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바다와 날씨이야기

우리 인류는 옛날부터 바다로부터 식량을 구하고 바닷가에서 문명의 꽃을 피운 근거를 세계 곳곳의 패총 유적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바다는 우리 인간에게 끝없는 도전의 대상이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중세 유럽에서 문명이 발달하면서 바다를 통해서 교역이 활발히 시작되었고 바다를 인접한 해양 국가가 선진 강국이 되었다. 1492년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횡단하여 신대륙을 발견하고, 마젤란은 세계 일주를 성공하여 1522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해양학, 측지학, 천문학, 기상학은 발달하게 되었다. 특히 기상학의 주요한 이론들은 유럽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웨이,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국가 학자들에 의해서 정립되었으며, 노르웨이 학파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이론기상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승리의 기반이 되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350만명의 병력이 동원되는 사상 최대의 해상작전이었다. 연합군의 결정적인 승리는 상륙작전에 가장 적합한 날씨를 예측한 기상장교 스태그 대령의 판단에 있었다고 한다. 또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은 태풍 '케지아'가 대한해협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어 북한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해상작전이 실행되어 대성공을 이루었다. 그만큼 바다에서의 군사작전은 기상정보의 적절한 활용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여 동아시아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해양강국이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섬사람을 육지로 이주시키고 해상활동을 금지하는 해금(海禁)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유럽 해양강국으로부터 과학기술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 의해서 국토를 침탈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바다에서의 경제활동에는 기상요소가 가장 중요한 장애 요인이 되고있다. 2014년 4월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는 과적화물 등 여러 침몰 원인이 추정되고 있지만 이날 인천항에서 발생한 안개로 2시간 30분 늦게 출항하면서 비롯됐다고 본다.바다는 전지구 표면적의 71%로 기상 현상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태풍, 폭설, 집중호우 등의 재해기상 현상이 빈발하고, 엘니뇨, 라니냐 등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러한 현상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바다에 대한 연구 즉, 해양-대기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양성기후를 갖고 있는 영국이나 지중해 국가들에서는 여름에 덮지 않고 겨울에는 아주 춥지 않은 것도 바다 때문이다. 엘니뇨, 라니냐를 논할 때 태평양 상의 해수면 온도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1세기는 바다의 세기라고들 하고 있다. 바다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으므로 바다를 알고 바다를 이용하는 국가가 다시 해양강국이 되는 것이라고들 하고 있다. 해양 강국으로서 해양 영토 확장을 위해서는 바닷길을 안전하게 개척하는 수요자 맞춤형의 해양기상서비스의 선진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인간에게 끝없는 도전의 장이 열려 있는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자./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2016-04-03 남재철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삼도기의: 세 도적이 마땅해야 한다

동양의 역술 가운데 遁甲이라는 명칭이 있다. 이 명칭은 세계가 서로 훔치고 죽이는 관계로 흘러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서로를 生하기도 하고 서로를 剋하기도 하면서 세계변화가 진행되는데, 선거나 전쟁 같은 상황을 보면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甲은 五行으로 木에 해당하고 天干의 맨 처음이기 때문에 至尊의 존재로 甲이 꺾이면 전쟁에서 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甲을 죽이려 덤벼드는 것이 五行으로 金이다. 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金을 죽일 수 있는 火가 필요하기 때문에 木生火로 火를 생한다.이 과정을 보면 木生火라는 표면적 상생의 이면에 서로 죽이려는 기틀이 들어있음을 알게 된다. 金도 자기를 죽이려는 火를 낳아준 木을 죽이려 하고 木은 자기를 죽이려는 金을 죽이기 위해 火를 생한다. 이렇듯 세계의 조화는 죽이는 것으로 보면 모든 존재는 살기(殺機)를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 도적인 셈이다. 음부경(陰符經)에 이런 죽이는 도적의 기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天地는 만물에게 도적이고, 만물은 사람에게 도적이고, 사람은 만물에게 도적이라고 선언한다. 여름철 가뭄이 벼를 말려죽이듯 만물이 살아가기 힘든 기후를 만드는 것은 천지이니 천지는 만물에게 도적인 셈이다. 지카바이러스 등의 미물은 사람을 해치는 도적이고, 사람은 만물을 훔쳐 먹고 사는 도적이다. 결국 서로 도적질을 할 바에야 적절히 해야 서로 공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제일 먼저 사람이 만물을 도적질할 때 적당히 하라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3-29 철산 최정준

[김준혁의 역사산책] 다산 정약용의 정치론(政治論)

정(政)의 뜻은 바로잡는다(正)는 말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토지의 이택(利澤)을 겸병(兼幷)하여 부유한 생활을 하고, 누구는 토지의 이택을 받지 못하여 빈한하게 살 것인가. 이 때문에 토지를 개량하고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그것을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풍요로운 땅이 많아서 남는 곡식을 버릴 정도이고, 또 누구는 척박한 땅도 없어서 모자라는 곡식을 걱정만 해야 할 것인가. 때문에 주거(舟車)를 만들고 권량(權量)의 규격을 세워 그 고장에서 나는 것을 딴 곳으로 옮기고,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하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제멋대로 삼켜서 커지고, 누구는 연약한 위치에서 자꾸 빼앗기다가 멸망해 갈 것인가. 때문에 군대를 조직하고 죄 있는 자를 성토하여 멸망의 위기에 있는 자를 구제하고 세대가 끊긴 자는 이어가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상대를 업신여기고 불량하고 악독하면서도 육신이 멀쩡하게 지내고, 누구는 온순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착하면서도 복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가. 때문에 형벌로 징계하고 상으로 권장하여 죄와 공을 가리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또한 정(政)이다.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멍청하면서도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악(惡)을 전파하고 있고, 누구는 어질면서도 아랫자리에 눌려 있어 그 덕(德)이 빛을 못 보게 할 것인가. 때문에 붕당(朋黨)을 없애고 공도(公道)를 넓혀 어진이를 기용하고 불초한 자를 몰아내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밭도랑을 준설하고 수리(水利) 시설을 함으로써 장마와 가뭄에 대비하고, 소나무·잣나무·밤나무 등속을 심어서 궁실(宮室)도 짓고, 관곽(棺槨)도 만들고, 또 곡식 대신 먹기도 하고, 소·염소·당나귀·말·닭·돼지·개 등을 길러 군대와 농민을 먹이기도 하고, 노인들 봉양도 한다. 산림과 하천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시기를 가려 산림(山林)에 들어가서 짐승과 새들을 사냥함으로써 해독을 멀리하기도 하고, 또 고기와 가죽을 제공하기도 하며, 공인(工人)도 계절따라 산림에 들어가서 금·은·구리·철과 보옥(寶玉)을 캐다가 재원을 확보하기도 하고, 또 모든 쓰임에 공급도 하며, 의사는 병리(病理)를 연구하고 약성(藥性)을 감별하여 전염병과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는 요절을 미연에 방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왕정(王政)인 것이다. 왕정이 없어지면 백성들이 곤궁하게 마련이고, 백성이 곤궁하면 나라가 가난해지고, 나라가 가난해지면 세금의 부과가 엉망이 되고, 세금 부과가 엉망이 되면 인심이 흩어지고, 인심이 흩어지면 천명(天命)도 가버린다. 그러므로 급히 올바르게 서둘러야 할 것이 정(政)이다.이는 필자의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원정(原政)'이란 글이다. 정치의 고전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글이다. 이 글대로 정치를 하는 것이 진짜 정치다. 다산이 생각한 정치는 바로 올바른 것이다. 국회의원을 뽑은 총선을 바로 앞에 둔 시기에 과연 우리는 올바른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6-03-27 김준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온고지신: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

春分도 지나고 따스한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지나가는 겨울의 寒氣를 살포시 녹여내는 봄의 溫氣 속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숨을 쉬며 나온다. 따스함은 차가움을 녹여내며 생명력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본이다. 따뜻해야 날씨가 풀리고 풀려야 땅 속에서 새 생명이 나올 수 있으니 이것이 자연의 溫故知新이다. 따뜻함은 풀리는 징후이다. 孔子는 溫故知新을 하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동결되고 박제가 된 지식으로는 남을 가르치는 스승노릇을 할 수 없고, 예전에 알던 것을 익혀서 새롭게 터득하는 것이 있어야 응용에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동결되어있는 내면의 지혜의 보고가 풀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따뜻함이 필요하니, 따뜻함은 바로 따뜻한 마음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갇혀있던 과거를 녹이는 것이 溫故의 과정이다. 자식을 낳느라 몸이 풀리는 어미도 이 溫故의 과정을 겪는다. 그래서 세상에 나온 새 생명이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知新이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억압 속에 고통당할 때 뜨거운 피를 희생한 분들의 충정이 溫故이고 그 덕에 살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知新이다. 인간의 원죄든 근본 무명이든 숙업을 녹여서 자유와 진리를 맛보게 하는 것도 溫故知新이다. 이렇듯 생명을 낳는 解産이든 억압된 나라의 解放이든 자유와 진리의 解脫이든 모두 따뜻함이 필요하다. 날은 따뜻해지듯 우리들 가슴 속 寒氣도 풀렸으면 좋겠는데 解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3-22 철산 최정준

[윤중강의 음악살롱] 작곡과 표절

표절은 범죄다. 작년, 문학에서 논란이 거셌다. 올해, 연극도 의혹이 제기됐다. 소설과 공연에 침투한 표절을 놔둬선 안 된다. 음악은 어떤가? 여기도 그렇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표절의 근절을 위해, 평론가가 나서야 하나? 제대로 밝혀내고 싶으나,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피곤하다. 당사자가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을까? 음악에서 표절을 막기 위해, 우선 작곡과 편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우선 이것만큼은 꼭 지켜져야 한다. 국악에서 특히 더 그럴 필요가 있다. 편곡을 치자면 용인할 수 있어도, 작곡으로 봤을 땐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곡들이 많다. 작곡과 편곡은 다르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곡이 일단 더 창의적이다. 아주 엄밀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작곡은 예술적 작업이요, 편곡은 기술적인 작업이다. 한 예로, '아리랑'을 가져와서 그 선율을 거의 사용하고 있는 곡을 들겠다. 아리랑의 리듬을 좀 달리하고 악기편성을 좀 달리했을 뿐이다. 이건 누가 봐도 편곡이다. 그럼에도 북클릿과 리플렛에 버젓이 '작곡'이라고 적는다. 이건 불량한 표절행위다. "작곡인가? 편곡인가" 작곡가 저마다의 자기검열이 요구된다. 편곡의 가치와 편곡적인 능력을 간과하는 건 아니다. 작곡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거고, 편곡은 유에서 유로 변화시키는 거다. 전통음악은 앞선 시대의 산물이다. 이후 세대가 공유할 자산이다. 국악은 그간 '전통의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타 분야에 비해서 모방과 표절에 너그러웠다. 기존 음악을 도용한 작품도, 기존 작품을 모방한 작품도, 국악의 외연을 넓히는 범주에서 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전통에 충실했다' 작곡가 자신의 이런 해설을 본다. 어떤 곡은 실제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이 작품은 전통을 모방(표절)했을 뿐, 작곡가 개인의 창의성은 부족하다.'문학에 편역(編譯)이 있는 것처럼, 음악에 편작(編作)이 있을 수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편작엔 그 담당자의 구성력과 창작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100% 자기 작품이라 하지 않는다. 그럴 순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편곡의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일부 작곡가의 구성력과 창작성이 들어갔다고 해서 '작곡'이라 말하긴 어렵다. '편작'이라 해야 맞다. 비유컨대, '가시리'를 전통으로 삼아서, '진달래꽃'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자. 실제 결과물은 '가시리 2' 정도인 걸 가지고, 대단한 걸 작곡한 양 합리화 말아라.국악계가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앞으로 작곡과 편곡은 엄밀하게 구분이 돼야 한다. 한편 기성 작곡가의 자기복제적인 작풍이 근절돼야 한다.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가 고민 없이 재탕한다. 신세대가 들어갈 자리를 구세대가 그렇게 하고 있다면, 이건 큰 죄악이다.음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의 심성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양심에서 걸리는 작품은 더 큰 문제다. 지구상에 완전 새로운 것은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창작과 모방의 경계와 원전(原典)과 표절의 구분은, 당사자가 더 잘 안다. 창작자의 자기검열, 양심선언, 고해성사를 기대한다. 이젠 표절을 그냥 바라볼 순 없다!/윤중강 평론가·연출가윤중강 평론가·연출가

2016-03-20 윤중강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견양회망: 양을 이끌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최근 어디를 가든지 알파고 이야기인데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4차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짐작한다. 주역은 미래를 예견하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는 책인데 그 가운데 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괘가 雷天大壯卦이다. 우레가 하늘에서 떨치면 그 위력을 느끼듯 어마어마한 힘을 상징하는 괘이다. 힘에는 물리적인 과학의 힘도 있고, 정치적인 권력도 있고, 인간의 육체적인 근력도 있고, 정신력도 있다. 이 중에 과학기술의 힘을 상징하는 사물이 바로 羊이다. 羊은 兌卦로 서방을 상징하며, 서방에서 시작된 근대과학의 힘을 상징하는 괘이다. 그 힘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주역에서 힘의 속성을 알아 잘 다루어야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충고해주고 있다. 羊은 群集생활을 하는데 순한 동물인 것 같지만 고집이 세고 힘도 세서 사람이 완력으로 끌고 몰고 다니려면 불가능하다. 무리 '群'자를 잘 보면 '羊'과 '君'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리 중에 대장에 해당하는 한 마리 양만 잘 타일러 방향을 잡아 뒤에서 몰고 가면 나머지 羊들이 모두 그 대장 격인 羊을 따라간다. 이것이 현대 문명 속 群衆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슬기로운 지혜로 과학기술의 굉장한 힘을 이끌어 가지 않으면 뜻대로 다루어지지 않아 인류는 후회를 맛본다는 것이다. 羊을 치는 목동의 자세로 어떻게 다룰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3-15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

생명이라곤 도무지 없을 것 같았던 얼어붙은 땅에 살가운 온기가 배어나는 계절이다. 앙상한 가지가 아직 싹을 틔울 낌새도 보이지 않는 이맘때쯤 산에 오르면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나무가 있다. 회갈색 나뭇가지에 잎도 없이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는 우리 강산의 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전령사이다.생강나무는 한반도에 널리 분포하는 녹나무과의 낙엽활엽수로 강을 끼고 있는 산자락이나 계곡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크게 자라도 3∼4m 정도인 관목이다. 잎이나 줄기에 상처가 나거나 잘라 비비면 진한 향을 발산하는데 그 냄새가 마치 알싸한 생강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생강나무라 불린다. 이 향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일종의 소독제 같은 화학물질로 생강나무가 만들어 내는 방어물질이다. 생강나무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녹차가 들어오기 전부터 어린잎이 돋아날 때쯤 이를 따서 말렸다가 차로 마셨는데 참새의 혓바닥을 닮은 어린잎의 모양을 따서 작설차라고 했다. 또한 독특한 향 때문에 나름대로 풍미가 있어 잎을 쌈으로 먹고 장아찌나 부각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참죽나무잎과 함께 부각 중 최고로 손꼽힌다. 생강나무의 까만 열매는 예로부터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이나 등잔용으로 썼다. 생강나무 기름은 질도 좋고 향도 좋아 값비싼 동백기름을 구하지 못하는 중북부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대용품이었기에 산동백, 개동백으로 불렸고 심지어 강원도에서는 그냥 동백나무라고도 했다. 그래서 강원도 민요나 문학작품에 나오는 동백나무는 사실은 남쪽지방에서 겨울에 붉은 꽃이 피는 동백나무가 아니라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춘천이 고향인 김유정이 1936년 발표한 단편소설 '동백꽃'에는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노란 동백꽃'에 '알싸한 향'까지 바로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정선아리랑의 님 그리워 부르는 대목에도 등장하며, 가요 '소양강처녀'의 2절은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라고 시작되는데 여기에 나오는 동백꽃도 역시 생강나무꽃이다. 그 만큼 중부지방에서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한방에서는 생강나무의 나무껍질을 타박상과 산후풍에, 말린 가지는 복통과 해열, 기침 등의 치료에 썼다.숲속의 봄은 생강나무로부터 마을의 봄은 산수유로부터 온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시기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런데 산에서 자생하는 생강나무가 조경수로 많이 심겨지면서 거의 같은 모양으로 노랗게 꽃을 피우는 산수유나무와 자주 혼돈하게 된다. 이 둘의 구별법은 꽃모양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생강나무꽃은 가지에 바짝 붙어 아주 작은 공처럼 몽글몽글 모여서 피고 산수유는 꽃에 비해 꽃자루가 길어 작은 꽃들이 조금 여유로운 공간을 갖는다. 또한 생강나무는 꽃을 피운 줄기 끝이 녹색이며 줄기가 갈라지지 않고 매끄러운 반면 줄기가 갈색이며 거칠고 껍질이 벗겨진 부분이 많은 것이 산수유나무다.이제 꽃샘추위의 기세도 누그러져 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자그마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꽃을 맞으러 길을 나서보면 어떨까?/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6-03-13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괄목상대: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펼쳐진다. 구글 회장은 이에 관해 두 가지 언급을 했다. 그 중 하나는 대국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인류가 승자라는 것이다. 그 맥락을 읽어보면 이세돌이 이기면 인간의 승리이고 알파고가 이겨도 그렇게 똑똑한 알파고를 창조해낸 것이 인간이기에 어쨌든 인류의 승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기술로 인간은 더 똑똑해지고 세상은 더욱 편리해진다는 전망을 밝혔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진정으로 편리해질까에 대해서도 그렇고 인간이 더 똑똑해지고 인류가 승자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더욱 회의적이다. 오히려 인류는 오만의 대가로 자기가 만든 인공지능에 의해 전멸할 수 있다는 끔직한 상상을 해본다. 삼국시대, 오나라의 여몽(呂蒙)은 싸움은 잘했지만 배움이 짧아 은근히 무시당했다. 그에게 손권(孫權)이 문무를 겸할 것을 권하며 책속에서 지식을 넓혀갈 것을 당부하였다. 여몽은 이론과 역사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얼마가 흘러 오나라의 노숙(魯肅)이 여몽에게 몇 가지 수작을 걸어보자 여몽은 막힘이 없을 뿐 아니라 노숙이 당황할 만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당황한 노숙이 여몽에게 물으니까, 여몽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무릇 선비는 사흘이 지나면 사람을 대할 때 눈을 비비며 다시 보아야 합니다." 알파고의 브랜드로 나온 인공지능은 쌈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현대판 여몽이다. 달라진 여몽을 다루려면 다루는 자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3-08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 벌새가 사는 법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제 몸을 쳐서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천양희(1942~)자신의 몸을 세계에 던져 살고 있는 실존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락으로 실추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 몸짓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날아가는 '벌새'는 살아 있는, 이 시대의 표상일 수밖에 없다. 벌새가 날개를 접는 순간 공중에서 내려와야 하듯이, 우리도 '나'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사회적 구조에서 멀어지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타자로부터 검증 받으며 세계로 나아가는 것으로써 타자로부터 분리된다는 것은, 더 이상 사회적 존재로서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당신은 삶의 바다에서 제 목소리를 가지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내는 '파도'를 보면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또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쳐서 더 많이 더 높게 올라가야 하는, 오늘이라는 이 하루가 하염없이 길고도 슬프게 느껴진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6-03-06 권성훈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더 뜨겁고, 건조하고 습해지는 미래기후 대비

해마다 3월 23일이면 기상청은 매우 분주해진다. 바로 '세계 기상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세계 기상의 날'은 세계기상기구(WMO)가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로 발족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이 날 세계 각국의 기상청은 기상업무와 서비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WMO에서는 '세계 기상의 날'을 기념하며 매해 주제를 정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더 뜨겁고, 건조하고, 습해지는 미래기후에 대응하자(Hotter, drier, wetter. Face the Future)'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닌 지금 현재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기후변화는 계절의 자연적인 패턴을 방해하며 폭염, 가뭄, 호우와 같은 기상이변의 빈도수와 강도를 증가시킨다. 기후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지구는 더 뜨겁고, 더 건조하며, 더 습해져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기상이변 발생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현상으로 지구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강렬한 폭염이 발생하고 있으며, 낮 최고와 밤 최저기온 모두 유례없는 최고값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가뭄으로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동시에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폭풍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으며, 5월 평균 기온이 2000년대 이후에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2015년 5월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표될 정도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심각한 인류 사회의 위협임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고 활용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 다행히, 세계 정부는 현재 기후 변화의 과학적인 증거를 확신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연구와 투자는 저탄소 기술, 특히 에너지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에 상호협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 12월, 세계 정부는 만장일치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준비하자는 파리 협약을 채택하였다. 이 역사적인 협약으로 모든 나라가 '차별적 공동 책임'을 기초로 하여 기후 변화의 긴급한 위험에 대응하는 노력에 협력하게 되었다. 우리 기상청에서도 기상·기후 과학의 공유와 적용을 위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WMO, IPCC 등 국제기구 활동에 적극 참여해 선진국들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상·기후과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의 수립을 위한 지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타 부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정의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다. 또한, 기상·기후 지식이 강력한 행동으로 이어져 기후변화 위험을 경감시키고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상기후의 융합과 가치 확산으로 국민안전과 국가경제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세계 기상의 날을 통해 기상의 발전과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 기상의 날을 맞이하여 기상 분야의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2016-03-06 남재철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살생유택: 산 것을 죽임에 가림이 있어야 한다

선거전후면 자주 등장하곤 하는 것이 살생부(殺生簿)이다. 천지가 산 것을 죽게도 하고 없던 것을 낳게도 하는 살생(殺生)은 자연한 도리이다. 천지가 지닌 위대한 德은 바로 낳는 것이라고 '生'의 미덕을 찬탄했지만 하나가 살아나오는 과정은 하나가 죽어가는 과정인 것을 생각해보면 殺生은 동전의 앞뒤 관계와 같다. 살기만 하고 죽지 않는 법은 없으니 중요한 것은 살리고 죽이는 기준이다. 화랑(花郞)의 세속오계(世俗五戒)중 하나인 살생유택(殺生有擇)은 살생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계율이다. 그렇지만 가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측면에서 보면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경계이다. 죽이기는 하되 합당한 명분과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법칙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의 흐름을 따른다 해도 어떤 생명이든 생의(生意)을 꺾으려 한다면 사력을 다해 저항하게 되어있는데 정치적 살생은 말할 것이 없다. 이른바 '정치적 살생부'가 있다면 그 기준은 국민과 시민과 지역민의 의사인 민의(民意)가 되어야 한다. 민의를 따라 행하면 명분이 있고 또 큰 허물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민의가 아니라 칼을 쥐고 있다고 자부하는 측의 사사로운 욕망을 기준으로 행한다면 이는 정글의 먹이사슬보다 나은 것이 없다. 정글에서는 최소한 자기의 배고픔 그 이상으로 헛되이 죽이는 일은 없다. 훌륭한 적을 살려둘 줄 아는 이가 큰 사람이다. 살생에 가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3-01 철산 최정준

[김준혁의 역사산책] 개성 벽란도(碧瀾渡)

개성은 예로부터 송도(松都)라고 불렀다. 소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의미이다. 개성의 주산인 송악(松嶽) 역시 소나무가 너무도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개성은 한편으로 개경(開京)이라고도 한다.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이곳을 수도로 삼았기 때문에 서울을 열었다는 의미로 개경이라 했다.이처럼 여러 이름을 가진 도시 개성은 고려시대 세계적인 도시였다. 중세시대 유럽 최고의 도시인 베네치아의 인구가 겨우 10만 명이었는데 개성의 인구가 20만 명이었으니 개성은 정말 세계적인 도시였다. 이 도시가 이처럼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무역항 벽란도(碧瀾渡)가 있었기 때문이다. 벽란도는 개성에서 서해로 흘러가는 예성강 끝자리에 있는 포구였다. 서해와 바로 만나는 지점에 있는 벽란도는 말 그대로 푸른 물결이 넘치는 곳으로, 밤도 낮처럼 환하게 밝혀진 곳이었다. 이곳은 중국 상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멀리 아라비아 상인들과 유럽의 상인들도 교역하러 왔다. 지중해에서부터 고려의 벽란도까지 무역하러 올 정도로 개성에는 없는 물품이 없었다.당시 송나라에서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벽란도 일대가 인파로 뒤덮였다. 1014년(현종 3)부터 1278년(충렬왕 4)까지 모두 120여 차례, 총 5천여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입국했다. 벽란도에서 개경까지는 삼십 리(12㎞)였는데, 외국 사절들은 벽란도에서 하루 유숙한 뒤 다음날 도성으로 향했다. 벽란도에는 중국인을 상대하는 술집이 따로 있었고, 개경에는 청하관, 충주관, 사점관 같은 전용 숙소까지 있었다. 송나라 사절의 한 사람으로 고려에 왔던 중국인 서긍(徐兢)이 쓴 책 '고려도경'에 따르면 당시 개성엔 화려한 저택이 즐비했고 외국인 전용 숙소도 여럿 있었다. 여성은 물론 남성도 비단으로 치장했다. 기름·종이·말(馬)·돼지의 시장이 각각 있을 정도로 상업이 발달했다.벽란도가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뛰어난 지리적 여건과 세심한 외국인 배려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외국 사신이 들어오면 벽란정으로 안내해 우벽란정에 조서(詔書)를 안치하고 좌벽란정에서 사신을 대접해 사신이 도착하거나 떠날 때 반드시 하루씩 묵었다가 갈 수 있게 했다. 타인들에 대한 고려인들의 배려는 외국인들이 벽란도를 찾게 하는 기반이었다. 이처럼 고려인들의 개방성과 신뢰를 주는 행동은 개성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금속활자와 같은 전 세계 최고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최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로 인해 북·미간의 갈등이 남북 갈등으로 변화하면서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6·15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일은 서로의 신뢰를 없애는 참으로 안타까운 조치이다. 개성이라는 도시가 역사적으로 개방과 신뢰로 성장한 도시였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개성이 다시 개성다워지기 위해서는 우리 남북이 모두 조금씩 양보해 개성공단을 부활하고 개성의 역사문화도시 관광을 재개하는 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북·미간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가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2016-02-28 김준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철부지급: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

사람들은 자기마다의 살림살이가 있다. 그 살림살이가 다양하기에 서로의 처지나 심경을 그대로 이해해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기의 살림살이는 자신이 잘 알지만 이래저래 남의 살림살이는 잘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사이도 그럴 수 있고 연인사이도 그렇다. 전국시대 장자는 정신적 세계를 노닐며 가난한 현실을 살아간 철학자였다. 하루는 너무도 살림이 곤궁해져 그 지방을 맡아 다스리던 친구에게 생계비를 빌리러 갔다. 그러자 그 친구가 2, 3일 안으로 영지에 세금이 들어오면 두둑한 돈을 건네주겠으니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자가 비유를 들어 말한 대목이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이다. "내가 여기에 오는 도중 나를 부르는 자가 있어 돌아보니 길바닥에 수레바퀴 자국에 물이 고여 있는데 그 속에 있는 붕어가 보이지 않겠나. 그래서 왜 그러냐고 하니 이 속에 빠져 움직일 수가 없어 죽겠으니 물 몇 사발 떠다가 살려달라고 해. 그래서 나는 귀찮아서 2,3일 안으로 吳越지역으로 유세를 가는데 그 때 西江의 물을 듬뿍 떠다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네. 그러자 그 붕어란 놈이 자기는 지금 몇 사발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한다고 하며, 나중에 건어물에서 자기 시체나 찾으러 오라고 화를 내지 뭔가" "실례했네"하고 떠나가는 장자의 뒷모습을 보며 그 친구는 무슨 느낌이었을까? 생계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국가의 정치적 관심과 노력은 더 말할게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6-02-23 철산 최정준

[윤중강의 음악살롱] 있을땐 다름을 걱정하고, 떠나선 같음을 경계하라!

지금 우리는 누굴 기억하나? 전통예술의 명인 중에서, 생전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은 기억하니? 꼭 그렇지 않다. 제자가 많은 인물이, 사후에 존경 받는다. 스승을 추앙함으로써, 제자가 더불어 존중받는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탓할 순 없다. 전통예술과 관련해서, 제자가 없거나 적은 인물은 어떤가? 그 분들 중에 전통예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꽤 많다. 우선 떠오르는 인물이 이충선(1901~1989)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올림픽까지, 이 분은 현장에서 피리를 불었다. 그의 피리시나위가 있었기에, 1980년대 피리산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아쉽게도 요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자가 없는 스승'이 그러하다면, '스승 없는 제자'는 어떤가? 스승의 총애를 받지 않거나, 문하에서 나온 제자는 어떤가? 비슷한 처지다. 스승의 문하를 떠난 제자들은 문제가 있는가? 스승의 문하에 남아있는 동년배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거나, 인격이 부족한가? 아니다. 그 반대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성악연구회'가 있었다. 판소리와 산조, 민요와 병창의 명인들의 집합소였다. 여기서 이들에 의해 전통예술의 공연과 교육이 이뤄졌다. 그 때는 어땠나? 한 젊은이가 동시에 여러 스승에게 두루 학습했다. 그 시대의 불명예는 '사진소리'였다. 스승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거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치고, 제자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키길 원했다. 이런 명인들의 이런 명언이 있다. "스승의 문하에서 배울 땐 스승과 다름을 걱정하고, 문하를 떠났을 땐 스승과 같음을 경계하라!" 전통예술도 예술이다. 예술가의 주관성과 창의성을 중시한다. 그럼에도 다른 장르에 비해서 이런 의식이 실제적으로 부족하다. 국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과거 전통예술이 소멸할 위기에 처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명인명창들의 기록이 남아있고, 스승과 같아지길 바라는 제자도 많다. 적어도 20대와 30대는 다른 길을 택해야만, 국악이 더욱 풍성해진다. 현실은 어떤가? 그들을 지도한 대학교수가 연주회에 와서, 자신과 같게 연주하지 않는다고 분장실에서 제자를 타박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지금의 시대야말로, 더욱 '사진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아티스트로서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중요하다. 지금 국악계는 그 어떤 때보다 '스승 없는 제자'가 필요하다. 스승의 문하에서 전통예술을 올곧게 이어가려는 젊은이를 뭐라는 게 아니다. 국악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공옥진(1931~2010)을 떠올린다. 부친이 판소리명창이다. 그의 문하에서 학습했지만, 자신의 공연형태를 만들어냈다. 공옥진의 1인 창무극(唱舞劇)이다. 어느 장소에서나 자신을 중심으로 공연할 수 있는 형태다. 이와 비슷한 인물로 무용가 조원경(1929~2005)이 있다. 한국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구미에 한국전통무용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전통을 재현하기보다 자기화했고, 1인 무용공연의 방식을 택했다. 일찍이 전통에 창의성을 더한 인물이다. 국악계가 말로만 청출어람을 얘기하지 않길 바란다. 젊은 음악가들이 자신의 예술 주체자로서 힘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더욱 필요하다. 내일의 국악과 미래의 전통이 거기에 있다./윤중강 평론가·연출가윤중강 평론가·연출가

2016-02-21 윤중강

[시인의 연인] 위험한 동거

머리를 풀어헤친 칡넝쿨이 발목을 휘감는다 질긴 손아귀 같은덩굴 밑에 켜켜이 쌓인 음지가 있다무성한 푸른빛 속에 살기를 숨기며 큰 소나무를 포박중이다 바람결에 날아와 어느새 터를 잡고야금야금 파고들며 휘어잡더니제 뿌리를 땅 속 깊이 묻고 끝없이 뻗어가는저 치명적인 호의,누대를 이어온 그들의 보행법이다 우경주(1956~)현실은 화합과 배반이 공존하는 모순으로 도착해 있다. 여기에는 거짓과 진실이 혼재하며, 거짓의 얼굴을 한 진실과, 진실의 얼굴을 한 거짓이 착종된, 이 세계는 갈등의 넝쿨이 서로를 감싸며 운신한다. 양립할 수 없는, 이러한 갈등(葛藤)의 어원은 '칡과 등나무'에서 비롯되었다. 칡 나무는 왼쪽으로 휘감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휘감으며 자라는데, 서로의 사정에 따라 하나 되지 못하고 얽혀있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맞설수록 둘 중에 하나, 혹은 둘 다 죽을 수밖에 없는 '갈등의 운명'이다. 요컨대 "머리를 풀어헤친 칡넝쿨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상을 하고 "덩굴 밑에 켜켜이 쌓인 음지가" 있을 뿐이며, "무성한 푸른빛 속에 살기를 숨기며" 가면을 쓰고 있다. 혼란과 불화를 표상하는, 이 광경은 "누대를 이어온 그들의 보행법"이 아닐까? '욕망의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보행법은 "땅속 깊이 묻고 끝없이 뻗어 가는" 뿌리같이, 오늘도 '야금야금' 우리의 목을 조이며 온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6-02-21 권성훈