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진래혁혁: 우레가 치니 놀라고 놀란다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 찾아오면 누구든 놀라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두려움과 공포의 상황과 심정을 주역에서는 벼락이 칠 때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와 느끼는 심정으로 비유하였다. 들판에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우레가 치는 상황을 겪으면 누구든 무서워하면서 놀란다. 이런 종류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레가 치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레가 지나가고 나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 살았구나!" 안도할 뿐이며, 이 순간 자신의 과오여부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대상이다. 왜 하늘은 인간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을까? 바로 양심의 존재에 대한 깨우침이다. 벼락이 칠 때 두려워할 줄 아는 것은 생존본능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일 뿐만 아니라 "죄짓고는 살 수 없구나!"하는 자기성찰의 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용이라는 고전에서도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자신을 경계하고 삼가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삼가고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줄 알라고 하였다. 하늘에서 치는 벼락은 눈으로 보이고 귀에 들리는 두려움이며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니 그것은 바로 양심에 대한 두려움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11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계약금 지급후 '시세상승' 매도인 해약 원해

수원의 A아파트를 갑과 을이 2020년 1월15일 5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계약금 7천만원을 을이 갑에게 지급하고 중도금은 2월15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수원 아파트 시세가 급상승하면서 5억이었던 것이 8억이 되자 갑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의 배액인 1억4천만원을 을에게 지급하겠다며 받지 않을 시 공탁하겠다는 내용증명서를 2월10일 을에게 보냈고, 을이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자 2월14일 1억4천만원을 공탁했다. 그러나 을은 2월13일 갑의 계좌로 중도금을 이미 이체했다. 민법 565조 1항은 매매계약당시에 일방이 금전을 계약금 등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해약금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갑이 해약금(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기 전에 을이 갑에게 중도금을 지급하여 이행에 착수한 이상 갑의 약정해제권행사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대법원은 이행기(중도금지급기일)약정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한 경우 매수인이 매도인의 계약해제권을 소멸시키기 위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경우는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그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사안으로 돌아와, 갑이 을에게 1억4천만원을 공탁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한 이상 을은 자신의 중도금지급을 이유로 매매계약의 유효를 주장할 수 없다. 요즘 부동산시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과거에는 흔하지 않은 약정해제권 행사가 심심찮게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3-10 김정준

[시인의 꽃]산수유꽃

논둑에 앉아 산수유를 바라봅니다얕은 구릉에 무리져 핀 산수유가논바닥 웅덩이에 비칩니다빛이 꽃 그림자에서 피어납니다저쪽에서부터 농부가 황소를 몰고생땅을 갈아엎고 있습니다논바닥 웅덩이가 흔들립니다땅에서 향내가 솟구칩니다소발굽에서 물집 잡힌저 산수유꽃 그늘이런 아침에 당신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산간마을의 봄빛이 저만큼 깊습니다박형준(1966~)우리의 일상은 도처에 위험과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 언제 어떻게 닥칠 줄 모르는 인재와 재해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재난 앞에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지만 일상을 바꿔버린 '사회적 거리' 속에서도 봄은 여지없이 기다려주지 않고 오는 것. 겨울처럼 찬기로 가득 찬 당신의 창 너머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온기를 뻗치면서 피어나는 꽃. 다른 꽃보다 먼저 노란 표정으로 춤을 추듯이 소담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얕은 구릉에 무리져 핀 산수유'를 보라. 비탈진 언덕 너머 비친 '꽃 그림자' 속에서 '농부가 황소'를 몰고 오듯이 고즈넉한 전원의 풍경이 떠오르지 않는가. 땅의 새살을 돋기 위해 '생땅을 갈아엎'어야만하는 자연의 순리를 '땅에서 솟구치는 향내'로 발견하게 한다. '저 산수유꽃 그늘' 아래에서 '봄빛이 저만큼' 깊어갈수록 퍼지는 간절한 그리움이 있다면 분명 '당신 생각'의 땅에 묻어놓은 봄이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3-09 권성훈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생명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한 봄의 선물 '고로쇠나무'

'뼈에 이로운 나무'란 뜻미네랄성분 물보다 30~40배 많아여성·노인·어린이 면역력 강화이뇨작용 좋아 노폐물 배출 효과재질 단단 운동기구·악기등 용도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와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도 지나 이제 산과 들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남녘으로부터 매화나 복수초의 개화소식이 들려오고 부지런한 산수유나무나 생강나무는 가지마다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으며 아직 준비가 덜된 나무들은 꽃과 잎 틔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나무들은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지만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 중단과 생계에 대한 위협 등 모든 게 멈춰 있어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확산차단에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잠시 가까이 있는 나무와 숲에서 삶의 여유와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일상을 유지하면 면역성을 높여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요즘은 봄과 함께 찾아온다는 '봄의 전령사' 고로쇠나무 수액이 제철이다.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져 가는 바람 속에서 맛보는 한잔의 달착지근한 고로쇠 수액은 직접 가지 않아도 숲속의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로쇠나무는 '뼈에 이로운 나무'란 뜻이다. 통일신라 말의 승려이자 고려 왕건의 스승인 도선국사가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기나긴 수행 끝에 도를 깨우치고 일어나려 했을 때 오랜 좌선으로 무릎이 굳어져 마침 앞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 했으나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부러진 가지에서 수액이 흘러나왔고 그걸 받아마셨더니 신기하게도 무릎이 펴지고 원기를 회복했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樹)나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고로쇠나무는 고로실나무, 오각풍, 수색목, 색목 등으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다. 우리 조상들은 고로쇠나무 외에도 다래나무,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층층나무 등에서 수액을 채취해 마셔왔다. 경칩이 다가오면 나무에 상처를 내고 수액을 마시는 풍속이 이어져 왔는데 수액을 마시면 몸에 병이 생기지 않으며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여겼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수액을 풍당(楓糖)이라 하고 위장병이나 신경통, 관절염 환자에게 효험이 있다고 했다. 나무가 주는 천연 약수인 고로쇠 수액에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영양소인 미네랄 성분이 보통 물에 비해 30∼40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과 에너지 공급원인 과당 등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맛이 뛰어나고 흡수가 빠른 천연 이온음료라고 할 수 있다. 뼈가 약한 여성이나 노인들, 성장기 어린이들이 마시면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으며, 이뇨작용도 있어 운동 전후에 마시면 몸속에 축적된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도 좋다. 고로쇠 수액은 지역별로 맛이 조금씩 다른데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우산고로쇠 수액에는 고로쇠 수액보다 당분 함량이 2배가량 높고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쌉싸름한 인삼의 맛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수액 채취는 모든 나무에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 가슴높이의 직경이 적어도 10㎝ 이상 되는 나무에 드릴로 1∼3개 정도의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해 채취한다. 고로쇠 수액은 해발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곳에서 채취할수록 단맛이 강하다. 아침저녁 기온이 영하3℃ 내외, 낮 기온이 7℃ 정도로 기온차가 10℃ 정도 될 때가 채취 적기이다. 수액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한 날에는 생산량이 적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날에는 생산량이 많다. 이제는 채취작업시 최신 자동설비로 항균 필터에 자외선 살균작업까지 거쳐 위생적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다.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며 중국과 일본, 사할린섬에 분포한다. 계곡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며 생장이 빠른 편이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단풍나무과 나무 중 가장 굵고 높게 자라는데 높이 20m까지 자라며 수액도 가장 많이 생산한다. 잎은 마주나고 손바닥처럼 5∼7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잎끝이 뾰족하고 톱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4∼5월에 황록색 작은 꽃이 잎보다 먼저 위를 향해 핀다. 9∼10월에 익는 열매는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있으며 90도 내외로 벌어져 달린다. 나무껍질은 회색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목재는 재질이 곱고 매우 단단해 운동기구, 가구, 악기 등 그 용도가 다양하며, 앞으로 고가품으로 개발할 가치가 높은 나무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

2020-03-08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약개상: 하늘이 만약 떳떳함을 고친다면

명심보감에 '天若改常(천약개상)이면 不風卽雨(불풍즉우)요 人若改常(인약개상)이면 不病卽死(불병즉사)니라'하였다. 직역하면 '하늘이 떳떳함을 고치면 바람 불지 않으면 비가 오고, 사람이 떳떳함을 고치면 병들지 않으면 죽는다'이다. 날씨를 겪어보면 좋은 날이 있고 궂은 날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누구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반기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들어 괴로움을 당하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일찍 죽기도 한다. 정상적인 마음이라면 누구든 병들거나 죽는 것을 반가워할 리 없다. 명심보감에서는 그 불행의 탓을 개상(改常)으로 돌린다. 상(常)이란 정상적인 도리나 항상한 도리인 상도(常道)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정상의 반대는 이상이나 이변이다. 하늘이나 인간이 정상적인 도리를 고친다는 것은 정상적인 도리를 이탈하는 이상기후나 이상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자연계의 風雨(풍우)나 인간계의 병사(病死)는 당연한 음양적 현상인데 명심보감에서는 이상이나 이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지구 기후변화와 인간의 건강 관계를 직관해보면 이해가 간다. 생태계에 속한 존재는 작든 크든 각자 정상적인 생명활동의 패턴이 있기 마련이다. 이 패턴이 어떤 이유로 변이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좋지 않은 양상을 띠는데 변이의 발생이 개상(改常)이라면 좋지 않은 양상이 이상적인 병사(病死)이다. 사람도 키가 작을 뿐 하늘이라는 오랜 관념에 따르면 하늘에 이상이 포착되면 그것이 바로 사람에게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이상질병들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04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심각'할수록 구석구석 살펴봐야 할 때

예술인복지재단, 법 적용코로나19 피해 예술인 위해복권기금 180억원으로특별융자 한시적 운영한다니그나마 한숨 돌릴수 있을지…알다시피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전 유럽의 유행병으로 기억하고 있는 흑사병은 쥐에게 붙어있는 벼룩을 통해 인간에게 옮기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이 원인이었다. 최초 진원지는 히말라야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몽골제국 성립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접촉이 빈번해지는 새로운 변화에 따라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에 의하면, '1347년에 제노바의 식민지인 카파를 포위한 타타르족이 흑사병에 전염된 시체들을 석궁에 매달아 도시 내부에 버렸고, 포위를 피해 탈출한 자들이 몸에 있던 병원균을 콘스탄티노플과 해안 도시들을 통해 서유럽 전역에 옮겼다'는 증언이 있다. 이 시대의 자료에 따르면, '흑사병을 신의 재앙 또는 비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범죄행위로 해석', 사람들은 '흑사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 행사, 순례, 채찍질을 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와 특정 인종의 학살도 자행'했다고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적인 설명을 위한 노력과 예방적 차원의 지침들도 있었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전 지구적 대응이 요구되는 질병을 '자주' 겪다 보니, 1348년에 시작된 흑사병이 떠올랐다. 물론 현대의 질병관리 수준이나 삶의 환경 자체가 달라서 유사한 경우로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정부는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1월 27일 '경계' 그리고 2월 23일에는 '심각'으로 상향하였다. 3월 1일 기준으로 중국을 포함, 51개국 8만3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확인된 상태이다. 이 전염병은 모든 사람에게 위협적이기에 퇴치는 당연히 인류 공동의 목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발생 원인, 감염경로, 안전망 확보 등은 사회 시스템 수준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하나, 감염에 대한 긴장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노 등의 격렬한 감정폭발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감각의 강화에서 오는 '혐오'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14세기의 '자신의 보호' 방식과 닮아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경계' 단계에서 문화예술 행사나 공연 등의 실시 여부는 지역특성과 상황에 따라 자율적 대처를 취했으나, '심각' 단계에서는 모든 사업의 취소 또는 연기를 하도록 했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성의 특성 탓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운영은 아무래도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나 식당, 전통시장, 쇼핑몰 등의 이용도가 떨어지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생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의 경우도 사업실행 시점에 전면 중단이나 연기를 함에 따라 소규모 예술단체나 예술인들의 생계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에 시간과 힘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정신이나 육체 따위가 지쳐서 고단'할 때 우리는 '피로하다'고 말하며, 이러한 피로는 수고와 노동 속에 있다. 피로가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사람들이 이를 감내하는 이유는 결과의 성취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수를 제외하면 금전적 보상이 그리 많지 않은 직종으로 이해되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연극,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분야별 예술인들이 모여 기획, 연습 그리고 실행의 과정을 오롯이 거쳐야만 관객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그 과정을 보면 참여한 예술인의 땀을 요구하는 노동이 있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고단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수고를 통한 피로를 피하지 않고 기꺼이 정면으로 맞는 이유는 삶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 속에 자신을 귀환시킴으로써, 예술을 통한 삶의 성장을 갈구할 때 생기는 허기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활동이 곧 삶인 예술인들에게 있어서 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복지법 제 10조 6'에 의해 '코로나19'의 피해 예술인을 위해, 복권기금 180억원을 기반으로 2020년 3월부터 특별융자를 한시적으로 운영, 지원한다고 하니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20-03-01 손경년

[풍경이 있는 에세이]50세 서 부장

47세때 처음 내집을 갖게된 독신녀집들이친구들 반응 대단해 축하해근데 너 곧 퇴직? 대출금은 어쩌니조카 챙기는것도 노후걱정 타박해삶이 멋진데… '오지랖시선'은 그만서 부장은 한국 나이로 50세가 되었다. 집을 산 건 3년 전이다. 수도권의 30평대 아파트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또래보다 집 장만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담하게 벌인 집들이 날, 친구들의 반응은 달랐다. "뭐야, 완전 멋져. 네가 집을 사다니. 너무 놀랐잖아!""정말 대단해. 내 친구지만 진짜 기특하다. 축하해."서 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후 한 번도 쉬어본 적 없이 직장엘 다녔다. 그리고 마흔일곱 살이 되어 서울도 아닌, 작은 위성도시에 아파트를 샀는데 왜들 이렇게까지 놀라는 것일까. 서 부장은 고추잡채와 유부전골을 식탁에 날랐다. 맞춤제작을 한 아카시아나무 식탁은 아무리 봐도 색이 고왔다. 마음에 들었다. "결혼 안 하고 혼자 산다 할 때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잘 사는 거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네. 집도 너무 예쁘고.""그런데 너도 곧 회사 나올 때 되지 않아? 대출금은 어떡해?"아하, 그제야 서 부장은 친구들의 반응이 이해되었다. 결혼하지 않은 47세의 독거여성의 노후를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서 부장의 친구들은 예의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사심 없이 집들이에 참석한 따뜻하고 다정한 친구들이었다. "대출은 없어. 회사는 언젠간 그만두게 되겠지. 이후에 뭘 할는지는 고민 중이고."대출이 없다는 말에 더 눈이 동그래진 친구들 앞에서 서 부장이 말했다. "아이고, 별걸 갖고 다 놀라네. 한 사람 월급 갖고 세 식구 살고 두 사람 월급으로 네 식구가 사는 거랑 한 사람 월급 갖고 한 사람이 사는 거, 어느 편이 낫겠어? 이 간단한 계산법이 어려워?"서 부장에게는 조카가 둘 있다. 조카들이 어릴 땐 자주 만나 소고기도 먹이고 그랬지만 이제는 제법 컸다고 이모 집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고기를 먹이는 대신 옷을 사보내고 가방을 사주고 운동화를 사준다. 학원비를 내줄 때도 있고 연수를 떠날 때 비용을 내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이 타박을 했다. "그런다고 걔들이 나중에 이모한테 효도할 것 같아? 네 앞길이나 챙겨. 100세 시대야. 노후 준비 제대로 못 하면 끝장이야. 돈 아껴."한 달에 조카들 사교육비로 100만원, 200만원을 내주는 것도 아니고 이모가 생색 좀 내는 일에 무얼 그리 걱정을 하나, 생각했는데 나이 든 독거여성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시선은 참말 고칠 요량이 없다. 그래도 친구들이니 '안쓰러운' 정도이지 낯 모르는 사람에 이르자면 숫제 패배자 취급이다. 아이고, 불쌍해라. 나이 들어 새끼 하나 없이 외로워 어쩌나. 그들은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서른 살엔 예쁘고 좋았지? 마흔 살만 해도 자유롭고 좋았지? 그런데 쉰 살 되니 너도 두렵지? 고독사할까 봐 겁나지? 그런 시선에 살이 따가울 때가 많다. 한 마디 한 마디 대꾸하기 싫어 그냥 하하 웃고 말지만. 서 부장은 우리 옆집에 산다. 가끔 나와 맥주를 마시고 고추잡채를 만들어준다. 서 부장 언니의 고추잡채 솜씨는 정말 끝내준다! 언니네 회사에서 만든 화장품을 늘 공짜로 갖다 주고, 사실 나는 과일을 살 필요가 없다. 언니가 박스째 사서 나에게 언제나 넉넉히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30대 독신들이 40대 독신으로 자라고 또 50대 독신으로 무럭무럭 자라 대한민국 세금의 한 축을 만든다는 걸 깨치고, 늦게라도 좋은 짝 만나 노후 편하게 보내라는 오지랖 따위 부리지 않는 그런 세상이 얼른 왔으면 싶다. 서 부장은 멋지다. 이대로 쉰 살이 되어서 더욱 멋지다./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20-02-27 김서령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방불입: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논어에 '위태로운 지역인 곳에는 들어가지 않고(危邦不入) 혼란한 지역에도 거주하지 않는다(亂邦不居)'고 하였다. 물리적 공간인 일정한 지역에 대해서 기피한다는 것이다. 위태로움을 주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치를 잘못해서 그 나라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경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생존이 위협받거나, 전쟁이 발발해 목숨과 재산을 잃을 지경에 있거나, 지진이나 가뭄이나 홍수 등의 천재지변도 모두 위태로운 지경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향후 가장 위협적인 것이 고인들이 이야기한 괴질(怪疾)인데 이것이 다름 아닌 신종 바이러스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번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세계의 시선이 발생지역에 국한되어 집중되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초기에는 중국의 우한(武漢)을 위태로운 지역인 위방(危邦)이라 여겨 그 지역에 들어가고 그 지역에서 나오는 것을 꺼려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러다가 전염된 사람들이 점점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서 해당 나라들을 위방(危邦)이라 여겨 역시 출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세계 다른 나라에서 위방(危邦)으로 지정하여 재외 한국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방관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 예외 없이 피차간에 위방(危邦)으로 지정될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위태로운 지역인 곳에는 들어가지 않고(危邦不入) 혼란한 지역에도 거주하지 않으려(亂邦不居) 한다. 어느덧 지금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꺼리고 한국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심리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26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부동산경매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부동산 경매는 일반 매매와 달리 매도인과 중개업자가 없어서 매수에 하자가 발생해도 대부분 본인이 그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컨설팅 업체에 미혹돼 고액의 보수를 주고 사건을 의뢰했다가 사고를 당해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부동산 경매에서 위험요소로는 소유권 상실의 위험과 추가 부담의 위험, 사용제한 등의 위험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소유권 상실의 위험과 추가부담의 위험에 대해 살펴보겠다. 소유권 상실의 위험은 두 가지 경우에 대한 대처방안만 알고 있으면 된다. 최선순위 소유권이전금지 가처분과 최선순위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는 최근의 실무상 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경매절차를 정지하고 있고 최선순위 환매권도 환매금액을 지불해야 하므로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인수 조건부 전 소유자에 대한 가압류는 인수하는 금액만큼 입찰가를 낮추어 대위 변제하고 말소하면 된다. 주의해야 하는 경우는 독립성이 상실된 구분건물의 취득이다. 독립성이 상실된 구분건물은 매각대금을 납부하더라도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2009마1449결정). 따라서 매각공고나 감정서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으면 층 전체의 일괄매각이 아닌 한 일단 입찰을 보류하는 것이 맞다. 법원의 업무 관행도 통일적이지 못하고 언제 문제가 불거질지 법원도 모르고 이해관계인들도 모르기 때문이다. 추가 부담의 위험을 없애려면 최선순위 임차인들이나 전세권자들의 선순위 보증금을 차감하고 입찰가를 정하면 된다. 단 유치권의 성립 여부와 부담에 관한 판단은 완전한 분석이 어렵다. 점유의 적법성과 점유자와 점유시기, 공사비 잔액과 변제기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유치권 신고가 있거나 유치권 성립 가능성이 있을 때는 입찰 전에 소유자 등과 협의가 안 되면 유치권 성립 가능성이 없거나 성립 가능성이 있어도 부담금액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입찰가에서 위험부담 액수를 차감하고 입찰에 참가된다./박재승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성남지부박재승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성남지부

2020-02-25 박재승

[시인의 꽃]모란

모란은 누구의 상실이기에저리 붉은가//모란의 세계에 든 사람 누구도상처를 말하지 않는다//우울한 얼굴과슬픈 눈매//모란에 가면모란은 없고//모란모란 만개한 눈동자들이 피워올리는뜨거운 눈물만 있다//소리는 없고눈매만 깊은//저 충혈된 헛꽃들!배영옥(1966~2018)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그 대상이 가진, 다른 대상과 구별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부터다. 그것은 다른 것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하고도 감각적인 느낌으로 마주치는 순간 그 고고함과 강렬함에 빠져들고 만다. 바로 5월에 화려하게 개화하는 모란처럼. 이 꽃은 '부귀화'라고 불리기도 하며 위엄과 품위가 있어 화중지왕(花中之王)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하듯 '모란은 누구의 상실이기에 저리 붉은가' 거기에 압도당해 자신의 상처도 동화되는 것. 따라서 '모란의 세계'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상처가 피어나고 있으므로 '상처'도 사라지고 '우울한 얼굴과 슬픈 눈매'도 보이지 않는다. '모란에 가면 모란'이 없는 것은 상처를 가진 주체(나)와 상처로 피어나는 대상(모란)이 새로운 인식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소리는 없고 눈매만 깊은' 그 '저 충혈된 꽃들'이 '헛꽃'인 이유는, 바라보는 동안 언어를 무화(無化)시키는 힘에서 생겨나는 사유가 아닐 수 없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2-24 권성훈

[주종익의 '스타트업']더 좋은 제품

디자인·크기·무게·편리성등 고려문제해결 가능 필수품 확신 제시안전성·만족감·서비스 필수좋은 물건 만드는 것 보다혁신제품으로 고객 사로잡아야스타트업 실패 원인의 첫 번째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와이컴비네이터의 창업자 폴 그램이나 린 스타트업의 원조 격인 스티브 블랭크 등이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품과 고객의 궁합(PMF: product market fit)이 잘 맞아야 성공한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다. 그러면 물건만 잘 만들면 고객은 줄을 설까? '더 좋은 쥐덫' 이야기를 해보자. 미국의 시인이며 수필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1871년 캘리포니아의 한 강연회에서 만일 남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거나 남보다 설교를 더 잘한다든지 더 좋은 쥐덫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집이 아무리 외진 숲속에 있다 하더라도 고객이 그 집 문 앞에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회사가 더 좋은 쥐덫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했다. 실제로 울워스 슈퍼마켓에서 쥐도 잘 잡고 색깔도 좋은 '더 좋은 쥐덫'을 만들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때 미국에 쥐덫에 관한 특허가 자그마치 4천400개가 있었다고 한다. 쥐덫은 쥐덫일 뿐이다. 좋은 쥐덫을 비싸게 주고 사봤자 쥐를 잡은 쥐덫을 손으로 만져가며 씻고 잘 보관하고 쥐덫의 아름다움에 만족하기보다는 값싼 쥐덫을 사서 쥐와 함께 버리는 것을 고객은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2016년 10차 무역 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되어 수출이 부진해지자 '더 좋은 쥐덫'을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더 좋은 쥐덫은 제품을 말하는 것이니 제품을 잘 만든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출이 잘될 것이라 했다. 잘못 이해하고 한 말이라 후에 말이 많았다. 실패한 사례를 성공의 방법으로 잘못 안 것이다. 물건만 좋다고 고객이 줄 서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또는 '고객이 원하는'이란 뜻을 잘못 이해한 탓이다. '더 좋은'이나 '고객이 원하는'이란 말을 흔히 기술적인 성능과 기능만 향상시키면 된다고 잘못 생각한다. 특히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다. 성능과 기능이 제일중요 하다 치더라도 그렇다고 고객이 줄을 서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포함된 의미는 훨씬 복잡하다. 가령 성능과 기능은 좋은데 값이 엄청나게 비싸다든가 너무 크고 무겁다든가 사용법이 불편하다든가 구입하려면 험한 산속의 숲을 걸어가야 한다든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설명을 한다든가 한다면 고객이 줄을 서는 일은 없다.고객이 줄을 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궁합(Fit)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궁합이 많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기술적 성능과 기능은 물론 감성적 디자인, 크기, 무게, 편리성 등을 고려한 제품이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로 고객 문제점 해결 내용과 정도를 분석해서 필수품(Must Have)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세 번째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요소들인 가격, 지불방법, 구매의 접근성과 편리성, 신속성, 안전성, 온라인인가 오프라인인가 등도 신경 써야 한다. 네 번째는 구매 시점 전후의 서비스시스템이다. 제품 및 회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의 제공이나 소비자 보호 전략과 고객의 언어와 눈높이에 맞는 고객 맞춤형 홍보 및 광고와 의사소통이 편안하고 빠르고 명확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제품과 회사의 포지셔닝이다. 신뢰와 안정성과 만족감을 주는 긍정적 이미지로의 위치 정립이다. 애플인가 삼성인가 아니면 다이소인가? 제품 한 개에 천 원짜리인가 백만 원짜리인가?이런 통상적인 것 말고 정말로 어렵고 힘들지만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은 전략 혁신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제품을 쫓아오게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포드는 자동차를 만들 때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았다. 만일 내가 고객에게 어떤 운송수단을 만들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더 빨리 달리는 마차'를 개발해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자동차가 무엇인지 모르니 당연하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은 보여주기 전에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고객이 바보라는 뜻이 아니다. 생각하지 못하는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그들을 사로잡으라는 뜻이다. 2007년 아이폰은 이렇게 탄생했다. 성공은 제품을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2020-02-23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우산지목: 우산의 나무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다는 것을 색깔이나 모양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은 형상이 없기에 육안으로 볼 수가 없다. 돌아가는 현실의 사태를 보면 인간에게 선한 양심이 있음을 부정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양심을 강조한 대표적인 분이 맹자인데 맹자의 비유를 들어보자. 우산(牛山)은 나무와 풀이 없는 민둥산이다. 지금은 민둥산이지만 본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큰 나라의 수도 근처에 있기 때문에 틈만 나면 대낮에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와서 벌목을 하기 때문에 산에 나무가 없다. 밤이 되면 그 사이에 초목이 조금 자라긴 해도 소나 양 같은 동물들이 뜯어먹어버린다. 이런 까닭으로 민둥민둥한 산이 되었기 때문에 그 산의 풍경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본래 이 산에는 초목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초목이 없다고 해서 본래부터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맹자의 비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먼저 맹자도 드러나는 현상만 보면 인간이 양심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흘러가는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그렇기 때문에 양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본래적인 양심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로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초목을 자라게 하는 요인보다 초목을 훼손하는 요인이 더 많고 강력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볼 점은 마지막 부분이다. 우주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칙을 지니고 있듯이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고 볼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요건을 극복해나가는 자세와 실천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극기복례와 같은 훈계가 나오는 맥락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19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꿈꽃

내 만난 꽃 중 가장 작은 꽃 냉이꽃과 벼룩이자리꽃이 이웃에 피어 서로 자기가 작다고 속삭인다. 자세히 보면 얼굴들 생글생글 이빠진 꽃잎 하나 없이 하나같이 예쁘다. 동료들 자리 비운 주말 오후 직장 뒷산에 앉아 잠깐 조는 참 누군가 물었다. 너는 무슨 꽃? 잠결에 대답했다. 꿈꽃. 작디작아 외롭지 않을 때는 채 뵈지 않는 (내 이는 몰래 빠집니다) 바로 그대 발치에 핀 꿈꽃. 황동규(1938~) 꿈을 꾸게 하는 잠에게 우리는 빚진 것이 많다.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감당하지 못하는 채무가 있다는 것. 잠이라는 빚을 지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해도 꿈을 꽃 피우는 시간이다. 꿈이 인생의 무게와 부피에 맞는 꽃을 피게 하고 있으니.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몰래 온 눈처럼 당신을 하얗게 덮고 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 않던가. 그렇다고 꿈이 작다고 꿈을 꾸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른 봄 '이웃에 피어' 하얀색 꽃을 피우는,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냉이꽃과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진 벼룩이자리꽃. 구석자리 어딘가에서 새순을 내고 자라나는 이 작은 것들을 '자세히 보면 얼굴들 생글생글 이빠진 꽃잎 하나 없이 하나같이 예쁘질' 않던가. 슬프고 고단한 인생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당신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로 그대 발치에 핀 꿈꽃'을 볼 수 있으니. 그만큼 행복한 빚이 또 어디 있겠는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2-17 권성훈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수적천석(水滴穿石)

작은 물방울 합치면 큰 힘 발휘하듯인생 여정서 수많은 시련 닥쳐도담대히 헤쳐나갈 수 있어'코로나19' 감염증 사태도온 국민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수적천석(水滴穿石)은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다. 물방울은 얼핏 보면 하찮아 보인다. 미미한 이미지로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물방울이 합쳐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무엇이든 협동하면 이룰 수 없는 게 없다. 임재범이 부른 '초인'(작사: 이경, 작곡: 백경원·박기덕)의 노랫말은 인생의 기승전결을 수적천석의 과정으로 절묘하게 풀어낸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는 게 참 그래/뜻대로 참 안 돼/다 된 듯하다 가도/밑바닥 그 끝에 떨어져/또 허덕이지'. 주지하다시피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다. 뜻하는 일이 모두 성취된 듯 보여도 유약한 물방울처럼 갑자기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는 게 참 그래'라고 주장하는 화자의 푸념 섞인 말에 수긍이 간다. 이렇게 곤비한 삶에 지쳐 실망과 좌절에 빠져도 오뚝이처럼 '또 일어나/마음을 추슬러/이를 악 물고/두 주먹 꽉' 쥐며 미래의 소망을 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든지 삶의 고난 행군에 마냥 울고 슬퍼할 수만 없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화자는 그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첫째, '나를' 사랑하고 '내 아픔을' 사랑하고 '나를' 용서하고 '미움도' 용서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타인과 비교하는 잘못된 습성이 있다. 만약 다른 사람과 비교 열위에 빠지면 삶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발생한 자신의 쓰라린 아픔까지 사랑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심지어 이렇게 피폐해진 자신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특히 자신의 미움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긍정적 태도로 이렇게 말한다. '난 나를 사랑해/내 아픔을 사랑해/…/난 나를 용서해/ 내 미움도 용서해/두려운 세상도/난 문제없어'. 둘째, '너를' 사랑하고 '니 눈물을'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고 '니 슬픔도' 이해하는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는 게 말같이 쉽지 않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상대방을 사랑하기는 훨씬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흘리는 차가운 '눈물'을 뜨겁게 사랑할 줄 안다면 그는 진실한 연인임에 틀림없다. 더 나아가 연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연인의 무거운 '슬픔'까지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깊은 내면으로부터 긍정적인 고백을 이렇게 털어 놓는다. '난 너를 사랑해/니 눈물을 사랑해/눈물 없다면 그건 삶이 아냐/난 너를 이해해/ 니 슬픔도 이해해/고달픈 세상/늘 너와 함께해'.사람은 인생 여정에서 수많은 시련에 마주친다. 그렇게 다가온 고난을 담대히 앞으로 헤쳐 나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 다만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이다. 만약 그 시련이 마치 물방울처럼 멀리 튕겨져 흩어질 정도로 너무 혹독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자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그 어떤 시련도 피할 수 없다면/차라리 즐기면 돼'. 어려움을 도저히 회피하기 힘들다면 오히려 어떠한 형태로든 즐기면 된다. 그러면 흩어진 물방울이 모여 돌을 뚫는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는 생전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야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인생도 '끝나야 끝인 거야'라고 곡명 '초인'에서 언급한 화자의 말은 영혼의 울림과 떨림이 크다. 아무도 인생의 '그 끝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너'와 '나'처럼 물방울 같은 미약한 존재가 이제 하나가 되어보자. 그래서 '우리'가 되면 광활한 우주에 놓인 어떠한 장벽도 허무는 수적천석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온 국민이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2-16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괴력난신: 기이한 힘과 난잡한 신

논어에 공자의 일상을 소개하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선생님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이에 대해 주자는 네 가지 일로 보아 괴이함, 용렬한 힘, 패란, 귀신으로 해석하였고 후대 대부분 학자들도 이런 해석을 따랐다. 그러면 "선생님은 괴이함과 힘과 패란과 귀신을 말씀하지 않으셨다"라고 해야 한다. 대학시절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 교수님이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이 대목은 괴·력·난·신으로 보기보다는 괴력·난신으로 보아야 한다." 필자는 그 의견을 듣고 그 견해에 찬성하였다. 일단 그런 해석이 좀 더 보편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자의 귀신에 대한 견해를 고려하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현대사회는 과학과 종교의 시대이다. 물질적인 면에서는 과학이, 정신적인 면에서는 종교가 주도한다. 과학이 추구하는 가장 큰 효용은 '힘'이다. 종교가 추구하는 가장 큰 효용은 '신'이다. 그러므로 힘과 신을 제쳐두고는 현대사회의 핵심적 가치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다만 힘이라고 해서 다 추구해서는 안 되고 신이라고 해서 다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괴이한 힘과 난잡한 귀신이 배척의 대상이지 힘과 신 자체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에 입각해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선생님은 괴력(怪力)과 난신(亂神)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과학과 종교를 생각해보다 논어의 구절이 떠올랐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12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등기부에 돌아가신분 성명 오기 경우

얼마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명의로 소유권등기가 되어 있는 임야가 있는데, 이번에 상속등기를 하려고 하였더니 할아버지 성명과 다르게 되어 있어서 상속등기가 바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의뢰인이 문의한 내용이다. 원래 의뢰인의 성(姓)은 전(全)씨인데 등기부에 김(金)씨로 잘못 등기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지 및 그리고 아직도 등기가 되어 있지 않은 할아버지 땅이 있는데 이를 의뢰인이 상속등기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등기부상의 소유자 성명이나 토지 등의 면적, 지번 등이 등기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잘못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데 이를 '경정등기'라고 한다. 그런데 의뢰인처럼 이미 돌아가신 분의 성명이 잘못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등기소에 바로 '경정등기'신청을 할 수가 없다.이럴 경우에는 그 땅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소유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예를 들면 등기필증 등)를 첨부하여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야 한다.또한 등기되어 있지 않은 토지에 대하여는 그 토지에 대한 토지대장에 할아버지가 소유자로 등록되어 있는 사실과 의뢰인이 할아버지의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제적등본 등 상속 관련 자료를 첨부하여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청구소송을 제기, 그 승소판결문을 첨부하여 바로 의뢰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수 있다.나홀로 소송, 나홀로 등기도 가능하지만 혼자서 소송 수행 및 등기절차가 어려운 경우에는 가까운 법무사 및 변호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김종철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김종철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

2020-02-11 김종철

[시인의 꽃]무화과나무의 꽃

나는 피고 싶다./피어서 누군가의 잎새를 흔들고 싶다. 서산에 해지면/떨며 우는 잔가지 그 아픈 자리에서 푸른 열매를 맺고 싶다 하느님도 모르게//열매 떨어진 꽃대궁에 고인 눈물이/하늘 아래 저 민들레의 뿌리까지 뜨겁게 적신다 적시어서/새순이 툭툭 터져 오르고 슬픔만큼 부풀어 오르던 실안개가/추운 가로수마다 옷을 입히는 밤 우리는 또 얼마만큼 걸어가야/서로의 흰 뿌리에 닿을 수가 있을까 만나면서 흔들리고/흔들린 만큼 잎이 피는 무화과나무야//내가 기도로써 그대 꽃피울 수 없고 그대 또한 기도로써 나를 꽃피울 수 없나니 꽃이면서 꽃이 되지 못한 죄가/아무렴 너희만의 슬픔이겠느냐 피어도 피어도 하느님께 목이 잘리는/꽃, 오늘 내가 나를 꺾어서그대에게 보이네 안 보이는 안 보이는 무화과나무의 꽃을 박라연(1951~)기독교 성경에서도 등장하는 무화과나무는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과 함께 풍요로움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에서 말하는 최초의 여자인 이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자기도 따먹고 아담에게도 주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는 구절이 창세기에 있다. "나는 피고 싶다"라고 시작되는 이 꽃은 꽃이 없는 무화과나무의 특징을 살려 '하느님도 모르게' 사랑을 꽃피고 싶은 간절한 인간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무화과나무처럼 "꽃이면서 꽃이 되지 못한 죄가/아무렴 너희만의 슬픔이겠느냐"하면서 아무에게도 안 보이지만 사랑의 대상에게만 보이는, 그런 사랑을 형상화하고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0-02-10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검고 탁한 와잠, 그 걱정이 어찌 자손만의 일이겠는가

자손·애정·건강 보는 '음덕문'희끄무레한 색 호각부위 검은사마귀자신 지병보다 모친 건강이상 알려기색은 먼 곳보다 가까운 곳'먼저 응한다'는 이치 맞아 떨어져 와잠(臥蠶)이란 애교살이라고도 하는데, 눈 밑의 뼈가 없는 부위를 말한다. 이 부위는 자손, 애정, 건강 문제 등을 주로 보는데, 음덕문(陰德門)이라하여 선업을 많이 하여 하늘이 응할 때 이 부위에 밝고 맑은 청명한 기색이 먼저 들어오게 된다.잘 아는 지인이 늦둥이 아들을 두었는데,어려서부터 천식기가 있어 심한 기침으로 지병이 있다고 한다. 한 번 기침을 하면 멎지를 않으니 부모로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 한잔을 마시며 얼굴 기색을 살피던중 와잠 부위에 불그레한 좀살이 돋아있고 세로로 주름이 어지러이 얽혀있는 모습을 보고 이는 자식문제라기 보다 본인의 질병이 깊어지는것을 모르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아들도 함께 방문하였는데, 7살 된 아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이마 일월각의 기색이 희끄무레하고 살빛이 어두우며 오른쪽 눈썹머리 위 호각부위에 검은 사마귀가 돋아나는 것을 보고, 그 어미가 먼저 질병으로 큰 일이 생길것임을 알게 되었다. 자식 걱정 너무 하지말고 본인의 건강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니, 시간 내서 병원에 가서 진단 한번 받아 보라 권하였다. 그로부터 2년여 시간이 흐른 뒤 지인이 방문하여 말하기를 그 엄마가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악화되어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하였다. 그 아이는 모친을 잃고 나서 어떻게 된 일인지, 병세가 점차 호전되어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처럼 눈 밑 와잠 부위의 기색이 어둡고 주름이 얽혀있고 좀살이 돋았다 하여 반드시 자식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자식의 우환에만 응하는 것이 아니다. 와잠은 자식문제를 주로 보는 부위지만, 본인의 건강에도 직결되는 부위이기에 이 경우에는 본인의 일이 먼저 응하게 된 것이다. 또한 자손의 일월각에 희끄무레한 기색이 돋아나고 호각부위에 검은 사마귀가 돋아나 사라지지 않은 것은 자신의 지병보다 먼저 모친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이처럼 기색은 먼 곳의 일보다 가까운 곳의 일에 먼저 응하고, 가벼운 일보다 무겁고 중한 일에 먼저 응한다는 이치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런 경우를 한 번 깊이 생각해보자. 본인의 안신에 초점이 흐려지고 기색이 어두우며 턱부위에 흑기가 가득 차오르는데, 유독 자식 자리인 와잠 부위에 황명하고 밝은 기색이 돋아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자신은 죽더라도 자식만은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것이니,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일보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사랑과 모성의 힘이 더 크기 때문에, 그 자식은 부모를 잃게 되나 더 큰 덕을 보게 됨을 일러주는 것이다. 모친이 사망하고 나서 수억의 보험금을 아들이 수령하게 되어 회생의 길을 열었던 어느 고객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자연의 바탕에서 작용하는 기준과는 다른 것이며, 어느 하나를 잃어도 얻음의 가치가 더 큰 경우에는 어둡고 탁한 가운데 밝은 기색이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 당사자는 세상을 떠나지만 자식에 대한 모성애가 하늘에 닿아 자식에게 귀중한 가치를 남겨주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묘한 이치 아닌가. 와잠 부위에 흑기가 깊이 들어와 있거나 좀살이 어지러이 놓여있으면 슬픈 일을 당한다 하나 반드시 자손에게만 해가 되는 것은 아니며 본인에게 응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한 사람의 상의 형체는 자신이 만들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전자 결합물로 이루어진 제3의 독립된 생명체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정신기혈 작용에 따라 변화되는 갖가지 유형의 결과물들은 인과의 법에 따라, 또는 인연법에 따라 그 길을 달리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자신에게만 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인연에 골고루 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기색은 한가지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탁한 가운데 밝은 것이 있고 밝은 가운데 어두운 것도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의 정신상태와 마음가짐 그리고 처해진 환경까지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심상이 골상보다 중요하다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경우 와잠 부위는 자식은 물론 국민이 머무는 자리이니, 이 부위의 기색이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통치자인지 알 수 있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20-02-09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억즉누중: 헤아리면 자주 들어맞았다

공자 제자 가운데 뛰어난 인물이 많았지만 당시 도학(道學)에는 안회(顔回)였고 이재(理財)에는 단목사(端木賜)였다. 이 둘에 대해 공자가 언급한 내용을 보면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공자의 이런 언급이 있다. "안회는 거의 도(道)에 이르렀지만 자주 비었다. 단목사는 명을 받지 않았지만 재화를 늘렸는데 헤아리면 자주 들어맞았다."(回也其庶乎屢空. 賜不受命而貨殖焉億則屢中. 회야기서호누공. 사불수명이화식언억즉루중.)누공(屢空)과 누중(屢中)에서 중(中)을 적중의 의미로 본다면 공(空)을 어떤 의미로 읽어야할지는 사실 고민이 되는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안회는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먹을 것이 자주 떨어져 쌀독이 비었다는 뜻으로 이해하였다. 그렇게 보면 안회는 정신적 가치로 볼 때 높은 경지에 있었지만 물질적으로는 가난했다는 내용으로 읽을 수 있다. 반면에 사(賜)가 명(命)을 받지 않았다는 불수명(不受命)에 대해서는 해석의 재고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화를 불렸다고 이해하는 관점이 있다. 그런데 당시의 운명에 대한 관점은 생사나 부귀가 모두 천명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다른 관점의 해석이 필요하다. 어쨌든 자공은 주어진 자신의 현재 여건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제상황을 예측하여 자주 들어맞는 방식으로 재화를 불려나갔다. 공자 당시는 물론 후대사람들이 공자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공은 공자의 강학과 생활에 필요한 많은 비용을 다 제공하였다. 자공이 그렇게 부를 늘렸던 방법이 바로 억(億)과 누중(屢中)이었다. 먼저 잘 헤아려야 하고 결과 또한 높은 확률로 예측이 가능했다(屢中).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05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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