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손경년의 늘찬문화]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헌법 제 22조 1항과 문화기본법 제4조의 내용이다. 헌법과 문화기본법의 인식적 근간은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이를 설명하자면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와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해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그런데 법에 명시된 권리를 제대로 누린다고 믿었던 탓인지,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되었던 문화예술 검열의 망령이 최근 우리 앞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하였다는 사실이 어째 실감나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에서 '아침 이슬'을 부를 때도 한 때 이 노래가 불순하다고 부르지 못하게 했던 시대가 마치 쥐라기나 백악기에 있었던 것 같은 먼 기억일 뿐이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좀 더 예민하게 주변을 들여다보면, 검열 종식과 동시에 문화계의 발전이 상당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기표현의 자유'에 따른 예술의 독자성과 자율성의 보장 수준은 불완전한 상태였던 것 같다. 예컨대 신학철 작가의 '모내기'는 '이적표현물'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직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 철회 사건도 불과 2014년의 일이다. 또 세월호 사건을 담은 '다이빙 벨'의 상영결정을 했던 부산영화제가 상영철회를 요구했던 정부로부터 지원 삭감을 통보받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9천473명의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이나 오른 후나 늘 해오던 대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예술의 가치 확산과 사회의 모순, 불합리함과 인간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애써왔을 뿐이다. 외부적 강제가 아닌, 예술가의 소신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정치권의 지향과 다르다 하여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철학자 럿셀은 '효율성 숭배'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에서 이익을 낳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시각에 반대, 문화예술이라는 형태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게으름의 진가'를 강조한다. 예술은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예리한 풍자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산출하고, 더 나아가 존재의 성찰, 사색, 일상의 재미와 삶의 풍성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더더욱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일이 5월 9일로 잡혔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적어도 더도 덜도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불완전한 '자기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진화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에는 '농사의 시작인 애벌갈이를 엄숙하게 해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넉넉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봄맞이를 하는 정치권에서는 '검열의 망령'이 다시는 소환되지 않도록 진중한 문화 애벌갈이를 했으면 좋겠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3-19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궁달유시: 궁핍하고 영달함에는 때가 있다

논어에 "사람이 나고 죽는 것에는 명수가 있고 부하고 귀한 여부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생사유명(生死有命) 부귀재천(富貴在天)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자하의 언급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당시의 통념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의 운로가 일정정도 예정되어있는 것은 인류 역사이래 그 형태와 정도가 변화되어오기는 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이런 푸념이 수저타령으로 내뱉는 대중들의 넋두리인 것 같다. 개인의 생사와 부귀가 천명(天命)에 달려있다고 할 때 그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별로 없었고 실제 고대 신분제의 사회가 그랬다. 이런 천명을 지금의 시대에 와서도 받아들여야할까? 현대는 죽을 사람도 살리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개인의 명수(命數)를 뜯어고칠 수 있는 시대이다. 반면 부귀는 정치경제권력이다. 진시황도 수명에는 별수 없었던 예전보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한 이유는 생물학적인 수명을 경제력과 정치권력이 다룰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이 정치경제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상대적 차별이 더 심해지는 구조로 굳어가는 이유이다. 오래살고 돈 있고 권력 있으면 영달이고 그렇지 않으면 궁색하다는 논리가 향후에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움직인다. 정치경제권력의 독점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이 세상은 영달로 가기보단 궁핍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3-14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산업국가에서 창업국가로

루이 14세가 "짐은 국가다"라고 위세를 떨칠 때만 해도 왕권신수설은 영원히 갈 것 같았다.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등 학자들이 사회계약설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자연상태의 인간으로부터 생각을 시작했다.자연상태란 신분도 특권도 없는 완전히 발가벗은 상태를 말한다. 자원이 한정된 자연상태에서는 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 피 튀기게 싸우는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마치 전쟁터와 같다.그래서 만든 것이 국가다. 이 국가에 시민이 권리를 위임하고 법에 따라 이양된 권리를 잘 집행하도록 했다. 시민과 국가간의 사회계약이다. 왕권신수설과 사회계약설이 한판 붙어 사회계약설이 KO승을 거두게 된다. 이것이 프랑스 시민 혁명이다.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은 정말로 피나는 노력을 했고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나가는 나라가 됐다. 산업화의 성공 덕이다. 산업국가의 모범생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만 식민 착취나 노예제도, 전쟁 등 남을 괴롭히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한강의 기적 산업화를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6·25 전쟁 후 우리나라는 폐허 그 자체였다. 1953년 1인당 소득이 아프리카 가나의 반도 안 되는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이었다. 미국의 원조로 살아갔다.우리나라는 전 세계 육지면적의 고작 0.06%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같은 국가를 1천500개 건설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 지표는 10위 전후이다. 수출입 교역은 세계 7위이다. 1963~1993년까지 30년간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10%이다(산술평균). 30년 이상 경제 성장률 10% 이상을 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눈을 지금으로 돌려보자. 청년 실업 때문에 큰일이 났다. 앞으로 더 캄캄하다. 2006년도 1인당 GNP가 2만 달러를 넘어 50~20그룹에 들어선 지 벌써 11년째 3만 달러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산업정책을 계속한다면 3만 달러 고지는 영영 물 건너 갈 것 같다.이유는 간단하다. 경쟁력의 상실이다. 우리는 이미 4~5년 전부터 산업화 경쟁력이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뒤진다. 대기업의 시대도 끝났다. 3% 이상의 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곧 1% 시대가 될는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곤혹스럽다.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화로서는 청년실업 해결이나 1인당 소득 3만 달러의 기대는 꿈이다. 우리가 갈 유일하고 하나의 길은(One & Only Way) 창업국가(스타트업) 건설밖에는 없다. 창업국가는 미국 이스라엘 등 세계의 잘나가는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했다. 심지어는 산업화도 성공하지 못한 중국이 산업화와 창업국가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우리보다 더 유연성 있게 스타트업 국가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한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 한국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우버가 나올 때 청년실업과 소득 3만 달러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7-03-12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목단자견: 눈은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일이 성사되는 경우에 흔히 이야기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이치에 주목해서 리더십을 제시한 이가 한비자이다. 예전에 이주(離朱)라는 사람은 백보 밖에서도 털끝을 분별할 정도로 시력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 이주도 자기 눈썹을 보지 못한다. 왜일까? 백보 밖이 가깝고 눈썹이 멀기 때문이 아니라 도리 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획(烏獲)이라는 이가 천근의 무게를 들면서도 자기 몸을 들지 못하는 것도 자기 몸이 천근보다 무거워서가 아니라 사세(事勢)가 그런 것과 같다. 이런 도리를 뒤로 하고 군주가 이주가 자기눈썹을 보지 못한다고 곤경에 빠뜨리거나 오획이 자신의 몸도 들지 못한다고 추궁하게 되면 아무리 金石과 같은 마음을 지닌 신하라도 그의 곁을 떠난다는 것이다. 눈은 자기를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서 거울이 있는 것이니 거울이 눈의 티끌을 비춘다 하여 거울을 나무라서도 안 된다. 이런 事勢를 근거로 도리를 추구해나가는 것이 明君의 자질이니 이렇듯 남는 것을 가지고 부족한 것에 채우면서 긴 것으로 짧은 것을 이어주는 것이 밝은 리더라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3-07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봄 편지

물길 마구 토막 내는 무엄한 삽질 속에생명 길 도륙하는 포클레인 폭격 속에팔려 간 금모래 은모래는어디서 울고 있을지요콘크리트 강둑마다 앓는 물을 토하는데그 아래 죽살이마을 보는 자꾸 터지는데참살이 두물머리 참 들녘씨는 어찌 넣었는지요정수자(1957~)실려 온 모래 속에는 개봉되지 않은 편지같이, 아직 피어나지 않은 설렘의 씨앗들이 포장되어 있다. "물길 마구 토막 내는 무엄한 삽질 속에"서도 죽지 않고, "생명 길 도륙하는 포클레인 폭격 속에"서도 살아 남아, 그야말로 '금모래' '은모래'로 반짝이는 생명성이 비밀스럽게 봉합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표면으로는 그 뒤에 숨은 심층을 알 수 없지만, 이제 곧 회색빛 도시의 '콘크리트 강둑마다 앓는 물을 토'할 때 '그 아래' 아무도 몰랐던 삶들이 머리를 내밀게 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생명의 '죽살이 보'가 보여주는, 놀라운 생명의 편지를 읽게 된다. 벌써부터 여기 저기 아무도 모르게 움트고 있는, 이 땅의 '참살이'로부터 연원한, 금강산의 푸른 씨앗이 펼쳐 보이는 '참 들녘'의 '봄 편지'가 한층 더 궁굼해 진다. 당신도 눈물로 써내려간 가슴 속 미개봉 편지가 봄날을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정수자(1957~)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3-05 권성훈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토사구팽(兎死狗烹)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사냥개가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서 삶아 먹힌다는 뜻이다. 유용할 때는 쓰고 목적을 달성하면 버린다는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토사구팽의 예를 우리 삶과 사회 및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못된 성인 자녀가 부모의 눈 밖에 나며 팽 당해 죗값을 치른다. 오직 회사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장으로부터 팽 당해 정리 해고당한다. 조선 최고의 명재상 중 한 인물인 류성룡처럼 선조의 경계와 북인과 서인의 시기·견제로 파직 당한 경우도 있다.이 같은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예를 추가열이 부른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작사/작곡 추가열) 가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노랫말 화자는 정인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하기 일보 직전 위기에 처한 인물이다. 그는 정인을 자기 몸처럼 헌신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 이별의 문턱에 서있다. 화자는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정인에게 눈물로 간곡히 호소한다 -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그대 맘도 아프잖아요'. 아울러 정인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 '그대만 행복하면 그만인가요/더 이상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한번만 나를 한번만 나를 생각해주면 안되나요'. 화자는 팽 놓은 정인에게 팽을 철회하고 자신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 줄 것을 마지막으로 읍소한다. 그러나 그의 곁을 떠나려는 정인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아무리 처절히 절규해도 별리의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애통해 하는 화자! 돌아서서 떠나는 정인의 발걸음에 '한번'만이라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정인의 말을 간절히 듣고 싶다며 애원하는 화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은 바로 그 정인에게 팽 당한 그의 안타까운 설움이 가히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작사·한산도, 작곡·백영호) 가사에서도 주인공 동백아가씨의 쓰라린 마음을 통해 토사구팽의 상징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 노랫말 동백아가씨는 정인으로부터 팽 당한 인물이다. 그녀는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상심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더 나아가 가슴을 짓찧고 칼로 베는 듯한 극심한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동백꽃잎이 '빨갛게 멍'이 들었을 정도로 그녀의 상처는 매우 깊고 극심한 배신감에 사로 잡힌다. 암울한 실의와 절망에 빠진 동백아가씨! 그러나 그녀의 가슴 한편에는 '말 못할' 사연이 감춰져 있다. 둘만이 아는 비밀을 그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낼 수 없는 동백아가씨! 그 사연을 가슴에 부여안은 채 팽 놓고 떠난 임을 동백아가씨는 가슴에 사무치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이미 저 멀리 떠나 가버린 임으로부터 팽 당한 동백아가씨! '가신 님'과의 재회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그녀의 순애보적 기다림이 왠지 처연하기만 하다.토사구팽의 예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발생하고 있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불변의 사실이다. 세월이 갈수록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세정(世情) 풍토가 만연하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3-05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홍비탈익: 기러기가 높이 날아 화살을 피한다

"기러기가 높이 날아 화살을 피한다"는 홍비탈익(鴻飛脫익)은 조선조 조헌(趙憲)의 상소문에 있는 표현이다. 당시 세상을 구제할만한 인재들이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정치권력의 해악(害惡)을 피해 떠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글귀이다. 새가 마음 편히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지 못하는 시절에는 늘 두렵다. 날개가 있는지라 날지 않을 수는 없으니 낮게 날면 사냥꾼이 쏘는 화살에 해를 입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때는 시야를 벗어날 정도로 높이 날아간다는 것이다. 기묘사화를 예견하고 성시(城市)에 숨어산 성수침(成守琛), 형인 성우(成遇)가 말 한마디로 문초를 받다 죽자 보은(報恩)에 숨어산 성운(成運), 유배도중 죽은 형의 일을 상심해서 예안(禮安)으로 물러간 이황, 동생이 어진 이를 해치는 것을 보고는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임억령(林億齡)과 화담(花潭)에 은둔한 서경덕(徐敬德), 출사를 끊은 김인후(金麟厚), 스승의 일을 징계하여 이름을 감추고 술로 세월을 보낸 정지운(鄭之雲), 친우 안명세(安命世)의 억울한 처형을 보고 바다와 섬을 돌아다니면서 양광(佯狂)으로 세상을 피해 산 토정 이지함(李之함) 등을 대표적 인물로 들었다. 공자는 시경의 한 구절을 인용해서 새들도 시절에 따라 자기들이 있을 곳을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 그것을 모르면 되겠냐고 탄식하였지만 시절을 알고 사람을 안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2-28 철산 최정준

[윤중강의 음악살롱]불협화음은 결코 '협화음'이 될 수 없다

악보는 많은 음표로 구성돼 있다. 음표가 둘 이상 모여서 화음을 이룬다. 어울리는 것이 협화음, 안 어울리는 것은 불협화음이다. 그렇다면 불협화음은 협화음이 될 수 있을까? 작곡에 능한 사람일수록, '불협화음'을 '협화음'처럼 만드는 게 가능하다. 중간에 어떤 다른 음을 집어넣어서, 불협화음을 협화음처럼 들리게 만든다. 이건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사이에, 이 둘을 잘 이해해주는 제 3자가 개입하는 것과 같다. 연주를 통해서도, 불협화음을 협화음처럼 들리게 할 수 있다. 협화음은 더욱 강하게 드러나게 하고, 불협화음은 약하게 처리를 하면 조화롭게 들릴 수 있다. 어울리는 관계를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거다. 그런데 명백한 것은, 이렇게 불협화음을 협화음처럼 애써서 만든다손 치더라도, 단지 그렇게 들릴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안에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내재돼 있다는 건 바뀔 수 없다. 불협화음은 결코 협화음이 되지 않고, 협화음이 불협화음으로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단지 그걸 표면상으로 완화시킬 뿐이다. 음표를 사람으로 바꿔보자. 사람 사이에도, 어울리기 쉬운 관계와 어울리기 어려운 관계가 있다. 협화음처럼 좋은 관계는,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그리 된다. 반면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어울리게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안타까운 건, 그렇게 한다손 치더라도, 그게 진심으로 어울리는 게 아니라 표면상 그렇게 보일뿐이란 사실! 나는 오십이 될 때까지, 사람과 틀어져지는 것을 무척 경계했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해주길 바랐다. 내가 누구에게나 '협화음'이 되길 바랐다. 이건 불가능하다. 이것만큼 세상에 어리석은 일은 없다. 우리들은 모두 음표다. 나와 어울리는 음표가 있는가 하면, 나와 어울리기 힘든 음표가 있다. 이걸 인정해야 한다. 세상에는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있고,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다. 당신은 신이 아니다. 당신은 인간이다. 당신에게는 희로애락의 코드가 있다. 이런 코드와 맞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 당신과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들과의 부딪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앞선 작곡가 혹은 연주가처럼 말이다. 둘 사이에 어떤 또 다른 사람을 두거나, 충돌의 횟수와 정도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신의 인생은 길어야 백년이다. 당신이 오십을 넘겼다면 더욱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진리에 순응해야 한다. 불협화음을 알면서도 협화음으로 만들고자 하는 건,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것' 이상으로 어리석다. 당신과 좋은 사람들을 좀 더 융숭하게 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럴 때 당신들의 협화음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윤중강 평론가·연출가윤중강 평론가·연출가

2017-02-26 윤중강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침수입화: 물에 빠지고 불에 들어간다

주역에 물과 불의 작용에 대한 대표적인 괘가 있는데 기제(旣濟)와 미제(未濟)이다. 제(濟)란 본래 물을 건넌다는 뜻인데 어떤 일을 다 마쳐 결제(決濟)를 한 상태가 기제이고,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가 미제이다. 일상에서 보면 어떤 일이 적절하게 조절이 잘되었는지의 여부를 말할 때도 쓰인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건강과 관련해서 보면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 하여 아래로 흐르는 성질의 水기운이 위로 올라가고 위로 타오르는 火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서로 도우며 잘 어울리는 상태를 건강하다고 본다. 수승화강이 잘 되지 않으면 火氣를 조절하지 못해 위로 치받아 허열(虛熱)이 생기기도 하는데 오래되면 병이 되기도 한다.인체뿐 아니라 지금 지구의 화기(火氣)의 조절은 향후 지구인의 생사를 좌우할 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구온난화라는 문제가 바로 그것인데 더 큰 문제는 火氣의 성격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자연발화된 火氣가 아니라 인위적인 火氣인 셈이다. 이 화기를 조절하지 못하면 허열증상이 나타나는데 향후 계속 목격할 각종 자연재해가 그런 것들이다. 인체온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듯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멸망할 것은 자명하다. 체감을 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해수면이 높아져 자연 물에 빠져드니 음부경에 침수입화할 지경이 되면 그것은 스스로 멸망을 초래한 것이라 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2-21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초록잎 캔버스에 붉은 꽃 수를 놓은 동백나무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어느덧 남녘에서부터 꽃소식이 전해진다. 눈을 뚫고 나온 노란 복수초와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는 매화꽃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엄동설한 추운 바람 속에서도 정열적인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인고와 기다림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나무이다. 동백나무는 늦겨울에 따스한 봄의 온기를 전해 주는 전령사 역할도 하는데 붉은 꽃잎이 이제 막 단장을 마친 여인의 붉은 입술을 닮았다고 해서 '여심화'라 부르기도 한다. 동백의 활짝 핀 화려한 꽃송이는 숲을 불태울 듯 한 정경이지만 꽃이 떨어진 후에도 쉽게 지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시 꽃을 피우는 듯하다. 동백꽃은 질 때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지 않고 꽃봉오리 전체가 떨어져 나무 아래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꽃 필 때의 청초함과 눈부신 아름다움을 꽃이 지고난 후에도 한 결 같이 간직하고 있어 시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한편으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은 애잔함을 노래하게 하는 꽃이다. 가수 이미자씨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프랑스의 문호 뒤마의 소설 '춘희'를 비롯해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과 오페라 등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꽃이 지는 모습이 불길하다고 해 제주도나 일본에서는 집안에 심는 것은 금기시 해왔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하며 크게 자라면 7~8미터까지 자라는 늘 푸른 큰키나무이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에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이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다. 동백나무는 주로 해안가에 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자라는 곳에 따라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화려한 꽃 잔치를 이어간다. 이른 봄 가지 끝에 1개씩 피는 꽃은 5개의 꽃받침 위에 5∼7장의 꽃잎이 있고 그 안에 노란색 수술이 자리 잡고 있다. 줄기는 회백색이고, 사계절 내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잎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어긋나게 달리며 잎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잔 톱니가 있다. 곤충이 없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동박새를 선택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조매화이다. 향기보다 강한 꽃의 색으로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한다. 동백나무는 녹색의 작은 방울같이 생긴 열매도 보기 좋다. 열매는 갈색으로 익으면서 세 개로 벌어지고 그 안에 잣처럼 생긴 종자가 들어있다. 동백나무는 예로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나무는 가구나 기구를 만드는데, 열매는 기름으로, 꽃과 잎은 약재로 쓰였는데 무엇보다도 많이 쓰인 것은 열매에서 짜낸 기름이다. 맑은 노란색의 동백기름은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올레산이 많아 쉽게 산화되거나 증발되지 않고 공기 중에 놔두어도 잘 굳지 않아 등잔용 기름이나 윤활유, 화장품으로 이용했다. 동백기름은 식용으로도 사용했는데 맛도 괜찮은 편이고 심장병과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정평이 나있다. 특히 옛날 여인들은 이 동백기름이 필수품이었는데 머릿결이 갈라지거나 끊어지는 것을 방지해 윤기 있고 단정한 머릿결을 만드는데 썼다. 동백나무는 재질이 단단해 다식판이나 얼레빗, 화장대 등을 만드는데 사용했고, 가정에서는 동백꽃을 말린 가루를 상비약으로 준비했다가 화상과 타박상, 지혈 등에 사용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2-19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피일차일: 저것은 (저것대로) 하나의 일이고 이것은 (이것대로) 하나의 일이다

杞나라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봐 근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침식도 폐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렇게 근심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이 찾아와서는 그를 설득시켰다. 하늘은 사방에 기운이 쌓인 곳이고 땅은 사방에 덩어리가 쌓인 곳이기 때문에 무너지거나 꺼질 염려가 없다고 하자, 근심하던 사람이 안심을 하며 웃었다. 그러자 장려자(長廬子)란 사람이 그 대화를 듣고는 웃으며 말하였다. "하늘에 쌓인 기운과 땅에 쌓인 덩어리가 어째서 무너지거나 꺼지지 않겠는가? 천지도 공간에 있는 一物로 가장 큰 것일 뿐이기 때문에 끝나고 마치기 어렵고 헤아리고 알기 어려울 뿐 언젠가 무너질 때가 되면 어찌 근심하지 않겠는가?" 천지가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杞나라 사람의 걱정을 풀어주려고 한 사람의 의견을 비판한 것이다. 천지가 무한한가 유한한가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대목인데 杞나라 사람은 유한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위로하던 사람은 무한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다시 비판한 장려자는 유한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열자(列子)가 이 이야기를 다 듣고는 말하였다. "천지가 무너진다고 하는 것도 그르고 천지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그르다. 무너질지 무너지지 않을 지는 내가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무너지는 하나의 일이고 무너지지 않는 것도 무너지지 않는 하나의 일로 저것은 저것이고 이것은 이것이다. 살았을 땐 죽음을 모르고 죽어서는 삶을 모른다. 그러니 무너지든 안 무너지든 내가 뭣 하러 마음을 쓰겠는가!" 이상이 열자의 이야기이다. 이제 인간에게 천지는 장려자의 말처럼 기우(杞憂)가 아닌 원려(遠慮)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2-14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고청비: 하늘은 높지만 낮은 곳에서 듣는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혜왕(惠王)이 진(陳)나라를 멸망시켰다. 이때 형혹(熒惑)이 심수(心宿)라는 별자리에 들었다. 천문에서 형혹은 화성(火星)으로 동양 고대에서도 전쟁의 신이라 불려서 화성이 침범하는 별자리에 해당하는 나라는 불길의 징조로 여겼다. 심수라는 별자리는 동방(東方) 청룡(靑龍) 7개의 별자리 중 가운데 위치한 별인데 중국에서는 춘추시기 송(宋)나라의 분야에 해당한다고 여겼다. 당시 송나라의 임금이었던 경공(景公)이 근심 걱정을 하였다. 그러자 천문을 관측하는 일을 맡아본 자위(子韋)가 말하였다. "흉조가 제상한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제상은 나의 팔과 다리이다." 자위가 또 이르길, "흉조가 백성에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임금은 백성을 기다리는 존재이다." 자위가 또 이르길, "한 해의 농작으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한 해의 농작을 망쳐 백성이 굶주리면 나는 누구를 위한 군주란 말인가!? 그러자 자위가 "하늘은 높지만 낮은 곳에서 듣습니다. 군주께서 군주다운 말씀을 세 번 하셨으니 형혹성에 변동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는 천문을 관측 하니 과연 3도를 옮겨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상은 사기의 기록인데 어떻게 경공이란 군주가 이런 말을 했다고, 그 때문에 형혹성이 움직였겠는가? 다만 사람의 마음의 기틀인 심기(心機)는 외부세계와 연동되기 때문에 그 심술(心術)을 잘 써야 한다는 경계이다. 군주가 신하와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하늘이 듣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천체가 높이 떠있는 것 같지만 귀는 땅에 대고 있다니 이게 바로 자기 수성(修省)의 경계일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2-07 철산 최정준

[김준혁의 역사산책]다산의 지조(志操)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으로 유배를 간지 몇 년이 지난 뒤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 아버지 자신과 함께 가족을 위해 조정의 집권 세력들에게 고개를 숙이면 중앙정계에 복위시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받아든 다산은 아들에게 답신을 썼다. 그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힘들지만 자존심을 지키자는 간단하면서도 단호한 내용이었다.다산은 천하에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요, 또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기준에 네 종류의 등급이 생긴다고 하였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아래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나쁜 것을 좇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요, 가장 낮은 것은 나쁜 것을 좇아서 해를 보는 것이라 하였다. 참으로 대학자다운 식견이다.옳은 일을 해서 이익을 얻으면 그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옳은 일을 하다 해를 당해도 좋다 생각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 올바른 이야기를 하다 유배를 가는 해를 당하더라도 마땅히 선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다산은 생각한 것이다. 다만 나쁜 일을 하며 이익을 얻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다산은 자식들에게 자신을 유배 보낸 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나쁜 것을 좇아 이익을 얻는 것이고, 마침내 이익도 얻지 못하고 해만 입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로움이 무엇이고 자신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다산의 편지 말미에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그리고 또 하나는 폐족(廢族)이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의 편지를 읽은 두 아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폐족으로 전락한 가문의 자식이지만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적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버지 다산 버금가는 위대한 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과 함께 시작된 조기 대통령선거로 정치적 이합집산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지조를 버리고 이익이 되는 곳으로 자신을 팔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산의 말처럼 올바른 것도 아니고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양심과 영혼을 팔아서는 안 된다. 막대한 자본으로 유혹하는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정도면 환경과 생명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을 거라며 당근으로 유혹하는 사례들이 날로 늘어날 것이다. 지금 세상은 그렇게 변했다. 영혼을 잃은 전문가와 관료들이 거대한 자본과 합작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만백성이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다산의 의리와 자존심을 배워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비루한 모습으로 살지 않는 세상, 그것이 진정 다산이 꿈꾸었던 한 세상이 아닐까 한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무섭다.'명예롭게 살다 빛나게 죽고자 한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7-02-05 김준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좌시아형: 때를 돕는 사부

시절이 어지럽고 힘들 때면 그 시절을 지혜롭게 헤쳐 간 인물들이 생각나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강태공이다. 천자문에 반계(磻溪)와 이윤(伊尹)은 때를 도운 사부였다는 구절이 있다. 이윤은 많은 이들이 역사적 인물로 많이 이야기하지만 강태공은 그 생애가 신비로운 인물이다. 조선전기 무과의 과거시험과목이었던 '무경칠서(武經七書)'의 하나인 육도(六도)의 원저자는 강태공이라고 한다. 역대 신선들의 기록인 '열선전'에 의하면 강태공의 본명은 呂尙으로 冀州人이라고 되어있다. 나면서부터 지혜가 있어 존망을 예견했다고 한다. 은나라 말 어지러운 시기를 당해 요동(遼東)에 40년간 피해 있다가 그 후 西周로 가서 남산아래 시내에서 낚시를 했는데 그 시내이름이 반계(磻溪)라서 강태공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3년이 지나고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주위에서 그만 두라고 하니 '네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하고는 결국 물고기 뱃속에서 군사비기인 병검(兵鈐)을 얻었다고 한다. 그 후 문왕이 꿈을 꾸고 강태공을 수레로 모시고 와서 무왕이 은나라를 멸할 때 병서 100편을 지었다고 한다. 택지(澤芝)와 지수(地髓)를 복용하며 수가 200세에 이르렀는데 나중에 장사지내려고 보니 시체는 없고 옥검(玉鈐) 6편만이 있었다고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1-31 철산 최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