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난 그걸 만들 줄 모릅니다

후안 마요르가의 '비평가'에등장하는 스카르파와 볼로디아둘 사이 '인정욕망' 둘러싼 갈등연극은 끝났지만 관객들은 궁금왜 중심인물은 스카르파가 아닐까연극이 끝난 이후가 궁금한 작품이 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나 입센의 '인형의 집'이 그러한 작품이다. 자신의 눈을 찌르고 테베를 떠난 오이디푸스는 어찌 되었을까. 스스로 인형의 집을 나선 노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러한 종류의 궁금함은 작품의 완결성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작품의 텍스트를 풍성하게 하는 읽기에 가깝다.후안 마요르가의 '비평가'(6월 27일~7월 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연극이 끝난 이후가 궁금한 작품 목록에 추가할 만하다. '비평가'에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한 인물은 극작가인 스카르파, 다른 한 인물은 비평가인 볼로디아. 연극은 비평가인 볼로디아가 자신의 집을 급히 떠나고, 극작가인 스카르파가 신문사에 공연평을 전한 후 끝난다. 스카르파는 작품을 계속 쓸 것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난 이 장면을 수없이 봤어요. 난 그걸 만들 줄 모릅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볼로디아는 이후의 삶이 궁금하다.후안 마요르가가 2012년에 발표한 '비평가'는 2017년 국내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비평가' 외에 '다윈의 거북이', '맨 끝줄 소년'이 이미 공연될 정도로 그의 희곡은 인기가 많다.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는 관객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방식에 있다. 그는 "관객의 상상은 무대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머리 안에 존재한다"라고 말한다.이를테면, '다윈의 거북이'에서 해리엇은 교수에게 "전 다윈의 거북이예요"라고 소개한다. 연극이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이 장면은 관객에게 연극의 세계로 들어오도록 초대장을 내미는 순간이다. 지금부터 극적 사건을 함께 하겠냐고 말을 거는 것이다. 이 말 걸기에 관객이 호응해야만 연극은 시작할 수 있다. 그 불가능한 이야기에 함께 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만 연극은 시작할 수 있다. '비평가'에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10년이나 이어지는 두 인물 사이의 갈등을 압축하는 과정이다. 어떤 갈등이라야 10년이나 지속할 수 있을까. 대체 그 갈등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극작가인 스카르파는 10년 전 볼로디아의 혹평을 접한 후 그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작품을 쓴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그 좌절이 창작의 원천이 되는 시간을 견디면서 쓰고 또 쓴다. 마치 볼로디아가 유일한 관객인 것처럼. 드디어 10년이 지난 오늘 공연에서 스카르파는 15분이나 이어지는 관객의 기립 박수를 받는다. 그럼에도 스카르파는 볼로디아의 평이 궁금하다. 볼로디아가 신문사에 보낼 연극평을 미처 쓰기도 전에 찾아온다. 둘 사이의 인정 욕망을 둘러싼 연극이 비로소 시작한다. 인정 욕망을 둘러싼 갈등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내내 스카르파는 난타당한다. 그러나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권투 이야기에서처럼, 스카르파는 쓰러지기 바로 직전에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만약 그녀가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면, 당신은 적당한 단어들을 찾아야 할 겁니다." 볼로디아가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집을 나선다. "난 이 장면을 수없이 봤어요. 난 그걸 만들 줄 모릅니다." 연극은 그렇게 끝난다.연극은 끝났지만 관객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제목이 비평가일까. 중심인물은 스카르파가 아니란 말인가.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비평이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직 가능했던 세계에 터전을 두고 있다면, 볼로디아는 이후에도 비평을 계속할 수 있을까. 스카르파의 말에서 볼로디아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의 흐름에서 벗어나, 감히 고독이나 조롱거리와 마주하세요. 그리고 저항하기 위한 눈을 준비하세요."이러한 궁금함은 이 연극을 풍요롭게 한다. 후안 마요르가는 "예술은 관객을 놀라게 하고 위험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해야" 하며,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확신을 강화시켜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9-07-07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수신위본: 몸을 닦는 것이 근본이다

동양에서 본말에 관한 체계를 세워놓은 고전이 대학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면서 가장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대학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근본적인 일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동양의 고전에서 보통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곤 한다. 대학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음의 근본적 지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마음이 떠난 몸은 시신과 같아서 일체의 인식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별도로 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음을 바로 다스리는 일이 정심(正心)이라면 몸을 바로 다스리는 일이 수신(修身)이다. 마음과 몸은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의 작용은 몸에 의지하고 몸의 작용은 마음에 의존한다. 아무리 마음이 근본이 된다 하더라도 그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몸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천자에서 서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수신이 근본이라고 한 것이다. 꿈을 꿔보면 알 수 있듯이 꿈속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수동적으로 겪을 뿐 고의성이나 주재성이 없다. 이른바 몽신(夢身)의 부자유함을 미루어보면 육신을 떠난 영혼으로서의 업신(業身)의 부자유(不自由)에 대해 짐작해볼 수 있다. 존재론적으로는 마음이 우주의 근본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실천적 차원에서는 몸이 근본이라 할 수 있다.대학에서 몸이 근본이라 한 것은 단순히 100세 건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주적 자아라 여기는 마음도 몸이 없이는 닦을 수 없기에 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7-03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품격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오동나무

습기·불에 잘 견디고 가벼운 편부드럽고 마찰 강해 가공 편리좀벌레도 잘 생기지 않아 장롱·문갑 등 가구재료 적합공명 뛰어나 악기 만드는데 제격화려한 벚꽃과 수수한 진달래, 노란 개나리 등 성대한 꽃들의 축제가 펼쳐지고 난 후 멀대처럼 키가 큰 오동나무가 한껏 곱게 꽃단장을 한다. 봄이 끝나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가기 전 오동나무는 튼튼한 줄기를 쭉 뻗어 올리고 초롱같은 보랏빛 꽃송이들을 매달아 놓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단박에 마음을 빼앗아버린다.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는 큰 키의 낙엽이 지는 나무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방에 분포한다. 다 자라면 15m까지 크고 수피는 담갈색이며 암갈색의 거친 줄이 가로로 나 있다. 오각형의 큼직한 잎을 가진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 자라는 1천여 종의 나무 중에서 잎사귀의 크기로 따지면 남부지방에 자라는 팔손이와 랭킹 일이등을 다툰다. 커다란 잎은 바람에 찢어지기 쉽고 해충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하나 더 많은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어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만들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키와 몸집을 키운다. 대략 1년에 키 1∼2.5m씩 초고속성장을 하는 오동나무는 15년에서 20년 정도면 제법 재목으로 쓸만하게 된다. 짧게는 40~50년, 길게는 100년 정도 되어야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목재로서 아주 쓸모있는 나무이다.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었다. 딸이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어 혼례 치를 날을 받으면 심었던 오동나무를 잘라 농짝이나 반닫이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딸을 보낼 때쯤 쓸 수 있을 정도로 생장속도가 빠르지만 자라는 속도에 비해 재질이 단단한 오동나무는 목재로서 장점이 많다. 습기와 불에 잘 견디는 편이며, 가볍고 부드러우며 마찰에 강해 가공이 쉬운 편이다. 또 잘 트지 않고 좀벌레도 잘 생기지 않아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들기 아주 좋다. 당연히 쓰임새도 다양해 장롱이나 문갑, 소반 등 생활용품에 오동나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주 고급스럽고 무늬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서민적이어서 생활도구를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 특히 오동나무는 소리를 전달하고 공명하는 힘이 뛰어나 가야금이나 거문고, 비파 등 악기를 만드는데 가장 적합하다. 신라 진흥왕 때 가야국 가실왕의 악사였던 우륵이 신라로 가서 가야금을 만든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그 가야금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도록 오동나무로 공명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동나무로 만든 가야금은 애절한 소리로 듣는 이에게 애수와 정한을 심어주고, 거문고는 둔탁하지 않으면서도 유장한 소리를 낸다.성인 얼굴을 가릴 수 있을 만큼 큰 오동나무잎은 토란잎과 함께 임시 우산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요즘 같은 장마철 비가 오락가락할 때 갑자기 맞이한 빗줄기를 피하는 데 아주 적격이었다. 무성하고 넓적한 오동나무잎 위로 투두둑거리며 장맛비가 떨어지면 빗소리는 더 시원하고 정감 있는 소리로 들려온다. 옛 어른들은 재래식 화장실에 오동잎 몇 장을 놔두어 벌레와 악취 제거에 이용하기도 했다. 오동나무는 잎이 바람에 스쳐 떨어지는 풍경으로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자잘한 잎들이 우수수 흩날리며 떨어지는 일반 낙엽들과 달리 커다란 잎새가 허무하게 툭 떨어지는 오동잎을 보면 아무래도 가을을 연상하게 된다.옛 문헌에는 관청이나 서원에 있는 오동나무를 함부로 베었다가 관리가 파직 등 중징계를 받은 기록이 눈에 띈다. 조선 명종 15년 영천군수 심의검이 거문고를 만들려고 향교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었다가 벼슬에서 쫓겨났고, 현종 11년에는 남포현감 최양필이 향교의 오동나무를 베었다가 파직당한 기록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청렴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발포 만호로 재임 시 전라좌수사 성박이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발포 진영 뜰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어오라고 했으나 뜰의 오동나무도 나라의 재산이라며 단호히 거절했고 이순신 장군은 이 일이 빌미가 되어 파직되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껍질을 사용한다. 생약명은 동피 또는 백동피라 불리며 종기나 타박상, 피부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증상의 치료에 사용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6-30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아구유질: 나의 짝이 질병을 지니고 있다

정치의 범주를 아홉 가지로 정리해놓은 서경의 홍범구주에 보면 일왈식(一曰食)이라 하였다. 정치의 가장 우선순위는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이다. 백성은 밥을 먹고 산다. 주역에 솥을 상징하는 화풍정(火風鼎)괘가 있다. 정(鼎)은 솥으로 솥은 밥을 하는 도구이다. 밥을 할 때 솥단지를 걸고 그 안에 물과 쌀을 넣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바람도 들여 익힌다. 끝까지 잘 익히면 타지도 설지도 않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서두르면 때로 설익거나 타버린 밥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솥을 상징하는 정괘는 정치하는 원리를 말해준다. 한 쪽으로 치우치면 타거나 설어서 먹을 만한 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좌우의 한쪽으로 치우쳐 백성의 민생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정괘에서 밥을 하는 과정에 아구유질(我仇有疾)이라는 표현이 있다. 밥을 하는 과정을 보면 맨 처음 솥의 묵은 찌꺼기를 버리고 새로운 음식재료를 넣는다. 이를 정치로 말하면 지난 정권의 잔재를 털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를 상징한다. 그다음 중요한 게 있는데 쌀과 물을 솥에 부었는데 그것이 아래로 흘러버리거나 새어나가면 모든 게 허사이다. 밥이 되려면 아래가 아닌 위를 지향하여 수북하게 올라가야 한다. 이를 정치로 말하면 아래의 친한 짝에 얽매여 국민의 민생을 위한 정치를 망각하면 그 정치는 허사란 의미이다. 부자는 유친(有親)이지만 군신은 유의(有義)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내각은 국민의 민생을 위해 의(義)를 따져야지 친소(親疏)를 위주로 하여 아래에 친한 짝들에게 자꾸 가면 마치 밥솥의 쌀과 물이 아래로 새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특히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할 상황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6-26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전세 만료됐는데 보증금 안돌려주면?

전세가 만료되었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이런 경우 아무런 조치 없이 이사를 하게 되면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통해 얻게 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한다는 것은 임차주택이 제3자에게 이전되거나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대인 이외의 제3자에게 우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이때 필요한 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상의 임차권등기명령제도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을 때 임차인 단독으로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그때부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되며, 임차권등기 이전에 임차인이 가지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효력은 이사를 가도 그 효력이 그대로 유지됩니다.한편 임차권 등기가 되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등기부등본에 공시되어 후속 세입자나 제3자가 알게 되므로 임차권등기명령은 보증금의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임차권등기가 끝난 주택을 그 이후에 임차한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이 없으므로, 반드시 등기부등본의 확인을 통해 임차권등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또한 임차권등기명령은 집행권원이 될 수 없으므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동시에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병행하는 것도 향후 강제집행을 위한 유용한 방책이 될 것입니다.끝으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사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나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 등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음을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박영극 법무사 경기중앙법무사회 안양지부박영극 법무사 경기중앙법무사회 안양지부

2019-06-25 박영극

[손경년의 '늘찬문화']법정 문화도시 지정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지정후 사업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어젠다 공유·합의 방법 고민 필요사회·경제·환경·문화등 모든 영역공공이익과 사회적 가치 이해권리보장 스스로 만들어 가야전국의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문화도시 사업은 작년 예비도시로 지정된 10개의 도시 외에 올해 35개 이상의 지자체가 신청한다는 소문이 있다. 알다시피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 및 지원에 관한 내용은 '지역문화진흥법' 제4장에 담겨있다.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 전통, 역사, 영상 등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설치되어있는 문화도시심의위원회는 지자체가 제출한 문화도시 조성계획 추진 실적을 평가, 계획의 승인일부터 1년 이후 심사를 거쳐 해당 지자체를 문화도시로 지정하게 된다. 이와 함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된 경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승인받은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또는 계획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자발적으로 취소를 요청하는 경우는 문화도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많은 지자체가 법정 문화도시의 지정에 관심을 갖는 일차적인 이유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선정된 예비사업 도시들은 그동안 컨설팅 및 현장실사를 거쳐 올해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될 것이며, 이 경우 일대일 대응방식으로 최대 200억원의 예산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2019년 예비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예산확보라는 입장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미 도시에 대한 문화적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시민들과 지자체의 경우 굳이 문화도시 지정을 원하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시민 공감 및 함께 즐길 수 있는 고유한 문화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그래서 삶의 질이 보장되는 도시를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지역마다 문화도시를 어떻게 꿈꾸는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그래도 위로부터의 계획과 실행의 방식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방식, 다시 말해 시민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고 만들 수 있는 계획수립을 위해 지자체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이 사업이 설계될 때 고려되었던 미덕이 어느 정도 작동되고 있는 모습의 하나라 여겨진다. 다시 말해 문화도시 예비사업 지정 및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준비하는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전문가 컨설팅뿐만 아니라 시민의견 수렴의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를 가진 워킹그룹을 조직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공간문화센터 대표 최정한은 우리가 꿈꾸는 문화도시의 실현이란 '내 안의 시민성을 우리의 시민력으로 변환시키는 문화적 힘이 어떠한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다양성, 지속성, 개방성, 관용성, 자기주도성, 관계지향 및 과정을 통해 시민성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내 삶 및 도시의 관계를 직접 바꾸어 나가는 계기, 즉 '문화를 통한 지역의 재구성'이 이루어질 때 문화도시로서의 면모가 발현된다는 것이다. 특히 '과정'과 '환류'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지향점은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아는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주권자'라는 말에서처럼 '주권자로서의 시민으로부터 뿌리를 먼저 내리는 과정을 포함한 사업수행역량'과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발전체계를 갖춘 도시'에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도시 예비사업 및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함은 지정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후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인가, 진행과정을 통해 도시 어젠다를 어떻게 시민과 공유, 토론, 합의해 나갈 것인가의 본격적인 과제가 사실상 시작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법정문화도시로서의 지정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의미는, 사업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소리, 냄새, 미세먼지, 최소단위의 생활기반조건, 에너지, 반려동물 생존조건, 공공재' 등에 관한 고민을 '위임, 분권, 자율, 협치'와 '우정, 환대,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면서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시민이 당연한 권리의 보장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실천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9-06-23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양두구육: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

양두구육은 겉으로 좋은 것을 내세우지만 속은 변변치 않은 경우 흔히 쓰이는 말이다. 양의 머리를 매달아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현양두매구육(縣羊頭賣狗肉)의 약자이다. 상점의 간판에는 전시용으로 좋은 물건을 걸어놓고는 실제로는 값싼 물건을 판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은 예쁜 여자에게 남자의 옷을 입혀 남장을 시키고는 즐기는 변태적인 취미를 지니고 있었다. 궁궐 안의 이런 행태가 바깥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제나라의 거리에는 남장한 미인들의 숫자가 날로 늘어났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은 천한 것들이 감히 자기를 따라 한다고 불쾌하게 여겨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한번 번진 풍조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안자가 그 까닭을 말해준다. "임금께서는 예쁜 여자에게 남장을 시키시면서 밖으로 백성들에게는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십니다. 이것은 소머리를 문에다 걸고 말고기를 안에서 파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궁궐 안에서 먼저 금지령을 내리면 밖에서도 백성들이 감히 따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소머리와 말고기로 종류가 바뀌어 표현되었지만 내내 맥락은 같은 이야기이다. 영공이 금지령을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제나라 전체에 남장여인이 사라졌다. 현대에는 홍보가 과대한 시대라 이른바 짝퉁의 문제를 조심해야 하는데 양두구육의 맥락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6-19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테라노스의 교훈

지위가 높고 학식 높은 사람 말은무조건 믿는 '극장의 우상'미모에 학식, 세계적인 거물들로 장벽을 치자 묻지도 않고 믿어사기꾼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250여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료장비 에디슨을 개발한 실리콘밸리의 최고 메디컬 스타트업이었다.스탠퍼드 대학 화공과를 중퇴한 미모의 엘리자베스 홈즈가 19살에 설립한 회사로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하였던 기업이었으나 월스트리트 저널의 존 캐리루의 끈질긴 추적조사 끝에 2015년 사기임이 들통나면서 지금은 파산기업이 되었다. 조지 슐츠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샘넌 전 상원 군사위원장, 로버트슨 스탠포드 대학교 공대 교수이자 엘리자베스의 은사, 루퍼트 머독 폭스 뉴스 회장, 벤처 투자자이며 드레이퍼 대학 설립자 팀 드레이퍼, 거물 IT투자자 도널드 루커스,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대형 슈퍼마켓 세이프웨이, 대형 약국체인 월그린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거물들이 어마어마한 후광효과를 만들어주고 사기에 농락당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1.스티브 잡스 함정: 엘리자베스는 고등학교 때 소프트웨어 컴파일러를 개발해서 중국 대학에 팔면서 사업에 자신감을 얻었다. 미모와 학력과 야망을 겸비하고 있다고 자존감에 빠지면서 우상을 찾았다. 여자 스티브잡스 이름만 들어도 날뛸 일이다. 스티브 잡스 동일시 현상에 빠졌다. 베끼려면 스티브 잡스의 전 인생을 베껴야 하는데 성공한다는 결과만 모방했다. 이 세상에 스티브 잡스는 하나면 족하다. 르네 지라르는 '욕망의 모방'을 말했다. 욕망을 모방하려다 스티브 잡스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2.감추어진 배후: 인도 출신 서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을 커머스 원에 팔아 약 4천만달러를 벌었다. 서니는 엘리자베스와 동거를 하며 자신의 신분 상승 먹잇감으로 삼았고 엘리자베스는 서니를 신경안정제처럼 기대는 공범이었다. 3.극장의 우상과 첫인상 효과 콩깍지: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의 정신적 오류에 4가지 우상을 말했다. 그중 '극장의 우상'은 지위가 높고 학식 높은 사람이 말하는 것은 무조건 믿는 현상을 말한다. 콩깍지가 씌어 첫눈에 반하면 보이는 것이 없다. 미모에 학식과 세계적인 거물들로 장벽을 치자 모두가 묻지도 않고 믿어버렸다. 사기꾼들은 모두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 그 장벽의 첫 번째가 팀 드레이퍼, 로버트슨 교수, 도널드 루커스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였다.4.FOMO: FOMO(Fear of missing out)란 제외되면 손해를 볼 것 같은 두려움을 말한다. 홈쇼핑 호스트가 "곧 매진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 안 사면 손해 볼 것 같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여유 있는 초기 투자자는 정보를 얻었을 때 바로 투자한다. '하나만 똑똑한 것 전략'은 돈에 여유 있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위험 고수익 방법이다. 실패는 개의치 않는다. 친구의 아버지가 유명한 드레이퍼였다. 똑똑한 엘리자베스가 구상을 설명하자 그 자리에서 백만달러 수표를 끊어주었다.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이 물속에 뛰어드니 나머지 펭귄은 그냥 뛰어들었다. 5.믿습니다: 믿음(Belief)의 세계는 종교만이 가능하다. 기업은 믿음의 세계가 아니라 사실(Fact)의 세계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믿음으로 시작하지만 믿음-의심-검증-사실의 과정을 거쳐 사실의 세계로 발전할 때 성공한다. FDA 승인이나 의학 전문 지식투자자는 한 명도 없다. 확실한 제품도 없이 마케팅을 시작했다. 오직 성공한다는 믿음뿐이었다. 6.CEO갑질-변호사 만능: 미국의 CEO 권한은 하늘 같다. 의사결정이 100% 한사람에 집중돼있었다. 의심하거나 말 안 듣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고했다. 법률사무소와 유명한 데이비드 보이즈 변호사 등이 앞장서서 비싼 돈을 받으면서 악역을 담당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어떻게 감히 FDA를 피해갈 생각을 했을까? 정신이 나간 법률가들이다.7.거짓이 거짓을 낳는 리플리 증후군: 거짓말이 반복되면 점점 방법이 과격해지고 사실처럼 착각하는 것이 리플리 증후군이다. 사람을 차단시키고 물어보면 비밀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나를 믿게 하는 거짓말을 끊임없이 했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2019-06-16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몽잡이저: 교육은 섞이어 있는 나타남이다

산에서 샘물이 흘러 나와 계곡으로 내리고 계곡에서 내를 지나 강물을 이루고 강을 거쳐 바다에 이른다. 맨 처음 산속에서 물줄기가 나와 샘을 이룬 상을 주역에서 산수몽괘(山水蒙卦)라 한다. 몽괘는 샘물이 처음에는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몰라 앞길이 막막해 발걸음이 멈추어있는 상이다. 그러나 그대로 멈춰있으면 영영 바다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마니 과감하게 흘러가야 한다. 이렇듯 과감하게 흘러가야 하는데 앞길이 어둡고, 앞길은 어두운데 과감히 진행은 해야하는 상황이 몽괘의 정황이다. 잘못 흐르면 강물을 타지 못하고 새어나가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고인들은 이 몽괘를 보고 교육을 떠올렸다. 어린 아이가 세상에 나와 아무것도 모르는데 향후 성장해나가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면 이성이 계발되지 않아 천치로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니 이것저것 배워야 한다.그래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재 등에 가르친다는 의미를 강조해서 훈몽(訓蒙)이라 하고, 열어준다는 의미를 강조해서 계몽(啓蒙)이라 하고, 엄하게 회초리를 든다는 의미로 격몽(擊蒙)이라 부르기도 한 것이다. 이런 몽괘에 대해서 뒤죽박죽 섞인 가운데 하나하나 구분되고 분별되는 이성적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섞임이란 혼돈의 상태처럼 분별심이 없는 것이다. 분별심이 없다가 하나하나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잡이저(雜而著)라 하였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들을 교육할 때 참고할 만한 말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6-12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금전거래 안전장치는 무엇이 있나요?

금전거래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으나,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주어야 되는 경우에는 훗날 채무자가 갚기로 약속한 날짜에 갚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돈을 빌려줄 때 사용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는 예컨대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이 제공하는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과 같이 물적담보를 제공받는 방법과 재력이 있는 사람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는 것과 같이 인적담보를 제공받는 방법이 있다. 이 중에서는 담보가치가 충분한 부동산에 곧바로 소송절차 없이 경매신청을 할 수 있는 근저당권 설정이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라 하겠다.한편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의 근저당권설정을 제공받기가 여의치 않은 경우라면, 공증사무실에 가서 공정증서(금전소비대차계약 또는 약속어음 등)를 작성한 후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는 경우에 복잡한 법원의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되고 간편한데, 다만 강제집행할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또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는 훗날 채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법원의 소송절차를 진행할 경우를 대비하여 대여금액과 대여일자, 변제기, 이자율 등을 명확하게 기재한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 현금보관증, 지불각서 등 명칭 불문)을 작성하여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채무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상 주소, 연락처 등 인적사항은 반드시 기재하고, 더 나아가 주민등록증을 복사하여 첨부하게 하거나 인감 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한다. 이는 모든 일이 종료될 때까지 잘 보관하여야 한다. 그러나 결국 가장 좋은 안전장치는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냐 여부를 판단하여 금전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 하겠다./장지수 법무사·경기중앙법무사회 수원지부장지수 법무사·경기중앙법무사회 수원지부

2019-06-11 장지수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돈오점수(頓悟漸修)

BTS 'DNA'·김연자 '아모르파티'솔 벨로의 소설 '오늘을 잡아라'공통 분모는 '지금' 이라는 것곧바로 삶의 진실 먼저 깨닫고참사랑 시나브로 실천하는게 중요돈오점수(頓悟漸修)는 사물의 본질이나 인간의 본성을 앞서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차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이치를 깨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깨쳤다 해도 수행에 정진하기란 어렵다.최근 세계적 보이그룹으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이 부른 'DNA'(작사/작곡:Supreme Boi, RM, 김우람, Suga, Hitman Bang, Pdogg)는 돈오점수의 과정을 남녀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 돈오 과정의 출발이 문득 깨닫는 것처럼 곡명 'DNA'의 화자도 불현듯 한눈에 사랑을 찾는다. 돈오의 촉매제는 바로 '내 혈관 속 DNA'이다. 그리고 '너'를 찾은 후 '만남'이라는 돈오 깨우침에 대해 부연 설명한다: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종교의 율법/우주의 섭리/내게 주어진 운명의 증거'. 화자가 자신의 연인을 찾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숙명'은 혼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주'가 탄생하고 '무한의 세기'를 초월하고 '전생'과 '다음 생애'까지 함께할 '섭리'를 같이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이제 화자가 해야 할 일은 점수라는 수행이다: 'I want it this love/I want it real love'. 진정한 사랑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신적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너에게만 집중해'. 집중할 수 있는 사랑은 서로가 진정한 연인 관계일 때만 가능하다. 화자는 연인을 대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숨'이 멎는다. 그의 DNA가 처음부터 연인을 찾아 심장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인에게만 몰입한 사랑의 핵심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가 강조하는 주제어는 바로 오늘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자신의 연인은 '영원히/영원히/함께니까'.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작사:이건우·신철, 작곡:윤일상)는 돈오점수의 과정을 긍정적 인생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누구나 빈손으로 와'. 사람은 '빈손'으로 세상에 나온다. 그 이후 '소설' 속에 등장할만한 자신만의 '한편의 얘기들을' 이 세상에 흩뿌리고 살아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자는 '모든 걸 잘 할 순 없어'라고 자위한 후 단번에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인생은 지금이야/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문구는 독일 철학자 니체가 사용한 명구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우한 운명을 오히려 적극적인 삶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화자는 '인생은 지금'이라는 돈오를 깨닫고 운명애를 강조한다. 한편 점진적 수행 과정인 점수에 대한 화자의 시각은 분명하다: '나이는 숫자/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그는 '가슴이 뛰는 대로' 몰입 수행하겠다는 삶의 점수를 선포한다. 생물학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그래서 원효대사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주창하지 않았던가. 삶은 '지금'이라고 깨우친 화자는 '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결혼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과거와 달리 연애는 필수 요소이고 결혼은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시대적 경향과 무관치 않다. 노랫말 후반부에 나타난 화자의 긍정 인생 에너지는 '다가올 사랑은/두렵지 않아'라는 확신이다. 즉 그는 삶을 수동에서 능동으로 그리고 '실망'에서 희망으로 진취적 수행 점수 의지를 갖고 실행하겠다고 다짐한다. 미국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의 소설 '오늘을 잡아라'에서 탐킨 박사는 말한다: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아모르 파티'와 'DNA' 그리고 '오늘을 잡아라'의 공통분모는 지금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바로 삶의 진실을 먼저 깨닫고 참사랑을 시나브로 수행하는 돈오점수를 실천해봐도 유의미할 듯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6-09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대기만성: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얼마 전 지인을 만났는데 이야기 도중 필자에게 대기만성의 의미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였다. 대기만성을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 대신 큰 그릇은 늦게 채워진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살아본 바에 의하면 사람의 그릇은 그 크기와 양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흔히 이야기하는 소재이자 주제인 그릇에 대해 생각해보았다.노자에 대기만성이 등장하는 대목의 맥락은 대방무우(大方無隅)식의 논리 흐름이다. 논리적으로 풀면 '큰 A는 a가 없다'는 논리이다. A에는 반드시 a가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논리인데 노자는 a를 초탈한 A를 찬탄하고 있다. 방(方)이란 사방의 네모로 반드시 모퉁이나 귀퉁이에 해당하는 우(隅)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노자는 인간의 시청에 근거한 논리나 정의에 얽매이지 말고 사물을 볼 것을 권유한다. 그 결과 사방의 모퉁이가 없는 네모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리 없는 음악이나 형태 없는 형상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기만성은 '이루어지지 않는 그릇'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논어에 보면 공자는 자공에게 제사에 쓰이는 그릇인 호련(瑚璉)으로 평가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한 역사적으로 위대한 책사로 알려진 관중에 대해 '관중지기소재(管仲之器小哉)'라 하여 그의 그릇이 작다고 말씀한 대목도 보인다. 그러므로 공자는 그 사람마다 정해진 국량이 있다고 여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기(大器)를 논어의 용례처럼 해석하면 이미 정해진 큰 그릇이며 노자처럼 해석하면 좀처럼 완성할 수 없는 그릇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 둘의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큰 도자기를 만들려면 시간이 더디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6-05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할미꽃

이른 봄 양지 밭에 나물캐던 울 어머니곱다시 다듬어도 검은 머리 희시더니이제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서러움도 잠드시고이 봄 다 가도록 기다림에 지친 삶을삼삼이 눈 감으면 떠오르는 임의 양자(樣子)그 모정 잊었던 날의 아, 허리 굽은 꽃이여하늘 아래 손을 모아 씨앗처럼 받은 가난긴 긴 날 배고픈들 그게 무슨 죄입니까적막산 돌아온 봄을 고개 숙는 할미꽃조오현(1932~2018)4월과 5월에 개화하는 할미꽃은 꽃대가 굽어서가 아니라 꽃이 지고 나서 열매에 가득 달린 흰털이 하얗게 센 할머니 머리와 비슷하여 생겨 난 말. 슬픔과 추억이라는, 꽃말을 간직한 할미꽃은 그렇게 꽃을 피우던 젊은 날을 지나 추억만 하얗게 매달고 있다. 그것도 들판의 '봄 양지 밭에'서 오지 않을 사람을 오래 기다려 온 듯이 '검은 머리'가 '희어'지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 기억하는가. 바로 당신 때문에 잠 못 이루던 그 사랑. '이제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버렸지만 '기다림에 지친 삶'에서 언제든지 '삼삼이 눈 감으면 떠오르는 임'으로서 '허리 굽은 꽃'이 되어 당신에게 오고, 당신은 '펼 수 없는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돌아가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그리움은 미안한 마음에서 제다 '슬픔의 죄'가 되어 '긴 긴 날 배고픈' 추억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오늘도 적막한 너머의 고개를 넘어간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6-03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얼굴, 자신의 가치 특정하는 자산(資産)의 보고(寶庫)이자 경쟁무기

시선 집중돼 타인의 평가 받고수많은 '정보창고'와도 같아성형으로 낯선 대리만족 보다는부모에게 물려 받은 온전상태로가꾸어 가는 마음가짐 중요관상(觀相)이란 상(相)을 본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얼굴·손·발 등의 인간 신체의 구조물을 보고 수상(手相), 족상(足相)이라 하여 그 사람의 명운(命運)이 어떠한가를 판단해왔다. 얼굴을 보는 일은 누구나가 매일 매일 접하는 일상의 습관이며 관심사이기에 더 이상 관상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얼굴을 살피는 일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살피는 일이기에 단 한순간도 관리의 대상, 관심의 대상, 그리고 관찰의 대상에서 눈을 뗄 수 없고, 소홀할 수도 없는 중요한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오늘도 얼굴에 문제는 없는지 밤새 탈은 없었는지 안부를 묻고 보살펴야 하는 일상의 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선이 집중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가릴 수 없는 부분이고, 늘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받게 된다. 시선을 받는 걸로 끝나면 좋은데, 원하든 원치 않든 타인의 평가를 받는 일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이왕 남에게 보여주고, 보일 일이라면 조금 더 잘 보이고 싶고, 조금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관상은 등한시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상의 일이 되는 것이다. 얼굴을 통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화장도 하고 성형도 하고 다양하게 꾸미며 신경 쓰고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미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하여 코를 세우고 턱을 다듬고 하는 일은 자기만족을 얻기에 충분한 일이지만, 그것이 곧 운을 좋게해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나치고 무분별한 성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얼굴은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상품이기에 좋은 상품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굴은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고 보관하고 증대시키는 은행과도 같은 것이기에 부실은행보다는 우량은행이 더 안정적이고 발전적이라 보는 것이다. 얼굴은 타인과 비교되는 자신만의 우월성을 특정하는 강력한 무기이기에, 가치의 등급을 매기는 점수표와도 같은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창고와도 같은 것이기에 각 개인의 운의 흐름를 비교 분석하고 평가받는 중요한 부위다. 얼굴에는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의 모든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정보의 창고다. 사람의 얼굴을 통하여 그 사람의 과거가 어땠는지, 현재의 운이 어떤지, 미래 가치는 어떻게 이어질지 등을 알 수 있는 것이다.만일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가리면서 살 수 있다면 남의 시선에 신경 쓸 일이 없으니 그렇게까지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시대에서 관상은 어쩌면 인간의 3대 욕구인 수면욕·성욕·식욕을 뛰어넘는 더 의미 있는 본능적 욕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오늘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며 밝은 내일을 그려가고 있고, 내일을 보면서 밝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관상은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따라 움직이고 바뀌고 변화되는 것이다. 단순히 미적인 아름다움을 위한 꾸밈이나 성형 등을 통한 어설프고 낯선 대리만족보다는 조금은 부족해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온전한 바탕에서 자기만족으로 채우고 가꾸어가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법가들은 먼저 그 사람의 마음 바탕을 보고 후에 상을 보라 하였던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밝은 미래를 그려가고, 멋진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얼굴을 꾸미고 단장하는 일. 이제부터는 단순히 꾸미고 치장하는 일이 아니라, 얼굴을 세심히 살피고 진단하며 자신의 미래를 아름답고 멋지게 이끄는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무리 상이 좋아도 기색이 어둡거나 탁하면 운이 왔다가도 티끌처럼 사라지게 되며, 상(相)이 조금은 부족해도 기색이 좋으면 운이 열리는 것이다. 마음의 바탕에 기준한 거울을 통해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욕구, 그래서 얼굴이 맑다면 조금은 못나 보여도 좋은 것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9-06-02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얼비자천: 재앙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다

주역점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할 것 없이 유래가 심원하다. 중국이나 한국도 고대부터 국가의 중대사가 있으면 반드시 점을 치는 관리를 두고 점을 쳐서 결정했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춘추에 관한 해설전인 춘추좌씨전에 당시 각국의 제후들이 대사를 점친 주역점 기록만 해도 20여 가지 넘게 나온다. 그중 한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晉)나라 헌공(獻公)이 딸 백희(伯姬)를 진(秦)나라에 시집보내려고 주역점을 치니 귀매(歸妹· )괘의 상육효를 얻었다. 그 효사에 여자의 광주리에 과실이 없고 남자가 양을 찔러도 피가 나오지 않아 이로울 바가 없다고 하였다. 그 효사를 보고 점을 담당한 관리가 도와줄 사람이 없고 결국 전쟁이 나는데 자신의 나라가 패할 것이고 왕자도 언덕에서 죽을 것이라고 풀이한다. 백희는 진나라 헌공의 부인인 제강이 낳은 맏딸인데 점친 관리의 말대로 일이 벌어지자 후일 혜공(惠公)은 자신의 아버지인 헌공이 선택을 잘못했다고 원망하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점관의 점(占)풀이를 따라서 시집보내지 않았다면 자신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원망한 것이다. 그러자 한간(韓簡)이 그 점을 따랐더라도 아무런 이익이 없었을 것이라고 하며 시경의 "사람들이 받는 재앙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초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구절을 인용하여 깨우쳐준다. 현실에서 점을 응용할 때 해당되는 사람의 덕량이 전제되지 않으면 점은 그 사람에서 아무런 이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시의 점술도 인간의 덕량을 전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5-29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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