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거자필반(去者必返)

누구든지 쓰라린 눈물로얼룩진 이별은 슬프다그러나 별리의 아픔 뒤에는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올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기에 고통을 참는다거자필반(去者必返)은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승에서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다음 생애에서 활짝 만개하기를 소망하는 것도 거자필반의 은유적 표현이다. 대체로 헤어짐을 영원한 이별로 등식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별리는 훗날 아름다운 재회의 기폭제가 되는 반전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김현철 외 13명이 함께 부른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작사/작곡·배훈) 노랫말은 뜨거운 운명적 재회의 거자필반 내용을 담고 있다. 인용한 곡목의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는 복수형 '우리'이다. 반면에 화자의 연인은 단수형 '그대'이다. 그 연인은 이승의 '우리' 곁을 오래전에 떠나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생존 시에는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대는 아는 가요/이 세상을 떠나간 뒤/그대 심은 나무가 이처럼 자랐음을/우리는 알고 있죠'. 머나먼 캄캄한 이별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연인의 유산인 '아름드리 한 그루' 나무의 결실에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의 노래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헌정한다. '이제 그대의 작은 나무/우리에게 큰 그늘을 드리고 있죠/이 노래 드릴께요'. 어느 날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님 '그대'가 눈이 부실 정도로 환생한다. 그리고 '우리' 옆으로 정겹게 돌아온다. '이제 다시 돌아온 그대'는 '우리'의 영롱한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 잡는다. 또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큰 그늘을' 드리운다.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이제 '우리'는 이 '세상이 외로워져도' '그대'를 다시 바라보는 꿈이 변하지 않는다고 세상을 향해 선포한다. 그리고 '그대'와 같이 호흡하며 '우리'는 환희의 눈물을 흘린다. 아울러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변치 않는 연인을 바라보는 꿈을 꾸면서 기쁨의 재회 순간을 만끽한다. 이은미가 부른 '이제야 돌아온 그대'(작사/작곡·김현철) 노랫말에서 거자필반의 예를 찾아보자. 곡목이 시사하듯 화자와 그 연인은 헤어진 채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왔다. 보통 연인의 경우 헤어진 후 재회할 때는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뜨기 마련이다. 곡명 '이제야 돌아온 그대' 가사에서 긴 세월이 흐른 뒤에 연인을 만나러 가는 화자도 '저만치 누군가가' 보인다며 반가워한다. 하지만 일반적 예상과 달리 의외로 차분하게 곧 평정심을 유지한다. 자신의 곁에 다시 돌아오는 연인을 보자 오히려 '그저 웃음질 뿐'이다. '지금 그저 웃음질 뿐이네/이제야 돌아온 그대를 외면할 수 없네'. 여기서 화자의 웃음은 희열의 감정 표현이 아니라 허탈한 듯 웃음 짓는 연민의 감정이 아닌가싶다. 사랑의 오랜 공백을 경험한 후 귀환한 연인을 바라보는 화자의 솔직한 현재 심정은 어떠할까. '내 마음을 내 사랑을 내 가슴을 내 세월을' 송두리째 가져간 연인에 대한 원망이 한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불평을 토해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느낌을 철저히 억누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말하자면 비통함이 화자의 내면에 응축되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야속한 감정으로 변해 여기저기 뒤엉켜 있다. 그래서 '억지로 눈물이 나오려 해도' 화자는 연인을 '외면'하지 못하고 그저 웃음 짓는 것이다. '이제야 돌아온 그대' 노랫말에서 표현된 다시 만남은 기쁨과 환호의 재회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의 재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색하고 겸연쩍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두 사람의 만남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 재회의 거자필반이라 하겠다.시인 만해 한용운은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갈파했다. 누구든지 쓰라린 눈물로 얼룩진 이별은 슬프다. 그러나 별리의 아픔 뒤에는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올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기에 오늘의 고통을 참는다. 어찌 보면 인생은 마치 돌고 도는 물레방아와 같다. 거자필반의 수레바퀴 안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2-24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부지불온: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

인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고 소원하는데 무언가를 욕구하는 것이다. 서양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이 욕구하는 내용을 다섯 가지로 보았다. 그는 인간이 욕구하는 것을 평면적으로 보지 않고 수준별로 상하의 계층이 있다고 보았다. 동시에 하층의 욕구들이 상층의 욕구들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으로 보았다. 총 5층의 구조로 보았는데 맨 아래의 1층이 먹고 싸고 자는 등의 생리적 욕구라는 것이다. 2층은 죽음이나 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안전의 욕구이다. 3층은 사람들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이다. 4층은 타인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존중의 욕구이다. 5층은 내재되어있는 능력을 구현해내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그 후 클레이튼 앨더퍼라는 학자는 이 이론이 근거하여 존재욕구와 관계욕구와 성장욕구 3단계로 축소하여 포괄하였다.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다섯 가지로 보면 4층에 해당하고 세 가지로 보면 관계의 욕구에 해당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타인과의 관계를 떠나 자신의 존재를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누구든 사회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욕구를 품는 것은 자유지만 그것의 실현 여부는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욕구를 품는 자체보다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심리적 자세도 중요한 것이다. 논어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부분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는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타인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닌가! 이 대목에서 읽을 수 있는 공자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계의 욕구이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성취되었을 때 관계의 욕구가 이루어지면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성낼 것까지는 없지 않겠는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20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난蘭

이쯤에서 그만 하직下直하고 싶다. //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 여유 있는 하직은 // 얼마나 아름다우랴. // 한 포기 난蘭을 기르듯 //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 조용히 살아나고, // 가지를 뻗고, //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 아아 // 먼 곳에서 그윽이 향기를 // 머금고 싶다.박목월(1915~1978)인간의 욕심은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 사이에서 생긴다.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있는 것 이상,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욕심은 부피를 채워간다. 가령 욕심은 없음에서 있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있음에서 더 있음으로의 충족되지 않는, 탐함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이라는 두 글자에 서식하는 욕구와 요구에 관한 양상과 대상은, 지구적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다. 그것은 충족 가능한 생물학적인 기질과 다르게 충족될 수 없는 주체와 주체 사이, 구성원과 구성원의 상호 관계를 매체로 진화하는데, 거기에는 갈등과 분쟁, 불화와 분열 등이 등식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하는, 것은 물욕과 작별하는 것이며, 욕망에 하직을 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유가 생기는 그 사이 난초와 같이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나는' 것은 정신이며, 그 정신은 가지를 뻗고 '스스로 꽃망울'의 고귀함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윽이 향기'를 머금고 있는 난초꽃은 분명 무욕이 피워 올린 없음에서 있는 꽃이 아닐 수 없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2-18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오성과 오악은 전생·현생·후생 가늠하는 인생행로의 표상

세상, 오행으로 이루어져 작용자연의 이치에 따른 운기의 흐름이 사람의 얼굴에도 그대로 나타나 명운에 영향을 끼치고 순환·반복후천적 선업으로 형상 바뀔 수 있어오성(五星)이란 5가지의 별이란 뜻으로,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五行)을 말하는데 관상학(觀相學)에서는 이마·코·입·양쪽 귀를 말한다. 별의 형상으로 비춰지니, 이 부위는 은은히 빛나고 밝고 맑아 광채가 있고 높이 솟아 꽉 채워져야 오성으로서의 귀격(貴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전생(前生)의 선업(善業)으로 천덕(天德)을 받고 태어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생과 상극작용을 통하여 무한히 변화를 반복하는데, 인간의 역사 또한 윤회라는 작용으로 무한의 영혼과 유한의 육신이 한 생명체(生命體)를 이루면서 무한히 반복되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오행의 작용(作用)에 의하여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생기고 한습조열이 생기고 우레가 생기고 바람이 생겨나기를 반복하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의 이치에 따른 운기의 흐름이 사람의 얼굴에도 그대로 나타나 인생행로의 표상으로서 그 사람의 명운에 영향을 끼치고 갖가지 흔적을 남기며 순환 반복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오성의 부위가 맑고 초롱초롱 빛나며 기색(氣色)이 윤택하고 높이 솟고 풍륭해야 귀격으로 보고 있는데, 인간이라면 누군들 이런 상(相)을 갖고 태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유전적 결합물로 만들어진 각자 인간의 얼굴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세상 밖으로 갖고 나올 수 없는 일이니, 전생의 업과 연계된 윤회라는 자연작용에 따라 인간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주어진 틀에 따라 얼굴의 형상과 형태가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접근이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현생이 다소 불우하고 어려운 삶이라 해도 후천적인 노력과 선업을 행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형상은 바뀔 수 있는 것이니, 현실적인 삶이 조금은 부족하고 고단하다 해서 실망할 일만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마는 화성이고 하늘을 지칭하니, 넓고 둥글고 원만하며 밝고 깨끗하며 높이 솟아야 하고, 코는 토성이니 높이 솟고 기름지어 윤택하고 길게 뻗어 이마까지 뻗어 올라가야 귀격이다. 귀는 금성과 목성이니 눈썹보다 높이 솟고 귀륜이 방정하며 기색이 희고 맑아야 귀격이고, 입은 수성이고 바다, 창고로 표현하니 넓고 맑고 풍륭하고 선명해야 귀격이라 말할 수 있다.오성은 골고루 균형 있게 발달해야 하니, 이마는 높고 넓고 풍륭한데 코가 삐뚤거나 함몰되면 귀격이라 볼 수 없으며, 코는 풍륭하고 높이 솟아 있으나 귀가 낮게 걸리고 귀륜이 뒤집어지거나 기색이 탁하고 검으면 이 역시 귀상이라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턱과 입이 뾰족하고 좁으며 종이쪽처럼 얇고 지저분하며 쭈굴쭈굴하면 일찍 부귀공명을 이루었다 해도 말년이 되면 먼저처럼 사라지게 되는것이다. 입술은 방정하고 널찍하고 선명함을 요하니, 탁하고 어두우며 쭈굴쭈굴하거나 뒤로 젖혀져있으면 거짓말을 잘하며, 말이 화근이 되어 항상 구설과 관재가 끊이지 않는다. 오악(五嶽)은 높고 큰 산의 형상에 비유하고 있는데, 얼굴에 솟아있는 다섯 군데 부위를 지칭하며 이마·코·턱·양쪽 관골을 말한다. 큰 산처럼 높이 솟고 웅장하며 풍륭해야 기세를 얻은 것이니 이런 형상을 갖추면 귀격이라 볼 수 있다. 오악의 형상을 통하여 그 사람의 기세와 세력을 가늠할 수 있으니, 리더십의 유무와 사회적 위치나 작용력을 알수있는 중요부위이다. 따라서 오악인 이마·코·관골·턱은 명산처럼 높이 솟아있고 웅장하고 풍륭해야 귀격이라 말할 수 있으며, 이 부위가 낮거나 패이고 밋밋하거나 좌우 균형을 잃고 기색마저 어둡고 주름이 어지러이 널려있고 상처나 흠결이 있으면 경제적 능력과 리더십이 약한 사람이라 보는 것이다. 아무리 오악이 풍성하고 풍륭하게 골격이 잘 갖추어졌더라도 운로에 그 좋은 기운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현생(現生)의 업(業)이 부덕하다는 징후이다. 오악중에 코는 얼굴의 중심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산봉우리로 보며, 좌우 관골은 동서로 뻗어 이어지는 산맥으로 보게 되니, 중악(中嶽)인 코를 중심으로 웅장하고 풍륭하게 품어 안고 있어야 귀격이라 볼 수 있다. 이마가 좋으면 일찍 벼슬길에 나서고 부모의 덕이 있게 되며, 코가 좋으면 재물을 많이 모으고 현명한 배우자를 얻게 되며, 턱 부위가 좋으면 말년에 이르기까지 편안한 삶을 살게 되고 효도하는 자식을 두게 되는 것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9-02-17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하언재: 하늘이 어찌 말을 하는가!

입춘도 지나고 절기상으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체감은 차갑지만 봄이 오는 것이 은근히 느껴지니 하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어느 날 무언(無言)을 하고자 한다고 말씀하셨다. 무언이란 말이 없다는 뜻이니 표면적으로 읽으면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자공이 묻는다. "선생님이 말씀을 안 하시면 우리가 어떻게 선생님의 견해를 기록하고 전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하늘을 찬탄하면서 "하늘이 어찌 말을 하는가! 하늘은 다만 사계절을 운행하고 만물을 생육한다. 하늘이 어찌 말을 하는가!"라고만 하였다. 그렇다. 하늘은 아무 말이 없다. 사계절을 운행하겠다거나 만물이 생육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거나 약속한 적도 없다. 그렇지만 하늘은 아무 말이 없는 가운데 사계절을 운행시키고 만물을 낳고 기르도록 해주는 장본이다. 하늘은 이처럼 행위로써 말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늘이 하는 행위가 곧 하늘이 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얼었던 계곡의 물이 녹아 흐르기 시작하면서 소리를 내면 봄이 온 것을 알 수 있다. 봄이 찾아오는 징후가 곧 봄의 소리요 봄의 말이다. 봄이 오면 봄의 말을 하고 봄의 말을 하면 반드시 봄이 오는 것이 하늘의 말과 행동이다. 그래서 고인들은 천도(天道)는 거짓이 없다고 하였다. 이에 비하면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의 공약을 비웃기 전에 내가 한 말을 돌이켜보면 그 가운데 지키지 못한 말들이 얼마나 많던가! 사람은 열 번을 말해놓고 한 번을 실행하기 힘든데 하늘은 단 한마디 말도 없는 가운데 만물을 낳고 기르고 사계절을 운행하니 공자는 그 하늘의 위대함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거짓이 없는 것이 하늘의 도라면 그렇게 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이 행해야할 도라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13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낙화

돌돌돌 가랑잎을 밀치고어느덧 실개울이 흐르기 시작한 뒷골짝에 멧비둘기 종일을 구구구 울고 동백꽃 피 뱉고 떨어지는 뜨락 // 창을 열면 우윳빛 구름 하나 떠 있는 항구에선 언제라도 네가 올 수 있는 뱃고동이 오늘도 아니 오더라고 / 목이 찢어지게 알려오노니 //오라 어서 오라 행길을 가도 훈훈한 바람결이 꼬옥 향긋한 네 살결 냄새가 나는구나 네 머리칼이 얼굴을 간질이는구나 //오라 어서 오라 나의 기다림도 정녕 한이 있겠거니 그때사 네가 온들 빈 창밖엔 멧비둘기만 구구구 울고 뜰에는 나의 뱉고 간 피의 낙화!유치환(1908~1967)겨울은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그 기세를 몰고 오지만 그럴수록 봄은 조금씩 겨울을 파고들고 있다.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겨울과 오려고 하는 봄은 숙명적으로 가고 오지만 그 사이 무엇이 있는가. 겨울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인연처럼 묶여 있다가 '돌돌돌 가랑잎을 밀치고 실개울이 흐르기' 시작할 때 즈음 낙화하는 "동백꽃 피 뱉고 떨어지는 뜨락"처럼 목매는 기다림이 있는 것. 이제 곧 '훈훈한 바람결'에서 '향긋한 네 살결 냄새'에서 '간질이는 네 머리칼'에서 그리움이 봄바람에 실려 올 것이다. 그러나 항구의 뱃고동이 목이 찢어지게 우는 것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늘도 아니 오더라고" 애절하고 서글픈 사연들 때문이다. 낙화한 동백꽃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오라 어서 오라" 애타게 부르다가 '피' 토한 붉은 '그리움의 언어'인 것처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2-11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3·1운동 백주년에 꺼내 보는 '삼일운동 비사(秘史)'

3·1운동이 백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비폭력 평화운동이며, 백성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만방에 알린 민주공화정신이 백 살이 된 것이다. 3·1운동을 두고 이념적 지향이 뚜렷하지 않은데다가 조직화되지 못했고, 쌀값 폭등에 대한 민중적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며, 때마침 국장일(고종인산일)이었기에 대규모 군중집회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냉정한 지적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3·1운동은 이런 비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임시정부 수립의 근거였으며, 헌법 전문을 장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기도 하다. 그 3·1운동이 백주년을 맞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백(百)은 완전수요, 완성의 동의어다. 백일기도·백화점·백과사전·백발백중 등에서 보듯 백은 '모든 것', '완전함' 등과 관련이 있다. 백의 순우리말은 '온'인데, 모두를 뜻하는 '온통', '온갖'도 여기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은 이병헌의 '삼일운동비사'(1959)와 홍성원의 대하소설 '먼동'(1992), 그리고 횡보 염상섭의 대표작 '만세전'(1922)이다. '만세전'은 아내의 부고를 받아든 동경유학생 이인화의 귀국 과정과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을 그린 중편소설이다. '만세전(萬歲前)'이라는 제목이 말하듯 시간적 배경은 만세 이전의 시기 곧 3·1운동 이전의 시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분단극복이라는 민족적 과제와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3·1운동의 정신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 곧 '만세전'의 상황에 머물러 있다. 오암 이병헌(1896~1976)의 '삼일운동비사'(이하 '비사')는 3·1운동 연구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저서이다. 1천17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비사'를 쓴 이병헌은 경기도 진위군 권관리, 즉 현재의 평택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이민도는 유학자였음에도 일찍 동학에 입도했다. 부친의 영향으로 오암도 동학에 투신했으며, 의암 손병희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면서 천도교 수원 지부를 창설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평택에서 태어나 서울을 오가며 주로 수원에서 활약한 애국지사, 이를테면 평택시민과 수원시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기의 문화인물이며 국가유공자다. 오암의 '비사'는 '독립선언서'를 비롯하여 49인의 애국지사들에 대한 취조서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지역별로 정리해놓고 있다. '비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만세운동은 수원군 23건과 인천부 4건 등을 포함 모두 119차례에 걸쳐 전개됐다. 요즘처럼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실증적으로 자료를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더러 부분적인 오류나 신뢰하기 어려운 기록도 있기는 하다. 가령 '비사'에는 3월 1일 수원 방화수류정(용두각)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아쉽게도 일제 측 자료와 『매일신보』 기사 등 어디에서도 당일 수원에서 만세운동이 있었다는 기록이나 정황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 연구에서 정확성과 실증은 양보할 수 없는 대원칙이다. 오암의 '비사'는 정확성과 실증에 방점을 찍고 있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비사'는 실증을 압도하는 정신에 가치가 있다. 해방된 조국에서도 여전히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정부를 비롯해서 그 어느 누구도 돌보지 않았던 3·1운동에 대해 고군분투하며 이를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해주려 했던 오암의 고귀한 정신과 혼신의 글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팔만대장경이 마음 심(心)자 하나를 이길 수 없듯 때로는 한 개인의 정성과 정신이 국가와 사회 전체를 앞지를 수 있다. 백년을 맞이하는 3·1운동이 살아있는 정신이요 우리의 역사적 과제로 남아있는 한 '비사'는 재야사학이 아니라 '정사(正史)'이며, 흘러간 '고서'가 아니라 동시대성을 갖는 엄연한 역사서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9-02-10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평불피: 평지에 비탈이 없을 수 없다

새해 바다 건너 미국대통령 트럼프의 메시지가 전해온다. 최강대국의 국정운영방안은 여타의 나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홀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니 프레임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미국!' 연설을 들어보니 앞으로 세계도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삶의 주체를 무엇으로 규정하는가의 철학의 문제는 중요하다. 과연 개인과 국가나 민족 등이 우리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면 개인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사회주의 등으로 규정하면서 다양한 수사를 동원하여 규정짓는다. 이른바 프레임이다. 트럼프의 연설을 들어보니 그가 구사하는 프레임은 이것이다. '미국은 배타적인 최고를 지향하고 당신들은 미국의 국민이다.' 이 연설은 미국인에게 한 대내적인 연설이긴 하지만 뒤집어보면 향후 세계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된다. 그러므로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배타적인'이라는 단어이다. 남을 배척한다는 '배타(排他)'라는 말은 '이타(利他)'나 공존(共存)을 지워버린 생각이다. 다시 말해 남을 밀쳐내고 내가 사는 것이 미국의 애국자이고 영웅이라는 주의이다. 그러므로 미국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살면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주의 무한공간을 미국에 묶어놓았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 인해 최근 일시적으로 집중된 미국의 힘을 과시하면서 시간도 그의 재임 기간에 묶어놓는다. 무한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한시적으로 한정적으로 묶어놓고 그 안에 사는 미국인은 행복하니 그것을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배타적으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연설의 요지이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영화는 한시적이고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마치 평평한 땅을 계속 걷다 보면 반드시 비탈을 만나게 되니 조심하고 자만하지 말라고 하였다. 현재 최강대국의 정치경영인식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0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현주미담: 물의 맛은 담박하다

최근까지 맛이 키워드이다. 먹거리가 주목받으면서 먹는 것이 방송의 주요 재료로 등극하였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연예인들의 먹는 모습이다. 이른바 먹방이 유행하면서 맛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더해졌다. 심지어 최근에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이라 하여 맛을 청각화하여 들려주고 듣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맛이라 하면, 오미(五味)라 해서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을 이야기하였다. 전통적으로는 이 맛을 가지고 오행에 배속시켜 요리나 약재로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주력하였다. 이때 맛의 키워드는 조화이다. 조화란 오미를 섞는 것뿐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사람과의 궁합이나 적합성을 뜻한다. 그 사람과 궁합이 맞으면 그 음식의 맛은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맛이다. 이런 조화의 정신은 계승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언제나 인정받으며 궁합이 맞는 최고의 맛은 무얼까? 중국의 역학자 소강절은 맹물의 맛을 들었다. 예전에 제사 지낼 때 발효된 술 대신 맑은 물을 올리는데 이를 현주(玄酒)라 한다. 현(玄)이란 검다는 뜻이 아니라 가물가물하여 정체를 헤아리기 힘들다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현주(玄酒)를 번역하면 '현묘한 맛' 정도가 될 것이다. 맹물이 현묘한 맛을 낸다는 뜻을 포함한다. 아무리 맛있고 강한 맛이 뇌신경을 자극해도 그 맛을 매일 맛보라고 하면 얼마 못가 질리는 법이다. 그렇지만 물은 매일 맛보아도 담담할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물은 맛보지 않으면 목숨을 유지하기 힘들기에 계속 맛보아야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의 맛은 맛보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사람도 그렇다. 새해를 맞으며 서로에게 오랜 소중한 사이로 남으려면 물을 마셔보고 그 담박한 맛을 기억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30 철산 최정준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그 애는 작아도 너무 작아

1987~1991년 서울의 백골단2017년 시리아 알레포의 구조대원두곳의 장소 설정한 연극 '더 헬멧'두 사건으로 관객 울림 못 준다면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흥미로운 상황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극이 있다. 상황은 연극의 이야기를 여는 문이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인물이 그 문을 여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결정된다. 이 문은 연극의 이야기 안에 있다. 그 문을 여는 방식에 변화를 준 연극이 바로 '더 헬멧'(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1월 8일~2월 27일)이다.'더 헬멧'은 두 개의 장소와 네 개의 방을 설정하여 관객에게 선택하게 한다. 두 개의 장소는 각각 서울과 알레포이다. 서울과 알레포는 다시 빅 룸과 스몰 룸으로 나뉜다. 경우의 수는 넷(더블 캐스팅의 경우까지 더하면 배로 늘어난다.) 이다. 이런 식이다. 관객은 서울의 빅 룸 혹은 스몰 룸 중에서, 알레포의 빅 룸 혹은 스몰 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장소와 방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관극할 연극이 결정된다. 이제 연극 안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 1987년~1991년 어느 서점의 지하실. 대학생과 백골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알레포. 2017년 시리아 알레포의 어느 건물. 테러리스트와 화이트 헬멧 구조대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왜 서울과 알레포일까.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제목이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백골단의 헬멧과 구조대원의 헬멧이 쉽게 겹친다. 폭력으로 인해 사라진 일상의 삶이 가져온 잔혹함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왜 서울과 알레포일까를 여전히 묻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 현실에서 시리아가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그렇다. 거리의 문제가 핵심이다. 어떤 사건이든 그 사건이 누군가의 문제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사건이 일어난 지점과 그 사건을 전달받는 지점 사이의 거리가 좁혀져야 한다. 이 거리는 단지 물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수신자가 그 사건에 반응하여 자신의 문제로 느끼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가능성의 거리이다. 사건 앞에서 공감과 연대할 수 있는 역량이 거리를 좁히는 힘이다. 매몰된 건물 잔해에서 식어버린 아이를 보며, "이 애는 작아도 너무 작아"라고 말하는 시리아 알레포의 구조대원의 대사가 관객에게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1987년부터 1991년 사이를 다루는 서울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시위 현장에서 마주한 상대를 향해 "안 미워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시리아 알레포보다 더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백골단인 그는 어제까지 대학생이었다. 대학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가 마주한 전투조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함께 수업을 듣던 동료였다. 그들이 서로에게 "안 미워할 수 있을까"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끔찍한가. 서울 이야기에서 서점 지하실을 공간으로 설정한 것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요즘도 그러하지만 서점이 책만 파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당시 서점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헤아리는 정도에 따라 관객은 서울 이야기의 시간적 거리를 저마다 갖게 된다.이제 연극 밖으로 나와 보자.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2009년 10월 17일, 몰디브 기리푸쉬섬 앞바다 해저 6m. 대통령과 각료들이 온실가스 배출규제 촉구 결의안에 서명하는 장면의 사진. 이 뉴스는 세계에 전해지며 곧바로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 몰디브가 처한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뉴스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뉴스는 금세 묻혔다. 해저 회의 퍼포먼스는 뉴스로 소비되고 정말 퍼포먼스로 그쳤다. 세계의 시민들이 공감과 연대의 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그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말을 걸어야 그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사물이 놓인 지점이 달라지고 그 연결하는 고리가 바뀌면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까. 세계를 바라보는 위치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의 삶과 세계가 움직이게 될까. 연극 '더 헬멧'은 그것을 궁금하게 하는 공연이다. 어떤 방을 선택할지는 여러분이 결정해야 한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9-01-27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언가호민: 말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다. 나온 말이 혼자 중얼거림이 아니면 그 말이 타인에게 전해진다. 타인에게 전해지면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친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다시 그 말에 반응을 한다. 이런 현상이 복잡하게 순환되며 엮이면서 말이 세상을 움직인다. 그러나 말이란 이렇게 평등한 차원에서 서로 오고 가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정치 형태가 예전과 달라지긴 하였지만 엄연히 입법이 있고 행정이 있고 사법의 권력이 있다. 말로만 보면 입법은 말을 만드는 일이고 행정은 말을 실행하는 일이고 사법은 약속된 말을 기준으로 시비를 다스려 판단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 개인이 하는 말보다 국가권력에서 나오는 말의 영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한 개인이 내뱉는 말이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권력에서 나오는 말은 이른바 '정책'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국가의 정책으로서 나오는 말은 기업이나 개인이나 외국의 투자나 소비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에 쉽게 볼 수 있는 예로 에너지정책을 들 수 있다. 현 정부 이전의 에너지 정책은 주로 원전에 의지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면서 에너지정책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른바 친환경 대체에너지 모드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찬반이 엇갈리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보면 기업의 이해에 변화가 오고 투자전략에 변화가 온다. 비근한 예로 원전기업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지만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기업의 주가는 몇 배가 오른다. 그런데 알고 보면 국가정책을 펼치는 사람도 국민이고 그 영향 아래 각종 정치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도 국민이며 이들 모두가 '말'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역에서 언행(言行)은 이 천지를 움직이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니 신중하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중요한 정책으로서의 말을 만드는 사람들의 말은 더욱 신중하게 살펴보고 뱉어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23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매梅 수선水仙 난蘭

영하 십오 도의 대한大寒도 다 지내고잦았던 눈도 어제부터 다 녹이고뜰 앞의 매화 봉오리도 볼록볼록 하고나한잠 자고 나면 꿈만 시설스러웠다이 늙은 몸에도 이게 벌써 봄 아닌가일깨어 손주와 함께 뛰고 놀고 하였다한 분盆 수선은 농주를 지고 있고여러 난과 혜蕙는 잎새만 퍼런데호올로 병을 기울여 국화주를 마셨다이병기(1891~1968)대한은 '큰 추위'라는 뜻으로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이며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절후다. 그러나 소한을 지나 대한이 일 년 가운데 가장 춥다고 한 것은, 절기가 중국에서 온 기준인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더 춥다."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처럼 '영하 십오 도의 대한도 다 지내고 잦았던 눈도 어제부터 다 녹이고'있는 뜰 앞을 살펴보면 볼록볼록 움트는 것. 영원히 겨울 속으로 묻혀 버릴 것 같은 시간을 지나 "늙은 몸에도 이게 벌써 봄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밖에는 봄을 먼저 알리는 '매화' '수선화'가, 안에는 잎 새만 시퍼런 '난'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시인은 벌써 다시 올 봄을 위해 국화주를 마시며 벌그레한 생각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1-21 권성훈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모감주나무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핫이슈 중 첫 번째는 세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문점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는 소나무를 기념식수했으며, 평양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는 백화원 영빈관 앞에 남한에서 가져간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모감주나무의 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나무말은 '번영'이다.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모감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듯이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통일의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모감주나무는 불교와 아주 인연이 깊은 나무이다. 가을에 꽈리같이 생긴 열매가 벌어지고 3개의 까만 씨가 달리는 모감주나무는 이 씨로 염주를 만들어 염주나무라고도 불렸다. 검은빛을 띠는 콩알만 한 크기의 씨는 만지면 만질수록 더욱 윤기가 나고 돌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큰스님들의 염주에 주로 사용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모감주나무 씨를 금강자(金剛子)라고도 하는데 금강석같이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지녀 불가에서 도를 깨우치고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모감주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옛날 중국 선종의 중심 사찰인 영은사 주지의 법명이 '묘감'이었고, '묘각'은 불교에서 보살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데 여기에 구슬 '주(珠)'를 붙여 '묘감주나무'와 '묘각주나무'로 불리다가 모감주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학식과 덕망이 높은 선비가 죽으면 무덤가에 모감주나무를 심어 선비의 기개를 기렸다고 해서 양반나무로도 불렸다.모감주나무의 꽃은 봄이 아닌 6∼7월경에 피는데 짙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곧추선 긴 꽃대에 꽃이 촘촘히 피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가지에 달려 있을 때에는 황금빛 빗방울 같고, 지면서 나무 아래에 쌓인 꽃은 마치 황금비가 내린 듯하다. 그래서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이다. 이름 그대로 황금빛 비가 내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도 장마를 예보하는 나무로 예로부터 모감주나무 꽃이 피면 장마가 든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모감주나무 꽃잎은 4개로 선상 긴 타원형이며 모여 있다가 뒤로 젖혀져 그 안쪽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손톱에 남은 봉숭아물처럼 그 모습 또한 예쁘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어긋나게 달리는데 1회 깃꼴겹잎으로 작은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불규칙하게 있으며 가장자리는 깊이 패어 들어간 모양이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넓은 잎 작은 키 나무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중국, 일본의 해안가 산지와 양지바른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모감주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자생하는 곳을 볼 때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원산인 고유 식물종으로 보고 있다. 포항 동해면 발산리, 완도 대문리나 태안 안면도 등의 모감주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경북 안동 송천동의 모감주나무는 나이가 360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이며 높이 11m, 줄기둘레 1.5m로 가장 커 경북기념물 50호로 지정되어 있다.모감주나무의 꽃과 잎은 염료로 사용했고, 종자는 열을 내리고 가래를 제거하며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을 낫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한방에서는 꽃을 따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눈병이나 간염, 장염 등을 치료할 때 약재로 이용했다. 그러나 평소에 맥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모감주나무는 활용 가치가 높아 주목할만한 나무다. 피는 꽃이 적은 7월경에 꽃이 피고 꽃피는 기간도 길기 때문에 정원이나 공원에도 많이 심고, 특히 공해에 강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도심의 가로수로도 심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에도 가로수로 심어 유명세를 타는 곳이 있다. 그뿐 아니라 모감주나무는 꿀 생산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아주 좋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1-20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임무구: 지극히 임해야 허물이 없다

주역에 임(臨)괘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왕림(枉臨)이다. 왕림은 말 그대로 굽혀서 임한다는 뜻이다. 임한다는 것은 다가가거나 찾아온다는 의미이지만 특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다른 존재에 다가가거나 찾아오는 뜻을 위주로 한다.주역에서 귀천에 관한 변통을 할 때 양귀음천(陽貴陰賤)이라 한다. 이 괘는 양은 귀하고 음은 천한데 귀한 양이 음에게 다가오고 찾아오는 것으로 뜻을 삼았다. 그래서 괘의 생김새도 양효가 아래에 둘이 있고 그 위로 음효가 넷이 있다. 왕림이란 말도 이런 뜻이다. 온도로 보면 양은 따뜻하고 음은 차가운 것인데 따뜻한 물이 아래에 있고 차가운 물이 위에 있으면 따뜻한 물이 위로 올라간다. 이처럼 따뜻한 물이 위로 올라가면서 차가운 물의 성질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데 이런 것이 바로 임괘의 상징에 담긴 의미이다. 이런 자세로 세상에 임하면 세상을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 임괘에서 나라의 정치를 하는 고위직이나 정무직에 해당하는 효에 '지극히 임해야 허물이 없다'고 하였다. 지극하다는 '至'는 본래 화살이 땅에 떨어진 모습을 형상한 글자이다. 화살을 쏘면 목표지점에 떨어지니 이것이 '이른다'라는 '至'이다. 화살을 쏘았는데 땅에 다다르지 못하면 임한 것이 아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실정에 다가가고 국민의 고통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지림(至臨)이다. 이래야 지극한 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건성으로 정치를 한다면 국민에게 다가가거나 이르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지극정성으로 국민의 실정과 고통을 체감하고 다가갈 때 해법이 보이지 자기 자리에서 바라만 보아 가지고는 절대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16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겨울 까마귀

영혼의 새. // 매우 뛰어난 너와 / 깊이 겪어 본 너는/ 또 다른, // 참으로 아름다운 것과 / 호올로 남는 것은 / 가까워질 수도 있는, / 언어는 본래 //침묵으로부터 고귀하게 탄생한, //열매는 / 꽃이었던, //너와 네 조상들의 빛깔을 두르고, //내가 십이월의 빈 들에 가늘게 서면, / 나의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 굳은 책임에 뿌리박힌 / 나의 나뭇가지에 호올로 앉아, //저무는 하늘이라도 하늘이라도 / 멀뚱거리다가, / 벽에 부딪쳐 / 아, 네 영혼의 흙벽이라도 덤북 물고 있는 소리로, / 까아욱ㅡ / 깍ㅡ //김현승(1913~1975)인간은 홀로 남았을 때 비로소 깨닫는 것이 있다. 꽃밭에서 꽃은 제각기 무리들 속에 파묻혀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고유한 존재를 식별하지 못하듯, 인간도 우리를 벗어났을 때 나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 안에서는 "매우 뛰어난 너와/깊이 겪어 본 너는/또 다른"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가령 그것은 서로의 다른 언어가 얽히고설키어 있지만 홀로 된 침묵은 본질을 찾아가는 고귀한 탄생이라는 것. '열매'가 원래 '꽃'이었다는 단순한 사실도 '십이월의 빈 들녘'을 바라보듯이 '나의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멀뚱거리며 '저무는 하늘'을 고독과 마주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열매 역시 이제 시작하는 1월의 꽃을 피웠기에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것. 침묵을 깨며 날아가는 까마귀의 '까아욱ㅡ' '깍ㅡ' 울음은 오랜 고독이 내는 짧지만 긴 영혼의 소리가 깃들어 있다. 이른바 한 송이 꽃으로 핀 그 언어에는 지난했던 수많은 '언어의 열매'가 맺혀있다는 것.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01-14 권성훈

[손경년의 '늘찬문화']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요건, 시민문화주권

오래전 모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학기 초,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인기 있는 과목은 접속이 몰려서 신청에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신청마감이 된 날, 당사자인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 중 한 분이 학과사무실에 전화를 하여 '접속을 하지 못해 수강신청을 못했으니 방법을 찾아내라'고 큰 소리를 쳤는데 그때 무척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에서의 수강신청은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지 이를 부모가 대신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집약해 놓은 소위 '핫'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면 이보다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에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코디선생님'은 학생의 수강신청을 대신하는 정도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코디'해 준다. 이에 따라 학생은 '시키는 대로' 공부하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체적으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이렇게 '코디'를 통해 원하는 해답만 손에 넣은 학생이 과연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자존과 참여,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을 가진 삶을 구성할 수 있을까 싶다. 또 세월이 흘러 이들이 사회의 주요한 위치에 도달했을 때도 선택과 판단을 위해 '코디'를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미리 걱정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우리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도록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대통령의 신년사는 한 해의 국정방향을 가늠하는 좋은 잣대가 된다. 문재인대통령은 2019년 신년사에서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를 통해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특히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 마련, 아이들에게 과감히 투자, 안전문제, 혁신적인 인재양성, 국민경제의 근간으로서 소상공인과 자영업, 농업, 그리고 우리 문화의 성취를 누구나 누리고 문화가 미래 산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6가지 지향점에 대해 정치적 수사에 머무르지 않고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는 새해가 시작되거나 혹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삶의 질의 향상과 고질적인 사회문제해결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새로운 정책을 기대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숱하게 만들고 부수었던 정책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멋있게 등장하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정책들이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데 그리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즉,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출발한 정책담론과 프로그램일지라도 개개인의 자율성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제약 속에 가두어 지배의 익숙함에 빠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신년사 내용 중 '누구나 누리는 문화'에 눈길이 간다. 문화와 예술은 '사람중심'의 사회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바라 크룩생크의 "시민은 타고나지 않고 만들어진다"는 견해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방향을 담은 각종 실천프로그램이 시민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코디'선생님 기획방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자신이 되는 길이야말로 타인에게 가장 유용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는 '언제나 당신이 옳다'의 저자 자크 아탈리의 주장처럼, 우리 스스로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 나가는 '시민문화주권'의 획득을 통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행복을 위해서는 얼마나 작은 것으로도 충분한가! 정확히 말해 최소한의 것, 가장 부드러운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의 살랑거리는 소리, 하나의 숨소리, 하나의 날갯짓, 하나의 눈짓… 작은 것들이 최고의 행복을 이루고 있다"고 설파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고통과 환희의 교차 속에서 한 개인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래서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할 때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러니 '사람중심'의 사회란 타율적으로 '코디'된 인간구성이 아닌, '주체로서의 시민'이 다수여야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9-01-13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이시척촉: 마른 돼지가 뛰고 또 뛴다

민속이나 역학에서 돼지는 용과 미워하는 사이라고 한다. 용이 돼지의 얼굴이 검다고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돼지를 면흑랑(面黑郞)이라고 한다. 또 뱀과는 상충의 관계라 하여 서로 피한다. 돼지는 꿈해몽을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이에 대해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돼지꿈을 꾸고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해몽하길 먹을 것이 생기겠다고 하였는데 그날 먹을 것이 생겼다. 다음에 똑같이 돼지꿈을 꾸고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는 입을 것이 생긴다고 해몽하였는데 그날 입을 것이 생겼다. 세 번째 또 돼지꿈을 꾸고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는 몽둥이찜질을 받겠다고 했는데 그날 몽둥이로 얻어맞았다. 돼지꿈을 꾼 사람이 신기하게 여겨 해몽의 대한 근거를 물었다. 그러자 꿈풀이한 사람이 대답해주었다. 돼지가 처음 꿀꿀 거리면 배고픈가보다 하고 먹을 것을 주고, 다음 또 꿀꿀 거리면 추운가 보다하고 우리 안에 추위를 막을 지푸라기 같은 것을 넣어 준다. 그런데도 다시 또 꿀꿀 거리면 이제는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막대기로 두들겨 팬다는 것이다.주역의 천풍구괘에 돼지이야기가 나온다. 구괘는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처음에 만나는 인연이 중요하니 좋은 인연을 잘 만나야한다는 메시지이다. 만약 좋지 않은 인연을 만나게 되면 향후 일정에 힘들고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생기니 처음 만남을 주의하라는 뜻이다.마치 성질이 급한 마른 돼지가 날뛰며 돌아다니게 되면 처리하기 힘들어지니 좋지 않은 인연과의 만남은 돼지를 쇠말뚝에 단단히 묶어두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해 시작할 때 시절인연과 사람인연을 생각해보라는 의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09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시그널 경영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능력장래 벌어질 현상 대응하는 통찰력이제는 스피드가 핵심전략기술 변화 감지하는 능력 길러야데이터보고 움직이면 너무 늦어나는 만들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전자공학을 택했지만 의사가 멋있어 보였던 적이 있었다. 하얀 가운과 늘 목에 청진기를 걸고 다니는 모습이 아주 근사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 다녀온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청진기를 목에 걸고 다니지 않는다. 청진기의 역할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청진기보다 훨씬 몸이 보내주는 건강 시그널을 잘 감지할 수 있는 의료장비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청진기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몸의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병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몸이 아프기 전에 우리 몸은 무수한 신호를 보내주지만 그 신호를 알지 못하거나 그냥 지나쳐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큰 병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몸이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신기하게도 우리 몸은 아픔이라는 신호를 통해 스스로 대책을 세우라는 명령을 보내준다.1:99:300이라는 법칙이 있다. 1931년 미국 트래블러스라는 보험회사에서 손실통계 업무를 수행하던 윌리엄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소개했다고 해서 일명 하인리히 법칙이라고도 한다. 하나의 큰 산업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아주 미미한 증상이 300개가 발생하다가 좀 더 심각한 재해 99개가 발생한 후에 커다란 재해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지금부터 87년 전에 나온 이론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나온 오늘날에는 아마도 0을 하나는 더 붙여야 할 정도로 많은 Weak Signal(약한 신호)이 분출된다고 보아야 될 것 같다. 즉 1:290:3000. 1을 보고 행동하는 사람 290을 보고 행동하는 사람 3000을 보고 행동하는 각각의 사람들은 통찰력의 수준이 다르고 성공의 크기가 다르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다르다.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경영학계에서 전략(Strategy)에 관한 학술논쟁이 치열했다. 그중에도 전략의 아버지라고 하는 앤소프(Igor Ansoff)가 전략경영을 말하는 과정에서 Weak Signal management(약 시그널 경영)에 대한 내용을 처음 언급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시작한 기업가들에게는 사실 가장 필요한 역량 중의 하나가 남들이 알아내기 전에 미약한 신호를 알아내고 거기에서 장래에 벌어질 중요한 사건과 현상에 대응할 줄 아는 통찰력(Insight)을 갖는 것이다.우리가 잘 아는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 비앤비 등의 창업자들은 이러한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다. "유능한 사장이 되려면 코가 좋아야 한다." 냄새를 잘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에서 보고를 받기 전에 미리 냄새를 맡아서 썩은 것은 도려내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조직원들이 보고를 안 해줘도 "나는 척 보면 알아"라는 인식을 조직원에게 알려주어야 알아서 조직이 엎드린다는 뜻이다. 냄새를 맡는다는 뜻은 아주 약한 신호를 인지한다는 뜻이다.이병철 삼성 창업자 정주영 현대 창업자 구인회 LG 창업자 등은 정말로 냄새 맡는 데는 최고의 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경영학을 배우지도 않았지만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낼 수 있었다. 돈 냄새와 미래가 풍겨주는 냄새를 귀신같이 잘 맡았다. 이제는 스피드가 핵심전략이다. 걸어갈 때는 50m 앞만 보아도 되지만 비행기를 타고 갈 때는 10㎞ 아니 수천 ㎞ 앞을 봐야 한다. 스피드시대는 얼리 스테이지(Early Stage)에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특히 스타트업이 그렇다. 얼리 스테이지는 약한 시그널에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과 시장이 보내주는 아주 미약한 시그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성공이 보장된다. 미래가 보내주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와 기술의 변화와 혁신의 시그널을 남이 알아채기 전에 감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아는 것만큼 보인다. 보인다고 하여도 지혜와 경험과 인격만큼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식과 경험과 지혜가 부족한 스타트업 경영자는 좋은 멘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 자원을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Data를 보고 움직이는 것은 늦다. 누구나 다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9-01-06 주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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