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궁대실거: 풍대함이 다하면 거처 할 곳을 잃는다

최근 별세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였던 호킹 박사가 인류가 멸망을 원치 않는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이 보도되었다. 그는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핵전쟁 등의 위협으로 인류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리고는 인류가 지구가 아닌 외계에 삶의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멸종할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런 요인들에 대해 불안을 느끼면서도 당장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과 '설마' 하는 위로 속에서 살고 있다.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다만 인류는 한정된 생애주기 때문에 거대한 지구문명의 주기를 한 번도 체험해본 적이 없으며, 체험했더라도 그런 체험은 아틀란티스전설과 같은 상상 속 이야기로 묻혀버릴 뿐이다. 인류는 이제까지 달이 떠올라 가득 차서 다시 기우는 문명의 흐름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쁜 일상은 저런 경고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문명의 풍대함이 다하면 반드시 그 거처할 곳을 잃게 되어 나그네 신세가 된다고 하였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을 단 하나의 가능성으로 '중용'을 제안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20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시민은 '삶의 주도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

1월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함으로써 한국에서의 미투(MeToo) 및 위드유(WithYou) 운동을 촉발하였고, 3월14일 뇌물수수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다른 한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한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세계인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끝으로 3월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렇듯 작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상이상의 사회적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간 인식했던 혹은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구석구석 문제를 도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를 갖기 시작했다.2005년에 국가차원에서의 문화정책인 '창의한국'이 발표된 이래, 지역에서는 변화하는 문화지형에 적합한 중장기 문화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0월부터 '새 문화정책 준비단'을 꾸려 현장토론회, 간담회, 자문회의 등을 수행하면서 개인의 문화적 권리보호와 증진,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 공정하고 다양한 문화생태계 조성,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확산, 지역문화분권실현, 문화자원의 융합역량 강화,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혁신 등의 핵심의제를 중심으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다.그 과정 중의 하나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드는 문화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소중하고 소박한 대화'를 위한 '50인 모둠토론회'가 3월 14일에 개최되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결과에 대한 내용이 실시간 생중계되었다. 사실 그동안 문화정책의제를 도출하거나 이에 대한 세부목표를 설정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경로가 부재했거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희박했었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이 또한 격세지감을 갖게 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참여한 분야별 현장전문가로 구성된 모둠토론자들은 청년문화예술기획,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대안적인 관광콘텐츠기획, 마을 만들기(미디어, 동호회, 도시재생), 문화·스포츠클럽 공동체, 가족·이웃·공동체로서의 스포츠클럽, 독립문화콘텐츠, 문화예술 기층종사자의 노동권과 인권, 다양한 문화예술 국제교류, 젠더 문화· 여성 문화권, 기반예술강화 등의 10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세부과제 제안과 실효성 및 지속성 여부에 대한 토론을 실시했고, '새 문화정책 준비단'은 이렇게 도출된 내용을 '새 문화정책' 최종 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알다시피 정책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 이에 대한 해석 그리고 해결을 위한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핵심이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이 어떠하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동안 정책 연구자 및 전문가들이 정책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시스템화 되어왔는데, 이와 달리 현 정부는 시민중심의 사회, 아래로부터의 정책을 지향한다고 했던 만큼 시민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새 문화정책'에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시민은, 신진욱에 의하면, '자유롭고 권력 앞에 당당하며, 만인이 동등하게 존엄함을 믿고 다른 시민들과 기꺼이 연대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대화와 협동으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이며, '촛불혁명'과 '미투'를 통해 그 자격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3-18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부옥빈인: 부유한 집의 가난한 사람

공자는 부귀함을 원하지만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획득한 부귀라면 뜬구름과 같다고 하였다. 또 부귀는 일정 정도 천명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성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정리해보면 부귀는 인간이 욕구할 만한 대상이지만 일정 정도 천명에 의한 부분도 있고 방법상 불의를 통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운명이 있다면 운명을 궁금해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부귀여부 때문인데, 부귀 중에서도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부의 문제에 집중된다.명리학에서는 개인의 빈부를 판가름하는 기준과 관련된 주요인을 재(財)라 부른다. 표면적으로 팔자에 재가 많으면 좋지만 개인이 그 많은 재를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오히려 화가 되어서 돌아온다. 부옥빈인(富屋貧人)은 이런 경우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대 자본주의사회에 소외되고 무기력한 인간을 표현하는 말로도 읽혀진다. 거대한 재화는 날로 늘어나는데 그것을 조절하고 통제하기는커녕 그 속에 파묻혀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일 수도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13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캡 테이블

캡 테이블 전략에 대하여 어떠한 복안을 가지고 있으세요? 투자에 관심이 있는 벤처캐피털이나 엔젤 투자자들이 종종 물어 보는 질문이다. 물론 물어봐도 공개하기 어려운 비밀에 속하는 내용이다.그런데 의외로 캡 테이블이 무엇이며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많은 듯하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용어도 아닐뿐더러 그렇게까지 멀리 내다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회사든 스타트업이든 회사의 경영에는 챙겨야 할 많은 경영 요소들이 있다.기획, 인사, R&D, 생산, 마케팅, 재무, 구매, 품질 등등 더 많은 요소 분야들이 있다.캡 테이블은 주식 지분에 관한 것이다. 회사의 주식을 얼마나 보유할 것인가는 창업자에게는 제일 중요한 요소중의 요소이다. 캡 테이블을 잘못 구성하면 회사가 아무리 크게 성장한다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주식 지분이 적게 되어 높은 사명감과 좋은 뜻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여도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지분을 투자자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창업자는 이점을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치밀한 계산과 전략에 의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고생만 죽도록 하고 남 좋은 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비록 공개는 하지 않더라도 캡 테이블을 만들어서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캡 테이블은 영어로 'Capitalization Table'로서 투자에 따른 자본금 변화와 지분관계 변화를 표로 (통상 Excel sheet)만든 것이다.초기에는 창업자들이 100%의 주식을 소유하지만 엔젤이나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초기투자(Seed), VC에 의한 시리즈 A/B/C투자, 메자닌(Mezzanine, 통상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 의한)의 대형 투자 등을 거치면서 창업자의 지분은 급격히 줄어든다. 이것을 희석(Equity dilution)이라고 한다.투자를 받을 때는 언제나 'Valuation(회사가치 평가)'을 하게 된다. 가령 자본금이 1억원인데 현재 회사의 가치가 10억원으로 평가되었다면 주식가치가 10배가 된 것이다. 따라서 1억원을 투자받는 경우 실제 주식은 1천만원어치만 할당하여 10%의 주식을 주고 나머지 9천만원은 회사에 투자되지만 자본잉여로 분류되어 회사운영에 사용된다. 초기에는 회사 가치가 낮아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valuation'을 높게 평가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향후 계속적인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경우 앞에서 10배 20배의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후속 투자자들에게는 그보다 더 높은 배율의 프리미엄을 주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큰돈을 투자하는 후속 투자자들이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서 적절한 시기별 'valuation'이 얼마인지 치밀한 전략과 분석이 필요하다. 이것을 잘못하면 후속투자를 받지 못해 실패할 수도 있다.캡 테이블 계획할 때 스톡옵션 부문도 빼먹으면 안 된다. 스톡옵션은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는 좋은 수단이지만 회사에 많은 재정적인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창업자의 캡 테이블상의 지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8-03-11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백견폐성: 모든 개들이 따라 짖는다

2018년 개띠해의 봄이 성큼 다가왔다. 역학적 관점에서 개라는 동물의 성정에 착안해서 한 해의 특징을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크든 작든 우리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존재가 도적이라면 개는 도둑을 지키는 영리한 동물이다. 시골에서 어릴 때 키우던 개가 있었는데 그 당시는 모두들 풀어놓고 키웠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어떻게 알았는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며 집까지 동행하던 개였다. 늦은 밤 수상한 기척을 느끼거나 낌새를 채면 짖어대는데 종종 이웃집 개들이 따라 짖고 동네 개들도 모두 따라 짖는다. '잠부론'에서는 속담을 인용해 한 마리 개가 도둑을 보고 짖으면(一犬吠形) 모든 개들이 그 소리에 촉발되어 따라 짖는다(百犬吠聲)고 하였다. '미투'!소강절(邵康節)의 황극경세(皇極經世) 유년표로 보면 2018년은 수괘(隨卦 )에 해당한다. 수괘는 해저의 지각이 요동치면 바닷물이 따라서 움직이는 형상으로 '따른다'는 뜻을 지닌 괘이다. 사람은 사람을 따르고 일을 따라 사는데 그렇게 따르다 보면 나중에는 따르지 말아야할 것을 따르기도 한다. 저마다의 실상은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대체로 좋은 것을 따라서 지내온 세월이라면 善을 칭찬하는 좋은 소리들이 따르고, 나쁜 것을 따라서 지내온 세월이라면 惡을 지탄하는 소리들이 따르는데 올 해의 소리는 후자의 양상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06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천장지구(天長地久)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수를 기원할 때 쓰이지만 남녀 간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말할 때 더 자주 사용한다. 인천 출신 허각이 부른 곡명 '언제나(작사·작곡 조영수)'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화자에게 한 연인을 향한 애정의 높이와 깊이는 하늘보다 높고 안개보다 깊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연인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다. '세상이 변해도' 연인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또한 항상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연인이 있기에 너무나 '다행'이라며 고마워한다. 아마 그의 일상은 번잡하고 때론 슬프기도 때론 울고 싶을 때도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연인 생각에 '환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친 하루 끝에서'도 연인 생각을 하면 '누구보다' 더 없이 행복해한다.화자에게 연인은 이 세상 유일한 존재일 만큼 소중하다. 연인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는 없어도 연인의 '곁에서' 같이 울어 줄 만큼 사랑의 넓이는 바다보다 더 넓다. 그래서 그는 연인에게 이렇게 맹세한다: '내 모든 걸 다 바쳐서/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널 사랑해 세상이 변해도'.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고 헌신하려는 천장지구적 애정은 화자의 다음 언급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천 번을 넘어져도 또다시 쓰러져도/다시 일어날 거야/비바람 몰아쳐도 어둠이 내려도 널 지켜줄게'. 화자는 연인의 존재 이유 때문에 '하루를' 살아간다. 또한 같은 이유 때문에 '심장'이 요동친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쳐 말한다: '사랑할 한 사람 세상에 너뿐이라고/사랑해'.코요태가 부른 '끝없는 사랑(작사 이재경, 작곡 JK Lee)' 노랫말에서도 천장지구적 사랑의 예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어디론가 저 멀리 '떠나야 한다면' 화자는 이렇게 답변한다: '내가 떠날 수 있어/너를 사랑하니까/함께 있어줘 나만의 꿈이 되어줘/내가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너뿐야'. 연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어쩌면 이리도 태산처럼 높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와 같이 연인에 대한 화자의 사랑은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연인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희생적이다. 또한 화자는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연인 밖에 없을 정도로 절대적 무한신뢰를 전폭적으로 나타낸다.화자는 연인에게 '끝없는 사랑'을 약속할 정도로 지속적 애정을 뚜렷이 드러낸다. 아울러 그에게 연인은 '희망'인 동시에 '꿈'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아무리 위험하고 어둡다 해도', '비록 힘들고 지쳐가도', 그리고 이별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마지막 그 날까지'도 연인은 나락에서 화자를 구원해 줄 천장지구적 구세주로 다가온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 그 연인은 그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until that last day' 자신의 옆에 머물러 주기를 간청한다.남녀 연인의 사랑이 과연 영속적일 수 있을까 싶다. 부부의 사랑도 긴 세월 앞에서는 속절없다. 그러나 일생 단 한 번만이라도 천장지구적 변함없는 사랑을 오랫동안 불태우다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3-04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계돈유질: 매여있는데 물러나려니 스트레스가 있다

주역에는 소인을 피해 군자가 물러나는 형국이라고 풀이되는 돈괘(遯卦)가 있다. 돈(遯)은 돼지가 달아나는 형상을 지니고 있는 글자인데 돼지가 날렵하게 달아나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기본적으로는 소인이 득세하는 시절 군자가 소인을 피해 물러난다는 뜻인데 확장해보면 물러날 때 물러나는 모든 일과 관련되어있다. 그러나 때가 그렇다고 해서 다 물러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자신의 욕구나 주위여건도 잘 성찰해보아야 한다. 본인이 고려해본 결과 자신의 욕구와 여건이 상충되는 수가 있다. 욕구는 강한데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여건은 허락되는데 욕구가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현실적으로 힘든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이 가끔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어도 현실에 매여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를 계돈(係遯)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매여있는데 물러나려하고 물러나고 싶은데 매여있으니 이런 상태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유질(有疾)이라 한다. 주역에서 이럴 때는 자신의 욕구를 누르고 힘들더라도 그 자리를 지켜야지 함부로 뛰쳐나가봤자 자신이 욕구하는 그림을 성취하기 힘들다고 충고한다. 현대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잘 표현해주는 말인 듯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2-27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그윽한 향과 아름다운 수형으로 사랑받는 향나무

끝이 보이지 않던 추위도 눈이 비로 바뀌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가 지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제법 따뜻함이 배어있다. 남녘에서는 올해 첫 나무심기행사를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봄기운을 맞이하러 가까운 산사에라도 찾아가면 코끝에 스미는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불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부처님께 간절히 빌며 정성껏 피우는 향을 만드는데 쓰여 온 향나무는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의 나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향나무를 이 땅의 삶을 하늘에 까지 연결시켜주는 귀중한 나무라고 생각해 무척 소중히 여겨왔다. 궁궐이나 절, 정원 등에 으레 심었고 물을 맑게 한다고 믿어 우물가에 한그루씩은 심었다. 제를 올리는 곳이나 무덤을 지키는 나무로 또는 무덤가에 피워놓는 향불의 재료로 쓰기 위해서 많이 심어왔다.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는 불교의식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안에 향나무를 묻어두는 매향(埋香)을 했다. 왜구의 약탈과 탐관오리의 학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미륵의 도래를 애타게 기다렸는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향나무를 묻어 기원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관원이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쥐던 명패인 홀(笏)이 있었는데, 5품부터 9품까지의 벼슬아치들은 향나무로 만든 홀을 사용했기에 향나무를 홀목(笏木)이라고도 부른다. 향나무는 목재 자체에서 좋은 향(香)이 나 붙여진 이름인데, 잎과 수액에서도 독특한 향기가 난다. 향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높이 20미터, 지름 2미터 이상도 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북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발 800미터 이하에서 자라고 있으며 중국, 일본, 몽골 등에 분포한다. 울릉도가 향나무의 국내 최대 자생지이며 내륙에서는 자생지가 매우 드물고 일본 품종인 가이즈카 향나무를 조경수로 많이 심었다. 어릴 때는 생장이 느린 편으로 그늘에서도 잘 자라나 좀 크면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서 잘 자란다. 건조한 곳에서도 생장이 괜찮으며, 땅이 깊은 사질양토를 좋아하나 어디서든 잘 자라는 편이다. 향나무의 수피는 어릴 때 적갈색이며 성장하면서 회갈색으로 바뀌는데 세로로 좁고 길게 갈라진다. 잎은 어린 가지에는 바늘잎이 마주 나거나 3개의 잎이 돌려나고, 7~8년생부터 비늘같이 부드러운 잎이 달린다. 4월에 피는 꽃은 황색의 긴 타원형인 수꽃과 둥글고 긴 모양의 암꽃이 지난해 가지 끝에 달린다. 열매는 구과로 검은색이며 모양은 구형 또는 편구형으로 이듬해 가을에 익는다. 향나무 씨앗은 발아억제물질이 있어 좀처럼 발아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익은 열매를 새가 따먹으면 위액에 의해 발아에 적합한 상태로 변해 싹이 잘 나게 되고 멀리까지 자손을 퍼트릴 수 있어 향나무로서는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향나무는 무늬와 색이 아름답고 조직이 치밀하며 결이 곧고 윤이 나 목재로서의 가치도 아주 높다. 여기에 향까지 좋아 고급 가구재로 이용했고, 조각재는 물론 관이나 불상을 만드는데도 사용했다. 신라시대 불상으로 알려진 해인사의 비로자나불도 향나무로 만들었다. 향나무의 추출물은 여러 연구에서 비만과 당뇨, 암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목질부 추출물은 피부주름의 개선효과와 항산화, 항노화 개선효과가 우수해 화장품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2-25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변동불거: 변하고 움직여 한곳에 있지 않는다

그렇게도 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느덧 절기상 봄비가 내리다는 우수가 지나간다. 봄은 매년 반복되는 세월의 흐름이라지만 한 해 한 해 맞이하는 느낌이 다르다. 세월도 흐르면서 풍경이 달라지지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기에 매 해가 달라진다. 세상이 변한다는 진리는 당장 몸을 거울에 비추어보면 실감한다. 이런 변화가 지속되다가 어느 때가 되면 주어진 생을 마쳐야한다는 것이 분명한 진리임에도 하루하루 혹은 분주하게 혹은 애써 외면한 채 살아들 간다. 지구 자체가 한 곳에 가만히 있지 않고 우주공간을 움직여 가는데 우리가 어느 한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규모가 크건 작건 지금 사는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듯 우리의 일상은 분주하게 이 곳 저 곳 옮겨 다닌다. 그러다 보니 한 곳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도 계속되고 공간상 이동도 끊임이 없는 생명활동의 이치를 주역에서는 변동불거라고 하였다. 지금 숨 쉬고 살아있다고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도 아니고, 이승에 살다가 언젠가는 저승으로 옮겨가야 하는 변동불거의 숙명을 모든 생명은 타고났다. 얼마 전 기부의 목적에 관한 생각을 말했던 빌게이츠는 자신이 모은 재물과 명예도 변동불거임을 진정으로 깨달은 것 같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2-2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관기회통: 모여서 소통함을 본다

노자는 반복이야말로 우주운동의 도리라고 하였다. 반복은 극에 다다르면 돌이켜 움직인다는 의미와 본래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겸하고 있다. 반복되는 원리에 의해 또 한해의 시작인 무술년의 설이 돌아온다. 설이 되면 비교적 소원했던 사람들도 한 자리에 모여든다. 식구가 많으면 많은 사람이 모이고 식구가 없으면 혼자 지내기도 한다. 다들 많이 모이는데 자신만 혼자면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모인다는 것은 상호 이해와 소통과 위로와 협력을 도출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고 수적으로만 많고 오히려 오해와 불통과 긴장과 싸움을 유발한다면 그 모임은 없는 게 낫다.이왕 모였으면 소통해야만 의미가 있기에 주역에서는 회통(會通)에 대해 잘 살펴보라고 하였다. 세상의 생물은 공간상 하늘에서 날아다니며 모일 수도 있고, 땅위에서 달리면서 모일 수도 있고, 물속에서 헤엄치며 모일 수도 있다. 시간이 밤에서 낮으로 가든가 낮에서 밤으로 가든가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시공간의 큰 틀에서 보면 이럴 뿐이니 이를 三才와 陰陽의 이론으로 체계화한 것이 주역이다. 사람의 모임과 소통은 이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모일 때 모일 곳에서 모일 사람과 모이느냐의 여부가 소통을 좌우한다. 무술년 새해는 어느 정도 소통을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2-13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뿌리와 뿔

뿌리에서 멀어지면 단단한 뿔이 된다애초에 하나였으나 이제는 둘이다뼈 없이살 뚫고나와뼈가 되어 박힌다뿌리에 가까워져도 단단한 뿔이 된다안으로 뻗어가며 마음을 들이박는다뿌리는뿔처럼 뻗었으나뒤늦게 찔린 거다김남규(1982~)사물의 높은 곳에 달린 뿔은 자신의 몸을 뚫고 나와야 비로소 뿔이 된다. 뿔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먼저 찌른 다음 세계를 향해 그것을 들 수 있다. 뿌리에서 나온 뿔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체가 뿌리로서 존재하지만 뿔이면서 뿌리가 아니다.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에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Abraxas) 다." 이 뿔은 근원적으로 인간 욕망의 뿌리를 형상화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재하는 화신이 아닐까. 또한 "뿌리에서 멀어지면 단단한 뿔이" 뿌리를 닮아 있는 것은 이 둘이 '애초에 하나'였음을 증명해 주기도 한다. '뼈 없이 살 뚫고나온 뼈'가 욕망에의 "단단한 뿔이" 되기 위해서 안으로 깊숙이 뿌리내리면서 자기를 파괴해야 세계 더 높게 뻗어나갈 수 있는 것 같이./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2-11 권성훈

[손경년의 늘찬문화]예술과 과학은 한통속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의 이인편(里仁篇)에서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라 해 참된 이치를 깨달았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다. '앎'에 대한 끈질긴 인간의 탐구심의 근간은 무엇일까? 상상력과 창의력(creativity)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 창의력이란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뜻한다. 고생물학자인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은 "탐구와 정복의 정신은 진화의 최고 본질이다. 그것은 자신의 지성과 생명을 예술이나 과학에 헌신한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 된다"고 말한다. 과학의 발견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종종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외친 유레카(Eureka: 나는 알았다)를 인용한다. 우리는 보통 과학자들이란 기존지식을 시험하고자 하는 욕구와 새로운 영역의 탐험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려는 지적탐구를 보여 주는 사람들이며, 우주의 질서나 인체의 구조 등 자연법칙을 찾아내고자 노력한 사람들이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예술가들도 과학자들과 비슷하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아인슈타인이 관심을 가졌던 광학(光學)과 시각화(視覺化)에 대해서 벨라스케즈, 베르메르, 터너 등과 같은 화가들 역시 빛과 색깔, 이미지, 형태 등을 분석하고자 했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는 당시 많은 화가나 조각가가 해부학을 통한 표현방식에 관심이 있었을 때, 그는 이미 이를 섭렵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세와 각도를 자신의 작품에 도입했다. 쇤베르크는 바흐에서 브람스에 이르기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전통적인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개념을 포기하면서, 하나의 작품에 반음계의 12음을 모두 사용해 음조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을 시도했다.우리는 예술과 과학의 연결점인 기술발전이 새로운 예술형태를 이끌어내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사진기의 발명은 사진예술장르를 생겨나게 했고, 뤼미에르 형제가 활동사진 카메라를 발명함에 따라 영화,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예술로서 자리를 잡게 됐다. 또한 레이저기술은 CD에 소리를 저장하여 음악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하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예술형식 사이의 관계, 즉 화가의 손 및 눈에 대한 관계, 그리고 음악가의 귀에 대한 관계를 변화시키는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시대마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 인간과 기계가 동시에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예술가가 있기도 하지만, 또 예술과 과학의 기술적 결합이 창작자 개인의 의도와 예술적 통찰, 세계관, 사회적 상황 사이에 복잡한 상호관계 속에서 해석되고, 예술적 완성이 기술적 완성과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예술에 과학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회피하는 예술가도 있다.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막식을 통해 개최국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과거와 미래를 탐험하여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콘셉트로 하여 1218개의 드론 오륜기, 첨단 고출력 레이저로 구성된 무대, 달항아리 형상의 성화대 등 첨단과학과 예술이 서로 만난 개막식 행사를 보면서, 역시 미래의 예술과 과학은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 형상을 탄생시키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빚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2-11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침윤지참: 점점 스며드는 참소

자장이 밝음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점점 스며드는 물과 같은 참소(浸潤之讒)가 통하지 않고, 직접 피부에 와닿는 하소연(膚受之소)이 통하지 않을 정도면 원대한 안목을 지닌 사람이라고 하였다. 참소(讒訴)를 예로 들어 말한 것이지만 그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이목이 끌리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서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고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해도 그 사실을 모른다.공자는 사람의 인식과 관련하여 은미한 것과 드러난 것 두 가지로 대별하여 비유하고 있다. 사안의 실상을 모른 채 은미하게 점점 진행되는 참소는 받아들이기 쉽다. 사안이 드러나서 훤히 보이고 피부에 느껴질 정도면 그에 관한 참소는 덮어놓고 받아들이기 쉽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중심이 서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사안을 파악한 뒤 외부의 의견에 호응하라는 충고이다. 책임과 권한이 막중할수록 사안에 관한 결정의 파급력은 크다. 그러니 어떤 정보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강도에 관계없이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밝은 지도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2-06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경쟁과 가치

인생을 살면서 세금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경쟁에 이기는 방법을 연구하고 경쟁전략을 대학에서 가르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경쟁전략의 최고 권위자이다.전략경영학(Strategic management)이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쟁전략은 전략경영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경쟁우위에 있던 많은 대 기업들이 몰락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경쟁전략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벌어졌다.GE, GM, KODAK, SONY, NOKIA 등등의 몰락내지는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APPLE, GOOGLE, AMAZON, FACEBOOK, NETFLIX와 같은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그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시작되었다. 무엇이 1등을 무너트리는 것일까?하버드대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이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과 존속적 혁신(Sustainable Innovation)으로 설명하려 했다.안이하게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다른 기업보다 조금만 더 잘하면 된다는 느슨한 혁신에만 몰두한 기업은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파괴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 때문에 몰락한다는 것이다.PayPal 사단의 대부로 꼽히는 피터 틸은 'Zero to one'이란 책에서 아예 경쟁하지 마라 그냥 독점하라(Monopoly) 즉 100% 다 먹는 시장에서 사업할 것을 주장했다. Zero 는 경쟁이 없는 것을 뜻하고 One은 나 혼자 독식한다는 뜻이다.최근에 블루오션 이론으로 유명한 한국 출신의 김위찬 교수는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경쟁하지 말고 전략의 본질인 가치창조에 몰두할 것을 주장했다.경쟁을 좇지 말고 가치를 좇아라. 대단히 어려운 말이다. 개념 자체도 어렵지만 단지 몇 마디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도 거칠게 그리고 쉽게 말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마라톤경기를 생각하자. 마라톤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노리는 목표는 딱 두 가지다. 하나는 1등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마라톤 신기록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때 1등을 목표로 하는 것은 경쟁이고 마라톤 신기록을 목표로 하는 것은 가치에 목표를 두는 것이다.1등은 기록에 관계없이 그 당시 경쟁자들 중에 가장 잘 뛰면 된다. 그래서 기록은 형편 없어도 1등은 할 수 있다. 경쟁자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요령 있게 달리면 1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하기 그지없다. 가치 즉 기록을 목표로 연습을 하고 실력을 길러온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그 사람에게 1등을 빼앗기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남보다 조금만 더 잘해서 오랫동안 1등을 유지한 기업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기술, 새로운 경쟁 전략으로 파괴적 혁신에 도전한 기업이 나타나는 순간 대 기업도 몰락하게 된다.사느냐 죽느냐가 최대 관심사인 스타트업에게는 1등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인데 무슨 경쟁보다 가치에 도전하라는 말인가?우리에게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 될는지 모르지만 내일의 큰 꿈을 실현하고 싶은 파운더(Founder)는 왜 경쟁하는지 가치 창조가 무엇인지 그것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에게 부여된 스타트업의 미션이 무엇인지 정도는 생각해보는 사람이 인류에 공헌한다는 점을 꼭 유념하면 좋겠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8-02-04 주종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