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초록잎 캔버스에 붉은 꽃 수를 놓은 동백나무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어느덧 남녘에서부터 꽃소식이 전해진다. 눈을 뚫고 나온 노란 복수초와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는 매화꽃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엄동설한 추운 바람 속에서도 정열적인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인고와 기다림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나무이다. 동백나무는 늦겨울에 따스한 봄의 온기를 전해 주는 전령사 역할도 하는데 붉은 꽃잎이 이제 막 단장을 마친 여인의 붉은 입술을 닮았다고 해서 '여심화'라 부르기도 한다. 동백의 활짝 핀 화려한 꽃송이는 숲을 불태울 듯 한 정경이지만 꽃이 떨어진 후에도 쉽게 지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시 꽃을 피우는 듯하다. 동백꽃은 질 때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지 않고 꽃봉오리 전체가 떨어져 나무 아래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꽃 필 때의 청초함과 눈부신 아름다움을 꽃이 지고난 후에도 한 결 같이 간직하고 있어 시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한편으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은 애잔함을 노래하게 하는 꽃이다. 가수 이미자씨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프랑스의 문호 뒤마의 소설 '춘희'를 비롯해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과 오페라 등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꽃이 지는 모습이 불길하다고 해 제주도나 일본에서는 집안에 심는 것은 금기시 해왔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하며 크게 자라면 7~8미터까지 자라는 늘 푸른 큰키나무이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에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이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다. 동백나무는 주로 해안가에 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자라는 곳에 따라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화려한 꽃 잔치를 이어간다. 이른 봄 가지 끝에 1개씩 피는 꽃은 5개의 꽃받침 위에 5∼7장의 꽃잎이 있고 그 안에 노란색 수술이 자리 잡고 있다. 줄기는 회백색이고, 사계절 내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잎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어긋나게 달리며 잎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잔 톱니가 있다. 곤충이 없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동박새를 선택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조매화이다. 향기보다 강한 꽃의 색으로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한다. 동백나무는 녹색의 작은 방울같이 생긴 열매도 보기 좋다. 열매는 갈색으로 익으면서 세 개로 벌어지고 그 안에 잣처럼 생긴 종자가 들어있다. 동백나무는 예로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나무는 가구나 기구를 만드는데, 열매는 기름으로, 꽃과 잎은 약재로 쓰였는데 무엇보다도 많이 쓰인 것은 열매에서 짜낸 기름이다. 맑은 노란색의 동백기름은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올레산이 많아 쉽게 산화되거나 증발되지 않고 공기 중에 놔두어도 잘 굳지 않아 등잔용 기름이나 윤활유, 화장품으로 이용했다. 동백기름은 식용으로도 사용했는데 맛도 괜찮은 편이고 심장병과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정평이 나있다. 특히 옛날 여인들은 이 동백기름이 필수품이었는데 머릿결이 갈라지거나 끊어지는 것을 방지해 윤기 있고 단정한 머릿결을 만드는데 썼다. 동백나무는 재질이 단단해 다식판이나 얼레빗, 화장대 등을 만드는데 사용했고, 가정에서는 동백꽃을 말린 가루를 상비약으로 준비했다가 화상과 타박상, 지혈 등에 사용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2-19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피일차일: 저것은 (저것대로) 하나의 일이고 이것은 (이것대로) 하나의 일이다

杞나라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봐 근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침식도 폐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렇게 근심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이 찾아와서는 그를 설득시켰다. 하늘은 사방에 기운이 쌓인 곳이고 땅은 사방에 덩어리가 쌓인 곳이기 때문에 무너지거나 꺼질 염려가 없다고 하자, 근심하던 사람이 안심을 하며 웃었다. 그러자 장려자(長廬子)란 사람이 그 대화를 듣고는 웃으며 말하였다. "하늘에 쌓인 기운과 땅에 쌓인 덩어리가 어째서 무너지거나 꺼지지 않겠는가? 천지도 공간에 있는 一物로 가장 큰 것일 뿐이기 때문에 끝나고 마치기 어렵고 헤아리고 알기 어려울 뿐 언젠가 무너질 때가 되면 어찌 근심하지 않겠는가?" 천지가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杞나라 사람의 걱정을 풀어주려고 한 사람의 의견을 비판한 것이다. 천지가 무한한가 유한한가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대목인데 杞나라 사람은 유한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위로하던 사람은 무한하다고 생각했고, 그를 다시 비판한 장려자는 유한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열자(列子)가 이 이야기를 다 듣고는 말하였다. "천지가 무너진다고 하는 것도 그르고 천지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그르다. 무너질지 무너지지 않을 지는 내가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무너지는 하나의 일이고 무너지지 않는 것도 무너지지 않는 하나의 일로 저것은 저것이고 이것은 이것이다. 살았을 땐 죽음을 모르고 죽어서는 삶을 모른다. 그러니 무너지든 안 무너지든 내가 뭣 하러 마음을 쓰겠는가!" 이상이 열자의 이야기이다. 이제 인간에게 천지는 장려자의 말처럼 기우(杞憂)가 아닌 원려(遠慮)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2-14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고청비: 하늘은 높지만 낮은 곳에서 듣는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혜왕(惠王)이 진(陳)나라를 멸망시켰다. 이때 형혹(熒惑)이 심수(心宿)라는 별자리에 들었다. 천문에서 형혹은 화성(火星)으로 동양 고대에서도 전쟁의 신이라 불려서 화성이 침범하는 별자리에 해당하는 나라는 불길의 징조로 여겼다. 심수라는 별자리는 동방(東方) 청룡(靑龍) 7개의 별자리 중 가운데 위치한 별인데 중국에서는 춘추시기 송(宋)나라의 분야에 해당한다고 여겼다. 당시 송나라의 임금이었던 경공(景公)이 근심 걱정을 하였다. 그러자 천문을 관측하는 일을 맡아본 자위(子韋)가 말하였다. "흉조가 제상한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제상은 나의 팔과 다리이다." 자위가 또 이르길, "흉조가 백성에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임금은 백성을 기다리는 존재이다." 자위가 또 이르길, "한 해의 농작으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한 해의 농작을 망쳐 백성이 굶주리면 나는 누구를 위한 군주란 말인가!? 그러자 자위가 "하늘은 높지만 낮은 곳에서 듣습니다. 군주께서 군주다운 말씀을 세 번 하셨으니 형혹성에 변동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는 천문을 관측 하니 과연 3도를 옮겨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상은 사기의 기록인데 어떻게 경공이란 군주가 이런 말을 했다고, 그 때문에 형혹성이 움직였겠는가? 다만 사람의 마음의 기틀인 심기(心機)는 외부세계와 연동되기 때문에 그 심술(心術)을 잘 써야 한다는 경계이다. 군주가 신하와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하늘이 듣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천체가 높이 떠있는 것 같지만 귀는 땅에 대고 있다니 이게 바로 자기 수성(修省)의 경계일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2-07 철산 최정준

[김준혁의 역사산책]다산의 지조(志操)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으로 유배를 간지 몇 년이 지난 뒤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 아버지 자신과 함께 가족을 위해 조정의 집권 세력들에게 고개를 숙이면 중앙정계에 복위시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받아든 다산은 아들에게 답신을 썼다. 그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힘들지만 자존심을 지키자는 간단하면서도 단호한 내용이었다.다산은 천하에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요, 또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기준에 네 종류의 등급이 생긴다고 하였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아래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나쁜 것을 좇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요, 가장 낮은 것은 나쁜 것을 좇아서 해를 보는 것이라 하였다. 참으로 대학자다운 식견이다.옳은 일을 해서 이익을 얻으면 그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옳은 일을 하다 해를 당해도 좋다 생각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 올바른 이야기를 하다 유배를 가는 해를 당하더라도 마땅히 선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다산은 생각한 것이다. 다만 나쁜 일을 하며 이익을 얻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다산은 자식들에게 자신을 유배 보낸 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나쁜 것을 좇아 이익을 얻는 것이고, 마침내 이익도 얻지 못하고 해만 입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로움이 무엇이고 자신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다산의 편지 말미에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그리고 또 하나는 폐족(廢族)이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의 편지를 읽은 두 아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폐족으로 전락한 가문의 자식이지만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적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버지 다산 버금가는 위대한 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과 함께 시작된 조기 대통령선거로 정치적 이합집산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지조를 버리고 이익이 되는 곳으로 자신을 팔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산의 말처럼 올바른 것도 아니고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양심과 영혼을 팔아서는 안 된다. 막대한 자본으로 유혹하는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정도면 환경과 생명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을 거라며 당근으로 유혹하는 사례들이 날로 늘어날 것이다. 지금 세상은 그렇게 변했다. 영혼을 잃은 전문가와 관료들이 거대한 자본과 합작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만백성이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다산의 의리와 자존심을 배워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비루한 모습으로 살지 않는 세상, 그것이 진정 다산이 꿈꾸었던 한 세상이 아닐까 한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무섭다.'명예롭게 살다 빛나게 죽고자 한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7-02-05 김준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좌시아형: 때를 돕는 사부

시절이 어지럽고 힘들 때면 그 시절을 지혜롭게 헤쳐 간 인물들이 생각나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강태공이다. 천자문에 반계(磻溪)와 이윤(伊尹)은 때를 도운 사부였다는 구절이 있다. 이윤은 많은 이들이 역사적 인물로 많이 이야기하지만 강태공은 그 생애가 신비로운 인물이다. 조선전기 무과의 과거시험과목이었던 '무경칠서(武經七書)'의 하나인 육도(六도)의 원저자는 강태공이라고 한다. 역대 신선들의 기록인 '열선전'에 의하면 강태공의 본명은 呂尙으로 冀州人이라고 되어있다. 나면서부터 지혜가 있어 존망을 예견했다고 한다. 은나라 말 어지러운 시기를 당해 요동(遼東)에 40년간 피해 있다가 그 후 西周로 가서 남산아래 시내에서 낚시를 했는데 그 시내이름이 반계(磻溪)라서 강태공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3년이 지나고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주위에서 그만 두라고 하니 '네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하고는 결국 물고기 뱃속에서 군사비기인 병검(兵鈐)을 얻었다고 한다. 그 후 문왕이 꿈을 꾸고 강태공을 수레로 모시고 와서 무왕이 은나라를 멸할 때 병서 100편을 지었다고 한다. 택지(澤芝)와 지수(地髓)를 복용하며 수가 200세에 이르렀는데 나중에 장사지내려고 보니 시체는 없고 옥검(玉鈐) 6편만이 있었다고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1-31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민귀군경: 백성이 귀하고 임금은 가겹다

흔히 맹자의 사상을 혁명사상이라고 하는데 그가 혁명을 말하는 근거나 원천은 딱 하나다. 그것은 바로 백성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은 자가 命을 받은 자이고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는 命을 받지 못한 자일뿐이다. 번거롭게 더 따질 게 없다. 고전에서 흔히 백성을 이야기하고 사직을 이야기하고 인군을 이야기하는데 맹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우선순위는 백성에게 있다. 그래서 백성이 귀하고 사직(社稷)이 그 다음이고 인군이 가볍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大夫가 되려면 諸侯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제후가 되려면 천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지만, 가장 높은 지위였던 천자가 되려면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제후가 사직의 神을 위태롭게 하면 제후를 갈아치운다. 마찬가지로 정성스런 마음으로 제 때에 제사를 지내는데도 가뭄과 홍수가 연이으면 사직의 神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간주해서 사직도 바꾸어 설치한다.혁명(革命)이란 한 왕조가 지닌 命令체계를 바꾼다는 뜻인데 지금으로 말하면 정권이 바뀐다는 뜻과 비슷하니, 교과서처럼 등장하는 하은주(夏殷周)의 교체도 민심을 얻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인군이 가볍다는 것은 인군의 생사여탈권을 백성이 갖고 있다는 뜻이지 그 지위가 가볍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장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그 막중한 지위와 권력이 과연 어디로부터 나오는지를 늘 잊지 말고 정치해야 백성과 나라와 자기 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1-24 철산 최정준

[윤중강의 음악살롱]상 보다 소감

제 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이 있었다(1월 16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받을 만한 작품과 사람이 받았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이나 관계자들이 거의 동의하리라.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한국 뮤지컬계의 두 축인 라이선스뮤지컬과 창작뮤지컬에서 모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뮤지컬어워즈대상은 라이선스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받았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작품이 공연되고 흥행에 성공할 것을 예상하긴 어려웠다. 이 작품은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다소 거친 이분법이나 그간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프랭크 와일드혼에 익숙한 한국의 뮤지컬팬이 음악적인 깊이와 숨겨진 재미가 내재한 스티븐 손드하임 뮤지컬의 매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다. 아울러 라이선스뮤지컬에서 번역과 가창, 주요 배역의 캐스트와 열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이 작품은 라이선스뮤지컬만을 놓고 볼 때, 완연한 대상감이다. 2016뮤지컬작품상은 창작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받았다. 최소의 공간에서 최소의 인원으로, 피아노 한 대만으로 값진 정서와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 또한 다소 거친 생각이나, 대학로의 소극장 뮤지컬은 대개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게 하는 경향이 많다. 이 작품은 달랐다.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기존의 대한민국뮤지컬의 작곡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소극장 뮤지컬에서 얼마만큼 '고품격' 감동을 줄 수 있는 상향치를 가늠하게 해주었다.이번 시상식이 빛난 건, 뮤지컬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의 '참모습'이다. 시상자와 수상자의 멘트에 가식은 없었다. 시상을 하러나온 송용진 배우의 슈트에 경건하게 달린 노란 리본도 잊지 않으리라. 수상자의 소감은 모두 재미있거나, 의미있었다. 그 말 속의 가치가 귀중했다. 사회를 맡은 이건명 배우의 어색한 위트도 매력적이다. 그가 객석에 앉은 뮤지컬계의 스타들에게 물었다. '지금 생각하는 뮤지컬 넘버는 무엇이냐?' 조승우는 '맨 오브 라만차'였다. "들어라 썩을 대로 썩은 세상아 죄악으로 가득하구나. 들어라 비겁하고 악한 자들아. 너희들 세상은 끝났다."한국의 뮤지컬배우에겐 든든한 팬덤이 있다.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이번 시상식에서 들었던 많은 뮤지컬배우의 얘기는 저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뮤지컬배우들이 공연을 통해서 즐거움과 위로를 주는 존재를 넘어서서, 한국사회가 더 좋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겨난다. 뮤지컬이란 장르는 흥행에 의해 좌우되고 그 내용은 허구라지만, 대한민국뮤지컬계의 인력들은 이렇게 그 안에서 세상을 향한 진한 메시지를 읽어내고, 숭고한 가치를 전달하려 한다. 그러고 보니 '맨 오브 라만차'뿐만 아니라, '스위니 토드'란 작품에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작금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구나! "똑똑한 놈 모두 우릴 속이려하죠. 난 당신께 진실만을 말할 거예요. 항상."/윤중강 평론가·연출가윤중강 평론가·연출가

2017-01-22 윤중강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상탈륜: 서로의 질서를 빼앗지 않는다

얼마 전 술 한 잔 하려니 소주 값이 또 올랐다. 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솔바람이 빼앗아가지 않고 솔바람 소리를 나는 새가 빼앗아가지 않고 나는 새소리를 떠다니는 구름이 빼앗아가지 않는다. 봄철의 개나리를 여름철 장미가 탐내지 않고 가을철 국화를 겨울의 송백이 훔쳐보지도 않는다. 書經에 보면 순임금이 여러 제도를 구상하여 그것을 맡길 적임자를 찾아 당부하는 대목이 있다. 그 가운데 典樂의 일을 맡기면서 시가(詩歌)를 표현하는 성률(聲律)은 서로의 소리가 잘 맞아서 각자가 지니고 있는 율려를 침해하지 말아야 인간의 정신과 감정이 잘 조화된다고 하였다.그런데 소리만 각자가 지니는 알맞은 율려나 질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침해하면 삐걱거려 무너지는 시공간적 질서가 있는데 그럴 때는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같은 백성들의 질서란 게 거창한 게 뭐가 있나? 최소한의 예정된 생존의 질서이다. 혼돈과 아픔을 틈타 각종 물가를 올려 이득을 취하려는 요즈음의 여러 업계의 행태는 빼앗으면 안 되는 부분을 치고 들어오는 백성의 등을 처먹는 잔인한 탈륜(奪倫)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1-17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인 측백나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가 무엇인지 물으면 알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는 바로 대구시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숲이다. 경부고속도로 도동IC 부근에 있는 절벽에 1천400여 그루의 측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측백나무는 원래 중국이 원산지인데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데 있어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란이 많았으나 대구 도동외에도 충북 단양과 경북 안동, 영양, 울진 등 여러 곳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지정되었다. 측백나무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하나같이 석회암 지대의 가파른 절벽의 암석틈에서 자라고 있으며 그 앞에 물이 흐르는 등 환경이 매우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다. 측백나무는 높이 25m, 직경 1m까지 자라는 늘푸른 큰키나무이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지며, 작고 납작한 잎은 비늘모양으로, 가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 어긋나게 달린다. 4월에 피는 꽃은 황록색이며, 9~10월에 달리는 열매는 구과로 달걀형이다. 측백나무는 맹아력이 강하고 생장속도가 빠를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푸르고 가지가 촘촘히 뻗어 바람을 막거나 소리를 차단할 수 있으며 병충해에도 강하므로 생울타리나 방풍림으로도 많이 심고 있다. 측백나무와 사촌지간 쯤 되는 나무로 편백과 화백이 있는데 자라는 모양이 서로 많이 유사해 꽃과 열매를 보기전에는 상당히 구별이 어렵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측백은 W, 화백은 X, 편백은 Y자형으로 비늘잎이 쪼개지는 모양이 서로 달라 구분이 가능하다. 측백이라는 이름은 '본초강목'에 잎이 납작하고 옆으로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나와 있다. 잎은 옆으로 자란다고는 하기 어려우나 자세히 보면 비늘잎이 겹쳐져 있어 모양은 눌려서 납작한 편이니 연관성이 아주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또한 측백은 한자로 側과 柏을 쓰는데 흰색(白)이 서쪽을 의미해 서쪽으로 기운 나무라는 뜻이지만 실제 이렇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음양의 관점에서 보면 서쪽을 의미하는 나무는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측백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선비의 절개와 고고한 기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그래서 경복궁을 비롯해 궁궐 여기저기에 심어져 있다. 중국에서도 사원이나 귀족의 묘지에 반드시 심는 나무였다. 관청은 '백부'라 하여 권위의 상징으로 측백나무를 심었으며, 산둥성 곡부에 있는 공자의 묘소에도 오래된 측백나무가 향나무와 함께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또한 측백나무의 잎은 앞뒤의 모양과 색이 비슷해서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군자의 나무라고 한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관리들을 감찰하는 기관인 사헌부를 '백부'라고 부른 이유도 측백나무처럼 늘 변함없이 원칙을 준수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쓰여 왔다. 특히 서늘한 성질로 인해 혈액에 쌓인 습기와 열을 없애주는데 효과가 크다. 어린 가지와 잎은 각종 출혈에 지혈제로 쓰고, 근피는 화상으로 짓무른 부위를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최근에는 잎의 추출물이 발모촉진 또는 탈모방지에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측백나무 목재는 가공이 쉬워 건축재 등으로 다양하게 쓰여 왔는데 예전에는 관을 만드는 나무로 중요시 되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1-15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절이제도: 철에 맞게 법도를 만든다

얼마 전 잘 아는 국회의원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 친구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골자의 이야기를 했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야기의 핵심은 '인구'와 '격차'의 문제였다. 출산이 적고 상대적으로 노령 인구는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한 이야기이다. 민생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각종 제도이고, 법치주의에 입각한 현대에서 각종 제도를 만들기 위해 입법을 하는데 그 일을 맡은 이들이 국회의원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식견을 포함한 생각은 민생과 직결되어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들은 늘 시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민을 해도 각자 좋다고 생각하는 각종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큰 틀의 콘셉트가 필요한데 주역에서는 그것에 대해 '절(節)'을 제시하고 있다. 節이란 마디이다. 마디란 저마다 지니고 있는 유한(有限)성을 의미한다. 대나무가 일정정도의 마디를 맺듯이 그릇마다 용량(容量)이 있다. 우리시대에도 우리시대에 맞는 적절한 질적 양적 용량이 있는데 그것을 아는 것을 시절(時節)을 안다거나 철을 안다고 표현해왔다. 국회의원은 시절을 모르는 철부지가 되어선 안 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1-10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겨울 강가에서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정호승(1950~)누구나 흔들리며 살아간다. 고요함 속에서도 요동치는, 그 마음은 외부 충격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매 순간 만져지지도, 잡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속 깊이에는 쉽게 변하지 말아야 하는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은 자신 내부에 있기에, 그것을 지키는 것 또한 스스로의 몫이 된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오히려 그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꺾이지 않고,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것이다. '겨울강 강언덕에' 있는 갈대는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그대로 흔들릴 뿐이다.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 기다림과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는 그리움을 버티는 갈대를 볼 때, 강하다는 것은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갈대"에서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로 살아있다. 진정으로 고독하다는 것은, 흔들리는 것을 흔들리지 않게 보여준다는 것이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정호승(1950~)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1-08 권성훈

[김준혁의 역사산책]민수(民水), 만천(萬川), 명월(明月)

군주민수(君舟民水)! 지난 2016년에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해석을 하자면 아주 간단하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것이다. 즉 임금을 백성이 세우지만 임금이 잘못하면 백성들이 임금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작년 후반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충격을 받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대통령이 탄핵된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군주민수를 정확히 이해한 국왕은 동양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있겠지만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조선의 22대 국왕 정조(正祖)가 아닐까 한다. 정조는 항상 백성을 물로 보고 임금을 배로 보았다. 자신의 싱크탱크인 규장각 각신들과의 대화에서도 국왕과 백성의 관계를 늘 이야기하며 국왕 스스로가 경계를 하였다. 정조는 군주민수와 연계하여 독특한 자신의 철학을 내놓고 자신이 국왕된 지 22년째인 1798년에 이를 자호(自號)로 삼기도 하였다. 그것이 바로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다.'만천(萬川)'이란 한자 그대로 일 만개의 시내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시내란 작은 시내뿐만이 아니라 조선의 8도에 있는 모든 물길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강과 대동강 등 서해로 흘러가는 큰 강과 8도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천을 말한다. 이는 곧 민수(民水), 즉 백성을 말하는 것이다. 명월(明月)은 말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을 의미하는 것이다. 밝은 달은 군주(君舟) 즉 국왕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만천명월이란 우리 땅에 있는 수많은 천을 고루 비쳐주는 밝은 달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이 어느 천은 작은 것이기에 작게 비춰주고, 어느 강은 큰 것이기에 더 많이 비춰 주어서는 안된다. 국왕이 힘 있고 돈 많은 사람에게 은혜를 많이 베풀어 주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서민들에게는 적게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베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시대는 명월이 만천을 고루 비춰주지 않고 힘있고 권세있는 소수 세력들에게 더 많이 비춰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들이 철저하게 무시하던 백성들에 의해 배가 뒤집혀 져 탄핵을 당한 것이다.정조는 '만천명월'의 의미를 이 정도로만 해석하지 않았다. 그는 크고 작은 천과 강물이 갖고 있는 힘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바로 '군주민수'의 힘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조는 '만천명월'의 진정한 의미를 이렇게 이야기한다."천이 흐르면 달도 흐른다. 천이 멈추면 달도 멈춘다. 천이 고요하면 달도 고요하다. 그러나 천이 소용돌이치면 달은 이지러진다." 즉 하늘에 있는 밝은 달이 흐르는 물과 함께 흘러 가는 데 그 물이 고요할 때는 같이 고요하여 평화로운데 천이 계곡을 만나거나 불규칙한 지형을 만나 소용돌이치면 달은 본래의 둥근 모습을 잃어버리고 모나거나 찌그러진 모습으로 제 모습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거센 물결로 배가 뒤집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군주(君舟)와 명월(明月), 민수(民水)와 만천(萬川)은 같은 것이다.이제 새로운 한해 정유년이 시작된다. 새벽을 알리는 닭과 같이 정유년은 늘 새로운 시작을 하는 해이기도 하다. 만약 올해 봄에 조기 대선(大選)이 치러진다면 국가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백성의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깨닫고 그들에게 군림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얼마나 힘써서 복무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7-01-01 김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