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시인의 꽃]수화

손끝에서 피어나는 저 꽃의 말들을좀처럼 읽을 수 없다//허공에 뱉은 말들팔랑팔랑운명을 거부하는 말의 꽃들//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금방 사라지고 말 꽃의 날개들//말을 다 뱉어내고도 꽃섬 가득흩날리는 꽃잎들//손끝에서 사라지는 그리움의 말들배영옥(1966~2018)소리나 시각으로 나타내는 말은 사고의 표현 수단으로써 소통으로 완성된다. 말은 그 뜻이 통하면 소멸되지만 말의 자리에 의미만 남아 저마다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그렇지만 우리는 수많은 말 때문에 오히려 말 속에 갇혀 이른바 말의 감옥에서 거주하며 사물들이 내는 고유한 표현들을 모르면서 살아간다. 말없이 말을 하고 있는 수화 속에서 "손끝에서 피어나는 저 꽃의 말들을" 보라. 두 개의 손과 열 개의 손가락이 피어 올린 말의 꽃은, 말이 되지 않는 말로 말을 하고 있지 않던가. '허공에 뱉은 말들이 팔랑팔랑' 날아다니다가 상대방의 가슴 속에 내려앉는 말의 꽃잎들, 꽃의 말들.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금방 사라지고 말 꽃의 날개들"을 보면 "말을 다 뱉어내고도" 다하지 못한 공허한 말의 한계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날 "손끝에서 사라지는 그리움의 말들" 속에서 '꽃섬 가득' 채울 수 없었던 기억의 '흩날리는 꽃잎들의 말'을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12-23 권성훈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비련애가(悲戀哀歌)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 왕비'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적 사랑누구에게나 비련은 아픔으로 다가와그러나 그 쓰라림에 집착하면 자칫 불행한 운명 직면할 수도비련애가(悲戀哀歌)는 슬프게 끝나는 사랑의 심정을 읊은 노래를 뜻한다. 비련의 정점은 연인과의 이별로 인해 가슴이 구멍 나고 심장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질 때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든지 한두 번쯤 이렇게 비련의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끝도 없이 애련(哀戀)의 괴로움에 머물 수는 없다. 안타까운 슬픈 사랑의 순간은 짧을수록 좋다. 가수 나비가 부른 '너뿐인데' (작사:빨간양말, 고재경, 작곡:빨간양말, 앤드그루브, 고재경) 노랫말은 비련애가 그 자체이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날 밀어내는 눈빛 내 맘이 무거워/서러움 밀려와서 많이 두려워/더 이상 너의 사랑이 아닌가 봐/너에게 난 이제 아닌가 봐/'. 사랑하는 연인들은 눈빛만 바라봐도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금방 눈치챈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다. 따라서 눈빛은 서로의 마음을 단숨에 읽어내는 풍향계이다. '너뿐인데'의 화자는 자신을 '밀어내는 눈빛'을 연인에게서 알아차린다. 그의 차디찬 심정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젠 '더 이상' 연인의 사랑이 아닐 수 있다는 염려에 마음을 졸인다. 또한 연인 없이 혼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런 와중에 연인이 자신의 곁을 훌쩍 떠난다는 생각에 이르자 '말도 안 된단 말야'라고 현실을 부정하며 서글픔을 토로한다. 연인이 자신의 곁에서 '점점 더 더 멀어져' 간다고 울먹거리는 화자는 결국 쓰라린 눈물을 터뜨린다. 물론 이별을 직감한 가슴 아픈 눈물이다. 그는 연인 '너'만을 사랑하고 있는데 왜 자신을 떠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잖아/너 없이는 안 된다고/떠나면 안 된다고/'. 이제 화자의 상처받은 마음은 마치 자신의 육신을 '도려내는 바람' 같이 얼얼하고 시리기만 하다. 야속하기 짝이 없는 연인의 '손'에 의해 타의로 떠밀린 화자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연인에 대해 여전히 아쉬운 미련이 남아 있다. 쏟아지는 '눈물이 앞을 가린대도' 연인밖에는 안 보이고 연인 이외의 목소리는 안 들린다고 애처롭게 고백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로미오와 비밀리에 만나고 고통스럽게 헤어지면서 '달콤한 슬픔(sweet sorrow)'이라고 말한다. '달콤한 슬픔'의 은유 속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랑의 믿음이 깔려있다. 마찬가지로 '너뿐인데'의 화자도 헤어져야 하는 쓰라린 운명 앞에서도 가슴 속엔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다는 '달콤한 슬픔'을 반복해서 되뇌고 있는지도 모른다.화자는 이별이 엄습해오는 것을 깨닫고 두렵기만 하다. 더 나아가 자신도 믿기조차 힘들 정도로 마음이 처절하고 쓰라리다: '니가 어떻게 날 버려/내가 어떻게 널 잊어/'. 이와 같은 비련애가의 슬픔은 말로는 표현할 수조차 없는 화자의 애타는 절규이다: '내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잖아/나 없이는 안 된다고/버리면 안 된다고/'. 화자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분출하는 울부짖음은 곧 이별해야 할 운명에 대한 현실 수용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하루에도 수천 번'이나 아니 수만 번이라도 연인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그가 아니던가. 그러나 이제 와서 그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일은 전혀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마냥 밉기만 한 것이다. 그로서는 '그냥 이대로' 사랑하는 임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애처롭다. 화자의 얼굴엔 아직도 눈물이 흐른다. 그 눈물이 이제는 더 이상 연인을 '사랑해선 안 된다고' 그의 귓가를 구슬프게 적시고 있다.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비극적 결말의 슬픈 사랑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였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련애가의 여인이라 할 만하다. 누구에게나 비련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비련의 쓰라림에 집착하면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자칫 불행한 운명에 직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12-22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일폐관: 동짓날에는 문을 닫는다

양력으로 12월 22일경은 절기상 동지에 해당한다. 동지는 말 그대로 겨울철 음의 기운이 지극하여 더 이상 자라날 수 없어 양의 기운이 처음으로 생기는 때이다. 서양의 고대 로마에서 태양절을 중요하게 여겼던 역사와 의미맥락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동지는 음력으로 11월에 해당하는데 음력 1일에서 10일까지, 11일에서 20일까지, 21일에서 30일까지 구분하여 애기동지, 중동지, 노동지라 부르며 죽과 떡을 만들어 먹는 기준으로 삼기도 하였다. 주역에서 동지는 지뢰복괘의 괘상과 부합하기 때문에 공자는 지뢰복괘에 동짓날 풍속을 소개하였다. 고대 성왕들은 동짓날 성문을 닫아걸고 장사하는 이들이나 여행객들의 통행을 금지시켰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한해가 시작하는 기준이 되는 절기를 입춘으로 여기고 있고 실제로도 역법에서 한 해의 시작은 입춘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음이 극한 가운데 양이 처음으로 생겨나는 상을 지닌 동지야말로 새해의 시작점이다. 그러므로 동지에 성문을 닫는 것은 새로 생긴 양기를 소중히 여겨 잘 자라나도록 하려는 마음이 담긴 행위이다. 왕궁만 성이 아니라 우리들 인체도 하나의 성이라고 볼 때 동지에 몸단속을 하며 한 해를 미리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2-18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달맞이꽃

어머니 저어기 마중 나와 계시다뼈마디 마디 끝마다 불 밝히시고굶주린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어둠 속에 나와 계시다//날마다 나를 설거지하시다늙은 손 굽은 등으로마지막 남은 힘으로 등불 켜시고저 풍전등화의 골목에 나와 계시다//여름 구석에서 가을을 장만하는 풀벌레소리벌써 애간장을 녹이는데//나는 가을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하는이별하는 사랑 하나도 이루지 못한 덜 떨어진 놈인데//내 슬픈 길을 밝혀주려어머니 저어기 홀로 나와 계시다김왕노(1957~) 우리는 무엇인가를 자주 떠올릴 때 주로 눈에 비쳤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보단 멀리 있는 것을, 부족하지만 채울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른바 돌아올 수 없는 결핍을 말한다. 생애 처음 당신이 보았던 사람, 당신을 그렇게 지켜주었던 어머니 죽음은 고인 시간 속 흐린 잔상을 통해 각인되고 다시 부활하며 영원히 완성되어 나타난다.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 성장이 멈춘 기억은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진 7월에 개화하는 2년생 '달맞이꽃'처럼. 삶에서 죽음에의 삶이 시작되는 당신에게 '어머니 저어기 마중 나와 계시'기도 하고, '날마다 나를 설거지하시'듯 씻어주기도 하고, '뼈마디 마디 끝마다 마지막 남은 힘으로 등불 켜시고' 계시지 않던가. 그렇다면 당신을 위해 눈물 흘리시던 어머니는 연하고 물기 많은 초본식물같이 어두운 삶의 길목에서 '내 슬픈 길을 밝혀주려 저어기 홀로 나와' 피어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12-16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귀는 소통과 불통을 기준하는 대명사

귓불 밋밋하고 탁하면 단명 우려눈썹보다 낮으면 지혜롭지 못해귓구멍 아주 작은 사람은이해심 적어 남의 말 잘 안들어'소귀에 경 읽기'란 말 유래된 듯귀는 관상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위로서 강독(江瀆)이라 하여 사독(四瀆)에 배속하였고, 눈·코·입·눈썹과 더불어 오관(五官)으로서 채청관(採聽官)이라 칭하고 있다. 오관 중 한 부위만 좋아도 어느 정도 부귀와 공명을 이루고 살아간다. 오관이 모두 바르고 잘났으면 평생을 살아가면서 의식과 복록이 끊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유감스럽게도 신(神)은 어느 사람에게도 완벽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하지는 않았으니, 아마도 결점을 보완하고 극복하면서 세상을 살라는 의지의 선택적 몫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귀는 각종의 소리를 듣는 감각기관으로서 1세부터 15세까지의 운을 주관한다. 또 신장 콩팥과 연결되어 있어, 신장기능이 저하되면 귀의 색상이 메마르고 꺼칠해지며, 청력에도 문제가 생겨 이명(耳鳴)현상이 생겨나기도 한다. 귀를 살필 때에는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비교적 크고 눈썹보다 높이 붙어야 하며, 귓바퀴는 두툼하고 튼실하며 귓불 역시 두툼히 입 부위까지 걸쳐있으면 귀격이라 볼 수 있다. 눈썹이 신하라면 귀는 임금이라 하였으니, 귀는 당연히 눈썹보다 위에 붙어있어야 세상 다스리는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귀의 빛이 선명하고 맑고 윤택하며 정갈하고 두툼하면 성군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성군도 폭군도 모두가 관상에서 어느 정도는 정해진다고 하니, 나라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귀의 형상을 잘 보고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귀의 윤곽이 분명하고 단단하며 높이 솟고 기색이 맑고 선명하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며, 성정 또한 어진 사람이다. 귀가 뒤로 젖혀져 있거나 귀륜이 칼날처럼 뾰족하고 귓불이 밋밋하며 기색 또한 메마르고 검고 탁하면, 단명하거나 빈곤을 면치 못하고 성격마저 포악하고 간악하여 부모 형제와의 인연도 없고, 주변에 적이 많아 평생 관재와 구설이 끊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소리를 전달받는 통로를 명문(命門)이라 하는데, 명문이 적당히 넓고 깊어야 하는바, 너무 좁고 삐뚤어져 있으면, 옹졸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고집불통으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니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무시해버리는 성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귓불에 살집이 없고 밋밋하고 기색마저 어두우면, 단명할까 두려우며 이마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부모형제 덕 또한 없으니 평생 곤고하게 살아가게 된다. 귀의 끝이 뾰족한 사람은 지혜롭고 기회포착을 잘하여 임기응변에 강하나 성격이 거칠고 냉정하며, 의심과 경계심이 많은 사람이다. 또한 귓구멍에 난 잔털은 건강과 장수의 표상인데, 환자에게 잔털이 나면 건강이 회복된다는 암시이니 이를 함부로 뽑아서는 안된다. 귀가 아무리 높이 붙어있어도 귓바퀴가 뒤집혀있거나, 귓불도 귓바퀴도 뾰족하고 기색마저 탁하고 어두우면 이는 하늘이 버린 사람이니 운을 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또한 아무리 귀가 높이 솟고 두툼하며 살집이 붙어있어도, 기색이 어둡고 까칠해지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운이 쇠한다는 암시임을 알아야 한다. 귀가 쫑긋이 서있는 사람은 자주 놀라며 의심을 많이하고, 움직일 때마다 흔들거리는 귀는 평생 의지할 곳 없이 떠돌며 살아가는 고단한 삶의 주인이 된다. 귀가 눈썹보다 낮게 걸려있으면 사람됨이 모자라고 지혜롭지 못하며, 저울추처럼 역삼각형의 모습이면 부모를 잘 만났어도 결국 가업을 지키지 못하고 탕진하게 된다. 귀의 살집이 너무 얇아 혈관이 보이게 되면 하는 일마다 유시무종(有始無終)이니, 부귀를 논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귀가 짝짝이면 조실부모하거나 남의 부모를 섬기게 되며, 낮게 걸린 귀에 뒤집히고 기색마저 탁하면 육친을 해하고 고향을 등지며, 죄를 밥 먹듯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세상사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나, 귀의 형상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귓구멍이 아주 작은 사람치고 도량이 넓고 이해심이 많으며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지금껏 만나지 못한바, 이런 사람을 일러 소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된 듯 하다. 좋은 말은 좋은 귀에서 나온다는 의미가 새로워지는 시간이다. 잘 생긴 귀가 좋은 입술보다 더 진솔한 사람이라는 뜻이니, 입이 타서 침을 자주 바르고 흙빛으로 물들어가는 대통령의 귀가 위태로운 현실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9-12-15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족이행: 발이 없이 다닌다

경험적으로 고전에서 하는 경계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말에 관한 문구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 말은 ktx보다 빠르다는 전파속도를 따라잡아 되돌릴 수 없다는 내용, 말은 자기인생의 영욕을 주관하는 기틀이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 위정자의 말은 그 효과가 법제화되어 강력하고 전반적이기에 내뱉기 전에 신중히 검토하라는 내용,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더욱 궁색해진다는 내용,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용인하는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내용, 말은 마음에서 나오기에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내용, 말은 그와 일치하는 행동이 수반해야 하고, 행동 했으면 자신이 뱉은 말과 일치하는지를 돌이켜보라는 내용, 꾸며대는 말과 함부로 하는 거짓말과 두 가지로 갈라치는 말과 악한 말은 악한 과보를 받는 구업(口業)에 속한다는 말 등등 헤아리기 힘든 정도이다. 오죽하면 공자가 조카의 사윗감을 고를 때 기준으로 말조심을 보았을까! 공자는 자기 제자였던 남용을 조카사위로 삼았다. 남용이 평소 시경의 백규장을 매일 반복해 외는 모습을 보고는 사회가 안정되면 등용될 것이고 난세를 만나게 되더라도 처신을 잘해 큰 해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조카사위로 받아들인 것이다. 시경 백규장이란 "흰 옥의 흠은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이 입에서 나간 말의 흠은 어찌할 수 없구나"라는 내용이다. 무족지언비우천리(無足之言飛于千里)라! 회남자에는 뱀을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뱀은 발이 없는데도 다닌다고 하였다. 연말 모임자리가 많을 텐데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종종 뱀의 모습이 보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2-11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친생부인의 소 vs 친생부인 허가 청구

전남편과 이혼을 하고 이혼신고를 한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는 전남편의 아이로 법률상 추정이 되고 이를 '친생추정'이라고 합니다. 유전자검사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일단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하고 전남편의 아이가 아닌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추정을 배제했습니다. 이때 필요한 소송이 친생부인의 소입니다.친생부인의 소에서 가장 문제는 반드시 전남편이 소송의 피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엄마는 빨리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싶어도 전남편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몰래 전남편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친생부인 소송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그동안 아이가 건강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아주 많았습니다.그러나 요즘은 머리카락만 있으면 친자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가 있어 더 이상 친생추정이란 개념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남편과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에게 친생부인의소를 제기하지 않고 간단한 절차로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민법이 개정됐습니다. '개정 민법 제854조의2 친생부인허가청구'에 따라 유전자 검사 등으로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친생추정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전남편에게 알리거나 전남편의 소송수행이 없이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가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이미 출생신고가 된 아이의 경우'에는 민법과 가사소송법이 개정된 것과는 무관하게 친생부인의 소로서 친생추정을 배제해야만 합니다.실무적으로는 친생부인허가청구 절차 내에서도 전남편 등에게 의견청취를 구하는 임의적 절차를 고집하며 전남편에게 아이의 출산사실을 알리며, 의견청취서 송달을 요구하는 일부 법원이 있습니다. 아이의 신속한 출생신고를 위해 전남편에게 의견청취통지서 송달조차 장차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주영민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

2019-12-10 주영민

[조성면의 '고서산책']한글을 널리 대중화하다… '한글공부'

1930년대 획기적 문맹률 낮춘문자 보급 '브나로드운동'1933년 동아일보 발행 소책자'문맹타파가' 등 담은 대중교재'학생계몽대용'이란 부제 수록한글은 기적의 언어요, 동아시아 사상과 인문정신의 총화다. 에스페란토 같은 현대 인공어를 제외하고 창제자, 반포일, 글자의 원리가 모두 밝혀져 있는 거의 유일한 언어가 한글이다. '한글'은 반포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573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한글이란 이름이 부여된 것은 1910년으로 백세 상수(上壽)를 넘겼다. 이전에는 '훈민정음', '언문' 등으로 불렸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말 그대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또는 '바른 소리를 백성에게 가르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음'이란 말은 우리글, 우리말에 대한 분명한 자주의식의 표현이지만 당시 중구난방으로 통일돼 있지 않은 한자음을 바르게 표기하기 위한 목적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일각에서의 지적대로 '훈민' 곧 '백성을 가르친다'는 말을 '애민정신'으로 또는 백성을 시혜의 대상을 보는 제왕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해석은 자유지만 한글이 디지털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잘 어울리는 과학적 언어이며 나라와 민족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중요성과 가치가 큰 만큼 '한글'은 깊은 사연과 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이용준과 국문학자 김태준을 거쳐 간송 전형필에게 전해졌음은 잘 알려져 있다. 간송이 천태산인 김태준이 생각했던 예상가의 10배, 당시 기와집 열 채가 넘는 거액을 치르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백년여 동안 '훈민정음'은 백성들을 잘 '훈민'하지 못했다. 1930년대 당시 농민들의 문맹률이 무려 90%에 이를 정도였다. 이 문맹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민족계몽운동, 문자보급운동이 바로 '브나로드운동'이다. 브나로드운동은 억압적 차르 체제에 도전하기 위한 러시아 지식인들의 운동, 말 그대로 '민중 속으로 뛰어들자'는 다소 이상주의적인 19세기 농업사회주의(agrarian socialism) 운동이었다. 우리의 브나로드운동은 1931년~34년 사이 동아일보사 주도도 문맹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농촌계몽운동, 문자보급운동으로 전개됐다. 브나로드운동은 일제의 탄압으로 '신간회'가 해체되는 등 민족운동이 침체된 시기에 등장한 거대한 운동이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동아일보사의 경영난 즉, 저조한 신문판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독자 배가 운동이었다는 측면도 있다. 투르게네프의 '처녀지'(1877)와 심훈의 '상록수'(1935) 등이 각국의 브나로드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한글공부'는 1933년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문자보급운동 교재로 20여 쪽의 소책자다. 한글 자모에 '문맹타파가', '속담', '지리', '역사' 등을 담은 대중교육 교재로 표지에 '학생계몽대용(學生啓蒙隊用)'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작자는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환산 이윤재(桓山, 1888~1943)다. 환산이란 호는 환웅(桓雄)의 후예라는 뜻이며, 그는 옥고와 생활고 속에서도 '성웅 이순신'(1931), '문예독본'(1932), 유고작인 '표준한글사전'(1954)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문예독본'은 해방 직후부터 한동안 고등교육기관의 문학교재로 사용됐다. '한글공부'와 유사한 '한글원본'이 국가의 등록문화재 484-1호, 484-2호로 지정돼 있다. 필자는 사본으로 추정되는 '한글공부'(동아일보사 간, 1933년 8월)를 소장하고 있다. 헌책방, 고서점을 꽤 오랫동안 드나들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처음 본 책이었다. 환호작약하며 십년 전 당일 밤늦게까지 이 소책자를 쓰다듬고 만지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팀장

2019-12-08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반자사참: 배반할 사람의 말은 부끄럽다

맹자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말을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맹자의 경우 대략 네 가지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나누어보았다. 맹자가 말한 네 가지는 편벽된 말, 방탕한 말, 부정한 말, 도피하는 말이다. 주역에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보고 있다. 길한 사람의 말은 적고, 조급한 사람의 말은 많고, 선을 속이는 사람의 말은 떠있고, 중심에 의심이 있는 사람의 말은 가지를 치고, 지켜야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말은 비굴하고, 장차 배반하려 하는 사람의 말은 부끄럽다고 하였다. 이 가운데 종종 등장하는 인생의 주제가 배반이다.신뢰했던 사람이 나를 배신하면 그 심적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일차적으로 이런 것은 본인의 잘못이다. 옛말에 사랑에 빠지면 밝지 못하고(溺愛者不明) 얻을 것을 탐하면 싫증을 모른다(貪得者無厭)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좋아하고 사랑하면 그 사람의 단점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판단에 치우침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랑을 배신으로 되갚는 행위는 용서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배신감은 누구든 견디기 힘든 것이다. 지나친 사랑을 주기 전에 그 사람의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권유가 비록 고전의 글이 치세를 하는 리더들에게 인물을 잘 알아보고 선별하라는 취지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배반할 사람의 말이 부끄럽다는 말은 장차 정도를 배반할 사람은 자연 그 마음에 부끄러움이 있어 그 마음이 말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배반할 사람의 말에도 적용되니 잘 살펴볼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2-04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정호성(1950~)12월에서 3월 사이에 꽃을 피우는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自己愛)'다. 이 자기애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가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의 아름다움에 반해 빠져 죽은 물속에서 수선화가 피었고, 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용어가 여기에서 생겨났다. 이러한 슬픔을 가진 연약한 수선화는 이 시에서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동화되어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행여나 인생이라는 바람 앞에서 언제 쓰러질 줄 모르는 우리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충고한다. 또한 나를 보고 있는 나로부터 나르시시즘의 눈을 존재하는 대상들에게 돌리면 '너를 보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는 바,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 것은 바로 독신에서 오는 것, 존재의 외로움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면서 시냇물을 지나 강과 바다를 만나듯이 '산그림자도 저녁이 되면 마을로 내려오는' 이유 또한 '외로움 때문이다.' 보라, 당신이 혼자라고 느낄 때 심장의 '종소리도 외로워서' 가슴 속에서 당신 안으로 파고들면서 숨죽여 울려 퍼질 때가 있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12-02 권성훈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왜 그렇게 안 하세요

후안 마요르가 연극 '맨 끝줄 소년'선생 헤르만과 학생 클라우디오보는 입장따라 다양한 의미 생산경우에 따라 시선이나 창작때론 가족·삶에 대해 깨닫게 해후안 마요르가의 연극 '맨 끝줄 소년'(10월 24일~12월 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수수께끼와도 같은 작품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선생과 학생으로 만난 헤르만과 클라우디오가 이 수수께끼의 주요 인물이다. 두 인물이 관객에게 제출한 수수께끼는 답을 구하기 힘든 수수께끼가 아니라 답을 구했다고 생각할 때 새로운 수수께끼가 시작하는 그런 수수께끼에 가깝다.클라우디오는 맨 끝줄에 앉아 있는 학생이다. "아무도 거기는 못 보는데 거기서는 모두를 보지." 헤르만이 아내 후아나에게 클라우디오가 제출한 글쓰기 과제물을 읽어주며 한 말이다. 헤르만이 무심코 던진 이 말은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강력하게 되돌아온다. 물론 그 자리는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그러나 세상 모두를 보는 그런 좌표는 없다. 아내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헤르만이 그의 아내를 다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헤르만은 작가로서는 실패한 문학 선생이다. 헤르만이 클라우디오에게 부여하는 글쓰기 과제는 점차 요구로 바뀌어 간다. 마치 클라우디오에게서 자신의 유년을 찾기라도 한 듯하다. 헤르만은 첨삭을 핑계 삼아 창작에 관해 설파한다. 문학 창작을 위한 교본에 나올 법한 지침이 넘쳐난다. 이를테면, "등장인물은 뭔가를 원해, 그런데 원하는 걸 이루자니 문제들을 만나게 되는 거야. 그 등장인물에게 라이벌, 적들이 나타나는 거지. 주인공과 대립하는 적대자들 말이야." "등장인물의 기분을 네가 묘사하려고 하지 마, 등장인물의 행동들을 가지고 우리, 독자들이 파악하게 해." "좋은 결말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가 뭔지 아니? 독자가 이렇게 말해야 해, 이건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다른 방식도 안 되겠다. 이게 좋은 결말이야. 필연적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거. 그럴 수밖에 없으면서 반전이 있는 거." 그리고 마침내 제목까지 제안한다. "제목은 독자와 계약을 맺는 거야. 전쟁과 평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바냐 아저씨…. 맨 끝줄 소년 어때?"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로버트 맥키에 이르기까지 창작에 관해 수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이 헤르만의 입에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서재는 책으로 넘쳐난다. "이렇게 많은 책을 보면 질리지 않니? 여기서 헤르만은 노아의 홍수 때 배 안에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어. 여기를 벗어나면 홍수인 거지. 네 나이에 벌써 그랬어"라고 헤르만의 아내 후아나는 말한다. 창작에 관한 이론에는 전문가일지 몰라도 자신과 아내에 대해서는 무지한 인물이다.헤르만은 삶과 결합하지 않은 앎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어떻게 하는지 아시면서 왜 그렇게 안 하세요?"라는 클라우디오의 물음에 헤르만은 "나도 해봤어. 예전에. 내가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라고 답할 뿐이다. 그렇게 답한 이후에도 클라우디오의 글쓰기에 대한 제안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 이야기 없는 인생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라며 더 강력한 이야기를 요구한다. 헤르만과 클라우디오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결별한다. "선생님을 처음 알았을 때부터 어떻게 사시는지 보고 싶었어요. 첫 수업부터요. 저 아저씨 집은 어떨까? 누가 저런 타입이랑 같이 살 수 있을까?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여자가 있을 거야, 너무 제정신이 아니라…"라고 클라우디오가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따귀를 때린다. 헤르만이 그토록 주장했던 결말의 두 조건을 모두 갖춘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필연적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으면서 반전이 있는 결말 말이다. 어쩌면 헤르만은 이제 자신의 서재인 방주에서 걸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클라우디오는? 수수께끼로 남는다.좋은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우리는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맨 끝줄 소년"은 보는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생산하는 연극이다. 때로는 시선이나 창작에 관한,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과 삶에 관한 연극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9-12-01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적소고대: 작은 것을 쌓아서 높고 크게 만든다

주역에 올라간다는 의미를 지닌 승괘가 있다. 승괘는 올라간다는 승진의 의미를 지닌 괘이다. 물상으로는 땅속의 나무가 점점 자라나서 땅 밖으로 뚫고 나와 어느덧 높이 자라 거대한 나무가 된다는 의미이다. 지위가 올라가고 월급이 올라가고 명예가 올라가듯 승진은 사람들이 반기는 단어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경제력이 세계 순위권에 올라가는 것도 승진이다. 한 개인이나 나라의 힘이 올라가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령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올라가 있다 하더라도 잘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게 된 사연이 축적되어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작은 것을 소홀히 여기지 말고 충실히 다루어야만 그 작은 것이 쌓여서 큰 것이 되고 높은 것이 된다고 적소고대(積小高大)를 말하였다.승괘에서는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정치적 차원에서 계단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작은 것을 쌓아 높고 크게 만들듯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점점 올라갈 계단이 필요하다. 누구든 계단이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왕의 입장에서 자신의 명예를 올리고 국운을 올리기 위한 계단은 무엇일까? 바로 현명하고 덕이 있는 신하들이다. 그래서 옛날에 임금을 폐하(陛下)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폐(陛)란 계단이다. 임금이 자기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섬돌을 상징하니 바로 인재를 등용하여 쓰라는 말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운을 올리기 위한 계단은 현재 가장 필요한 사안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적임자를 등용하면 그것이 바로 계단을 밟고 자기 자리에 오르는 올바른 방법이라는 뜻이다. 그래야 폐하란 명칭이 어울리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1-27 철산 최정준

[생활법무카페]최고이자율 위반한 약정이자 지급해야 하나?

A는 B에게 2018년 3월 1일 돈 1억원을 빌려주면서 B는 3개월 후에 갚기로 하고, 약정이자는 연 30%로 하여 1개월분의 선이자조로 250만원을 공제하고 9천750만원을 주었고 차용증은 작성하지 않았다. 또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B의 아파트에 1억원의 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으나 B는 3개월이 지나도록 3천만원만 변제하자, A는 저당권에 기해 관할법원에 경매개시신청했다. 이에 B는 2018년 12월경에 6천750만원만을 변제하고 A에게 경매를 취하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A는 변제한 때까지의 이자에 먼저 충당하고 나머지는 원금에 충당하게 되면 B는 대여금을 완전히 변제한 것이 아니므로 경매를 취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안에서 B가 차용당시 약정이자를 연 30%로 정한 적이 있음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차용당시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인 연 24%를 넘는 부분은 무효이므로 선이자 250만원 중 50만원을 원본 1억원에서 공제한 돈을 대여원금으로 하고(대법원 80다2694) B가 차용일 이후에 변제한 돈은 연 24%의 이자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원금에 충당하여 원금까지 모두 변제하였을 때 B는 A에게 경매 취하를 요구할 권리가 발생합니다. 만일 B가 차용증 없음을 빌미로 약정이자를 부인한다면 A가 약정이자를 정하였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변제한 돈은 연 5%의 법정이자에 충당하고 남은 돈을 원금에 충당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은 2014년 7월 15일부터 2018년 2월 7일까지는 연 25%, 2018년 2월 8일부터 현재까지는 연 24%입니다. 최고이자율을 초과하여 이자를 지급하였다면 넘어가는 부분은 원금에 충당하고 원본이 소멸하는 경우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이자제한법 제2호 제4항) 또한 서로 간에 이자에 대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저당권설정만 하지 말고 반드시 차용증에 원금, 이자, 변제기 정도는 기재하여 날인 후 서로 1부씩 가지고 있을 것을 권합니다./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

2019-11-26 김정준

[시인의 꽃]꽃잎 한 장

꽃잎 한 장 수면에 떨어져작은 파문이 일고 있다 //파문이 물별을 만들고 있다 //꽃잎이 없다면파문이 없다면 //아름다운 물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꽃잎 한 장 받는 것은가슴에 파문이 이는 일 //몸에 물별이 뜨는 일공광규(1960~)새로운 언어를 구축하는 시인은 만물들에게 그 본질에 맞는 이름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호명한다. 여기서 '물별'은 사물 그 자체의 드러냄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사물에 새로운 언어를 주입한 것, "꽃잎 한 장 수면에 떨어져/작은 파문이 일고" 있는 사물의 이미지를 '물별'이라는 시어로 교환하며 교감하게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꽃잎의 작은 파문'은 드러나 왔으나, 그 장면을 '물별'로 명명하는 순간 언어적 '파문이 물별을 만들고' 물별은 현존재로서 그 실체성을 가진다. 이렇듯 '꽃잎이 없다면' 파문도 없을 것이며, '파문이 없다면' 꽃잎도 없는 것처럼 서로가 아무런 의미망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한편의 '아름다운 물별을 볼 수'있다는 것은, 파문이 이는 '꽃잎'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어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의 이름을 누군가가 부를 때 그 입술에서 떨리는 것 또한 '꽃잎 한 장 받는 것'일지니, '가슴에 파문이 이는 일'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그리움에 잦아드는 이름일수록 '몸에 물별이 뜨는 일'로 당신의 가슴에서 파문이 인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9-11-25 권성훈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지에 날개를 단 화살나무

노박덩굴과로 추운곳에서 잘 자라가을엔 선명한 빨간색 단풍새순은 부드러운 식감·향 '인기''퀘세틴' 성분 혈액순환 도움가지, 한방·민간요법 귀한 약재빨갛고 노란색으로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이제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다. 절정으로 치달았던 아름다운 단풍의 향연이 끝나고 난 자리에는 나무들이 새봄을 기다리며 묵묵히 긴 겨울을 이겨낼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 어디를 가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정원이나 공원에도 많이 심는 화살나무는 독특한 생김새로 인해 요즘같이 잎이 지고 난 후에는 아주 쉽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나무이다. 나뭇가지에 화살의 깃털을 닮은 회갈색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기 때문에 화살나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화살나무는 불리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날개의 모양이 머리를 빗을 때 썼던 참빗처럼 생겼다고 해서 '참빗나무', 가시가 박힌 곳에 가지의 날개를 태운 재를 바르면 가시가 쉽게 빠진다고 해서 '가시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단풍이 비단같이 곱고 아름답다고 해서 '금목(錦木)'이라고도 한다. 생약명으로는 '귀전우(鬼箭羽)'라고 한다. 이는 화살이 날아갈 때 빠르거나 느린 속도, 직선이나 곡선 등 날아가는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화살대에 매다는 '전우'라는 깃털에 달려있는데 귀신이 쓰는 화살의 날개라 해서 붙여진 것이며, 창을 막는다는 뜻의 '위모(衛矛)'라고도 했다.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잎이 지는 넓은 잎 작은키나무로 다 자라면 높이가 3m 정도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중국과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하며, 전국의 표고 1천700m 이하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추운 데나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나무 모양은 가지가 비스듬히 뻗어 위쪽이 둥그스름하게 된다. 화살나무잎은 마주나는데 타원형 또는 거꾸로 세운 달걀형으로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화살나무의 가을 단풍은 복자기나무, 붉나무 못지않게 화려하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채도가 아주 높은 선명한 빨간색으로 단풍의 색이 매우 고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5월에 피는 꽃은 연한 연두색으로 잎겨드랑이에 두세 개 모여 나는데 아주 작은 것이 앙증맞고 예쁘다. 열매는 10월에 익으며 열매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주홍색 씨가 드러나는데 루비같이 영롱하다. 가지에는 2∼4개까지의 코르크 날개가 붙어있는데, 이 날개는 다른 나무보다 일찍 새순을 틔우는 화살나무에게는 새순을 먹는 초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용 무기라고 볼 수 있다.산에 있는 나물 중에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르는 화살나무 새순은 홑잎나물 또는 홋잎나물이라고도 부르며 부드러운 식감과 향긋한 향으로 인기가 많다. 봄철에 홑잎나물은 겨우내 잃었던 우리의 입맛을 되살려주는데 제대로 맛보려면 매우 부지런해야 한다. 남쪽 지방에서는 3월 말부터 나기 시작해 며칠만 지나도 금방 피어서 억세지기 때문에 부지런한 며느리도 홑잎은 세 번 뜯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새순을 끓는 물에 데쳐 쓴맛을 살짝 우려낸 뒤 청장, 들기름, 깨소금을 넣어 무치거나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무쳐도 맛이 그만이다. 홑잎나물밥도 별미인데 밥이 뜸이 들어갈 무렵 데친 잎을 잘게 썰어 넣으면 된다. 화살나무는 잎과 가지, 줄기를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차로 끓여 마셔도 좋다. 말린 화살나무 어린잎을 뜨거운 물에 3∼4분 우려내서 마시면 혀끝에 남는 은은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이 차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 여성들에게 좋다고 한다. 화살나무는 예로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 가지의 날개를 많이 이용해온 귀한 약재였다. 산후출혈이나 어혈 등을 치료하고 멍든 것을 풀어주는 데 사용했고, 열매는 달여서 고약으로 만들어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썼다. 특히 화살나무 새순에는 퀘세틴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졌다.화살나무속에는 화살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가 많아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회잎나무는 잎, 꽃, 열매 등의 모양이 거의 같으나 단지 가지에 코르크 날개만 없다. 화살나무와 달리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면 털화살나무, 가지에 날개가 없고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면 당회잎나무, 줄기에 사마귀처럼 생긴 코르크 돌기가 보이고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면 회목나무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11-24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징분질욕: 분노를 경계하고 탐욕을 막는다

역에 손괘와 익괘가 나란히 들어있는데 손은 덜어낸다는 의미이고 익은 보태준다는 의미이다. 덜고 보태는 손익은 주로 경제에서 사용하는 단어인데 손은 손해로, 익은 이익으로 인식하여 손은 좋지 않고 익은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경제주체의 차원에서만 보자면 손해가 나면 좋지 않고 이익이 나면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동양의 고전에서 손익은 경제에 국한하여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루고 도덕과 학문을 성취하는 것과 연관시켜 이야기한다. 그중에 분노를 경계하고 탐욕을 막는다는 징분질욕(懲忿窒慾)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손괘에 공자가 하신 말씀이다. 분(忿)이란 성냄이 지나친 분노이며 욕(慾)이란 욕심이 지나친 탐욕이다. 인간은 자기가 좋은 것은 끌어당기고 자기가 싫은 것은 배척한다. 자기가 좋은 것을 지나치게 끌어당기면 이것이 탐욕으로 나타나고, 자기가 싫은 것을 지나치게 배척하면 이것이 분노로 나타난다. 무엇이든 지나침은 해로움을 초래하기 때문에 분노나 탐욕은 신심에 극히 해롭다고 한다. 불가에서도 인간의 근본적 무명(無明)과 그 무명과 무지로 인해 발현되는 탐심과 진심을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해치며 깨달음을 가로막은 삼독(三毒)이라 부른다. 분노는 불기운과 같이 타오르기 때문에 불조심하듯 경계해야 하며 탐욕은 견물생심으로 끊임없이 발동하기 때문에 잘 다스려야 한다. 우리가 받는 심적 스트레스도 잘 생각해보면 이 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좋지 않은 것을 덜어냄은 손해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덜어내야 하니 분노와 탐욕이 대표적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1-20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다음 백년을 상상할 권리

20년간 정책·운영 제대로 했는지되돌아 보면서 변화·혁신 준비현실 절박 할수록 여유 갖고'당대의 결여' 끈질기게 도전인간 고유 권리 제대로 확보해야1999년, 인류는 두 번째 맞이하는 밀레니엄의 삶을 산다는 기대와 동시에, 2000년 1월 1일로 넘어갈 때 날짜와 시각을 다루는 과정에서 드러난 컴퓨터 설계의 오류에 대한 지구적 우려 및 사회적인 파장을 경험했다. 물론, 2000년 이전에 대부분의 국가, 회사나 단체들이 컴퓨터 시스템을 점검, 교체하였기에 막상 1월 1일에는 소소한 일 외에 세계를 흔들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20년을 보냈다.부천문화재단은 2001년에 만들어졌다. 재단은 그간의 햇수로 보면 19년의 시간을 살았고 내년은 우리 나이 셈법으로 스무 살이 되며, 2021년이면 만 20세가 된다. 지난 시간을 더듬어 살펴보니, 설립 당시 재단의 비전은 지구적 트렌드였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개념을 도입한 '세계지향의 문화도시-세계를 지향하는 부천문화재단'이었다. 그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갓 출범하는 재단의 비전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원대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10년이 지난 2010년의 문화재단은 '친절', '따뜻', '시민', '행복', '관심', '소통', '공유' 등의 개념을 근간으로 '문화공동체의 지향'을 비전으로 삼았다. 좀 더 삶터의 가까운 곁을 살펴보는 눈이 생겼던 것 같다. 법정문화도시 지정준비를 시작했던 2014년부터의 문화재단은 '시민참여에서 시민주체로의 변화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질문해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개인은 고유하고 유일하며, 모든 개인은 존엄한 대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 문화재단의 모든 사업을 되돌아볼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부천문화재단은 되돌아보기 위해 오히려 '백년 뒤의 문화정책'을 상상하고 만들어보고자 했다. 대부분의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야 결과가 드러나는 문화정책 또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할 때는 주로 5년 또는 10년 정도를 다룬다. 왜냐하면 당장 요구되는 현안의 해결책 제시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방향 및 예산투여가 가시화되었을 때 비로소 '정책이 실현되었다'고 여기는 관성이 있어서 이 정도의 기간이 적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정책도, 자치단체의 정책도 아닌 기초단위의 재단에 불과한 부천문화재단이 적정한 기간이라고 여기는 5년 혹은 10년을 넘어 굳이 '다음 백년'의 비전을 만들고자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닥친 과제도 많을 텐데 체감도, 예측도 만만치 않은 미래를 그려보겠다는 것은 20년 동안의 재단정책과 운영이 부천의 문화예술진흥과 문화예술생태계를 위해 과연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짚어볼 계기를 찾고, 이 과정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본 탓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면 현재의 조건에 더 집착하기 때문에, 혁신이니 전환이니 하는 말을 버겁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흥미롭게도 사람들에게 백년 뒤를 상상해보라고 하면 오히려 먼 미래여서 시간을 번다는 느낌 탓인지 훨씬 자유로운 상상을 하며 혁신방안을 내놓는다. 또 물리학에서 말하는 시간성을 완전히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당대의 사고수준 정도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의 여부가 미래의 형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그리 큰 어려움을 갖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꾸는 꿈과 상상은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을 결정하고, 미래의 삶을 구성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에 대해 다른 의견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나 지자체, 각 지역에 있는 문화재단들, 그리고 규모와 크기와 상관없이 문화예술단체들 모두에게 '다음 백년의 상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다음 백년을 상상한다는 것'은 현실이 절박하고 시급할수록 생각할 마음의 공간을 갖고, '당대의 결여'를 끈질기게 도전함으로써 인간 고유의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겠다는 의지와 맞닿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다음 백년을 상상한다는 것'을 통해 우리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기후변화 등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구 생명의 공동운명과 인간과 생명 종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을 미리 준비하고, '사람이 우선'이라는 정부정책이 문화기본권과 시민권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힘 있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9-11-17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관기소유: 그 사람의 지나온 바를 보아라

사람의 됨됨이는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나를 배반하기도 하고 별로 큰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나를 도와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됨됨이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큰 기대나 큰 실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잘못 본 대가는 감정의 상처를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도 그렇지만 국가의 운영에서 적임자를 알아보고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지인(知人)'을 강조하였다. 논어에 보면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 사람의 행위를 보고(示其所以) 그 사람의 이력을 살피고(觀其所由) 그 사람이 편안하게 여기는 바를 관찰한다면(察其所安)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찌 숨길 수 있으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찌 숨길 수 있으랴!" 먼저 당장 그가 하는 행위를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착한 일을 하는지 나쁜 일을 하는지, 명예를 추구하는지 돈을 추구하는지, 급하게 처리하는지 느리게 처리하는지 등등을 보고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다음으로는 그동안 지내온 관련 이력을 살펴보면 그 행위가 정상적인 행위인지 일시적인 행위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위를 함에 자연스럽고 편안한지를 살펴본다. 이렇듯 공자는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함에 현재를 보고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는 방법에 대해 밝혀놓았는데 그 사람의 과거 이력도 중요한 판단자료이니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11-13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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