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시인의 꽃]민들레꽃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화려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평범해서 정이 간다평범하고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서평안하다//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씨가 머무는 곳에서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피어나서요란하지 않아서 좋다화려하지 않아서 좋다수줍어하며 수줍어하며나를 안아 주어 편안하다//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씨가 머무는 곳에서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조병화(1921~2003)아무도 가꾸지 않아도 어느 곳에서나 자리 잡고 사철 꽃을 피우는 민들레 꽃. 솜뭉치 같은 열매 뭉치에 200여개의 씨앗을 품고 있다가, 바람 불면 허공을 날아 어디든지 간다. 산과 들판이 아니더라도 틈을 보인 땅과 햇빛 있는 곳에 정착하여 불평 없이 저 홀로 서식한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가난한 사람같이 '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 '씨가 머무는 곳에서' 자리를 내어주지 않아도 '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 아무것도 없기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이 식물의 꽃말은 행복이다. 이 행복은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화려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 평범해서 정이 간다 평범하고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서 평안하다" 그렇지 아니한가. '수줍어하며 수줍어하며' 한 없이 '나를 안아 주어 편안'한 '민들레 사람'이 당신 곁에 있거나, 저 멀리서 '민들레 홀씨'되어 당도하고 있으니, 외로워 말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14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치근용: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둘로 나누면 나와 남이다. 고전에서는 나를 己나 身이라 부르고 남을 人이라 부른다. 修身이나 修己라는 말들을 자주 하고 治人이란 말도 종종 사용한다. 나와 남이 별 허물없이 모두 다 잘 되면 그게 곧 천하가 잘 되는 것이니 이것이 平天下이다. 언제나 출발점은 나에서부터이니 修己나 克己나 修身등은 모두 그런 뜻을 지니고 있다. '중용'에서는 나에서부터 시작해나가는데 필요한 세 가지 마음의 덕이 있다고 보았다. 바로 지혜와 사랑과 용기이다. 배움을 좋아함은 지혜에 가깝고(好學近乎知) 힘써 실천함은 사랑에 가깝고(力行近乎仁) 부끄러움을 앎은 용기에 가깝다(知 近乎勇). 이 지혜와 사랑과 용기를 진리에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세 가지 덕이라 한다. 이 중에 나의 나태함을 일깨우고 분발하게 만드는 덕은 부끄러움을 아는 용기이다. 똑 같이 사람의 모양을 하고 사는데 왜 사람답게 살지 못할까하는 부끄러움이 바로 진정한 용기의 추동력이다. 참회라고 하건 회개라고 하건 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정으로 부끄러움을 안다면 곧 실천할 날이 멀지 않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09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 합니다.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한용운(1879~1944)장미과에 속하는 해당화는 무려 높이가 1.5m되고, 꽃은 지름 6∼9㎝로 5월에 홍자색으로 개화한다. 봄의 끝에서 피어난 해당화는 그 크기와 빛깔만큼 양귀비꽃처럼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 그리움, 원망, 미인의 잠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오지 않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다 붉게 피어나는 것이다.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라는 기다림과 그 뒤에 "야속한 봄바람"에 떨어질 때 까지 오지 않는 사랑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있다. 시들어가는 사랑을 생각하며 시든 여인의 입술과 같은 꽃잎에 '너는 언제 피었니'라는 물음은 뒤돌아 갈 수 없는 연정을 아프게 물들게 한다.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되지만 셋도, 둘도 될 수 없는 혼자만의 '독백의 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07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법자폐: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폐해를 보다

상앙의 변법으로도 유명한 중국 전국시대 상앙은 원래 위(衛)나라 사람이었다. 진(秦)나라 효공(孝公)에게 신임을 얻어 기존의 여러 가지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강력한 법을 만들었다. 상앙의 변법에 힘입어 진나라는 부국강병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법이 지키기 어렵고 무서운지라 날이 갈수록 백성들의 원망을 얻게 되었다. 더욱 옥죄기 위해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태자의 죄를 대신해 태자를 보좌하고 가르친 죄로 공자건(公子虔)과 공손가(公孫賈)에게 묵형(墨刑)을 가하기도 하였다. 결국 백성과 기득권세력의 원망이 쌓여 모함을 받게 된 상앙은 도망을 치다 어느 여관에 머무르러 들어갔다. 그러나 주인은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을 숙박시키면 연좌죄를 범하게 되어 자기가 형벌을 받는다며 거절하였다. 연좌제는 상앙이 만든 법이었다. 이에 상앙은 "법을 만든 폐해(爲法自弊)가 나에게 미치는구나" 한탄하였다. 결국 상앙은 사지를 찢겨 죽이는 거열형에 처해져 죽었다. 남을 잡으려고 자기가 만든 법이고 규칙인데 거기에 자기가 걸려들 줄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0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진망공처: 참과 거짓이 함께 있는 곳

어느덧 벚꽃이 다 지려한다. 꽃이 나고 지는 현상을 영상으로 찍어서 시간을 천배 정도 느리게 필름을 돌리면 그것이 우리 인생이 나고 지는 시간과 엇비슷할 것이다. 짧은 시간도 길게 보면 길고, 길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순간인 것이 무상한 세월인가 보다. 바다의 포말(泡沫)을 느린 속도로 보아도 그럴 것이다. 꽃은 왜 피며 왜 질까? 이런 질문은 생물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철학의 근본문제인 생사의 질문이다. 생멸에 관한 물음이다. 불교 선종의 육조 혜능은 '내'가 태어나는 문제에 대해 두 가지로 답하였다. 먼저 내적 원인으로 생념(生念)을 들었는데 생념(生念)이란 나오고자 하는 생각이다. 태어남은 나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는 외적 인연인 생연(生緣)을 들고 있다. 이렇게 생념(生念)과 생연(生緣)이 갖추어지면 '나'라는 존재로 여기는 의식(意識)이 갖추어져 생명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래 생멸이 없는 진아(眞我)와 그것을 잊고 생멸에 끌려 다니는 가아(假我)가 함께 있는 곳을 마음(心)이라 하였다. 인간이 끊임없이 생사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며 고민하는 추동력도 이 때문일 것이다. 참과 거짓이 함께 있는 곳, 우리네 마음에 관한 성찰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25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독정심(지犢情深)

지독정심(지犢情深)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정이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은 지극히 맹목적이고 헌신적이다. 더 나아가 어버이의 애정은 바다처럼 깊고 넓고 위대하다. 바비킴이 부른 'MaMa'(작사/작곡:하광훈) 노랫말에는 곡목이 시사하듯이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배어 나온다. 'MaMa'에 등장하는 화자는 성인이 된 인물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어머니의 포근한 '무릎'을 필요로 하는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 그가 가끔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러한 위기 때마다 '문득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화자의 '그림자'를 품에 안은 채 화자의 인생 길라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내 그림자를 안고서'.만약 자녀가 정상 궤도를 탈선해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건에 연루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숨이 끊어질 듯 몹시 애통해하고 깊은 상심에 잠길 듯싶다. 마찬가지로 'MaMa' 속 화자는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속마음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미안해요 고마워요/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어머니의 지독정심 사랑의 위대함에 그는 가슴이 울컥하며 새롭게 마음의 다짐을 한다. 만약에 비가 내리면 어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우산'을 들고 자신이 서 있겠다고 굳게 맹세한다. 그 동안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주며 무한대 사랑을 베풀었던 것처럼 그도 어머니를 포옹해주겠다고 서약한다: '내가 안아 줄게요/하늘에 뜨거운 저 태양도/밤하늘에 수많은 저 별도/당신 앞에선 그저 작은 이야기뿐일걸'.포천 출신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작사/작곡:이현승) 가사는 아버지에 대한 잔잔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곡목 '아버지'에서 아버지는 '그대'라고 묘사된다. 화자에게 '그대'는 '한 걸음도' 바싹 다가가기엔 부담스런 존재이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내 마음을 알아주기를/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화자에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화자와 아버지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이다.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화자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자의 가슴에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쓸쓸히 '뒷모습'을 보인 채 자신 곁을 떠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그렁그렁 차있는 화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주륵 흘러 내린다.화자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이중 감정 병존의 감정이 교차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애증의 감정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세차게 북받쳐 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서로 미워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때로는 화자를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한 애정으로 '아껴주던' 사랑의 전도사이자 지독정심의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 밀려오면서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뼈저리게 사무친다: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모른 채 아버지를 미워했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재확인하며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부모와 자녀의 친밀도가 예전만 못한 요즘이다. 세월이 가도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는 가로 세로 깊이 넓이 모두 다 무한대 사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지독정심의 깊은 뜻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4-22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복연선경: 복은 선한 인연을 통한 경사이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고민하게 만드는 화두 가운데 하나는 정말 '착하게 살면 복을 받을까'라는 문제이다. 복이란 화의 상대어로 화복(禍福)은 인간이 겪는 모든 일을 두 종류로 잘라 말한 것이다. 누구든 복을 바라지 화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선이란 악의 상대어로 선악(善惡)은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을 두 종류로 윤리적 관점에서 나누어 말한 것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누구든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배운다. 복(福)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엔 거의 예외가 없다. 반면 선을 행해야 한다는 당위적 가르침에는 그렇지 않다. 善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은 차치하더라도 '윤리적 행위가 과연 현실적 화복을 좌우하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여기에서의 善이란 윤리적 행위의 원천과 기준은 인간의 보편적 양심이다.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하게 되면 그 행위에 대한 양심의 평가가 내부에 축적된다. 그 양심의 평가가 善하다고 내려지면 그 인연을 따라 복을 불러드린다. 반대로 惡하다고 내려지면 그 인연을 따라 禍를 불러들인다. 因果란 틀림없는 법칙이다. 다만 씨앗이 因이라면 열매가 果인데 씨앗을 심는다고 다 곧바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듯, 사람의 善한 인연과 福의 열매도 마찬가지이다. 어째든 중요한 것은 봄에 선한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복의 열매를 거둔다는 점이다. 개인이든 사회든 선한 인연을 만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18 철산 최정준

[김나인의 '생활관상']얼굴은 삶의 가치를 담고있는 정보의 보고

관상(觀相)이란 상(相)을 본다는 말이다. '상을 본다'는 말은 어느 부위를 기준해 보느냐에 따라 족상, 수상, 관상 등으로 구분 짓는다. 여기서는 사람의 얼굴을 통해 보는 관상을 말하고자 한다.현대인에게 상을 보는 일은 더 이상 관상가나 성형외과의사 등 특수관계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관심을 갖고 살피는 일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 앞으로 다가가 밤새 탈은 없었는지, 얼굴에 무슨 변화라도 없는지 안부를 묻고 보살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관상을 보는 일이 왜 중요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얼굴은 시선이 집중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얼굴은 가릴 수 없는 부위이고, 늘 노출돼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받게 된다. 단지 남의 시선을 받는 것으로 끝나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받는 일이기에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그렇다면 관상을 볼 때 어느 부위를 주로 봐야 할까. 그것은 평소 거울을 통해 자주 접하며 관심 갖는 부분이 중요한 부위가 된다.사람의 얼굴은 8가지 형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마, 눈썹, 눈, 코, 관골, 귀, 입, 턱 부위 등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또는 가족, 친구나 동료, 지인의 얼굴을 보면서 나름의 평가를 하게 되고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이마가 시원시원하게 생겼다든지, 눈이 초롱초롱 맑다든지, 얼굴에 비해 코가 너무 크거나 작다든지, 입은 큰데 입술이 너무 얇다든지, 귀가 잘생겼다든지, 뒤로 벌렁 뒤집어져 있다든지 하는 말들을 자주 하게 되는바, 이 8가지 부위를 보고 그 사람의 명운 흐름을 판단하고 건강상태를 알아보게 된다. 얼굴은 자신의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의미가 들어있는 '정보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관상을 볼 때는 각 부위의 생김새와 더불어 그 부위에 나타나는 색깔의 변화, 즉 기색을 잘 살펴야 한다. 상이 아무리 좋아도 기색이 어둡거나 탁하면 운이 왔다가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며, 건강한 사람도 오장 육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신체리듬에 변화가 생겨 질병이 생기게 되는 것인 바 세심히 살펴야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가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년이라는 기간도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환경이 변하듯이, 사람의 상도 이와 마찬가지로 바뀌고 변화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가짐과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상은 반드시 변화하게 된다. 사람은 아름답고 예쁘고 멋진 얼굴을 갖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성형을 통한 시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형을 해서 관상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명운까지 바뀐다 보긴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코가 낮아 콧대를 높인다거나 코뼈를 깎아낸다거나 하는 식의 성형만으로는 보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명운의 흐름까지 바꿀 수는 없다. 관상을 볼 때는 어느 한 부위의 단면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직분이나 현실적 환경과 마음속 품은 뜻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청격인지 탁격인지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청격(淸格)'이란 얼굴을 마주 대할 때 얼굴의 기색이 윤택하고 맑고 밝으며 선명하고 눈에 광채가 은은히 새어나오면 청격을 지녔다 할 것이다. 얼굴 빛이 어두우며 눈빛이 어둡고 눈동자는 불분명하고 얼굴 기색이 어두우면 '탁격(濁格)'이라 할 수 있다. 말소리가 우렁차고 앉은 자세가 바위처럼 단단하고 걸음걸이가 활기차면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충분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반면 말소리가 기어들어가고 걸음걸이가 흔들거리며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재난을 피하기 어렵다.좋은 관상은 '이런 것이다'라는 확실한 근거 규정은 없다. 그 사람의 환경과 가치기준에 따라 달리 지기 때문이다. 어떤 상이 좋은 것이며 또는 어떤 상이 좋지 않은 상인지 보편타당한 기준에 맞춰 얼굴 속에 감춰진 인간의 명운과 건강 등의 문제를 관상을 통해 짚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발전적이고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관상이 귀중한 도구로 활용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8-04-15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목퇴토승: 목기가 물러나고 토기가 때를 타고 있다

인체도 우주의 자율적 법칙에 영향을 받고 그 자율적 법칙에는 오행의 이론도 속해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계절의 기후는 중요하다. 오행으로 계절의 기운을 볼 때 꽃잎이 허공에 날리는 늦봄이 되면 목퇴토승(木退土乘)으로 木氣가 지나가고 土氣가 발동해 木土의 기운을 겸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土와 水에 해당하는 인체의 부분이 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주의해서 관리를 해주면 좋다. 우리 몸의 장부중 육부로만 말하면 위(胃)와 방광(膀胱)에 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인체의 장부는 표면의 일정부위와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일정부위를 자주 만져주는 것도 간단한 건강관리 방법이다. 오행상 土에 해당하는 위(胃)의 경혈(經穴)은 얼굴의 눈 바로 아래 승읍(承泣)이란 혈자리에서부터 시작해서 둘째 발가락 바깥쪽 끝인 여태(려兌)란 혈자리에서 마친다. 오행상 水에 해당하는 방광(膀胱)의 경혈(經穴)은 눈곱이 끼는 자리인 정명(睛明)이란 혈자리에서 시작해서 새끼 발가락 바깥쪽인 지음(至陰)에서 마친다. 습관적으로 자주 만져주면 좋은 자리들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11 철산 최정준

[조성면의 '고서산책']고서 수집의 '즐고움'

학자 진계유(陳繼儒) 말대로 독서와 고서 수집은 "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해도 싫증나지 않는 일"로서 헤어 나오기 싫은 즐거운 일이다.옛날 학자들의 꿈은 자기 책을 내는 것과 장서를 갖추는 일이었다. 책(冊)은 죽간이나 나무 등을 실이나 가죽으로 꿰맨 것을 형상화한 글자이고, 책을 뜻하는 불어 리브르(livre)는 권위 있는 고전을 지칭하거나 금화의 단위로 쓰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던 단어였다. 그런 만큼 유럽에서 중세와 근대 초까지만 해도 책은 귀족들의 품위와 교양의 상징이었다. 한국은 책을 아끼고 숭상하던 책의 나라였다. 1970년대 들어 한국은 전집류 같은 월부 책들이 호황을 누렸다. 보릿고개를 넘기고 고도성장을 거듭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거실의 벽면을 책으로 채우는 것이 대유행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서점과 인터넷과 공공 도서관이 책으로 차고 넘치건만, 독서의 열기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책이 흔해지고 독서량은 늘었으나 독서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독서 인구는 줄어들었다. SNS나 웹 검색을 통해서 고전과 베스트셀러에 대해 얻은 인스턴스 지식이 진중한 진짜 독서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위성이 높이 뜰수록 문화의 수준은 떨어진다는 말대로 출판부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읽는 사람만 읽고 독서 인구는 적어지는 독서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같다. 독자가 떠난 빈터를 '엄지족'과 '스몸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대환경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외곽으로 흘러나오는 책들이 바로 중고도서와 고서 시장을 형성한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문학청년기와 대학원생 시절 우리 동기들의 일과는 도서관을 드나들며 시간 날 때마다 헌책방들을 순례하는 일이었다. 시장 밖으로 밀려난 헌책방의 책더미들 속에서 우리는 전공서적이나 논문과 강의를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과 귀중한 절판본을 염가에 만나는 기쁨을 누렸으며, 옛 책을 통해서 그 시대의 지적 흐름과 문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면 옛 책과 재고도서와 고서의 차이는 무엇인가. 고서연구회의 정의에 따르면, 고서는 1959년 이전에 출판된 책들을 말한다. 반면 재고는 팔리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있던 책을, 옛 책은 과거에 나온 오래된 책을 지칭하는 편의상의 용어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인류역사에서 책이 등장하자 숱한 독서가와 장서가들 그리고 일화들이 생겨났다. 가령 명대 주대소(朱大韶)라는 애서가는 책사랑이 지나쳐 고서와 자신의 애첩(愛妾)을 주저 없이 바꾸는 엽기적이고 황당한 선택을 했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독서가 사고의 힘과 언어능력을 길러주고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며 지식과 정보를 얻고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나만의 고서 컬렉션을 갖는 것도 독서 못지않은 보람과 기쁨이 있다. 그러면 고서 수집을 위해서는 어떤 요령, 어떤 비법이 있는가. 수집에도 오계명이 있다. 첫째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둘째는 분명한 목표의식과 방향, 셋째는 자문을 받을 만할 멘토 혹은 신뢰할만한 단골 고서점의 확보, 넷째는 필요한 경우의 망설임 없는 투자, 다섯째는 지극한 정성이다. 여기에 더해 적절한 행운과 재수도 따라줘야 한다. 물론 수집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시간과 경제적 소모가 분명하고, 퀴퀴한 냄새를 맡고 책 먼지를 먹는 일을 피할 수 없으며 집안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수집가들치고 부부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도 명대의 학자 진계유(陳繼儒) 말대로 독서와 고서 수집은 "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해도 싫증나지 않는 일"로서 헤어 나오기 싫은 즐거운 일이다. 폐일언하면, 독서와 고서 수집은 즐겁지만 고통도 뒤따르는 괴로운 즐거움―곧 '즐고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삶의 풍요를 위해 한번 가져볼만한 취미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4-08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군자삼계: 군자가 경계할 세 가지

요즈음 눈 만 뜨면 들리는 '미투'는 이성으로 표현되는 '색(色)'에 관한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이전에 경계하지 않았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경계는 조심하고 챙기는 마음이다. 계(戒)란 글자에서도 그런 뜻을 볼 수 있다. 계(戒)는 두 손을 상징한 공( 卄)과 무기의 일종인 창을 뜻하는 과(戈)로 합성된 글자이다. 글자를 보면 무기를 들고 보초를 서면서 외적에 대비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나를 포함한 소중한 이들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마음과 행위가 경계이다. 그런데 적은 밖에서 쳐들어오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왜냐하면 가까운 것은 보이지 않고 예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한 경계가 많다. 공자는 연령대별로 경계할 것을 세 가지로 압축하였다. '논어'에 보면 청소년기(少)와 장년기(壯)와 노년기(老)에 해당하는 경계할 것이 제시되어있다. 청소년기(少)에는 이성교제(色)를 경계하고 장년기(壯)에는 다툼(鬪)을 경계하고 노년기(老)에는 획득하려는 마음(得)을 경계하라고 하였다. 청소년기(少)에는 아직 혈기(血氣)가 안정되지 않은 시기라서 남녀관계를 조심해야 하고, 장년기(壯)에는 혈기(血氣)가 강해지기 때문에 다툼(鬪)을 경계하고, 노년기(老)에는 혈기가 쇠약해지기 때문에 지나친 탐득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결국 누구든 세월이 흐르면서 혈기(血氣)라는 기질의 상태변화를 겪는데 이에 따라 사회활동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04 철산|최정준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

냉장고·자동차 그리고 집"내 인생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내 것이었으면 좋겠네"라던 윌리는'자동차 할부 끝나니 폐차 직전'인삶의 사이클에서 못 벗어났다.올해 독일 하이델베르크 페스티벌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되었다. 오는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무대에 올리게 된 연극 3편에는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이 포함되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다. 성북동비둘기의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윌리 로먼은 런닝타임 내내 트레드밀 위에서 달린다고 한다. 트레드밀 위에서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윌리 로먼은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과 닮아 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대공황 이후 20년이 지난 미국 사회의 이야기이고, 성북동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IMF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여기의 이야기이다.윌리가 트레드밀 위에서 달려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여기의 보통사람이 집을 사기 위해서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를 신한은행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가 잘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거주자는 전국 평균 7.3년이 걸려야 집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전세 보증금에 생활비를 제외한 자금을 모두 모았을 때 이야기다. 서울에서는 20.7년이 걸리고 서울 강남에서는 26.5년이 걸린다. 웰세 거주자는 전국 평균 18.4년이 걸린다. 서울에서는 40.1년이 걸리고 서울 강남에서는 49.3년이 걸린다. 그런데 향후 집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4.1%에 이른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아파트 공화국'에서 "주택이 유행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한국의 아파트 열풍에 대해 말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그 사이 정책과 제도, 그리고 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달려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을 뿐이다.'클라이맥스를 산다'라는 카피가 있었다. '아파트 공화국' 출간보다 조금 앞 선 시기의 한 아파트 광고였다. 메시지는 그럴 듯해 보인다. '이 아파트를 사세요.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살게 될 거예요'. 정도로 들린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살게 된다는 메시지가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광고가 어느 날 느닷없이 자취를 감춘다. 사달이 난 사연이 조금은 짐작된다. 클라이맥스는 연극에서 절정을 가리키는데 이게 문제였을 것이다. 한 편의 연극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로 이루어진다고 할 때, 클라이맥스는 긴장도가 가장 높은 정점의 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클라이맥스는 결말 바로 앞에 위치하여 '마지막 바로 직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아무리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산다고 한들 그곳이 마지막 바로 직전이라면 누가 구입을 원하겠는가.윌리는 25년이 걸렸다. 대공황이 있기 전 30대 중반에 구입해서 이제 예순을 넘긴 나이에 이르렀다. 25년을 내리 달려 도착한 그곳에서 아내 린다가 말한다. "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라고. 그러나 그는 아내의 말을 들을 수 없다. 린다가 말하는 오늘은 윌리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다.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다는 린다가 반복해서 말한 마지막 네 번의 단어는 '해방'(free)이다. 빚진 것이 없는 해방의 날을 그는 그렇게 맞이하였다. 이제 윌리는 더 달리지 않아도 된다. 윌리에게 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고 싶어도 했으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늘 할부금이었다. 냉장고, 자동차, 그리고 집. "내 인생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고장 나기 전에 내 것으로 가져 봤으면 좋겠네!"라던 윌리는 "자동차 할부가 끝나니 폐차 직전"인 삶의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오래 달린 주택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트레드밀 위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내려오지 못했다. 그 위에 한 번 올라서게 되면 좀처럼 내려설 수 없게 된다. 트레드밀의 속도와 다른 삶의 속도를 상상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우리 시대의 윌리는 지금도 트레드밀을 달리고 있다. 클라이맥스를 달리고 있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04-01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한음등천: 나는 소리가 하늘에 오른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가족 간이든 친구 간이든 사제 간이든 신뢰가 깨지면 사람사이의 관계는 단절된다. 단절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좋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신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 괘가 中孚이다. 전체적인 괘의 모양으로는 가운데가 텅 비어있고, 상하로 괘의 모양으로 구분해보면 상하의 가운데는 충실하게 차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비어있음은 욕심 없음을 요구한다. 구분해볼 때 상하의 가운데가 차있음은 진실함을 요구한다. 욕심 없음과 진실함이 인간 신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신앙을 포함한 신뢰의 문제와 관련하여 욕심이 없으면서 진실하면 최상이고 욕심으로 꽉 차있는데 진실함이 없으면 최악이다. 인간은 이 둘 사이에 존재한다. 그 최악의 경우를 표현한 말이 한음등천(翰音登天)이다. 닭을 예로 들어 비유한다. 닭은 본질적으로 하늘 높이 날지 못한다. 이것은 진실이다. 그런데 그런 닭이 날고 싶어 하고 날수 있다고 소리를 낸다. 이것은 욕심만 가득 차있고 진실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몸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날려는 욕심의 소리만 하늘로 오르게 된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깨지는 것도 이런 이치이다. 진실을 멀리하고 지나친 욕심만 내세우면 신뢰는 깨진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27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우아하고 청초한 꽃으로 봄을 대표하는 목련

유난히도 춥고 끝이 보이지 않던 겨울도 지나가고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나무들이 저마다 봄을 맞이하는 채비를 할 때 하얗고 커다란 꽃봉오리를 구름처럼 터트리는 목련을 만날 수 있다. 우아하고 청초한 모습으로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목련꽃은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우리가 흔히 목련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자목련과 함께 100여 년 전에 중국에서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목련은 제주도와 추자도에 분포한다. 가장 먼저 듬성듬성 꽃이 피는데 꽃잎이 여섯 내지 아홉 장으로 백목련의 여섯 장과 차이가 있으며, 꽃의 밑부분에 연한 홍색 줄이 있는 게 다르다. 함박꽃나무도 우리나라 자생종인데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에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전역의 산에서 볼 수 있다. 함박꽃나무는 목련과 달리 잎이 나온 뒤 5월에 꽃이 피는데 향기가 매우 좋다. 북한의 국화로 목란(木蘭)이라고 부른다. 목련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분포하는 넓은잎 큰키나무로 보통 높이 10미터까지 자라며, 20미터, 가슴높이 직경이 1미터까지도 큰다고 한다. 수피는 회백색으로 매끄러운 편이며,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넓은 달걀형으로 잎 끝이 거북이 꼬리마냥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3, 4월에 피는 하얀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9, 10월에 익는 열매는 붉은색으로 닭벼슬 모양이다. 가지 끝에 달리는 손가락 마디만한 꽃눈은 많은 잔털에 덮여 있지만 겨울눈에는 털이 없다. 목련은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되는 습기 있는 땅에서 잘 자라며 해가 잘 들지 않는 음지에서도 생육에 문제는 없으나 꽃이 잘 피지 않는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피는 연(蓮)'이라는 뜻이다. 이는 꽃 모양이 연꽃을 닮아서 붙인 이름인데, 이외에도 겨울눈이 붓을 닮아서 나무 붓이라는 뜻의 목필(木筆), 봄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영춘(迎春)으로도 불렸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남쪽으로 해를 보고 피어나지만 목련의 꽃눈은 특이하게도 끝이 북쪽을 향하기 때문에 북향화(北向花)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햇볕이 잘 드는 남쪽 면이 먼저 벌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장이 늦은 북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북쪽을 향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목련의 꽃봉오리는 신이(辛夷)라고 해서 약 2천년 전부터 한약재로 사용해 왔는데,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에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고혈압, 두통이나 축농증, 비염 등의 치료에 썼으며 특히 콧병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련꽃은 차로 마시기도 한다. 목련꽃차는 맑은 노란색으로 마셨을 때 입안 가득히 그윽한 향기가 퍼지고 따뜻한 물에 꽃의 결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즐기기에 좋은 차다. 목련꽃차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 찬 음식으로 불편해진 속을 다스리는데 좋다. 목련은 꽃이 피는 기간이 사나흘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우리 조상들은 목련의 꽃 피는 모양을 보고 그해 날씨와 풍흉을 예측하기도 했는데, 꽃피는 기간이 길었던 해는 풍년이 들고 피어 있는 꽃이 아래로 처져 있으면 비가 올 징조로 보았다. 여름 장마철 집안에 습기가 많고 나쁜 냄새가 날 때 목련장작으로 불을 때면 냄새가 없어지고 습기를 잡을 수 있었다. 목재로서도 조직이 치밀하고 재질은 연해서 상이나 칠기를 만드는 등 목공예 재료로 많이 쓰인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3-25 조성미

[시인의 연인]딱따구리 소리

딱따구리 소리가 딱따그르르 숲의 고요를 맑게 깨우는 것은 고요가 소리에게 환하게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고요가 제 몸을 짜릿짜릿하게 빌려주기 때문이다. 딱따구리 소리가 또 한 번 딱따그르르 숲 전체를 두루 울릴 수 있는 것은 숲의 나무와 이파리와 공기와 햇살 숲을 지나는 계곡의 물소리까지가 서로 딱,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김선태(1960~)'딱따구리 소리'를 봄의 언어라고 하자. '딱따그르르' 숲의 고요를 맑게 깨우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고요가 소리에게 환하게 길을 내어주고' 그 언어는 우리에게 봄을 감각하게 만든다. 고요가 이 땅의 모든 만물들 가운데 '짜릿짜릿하게 몸을 빌려주듯' 우리의 소리도 몸의 고요한 침묵을 깨고 그 안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와' '아' '야' '오' '우'하는 감탄사란 딱따구리의 '딱따그르르'와 유의한 기의를 가진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봄이 오는 숲속에서 "딱따구리 소리가 또 한 번 딱따그르르/숲 전체를 두루 울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봄의 자장에 놓인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와' '아' '야' '오' '우'가 저절로 나온다. 그것은 나무와 이파리, 공기와 햇살, 계곡 물소리 할 것 없이 '딱, 하나' 되어 터져 나오는 3월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3-25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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