의 경우는 그 반대다.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눈이 큰 아이는 적극적이고 대범하며 강하게 밀어붙이려는 습성이 있어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에 양보·배려보다는 자신의 이해나 이익의 틀에 맞춰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힘의 논리로 세상 환경이나 상대방을 바라보게 되는데 상대방이 강하게 맞서거나 저항하려 한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제압을 해야 직성이 풀리니 지고는 못사는 성격의 소유자가 많다. 경우에 따라 상대방을 무시하고 경시하는 좋지 못한 습성으로 변할 수도 있는데 이런 유형은 리더십도 있고 내면 바탕에 깔린 욕구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으나 지나친 고집과 오만함 때문에 자칫 냉정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흔하다. 양보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고집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괴롭히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습관적으로 보인다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잘 살펴야 할 것이다.눈이 작다면 소심하고 소극적이며 매사 신중해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는 않으나 이런 유형의 아이는 집착력이 강해 한번 문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습성으로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크나큰 실수나 과오를 범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융통성이 부족하고 반항심이 강하기 때문에 키우기도 어려운데 강압적인 대립으로 이어간다면 혼란에 빠지게 되고 부모와 자식 간에 큰 틈이 생겨 대화 자체가 단절될 수도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마음과 배려심이 부족한 것이 공통의 견해인데 자식과 부모가 모두 작은 눈의 소유자라면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눈의 길이가 시원하게 길게 눈꼬리까지 이어지면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솔직 담백하며 융통성도 좋고 배려심도 있는 아이며 눈이 작을수록 소심하며 마음에 담아놓고 드러내지 않으려 하니 숨기는 것이 많은 아이라 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거짓말을 잘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눈이 작은 아이는 성격이 온순하고 다정다감하며 무슨 일이든 좋은게 좋은거라 여기며 둥글둥글한 성향을 보이는데,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극적이며 작은 일에도 충격을 많이 받게 되고, 아주 세심하고 치밀하며 계산적인 성격이라서 한번 충격이나 적대적 감정을 갖게 되면 쉽게 잊지 못하고 끝까지 담고 간다고 한다. 또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아이는 매사에 의욕이 넘치고 남보다 앞서가려는 기질이 강해 추진력은 좋으나 덜렁대는 경향이 많아 허점이 많이 노출되고 잦은 실수를 많이 하게 되니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기질이 강하다. 자존심이 워낙 강해 절대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보면 된다. 반면 눈꼬리가 처진 아이는 혼자서는 잘하는 것이 없고 소극적이고 나약해 작은 일에도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성향이 강하다. 성정이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듯 보이나 그로 인해 또래에게 놀림 당하는 등의 상처를 많이 받게 되는 성향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20-05-17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즉록무우: 사슴을 쫓는데 몰이꾼이 없다

주역 강의를 하다보면 괘효와 연관된 단상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다. 주역에서는 괘를 가지고 인간의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주역에는 시작에 겪는 어려움이란 주제를 지닌 괘가 있다. 난생(難生) 처음이라 하듯 인생의 시작인 태어남 자체가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 날 때도 어렵고 나와서도 어렵다. 모태에서 나오는 이도 어렵고 내는 이도 어렵다. 그 중에 사슴을 사냥하는데 몰이꾼이 없는 상황으로 비유한 것이 있다. 예전에 우인(虞人)이라 하면 산천을 돌보는 관리인데 그 지역의 산천과 그 속의 실정을 잘 알다보니 중앙에서 사냥을 나오면 자연스레 길안내를 하면서 사냥의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사슴을 사냥하러 지방에 갔는데 몰이꾼이 없이 사냥을 한다. 그러면 그 사냥의 결과가 좋을리 없을 것이다. 사슴은 인간이 욕구하는 목적물이고 그것을 쫓으며 사는 인생을 사슴을 쫓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낯선 곳에서 사슴을 사냥할 때 반드시 몰이꾼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삶에서 자신이 익숙하게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조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만약 그런 협조자 없이 낯선 길을 가려한다면 그것은 그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늦더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협조자를 구해서 가야한다. 주역에서는 그런 경우 만약 욕심과 과신이 앞서 그치지 않게 되면 나중에는 궁색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그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13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유언대용신탁

개정 '신탁법'이 발효되면서 민법에서 허용하는 다섯 가지 유언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외에 유언대용신탁도 유언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일반적인 유언에 비해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여 사후에도 계약자의 희망사항을 최대한 실현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들에 이어 손주까지도 상속 설정을 할 수 있고 상속비율과 지급시기 설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미성년자인 아들을 위해, 만 30세가 될 때까지는 임대수익만 지급받도록 하고 만 30세 이후가 되어서야 부동산처분권을 부여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적인 요구사항을 유언대용신탁으로 충족시킬 수가 있는데 자식이 장애인인 경우에는 더욱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가 있습니다.다만 제한사항으로는 수탁자의 신탁말소 및 처분행위는 위탁자의 사후에 가능하며 다른 상속인들 유류분반환청구권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그 중 유언대용신탁등기는 등기업무가 수반되는 것으로, 위탁자의 살아 생전 의사로 유언을 대신하여 유언 취지의 내용으로 재산을 관리 및 유산상속승계사무를 처리할 것을 수탁자에게 맡기는 것이며, 그 취지에 따른 부동산소유권을 생전에 특정인(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신탁등기를 하게 됩니다. 유언의사가 미리 표시되므로 상속인들 사이의 분쟁이 줄어들고 증여세 대신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므로 위탁자 사망시에 상속세로 신고하여 취득세 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앞으로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은행,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언대용신탁이 점차 활성화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노후 생활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가 있는 좋은 제도인 유언대용신탁등기도 널리 활성화 되었으면 합니다./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5-12 주영민

[시인의 꽃]나를 구부렸다

복도 끝에 너는 서 있다. //너에게 가려고 / 가지 않으려고 / 나는 허리를 구부렸다. //그때 피어난 바닥의 꽃을 향해 그때 숨어든 꽃의 그림자를 향해 / 허리를 구부렸다. //구부러진 채 / 나는 펴지지 않았다. //복도를 떠돌던 / 나의 빛은 구부러진 채나의 나날들은 구부러진 채 / 펴지지 않았다.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 그때 흔들린 꽃에 대해 /그때 사라진 꽃의 그림자에 대해 //나는 말하지 않았다. / 너에게 가려고 / 가지 않으려고 //구부러진 채이수명 (1965~)낮은 곳에 있는 상대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 만큼 낮아져야 한다. 이것은 선행적으로 몸을 구부려 다가갈 대상을 향해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이며, 그러할 때 정면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서 허리를 구부리는 행위는 동적인 것이지만 정적인 의지로부터 시작된 실천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봄날 땅 속에서 굽어진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고 있는 꽃을 보고 '그때 피어난 바닥의 꽃을 향해' 가려고 한다면 반대로 허리를 구부리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니. 그러한 자세로 오래 들여다보면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는' 지난날의 자신이 '가만히 손을 내밀고' 피다가 만, "그때 흔들린 꽃에 대해/그때 사라진 꽃의 그림자에 대해" 말해 줄 것이다. 모든 꽃들은 구부러진 것을 펴면서 피어나지만 그것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구부러진 채'로 맞이해야 하는 법, 그렇게 할머니들의 굽은 허리는 '삶의 본질'에 가닿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바닥'이 닳고 닳아 휘어져 있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5-11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한국 최초의 번역본 '자본론'

잘 읽히지 않으면서도 근대 인류사회 가장 큰 영향력국내 다섯 차례나 번역돼더 좋은 사회를 위한영감·성찰 기회 제공해줘고전의 또 다른 면모는 안 읽었거나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 안 읽었거나 읽히지 않았기에 고전으로 살아남아 끝없이 읽기의 욕망을 부추기면서 독서 대상으로서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칼 하인리히 마르크스(1818~1883)의 '자본론'(1867)도 안 읽히는 고전의 하나다. 독서는커녕 소지하는 것 자체를 불온시하는 무시무시한 이념적 억압과 자기검열로 인해 또는 그 난해함으로 '자본론'은 읽히지 않으면서도 정작 근대 인류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금단의 사과였다.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책이면서도 읽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놀랍다.나 역시 읽어야지 하면서 '자본론'의 언저리와 문턱만을 오가던 '자본론'의 '양기치 소년'이었다. 대학생 때 미야카와 미노루(宮川實)의 '자본론'의 대중적 해설판인 '경제원론'(1985)과 나오자마자 금서가 된 '자본론 해설'(1986) 복사본을 일독해본 게 전부다. 이듬해 1987년 도서출판 이론과실천에서 나온 '자본론 1-1'의 일부를 들춰본 걸 평생의 위안으로 삼고 있었는바, 상품과 잉여가치 창출의 비밀을 밝히고 있는 확대 재생산 도식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외워버렸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한국에서 '자본론'(Das Kapital을 '자본론'이라 번역하는 것은 일본식이라 하여 요즘은 '자본'으로 번역하기도 한다)이 처음으로 번역된 것은 1947년이다. 1993년 제대하고 박사과정에 갓 입학했을 무렵 청계천의 어느 헌책방에서 1947년에 나온 서울출판사 초판본을 구입했다.'자본론'은 1867년에 제1권이 출판된 뒤 마르크스의 사후 엥겔스에 의해 제2권이 1885년에, 제3권은 1894년에 나왔다. 서울출판사 판본은 최영철·전석담·허동의 공역으로 역자들은 일본의 개조사판과 독일의 아도라츠키판 등을 저본으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다. '자본론'은 모두 3권(카우츠키의 잉여가치론까지 포함하면 4권)인데, 내가 입수한 것은 서울출판사본 제1권, 2권뿐인지라 이제까지 낙질본을 산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시복 교수의 논문(2016)을 보고 서울출판사본이 완역본이 아니라 2권만 번역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국내에서 '자본론'은 모두 다섯 차례 번역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출판사(1947)·이론과실천사(1987)·비봉출판사(김수행, 1989~1992)·백의(1989)·길(강신준, 2010)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 잘 읽히지도 않고, 소지하고 있는 것조차 금기시됐던 이 책이 판을 거듭해서 출판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 그 어떤 책이라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개방되어 있고 자유롭다는 뜻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자본론'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힌 역작이긴 하나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19세기 서적이고 또 요즘처럼 플랫폼 노동·AI·로봇 등 노동이 추상화하고 기술이 고도화한 시대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 더 좋은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끝없는 영감과 반성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직장인이 되다 보니 신문과 소설책 한 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는 처지라 한동안 더 '자본론'의 양치기 소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문득 독서하는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리딩 위크(reading week) 같은 휴일을 법제화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

2020-05-10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사자오: 스승없이 저절로 깨달음

스승이란 단어를 한자로 쓰면 師이다. 師는 주역의 괘 이름이기도 하다. 지수사괘(地水師卦)는 땅 아래 험한 물이 고여 있는 상으로 많은 무리가 험한 상황에서 모여 있음을 상징하여 무리, 군대, 군사를 뜻한다. 전쟁을 치르는 괘인데 전쟁을 치름에 있어 승리로 이끌려면 반드시 장수가 있어야 하니 그 장수가 바로 군사(軍師)이다. 승리를 거두기 위한 지혜와 두려움을 무릅쓰는 용기와 상하의 믿음을 얻는 신뢰의 덕을 지닌 장수만이 승리를 한다. 이런 장수가 없으면 중론이 분열되어 배가 산으로 가니 패배만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영역의 공부를 함에 있어 어찌 보면 전쟁과 흡사하다. 부처님을 삼계를 이끄는 스승이라고 하는 것도 탐진치(貪瞋癡)라는 뿌리 깊은 인류의 적을 퇴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師)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보통 생이지지(生而知之)류의 천재들을 스승 없이 깨친 사람들이라 하여 찬탄하지만 사실 스승 없이 깨친 이는 없다. 하다못해 흘러가는 물소리가 스승노릇을 하더라도 스승이 없이 깨달을 수 없다. 증도가(證道歌)를 지은 영가(永嘉)선사가 유마경(維摩經)을 보다 심지가 열렸다. 하루는 현책(玄策)과 대화도중 현책이 그대가 법을 얻은 스승이 누구인가를 묻자 깨닫긴 하였지만 증명(證明)해준 스승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최초의 부처라 전해지는 위음왕불(威音王佛) 이후에 스승 없이 깨달았다는 자는 천연외도(天然外道)이니 六祖대사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하였다. 혜능선사를 친견한 후 법을 증명받아 그 후 도를 크게 펼쳤다. 선각(先覺)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옛 선사들이 하나같이 강조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06 철산 최정준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살든지 뒈지든지

연극 '조치원해문이' 팬데믹·'햄릿'과 연결된 작품불합리·모순과 결별 새 세계 선언연극 매체도 제작·관객 수용 등또다른 전환 모색해야 할때연극 '조치원해문이'(이철희 작·연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두 사건과 만나는 작품이다. 하나는 작품 외적 상황인 현재의 팬데믹과 연결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구조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연결되어 있다.지난 4월은 이른바 랜선 공연이 기존 공연을 대체했다. 대표적으로 국립극단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네 작품, 남산예술센터 온라인 스트리밍 상영을 통해 다섯 작품이 랜선을 따라 관객을 만났다. 해외의 유명 작품을 유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랜선 공연은 기존 공연을 영상으로 기록했던 경우도 있었고, 기획 단계부터 영상 제작을 목표로 제작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 편차야 어떠하든 극장에서 직접 관극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연극 '조치원해문이'는 극장 공연(10일~12일, 17일~19일)과 랜선 공연(16일)을 함께 올린 작품이다. 거리두기 객석제 운영으로 60여 명이 관극한 12일의 극장 공연과 달리 16일의 랜선 공연 관객은 이만 명이 넘었다. 관객 수만 단순 비교하자면 랜선 공연이 압도적이다.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관객 수 정보와 채팅 창을 통한 감상의 공유는 랜선 저 너머의 관객을 상상하게 만들 정도였다.'조치원해문이'는 재난이나 역병을 다루는 작품이 아님에도 팬데믹 이전과 이후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과거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전환을 맞이한 이후에도 비록 그 영향력이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연극 매체는 그 고유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의 연극 매체는 공연 예술의 제작 방식에서부터 관객 수용 방식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조치원해문이'는 '햄릿'을 소환하고 있는 작품이다. 단지 '조치원해문이'의 갈등 구조가 '햄릿'의 그것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환의 시대를 모색하려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그러한 전환과 관련하여 그 유명한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라는 독백은 다시 읽어야 한다. '조치원해문이'도 "내가 살든지 뒈지든지 매조지를 져야 되여"라는 대사로 옮겼다. 하지만 이 대사는 살고 죽는 선택의 문제를 말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살고 죽는 선택의 문제로 읽는 한에는 대부분 사는 것을 택하기 때문인데, 정작 '사느냐'를 번역한 'To be'는 전혀 다른 함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햄릿에게 있어 'To be'의 상태는 지금의 세계 상태, 곧 불합리하고 모순에 가득 찬 현재의 세계 상태를 말한다. 그 세계 상태는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상태, 왕위를 찬탈한 삼촌으로부터 살해당할 위기에 놓여 있는 햄릿의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장례식에 썼던 음식을 어머니의 결혼식에 그대로 썼던 상태의 지속을 견디고 목숨만 겨우 유지하면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이 'To be'의 상태인 것이다. 그러므로 앞의 독백은 "견딜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로 읽는 것이 불합리하고 모순에 가득 찬 세계로부터 복수를 결행하려는 햄릿의 고뇌를 더욱 잘 드러나게 한다. 그 결단은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목숨을 걸고 불합리하고 모순에 가득 찬 이전의 세계와 결별하고 이후의 세계로 전환을 선언하는 독백 장면인 것이다.연극 '조치원해문이' 혹은 '햄릿'은 낡은 시대의 모든 견고한 것을 녹이는 전환을 모색하려는 자라면 마땅히 가질 수밖에 없는 고뇌와 결단의 순간을 담고 있다. 이전의 세계와 결별하고 이후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전환은 거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담고 있다. "다 태워버릴겨"라고 외친 해문이는 자신이 태워버리고자 했던 그 낡은 것과 함께 스러져간다. 햄릿과 마찬가지로.어쩌면 해문이와 햄릿은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려는 자는 낡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용기가 있는가라는 물음 다음에 마저 쓰지 않은 한 줄을 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까지도./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20-05-03 권순대

[생활법무카페]친생자관계존부확인

최근 남편과 별거만 하다가 가족관계등부상 배우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출생한 여자가 상담하러 왔다.민법제844조2항은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일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법률상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외자를 낳을 경우 친아버지의 자녀로 출생신고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신생아 아버지와 계속 같이 살면서도 남편과 이혼하지 못해 혼인신고도 못하고 아이의 출생신고도 못하다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족관계등록을 서두른 경우다.이때 생모는 가족관계등록상 남편 앞으로 신생아를 출생 신고하고 남편을 상대로 친생자부존재확인 판결을 받고 나서 친아버지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그런데 남편 앞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먼저 판결을 받은 다음 친아버지 앞으로 바로 출생신고하는 방법이 있다. 친아버지가 원고가 되고 신생아와 생모의 법률상 남편을 공동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장 접수 시 생모를 신생아의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하는 신청을 동시에 해야 한다. 재판을 빨리 진행하려면 생부와 신생아의 유전자 감식을 먼저 받아서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좋다.위와 같이 법률 상으로 이혼하고 300일이 경과한 후 아이를 출생해야 신생아를 출생 신고할 수 있다. 남편과 이혼 전 또는 이혼 후 300일 전에 새남자의 아이를 출생하면 친생자관계존부판결을 거쳐야 한다.가족관계등록상 남편과 이혼을 하기 전 또는 이혼을 한 후 300일이 지나기 전에 새남자의 아이를 출산한 경우 신생아의 의료보험자격취득 등이 급하여 생부 앞으로 출생신고를 먼저 하려고 하는 경우의 사례인데 출생 신고 후 이혼(협의이혼 또는 재판이혼)과 혼인신고를 해도 된다. 신생아를 혼인 중 출생자로 보기 때문이다. (민법제855조 2항) 이를 '준정'이라고 한다./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4-28 이상후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이름 그대로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 물푸레나무

재질 강하고 탄성 좋아 목재로우리 민족의 사랑 듬뿍 받아요즘엔 스키·야구 배트 등운동기구 만드는데 이용껍질 말려 해열·진통·소염제로도지난주 4월 하순 같지 않은 강한 바람과 함께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다행히 이번 주부터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기온이 크게 오른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하루가 다르게 숲은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내달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있던 우리들의 기분을 전환하기에 숲만큼 좋은 장소도 없을 것 같다. 다가오는 연휴에는 나무들의 새잎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신비한 연둣빛 생명의 숲을 찾아가 마음껏 느끼고 즐겨보자. 저마다의 고유한 색과 향기로 숲을 채우는 나무들이 각별한 감동과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숲속에도 도시에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나무가 살고 있다. 그중에 물푸레나무는 이름만 들어도 높은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푸르름을 뽐내는 나무이며 또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면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춤을 추며 우리에게 달려올 것 같은 나무다.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실제로 어린 가지의 껍질을 벗겨 맑은 물에 담그면 연한 파란색 물이 우러나기에 물푸레나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자 이름은 수청목(水靑木) 또는 수정목(水精木)이라고 하며 나무껍질에 흰점이 얼룩져 있어서 백심목(白尋木)이라고도 한다. 물푸레나무는 벼루를 만들 정도로 재질이 단단해서 석단(石檀)이라고 부르며 돌벼루보다 가벼워서 선비들이 나들이에 즐겨 애용했다고 한다. 물푸레나무를 달인 물로 먹을 갈아 쓰면 오랫동안 보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재질이 강하고 탄성이 좋으며 잘 휘어진다. 그래서 일찌감치 베어 썼기에 고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목재로서 우리 민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실생활에 쓰임새가 많아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리깨, 괭이나 호미 등 농기구의 자루로 가장 많이 쓰였음은 물론 맷돌 손잡이, 소의 코뚜레, 다듬이 방망이 등의 생활용품, 그리고 창의 자루까지 물푸레나무 가지로 만들었다. 또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에서는 물푸레나무 가지로 '설피'를 만들어 신었다. 물푸레나무 가지의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서 뜨거운 물에 넣고 타원형으로 휜 다음 피나무껍질로 동여매고 그 위에 짚신을 묶으면 눈에 빠지거나 잘 미끄러지지 않았다. 조선 예종 때에는 형조판서였던 강희맹이 상소를 올려 버드나무나 가죽나무 곤장이 때려도 아프지 않아 죄인들이 자백하지 않으니 물푸레나무로 바꾸어달라고 했을 정도로 물푸레나무는 탄력이 강하다. 그래서 회초리로도 많이 쓰였으며 오늘날에는 스키나 야구 배트, 하키 스틱 등 운동기구를 만드는 데 이용되고 있다. 나뭇결이 아주 뚜렷하며 곱고 화려한 무늬를 갖고 있어 소품이나 고급가구재, 인테리어 소재로 인기가 많은데 국내 한 가전업체의 최고급 브랜드의 냉장고나 공기청정기에도 북미산 물푸레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물푸레나무를 불태운 재는 물에 우려서 염료로 이용했는데 색이 바래지 않고 오래 가므로 예전에 스님들이 입는 청색이 도는 회색 승복을 염색하는 데 썼다.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전국의 비옥하고 습기가 많은 계곡을 따라 비교적 높은 곳까지 자생하는 나무이지만 마을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잎은 잎줄기에 5∼7개의 작은 잎이 짝을 이뤄 달리고 끝에 한 개의 작은 잎이 달린 깃꼴겹잎으로 마주난다. 5월에 피는 꽃은 어린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연초록의 자잘한 꽃이 원추꽃차례로 무더기로 핀다. 가늘고 긴 날개가 달린 열매는 9월에 익으며 뿔이 달린 바이킹 투구 같은 회색빛 긴 겨울 눈을 가지고 있다. 회갈색 수피에 가로로 흰색 띠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봄과 여름 사이 물푸레나무 껍질을 채취해 말린 것을 진피(秦皮)라 하는데 해열이나 진통, 건위제, 소염제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충혈, 안질 등에 진피를 우려낸 물로 눈을 씻으면 효과가 크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눈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물푸레나무 추출물은 특히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활성산소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기에 수분크림 등 다양한 화장품에도 사용되고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

2020-04-26 조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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