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형화무연: 반딧불에는 연기가 없다

공자가 길을 가다가 수레 앞에 어린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는 수레를 멈추었다. 노는 아이들 가운데 유독 조용히 있는 아이가 공자의 눈에 들어왔다. 7세 아이와 공자의 문답이 시작되었는데 천부적인 영민함이 있는 아이였다. 천지만물의 이치와 인륜과 정치 등에 관한 문답이 이어졌는데 공자가 묻고 아이가 대답하는 형식이다. 공자가 묻는다. "천하를 어찌하면 평치(平治)할 수 있겠느냐?" 그러자 아이가 답한다. "천지를 둘러보면 산이 높고 물이 깊으며, 사람을 둘러봐도 부귀한 자와 빈천한 자가 있는데 어떻게 평치(平治)할 수 있겠습니까? 산이 높지 않고 평평해지면 짐승이 살지 못하고 물이 깊지 않고 평평하면 물고기가 뛰놀지 못합니다."공자가 다시 묻는다. "어찌하여 물고기가 살지 않는 물이 있고 연기가 없는 불이 있느냐?" 동자가 답한다. "우물물에는 물고기가 없고 반딧불에는 연기가 없습니다." 형화무연(螢火無煙)이란 말 그대로 밝은 빛을 발산하면서도 연기가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어찌 보면 지금 4차 산업을 말하는 현대에서 화두로 삼는 에너지정책을 대변한다. 매연(煤煙)이 없는 화력(火力)을 경제논리의 차원에서, 또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고인들이 말해왔던 후천(後天)은 그런 일을 해내야하는 시대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6-20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추입애하(墜入愛河)

추입애하(墜入愛河)는 사랑의 강물에 빠지다는 뜻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조선 최고의 명기이자 시인인 황진이, 조선 중기 문신이자 풍류시인이고 대제학 벼슬을 지낸 소세양, 두 사람의 운명적 추입애하 로맨스는 한 달 간 계약 동거의 뜨거운 인연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황진이 러브 송으로 부활한 명곡이 바로 이선희가 부른 '알고 싶어요'(작사·양인자, 작곡·김희갑)이다. 이 가사는 연인을 향한 추입애하의 연정을 드러낸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내가 많이 어여쁜가요…/연인이 속삭이는 애절한 사랑의 밀어가 어쩜 이토록 아름다울까. 화자는 연인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추입애하에 빠지면 빠질수록 상대방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진다. 연인이 떠난 후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진심으로 확신하는지 연인에게 묻는다. '달 밝은 밤에' 생각하고 꿈꾸고 눈물 흘리며 일기장에 작성하는 대상이 도대체 누구인지 사랑을 재확인하고 싶어한다. 또한 화자는 애교도 철철 넘칠 만큼 매우 현대적 여성 이미지로 부각된다.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사랑의 강물에 풍덩 뛰어든 추입애하의 감정이 연인의 가슴에 흐르면 애정은 변치 않는 법이다. 연인을 향한 화자의 풋풋하고 싱그럽고 애틋한 로맨스가 심장을 마구 뛰게 한다.걸 그룹 마마무가 부른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작사·박건호, 작곡·이범희) 노랫말엔 사랑의 바다에 빠졌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어느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립고 그리운 그대는 내 전부/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없어/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모두 그대의 이야기/이 마음 다 바쳐서 좋아한 사람인데/이룰 수 이룰 수 없는 없는 사랑을 사랑을/어쩌면 좋아요…/ 가사 속 등장인물 소녀는 애하(愛河)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인생 절반은 연인에게 있고 나머지 절반도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전부'인 연인을 그리워하며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녀가 직면한 문제는 연인이 자신을 '모른 척' 하고 있는 점이다. 소녀의 일방적인 사랑 고백에 연인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현실적 장벽에 소녀는 억장이 무너진다. 더 나아가 '모든 게' 자신만의 '욕심'은 아닌지 자책한다. 사랑의 암초에 봉착한 소녀! 자신의 '마음 다 바쳐' 알파와 오메가 사랑의 바다에 투신한 소녀! 추입애하의 구구절절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현실에 무너지는 소녀의 슬프고 애잔한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싶다.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추입애하 사건도 매우 극적이다. 첫눈에 반해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결혼식을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 두 사람 모두 자살로 비극적 생애를 마감한다. 그러나 두 연인의 세기적 추입애하 로맨스는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된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6-18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해영복겸: 꽉 차면 손해를 주고 겸손하면 복을 준다

겸손하면 복을 받고 교만하면 손해를 당한다는 말이 있고, 주역에도 겸손을 의미하는 겸(謙)이란 괘가 있다. 그 괘에서도 꽉 차있으면 손해를 당하고 겸손하면 복을 받는다고 하였다. 교만의 만(滿)도 꽉 차있다는 뜻인데 꽉차있다는 것이 왜 좋지 않을까? 우리는 다들 통장을 꽉 채우고 싶어 하는데 왜 채우는 것이 해를 줄까? 그래서 다시 겸괘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겸괘의 겸(謙)은 겸할 겸(兼)에 말씀 언(言)으로 구성된 글자이다. 겸(兼)한다는 것은 아우른다는 뜻이다. 음양을 아우른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 겸손이며, 음양작용의 이치상 해영복겸(害盈福謙)이라는 것이다.사람의 자만(自滿)은 바로 나 이외에 다른 대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부리는 교만심이다. 빈부(貧富)로 따지면 부유한 자가 가난함에 대해 아울러 배려하지 못한다거나, 지우(知愚)로 따질 때 아는 게 많은 자가 어리석음에 대해 성찰하고 배려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모두 자만이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음양(陰陽)의 이치로 설명하여 어느 한 편으로 궁극에 이르는 것을 경계한다. 음이 양을 바라는 것은 자기에게 양이 없음을 알기 때문인데 자만하게 되면 자기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모르게 되고 이것이 자기가 자초하는 손해로 이어진다. 내가 일상에서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손해도 이런 면에서 보면 나의 자만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6-13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우리나라 숲의 대표주자 서어나무

나무마다 새순을 터트리며 아름다운 연두빛 신록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더니 어느덧 숲 속에는 봄의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덜어내고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높다랗게 솟아오른 나무 사이로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진한 초록의 물결이 빡빡한 일상의 시름을 제대로 잊게 해주는 곳이 있다. 포천 광릉숲이다. 광릉숲 소리봉 주변은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천이과정을 거쳐 야생의 환경에서 자라는 서어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이 서어나무 군락지는 국내 하나뿐인 천연학술보전림으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숲은 자연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그 모습이 변해간다. 숲은 식물이 없는 나지에서 시작해 이끼나 곰팡이 같은 지의류나 선태류가 나타나고, 냉이나 망초 같은 1, 2년생 초본류가 자라난다. 여기에 다년생풀과 키가 작은 관목류가 나타난 후 햇빛을 좋아하는 큰키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큰키나무의 순서대로 나고 자란다. 이 같은 천이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극상림을 이루게 되는데 서어나무는 온대 중부 활엽수림에서 볼 수 있는 극상림 중 가장 대표적인 나무이다. 서어나무는 자작나뭇과에 속하는 갈잎 큰키나무로 높이 15m, 직경 1m까지 자란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고루 분포하며, 춥고 건조해 척박한 곳에서도 아주 잘 자란다. 서어나무는 새잎을 틔울 때 숲에서 단연 돋보이는데 모든 나뭇잎들이 파스텔 톤을 이룰 때 진한 붉은 색이 돌다가 주황색, 연한 녹색으로 변화한다. 가을의 단풍 또한 멋스럽다. 노랗지도 아주 붉지도 않은 은은한 색감으로 가을 숲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있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겹톱니 모양이다. 꽃은 4∼5월에 잎보다 조금 먼저 피는데 화려한 꽃잎이 없어 꽃 인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꼬리모양 꽃차례로 무리지어 피는데 수꽃은 지난해 가지에서, 암꽃은 어린가지 끝에서 핀다. 10월에 익는 열매는 넓은 달걀모양이며 손가락 하나 정도 길이의 늘어진 이삭 안에 들어있다. 수피는 모양이 매우 독특한데 회색에 검은 얼룩이 섞여 있으며 세로로 요철이 있어 울퉁불퉁하다. 서어나무 이름의 유래는 한자로 '서목(西木)'을 우리말로 '서나무'라고 했다가 발음이 자연스러운 서어나무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어나무의 속명은 카르피누스(Carpinus)인데 켈트어로 나무를 의미하는 '카'와 머리를 뜻하는 '핀'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로 불린다. 또 서어나무는 수피가 마치 잘 다듬어진 보디빌더의 근육을 닮아 서양에서는 '머슬트리(Muscle tree)' 즉 '근육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어나무는 결이 치밀해 비교적 단단하고 탄력성이 좋지만 잘 쪼개지지 않는다. 또한 표면이 고르지 않아 이용이 제한적이었는데 농기구의 자루나 기구재, 방직용 목관, 피아노의 액션 부분에 쓰였고, 표고버섯 재배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광릉숲 서어나무 군락지에는 특별한 곤충을 볼 수 있는데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다. 곤충들은 아무 먹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각자 먹이식물이 있는데 장수하늘소는 오래된 서어나무를 먹고 산다. 유충이 죽은 서어나무를 갉아먹고 자라기 때문에 광릉의 서어나무숲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6-11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선행무적: 길을 잘 가는 사람은 자취가 남지 않는다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에는 발자국이 남고 차가 다닌 길에도 자국이 남는다. 진흙길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아무리 말조심하는 사람이라도 내뱉은 말에는 조그만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계산을 하고 술수를 부리더라도 주판에 그 사용 흔적이 남는다. 줄로 아무리 꽁꽁 잘 묶어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노자는 이런 일체의 현상을 보고는 자취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마음껏 다니고 싶은 반면 어떤 길의 경우는 자취를 남기기 싫어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 말이 남긴 실수는 지우고 싶어 한다. 음모를 꾸미고 계산을 잔뜩 해놓고는 그런 흔적을 남기길 창피해한다. 사람들과 탄탄한 인연을 잔뜩 맺어놓고는 어떤 시기가 오면 관련된 속박을 벗어나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연의 줄을 잘 묶어놓으면 풀 일도 없다. 잘하는 말은 흠이 남지 않는다. 더 나아가 계산이나 술책을 잘 부리는 사람은 주판을 쓰지 않는다. 길은 잘 다니는 사람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지족(知足)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다. 이걸 알면 욕심과 그 결과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가지 않아야할 길을 가지 않는데 어떻게 그 길에 나의 자취가 남겠는가? 그러니 당연히 지우고 싶은 일도 없다. 이것이 선행무적(善行无跡)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6-06 철산 최정준

[고영직의 여시아독(如是我讀)]눌변의 힘

사회학자 김찬호의 '눌변'은 회복력에 관한 책이다. 다시 말해 나를 나이게 하고,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회복력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사회학자로서 성실히 자문자답하려는 사유와 성찰의 여정을 보여주는 칼럼집이다. 지난해 출간되었으나, 대선 이후 사회 전 부문에서 공론영역의 공공성과 더불어 우리 안의 회복력 복원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진 지금·여기에서 읽혀져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정치적이라는 것, 즉 폴리스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힘과 폭력이 아니라 말과 설득을 통하여 모든 것을 결정함을 의미한다"는 한나 아렌트의 언명처럼, 리셋 대한민국을 위한 사유와 성찰에 충분히 값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선 이후 우리 사회의 회복력은 말과 설득을 통해 비정상성에 대한 저항을 수행하는 동시에, 정상성에 대한 저항의 과정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김찬호가 말하는 눌언(訥言)의 미덕은 적잖은 신뢰를 준다. 갈수록 나만 옳다는 확언의 수사학이 아니라 판단유보 능력이 요청되는 탈근대적 지성을 위한 방편으로써 눌언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 인간이 발견한 진리는 언제나 부분적이고 가설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내 안의 과도한 자기애를 극복하고, 허약한 정체에 대한 두려움 또한 넘어서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김찬호의 이러한 신중한 제안은 협력을 위한 의례로서 대화적 대화(dialogic coversation)의 방법을 강조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주장과도 통한다. 대화적 대화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대화"를 말한다. 그런 대화적 대화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감보다는 감정이입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 타자에 대한 단정적 태도를 삼가고, 영어의 'as if'처럼 가정법을 사용하자고 세넷이 제안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다시 말해 '내가 너라면'이나 '아마 나라면' 같은 식의 어법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눌언의 힘을 강조하는 '눌변' 또한 대화적 대화의 원리에 충실한 책이다. 눌변(訥辯)의 사전적 의미는 "서툴게 더듬거리는 말솜씨"를 뜻한다. 시쳇말로 '고구마'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눌한 말솜씨를 의미하는 눌변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사안이든 간에 속 시원한 '사이다' 맛을 연상시키는 쾌도난마식 확언의 수사학을 더 선호한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언행을 둘러싸고 고구마 논란이 그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김찬호의 '눌변'은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의미하는 대화적 대화와 협력의 의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나는 특히 새로운 '창의한국'을 위해서는 놀이와 예술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적극 모색함으로써 공생의 사회로 가는 율동과 리듬이 창조되리라는 저자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이 '눌변'을 통해 말하는 자의 인격뿐만 아니라, 들음에도 인격이 있다는 점을 배웠다. 우리는 좀처럼 현상 너머를 성찰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는,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성찰하고 사유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좋은 벗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의 자아와 너의 자아가 만나 유대를 맺는 능력이 중요하고, 서로의 내면을 연결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책이라는 점을 당신도 느끼게 될 것이다./고영직 문학평론가고영직 문학평론가

2017-06-04 고영직

[손경년의 늘찬문화]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

유엔은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MSGs)'를 2015년에 종료하고, 뒤이어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채택하였다. 이행기간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이며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를 설정하였다. 빈곤퇴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8개 목표로 구성된 MSGs에 비해 17개의 목표로 구성된 SDGs는 국가 간 합의와 주요그룹의 참여로 '빈곤퇴치를 넘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의 길 추구'라는 점에서 보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국제사회 실천의제는 국가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실천적 이행이 요구되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타 정책과 더불어 문화정책에서도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SDGs의 목표 중 '모든 국가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 보장, 웰빙 증진',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형평성 있는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교육 기회증진', '성평등 달성 및 여성, 여아의 역량 강화', '지속적, 포괄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포용적인, 안전한,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정주 공간 조성',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패턴 확립',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환경 구축'등은 문화정책 지표와 과제수립에 있어서 연관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산 대비 사회적 취약계층 문화향유 예산', '문화다양성 지원 예산', '사회적 취약계층의 문화권 보장을 위한 재정지원확대', '문화예술인 사회보장 및 세금관련 정책', '노동시간 감축, 연차유급휴가제도 개선', '무장애문화시설 및 서비스 지원', '생애주기별 문화·여가 정책 확대' 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제공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참여', '문화정책과 교육정책을 결합한 인재양성계획', '예술부문 전문교육인력확보 및 처우개선'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공공문화기관의 여성임원 비율', '모성보호기간 보장', '성인지적 교육 실시', '양성평등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양성평등을 고려해야 하며, '문화콘텐츠산업의 창조적 생산을 위한 제반 기능 도입', '문화콘텐츠산업 등 창조분야 창업 촉진 및 중소기업 지원', '산업의 문화화와 예술의 산업화'를 고려함으로써 고용과 산업영역의 안정화를 살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조례 제정 및 진흥계획수립', '문화영향평가 참여', '문화적 재생을 위한 문화도시 사업 확대추진',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 및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법·제도적 환경 개선', '생활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미디어센터 활성화', '문화권·표현의 자유', '공공문화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환경 및 행정체계 구축' 등의 고려는 새 정부 공약사업의 실천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앞으로 새 정부는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이행과 함께 SDGs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전략 및 과제를 제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지속가능한 문화정책' 수립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5-28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욕속부달: 성급히 하고자하면 달성할 수 없다

공자 제자 중에 자하(子夏)는 공자 사후 제자양성을 하면서 위(魏)나라 문후(文侯)의 스승이 되기도 하였는데 자식이 죽자 눈물과 슬픔에 겨워 눈이 멀 정도로 인정이 깊었다. 자하가 노나라의 거보라는 한 읍을 맡아서 정사(政事)를 도모할 때 공자에게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성급히 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 성급히 하려고 하면 뜻하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큰일을 성공할 수 없다." 이 말은 자하뿐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누구든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하는 마당에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런 욕구에 비례해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과 운이 따라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때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고, 노력이 더 들 수도 있고, 운이 더 따라줘야 하는 수도 있다. 이런 순리적인 흐름을 타고 갈 각오를 하게 되면 적어도 지나치게 성급한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 또 당장의 작은 이익만 보지 말고 멀리 보고 계획을 짜야 대국적인 차원의 일이 이루어진다. 나라일도 마찬가지이니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 정부에게도 이런 점을 기대해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5-23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가정백반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가정백반은 집에 없고상가 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집 밥 같은 가정백반은 집 아닌 남원집에 있는데집에는 가정이 없나밥이 없으니 가정이 없나?혼자 먹는 가정백반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대모산이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신달자(1943~)21세기 가정은 2000년대를 경유하면서 '빠름의 즉시성'과 '불안전의 불규칙성'으로 다원적인 구성원 간에 가족이 재편성되면서, 이른바 독거가족이 탄생되었다. 혼자 먹고 마시는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는 이들이 만들어낸 '쓸쓸한 존립의 세계'를 지배적으로 보여준다. 거기에 가족 간에 남녀의 역할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면서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면 남성과 여성의 일을 나눈다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그것은 현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외부 세계와의 조우와 파생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집 앞 상가' 어느 곳이든 한상 차려진 '가정백반'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혼자 먹는 가정백반'은 자본 아래 가족의 이산과 분열이 아니라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을 섭취하면서 '꾸역꾸역'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혼자만의 여유가 아니겠는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신달자(1943~)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5-21 권성훈

[주종익의 스타트업]스타트업의 속성-1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신과 물체(육체)라는 이원론을 주장 했는데 스타트업 구조도 똑같다.스타트업=정신+육체로 되어있다. 정신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고 육체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다. 기업가 정신의 기자는 기(企)가 아니라 기(起)다. 이는 Startup의 UP과 같다.기업가 정신은 강한 정신력을 기르는 '정신의 힘줄 기르기' 즉 정신 짱(얼짱·몸짱 비유)이되는 것이고 린 스타트업은 유도의 낙법과 같이 절벽에서 뛰어내려도 다리 부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스타트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도전 정신과 아무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기법을 필요로 한다.돈도 없고 경험이나 지식도 없는데 어떻게 스타트업을 하느냐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자주 받는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속성을 모르니까 답답해하는 것이 당연하다.스타트업이라는 말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속성을 포함하고 있다.첫째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PM/Fit(Product market fit)이다. 옷을 구입할 때 맘에 드는 옷은 반드시 입어보고 구입한다. 제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말짱 헛일이다. 이때 우리가 옷을 입어보는 곳이 피팅룸이다. 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요구사항과 맞지 않는 것은 제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구입을 하지 않는다. 가장 바보 같은 짓이 고객의 요구사항과 관계없이 자기 생각대로 물건을 만들고 돈 들여 광고하고 망하는 사람이다. 망하는 사람들은 기술이 모자라서 망했다고 생각들 하지만 사실은 고객이 없어서 망하는 것이다.둘째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없는 것과 있는 것이 있다. 없는 것은 돈·지식·경험이다. 이 3가지가 다 있는 사람이 자기 사업을 한다면 그것은 스타트업이 아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대학생들에게도 스타트업을 권유할 수 있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까 투자자에게서 필연적으로 투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자의 검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자기 돈을 아무런 담보나 보장도 없이 생으로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도 오만 가지 기법을 동원해 두드리고 두드려 투자를 한다지만 이들도 투자의 50% 정도는 날린다.K-Startup은 아이돌(Idol)들의 등용문인 K-Pop만큼이나 피나는 경쟁을 뚫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들에게는 고객이 누구인지 시장이 무엇인지 경쟁자가 누구인지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정말로 아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하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귀인을 만나야 성공할 수 있다. 좋은 멘토다.그리고 있는 것 3가지가 의지(똥 고집)·열정·끈질김 이다. 의지란 비록 우리 젊은이들은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지만(하이데거-독일 철학자) 그래도 세상을 한번 뒤집어엎는 일을 해보겠다는 똥고집 같은 오기가 스타트업을 하는 젊은이에게는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똥고집이 없으면 그냥 조직에 잘 동화하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취업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다.이 세상에는 돈을 주는 사람이 있고 돈을 받는 사람이 있다. 스타트업은 주는 사람이고 취직을 한 사람은 돈을 받는 사람이다. 주는 사람이 더 어렵고 힘들지만 보람은 더 크고 인류에게 더 많은 공헌을 한다.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테슬라, 우버, 에어비앤비 모두 세상을 뒤엎어보겠다는 데서 시작한 기업들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7-05-21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이신사순: 신의를 이행하고 순리를 생각한다

사람들이 보통 표현하는 좋고 나쁨을 주역에서는 길흉(吉凶)이나 이해(利害)로 이야기한다. 길흉(吉凶)과 이해(利害)는 득실(得失)과 관련해볼 때 비슷한 개념이지만 길흉은 이해에 비해 좀 더 포괄적인 표현이다. 길(吉)이 행위의 명분을 얻어 적당함을 보장하는 표현이라면 이(利)는 그 결과로서의 성과를 지칭하기도 한다. 주역에는 이 둘을 아우르는 점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길무불리(吉无不利)란 표현인데, 길(吉)할 뿐 만 아니라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최고의 극찬이다. 그런데 이 점사에 대해서 공자는 그 이유를 이신사순(履信思順)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신의를 이행하고 순리를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최고로 좋다는 것이다. 정말 신의를 이행하고 순리를 생각하며 살면 그렇게 좋을까? 우리의 몸 구조를 보면 머리는 하늘을 향해있고 발은 땅을 밟고 있다. 머리로는 하늘을 생각하고 발로는 땅을 밟고 다닌다. 하늘에서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차례에 따라 기후가 펼쳐지고 땅에서는 그에 발맞추어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생명활동이 진행된다. 하늘을 생각해보면 춘하추동이 단 한 번도 역행(逆行)하지 않고 순행(順行)함을 깨닫게 된다. 땅을 밟고 다니다보면 하늘을 따라 생장수장(生長收藏)이라는 생명활동을 이행하고 있음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하늘과 땅의 가운데 살면서 하늘을 보니 사순(思順)을 안할 수 없고 땅을 밟다보니 이신(履信)을 안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생각과 실천을 천지의 도리에 따라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하늘도 돕고 사람도 도와 길무불리(吉无不利)가 된다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5-16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때로는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는 함의가 담겨있다. 인생사 자체가 수많은 장벽의 연속이다.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깊다면 쉽게 포기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강인한 의지를 갖고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면 누구든지 성취할 수 있다. 이 같은 우공이산의 은유적 예가 파주 출신 YB 윤도현이 부른 '나의 작은 기억'(작사:윤도현 작곡:강호정) 노랫말에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린 시절에 뛰어 놀던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가 보았지만/내 친구 하늘소도 집게벌레도 온데 간데 없고/남은건 커다란 쓰레기 더미/.../서로의 관심 속에서 하나 하나 고쳐 나가면/언젠가는 다시 찾을 수 있을거야/. 자연은 인간의 소중한 자산이자 보물이다. 또한 미래 후손에게 물려줄 인류의 유산 목록 제1호이다. 하늘소와 집게벌레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은유이다. 그런데 화자가 어릴 적 보았던 그 곤충들이 지금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있다. 마냥 뛰어 놀던 그 자리에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온통 '쓰레기 더미' 뿐이다. 화자는 현대사회의 환경오염과 파괴의 심각성을 고발함으로써 인간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더 나아가 자연 보존과 관리 노력으로 하늘소와 집게벌레 등 생태환경을 '언젠가는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관심 속에서' 뚜벅뚜벅 우공이산 믿음을 토대로 생태환경 복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화자의 절절한 외침이 들려오는 듯싶다.그룹 코요태 멤버인 인천 출신 신지가 부른 '해뜰날'(작사:송대관, 김태희 작곡:신대성, 김진훈) 가사에도 우공이산의 상징적 예가 드러난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안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힘들 땐 잠시 쉬어도 돼/널 사랑하는 그 품에 안겨/울어도 돼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 하나 갖고 있다면/날아올라 꿈꿔왔던 하늘 끝까지/.../불가에서는 사람이 반드시 네 가지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그것이다. 이 중 '생로' 과정에는 사람의 칠정인 희로애락애오욕(기쁨,분노,슬픔,즐거움,사랑,싫음,갈망)이 포함된다. 위에서 인용한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는 슬픔, 분노의 괴로움, 걱정, 힘듦 그리고 의기소침 등 현실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에 위치한 높은 산을 옮길 수 있는 내일을 갈망한다. 또한 노력의 산물은 결실이라는 믿음과 언젠가 '해 뜰 날'이 꼭 돌아온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 그 열정으로 창공을 향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꿈과 희망! 내일을 향해 달려가 쨍하고 해 뜨는 날이 오면 바로 그것이 우공이산의 완성이 아닐까 싶다.'날지 못하면 뛰어라. 뛸 수 없으면 걸어라. 걸을 수 없다면 기어라. 그러나 무엇을 하든지 앞으로 계속 움직여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다. 이처럼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 정신은 인공지능 알파고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겠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5-14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토고납신: 옛 것을 뱉고 새 것을 받아들인다

요즈음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숨쉬기가 불안하다. 최근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수요가 폭증한 것도 이 때문인데, 마스크의 경우 오염된 공기를 걸러주는 기능이 첨가되어 고가에 팔리는 것들도 있다.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기능이 좋은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대기권의 공기 자체가 맑은 것보다는 못하다. 문제는 기술은 인간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지구의 대기는 인간수명을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있다.도가사상을 제창한 장자(莊子)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선술(仙術)의 구체적 방법인 토고납신(吐故納新)이란 호흡법을 소개하였다. 말 그대로 의식적인 호흡을 통해 묵은 숨을 밖으로 내쉬고 신선한 공기를 체내에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체내의 탁한 공기가 체외의 청정한 공기로 전환되어 진기(眞氣)를 체득하게 되면 불로장생한다는 것으로 여기에서 일체의 호흡 수련법이 유래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에는 의식적인 호흡을 통해야 한다는 것인데, 토고납신의 호흡은 단순히 공기만 왕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이 따라붙어야 한다. 지금 지구촌의 대기를 청정하게 전환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지구의 대기에 지구인들의 의식이 따라붙어야 한다. 모든 사업에 있어서 대기와 기후의 문제가 가장 상위에 있게 되는 시절이 도래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5-09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엄마 딸이 더 좋아

붕어빵에 붕어 없고 / 국화빵엔 국화 없네, 내가 노래하면 / 칼국수엔 칼이 없고 / 빈대떡엔 빈대 없네, 따라하는 엄마 // 없어서 좋은 것도 참 많겠지 / 내 맘에도 내 마음이 없어지면 / 내 속에도 내가 없어지면 / 그래도 엄마 딸이냐고 물었더니 / 엄청 깊고 넓은 큰 사람이 될 거란다 / 성자聖者가 될 거란다 / 성자보다 나는 엄마 / 딸, 이대로가 더 좋아.유안진(1941~)자신이 지향하는 모델은 스스로 선택한 타입(type)이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는 어느 누구도 채택할 수 없다. 엄마는 아이가 자신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평생을 잘 살아가기를 원하면서 지켜본다. 자식은 '붕어빵에 붕어'와 같이, '국화빵엔 국화'와 같이, '칼국수엔 칼'과 같이, '빈대떡엔 빈대'와 같이 또 다른 닮은꼴을 발견한다. 세상에는 "없어서 좋은 것도 참 많겠지"만 "내 맘에도 내 마음이 없어지면" 어느 누가 있을까? 엄마는 자식을 위해 열 달 동안 자신을 비워낸 '성자'가 아니겠는가. 높아가는 5월 하늘가 "성자보다 나는 엄마"라는, 고단하지만 보람 있는 이름으로 살다간, 또한 살고 있는 "엄청 깊고 넓은 큰 사람" 하나 '내 속에 내가 없어져도' 여전히 거기에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유안진(1941~)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5-07 권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