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저교해: 젓가락 하나로 바다를 휘젓다

이 세상에 존재했던 사람들 가운데 궁극의 진리를 추구하여 터득했던 이른바 각자(覺者)들이 얼마나 있었을까?깨달음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겠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흔히 그들을 부처라고 부른다. 그들이 설파한 내용을 담은 책이 경전이라면 그 경전 또한 한두 권이 아니다. 인간이 진리에 대해 고민하는 종류만큼 그에 상응하는 법문도 많다. 팔만사천이란 숫자는 그만큼 인간의 진리에 대한 고민도 많고 그 고민에 대응하는 설법의 방편도 많다는 뜻일 것이다.직지심경이란 책도 그런 설법을 담고 있다. 거기에 보면 혜구선사(惠球禪師)의 설법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설법할 때 사용하는 법인 문무보살이나 관음보살이나 보현보살 등의 방편에 대해 이렇게 비유하였다. "내가 사용하는 이런 방편은 마치 큰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에게 생명인 바다의 물에 대해 나무젓가락으로 열심히 휘저어 알려주는 것과 같다!" 자신이 사용하는 팔만사천법문의 방편이 나무젓가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무젓가락이 없으면 휘저어줄 수 없지만 물은 늘 존재한다. 그렇듯이 여러모로 한정된 사람이나 책속의 법문에서만 생명의 실상을 찾으려 하지 말고 늘 여여(如如)하게 있는 산하대지(山河大地)에서 마음을 열어보라고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9-12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능동적 생활문화활동과 건강한 삶터의 지속

지난 8월30일 문체부는 내년 예산으로 전년 대비 5천241억원이 감액된 5조1천730억원을 편성, 발표하였다. 중점 사업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부당하게 폐지·축소된 사업 복원'과 함께 문화소외계층 지원과 문화·체육·관광 향유 확대,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콘텐츠, 관광, 체육분야 산업생태계 조성 등이었다. 세부사업을 살펴보니 시민들의 직접적 체감이 가능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예술활동을 활성화하고자 아마추어 예술동아리에 대한 예술적 역량 강화를 위한 기본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역의 문화예술계 전문가와 명사에 의한 마스터클래스 진행, 동아리들의 활동 전반에 대하여 기획, 매개 역할을 할 코디네이터 운영' 등 약 700개 동아리를 대상으로 총 30억 원(국비와 지방비 5:5)을 지원하여 시민이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예술적 저변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사실, 문화예술에 대한 개인의 욕구에서 비롯된 생활문화 활동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동아리 지원정책을 내놓는 것은 '생활공동체 속에서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소통, 교류와 협력, 연대, 환대 등이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동아리 활동에서 '단순히 참여'만 한 사람들보다 '동호회 네트워크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발전에 더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그렇다면 생활문화가 일상 속에 정착했을 때 가져다 주는 장점은 무엇일까. 생활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들은 창의성, 혁신성, 소통능력, 독창성, 응용력 등의 발달과 자연스러운 감정분출 및 표현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활세계 속에서 가치판단과 탐구, 스스로의 의사결정력 등의 향상된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축제나 예술행사 등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가 맺어지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은 상호 이해, 경험의 공유, 자신감, 성취감 등이 고양되고 공동체의 조화와 창의적 발상을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주거지, 마을, 도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스스로 공동체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조직화의 욕구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생활문화를 지원할 만한 이유를 갖게 된다. 개개인으로서의 우리는 지구의 구성원이자 골목길에 추억을 새겨둔 동네주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의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 혼자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성의 원리가 잘 작동될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자신의 개성을 찾고 인간의 존엄을 얻게 된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시간과 함께 다음 세대까지 아우르는 긴 호흡으로 느릿느릿 가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가 독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소통되고 공감되는 과정의 경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상 속에서의 생활문화 참여를 통해 능동적 주체자로서의 시민으로 성장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한 만남과 대화, 설득과 합의를 갖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삶터의 건강함이 유지되고 올바른 민주주의의 구현과 지방분권, 문화분권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09-10 손경년

[주종익의 스타트업]인큐베이팅 망령에서 벗어나라

요즈음 스타트업은 대학생도 걱정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가르친다. 대학생은 앉아서 팀원들과 일할 장소도 없는 실정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인큐베이팅 제도이다.아기는 엄마가 임신을 하면 10개월동안 엄마의 뱃속에서 충분한 영향을 공급받아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게 된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는 10개월까지의 잔여 기간을 인큐베이터에서 보내게 된다. 10개월이 넘은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집어 넣으면 정상적으로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심하면 죽을지도 모른다.최근에 스타트업이 점점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조금씩 공감하면서 정부와 대학교와 기업 등에서 관심을 상당히 갖게 되었다.스타트업을 해보겠다고 팀을 만들어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크다고 생각을 할는지 모르지만 요즈음 스타트업 팀들의 야생성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맨땅에 헤딩하겠다는 독한 도전 정신과 강한 야생성은 스타트업 성공의 필수 기업가 정신이다.이러한 마인드 세팅(mind setting) 없이는 성공을 위한 행동(Activity)이 나오지 않는다. 전국에 수만은 코워킹(협업/co-working) 장소와 인큐베이팅 시설이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비롯해서 민간기업이나 엑셀러레이팅 기관들에 마련되어있다. 많은 스타트업 팀들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잘 이용하고 있는 팀들이나 운용기관이 있는 반면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잘 모르는 기관이나 스타트업 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인큐베이팅이란 말 그대로 미숙한 상태의 스타트업을 위한 제도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인정이 되면 운영기관은 스타트업들을 인큐베이팅기관에서 과감히 졸업을 시켜야 한다.스타트업들도 스스로 커 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큐베이팅 숙성기간이 끝났는데도 어떻게 해서든지 공짜시설을 언제까지나 이용하려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인원이 10명이 넘고 매출액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티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온실 안에 있는 꽃과 같은 스타트업은 온실 밖으로 나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 야생성이나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강한 경쟁력을 이겨낼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될 수가 없다.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미국의 유명한 엑셀러레이팅업체 와이콤비네이터 (Y-Combinator) 라고 있다. 하버드 대학보다 들어가기가 20배나 어렵다고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와이콤비네이터는 1년에 두 번 입주 스타트업을 선발하면 딴일 하나도 하지 말고 먹고 자고 일만 하라는 뜻에서 라면이라도 먹으라고 2만5천달러 정도의 지원금을 주면서(이들은 이것을 Ramen Profitability라고함. 지분도 소유함) 하드트레이닝을 시킨다.3개월이 지나면 모두 내보낸다. 가능성이 있는 업체는 투자자들의 낙점을 받아 지속적인 자금 후원을 받는다. 철저하다.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신생기업들을 엄격하게 키워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요령을 피워 온실에서 안주하려는 스타트업은 가능성이 없다. 숙성은 너무 오래하면 썩게 마련이다. 스타트업도 인큐베이팅에서 숙성을 너무 오래하면 당연히 썩을 수밖에 없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7-09-03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막현호은: 숨어있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가을 초입에 '중용'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가끔 숨기고 싶어 하고 실제 숨기기도 한다. 무엇인가 숨기든 드러내든 그건 본인의 자유이며 어떤 때는 그것을 꼭꼭 숨겨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주역'에서는 무언가 쓸 만한 기구를 만들어놓고도 그것을 사용할 시기가 되지 않았거든 깊이 숨겨놓았다가 시기가 도래하면 사용해야한다고 하였다.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사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였다. 이것은 무언가 쓸 만한 것을 만들어놓았을 때 그것을 경솔하게 내놓고 쓰려하지 말라는 의미이다.그런가하면 '중용'에서는 숨기게 되면 그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莫顯乎隱)고 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에 관해 말한 것이다. 사람이 어떤 생각이 들거나 감정을 느끼면 내부에 품고 있다가 밖으로 표출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무리 숨기려 해도 말이나 기색으로 다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정서교육으로 솔직한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자꾸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숨기려하면 나중에는 자기의 내부에서 발현되는 생각이나 감정이 무엇인지를 자기도 모르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고인들이 신독(愼獨)을 강조하였는데, 신독이란 어마무시한 공부절차가 아니라, 그저 자기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솔직히 알아채고 그것을 선명하게 하는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8-29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등고자비(登高自卑)

등고자비(登高自卑)는 높은 데 오르려면 낮은 데부터 시작해야한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차례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말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에 해당한다. 산정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꿈과 사랑 등 인생사 자체가 등고자비 과정의 연속이다.김수현이 부른 'Dreaming'(작사 박진영·작곡 박진영, 개미) 노랫말은 꿈을 쫒는 발걸음을 등고자비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곡명 'Dreaming' 가사 도입부에 나타난 화자의 원대한 목표는 좌초 일보 직전이다. 그는 눈 앞에서 점점 멀어지는 꿈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한다: '저 멀리 희미해지는 나의 꿈을 바라보며/멍하니 서 있었죠'. 이런 이유 때문에 가슴 속에 밀려오는 극심한 허탈감에 사로잡힌다. 심지어 꿈이 '더 이상 남은 게 없어' 전부 포기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포자기의 절체절명 순간에 그는 '두려움과 설렘을 안은 채'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다짐한다. 마음 속 저 밑바닥 깊고 낮은 곳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준비를 한다. 고공을 향해 그리고 목표 실현을 위해 과감히 도전을 선언한다. 물론 화자가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은 얼마든 지 있다. 그러나 가슴 속 내면의 '멈추지 않는 울림'의 등고자비 희망이 화자의 마음을 '앞으로' 이끌어 움직이게 한다: '비틀거리고 흔들려도 난 또 한 걸음을 내딛어요'. 때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다가와 그를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미래에 성취할 꿈이 있기에 그의 도전을 제지하지 못한다.윤종신이 부른 '오르막길'(작사:윤종신 작곡:윤종신, 이근호)노랫말도 등고자비의 예를 적절히 보여준다. 곡명 '오르막길' 가사는 노랫말 끝 구절 '크게 소리쳐/사랑해요 저 끝까지'가 상징하듯 단지 연인 사랑 찬가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의 극점에 오르기까지 예상되는 험난한 등고자비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화자는 사랑의 산정에 이르는 과정을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로부터 '가파른 이 길'을 거쳐 산꼭대기인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에 도달하는 힘겨운 오르막길 과정으로 갈파한다. 또한 등정 코스가 '웃음기' 사라지는 어려운 과정으로 묘사한다. 지난날 '달콤한 사랑의 향기'는 사라지고 '끈적이는 땀'과 '거칠게 내쉬는 숨'만이 등정 길 두 연인의 '유일한 대화'일 지도 모른다. 이 같은 험난한 과정에 두 사람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은 길을 함께 올라가는 상대방의 위대한 사랑의 힘이다: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화자는 두 연인이 '한 걸음 이제 한 걸음' 내딛고 함께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길을 기억하자고 역설한다. 산정에 발걸음이 닿는 순간에 연인 서로는 위안이 된다. 더 나아가 사랑의 등고자비 과정이 완결된다. 사랑의 태산이 높고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르면 사랑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정인 관계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누구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지금부터 서서히 활용해보자. 마지막에 기회의 최고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8-27 고재경

[시인의 연인]지금

커다란 고요가 있고여름 해가 있고흘러간 존재의 모습이 있다네가 떠난 다음마지막으로 지상에 남은 것이승훈(1942~)세계는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인식하지 못하는 시끄러운 것들은 사실상 공허한 잡음이며, 역설적으로 '커다란 고요'에 불과할 뿐이다. 내 안에 없는 것들, 여기 속하지 않은 것들은 세상엔 있지만 내게 없는 것이며, 때로는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써 그 자체로 가치를 말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유의미를 가동하지 못한다. 시조시인 조오현 스님은 이것을 본질적인 것에 비유하면서 "삶이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설법한 적이 있다. 반대로 '지금 여기' 없는 것들은, 삶의 경계 밖에 있으므로 지금 내게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지금 여기' 있는 것은 그대로 있어 왔던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삶이란 뜨거운 '여름 해'에 그을리면서 흘러온, 혹은 '흘러간 존재의 모습이' 이른바 지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겠지만 '떠난 다음' 무엇이 남겠는가. 결국 '마지막으로 지상에 남은 것'은 당신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시밭길과도 같은 '바로 지금' 이 아니겠는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8-20 권성훈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안타까운 이별 아쉬움의 징표, 버드나무

장마철보다 비가 더 자주 오는 날씨에 무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 남아 있을 늦더위에는 작렬하는 태양과 숨 막히는 지열을 피할 수 있는 시원한 계곡의 품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다. 물을 좋아해 계곡이나 개울, 호수 등 물가나 습지에서 무리지어 잘 자라는 나무,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해주는 버드나무이다. 버드나무 종류는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며 40여 종이 있는데, 민요 천안삼거리에 나오는 능수버들부터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가는 길에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수양버들, 버들강아지라고도 불리는 시냇가의 갯버들,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키버들, 경북 청송의 주산지에 자라는 왕버들까지 다양하다. 버드나무는 버드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서 높이는 20미터까지 크게 자라며 암수딴그루이다. 줄기는 곧게 뻗으나 자라면서 비스듬해지며 가지가 굽어져 나와 전체가 둥그스름해진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거나 거의 동시에 피는데 암꽃과 수꽃 모두 타원형으로 이삭처럼 뭉쳐서 달린다. 5월에 달리는 타원형의 열매는 다 익으면 껍질이 벌어져 하얀 솜털이 달린 씨앗이 나오는데 바람을 타고 잘 날아서 곳곳에 종자를 퍼뜨려 번식이 잘 되게 한다. 잎은 길이 5∼12센티미터 정도로 가지 끝에 어긋나게 달리는데 끝이 뾰족한 피침모양이며 얕은 톱니가 희미하게 있다. 잎은 서리를 맞으면 허옇게 돼서 떨어진다. 버드나무는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과 달리 가지가 축축 처지지 않아 구별하기 쉽다. 버드나무류는 우리나라 전통 시문학에서 소재로 가장 많이 다루어졌다. 특히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눈을 틔워 봄을 대표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봄날의 서정을 표현하거나 이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특히 옛사람들이 그냥 버들이라고 하는 경우는 수양버들을 말하는데 버들이 이별의 아쉬움을 나타내는 징표가 된 것은 중국의 고사와 관련이 있다.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의 동쪽에 흐르는 '파수'라는 강에는 '파교'라는 다리가 있었는데 당시 파교에서 이별하는 사람들이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를 꺾어서 떠나는 사람에게 주고 그 사람의 평안과 무사함을 빌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조선 후기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버들가지를 주는 것이 재물을 들이지 않고서도 정성을 표할 수 있는 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불교에서 버들가지는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를 상징해 실바람에도 나부끼듯이 미천한 중생의 작은 소망까지 귀 기울여 듣고 이루어주는 것을 나타낸다. 버드나무는 잘 휘어지고 부드러운 속성 때문에 종종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정도전은 '삼봉집'에서 버들가지를 여인의 가는 허리로, 버들잎은 긴 눈썹으로 비유했다. 우리 조상들은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오월의 버드나무를 꺾어 문 위에 걸어 놓았다. 버드나무 줄기에는 '인'성분이 많다. 산골에서 도깨비가 나온다고 알려진 곳은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인 곳이 대부분인데 '인'이 캄캄할 때 빛이 나므로 이것을 도깨비불이라고 두려워했다. 버드나무는 한방에서 잎과 가지를 이뇨, 진통, 해열제로 사용해 왔으며, 서양에서도 현대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가 임산부의 통증완화를 위해 버들잎을 처방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민간요법으로 이용되어왔다.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아스피린은 가정상비용 통증완화제에서 심장질환 예방까지 다양한 효과가 입증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8-20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유오적: 하늘에 다섯 도적이 있다

올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온다. 인류는 물이 없이 살 수 없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비님이라고 하여 경배하였다. 그런데 물이 너무 많아도 물난리에 살 수가 없다. 그래서 7년 가뭄이나 9년 홍수 이야기는 모두 물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실상을 담고 있다. 감로가 되기도 하지만 홍수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물은 우리를 낳고 기르는 부모처럼 혜택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를 죽이려드는 도적이 되기도 하니 우리에게 은인이자 해를 끼치는 도적이다. 그래서 음부경에 해로움은 은혜로움에서 나온다고 해생우은(害生于恩)이라고 하였다.서로를 해치려 상극하는 이치로 보면 수화목금토의 오행은 모두 오적(五賊)으로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세계에는 다섯 도적이 있다고 한 것이다. 이 다섯 도적이 서로를 극하는 이치를 잘 이용하면 여러 가지 적절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예전에 우임금의 아버지인 곤이란 사람이 치수사업에 실패한 것은 그 이치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오행이론에도 토가 수를 극하긴 하지만 수가 과도하게 넘치면 토가 유실(流失)된다고 하였다. 평상시의 강우량만 생각하고 물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 방비시설을 준비하게 되면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올 때 그것은 흉물로 돌변한다. 비는 사람에게 도적이 되어 찾아오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8-15 철산 최정준

[고영직의 여시아독(如是我讀)]'현재 진행형' 분단 트라우마

지방의 한 읍에서 읍 승격 20주년을 맞아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읍지(邑誌)를 발간하고자 한다. 발간 전체를 통괄하는 편찬위원회가 결성되고, 실무를 책임지는 편집위원회가 꾸려진다. 역사학 전공 교수진에게 분야별로 원고를 의뢰했고, 완성된 원고에 대한 편찬위원회의 윤독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사단이 난 것은 작중 어느 교수가 읍의 근현대사에 대해 쓴 '해방정국과 6·25전쟁'편이다. 이른바 '좌빨' 시비가 빚어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병산읍'에서 전쟁 당시 일어난 국민보도연맹(보련) 사건에 관한 서술 때문이다. 국민보도연맹은 1948년 12월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좌익쪽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전향시켜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조직된 관변단체이다. 읍에서는 700여명 전후로 추산되는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그런데 더 많은 보련 희생자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면장 김후곤이 허형도 지서장을 찾아 구금 중인 보련원들을 풀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허 지서장이 이에 응해 90여명의 보련원들을 풀어준다. 그 사건 이후 보련원들을 처리하라는 본서의 명령은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고, 민간인들에 대한 재판과정 없는 불법 학살은 중단된다. 원로작가 조갑상의 소설집 '병산읍지 편찬약사'는 위와 같은 문제설정을 통해 계속되는 분단 트라우마를 성찰하려는 만만치 않은 작가의 내공을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fact)을 어떻게 서술하고 편집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분단 트라우마가 지금·여기 살아 있는 뜨거운 쟁점이라는 점을 하나의 축소판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과거사를 둘러싼 기억투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보도연맹 사건이 6·25의 전부가 아니다, 좌빨 글 싣는 데 한 푼도 예산 쓸 수 없다…, 같은 언사들이 작중 인물에게 가해진다. "요즘 이런 저술들의 추세가 그 고장의 변화 발자취를 통해 긍정적 측면의 발전사를 알리는 것 아닙니까." '긍정적 측면의 발전사'라는 표현이 예사롭지 않다. 해방 이후 역사 서술과 편집에 있어서 오직 하나뿐인 공식 이데올로기는 긍정적 측면의 발전사라는 사관(史觀)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강력히 짓눌러왔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의 관제(官製) 기억인 국정화 역사교과서를 도입하고자 한 박근혜 정부의 시도는 그 좋은 예가 된다. 이 점에서 조갑상이 소설에서 빚어낸 병산읍은 분단 트라우마로부터 아직도 자유롭지도 못하고, 자유로울 수도 없는 분단 한반도를 환유한다. 조갑상은 독자들에게 국민보도연맹 같은 분단 시대 비극의 역사에 대한 의미화란 결국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결코 간단치 않은 화두를 제시한다. 작가는 1980년 데뷔 이후 줄곧 보도연맹 문제에 천착해오다 문제작 '밤의 눈'(2012)을 발표했다. 그는 '밤의 눈'에서 분단 트라우마의 실상이란 길들여진 공포가 작동해온 시절이었음을 사실감 있게 묘사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고, 사회적 생매장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인물 형상들은 21세기 분단문학의 소중한 결실이다. 그는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은 역사적 사실은 사실로 수용하되 역사적 사실을 넘어 문학적 진실을 중단 없이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소설집에 수록된 '해후'의 마지막 문장을 아프게 읽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증산이 장인만이 묻힌 땅은 아니었다. 산소조차 쓰지 못한 죽음들도 새겨야 했다." 8·15, 72번째 광복절이 오고 있다./고영직 문학평론가고영직 문학평론가

2017-08-13 고영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수시변역: 때를 따라 변화하고 바꾼다

이 땅에 절기상 가을을 세운다는 立秋가 들어섰다. 주역의 괘로 보면 곤괘(坤卦)의 기상이다. 坤을 뜯어보면 토(土)와 신(申)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땅에 申월의 기운이 찾아온 것이 坤이다. 건(乾)의 하늘이 선천적이라면 곤(坤)의 땅은 후천적이다. 음력으로 1월에서 6월까지가 1년 12달의 전반부라면 7월부터가 1년의 후반부에 들어가니 올해의 후천이 또 시작된 것이다. 선천과 후천은 동양사상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선천은 기존의 변화를 따르는 것이고 후천은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때가 바뀌면 바뀌는 때를 따라서 새롭게 바꾸어 가야한다는 것이 수시변역(隋時變易)이다.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려면 기존의 변화를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태세인 정유(丁酉)의 천간과 지지를 보면 천간은 丁이고 지지는 酉이다. 천간은 선천이고 지지는 후천인데 선천의 丁은 오행으로 火에 속하고 후천의 酉는 오행으로 金에 속한다. 올 연초에 달과 火星과 金星이 위에서 아래로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丁酉의 太歲에 호응한 바 있으니 선후천타령을 해보는 것이다. 金은 예로부터 숙살(肅殺)의 기운을 띤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전반기 火氣가 주름잡았다면 이제 후반기는 金의 숙살지기(肅殺之氣)가 펼쳐질지 모른다. 어느 때보다도 중앙 土의 중재자역할이 중요한 시기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8-08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강물을 보면서

내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떠난 사람들용서하자, 용서하자 하면서도 저 강바닥의 수심 같은 옹이 하나,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등을 밟아야 오를 수 있는저 물살의 무게,그들도 내 등을 밟고 가느라 꽤도 힘들었을 게다내 등에 박힌 상처, 상처에서 불꽃 수시로 피어오르는데오늘 이 강에 이르러서야 물결처럼 놓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생각의 깊이로 돌아가 누워야 할 물의 심지그 심지에 이르러 나를 버리는 일,상선약수上善若水이리라이영춘(1941~)상처를 덮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더 큰 상처를 만들었다. 자신의 빈틈만큼 남의 흉터에 집을 짓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면서 흘러왔다. 물과 같이 가벼워지기 위해 "강바닥의 수심 같은 옹이 하나" 모르는 척, 깊도록 잠재우면서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등을 밟아야 오를 수 있는/저 물살의 무게"를 넘어 '위선의 부력'을 행사하면서 '삶의 자장'을 넓혀온 지난날. 내가 그들의 등을 밟고 갔듯이 돌이켜보면 "그들도 내 등을 밟고 가느라 꽤도 힘들었을 게다" 당신이라는 강물은 옹이를 드러내며 "오늘 이 강에 이르러서야 물결처럼 놓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물의 심지'를 보는 순간, '생각의 깊이'는 그동안 길고도 깊게 늘어트려 온 욕망이라는, 그 생각마저도 돌아가 버리고 싶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8-06 권성훈

[손경년의 늘찬문화]지방분권과 문화분권… '지역의 냄새'를 잃지 말자

잠시 소나기가 내린다 한들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면 아무리 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내리쬐는 햇볕이 마뜩치 않을 것이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즈음, 비록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적 상황을 알고 있을지라도 '입추가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분다'는 절기의 성실함을 내심 믿고 싶다. 어쨌거나 이런 더위 속에서도 이달 3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는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청책포럼'이 개최되었고, 전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알다시피 '문화청책(聽策)'이란 '정책수립을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이며, 그런 점에서 격식 없는 자리를 만들어 현장의 소리에 다가서고자 하는 도종환 장관과 문광부의 태도는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문광부는 조만간 두 차례 더 '청책'의 자리를 만들고, '지방분권, 문화분권'이라는 기본방향에 따라 지역문화진흥, 문화자치, 생활문화의 일상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조직의 변화, 즉 '지역문화국'을 만들 것이라 한다. 그동안 문광부 내에서 지역관련 정책은 '지역전통문화과'에서 다루어져왔는데, 앞으로 '과(課)'단위에서 '국(局)' 단위로 상향조정한다고 하니 아마도 정책실현의 정도가 이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지역이 열쇠'라고 보는 현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은 지극히 타당하다. 알다시피 지역을 '중앙과 지방'의 개념으로 여기거나 높낮이를 두고 하찮게 바라보면 자치권과 재량권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방분권의 실현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니체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인정(認定), 다시 말해 자신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인정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을 것이란 없다"라고 표현했다. 니체의 눈에 기대어 지역과 지역문화를 바라본다면, 지역에서 일궈지는 모든 것이 다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의 이해'는 문화기획의 계획단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생긴다. 우선, 도시를 잘게 쪼개어 마을과 동네 단위로 밀착시켜 사람, 공간, 콘텐츠 등을 찾아내는 선행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칭하자면 '지역학' 혹은 '마을학'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의 기본적인 방법으로, 지역 내 혹은 인접지역에 있는 대학(교)들과 협력하여 세미나 등을 통한 지역 의제 발굴과 교과과정을 활용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양태, 관심사, 문화적 활동 방식 등 기초자원을 조사하고자 할 때, 지역소재 대학의 커리큘럼에 지역조사 및 연구를 포함시켜 학생들이 참여하게 하거나, 학교와 문화원, 지역문화재단 등의 기관들이 협력하여 지역문화자원 발굴, 지역소재의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콘텐츠 생산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아프리카 냄새를 잃은 코끼리는 이미 코끼리 따위가 아니지'라는 말처럼 '지역의 냄새'를 잃지 않는 것이 기본전제이며, 지역자원 활용의 고도화와 지역문화의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지방분권과 문화분권'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출발선이 보일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08-06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신수우: 섶을 가리켜 몸을 닦아 복을 받는다

지금은 거의 모든 문명이 전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밤을 낮처럼 밝힐 수도 있는 편리한 시대이다. 하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시골에서는 전기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 때의 에너지원은 땔나무였다. 음식을 해먹을 때나 겨울철 추위를 나기 위해 부엌의 아궁이나 방안의 화로에 불을 붙여 사용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성냥조차 없던 시절에는 불씨를 섶 속에 보관하여 다음날 또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깊은 산골에서 그 불씨가 꺼지는 순간 불씨를 다시 얻어야 하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불씨가 이어지지 않으면 집안 살림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멈춘다. 현 시대에서도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 집안의 기기가 아무것도 작동되지 않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사람이 복을 받는 것도 하루만 선행을 해서 되거나, 나의 세대만 좋은 일을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좋은 일을 하고 내일 멈추거나, 내 세대에서만 좋은 일을 하고 다음 세대에서는 멈춘다거나 하면 그 복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옛사람들은 불씨를 끊어지지 않게 전하는 일로 비유하였으니 그것을 지신(指薪)이라 한다. 그 불씨가 담긴 섶을 가리키며 인생의 복도 그와 같이 계속 닦아야 이어진다는 수우(修祐)를 이야기한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8-01 철산 최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