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정신지운: 정신이 운이다

일상에서 운이 좋았다거나 운이 좋지 않았다거나 하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운 타령을 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말이 運七技三(운칠기삼)이다. 일의 성패는 재주보다 운이 더 좌우한다는 뜻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면 정말 그렇다고 공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굿럭(good luck)이라고 행운도 빌어준다. 운(運)은 차(車)를 움직여가는 뜻이다. 차를 타고 나가다가 맑은 날씨에도 피할 수 없는 사고가 나면 잘못 움직인 것으로 운이 좋지 않은 것이고, 폭우를 뚫고 움직였는데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면 잘 움직인 것으로 운이 좋은 것이다. 내가 움직이고 세계가 자연이 움직이는 것이 다 運이다. 나의 움직임이 잘되면 내 운이 좋은 것이고 세계의 움직임이 좋으면 세계의 운이 좋은 것이고, 우주의 움직임이 좋으면 우주의 운이 좋은 것이다. 그렇긴 해도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운은 세상과 우주의 운과 연계되어 움직인다. 그래서 운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궁금해 하고 점을 쳐보기도 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세상의 움직임은 세상 사람들의 움직임이고 세상 사람들의 움직임은 반드시 그들의 정신(精神)의 움직임과 맞물려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의 운(運)을 알고 싶다면 나의 정신의 움직임을 성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7-05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고고한 품격이 돋보이는 자작나무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오르다 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눈부시게 하얀 수피로 은세계를 만드는 자작나무이다. 마치 순백의 동화의 나라로 들어온 것처럼 감동적이고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다. 많은 사람이 자작나무 하면 영화 '닥터 지바고'속에 '라라의 테마' 음악이 흐르는 광활한 시베리아벌판의 자작나무숲을 떠올릴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줄지어 서서 눈처럼 새하얀 수피와 싱그러운 초록잎을 자랑하는 자작나무의 자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봄, 여름의 푸른 숲에서, 황금색 단풍 옷을 갈아입은 가을에는 하얀 수피가 한층 더 도드라지며 겨울엔 흰 눈과 어우러져 고고하고 품격이 돋보인다. 그래서 자작나무를 숲의 귀족이요 나무들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한대지방을 대표하는 나무인 자작나무는 북한이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의 숲처럼 인공적으로 심어 조성한 것이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 높이 20m까지 자라며, 꽃은 4월에 피는데 암꽃은 위를 향하고 수꽃은 이삭처럼 아래로 늘어진다. 잎은 둥그스름한 삼각형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자작나무의 이름은 껍질을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화(樺)로 쓴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불이 잘 붙고 오래가므로 호롱불로 살던 시대에는 불을 밝히는 재료로 많이 사용했다. 결혼하는 것을 화촉을 밝힌다고 하는데 화촉의 '화'가 바로 자작나무를 가리키는 것이다.얇은 종이를 여러 겹 붙여 놓은 것 같은 자작나무의 속껍질은 매끄럽게 한 겹씩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해 그림을 그리거나 불경을 새기는 데 사용되어 왔다. 특히 여기에는 큐틴이라는 성분이 다른 나무보다 많이 들어 있어 잘 썩지도 않으며 벌레, 곰팡이와 습기에도 매우 강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다. 국보 제207호 경주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도는 말의 안장 양쪽에 달아 늘어뜨리는 말다래에 그려진 그림인데,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번 겹쳐 누빈 후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만든 것으로 가장 중앙부에 비천하는 백마를 그려 넣은 것이다. 경주 금관총에서 발굴된 금관도 머리에 닿는 안쪽에 자작나무의 껍질이 덧대어져 있다. 고대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활인 단궁의 궁배를 감는데도 지팡이나 각종 연장의 손잡이를 감싸는 데도 이 껍질을 사용했다. 껍질을 태운 숯으로는 그림을 그리거나 가죽을 염색했다. 그래서 옛날에 그림도구나 물감 염료 등을 파는 가게를 '화피전'이라고 불렀다. 북부지방의 너와집은 지붕에 자작나무 껍질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로 눌러 놓기도 했다. 자작나무는 목재로서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박달나무와 사촌지간이라 조직이 매우 치밀하며 단단하고 색상도 황백색으로 깨끗해 가구를 만들거나 조각재로 많이 쓰여 왔다. 북유럽에서는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서 사우나를 할 때 혈액순환을 위해 온몸을 두드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 자작나무는 고로쇠나무나 거제수나무처럼 곡우 즈음에 수액을 채취해 먹는다. 사포닌성분이 많아 약간 쌉쌀한 맛이 나는 자작나무 수액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다. 한방에서는 수피를 백화피라 하여 해열과 해독에 약재로 사용한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6-07-03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능근취비: 가까운 곳에서 취해서 깨닫는다

연초가 되면 괘를 얻어 새해의 흐름을 예상해보곤 하였다. 2016년은 병신(丙申)으로 병신가관(丙申可觀)이라고 한 적이 있다. 주역의 풍지관괘(風地觀卦)에서 취한 것이다. 볼만 하다는 것인데 상반기가 지나면서 무엇이 볼만한 일이 있었나를 검토해보는 것이다. 처음에 볼만 한 것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관전한 것이다. 바둑의 백돌과 흑돌 자체가 음양(陰陽)의 의미인지라 이것이 암시하고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큰 것이었다. 주역에서는 陽은 정신적인 것이고 陰은 물질적인 것이라고 여기는데 기계가 인간을 이겼으니 큰 틀에서 보면 陰이 陽을 이긴다는 조짐을 드리우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판을 만들어준 선거이다. 모든 여론조사의 예측을 뒤엎고 야당이 여당을 압승하였다. 이것 역시 여당이 陽이라면 야당이 陰인데 음이 양을 이긴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로 멀리 일어나는 일을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논어의 능근취비(能近取譬)이다. 국제적으로 요즈음 시끄러운 브렉시트 역시 금융시장에 하방압력을 주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상승이 陽이라면 하락은 陰인데 각종 여론조사의 예측을 뒤엎고 이 역시 음이 양을 이긴 것이다. 상반기에 진행된 세 가지 일을 취해서 앞으로 하반기에 어떻게 진행될지 헤아려보는 것도 능근취비(能近取譬)이다. /철산(哲山) 최정준(동문서숙 대표)

2016-06-28 철산 최정준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장마와 날씨이야기

어른이 되려면 홍역을 치러야 했던 것처럼 본격적인 여름 전에 장마를 거쳐야 하고 지금 그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8일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지방에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렸다. 중부지방에는 지난 22일 약간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았으나 큰비는 내리지 않았다. 다행히 큰 비 없이 시작된 장마지만 여름철 문턱에서 언제든지 집중호우를 내릴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로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장마의 어원인 '댱마'는 '댱(長)'은 긴, 오랜 이란 뜻의 한자어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맣'의 합성어로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梅雨(Baiu)', 중국에서는 '梅雨(Mei-yu)'라고 한다.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경우를 말하며 장마전선은 북쪽의 찬 고기압과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 사이에 형성되는 정체전선으로, 계절의 진행에 따라 남해 상에서 북상해 한반도에 접근해 한반도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한다. 장마 기간에 우리나라에 평년(30년)기준으로 290~411㎜의 비가 내리고 연 강수량(1천307.7㎜)의 27%가량이 내린다. 그러나 장마라고 해서 계속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구름 낀 날만 지속될 뿐 강수량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 1973년에는 6월 25일에 장마가 시작돼 중부와 남부지방은 6월 30일에 장마가 짧게 끝났다. 또, 제주도도 7월 1일에 장마가 끝나면서 전국적으로 장마 기간이 6~7일로 짧게 기록되기도 했다. 이때 내린 비의 양은 전국 평균 71.9㎜로 연간 강수량의 약 7.1%에 불과했다. 반대로 2006년에는 평균 699.1㎜의 비가 내리면서 연 강수량의 49.1%의 비가 내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이런 강수량의 차이에도 일반적으로 장마 기간에 일어나는 피해는 특성이 있다. 비가 넓은 지역에 내리기 때문에 피해 지역이 광역시나 도 단위로 넓게 나타난다. 또, 어느 정도 강한 비가 여러 날 내리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홍수 같은 유형의 피해가 난다. 강한 강수로 인한 피해도 일어나지만 지속적으로 넓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생길 수 있는 형태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해는 개인적인 피해보다는 다수의 지역사회를 위협하고 피해도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최근 기후변화로 날씨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로 들어오면서 장마와 장마가 아닌 기간과의 날씨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장마 기간에는 많은 비, 이후에는 본격적인 더위로 일반적으로 나뉘었던 날씨의 구분이 무색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장마가 시작됐다고 하는 것은 본격적인 여름철이 끝나는 9~10월까지는 계속해서 비로 인한 피해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마철에 비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지구에 대한 계속된 관리가 요구된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장마 기간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장마 기간에는 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아 식중독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지치고 무기력해진다. 장마철 식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 외출 후 반드시 손을 씻고 상하기 쉬운 음식은 바로 냉장고에 보관하며, 빨래 등은 날씨 좋은 날 몰아서 하는 등 세심한 위생관리와 생활관리가 필요하다./남재철 기상청 차장남재철 기상청 차장

2016-06-26 남재철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일영성화: 해는 길고 별은 大火성이다

양력으로 6월 22일 전후가 절기로 夏至이다. 낮의 길이가 제일 긴 날이다. 24절기에는 지극하다는 至자가 들어간 것은 둘 뿐이다. 하나는 冬至이고 하나는 夏至이다. 동지는 겨울철로 밤의 길이가 제일 길고 하지는 여름철로 낮의 길이가 제일 길다. 서경에서는 하지가 한여름에 있기 때문에 중하(仲夏)라고 표현하였다.낮의 길이가 제일 길다는 표현이 일영(日永)이다. 고대에 하루의 시간을 100각(刻)으로 나눈 다음 낮의 길이로 절기를 알았다. 대략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은 낮의 길이가 50刻이고, 동지는 40刻이며 하지는 60刻이다. 규표(圭表)라는 막대기를 땅에 세우고 해 그림자의 길이를 재면서 기록을 하였다. 저녁에는 하늘에 뜨는 별을 보고 절기마다 기록하였는데, 하지에는 해진 후에 大火星이라는 별이 남쪽하늘에 보였다고 한다. 이것을 성화(星火)라고 표현하였다. 하지에 낮에 해를 관찰하고 저녁에 별도 관찰한 결과 낮에 해는 제일 길고 저녁에 별은 대화성이 남중한다는 기록이 서경의 일영성화(日永星火)이다. 그리고 이날 해에게 제사도 올렸다고 한다. 한 여름철 잠시 호흡을 크게 하고 별과 해와 감응하며 살고 있는 우주적 자아를 떠올려보자.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6-21 철산 최정준

[김준혁의 역사산책] 뇌물이 나라를 망친다

1899년(고종 36) 2월 2일 고종은 8도의 관찰사를 새롭게 임명했다. 수시로 관찰사들을 임명하기는 했지만 이번 임명은 모두 새로운 인물들이었다. 이때 경상북도 관찰사로 임명된 사람이 바로 나주 군수 김직현이었다. 김직현은 11년 전 일개 성균관 유생에서 구일제(九日製)라는 특별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에 들어와 승승장구한 인물이었다. 그가 과거에 합격하고 요직에 임명된 것은 국왕과 고위 관리들에게 뇌물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김직현은 나주군수를 하면서 백성들이 낸 세금 8만원을 고을의 아전이었던 김용규로 하여금 서울에 올라가 고위 관리들에게 뇌물로 전달했다. 이 뇌물로 김직현은 경상북도 관찰사에 임명되었고, 일개 아전에 불과했던 김용규 마저도 해남군수가 되었다. 뇌물로 관직을 사고팔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고종시대에 수시로 발생했다. 일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것에 분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매천 황현이 저술한 역사서 '매천야록'에 보면 고종과 민왕후의 방탕은 극에 달했다. 이들은 원자인 순종이 태어나고 나서 어린 아들을 위해 8도의 명산에 기도한다고 엄청난 재물을 썼다. 거기에 더해 고종과 민왕후는 향락에 물들어 새벽까지 연회를 베풀고 유흥을 즐기느라 엄청난 돈을 썼다. 밤늦게까지 놀다가 오후에 일어나 나랏일을 하는 군주가 어떻게 온전하게 국가를 경영할 수 있었겠는가? 거기에 민왕후의 사치가 더해 국가의 재정은 붕괴되고 있었다. 나라 재정이 붕괴되다보니 국왕과 왕비는 유흥을 위하여 엄청난 뇌물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뇌물의 대가로 관직을 주었고, 관직이 수시로 변경되어 국가의 행정이 올바르게 이어질 수 없었다.김직현은 관찰사가 되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김직현은 관찰사를 하며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가 얼마나 심했으면 고종마저도 김직현의 엄청난 비리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종은 17개월 뒤 다음과 같은 하교를 내리며 그를 파직시켰다. "나라에서 관청을 세우고 벼슬자리를 설치한 것은 백성을 양성(養成)하기 위한 것이지 백성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다. 풍속을 관찰하는 지위와 백성들을 인도하는 책임을 위임한 중요성이 얼마나 큰 것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러는 재물을 긁어모으는 것만 일삼으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생각지 않고 더러는 잇속만 다투면서 체면을 훼손시키고 있어 듣기에도 놀랍고 분통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것을 그대로 놓아 둔다면 오히려 나라에 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참으로 지당한 이야기이지만 고종의 이러한 하교는 참으로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고종을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국가지도자라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이 망한 것은 나랏님으로부터 하급 관리들까지 뇌물이 만연하고 부정과 비리가 횡횡했기 때문이다. 김직현은 비리로 파면된 후 5개월 만에 사면을 받았다. 역시 뇌물의 힘이었을 것이다.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뇌물과 비리의 이야기만 가득하다. 전직 판사출신인 최유정 변호사의 법조 비리,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과 관련된 홍보물 비리 의혹, 국방부의 방산비리, 롯데그룹과 이명박 정부와의 스캔들까지 참으로 기가막힌 일만 가득하다. 나라가 온전히 운영되고 발전하려면 이러한 뇌물과 비리는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이제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뇌물을 주고받는 기득권층들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조선시대 혹은 독재정권 시대의 침묵하는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6-06-19 김준혁

[윤중강의 음악살롱] 잠비나이와 포스트국악(Post-gugak)

영국음반레이블 벨라유니온(bella union)에서 잠비나이(JAMBINAI) 음반이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된다. 한국음악의 세계음반시장 진출과 관련한 커다란 성과다. 그간 한국정부의 노력으로, k-pop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외국음반사가 한국 아이돌의 k-pop을 음반으로 출시하려 하진 않는다. 잠비나이는 음악 외적인 어떤 도움도 없이, 오직 그들의 음악만으로 서구음반시장에 진출했다! 이런 사실은 k-pop의 해외공연과 관련 홍보성 뉴스보다도, 대한민국에서 훨씬 비중 있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잠비나이는 국악기를 기본으로 한다. 피리(이일우), 해금(김보미), 거문고(심운용)의 트리오밴드다. 그들의 음악의 가치는 무엇인가? 잠비나이를 장르로 얘기하자면, '포스트록(Post-rock)'이다. 그간 한국에서 록그룹의 연주에 태평소와 같은 강렬한 메탈사운드가 합쳐진 적도 있었다. 언뜻 생각하면, 잠비나이가 다루는 세 개의 악기는 록에 전혀 적합한 악기가 아니다. 잠비나이는 세 악기 간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독특한 그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었다. 이런 것이 전 세계의 록팬을 열광시켰다. 한국의 민속악기가 록음악의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한 셈이다. 잠비나이는 결코 퓨전국악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시작한 퓨전국악의 성과를 크게 인정한다. 재즈와 만나고, 힙합을 만나면서, 국악 혹은 국악기를 알렸다. 이런 퓨전국악은 불특정다수가 좋아하는 대중성에 연연하는 면이 강하다. 잠비나이는 다르다. 잠비나이뿐 아니다. 현재 해외 유명페스티벌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는 숨'su:m'과 거문고팩토리는 다르다. 거슬러 올라가면, 공명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이제 더 이상 퓨전국악의 범주에 넣지 않길 바란다. 왜냐? 이들은 기존의 퓨전국악팀들이 지향했던 '국악의 대중화'를 생각지 않는다. 더불어 그들의 음악을 '국악'이라고 불리는 것도 때론 불편해 할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하는 거다. 그 수단으로서 국악기가 존재하는 거다. 그렇다면 잠비나이와 같은 음악을 뭐라 해야할까? 포스트 국악(Post-gugak)이라고 불러야 한다. 잠비나이를 해외에서 민속음악에 기반한 포스트록이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이들의 음악에는 기존의 음악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전향적 자세가 돋보인다. 기존의 퓨전국악에서처럼, 서구의 장르를 경외하거나, 서양악기를 모방하려는 방식과는 크게 거리감이 있다. 무엇보다도 국악기를 새롭게 다루려는 의지와 성과가 있다. 이들은 전통적 연주를 마스터했지만, 여기에 연연하지 않는 거다. 위의 단체들이 가장 중시하는 건, 구성원들과의 음악적 시너지다. 더불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과 가능한 차별화되길 원한다. 그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중시한다. 잠비나이를 비롯한 앞에서 열거한 팀들의 이런 특성이 여러 장르의 음악을 두루 거친 외국의 청중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요인이다. 관객에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국악을 뛰어넘으려는 의지와 성과가 그들의 음악에서 발견된다. 그들의 음악을 포스트국악(Post-gugak)이라 하게 될 때, 그들은 국악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나의 장르로 구축되면서, 한국음악 혹은 한국악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및 실험이 앞으로 더욱더 자유스럽게 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다. 공명, 거문고팩토리, 숨, 잠비나이는 그간 정부 차원의 큰 도움 없이, 세계음악시장을 개척해서 그들만의 입지를 굳혔다.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은 모두 자생적 수익구조를 만들기에 고민하고 있단다. 무척 안타깝다. 대한민국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한국음악의 세계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이제 이런 '포스트 국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윤중강 평론가·연출가윤중강 평론가·연출가

2016-06-12 윤중강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심동신피: 마음이 움직이면 정신이 피곤하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스트레스는 일종의 피곤함이다. 일상에서 피곤(疲困)함을 느끼는데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다양하다. 원인이 사람인 경우도 있고 일인 경우도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큰 차원에서 보면 나와 세상의 불균형 때문이다. 나의 힘은 약한데 짐이 무거운 것도 그렇고, 나의 능력은 없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클 경우가 그렇다. 스트레스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환경으로 주어질 경우도 있고 자기 스스로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외부환경으로 주어지는 불균형의 경우는 나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다. 그런 경우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나를 둘러싼, 내가 속해있는 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해결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욕심이 지나칠 경우는 스스로 그 불균형을 조절할 수 있다. 천자문에서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마음의 움직임에서 찾았다. 요즈음 말로 하면 심혈관계나 신경계통의 병의 원인에 대한 언급이 심동신피(心動神疲)이다. 마음의 격랑(激浪)을 가라앉히고 안정을 찾기 위한 좋은 방법중 하나는 주관적 욕구와 외부환경과의 차이를 해소하는 일이다./철산(哲山) 최정준(동문서숙 대표)

2016-06-07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6월 숲의 주인공 산딸나무

화려한 봄꽃들의 축제가 끝나고 녹음이 우거진 숲속을 거닐다보면 초록의 바다에서 마치 하얀 나비 떼의 군무를 보는 듯해 유난히 눈에 띄는 아름다운 나무가 있다. 나무 전체에 팔랑개비 모양의 커다랗고 새하얀 꽃이 층을 이루듯 무리지어 피어 멀리서 보아도 청초하고 깨끗한 자태를 자랑하는 나무, 바로 6월 숲의 주인공 산딸나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에 속하며 겨울에 잎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로 제주도 한라산에서부터 중부 이남까지 표고 300∼500m정도에서 높이 12m, 가슴둘레직경 50㎝까지 자란다. 줄기는 어두운 회색이거나 갈색으로 매끄럽고 얼룩무늬가 돋보이며, 잎은 계란형으로 마주보며 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잔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산딸나무는 지역에 따라 딸나무, 산달나무 등으로 다르게 부르는데, 산딸나무라는 이름은 열매의 모양이 산에서 자라는 큰 나무에 딸기 같은 열매가 달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9~10월에 열리는 빨간 열매는 모양도 우리가 흔히 먹는 산딸기를 쏙 빼닮았고 달착지근하고 육질이 많아서 먹을 수 있으며 새들에게도 인기가 많다.산딸나무를 아는 사람들에게 꽃잎이 몇 장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4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보통 흔히 보는 벚꽃이나 매화, 살구꽃 등은 꽃잎이 5장인데 산딸나무는 특이하게 4장이다. 그러나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잎이 변해 꽃잎처럼 보이는 '포'라고 하는 식물기관이다. 산딸나무는 아주 작은 꽃들이 20∼30개씩 모여 공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데 지름이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우거진 초여름의 숲에서 작은 꽃만으로는 벌이나 나비 같은 수분곤충들을 불러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절실한 생존전략으로 꽃포가 크고 화려하게 발달한 것이다. 서양산딸나무는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꽃의 색깔도 다양하고 높이도 크게 자라지 않는 등 우리나라 산딸나무와 좀 다르다. 오랫동안 유럽과 미국에서도 사랑을 받아온 나무인데 미국의 버지니아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를 상징하는 꽃이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시절에는 남자들이 이 꽃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내 고백을 했을 정도로 생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였던 것 같다.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를 산딸나무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꽃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하트모양의 꽃포가 2장씩 서로 마주보고 있어 십자모양을 이루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에게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기도 한다. 산딸나무의 영명은 'Dogwood'이다. 옛날에 산딸나무 껍질을 다린 물로 개의 피부병과 개에 물린 상처를 치료했다거나 또는 목질이 단단한 산딸나무로 단도의 손잡이를 만들어 사용했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산딸나무는 공원이나 정원,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꽃과 열매, 그리고 붉은 단풍까지 화려해 오랫동안 즐길 수 있으며 환경오염에도 강하고 생명력도 질겨 잘 자라기 때문이다. 산딸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굳으며 촘촘한 나이테 때문에 대패질한 표면이 매우 깨끗하고 맑아 목관악기나 가구, 조각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등 목재로서의 활용도도 뛰어나다. 또한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해열제나 강장제로도 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6-06-05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고지현인: 옛날의 현명한 사람들

우리가 남의 의중을 파악하고 싶으면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고 하나는 간접적으로 떠보는 것이다. 고전에는 떠보는 방식의 이야기가 꽤 있는데 논어가 대표적이다. 하루는 공자의 제자인 염유가 선생님이 衛나라 임금을 과연 도와주실지 궁금했다. 그러자 자공이 공자의 의중을 알아보겠다고 하며 선생님께 질문을 하였다. 그 질문의 내용은 백이숙제가 어떤 사람이었냐는 것이었다. 공자는 옛날의 현인들이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원망하였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공자는 "仁을 추구하여 仁을 얻었는데 무슨 원망이 있었겠느냐!"라고 하였다. 자공은 공자와의 문답을 마치고 선생님은 위나라 임금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염유에게 말하였다.자공은 공자에게 직접적으로 위나라 임금을 도우실 것인지 묻지 않고 백이숙제에 대한 생각을 물어 공자의 의중을 파악한 것이다. 당시 위나라 임금은 출공(出公)으로 영공(靈公)의 손자이자 괴외(괴외)의 아들이었다. 출공은 할아버지 영공이 죽자 송나라에 망명 가 있던 아버지를 불러 왕위를 계승하지 않고 자기가 왕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반면에 고죽군의 두 아들이었던 백이와 숙제는 서로 왕위를 사양하여 도망간 인물이다. 서로 상반된 역사인물에 대한 생각을 통해 의중을 파악한 경우이다. 자공은 공자가 백이·숙제를 칭찬하는 것을 보고 그와 상반된 행위를 한 위나라 임금을 도울 리 없다고 본 것이다. 고전을 꾸준히 읽다 보면 그 안에 등장하는 옛날의 현인과 접하게 되는데 그들의 됨됨이를 알아두면 그와 상반된 인격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철산(哲山) 최정준(동문서숙 대표)

2016-05-31 철산 최정준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전쟁과 날씨이야기

6월은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현충일과 6·25가 있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세계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물리학자, 기상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날씨가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기상이나 날씨 변화를 활용해 인간의 역사에 영향을 준 전쟁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기원전 492년 페르시아는 아테네를 정복하기 위해 대함대를 이끌고 진군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태풍으로 대함대가 바다에서 침몰해 그리스에 참패를 당했다. 당시 페르시아가 태풍을 예상하고 전쟁을 미루거나 빨리 시작해 전쟁의 승패가 바뀌었다면, 화려한 그리스 로마 시대는 세계사에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중국 삼국시대인 208년 조조는 30만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형주 장강의 적벽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전투를 했다. 조조의 군대는 북방에서 내려와 군사들이 습한 기후에 뱃멀미를 하자 해결책으로 수군의 크고 작은 배들을 십여 척씩 쇠사슬로 묶은 다음 배 위에 넓은 판자를 깔아놓았다. 이때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은 강한 동남풍을 예상해 동짓날 밤 이십여 척의 배에 볏짚과 기름 천을 싣고 북쪽에 정박한 조조의 대군을 향해 전진, 화공(火攻)으로 대승을 거뒀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는 명언을 남긴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1805년 유럽 제패의 꿈을 이루기 위해 60만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러시아 원정에 나섰다. 폭염 속에서도 러시아로 진군해 모스크바를 점령했으나 10월이 되자 모스크바에 혹한이 일찍 찾아와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은 더는 버틸 수가 없어 철군을 결정했다. 추운 겨울 준비를 하지 못한 프랑스군은 산발적인 러시아군의 공격과 추운 날씨 그리고 식량문제로 11월 중순이 되자 60만 명의 대군은 10만4천 명으로 줄었다. 12월이 되자 영하 40도의 추위에 대부분의 프랑스 병사들은 동상이 걸려 사망하거나 탈영해 단 3만여 명만이 프랑스로 돌아온 참혹한 패배를 했다.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던 노르망디상륙작전은 영국 공군 기상대장인 스태그 대령의 기상 예보를 근거로 아이젠하워 연합군 총사령관이 작전 강행을 결정했다. 노르망디상륙작전과 유사한 조건에서 시행된 인천상륙작전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잦은 폭풍과 안개 등 악천후 기간에 이뤄졌다. 미군 기상대의 정확한 기상예측과 분석을 통해 9월 15일을 상륙 적기로 잡았다. 그러나 태풍 제인과 케이지가 발생해 작전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상장교는 태풍이 12~13일 대한해협으로 지나가므로 미 함대가 미리 출항하면 비교적 안전한 태풍의 왼쪽인 가항반원으로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조언했다. 이에 맥아더 장군의 현명한 판단으로 미 함대는 일본 고베 기지를 일찍 출항하고 예정대로 인천에 도착해 9월 15일 새벽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6·25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미 해군기상대의 예보는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육·해·공군에 기상지원 조직이 있으며 특히, 공군 기상단은 전국 군 공항에서 전투기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한 정확한 기상예보를 하고 있다. 현대에서는 생화학전 같은 전쟁이 예상되므로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통용되고 있다. "날씨는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여전히!"/남재철 기상청 차장남재철 기상청 차장

2016-05-29 남재철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여시소식: 때와 함께 줄어들고 늘어난다

서로의 안부(安否)를 묻는 메시지를 소식(消息)이라고 하는데 주역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바닷물로 이야기해보면 消는 물이 빠지면서 점점 줄어드는 과정이고 息은 물이 불어나면서 점점 늘어나는 과정이다. 해안가에 거주하면서 물고기를 잡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밀물이 息이라면 해수면이 하강하는 썰물이 消에 해당한다. 이들은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우고 물이 빠지기 전에 뭍에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늘 소식(消息)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어찌 보면 우리들의 삶은 어부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어느 일정한 시점에 어떤 일과 연관해서 보면 반드시 이 둘 중 하나의 과정에 들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상에서 消息을 묻는다는 말로 사용되었다. 주역에서는 그런 消息은 때를 따라 진행된다고 하였다. 달의 모습이 상현 보름 하현 그믐으로 진행되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에 따라 간만(干滿)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런데 때를 따라 진행되는 자연의 변화만 소식이 아니라 때에 맞추어 줄이고 늘리는 인간의 살림살이도 소식(消息)이다. 지금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 진정한 소식을 묻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5-24 철산 최정준

[김준혁의 역사산책] 미국과 일본

1905년 7월 29일,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테어도어 루스벨트의 지시를 받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Taft,W.)는 동경으로 가서 일본 수상 가쓰라(桂太郞)와 비밀리에 미국은 필리핀을 지배하고, 일본은 조선을 지배한다는 비밀 협정을 맺었다. 남하하는 러시아를 막기 위하여 조선을 일본에 주어 성장시키자는 것이 미국의 논리였다. 당시 주한미국공사 알렌은 일본의 야욕이 커지고 있어 향후 일본이 반드시 미국과 대결을 할 것이니 일본의 조선 지배를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강변하였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호감과 조선에 대한 경멸로 알렌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비밀리에 맺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은 미국의 은밀한 지원하에 조선을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나 일본은 알렌의 주장대로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며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은 서로의 국익 때문에 깨졌고, 미국은 일본을 공격하기 위하여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리틀보이라 부르는 원자폭탄을 투하하였다. 이 결과로 7만8천명이 사망하고 1만명이 실종 되었으며, 3만7천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로부터 41년이 지난 1996년 12월에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세계 평화를 위하여 다시는 핵무기가 사용 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의 세계유산 지정이 그 의도와 달리 일본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이상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 최근에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26일에 있을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위령탑에서 1945년에 희생된 일본인들을 위하여 추모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막기 위하여 일본과 깊은 교류를 맺으며 일본의 군사력을 확장하게 하고 있는 처지이니 오바마의 일본 방문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더욱더 일본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시켜줄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당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죽은 재일 조선인 피폭자는 그 수가 무려 7만~10만 명으로 일본인 피폭자의 10분의 1이 넘는다. 이들은 엄청난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사과는 물론이고 단 1원의 보상금도 받은 적이 없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무 죄도 없이 죽어간 조선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피폭 피해자들에 대해 추모하는 것은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냉대받고 고생하다 죽음의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조선인들에 대해 추모하지 않는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는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미국이 대한민국과 우방이라고 자처하면서 역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고, 과거 적이었던 일본에 대해 신우방으로 일본의 비위만을 맞추려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역사의 반성도 아시아의 평화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이들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해야 한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6-05-22 김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