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도사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백성을 부린다

요즈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어떤 정책이 좋은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얼까? 경제적 전문지식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 말고도 인문학적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는 문제이다. 고전에 도(道)라는 글자가 자주 나온다. 道란 길이다. 이 길은 사람들이 오가며 통행하는 길이다. 사람은 오갈 때 길을 통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길은 당위(當爲)의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반드시 행해야 할 그 무엇을 도(道)라고 한다. 길은 서로 연결되어 통해있기 마련이므로 길이 있다면 어디든 목적한 곳에 다다를 수 있다. 그래서 道는 고전에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뜻도 지니게 되었다. 목적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방법이 따르기 마련이다. 일도(佚道)에서 일(佚)이 목적이라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이 도(道)이니 일도(佚道)란 '편안하게 해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정도로 새길 수 있다. 사민(使民)은 말 그대로 백성을 사역하는 것이니 각종 부역과 세금을 의미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세금을 올려서 부세(賦稅)하는 것이 바로 사민(使民)이다. 세금을 자꾸 올리면 백성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런데 맹자는 편안하게 해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세금을 올리면(佚道使民) 비록 힘들어도 원망하지 않는다(雖勞不怨)고 하였다. 그러므로 정부의 정책은 그 목적과 방법이 일도(佚道)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백성들이 자신들이 힘들어도 수긍을 한다고 보는 것이 맹자의 견해이다. 어떤 정책을 낼 때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29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꽃그늘에서

눈물은 속으로 숨고웃음 겉으로 피라우거진 꽃송이 아래조촐히 굴르는 산골 물소리……바람 소리 곳고리 소리어지러이 덧덮인 꽃잎새 꽃낭구꽃다움 아래로말없이 흐르는 물아하 그것은내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러라하잔한 두어 줄 글 이것이어찌타 내 청춘의 모두가 되노조지훈(1920~1968)빛을 가린 물체 뒷면에 생긴 검은 그늘인 그림자(shadow)를 심리학에서는 은폐되고 억압되어 있는 또 하나의 인격체로 말한다. 이른바 '눈물은 속으로 숨고'있지만 겉으로는 '웃음'으로, '우거진 꽃송이 아래' 지나가는 '물소리'로, '꽃다움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자는 겉과 속의 이중성 또는 양면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꽃그늘'은 꽃의 그림자가 아니라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그것에는 억압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송이 꽃도 그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어지러이 덧덮인' 시간을 관통하며 왔는지, 구구절절 알 순 없지만 짐작할 뿐. 마치 당신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 그러하듯, 그것을 '두어 줄 글'을 통해 전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빛나는 만큼 빠르게 지나간 '청춘'을 보면 '꽃그늘' 드리워져 있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27 권성훈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저기, 안에 있어요?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방문 두드린것은 월세 독촉하거나 욕정의 대상을 찾을 때였다그때의 '저기'는 그를 사람이 아닌 사물로 대하는 그저 소리였을 뿐지난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극단 나베의 '예술이 죽었다' 공연이 있었다. '예술이 죽었다'는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이는 28세. 직업은 소설가. 등단한 적은 없으나 신춘문예 심사평에 언급되었고 소설을 쓰고 있으니 소설가라 해도 되지 않을까. 비록 자신이 쓰고 싶은 소설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잡지사가 요구하는 대로 써야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벌이가 신통치 않아 월세는 밀렸고, 냉장고는 비어 있다. 지병이 악화되어 상태가 심각하나 치료는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쓴다. 쓰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처럼.연극은 그의 죽음으로 끝난다. 아니 주검이 발견되지 않은 채 끝난다. 사회에서 밀려나고 밀려나 홀로 고립된 죽음 뒤에 그의 몫으로 남겨진 것은 밀린 고지서 다발이다.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신용카드까지 각종 고지서 다발만이 그가 죽음에 이르는 동안 벌인 사투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밀린 고지서의 두께는 그가 고립된 채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의 두께이다. 그 두께가 두꺼워지는 동안 그의 고립은 깊어 갔다. 짐작했겠지만, 이 연극은 연극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다.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마지막 문장을 남긴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을 이제는 망각하지 않았는지 연극은 묻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예술 활동 수입의 중앙값은 300만원이며 평균값은 1천255만원이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분야는 평균값이 높은 순으로 건축, 방송, 만화, 영화, 음악, 연극, 대중음악, 공예, 국악무용, 사진, 미술, 그리고 문학이다. 문학 분야의 중앙값은 10만원이며 평균값은 214만원이다. 연극분야의 중앙값은 500만원이며 평균값은 1천285만원이다. 연극분야의 경우 '연극인, 우리 스스로의 복지' 실태조사(2017년)에서 1천319만원으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수입에서 연극공연 수입은 351만원이며, 연극공연 외 활동이 385만원, 연극외 예술 활동이 241만원, 예술과 무관한 활동이 393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의 통계들이다.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 문장은 물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지는 문장이다. 단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불안 정도만 담고 있다면 미지의 가능성을 창조할 힘이 그 속에 있으니 스스로의 재능을 갈고닦으라고 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은 생존의 위기 앞에서 '언제까지 꿈꿀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로 그만 탈바꿈하고 만다. 물론 이른바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자성의 문장이 아니라 탄식과 자조의 문장으로 전락하게 되는 배경에는 창작자의 능력과 무관한 사회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며, 그래서 모든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말하는 사회는 얼마나 참혹한가. 적어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그런 답으로 돌아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연극 '예술이 죽었다'의 그는 이야기를 만들다가 그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그가 단칸방에 고립된 채 죽어가는 동안 "저기, 안에 있어요?"라며 그의 방문을 두드린 이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방문을 두드린 '저기'는 밀린 월세를 독촉하거나 욕정의 대상을 찾을 때였다. 그때의 '저기'는 그를 사람이 아니라 사물로 대하는 그저 소리였을 뿐이다. '저기'가 단지 소리에 그치지 않고 이웃에게 말을 거는 감탄사의 '저기'로 복원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죽는 것이 예술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연극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음식을 들고 찾아온 이웃의 말을 그가 끝내 듣지 못하는 비극을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08-26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풍우최납: 바람과 비에 꺾이고 부러진다

올해 학교수업에서 필자가 한 학기 동안 황제내경 강의를 하였다. 주로 기후와 날씨예측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슈퍼컴퓨터로도 알기 힘들고 귀신도 모른다는 날씨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할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능성과 당위성의 문제는 다르다.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오늘 손님이 몇이 올지 몰라도 대략 예정해서 물건을 준비해야 하는 것과 같다. 옛사람들은 기계도 없던 시절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황제내경이란 고전에 보면 그 해 간지(干支)를 활용해 기후를 예측하는 운기론의 방법이 소개되어있다. 2018년은 간지로 무술(戊戌)이다. 우리나라의 늦여름에는 어느 해가 되었든지 후덥지근하기 마련이지만 매해 구체적으로는 서로 다른 기후 현상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늦여름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데 태풍이 오면 피해를 입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황제내경의 운기론에 따르면 태풍이 오고 안 오고를 결정하는 것은 객기(客氣)인데 올해의 늦여름 구간에 찾아오는 객기(客氣)는 바람이다. 그래서 무술(戊戌)년의 늦여름 기후양상을 풍우최납(風雨최拉)이라고 표현해놓았다. 우기(雨期)에 풍기(風氣)가 더해져 나무를 부러뜨리고 가지도 꺾어버리는 양상을 정의한 것이다. 태풍의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22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채송화

불볕이 호도독호독내려쬐는 담머리에한올기 채송화발돋움하고 서서드높은 하늘을 우러러빨가장히 피었다.조운(1900~?)한 여름 양지바른 곳에서 피는 채송화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담벼락이나 산책로에 낮은 자세로 알록달록 수놓는 이 꽃은 볼수록 앙증맞으며, "불볕이 호도독호독" 지나가는 더위 "내려쬐는 담머리에" 고개를 내민 채송화를 눈높이에 맞춰보며 삐죽삐죽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이에 천진난만과 순진 그리고 가련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채송화에 얽힌 페르시아 전설이 전해온다. 페르시아에 사치스러운 여왕이 있었는데, 이 여왕은 보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백성들에게 세금도 보석으로 내라고 할 정도였다. 어느 날 한 노인이 수많은 보석이 담긴 12개의 상자를 가지고 여왕을 찾아와서, 이 보석 하나가 페르시아 백성 한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왕은 상자 안의 보석을 모두 차지하기로 했고, 노인이 보석 하나를 줄 때마다 백성 한 사람씩 사라져 마지막 하나만 남게 된다. 이미 나라에는 백성이 한 명도 없었음에도 여왕은 망설임 없이 남은 보석을 가지려고 상자를 집어 드는 순간 보석과 상자가 터지면서 여왕도 함께 사라졌고, 보석들의 파편들이 떨어져 채송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채송화는 욕심의 굴레 속에 있는 우리에게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살아갈 것을 "빨가장히" 전언하고 있는 줄 모른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20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군자유: 군자다운 선비가 되어라

공자가 제자인 자하(子夏)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군자다운 선비가 되고 소인 같은 선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 진정한 선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인데 과연 진정한 선비란 무엇일까? 선비 '유(儒)'자 속에서 찾아본다. 유(儒)는 '수인(需 )'으로 주역 64괘에 들어있는 수괘(需卦- )에서 본래의 깊은 의미를 만날 수 있다. 需卦는 물 기운이 하늘위에 있는 형상으로 하늘위에 물 기운이 형성되어있는데 아직 내리고 있지 않아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상이다. 생물이 비를 기다리며 살기에 수(需)란 일차적으로 '기다림'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모두들 기다리는 사람이 군자다운 선비의 첫 번째 조건이다. 그럼 두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역에서 상중하(上中下)의 천지인(天地人)은 상천(上天)과 하지(下地) 중인(中人)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동양에서 오랫동안 천지의 가운데 있는 존재라는 우주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자체가 가운데라는 '중(中)'이란 의미를 지닌다. 도상(圖象)으로 가운데에 위치한다는 쉬운 의미에서 중용, 중심, 근본 등등의 깊은 철학성으로 확충되면서 유학의 중(中)사상은 발전을 거듭해간 것이다. 동양철학의 핵심사상의 중(中)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시대에 맞는 중용을 행하면서 동시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바로 선비[儒]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15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꽃덤불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신석정(1907~1974)날이 아무리 뜨거워도 이와 같이 뜨겁게 달아오른 날이 있었겠는가. 일제강점기 35년 억압과 수탈의 폭염 속에서 '민족의 태양'을 다시 찾은 날 '그 어느 언덕'에서나 '거룩한 꽃덤불'로 피고. '그러는 동안'에 자신이 자신을,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린' '떠나버린' '팔아버린'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왜 8월이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 볕에 그을려 있는지 알 것도 같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가'에서 평화와 자유 평등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오롯한 태양'을 저마다 모시고, 이 강산을 푸르게 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반만년 역사의 꽃씨' 속에서 나온 '꽃덤불'이기 때문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13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삼계화택: 모든 세계가 불난 집과 같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류의 문명을 촉발시킨 것이 불의 발명이라지만 요즈음처럼 불이 짜증 나고 무서울까? 기후학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지구는 계속해서 급속하게 가열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여름인데 지구온도의 그래프는 계속해서 우상향(右上向)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다 불이 붙은 것처럼 헉헉대니 삼계화택의 비유가 생각이 난다. 불가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중생이 살고 있는 세계를 삼계(三界)라 하는데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라 구분하기도 한다. 중생은 이 삼계를 윤회하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삼계가 모두 불이 난 집과 같다. 그래서 삼계가 편안하지 못함이(三界無安) 마치 불난 집과 같다(猶如火宅)고 하였다.불은 중생의 한시도 쉬지 않고 들끓는 번뇌를 비유한 것으로 번뇌가 몸과 마음을 태우며 사는 존재가 삼계의 중생이다. 현실적으로도 지금의 지구환경은 인간의 번뇌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 인간의 근본번뇌란 어리석음과 그로부터 발출된 탐심과 진심(瞋心)인데 이 마음에 의해 지금의 지구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역사상 자연주기에 의한 지구 온도의 승강은 있어왔지만 지금의 지구 온도의 상승은 자연주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현대 문명은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주었다. 이미 집에 불은 붙었는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08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시들지 않는 꽃

미美는 언제나영혼의 겨울인 눈앞에 있다.산다는 것은 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안 보는 사람에게 꽃은 없는 것.박희진(1931~2015)우리가 아는 아름다움은 조화와 균형 속에 보여지는 우아미를 말하지만 사실상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미학에서 미란 조화와 갈등으로 빚어지는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의 양상으로서 여러 형태의 미적 아름다움을 말한다. 물론 미적인 것을 발견하는 사람마다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까지 다르게 인식하는데, 바로 아는 것만큼 미적인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현상과 사물을 관찰하더라도 미적인 것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은 직감적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내적으로 무던히 미학의 세계를 궁구할 때, 그 전에 알지 못했던 미적 가치를 판독하게 된다. 미적 깊이가 더할수록 거기에서 파생되는 미감은 심오해지게 마련이며, 자신이 성장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따라서 '미美는 언제나' 존재하는 것 속에 놓여 있으나 '영혼의 거울인 눈'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것. "산다는 것은 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만 봤으면서 모두 본 것 같이 살고 있지 않은가. 오늘도 하나만 아는 것이 다 모르는 것과 진배없음을 모르는, 게으른 당신에게 "안 보는 사람에게 꽃은 없는 것"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달궈진 여름만큼 뜨겁게 성찰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8-06 권성훈

[주종익의 '스타트업']안나 카레니나 법칙

'안나 카레니나'는 '전쟁과 평화'와 함께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시작은 이렇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보통 이 말을 이렇게들 해석한다 "행복하고 잘 나가는 집안은 모두 생각이 비슷해서 화목하고 넉넉하고 걱정도 없고 엇비슷하지만 잘 안 되는 불행한 집안은 그 안 되는 이유가 천차만별이고 말도 많다." 수많은 신문의 칼럼이나 강연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법칙이다. 대부분 정치 경제 사회현상을 설명하면서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비유적으로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다.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법칙으로 소개한 사람은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품이었던 '총. 균. 쇠'의 저자이며 진화 생물학자인 UCLA의대 교수 재러드 다이아몬드이다. '총. 균. 쇠' 9장이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관한 내용이다. 세상에 수많은 동물 중에 가축이 된 동물은 대개 엇비슷하게 몇 가지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가축이 되었지만 가축이 못된 동물들은 가축이 되지 못한 이유가 천차만별로 제각기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인용하면서 Anna Karenina Principle(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라고 소제목을 붙였다. Principle(보통은 Law를 법칙이라 함)을 법칙으로 번역했다. 정말 법칙일까? 법칙이란 말을 붙이려면 어느 경우에나 반드시 그 법칙이 참일 때 만 붙이는 것이다. 가령 뉴턴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에너지 불변의 법칙 등이 한국에서는 참인데 미국에서는 참이 아니라한다면 법칙일까? 안나 카레니나 현상 정도라면 몰라도 행복과 불행에 법칙이라고 붙이기에는 그 정의부터 불분명하다. 법칙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술 더 떠서 최근에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사업의 성공법칙과 실패 요인을 말하고자 할 때 많이 인용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요인은 엇비슷하고 실패한 사람들은 그 원인이 잡다하고 제각각이라는 취지로 결론짓기 위해서다. 그러면 정말로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천차만별이고 가축화한 동물은 엇비슷하고 가축화되지 못한 동물들은 그 원인이 제각각이고 성공한 기업가는 성공 원인이 엇비슷하고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이 천차만별이고 제각각일까? 아니다. 행복한 가정, 가축화된 동물, 성공한 기업가도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 가축화 못된 동물, 실패한 기업가도 엇비슷하며 그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 모두가 제각각이고 천차만별이다. 관점의 차이이다. 보통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총론을 말하니까 엇비슷할 수밖에 없고 부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이유를 설명하고 변명하려니까 총론을 말하지 않고 시시콜콜 각론을 늘어놓기 때문이다.행복한 가정은 "성격이 잘 맞는다고 엇비슷하게 말하지만 이혼하는 부부는 성격차이의 내용을 수도 없이 나열하니 제각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성공한 기업가는 고객의 니드를 잘 맞추어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실패한 기업가는 고객의 니드가 천차만별이라면서 그것을 제각기 나열한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그룹 중에 이베이(e-bay) 사단이라는 것이 있다. 이 사단의 총 대장이 우리나라에 몇 년 전에 방문하여 한국 스타트업을 휘젓고 간 Zero to One의 저자인 피터틸이다. 전기 자동차의 대부 엘론머스크도 이베이 사단의 멤버이다. 피터틸은 그의 저서 제로투원에서 안나카레니나법칙에 대하여 스타트업은 그 법칙과 반대라고 했다.실패한 사람들은 엇비슷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잡다한 제각각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관점을 실패한 사람들은 총론을 말했고 성공한 사람들은 각론을 해결한 사람들이라고 보았다. 성공한 기업가의 강연을 듣고 성공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그 사람이 성공한 것은 그때 그런 생각과 그런 방법으로 성공한 것이다.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사람은 보통 어느 정도 자신을 미화하며 총론만 몇 개 자랑스럽게 말하고 만다. 수능 만점 맞은 학생은 그 비결을 말할 때 뻔한 얘기만 한다. 잠 잘 것 다 자고 수업에만 충실하고 과외는 하지 않고 등등… 총론만 말한다. 오히려 성공하고 싶으면 실패한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여러 개의 문제점들을 모아서 하나하나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더 똑똑한 생각인지 모른다. 그래서 실패에서 배운다는 말을 많이 하고 어차피 스타트업 성공확률이 10% 내외이니까 빨리 의미 있는 실패를 경험하고 그 경험에서 성공의 핵심을 발견하라고 한다. 그리고 실패의 경력이 가장 좋은 자신의 스펙이 된다는 것을 빨리 터득하면 좋겠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8-08-05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욕파불능: 그만두고자 해도 그만 둘 수 없다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일종의 단계가 있다. 그 일을 시작하는 단계가 있고 해나가는 단계가 있고 완성하는 단계가 있다. 시작과 중간과 마무리의 세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이 세 가지 단계가 연속성이 있어야만 어떤 일이든 완성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일 중에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안연은 스승인 공자의 경지에 대해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이 있고 뚫어보고자 하나 더욱 견고하다'고 말하였다. 이만하면 자신의 경지가 높아졌다고 생각해서 스승을 쳐다보니 스승의 경지가 이전보다 더욱 높다는 것이고, 어느 정도 경지를 뚫었다고 생각해서 스승을 쳐다보면 그 경지가 더욱 견고하게 느껴지더라는 뜻이다. 이 정도 되면 포기할만한데 안연은 그 때의 심정을 '그만 두고자 해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해놓았다. 왜 그랬을까?안연은 스승과 같이 되어야겠다는 공부에 대한 진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후대에 주석가들은 이 대목에 대해서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지 않을 수 없고 배고픈 사람이 밥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지경과 같다고 풀이하기도 하였다. 세상에 어떤 종류의 공부든 하다가 포기하는 것은 진심이 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목이 마르면 어떻게 물을 찾는 일을 포기할 수 있을까? 공부가 밀쳐내도 떠나가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욕파불능(欲罷不能)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쁜 일은 이렇게 되기 쉽지만 좋은 일은 어렵다. 금연하려 담배를 밀쳐내도 담배가 떠나가지 않듯이 확 뒤집어서 좋은 일을 이렇게 하면 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8-01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꽃 1

그는 웃고 있다. 개인 하늘에 그의 미소는 잔잔한 물살을 이룬다. 그 물살의 무늬 위에 나는 나를 가만히 띄워본다. 그러나 나는 이미 한 마리의 황黃나비는 아니다. 물살을 흔들며 바닥으로 바닥으로 나는 가라 앉는다.한나절, 나는 그의 언덕에서 울고 있는데, 태연히 눈을 감고 그는 다만 웃고 있다.김춘수(1922~2004)하나의 형상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수많은 상상을 자극한다. 형상이 체험한 것의 실체성이라면, 상상은 유사성에서 오는 심상으로서 이미지가 된다. 이 이미지는 상상을 통해 가공된 것이지만 원본인 형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비 개인 강가에 일렁이는 물결의 파장이 한 송이 꽃잎이 피어나는 것 같이. 동그랗고 작은 물결이 점점 크게 번져가는 형상 속에서 꽃을 상상하고 꽃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물살의 무늬 위에 나는 나를 가만히 띄워'보는 것은 '꽃무늬' 같은 물속에 비친 나의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황黃나비'와도 같이 "물살을 흔들며 바닥으로 바닥으로 나는 가라 앉는다"는 것이다. 상상이라는 '그의 언덕에서' 상상은 '태연히 눈을 감고' 더 많이 '울고' '웃는' 이미지를 불러온다. 김춘수는 여기서 '나'라는 의미의 형상(존재)을 지웠을 때, 수많은 이미지(의미)를 만나게 되는 것을 '무의미시'라고 명명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7-30 권성훈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전전반측(輾轉反側)

어떤 이는 이별로 잠 못 이루고어떤 이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열대야로 잠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다전전반측(輾轉反側)은 걱정거리가 많거나 슬픔에 겨워 누워서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성 사이에 서로 사모하여 항상 마음에 그리다 잠 못 드는 상황을 말할 때 더 많이 사용한다. 씨앤블루(CN BLUE)가 부른 '잠 못 드는 밤'(작사·작곡:이종현·Heaven Light) 노랫말에는 전전반측의 예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는 너를 보던 날 기억이나/신비한 미소가 아직 선명해/날 설레게 해'. 화자의 마음속에는 남은 등불인 잔등(殘燈)이 다 타고 수탉이 울 때까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리운 님의 '신비한 미소'가 기억으로 뚜렷이 남아있다. 찬란한 해 솟는 바다처럼 화자의 가슴은 기쁨에 겨워 한없이 설렌다. '바람에 흩날리듯 번진 꽃향기처럼 스며든' 님을 그리는 애타는 심정을 과연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보고픈 이를 향해서 사모의 정념에 불타는 화자의 심장은 뜨거워져 두근거린다. 그렇게 불면의 밤은 끝없이 지나간다: '두근거려 잠 못 드는 밤 널 그리는 밤 Endless night'.화자는 끓는 피에 뛰노는 가슴을 부여안는다. 그가 밤새워 연인에게 '들려줄' 그리고 '전해줄' 사랑 이야기는 달콤함 그것 자체이다. 연인의 '아이 같은 눈빛'은 별빛처럼 그의 깊은 두 눈 속에 빨려 들어간다. 또한 그의 '늘 같은 자리에 늘 같은 곳' 따뜻한 심장 한가운데에서 연인의 눈빛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뭇별처럼 밝게 빛난다. '뒤척이다 잠 못 드는 밤'을 하얗게 지새고 함께 영원히 곁에 있고 싶은 연인을 향한 그의 가슴은 애가 탄다. 애태울 정도로 연인에 대한 그의 정열은 태양처럼 뜨겁다. 이처럼 오매불망 자나 깨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연인을 향한 연정이 활활 불타고 있다. 이처럼 화자의 전전반측 심정은 너무나 간절하고 애달프기만 하다.김건모가 부른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작사·작곡:김창환)에는 비 내리는 밤에 화자의 전전반측 심경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내 맘 속에 잠들어 있는 네가/다시 나를 찾아와/나는 긴 긴 밤을 잠 못 들것 같아'. 화자의 가슴에는 자신의 연인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지금은 연인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기만 하다. 그런데 갑자기 처량하기 짝이 없는 비 오는 밤이 은밀하게 찾아온다. 그때 그 연인이 화자의 심장 속으로 스멀스멀 다시 다가온다. 화자는 연애 시절 비 내리는 밤에 자신의 연인이 '즐겨 듣던' 노래를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 기타를 치며 불러주곤 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이 그의 귓전에 남아 자신의 연인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창밖을 보면 화자는 '괜시리' 울울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눈을 가만히 감고 잠을 청하려 해도 몸을 뒤척이다 '긴 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 오는 소리에' 화자의 마음은 오직 연인 생각에 흠뻑 젖어든다. 공연히 답답한 마음이 더욱 쓸쓸하고 울적하고 심란하다. 게다가 화자의 '마음속에 가득' 남아있는 연인의 애처로운 '미소만이'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룩주룩 비 내리는 밤에 잠 못 이루며 '지친 그리움'으로 사무친 상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만 간다. 가슴 저미는 생각에 잠기면 잠길수록 화자는 더욱 더 연인과의 극적인 재회 의지에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샘은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다반사이다. 거의 매일 이리저리 뒤척이고 자신의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서 몹시 힘들어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픈 이별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또한 어떤 이는 이글이글 불타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여름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7-29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성환오칠:5와 7로 고리를 이룬다

1년은 4계절이고 한 계절마다 3달씩 있으니 12달이 돌아간다. 올해도 그렇고 내년도 그러니 계속 반복되는 자연의 절도이다. 자연의 반복되는 절도를 보고는 고인들이 여러 가지 도리를 부쳐서 글로 남기기도 하였다. 인간이 변화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자연의 변화에서 깨달아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춘하추동이라는 4계절의 개념이다. 봄여름이 지나 가을 겨울이 오고 다시 봄여름이 오는 반복적인 자연현상에서 우주적 질서란 반복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노자도 도(道)의 운동은 반복이 핵심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반복은 그저 형식적 흐름이 아니라 그 속에 실질적 변화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시간마다 의미를 매겼다. 동양의 고전에서는 봄은 탄생이요 여름은 성장이며 가을은 열매이며 겨울은 감춤이라는 의미를 핵심으로 지닌다. 이 중에 다시 한 번 열매의 계절인 가을로 초점이 모아진다. 봄여름 애써서 경작한 이유는 가을의 수확에 있다는 뜻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과도기적 시기를 예사롭게 보아 넘기질 않았다. 이래서 생긴 것이 삼복(三伏)의 전통인데 삼복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과도기에 배치되어 있다. 천부경에서 '5와 7로 고리를 이룬다'는 말을 삼복과 연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음력기준 절기를 12지지로 볼 때 寅月이 1월이니, 5월은 午월이고 未月은 6월이며 申月은 7월이다. 삼복인 음력 6월은 전반부 6달을 마치고 후반부 6달을 시작하는 과도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6월을 중심에 두고 자연 고리가 생기니 그것이 5월과 7월이다. 지금의 염천(炎天) 삼복은 선천을 잘 마치고 후천을 준비하기 위한 과도기인 셈이니 이 더위를 저마다의 후천을 준비하며 잘 넘겨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7-25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해바라기

나는 갈랫길에 선한 송이 해바라기아침이 오면숙였던 고개를 들고새해를바라보면서지난밤 사연을 호소하리라나는 밤을 보내는한 송이 해바라기눈물로 얼굴을 씻고멀리 바라본다태양이 나의 태양이산 너머에서 돋아오네이은상(1903~1982)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은 하루의 태양을 맞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뜨고 지는 태양 사이로 규칙적인 '한 송이 해바라기'처럼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태엽'에 맞춰져 돌아가고 있다. 누구나 '태양의 시간'이 풀리는 순간 '아침이 오면 숙였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새로운 해를 볼 수 없다. 현존재의 시간은 삶과 죽음이라는 '갈랫길에 선' 위태로운 일상의 연속인 줄 모른다. 따라서 '해'와 '바라기'의 합성어인 해바라기와 같이 인생도 해가 없이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존재 증명을 하지 못하는 것. 7월부터 개화하는 해바라기의 꽃말 '당신을 바라봅니다'처럼 우리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밤을 보내는 한 송이 해바라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태양이 뜨는 것을 밤새 기다려 '눈물로 얼굴을 씻고 멀리 바라'보는 것을 두려 말라. 날마다 '태양이' 그것도 '나의 태양이' 이렇게 '산 너머에서 돋아'나는 것을, 기뻐하고 또 기뻐하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7-23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사독(四瀆)·육요(六曜)는 기혈작용·생체리듬 알 수 있는 중요 부위

사독이란 시냇물에 비유하고 있는 얼굴의 네 군데 부위를 말하는데, 눈 코 입 귀가 이에 해당된다. 물길이 끊겨 고여 있으면 물이 탁해지고 썩듯이, 눈·코·입·귀 또한 길게 이어져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야 좋은 것이다. 만일 이 부위가 맑지 못하고 탁하고 흐리며 지저분하고 물의 흐름이 멈춘듯한 형상을 취하면 좋은 상이 아니다. 기혈작용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이고 생체리듬이 원만치 않아 일에 장애가 있다 보는 것이며, 건강문제도 생겨나게 된다. 귀는 높이 솟고 맑고 윤택하며, 귀의 윤곽이 튼튼해야 귀격이고, 눈은 은은하게 광채를 발하며 빛나고 눈동자의 흑백이 분명하고 눈빛은 널리 퍼지며, 초점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좋은 것이다. 눈동자가 흐릿하고 흰자위로 꽉 차있고, 눈망울이 너무 솟아 있거나 너무 깊이 박혀있거나 눈동자의 초점이 생기를 잃으면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징후이다. 입은 두툼하고 넓고 풍륭하며 좌우 입술이 꽉 다물어져 있고, 기색이 붉고 선명하며 윤곽의 선이 분명하고 뚜렷해야 좋은 입술이다. 입술이 너무 작거나 밋밋하고 쭈굴쭈굴하고 생기가 없으며 다문 입술이 꽉 채워지지 않고 기색마저 어두우면 식복이 없고 자손 복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코는 웅장하고 길게 뻗어 흐르는 물의 형상이라야 좋은 것이고, 눈은 햇살을 머금은 시냇물처럼 은은히 빛을 발하며 흘러야 좋은 것이며, 입은 널찍하고 두툼한 공간을 묵묵히 흐르는 모습이라야 좋은 것이며, 귀는 높은 곳에서 발원하여 아래로 이어지듯 길고 시원하게 뻗어 흐르는 형상이 좋다고 보는 것이다.관상은 형상과 더불어 형체 또한 중요하니 귀는 귓바퀴가 분명하고 젖혀지지 않아야 하며 귓불은 두두룩해야 총명하며, 눈은 길고 야무지고 깊으며 좌우가 균형을 이뤄야 하니 짝눈이거나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오고 흰자위가 가득하면 좋은 형체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입 또한 두툼하고 넓고 풍륭해야 하니 다문 입술은 꽉 채워져야 하며 새가 뜨거나 뒤로 젖혀져있거나 종이쪽처럼 너무 얇으면 좋은 상이라 볼 수 없다. 재물과 경제력의 상징인 코 또한 두두룩하고 높이 솟고 풍륭해야 한다. 콧구멍이 보이지 않아야 재물이 모이며, 콧구멍이 뻥 뚫려 있으면 소비가 많고 사치를 일삼으니 재물이 모일 틈이 없다.육요(六曜)란 얼굴 부위의 여섯 군데를 지칭하는데 양쪽 눈, 양쪽 눈썹 그리고 눈썹 사이인 인당과 눈 사이인 산근 부위를 말한다. 이 부위는 천지를 비추는 햇살처럼 맑고 깨끗하고 초롱초롱 빛나며 광채가 멀리 뻗어나는 듯한 형상을 취하면 좋은 상이라 볼 수 있다. 형제나 친구 등의 덕의 유무를 알 수 있는 눈썹은 길고 가지런하고 수려하고 깨끗해야 귀격인데, 이런 사람은 형제 친구의 덕이 있으며, 따르는 무리가 많으니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일에 종사하여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썹 털이 듬성듬성 났거나, 중간에 끊어지고 길이 없는 야생지처럼 빽빽하게 엉켜있거나, 눈썹 사이가 너무 바짝 붙어있으면 좋은 상이 아니니 이런 사람은 성격이 급하고 냉정하고 잔혹하며 형제간에 우애도 없을 뿐 아니라, 친구 지인 등에게도 해를 당하거나 해를 끼치게 되는 일이 자주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 마음의 거울, 마음을 담은 그릇이라 표하고 있는데, 해와 달의 형상으로 비유하니, 눈은 맑고 밝게 빛나며 광채가 은은히 퍼져나가야 좋은 눈이라 할 수 있다. 눈빛이 흐릿하고 지저분하고 어둡고 탁하며 초점을 잃은 형상을 취하면 운기가 막혀있다는 징후이다. 산근은 41세 운이 시작되는 눈과 눈 사이 코 뿌리가 있는 부위로 주로 건강 상태를 보는데, 이 부위가 맑고 선명하고 윤택해야 건강한 사람이며, 주름이 지고 기색이 어둡고 밋밋하고 패이거나 흠결이 생기면 질병으로 고생하게 된다. 인당은 28세 운을 주재하는 곳으로 눈썹 사이를 말하는데, 적당히 뼈가 솟고 기색이 맑고 빛나며 두두룩해야 귀격으로 본다. 인당은 얼굴의 중심지로 마치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교차로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인당에 붉은 반점이나 짙은 먹구름 같은 기색이 몰려오거나 상처나 흠결이 생기면 문서장애가 생기며 현재 하는 일이 막혀있다고 보는데, 현재의 명운이 어떤지를 알고자 한다면 인당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8-07-22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포관격탁: 관문을 지키고 목탁을 친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가 만든 자리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그 자리에 상응하는 녹봉에도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다. 보통은 길가는 이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높은 자리와 많은 녹봉을 원한다고 대답할 것인데, 맹자는 높은 자리와 많은 녹봉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의 목적이라고 보았다. 포관격탁(抱關擊柝)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성어다. 포관(抱關)에서 관(關)은 성문 등의 관문을 말하는데 포관이란 관문을 지키는 사람을 뜻한다. 격탁(擊柝)에서 탁(柝)은 밤에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치는 목탁으로 격탁(擊柝)은 야경꾼을 뜻한다. 둘 다 낮은 직급의 관리로 녹봉도 적은데 이런 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함을 말한다.맹자는 고위직 벼슬을 맡아 조정에 들어가 활동하는데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올바른 정치가 행해짐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또 그것이 행해지지 않을 것 같으면 높은 자리를 사양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하였다. 그 대신 생계는 꾸려야 하니 지위도 낮고 녹봉도 적은 자리에 거처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신의 목적이나 능력과 어울리지 않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 반드시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후유증이 생긴다. 정당하고 원대한 목적이 분명하지만 여의치 않을 땐 포관격탁(抱關擊柝)도 한 방법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7-18 철산 최정준

[조성면의 '고서산책']전국의 주요 고서점들

대형서점·인터넷서점 공세…시민 무관심에 고서점 고사 위기책바보들 충정만으론 지탱 어려워헌책방도 문화라는 인식전환과유관기관들의 정책적 지원 절실책에 미쳐 사는 바보들―곧 간서치(看書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자기 집 서재와 헌책방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전철도 책바보들에게는 최적화한 독서 공간이다. 적당하게 흔들려주는 전철 안에서, 졸거나 스마트폰 외에는 딱히 할 일도 없는 시간 동안의 책읽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집중을 요하는 고도의 독서를 하고자 할 때 전철 독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실 독서는 자기만족을 위한 도락이면서 동시에 자기완성과 세상을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한 선비가 책을 읽으면 혜택이 사해에 미치며 그 공이 만세에 드리운다(一士讀書 澤及四海 功垂萬歲)"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독서론은 독서에 숨겨진 참의미를 일깨워주는 경책 같은 선언이다. 그러나 팍팍하고 고단한 인생살이와 세상의 시비 다툼 속에서 살다 보면 연암 유의 경세적 독서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책 보고 헌책방 순례하는 일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은 괜찮은 인터넷 고서점들이 많아서 온라인 순례도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직접 책방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에 비할 바 못된다. 전국 도처에 유서 깊은 헌책방 또는 고서점들이 있다. 우선 인사동 고서점의 명맥을 잇고 있는 통문관과 승문각 그리고 화봉문고와 동양문고가 대표적이다. 또 부산 보수동 거리의 헌책방들을 비롯해서 삼례의 호산방, 인천의 아벨서점, 신촌의 공씨책방, 수원이 자랑할 만한 남문서점과 오복서점, 화성시 팔탄면의 고구마, 천안의 갈매나무 서점과 뿌리서점, 대구의 합동서점과 월계서점 등은 책바보들이 즐겨 찾는 탐방처다. 이 밖에도 방방곡곡에 좋은 서점들이 즐비하나 일일이 소개하는 것이 요령부득이라 생략한다.최근에 다녀온 서점 중에서는 오산의 명물 아사달 서점이 머리에 남는다. 오산역에서 북쪽으로 5~10분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중원 사거리 지하차도 옆에 자리한 작은 서점인데 눈대중으로 따져 10만 권은 돼 보이는 헌책들이 빼꼭히 쌓인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공자나 수집가들에게는 양에 차지 않을지 몰라도 인정이 넘치는 곳이다. 모든 책 가격이 거의 다 1천원이라 저 돈을 받고 어떻게 서점이 유지될까 염려될 정도로 값이 헐하다. 책을 팔기보다는 책을 나누는 곳에 가까울 만큼 헐한 책값도 놀랍지만, 이영열 사장님의 인품이 보살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책을 나누는 것이다. 노모를 모시며 의정부에서 오산을 오가는 효성과 노고를 십수 년째 다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마다 드링크를 나눠주고, 여러 권을 사면 1천원짜리 책값에서 가격을 더 빼준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일이 따로 있다. 주인장의 풍부한 독서량도 그렇지만, 그는 엄연한 현역 작가―장르문학 전문가다. 단편소설 '어느 세기의 대마술사 이야기'(1996)로 등단하여 최근에는 장편소설 '나는 김구다: 치하포 1896, 청년 김구'(2017)를 발표했다. 백범의 재해석, 재조명이 흥미롭다. 책은 그 나라, 그 민족의 수준과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또 문화의 중핵이다. 180여 개의 고서점이 밀집해 있는 도쿄의 '간다 고서점가', 베이징의 유리창(琉璃倉)거리, 옥스퍼드 · 피렌체 · 마드리드 · 파리 등 대도시에 산재해 있는 유럽의 고서점들과 그곳에서 취급되는 고서들은 그 나라의 문화역량과 도서문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얼마 전 서울의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공씨책방이 높은 임대료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신촌을 떠나 성수동으로 이전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들의 공세 그리고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지금 우리의 고서점들은 고사의 위기를 겪고 있다. 책바보들의 높은 충성도 만으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 고서는 물론 헌책방도 하나의 문화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유관기관들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7-15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언상방: 말 한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한다

말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마음이 진실하다면 그 말에는 그 마음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모든 성현들이 말을 중요하게 여겼다. 말은 마음에 담고 있는 말도 있고 입 밖으로 나온 말도 있다. 본질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사회성을 띠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사회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논어에는 그런 대표적인 사람을 임금으로 보았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일에 결정적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한 번 입 밖으로 의사를 표출하면 그것이 법이 되고 국민의 삶을 결정한다.그런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말은 결국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이란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이요 의지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는 정공(定公)의 '한 마디 말'에 관한 질문에 마음의 차원에서 대답을 하였다. 임금의 마음에 들어있는 한마디는 나라를 망하게도 하고 흥하게도 하는데 그것은 곧 마음이다. 나라를 흥하게 하는 한마디란 '위군난(爲君難)'이요 나라를 망치는 한마디는 '막여위(莫予違)'이다. 임금 노룻이 어려운 것이라는 뜻의 '위군난(爲君難)'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고 내 말에 어기는 자들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 '막여위(莫予違)'는 나만 생각하는 독재의 마음이다. '막여위(莫予違)'를 품고 정치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7-11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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