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제약부경: 약한 이를 구제하고 기우는 이를 붙든다

춘추전국시대 힘이 가장 센 제후를 의미하는 글자가 패(覇)로 패는 패권을 지닌 자이다. 그래서 역사에서는 제나라 환공을 필두로 춘추오패를 꼽기도 한다. 천자문에서는 제나라 환공이 약한 나라를 구해주고 기울어지는 나라를 붙들어주었다고 나온다. 당시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들이 공격을 받아 도움을 청하면 제나라 환공이 그 청을 들어주면서 패자노릇을 하였다. 전국시기 맹자는 왕도정치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패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왕도는 인정(仁政)을 베풀어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는 덕(德)에 의해 사회를 움직이지만 패도는 실제로는 힘으로 움직이면서 명분만 덕을 빌린다는 이력가인(以力假仁)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가치라는 것은 늘 시대를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현대 국제사회에서는 춘추시대의 패권도 찾아볼 수 없다. 춘추시대의 패권을 천자문에서 찬미한 것은 '약한 이를 구제하고 기우는 이를 붙든다'는 정신이 실제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 국제사회에서 이대 강자라는 미국과 중국을 보면 과연 춘추시대의 패도를 떠올릴 수 있을까? 지금은 패도라고 불러주기엔 너무나 품격이 없어 보인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천하가 양극화로 흘러갈수록 이상적으로만 떠드는 덕치(德治)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패도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제약부경(濟弱扶傾)을 통해 세계의 균형점을 무너뜨리지 않는 패자가 등장할 필요가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0-02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사유를 지탱하게 만드는 예술의 힘

몇달간 '조국사태'로 불리는수용적정선 넘은 엄청난 양의 정보'정치라는 거대담론'속 피로증상다행히 예술이 자기몫 다해우리는 분별력 갖고 버티는게 아닐까'정보피로증후군'(IFS : Information Fatigue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1996년 영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루이스가 만든 개념으로 '정보의 과다에서 오는 심리 질환'을 뜻한다. 당시 직업상 많은 양의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난 증상으로, 예컨대 분석적 능력이 저하되고 주의가 산만해지며, 전반적인 불안감과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기력증 등이 그것이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오늘날, 소셜 미디어의 다양한 방식을 통한 확장과 함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도 전에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더미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정보는 시민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나, 그렇다고 정보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알고자 하는 본질로의 접근이 용이해지고 더 나은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피로증후군'을 만나게 되면 분석적 능력이 마비되고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의 구별이 어려워지는, 다시 말해 '사유의 위축'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우리의 일상은 한 주제의 정보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의 경제적 갈등이나 외교적 문제로 인한 개인차원의 일본여행 취소 및 상품불매운동도 일어나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어려움도 발생하며, 다른 한편 상대적으로 개인적 밀도가 높은 문학, 음악, 연극, 전시 등의 행사와 영화 관람, 축제 등의 일상적 예술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별하고 거대한 의도 따위를 앞세우지 않지만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살갑게 다가오는 이유는 '미세한 것과 거대한 것'의 유기적 관계를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무기력 증상으로 분별과 사유의 어려움을 겪던 중 명성이 자자한 두 편의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겼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이옥섭 감독의 '메기'는 소란스럽지 않게 개인과 사회,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그러면서 적정한 정보량을 제공하고 있어서 결코 피로감을 주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벌새'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어른들의 눈에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일들이 생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15세 여중생 '은희'의 이야기로 영화는 진행된다. 교육 때문에 낡은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것, 부모님이 격하게 싸운 뒤 아무렇지 않은 듯 거실에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 김일성 사망 소식에 울부짖는 북한의 주민모습 등은 여중생 '은희'의 입장에서는 그저 낯설고 상관없는 일일 뿐이다. 그렇지만 성수대교 붕괴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감으로 인해 자신의 문제로 다가온다. '메기'는 마리아사랑병원의 간호사 '윤영'과 남자친구 '성원', 병원의 부원장 '경진'을 통해 사소한 의심과 믿을 수 없는 믿음, 청년실업과 손찌검, 도시의 싱크홀, 엑스레이와 지진 등 미세한 일상이 연결코를 만들어 커다란 그물망으로 엮이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영화 모두 여성감독이 만들었고, 올바른 것을 강요하거나 선택하라는 식의 압박 없이 '곰곰이 생각할' 가치가 있는 물음을 주고 있으며, 낱낱이 흩어져 있는 개별적인 사건들이 사회의 거대담론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차곡차곡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몇 달간 우리는 균형 잡힌 일상의 뉴스를 접하기보다는 일명 '조국사태'로 불리는 법무부장관 '조국'과 관련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결과 거짓과 사실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수용적정선을 넘어섬으로써 '정보를 주는' 본래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언론은 '정보를 통한 소통의 과정'을 오히려 왜곡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다량의 정보를 통해 세상 이치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좋으련만, 도리어 상식적인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라는 거대담론' 속에서 피로증상으로 판단이 마비되어 버린 듯하다. 그런 와중에 다행히 영화와 문학, 음악 등 다시 말해 예술이 끈기있게 자기 몫을 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잉정보에 익사하지 않으면서 분별력을 갖고 사유를 놓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닐까./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9-09-29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계지자선: 계승함이 착하다

일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착하다'라는 단어가 있다. 예전에는 사람에게만 사용하던 것을 요즘에는 물건의 성능대비 가격을 따져 마음에 들면 '착하다'고 한다. 착하다는 말을 나타내는 한자는 선(善)이다. 흔히 진선미라고 할 때 진은 진실성 미는 아름다움이라 한다면 선은 착함이다. 그런데 착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부모에게 순종하면 착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주위에 이익이 되는 일을 솔선하거나 자신이 희생해서 남을 돕는 것도 착하다고 한다. 그리고 착하다는 선(善)은 좋다거나 잘한다는 등의 뜻도 겸한다.주역에서는 "계승하는 것이 착함"이라고 하였다.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되는 우주적 섭리가 도(道)라면 그것을 훼손하지 않고 잘 계승하는 것을 착하다고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봄에 싹이 터 나오는 현상이다. 겨울 혹한에 꽁꽁 얼어붙은 땅속에서 생을 마감한 줄로만 알았던 생명이 다시 땅을 뚫고 나올 때 봄의 덕이 참 착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무정하고 잔인하게 생명을 단절시키지 않고 다시 싹으로 틔워주는 봄의 마음이 착하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보면 아버지의 좋은 점을 잘 이어받는 것도 착한 것이 되고 조직으로 보면 전임자의 업적을 잘 계승하는 것도 착하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계승하는 내용이 합당하고 가치 있는 것일 때 그것을 계승하는 것이 착한 것이지 무조건 계승하는 것이 착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무엇인가를 계승할 것이 있으면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9-25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맹지'에 전혀 집을 지을 수 없나요?

맹지라고 하여 무조건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혀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더러는 건축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법상 건축을 위하여 신규로 도로를 개설하고자 할 때 건축허가에 맞는 도로폭은 지역과 도로상황에 따라 다르고, 막다른 도로일 경우에는 이 조건이 다소 완화됩니다. 지적도상 맹지의 경우에는 도로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건축 등 개발행위를 할 수 없는데 지자체마다 이에 대한 조례를 달리 정하고 있어, 도로부분을 분할하여 지목변경까지 요구하기도 하고, 도로부분을 분할 특정하여 사용 승낙만 받아도 허용되는 곳도 있습니다.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인근 토지를 매수하거나 도로 사용승낙허가를 받아서 건축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만을 매수하므로 토지가격이 비쌀 수도 있고 토지 사용승낙의 대가로 상당한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으나 맹지여서 토지를 싸게 구입한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바람직한 방안입니다.문제는 협의가 안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현황도로'를 이용한 건축허가〉 및 〈'토지점용허가'를 통한 건축허가〉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5가구 이상 작은 마을의 실제 거주민이 사는 주택에서 일상 사용되는 도로, ②전에 이와 같은 현황도로를 이용하여 건축허가를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법이 규정한 도로 폭에 미달하더라도 '현황도로'를 이용하여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방에 가면 맹지인데도 그럴듯한 건물이 등기까지 되어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비록 '현황도로'일 지라도 그 토지의 소유자가 새로이 통행을 방해 또는 저지하는 등 적극적인 보상요구가 있을 때에는 민법상 적절한 합의 보상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맹지라고 하더라도 공로와의 사이에 국공유지, 특히 하천이나 구거가 있는 경우에 '하천점용허가' 또는 '구거점용허가'를 받아서 자비로 다리를 놓은 뒤에 지자체에 기부채납하여 정식 도로를 개설한 사례도 발견되니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박재승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성남지부박재승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성남지부

2019-09-24 박재승

[시인의 꽃]꽃

너는 어디든 나는 빛나고 있다녹슨 자물쇠 무겁게 걸어둔너의 깊은 데서 등불을 켜는 사람너는 슬픔 속속들이 파묻힌숨긴 눈물까지를 환히 보고 있는나의 이 아픔가슴, 가슴의 샛길을 날며 노래하는 종지리퍼덕이는 날개의 깃털을 쓰다듬는 나의 이 기쁨하늘 채광 어리운 푸섶의 이슬같이너의 어디든 내 눈물은 반짝이고 있다. 유안진(1941~)쓸쓸한 가슴에서도 빛나는 사람이 있다. 슬픔을 눈물로 간직한 그 사람은 자신만이 간직한 애절한 그리움의 빛깔로서 깊은 곳에서 더 밝아진다.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둠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한 줄기 빛으로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는. 어디서나 발화되는 그 빛은 '녹슨 자물쇠 무겁게 걸어둔' 상태에서도 '등불을 켜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나는 숨길 수 없는 '슬픔 속속들이 파묻힌' 시간을 가지고, '숨긴 눈물까지를 환히 보고 있는' 지울 수 없는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렇다고 '나의 이 아픔'을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법. 때로는 '가슴, 가슴의 샛길을 날며 노래하는' 새가 되어, 그렇게 '퍼덕이는 날개의 깃털을 쓰다듬는 나의 이 기쁨'으로 날아와, '이슬같이' 반짝이다 눈물처럼 떨어지고 마는, 당신의 사랑은 시들지 않는 꽃이 되어 아픈 가슴만큼 빛나고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9-23 권성훈

[주종익의 '스타트업']스타트업 변증법

정(正)·반(反)·합(合) 2·3·4회…무한대로 그 과정 반복고객 누구이고 제품 무엇인지명확해지면서 궁합 딱 맞는필수품 만들어 낼 수 있어세상은 경험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세계와 경험할 수는 없고 순전히 생각으로만 접할 수 있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이 사유의 세계를 사변(思辨)이라고 한다. 주로 철학에서 쓰이는 단어다.그런데 희한하게도 세상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인 일들은 경험보다는 이 사변으로부터 출발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일구어낸 이들은 모두 기술이나 전문지식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 통찰력을 통한 사변의 세계를 중시한 경영의 천재들이다. 사태를 파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늘 처음은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혼란스럽다. 스타트업도 처음 시작하려고 하면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무엇 하나 속 시원히 잡히는 것이 없다.흔히 우리가 정(正), 반(反), 합(合)으로 알고 있는(정확히는 즉자(卽者)/대자(對者) /즉자대자(卽者對者)) 헤겔의 부정 변증법이 바로 사변 철학이다. 오랜 철학의 문제를 변증법으로 해결했다.변증법의 시작은 추상적이고 모호함에서 출발한다. 正의 상태는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추상성과 모호함을 탈피하기 위해서 자신을 부정하는(부인한다는 뜻이 아니라 추상성을 탈피한다는 뜻이다) 운동을 시작하여 새로운 反을 만들어 내고 이 反에서 분리된 두 사태는 지양(止揚)하여 새로운 合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지양이란 3가지 뜻을 담고 있다. 첫째 버릴 것은 버리고 둘째 유지할 것은 유지하고 셋째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다.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데미안'에는 "새로운 태어남을 위해서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현재를 부정하고 억누르고 있는 알을 깨고 나와야 새로운 지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스타트업에서 늘 하는 말에 고객/제품/제품고객궁합(Product Market Fit) 등이 있다. 책에서는 고객, 제품, 궁합 등이 모두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변증법적으로 말하면 正의 단계에는 이 모든 것이 딱 붙어있어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모호하고 추상적인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상태가 서서히 운동과 자기부정을 통해 내가 누구지? 고객은 누구지?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해주어야 고객이 만족하지? 등등 수많은 모호한 점들이 서서히 추상성을 탈피하고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反). 이 과정에서 고객과 제품 간의 관계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고 한 단계 높일 것은 높여 한단계 높은 상태를 만들어낸다(合). 이러한 변증법의 관계 즉 정반합이 2회 3회 4회…무한대로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고객이 누구이고 제품이 무엇인지 명확해지면서 제품고객 궁합이 딱 맞는 필수품(Must Have)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객, 제품, 가치, 고객 궁합, 비즈니스 모델, Must Have 제품 등등 스타트업에 관련된 많은 용어와 이론들을 따로따로 독립적인 요소로 대상을 연구했던 단계를 넘어 근본이 하나로 시작된 개념으로 이 모든 용어가 마치 데미안의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스스로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外化라고 함) 변증법적 사고로 개념을 이해한다면 스타트업 이론 모두를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여기 씨앗이 하나 있다고 하자. 이 씨앗만 보고는 도무지 이것이 무엇인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그런데 이 씨앗이 추상성을 탈피하기 위해서 씨앗의 상태를(正) 부정하고 알을 깨고 나와 줄기(反)가 되고 줄기는 줄기를 부정하여 꽃을 피움으로써(合) "아! 이 씨앗이 코스모스였구나"를 알게 된다. 이것이 씨앗의 진실이 된다. 나의 DNA 속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팔, 다리, 눈, 귀, 피부, 성격, 얼굴 등등. 그러나 DNA 상태일 때는 모든 것이 딱 붙어있어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서서히 외화 하면서 "아! 이 DNA는 나였구나"를 알게 된다. 세계 어디에도 스타트업 변증법이란 이론은 없다. 아무도 스타트업을 변증법과 연관해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현자들이 이 부분을 더 많이 생각해서 더 높은 단계로 지양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2019-09-22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집가벌가: 도끼자루를 잡고 도끼자루를 벤다

최근에 형성된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는 현재 우리의 정치문화를 대변해주고 있다. 내가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디지만 남이 하면 공격해대는 것은 사실 정치문화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목격하고 느끼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개인적 도덕성의 타락으로만 볼 수 없고 오히려 사회 전체적 인식수준의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 '중용'에 도끼자루를 만들기 위해 산에 나무를 베러 가서 어떤 모양의 나무를 어느 정도의 크기로 벨지를 몰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바로 자기 손에 도끼자루의 해답을 쥐고 있으면서 엉뚱하게 멀리서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은 허물을 저지르는 존재이지만 그 허물이 과하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그 과한 허물을 법적인 죄라고 한다면 사회는 죄를 저지르면 범죄라 하여 처벌을 한다. 공자는 법을 어겨 처벌을 내리는 제도에만 의존하면 사회가 염치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경계하였다. 법적인 그물망만 저촉되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 양심에 바탕한 염치는 잃어버리게 되는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현대 법치사회는 보편성과 객관성 내지 형평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제도를 구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구석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의 양심과 결단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진퇴의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손에 잣대가 들려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9-18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들꽃

이름을 가진 것이이름 없는 것이 되어이름 없어야 할 것이이름을 가진 것이 되어길가에 나와 앉았다.꼭 살아야 할 까닭도목숨에 딸린 애련 같은 거 하나 없이하늘을 바라보다가물들이다가바람에 살을 부비다가외롭다가잠시 이승에 댕겼다가 꺼진반딧불처럼고개를 떨군다.뉘엿뉘엿 지는 세월 속으로만.이근배(1940~)이름이 없다는 것은 하나의 이름에 묶여있지 않다는 말이다. 사물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이름은 한번 붙어진 이상 그 이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법. 야생에 핀 들꽃은 온실에서 자라는 꽃들이 가지지 못한 몸짓으로 피어나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는 자유를 가졌다. 보통명사 들꽃은 고유한 이름이 없기에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이름을 가진 것이/'이름 없는 것이 되어/이름 없어야 할 것이/이름을 가진 것이 되어 길가에 나와'있지 않던가. 거기서 이름 없는 것들이 이름 있는 것들을 보면서 '꼭 살아야 할 까닭도 목숨에 딸린 애련 같은 거 하나 없이'도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이른바 이름 있는 당신을 향해 '하늘을 바라보다가/물들이다가/바람에 살을 부비다가/외롭다가' 그렇게 반짝 생을 마감하는 '반딧불처럼' 들꽃은 없는 이름으로, 있는 이름을 소리 없이 가르쳐 주며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 마다 자신을 흔들며 '뉘엿뉘엿 지는 세월 속으로만' 걸어가고 있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9-16 권성훈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애별이고(愛別離苦)

'용두산 엘레지' 화자처럼아픔을 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누구든지 별리의 고통도마음먹기 따라 열정적인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애별이고(愛別離苦)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과 슬픔을 뜻한다. 부모 또는 이성과의 이별로 인한 괴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특히 현재 열애에 빠진 정인과의 헤어짐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다.최근 대세 중의 대세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가창을 통해 대중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용두산 엘레지'(작사 최지수·작곡 고봉산) 노랫말에서 애별이고의 예를 찾아보자. 엘레지(elegy)는 슬프고 애잔한 노래인 비가(悲歌) 또는 슬픈 마음을 읊은 노래인 애가(哀歌)이다. '용두산 엘레지'의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용두산아 용두산아/너만은 변치 말자/한 발 올려 맹세하고/두 발 디뎌 언약하던/'. 용두산은 고유명사로서 사물이다. 그런데 화자는 마치 용두산을 사람에 비기어 사람처럼 생명과 성격을 부여하면서 의인화시킨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랑을 확신한다.대부분의 경우 '변치' 않는 마음을 확인하고 싶을 때에는 '맹세'를 하거나 '언약'을 한다. 즉 손가락 걸고 맹세 다짐을 하거나 말로 굳은 약속을 한다. 그러나 인용한 곡의 화자는 한 발을 올려 서약하고 두 발을 디뎌서 언약한다. 아마도 화자와 연인은 계단을 오르며 밀어를 속삭이며 사랑의 맹세를 하는 듯싶다. '일백 구십 사 계단'을 함께 오르며 사랑을 다짐할 때 두 연인은 심장이 콩닥콩닥 숨이 가빠온다. 물리적으로 숨이 차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폭풍이 휘몰아치듯 사랑의 감정이 용솟음칠 것이다. 드디어 화자는 연인의 마음 깊은 곳에 '사랑 심어 다져' 놓는 데 성공한다.여기까지가 화자의 과거 플래시백 회상이다. 이제 그는 현재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과거 연인인 '그 사람은 어디 가고/나만 홀로 쓸쓸히도/그 시절 못 잊어/' 괴로움과 슬픔에 젖는다. 절대 고독을 느끼고 있는 지금의 그는 그토록 사랑했던 연인과 교제 기간 동안 별리의 아픔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도대체 연인에 대한 사랑의 가로 세로 깊이 넓이가 얼마나 방대하길래 '그 시절'을 이토록 잊지 못할까. 화자는 감격과 희열로 가득 찼던 연인과의 사랑의 순간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사랑의 상실감에 괴로워 목 놓아 우는가 보다.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너지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같이 우왕좌왕한다. 하물며 남녀 간 사랑이야 오죽하겠는가. 좋아할 땐 질풍노도 같은 미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사랑이 증오로 바뀌면 변심하여 사랑의 파국을 맞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연인과 '둘이서 거닐던' 194 계단에서 확인한 사랑을 화자는 이렇게 상기한다: '즐거웠던 그 시절은/그 어디로 가버렸나/'. 아마 그는 광풍이 부는 광적인 사랑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아름다운 사랑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저 멀리 '그 어디로'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없다. 자신의 심장에 사랑의 꽃을 피우게 했던 연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화자는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수용하면서도 쓰라린 작별의 엘레지를 이렇게 노래한다: '잘 있거라/나는 간다/꽃피던 용두산/아~아~아~아~용두산 엘레지'.가수 이미자는 애별이고로 대변되는 엘레지의 여왕이다. 그녀 이후 오디션 우승과 함께 신데렐라로 등장한 송가인이 엘레지의 여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와 '한 많은 대동강' 등 그녀가 부른 비가는 이별의 슬픔을 온몸으로 그려낸다. 또한 최근 윤민수, 치타 등과 소름 돋는 환상적인 콜라보로 열창한 '님아'도 애절한 애가의 전형이다. 곡명 '용두산 엘레지'의 화자처럼 애별이고의 아픔을 쓸개처럼 쓰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별리의 고통도 마음먹기에 따라 열정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이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헤어짐의 쓰라림은 오히려 미래에 아름다운 사랑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9-15 고재경

[생활법무카페]공증의 효력?

어느 날 한 학생이 "공증사무실이 뭐하는 데야"라고 물으니 다른 학생이 "돈 꿔 줄 때 증서를 발급해주는 곳이야." "그럼 공증 받으면 돈 받을 수 있어?" "그럼. 채무자가 안주면 공증사무실에서 책임지기 때문에 공증비가 비싸지." 이 대화를 듣고 공정증서(금전소비대차계약 또는 약속어음)을 작성한 경우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았을 때 법원의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강제집행할 수 있을 뿐 공증사무실이 돈을 받아주는 것이 아님을 설명해주었다.가끔 "공증 받으면 효력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돈을 빌려주면서 은행계좌로 송금한 경우 차용증조차 안 받아 나중에 채무자가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고 할 경우에 대비할 때와 소송절차의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을 때 공증이 유용하고, 재산과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는 공증 받아봐야 별 소용이 없다고 답변해준다. 즉 재산이 전혀 없는 채무자의 공증보다 '재산이 있는 보증인'의 자필 메모(주민등록번호 기재)가 훨씬 더 유용한 증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사실 악덕 채무자가 공증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기는 돈을 빌려 갈 당시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있느냐가 관건인데 악덕 채무자는 갚을 의사 없이 공증은 선뜻 해주면서 채권자를 안심시키고 사기로 형사고소 당하면 공증을 해주었기 때문에 형사문제가 아니고 민사문제라고 강변한다. 예전에 공증사무실에 간 적이 있는데 '공증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벽에 붙은 안내 문구를 보고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더구나 2004년부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공증을 받거나 판결을 받아도 채무자가 면책을 받으면 채권자는 구제받을 길이 없어졌다.따라서 필자는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경우 고이자, 투자금에서는 고배당의 유혹을 벗어나고 원금상환 또는 이자상환의 연체 여부를 떠나 무조건 추가대출 또는 추가투자를 삼가고 돈을 빌려줄 때 배우자와 상의하고 사고가 났을 때에도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와 꼭 상의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

2019-09-10 이상후

[시인의 꽃]민들레 꽃씨

날아가 닿는 곳 어디든 거기가 너의 주소다조심 많은 봄이 어머니처럼 빗어준 단발머리를 하고푸른 강물을 건너는 들판의 막내둥이 꽃이여너의 생일은 순금의 오전너의 본적은 햇빛 많은 초록 풀밭이다달려가도 잡을 수 없던 어린 날의 희망열다섯 처음 써 본 연서 같은 꽃이여너의 영혼 앞에서 누가 짐짓 슬픔을 말할 수 있느냐고요함과 부드러움이 세상을 이기는 힘인 것을지향도 목표도 없이 떠나는 너는보오얀 몸빛, 버선 신은 한국 여인의 모시 적삼 같은 꽃이여너는 이 지상의 가장 깨끗한 영혼공중을 날아가도 몸이 음표인땅 위의 가장 아름다운 소녀들 이기철 (1943~)욕망에도 무게와 부피가 있던가. 채울수록 무거워지고 부피를 더해가는 짐처럼 욕망은 채울수록 들어차면서 늘어난다. 가중되는 무게와 커가는 부피를 통해 욕망은 욕구를 키우면서 자신마저 그 안에 전복시키고 만다. 그러면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끝없이 부유하는 물질 앞에서 빈번히 무릎을 꿇으며 고유한 자신의 정체성마저 상실해 버린다. 반면 가벼움은 무거움으로 측정할 수 없는 무게를 가졌다. 채울수록 무거워지는 욕망을 '버림'으로 벼리는 것같이 가벼움은 무거움을 버리고 민들레 꽃씨처럼 날개 없는 날개를 달 수 있다. "고요함과 부드러움이 세상을 이기는 힘인 것을" 아는 민들레 꽃씨는 '날아가 닿는 곳 어디든 거기가 너의 주소'가 생기는 것처럼. 봄에 개화하여 '몸이 음표인' 꽃씨를 남기는 민들레의 꽃말이 '행복'인 것은, 비로소 '깨끗한 영혼'으로 가벼워져 얻게 된 '비움의 자유'를 이르는 말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9-09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인중, 인생행로 주체에너지가 자손에게 이어지는 길목

위 아래 좁고 중간만 넓으면후손 병약 질병으로 고생가로주름 심하면 우울증 앓기도검고 탁하면 재액 암시 잘 관찰유산의 수로같아 곧고 단정해야인중(人中)이란 준두(準頭)인 코끝의 아래로 펼쳐져 있는 세로로 이어진 선을 말하는데, 51세부터 59세까지의 중년 운을 주관하고 있다. 몸속의 피가 통하고 상류에서 나온 물이 통과하는 수로(水路)와 같은 곳이니, 인중골이 깊지 않으면 물이 새어나가게 되고 심하면 홍수로 물이 넘치니 좋지 않다. 인중의 길고 짧음을 보고 수명의 장단을 판단할 수 있고, 넓고 좁음을 보고 다산의 여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중은 길고 곧아야 좋으며 가운데는 좁고 깊으며 아래로는 넓고 곧아야 한다. 인중의 골은 틀어지거나 굽어지지 않고 바르게 나 있어야 좋다고 보는 것이다. 인중이 너무 가늘고 좁아 보이면 삶이 고단하고 의식이 궁핍하다 말할 수 있다. 인중이 너무 밋밋하여 없는 것 같으면 수로에 물이 없는 것과 같으니 일찍이 부귀공명을 이루었다 해도, 중년 이후 운(運)이 쇠하게 됨을 이런 형상의 인중을 가진 사람에게서 많이 관찰되고 있다. 또한, 인중 위와 아래는 좁고 중간에만 넓으면 자손이 병약하여 질병으로 고생하게 된다. 인중이 너무 평범하고 엷으며 있는 듯 없는 듯 보이면 정신기(精神氣)의 작용이 온전하지 못하고 결단력도 없으며 주체성이 부족하여 리더로서의 길은 기대하기 어렵다.예로부터 우리네 조상들은 인중의 생긴 형상을 보고 수명 장단을 말하곤 했다. 인중이 엷고 짧으며 굽어있거나, 가로세로 줄무늬가 인중을 가로지르면 건강에 장애가 생기며 수명이 길지 않은 사람이 많다. 자식 복(福) 또한 기대하기 어려우니 자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인중이 굽은 사람은 성정도 삐뚤어져 있고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이며, 인중이 단정하고 곧게 뻗어있고 윤곽이 뚜렷하면 강직하고 의리있는 사람이다.인중에 가로주름이 생겨나면 자식에게 문제가 생긴다. 인중이 좌측으로 굽어 있으면 정신에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소심하고 융통성이 없어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며, 심하면 우울증을 앓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간혹 인중에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주름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액이 생겨난다는 징후로 물과 연관된 일이 생기며, 항상 물가를 조심해야 한다. 인중은 정갈하고 맑고 깨끗하며 곧고 적당히 깊어 가지런해야 한다. 좌우로 틀어지고 윗입술이 말려 올라가 인중을 덮고, 짧고 엷고 기색(氣色)이 탁하며 가로세로 줄무늬가 거미줄처럼 얽혀있으면 수명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성정도 바르지 못하고 자손과의 인연이 좋지 않다고 본다.인중은 사람마다 그 형태와 형상이 다르고 복잡 다양하다. 인중의 폭이 아주 좁은 사람, 매우 넓은 사람,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사람,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사람, 밋밋하여 거의 없는 사람, 폭이 좁고 깊이 팬 사람, 길고 폭도 넓은 사람, 중간부위가 넓은 사람, 중간이 둥그런 사람, 윗입술에 말려 올라간 사람 등 인중은 사람마다 그 형태와 형상이 다르고 복잡 다양하다.인중에 생겨나는 기색도 잘 관찰해야 한다. 인중에 줄무늬가 얽혀 생겨나거나, 불그레한 반점이 생겨나거나, 검고 탁한 먹구름이 몰려와 머무르면 자손에게 재액이 생김을 암시하는 것이니 평소 잘 살피고 헤아리는 일이 중요하다. 말려있던 인중이 풀리거나, 밋밋한 인중에 골이 생기거나 어둡고 탁한 흑기(黑氣)나 잔주름이 사라지고 밝은 빛이 자리하면 자신은 물론 자손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암시이다. 인중은 인생행로(人生行路)의 주체에너지가 자손(子孫)에게로 이어지는 결실의 길목을 상징하기에, 자신의 삶의 흔적을 더듬어 어떤 수확을 거두어 입(食口·식구)속에 채워놓을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인중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중은 또 한 사람의 부모가 되어 또 한 사람의 자식에게 남겨지는 유산(遺産)을 실어나르는 수로(水路)와 같은 것이니, 수로가 곧고 깊고 단정해야 입속으로 향해 흐르는 물 또한 깨끗하고 풍성하지 않겠는가.한가위 보름달이 나의 인생행로에 어떤 형상으로 비쳐 얼마만큼의 풍성함을 더할지, 올해의 추석은 그런 기다림으로 맞아보는 것이 어떨까. 인중골 수로에 담긴 자손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밝고 환한 모습이기를 기대해본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9-09-08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칠서벽경: 글을 쓰고 옻을 칠해 벽 속에 감춘 책

90년대부터 중국에서 공자를 정통 문화브랜드로 삼아 나라를 선양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당시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의 명륜동에 있는 성균관에 찾아와 공자에게 드리는 제사인 석전(釋奠)의 의례를 물으러 온 일이 있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공자가 '반동'의 우두머리로 찍혀있었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오랜 세월 공자의 사상과 예법 등에 관해 정통적으로 계승발전시키고 있었다. 3년 전 오산시의 초청으로 공자사상에 대해 특강을 할 겸 중국의 공묘(孔廟)일대에 간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물건이 바로 노벽(魯壁)이다. 노벽은 한나라대 노나라 공왕이 확장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옛 공자의 고택을 허물었는데 그 벽속에서 '논어'를 비롯한 경전이 고문(古文)의 형태로 나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명나라 때 세운 벽이다. 그 책들은 진시황의 분서를 피해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공자의 직계 9대손인 공부가 벽속에 숨겨놓았던 것이다. 이후 고문(古文)과 금문(今文)은 지금까지 경전연구가들의 핵심 주제이다. 사라져야 할 것이 있는 반면 지켜야 할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음력 초하루가 되면 양을 희생으로 삼아 고유를 하고 새 책력(冊曆)을 나누어주는 전통이 있었는데 논어에 보면 자공은 세월이 흐르고 예법이 무너지면서 전통은 실제대로 행해지지도 않으면서 희생양만 아깝게 잡는 것은 허례라고 생각하여 폐지하려고 하였다. 자공은 늘 경제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러자 공자는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려 하느냐? 나는 그 예를 좋아한다"고 하였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은 당장의 경제적 비용만 따지지 말고 먼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멀리 전할 가치가 있다면 당장의 타산은 접어야할 때도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9-04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해바라기

구름을 넘는구나 / 빗방울을 뚫는구나따라 도는 / 꽃 / 읽는 해 가던 / 같이 가던 / 길을 / 앓아 / 동행이냐 장마에 / 꽃잎 더 / 노래지는 / 해바라기야함민복 (1962~)해가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움직인다는 해바라기는 8~9월에 개화하고, 꽃말은 숭배와 기다림이다. 하나만을 바라보고 그리워하다가 시들어 말라가는 해바라기는 하늘 먼 곳을 향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배반과 변절로 얼룩져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 해바라기에게서 숭고미를 느끼게 된다. 해바라기의 절대적인 바라봄은 해를 가리고 있는 '구름' 너머로 비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빗방울'을 맞으며 온 얼굴을 허공에 매달고 있다. 하늘에서 돌고 도는 태양은 자신을 '따라 도는 꽃'을 아는지 그렇게 해바라기를 저녁이 될 때까지 마주 보고. 비록 그 거리는 가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지만 그러한 해바라기의 마음을 하루 종일 와닿으며 읽고 있는 해. 해바라기와 해는 서로 '같이 가던 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로 비추면서 가는, 말하자면 '동행'과도 같은 것. 당신도 이러한 동행 하나 있다면 어렵고 힘든 세상의 장마에 가려져 있더라도 '장마에 꽃잎 더 노래지'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노랗게 닳아 닮아갈 수 있으련만.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9-02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전설의 한국SF만화 '라이파이'

B급 문학으로 간주하던 시대어린이만 '열광' 어른들은 '금지'사회를 바꾸고 세상 변화시키는엉뚱한 막내들의 상상력 도전50~60년대 하위문화의 유쾌한 반란세상을 바꾸는 것은 모범생이 아니라 비범한 말썽쟁이나 막내들이다. 장남 · 장녀는 강한 책임감으로 보수파 모범생이 많이 나오고, 장남과 막내 사이에 낀 둘째는 살아남기 위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일을 많이 벌이거나 사교술에 능란하며, 막내 가운데서 반항아와 혁명가들이 많이 나온다는 믿거나 말거나 통계가 있다. 집안에서는 막내라고 귀여움을 독차지하다가 사회에 나와서는 집안에서 받던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하여 자연 불평불만이 많아진 막내가 결국 기존의 판을 뒤집는 혁명가가 된다는 것이다. 유교와 숭문주의 전통이 강한 한국문화에서 SF는 담론의 관심 밖에 있었던 '둘째'였고, 만화는 논의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문화적 '막내'였다. 그러니 SF만화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 담론의 주변을 떠돌던 SF만화가 지금 고서시장에서는 한적(韓籍)들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김산호 화백의 SF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1959~1962)는 아직 완질본을 확인하지 못한 극희귀본이다. '라이파이'는 몇 살 터울의 선배들에게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그러나 웬일인지 그 옛날에도 실물은 없고 전설로만 떠돌던 만화였다. 십수 년 전 서울대역 근방의 헌책방에서 마침내 그 전설과 조우했다. 2003년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영인한 양장본 초판 '라이파이'였다.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게 나왔다 금세 절판되어 귀중본이 된 책인지라 주인장이 15만원을 불렀다. 당시 대학 시간강사 신분이었던 터라 당연히 입수해야 하는 자료임에도 한참 동안 실존적 고민(?)을 거듭하다 무리해서 가까스로 구입했다. 그 '라이파이'를 강의 자료로 잠깐 사용하고 잊고 있었다가 우연히 김산호 선생을 자택 만몽재(卍夢齋)를 방문하여 '인인화락'(수원문화재단刊, 2014년 겨울호)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영인 양장본에 라이파이 캐릭터 그림과 함께 저자 친필 사인까지 받았다. 고서를 접하다 보니 가끔은 이렇게 뜻하지 않은 행운과 영광을 누리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이야 '라이파이'가 한국SF만화의 전설로 대접받고 있지만, SF는 한국문화사에서 푸대접은 고사하고 아예 무대접이었다. 약관의 청년 김산호가 SF만화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았을 때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도서출판 남훈사의 부엉이 시리즈로 '라이파이'가 출간되자마자 대박을 쳤다. 종래에는 출판사 직원이 갈비 반 짝을 사들고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라이파이' 신간이 나오는 날에는 만화가게 앞에 수십 수백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당시 공무원 사무관 월급이 4천~5천원일 때 '라이파이' 한 편당 무려 50만원 넘게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짧았다.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산호는 전격적으로 남산의 중앙정보부로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는다. 혐의점은 1958년 데뷔작 '황혼에 빛난 별'의 별이 김일성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또 '라이파이'에 어째서 인공기와 같은 별이 들어간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황당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작가 김산호는 창작의 자유를 찾아 훌쩍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도 김산호의 활약은 대단했다. 마블, DC와 함께 빅3 코믹스였던 찰튼 코믹스와 손잡고 '샤이안 키드(Cheynne Kid)' 등 600여권의 단행본을 발표했다. 한국SF만화의 효시가 어떤 작품인지 단정하기 어려우나 현재까지는 1952년 일신사에 나온 최상권의 3권짜리 딱지본 만화 '헨델박사'가 가장 앞선다. SF만화는 SF를 B급 문학으로 간주하던 시대에 나온 만화라서 어린이 독자만 열광하고 어른들은 금지하는 정크요, 하위문화(subculture)였다.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엉뚱한 막내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금기를 깨는 도전이었다. '라이파이'는 5~60년대 문화판의 질서를 뒤집은 막내요, 하위문화가 벌인 유쾌한 반란이었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9-09-01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전전반측: 몸을 뒹굴면서 뒤척인다

남녀 간 그리워하는 모양을 표현한 시가 많은데 그 원형으로 거론되는 것이 시경에 들어있다. 물가에서 정겹게 짝지어 놀고 있는 새를 보고도 연인을 그리워한다. 봄철에 들에서 나물을 이리저리 손으로 뜯으면서도 마음은 그리움의 대상을 따라가 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 한 생각 때문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룬다. 그러다가 서로 만나 금슬을 연주하며 즐긴다. 이렇듯 자나깨나 생각하면서 그리워하는 대상과의 만남을 노래하고 있는데 시경 맨 처음의 시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젊은 시절 남녀 간 그리움이 사무쳤을 때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간절하면 잠자리에 들어도 그 생각뿐이다. 이런 원리를 응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잘 성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가의 공부법에도 자나 깨나 한결같이 하라는 말이 전해온다. 그러나 공부의 주제는 남녀 간 애정지사 같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잠잘 때는 고사하고 깨어있을 때도 생각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생이지지의 자질이 아닌 한 그것을 가까이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고인들도 오죽 공부가 안되면 현명한 이를 친하고 싶은 마음 갖기를 이성에 끌리는 것처럼 하라고 하였을까? 그러나 이건 공부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에 대해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며 한결같은 생각이 있다면 그것이 허황된 욕심이 아닌 한 이루어질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8-28 철산 최정준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컵이네요

청소년이 사물로 바뀌는 '엑소더스'변신하는 이유·진단 없는 '절멸'한때 익숙하고 자명한 사실들낯선 시선으로 돌아보게 해현실세계 드리운 그늘 성찰 유도지난 8월 3일부터 17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엑소더스'(이시원 극작, 연출) 공연이 있었다. '엑소더스'는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변신'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사람이 사물로 바뀌는 '변신'의 주요 모티프를 그대로 살리면서 에피소드를 추가하여 분량을 늘렸다. 이번 공연이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중장년층의 이야기에서 청소년의 이야기로 재창작한 것이다. 연극이 시작하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상황이 제시된다. 청소년이 사물로 바뀐다는 설정이다.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로부터 상자에 담긴 머그컵을 전해 받은 어머니가 말한다. "컵이네요." 며칠이 지나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만 왜 바뀌는지는 알 수 없다. 언제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지도 밝혀지지 않는다. 중앙변신대책본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바뀐 물건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전부이다.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운동화, 스티커, 자전거, 피아노, 의자 따위의 물건으로 바뀐다. 그런데 바뀐 물건이 파손되면 사람으로 돌아오더라도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돌멩이가 가장 안전해 보인다. 변신이 전국으로 확산된다. 국가재난상황으로 치닫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폭탄으로 바뀌는 사례가 발생한다. 터진다. 그리고 집단으로 변신한다. 청소년들이. 연극 '엑소더스'는 절멸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설명이 없다. 변신의 이유를 말하지 않고, 진단도 없다. 절멸을 말하지만 그 원인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로 이야기한다. 마치 다 알면서 뭘 물어보냐는 것처럼, 진정 문제 해결을 바라기는 하냐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것은 실태를 진단하고 원인을 파악할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선언이다. 절멸 앞에서 우리 사회에 보내는 최후의 신호가 아니라면 이 연극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당신들은 지구를 위협하는 진짜 문제들보다 나와 시위에 가세하는 청소년들을 더 무서워하는군요." 지난 7월 프랑스 의회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한 말이다. 그는 2003년 이 별에 왔다. 이 별에 온 지 16년이 된 그가 보기에 지금 상태라면 지구사회는 지속불가능하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캠페인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그와 함께 세계의 청소년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기후재앙의 절박함을 외치고 있지만 지구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소식은 여전히 잘 들리지 않는다. 그 목소리가 작아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외침을 듣고도 듣지 못하는 데 있다. 현재의 삶의 방식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으로 전환하지 않기 때문이다.연극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청소년의 변신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자 비상토론회가 열린다. 각계각층을 대표해서 토론자가 모였다. 저마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토론회는 토론은 토론일 뿐이라는 사실만을 증명하고 끝난다. 이 장면의 압권은 토론회를 마칠 무렵에 펼쳐진다.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각층의 대표자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이 따로 있다. 바로 자신들의 연금이다. 청소년이 모두 사라진 후 발생할 연금 고갈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진정 비상한 토론회가 아닐 수 없다.변신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곰이나 백조에서부터 벌레까지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변신 이야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간적인 것을 낯설게 만들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삶의 방식으로부터 벗어나 지금의 삶의 방식을 넘어서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머나먼 타지에 갔다가 돌아오면 자신이 살던 곳이 낯설게 보이는 그러한 여행에 가깝다. 그렇지 않다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변신 이야기에는 우리가 한때 익숙하고 자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을 낯선 시선으로 돌아보도록 하는 힘이 있다. 그 힘으로 지금의 세계에 드리운 그늘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 연극 '엑소더스'가 지금의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탈출의 이야기를 하는 까닭도 다르지 않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9-08-25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금선탈각: 황금빛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날아가다

이제 늦여름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진행되니 새삼 변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원형을 보존하고 그 형세를 완비하면 우군은 의심하지 않고 적군도 움직여 쳐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은 산풍고(山風蠱)괘의 '공손히 그쳐있는 것이고'라는 것을 응용한 것이다." 36계 중 제21계 금선탈각의 원문내용이다. 늦여름 우는 매미를 보고 착안하였고 그 이치는 주역의 산풍고괘에서 착안한 계책이다. 매미의 경우 수컷은 울림판이 있고 암컷은 산란관이 있는데 우는 매미는 수컷이라 한다. 그 울음이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매미가 참매미이고, 듣기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매미가 말매미라 한다. 매미의 일생과 변태(變態)를 생각해보면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 땅속으로 들어가서 6년간 땅속에서 4번의 탈피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7년째 되는 해 땅 밖으로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 허물을 벗고 몸과 날개를 펼치는 탈각(脫殼)과 우화(羽化)의 과정을 거쳐 날아오른다. 그 후 2주 동안 교미를 통해 알을 낳고 죽는다. 매미가 알에서 깨어나 기어 다니다 하늘을 날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질적인 변화이다. 일상에서도 변화란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깊이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변(變)과 화(化)는 다르다. 변(變)은 누에가 나방으로 우화(羽化)하기 위해 고치를 지으며 변태를 하는 과정이다. 화(化)는 왼쪽의 사람(亻)과 오른쪽의 사람(匕)으로 구성된 글자로 왼편은 살아있는 사람이고 오른편은 죽어있는 사람으로 완전히 달라진 결과를 의미한다. 완전한 성충으로서의 나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송대 학자 주자는 중용의 변화를 풀이하면서 '변(變)'이 '화(化)'로 가는 과정(變者化之漸)이라면 '화(化)'는 '변(變)'의 결과(化者變之成)라고 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8-21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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